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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6
  • 英총리 “취임 전 역외펀드 주식 매각”

    아르헨티나 대통령 檢 수사 직면… 각국 정상들 사임 이어질지 촉각 사상 최대 조세회피 의혹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각국 정상들이 조사 압력을 받는 등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7일(현지시간) ITV 뉴스에 자신과 부인이 공동 계좌를 통해 부친 이언 캐머런(2010년 사망)이 조세피난처 바하마에 설립한 투자펀드 ‘블레어모어 홀딩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2010년 1월 이를 약 3만 파운드(약 5000만원)에 매각했다고 말했다. 2010년 5월 총선 승리로 총리에 취임하기 넉달 전이다. 캐머런 총리는 “배당소득세를 냈다. 자본이득세는 면세 한도여서 내지 않았지만 관련된 모든 영국 세금에 따라 처리했다”며 탈세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것도 숨길 게 없다. 부친과 그가 세웠던 사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자신에 대한 비난이 블레어모어가 탈세 의도로 설립됐다는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항변했다. 영국 채널4뉴스는 전날 이언 캐머런이 영국 왕실령으로 조세피난처인 저지섬에 등록된 역외펀드 ‘폐쇄형 국제주식성장펀드’의 이사였고 2009년 사임할 당시 이 펀드의 주식 최소 6000주를 소유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파나마 페이퍼스에 등장한 영국인들에 대한 조사에 총리의 재산도 포함돼야 한다며 공세를 폈다. 톰 왓슨 노동당 부대표는 복잡한 탈세 수단 이용은 “도덕적으로 잘못된 짓”이라며 “캐머런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탈세와 연관된 역외펀드의 주식 소유를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이름이 오른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날 검찰 수사에 직면했다. 아르헨티나 검찰은 마크리 대통령에 대한 수사 승인을 법원에 요청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에 취임한 그는 바하마에 설립된 회사 ‘플레그 트레이딩’과 ‘가게무샤’에서 이사 직함을 가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역외펀드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던 사실이 파나마 페이퍼스에 의해 폭로되자 결국 사임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금요 포커스] 정부 신뢰, 관리가능한가/정윤수 한국행정연구원 원장

    [금요 포커스] 정부 신뢰, 관리가능한가/정윤수 한국행정연구원 원장

    신뢰, 곧 믿음은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그러나 그 정의에 관계없이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 신뢰의 확보라 할 수 있다. 공자는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나라를 이루는 세 요소가 군사와 식량과 백성의 믿음이며, 이 중 둘을 버리고 하나를 남긴다면 그것은 백성의 믿음)이라며 국가는 백성의 신뢰 없이는 성립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신은 드라마틱한 우리 역사의 한 대목인 고려 말·조선 초 시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나라는 백성으로 보전되고, 백성은 믿음으로 보전된다’(정몽주),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그들은 따를 것이고, 얻지 못하면 떠날 것이다’(정도전) 모두 국민의 신뢰가 곧 나라를 유지하는 힘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는 경구들이다. 같은 생각으로 통하는 두 말씀의 주인공이 고려조의 존폐를 놓고 대립한 정몽주와 정도전이라는 사실은 국민의 신뢰가 국가 성립과 존속의 핵심가치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왕조시대의 정부가 그러할진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신뢰가 갖는 중요성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세계 각국 정부의 화두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07년에서 2012년 사이에 전 세계 주요 41개국 가운데 정부에 대한 신뢰수준이 하락한 나라(26개국)가 상승한 나라(13개국)의 두 배에 이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시행하는 사회통합조사에서 ‘정부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5점 만점에 3점을 넘지 못하고 몇 년째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렇지만 사회갈등 해소의 중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집단으로 ‘정부’가 매년 1위에 꼽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가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회 각 부문에서 지난 시대 압축성장의 부작용인 부실과 비효율 그리고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국민들은 이를 선도적으로 해결할 책임이 바로 정부에 있고 그럴 역량도 정부가 충분히 갖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한국의 성장과 세계화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이뤄졌다. 급속한 변화는 정책 문제들의 속성과 구조도 바꾸어 놓았다. 이를 흔히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라 일컫는다. 이는 이해 자체가 어렵고 다른 부문들과 밀접하게 얽혀 있으며 해결책 간에 옳고 그름도 없는, 이전과 다른 독특한 문제들을 말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 대두된 정책 난제들은 사실상 모두 이 범주에 속한다. 정부 특정 부서의 관할권·정책·규제의 범위와 일치하지 않는 사회문제이거나 다양한 조직과 이해관계자의 지지와 자원을 동원하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한 사회 문제, 그리고 문제의 범위가 넓어 어느 한 행위자의 정보·자원·권한으로는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이른다. ‘사악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크게 세 가지다. 당면한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함으로써 정부의 권위를 스스로 세워야 하고, 다양한 시각들이 자유로이 경쟁하고 또 협력하도록 조율해야 하며, 정보공개와 소통을 통해 시민들을 실질적으로 정책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정부가 ‘믿을 만한 존재’라는 국민 인식이 형성되어야 가능하다. 정부가 문제를 잘 알고 제대로 해결하리라는 믿음, 정부가 국민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보고 어떤 부분에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지, 우리 사회의 통합은 어디에서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관리체계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많은 국가들과 국제기구들이 정부 역량을 측정하기 위해 국제경영개발원(IMD)이나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지수 같은 하드웨어적인 지표 외에도 부패, 민주화, 전자정부, 지속가능발전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지표를 조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신뢰, 행복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다루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 정부도 전문성과 도덕적 역량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지표를 세워 신뢰받는 국정운영을 위한 잣대로 삼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상생의 동양문명이 세계평화 이끈다…그 중심은 한반도”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상생의 동양문명이 세계평화 이끈다…그 중심은 한반도”

    검은 갓, 흰 도포에 꼬장꼬장한 말과 몸짓…. 종교지도자 모임이나 국경일 행사 기념 촬영 때면 나란히 선 인사들 속에 독특한 외모의 한 노인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지난 31년간 줄곧 국내 민족종교를 이끌어 온 한양원(93)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말고도 그가 가진 직함은 아흔을 넘긴 노인에겐 과하다 싶을 만큼 수두룩하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공동회장,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 이사장, 갱정유도 도정(대표), 한국서당문화진흥회 이사장…. 그중에서도 민족정기와 겨레얼 살리기는 평생을 바쳐 천착한 으뜸의 숙제다. 서울 답십리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난 한 회장은 자타 공인의 ‘민족종교 대부’답게 대면부터 민족정기와 겨레얼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민족종교협의회를 31년간 이끌어 왔다. 민족종교협의회는 어떻게 시작됐나. -1983년 염보현씨가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무렵이었다. 당시 민족지도자인 안호상 박사에게 사직공원에 단군궁을 건립하는 데 2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제의를 했다. 개천절, 삼일절, 광복절 행사를 함께 치르며 민족정기를 고취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거의 성사를 앞두고 일부 개신교 측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당시 내가 갱정유도 총무를 맡고 있었는데 문제가 많다 싶었다. 그래서 당시 명맥만 유지하고 있던 민족종교친목회를 확대해 1985년 지금의 한국민족종교협의회를 탄생시켰다. 당시 34개 민족종교 교단이 참여했다. →지금 민족종교계의 형편은 어떤가. -흔히 알려진 대로 일제강점기 애국애족 운동에 누구보다 앞장선 게 민족종교였다. 3·1운동을 시작한 게 천도교였다면 임시정부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건 대종교였다. 독립군 양성을 위해 북만주에 무려 11개의 학교를 세운 것도 모두 민족종교였다. 조선총독부의 미움을 샀던 민족종교는 일제가 물러간 후에도 잔재가 남은 탓에 사이비 종교 취급받기 일쑤였다. 이런저런 탄압을 받거나 운영난으로 교세가 위축된 민족종교들이 적지 않게 도태됐다. 지금은 원불교, 천도교, 대종교, 갱정유도 등 12개 교단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민족종교들은 교리와 운영 면에서 모두 잘 유지하고 있다. →한 회장이 대표로 있는 갱정유도는 일반인에겐 좀 생소하다. 어떤 종교이며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선(仙)·불(佛)에 바탕하면서 인륜의 도리를 유도로써 밝혀 나가는 유불선 삶의 병행이 핵심이다. 기미년 독립만세운동 당시 태극기 300장을 직접 만들어 순창시장 사람들에게 나눠 주며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도조 강대성이 해방 3년 전 전남 순창 회문산에 갱정유도회 본부를 만든 게 시작이다. 강 도조는 일본에 대적해 독립운동을 제대로 하자는 뜻을 세웠었다. 나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에 입도했다. 내 인생의 좌표를 정한 시기였다. 좌우익 혼란기엔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회문산의 갱정유도에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평생을 겨레얼 살리기에 천착해 살아오셨다. 왜 그렇게 겨레얼 살리기를 중시하는가. -일제강점기엔 우리말과 글을 못 쓰고 배우지 못하게 했다. 한마디로 우리 문화 죽이기다. 일본이 패망해 쫓겨 간 뒤엔 미국과 소련이 주둔한 채 민족이 반 동강 났다. 지금은 어떤가. 세계적으로 우수한 우리말과 글을 두고도 남녀 노소가 모두 영어 배우기에 혈안이다. 외래 문화가 판치고 그것을 우리 것으로 알고 가르친다. 건국 이념과 우리 문화, 역사를 다시 살려야 한다.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는 현재 외국에 17개 지부를 두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보다 외국의 동포들이 더 겨레얼 살리기 운동에 적극적이다. 웃지 못할 현상 아닌가. →민족종교가 그 일을 주도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건강한 우리의 정신문화를 바탕으로 물질문명을 병행시키자는 것이다.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했는데도 정신문화는 반대로 추락한다. 정신이 퇴폐해진 가운데 경제만 성장하면 싸움과 다툼이 만연하고 안정된 평화를 찾을 수 없다. 과거 서당, 서원만 있던 시절에도 성현군자와 영웅호걸이 나와 세상을 밝혀 나갔다. 지금은 어떤가.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다양한 교육시설과 기관이 있는데도 정신문화는 날로 쇠락해만 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민족종교계를 이끌어 오면서 다른 종교인들과 폭넓게 교류한 것으로 유명한데. -갱정유도 총무로 일하면서 많은 이들과 만나 조언을 듣고 함께 일했다. 서울에 처음 올라와 초대 성균관대 총장을 지낸 유교의 심산 김창숙 선생 비서로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작고한 통일교 문선명 총재와는 주역 공부를 놓고 가까워진 적이 있었다. 불교의 경봉·효봉·청담 스님, 개신교의 강신명·한경직 목사와도 허물없이 자주 만났다. 그 때문인지 지난해 금강산에서 남북 종교인 만남 때 북측 대표로 나온 강지영씨가 7대 종교 지도자 중 아는 사람이 나뿐이라며 분위기를 좀 풀어 달라고 주문했었다.(웃음) →요즘 종교의 가치 전도가 공공연하게 회자된다. 종교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종교가 본질을 벗어난 채 자꾸 외도로 빠져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공자나 예수, 석가가 하신 말씀 그대로를 모르는 사람에게 전해서 하늘의 이치를 깨닫게 하고, 진리를 알게 하도록 하는 게 종교 아닌가. 황금에 매여 진리와 복음을 제대로 못 전해 사회가 어두워진 탓이 크다. 정치 사회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지도자들이 먼저 부패해졌으니 자기가 썩은 줄 모르고 국민이 썩은 줄만 알고 있다. 일반인들도 각성해야 한다. 옛날 배고프고 어렵던 시절에도 나와 내 가정보다 사회와 나라 걱정을 먼저 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살겠다는 생각에서 물러나 이웃도 나와 같이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길을 솔선해 살펴야 한다. →남북 관계가 꽁꽁 얼어붙었다. 지금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보나. -우리 민족은 본디 피와 언어, 사상, 건국이념이 모두 하나였다. 지금 남북 관계가 유례가 없을 만큼의 경색국면이라고들 한다. 우리 본래의 민족정신을 빨리 되찾느냐 못 찾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겨레얼을 먼저 살리자는 것이다. 통일은 미국, 중국, 러시아의 것이 아니다. 남이 해 주기를 바라서야 되겠나. 남과 북 모두 외세 주도를 벗어나 하루속히 우리끼리 손잡고 뜻과 힘을 모아야 한다. 이미 한참 전에 냉전이 끝났는데도 남북한만 갈라져 있다. 강대국들이 제 이해관계를 따져 통일 후 한반도에도 간섭하려 든다면 또다시 식민지가 되고 말 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당선 점괘를 봐 주는 등 주역에도 통달한 종교인으로 유명하다. 통일 전망을 한다면. -그동안 서양이 상극의 전쟁·물질 문명에 편승해 세계를 좌지우지하며 동양까지 끌고 다녔다. 이제 동양으로 운이 넘어왔다. 지금까지는 도적질 잘하는 사람(서양)이 성공했지만 앞으로는 상생과 평화, 그리고 도덕을 우선시하는 동양문명이 세계 평화를 이끌어 갈 것이다. 그리고 세계 중심국은 한반도가 될 것이다. 우리의 건국이념이 바로 온 인류가 함께 유익하게 살자는 ‘홍익인간’ 아닌가. 세계에서 1000여회의 외세 침략을 받으면서도 단 한 번 남을 침략해 본 적이 없는 나라다. 마지막까지 남북한이 시험을 겪는 중이다. 다시 말하면 임신부가 세계를 이끌어 갈 옥동자를 낳기 위한 산고의 순간으로 보면 된다. 내가 보기엔 통일의 기운이 10년 전후에 들었다. 과학문명의 발달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통일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본다. →여생에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일제강점기와 해방을 넘어 온 나라가 외래 문화에 휩쓸린 지 100년이 넘었다. 우리 것을 살려 낼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 그래서 수도권에 민족문화대학을 하나 세우는 게 꿈이다. 반만년 역사의 우리 문화와 정신을 제대로 알고 국민에게 오롯이 전달할 인재를 무료로 교육하는 구심체가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예절 교육의 터전인 서당문화마을을 호남권에 꼭 하나 만들고 싶다. 전통서당문화진흥회와 갱정유도가 매년 한 차례씩 전북 남원에서 열고 있는 대한민국 서당문화한마당은 그 모태가 될 것이다. 이달 초 15회 서당문화한마당 행사엔 외국인을 포함해 1500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루었다.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한양원 회장은 ▲1923년 전북 남원 출생 ▲1933년 광의보통학교 졸업 ▲1937년 순천서당 및 용담서숙 수학 ▲1943년 지리산 입산 수도 ▲1946년 민족종교 갱정유도 입도 ▲1976년 갱정유도 총무·도무원장 및 도정(대표·현) ▲1985년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창립회장(현) ▲1991년 사단법인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현) ▲1997년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현) ▲1999년 민족정기선양협의회 공동대표(현) ▲2001년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공동회장(현) ▲2002~2003년 개천절민족공동행사 공동위원장(남측대표) ▲2003년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 창립대표 ▲2005년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 이사장(현)
  • “조세 회피는 재정 문제 아닌 민주주의 문제…지구적 연대 필요”

    “조세 회피는 재정 문제 아닌 민주주의 문제…지구적 연대 필요”

    "세금을 덜 걷는 문제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며, 진짜 문제는 민주주의 질서의 손상이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드러난 전세계 전현직 정치 지도자들의 연루 의혹 스캔들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가 사설을 통해 냉엄히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6일 '국제적인 부패망'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부패와 불법으로 재산을 모은 국제사회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재산, 거래관계를 과세, 형사처벌, 국민적 분노로부터 숨길 수 있도록 고안된 국제적 산업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미 자신들의 친구, 가족의 은밀한 금융거래에 달갑지 않은 조명을 들이대는 언론을 탄압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파나마 페이퍼스'가 드러낸 것은 국제 금융의 구멍과 허점들을 이용해 번창한 산업"이라면서 "역외 은행, 조세 피난처,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악당(rogue)의 단속은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결국 국가 단위를 넘어 전지구적 연대를 통해 조세회피라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대해 대처할 것을 주문한 셈이다. 이밖에도 아이슬란드와 러시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는 정부가 나서 '도덕성이 의심스러운 부자들'을 숨겨준 사례로 거론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6〕말기 암 老스님의 5억 기부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6〕말기 암 老스님의 5억 기부

     “비록 생전엔 나누고 살지 못해도 사후에라도 남에게 준다면 아름다운 죽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평생 장기기증 운동을 하면서 살아온 노 목회자로부터 얼마 전 들은 말이다. “지금 사람들은 남의 어려움에 너무 몰인정한 것 같다.”는 목사의 일갈에 고개를 끄떡였었다. 그 공감의 전언에 딱 맞춘 것처럼 나눔의 선덕(善德)을 베푼 80대 노 스님의 미담이 화제다. 췌장암으로 입원 투병 중인 전 부산 정주사 주지 지인 스님이 평생 모은 5억원 전액을 인재 양성에 써달라며 동국대에 기부했다는 그 이야기다.  ‘스님이 뭔 돈이 그리 많아?’ 세간 대중들의 의문이 쏠리는 대목인 것 같다. 그런데 그 사연을 알아보니 절절하다. 17세에 머리를 깎고 출가한 스님은 30년 넘게 교도소며 군 병영에서 봉사활동을 펼쳐 온 납자(衲子·입다가 버린 낡은 헝겊으로 기워 만든 옷을 입은 수행승)다. 차량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전국 곳곳을 다니며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휴지 한 장도 말려 쓸 만큼 청빈한 생활로 유명한 출가승이다. 암 세포가 간까지 전이돼 거동이 힘든 형편인데도 직접 은행을 찾아 예금통장을 해지해 동국대 기부금 계좌로 돈을 모두 이체했다는 후담이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스님에겐 마지막일지도 모를 ‘속 깊은 기부’가 제대로 쓰여지길 바란다.  지인 스님의 덕행에 얹어 불교계에선 자주 회자되는 고사 하나를 떠올려본다. 명대 선승 운서 주굉의 ‘죽창수필’에 등장하는 유명한 이야기다. 군인이 죽어서 좋은 세상으로 가라며 천도재를 지냈는데, 정성이 모자란 탓인 지 음계(陰界)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아내의 꿈에 나타나 모처에 가 염불을 해달라고 부탁하면 정성들여 해줄 것이란 말을 전했다. 적은 돈을 갖고 그곳에 갔더니 돈 상관 없이 정성껏 염불을 해주었고 그날 밤 꿈에 죽은 남편이 나타나 음계를 벗어났다며 고마워했다는 이야기다. 불교 세계에 맞춰진 이야기지만 죽은 사람조차 배려와 나눔이 긴요하다는 교훈 쯤으로 들린다.  ‘요즘처럼 나 먹고 살기도 버거운 시절에 남 도울 여력이 어디 있나’ 거개의 대중들이 갖는 생각일 것이다. 하물며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는다는 경제 논리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무한 경쟁의 세상에서 내 것을 모두 줘 남을 돕는다고? 얼마 전 알파고와 이세돌이 펼쳤던 세기의 바둑 대결 때 자주 등장했던 그 ‘아생연후 살타(我生然後殺他)’가 더 설득력을 갖는 세상 아닌가. 그래서 나보다 남을 배려하고 나누는 덕행은 동서고금을 통해 고귀한 덕목으로 여겨져왔다.  특히 ‘인류가 가진 최고의 도덕률’이라는 종교에서 그 나눔과 배려는 종파와 교리의 구별 없이 우선시되는 공동 선(善)의 으뜸 가치로 꼽힌다. ‘병든 자를 고치며 죽은 자를 살리며 나병 환자를 깨끗하게하며 귀신을 쫓아내되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복음 10:8) ‘네 손이 선을 베풀 힘이 있거든 마땅히 받을 자에게 베풀기를 아끼지 말며’(잠언 3:27)…. 불교에서 생사의 고해를 건너 열반의 피안에 이르기 위해 닦아야 할 여섯가지 실천덕목이라는 ‘육바라밀’속 보시(布施)도 그 성경 경구와 맞닿아 있다. 재(財)보시, 법(法)보시, 무외(無畏)시의 세 보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집착없이 온전한 자비심으로 무조건 베푼다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는 최고의 경지로 존중된다.  나에게 이롭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않는 각박한 세상이다. 그래도 분분한 설이 있긴 하지만 인간 심성의 바탕엔 분명히 착한 마음이 버티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 선한 심성은 기부와 기증이라는 배려의 나눔으로 도처에서 뻗치고 있다. 비록 노 스님의 5억원 기부처럼 많진 않더라도, 남을 위해 내 것을 다 내주진 못하더라도 조금 씩의 배려는 세상을 훨씬 더 좋게 만들어 놓지 않을까.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앤드류 가필드 ‘라스트 홈’을 말하다, 인터뷰 영상 공개

    앤드류 가필드 ‘라스트 홈’을 말하다, 인터뷰 영상 공개

    영화 ‘라스트 홈’이 앤드류 가필드의 단독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라스트 홈’은 주택대출금 연체로 단 2분 만에 모든 것을 잃은 청년 ‘데니스 내쉬’(앤드류 가필드)가 자신을 쫓아낸 부동산 브로커 ‘릭 커버’(마이클 섀넌)와 손을 잡고 위험한 거래를 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하루아침에 집과 직장을 잃은 서민들의 충격적인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정부와 사회, 이웃의 외면 속에 큰 상처를 받은 이들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이번 작품에서 앤드류 가필드는 정직하고 성실한 이 시대 청년 ‘데니스 내쉬’ 역을 맡았다. 공개된 인터뷰 영상에서 그는 “극 초반 ‘데니스’는 집을 잃은 절박한 상황 속에서 기적을 필요로 하는 인물”이라며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설명했다. 또 도덕적으로 딜레마에 빠진 인물의 변화에 대해서는 “데니스가 자신을 내쫓은 자와 하는 거래의 목적은 생존이자 사랑이다. 자신의 아들과 어머니가 생존하는 것 이상의 삶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라고 덧붙였다. 앤드류 가필드는 데니스가 집에서 쫓겨나는 장면에서 사실적이고 폭발적인 감정을 표현하고자 실제 모텔 촌에 사는 홈리스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촬영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바 있다. 내한 계획에 관한 질문에 그는 “조만간 가고 싶다. 한국 음식, 한국 사람, 한국 지하철, K-POP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라며 환한 미소로 답했다. ‘라스트 홈’은 제7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2관왕, 제41회 LA비평가 협회상 남우조연상 수상은 물론 세계 유수 국제영화제들의 초청을 받으며 개봉 전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7일 개봉. 15세 관람가. 사진 영상=브리즈픽처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G7외무장관 히로시마 피폭지 방문 … 아베 ‘핵 피해자’ 꼼수?

    새달 오바마 방문 위해 외교력 동원 “피폭 강조해 정당성 끌어올리기”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주요 7개국(G7)의 외무장관들이 원자폭탄 피폭 현장인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한다. NHK는 3일 오는 10~11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외무장관회의 기간에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 핵보유국 외무장관들이 사상 처음으로 피폭지를 방문한다고 전했다. 이들 G7 외교장관은 원폭이 떨어진 원폭 돔과 이를 중심으로 건설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및 원폭자료관을 단체로 방문해 원폭위령비에 헌화할 예정이다. 일본은 이와 함께 핵 군축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 등을 정리한 히로시마 선언을 이번 외교장관 회의에서 발표하고 이에 ‘핵무기의 비인도성’ 등 유일한 피폭국인 일본의 주장을 넣기 위해 관련국들과 조정하고 있다. 교도통신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세계 지도자가 피폭지를 방문해 피폭 실상을 접하는 것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는 기운을 북돋우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피폭지인 히로시마에서부터 핵 군축·비확산의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 나아가 일본 정부는 오는 5월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기간 일본을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피폭지를 방문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는 유일한 피폭국인 일본의 피해를 강조하는 동시에 핵 문제 및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도덕적 정당성과 외교적 영향력 등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아베 신조 정부는 그동안 “일본이 왜 원자폭탄을 맞게 됐는가”를 강조하며 역사에 대한 각종 기술을 뜯어고쳐 “핵의 피해자”란 점만을 강조하려고 시도해 왔다. 이번 G7 외무장관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및 원폭자료관 방문도 그런 점에 활용하려는 시도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계급이 빚은 빵, 문명이 차린 아침식사

    계급이 빚은 빵, 문명이 차린 아침식사

    역사를 만든 백가지 레시피/윌리엄 시트웰 지음/안지은 옮김/에쎄/608쪽/2만 6000원 아침식사의 문화사/헤더 안트 앤더슨 지음/이상원 옮김/니케북스/496쪽/2만 2000원 뱃속의 기쁨을 채우고자 하는 식욕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이다. 프랑스인 미식가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식은 “삶을 지배하는 주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생활은 삶의 소비로 인해 지친 이들에 대한 위로다. 미식을 탐하지 않는 자는 없다. 신간 ‘역사를 만든 백가지 레시피’(에쎄)와 ‘아침식사의 문화사’(니케북스)는 4000년에 이르는 음식 역사와 식습관, 그리고 인류가 맛본 요리들이 무엇인지를 탐구한 책이다. ‘역사를 만든 백가지 레시피’가 기원전부터 현대까지 시대별 레시피를 발굴해 미시적으로 들여다본 음식의 연대기라면 ‘아침식사의 문화사’는 아침 식사가 인류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됐는지를 종교, 무역, 기술, 편리성 등 4가지 측면에서 흥미롭게 펼쳐낸다. 인류 문명은 빵에서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빵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레시피가 거의 똑같다. 고대 이집트 룩소르의 세네트 묘실에는 빵을 굽는 장면이 세밀하고 다채로운 색채로 묘사돼 있다. 이 벽화에는 곡물을 밀가루로 만드는 방법뿐 아니라 나무 그릇에 곡물을 빻고 밀가루 반죽을 주무르거나 화덕에 넣어 빵을 굽는 노동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표현돼 있다. 이 벽화에 나오는 빵은 오늘날의 피타 빵과 흡사하다. 이집트인들도 효모를 사용했던 것으로 보여 지금의 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세시대의 빵은 사회적 신분을 상징하는 음식이었다. 귀족들은 하얀 맨치트 빵을, 상인들은 밀로 만든 둥근 빵, 가난한 서민들은 겨로 만든 빵을 먹었다. 귀족들은 흰색 빵을 손님에게 내놓으며 신분을 과시했고 수도원에서도 서열이 높은 성직자일수록 흰색 빵을 먹었다. 흰색 빵은 11세기부터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16세기 후반에야 대중화된다. 1588년 출간된 요리책인 ‘좋은 주부가 주방에서 직접 손으로 만든 음식들’에는 흰색 맨치트 빵의 레시피가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고운 밀가루 28㎏과 미온수 3.7ℓ, 하얀 소금 한 줌과 효소 570㎖를 골고루 잘 섞어 반죽한 다음 30분간 내버려 뒀다가 화덕에 넣고 1분 정도 익힌다.’ 지금의 레시피와도 크게 다르지 않지 않은가. 고대와 중세시대 요리의 레시피는 현대에 와서 재현되기도 한다. 영국의 대표적인 고급 레스토랑인 팻덕의 셰프 헤스턴 블루먼솔은 2011년 ‘고기 과일’이라는 중세 요리를 재현해 미슐랭 별 3개를 받기도 했다고 책은 소개한다. 인류는 이 같은 요리들을 시대별로 즐겼지만 아침 식사의 경우 종교적으로 억압된 암흑기도 있었다. 중세에 접어들면서 아침 식사는 천박하고 상스러운 대상으로 전락한다. 과식, 과음 등 육체에 관한 모든 쾌락이 억압된 중세시대 도덕론자들은 점심과 저녁 두 끼면 하루 식사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또 아침을 챙겨 먹는다는 의미는 힘든 농사일을 하는 빈민층을 상징하는 일종의 표식으로 여겨졌다. 15세기 중반이 돼서야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 같은 옹호론자 덕에 아침 식사가 전 유럽에 유행처럼 번지게 됐다. 책은 17세기의 ‘무역’ 열풍도 아침 식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아침 식탁에 등장하는 홍차, 커피, 카카오가 모두 이 시기에 유럽으로 유입됐다. 18세기 영국인과 미국으로 건너간 유럽인은 아주 푸짐한 아침 식사를 즐겼는데 이는 너무 바빠서 점심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직장인을 위한 배려였다고 책은 말한다. 종교와 무역에 이어 아침 식사에 영향을 미친 것은 ‘기술’이었다. 1760~1840년 일어난 산업혁명으로 물류 수송이 원활해지고 중산층이 부상하면서 아침 식사는 그 이전 시대보다 호사스러워졌다. 19세기 말 이후 아침 식사의 대명사 격인 시리얼은 전 미국의 식탁을 접수하며 표준이 됐다. 하지만 저자가 그리는 아침 식사의 미래는 풍성하다. 지금처럼 허겁지겁 먹는 ‘때우기’ 식이 아니라 10~15년 내에 마치 저녁 식사처럼 느긋하게 코스 요리를 먹는 방식이 될지 모른다고 예견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생계형·자발적 性판매 처벌도 ‘합헌’… “건전한 성풍속 우선”

    생계형·자발적 性판매 처벌도 ‘합헌’… “건전한 성풍속 우선”

    착취나 강요를 당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한 사람도 처벌하도록 규정한 성매매특별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성적 자기결정권’ 같은 국민의 기본권보다 건전한 성 풍속 등의 공익적 가치가 우선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생계형·자발적 성매매 여성의 처벌이 위헌인지를 다툰 것은 처음이다. 헌재는 31일 성을 사거나 판매한 사람을 모두 처벌하도록 한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성매매특별법) 21조 1항에 대해 제기된 위헌 법률 심판에서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금까지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성 구매 남성이나 알선·건물임대업자 등이 7차례 헌법소원을 냈지만 모두 이번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 21조 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위헌 법률 심판은 서울북부지법이 2012년 12월 13만원을 받고 성매매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45·여)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제청한 것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성매매를 처벌함으로써 건전한 성 풍속 및 성도덕을 확립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며 “성매매 집결지를 중심으로 한 성매매 업소와 성 판매 여성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는 점을 보면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성 구매자와 성 판매자를 함께 처벌하지 않으면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성매매 공급이 확대될 수 있고, 포주 조직이 불법 인신매매 등을 통해 조직범죄화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건전한 성 풍속과 성도덕이라는 공익적 가치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과 같은 기본권 제한의 정도에 비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성 판매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성매매 공급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면서 “청소년이나 저개발국의 여성까지 성매매 시장에 유입돼 그 규모가 비약적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성매매특별법 시행 초기인 2002년 69곳이었던 집결지 수는 2013년 44곳으로 36%가 줄었다. 성매매 여성의 수도 9092명에서 5103명으로 44% 감소했다. ●“공동체 가치관 훼손 보호 안돼”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절제되지 않은 본능에 좌우돼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훼손하는 욕망과 이를 추구하는 행위까지 행복추구권으로 보호되지는 않는다”며 “성매매를 범죄화하지 않으면 성산업 팽창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다만 성 판매자들의 보호 및 선도에 노력해야 하며 입법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단속이 있다면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위헌’ 의견을 밝힌 재판관이 그동안 7번의 결정에서 단 1명뿐이었지만 이번에는 3명이 위헌 의견을 냈다. 김이수, 강일원 재판관은 “건전한 성 풍속 내지 성도덕의 확립이라는 공익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반면 기본권 침해는 중대하고 절박하다”며 “성 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과도한 형법권 행사”라고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전부 위헌’ 의견을 낸 조용호 재판관은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에 국가가 개입해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특정한 도덕관을 확인하고 강제하는 것”이라며 “지체장애인, 홀로 된 노인, 독거남 등 성적 소외자는 심판 대상 조항 때문에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약자 배려 없어… 유엔인권위 제소를”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관련 단체의 입장은 크게 엇갈렸다. 성매매 종사자 단체인 한터전국연합 강현준 사무국 대표는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이 있는 자의 논리를 따라가는 결정”이라면서 “유엔 본부에서도 성매매 합법화를 권고하고 있어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은경 회장은 “성매매는 금전을 매개로 인간의 성을 상품화하고 거래 대상화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면서 “성매매특별법은 성을 매매의 대상으로 삼아 발생하는 여러 사회적 해악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北간부 세대교체 기류…당대회 참가자 60세 이하로 제한

    36년 만에 열리는 북한 제7차 당대회와 관련, 본격적인 준비가 진행되는 가운데 북한당국이 당대회 참가자 선발 과정에서 60세 이상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일본 언론매체 아시아프레스 보도를 인용해 오는 5월 평양에서 열리는 7차 당대회에 참가할 대표자에 대한 1차 선발이 지난 24일 마무리됐고 이 과정에서 ‘년로보장’, 즉 정년퇴직 대상인 60세 이상의 당원은 추천 등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함경북도에서 기관별로 당대회 참가자 1~2명이 추천됐고 큰 기업소에서는 3명씩 추천됐다”며 “그러나 60세 이상의 나이가 많은 당원들은 이 과정에서 제외돼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북한 당국이 당대회 참가자 선발 과정에 나이 제한을 둔 경우가 없었다며 “물론 이는 함경북도의 상황이지만, 중앙당의 지시가 반영된 것으로 전체적인 흐름은 세대교체를 의미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혁명선배들을 존대하는 것은 혁명가들의 숭고한 도덕 의리이다’라는 논문까지 발표하며 ‘혁명선배’의 존중을 중시했지만, 이번 당대회에 60세 이상의 당원을 참여시키지 않는 방침이 사실이라면 김정은 정권의 향후 간부 인사에서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시마루 대표도 “북한과 같은 권위주의 사회는 나이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 세대교체가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며 “이번 결정은 연령 기준을 두고 인적 변화를 꾀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흡연 폐해 방지 위해 담배사 광고·판촉 금지해야”

    “흡연 폐해 방지 위해 담배사 광고·판촉 금지해야”

    “말라리아를 없애려면 모기를 박멸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담배의 폐해에서 벗어나려면 담배 광고·판촉을 금지하는 등 담배 회사를 규제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 규제 전문가들이 30일 한국 정부에 담배 제품의 광고·판촉을 금지한 WHO 담배규제 기본협약(FCTC) 13조 이행을 촉구했다. 국제협약인 FCTC 가운데 13조는 담배업계가 시행하는 모든 종류의 광고·판촉·후원을 금지한 규정으로, 협약을 비준한 각 당사국은 5년 이내 이를 이행해야 한다. 한국은 2005년 FCTC를 비준하고 지난해 담뱃값 인상, 음식점 전면 금연구역,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등을 추진했지만, 담배 회사의 반발로 업계를 직접 규제하는 13조는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9일 우리나라 담배 규제 정책 평가차 방한한 WHO 전문가 페카 푸스카 FCTC 영향평가 전문가그룹 의장과 마이클 도브 호주 커틴대 교수는 이날 서울 충무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담배 광고·판촉 금지가 어려울 수 있으나 다른 나라도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FCTC 13조의 세계 평균 이행률은 63.0%지만, 한국은 0%이다. 도브 교수는 “화려한 광고를 보여주면 끊고 싶어도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된다”며 “피해자인 흡연자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게 아니라 담배 업계에 손가락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푸스카 의장도 “한국의 담배 규제 정책은 훌륭한 수준이나 한계점이 있다”며 “담배 광고를 전면 금지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입법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오는 12월 도입할 예정인 담뱃갑 경고그림의 수위에 대해서도 이들은 그리 후한 점수를 매기지 않았다. WHO 전문가들은 정부가 31일 일반에 공개하는 경고그림 시안을 이날 먼저 확인했다. 담뱃갑에 상표나 디자인을 노출하지 않은 ‘플레인 패키징’을 호주에 도입한 도브 교수는 “담배 회사가 아주 싫어할 정도로 혐오감이 극단적으로 강하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경고 문구나 그림이 들어간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한 번에 담배를 끊지는 않는다”며 “장기적 효과를 기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흡연 경고그림 의무화가 담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경고그림은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추가했다. 푸스카 의장은 이와 관련해 “담배 업계는 보이지 않는 손을 가진 것 같다”고 에둘러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의 담뱃값 인상 수준이 금연을 유도하기에 효과적인 수준인지를 묻자 “담배 가격이 높아 담배를 사는 것이 더 어려워져야 한다”며 지속적인 인상을 권고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전쟁 나면 참전하겠다” 50대 83%·20대 57%

    우리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전쟁이 나면 참전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보훈처가 30일 공개한 ‘2015 나라사랑 의식 지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2.1%는 “전쟁이 발발하면 나라를 위해 싸우겠다”고 답했다. 남성은 81.3%, 여성은 62.9%가 참전 의사를 밝혔다. 싸우겠다는 응답은 50대가 83.5%로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이 81.5%, 40대가 80.4%였다. 반면 10대는 53.9%로 가장 낮았고 20대는 57.0%, 30대는 59.6%로 나타났다. 특히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참전 의향은 낮아 고소득층의 ‘도덕적 해이’를 드러냈다. 월 소득 201만~400만원 응답자는 79.9%가 참전 의향을 밝혔지만 501만원 이상은 64.8%로 평균에 못 미쳤다. 우리 역사에 대한 자부심은 전년도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우리 역사가 자랑스럽다”는 답변은 57.7%,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7.3%로 집계됐다. 전년도 조사에서는 긍정 답변이 70.9%, 부정 답변은 4.3%였다. 신뢰 수준은 95%, 표본오차는 ±3.1%P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헌재, 성매매특별법 6대 3으로 합헌 결정… “자발적 성매매도 처벌 필요”

    헌재, 성매매특별법 6대 3으로 합헌 결정… “자발적 성매매도 처벌 필요”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한 사람도 처벌하도록 하는 성매매특별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31일 오후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 1항에 제기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6대 3으로 합헌 결정을 냈다. 이 조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해 성을 사고 판 사람을 모두 처벌하도록 했다. 헌재는 “성매매를 처벌함으로써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을 확립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은 정당하다”면서 “성매매 집결지를 중심으로 한 성매매 업소와 성 판매 여성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는 점을 보면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성 판매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성매매 공급이 더욱 확대될 수 있고 성 판매자가 성 구매자의 적발과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보장하는 등의 불법적 조건으로 성매매를 유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또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이라는 공익적 가치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과 같은 기본권 제한의 정도에 비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면서 자발적 성매매에도 처벌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2012년 12월 13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45·여)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성매매처벌법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쪽으로 변화된 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하고 성매매 관련 국제협약도 형사처벌과 행정적 규제를 반대하고 있다”며 위헌성을 지적했다. 생계형·자발적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게 위헌인지에 대한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성매매처벌법은 강요나 인신매매로 인한 성매매의 경우 여성을 피해자로 보고 처벌하지 않는 대신 성매매를 시킨 사람과 구매한 사람을 처벌한다. 현재까지 성매매처벌법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성매매특별법’에 성 구매 남성이나 알선·건물임대 업자 등으로부터 7차례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전부 각하 또는 합헌 결정이 나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뉴스 정리] 성매매특별법 합헌 결정…소수의견에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

    [뉴스 정리] 성매매특별법 합헌 결정…소수의견에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번에도 합헌 결정이 나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31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 1항에 제기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냈습니다. 지금까지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7차례 헌법소원이 제기됐는데요. 모두 각하되거나 합헌으로 판단됐는데요. 이번에는 또 왜! 합헌 결정이 났는지 자세히 한 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특히 오늘 헌재 결정에서는 3명의 재판관들의 의견을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지난 2012년 비슷한 성매매 처벌 관련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에서는 ‘전원 일치’로 합헌이 나왔는데 4년 사이 ‘3명’이라는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최종 판단 결과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 3명의 재판관들의 의견에는 우리 사회의 가치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대목들이 나옵니다. 자, 그러면 헌재에서 결정을 낸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재판관들의 의견을 자세히 정리해보겠습니다. (긴 글 주의!) 이번 결정이 특히 주목을 받았던 것은 과연 자발적으로 성(性)을 판매한 사람도 처벌하는 것이 맞느냐는 판단이 이뤄지기 때문이었습니다. 생계형이나 자발적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게 위헌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위헌심판 대상이 된 성매매처벌법 제21조 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성을 사고 파는 사람들 모두 처벌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 조항을 두고 지난 2012년 12월 13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 김모씨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고, 서울북부지법이 이를 제청하면서 헌재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당시 법원이 위헌성을 지적한 근거는 이렇습니다. →“성매매처벌법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쪽으로 변화된 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하고 성매매 관련 국제협약도 형사처벌과 행정적 규제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헌재는 “성매매를 처벌함으로써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을 확립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성매매특별법의 실효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성매매 집결지를 중심으로 한 성매매 업소와 성 판매 여성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는 점을 보면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 →“성 판매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성매매 공급이 더욱 확대될 수 있고 성 판매자가 구매자의 적발과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보장하는 등의 불법적 조건으로 성매매를 유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헌재는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이라는 공익적 가치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과 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정도보다 더 크다는 점을 들어 자발적인 성매매도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합헌 의견을 낸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6명의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박한철 재판관 등 6명(합헌) -정당성: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 확립에 필요 -실효성: 집결지를 중심으로 성매매 업소와 성판매 여성 감소 추세 -성매매의 본질: 경제적 대가를 매개로 약자인 성 판매자의 신체와 인격을 지배하며, 폭력·착취적 성격이어서 자유거래 행위가 아니다. -기타: 성매매는 타인의 성을 고귀하게 여기는 가치관을 허물어뜨리므로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 -결론: 합헌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보충 의견도 덧붙였습니다. →“절제되지 않은 본능에 좌우돼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훼손하는 욕망과 이를 추구하는 행위까지 행복추구권으로 보호되지 않는다. 성매매를 비(非)범죄화하면 성산업 팽창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다만 성판매자들의 보호 및 선도에 노력해야 하며, 입법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단속이 있다면 지양돼야 할 것” ‘3명’의 의견은 어땠을까요. 이번 판단 역시 합헌으로 결론이 났지만 소수의견에 더욱 주목을 해야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소수의견에는 달라진 사회 가치관이 반영돼 있을 뿐더러 여전히 진행 중인 성매매 처벌 논쟁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이유에서입니다.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일부 위헌’ 의견을 냈습니다. “여성 성 판매자들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절박한 생존 문제 때문이고 사회구조적인 것이어서 개인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겁니다. 두 재판관들은 “건전한 성풍속 내지 성도덕 확립이라는 ‘공익’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반면 기본권 침해는 중대하고 절박하다”고 밝혔습니다. 두 재판관의 의견에서 유심히 봐야할 것은 자발적 성매매 여성도 사실상 피해자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성매매는 가부장적 사회구조와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 빈곤 등이 결합된 복합적 문제”라면서 “성이 상품화된 사회경제적 구조의 문제가 성 판매자들을 성매매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성들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개인적 사정과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통틀어 피해자로서의 여성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성매매의 본질도 “남성의 성적 지배와 여성의 성적 종속을 정당화하는 수단이자 성 판매자의 인격과 존엄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따라서 두 재판관은 성판매자에 대한 처벌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형사처벌을 하더라도 이들이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처벌이 아니라 경제적인 지원이나 보호, 선도 등 다른 방식으로 성매매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두 재판관은 성매매 여성의 기본권을 덜 제한하면서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성매매 장소나 지역 출입금지 ▲보호관찰 ▲사회봉사·수강명령 ▲성매매피해 상담 ▲전담의료기관 치료위탁 등의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김이수·강일원 재판관 (일부 위헌) -정당성: 건전한 성풍속 확립은 추상적이고 막연하지만 성판매자 기본권 침해는 중대하고 절박하다. -실효성: 성매매 시장을 ‘음성화’해 오히려 성매매 근절에 장애가 된다. -성매매의 본질: 가부장적 사회와 노동시장 구조, 빈곤 등이 결합된 사회경제 구조의 문제. 여성 억압과 성차별을 강화하고 자본에 의해 성 판매자 사물화·대상화 -기타: 성 판매자에 대해 형사처벌 대신 다른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보호해야 한다. -결론: 일부 위헌(성구매자만 처벌해야) 성매매 특별법이 위헌이라고 밝힌 1명의 재판관은 과연 어떤 의견에서였을까요. 조용호 재판관은 성구매자도 처벌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전부 위헌’ 의견을 냈습니다. 그는 성매매가 일종의 ‘자유 거래’이고 규제를 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가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강조합니다. 조 재판관은 “성매매는 어느 누구에게도 해악이 되지 않고 결혼이나 사랑을 전제로 하지 않는 성행위라고 해서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것도 아니다”라면서 “성매매 수요와 공급은 항상 있어왔고 그래서 성매매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건전한 성풍속, 성도덕이라는 관념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며 이는 가치관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성매매 처벌을 특정 도덕관의 강요로 판단하면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낙인찍기라는 부정적 평가 및 여성의 정조라는 성차별적 사고에 기인한 것으로 남녀평등 사상에 기초한 헌법정신과도 합치되지 않는다”고도 말했습니다. 조 재판관의 의견을 조금 더 들어볼까요.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에 국가가 개입해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특정한 도덕관을 확인하고 강제하는 것이다. 지체장애인, 홀로 된 노인, 독거남 등 성적 소외자는 심판대상 조항 때문에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조용호 재판관(위헌) -정당성: 성매매 처벌은 특정한 도덕관을 강제한다. -실효성: 풍선효과로 오히려 성매매 정보에 쉽게 노출되거나 접근할 기회가 많아진다. -성매매의 본질: 인간 본성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항상 존재한다. 오히려 아무런 대가가 결부되지 않은 성관계를 찾기 어렵다. -기타: 성매매 처벌 때문에 성적 소외자는 성욕을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결론: 전부 위헌(성구매자·판매자 모두 처벌하면 안 된다) 이날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3명의 의견은 지난 2012년 12월 성매매 장소제공 처벌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하면서 내보인 견해와도 달라진 것입니다. 당시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을 내며 “외관상 강요된 것인지를 불문하고 성매매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한 적이 있습니다. 이날 위헌의견을 낸 재판관 3명 가운데 조용호 재판관을 제외한 2명은 그때도 심리에 참여했고요. 소수의견도 유심히 잘 살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경제 블로그] 보험사 유보금 쌓으라는 금감원… 쌓아두면 세금 물린다는 기재부

    [경제 블로그] 보험사 유보금 쌓으라는 금감원… 쌓아두면 세금 물린다는 기재부

    요즘 보험사들의 최대 고민은 국제회계기준 ‘IFRS4’ 2단계 도입입니다. IFRS는 국제적으로 통일된 보험사 회계 기준으로 우리나라도 2020년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IFRS가 적용되면 회계 기준이 싹 바뀌면서 지금은 이익으로 계산되던 것들이 부채로 산정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현재 보험사에서 매출로 잡고 있는 저축보험의 적립액이 IFRS 기준에서는 나중에 돌려줘야 할 돈, 즉 부채가 되는 것이지요. 금융감독원은 이런 리스크에 대비해 보험사들이 자본을 충분히 확충해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부와 금융 당국 간의 엇박자에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돈을 쌓으라고 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돈을 쌓아 두면 세금을 더 물리겠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재무건전성을 감독하는 금감원은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일부 보험사들은 지급여력비율(RBC)이 급감할 수 있다”며 이익금을 배당 대신에 내부에 쌓아 둘 것을 권합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지난해부터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기업들에 이익금을 회사에 쌓아 두지 말고 임금 인상이나 투자, 배당 등을 늘리라고 주문하고 있지요. 그해 발생한 이익을 쓰지 않고 쌓아 둘 경우 그만큼 세금(환류세)을 더 물리겠다고요. 그동안 고배당 논란으로 금감원과 언론으로부터 은근한 압박을 받던 금융사들에는 좋은 구실이 생긴 셈입니다. 올해 현금 배당을 결정한 보험사들의 배당 성향은 20~30%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금융 당국의 일관된 메시지가 없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보험사들이 적게는 7조원, 많게는 20조원 이상의 준비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외형적 실적 쌓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금융위원회는 IFRS4 2단계 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서가 나오면 거기에 맞춰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합니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지금부터 준비해도 IFRS 도입 전에 유보금을 마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방안을 강구하는 회사는 없는 것 같다”면서 “정부와 감독 당국 간에도 통일된 방향이 없다”고 뼈 있는 말을 했습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눈에는 눈’…테러범 가족 인질로 삼는 러시아

    ‘눈에는 눈’…테러범 가족 인질로 삼는 러시아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테러 퇴치를 위해 테러리스트들의 ‘가족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촉구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지난 수십 년 간에 걸쳐 트럼프가 언급한 수법을 사용해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 보도했다.  NYT는 러시아 대테러 당국이 체첸과 다게스탄 및 코카서스 지역의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반군의 가족들을 인질로 이용한 전술로 성과를 거뒀다며 러시아의 이 같은 테러 대응 방식이 트럼프 구상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공안당국은 이번 브뤼셀 테러에서와 마찬가지로 테러 사건에 형제, 자매 등 가족이 함께 가담하는 사례가 빈번한 점을 감안해 테러 조직을 분쇄하려면 가족 내 연계선을 발본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대통령 인권위원회 위원인 키릴 카바노프는 NYT에 “잠재적 자살공격자는 그의 친지들이 공범으로 처리될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면서 “친지들도 (가족 내) 테러리스트를 신고하지 않으면 그들도 유죄”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공안당국은 친지들을 연계시킬 법적 권한은 없지만, 정보당국은 종종 초법적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특히 러시아 공안당국은 체첸이나 코카서스 지역의 반란을 진압하는데 친지, 가족 연계작전을 펼쳐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사건의 경우 테러 용의자 가족들을 ‘폭넓게’ 체포해 용의자가 자수하거나 사살될 때까지 무기한 구금한다. 또 반군 친지나 가족들을 ‘미끼’로 이용했으며 반군들이 전향하지 않을 경우 이들 가족이 사라지는 경우도 빈발했다. 체첸 지역의 경우 지난 2000~2005년 발생한 3000~5000건의 실종 사건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러시아 당국은 이 같은 작전을 통해 체첸 반군 지도부를 와해시키는 등 성과를 거뒀으나 비도덕적 방식은 가족 구성원들 간에 원한을 품게 만들어 가족 관계를 파탄으로 몰아넣는 후유증을 초래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이 같은 전략이 단기적인 성과는 거뒀을지 모르나 결코 성공은 아니며, 공동체 전체를 급진화시켜 지하디스트 명분을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보좌관 상납 의혹’ 새누리 염동열 후보, 지역구 당원들 “도덕성 의심” 탈당 러시

    염동열(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새누리당 후보의 전 보좌관 월급 상납 의혹이 지역구 새누리당 당원들의 탈당 러시로 이어지고 있다. 29일 새누리당 태백·영월·평창·정선협의회에 따르면 협의회 정선 지역 당원 39명은 전날 “새누리당 염동열 후보의 도덕성을 의심하게 하는 전 보좌관 상납 의혹 보도를 지켜보며 더이상 염 후보를 지지할 수 없게 됐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새누리당 횡성군당원협의회 읍·면위원장들도 같은 날 염 후보의 선거운동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이날 횡성읍 시계탑 사거리에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최근 염 후보의 전 보좌관 월급 상납과 땅 투기로 부를 축적했다는 의혹이 연일 제기되면서 서민들에게 커다란 상실감과 배신감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선덕(횡성읍협의회장) 군당원협의회장은 “성명서 발표에는 9개 읍·면위원장 중 4명이 참석했고, 나머지 4명으로부터 위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 영월군 전·현직 협의회장 13명은 지난 14일 탈당했다. 이에 대해 염 후보 측은 “해당 전 보좌관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며 “이날 횡성 지역 성명서 발표에는 지역 위원장 중 4명만 참여했고, 위임했다는 4명은 확인 결과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고 반박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공기업 도덕적 해이·방만 경영 80건 적발

    감사원, 작년 9~10월 실태 점검 야근을 하지도 않은 직원에게 야근식대를 지급하고, 퇴직자 단체에 편법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등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여러 차례 감사기관의 지적을 받고도 부당한 관행은 계속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9~10월 34개 공기업과 3개 중앙부처를 대상으로 경영개선 이행실태를 점검한 결과 모두 80건의 문제점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한국가스공사 직원 19명은 2014년 무단으로 외부 강의를 다니다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도 2015년 8월까지 여전히 사전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잘못을 반복했다. 한 책임연구원은 외부강의를 가면서 출장비까지 받았다. 인천공항공사는 2014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실제로 야간근무를 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5억 4000여만원의 야근 식대를 지급했다. 한국관광공사 등 7곳은 퇴직자 단체에 14억여원을 임의로 지원했고, 코레일(한국철도공사) 등 5곳은 퇴직자단체에 사무실 등을 무상 제공했다. 한전은 수의계약을 통해 퇴직자단체 출자회사 등에 위탁한 전력계량설비 용역을 경쟁입찰로 변경하면서 위탁 물량을 세분화하지 않고 전체 물량의 85%(84억원)를 통합 발주함으로써 일감을 몰아줬다. 대한석탄공사도 2011년부터 퇴직자 단체에 5억 5000여만원을 지급했다. 아울러 가스공사는 정부 지침을 어기고 노조와의 이면 합의를 통해 직무급이라는 명목으로 ‘선택형 복리비’를 평균 임금에 산정해 120억원의 직무급을 신설·운영했다가 적발됐다. 직무급이 신설되면 평균 임금이 올라가 결과적으로 더 많은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꼼수’가 가능하다. 코레일은 직원과 그 가족에 대한 운임 할인 제도를 폐지하도록 정부의 통보를 받고도 938억원의 관련 비용을 지출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기업의 방만 경영은 임기제 기관장의 개선 의지 부족 및 권한의 한계와 노동조합의 요구로 인해 반복되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확인을 통해 개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경호병은 왜 황제를 죽였을까?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경호병은 왜 황제를 죽였을까?

    ​ 역사상 가장 '변태적인' 황제, 칼리굴라 ​세계사의 폭군 열전에 네로와 함께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물인 칼리굴라. 일반에게는 칼리굴라의 엽기적인 변태 행각을 그린 영화 '칼리굴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펜트하우스'가 제작에 참여하고, 몇 차례 감독이 바뀌는 곡절을 겪은 끝에 완성된 '칼리굴라'는 극도의 포르노성으로 사람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아예 등급을 받지 않고 전세극장을 얻어 상영했다는 이 문제의 영화를 보고 나면, 과연 저 끔찍한 변태 행각이 인간성의 한 단면인가 회의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세계사 속에서도 문제적 인물로 꼽히는 이 칼리굴라를 한번 톺아보기로 하자. ​ ​먼저 칼리굴라는 본명이 아니라 별명이다. 그의 본명은 가이우스 카이사르로,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게르마니쿠스가 사령관으로 있는 라인 방면 군단 병영에서 자란 연유로 작은 군화를 신고 다녔는데, 이 귀여운 아이가 병사들의 마스코트가 되어 '작은 군화'란 뜻인 칼리굴라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이다. 라인 방면의 게르마니아 군단은 로마군에서도 최강을 자랑하는 정예 병력으로 게르마니쿠스를 절대적으로 신임하는 부대였다. 황실의 일문이었던 그의 가족사는 비참했다. 2대 황제인 티베리우스의 양자이자 가장 유력한 차기 황제 후보였던 아버지는 젊어서 병사하고, 어머니와 두 형은 할마버지인 티베리우스에 의해 국가반역죄를 뒤집어쓰고 처형당했다. 하지만 얄궂게도 가족을 파탄낸 그 티베리우스에 의해 칼리굴라는 3대 황제로 등극했다. 음울하고 늙은 황제가 죽고, 24살의 젊고 잘생긴 젊은이가 황제로 등극하자 로마 시민과 원로원은 환호했다. 칼리굴라만큼 절대적인 인기를 엎고 제위에 오른 황제는 일찍이 없었다. 하지만, 칼리굴라의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끝은 참혹했다. 시민들의 인기에 민감했던 칼리굴라는 치세 초기에 세금을 축소하고 검투사 시합과 전차경주 대회를 부활하는 등,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들을 시행하여 시민들은 물론, 원로원과 군대에 이르기까지 인기가 높았다. 또한 나름대로 선정을 편다는 평가도 들었다. 그런데 이것이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파탄나고 말았다. 원인은 뜻밖에 찾아온 병이었다. 즉위한 지 7개월 만에 고열로 쓰러진 뒤 심하게 앓은 다음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는데, 그 뒤부터 정신의 균형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병의 후유증으로 정신에 이상이 생겼던 것이다. 그 후유증은 제국 전체에 재앙을 가져다주었다.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없게 된 칼리굴라는 미친듯이 나라를 다스리기 시작했다. 검투사 시합을 과격하고 참혹한 내용으로 바꾸는 한편, 화려한 만찬과 도박을 일삼았으며, 돈을 마구 뿌려대기 시작했다. 자신의 마차를 끌어온 인부에게 거액을 안겨주는 등 국고를 탕진해 재정을 파탄시켰다. ​국고가 비자 칼리굴라는 세목을 하나 신설했다. 땔감에 세금을 붙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의 무덤이 되었다. 로마의 위정자들은 세정에 극히 신중했다. 세목을 늘이거나 세율을 올리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바로 민중의 반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민중 반란은 군대로도 막기 힘들다. 군이 바로 민중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칼리굴라는 또 누이들과 근친상간을 하고 자신과 누이 드루실라를 신격화시킨 데 이어, 신들과 같은 복장을 하는 등의 기행을 일삼았다. ​칼리굴라의 악행 목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남의 아내를 침실로 끌어들이고 그 일을 자랑삼아 떠들어대는가 하면, 궁 안에 매음굴을 지었으며, 사자와 싸움 붙일 죄수들이 다 죽어버리자, 근위병에게 명령해 경기장 맨 앞의 5줄에서 구경하던 관중들을 끌어내어 사자밥으로 던졌다는 얘기도 전한다. 또한 "나를 두려워하기만 한다면 날 증오해도 상관없다"라면서 공포 정치로 귀족들을 통제하려 했다. ​​하지만 칼리굴라에 대한 끔찍한 악행 기록의 상당 부분이 100년 뒤의 사람인 수에토니우스의 <황제열전> 에서 나왔음을 고려하면 헛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2세기 즈음에 떠돌아다니던 루머들을 모아서 기술한 게 많았기 때문이다. 시중 루머란 흔히 그렇듯이 과장되거나 왜곡, 창작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 어쨌든 칼리굴라의 이 같은 실정은 즉위 초의 뜨거웠던 인기를 재처럼 차갑게 식게 하기에 충분했다. 민심이 썰물처럼 칼리굴라를 떠났다. 민심이 떠나면 반드시 반정의 칼날이 등 뒤로 다가오는 법이다. 역사를 보면 폭군과 독재자들의 말로가 대략 그랬다. 민심 이반이 무서운 것은 그 때문이다. 칼리굴라의 경호 체계는 완벽했다. 최정예병인 근위대가 그를 둘러싸고, 근위대 장교들은 모두 충성도 높은 게르마니아 군단에서 차출된 병력이었다. 그러나 칼리굴라는 자기에게 누구보다 충성스럽다고 믿었던 그 게르마니아 장교의 칼날에 목숨을 잃었다. ​민심이 떠나면 반정의 칼날이...​ 운명의 순간을 재연해보면 이렇다. 서기 41년 1월 24일, 황궁이 있는 팔라티노 언덕에서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고, 오전에 ​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한 칼리굴라는 점심을 먹기 위해 황궁으로 통하는 지하도를 빠져나가려 할 때 근위장교 사비누스가 칼리굴라에게 그날의 암호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이때 칼리굴라는 웃으며 "유피테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뒤에서 경호하고 있던 근위대 대대장 카시우스 카이레아가 "그래? 그렇다고 해주지."라고 외치며 고개를 돌린 칼리굴라의 턱을 그대로 칼로 내리쳤다. 칼리굴라가 비틀거리자 다음 순간 사비누스의 칼날이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칼리굴라는 바닥에 쓰러져 게르만 근위병들을 큰 소리로 부르며 "나는 아직 살아 있다!"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카이레아의 "다시 내리쳐!" 하는 명령에 부하 병사들은 저항하는 칼리굴라에게 30여 차례 칼질을 해대 숨통을 끊어버렸다. 이때 황제의 가마꾼들이 장대를 들고 칼리굴라를 지키기 위해 저항했고, 칼리굴라의 외침을 들은 게르만 근위병들이 달려왔을 때는 황제는 물론, 그의 네번째 아내인 카이소니아와 한살박이 딸 드루실라도 죽어 있었다. 암살자들이 드루실라를 유모에게서 빼앗아 지하도 벽에 내동대이친 것이다. 카리굴라의 일족은 이렇게 지상에서 사라졌고, 그의 통치는 3년 10개월 만에 참혹하게 막을 내렸다. 칼리굴라의 나이 29살 때였다. ​​사건의 추이를 따라가보면, 카이레아는 부하들에게 명령해 게르마니쿠스의 동생이자 칼리굴라의 숙부인 클라우디우스를 찾아오게 한 다음, 그를 데리고 근위대 병영으로 가서 병사들에게 '임페라토르!'라는 환호를 받게 했다. 원로원은 이를 추인할 수밖에 없었고, 새 황제가 된 클라우디우스는 자신을 황제로 만들어준 카이레아에게 황제 살해죄로 자결을 명령했다. 카이레아는 한마디 변명도 없이 명령을 받아들여 자결했고, 사비누스도 얼마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머지 관련 병사들의 죄는 불문에 부치는 선에서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여기서 세계사의 미스터리 하나가 탄생했다. 황제가 암살당했는데, 그 암살 동기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 암살자들은 황제를 죽었을까? 원로원이 개입되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돈으로 매수되었다는 설이 있지만, 그들이 자결을 순순히 받아들인 것을 보면 설득력이 없다. 두 사람은 이력을 살펴보면 그 해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50대의 카이레아와 사비누스는 전장에서 뼈가 굵은 군인이었다. 삶과 죽음이 난무하는 싸움터에서 평생을 보낸 사내들이란 뜻이다. 더욱이 카이레아는 칼리굴라가 2살 때 병사폭동으로 게르마니쿠스 가족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았을 때, 감연히 칼을 빼들고 폭도로 변한 병사들 앞을 가로막고 나서 그 가족을 지켜낸 내력이 있었다. 그때 그는 백인대장이었다. 그의 생애는 게르마니쿠스 가족과 동행했다. 칼리굴라의 근위대 대대장으로 온 것도 그 흐름이었다. 그는 평생 결혼도 하지 않았다. 생김새도 단아하고 목소리도 가늘어서 칼리굴라는 동성애자라고 놀리며 ​'프리아포스(Priapus;남성 생식력의 신 또는 남경), 베누스(비너스)라는 멸칭으로 부르곤 했다. 물론 아버지 같은 친근감으로 응석부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사자는 멸시감으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그것만으로 황제를 죽이는 대역죄를 저지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 밑바닥에는 자기가 평생 목숨 걸고 지켜온 로마와, 가족처럼 여기던 칼리굴라가 망가져가는 모습을 더이상 지켜볼 수가 없어 결행한 것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래 로마인은 가족 문제는 가족이 해결한다는 의식이 강했다. 그리고 황제에게는 무엇보다 유능하고 덕망이 두터워야 한다는 덕목을 요구했다. 그것이 나라를 떠받치는 기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장교에게 도덕성이 심히 의심스러운 질문을 한 황제가 있었다. 장교는 농민 출신으로 병영에서 30명의 역사급 병사들을 레슬링으로 차례대로 꺾었던 역대급의 한 장사였다. 젊은 황제가 그 장사에게 한 여자들과 30번 계속 그 짓을 할 수 있겠냐고 묻자, 장사는 순간 입을 다물고 물러나와서는 그 황제가 살아 있을 동안 다시는 로마에 발걸음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그 황제는 얼마 후 암살당했고, 농민 출신의 그 장사는 다시 군문에 들어와 요직을 거치면서 나중에는 군단의 추대를 받아 황제가 되었다. 막시미누스 트라쿠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황제 암살은 로마 권력투쟁사의 한 특징이다. 위의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황제들은 언제라도 제거되었다. 칼리굴라의 암살은 그 테이프를 끊은 것이었다. 어쨌든 두 군인은 새 황제의 자결 명령을 받자 한 마디 변명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쩌면 군인으로서 싸움터에서 죽지 못한 자신들의 운명을 잠시 한탄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거사는 칼리굴라의 재앙을 조국에서 걷어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사설] 무능하고 불량한 후보 유권자가 가려내야

    4·13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별로 주권자인 국민의 한숨 소리가 커질 판이다. 중앙선관위 후보자 등록이 지난 25일 마감됐지만, 온갖 비리 전과로 얼룩진 후보들로 짜인 대진표를 받아들면서다. 총선 후보 가운데 세금체납·전과·병역미필 기록 중 1개 이상을 갖고 있는 후보가 절반이 넘는 509명(53.9%)이라니 말이다. 특히 이들 중 9명은 세금체납·전과·병역미필 등 ‘불명예 3관왕’ 기록까지 갖고 있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불량한 정치꾼들이 대거 국회에 등원하면 온 국민이 염원하는 선진 국회도 요원해진다. 우리는 ‘불량 국회’를 막는 최후의 보루는 유권자들의 분별력 있는 주권 행사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간 여야 각 당이 공천 개혁을 입에 달다시피 했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선관위에 등록한 후보 10명 중 4명꼴로 각종 전과자라서만이 아니다. 전과자 비율이 18대나 19대 총선 때보다 크게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헌법에서 정한 국민의 의무인 납세와 병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후보들이 득실거리니 혀를 찰 노릇이다. 후보 개인별로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6명 중 1명은 병역을 이행하지 않았고, 7명 중 1명꼴로 세금 한 푼 안 내거나 체납했다니 고개를 젓게 만든다. 특히 전체 출마자의 절반가량이 연간 국민 1인당 세금 납부액보다 적게 냈다니 평균적 시민들보다 더 도덕적으로 해이해진 인사들이 선량(選良)이 되기를 꿈꾸는 꼴이다. 당장 이런 수준 낮은 후보자들이 펼칠 선거전의 양태를 생각해 보라. 재정 능력이나 교통 수요도 생각지 않고 내 지역구에 다리를 놓자는 식의 온갖 선심성 공약을 내걸 게 뻔하지 않은가. 이들이 선거 관문을 뚫고 등원한 이후의 후유증은 더 심각할 게다. 우리 사회의 공동선보다 온갖 이권에만 눈이 먼 의원들이 늘어난다면 말이다. 일찍이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말한 ‘생계형 정치인’이 대거 의석을 점령하면 입법부가 타락할 소지는 그만큼 커질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진 자의 도덕적 책무)와는 거리가 먼 의원들이 앞에선 행정부를 질타하면서 뒤로는 정부기관과 공기업을 상대로 알선과 청탁을 일삼는 부조리를 저지를 가능성을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잖아도 무한 정쟁과 민생 입법 지연으로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런 국회를 개혁하려면 기존의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놓고 엄중한 책임감으로 무장한 선량으로 20대 국회를 구성해야 한다. 그런데도 입후보자의 평균적 자질이 더 나아져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19대 총선 때보다 퇴행했다니 걱정이 앞선다. 장관급 이상 고위공직자와 달리 국회의원은 인사청문회가 없는 까닭에 선거가 곧 불량 의원을 솎아 낼 마지막 관문이나 다름없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포퓰리즘 공약에 현혹되지 말고 그들의 자질부터 꼼꼼하게 검증해야 할 이유다. 생업에 바쁜 유권자들이 일일이 유세장을 쫓아다니기 어렵다면 선거 공보라도 꼼꼼히 읽어야 한다. 무능하고 불량한 입후보자들이 만들지도 모를 저질 국회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백신은 유권자의 현명한 한 표 행사임을 유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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