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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광식의 천문학+] 온갖 불운을 타고났던 ‘왕따’, 우주의 이정표를 세우다

    [이광식의 천문학+] 온갖 불운을 타고났던 ‘왕따’, 우주의 이정표를 세우다

    -인류의 위대한 거보 내딛은 천문학자 케플러 20세기 천문학의 영웅 허블이 온갖 행운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17세기 천문학의 영웅 요하네스 케플러는 온갖 불행을 껴안고 태어난 사람이었다. 코페르니쿠스 이후 최고의 천재 천문학자로 꼽히는 케플러이지만, 그의 생애는 가난과 질병, 전쟁, 추방으로 점철된,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삶이었다. 우선 그의 불행 목록을 잠시 요약해보기로 하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발표된 지 28년 후인 1571년 12월 27일, 독일의 작은 도시 바일에서 태어났다. 칠삭둥이인데다 태어나면서부터 병약했다. 아버지는 “부도덕하고 거칠고 싸움꾼”인 용병이었고, 어머니는 술집 딸로 “성미가 까다롭고 수다스러운” 여자였다.(케플러의 표현) 양친 누구로부터도 그다지 사랑을 받지 못한 케플러는 4살 때 천연두를 앓아 그 후유증으로 근시에 복시(複視)까지 겹쳐 평생을 고통받으며 살았다. 내장기관도 좋지 않았고, 손가락도 온전하지 못해, 가족들이 보기에 장래에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라곤 성직자밖엔 없어 보였다. 아버지는 얼마 후 집을 떠나고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한마디로 모든 불운을 한 몸에 타고난 아이가 바로 어린 시절의 케플러였다. 가족들은 어린 케플러를 성직자로 만들기 위해 수도원 학교에 넣었다. 병약하고 내성적인 케플러가 동급생들에게 인기가 있을 리 없었다. 스스로도 “나는 성격도 별로 안 좋고...” 등등의 부정적인 묘사를 하기 일쑤였다. 아이들에게 왕따 당하거나 매 맞는 적도 드물지 않았다. 한마디로 3류 인생으로 온갖 멸시를 받으며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재능을 그는 갖고 있었다. 바로 명석한 두뇌였다. 그가 가난한 집안으로부터 거의 학비 지원을 받을 수 없었음에도 대학까지 갔던 것은 오로지 뛰어난 머리 덕분이었다. 항상 장학금을 받아냈던 것이다. 특히 수학에서 그는 발군의 재능을 보였다. 케플러는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지만, 틈틈이 수학과 천문학을 공부하며 과학적 지식을 쌓아나갔다. 수학의 천재였던 케플러는 프톨레마이오스 체계보다 코페르니쿠스 체계가 수학적으로 더욱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는 유클리드 기하학을 배우면서 완전한 형상과 코스모스의 영광을 엿보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의 심경을 케플러는 이렇게 표현했다. “기하학은 천지창조 이전부터 있었다. 기하학은 신의 뜻과 함께 영원히 공존한다. (...) 기하학은 천지창조의 본보기였다. (...) 기하학은 신 그 자체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신학 학위 과정에 들어가려 했던 케플러에게 그라츠의 한 개신교 학교에서 수학과 천문학을 가르쳐달라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22살의 그는 주저없이 목사의 길을 버리고 신학교를 떠났다. 그라츠에서 케플러에게 맡겨진 임무 중의 하나는 예언과 부합하도록 점성력(占星曆)을 뜯어고치는 일이었다. 당시 이런 일은 관행이었다. 16세기에는 천문학과 점성술은 그 경계가 모호했다. 케플러의 첫 달력이 나왔을 때 그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그는 터키의 침공과 추운 겨울을 예견했는데, 두 가지 예측이 모두 들어맞아 예언자로 명성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살면서 궁할 때마다 점성술로 돌아오곤 했지만, 그 자신은 점성술을 믿지 않았다. 점성술에 대한 그의 한탄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점성술은 어머니인 천문학을 먹여살리는 슬픈 창녀일 뿐이다.” 케플러가 우주를 창조한 신의 마음을 알기 위한 기나긴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은 하나의 계시 때문이었다. 천문학의 일대 혁신을 가져온 계시의 순간은 어느 화창한 여름날 그가 학생들에게 기하학을 가르칠 때 찾아왔다. 행성들은 왜 코페르니쿠스가 알아낸 간격의 궤도만을 따라 도는가? 그 누구도 던져보지 못한 질문이었다. 케플러의 생각은 태양계 구조의 근본에까지 닿았던 것이다. 케플러는 행성 궤도와 기하학은 깊은 관련이 있을 거라는 자신의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기나긴 여정에 들어섰다. 그리고 이윽고 태양계의 비밀을 푸는 기하학적 열쇠를 손에 쥐었다고 확신했지만, 여전히 다른 의문들이 남아 있었다. ‘왜 바깥쪽 행성은 안쪽 행성보다 느리게 태양 둘레는 도는가?’ 이는 케플러 이전의 어떤 천문학자도 제기하지 않았던 문제였다. 케플러는 이에 대해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빛과 같은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행성들을 조종한다고 결론 내렸다. 케플러는 자신의 이런 이론을 담아 '우주의 신비'(1596)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 여러 곳에 보냈다. 갈릴레오도 그 책을 받은 사람 중의 하나였지만, 서문만 읽어보고는 내용은 끝내 읽지 않았다. 반면 튀코 브레헤는 케플러의 이론에 감명받았을 뿐 아니라, 케플러의 ‘천재’를 알아보았다. '우주의 신비'는 케플러의 삶을 바꾸어놓았다. 시골 학교의 수학 선생에 지나지 않았던 케플러는 이 책으로 인해 유럽 천문학계에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졌고, 이것을 고리로 하여 황실 수학자이자 우라니엔보리 천문대장인 튀코 브라헤(1546~1601)의 초청을 받아 그와 같이 일하게 되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육안 관측 천문학자로 꼽히는 튀코는 당시 가장 정확하고 풍부한 행성 관측자료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요리할 만한 수학적인 밑천이 부족했다. 이에 반해, 케플러는 시력이 나빠 관측에는 약했지만, 강력한 이론적인 무기, 곧 수학을 갖고 있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둘은 어느 정도 궁합이 맞는 짝이라 할 수 있었다. 케플러의 '화성 전쟁' 케플러가 튀코의 조수로 가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튀코가 가지고 있던 풍부한 관측자료에 있었다. 매의 눈을 가진 튀코는 망원경이 발명되기 35년 전부터 행성의 겉보기 운동을 측정하는 데 모든 것을 바친 인물이었다. 따라서 그가 행한 관측의 정밀도는 당대 최고였다. 54살의 튀코와 29살의 케플러의 만남은 그다지 부드럽지 못했다. 한 사람은 당대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관측의 귀재였고, 다른 한 사람은 제일의 이론가였다. 협력은 쉽지 않았다. 튀코의 경계심 때문이었다. 행인지 불행인지 케플러가 우라니엔보리에서 일한 지 18개월 만에 튀코는 병으로 급사했다. 어느 만찬에서 포도주를 과음한 뒤 소변을 참다가 방광염에 걸렸고, 그것이 악화되어 며칠 후 숨을 거둔 것이다. 브라헤는 숨을 거두기 직전 "내 삶이 헛되지 않았다고 하소서!" 하고 외친 튀코는 그토록 아끼던 관측자료를 케플러에게 모두 물려준다고 유언했다. 튀코가 죽은 후 케플러는 그 뒤를 이어 황실 수학자로 임명되었고, 튀코의 자료 분석에 밤낮 없이 매달렸다. 케플러가 가장 시간과 정열을 쏟아부었던 과제는 화성 궤도 계산이었다. 지구와 화성이 실제로 태양 주위를 어떤 식으로 운동하기에 화성이 우리 눈에 공중제비를 돌듯이 역행운동을 하는 것일까? 실제로 화성을 관측하노라면, 이제껏 왼쪽으로만 운행하던 화성이 어느 날부터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다가 얼마 후엔 이윽고 다시 방향을 틀어 왼쪽으로 운행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것이 유명한 화성의 역행운동으로, 고래로부터 수많은 천문학자들로 하여금 머리를 싸매게 한 불가사의한 현상이었다. 기원전 6세기의 피타고라스부터 플라톤, 프톨레마이오스 등 모든 천문학자들이 행성들의 궤도는 원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원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기하학적 도형이므로, 완벽한 존재들인 천상의 천체들은 마땅히 원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갈릴레오, 튀코, 코페르니쿠스도 행성 궤도가 원이라는 데에 티끌만한 의심도 없었다. 케플러 역시 화성이 태양 주위를 원궤도에 따라 돈다고 간주하고 브라헤의 관측자료를 분석하고 궤도계산에 매달렸다. 쉽게 끝날 것 같았던 계산은 8년간이나 계속되었다. 그는 복잡하고 지루한 계산을 무려 70차례나 되풀이했다. 이른바 케플러의 ‘화성전쟁’이라 일컬어지는 지난한 작업이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이 과정을 지루하다고 느낄지도 모르는 독자를 위해 이런 각주를 달아두기까지 했다. “이 지루한 과정이 진력나시거든, 이런 계산을 적어도 70번이나 했던 저를 생각하시고 참아주십시오.” 케플러는 타원공식을 사용해 다시 자료분석을 시도했다. 그 공식은 고대 그리스의 페르가의 아폴로니오스(BC 262~190)가 처음 만들어낸 식이었다. 결과는 브라헤의 관측값과 완전 일치했다! 케플러는 탄성과 탄식을 함께 토해냈다. “자연의 진리가 나의 거부로 쫓겨났었지만, 인정을 받고자 겉모습을 바꾸고 슬그머니 뒷문으로 들어왔으니.... 아, 나야말로 정말 멍청이였구나!” 화성이 타원궤도를 돈다는 것은 이렇게 오랜 노역 끝에 얻어진 것이었다. 다른 행성들도 타원궤도를 돌지만, 화성보다는 훨씬 원에 가깝다. 태양은 타원궤도의 중심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중심을 조금 벗어난 초점에 자리한다. 행성의 공전속도는 태양이 가까울수록 빨라지고 멀어질수록 느려진다. 이런 운동 때문에 행성이 태양을 향해 계속 떨어지는 중이지만, 결코 태양에 곤두박질하지는 않는다. ​우주의 이정표를 세우다 행성운동을 규정한 타원의 법칙과 동일면적의 법칙은 1609년에 그의 책 '새 천문학'에 발표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후, '우주의 조화'에서 그의 제3법칙 조화의 법칙을 발표함으로써 케플러의 3대법칙은 완결되었다. 케플러 법칙을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모든 행성의 궤도는 태양을 하나의 초점에 두는 타원궤도이다.2. 태양과 행성을 잇는 직선은 항상 일정한 넓이를 쓸고 지나간다.3. 행성의 공전주기의 제곱은 행성과 태양 사이 평균 거리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케플러는 3대법칙을 완결한 후, 자신이 신이 우주를 설계한 논리를 발견했다고 믿었기 때문에 엄청난 희열감을 느꼈다. 행성운동의 법칙을 최초로 과학적으로 규명한 케플러 법칙은 행성운동의 거리와 시간관계를 밝힘으로써 60년 후 뉴턴의 중력 방정식을 선도한 것이기도 했다. 케플러는 놀랍게도 태양과 행성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작용하며, 행성운동의 근본 원인이 자기력과 유사한 성격의 것이라고 제안함으로써 중력 또는 만유인력을 예견했던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뉴턴은 만유인력 법칙의 발견에 케플러의 신세를 엄청나게 졌다. 백 번을 감사하다는 말을 해도 모자랄 터인데, 그는 단 한 번도 케플러에게 감사의 말을 하지 않았다." 케플러는 연구가 수행되는 중에도 신변엔 고통이 떠나지 않았다. 1611년, 30년 전쟁의 군인들이 옮긴 전염병 탓에 그의 아내와 가장 사랑하던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의 후견인이던 루돌프 황제가 폐위됨에 따라 케플러는 졸지에 일자리를 잃었다. 인류를 위한 우주로의 거보를 내디딘 존재였지만, 케플러의 만년은 흐린 겨울날처럼 스산했다. 30년 전쟁이 유럽을 휩쓰는 가운데 케플러는 모든 후원자를 잃고 가난에 내몰렸다. 그의 만년은 돈을 구하고 후원자를 찾는 피곤한 여정으로 메워졌다. 그러던 중 어느 추운 늦가을, 밀린 급료를 받기 위해 노구를 끌고 먼 길을 나섰다가, 독일 레겐스부르크에서 병을 얻어 며칠 고열에 시달리다 숨을 거두고 말았다. 1630년 11월 15일이었다. 향년 59세. 그날 밤 하늘에서 유성우가 내렸다고 한다. 출생에서부터 임종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불우하기만 했던 이 거인의 유해는 성벽 밖 공동묘지에 쓸쓸히 묻혔다. 빗돌에는 그가 지은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어제는 하늘을 재더니, 오늘 나는 어둠을 재고 있다. 나는 뜻을 하늘로 뻗쳤혔지만, 육신은 땅에 남는구나.” 그러나 그의 무덤도 30년 전쟁 와중에 군대에 의해 훼손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케플러가 평생을 바쳐 고난과 싸우며 이룩해낸 그의 업적은 후세 과학사학자들에 의해 ‘과학혁명의 열쇠’라는 평가와 함께 케플러를 그 혁명의 중심 인물로 올려놓았다. 과학사가 제임스 R. 뵐켈은 케플러의 업적이 갈릴레오의 업적보다 천문학적으로 더욱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케플러는 행성운동 법칙 제3법칙을 연구할 당시, 지구에 적용되는 측정 가능한 물리 법칙들이 다른 천체들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을 간파했고, 이로써 인류사 최초로 천체 운동에서 신비주의가 배제되었던 것이다. 코페르니쿠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천상의 비밀을 보다 확실하게 세상에 내보인 케플러는 행성운동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인 이론인 ‘케플러 법칙’을 정립함으로써 문자 그대로 우주로 향한 인류의 위대한 거보(巨步)를 내딛었다.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케플러의 삶을 이렇게 평했다. "만약 절대적인 엄밀함을 추구하면서 평생 동안 가장 헌신적인 삶을 산 사람에게 주는 상이 있다면,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그 상을 받았을 것이다.” 2009년, 미항공우주국(NASA)은 케플러의 천문학에 대한 기여를 기리기 위해 우주 망원경에 케플러의 이름을 붙였다. 이것이 케플러 계획이다. 그리고 유엔은 갈릴레오가 최초로 망원경 천체관측을 행하고 케플러가 그의 '새 천문학'을 발간한 지 400주년 되는 2009년을 '세계천문의 해'로 정해 그를 기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후학인 칼 세이건의 다음과 같은 말이 케플러를 위한 최상의 찬사가 될 것이다. “우주 탐사선이 광대한 우주를 가로질러 외계로 달려갈 때, 사람이고 기계고 가릴 것 없이 확고부동한 이정표가 하나 있다. 그것은 케플러가 밝혀낸 행성운동에 관한 세 가지 법칙이다. 그의 평생에 걸친 수고로 그는 발견의 환희를 맛보았고, 우리는 우주의 이정표를 얻었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손성진 칼럼] ‘정치인스러운’ 한명숙 전 총리

    [손성진 칼럼] ‘정치인스러운’ 한명숙 전 총리

    A 변호사는 현역 B 중진 의원을 “참 ‘정치인스러운’ 사람”이라고 했다. 오래전 그가 재조에 있을 때 B 의원의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수사한 적이 있는데 혐의가 100% 명백한데도 끝까지 부인하더라는 것이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던 H 전 의원은 구속되기 전 소환되면서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내가 돈을 받았으면 소가 웃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검사스럽다’라는 단어가 2007년 국립국어원 신어사전에 올랐다. 뜻풀이는 ‘행동이나 성격이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자기주장만 되풀이한다’로 돼 있다. ‘정치인스럽다’는 말이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잘한다’는 의미로 사전에 기록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정치인의 거짓말이 불가피할 때가 있다. ‘처칠 딜레마’라는 게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영국 총리 처칠은 독일이 소도시를 폭격한다는 암호를 해독하고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사실의 은폐, 거짓말이었다. 대피하라고 알리면 독일은 암호를 바꾸고 전황은 더 불리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순전히 국익을 위한 것이었지 우리 정치인들처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책은 아니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수감되면서도 결백을 주장했다. “사법 정의가 죽었기 때문에 장례식을 위해 상복을 입었다”고도 했다. 냉정함을 잃지 않고 눈물까지 보였다. 그 주장이 맞다면 대법원이 오심을 했다는 말이다. 과연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내렸고, 진정 억울해서 나온 눈물일까.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9억원 수수 혐의 중 3억원 부분은 모든 대법관이 인정한 13대0의 판결이었다. ‘동생의 전세금으로 쓴 1억원 수표’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 일반인 배심원이라도 유죄를 인정할 빼도 박도 못할 증거다. 이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고 막무가내로 결백을 주장하니 야당 지지자들조차 쉬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2심 법정에 나온 한 전 총리의 여동생은 수표의 출처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사법살인’의 오명을 남긴 유신 시절의 사법부라면 한 전 총리의 주장이 먹혀들지 모른다. 그러나 최고 권력이 좌지우지하던 유신의 사법부와 현재의 사법부를 동일시하는 것은 시대착오다. 아무리 사법부가 불신을 받는다 해도 민주화와 정권 교체기까지 거친 현재의 사법부는 증거재판주의까지 무시하는 구시대의 사법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야당 탄압, 보혁 대결로 비화시킬 일이 아니다. 진실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가 진실을 고백하지 못한 이유는 당과 지지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진실 앞에선 여야가 없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을 옹호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한 전 총리가 여당 인사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야당이 정치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 전 총리와의 관계를 부정할 수 없고 더욱이 혐의를 인정하는 순간 야당의 도덕성에 스스로 흠집을 내는 꼴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단견이었다. 한 전 총리나 야당이나 깨끗이 인정하는 게 당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선택이었다. 박기춘 의원은 달라 보였다. 죄는 추했지만 뒤는 깨끗했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기는 했겠지만 ‘소가 웃을 일’이라는 식의 억지는 부리지 않았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박 의원의 체포동의안 투표에 앞서 “아프고 안타깝지만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한 전 총리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한 전 총리의 경우도 박 의원 사례처럼 했어야 옳았다. 죄를 지었더라도 진실을 고백함으로써 신뢰를 얻는다. 한 총리는 사실대로 털어놓고 당은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았다면 도리어 국민의 지지도가 올라가는 결과를 얻었을지 모른다. 진실은 단 하나이며 언젠가는 밝혀지기 마련이다. 거짓말은 단지 개인의 양심과 도덕을 저버리는 정도의 작은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거짓말과 은폐로 대통령직을 사직했다. 선거의 거짓 공약은 사람을 잘못 선택하게 만들어 국가의 운명을 뒤바꿀 수도 있으니 말이다. sonsj@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인공장기, 어디까지 왔니?…뇌도 바꿀 수 있을까

    [송혜민의 월드why] 인공장기, 어디까지 왔니?…뇌도 바꿀 수 있을까

    최근 미국 오하이오대학 연구진이 태아의 뇌와 거의 동일한 두뇌를 실험실에서 배양해내는데 성공했다고 밝혀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성인의 피부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특정한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발현시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만능줄기세포)로 변형한 뒤, 이를 실제 뇌가 가진 신호회로와 각기 다른 세포를 갖출 수 있도록 배양했다. 실제 뇌의 신경회로 및 면역세포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나 자폐증 등 뇌 질환과 관련한 연구 및 약물 실험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 인공 뇌가 사람에게 실제로 이식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미 전 세계 의학계에서는 늙고 병든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인공장기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인공장기 개발‧생산 방식의 차이…3D프린터 vs 세포배양 인공장기의 개발 방식은 수많은 분야에서 활용되며 각광받기 시작한 3D프린터 방식과 실험실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세포 배양 방식 등으로 크게 분류된다. -'3D프린터'는 본래 기업에서 시제품을 만들기 위한 용도로 개발됐지만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의료계에서도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밀도 면에서는 다른 인공장기 개발 방식에 비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일명 '맞춤형 장기’로 불리기도 하는 3D프린터 인공 장기는 생체 친화성 또는 생분해성 고분자를 이용한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골자로 한다. 이론적으로는 3D프린터로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가진 장기 중 하나인 심장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는 아직 개발 단계에 있으며, 가장 보편화 된 3D프린터 인공 장기로는 인공 관절, 인공 뼈 등을 들 수 있다. 실제 지난해 네덜란드 유트레히트대학에서는 3D프린터로 만든 두개골을 만성 골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이 환자는 수술 뒤 시력을 완전히 회복했고, 두통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증상이 사라지면서 직장생활도 가능해졌다. -'세포 배양' 인공장기는 실제 세포를 하나의 장기로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주로 줄기세포나 피부 세포를 이용한다.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인공 장기는 환자와 유전적으로 일치하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적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줄기세포 인공장기는 3D프린터 인공장기 연구에 비해 역사가 길고 상당한 수준까지 진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미국 신시내티 아동병원 의학센터 연구진이 배아줄기세포와 역분화줄기세포에 세포를 성장시키는 성장유도 단백질을 넣은 지 6일 만에 둥근 형태의 상부 위장체가 형성됐으며, 9일째에는 진정상피 상태까지 성장했다. 34일째에는 줄기세포가 인간의 위장 내부 조직성장,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질환에 인간의 위와 유사하게 반응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밖에도 미국에서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인공 망막을, 스웨덴에서는 기관암 환자의 몸에 꼭 맞는 인공 기관을 배양해 이식하는데 성공한 사례가 있다. 3D프린터로 인공장기 연구와 세포배양 인공장기 연구는 인공 장기를 인간에게 적용한다는 점에서 같은 목표를 공유하지만, 연구의 기초가 디바이스(기구)냐 생체냐 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최근에는 이러한 생명공학과 재생의학이 서로 결합하는 추세를 보이기도 한다. 예컨대 실험실에서 배양한 세포를 3D프린터와 접목해 보다 정교하고 사람과 싱크로율이 높은 인공장기를 만들어내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인공장기 연구,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을까? 늙고 병든 장기를 건강한 인공장기로 ‘자유롭게 교체’하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대부분의 인공장기들은 아직 연구단계에 있긴 하지만, 이중 일부는 실제 환자들에게 상당부분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인공방광의 경우 방광암으로 방광을 제거한 환자들에게 이식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여러 종류의 세포를 배합해 더욱 정교한 인공 방광을 제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연골도 가장 전도유망한 인공장기 중 하나로 꼽힌다. 노년층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 관절이나 연골을 인공관절‧인공연골로 교체하는 것은 수요도 상당할 뿐만 아니라 높은 만족도를 낼 수 있을 정도까지 수준이 향상됐다. 간이나 신장, 심장, 위장 등의 장기를 대체하는 인공장기는 여전히 실험실 내부에만 존재하거나 몇몇 특수 케이스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현실이지만, 전문가들은 불과 50~100년 이내에 마치 고장 난 부품을 새 부품으로 바꾸듯 인공장기를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위의 방식을 이용해 만들어진 인공장기들은 직접 사람의 몸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제약 산업이나 약물 테스트에 필요한 정도까지는 개발이 완료된 상황이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유임주 교수는 서울신문 나우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과학의 발전은 생각보다 빠르다. 50~100년 이내에는 일부 인공장기들을 어렵지 않게 이식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현재는 실제 장기의 크기에 못 미치는 소규모 인공장기들이 주로 연구되고 있다. 소규모 간 등은 약물 테스트에 매우 유용하다. 사람의 간을 흉내내는 인공 간이 있으면 약효가 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고 그것을 이용해 약물을 개발하거나 검증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부학적으로 인공장기 연구부문에서 가장 어려운 장기는 뇌라고 볼 수 있다. 원시적인 형태의 신경조직이 뭉쳐져 있는 인공 뇌 정도는 가능할 수 있지만 고차원적인 사고수준을 가진 뇌는 만들기 어렵다. 뇌는 가장 힘든 마지막 단계”라고 덧붙였다. ▲뇌가 나인가, 몸이 나인가…‘신인류’ 정의 필요할 수도 전 세계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공장기 연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상당한 기술력과 자본을 요하는 이 분야에는 기술적 난제와 더불어 도덕적 논란이 뒤따른다. 예컨대 뇌를 이식할 경우 뇌에 입력된 콘텐츠의 주인이 나인지, 몸이 나인지, 아니면 뇌 자체가 나인지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 즉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고차원적인 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뇌가 아닌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는 이종장기이식이나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기계적인 인공장기를 이식받는 경우에도 ‘인간’이라는 정의의 범위에 대한 논란이 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인류가 인공장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신인류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라면서 “하지만 기술이란 것은 진보하게 되어있고, 기술이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영화 ‘더 게임’(2007)은 가난한 젊은이와 뇌를 바꾸고 젊은 육체를 가지게 된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뇌 이식수술을 통해 두 사람의 뇌가 바뀐 뒤 뇌의 주인이 육체를 지배한다. 영원한 젊음 또는 허무맹랑한 영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솔깃할 만한 스토리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더 이상 영화 속 스토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인공장기의 수혜를 톡톡히 입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주병철 기자의 세금이야기 2] 국부론과 세금

    세금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학자들은 국가가 생기기 이전부터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부족 단위의 시절에도 외부의 침략을 막고 스스로 공동체를 운영하기 위해서 일정 부분 갹출해 재원을 마련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아시아권에서 세금은 주(周)나라의 토지제도인 정전법(井田法)이 효시로 알려져 있다. 토지를 우물 정(井) 자 형태로 9등분 해 가운데 부분을 공동으로 경작해 세금으로 내게 하는 방식이다. 좀 더 발전한 세금 제도는 북위시대의 균전제(均田制)다. 이후 수나라와 당나라를 거쳐 세금 제도가 촘촘해졌다. 당의 세금은 조(租·토지의 사용 대가로 국가에 내는 것), 용(庸·국민이 노동력을 국가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 조(調·집집마다 특산물을 국가에 내는 것 )로 나뉘었다. ●고려시대때 중국 당나라 조-세 제도 도입 우리나라의 경우 당나라의 앞선 제도를 첫 도입한 때는 고려시대였다. 당의 제도를 원용했다. 토지에 대한 세금을 조(租)와 세(稅)로 구분했다. 조는 토지의 경작자가 수확의 일부를 토지의 소유자에게 내는 것이며, 세는 토지의 소유주가 토지 경작자한테서 받는 조 가운데 일부를 국가에 내는 것을 말한다. 특산물을 국가에 내는 것을 공물이라고 했다. 조선시대도 고려시대 제도를 참고했다. 세금이 학문으로 모양을 갖춰 나간 건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1723~1790년)의 국부론에서다. 국부론은 최초의 체계적인 경제학 책으로, 역사상 성경 다음으로 훌륭하다는 극찬을 받았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세금은 지대, 이윤, 임금, 그리고 수입품에 대해 과세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세금을 정할 때 4가지 기준에 맞게 해야 한다는 지적한다. 첫째는 세금은 국민의 지불 능력에 따라 부과되어야 한다. 둘째는 세금은 확실해야 하고 임의적이어서는 안된다. 납세자는 세금의 납부시기와 방법, 금액을 사전에 정확히 알아야 하고 세금 징수인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셋째는 세금 납부의 시기와 방법은 납세자의 편의에 맞추어야 한다. 넷째는 세금 징수는 가능한 경제적이어야 한다. 세금 징수비가 최소가 되도록 해야 하며 필요 이상으로 거대한 세금 징수 관리 조직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또 눈앞의 세금 징수에만 혈안이 돼 산업을 갉아먹든지 지나친 벌금으로 탈세자들을 힘들게 해서는 안된다. ●도덕철학교수 였던 아담 스미스 과세기준 정립 오늘 날 법인세, 소득세 등 각종 세금 제도도 이같은 원칙을 근간으로 삼아 만들고 있으니 아담 스미스의 세금관(觀)이 얼마나 세제 개편과 세금 징수에 영향을 미쳤는 지 알 수 있다.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펴 낸 계기는 참 독특하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공업도시이자 항구인 커콜디에서 태어난 아담 스미스는 14세 때 글래스고 대학에 입학했고 졸업후 옥스포드 대학에서 6년간 장학금을 받고 공부했다. 그는 원래부터 경제학을 공부한 것은 아니었다. 모교인 글래스고 대학에서 논리학 교수로 있다가 도덕 철학 교수가 됐는데 그의 강의는 아주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도덕감정론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날개돋친 듯 팔리면서 일약 스타가 됐다. 그의 책을 읽고 감명받은 유명 인사가 아담 스미스에게 자신의 아들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면서 교수직을 그만 뒀다. 이후 가정교사로 있으면서 유럽을 2년간 여행했는데 이 때 루소, 볼테르 등 내노라하는 학자들과 교류하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쓴 책이 바로 국부론이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8] 혜원 신윤복이 묘사한 동성애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8] 혜원 신윤복이 묘사한 동성애

    조선시대 대표적 풍속화가의 한 사람인 혜원 신윤복은 개방적 성 모럴이라는 전에 없던 문화현상을 작품의 주제로 채택했다. 당시로서는 매우 높은 수위였지만,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내용을 뛰어난 필력에 실려 표현한 결과 ‘19금(禁)’ 딱지 따위는 붙지 않았다.  혜원은 태어나고 죽은 연대가 분명치 않다. 그저 18세기 중엽에서 태어나 19세기 초반까지 살았던 인물로 알려진다. 전통적 신분질서가 흔들리고, 경제력이 사회적 행세의 중요한 기준으로 부상한 시기다. 성 모럴도 전 시대와는 크게 달라졌다. 에로티시즘이 넘쳐나는 그의 풍속화는 당시 ‘그림시장’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이기도 했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은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30점의 풍속화로 포착하고 있다. 이 화첩에 묶인 각각의 그림에는 제목이 적혀있지 않다. 오늘날 전하는 제목들은 감상자들이 정황을 추정해 지어 부른 것이다. ‘이승영기’(尼僧迎妓)라는 그림도 그렇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여승이 기생을 맞이한다.’ 쯤이 되겠지만, 비구(남승)인지, 비구니(여승)인지, 기생인지 여염집 아낙인지 조차 논란거리이고, 해석도 제각각이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로 유명한 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은 이 그림의 제목을 ‘봄 나들이’라고 붙이고, ‘여인들의 아랫도리 흰 속곳을 훔쳐보고 있는 승려’하고 해석했다. 타락한 승려와 유부녀 혹은 기생의 부도덕한 관계를 암시한다는 일반적인 시긱하다.  장옷을 입은 여인을 기생이라 한 것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장옷이 조선 초기 서민이나 기생의 복식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선 후기가 되면 양반계층에서도 일반화된 것은 물론 왕실의 유물에서도 나타난다. 다만 오른쪽 시중드는 여인의 성격은 학계의 의견이 일치하는데, 양반집 여인들만 했다는 오른쪽 치마여밈을 하고 있는 만큼 몰락한 양반 출신이라는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 궂은 일을 하고는 있지만, 뿌리깊은 습관은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왼쪽 인물을 비구라고 보면 새로운 시대의 풍속도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녀자가 절에 올라가 공공연히 음행을 저지르고 절개를 잃는 것’을 한탄하는 목소리는 벌써 태종실록과 같은 조선 초기 기록에서도 보이기 때문이다.  ‘여승이 기생을 맞이한다.’는 제목에 힌트가 있다. 실제로 승려의 얼굴은 장옷을 쓴 여인보다 오히려 곱다. 체구가 아담하고 자태 또한 매우 여성적이다. 승려의 얼굴에서 비치는 묘한 기대감 역시 단순히 절의 불사에 공헌한 공덕주에 대한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혜원은 동성애를 암시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동성애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지만, 유교적 질서가 긴장감있게 유지되는 시대에는 겉으로 드러나기 어려웠다. 하지만 여염집 처자가 성매매에 나설 정도로 세상이 바뀐 조선 후기에 이르면 양상은 달랐다. ‘이승영기’는 드러내지 못할 비밀을 가진 여인들의 은밀한 만남을 그린 것으로 해석해야 의문이 모두 풀린다.  서동철 수석논설위원 dcsuh@seoul.co.kr
  • [박현갑의 시사 궁금증 풀이 3] 초등학생 한자교육 어디까지?

    [박현갑의 시사 궁금증 풀이 3] 초등학생 한자교육 어디까지?

    교육부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자교육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 ‘2015 문ㆍ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에서 인문-사회적 소양 함양을 위해 한자 교육의 활성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24일에는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에서 ‘초등 한자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도 열었다. 정부는 이날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다음 달 초등학교의 한자 활성화 방식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자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찬반 입장과 현 실태, 바람직한 활성화 방식을 짚어본다. ●”우리말 이해 능력 떨어져”vs”독해 능력 세계 1~2위” 교육부는 이날 한자교육 공청회 자료를 통해 한자교육 필요성으로 어휘의 의미명료화로 학생들의 국어능력 향상과 함께 한자교육 부족으로 인한 우리말 이해 능력 부족, 부정확한 맞춤법 표기, 한자 문화권 국가 간의 이해와 교류 증진의 어려움도 들고 있다. 한글관련 시민단체 등에서는 한자 병기에 반대하고 있다. 초등학생의 학습 부담을 늘리고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초등교사 1000명 중 65.9%가 한자병기를 반대한다는 한국초등국어교육학회 발표자료도 있었다. 독해의 측면에서 볼 때 낱말은 문맥 속에서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자 표기 및 한자 지식이 초등학생들의 읽기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게 반론의 근거다. 한글 전용 때문에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문ㆍ독해력)이 낮으니 한자교육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제 학업성취도 수치를 근거로 근거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제 학업성취도평가에서 한국의 15살 독해력은 세계 1~2위이고, 국제성인역량평가에서도 한국 16~24살 독해력은 22개 회원국 중 3위라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55~65살 읽기 능력은 20위이니 독해력이 낮은 층은 한글전용 세대가 아니라 한자(병기) 세대라는 것이다. 반면 국립국어원에서 낸 2010년 국민의 언어의식 조사에서는 바람직한 한자교육 실시 시기에 대해 초등학교부터라는 응답이 68.5%로 나올 정도로 초등학교 한자교육에 긍정적이다. 또 지난해 강현석의 학교현장, 국가 사회적 요구사항 조사연구에서는 초중고 교사의 77.5%와 학부모 83%가 초등교과서 한자병기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왔다. ●국어기본법에는 한글표기가 원칙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에는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되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문자를 쓸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한글 중심이 원칙인 것이다. 국어기본법 시행령에는 “공문서는 한글로 작성”하되, 극히 예외적으로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와 “어렵거나 낯선 전문어 또는 신조어(新造語)를 사용하는 경우”에만 한자를 병기하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현행 초등교과서 한자 표기는 교과서의 한자표기 문제가 제기된 것은 2009개정 교육과정에서 한자 교육을 범교과 학습 주제로 포함하면서 부터이다.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서 한자 병기지침의 근거라 할 수 있는 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을 2011년 9월에 마련했다. 이 기준의 ‘공통 편찬상의 유의점’ 에는 ‘~의미의 정확한 전달을 위하여 교육 목적상 필요한 경우 괄호 안에 한자나 외국문자를 병기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유의점 조항은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측으로부터 교육부가 국어기본법과 시행령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초등학생들은 거의 다 한자를 배우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5930개교의 98%인 5809개교에서 한자교육을 하고 있다. 한자병기가 된 초등학교 교과서로는 초등 3학년에서 6학년의 도덕 사회 수학교과서가 있다. (표 참고) 국어는 한자병기가 안되어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의 이상수 교육연구관은 “한글 표기 뒤에 괄호를 넣고 한자를 병기하게 되면 글을 읽고 이해하는 흐름에 지장을 줄 수 있어 필자들이 하지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자교육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이나 아침활동이나 점심 시간, 교과시간을 연계해 이뤄지고 있다. 한편 선택형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는 중·고교의 경우, 중학교에서는 거의 다 한문을 선택하고 있으며 고교에서는 차이가 난다. ●몇 학년, 어느 교과에 적용하나 교육부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표기 보완방침을 분명히 밝힌 이상, 병행시 어떤 식으로 한자교육이 이뤄질지가 관심이다. 현재까지의 운용실태 등을 감안하면 기본적으로 초등학교 5~6학년 교과서를 중심으로 한자교육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도덕교과의 경우, 현재도 초등 3, 4학년 교과서에도 한자가 일부 병기되어 있으나 한글 관련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자교육 실시에 대한 거부감이 거센만큼 고학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표기방식과 적정 한자수는 김경자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후 한국교원대 공청회에서 밝힌 초등교과서 한자 표기 방식 대안은 이렇다. 본문 안 한자어 옆에 괄호를 치고 그 안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식, 교과서 날개나 각주에 한자를 제시하는 방식, 단원 말미에 주요 학습을 제시하면서 한자를 설명하는 방식, 그림과 한자를 함께 제시하는 방식 등이다. 적정 한자수에 대해서는 300자~600자를 제시하고 있다. 한자교육 실시를 선호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일선 교사는 300자 이하, 학부모는 300~450자, 관련 단체의 연구자는 600자 내외 주장을 하고 있다. 참고로 중학교에서 권장하는 한자 수는 900자이며 고교에서는 중학교에서 배우는 900자를 제외한 900자를 배울 것을 권장하고 있다. 중고교과정을 통해 총 1800자를 학습하는 셈이다. 한자를 가르친다 하더라도 초등학교시험에서는 출제하지 않을 전망이다. 교과부가 지난 4월 중순 밝힌 설명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자 기준으로 검토하되, 학교 시험 등에 출제하지 않도록 명시할 예정으로 되어 있다. ●한글 표기를 기본 전제로 해야 한자어가 우리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이지만 한글이라는 우리 문자가 있는 만큼 한글로 표기할 수 있는 것은 교과서 제작단계에서부터 한글로 표기하도록 필진들이 적극 노력해야 한다. ‘남침’이라는 한자어를 이해하지 못해 남한이 북한을 침입했다는 황당무계한 학생들의 설문조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남침 대신 ‘북한이 쳐들어왔다’로 하면 표기하면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않나. 이날 공청회에서 한국교육과정 평가원의 김진숙 연구원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김 연구원은 “‘즐문토기(櫛文土器)’를 ‘빗살무늬토기’로 바꾼 것과 같이 한자어로 되었으되 일상생활에서는 사용하지 않아 교과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한자어 교과 개념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이 교과 교육계에서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교육부는 한자 문화권 국가간의 교류증진이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한자교육 부족을 들고 있으나 여기에는 양면성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같은 한자어 문화권이라도 한·중·일마다 의미는 다르게 사용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북경’(北京)이라는 단어를 두고 중국에서는 베이징으로, 우리는 북경으로 읽는다. ‘선생’(先生)도 우리는 선생, 일본은 센세라고 읽을 뿐이다. 우리말 기차도 중국에서 자동차이며 중국에서 말하는 기차는 화차(火車)다. 학장(學長)이라는 의미도 우리는 대학교의 단과대의 책임자라는 뜻으로 사용하지만 중국에서는 학교의 남자선배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선배는 중국에서는 죽은 앞세대 사람을 말한다. ●외래어 표기개선은 나아가 한자 병기뿐만 아니라 영어와 외래어 표기에 대해서도 고민할 논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영어교육 덕분인지 우리말 감탄사 ‘와!’보다 영어식 표기인 ‘와우!’를 즐겨 사용하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인터넷 사용의 일상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증대로 콘텐츠, 블로그, 이모티콘, 포스트 잇, 웰빙 등의 신종 외래어도 우리 언어생활에 급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이를 우리말로 바꿀 것인지 그대로 사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현갑 기자 eagleduo@seoul.co.kr
  •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한 젊은이가 질문을 한다. “교황님, 저는 어떻게 사랑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교황의 대답은 이랬다. “그 누구도 사랑하는 법을 모르죠. 우리 각자는 매일 배워 나가는 겁니다.” 이 책은 “사랑이 기술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프롬의 대답은 이렇다. “당연히 그렇다.”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에서 프롬은 ‘사랑은 정서적 감정이나 느낌이 아니라 의지와 노력의 산물인 기술이다’라고 정의한 후 사랑의 이론과 함께 실천방안을 제시한다. ‘기술’(Art)이라고 해서 사랑에 대한 일종의 기술(Skill) 안내서 정도로 생각하고 이 책을 읽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프롬은 사랑의 문제를 인간 실존의 문제로 보고 사회학, 인간학, 정신분석학의 입장에서 분석해 나가기 때문이다. 1장에서는 ‘사랑에 대한 오해’를 언급하며 사랑이 기술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한다. 예를 들어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사랑에 빠졌다. 여자는 몸매를 가꾸고 명랑한 태도로 스스로를 사랑스럽게 만들기 위해 애를 쓴다. 남자는 돈을 벌고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나 어느 날 둘은 헤어지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사랑받기에 부족했나?” 또 다른 한 여자와 한 남자는 첫눈에 반했다. 둘은 매일 열정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하지만 점점 싫증을 느끼게 되면서 이별을 선택한다. “사랑이 변했다”면서. 이 두 사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프롬은 사랑에 대한 오해의 결과라고 말한다. 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의 문제를 ‘사랑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가 아닌 ‘사랑받는 대상’에 몰두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사랑은 ‘능력’의 문제이지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오해는 사랑은 ‘저절로 빠져들 수 있는 것’이지 ‘노력하거나 배울 것’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로에게 미쳐 있는 것은 사랑의 열정이라기보다 그들이 서로 만나기 전에 외로웠던 정도를 입증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프롬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를 배우고 싶다면 음악이나 그림 또는 의학이나 공학 기술을 배우려고 할 때 거치는 것과 동일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라고 말한다. 사랑은 누구나 쉽게 탐닉할 수 있는 감상이나 수동적인 감정이 아니라 가장 능동적으로 자신의 인격 전체를 발달시켜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 구체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2장은 ‘사랑의 이론’으로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사랑은 인간 실존론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며 형제애, 모성애, 성애, 자기애, 신에 대한 사랑으로 나누어 각 사랑의 속성을 설명한다.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것은 반드시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 말은 자신의 기쁨, 관심, 이해, 유머, 슬픔, 그가 갖고 있는 것 중 가장 소중한 것, 다시 말하면 자기 속에 살아 있는 것을 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통적인 요소는 보호, 책임, 존경, 지식이다. 보호는 우리가 사랑하고 있는 것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다. 어떤 이가 꽃을 사랑한다면서 물 주기를 잊는다면 그가 꽃을 사랑한다고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책임은 다른 존재의 요구에 대한 나의 반응이다. 상대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고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책임에 존경이 없다면 쉽게 지배와 소유로 타락할 것이다. 존경은 착취가 없으며 오직 자유를 바탕으로 존재한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가 있는 그대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관심이다. 또한 지식은 핵심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관심을 초월하여 그의 입장에서 타인을 볼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3장에서는 문화가 그 사람의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제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시장 원리가 사랑의 행태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네가 준 만큼 나도 준다는 자본주의의 윤리적 격률은 사랑도 비켜가지 못한다.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사랑은 감정이나 조건, 매력의 거래가 되었다.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 틀 안에서 사랑의 실천은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는 인간이 극복하고자 하는 분리와 고독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해답은 사랑으로 가능한 것이다. 이때 중요한 조건은 자아도취를 극복하는 것이다. 자아도취의 반대는 객관성으로, 사람들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능력이고 대상을 자신의 욕망과 공포에 의해 형성된 상으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그것은 이성을 사용한다는 말로 어린아이가 갖는 전지전능에 대한 몽상에서 벗어났을 때 갖게 되는 겸허함이다. 실용이라는 관점에서 사랑은 겸손, 객관성, 이성의 발달을 요구한다. 4장에서는 사랑의 실천을 위해 네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사랑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사랑은 주는 것을 아는 능력이며 특정한 대상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 대상을 통해 이기심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닫힌 사랑에서 열린 사랑으로, 미숙한 사랑에서 성숙한 사랑으로, 환상의 사랑에서 현실의 사랑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랑의 기술을 부단히 갈고닦아야 하며 그 훈련은 전 생애에 걸쳐야 한다. 두 번째로 ‘정신집중’이 필요하다. 이것은 곧 ‘혼자 있는 것’을 의미한다. 혼자 있는 것은 자신에게 민감해지고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고 현재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정신을 집중한다는 것은 타인에게 귀 기울일 수 있음을 말한다. 세 번째는 ‘인내’가 필요하다. 어떤 기술을 익히든 급히 결과를 바란다면 결코 그 기술을 익힐 수 없을 것이다. 프롬은 현대인에게 어려운 게 ‘인내’라며 그 이유를 현대 사회의 산업체계가 끊임없이 신속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경제적 가치가 곧 인간의 가치가 되는 논리가 우리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인내는 자신에 대해 정신 집중을 하여 민감해져야 기를 수 있는 능력이다. 마지막으로는 기술 습득에 대한 ‘최고의 관심’이 필요하다. 운전이나 요리 등의 다른 기술들처럼 사랑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고 사랑이라는 가치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될 때 기술 습득이 가능하다. 좋아하지 않으면 훈련은 물론이고 집중이나 인내도 불가능할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아무런 보증 없이 자신을 맡기고 우리의 사랑이 사랑받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희망 속에 자신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의 원칙과 사랑의 원칙은 양립할 수 없어 보이기도 한다. 프롬도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와 사랑의 본질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데 동의한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일이 테레사 수녀 같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냉소와 도덕적 허무일 뿐이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더불어 사랑의 실천을 위해 개인과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함을 강조한다. 인터넷으로만 연결된 채 각자 사랑을 한다는 이들, 헤어짐이 두려워 사랑을 포기하는 이들, 상처에 대한 보험이 없기에 파편화된 관계만을 유지하려는 이들에게 프롬의 조언은 삶의 실재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프롬이 말하는 사랑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배움이고 노동이며 실천이 따르는 능동적인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삶에 대한 통찰과 애정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신운선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 짐승 안에 인간 있더라

    짐승 안에 인간 있더라

    유학자의 동물원/최지원 지음/알렙/360쪽/1만 7000원 괴롭기도 하면서 기쁘기도 한 동물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는 동물이 모순된 여러 가지 감정에 따라 스스로 헷갈리는 행동을 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 그런 감정을 인위적으로 촉발시킬 수 있다며 학을 춤추게 하는 법을 소개했다. “깨끗이 사용한 평평하고 미끄러운 방에 구르는 나무토막 한 개를 둔다. 그리고 학을 방 안에 가두고 방이 뜨겁도록 불을 넣는다. 학은 발이 뜨거운 것을 견디지 못하고 나무에 올라서는데 나무토막은 구르면서 섰다 미끄러졌다 한다. 그때 창밖에서 피리를 불고 거문고를 뜯어 학이 왔다 갔다 하는 것에 맞춰 소리를 낸다.… 오랫동안 그렇게 한 뒤 학을 놓아 준다. 며칠 뒤 피리를 불고 거문고를 타면 학은 기쁜 듯이 날개를 치고 고개를 세우고 마디에 맞춰 춤을 춘다.”(‘청장관서’ 중 ‘이목구심서’) ‘유학자의 동물원’은 조선 후기 유학자들이 남긴 동물 관찰기를 토대로 그들의 인간관과 도덕관, 세계관과 자연관을 들여다본다. 이덕무와 이익, 정약용 등 조선 후기의 유학자들은 소박하고 다소 비과학적인 방식으로 동물을 관찰하면서 인간의 본성과 습성에 대해 사고했다. 그들이 동물을 바라보며 특히 고민한 문제는 살아온 관성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생명의 기계성’에 관한 것이었다. 그들은 관성적인 사고를 유발하는 습관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고민했다. 육체는 먹을 것을 에너지로 움직이고, 마음은 좋고 싫은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 조선의 유학자들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으려는 동물의 습성을 관찰하며 감정의 노예로 살아가는 동물의 모습이 인간과 별다를 바 없음을 발견했다. 저자는 “유학의 세계에서는 모든 동물을 다스린다는 엘리트주의와 스스로도 벌레에 불과하다는 만물 평등주의가 절묘하게 섞여 있다”며 “그렇기에 조선 유학자들의 동물관은 동물과 자연에 대한 특별난 생각이 아니라 바로 인간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학자들은 동물의 마음을 추스르고 달래거나 동물의 눈치를 보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조정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동물의 행태뿐 아니라 마음에 대해 특히 관심을 두고 이를 통해 인간에 대한 관점을 제공하려 시도했던 이익은 ‘성호사설’ 제5권에서 떠돌아다니는 고양이를 통해 영혼의 빈익빈 부익부에 대해 얘기한다. 음식 도둑질을 해서 사람들의 미움을 받던 고양이가 다른 집으로 가서 배불리 먹게 되자 어진 본성을 드러냈다. 사람이 세상을 잘 만나기도 하고, 못 만나기도 하는 것처럼 고양이도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품성이 달라짐을 강조했다. 이익은 말똥구리와 새의 행위를 통해 동물의 눈치보기를 관찰한다. 군중은 서로 눈치를 보며 자신의 의견을 조정하고 결국 군중 전체가 비슷한 의견, 비슷한 마음을 갖게 되는 과정이 새 무리와 비슷하다. 유학자들은 동물, 심지어 해충의 억하심정까지도 헤아린다. 김성일은 ‘학봉집’에서 모기를 미워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는 심정을 토로하고, 정약용은 오징어에게 비웃음을 당하는 고고한 백로의 이야기로 자신의 위선을 고백한다. 책은 인간보다 지능적이거나 헌신적인 동물 이야기도 소개한다. 이덕무는 쥐들이 음식물을 나르는 것을 관찰하고는 그 재주와 지능에 감탄한다. 이익은 어미 대신 동생을 돌보는 암평아리들에게서 형제간의 우애를 발견하고 성인이라고 치하하고 장사까지 지냈다. 동물의 행동에서도 오륜과 같은 유교적 윤리의식을 찾아내곤 했던 유학자들은 인간성이라는 개념이 인간의 특권이 아니며 어떤 동물이라도 자유롭게 고유의 동물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사설] 北 양면작전에 국론 분열 없어야

    북한의 포격 도발로 시작된 남북한 충돌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준전시 상태’를 선언한 북한이 후방에 있던 화력을 전방으로 이동 배치하는 동시에 스커드와 노동미사일 등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 태세에 돌입한 정황도 감지되고 있다. 이에 맞서 우리 군은 전군 최고 경계태세에 돌입하는 한편 어제 군 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서부전선을 총괄하는 3군 사령부를 전격 방문해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서부전선에서의 포격 도발 사태와 이후에 전개되는 상황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심각한 남북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북한의 화전 양면전술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 북한군은 “22일 오후 5시까지 확성기 시설을 철거하지 않으면 군사적 도발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동시에 김양건 노동당 중앙위 비서 명의를 통해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고 통보했다. 북한군은 도발 자체를 전면 부인하면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열어 ‘준전시 상태’를 선언해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수법을 쓰고 있다.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는 북한 3대 세습과 비리, 독재 권력 내부의 부도덕성을 고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른바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대북 방송이 체제의 안정성을 무너뜨리는 파괴력을 지녔기 때문에 군사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전쟁의 공포심을 이용해 남남 갈등을 유도하고 이를 토대로 확성기 방송 중단을 이끌어 내려는 전형적인 수법인 것이다. 북한이 군사적 사안에서 최고 결정권을 갖고 있는 당 중앙군사위 비상확대회의 개최를 공개한 것은 당분간 남북 대치 국면을 지속하는 동시에 군사적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겠다는 의지를 의도적으로 대내외에 과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북한의 모험적 책략에 우리의 대응 전략은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우선 군 당국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교훈을 김정은 정권에 확실하게 심어 줘야 한다. 이와 함께 엄중하게 대처하되 북의 오판에 따른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도록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정치권은 남북 간 군사적 대결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당분간 국론분열로 비칠 수 있는 정치적 행위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어제 “이번 포격은 정전협정을 위반한 명백한 군사도발이며 한반도의 긴장을 증폭시키는 일체의 도발을 즉각 중단하라”는 대북 규탄 결의문을 채택한 것은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한 메시지로 적절했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우리의 장래나 동북아 평화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북한이 시한까지 못 박으면서 추가 도발 의지를 숨기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군의 강력한 대응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남북관계는 궁극적으로 전쟁이 아닌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무력충돌 이후 다각적인 해결책을 아울러 모색해야 한다.
  • 국가의 이익은 어떻게 개인을 공격했는가

    국가의 이익은 어떻게 개인을 공격했는가

    나는 고발한다-드레퓌스사건과 집단히스테리/니홀라스 할라스 지음/황의방 옮김/한길사/496쪽/1만 7000원 수년간 투쟁 끝에 소수의 양심세력이 승리한 ‘드레퓌스 사건’의 전말을 다뤘다. 저자는 드레퓌스 사건을 ‘근대국가 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장대한, 프랑스로 하여금 흥분과 두려움 속에서 민주주의 기반을 전면 재검토하도록 만든 엄청난 드라마’라고 규정했다. 평범한 군인이었던 유대인 알프레드 드레퓌스는 일순간에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간첩으로 전락했다. 1894년 12월 프랑스 군사법정은 드레퓌스에게 종신형을 선고하고 외딴섬에 유배했다. 적국 독일에 군사기밀을 빼돌렸다는 혐의였다. 뚜렷한 물증조차 없는데도 체포에서 유형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유대인에 대한 편견이 한 사람의 운명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유죄 판결 뒤 프랑스 사회는 대립했다. 불공정한 재판을 문제 삼으며 개인의 인권을 옹호한 재심 요구파와 국가 안보를 부르짖으며 드레퓌스에 대한 단죄를 주장한 재심 반대파의 충돌이었다. 저자는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소(小)를 위해 대(大)가 희생되어야만 할까? 단 한 사람을 위한 도덕적 옹호로 인해 프랑스 모든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아도 좋단 말인가? 이와 같은 문제를 놓고, 이성의 나라 프랑스는 제정신을 잃고 말았다.”(28쪽) 프랑스는 1870년 보불전쟁에서 패배하고 독일에 알자스-로렌 지방을 빼앗겼다.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프랑스는 국가 안보가 모든 것에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경도됐다. 재심 반대파는 당시 사회 흐름을 타고 주류를 형성했다. 왕당파와 교회세력, 반유대주의에 젖은 대부분의 프랑스 국민을 포괄했다. 반면 재심 요구파는 공화주의자와 양심적인 법률가, 문인 등 소수였다. 다수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 목숨까지 위협받을 정도로 프랑스 사회가 집단히스테리에 빠진 상황에서 에밀 졸라, 조르주 클레망소 같은 이들은 진실을 포기하지 않았다. “진실은 지하에 묻혀서도 자라난다. 무서운 폭발력을 축적한다. 이것이 폭발하는 날에는 세상 모든 허위를 휩쓸어버릴 것이다.”(에밀 졸라) “국가 이익이 오늘은 드레퓌스를 치고 있지만 내일은 다른 사람을 칠 것이다. 정권이 국가 이익을 내세우기 시작하면 끝이 없게 마련이다.”(조르주 클레망소) 1906년 7월 최고재판소는 드레퓌스에 대한 모든 유죄 판결이 오판이며 무효라고 판시했다. 드레퓌스가 기소된 지 12년 만에 진실을 추구한 양심세력이 승리했다. 드레퓌스 사건은 우리 시대 지식인에게 묻는다. 자신과 관련도 없는 사람, 그리고 진실을 옹호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국가와 맞설 수 있는가.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시론] 한중일·한미일 다자간 협의체 만들어야/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시론] 한중일·한미일 다자간 협의체 만들어야/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올해 전후 70주년은 ‘전후체제 70주년’을 의미한다. 70년은 오랜 시간이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 국제체제의 모순과 한계가 두드러지고 있다. 동북아에서 전후체제는 크게 1946년 도쿄재판, 1950년 한국전쟁,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과정에서 형성됐다. 일본 전범을 다룬 도쿄재판은 연합국과 일본 간 전쟁으로 인식됐다. 일왕제 유지, 아시아 배제가 특징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는 알고 있었지만 인도상의 범죄를 추궁하지 않았다. 독일 나치를 단죄한 뉘른베르크 재판은 평화를 깨트린 죄, 인도상 범죄 모두를 처단했다. 1951년 미국, 영국이 주도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은 제국주의 시각에 서 있었다. 식민통치에 대한 반성과 사죄는 없었다. 전쟁 피해국인 중국, 한국, 구 소련은 배제됐다. 애매한 국경선 처리로 일본과 주변국 간 영토 분쟁의 단초를 유발했다. 과거사 인식, 독도 영유권, 위안부 문제 등 누적된 모순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그대로 승계됐다. 냉전과 한국전쟁은 미국의 동북아 정책을 결정지었다. 미국에 일본은 기지국가, 한국은 전장국가로 설정됐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미·일 안보조약 등 양자 간 반공 동맹을 구축했다. 각각 분리된 ‘허브 앤드 스포크’(hub and spoke)형 체제였다. 같은 냉전이지만 유럽은 달랐다. 다자주의에 입각한 네트워크 체제를 구축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서방 진영 국가가 회원으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공산 진영까지 포함해 집단안보 체제로 발전했다. 전범국 독일도 1955년 나토에 가입했고 유럽체제 내에서 감시와 통제를 받았다. 2011년 폐지했지만 징병제를 실시했고, 아프간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 전후 독일의 유럽화가 성공한 것이다. 반면 전후 일본의 아시아화는 실패했다. 여론조사로 나타난 한·일, 중·일 국민 간 상호 불신감이 지나치게 높다. 국가도 국민도 반목하고 있다. 한계에 도달한 동북아 전후체제는 제도 피로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중·일 간 도서 분쟁의 가능성 고조,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일본의 방위력 증강과 헌법 개정, 과거사 갈등과 동북아 군비경쟁 등은 전후체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해양 진출을, 일본은 헌법 개정을 통해 현상 유지에 도전하고 있다. 북한은 강성대국, 핵 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고자 한다. 21세기 동북아에서 근대 주권국가 체제가 탄생한 것이다. 다른 국가를 전쟁이나 식민 지배를 통해 제압할 수 없다. 각자도생하는 한국, 중국, 일본, 북한이 있을 뿐이다. 동북아 정세의 거대한 변화를 읽어 내지 못한 한국 외교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벌써 1차 징후는 나타났다. 4월 29일 미·일 정상회담은 한·미·일 관계에서 미·일 중심으로 기축을 이동시켰다. 중국의 ‘대국굴기’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지난 8월 14일 나온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담화에는 진정성이 없었다. 반성문이 아니라 선언문에 가까웠다. 무라야마 담화처럼 식민 통치에 대한 통절한 사죄는 없었다. 법의 지배, 무력사용 반대,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워 중국에 일종의 경고 메시지까지 던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새로운 외교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대북 제안은 신선하지 못했고 동북아 제안은 아예 없었다. 임기 후반기 들어 자신감에 가득 찬 외교 리더십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북 원칙외교, 대일 도덕외교로는 현재의 난국을 타개할 수 없다. 한·미, 한·중 양자 관계로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동북아 정세를 돌파할 수 없다. 한·일, 남·북 관계를 회복하고 한·중·일, 한·미·일이 만나는 다자간 협의체를 모색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21세기형 동북아 평화체제를 제시해야 한다. 내셔널리즘과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야 한다. 외교는 여론의 투사물이 아니다. 냉철하게 국익과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9월 초 중국 전승절 참석, 10월 16일 한·미 정상회담, 연내 한·일·한·중·일 정상회담이 그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똑똑해지는 약’ 진짜 있다…도덕 논쟁 예상 (美·英 공동연구)

    ‘똑똑해지는 약’ 진짜 있다…도덕 논쟁 예상 (美·英 공동연구)

    해외에서 소위 ‘똑똑해지는 약’으로 알려져 있는 ‘모다피닐’(modafinil, 제품명 프로비질)에 실제로 두뇌기능 향상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에 의해 정식으로 입증돼 학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FDA 승인을 받은 모다피닐은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매 가능하며 본래 기면증이나 과다졸음증의 치료에 사용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은 20일(현지시간) 하버드 대학교와 옥스퍼드 대학교 과학자들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이 모다피닐의 부수적 효과에 대한 선행연구들을 종합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1990~2014년 사이에 실시된 24개의 최근 연구를 검토했다. 해당 연구들의 실험 참가자는 도합 700명, 각 연구는 계획수립, 의사결정, 사고 유연성, 학습 능력, 기억력, 창의력 등 두뇌 기능의 다양한 면면에 대한 모다피닐의 영향을 조사한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시기에 이루어진 연구들은 이전 연구에 비해 뇌 기능을 복합적으로 다루며, 가짜약을 복용시킨 통제집단을 기용해 보다 명확하게 약제의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연구팀은 종합분석 결과 모다피닐이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이라고 불리는 뇌 기능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집행 기능이란 새로운 정보를 수용, 이를 기반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뇌 작용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집중력과 기억력 강화 효과도 최종 확인됐다. 보다 중요한 점은 부작용이나 중독 현상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번 분석결과 연구에 참여한 70%의 학생들이 불면증, 두통, 복통, 어지러움 등을 호소하긴 했지만, 이는 위약을 먹은 통제집단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된 현상들이었다. 다만 연구팀은 이 연구들이 모두 단기 복용 상황만을 가정한 것으로, 장기 복용했을 경우의 위험성은 검토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팀은 두뇌 기능 향상 효과가 입증됐으면서 부작용도 없는 최초의 약제인 만큼, 모다피닐의 사용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빠르게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모다피닐은 처방전 없이 구매 불가한 약물임에도 불구, 영국에서 실시된 설문 결과 이미 옥스퍼드 대학교 학생의 25%, 영국의 전체 학생의 20%가 이 약을 사용해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학교들은 해당 약에 대한 대처 방안을 그동안 꾸준히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신경정신약리학자모임(European College of Neuropsychopharmacology) 대표 가이 굳윈 교수는 “학생들이 모다피닐을 시험 준비 등에 사용해 이점을 취하는 경우를 생각해 수 있다”며 “그동안 그 존재여부가 확실하지 않았음에도 ‘똑똑해지는 약’의 분류와 취급에 대한 논쟁은 계속돼왔다, 이제 그 존재가 확인된 이상 논의를 속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신경정신약리학’(Neuropsychopharmacology) 저널 온라인판에 8월 20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서울시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 도입

    서울시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 도입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17일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SH공사, 농수산식품공사, 시설관리공단 등 5개 서울시 투자기관장을 임명할 때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내년 6월 초 임기가 끝나는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첫 청문회 대상이 될 전망이다. 나머지 기관은 아직 임기가 2년여 남았다. 인사청문회 대상은 앞으로 20개 서울시 투자기관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시의회는 일부 지자체처럼 부시장 임명에도 청문회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광주·인천·대전·전남 등이 기관장을 임명할 때 의회가 도덕성과 업무 수행능력 등을 검증하고 있다. 서울시는 후보자 신상 검증이 아니라 경영능력과 정책수행능력을 인사청문회에서 사전 검증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청문회의 법적 구속력은 없다. 즉 시의회가 기관장 임명을 반대하더라고 박원순 시장은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는 공개를 원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후보자 자진사퇴 등 변수는 발생할 수 있다. 지난 4월 광주시의회가 김대중컨벤션센터 사장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내자 후보자가 자진사퇴, 재공모가 이뤄졌다. 지난 4월 서울시와 시의회는 협약서의 ‘추후 대상기관을 확대해 나가도록 노력한다’는 문구를 놓고 갈등을 빚어 협약이 넉 달여 미뤄졌다. 다른 지자체도 방만한 지방재정 운영을 막으려면 청문회를 통해 능력 있는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는 의회와 인사권을 행사하려는 지자체장 간의 줄다리가 이어지고 있다. 박노수 서울시의회 수석전문위원은 “인사청문회에 시민도 포함해 서울시가 전국의 모범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사설] 안하무인 재벌가 3세의 갑질

    드링크제 박카스로 유명한 동아제약 회장 아들의 ‘갑질’이 도마에 올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의 모 병원 주차장 관리 직원의 노트북 컴퓨터를 부순 혐의로 동아제약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정석 사장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에 이어 되풀이되는 재벌가 자제들의 안하무인격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권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의 반사회적인 행동과 일탈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히 다스려야 할 것이다. 강씨는 병원에 세워 놓은 자신의 차량에 무단 주차 경고장이 붙자 항의하려고 주차 관리실을 찾았다가 노트북을 던졌다고 한다. 병원에 주차 등록을 해 놓지 않은 차량이어서 직원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었다. 그는 등록차량 주차 갱신을 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경고장을 붙이니까 화가 나서 그랬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그래도 주차 관리원의 값비싼 사무용품을 파손한 행위는 도가 지나쳐도 많이 지나쳤다. 보통 사람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돈 있고 힘 있으니 상대방을 하인 취급해도 된다는 알량한 선민의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재벌가 사람들의 일탈 행동은 잊을 만하면 터지는 일상사가 되고 있다. 승무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 말고도 그동안 있었던 그들의 갑질을 꼽으려면 손가락이 모자란다. 모 제과회사 사장이 호텔 도어맨을 장지갑으로 폭행한 사건, 의류 회사 회장이 공항에서 항공사 직원의 얼굴을 신문지로 때린 일, 시위를 벌이던 사람을 야구방망이로 때린 뒤 매값 2000만원을 준 모그룹의 2세 사건 등이다. 능력 검증도 없이 오로지 부모 잘 만난 덕으로 일반인이나 직원들 위에 군림하고 횡포를 부려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던 이들이다. “사회 질서를 무시하는 전형적인 갑질”이라는 누리꾼들의 비난과 분노를 산 것은 당연한 결과다. 재벌 2, 3세들의 몰지각한 행태는 우리 사회에 ‘반재벌 정서’를 확산시킬 뿐이다. 기업 경영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비자 불매 운동의 희생양이 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성을 잃고 장소를 불문하고 ‘분노조절장애’ 증세를 보이는 이들을 국민은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커녕 최소한의 양식도 없는 재벌 2, 3세들의 행태를 국민은 더는 용납하지 않는다. 돈과 권력을 자랑하기에 앞서 그에 걸맞은 도덕성부터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풍문… ’부터 ‘용팔이’까지…‘갑을 문화’ 풍자 드라마 인기 비결은

    ‘풍문… ’부터 ‘용팔이’까지…‘갑을 문화’ 풍자 드라마 인기 비결은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을 문화’를 정조준한 드라마들이 뜨고 있다. 그동안 재벌 2세들이 등장하는 숱한 재벌 드라마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빈부 차이로 생긴 갑을 관계를 소재로 우리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올 초 발생한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백화점 VIP 모녀 사건은 물론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까지 현실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재벌들의 ‘갑질’에 대한 통쾌한 풍자가 안방극장을 관통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부터 갑을 문화를 다룬 드라마들은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꾸준히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 2월에는 대한민국 1% 초일류 상류층의 속물 의식을 그린 SBS 월화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가 갑을 문화를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그려 인기를 모았다. 뒤이어 방송된 ‘상류사회’와 ‘가면’은 경영권 앞에서 가족도 안중에 없는 재벌가의 비정한 이야기로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원제가 ‘재벌의 딸’이었던 SBS 월화 드라마 ‘상류사회’는 ‘개룡남’(개천에서 용 된 남자)을 내세워 재벌의 딸을 유혹해 갑의 세계로 신분 상승을 하려는 세태를 통해 물질주의에 눈먼 요즘 젊은 세대를 풍자했다. ‘가면’은 평범한 백화점 여사원에서 상류층 여인 행세를 하게 된 변지숙(수애)을 통해 을에서 갑으로 신분이 뒤바뀌어도 돈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주제를 부각시켰다. 방송 4회 만에 16%를 넘는 시청률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SBS 수목 드라마 ‘용팔이’도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병원에서까지 만연한 갑을 문화를 꼬집는다. 돈이 된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외과의사 태현(주원)을 주인공으로 한 이 드라마는 한신그룹의 제1상속녀인 여진(김태희)이 누워 있는 병원의 VIP 전용 병동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 병동에 입원한 사람들은 환자가 아닌 ‘고객’이라고 불린다. 의료진은 이곳에 입성하는 동시에 출셋길을 보장받은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태현은 어머니를 치료하던 의사가 VIP 환자를 치료한다면서 사라져 어머니를 잃은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의사들마저 돈에 휘둘리는 현실을 풍자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신그룹의 며느리 채영(채정안)의 ‘갑질’도 공분을 자아낸다. 그는 한신병원에 들렀다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신입 주차직원을 그 자리에서 해고하는가 하면 자신의 전용 병실에서 다른 사람이 진료를 받은 사실을 알고 벌컥 화를 낸다. 방송사 입장에서 재벌이 주로 등장하는 이들 드라마는 충분히 장사가 되는 아이템이다. 비주얼적으로는 재벌의 화려한 생활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내용적으로는 갑을 문화를 지적해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SBS의 한 관계자는 재벌 드라마를 계속 만드는 이유에 대해 “서민의 삶을 소재로 한 드라마도 의미 있지만 시청률 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화려한 볼거리를 선호하는 시청자들의 취향을 따라간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 관계자들은 “재벌 드라마가 많이 나오는 것은 간접광고(PPL)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풍문으로 들었소’의 주 무대였던 한옥과 양옥을 결합한 집은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로 화제를 모았고 ‘가면’에서도 서은하(수애)가 모델로 있는 의류업체의 옷과 상호가 수시로 등장했다. ‘용팔이’도 일반 환자와는 출입구조차 다른 VIP 병동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갑을 드라마의 인기는 물질 만능주의 사회의 초상”이라고 경고했다. 윤 교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며 돈 앞에선 도덕이나 정의, 양심조차 필요 없어진 사회 현실을 드라마가 반영한 것”이라면서 “시청자들은 기본적으로 비판 의식을 지니지만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는 대리 만족을 하려는 심리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갑을 드라마는 과거 선망의 대상이었던 재벌을 비판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게 차별점이다.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씨는 “최근 우리 사회의 갑을 논란은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대한 대중의 비판 의식을 키웠고 드라마나 영화상의 판타지를 통해 이를 해소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경제적으로 계층 이동이 어려워진 현실에서 재벌의 갑질에 맞서는 갑을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통쾌함과 대리 만족을 주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관료형 군대’로 변해 가는 조직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관료형 군대’로 변해 가는 조직

    1961년 5·16 군사정변 이후 군 출신인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연이어 집권하면서 군은 30여년간 국가를 통치하던 최고 엘리트 집단이 됐다. 1993년 출범한 김영삼 정부가 군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척결하면서 비로소 군에 대한 ‘문민 통제’의 기틀이 마련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현재 군의 정치 개입 가능성은 줄었지만 ‘전투형 강군’보다 조직 이기주의와 복지부동이 만연한 ‘관료형 군대’의 경향만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창군 이래 군은 행정기관인 국방부 외에도 육해공군과 합동참모본부, 방위사업청과 병무청, 26개의 국방부 직할부대를 거느린 매머드 조직으로 변모했다. 소속원만도 군인 63만 700여명, 군무원 2만 6300여명에 달한다. 국방부 자산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171조 1475억원, 부채는 130조 9037억원에 이른다. 올해 예산으로는 37조 4560억원을 사용하고 내년 예산으로 무려 40조 1395억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같은 양적 성장을 바라보며 군이 안보를 빌미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조직 확장에 목매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선도 늘어나고 있다.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2014 범국민 안보의식 조사’에서 ‘우리 군이 국방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비효율적’이라는 응답이 49%로 ‘효율적’이라는 응답 17.8%보다 31.2% 포인트 높았다. 특히 전문가 집단에서는 비효율적이라는 응답이 60%로 효율적이라는 응답 10%보다 50% 포인트나 높아 방만한 운용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는 ‘싸우는 군대’를 지향해야 할 군 조직이 진급과 보직에만 목을 매고 장성 자리를 지키는 데 급급하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 사석에서 만나 “미군 장성은 훈련이 어떻다, 새로운 무기체계가 어떻다는 식의 전쟁 관련 이야기를 즐겨 하는 반면 한국군 장성은 누가 참모총장이 되고 합참의장이 될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주로 한다”고 개탄했다. 군의 방만한 인력 관리는 상위 직급의 군살 빼기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분명해진다. 국방부는 2011년 5월 국방 개혁을 통해 444명인 장군 수를 2015년까지 30여명 줄이고 2020년까지 부대 구조 개편을 통해 30명을 추가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실이 국방부에 요청한 자료에 따르면 장군 정원은 2013년에 불과 3명 줄어 현재까지 441명이다. 2003년 69만명 수준이던 군 병력이 올해 91%인 63만명 수준까지 줄었는데도 장군 정원은 큰 변동이 없다. 국방부 21세기 개혁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심동보 예비역 해군 준장은 “1995년에도 한국군이 병력집약형에서 기술집약형 군대로 변모하고 2012년까지 적정 병력을 40만명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20년째 제대로 된 개혁을 못하고 있다”며 “육군 출신들이 장군 숫자를 줄이기 싫어하는 것이 근본 이유”라고 지적했다. 군 당국의 도덕적 해이는 국회의 지적을 무시하며 인력을 초과 운용하는 현실에서도 드러난다. 군 인사법 24조 3항은 부사관 중 하사로 5년 이상, 중사로 11년 이상 재직한 사람을 각각 중사와 상사로 근속진급시킬 수 있도록 하면서 근속진급 인원만큼 진급한 계급의 정원이 늘어나고 진급 전 계급의 정원이 감소한 것으로 보도록 규정했다. 이 같은 규정에도 육군은 지난해 중사 2만 2539명을 운용했고 이는 근속진급을 고려한 정원보다 1728명 많은 숫자다. 해군 하사는 25명 초과한 5548명, 공군 상사는 99명 초과한 5221명을 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군에 대한 입법부 통제가 확립된 미국은 의회가 선발예비군 정원을 포함해 매년 현역 군인 총정원을 인가하도록 규정한다. 또 부사관의 최상위 계급 정원의 상한을 정하고 장교 총정원 크기에 따른 영관장교의 군별·계급별 상한, 장군의 정원과 계급별 정원 상한을 정해 군이 함부로 정원을 늘리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국방 조직과 정원을 대통령령과 국방부 훈령 수준으로 관리하는 데 비해 미국은 구속력이 강한 법률로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 얼마나 진정한 ‘문민 통제’를 구현하고 있는가의 차이임을 알 수 있다. 김종탁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 군도 장군 정원을 장교 총정원의 몇 % 이내로 제한하는 식의 ‘국군정원법’(가칭)을 제정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열린세상] 광복과 분단의 소중한 교훈/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부장

    [열린세상] 광복과 분단의 소중한 교훈/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부장

    내일은 조국이 광복되고 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날이다. 민족사에서 광복만큼 큰 기쁨은 없었고 분단만큼 큰 아픔도 없었다. 광복을 우리의 힘만으로 쟁취하지 못했기에 큰 아쉬움이 남으며, 분단 또한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됐기에 회한이 밀려든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70년을 안타까워하고 뉘우치고 때로는 한탄하며 보냈다. 하지만 비록 조국은 분단됐지만 국가 정통성은 한국에 의해 보존됐다. 더욱이 지난 70년간 한국은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고속 성장과 민주화의 발전을 이룩했다. 1648년 근대 국가체제 성립 이후 국가의 평균 수명이 채 20년이 넘지 못하고, 종전 이후 한국만큼 성장한 국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의 지난 70년은 경이와 축복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의 현실은 지난 70년의 기적에 자족하며 안주할 정도로 그리 녹록지 않다. 국가의 성장은 지체되고 있고, 사회적 갈등은 국가의 권능과 제도의 기대를 넘어서고 있다. 심지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북한의 안보 위협 속에서, 그리고 주변 강대국들과의 치열한 국익 다툼 속에서 때로는 국가의 생존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역사는 되풀이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들은 되풀이한다”라는 볼테르의 말처럼 이 땅의 우리가 무엇인가를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우리 한국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가. 아마도 이에 대한 해답은 우리 조국이 걸어온 광복과 분단, 그리고 이후의 70년 역사 속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래를 알고 싶거든 과거를 보라”라는 처칠의 잠언(箴言)처럼 말이다. 첫 번째 교훈은 국가의 최우선적 목표는 바로 생존이라는 점이다. 생존 없이는 번영도 없다. 냉엄한 국제정치 현실에서 국가의 생존은 국력에 달렸다. 구한 말 우리의 조상은 국제정세의 흐름과 우리의 능력을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오로지 실체 없는 도덕적 이상과 기약 없는 타국의 호의에만 의지했다. 그 결과 1904년 러일전쟁 직후 이토 히로부미가 고종 황제에게 주권 포기를 강요하는 진실의 순간이 찾아오고야 만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일본이 그랬듯이 근대화를 통한 국력 배양에 힘썼더라면, 국가의 생존은 부국강병을 통해 쟁취해 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우리는 패망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을 비켜 나갔을지 모른다. 또한 광복이라는 단어가 낯선 세상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국력 배양이 생존과 번영의 충분조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소중한 교훈이다. 국가의 능력은 상대적이다. 따라서 국력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의 문제가 중요하다. 즉 국가가 선택한 정치체제하에서 지도자가 어떠한 국가 전략을 어떻게 추진해 나가느냐를 통해 국력 운용의 성패는 결정된다. 분단 이후 근 20년 동안 북한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한국보다 상대적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이후 반세기 만에 북한은 지구촌의 대표적 실패 국가로 전락했다. 국가의 안위는 위태롭고 주민들은 굶주리고 있다. 북한이 후진적 정치체제를 고수하며 잘못된 국가 전략과 퇴행적 리더십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디로 그리고 어떻게 가야만 하는가. 해답은 통일에 있다. 통일은 한민족 공동체의 평화로운 생존과 번영에 소중한 기반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보다도 국력 강화를 위해 배전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통일을 위해서는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와 협력 그리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대 확산이 중요하다. 국력의 신장만이 외교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외교를 위한 나침반으로 정교한 국가 대전략도 필요하다. 이 속에 통일 청사진과 함께 민족의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한 혜안들이 담겨야 한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86%는 통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의 기대를 실현해야만 하는 냉엄한 책임이 이 땅의 지도자들에게 있다. 통일이 되는 날, 분단은 종식되고 우리는 제2의 광복이라는 또 다른 역사의 진실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광복 70년이 되는 이날 그러한 벅찬 환희를 고대한다.
  • [광복절 특별사면] 與 “고뇌에 찬 결단” 野 “공약 파기”

    여야는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이라며 환영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사면은)대통령 공약과 배치되는 것”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 14명과 중소영세상공인을 포함한 서민 생계형 사범까지 모두 220만명을 사면했다”면서 “법 질서 확립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견지하면서도 국민 대통합과 경제살리기를 위한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아울러 이번 특사가 경제 회복의 계기가 되고 도약의 발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면서 “사면 대상자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철저한 자기 반성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해 달라”고 당부했다. 새정치연합은 ‘공약 파기’라고 규정하며 비판에 나섰다. 유은혜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배주주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를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번 사면은 이런 공약과 크게 배치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사면 대상에 횡령·배임 등 경제사범이 포함된 사실을 언급, “우리 사회의 도덕적 불감증, 시장경제질서 교란 행위를 용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유 대변인은 “4대강사업, 용산재개발사업, 제주해군기지 등 정부가 민주적이지 못한 절차로 강행한 대형 국책사업으로 발생한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사면이 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법원 “일본 제작 야동도 저작권 보호 대상”

    이른바 ‘야동’이라 불리는 음란 동영상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14부(김형천 부장)는 일본 동영상 제작업체 15곳과 이들 업체로부터 영상 발행권을 받은 한국업체가 국내 파일 공유 사이트 운영사인 D사를 상대로 낸 ‘영상물 복제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D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5곳에서 해당 일본 업체들이 제작한 영상 4000여 건을 복제하거나 전송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이 판결로 일본 업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음란 영상 제작업체도 국내 파일 공유 사이트 운영업체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재판부는 이날 “해당 영상에 남녀의 성행위 장면이 나오는 등 음란한 내용이 담긴 영상물이지만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될 수 있다”며 “해당 사이트 회원이 영상을 내려받아 저장하면 복제권 침해, 영상을 해당 사이트에 올려 다른 사람이 내려받을 수 있게 하면 전송권 침해에 각각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D사는 사이트 회원이 영상 제작업체의 허락 없이 영상을 올리거나 내려받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포인트 적립 등으로 이런 행위를 조장했다”며 “해당 저작물의 불법 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저작권법 보호를 받는 저작물의 대상은 ‘창작적인 표현양식’을 담고 있으면 되는 만큼 사상이나 감정의 윤리성 여하는 문제가 되지 않아 내용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표현이 있더라도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라는 대법원의 1990년 판례를 인용했다. 대법원도 지난 6월 19일 음란한 내용이 담긴 영상저작물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고 이를 불법 공유한 사람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29일 국가직 7급 공무원시험 과목별 필승 대비법(하)

    29일 국가직 7급 공무원시험 과목별 필승 대비법(하)

    올해 730명을 선발하는 국가직 7급 공무원 공개채용시험이 오는 29일 치러진다. 서울신문은 공무원 시험 전문학원인 ‘박문각 남부고시학원’ 강사들의 도움으로 시험의 특징과 대비법을 전격 분석했다. 지난회 헌법, 행정학에 이어 행정법, 경제학의 출제 경향과 대비법을 소개한다. 수험생들의 합격을 좌우할 주요 과목들의 마무리 전략 등을 살펴봤다. 9급 공무원시험에는 포함되지 않은 경제학은 7급 시험을 준비하는 초창기 수험생들에겐 꽤 까다로운 과목이다. 기본서를 통한 이해가 선행돼야 문제를 손쉽게 풀 수 있기 때문에 학습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소요된다. 함경백 강사는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시점에는 기본서 위주의 이해가 이미 끝나 있어야 한다”며 “이해 위주로 공부했던 방대한 분량을 시험 출제 경향에 맞게 정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최근 5년간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핵심 빈출 포인트, 중요도, 흐름 등을 집중적으로 복습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가장 큰 복병인 계산 문제의 경우 개념이나 원리에 입각한 긴 풀이 방법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요령을 숙지해야 한다. 남은 시간 동안 계산 문제는 반복에 반복을 거듭해 실수와 오류를 줄이고 시간 안배에 애써야 한다. 최근 경제학 과목은 이론과 공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계산 문제의 출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경제학, 행동경제학 분야도 마지막까지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함 강사는 “공무원 경제학 시험에서 10년 동안 4회 이상 출제됐던 A급 출제 포인트에 대해서는 반드시 다시 출제된다는 생각으로 반복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주 출제되는 개념을 정리하면 미시경제학에서는 게임이론, 조세 부과의 효과, 외부효과, 완전경쟁기업, 노동에 대한 수요와 공급, 공공재, 코스의 정리, 소득탄력성과 교차탄력성, 규모에 대한 수익과 규모의 경제 등이 있다. 특히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는 8년, 조업중단점과 손익분기점은 6년 잇달아 출제됐다. 거시경제학에서는 9년 연속 출제된 솔로 성장 모형과 IS-LM 기울기와 정책효과, 8년 연속 출제된 GDP디플레이터와 CPI 등에 주목해야 한다. 새롭게 출제된 유형인 새고전학파와 새케인스학파의 비교, 구매력평가설, 이자율평가설 등에도 대비해야 한다. 국제경제학에서는 먼델플레밍 모형이 최근 6년, 비교우위론이 3년 연속 출제됐다. 행정법은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출제되는 편이기 때문에 난도가 비교적 평이하다. 통상 총론에서 13~14문제, 각론에서 6~7문제가 출제된다. 행정법 법령을 토대로 법령 그 자체를 묻거나 행정법 이론의 흐름을 관통하는 판례에 대해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7급 시험에서는 총론 부분에서 사인(私人)의 공법행위 등 행정법통론, 제3자효 행정행위, 허가·특허 및 인가 등 행정행위, 환지계획의 처분성을 묻는 행정계획, 행정절차법상 행정절차, 정보공개법상 정보공개청구 등이 출제됐고 각론 부분에서 지방자치법, 국가공무원법상 징계, 토지보상법상 공용수용의 절차 등이 나왔다. 박준철 강사는 “총론과 각론을 복합선택지로 조합하고 옳은 것을 묻는 문제가 많으면 체감 난도가 높아진다”며 “지난해는 판례와 법조문, 사례 위주의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행정법은 판례의 태도, 입장, 내용을 묻는 유형이 70~80%를 차지한다. 하지만 단순히 판례의 결과만 묻지는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사실관계가 다른 판례를 하나의 법리로 연결할 수 있는지 또는 동일한 원칙으로 묶어낼 수 있는지를 묻는 유형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박 강사는 “1~2문항 정도는 행정법 기본 이론과 관련 법령 및 판례에 바탕을 둔 사례 연구형으로 어렵게 출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지금 시점에서는 행정법 관련 법령 및 조문의 기초 이론에 대한 학습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야 한다. 해마다 낯선 선택지문이 등장하지만 해당 지문이 어떠한 법의 이론, 판례와 연결되는지 핵심 포인트를 잡는 연습이 필요하다. 특히 중요 판례 정리와 함께 최신 개정 법령, 판례에 대한 학습은 시험장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손에서 놓지 않아야 한다. 박 강사는 “최근 10년간 기출문제를 반드시 풀어보면서 빈출 개념을 정리하고, 기본 개념의 응용과 사고력의 확장을 요구하는 문제를 풀어보는 게 최선”이라면서 “특히 판례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학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목별 대비법 못잖게 중요한 것은 시험 당일 최상의 몸 상태 유지다. 무리한 학습이나 신체리듬을 깨는 생활 습관은 지금부터 삼가는 게 좋다. 함 강사는 “무리하게 학습 일정을 짜기보다 이미 아는 부분에 대한 복습과 함께 실수를 줄이는 연습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시험 당일 몸 상태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으니 건강관리에 한층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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