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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네시아 지방정부, 미혼 남녀 함께 식사 금지

    인도네시아 지방정부, 미혼 남녀 함께 식사 금지

    인도네시아 내에서 엄격한 이슬람법을 따르는 한 지방 정부가 남녀가 함께 식사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5일(현지시간) 필리핀 일간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이슬람 율법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북부 아체 특별자치주는 공공장소에서 미혼 남녀가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것을 제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아체주 비르엔 지역 여성들은 식당과 카페 방문 시, 남편이나 가까운 남자 친척을 동반하지 않는 한 다른 남성들과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할 수 없다. 점심시간에 직장 동료들과 동석하는 식사자리도 금지된다. 게다가 혼자거나 가족이 없는 여성들은 저녁 9시 이후 식당과 카페에서 음식을 제공받을 수 없다. 비르엔 지역의 자치단체장은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당국은 이를 위반하더라도 처벌을 내리지 않겠지만 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식당 측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현지 이슬람 법 자치단체 대표 주플리완은 “시행 목적은 여성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여성들은 더 예의바른 행동을 하고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이슬람법을 위반하는 어떠한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체주는 이슬람 인구 밀도가 가장 놓은 지역으로, 과거 여성에 대한 도덕적 제한을 가해왔다는 점에서 맹비난을 받아왔다. 3년 전 아체의 주도인 반다아체에서는 밤 11시 이후 동행자 없는 여성이 카페와 체육관 같은 오락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 했으며, 5년 전 록스마웨시는 여성에게 두 다리를 벌리지 말고 한쪽으로 모아서 오토바이를 타도록 명하기도 했다.  사진=AFP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남편과 내연남의 정자 몰래 바꿔 아이 낳은 러 여성

    남편과 내연남의 정자 몰래 바꿔 아이 낳은 러 여성

    아이가 생기지 않아 시험관 시술 끝에 가까스로 품에 안은 아이가 실은 자기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심정이 어땠을까. 최근 러시아에서 한 여성이 남편의 정자가 아닌 내연남의 정자로 아이를 낳은 사연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로씨야24 등 현지언론은 모스크바에 사는 막심 아노힌이 겪었던 충격적인 일을 전했다. 막심 아노힌은 전처 야나 아노히나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기지 않아 장기간에 걸쳐 시험관 시술을 시도했다. 1년 만에 아이가 생겼을 때 아내보다 더 기뻐했고 직접 티모페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며 사랑과 정성을 쏟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났을 무렵 막심은 아내에게 내연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아내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이혼을 요구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막심은 이혼을 결심하고 법적 절차를 밟았지만 양육권 문제로 두 사람의 의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아내는 막심에게 “티모페이는 그 남자(내연남)의 아이”라며 “내가 키우겠다”고 충격적인 비밀을 털어놓았다. 그 말에 막심은 아연실색하고 만다. 아내가 자신의 정자까지 바꿔치기해가며 이런 일을 벌였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나의 말로는 오랫동안 시험관 시술을 받으면서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고 그 남자의 아이가 갖고 싶어 남편의 정자를 내연남의 것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심지어 정자를 바꾸는 데 병원 측이 도와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막심은 야나와 이혼을 하고 나서 시험관 시술을 진행한 병원 측을 고소했다. 실제로 DNA 검사에서도 티모페이는 막심의 친아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담당의사는 언론에 언급을 피했다. 법원은 막심에게 반도덕적인 행위를 하고 경제적인 부담을 입힌 것을 인정하며 병원 측에 우리 돈으로 660만 원의 손해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막심은 어디까지나 “돈이 목적이 아니라 정의를 지키기 위해 고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나처럼 아내에게 속는 남성이 더는 늘어나지 않길 바라며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막심은 새로운 연인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었다. 시험관 시술이 아닌 자연 임신이었다. 그의 전처는 여전히 티모페이의 친부와 교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막심은 “현재 난 행복하지만 전처에게 속아 내연남의 아이를 아들이라고 부르고 1년 동안 아끼고 키운 것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전처도 병원도 최악이다”, “이런 사기 방식은 너무 잔혹하다” “전처도 처벌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이웃 종교 향한 폭력, 결코 있어선 안 될 악”

    “이웃 종교 향한 폭력, 결코 있어선 안 될 악”

    2016년 개신교인 김천 개운사 난동 사건SNS 대리 사과·모금하다 교수직 파면종교계 연합해 손 교수 탄원, 1심 승소“韓 개신교, 하나님 빙자 영적 학대 만연”“사랑과 평화의 종교라는 기독교에서 어떻게 이웃종교에 폭력을 휘두를 수 있나요.” 학교를 상대로 낸 파면취소 1심 소송에서 승리한 손원영(53) 서울기독대 신학전문대학원 교수. 손 교수는 3일 기자와 만나 “이제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학교의 명예와 기독교의 본질을 생각해 이 정도에서 멈추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2016년 1월 개신교 교인인 60대 남성이 경북 김천 개운사에 난입해 불상, 법구를 부순 사건이 발생하자 불교계에 용서를 구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기고 몇몇 지인들과 함께 ‘법당 복구를 위한 모금활동’을 벌여 260여만원을 모았다. 모금액을 전달하려 했으나 개운사 측의 완곡한 거절로 종교평화를 위한 대화모임 ‘레페스포럼’에 전액 기부했다. 이 같은 사실을 문제 삼은 학교 측의 파면조치에 반발, 지난해 2월 파면처분 무효 확인소송을 냈고 지난달 30일 서울북부지법 민사합의12부가 손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 제가 파면을 자처한 측면이 있어요. 그냥 사표를 쓰고 학교를 떠나면 될 일이었는데….” 기자에게 저간의 속사정을 털어놓는 손 교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원래 감리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서울기독대 안에 대학교회를 개척해 학생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목회 활동을 폈어요.” 그는 서울기독대가 속한 교단인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의 ‘환원주의’에 심취했는데 갑자기 재침례를 강요해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용납할 수 없었고 기독교 명예의 차원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지요.” ‘환원주의’는 초대교회의 공동체성을 강조하며 교리보다 성경에 치중해 예수에게로 돌아가자는 기독교 본래성 회복을 강조하는 운동을 말한다. 교파의 분열을 지양해 교단을 만들지 않는다는 입장에 충실하다. 그 환원주의를 강조하던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가 교단으로 발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고 자신에게도 재침례를 강요해 물러설 수 없었다고 한다. “저 개인에게 닥친 작은 일이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될지 몰랐어요. 지나고 나니 그 사태를 계기로 종교계에 엄청난 일들이 생겨났습니다.” 실제로 손 교수의 소송이 진행되면서 종교계를 중심으로 파면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탄원에 동참하는 목소리와 몸짓들이 이어졌다. 여러 종교그룹이 참여하는 대책위원회가 결성됐고 시민공청회도 열렸다. 종교개혁 500주년과 원효 탄생 1400주년을 맞아 종교계 포럼이 진행됐고 그 포럼을 계기로 한국종교개혁포럼이 결성됐는가 하면 3·1운동종교개혁연대도 만들어져 내년 3·1운동까지 평화통일을 모토로 종교연합 활동이 진행 중이다. “힘들었지만 이웃종교를 향한 폭력의 위험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개신교계와 학계가 이런 문제를 더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손 교수는 개신교계에 하나님 이름 아래 자행되는 영적 학대가 만연해 있다고 강조한다. 교리가 다르다고 교수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파면조치를 내린 학교의 폭력도 같은 맥락이란다. “선교는 당연히 사랑으로 복음을 전하는 성경적 방법을 써야 합니다.” 비인간적, 비성서적, 폭력적인 방법은 결코 있어선 안 될 악이라는 손 교수는 자신과 같은 처지인 신학자들이 교회 위기 극복을 위해 좀더 진지한 대안적 고민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지금까지의 잃어버린 영성과 도덕성 회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름다움을 통한 감동 회복이 중요하단다. “잃어버린 도덕성과 영성의 회복만으로 초대교회 신앙의 풍성함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아름다움은 사람을 용서하게 만든다고 거듭 강조하는 손 교수는 그래서 이제 진리(진), 도덕성(선), 아름다움(미)의 ‘진선미’ 대신 아름다움의 하나님을 먼저 강조하는 ‘미선진’의 신학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이종수의 헌법 너머] 불거진 사법농단과 독일의 ‘법 왜곡죄’

    [이종수의 헌법 너머] 불거진 사법농단과 독일의 ‘법 왜곡죄’

    재판의 당사자가 돼 법정에 서는 처지가 누구라도 결코 편치 않다. 재판을 떠맡는 법관과 법원은 사법권을 행사한다. 법원 스스로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재판 기능을 담당할 뿐이라고 때로 항변하지만, 법원의 판결로 개인의 소중한 자유와 재산, 심지어는 생명까지 박탈될 수 있으니 실로 무서운 국가권력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사법권은 오늘날의 국민주권주의하에서 입법권, 집행권과는 달리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그래서 더 자기절제와 공정성에 헌신하는 국가권력이어야 한다. 사법과 법원에 대한 신뢰와 권위는 바로 여기서 비롯한다.지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가 차마 입에 담기조차 주저되는 재판거래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통제되지 않은 권력이 늘 그렇듯이 헌법은 사법권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지 않게끔 수동적인 권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 사법권은 재판 당사자의 적법한 소제기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작동한다.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현재의 사태는 법원이 자신에게 소명으로 주어진 재판과 사법권을 무기로 스스로 능동적인 권력이 돼 상고법원 설치 등 원하는 바를 이루려 했다는 점에서 가히 경악할 일이다. 2008년에 있었던 사법 60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행한 법원의 숱한 ‘권력형 오심’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반성하는 도덕적 용기와 자기 쇄신의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불과 10년 사이에 공염불이 되고 말았고, 그저 피해자 코스프레에 지나지 않았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성난 민중들의 원성은 부르봉 왕가만을 향하지 않았다. 이후 앙시앙레짐(구체제)으로 상징되던 부패사슬의 한쪽에 이른바 ‘법복귀족’(noblesse de robe)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세습직이고 심지어 매관매직의 대상이기도 했다. 혁명 이전에 그나마 시도됐던 일부 개혁 법안들이 이들 법복귀족의 저지로 무산되기 일쑤였다. 당시 황제의 칙령이라도 고등법원에서 이를 공포해야만 비로소 효력을 가졌는데, 법복귀족들이 장악한 고등법원이 이 공포권한을 방패로 삼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끝까지 고집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도 1779년에 있었던 ‘방앗간쟁이 아놀트 사건’이 유명하다. 아놀트라는 사람이 지역의 어느 귀족으로부터 방앗간을 빌려서 생계를 이어 왔는데, 다른 귀족이 자신의 땅에다 큰 저수지를 만들고 나서는 시냇물이 말라서 더이상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게 됐다. 수입이 없는 아놀트가 밀린 방앗간 임차료를 지급하지 못하자 그에게서 방앗간을 빼앗는 재판이 시작됐다. 그런데 마침 공교롭게도 재판장이 아놀트에게 방앗간을 빌려준 바로 그 귀족이었다. 재판 결과는 짐작하듯이 뻔했다. 억울한 방앗간쟁이는 후대에 독일 최초의 계몽군주로 일컬어지는 당시 프리드리히 2세 황제에게 직접 탄원서를 올렸고, 딱한 사정을 접한 황제는 다시 재판해 아놀트의 손해를 배상해 줄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법원은 재판에서 같은 판결을 거듭 반복했다. 화가 난 황제는 불의하게 재판하는 법관들이 도적떼와 결코 다르지 않다고 야단치면서 이들을 당장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체포된 법관들은 그저 법률에 충실했다고 강변했다. 현행 독일 형법 제339조는 우리에게는 없는 특별한 범죄로 ‘법 왜곡죄’를 규정하고 있다. 즉 “법관, 기타 공직자 또는 중재인이 법률 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하는 데 당사자 일방을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한 경우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정한다. 이 법 조항은 앞서 언급한 ‘방앗간쟁이 아놀트 사건’이 있고 난 뒤 형법전에 삽입됐다. 우리도 모든 공직 범죄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직권남용죄’와는 별도로 이 ‘법 왜곡죄’가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싶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를 두고 최근 법원 내부에서 판사 비리 수사가 확대되면 법원이 회복 불능의 위기에 처한다며 오히려 적반하장격인 참으로 염치없는 주장이 제기된다. 썩어 가는 환부가 있으면 과감하게 도려내야 비로소 환자가 사는 법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오래전에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기대했던 법관의 진정한 모습을 다시 되새겨 본다. “재판관은 살아 있는 정의(正義)라고들 하니, (분쟁이 있어서) 재판관에게 간다는 것은 정의를 찾아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 [뉴스AS] 1500만원 호화 시찰에도… 감시는커녕 금배지 눈치보는 권익위

    [뉴스AS] 1500만원 호화 시찰에도… 감시는커녕 금배지 눈치보는 권익위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출장을 다닌 국회의원들은 거침이 없었다. 1회 출장에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받은 사례가 수두룩했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은 지방의회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민간기관이나 단체의 지원을 받은 공직자가 여행 목적이나 금액을 밝히지 않는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사실상 혈세로 해외 여행을 다녀왔지만 권력기관 공직자들을 제어할 방법은 없었다.서울신문은 지난 7월 26일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의 해외 출장 지원 실태 점검’ 발표를 계기로 권익위에 관련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 이를 통해 최근 637쪽에 이르는 2016~2018년 공공기관 해외 출장 지원 자료를 넘겨받아 2일까지 전수조사했다. 공개된 정보에는 큰 허점이 있었다. 우선 권익위의 ‘국회 눈치 보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피감기관으로부터 해외 출장비를 지원받은 국회의원 38명, 지방의원 31명의 명단을 비공개한 것이다. 권익위는 “감사·감독에 관한 사항 또는 내부 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으로 공개하면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이유를 댔다. 국회는 이미 지난 5월 피감기관 지원 해외 출장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보고 규정을 바꿔 금지한 바 있다. 그런데도 권익위는 ‘자료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는 궁색한 이유를 들어 정보를 비공개 처리했다. 물론 정보공개법은 관련 조사가 끝나면 모든 내용을 공개하도록 해 ‘시간끌기’라는 인상마저 준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간사는 “국회의원 명단은 비공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데도 민감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제외시킨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세금도둑 잡아라’는 지난달 22일 국회의원 38명의 명단을 공개하도록 국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권익위는 또 국방부와 외교부, 통일부, 방위사업청 등이 국회의원에게 지원한 사례도 ‘군사, 외교 사항은 비공개할 수 있다’는 정보공개법 예외 조항을 들어 비공개했다. 대신 나머지 피감기관 명단과 지원내용, 민간기관·단체로부터 출장비를 지원받은 공공기관 정보를 공개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 등에게 출장비를 지원한 것으로 밝혀진 피감기관은 모두 14곳이었다. 이 가운데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이 12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가보훈처, 수출입은행, 대한장애인체육회가 각 4건, 국무총리 비서실 3건, 기획재정부, 재외동포재단 각 2건 등이었다. 수출입은행(1625만원), KOICA(1590만원), 한국국제교류재단(1509만원), 보훈처(1381만원), 기재부(1348만원) 등 5개 기관이 국회의원 또는 보좌진에게 지원한 1인당 출장비는 1000만원을 훌쩍 넘어 ‘황제 출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출장의 질’이다. ▲보훈처 ‘독립운동사적지 실태 확인’ ▲기재부 ‘조세정책 개발을 위한 해외 선진사례 연구’ ▲국무총리 비서실 ‘현지 정책 연수’ ▲재외동포재단 ‘미국 지역 한글교육 실태 파악’ ▲‘동포사회 격려와 현안 청취’ ▲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 현장 점검’ 등은 공식적인 행사로 보기 어려웠다. 심지어 KOICA는 목적이 불분명해 외유성 출장이 의심되는 ‘현지시찰’이 7건, 한국국제교류재단은 ‘국제교류, 의회외교, 현지행사’가 7건이었다. KOICA는 국회의원 해외 출장 지원이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일자 내년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회를 지원한 공공기관도 15곳이었다. 강원 양구군이 4건으로 가장 많았고 나머지 기관은 모두 1~2건이었다. 내용은 국회의원 해외 출장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현지시찰과 교류 행사였다. 양구군 ‘러시아 알혼시 국제교류’, 울산시 울주군 ‘평화통일 정책 마련을 위한 안보 시찰’, 충북 영동군 ‘민주평통 평화안보지역 연수’, 전남 함평군 ‘해외 안보연수’, 경기 의정부시 ‘선진 폐기물처리시설 견학’, 성남도시개발공사 ‘현지시찰’, 수원시 지속가능도시재단 ‘선진지벤치마킹’ 등이다. 그나마 경남 창녕군은 행사 목적이 분명한 ‘영산 줄다리기 보존회와 일본 센다이 큰 줄 줄다리기 보존회 교류’를 내세웠다. 권익위는 “행사 목적상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해 특정인 선정이 불가피할 때 합리적인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했다면 공식적인 행사로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갑을 관계’인 민간기관으로부터 해외 출장비를 지원받은 공공기관 중에서는 서울대가 1158건으로 가장 많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672건, 한국가스안전공사가 464건 등으로 뒤를 이었다. 특이한 것은 서울대였다. 식약처는 국제회의, 포럼, 심포지엄 참석 사례 25건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해외 기관 의약품 제조·품질관리에 관한 규칙(GMP) 검증을 위한 공식 업무였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출장도 대부분 현지기관 검사가 목적이었다. 반면 서울대는 목적이 불분명한 사례가 많았다. 특히 목적란에 ‘기타’라고 표기한 것이 43건이나 됐다. 이 사례들 중 13건만 해외 출장비 지원액을 표기했고 나머지는 아예 금액이 없었다. 민간기관의 지원을 받아 공공기관 담당자가 현지시찰을 나간 사례는 69건이나 됐다. 단순 현지시찰은 국회의원 사례처럼 공식적인 행사로 인정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중앙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2건)뿐 아니라 한국교육개발원(2건), 문화재청(1건) 등의 공공기관도 포함됐다. 그 밖에 대구시(3건), 서울시(1건), 경기도(1건), 제주도(1건) 등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경기 남양주시(3건)·광주시(2건), 서울강남문화재단(2건), 구로문화재단(2건) 등 지방자치단체와 산하기관이 다수 포함됐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피감기관이나 민간기관이 국회의원이나 공직자 해외 출장을 지원하는 것은 법 위반 여부를 떠나 심각한 도덕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사실상 뇌물과 비슷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1991년 ‘국회의원 윤리강령’과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을 제정했지만 선언적인 수준에 그쳤다. 반면 미국은 하원 의원이 민간으로부터 해외 출장을 후원받으면 출장 30일 전에 윤리위원회에 신고해 허가를 받도록 했다. 또 출장을 마치고 난 뒤에도 15일 이내에 출장 보고서를 하원 사무총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는 각종 출장경비 사용 내역과 활동 내역이 모두 포함된다. 456쪽에 이르는 하원 윤리지침서에는 출장과 관련한 규정이 빽빽하게 나열돼 있다. 영국 하원도 300파운드(약 43만원)를 넘는 금액을 지원받으면 출장 경비, 출장 기간, 출장 목적 등을 포함한 ‘이해관계등록부’에 등록해야 한다. 김 회장은 “해외 출장에 지원한 금액과 동선, 목적을 모두 공개할 수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이번 자료 공개를 계기로 모든 기관이 투명하게 해외 출장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 윤리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불거진 사법농단과 과거의 거울들

    불거진 사법농단과 과거의 거울들

    재판의 당사자가 되어 법정에 서는 처지가 누구라도 결코 편치는 않다. 재판을 떠맡는 법관과 법원은 사법권을 행사한다. 법원 스스로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재판기능을 담당할 뿐이라고 때로 항변하지만, 법원의 판결이 있고서 개인의 소중한 자유와 재산, 심지어는 생명까지 박탈될 수 있으니 실로 무서운 국가권력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사법권은 오늘날의 국민주권주의 하에서 입법권, 집행권과는 달리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그래서 더욱 자기절제와 공정성에 헌신하는 국가권력이어야 한다. 사법과 법원에 대한 신뢰와 권위는 바로 여기서 비롯한다.지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사태가 차마 입에 담기조차 주저되는 재판거래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통제되지 않은 권력이 늘 그렇듯이 헌법은 사법권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지 않게끔 수동적인 권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 사법권은 재판 당사자의 적법한 소제기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작동된다.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현재의 사태는 법원이 자신에게 소명으로 주어진 재판과 사법권을 무기로 삼아 스스로 능동적인 권력이 되어서는 상고법원 설치 등 원하는 바를 이루려 했다는 점에서 가히 경악할 일이다. 2008년에 있었던 사법 60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행한 법원의 숱한 ‘권력형 오심’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반성하는 도덕적 용기와 자기쇄신의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불과 10년 사이에 공염불이 되고 말았고, 그저 피해자 코스프레에 지나지 않았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에 성난 민중들의 원성은 부르봉 왕가만을 향하지 않았다. 이후 앙시앙레짐(구체제)으로 상징되던 부패사슬의 한쪽에 이른바 ‘법복귀족(noblesse de robe)’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세습직이고 심지어 매관매직의 대상이기도 했다. 혁명 이전에 그나마 시도되었던 일부 개혁법안들이 이들 법복귀족의 저지로 무산되기가 일쑤였다. 당시 황제의 칙령이라도 고등법원에서 이를 공포해야만 비로소 효력을 갖는데, 법복귀족들이 장악한 고등법원이 이 공포권한을 방패로 삼고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끝까지 고집한 때문이다. 그래서 그 자신이 또한 법복귀족인 몽테스키외는 권력분립원리를 밝힌 저서 ‘법의 정신’에서 법관을 ‘법률의 단순한 입’으로 제한하고자 했다. 즉 법관은 법전에 적혀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할 뿐이지 해석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이후 나폴레옹은 1804년에 근대 최초의 성문 민법전을 만들면서 해석금지령이라는 칙령을 덧붙였다. 법관의 자의적인 법해석을 막으려는 시도였다. 또한 독일에서도 1779년에 있었던 ‘방앗간쟁이 아놀트 사건’이 유명하다. 아놀트라는 사람이 지역의 어느 귀족으로부터 방앗간을 빌려서 생계를 이어왔는데, 다른 귀족이 자신의 땅에다 큰 저수지를 만들고 나서는 시냇물이 말라서 더 이상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게 되었다. 수입이 없는 아놀트가 밀린 방앗간 임차료를 지급하지 못하자 그에게서 방앗간을 빼앗는 재판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마침 공교롭게도 재판장이 아놀트에게 방앗간을 빌려준 바로 그 귀족이었다. 재판 결과는 짐작하듯이 뻔했다. 억울한 방앗간쟁이는 후대에 독일 최초의 계몽군주로 일컬어지는 당시 프리드리히 2세 황제에게 직접 탄원서를 올렸고, 이 딱한 사정을 접한 황제는 다시 재판해서 아놀트의 손해를 배상해줄 것을 명령했으나, 법원은 재판에서 같은 판결을 거듭 반복하였다. 화가 난 황제는 불의하게 재판하는 법관들이 도적떼와 결코 다르지 않다고 야단치면서 이들을 당장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체포된 법관들은 그저 법률에 충실했다고 강변할 따름이었다. 이 사건은 사법의 독립성과 관련해서 독일에서 지금도 여전히 논란되는데 당시 귀족들은 황제의 월권을 크게 우려했지만, 다수 민중은 황제의 결정에 환호를 보냈다고 한다. 현행 독일형법 제339조는 우리에게는 없는 특별한 범죄로 ‘법 왜곡죄’를 규정하고 있다. 즉 “법관, 기타 공직자 또는 중재인이 법률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함에 있어서 당사자 일방을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한 경우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정한다. 이 법조항은 앞서 언급한 ‘방앗간쟁이 아놀트사건’이 있고서 형법전에 삽입되었다. 우리도 모든 공직범죄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직권남용죄’와는 별도로 이 ‘법 왜곡죄’가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싶다. 불거진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에서 최근 법원 내부에서 판사 비리 수사가 확대되면 법원이 회복 불능의 위기에 처한다며 오히려 적반하장격인 참으로 염치없는 주장이 제기된다. 썩어가는 환부가 있으면 과감하게 도려내어야 비로소 환자가 사는 법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오래전에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기대했던 법관의 진정한 모습을 다시 되새겨 본다. “재판관은 살아있는 정의(正義)라고들 하니, (분쟁이 있어서) 재판관에게 간다는 것은 정의를 찾아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글: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금요일의 서재]난해하고 어려운 고전, 쉬운 해설로 읽는다.

    [금요일의 서재]난해하고 어려운 고전, 쉬운 해설로 읽는다.

    고전은 어렵다. 내용 자체가 어렵고,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더 어렵다. 번역을 뜻하는 ‘역(譯)’ 외에 보충 설명을 의미하는 ‘주(注)’, 해석을 가리키는 ‘해(解)’ 등이 필요한 이유다. 고전은 흔히 몸에는 좋지만 먹기 어려운 쓴 약에 비유되곤 한다. 이럴 때 적절한 해설은 달콤한 설탕막을 씌운 ‘당의정’과도 같다. 최근 어려운 고전을 친절하게 해설한 책들이 눈에 띈다. 더위가 한 꺼풀 물러간 지금, 가을을 조용히 기다리며 고전의 향연을 음미해봄은 어떨는지. ◆난해한 주역 그래픽으로 알기 쉽게=유교 3개 경전 가운데 하나인 ‘역경’은 가장 오래된 경전이자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중국 시대마다 다른 역경이 전해졌는데, 주역은 글자 그대로 주(周)나라 역(易)이란 뜻이다. 역사상 유일하게 유가와 도가 학파에서 동시에 추앙받는 경전이자,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생명과학 분야 모두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고전으로도 불린다. 다만 그 방대함과 난해함으로 수많은 논쟁을 부른다. 중국 국학 연구 1인자로 통하는 장치청 북경교중의약대학 교수가 쓴 ‘주역 완전해석’(판미동)이 반가운 이유다. 역경 64괘 경문은 물론, ‘역전’의 단전, 상전, 문언전, 계사전, 설괘전, 서괘전, 잡괘전 등 모두 7종 10편에 달하는 주역 원전 전체를 수록했다. 저자는 주역의 본뜻에 어긋나지 않게 원전을 해석하고 그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변용해 일상의 변화에 대응하는 원리, 길함을 따르고 화를 피해 가는 지혜를 제시한다. 입문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780여개 도판과 그래픽을 수록했다. ◆소통 관점에서 본 장자 쉽게 풀어내=중국 도가 사상가을 집대성한 장자(莊子)는 내편, 외편, 잡편으로 구성된다. 내편은 7편, 외편은 15편, 잡편은 11편이다. 내편은 장자의 정수다. 외편과 잡편은 내편의 사상을 해석한 책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정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교 교수가 최근 낸 ‘장자 내편’(성균관대학교 출판부)는 장자의 사상을 ‘소통’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저자는 이에 관해 “장자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목표로 시작했지만 결국 사람과 자연과의 소통으로 귀결된다. 첫편 ‘소요유’ 주제가 소통이고, 뒤이은 ‘제물론’이 ‘호랑나비의 꿈’으로 끝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호랑나비의 꿈’은 사람들이 꿈과 현실의 차이를 느끼지 않는 데에서 출발해 결국 삶과 죽음의 차이도 없다는 걸 보여주며, 그럼으로써 사람과 자연 간 소통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내편의 소요유·제물론·인간세를 ‘인간과 인간과의 소통’으로, 양생주·덕충부·대종사·응제왕은 ‘인간과 자연과의 소통’을 다룬다고 설명한다. 장자가 인간끼리의 소통을 넘어서서 인간과 자연과의 소통까지를 목표로 한다고 덧붙인다. 질문을 던지고 이어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식으로 진행되는 저자의 글이 장자 속에 숨겨진 은유 등을 잘 알려준다. 형이상학적인 내용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어렵고 지루한 서양고전 핵심만 쏙=1971년 초판 출간 후 전 세계 26개 언어로 번역,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책 100선 가운데 하나. 존 롤스의 ‘정의론’이다. 신학에서 출발해 윤리학과 법학을 거쳐 경제학으로 완성된 장대하고 수미일관된 체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관한 설명이다. 이 책들은 유명하긴 하지만,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은 난해하고 지루한 책으로도 악명높다. 출판사 샘앤 파커스는 최근 ‘리더스 클래식’ 시리즈를 출간했다. 리더스 클래식은 ‘누구나 알지만 정작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 고전을 쉽게 해석한 시리즈다. 첫 두 권으로 존 롤스 ‘정의론’과 애덤 스미스 ‘국부론’을 골랐다.이근식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의 핵심 내용을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애덤 스미스의 저작인 ‘도덕감정론’, ‘법학강의록’ 등에 담겨 있는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애덤 스미스 사상의 정수로 다가간다. 황경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해석을 맡은 ‘정의론’은 상식에 호소하는 직관적 이해 방식, 논증적 접근 방식이라는 방식으로 정의론에 접근토록 돕는다. 정의론의 본질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최소 수혜자에 대한 최우선 배려’, 그리고 ‘평등한 자유’와 ‘차등’의 두 원칙으로 구성되는 정의관도 알려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2030 세대] 선택할 권리/한승혜 주부

    [2030 세대] 선택할 권리/한승혜 주부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하나로 끝내려다 오랜 고민 끝에 둘째를 낳았고,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지만 셋째는 언감생심으로 늘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인생이란 장담할 수 없기에 언제 ‘실수’를 하게 될지 모른다. 몸의 주기가 바뀔 수도 있고 피임기구가 불량일 확률도 있다. 그렇게 만에 하나 계획에 없는 임신을 한다면.낙태를 반대하는 많은 사람이, “낙태가 허용되면 부도덕하고 무절제한 성관계로 인하여 무책임한 임신이 증가하고, 뱃속 태아를 간단히 없애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이라 우려한다. 정말 그럴까? 회사에 다니던 시절에 매년 건강검진을 받았다. 한 번은 가슴에서 무언가 발견되었고,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들었다. 찜찜하지만, 그냥 넘어갔다. 치과에 가는 걸 미루는 아이처럼. 하지만 다음해에 조금 커졌다고 하여 결국 맘모톰 수술(유방에 구멍을 뚫어 조직을 제거?검사하는 것)을 받게 되었다.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매우 겁이 났고, 생각보다 더 아팠다. 아마 피할 수 있었으면 피했을 것이다. 커지지만 않았다면 지금까지 그대로 두었을지도 모른다. 수술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이다. 하물며 ‘혹’을 떼낼 때조차. 낙태도 엄연한 수술이다. 몸과 마음에 영향을 준다. 볼에 난 뾰루지를 짜거나 정수리의 새치를 뽑듯이 즉흥적으로 가볍게 할 행위가 아니다. 낙태가 허용된다고 하여, “어라, 임신이네, 낙태해야지”하면서 단숨에 병원으로 향하여 수술을 받고 상쾌한 기분으로 나올 여성은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지난 17일 보건복지부는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행정처분 개정안을 발표했다. 불법 낙태를 집도한 의사는 1개월간 자격을 정지하는 내용이다. 의사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수술 자체를 전면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질병의 사회역학을 다룬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저자 김승섭 교수는 이야기한다. “낙태를 규제한다고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수가 줄어들 리는 없습니다. 결국 법을 우회하는 길을 찾을 수밖에 없겠지요. 낙태수술은 과거보다 더 높은 비용으로 은밀히 진행될 것이고, 많은 여성이 위험하기 그지없는 낙태 방법에 의존하게 되겠지요.” 1965년, 루마니아에서는 낙태를 전면 금지하면서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을 통제했다. 이후 불법시술을 받은 많은 여성이 합병증을 앓다가 사망하였고, 원치 않은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방치돼 죽거나 불행한 생을 보냈다. 잠시 증가하는 것처럼 보인 출산율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고, 시민들은 후에 혁명을 일으켰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만에 하나 또다시 임신을 하게 된다면. 곤란한 이유가 수백 가지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리 간단히 결정하지만도 못할 것이다. 다만 어떤 쪽이든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 나의 몸은 나의 것이며, 나의 인생을 책임지는 것도 결국 나이기 때문이다.
  • 법 위에 권력자… 아프간의 비극 불렀다

    법 위에 권력자… 아프간의 비극 불렀다

    부패권력은 어떻게 국가를 파괴하는가/세라 체이스 지음/이정민 옮김/이와우/314쪽/1만 6000원 저자가 10여년간 취재한 ‘부패 보고서’ 주택 개발로 차익 챙긴 대통령 가족 등 정치인 도덕적 붕괴가 경제 붕괴 원인 내전 종식 후 아프간 상황 생생한 증언‘예절, 절제, 그리고 옮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의 부재는 경제적으로도 대재앙을 일으킨다.” 2008년 파탄 직전까지 갔던 아일랜드 사태를 색다른 시각으로 분석해 주목받은 아일랜드 칼럼니스트 핀턴 오툴의 유명한 일갈이다. 공직자와 은행 고위간부, 그리고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똘똘 뭉친 부패정치 네트워크를 파헤친 오툴은 이렇게 경고한다. “시민들은 자신을 둘러싼 명백한 범죄에 정면 대응하길 꺼린다. 그 경향은 부패와 연관될 때 더욱 심해진다.”#1.아프가니스탄 고위 공직자가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된 뒤 검찰이 관련 혐의 증거와 함께 거액의 현금 다발까지 확보했지만 현직 대통령이 석방을 지시하고 TV에까지 등장해 무고를 주장한다. 이후 사건을 수사한 검사는 보직 해임되고 체포 영장을 승인한 검찰 부총장은 스파이 누명을 쓴 채 해임된다. #2.세관, 부패한 관리와 기업가들이 결탁해 불법으로 물건들을 들여오고 값싼 수입품들을 무한한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에 깔아 놓는다. 권력에 줄이 없는 지역 상품 생산자며 수입업자들은 경쟁력을 잃고 도산한다…. 1996년 탈레반의 카불 점령으로 시작해 5년간 지속된 아프가니스탄 내전.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낳은 이 내전은 종전 이후의 비참한 양상 탓에 더욱 회자된다. 책은 10여년간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에 살면서 건져낸 ‘부패 고발서’로 눈길을 끈다. 부패권력이 국가를 망쳐 가는 과정과 암묵적 동조가 부른 비극상이 생생하다. 아프간의 부패상은 지독하다. 내전 종식과 함께 탈레반이 떠난 칸다하르에는 폭력이 난무했다. 폭력을 피해 시민들이 모여든 공유지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서고 주택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대통령의 형과 그 형제들이 공유지를 헐값에 사들여 주택단지를 개발, 시민을 상대로 비싼 가격에 집을 팔아 엄청난 차익을 거둔 것이다. 탈레반 수감자들의 말을 전하는 관리들의 증언이 충격적이다. 탈레반 가입 동기가 민족적 편견이나 이슬람교 무시, 미군 영구 주둔에 대한 우려, 민간 사상자들에 대한 원한 때문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프간 정부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부패했고 부패가 확산되다 못해 제도적으로 자리잡자 비폭력적 방법으로는 아프간 정부의 근본적인 문제를 바로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물론 당시 아프간과 탈레반의 국제, 정치적 역학 관계는 슬쩍 비켜간 진단일 수 있다. 하지만 아프간 관리들과 시민, 탈레반 수감자들의 생생한 증언은 그 부패상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고스란히 입증한다. 특히 아프간과 연결해서 소개한 이집트, 튀니지, 나이지리아의 부패 사례는 우리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르네상스 시대의 최고 인문주의자로 통하는 에라스무스는 일찍이 간파했다. “그렇게 입이 쩍 벌어지는 소득 격차는 우연히 생기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권력층에게 유리하도록 온갖 법을 개정하고 특혜를 몰아준 결과다.” 600년 전 에라스무스가 경고한 부패의 문제는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경제평론가 알다 지그문트 도티르의 말을 결론삼아 전한다. 정부 관리들과 은행 간부들이 결탁한 부패정치 탓에 2008년 경제 붕괴를 맞은 아이슬란드를 꼬집은 말이다. “아이슬란드의 붕괴는 경제적 붕괴일 뿐 아니라 도덕적 붕괴이기도 하다. 수십년간 우리 사회의 표면 아래서 꿈틀댄 광범위한 정치부패와 방치를 우리는 전혀 모르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재판은 반드시 필요하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여제자 성추행 교사 징역 3년형

    여제자를 성추행한 고교 교사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는 여제자를 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전북 모 고교 교사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8월 10일 전주 시내 한 노래방에서 제자 B(17)양과 진로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며 “내 딸은 스킨십을 잘한다”면서 B양의 신체를 만지는 등 2차례에 걸쳐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진로 상담을 미끼로 B양을 불러내 노래방과 자신의 차 안에서 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지위를 이용해 자신을 믿고 따르는 학생을 성적 대상으로 삼아 스킨십을 강요하고 추행하는 등 법적·도덕적으로 용인하기 어려운 범행을 저질러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김유민의 노견일기] 늙은 강아지 행국이와 함께 산다는 것

    [김유민의 노견일기] 늙은 강아지 행국이와 함께 산다는 것

    2003년 8월 태어난 지 3개월 정도 된 요크셔테리어를 만났습니다. 피부병이 있는 녀석은 주인도 없이 병원에 홀로 남겨져 있었습니다. 입양을 위해 멀리 청주까지 갔건만, 막상 녀석을 보니 망설여졌습니다. 지저분한 털 상태에 예쁘지 않은 얼굴. 그냥 돌아설까 하는 마음을 안 건지 애처로운 표정을 하고 쳐다보던 눈망울. ‘나를 버리지 마세요. 데려가 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눈망울을 외면할 수 없어 품에 안았습니다. 미용을 하니 꼬질꼬질한 모습은 사라지고 잘생긴 얼굴이 나오더라고요. 함께 행복하자고 ‘행복’이란 이름을 지었다가 조금 특별하게 바꿔주고 싶어서 한문을 찾아서 ‘행국’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행복할 ‘행’, 움켜잡을 ‘국’ 그렇게 15년을 행국이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행국이는, 별 것 아닌 나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볼일을 가리는 것부터 자율급식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 있는 저의 걱정을 덜어주는 똑똑하고 애교 많은 강아지입니다. 감정은 또 어찌나 잘 읽는 지요. 속상한 일로 울고 있으면 조용히 다가와 눈물을 핥아주고, 꼬리를 흔들면 애교를 부려줍니다. 크게 아픈 곳 없이 12년을 보냈습니다.행국이 덕분에 편하게 지냈는데도 이사 때마다 집을 구하기 쉽지 않았고, 친구들처럼 장기간 여행을 하는 것은 포기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참, 행복했습니다. 어느 날부터는 간식을 던져줘도 반응이 없어 ‘늙어서 귀찮은 건가’ 싶었는데 실명이었습니다. 망막위축증에 백내장이 온 행국이의 양쪽 눈은 빛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새로 이사한 집에서 화장실을 찾는다고 여기저기 부딪히며 다치는 행국이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지고 막막했습니다. 울타리를 만들고 온 집안에 안전가드를 붙여놓았지만 화장실 안에서 또 부딪히고... 패드를 사서 교육을 시작했지만 평생 화장실에 볼일을 보던 행국이는 울기만 했습니다. 울타리 안에 패드를 가득 깔고, 행국이가 답답하지 않게 했습니다. 혼자 있을 녀석이 걱정돼 설치한 홈CCTV. 행국이는 제가 없는 동안 뱅글뱅글 돌고 치매가 온 듯 이상했습니다. 회사에서 10분 거리의 집이었기에 두 달 가까이 잠을 줄여가며, 일하다 달려오기도 여러 번. 동물병원에서는 안락사를 생각해보라고 말했습니다. 약한 마음으로는 ‘이렇게 늙고 병든 강아지를 나만큼 사랑으로 키워줄 곳은 없는데 고통 없이 떠나보내는 것을 어떨까’란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내 ‘행국이가 힘든 게 아니라 행국이를 돌보는 내가 힘들어서 행국이를 보내는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국이는 안락사를 고민했던 못난 제 마음을 아는 건지, 점점 안정을 찾았습니다. 아직은 함께하고 싶다고, 기운차려 보겠다고 하는 것 같아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행국이는 제 손이 닳도록 핥아줍니다. 그러면 저는 ‘행국아, 사랑해. 더 아프지 말고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자’ 매일 말해줍니다.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20대에 만난 행국이. 겉모습이 아닌, 마음을 보게 해주었습니다. 소중한 생명이 알려준 마음. 영원히 새끼강아지 같던 행국이는 늙었고, 그만큼 저는 성숙했습니다. 함께하는 사진을 남기고 싶어 스튜디오에 갔습니다. 갑자기 아플까봐 그렇게 영영 떠날까봐 두렵습니다. 그렇지만 언젠가의 이별을 걱정하기보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간에 감사하며 사랑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앞으로 다가올 이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별 준비가 또 다른 가족에게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 행국이엄마 지원씨의 이야기를 듣고 복실이누나 씀.한국에서는 해마다 약 8만 2000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겨납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들이 받는 대우로 짐작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법과 제도, 시민의식과 양심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또는 하고 있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소중한 이야기들은 y_mint@naver.com 로 보내주세요.
  • [사설] 낙태죄 헌재 결정에 앞서 의사 처벌 강화 섣부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어제 “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7일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규정하고, 수술한 의사의 자격을 1개월 정지하는 행정처분 규칙을 공포한 데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가 암암리에 시행되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의사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심리를 진행하는 와중에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규칙 공포를 강행한 점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강간, 근친상간, 유전학적 질환 등 매우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고 낙태한 여성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 수술한 의사는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하지만 이 법은 사실상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연간 낙태 건수 16만건(2010년 기준) 중 합법 시술은 6%에 불과하지만, 낙태죄로 기소돼 재판받는 건수는 연간 10건 안팎에 그친다.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른 낙태죄 폐지가 한 달 만에 23만명의 동의를 얻은 건 이 같은 법과 현실의 괴리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헌재는 지난 5월 낙태죄 위헌 사건의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2012년 합헌 판단 이후 6년 만에 열린 낙태죄 공개 변론을 계기로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는 현행 법제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고,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생명권 간 균형과 조화를 꾀하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 때문에 복지부가 지금 시점에서 낙태 수술 의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조치를 강행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 적어도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행정처분을 유예하는 것이 타당하다.
  • 산부인과 의사들, 인공임신중절 수술 거부키로···“입법 미비 해결하라”

    산부인과 의사들, 인공임신중절 수술 거부키로···“입법 미비 해결하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8일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보고 수술한 의사의 자격을 1개월 정지하는 행정규칙을 지난 17일 공포한 것에 산부인과 의사들이 반발한 것이다. 의사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며 밤을 새우는 산부인과 의사가 비도덕적인 의사로 지탄을 받을 이유는 없다”며 “입법 미비 법안을 앞세워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으로 규정하고 처벌하겠다는 정부의 고집 앞에서 1개월 자격정지의 가혹한 처벌을 당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행정규칙 개정의 근거가 된 모자보건법 제14조는 1973년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도 의학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유전학적 장애나 전염성 질환은 기형아 유발 가능성이 있는 모체 질환이라는 이유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면서 무뇌아 등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선천성 기형에 대해서는 수술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며 해당 임신부에게는 가혹한 입법미비”라고 비판했다.그러면서 “수많은 임신중절수술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불법 인공임신중절의 원인 및 해결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여성과 의사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며 “오히려 임신중절수술의 음성화를 조장해 더 큰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임신중절수술에 대한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헌법재판소에서 낙태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소원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당장의 입법 미비 해결에 노력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예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산부인과 전문의 1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1.7%(1651명)가 ‘정부가 고시를 강행할 경우 낙태 수술거부 투쟁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로맨틱 코미디’를 난, 오페라로 본다

    ‘로맨틱 코미디’를 난, 오페라로 본다

    국립오페라단이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같은 옷을 입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코지 판 투테’(코지)를 선보인다. ‘여자는 다 그래’라는 뜻의 ‘코지 판 투테’는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에 이어 모차르트가 남긴 마지막 오페라 부파(희가극)다. 이 작품은 18세기 나폴리를 배경으로 두 청년이 자신의 약혼녀들이 정절을 지키는지 내기를 한다는 황당한 줄거리를 담고 있어 모차르트 시대에도 내용이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다.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1950년대 미국 코니 아일랜드로 ‘코지 판 투테’의 배경을 옮긴 것처럼 이번 작품도 1950년대가 배경이다. 국립오페라단은 당시 호황기였던 미국 어느 도시의 고급 의상실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연애 사기 소동으로 작품을 재연했다. 벨기에 출신인 다비드 레일랑의 지휘로 30대의 젊은 연출가인 니콜라 베를로파가 합류해 젊은 감각과 속도를 더했다. 무엇보다 남녀 주인공들이 서로 속고 속인다는 설정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연상케 해 작품 배경을 현대로 옮겨도 어색함이 없다. 모차르트가 1789년에 이 작품을 썼으니 ‘로맨틱 코미디’ 이전에 ‘코지 판 투테’가 있었다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윤호근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사랑과 허세, 질투 등을 담은 이 작품은 인간의 부족함과 사랑의 불완전성을 음악으로 채워 주는 것 같다”면서 “불완전한 젊음을 어떻게 무대에서 표현하는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다음달 6~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국립오페라단이 이 작품을 정기공연 무대에 올리는 것은 2001년 이후 17년 만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선거법 위반 혐의’ 金지사, 벌금 100만원 이상 땐 직 상실

    불구속기소…특검과 치열한 공방 예고 드루킹과 재판부 같아 함께 심리할수도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두 차례 소환조사 끝에 김경수 경남지사를 불구속기소함에 따라 김 지사는 이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형사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김 지사의 집무지인 경남도청이 있는 경남 창원에서 이 법원까지의 거리는 약 380㎞로, 김 지사는 몇 달 동안 왕복 720㎞를 오가며 재판을 받을 전망이다. 특검이 적용한 혐의 중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 ‘드루킹’ 김동원씨와의 댓글 조작 공모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지사직을 잃는다. 김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만큼 그의 유죄는 정권의 도덕성도 크게 훼손하게 된다. 특검팀과 김 지사 간 벼랑 끝 승부가 예상된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포털 댓글을 조작한 업무방해 혐의 때문에 김 지사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에 배당됐다. 드루킹 재판과 병합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 지사의 공범인 드루킹 등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일당들을 이미 이 재판부가 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범들의 재판을 분리해서 진행할 경우 같은 증인이 여러 재판부에 수차례 불려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공모자들의 재판을 합쳐서 하는 경우가 많다. 공범으로 기소됐지만 특검이 수사 중 대질신문을 시도할 만큼 양측의 진술은 엇갈리고 있다. 김씨와 경공모 회원들은 “김 지사 앞에서 (매크로) 킹크랩을 시연했다”고 주장하지만 김 지사는 “시연을 본 적 없다”는 입장이다. 드루킹 일당은 또 김 지사가 조작할 기사의 인터넷주소(URL)를 보내는 등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김 지사는 불법 댓글 조작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저 드루킹이 ‘선플 운동’을 하는 줄로만 알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간 공방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과 함께 특검 수사 단계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사실관계가 법정에서 선명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컨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특검팀은 “김 지사가 자신의 선거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선거와 관련해 청탁했다”고 밝혔는데, 재판 과정에서 이들이 호의적으로 댓글 작업을 해 준 특정 후보들이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낙태죄 폐지 집회’ 비웨이브 “낙태죄 논의 유보, 文대통령 비판 당연”

    ‘낙태죄 폐지 집회’ 비웨이브 “낙태죄 논의 유보, 文대통령 비판 당연”

    “헌재 여성재판관 2명, 큰 의미 없어빠른 심사로 1명의 고통이라도 줄여야낙태죄 폐지 땐 집회도 사라질 것”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성 집회가 지난 25일부터 주말 이틀간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소원 공개 변론이 연기되면서 여성계를 중심으로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온다. 반면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도 팽팽히 맞서며 낙태죄가 다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여성단체 ‘비웨이브(BWAVE)’ 운영진에게 낙태죄 반대 이유와 집회 계획을 들어봤다. 이들은 2016년 10월부터 낙태죄 폐지 집회를 열고 있다.→25일 16차 시위에서 처음 문재인 대통령 사퇴 요구가 등장했다. -보건복지부가 비도덕적 의료행위에 불법 낙태 수술을 포함한 것은 행정부 수반이자 최고 권력자인 문 대통령의 의지와 관련된다고 본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 판단을 미룬 것도 결국 부담이 됐기 때문이 아니겠나. 정부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동안 자제해왔지만 문 대통령과 박능후 복지부 장관에 대한 비판을 할 수밖에 없다. →여성 헌법재판관이 2명으로 늘어나면 오히려 전향적 판결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여성 재판관이 2명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9명 중에서 2명일 뿐이다. 절반 정도 된다고 하면 그런 이야기가 가능할 수 있지만 1명이나 2명이나 큰 차이가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위헌 논의를 신속하게 진행해서 낙태죄에 고통받는 여성들을 한 명이라도 줄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복지부는 ‘비도덕적 의료행위’ 규정이 처벌 강화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2016년 첫 시위 계기가 이 규정 때문이다. 당시 복지부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임신중절 수술을 포함하고 의사면허 정지를 12개월로 늘린다는 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예고했다가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 개정안을 재검토 한다고 했었는데 이번에 처벌이 명문화됐다. 그 과정도 공개되지 않아 당사자인 여성들은 물론 의료계도 시행 이후에 알게 된 건 문제라고 본다. →낙태죄 위헌 결정이 나오면 집회를 그만할 생각인가? -우리는 소멸하기 위해서 달려간다. 낙태죄 폐지가 달성되면 ‘비웨이브’ 는 없어질 것이다. 9월에 헌재에서 위헌 결론이 나면 집회를 쉬려고 했다. 그런데 오히려 미뤄지면서 더 집회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음 달에도 집회를 계획 중이다.→낙태죄를 폐지하면 낙태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최소한 여성 개인에게 출산에 대한 선택권을 주자는 거다. 낙태죄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 결정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국가가 출산율 저하 문제를 여성의 탓으로 돌리고 여성이 가진 몸의 권리에 개입하고 있다. 낙태를 선택한 여성을 낙인 찍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이나 다른 집단과 연대 생각은 없나 -없다. 정치색을 배제하고 낙태죄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정치색이 없어야 여성들의 순수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의 참가를 돕는 것 뿐 조직은 없지만, 단일 주제로 소액 기부를 받아 운영해왔기 때문에 2년간 지속할 수 있었다고 본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여기는 중국] 열차 남의 자리 앉았다가 ‘공공의 적’ 된 남성

    중국에서 한 남성이 열차 좌석을 두고 다른 탑승객과 말다툼을 벌였다가 모든 신상이 인터넷에 노출되면서 공개적 망신을 당한 것은 물론 전국에 사과까지 해야 했다. 24일 베이징 유스 데일리에 따르면, 싸움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됐다. 박사과정 중인 학생 선씨는 지난 21일 산둥성 지난과 베이징 노선의 고속열차에서 한 여성과 언쟁을 벌였다. 선씨가 여성이 예매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언쟁의 발단이었다. 여성의 말대로 선씨는 반쯤 비어있는 열차에 무작위로 자리를 잡고 잠이 든 상태였다. 여성은 선씨를 깨워 자리를 옮겨달라고 청했지만 곧 싸움으로 번졌다. 특히나 선씨는 장애인 행세까지 해 네티즌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두 사람이 싸우는 이 영상은 곧 온라인에 공개됐고 그가 보인 비아냥거림과 황당한 태도는 큰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후 네티즌들은 선씨의 신분증과 이름을 밝혀내 온라인에 공유했으며, 휴대전화와 소셜미디어로 그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자신이 온라인에서 뭇매를 맞고 있음을 알게 된 선씨는 “휴대전화에 설치한 온라인 결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내 번호를 온라인에 공유해 그 계정으로 접속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당시 열차 내 좌석이 절반 정도 비어 있었고, 자리를 바꾸자는 제안을 여성이 거절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열차 직원들이 싸움을 말리러왔을 때 보인 내 태도가 불량했음은 인정한다”며 사과했다. 선씨는 네티즌들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지난 22일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영상에서 “도덕을 위반해 여성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혔으며, 사회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90도로 인사하며 전국에 사죄했다. 그러나 선씨의 행동은 중국의 유명 사회신용 제도에 저촉되어 공식적인 윤리 위반 행위 기록으로 남게 됐다. 또한 그는 200위안(약 3만 3000원)의 벌금을 물었고, 일정 기간 동안 고속 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했다. 반면 선씨에게 자리를 빼앗긴 여성은 비지니스 클래스 좌석을 배정받았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은빛자서전 프로젝트<3>] “대의는 이루지 못했지만 소신 나누며 살았습니다”

    [은빛자서전 프로젝트<3>] “대의는 이루지 못했지만 소신 나누며 살았습니다”

    정지환 감사경영연구소장은 충북 옥천신문과 손잡고 ‘은빛자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 사람의 일생은 그 자체가 역사이고 작은 박물관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80세 이상 주민의 구술(口述)을 풀어내 자서전으로 정리하는 프로젝트다(서울신문 3월 16일 자 38면 ‘인터뷰 플러스’ 참조).이번에 만난 사람은 안남면 도덕리(덕실마을)에 사는 이승우(91) 씨입니다. 어린 시절 유교 학자인 조부로부터 ‘천자문’에서 ‘논어’까지 배웠다는 그가 정한 좌우명은 ‘대의소신(大義小信)’입니다. 사람이 한 번 태어나 ‘대의’를 지키기 위해 살아야 하되, 설령 거기에 이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소신’ 즉 작은 믿음이나마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였을 겁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냐”고 묻자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6남매를 낳고 키우고 가르치던 시절이었다”고 답했습니다. 인생 90년을 넘길 무렵부터는 ‘상선약수(上善若水)’가 마음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상선약수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으로, ‘노자’에 나오는 말입니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속성을 가진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습니다. 전국노인서예대전 입선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 씨는 올봄 대문에 ‘구(龜)’와 ‘용(龍)’을 써 붙였습니다. 거북이와 용처럼 만수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박학다식 조부와 일자무식 부친 밑에서 나는 1928년 옥천군 안남면 도덕리(덕실마을)에서 태어났다. 조상들이 원래 살던 곳은 청산면 궁촌리(활골)였다. 그곳에서 안남면 도덕리로 이주하기로 결정한 분은 증조모였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기 전까지만 해도 청산에는 원님이 있었다. 조부(이규항)는 원님과 동문수학한 사이였다. 6·25전쟁 때까지 생존하셨던 조부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상투를 고집한 유교 학자였다. 평생 낫과 호미 한 번 손에 들지 않고 동네 아이들에게 한문을 가르쳤다. 나도 어린 시절 박학다식한 조부에게 천자문에서 논어까지 배웠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의 어둠도 짙은 법이다. 젊은 가장이 일하지 않으니 집안이 궁핍할 수밖에 없었다. 불똥은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일하지 않고 글만 읽는 조부에 실망한 증조모는 손자, 그러니까 나의 부친(이종억)에게 어떤 공부도 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부친은 일자무식이 되었다. 증조모는 남편, 그러니까 나의 증조부가 돌아가시자 곧바로 청산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마침 언니가 살고 있던 안남면 도덕리가 이주지가 되었다. 박학다식 조부와 일자무식 부친 밑에서 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조부는 평생 글만 읽으셨고, 부친은 평생 농사만 지으셨다. 특히 과묵과 인내의 인생을 사셨던 부친은 절대 남에게 해를 끼칠 줄 몰랐던 호인(好人)이었다. ●17세 신랑 이승우와 16세 신부 주재순 나는 안남소학교를 다녔다(7기생). 모친이 조부와 부친 몰래 월사금을 내주었다. 소학교를 마치고 대전에 있는 중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월사금을 내지 못해 입학만 하고 결국 학교는 다니지 못했다. 중학교 진학에 좌절한 나는 곧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내가 15세 때였으니 1942년이었을 것이다. 대전에 있는 한 전기상회 점원으로 취업했다. 당시는 식량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생활용품까지 국가에서 배급하던 전시체제(戰時體制)였다. 전기상회에서 지내다 보니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 풍요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상점 점원들이 서로 배급 물품을 교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17세가 되던 해에 의류를 취급하던 한 상회의 동갑내기 여성 점원과 가까워졌다. “어머니가 많이 아프시니 빨리 귀향하기 바란다.” 갑자기 고향에서 전갈이 왔다. 고향에 가보니 동네 사람들이 우리 집에 잔뜩 몰려와 있었다. 어리둥절해 하는 나에게 집안 어른들이 다짜고짜 이렇게 통보했다. “너는 내일 장가를 가야 한다.” 신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같은 마을에 살고 있던, 나보다 한 살 적은 처녀였다. 그녀는 수원 양성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가 정신대에 끌려가는 것을 피하려고 옥천으로 피신을 와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같은 학자였던 조부끼리 이미 우리 두 사람을 결혼시키기로 약조했다고 한다. 17세 신랑 이승우와 16세 신부 주재순은 너무 어려서 첫날밤을 치르지 못했다. 실제로 첫 아이가 태어난 것은 그로부터 5년 후였다. 그렇게 평생의 인연을 맺은 아내와 나는 73년을 해로했다. ●동양화·연필화·풍물 배우기에 푹 빠져 생존을 위해 가족을 이끌고 타지를 떠돌던 나는 회갑을 앞둔 1980년대 후반 귀향했다. 가족을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온 나는 농사를 지으며 마을과 지역을 위해 봉사했다. 새마을지도자, 선거관리위원장, 경지정리위원장, 단위농협조합장(임시) 등이 당시 맡았던 나의 주요 직책이었다. 주변에서 ‘돈 안 되는 일’만 골라 한다는 냉소 섞인 뒷말이 들려왔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나는 요즘 미술과 음악에 푹 빠져 있다. 3~4년 전부터 동양화와 풍물을 배웠다. 얼마 전부터는 연필화도 시작했다. 그림 그리고 악기 연주하기를 천하게 여기던 집안 분위기 때문에 멀리했던 것들이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다. 말리는 사람도 없으니 당분간 나의 공부는 계속될 것 같다. 나는 아내 주재순과의 슬하에 6남매(3남 3녀)를 두었다. 1녀 옥자(3남), 1남 상룡(1남 2녀), 2녀 용자(2남), 2남 상준(1남 1녀), 3남 상길(2남), 3녀 숙(2남)이 다시 14명(11남 3녀)의 손주를 낳아주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천재지변 등으로 실패한 기업 창업 지원금 환수 등 제재 면제

    정부 지원을 받아 창업했지만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실패할 경우 사업비 환수와 같은 제재를 면제해 주는 ‘성실실패’ 제도가 도입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러한 내용으로 ‘창업사업화 지원사업 통합관리지침’을 개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성실실패제는 성실하게 사업을 수행했음에도 불가피한 사정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노력 정도를 평가해 제재를 면제해 주는 방식이다. 반대로 창업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 지원금에 대한 창업 기업의 사업비 자부담 의무도 명시했다. 창업 기업의 기술 보호 노력을 선정평가에 반영하고 여성 창업 기업에는 가점도 부여한다. 또 창업 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여비 증빙 제출 서류를 기존 신청서 등 4종에서 영수증 1종으로 줄이는 등 간소화한다. 매출액, 고용 현황 등 기업 경영성과 조사 등에 필요한 증빙서류 수시 제출도 1회로 제한한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낙태죄 처벌 강화에… 행동 커진 여성계

    낙태죄 처벌 강화에… 행동 커진 여성계

    “국가가 여성들 요구 역행” 연이틀 집회 임신중단 합법화·먹는 낙태약 도입 촉구 안희정 무죄판결 규탄 시위도 2주째 열려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성 집회가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개 변론을 미룬 데 이어 최근 보건복지부가 불법 낙태 수술을 시행한 의료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과 관련해 여성계는 “국가가 여성의 낙태죄 폐지 요구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성주의 단체인 ‘페미당당’과 ‘위민온웹’은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낙태죄 폐지와 임신중단 합법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개최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초기 임신중절 약물인 ‘미프진’의 도입을 주장했다. 미프진은 임신 9주 이전까지 복용 시 임신중절 성공률 90%를 나타내는 이른바 ‘먹는 낙태약’으로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앞서 여성단체 ‘비웨이브’는 지난 25일 같은 장소에서 ‘내가 생명이다’라는 주제로 제16차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를 개최했다. 주최 측 추산 1000여명이 모였다. 검은 옷을 입고 나온 회원들은 ‘나는 아기 자판기가 아니다’, ‘나는 사람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낙태죄 폐지를 주장했다. 참가자 30여명은 계란을 깨트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이것은 살인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복지부가 낙태 수술 의사 처벌을 강화한 것은 여성을 국민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어 “임신을 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권은 자궁을 가진 여성에게 있다”면서 “낙태를 많이 하자는 것이 아니라 출산 선택권을 여성에게 주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지난 17일부터 ‘의료법상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임신중단 수술을 포함하는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인이 불법 낙태 수술을 하면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하게 된다. 의료계 일부도 반발하고 있다. 인도주의의사협의회는 “낙태죄가 위헌 심의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여성들의 요구에 역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고시가 철회될 때까지 인공 임신 중절 수술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5일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는 성폭행 의혹으로 재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시위가 2주째 열렸다. 시민단체 ‘헌법 앞 성 평등’이 주최한 이 집회에는 신지예 전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등 100여명이 참여해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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