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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토부 뒷북 행정, 오너 갑질에 왜 직원이 희생돼야 하나

    한진그룹 계열사인 진에어 직원 200여명이 그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진에어 면허 취소 청문회를 중단하라며 국토교통부 규탄대회를 열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 사태가 진에어 면허 취소와 종업원 대량 실직 사태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강력 반발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한진그룹 일가의 불법적 경영과 애매한 항공법 조항, 국토부의 관리감독 부실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종업원들의 주장은 충분히 일리 있다고 본다. 관리감독에 실패한 국토부가 1700여명의 종업원 일자리를 위협하면서까지 면허취소 절차를 강행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진에어 측은 국토부가 면허 취소 근거로 내세운 항공법에 모순이 있고, 이를 방치한 국토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면허 결격 사유를 담은 항공사업법 9조와 항공안전법 10조의 관련 조항은 상충하는 면이 있다. 국토부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이나 외국 법인은 항공사업 면허를 가질 수 없다’는 항공사업법 9조와 항공안전법 10조 1, 3항을 근거로 진에어 면허 취소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국적의 조 전 전무가 2010~2016년 진에어 등기이사를 지내 위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항공안전법 10조 5항은 외국인이 법인 대표이거나 등기임원 수의 2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일 경우만 결격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즉 대한민국 법인이라면 외국인 임원이 전체 임원의 과반을 넘기지 않으면 항공사업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토부는 이 문제점을 20년 넘게 방치했고, 조 전 전무가 진에어 임원으로 재직했던 6년간 면허 재발급 신청을 모두 승인했다. 당시엔 아무 지적도 없었다고 한다. ‘뒷북 행정’으로 면허 취소에 나섰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국토부는 이제라도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진에어 종업원들의 앞날에도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애매한 법 조항에 따라 면허 취소를 강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부도덕한 재벌 일가 처벌도 중요하지만 수천 명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 대법관 후보자 노정희·이동원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김선수는 지연

    대법관 후보자 노정희·이동원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김선수는 지연

    국회가 대법관 후보자 3명 가운데 노정희·이동원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26일 채택했다. 다만 자유한국당이 강하게 반대하는 김선수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 여부는 지연되고 있다. 국회 대법관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이렇게 논의했다. 위원회는 노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에서 “28년간 높은 식견으로 재판의 신뢰를 높이고 국민과의 소통을 노력해왔고, 특히 아동·여성의 인권에 대한 권익 보호와 지위 향상을 경주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 후보자가 진보적 성향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이념적·정치적 편향성이 우려되고, 후보자의 두 자녀가 전남 곡성으로 위장전입했다는 점 등 대법관으로 필요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기 어렵다는 견해를 일부 위원이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인사청문특위는 또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에서 “대법관으로 임명될 경우 충실한 재판이 기대되는 점, 대법관으로서 기본권과 사회적 약자 보호에 소신을 갖고 있다는 점 등 대법관 업무 수행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사청문 과정에서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이 당시 관행이었다고 하더라도 법관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의견도 보고서에 담았다. 김선수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는 여야 간 이견으로 함께 채택되지 못했다. 현재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념 편향성, 도덕성 문제 등을 거론하며 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사청문특위는 오후 1시 30분에 전체회의를 속개,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국회는 이날 오후 4시 본회의를 열어 대법관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을 할 예정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문소영 칼럼] 제우스의 번개와 노회찬

    [문소영 칼럼] 제우스의 번개와 노회찬

    올림포스 신전 제우스의 무기는 번개다. 범죄자를 응징할 때 이 번개를 쓴다. 잠깐 상상해 본다. 고(故) 노회찬 의원이 받았다는 4000만원을 기준으로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정치인에게 제우스가 번개를 때린다면, 서울 여의도 300명의 국회의원 중 몇 명이나 이 번개를 피할 것인가.현행 정치자금법은 일명 ‘오세훈법’이라고 부른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화두는 정치개혁이었다. 그 개혁 덕분에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 최초로 국회에 진출하고 노 의원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정당투표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 개정은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정치자금 차떼기’ 파문 극복용이었는데 당시 한나라당의 초선 오세훈 의원이 주도하고 본인은 불출마를 선언한 덕분에 국회를 통과했다. 주요 내용으로 개인의 소액 후원은 장려하고 법인과 단체의 후원금 제공은 금지했다. 후원 한도로 국회의원은 평년에는 1억 5000만원까지,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모금할 수 있다. 2004년 기준이 아니라 14년이 지난 지금도 평범한 직장인의 눈으로 1억 5000만원에서 3억원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이다. 하지만 현실 정치는 ‘돈 먹는 하마’ 수준이라 새 발의 피다. 한 원로 정치인은 총선에 최소 5억원 정도를 써야 했다고 한다. 2004년부터 득표율에 따라 국가가 선거비용을 보전해 주지만, 서너 번 낙선하면 패가망신할 만한 비용이다. 또 지구당을 없앴지만, 편법으로 지역민의 민원을 들어주는 사무소를 내고 직원을 고용하면 매월 1000만~15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당내 선거도 맨입으로 할 수 없다. 기탁금을 수천만원을 내야 한다. 장소를 빌리고 행사를 하는 데 필요하다. 8월 25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은 등록비 500만원을 내고, 당대표 입후보자는 9000만원, 최고위원 후보자는 4000만원을 추가로 냈다. 진성 당원이 크게 늘어 1회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약 1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움직일 때마다 돈이다. 이 자금을 세비를 저금해서 마련할 수 있을까. 무리다. 그래서 “‘오세훈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검은돈 근절’과 ‘깨끗한 정치’라는 명분이 늘 여론을 얻어 좌절된다. 돌아보면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치인들은 돈 고생을 많이 했다. 경기고·서울대(KS) 상대 출신이지만, 오랜 재야 민주화 운동으로 ‘운동권의 대부’라는 타이틀을 가진 김근태 전 최고위원도 그랬다. 그는 2002년 대선 후보 경선 중에 ‘권노갑 고문에게 2000만원을 지원받았다’고 고백했다가 쏟아지는 비난에 크게 상심하고 경선을 접었다. 변호사였으나 상고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도 후원이 넉넉하지 않았다. 정치 낭인 시절 말 많고 탈 많은 물장사에 나섰던 이유는 ‘원수 같은 돈’을 마련하려 했던 탓이다. 그 가난 탓에 일부 보좌관은 한나라당에 몸을 의탁했다가 배신자라는 손가락질도 받았다. 서갑원 전 의원은 노 전 대통령과 지방 출장에서 운전기사까지 세 명이 한방을 썼는데 돈이 없었던 탓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렇게 혹독한 시절을 겪었기에 그는 대통령이 된 뒤 2004년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 선거 120일 전부터 후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제60조의3(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신설에 힘을 실어주었다. 평년 1억 5000만원에 묶인 한도는 그간 물가 상승률을 생각하면 2억원 이상으로 올려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후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예비후보 자격을 현행 6개월보다 더 길게 해야 한다. 물론 평년에 1억 5000만원도 ‘만땅’으로 못 채우는 정치인도 적지 않다. 어떻게 아느냐고? 연말에 몰아서 후원을 하는데, 한도가 차면 이체가 안 된다. 12월 31일 저녁에 존경하는 정치인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넣으면서 “쯧쯧! 아직도 한도를 못 채웠구먼” 하며 구시렁거리는 재미가 있다. 정치가 좋아지려면 좋은 정치인을 후원해야 한다. 이런 정치 현실을 외면한 채 당위로 ‘깨끗한 정치’만 주장하면 제2, 제3의 ‘노회찬의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 도덕성을 기반으로 올바른 정치를 해보려는 정치인일수록 돈의 무게에 짓눌려 무너지게 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는 윤동주의 서시를 좋은 정치인들은 이제 덜 사랑하기를 바란다. 이육사의 ‘광야의 초인’도 이젠 잊고 멀리하면 좋겠다. symun@seoul.co.kr
  • “백악관 업무 진행에 집중” 패션사업 손 떼는 이방카

    “백악관 업무 진행에 집중” 패션사업 손 떼는 이방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고문이 패션사업을 접는다. 원인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도덕성 논란과 불매운동 등에 시달리면서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이방카 고문은 25살이던 2007년부터 운영한 패션 브랜드인 ‘이방카 트럼프’를 폐쇄하기로 했다. 이방카 고문은 이날 성명에서 “워싱턴에서 17개월 머무는 동안 내가 기업 운영으로 돌아갈 시점을 알 수 없고 돌아갈지조차 명확하지 않게 됐다”면서 “확실한 것은 가까운 미래에는 워싱턴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은 판매 급감이 패션사업 정리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방카 트럼프’ 브랜드는 2016년 대선 이래 집중적인 비판과 보이콧 대상이 됐다. 이방카 고문은 2017년 1월 브랜드 경영에서 손을 뗐지만 최근 중국에서 상표권을 획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아마존·메이시스 등 쇼핑몰에서 최근 12개월간 이 브랜드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5% 떨어졌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세계 첫 ‘시험관 아기’ 루이즈 브라운, 40세 생일 맞았다

    세계 첫 ‘시험관 아기’ 루이즈 브라운, 40세 생일 맞았다

    곧 40세가 되는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 루이즈 브라운(39)이 인간배아를 사용한 유전자편집 연구가 질병 치료 목적으로 쓰인다면 허용해야 한다고 지지를 표명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체외수정(IVF)을 통해 태어난 브라운이 최근 영국 런던 과학박물관에서 열린 40세 기념 기자회견에서 위와 같이 밝혔다. 시험관 아기는 40년 전인 1978년 7월 25일 영국에서 브라운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약 800만 명이 태어났을 만큼 보편화 됐다. 이에 대해 브라운은 “내가 태어났을 때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이 체외수정 기술을 비난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브라운의 부모는 지구 반대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붉은 물감이 피처럼 발라져 있는 저주의 편지를 받기도 했지만, 전 세계 난임 부부들로부터 받은 응원의 편지가 훨씬 더 많았다. 브라운의 발언은 지난주 영국 너필드 생명윤리위원회가 유전적 질병을 막기 위해서라면 유전자 편집 아기도 도덕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히면서 관련 질문을 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브라운은 “건강을 위해서라면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의사들은 필요한 만큼 유전자 편집 기술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학자는 거기서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면 의학회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브라운은 4세 때 처음 부모로부터 자신이 체외수정 기술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어느 날 내 부모가 날 앉혀놓고 체외수정 관련 영상을 보여줬다”고 회상했다. 이 덕분에 그녀는 자라면서 여러 언론의 관심을 받았지만 비교적 평범하게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브라운은 2004년 결혼해 2006년과 2013년 각각 자연임신으로 두 아들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AFP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사설] ‘드루킹 불법자금 의혹’ 노회찬의 안타까운 죽음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어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드루킹’ 김동원씨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허익범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노 의원은 유서에서 “2016년 3월 4000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공평하고, 그 무게를 재는 것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노 의원이 지금껏 걸어온 삶의 궤적과,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 우리 사회에 기여했을 공헌을 떠올리면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 그는 62년 인생의 대부분을 노동운동과 진보정치 운동에 헌신했다. 좌파 운동권 동지들이 보수정당의 우산 밑으로 들어갈 때도 꿋꿋이 ‘좁은 길’을 고집했다.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들의 실명이 담긴 ‘삼성 X파일’을 폭로했지만,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운동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추진 등 굵직한 업적도 남겼다. 막말이 판치는 정치권에 촌철살인의 발언으로 품격을 입혔다. 또 ‘고구마 정치’에 답답해하던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 주어 ‘스타 진보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노회찬은 언제나 서민과 노동자 편이라는 신뢰도 얻었다. 그런 노 의원이었기에 작은 도덕적 흠결도 치명타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노 의원이 유서를 통해 밝힌 대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행위는 “어리석고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다만 한국 사회가 진보세력에만 극히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닌지 의문도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에도 맹점이 있다. 현역 국회의원은 평소에는 1억 5000만원을,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 신인이나 낙선한 국회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자가 되는 6개월 전에는 후원금을 받을 통로가 막혀 있다. 낙선한 뒤에도 다음 선거까지 지역에서 활동해야 하는 정치인은 가혹한 시간을 견뎌야 한다. 노 의원이 ‘검은돈’을 받은 시점도 ‘삼성 X파일’ 폭로 여파로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야인으로 지내던 시기다. 이런 구조에서 개인의 도덕성에 기반해 ‘클린 정치’를 기대하는 건 흰 옷을 입혀 진흙탕에 밀어넣으면서도 깨끗하길 요구하는 격이다. 특검팀은 이번 비극에도 정치권의 댓글조작 연루 의혹을 파헤치는 ‘본류 수사’를 흔들림 없이 끝까지 진행해야 한다. ‘드루킹이 노 의원을 이용하다 버린 것’이라는 소문 등도 확인해야 한다. 특검의 성역 없는 수사만이 마지막 순간까지 “저를 벌해 달라”고 참회했던 진보 정치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마지막 예의다.
  • [사설] 협치 개각, 하려면 제대로 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4개월 넘게 공석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인선을 조만간 단행한다는 소식이다. 개각은 필요하지만 몇 개 부처의 개각은 인선이 쉽지 않은 데다 일부 야당 지도부 구성이 아직 완료되지 않아 다음달로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혁신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인사 쇄신이 진작부터 필요했다는 점에서 이번 개각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나마 청와대가 개각의 초점을 ‘협치’에 두고 야당 인사를 발탁하는 ‘협치내각’을 공식화해 기대하게 된다. 정부·여당이 혁신 동력을 살려 민생경제를 회복하려면 야당과의 협치는 불가피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경제 분야에 관한 한 협치는 실종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사건건 여야 대립에 따른 국회의 개점휴업이 되풀이되면서 법안 처리가 막혀 애먼 국민만 고통을 받아야 했다. 국민의 신뢰를 잃고 지리멸렬한 야당이지만 정부·여당이 협치의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야권 입각을 통해 협치를 모색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협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장관직 수행에 필요한 자질을 갖추고 있느냐다. 중요한 순간마다 헛발질하며 능력과 자질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 장관들이 어디 한둘인가. 학부모 혼선만 부추긴 교육부의 입시 정책, 재활용 쓰레기 대란 및 미세먼지와 라돈 침대 사태에서 드러난 환경부의 정책 난맥상, 대통령 주재 회의 취소 사태까지 부른 안이한 규제개혁안을 낸 경제 관련 부처들, 잇따른 말실수와 부적절한 처신 논란을 부른 국방부 수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장관들이 제 역할을 하는지는 대통령보다 국민이 더 잘 안다. 국민의 믿음을 잃은 장관은 과감히 바꿀 필요가 있다. 개혁 동력이 느슨해진 현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해선 더 폭넓은 개각이 돼야 한다. 협치의 가치를 크게 살리기 위해서라도 진보 성향의 야권뿐만 아니라 합리적 보수까지 입각의 대상을 넓힐 필요가 있다. 코드 인사에서 벗어나야 넓은 인재풀을 가동할 수 있고 도덕성은 물론 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기용할 수 있다.
  • “대법관과 민변 역할 다르다” 선 그은 김선수

    “대법관과 민변 역할 다르다” 선 그은 김선수

    재조(판검사) 경험이 없는 재야 출신으로 처음 대법관 후보에 오른 김선수(57·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가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뿌리를 두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의 단절을 선언했다. 정치·이념 편향 논란에 선을 그으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는 이날 “대법관으로 사는 삶은 민변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데서 출발해야만 할 것”이라며 “이런 배경에서 대법관 제청 직후 민변을 탈회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 민주화를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민변의 회원이었던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대법관의 역할과 민변 회원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 민변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더라도 대법관은 현행 국보법을 전제로 판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민변 창립 회원이자 회장까지 역임한 그가 위헌 정당 해산심판 사건에서 통합진보당 측 변호인 단장으로 활동한 경력 등을 거론했다. 김도읍 의원은 “국론분열 사건마다 재판에 관여하거나 성명을 내면서 정치적 편향성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공격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살아 왔다.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당에 후원금을 낸 적도 없다”며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사안들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특히 “변호사로서 인권단체 활동을 하며 가졌던 관점과 견해는 대법관 직무를 수행하면서 일정하게 변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 다양성과 차이를 포용하는 사회, 노동자들이 인간으로서 정당하게 대우받는 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김 후보자가 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미리 밝힌 서울 서초동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이나 대치동 전세 이사 등을 놓고 도덕성을 꼬집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 후보자는 “장남이 고등학교 진학 때였는데 서초동에선 남녀공학으로 갈 가능성이 컸다”며 “남녀공학은 내신에서 남학생들이 못 따라가기 때문에 (남자 고교에 갈 가능성이 높은) 대치동 쪽으로 옮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사법농단 사태로 땅에 떨어진 사법부 신뢰를 회복시킬 적임자로 치켜세웠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법원이 심각한 위기”라며 “이럴 때일수록 계속 판사로 지내오신 분보다 법원 바깥에서 다양한 경험과 견해를 가진 분이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풀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특검 “예기치 않은 비보”… 드루킹 측근 소환 취소 등 수사 타격

    특검 “예기치 않은 비보”… 드루킹 측근 소환 취소 등 수사 타격

    진보에 영향력 행사 등 금품 동기 의문 드루킹, 작년엔 “노, 날려버리겠다” 협박 댓글 조작 의혹 수사 ‘우회로’ 막혀 제동 일각 “드루킹 아닌 곁가지에 집중” 비판 특검 “정치자금 공여자 조사 계속할 것”‘드루킹’ 김동원(49)씨 일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던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조여 오는 특검 수사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보인다. 노 의원 수사를 발판으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댓글 조작 지시 의혹 수사의 ‘우회로’를 뚫으려 했던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수사에도 제동이 걸린 가운데, 드루킹 측이 노 의원에게 돈을 전달한 동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날 오전 11시 30분 허 특검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허 특검은 “예기치 않은 비보를 듣고 굉장히 침통한 마음”이라며 “의원님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특검팀은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드루킹의 핵심 측근인 ‘아보카’ 도모(61) 변호사의 소환 조사 계획을 취소하고 수사 방향을 점검했다. 역대 특검 수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노 의원이 처음이다. 노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은 지난해 대선 직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계좌에서 16개월간 8억원의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검찰에 넘겼다가 무혐의 처리된 사건을 특검이 다시 살펴보며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특검은 도 변호사가 경찰 수사 단계에서 조작된 증거를 제출한 것을 확인했다. 수사를 통해 특검은 총선을 앞둔 2016년 3월 노 의원이 도 변호사로부터 2차례에 걸쳐 5000만원을 받았다는 정황과 증언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만원은 노 의원이 경공모의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서 직접, 3000만원은 이후 노 의원 부인의 운전기사를 통해 받았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었다. 앞서 진행된 경찰 수사에선 노 의원의 금품수수는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동안 노 의원은 “어떤 불법자금도 받지 않았다”며 의혹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23일 발견된 유서에는 “4000만원을 받았다.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 절차를 밟아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어리석은 선택이었다”고 적었다.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한 것이다. 향후 수사에선 청렴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노 의원이 금품을 수수한 경위와 드루킹 측이 돈을 전달한 동기, 자금 확보 방법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현재로선 드루킹 측이 노 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을 빌미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을 가능성과 경공모가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 인사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노 의원에게 돈을 건넸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 의원의 죽음에는 정치적·도덕적 압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본인이나 주변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시점이라 수사 방법에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렵다”면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인해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과 함께 돈이 어떻게 쓰였느냐에 따라 수사가 정의당으로 향할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5월 드루킹은 트위터에 심상정, 김종대 등 정의당 국회의원들을 거론하며 “한 방에 날려버리겠다”는 글을 작성했다. 일각에선 김 지사를 향하던 드루킹 특검의 칼끝이 노 의원을 향한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본류’가 아닌 ‘곁가지’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의혹의 핵심은 대선 전후 인터넷 댓글 조작에 김 지사가 얼마나 깊게 관여했는지와 김 지사와 드루킹 간의 금전 거래였는데, 특검 수사가 진행되면서 방향이 달라졌다”면서 “살아 있는 권력을 피하면서 노 의원 쪽으로 수사력을 집중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 의원이 목숨을 끊으면서 특검도 타격을 입게 됐다. 하지만 특검 관계자는 “공여자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해 노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 수사를 계속할 뜻을 내비쳤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뉴스 분석] 검은돈, 정치인 그리고 도덕성

    [뉴스 분석] 검은돈, 정치인 그리고 도덕성

    특유의 촌철살인으로 부정부패 비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국민들 충격23일 아침 날아든 노회찬(62) 정의당 의원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은 우리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평소 특유의 익살 섞인 독설로 부정부패를 앞장서 비판해 왔던 노 의원이기에 검은돈 의혹 보도가 처음 나왔을 때 ‘설마’ 하며 믿고 싶지 않았던 여론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것은 어쩌면 노 의원이라는 정치인 자체가 정의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에 넌더리가 난 국민들은 차라리 노 의원이 사법당국에 출두해 명쾌하게 혐의를 부인해 주기를 바랐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국민들의 인지부조화를 해소해 주는 대신 노 의원은 죽음으로 진술을 대신하는 쪽을 택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 ‘드루킹’ 김동원(49·구속 기소)씨 측으로부터 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은 노 의원은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소환 조사를 앞두고 이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노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38분 서울 중구에 있는 남동생의 아파트 1층 현관 앞에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아파트 17층과 18층 사이 계단에서 노 의원의 유서 등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투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 의원은 이날 아침 정의당 상무위원회 회의에 이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일정을 취소한 채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비보가 전해졌다. 노 의원은 ‘드루킹 관련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통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함으로써 뇌물로 인식하고 받지는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평소 기업의 불법 정치자금 등 정경유착에는 민감했던 그가 다른 경로로 돈을 받는 데는 상대적으로 엄격하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회자되고 있다. 실제 노 의원은 유서에서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 후원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과거 노 의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훨씬 파렴치하게 받은 정치인들과 비교하면 노 의원의 혐의는 무겁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더 엄격한 도덕률이 요구되는 진보 진영,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청렴 정치인으로 인식된 노 의원이었기에 작은 흠결도 치명타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노 의원의 별세가 특히 더 안타까운 점은 진보 정치를 대중에게 뿌리내리게 한 공로가 있음에도 별생각 없이 정치자금을 받은 뒤 진보는 깨끗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라고 했다. ‘촛불혁명’ 이후 국민들이 정치인에게 요구하는 도덕률이 높아진 점도 노 의원에게 남다른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작은 불법이라도 스스로 삼가지 않으면 누구든 검은돈의 사슬에 걸릴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정치권에 새삼 던져준 것이다. 노 의원은 유서에서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이제 나를 안아줘야 할 시간(한성희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로 12만명의 독자를 만난 정신분석 전문의 한성희 박사가 낸 신작 에세이. 자신의 경험과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어른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사는 것이 서툴고 어렵다고 느끼는 30, 40대에게 인생의 혼란기를 현명하게 건너는 방법을 들려준다. 272쪽. 1만 5000원.머나먼 섬들의 지도(유디트 샬란스키 지음, 권상희 옮김, 눌와 펴냄) 세상에서 가장 외딴곳에 떨어져 있는 50개 섬의 지도와 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루돌프섬, 부베섬, 생폴섬, 로빈스크루소섬 등 너무 작아서 지도 위에 표시되지 않거나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지도 여백 바깥으로 쫓겨나기 일쑤였던 섬을 무대로 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44쪽. 1만 9800원.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노세 나쓰코·마쓰오카 고다이·야하기 다몬 지음, 정영희 옮김, 남해의봄날 펴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그림책상을 휩쓸며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출판사로 잘 알려진 타라북스. 남인도의 바닷가 마을에 자리잡은 이 작은 출판사의 철학과 제작 비법을 탐구하기 위해 일본 작가 세 명이 2년간 인도를 방문해 심층 인터뷰했다. 304쪽. 1만 7000원.작가님, 어디 살아요?(모니카 드레이크 외 31명 지음, 오현아 옮김, 마음산책 펴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세계 문학 거장들의 발자취를 좇아 전 세계를 유랑한 기록을 모았다. 밀란 쿤데라, 스콧 피츠제럴드, 잭 케루악, 앨리스 먼로, 오르한 파무크 등 작가들의 예술혼에 불을 지핀 공간들을 소개한다. 392쪽. 1만 6000원.바다에서 건진 생명의 이름들(박수현 글, 지성사 펴냄) 30년 동안 잠수 횟수가 2100회가 넘는 사진기자 출신의 저자가 200여종의 해양생물 이름의 유래와 생물이 지닌 생태 특성을 설명한다. 저자가 바닷속에서 직접 촬영한 500여장의 사진을 통해 평소에 자주 볼 수 없었던 어류, 연체동물, 바다 포유류, 바다 파충류 등의 모습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528쪽. 3만 8000원.아빠가 읽어 주는 고전태교(박상원 엮음, 도서출판문사철 펴냄) 하루 10분 아빠가 엄마 뱃속의 아이에게 읽어 줄 만한 동양 고전을 엮었다. 저자는 아이가 건강하길 바랄 땐 ‘동의보감’과 ‘동의수세보원’을, 따뜻한 사람이 되길 바랄 때는 ‘논어’와 ‘묵자’를,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면 ‘관동별곡’과 ‘도덕경’을 읽어 주라고 조언한다. 152쪽. 1만원.
  • [열린세상] 국회선진화법 손보고 일하는 국회 만들어야/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열린세상] 국회선진화법 손보고 일하는 국회 만들어야/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팽팽하게 대치했던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끝났다. 이제 일 좀 하는 국회를 보고 싶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긴 근로시간을 지닌 시민들의 눈에 정부 출범 1년이 넘도록 단 한 건의 개혁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한 채 두둑한 월급봉투만 챙겨 가는 의원들이 고와 보일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는 의원들 개개인의 도덕성을 강조한다고만 될 일은 아니다. 국회의 구조부터 손질할 필요가 있다.우선 한국의 국회에서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 회부되기 전 교섭단체 간 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교섭단체 정당 중 어느 하나라도 처리를 반대한다면 국회는 올스톱 진입로에 들어서게 된다. 물론 안건조정위원회 제도가 있긴 하나 상임위원장이 야당 몫이라면 법안 심사는 요원해지기도 한다. 여기에 18대 국회 말 폭력과 날치기 국회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은 법안이 신속하게 처리될 조건으로 국회의원 3분의2의 동의를 요구한다. 결국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늘 최소 180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철벽같은 ‘게이트 키퍼’인 법사위의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상임위를 통과한 모든 법안은 본회의에 회부되기 전 반드시 법사위를 거쳐야 한다. 법사위는 헌법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못했던 시절 법안의 체계와 자구를 전문적으로 심사할 목적으로 탄생했다. 그런데 오늘날의 법사위는 그 순수한 기능을 넘어 법안을 지연하거나 기각하는 기구로 변질됐다. 국회 내의 상원, 상임위의 옥상옥으로 불린다. 법사위를 차지한 한국당이 국회의 문고리 권력을 단단히 거머쥐었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이제 정부와 여당이 법안 하나라도 처리하려면 ‘교섭단체협의?선진화법?한국당 주도의 법사위’라는 삼중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통행세는 180석의 대연합인데, 쉽지 않다. 오히려 여야 정치 지형을 고려할 때 불가능에 가깝다. 지방선거 이후 항간에 제기된 ‘개혁입법연대’는 민주당과 평화당, 정의당을 합쳐도 157석에 불과하다. 한국당이 맞불로 놓은 ‘개헌연대’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연합도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개혁입법이든 개헌이든 어느 하나 제대로 해볼 수 없는 현실이다. 교섭단체협의 제도나 정당 의석에 비례한 원 구성은 국회 운영에서 소수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합의제적 전통으로 자랑할 만한 제도다.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면서 여야 간 합의를 이루겠다니 나무랄 것이 없다. 그러나 한국의 국회는 원심력이 지나치게 크다. 전체 과정에 소수당이 실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장치가 너무 많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배를 주요 골자로 한다. 여기서 과반 규칙이 중요한 이유는 소수가 아무리 헤쳐 모이더라도 다수를 넘지 못하는 선이 ‘50%+1’이기 때문이다. 물론 헌법 개정과 같은 중대 사안은 가중다수인 3분의2의 동의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외 일반 정책은 다수의 지배를 보장하기 위해 과반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최소민주주의’이다. 따라서 일하는 국회를 만들려면 일상적인 국회 과정에서 최소민주주의를 복원할 필요성이 있다. 무엇보다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는 등 손봐야 한다. 물론 선진화법 내에는 필리버스터 제도 등 소수당을 보호하는 좋은 장치가 있다. 그러나 현행법은 무제한 토론이 행해진 법안이 바로 다음 회기의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져 통과되는 등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실효를 지니게 하되 나머지 신속 처리에 필요한 3분의2의 동의 조건은 폐지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법사위가 옥상옥 구실을 하지 못하도록 권한을 조정해야 한다. 체계 및 자구 심사를 명분으로 법안 처리를 지연 및 기각하거나, 나아가 법안을 수정할 권한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 법사위의 위상을 일반 사법상임위로 전환하고 법제 기능은 국회 사무처의 법제실에 맡기는 방안이 가장 적절하다. 이 두 가지 제도 개혁은 입법기관으로서 국회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국회가 진지하게 고려해 주길 기대한다.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책에는 모바일서 얻을 수 없는 통찰력이 있죠”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책에는 모바일서 얻을 수 없는 통찰력이 있죠”

    모바일 시대, 강동권 이학사 대표가 말하는 ‘책 읽는 이유’ “아무리 디지털시대, 모바일시대라고 해도 인간이 책을 필요로 하는 이상, 출판은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모바일을 넘어서는 깊은 지식과 통찰력, 새로운 해석과 비판적 사유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 삶이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집니다.”두꺼운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주로 출판하는 이학사의 강동권(59) 대표는 “책에는 질감과 형태, 편의성과 사용성 등과 같은 독특한 물성뿐만 아니라 읽는 재미와 느낌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이런 강조와는 달리 출판업계는 단군 이래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출판업계, 적어도 책은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단순한 지식이나 사실은 책에서 찾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됐다”며 “책의 역할이나 효용이 달라졌다는 것을 절감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출판 영역을 잠식하지만 그도 한때는 마이다스동아일보(현재의 동아닷컴)과 싸이월드에서 6년간 이사를 지냈다.16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의 주택가에 위치한 그의 출판사인 이학사를 찾아갔다. 몇 개월 전에는 안국동에서 만났지만 지난 4월에 연건동으로 옮겼다. 그는 안국동에서 20년간 출판사를 운영했다. 새 출판사로 찾아가는 골목길 앞 담벼락엔 ‘길 막힘’이란 경고문이 있어 되돌아 나갔다. 몇 번 헤맨 끝에 경고문을 넘어서 들어가니 가정집 같은 건물에 ‘이학사’ 문패를 만났다. 북촌이 관광지로 뜨는 바람에 임대료가 올라 이사를 했다. 출판사 면적도 거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바람에 보유한 책을 많이 기증도 했지만 1만 5000여권을 폐기처분했단다. 이학사의 이런 상황이 우리 출판업계의 현주소를 상징하듯 다가왔다. 강 대표의 사무실 한쪽 벽에는 이미 출판한 책이, 다른 쪽 벽에는 번역하고자 하는 원서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 그동안 출판한 책 제목을 보면 상당히 어렵다. 책을 선정하는 기준은.☞ 철학, 종교학, 미학 책을 가장 많이 냈습니다. 이런 분야가 인간의 삶과 문화, 학문에서 가장 근원적이고 바탕을 이루기 때문에 이쪽을 천착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왜, 이리 어려운 책을 내느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지요. 우리나라의 지성계와 인문사회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굳이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최근에 낸 책을 보면 ‘메타 정치론’ ‘아우라의 진화’ ‘정신과학의 철학’ ‘비미학’ 등으로 그의 출판 성향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비전공자나 일반 독자 처지에서는 어렵게 보이겠지만 일정 수준에 도달한 작품들을 고릅니다. 이런 경향은 번역하는 여러 선생님과 제가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겠지요.●“어려운 책도 누군가 꼭 할 일···새로운 통찰력 기준” 출판할 책을 고르는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해당 분야에서 고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거나 새로운 통찰과 해석, 비판적 사유를 담은 책을 내려고 합니다. 남이 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내용의 책은 피합니다. 그리고 우리 출판사가 어려운 책만 낸 것은 아니고 쉬운 책도 제법 냈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베스트셀러 내지 스테디셀러, 어떤 게 있나요.☞ 베스트셀러라고 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 스테디하게 나간 책들은 좀 있습니다. ‘철학, 삶을 만나다’(강신주), ‘정의론’(존 롤즈), ‘제국’(네그리, 하트), ‘처음 읽는 헌법’(조유진) 등이 그런 책들입니다. 처음 읽는 헌법이 꾸준하게 나가지만 요새는 워낙 책이 안 나가서 스테디셀러라고 할 만한 책도 드물어집니다. ●“제국, 세계종교사상사···우리 지성사에 큰 울림 남겨” 특히 ‘제국’과 ‘세계종교사상사’(전 3권) 출간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제국은 우리 지성계에 굉장한 울림을 주면서 출판사의 이름을 크게 알린 책입니다. 근대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사건과 현상을 횡단하면서 맥도널드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현대의 초국적 기업까지 조명했던 책입니다. 세계종교사상사는 20세기 최고의 종교학자 엘리아데(1907~1986)가 종교 사상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다룬 현대의 고전인데요, 우리 같은 작은 출판사가 7년 노력 끝에 2100쪽이 넘는 대작을 제대로 소개한 것이지요. 이것들은 올해의 출판인상(2014년)과 한국출판문화상 번역상(2006년)을 안겨줬습니다. - 출판하는데 가장 큰 애로점은.☞ 출판인 누구나 그렇겠지만 좋은 책을 냈는데 판매가 받쳐주지 않을 때 힘듭니다. 요새 흔히 출판을 문화산업이라고 합니다만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 - 문화에 찍느냐, 산업에 찍느냐 - 에 따라 책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잖아요. 우리 출판사는 아무래도 문화를 강조하다보니 판매에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주로 전문적이고 두꺼운 책을 내다보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판매가 따라주지 않으면 실망을 많이 하지요. 그런 책으로 ‘낯익은 시 낯설게 읽기’, ‘요가(엘리아데) ‘ 법이론’(임마누엘 칸트) 등이 기억납니다. - 과거 싸이월드 이사도 지내셨는데, 오프라인의 대명사 격인 책 출판을 하는 이유는.☞ 저는 책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책 내는 일을 하고 있고, 제가 좋아하는 일이고, 잘할 수 있는 일이며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 여전히 이 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30대 중반에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백수 생활을 좀 했습니다. 그때 회사를 다시 다니기는 싫고, 뭔가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출판의 ‘출’자도 모르고 덜컥 창업했지요. 그러다 제게 ‘꼭 나와달라’는 회사가 있어 낮에는 회사에 다니고 밤에는 출판사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제게 출판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일, 그래서 열린 세계, 다양하게 해석 가능한 세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출판사가 내는 책 한 권이 그 분야의 모든 것에 답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도 안 됩니다. 다만 새로운 인식, 새로운 통찰,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는 한 권의 책을 냄으로써 세계를 읽는 또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던지는 것이지요. 그런 것이 많아질 때 인간은 풍요로워집니다. - 모바일 시대에 책의 의미는 뭘까요.☞ 스마트폰 시대에는 단순 팩트나 지식은 스마트폰이 실시간으로 해결해 줍니다. 모바일에 부정확한 정보도 많지만 몇 번만 검색해 비교하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에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주는 데다 인구까지 줄고 있습니다. 그래서 출판은 더욱 어렵습니다. 옛날엔 ‘10년에 100종을 내면 안 망한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저는 23년간 250여종을 냈습니다. 그래도 어려우니···. ●“책을 낸다는 건 열린 세계, 다양한 세계 만드는 일” 그러나 책에는 깊은 이해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은 ‘본다’고 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스캔’하는 것이지요. 반면은 책을 ‘읽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보거나 스캔해서는 비판적 사유, 종합적 통찰을 기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종합적 통찰력을 기르는 최선의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시인 퐁주(1899~1988)가 한 말, ‘인간은 인간의 미래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이 말을 철학자 사르트르(1905~1980)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가 있다는 것, 인간을 기다리는 티 없는 미래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아마도 이 미래는 인간이 누구의 지배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는 세계, 자신의 존재와 가치, 자유와 평등 그 자체로 사는 세계일 것입니다. 제게 책은 바로 그런 열린 세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세계를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입니다. - 일반 독자들이 여름 휴가철에 읽을 만한 책 소개를 부탁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헌법 개정 논의가 있다가 요즘 좀 조용해졌습니다만 ‘처음 읽는 헌법’(조유진 지음)을 추천합니다. 민주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덕목과 함께 우리 헌법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쓴 책입니다. 또 ‘서양철학사’(시르베크, 길리에 지음. 윤형식 옮김) 일독을 권합니다. 애초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대학생을 위한 교재로 만들어졌기에 쉽고 잘 읽힙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고경영자(CEO) 추천도서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기존에 국내에서 나온 다른 철학사 책들과는 달리 명료한 서술, 참신한 접근, 새로운 시각이 특징입니다. 또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메시지를 어떻게 만들고 관리해야 하는지를 다룬 ‘메시지가 미디어다’(유승찬 지음)도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한국어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책과 출판은 산업의 시각이 아니라 정신적 문화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한국어가 중요하지요. 한국인의 삶과 문학, 정신을 규정하는 것이 한국어입니다. 일제시대 한글 사용을 금지한 데서 알 수 있듯이 한국어가 사라지면 한국인의 문화와 정신, 영혼 즉 정체성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런 한국어를 담는 그릇이 책이고, 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출판입니다. ●“한국어와 출판은 문화간접자본···보호책 마련해야” 책과 출판은 도로와 교량 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SOC)과 마찬가지인 ‘문화간접자본(COC)’입니다. 문화간접자본이라는 말은 제가 만든 말인데, 이 토대 위에서 연극 영화 드라마 공연 등 다양한 문화가 발전합니다. SOC에서 경제가 꽃피듯 문화간접자본이 튼튼해야 우리 문화가 풍성해 질 것입니다. 최근 인구가 줄면서 또 앞으로 구조적인 변화에 따라 한국어를 쓰는 인구가 줄어들 것입니다. 한국어의 위기가 오면 한국인의 삶과 문화, 정신을 규정하는 정체성 위가 올 것입니다. 한국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책과 출판을 문화간접자본으로 규정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구정책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당국이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 요즘 주로 하시는 일은. ☞ 이사 뒷정리한다고 두어달 보냈습니다. 우리 출판사는 오래 전부터 주 39시간 근무를 해오고 있습니다. 저는 출근해서 책 보고, 원고 보고 선생님들 만납니다. 출퇴근 지하철과 집에서는 대개 원고를 봅니다. 우리는 편집자 한 명이 책을 책임지고 마무리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원고를 돌아가면서 읽습니다. 1교자와 2교자가 다릅니다. 오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지요. 한 원고를 최소 3명(필자와 편집자 2명)이 보면 오류를 거의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난해한 책은 7교, 8교까지 볼 때도 있습니다. 요즘엔 하버드대 교수를 지냈던 존 롤즈(1921~2002)의 ‘도덕 철학사 강의’를 2교째 보고 있습니다 매월 첫째, 셋째, 다섯째 토요일에는 친구들과 함께 당일치기 백두대간 종주를 합니다. 작년 9월 시작해 상주까지 북진해 왔습니다. 산행할 때 낙오하지 않기 위해서 매일 아침 한시간씩 허벅지와 무릎 근력을 키우는 운동도 합니다. 그리고 대간에 가는 주에는 수요일 이후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기도하는 것 같지요? 둘째 토요일은 청계산 산행 모임에 나갑니다. 한 달이 바쁘게 돌아갑니다. 그리고 조만간 어렵지만 흥미로운 주제인 타자 문제를 다룬 ‘인류학을 넘어서(Beyond Anthropology)’라는 책과 알랭 바디우가 쓴 존재론 책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자 강 대표는 자녀에게 읽히라며 ‘처음 읽는 헌법’과 ‘서양철학사’를 한 권씩 건네주었다. 기자들도 책을 좀 읽고 살아라는 뜻이 담긴 듯해서 받아들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공무원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 내년 도입

    추진 방향·세부 내용 결정 뒤 내년 하반기 법령·규정 개정 ‘사회책임 투자’도 600억원 추가 새달 운용사 선정 후 1년 내 투입 국민연금이 이달 말 ‘스튜어드십 코드’(주주권 행사 지침)를 도입하는 가운데 공무원연금공단도 국민연금을 벤치마킹해 내년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연금공단은 16일 “하반기부터 사회책임 투자를 확대하고 연기금 최초로 해외 책임투자를 시작하며 내년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정부 핵심 정책과제인 ‘공적기금의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부짓집의 살림살이를 맡은 집사처럼 고객과 수탁자가 맡긴 돈을 최선을 다해 도덕적으로 관리·운용해야 한다는 지침을 말한다. 앞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다른 연기금도 조만간 이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가운데 공무원연금공단이 가장 먼저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방안을 벤치마킹해 자체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추진 방향과 세부 내용을 확정하고 하반기부터 관련 법령과 규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단 측은 사회책임 투자(SRI) 확대 계획도 밝혔다. 사회책임 투자는 도덕적이고 투명하며 친환경적인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비도적이고 환경 파괴를 일삼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천민자본주의를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국내 사회책임 투자(현재 922억원)에 6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하고, 이번 주 위탁운용사 선정 공모절차에 착수한다. 다음달에 운용사가 선정되면 1년 이내에 600억원을 투자한다. 아울러 공단은 연기금 최초로 해외 주식부문에서 사회책임 투자에 1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다음달 초까지 위탁운용사를 별도로 선정할 계획이다. 공단은 사회책임 투자와 관련해 단순한 ‘네거티브 스크리닝 방식’(특정 기업 또는 산업을 배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책임투자 노하우를 가진 해외운용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수익 제고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선진투자 기법을 배워 국내 투자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공단은 덧붙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43년 만에 양심고백한 도둑

    43년 만에 양심고백한 도둑

    슈퍼마켓에서 초콜릿 바를 훔친 도둑이 40여년 만에 자신의 죄를 사과했다. 14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메트로, 미러 등 외신은 최근 잉글랜드 리버풀의 벨 베일 쇼핑센터에 도착한 익명의 편지를 소개했다. 자필 편지에는 “1975년 내가 꼬마였을 때, 쇼핑센터 내 울워스(Woolworths)마트에서 초콜릿 바 두 개를 훔쳤다. 그때는 제대로 알지 못해서, 여기 물건 값에 상응하는 돈도 함께 보낸다”고 적혀있었다. 편지 안에는 5파운드(약 7500원)짜리 지폐가 들어있었다. 편지를 보낸 이는 수십년 동안 자신을 괴롭힌 죄책감을 씻기 위해 편지를 보냈지만, 안타깝게도 그 매장은 더이상 영업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쇼핑센터 대변인은 “다소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양심 있는 고백을 듣게 돼 기쁘다”며 “현대 사회에 인성회복과 도덕의 중요성을 알리는 긍정적인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 사과를 받아들였음을 알리고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쇼핑센터 측은 돌려줄 매장이 없기 때문에 동봉된 현금은 아동 호스피스에 기부할 예정이다. 한편 해당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마트가 파산해 영업을 마감했는데 무슨 소용인가”, “사과해야 할 일이 그뿐이라면 그는 괜찮은 삶을 산 것”이라거나 “누가 뭐래도 마음 속에 내내 걸렸던 것이 틀림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페이스북(벨 베일 쇼핑센터)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문화 차이? 美 공원에서 참새 생포하는 여성 논란 (영상)

    문화 차이? 美 공원에서 참새 생포하는 여성 논란 (영상)

    미국의 한 공원에서 참새를 산채로 포획하는 한 중년 커플이 공개되면서 영미권을 충격에 빠뜨렸다. 13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미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 근처 역사 광장에서 한 쌍의 남녀가 음식으로 참새를 유인해 낚아채는 영상을 소개했다. 영상을 보면 두 사람은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다. 남성이 한 무리의 새에게 음식을 던지자, 여성은 몸을 한껏 낮춘 뒤 새에게 다가간다. 아무것도 모른 채 먹는 일에만 집중하던 참새 한마리가 결국 여성의 손에 생포됐다. 여성은 날개를 펄럭이며 발버둥치는 참새를 비닐봉지 안에 넣어 묶어버렸다. 그 장면을 목격한 남성 크리스 매튜스는 “펠라델피아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휴식을 취하는 중 참새를 잡는 사람들을 발견했다”며 직접 촬영한 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대부분 “남녀의 행동이 잔인하고 혐오스럽다”며 비난 일색이었지만 “그들의 반도덕적 행위를 앉아서 촬영만 하고 있었다니, 세상이 어떻게 되어버린건지…”라며 다가가 말리지 않은 남성을 질책하기도 했다.  영상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화제가 되자, 미 국립공원 관리국 대변인은 “보통 국내에서 참새를 식용으로 먹지 않지만 일부 문화권에서는 작은 야생 조류가 진미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공원에서 야생 생물을 괴롭히거나 잡는 행위는 미 연방 법규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유튜브캡쳐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유전자 변형식품, 희망인가 악몽인가…또 불거진 안전성 논란

    유전자 변형식품, 희망인가 악몽인가…또 불거진 안전성 논란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을 먹었다.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우리나라가 수입한 GMO는 961만 623t에 이른다. 이들 작물은 물엿, 전분, 과당 등 식품으로 가공돼 우리 식탁에 올라왔다. GMO란 특정 생물의 유전자 가운데 병충해·살충제·제초제 내성 등 유용한 유전자를 추출해 다른 생물체에 삽입해 만든 새로운 품종이다. GMO의 대명사는 농업생물공학기업 ‘몬산토’다. 몬산토는 지난 6월 독일의 바이엘에 인수됐다. 바이엘사는 몬산토 브랜드명은 유지하기로 했다. 몬산토는 전 세계 GMO 90%의 특허권을 갖고 있다. 옥수수, 콩 등이 주력 상품이다. GMO의 안전성에 대한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과학계에서는 GMO가 안전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과학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S)는 2016년 7월 “80여 명의 전문가가 900여 건의 학술 결과를 검토한 결과, GMO가 인체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정부, 미국 의사협회(AMA) 등도 GMO가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2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GMO를 섭취했으나 건강을 해쳤다는 명확한 사례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GMO를 옹호하기도 한다. 뉴스위크는 “GMO가 세상을 기아로부터 구할 수 있다”면서 “지구온난화, 가뭄, 벌레의 증가로 농작물은 줄어들지만, 인간의 수는 급속하게 늘어났다. GMO가 식량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치 대니얼스 미 퍼듀대 총장은 “식량난을 겪는 아프리카 국가에 가보라. 반(反) GMO 시위자를 한 명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생명을 구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려는 열의를 막는 것은 반과학이 아니라 부도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 푸드앤워터와치는 “GMO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가 편파적”이라면서 “연구 자체가 생물공학 산업에 친화적인 측에 의해 시행되거나, 상당한 자금 지원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앞서 GMO가 무해하다고 발표했던 NAS의 임원진에도 몬산토 등 GMO 기업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보고서 작성에도 GMO 업계와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트앤워터와치는 “보다 독립적인 장기 안정성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책임 있는 기술연구소(IRT)’는 GMO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RT에 따르면 몬산토사가 만든 GMO 옥수수에는 푸트레신, 카다베린 등 암,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이 검출됐다. 또 이 옥수수에 뿌리는 농약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암물질로 분류한 글리포세이트가 다량 함유된 사실도 드러났다. 이외에도 GMO가 장, 간, 신장 등 기관에 장애를 미치며 생식기 장애 및 면역체계 교란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가 존재한다. 현재 프랑스, ??인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탈리아, 러시아 등이 GMO를 금지한다. 그린피스는 반GMO가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연구소를 설립해 과학자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GMO에 대한 우리의 우려는 반과학적인 것이 아니다”라면서 “통제된 환경에서 신약개발, 과학적 실험을 위해 GMO를 사용하는 것까지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생태계에 노출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GMO 문제에 있어 ‘사전예방적 접근’을 강조했다. GMO가 환경에 노출됐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부족하며, 일단 한 번 노출되면 곤충의 교배, 작물의 수분 등으로 유전자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돼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1997년부터 최근까지 GMO가 자연종의 유전자 변형을 초래한 사실이 수백 건 이상 확인됐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김유민의 노견일기] 작은 단짝이 건네준 커다란 마음

    [김유민의 노견일기] 작은 단짝이 건네준 커다란 마음

    깡마른 몸에 바짝 밀린 털. 몇 살인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버려진 강아지. 작고 안쓰러웠던 첫 만남을 기억합니다. ‘요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요키가 2~3살로 보인다고 했어요. 예방접종을 하고 진료도 받고 길이 아닌 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버려진다는 것은 지워질 수 없는 상처였나 봅니다. 밖에 나가면 겁을 먹고 작은 몸에 힘을 잔뜩 주었습니다. 남자에게 안 좋은 기억이 있는지 지금까지도 아빠 곁으로 가지 않으려 하고, 방문 앞에 볼일을 보기도 합니다. 십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열다섯 노견이 되어도 앙칼진 표정은 그대로인데 눈동자는 뿌옇게 변해갑니다. 이제는 냄새도 잘 맡지 못하고, 걸음걸이도 더디고 힘겨워졌습니다. “오늘 하루도 힘내자. 요키야.”그 좋아하던 산책을 귀찮아하고 누워만 있으려는 요키에게 매일같이 말을 걸어봅니다. 함께라서 지나온 시간들이 행복했는데, 녀석도 그랬는지 궁금해집니다. 그러다 먼저 늙어버린 녀석에게 해줄 것이 많지 않은 것 같아 속상해집니다. 주변에서는 마음의 준비를 조금씩 하라고 말합니다. 걱정에서 오는 말이겠지만 그 말이 참 아픕니다. 오늘 더, 조금만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 잘 버텨주고 있는 요키가 대견해서, 우리가 함께하는 지금이 소중해서 이렇게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고 전해봅니다. 예쁘다고, 키워보고 싶다고 쉬운 마음으로 생명을 대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요? 버려지고, 학대당한 기억에 평생을 힘들어하는 생명입니다. 돌아오겠다는 말 한 마디에 몇 년을 기다리는 눈망울을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 요키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복실이 누나 씀.한국에서는 해마다 약 8만 2000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겨납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들이 받는 대우로 짐작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법과 제도, 시민의식과 양심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또는 하고 있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소중한 이야기들은 y_mint@naver.com 로 보내주세요.
  • 전국교권수호교수모임, “성추행 일삼은 강명운 순천청암대 전 총장 엄벌 촉구”

    전국교권수호교수모임, “성추행 일삼은 강명운 순천청암대 전 총장 엄벌 촉구”

    전국교권수호교수모임과 여성단체들이 지난 12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구성원들까지 동원한 조직적 범죄를 저지른 강명운 청암대 전 총장의 성폭력 범죄를 엄하게 단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사회정의를 위한 마지막 보루인 대법원의 공정한 판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전남 교수연구자연합, (사)나누우리, 순천여성인권지원센터, (사)해우림, 전국민주개혁동지회, 청암대학 사학개혁추진위원회, 청암대학 해직교수회 등도 참석해 뜻을 같이했다. 전국교권수호교수모임 등은 “일본 유령회사와 부인 소유의 이름뿐인 연수원을 통해 교비 14억을 빼돌려 구속된 강 전 총장은 설립자 아들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힘없는 여교수들을 수차례 성추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들은 “도덕성과 교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 총장의 직위를 가지고 저지른 상습적인 성추행 행태는 입에 담기조차 민망할 지경이다”며 “막강한 힘을 이용한 악질적인 성적 착취의 전형을 보여주는 행태다”고 강조했다.손경환 전국교권수호교수모임 대표는 “강 전 총장은 성폭력 범죄에 대해 잦은 진술번복과 거짓 주장을 일삼다 증거를 들이대자 마지못해 성폭력 행위를 인정했다”면서 “재판과정에서 피해 여교수와 애인 사이라는 해괴망측한 변명을 해 여교수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신을 공격하는 온갖 2차 피해를 가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강 전 총장이 성폭력 행위를 인정했는데도 불구하고 1심과 2심에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며 “법원이 상습적인 성범죄자이자 악질 토호 교육자본가에게 오히려 면죄부를 줬다”고 질타했다. 청암대학 사학개혁추진위원회 등은 “수사단계에서부터 현직이었던 고검장 출신 김모 변호사의 비호로 조사가 왜곡되고 있다는 의혹이 있었다”며 “1심 재판장의 납득할 수 없는 재판 진행과 결과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진실과 정의를 저버린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강 전 총장은 성폭력 고소에 앙심을 품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피해자들에 대해 파면, 해임, 재임용탈락 등 중징계를 남발하고 학사업무를 파행에 이르게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피해 교수들은 지난 5년 동안 각종 징계 처분을 받아 ‘Me Too(나도 피해자다)’ 의 2차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이 내린 처분에 대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모두 취소 결정을 하고 복직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대머리 난봉꾼 나가신다! - 로마사의 문제적 인물 율리우스 카이사르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대머리 난봉꾼 나가신다! - 로마사의 문제적 인물 율리우스 카이사르

    ‘주사위는 던져졌다!’ 영어로 줄리어스 시저로 불리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기원전 100~44)는 로마 제국 천년사에서 최고의 영웅, 천재로 꼽히는 인물로, 카이사르라는 이름 자체가 황제를 뜻하게 되었다. 러시아의 ‘차르’ 역시 이 카이사르가 어원이다. ​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는 황제가 되지는 못했다. 자객들에게 암살당했을 때 그의 직책은 종신 독재관이었다. 로마의 초대 황제는 그의 양자인 옥타비아누스가 되었다. 하지만 로마 제국의 토대를 닦은 사람은 다름아닌 카이사르였다. 여타의 장구한 제국들의 역사 중에서 이 인물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례는 달리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1500년 로마사에서도 최고의 문제적 인물이었다. ​​ 카이사르는 갈리아 지방을 정복하여 로마화함으로써 오늘날 유럽의 기초를 놓았다. 갈리아는 고대 로마인이 갈리아인(켈트족)이라고 부르던 사람들이 살던 지역으로, 북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일대를 일컫는 지명이다. 이곳을 정복한 카이사르는 불멸의 전쟁사인 ‘갈리아 전쟁기’를 남긴 명문장가로도 유명하지만, 그밖에 유명한 고사와 어록들을 남겨 오늘날에도 자주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 중 유명한 것은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말과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말이다. 카이사르가 남긴 유명한 어록 중에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도 빼놓을 수가 없다. 4년이나 지속된 내전에서 승기를 잡은 카이사르는 이집트를 정복한 데 이어 소아시아, 튀니지, 스페인 등지의 반란을 평정한 후 원로원에 보낸 편지의 첫 문장이다. 지금도 말보로 담뱃갑에 이 문장이 찍혀 있다고 한다. 카이사르는 전략, 전술의 천재로, 어떠한 불리한 상황에서도 기어히 승리를 엮어내는 데 신묘한 능력을 보여, 패배를 모르는 상승장군이었다. 그는 결국 로마로 진군하여 정권을 손에 쥐게 된다. 여기서 로마는 카이사르가 다스리는 실질적인 제정에 접어들게 되었다. 카이사르가 타고난 재주는 문무를 아우르는 전방위적이지만, ‘색’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뭇 남정네들이 부러워한 능력은 그의 뛰어난 바람둥이 재질이었다.​ 그렇다고 그다지 미남형 사내도 아니었다. 남아 있는 카이사르 조각상을 보면 버쩍 마른 인상이다. 그런데도 그 주위에는 여인네의 분가루 냄새가 가실 날이 없었다. 숱한 여인들과 사랑을 나누고 헤어지기를 거듭했지만, 어떤 여자도 그를 원망하는 일이 없었다니까,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카사노바라고나 할까. 만약 카이사르가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을 썼다면 그의 ‘갈리아 전쟁기’를 능가하는 롱 셀러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정치인이라고 바람기가 없어란 법은 없지만 이처럼 뒤끝을 갈끔하게 처리하는 능력은 필수가 아닐까. 카이사르의 바람기는 뜻하지 않은 때에 그에게 ‘굴욕’을 안겨주기도 했는데, 로마인으로서 최고의 영예라는 개선식을 거행할 때 행진하는 군단병들이 그날 정한 구호가 “시민들이여, 마누라를 숨겨라. 천하의 대머리 난봉꾼이 나가신다!”는 것이었다. 카이사르는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병사들에게 항의했지만, 병사들은 구호를 정하는 것은 자기네들의 권리라면서 경애하는 총사령관 앞에서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연도에 늘어선 로마 시민들이 병사들이 외치는 구호에 카이사르의 대머리와 그의 바람기를 연상지으며 얼마나 낄낄거리고 웃었을까 능히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카이사르의 바람기가 그의 죽음에 일조한 내력을 보면 덧없는 인간사의 얄궂음에 우리를 묵언 속에 빠뜨린다. 바로 카이사르의 평생 연인인 세르빌리아의 아들 브루투스가 그로부터 20년 후 공화파로서 카이사르를 암살하는 데 주동이 된 것이다. 카이사르는 그에게 생명의 은인이기도 했다. 내전기에 카이사르의 반대편에 서서 싸우다가 포로가 되었지만, 카이사르는 그를 터럭 하나 다치지 않고 어머니 세르빌리아에게로 돌려보냈던 것이다. ‘브루투스, 너마저도!’ ​기원전 44년 3월 15일, 카이사르는 원로원 회의에 참석하러 가던 중 14명의 공화파 자객으로부터 습격을 받아 온몸을 난자당한 끝에 삶을 마감했다. 향년 56세. 평생 수많은 전장을 누비면서도 목숨을 잃지 않았던 카이사르가 동족의 칼에 쓰러진 것이다. 자객들의 칼부림에 저항하다가 그들 속에서 브루투스를 보고 내뱉은 “브루투스, 너마저도!”란 말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브루투스의 얼굴을 본 순간 카이사르는 저항을 포기하고 자신의 토가 자락을 머리 위로 뒤집어썼다. 그리고 얼마 후 쓰러졌다. ​그가 쓰러진 3월 15일은 서양사에서 유명한 날이다. 웬만한 서양인들은 이 날짜만 대도 다 안다. 이날은 한국 현대사에서도 유명한 날에 속한다. 이승만의 자유당이 전후후무한 부정선거를 저지른 3.15 부정선거로. 마지막으로 카이사르의 음식관과 재물관에 대해 약간 덧붙이자. 그는 평생 음식 투정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음식에 대해서 불평하는 사람을 보고는 이런 말을 했다.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먹으면 된다.” 그의 음식관은 조선시대 도덕책인 ‘소학’에 있는 다음 말과 상통한다. “음식 밝히는 사람을 비천하게 여기는 것은 작고 사소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큰 마음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카이사르의 재물관은 자신을 위한 부의 축적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기채의 귀재였다. 당시 로마 제일의 갑부에게 꾼 돈만 해도 엄청난 액수였다. 나중에 이 갑부는 제 돈 떼일까 봐 카이사르의 파산을 적극 막아주며 재정 보증까지 서주었다니까, 그 방면에서도 카이사르는 천재 반열에 들 만하다. 그는 그 돈을 사회사업과 군대편성에 쏟아부었다고 한다. 물론 애인들에게 통 큰 선물도 한 모양이다. 애인 세르빌리아에게는 큰 별장 한 채를 사주었다니까. 그녀는 애인과 아들을 모두 잃은 후 그 집에서 여생을 보냈다. 카이사르 그의 이름은 이직도 우리 주변에 남아 있다. 7월 줄라이(July)는 7월에 태어난 카이사르의 이름 율리우스에서 나왔다. 네덜란드 고고학자들이 카이사르가 살아 있을 때 만들어진 두상을 3D 기술로 스캔, 복원한 얼굴.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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