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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시각] 사연 없는 죽음은 없다/박찬구 정책뉴스부장

    [데스크시각] 사연 없는 죽음은 없다/박찬구 정책뉴스부장

    봄날이 스러진다. 생경한 계절이었다. 미세먼지, 여성혐오, 위험의 외주화, 케미 포비아…. 시민은 옥죄이고 체념은 일상의 습관이 되고 있다. 생명과 안전을 섣불리 담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부가 됐든 공직자가 됐든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부작위의 잘못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대한민국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느 장관이든 고위공직자든 ‘책임’을 언급하는 이는 없다. 책임은커녕 특별하지도 않은 특별대책을 내놓고 ‘최선을 다했으니 이해해 달라’고 항변하기 일쑤다. 미세먼지 대책만 해도 재탕·짜깁기에 실효성도 구체성도 빈약한 내용이 나열됐다. 고등어 구이와 경유차를 희생양 삼아 부처끼리 옥신각신하기도 했다. 시민의 안전보다 부처 이기주의를 앞세우고, 책임을 돌아보기보다 문책에서 벗어나려는 행태나 다름없다. 이대로 가면 40여년 뒤인 2060년 대기오염에 따른 한국의 조기 사망자가 인구 100만명당 1100명을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을 것이라는 보고서가 무색할 지경이다. 사연 없는 죽음은 없다. 켜켜이 쌓인 삶의 흔적만큼이나 일상의 죽음은 제각각 다른 사연을 안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음습하고 비뚤어진 사회 구조와 약육강식의 시장 논리에 희생된 이들은 어디서 까닭을 찾고 어디에 하소연할 수 있을까. 스스로도 연유를 모른 채 스러져 간 생명들이다. 내가 될 수도 있고 살가운 가족일 수도 있는 희생자들이다. 멀리는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 1995년 4월 대구 상인동 지하철공사장 가스 폭발,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2월 대구 지하철 화재, 2008년 1월 경기 이천 냉동물류창고 화재가 그랬고, 가까이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그렇다. 하나같이 부실 건축과 안전불감증, 부패하고 왜곡된 사회 시스템에 기인한 비극이다. 사회적 연유에 의한 죽음, ‘사회적 타살’이다. 사람 중심의 안전판이 제대로 가동됐다면, 고귀한 인명과 우리 이웃이 이토록 여지없이 무너지지 않았을 테다. 도돌이표처럼 희생과 고통이 반복된다. 이윤만 좇는 부도덕성과 몰가치, 생명경시 풍조가 낳은 야만(野蠻)의 사회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교훈은 잊히고, 공동체의 숨통은 짓눌린다. 벌거숭이로 광야(狂野)에 선 시민들의 두려움과 낭패감이 깊어 간다. 망각을 경계한다. 출구 없는 사회에서 무엇으로 희망을 삼을 것인가. 비상식과 비정상이 꼬리를 물어도 정부가 근본 치유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국민의 대표기관인 입법부가 나서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고 공동체의 활로를 모색함이 옳다. 특정 정파와 직역, 계층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국회 소관 상임위별로, 또는 특별위원회를 가동해서라도 중장기적인 사회안전 플랜의 밑그림을 마련하는 작업에 몰두해야 한다. 더디고 고단한 과정이 되겠지만 여야가 위기의식을 공유한다면 사회 모든 분야의 안전 그물망을 촘촘하게 다시 짜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국회마저 손을 놓는다면 시민이 각종 안전관련법의 재·개정을 촉구하는 입법 청원이나 서명 운동으로 직접 행동할 수밖에 없다.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에서 시민 개개인이 ‘우리’를 자각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일상의 헌신으로 공동체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페스트보다 더 가혹한 질병을 앓고 있는지 모른다. ckpark@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안다는 것과 실천한다는 것/정양호 조달청장

    [월요 정책마당] 안다는 것과 실천한다는 것/정양호 조달청장

    미국 유학 초기에 귀중한 경험을 했다. 법원에 출두한 사연이다. 미국에서 첫 차를 사서 장롱면허의 서러움을 떨쳐 내기로 했다. 금요일 밤에 차를 구입하고, 친구의 도움을 받아 집까지 가져왔다. 그런데 마음이 설레 새벽 일찍 잠이 깨 버렸다. 주말이라 사람도 없고 한적해 집 앞에서 혼자 운전연습을 했다. “어~어어어….” 왕초보를 무시하는 듯 핸들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길가에 주차된 옆집 차 범퍼를 들이받았다. 경찰이 출동해 상황을 파악하고는 법원 출두 명령서를 발부했다. 무보험 운전이라는 것이다. 유학했던 일리노이주에서 당시 무보험 운전은 벌금이 1000달러였다. 보통은 차를 사고 나서 보험에 드는데 금요일 밤에 차를 가져왔으니 보험 들 시간 자체가 없었다. 법원에서 상황이 잘 설명돼 다행히 벌금은 물지 않았지만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마음고생을 하며 많이 시달렸다. 여러 기관에 사고 신고서를 제출하고 수리비를 물어 주고 피해자로부터 민사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받은 후 합의서 공증을 받고서야 상황이 정리됐다. 영어로 말해야 하는 부담도 상당했다. 값비싼 경험을 거치며 방어운전 습관이 생겼다. 그 덕분인지 지금껏 한 번도 사고를 낸 적이 없다. 운전 초기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안전운전 실행력 향상으로 이어진 셈이다. 실행력은 훈련을 통해 높이는 방법도 있다. 험한 경험을 하지 않고도 말이다. 윌 보엔의 ‘불평 없이 살아보기’는 21일 동안 불평 없이 살아가기 위한 실천적 방법을 제시한다. 식사하면서 밥맛 없다는 불평, 출근할 때 끼어드는 자동차를 보고 지르는 욕설, 상사의 꾸중에 대한 불평 등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불평을 한다. 불평이 없어지면 세상이 얼마나 밝아지겠는가. 누구에게나 공감 가는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막상 실행하려면 장애물과 생각하지 못한 불편이 뒤따른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실천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불평 한마디 없이 지내는 실천 방법을 다루고 있다. 중간에 불평을 한마디라도 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필자는 몇 차례 시도를 반복한 끝에야 겨우 성공했다. 조직 차원에서도 실천은 중요하다. 문제 인식은 누구나 쉽게 한다. 공직사회에서 문제가 생기면 책임자를 처벌하고, 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곤 한다. 하지만 대책이 현장에서 실천되는지 사후에 꼼꼼하게 점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정책 효과가 ‘정책 반(半), 홍보 반’이듯 정책도 ‘수립 반, 집행 반’이 돼야 한다. 아니 ‘정책수립 10, 정책집행 90’이 돼야 한다. 정책을 만들 때의 초심에서 과정을 살피고 꼼꼼히 따져 보완하는 노력이 더해져야 성공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조달 물품 중에 중소기업이 직접 생산해 납품해야 하는 품목이 있다. 하청받거나 수입해 납품하는 것은 불법이다. 제도상 당연히 못 하도록 돼 있다는 것을 정부나 기업 모두 잘 알고 있다. 인식하고 있으니 제대로 지켜지겠지. 그러나 ‘알고 있는 것’과 ‘지키는 것’은 별개다. 중소기업청에서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해 직접 생산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 사업자 단체인 조합에서 회원사를 감시하는 시스템, 뭔가 이상하다. 자격이 안 되면 포기할 줄 알아야 하는데 ‘돈’의 위력 앞에 양심과 도덕성마저 무릎을 꿇게 만든다.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안이함은 제도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 수 있고, 결국 그 피해는 중소기업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현재 조달청은 한국전력·국세청·국민연금 등 관련 기관과의 정보 공유를 통해 직접 생산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기업이 100을 생산해 납품했다고 할 때 생산에 필요한 전기료, 원자재비, 직원 4대 보험비가 제대로 지불됐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정부 기관 간에 정보를 공유해 실행 여부가 자동으로 체크되니 알고 있는 것이 실천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다. 이젠 정부도 제도를 만드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실행력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아는 것이 힘인 시대는 지났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5000만명 중 스마트폰 사용자가 3500만명에 이른다. 광범위한 분야의 ‘스마트한 지식’을 초등생일지라도 단 몇 초 만에 검색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이제 넘쳐나는 지식은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보의 홍수’에 불과할 따름이다. 홍수처럼 넘쳐 흘러가는 것일 뿐…. 이제 아는 것만으론 힘이 안 된다. ‘하는 것’이 힘이다.
  • 어린 中금수저들 英귀족매너 겉핥기

    어린 中금수저들 英귀족매너 겉핥기

    ‘푸얼다이’ 하루 70만원 귀족학습반 열풍 요리·재무관리 스펙 갖춘 영국 집사는 ‘억대 연봉’“호화생활보다 귀족 책임감 배워야” 위완완, 英 귀족 무도회 참석에 시끌 아시아 최대 목재 회사 회장의 외동딸인 위완완(餘晩晩·26)은 요즘 영국 귀족 자제들의 모임인 ‘퀸샬럿 무도회’에 나가고 있다. 18세기 영국 국왕 조지 3세가 아내를 위해 준비한 생일 파티에서 비롯된 이 무도회의 1회 입장료는 무려 2500파운드(약 450만원)에 이른다. 돈보다 더 엄격한 선발 기준은 무도회에 맞는 학벌과 품위, 예절을 갖췄느냐는 것이다.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난 위완완은 15살에 영국으로 건너가 귀족학교에서 예절 교육을 받았다. 런던 패션학원을 졸업한 뒤 옥스퍼드와 칭화대에서 공부했다. 위완완은 “귀족학교에서 영국 귀족들이 어떻게 입고, 걷고, 얘기하는지를 끊임없이 배워 이젠 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위캐피털이라는 투자 회사를 운영하는 위완완은 영국 패션위원회와 각종 귀족 모임의 최대 후원자다. 그는 “더 많은 중국인들에게 영국 귀족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후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절도 조기교육” vs “열등감 표출” 지난달 초 홍콩 경제일보가 위완완의 이야기를 전하자 중국 내부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일었다. 맹목적으로 영국 귀족 생활을 동경하는 개념 없는 ‘푸얼다이’(富二代·재벌 2세)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주류를 이뤘지만, 세계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추한 중국인’에서 탈피하려면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예절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터넷 관영매체 펑파이는 “일반인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는 부자들이 영국식 귀족 교육에 몰두하고 있다”면서 “지나친 열등감의 표출”이라고 비평했다. 백화점선 英로열패밀리 패션 불티 중국 경제망도 최근 푸얼다이의 영국식 귀족 교육 실태를 보도하면서 “정말 고귀한 사람이 되려면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면서 “영국 귀족처럼 먹고 입는다고 품격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특히 “중국의 부자들은 영국 귀족의 호화로운 생활방식만 모방할 게 아니라 영국 귀족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을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비판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 부자들은 2세들을 영국 귀족 집안의 자제처럼 키우려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지난달 2일 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세손 부부가 딸 샬럿 공주의 첫돌을 맞아 최근 모습을 담은 사진과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 64개국에서 받은 선물을 공개하자 ‘귀족 신드롬’은 더 뜨거워졌다. 샬럿 공주의 옷과 장난감이 중국 백화점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으며, 샬럿의 어머니인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34)의 패션을 좇는 중국 부유층이 늘고 있다. 참고소식망이 최근 소개한 상하이의 영국 귀족 교육 프로그램은 하루 수강료가 3800위안(약 69만원)이었다. 11~12세 아동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귀족 학습반’에선 영국의 예절 교육 전문가가 영국 왕자와 공주가 왕실로 초대했을 때를 가정해 교육을 한다. 전문가가 메이크업을 해주며, 식사 예절과 대화법 등을 가르친 뒤 인증사진과 수료증을 준다. ‘밀크티를 탈 때는 찻물부터 따르고 나서 우유를 따르고 12시 방향과 6시 방향 사이에서 저어야 한다’ ‘바나나를 손으로 들고 먹으면 안된다’ 등과 같은 아주 세부적인 테크닉까지 가르친다. 교육을 담당하는 제임스 시턴은 “뉴욕, 도쿄, 런던, 상하이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단연 상하이의 교육생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중국 부자들이 영국 귀족 놀음에 푹 빠지면서 영국에선 ‘집사’가 유망 직종으로 떠올랐다. BBC 방송은 전문기관에서 교육받고 스마트 기기로 무장한 현대의 집사들이 중국 취업을 통해 연봉 15만 달러(약 1억 8000만원) 이상을 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영국에선 매년 350∼400명의 집사가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있다. 대부분이 수요가 많은 해외에서 취업을 하는데, 가장 많이 가는 곳이 중국이다. 그 밖에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산유 부국으로 향하는 경우도 있다. 영국 집사가 환영받는 이유는 전통적인 영국 영어의 억양, 격식 있는 옷차림과 예절 등을 두루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영국에선 집사 양성 산업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소방안전 교육과 응급처치, 가죽·섬유·목재 다루는 법, 요리와 서빙, 와인, 바느질, 꽃꽂이, 세계의 예절, 재산 관리 등의 교육과정을 수료한 뒤 학위를 받는다. 고위관리 2세 ‘관얼다이’는 관직 대물림 푸얼다이들이 영국 귀족 학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 ‘관얼다이’(官二代·고위 관리의 2세)는 관직 대물림에 여념이 없다. 리펑(李鵬) 전 총리의 장남인 리샤오펑(李小鵬·53)은 국유전력 기업 회장과 산시성 부성장을 거쳐 지금은 성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아들 후하이펑(胡海峰·46)은 정계에 입문한 지 3년 만에 지방 정부 고위직에 올랐다. 그는 2013년 5월 중국 공산혁명의 ‘성지’로 불리는 저장성 자싱시의 부서기로 임명됐으며 정법위 서기를 거쳐 올해 3월 시장으로 승진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의 유일한 손자인 덩줘디(鄧卓?·31) 광시좡족자치구 바이써시 핑궈현 당위원회 부서기도 마찬가지다. 덩샤오디(鄧小弟)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그는 2013년 핑궈현 부현장으로 공직에 진출한 지 3년 만에 부서기로 임명돼 지방행정을 지도하는 고급 간부가 됐다. 미국 듀크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 월스트리트 법률회사에서 일하다가 귀국한 그는 오는 7월 핑궈현의 인사에서 정처급(正處級·중앙부서 처장급)인 현당위원회 서기로 승진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서 ‘몽고왕’(蒙古王)으로 불린 우란푸(烏蘭夫) 전 국가부주석의 손녀 부샤오린(布小林·58) 네이멍구자치구 당위원회 상무위원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3월 신임 대리주석에 임명돼 이 가문이 3대째 네이멍구 주석을 맡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흙수저는 점수 따려 밤새 ‘공산당장 필사’ 영국 귀족을 모방하는 푸얼다이와 아버지의 권력을 그대로 이어받은 관얼다이의 모습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지휘하는 사회주의사상 강화 운동과 묘한 부조화를 이룬다. 시 주석은 지난 3월 마르크스주의를 강조하며 ‘양학일주’(兩學一做)를 제시했다. 양학일주는 ‘당장(黨章)과 지도자의 연설문을 익혀 참된 공산당원이 되자’는 뜻이다. 이후 당원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1만 7000자에 이르는 당장을 필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학생들은 학점 관리를 위해, 직장인들은 인사평가를 위해 열심히 당장을 베껴 쓴다. 중국의 ‘금수저’들이 영국풍 무도회에 가기 위해 ‘포크질’을 배우는 사이 ‘흑수저’들은 밤새 베껴 쓴 필사본 ‘인증샷’을 학교와 직장 웹사이트에 올리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사설] IMD 국가경쟁력 추락시킨 후진적 경영관행

    국가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국가 경쟁력 순위는 61개 주요 국가 중 29위다. 지난해 25위에서 4계단이나 떨어졌다. IMD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후진적인 경영 관행을 지목했다. 대기업 오너의 갑질이나 소비자 안전을 도외시하는 경영자의 윤리 실종이 이 같은 결과를 낳은 것이다.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빠진 첫째 원인은 물론 세계 경제의 침체다. 그러나 이런 후진적 경영 관행이 기업의 경쟁력,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경제를 살리려면 맨 먼저 잘못된 경영 관행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였다. IMD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은 2014년 이후 급락 추세다. 2011~2013년 3년 연속 22위 자리를 지켰으나 2014년 26위, 올해 29위로 떨어졌다. 순위를 매기기 위한 4대 평가항목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게 낮은 것이 기업 효율성이었다. 지난해 37위에서 올해 48위로 낮아졌다. 국가 경쟁력을 좀먹은 가장 큰 원인이 기업이란 의미다. 특히 세부 항목 중 경영 관행이 61위로 꼴찌다. 노동시장도 51위로 상당히 낮다. 금융이나 생산성이 30위권으로 중간지대에 자리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경영 관행을 다시 항목별로 보면 기업 윤리실천(58위)과 경영자의 사회적 책임(60위), 건강·안전 등에의 관심도(56위)는 거의 바닥 수준이다. 지난해 이후 잇단 기업 오너들의 갑질 행태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에서 보듯 기업윤리 실종이 가장 크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IMD 국가경쟁력 지수는 설문조사 비중이 높아 조사 당시 사회·경제적 상황과 분위기에 많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지난 수년간 국민들은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과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의 수행 기사에 대한 폭행, 폭언 등 재벌가 후손들의 갑질을 눈으로 확인했다. 이들은 대기업 오너이면서도 사회적 책임의식, 도덕성은 갖추지 못했다. 회사 직원들을 노예 부리듯이 대하는 관행은 자기 회사는 물론 국가 경제 발전에도 걸림돌일 뿐이다. 국가 경쟁력 추락은 또한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히 보여 준다. 건강·안전에 대한 관심도 항목에서 거의 꼴찌(60위)를 기록한 것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 독성실험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은 살균제를 썼다가 수백 명이 사망한 황당한 사태를 외국 전문가들은 과연 어떻게 볼까. 사고 후에도 책임 회피에 급급한 기업들의 뻔뻔함, 이런 사태를 사실상 방치한 정부의 무책임은 하나같이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좀벌레와 다를 게 없다. 추락한 국가 경쟁력을 되살리려면 결국 낙제점을 받은 기업 경영 관행을 고치는 게 급선무다. 기업인들이 고객 만족도와 기업윤리 실천, 소비자 안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기업은 오너의 소유물이기 이전에 사회와 국가, 종업원들을 위해 존재한다. 기업인들은 다 잊어도 이것만은 기억해야 한다.
  • 트럼프 “부동산 계약할때 종종 가명 썼다” 도덕성 논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과거 부동산 계약을 할 때 종종 가명을 썼다”고 털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는 25일(현지시간) 방송된 ABC ‘지미 키멜 라이브’에 출연해 “가명을 쓰지 않으면 사람들이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고, 그러면 바가지를 씌운다”며 “아무도 돈을 더 지불하고 물건을 사고 싶진 않다”고 밝혔다.  그는 “막내아들 이름인 배런을 종종 가명으로 쓴다”며 “배런이란 가명을 쓰는 날이면 계약이 순조롭게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1980∼1990년대 부동산 사업으로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트럼프가 가명을 썼다고 인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NBC뉴스는 평했다.  트럼프는 가명을 쓰는 것이 별것 아니라는 듯이 “부동산 업계 사람들은 대부분가명을 이용한다”며 “만약 땅을 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가명을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그는 25년 전 자신의 대변인을 가장해 ‘피플 매거진’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목소리만 들어도 내가 아니다”라고 거듭 부인했다.  트럼프는 또 이날 성소수자 화장실 논란과 관련해 “공화당은 사람이 태어난 대로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 정부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토론회에서 성전환 학생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하라는 오바마 정부의 지침에 대해 ‘옳은 일’이라고 견해를 밝힌 것을 번복한 것이다.  그는 “민주당 경선도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정말 형편없다. 이렇게 지저분해질지 몰랐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후보로 지명된다면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버니 샌더스 의원이 (힐러리보다) 이기기가 더 쉬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트럼프 “빌 클린턴 측근 자살 수상”… 더러운 선거전 시작

    트럼프 “빌 클린턴 측근 자살 수상”… 더러운 선거전 시작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전을 망치기 위해 1990년대 가장 추악했던 정치적 장면을 부활시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자사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부부의 최측근 인사가 20여년 전 자살한 데 대한 타살 의혹을 제기하자 이같이 평가했다. 이 인사는 남편 빌의 대통령 재임 초기 클린턴 부부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힌 ‘화이트워터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트럼프가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낸 것은 클린턴 부부를 동시에 공격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백악관 법률고문보였던 빈센트 포스터가 1993년 자살한 사건에 대해 “매우 수상쩍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그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것을 논의할 만큼 많이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도 “그 사건이 명백한 타살이라고 생각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숨진 포스터는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상세히 알고 있었을 텐데 갑자기 자살했다”며 타살설에 무게를 실었다. 화이트워터 스캔들은 빌 클린턴이 1979년 아칸소 주지사 시절 부인 힐러리, 친구이자 지역 사업가인 짐 맥두걸 부부와 함께 설립한 부동산개발회사 ‘화이트워터’를 둘러싼 의혹이다. 회사를 통해 휴양단지 개발에 나섰던 클린턴 부부는 맥두걸 소유의 저축은행 파산과 더불어 분양 실적이 저조해 사업이 중단되자 1992년 손을 뗐다. 이듬해 빌 클린턴이 대통령에 취임하고 그해 7월 화이트워터 관련 서류를 보관하던 포스터가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화이트워터가 정국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후 빌 클린턴이 과거 주지사 시절인 1986년 금융업자에게 압력을 넣어 맥두걸이 30만 달러를 대출받도록 했다는 의혹이 터졌고, 힐러리는 비서들에게 관련 서류를 파기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포스터의 죽음에 대해서는 경찰, 연방수사국(FBI), 법무부, 의회 특별위, 특별검사 모두 ‘업무 중압감에 따른 권총 자살’로 결론 내렸고, 클린턴 부부에게도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인터넷 매체 복스의 편집장 에즈라 클라인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무엇을 믿고, 누구의 말을 들으며, 어떤 사실을 믿고, 어떤 이론을 연구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음모론을 제기한) 트럼프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野 “노동개혁, 합의가 최우선”… 朴 “시간 끌기엔 청년들 고통”

    野 “노동개혁, 합의가 최우선”… 朴 “시간 끌기엔 청년들 고통”

    여·야·청은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대표단의 회동에서 다양한 의제에 대한 폭넓은 대화가 오갔다고 밝혔다. 회동 후 각 당이 개별적으로 언론에 밝힌 대화 내용을 한데 묶어 의제별로 재구성했다. ① 여·야·청 소통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반영해서 국정 운영 방식을 소통형으로 변화시키고 의회의 자율성을 존중해 달라. 대통령이 강력히 반대하면 여당의 자율성이 사라지는 19대 국회의 전철을 밟지 말자. -박근혜 대통령: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옛 속담이 있다. 다양한 소통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서로 견해 차이를 좁혀 나가면 만족스러운 대안을 만들 수 있다. 분기별 1회 정례적으로 대통령과 3당 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을 하면 좋겠다. 앞으로 정부와 국회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형식을 가리지 말고 다양하게 의견을 개진해 주면 참고해서 국정에 꼭 반영하겠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대통령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국민들이 기뻐할 소식이다. 사실 지금까지 대통령이 소통하지 않는다고 제가 가장 많이 비난을 했다. 국민의당은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무조건적인 반대나 국정수행 발목 잡기는 하지 않겠다. 대통령도 국회와 야당을 동반적 관계로 인식해 달라. ② 북핵 대응 및 남북 관계 -박 원내대표: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 창조경제와 신산업성장동력을 북한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가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려면 선제적으로 대화를 제의할 필요성도 있다. -박 대통령:북한이 계속 핵을 보유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아주 엄중한 상황이다. ‘이번만은 안 된다’는 국제 사회의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에 북핵 문제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남북 대화를 하려다 보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하게 돼 결국 북한에 시간 벌기만 허용하게 된다. 그 결과 핵개발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우 원내대표:야권도 공조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박 대통령:야권과 정보 공유를 위해 노력하겠다. ③ 노동 개혁 및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박 원내대표:노동개혁법 개정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 하지만 노동개혁은 노사합의가 최우선이다. 일방적인 추진은 성공하지 못한다. 성과연봉제는 노사정이 합의한 대로 공정한 평가기준을 마련한 뒤 추진해야 한다. 노사 간 합의가 없는 일방적, 불법적 밀어붙이기식 추진은 시정돼야 한다. -박 대통령:우선 노동개혁은 해야 한다. 파견법을 처리해야 9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중소기업에서 숙련된 인력을 충당하게 해 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노사가 잘 협의하면 좋은데 시간을 끌기에는 청년들의 사정이 너무 급하다. 그리고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만 민간으로도 전파된다. 지금도 공정한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실시하고 있다. -우 원내대표:성과연봉제 강요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불법적 행태나 인권유린 문제가 심각하다. 제도의 취지가 좋아도 무리하게 추진하면 정책의 정당성을 상실할 수 있다. ④ 기업 구조조정 -우 원내대표:조선해운 산업이 상당히 어렵다. -박 원내대표: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 조선업계의 구조조정 필요성에 공감한다. 다른 분야의 구조조정 필요성도 곧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위한 재정, 공적자금, 양적완화도 결국은 국민 세금이다. IMF 외환위기의 극복은 국민의 고통 분담, 노동자의 협조, 국회 및 정치권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에 성공했다. 대통령께서 경제정책 실패를 사과하고 경제 위기를 소상하게 밝히고 국민과 노동계가 고통을 분담하도록 설득하면 국민의당도, 국회도 협조할 것이다. -박 대통령:현재 정부에서는 기업 구조조정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경제기관 간 긴밀하게 합의해 좋은 안이 도출될 것이다. ⑤ 일자리 창출 등 민생 현안 -우 원내대표: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소방, 경찰, 교육 등 공공서비스 부문 일자리를 늘리자. -박 대통령:청년 일자리 문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신산업을 일으켜 빨리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규제도 과감하게 풀어서 최소한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년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 ⑥ 누리과정 예산 -박 원내대표:누리과정 예산은 올해 정부 예비비로 긴급 지원하고, 내년부터 국비를 지원해야 한다. 해마다 보육 대란이 반복되면서 대통령의 공약을 지지했던 국민들의 실망감이 크다. 정부 예비비를 지원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이 함께 분담하도록 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정부 예산으로 전액 지원해 보육 대란을 끝내야 한다. -박 대통령:2012년에 도입할 때 법령으로 여야 간 합의를 본 사항이다. 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원하기로 했고, 당시 각 지역 교육감들도 환영했다. 지금 시행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데 매년 잘못되면 학부모와 학생들이 정말 힘들어진다. 예측 가능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 문제도 국회에서 여야가 잘 협의해 달라. ⑦ 세월호특별법 개정 -박 원내대표:세월호특별법을 개정하고 선체 인양 등 사후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단원고 학생 제적 처리 문제 철회 방침은 (경기도교육청이) 잘못을 인정해 다행이다. 그러나 세월호 인양 후 조사위원회가 활동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활동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당 간사인 안효대 의원에게서 보고를 받았는데, 19대 국회에서는 세월호특별법 개정 문제를 야당도 거론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문제는 일단락 난 것으로 안다. -박 대통령:조사 기간이 끝나도 인양을 예정대로 하고, 그 이후에라도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지원을 한다. 세월호특별법 개정 문제는 국민 세금이 투입돼야 하는 문제이고 찬반 여론도 감안해야 한다. 국회에서 잘 협의해 처리해주면 좋겠다. ⑧ 가습기 살균제 피해 대책 -박 원내대표: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안방 세월호 사건’이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하고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 옥시 영국 본사 소송 지원, 피해자 생활비 지원 등 선도적 대책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가습기 살균제는 2001년부터 제조가 시작됐고 2006년부터 원인 불명의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조사를 시작했지만 결과가 안 나왔고 2011년 원인이 밝혀졌다. 현재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 필요하면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어서 국회에서 잘 논의해 달라. ⑨ 어버이연합 정부 지원 의혹 -박 원내대표:어버이연합에 대한 정부 지원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 행정관이 연루돼 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혹이 사실과 다르다. 청와대가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보고받았다. 만약 불미스러운 결과가 나오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 법대로 공정하게 처리하겠다. 10 낙하산 인사 문제 -박 원내대표:정피아와 관피아를 타파해야 한다. 총선 후 대대적인 낙하산 인사가 예상된다. 국민의당은 1호 법안인 ‘낙하산 방지법’을 통과시킬 것이다. -박 대통령:정부의 인사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촘촘하다. 전문성, 능력, 도덕성 등을 꼼꼼하게 검증한다. 검증에 시간도 많이 걸린다. 정치권 인사가 오는 것을 법으로 원천 봉쇄하려 하는데, 정치권에도 인재가 많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고 능력이 있는 인재들을 기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막혀 버릴 수 있으니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 11 정운호 법조 로비 의혹 -박 원내대표:정운호 비리, 전관예우에 대해 국민의 안타까움과 분노가 극에 달했다. 철저한 수사와 함께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 -박 대통령:검찰에서 철저하게 수사해 비리를 다 파헤치겠다고 하니까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12 5·18 기념곡 지정 -우 원내대표:‘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을 거듭 주문한다. -박 원내대표:대통령께서 오늘 이 자리에서 이 문제에 대해 확실히 결단을 내려 달라. 국민들은 사회 통합의 신호탄으로 평가할 것이다. -박 대통령: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엄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5·18 정신은 국민 통합인데, 국론 분열로 이어지면 안 된다. 국론 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차원에서 지혜를 모아 좋은 방안을 찾아볼 수 있도록 보훈처에 지시를 하겠다. -박 원내대표:저희는 기대를 하고 왔다. 선물을 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 13 백남기 농민 사태 -우 원내대표:농민 백남기씨가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계시다. 특별히 대책을 강구해 달라. -박 대통령:….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박태환 국가대표 선발’ 체육계 난상토론

    ‘박태환 국가대표 선발’ 체육계 난상토론

     “태극마크 박탈은 이중 처벌이다.” “예외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을 국가대표 선발에서 배제한 대한체육회 규정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10일 스포츠문화연구소 주최로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박태환 난상토론’에서는 수영선수 박태환(27)의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중 처벌이냐, 아니냐는 것이 쟁점이었다.    법무법인 광장 국제중재팀장인 임성우 변호사는 “국제기준에 비춰보면 박태환을 3년간 국가대표에서 배제하는 규정은 기왕에 이뤄진 처벌에 더한 추가징계이기 때문에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2011년 IOC가 도핑 위반 선수를 출전금지와 별개로 올림픽 출전까지 제한하는 규정(통칭 ‘오사카 룰’)이 이중처벌로서 도핑에 관한 국제협약을 위반했다고 판결했고, 결국 IOC도 해당 규정을 폐지했다.    이에 대해, 최동호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은 대한체육회 규정과 국제기준은 상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러시아는 도핑규정을 위반한 육상선수들에게 2년간 출장정지 처분을 내렸고, 케냐는 도핑위반하면 징역형까지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꿨다”고 언급하면서 “한국 체육은 그동안 메달을 위해 잃어버린 게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스포츠문화연구소 박지훈 사무국장(변호사) 역시 “‘오사카 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추가적인 출장정지 안건이지만 박태환은 선수로서 출장여부가 아니라 국가대표 선발규정 안건이기 때문에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대표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를 고려해서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자는게 대한체육회 규정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논의는 자연스럽게 ‘원칙’과 ‘특혜’ 문제로 흘렀다. 박 국장은 “일반적인 국민여론은 나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원칙을 세운 뒤 첫 적용사례에서 예외를 인정한다면 체육계는 스스로 특혜와 비리를 척결할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위원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만약 대한체육회에서 박태환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올리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 결정한다면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바꿀 수도 있다”면서도 “규정에 문제가 있어서 개정하는 것과, 박태환에게 적용하는게 문제가 있으니 규정을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박 국장 역시 “공정한 논의를 거쳐 규정을 바꾼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지금처럼 유력인사들과 여론에 휘둘려 예외를 만든다면 단연코 반대한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국가대표 선발규정이 너무 광범위하고 문제 소지가 있다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국가대표 선발에 대한 엄격한 규정이 생긴 맥락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국가대표에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그만한 명예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것 자체가 엘리트 체육 위주 발상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정 자체를 논하는 토론은 필요하지만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난상토론에 참석한 박태환 스승인 노민상 감독은 “현재로선 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한다거나 할 계획은 없다”면서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절차를 밟아서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길 스승으로서 부탁드린다”고 읍소했다. 난상토론 사회를 맡은 이현서 아주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는 “국위선양이니 하는 논리는 특혜 시비만 부를 뿐이다. 메달이 아니라 체육계 발전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최근 일부 정치인들이 논란에 개입하는 것이 건강한 토론을 가로막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 위원은 “국위선양이니 올림픽 메달이니 하는 발언에 개탄한다”면서 “박태환에게 면죄부 주겠다는 논리는 재벌이 수백억을 횡령해도 ‘한국경제에 기여했으니 사면해주자’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열린세상] 트럼프 리스크와 민주주의/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트럼프 리스크와 민주주의/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국민이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통해 정치지도자를 뽑는 민주주의는 인류가 발명한 정치제도 중 가장 바람직한 제도다. 통치를 받을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을 대신해 정치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를 선택하고, 주기적으로 교체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평등, 인권을 지킬 수 있는 근간이 된다. 그러나 모든 제도가 그렇듯 민주적 선택 과정이 항상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선거가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덕목을 검증하지 못한다는 것은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다.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은 민주주의에서 정치지도자 충원 과정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기행과 독설로 정평이 나 있는 트럼프가 정통 보수 정당인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이유는 다양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미국의 보수 유권자들이 선택한 그가 미국이라는 거대 국가를 이끌 수 있는 자질과 도덕성, 지성과 능력을 갖추었느냐 하는 점이다. 공화당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다. 오죽하면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자나 밋 롬니 전 대통령 후보 등이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겠는가. 뉴욕타임스는 그의 후보 지명을 ‘공화당의 자살’이라고 표현했다. 수많은 공화당 지지자들은 실망을 넘어 절망에 빠져들고 있다. 멕시코 국경을 봉쇄하는 장벽을 쌓겠다,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막겠다, 한국은 스스로 핵무장해 자신의 안보를 지켜라 등 실로 생각하기 어려운 막말을 마구 쏟아 내고 있는 그가 패권국가인 미국의 대통령이 됐을 때, 과연 이 세계는 어떻게 될까. 중국 공산당의 집단지도체제와 그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정치 엘리트들이 겪는 무한경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공산당원이 된 이후 수많은 단계를 거치면서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덕목을 연마해야 하고, 반복되는 경쟁을 모두 이겨 냄으로써 최종적으로 국가지도자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는 그때그때의 유권자 선택에 따라 국가지도자가 되는 행운을 갖는다. 버락 오바마는 초선 상원의원에서 일약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행운을 얻었다. 지미 카터나 빌 클린턴은 주지사에서 일시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반면 아버지 부시는 역대 정부의 요직을 거치면서 자질과 능력을 갖춰 대통령이 된 케이스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정치지도자 충원 과정도 그동안 많은 문제점을 보여 왔다. 불행하게도 일천한 민주주의의 역사 속에서 우리의 정치 엘리트 충원 과정은 더욱 불안정하다. 과거에는 반정부운동이나 학생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다녀오면 그것이 훈장이 돼 정계 진출의 보증수표가 됐다. 최근에는 방송 활동으로 얼굴을 알렸다가 진출하거나, 변호사와 언론인, 대학교수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비례대표를 통해 발을 내딛기도 한다. 문제는 정치 엘리트로 발돋움하는 사람들의 자격이나 능력, 도덕성 등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대선 후보에 도달하는 과정에서도 정치지도자의 덕목들, 예컨대 과단성 있는 리더십과 상황에 따른 냉철한 판단력, 따듯한 관용의 정신이나 국민을 위한 대타협과 희생의 정신 등을 갖출 수 있는 학습 과정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우연에 가까운 이유로, 혹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에 따라 정치권 외부의 인사가 갑자기 정치지도자로 나서기도 한다. 올바른 지도자를 만들기 위해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로 전환할 수는 없지만 바르고 건전한 정당정치를 통해 정치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덕목을 검증할 수는 있다. 정당의 주된 역할 중 하나가 다양한 방식의 경쟁을 통해 올바른 자질과 덕목을 갖춘 사람이 정치지도자로 부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정치인 스스로 정당민주화와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막말과 구태 정치를 일삼는 정치인을 퇴출시키고, 도덕성과 품위를 갖춘 정치인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들도 검증자로서의 역할을 바르게 수행해야 한다. 그것만이 한국판 트럼프 리스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 [사설] 교수 연구윤리 옥시 상혼보다 더 타락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의 최대 가해자인 옥시레킷벤키저의 용역 연구서를 조작해 준 의혹을 받는 서울대 교수가 검찰에 붙잡혔다. 사건의 진상이 수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분노는 날마다 커지고 있다. 파렴치 기업들의 작태에 가뜩이나 경악스러운데 대학교수들이 옥시 측의 입맛에 맞춰 연구 자료를 조작해 줬다니 할 말을 잃게 한다. 검찰이 밝힌 의혹이 전부 사실이라면 서울대 수의학과 조모 교수와 호서대 유모 교수의 죄질은 악덕 기업 옥시보다 나을 게 없다. 옥시는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발표하자 두 교수에게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서울대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저농도 실험에서 임신한 쥐 15마리의 새끼 13마리가 죽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랬으면서도 옥시가 유리하도록 엉터리 보고서를 만들어 줬다. 가습기 살균제와 폐 질환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호서대 교수도 옥시에 유리한 실험 환경을 만들어 결과를 은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옥시 측에서 받은 연구용역비 외에 수천만원을 개인 계좌로 받은 사실도 덜미를 잡혔다. 학계에서 두 교수는 독성학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그런 사람들이 뒷돈을 받고 양심을 팔았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들이 용역을 맡았을 때는 살균제의 사망 피해가 이미 심각했던 시점이다. 만약 교수들이 도덕성을 바닥에 팽개치지만 않았어도 이번 파동은 훨씬 빨리 수습되고 피해 규모도 줄었을 것이다. 보고서 조작 의혹을 지켜보는 시선이 엄중한 까닭은 분명하다. 국내 최고 대학의 연구 권위자가 100명 넘는 사망자를 낸 중대 사건에 짬짜미 연구를 해 줬다면 학계의 연구용역 뒷거래 풍토가 얼마나 만연했을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이번 일이 두 교수의 우연한 일탈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대학의 연구윤리가 이렇게까지 타락해 국민의 불신을 받도록 방치할 일이 아니다. 검찰 수사와 별개로 문제의 대학들도 두 교수에 대한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파악해 냉정한 처벌을 해야 한다. 연구윤리가 하도 바닥을 치니 지난해 전국의 대학들은 대학연구윤리협의회를 만들었다. 그러고도 무엇이 달라졌는지 대학들 스스로가 책임을 돌아보길 바란다.
  • “학교폭력·층간소음 등 실무적 모의면접 훈련해야”

    “학교폭력·층간소음 등 실무적 모의면접 훈련해야”

    올해 첫 순경공채 필기시험이 지난 3월 19일 치러졌다. 필기시험 합격자는 지방경찰청별로 지난달 27일까지 체력시험을 마쳤다. 면접시험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각 시·도경찰청에서 실시된다. 필기·체력·면접 시험과 가산점으로 평가가 이뤄지는 순경공채 시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필기(50%) 평가이지만, 최종 합격을 위해서는 체력(25%)과 면접(20%) 평가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최근 공무원시험에서 면접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데다, 순경공채 선발 인원이 워낙 줄어 면접에서도 심화 문제가 많이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박문각 남부경찰학원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면접시험 대비법을 살펴봤다. 올해 순경공채 시험은 응시원서 접수에서부터 경쟁이 치열했다. 1449명 선발에 6만 696명이 원서를 내 평균 경쟁률이 41.9대1까지 치솟았다. 필기시험 난도 역시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경찰학개론, 형법, 수학, 과학 등 선택과목이 예년에 비해 어려웠다. 특히 경찰학개론과 같이 학습량이 많아 수험생이 기출 문제 중심으로 공부하는 과목에서도 기존에 출제되지 않았던 문제들이 눈에 띄었다. 형법 시험에서도 기존 판례 중심 문제에서 벗어나 법조문, 학설에 대한 문제들이 등장했다. 필기시험 합격자는 최종 선발 예정인원(1449명)의 2배에 가까운 2846명이다. 올해 두 차례 치르는 순경공채 총선발 인원이 줄어든 탓에 필기·체력 시험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면접이 합격의 당락을 가를 관문이 될 전망이다. 경찰공무원 임용령 시행규칙에 따르면 면접시험은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적성 ▲의사 발표의 정확성과 논리성·전문 지식 ▲품행·예의, 봉사성, 정직성, 도덕성·준법성 등을 평가 요소로 삼는다. 무도·운전 등과 같은 경찰업무 관련 특수 기술 능력에는 5점 만점으로 가산점이 부여된다. 요소별 면접위원들이 평가한 점수를 합산한다. 면접시험은 수험생 1인당 2차례(집단면접, 개별면접)에 걸쳐 실시한다. 일반 능력, 전문 지식 등을 평가하는 집단면접과 기본 인성, 가치관, 조직 적응성 등을 평가하는 개별면접으로 진행된다. 집단면접에서는 4~6명이 한 조를 이루게 되며 면접관은 3명으로 구성된다. 면접에는 평균 30~40분이 걸린다. 집단면접에서는 모든 응시자에게 공통 질문을 하기도 하고 일부 응시자에게만 다른 질문을 하기도 한다. 질문의 내용은 경찰직무 관련이나 시사상식 등이다. 예를 들어 폐쇄회로(CC)TV 확대에 대한 입장, 경찰 관련 비판 보도에 대한 대처,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업윤리 등을 묻는다. 이를 통해 경찰에 대한 인식, 사명감, 업무수행능력, 돌발상황 발생 시 대처능력, 전문지식 등을 비교 평가한다. 개별면접에서는 수험생의 도덕성과 봉사정신, 청렴성, 협동심, 발전가능성, 인성 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면접관은 현직 경찰관, 관련 학과 교수 등 3명이고 평균적으로 5~10분 동안 면접이 진행된다. 개별면접에서는 생활기록부, 신원진술서, 자기소개서, 사전조사서, 인성검사 결과 등을 포함한 개인 신상 기록을 토대로 한 질문이 주를 이룬다. 또 사회성과 공직 적합성, 지원 동기, 가족 등과 관련한 질문도 나온다. 집단면접과 개별면접의 면접관은 서로 다르다. 이번 면접에서는 특히 더욱 심화된 내용의 질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3차 순경 공채 시험 면접 때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들이 출제됐다. 예를 들어 경찰이 갖는 이미지에 대한 토론, 테이저건을 장구로 볼 것인가 무기로 볼 것인가에 대한 찬반 토론, 층간소음 해결 방법, 누군가 본인을 신고했을 때 대처 방법 등이다. 또 경찰업무와 관련해 어떤 캠페인을 펼치고 싶은지, 학교 폭력이 일어났을 때 가정, 교사, 경찰 중 누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지 등과 같은 실무적이고 심화된 주제도 많이 등장했다. 자주 출제되는 질문 유형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주제에 관해 정보를 알고 답변까지 준비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사전조사서에 대한 질문이 많기 때문에 사전조사서를 작성할 때 그와 연계될 수 있는 질문들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남부경찰학원 강사들은 면접관의 질문에 자신만의 언어로 답하고, 모의면접 등 상황 설정을 통한 트레이닝을 반복하라고 조언했다. 자신이 정확하게 소화하지 못하는 표현이나 말투, 단어를 무리하게 사용하다 보면 실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럴듯해도 자신이 소화하지 못하는 표현을 쓰기보다는 자신의 언어를 조리 있고 자신감 있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면접시험을 준비할 때는 수험생들끼리 스터디를 구성하거나 거울 앞에서 스스로 스피치 연습을 반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시험 당일 긴장한 상태에서도 최대한 실수를 줄이고 평소 생각해 온 내용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방법을 체득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현장 대기 및 준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미리 계획을 짜두는 것도 중요하다. 면접장에 도착해 시험에 임하기 전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계획을 세워 둔다면 우왕좌왕하지 않고 차분하게 면접에 임할 수 있다. 마지막까지 최상의 컨디션으로 면접시험을 치를 수 있는 이미지 트레이닝도 잊지 말아야 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씨줄날줄] 불매운동/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불매운동/강동형 논설위원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오늘날에는 발 없는 말(言)이 천 리가 아닌 만 리도 갈 수 있다. 명분 있는 불매운동은 한 기업을 죽일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 불매운동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보이콧(Boycott)은 19세기 말 아일랜드에서 임대업을 하던 보이콧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가 임차인들의 임대료 인하 요구를 거부하고 퇴거영장을 보내자 임차인들이 집단으로 보이콧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그는 결국 이 사건으로 아일랜드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현대적 의미의 불매운동은 특정 상품의 제조업체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그 제품이나 회사 제품을 사지 않는 소비자 운동을 말한다. 노조나 단체가 불매운동을 하기도 하지만 이를 소비자 운동으로 규정하는 데는 이견이 있다. 소비자 운동으로서 불매운동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헌법 124조는 ‘국가는 건전한 소비행위를 계도하고 생산품의 품질 향상을 촉구하기 위한 소비자보호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형법을 위반하는 불매운동은 보호받지 못한다. 제조회사에 전화를 해 업무를 못 하게 방해하는 등의 위력을 행사하면 형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가능한 한 법의 테두리에서 이뤄져야 한다. 특정 기업의 제품이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면 그 이유를 막론하고 제조회사가 일차적인 책임을 지는 게 상식이다. 전문가들은 자사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위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속하고 공식적인 대응을 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며,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진실성이 있는 사과를 통해 소비자와 공감대를 이룰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위기를 극복한 좋은 사례가 1982년 발생한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이다. 존슨앤드존슨사는 사건이 발생하자 위기팀을 꾸리고, 사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금전적 보상을 약속하고, 포장 형태를 바꾸고, 모든 제품을 리콜하는 조치를 취했다. 수사 결과 정신 이상자의 짓으로 드러났지만 회사의 대응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깊은 신뢰감을 주는 전기를 마련했다. 타이레놀 제조사와 가습기 살균제 파동의 당사자인 옥시(현 레킷벤키저)의 대응 방식은 비교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온·오프라인상에서 진행되고 있는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옥시에 대한 불매운동은 회사의 도덕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공감까지 얻고 있다. 어제 검찰은 제품 연구자로부터 상부에 가습기 살균제에 독성이 있을 수 있다는 보고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회사 측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떻게 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진정성 있는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스탠리 밀그램의 충격적 실험 영화 ‘밀그램 프로젝트’ 예고편

    스탠리 밀그램의 충격적 실험 영화 ‘밀그램 프로젝트’ 예고편

    스탠리 밀그램의 충격적인 실험을 다룬 영화 ‘밀그램 프로젝트’ 예고편이 공개됐다. 1961년 예일대학교에서 특별한 실험이 진행됐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자이자 대학교수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은 참가자들이 각자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교사와 학생이 된다. 교사의 질문에 학생이 오답을 말할 경우, 처벌로 최대 450볼트까지 전기 충격을 준다. 오답이 계속될수록 상대의 신음이 칸막이 사이로 들려온다. 하지만 권위를 가진 참가자들은 그들을 처벌해야만 한다. 영화 ‘밀그램 프로젝트는’ 인간 본성에 대해 파헤치는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공개된 예고편은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복종 실험 현장으로 시작된다. 역할을 부여받은 참가자는 전압이 올라갈 때마다 칸막이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고통의 소리에 힘겨워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괴로워했지만, 마지막 450볼트 스위치를 눌렀다”는 스탠리 밀그램의 말처럼, 거의 대부분 참가자가 마지막 버튼을 누른다. ‘인간의 도덕성에 관한 고통스러운 진실. 권위에 도전했던 위대한 실험’ 이라는 카피처럼, 스탠리 밀그램은 이 실험을 통해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복종하게 되는 인간의 본성을 증명해냈다. 하지만 심리학계는 그의 비윤리적인 실험과정에 대해 거세게 질타한다. 이에 스탠리 밀그램은 “누구에게나 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 복종도 선택의 문제죠.”라고 당당하게 답할 뿐이다.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논란의 실험을 그린 ‘밀그램 프로젝트’는 5월 12일 개봉 예정이다. 15세 관람가. 97분. 사진 영상=THE 픽쳐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열린세상] 4·13 총선은 불평등·불공정 사회에 대한 경고다/조인호 데이터엔비욘드 대표이사

    [열린세상] 4·13 총선은 불평등·불공정 사회에 대한 경고다/조인호 데이터엔비욘드 대표이사

    4·13 총선이 이런저런 이유로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예상 밖의 결과를 가져온 원인에 대한 분석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하다. 필자는 지난 6년의 보수적 기조 아래서 강화된 현재의 사회적 구조에 대한 미래세대들의 불신과 불만이 높아진 20대 선거 참여와 야권 쏠림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이번 선거의 해석에 동의한다. 한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 구조가 우리 세대에 와서 훨씬 더 가속화돼 가고 있는 것은 이미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적·정치적 불평등으로 전이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이러한 불평등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구성원들이 다수라는 것이다. 불평등 구조의 고착화와 이에 대한 반발, 갈등 구조의 확산은 한국 사회의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국가를 넘어 국제적인 부의 불평등과 빈곤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함으로써 가톨릭 공동체를 넘어 폭넓은 존경을 받고 있다. 파나마페이퍼스는 일부 사회 상류층의 부도덕성의 민낯을 드러내는 동시에 일반인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고착화돼 가는 불평등 구조를 개선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불평등을 이야기할 때 기준이 되곤 하는 것이 자본이다. 재화나 용역의 생산에 사용되는 자산이라는 사전적 정의보다는 축적과 양도가 가능한 자원으로 자본을 이해하는 것 같다. 이러한 경향은 ‘사회적 자본’, ‘문화자본’과 같은 새로운 개념들을 형성할 수 있게 했다. 사회적 자본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필자가 이해하는 사회적 자본은 자원의 동원이 가능한 인적 연결망의 양과 질이다. 부르디외가 개념화한 문화자본은 문화 취향의 계급적 차별화를 확대 재생산하는 상징적 자원이다. 이제 불평등은 경제적 영역뿐만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영역에서 중첩되고 강화되고 있다는 데 합의가 존재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이러한 불평등의 전 생활영역 확산과 고정화는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판단과 직결된다. 공정성도 결과공정성, 형평공정성, 절차공정성, 상호작용공정성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이 가운데 결과공정성은 투입에 따른 결과의 공정성 여부 판단에 근거하며, 형평공정성은 상대방과의 비교를 통한 공정성 판단 영역이다. 절차공정성은 자신과 관련된 의사결정의 과정과 방법, 수단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반면, 상호작용공정성은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쌍방 간 존경과 존엄성의 인정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많은 연구가 구성원들의 조직 및 사회에 대한 만족이 절차공정성과 상호작용공정성에 대한 인식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는 불공정성의 범위는 결과공정성과 형평공정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자신의 미래와 직결되는 의사결정에 대한 참여가 봉쇄돼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과 수단의 정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빈곤층과 사회적 약자들은 개인으로서의 존엄을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존경의 대상이 되는 의사결정의 참여자가 되기보다는 수혜의 대상 혹은 사회적 부담으로 각인되고 있다. 4·13 총선의 결과를 받아 안은 정치인과 정당들은 아마도 조만간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 방안들을 쏟아 내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과거처럼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불평등의 구조를 개선하거나 구성원들이 느끼는 사회적 소외와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경제적 불평등의 개선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분배의 불평등을 내생적으로 가진 사회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상존하는 사회임을 받아들인다면 불평등 구조 개선의 기준과 절차, 협상의 과정에 대한 이해가 의사결정자들에게 구해져야 한다. 또한 그 대상이 되는 개인 혹은 집단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존엄을 인정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역시 그 출발은 소통이다.
  • [사설] 선거 막판 도 넘는 네거티브 폭로전 자제해야

    4·13 총선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역시나 여야의 네거티브 선거전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망국병이라고 하는 지역감정을 건드리는 것은 예사이고 질이 낮은 색깔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상대 후보끼리 멱살잡이식 비방전은 물론이고 당 대표, 심지어 대통령을 겨냥한 인신공격도 난무한다. 막판까지 우열을 가리지 못하는 수도권 접전 지역일수록 과열 혼탁 선거는 뚜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253개 선거구에서 90곳이 넘는 지역이 판세를 점칠 수 없을 정도다. 여야를 막론하고 한 표가 아쉬운 시점이라 탈법과 불법 선거가 판을 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선거가 끝나면 당선 무효로 인한 재선거 지역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중앙당 차원에서 주고받는 여야의 비방전은 부끄럽기 그지없다. 국가의 비전과 정책을 앞세운 건전한 대결은 실종됐고 묻지마식 흑색선전을 부추기면서 인격 모독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심지어 여당 대표까지 비방전에 동참했다. 일부 야당을 종북세력으로 몰아치면서 “문재인이 통진당 종북세력과 손잡아 연대했다”고 비난했고, 정의당을 빗대 “북한과 가까운 당”이라고 몰아쳤다. 야당 대표의 공개된 재산 내역을 들춰내는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확인도 안 된 흑색선전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전파되면서 막판 표심을 왜곡시키고 있다. 선거에 미칠 폐해는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네거티브 선거전은 막판에 상대를 곤경에 빠트려 반사이익을 누리려는 목적을 지닌 일종의 선거 전략이다. 도덕성 검증이라는 허울을 쓰고 약점을 과대 포장해 상대를 공격한다. 선거 막바지에 의혹을 제기하면 상대가 해명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유권자의 판단을 흐릴 수 있다는 얄팍한 의도가 담겨 있다. ‘맞거나 말거나’ 식 의혹 제기로 상대방의 득표를 막고 자신에게만 유리한 결과를 얻으면 그만이라는, 정의와는 거리가 먼 정치공학의 극치다. 이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된 정치인들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정치 혐오증만 부추길 뿐이다. 17∼19대 총선에서 선거 범죄로 당선 무효가 된 36명의 평균 국회의원 활동 기간이 14개월이 넘는다. 이번만은 선거사범에 대한 신속한 재판이 이루어져 탈법·불법 선거로 당선되더라도 국회의원으로서의 혜택을 절대 누릴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줘야 한다. 가뜩이나 무관심한 선거에 자칫 투표율 저하로 이어질까 걱정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관위는 거짓 의혹에 대해서는 엄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고 사법 당국도 근거가 없거나 악의적인 네거티브에 대해서는 끝까지 단죄해야 한다. 국민의 참정권을 방해하는 불법 선거운동이나 표심을 왜곡하는 흑색 비방 선거전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자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범죄나 다름없다. 이제 유권자들이 나서서 표심의 위력을 보여 줘야 할 때다. 정의가 살아 있고 상식이 숨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흑색선전에 기대는 후보자들을 낙선시켜야 한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그 어떤 정치권력도 준엄한 표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열린세상] ‘피터의 원리’에 갇혀 버린 대한민국/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피터의 원리’에 갇혀 버린 대한민국/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요즘 신문을 읽다 보면 몇 년 전 공무원들의 사석에서 우스갯소리로 회자됐던 ‘주사(主事)급 장관’이 생각난다. 부하 직원들 사이에서 “○주사”로 통했던 장관은 장관직을 물러난 뒤에도 그의 능력과 상관없이 또 다른 정부 요직을 차지했다. 그러나 얼마 후 재직 중에 저질렀던 부정비리와 불법행위로 인해 국민들의 원성과 지탄을 받게 됐고, 결국 40여 년의 공직생활을 불명예스럽게 마감했다. 최근까지 우리는 격에 맞지 않는 무능한 고위공직자들의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되거나 도덕성의 문제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한 장관 후보자들도 많이 보았다. 우여곡절 끝에 임명된 장관들도 부하 직원이 써 준 연설문을 그대로 읽거나 기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드러냈다. 전문적 역량보다는 정치적 친분으로 임명된 공공기관의 장, 그리고 정책 관리 역량이 부족한 고위공무원들도 적지 않다.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높은 직위에 올라간 사람들이 끼치는 폐해는 고스란히 정부와 국민에게 돌아온다. 이처럼 사회 곳곳의 높은 자리가 점점 무능한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행정 조직뿐만 아니라 정치, 기업, 종교, 학교, 군대 등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모르는 리더들도 많다. 그 결과 존경하고 싶은 유능한 지도자를 좀체 찾아보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이른바 ‘피터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교육학자 로런스 피터는 모든 사람은 무능력의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어 결국 사회 전체가 무능한 사람들로 채워지게 된다는 원리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유능한 부하 직원으로 출발한다고 하더라도 높은 직위로 올라갈수록 무능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훌륭한 부하라고 반드시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일본 소니(SONY) 사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다 퇴직한 직원이 쓴 ‘소니 침몰’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조직에 있는 매니저들의 99%가 보통의 아저씨들”이라고 회고한다. 그는 이들 아저씨가 좋아하고 칭찬한다는 것은 제품이 지극히 평범하다는 반증이라면서 “소니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무능한 상사들이 유능한 인재를 시간을 들여 바보로 만드는 승진 시스템”이라고 설파한다. 그렇다면 피터의 원리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첫 번째는 수직적 계층 구조를 수평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피터의 원리는 위계적 구조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수평적 조직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계층적 관료 시스템 아래서 개인이 승진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조직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피터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가장 수평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정당 조직도 위계화가 되면 무능한 사람들이 공직 후보자로 선정되기 쉽다. 두 번째는 상시로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우선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쳐 자리에 맞는 사람을 선발하고, 선발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무원은 선발된 후에는 20년 넘게 특별한 검증 과정 없이 승진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다. 고위공무원에 진입하는 단계에서만 역량평가를 하고 있다. 이제 정기적인 역량평가를 통해 스스로 진단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자유로운 질문과 답변, 열띤 토론과 인터뷰를 통해 검증이 다양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개개인도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피터 박사는 자신이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무능의 단계에 도달했음을 드러내는 행동이나 증상을 보여 주는 소위 ‘창조적 무능력’을 통해 스스로 승진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직장과 개인의 진정한 행복을 찾는 열쇠라고 한다. 또한 신영복 교수는 “자기 능력의 70%를 요구하는 자리에 가는 것이 득위(得位)의 길이고, 그 이상을 요구하는 자리는 실위(失位)의 길”이라고 했다. 옷은 자기 몸에 맞아야 맵시가 난다. 우리 사회에는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이 너무 많다.
  • 멀쩡한 당신 또 낚였네요

    멀쩡한 당신 또 낚였네요

    피싱의 변종들, 정치·사회의 지배 원리로 규제와 감독·도덕 공동체의 방어막 필요 피싱의 경제학/조지 애커로프·로버트 쉴러 지음/조성숙 옮김/RHK/424쪽/1만 9000원 ‘자유 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개개인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전체의 이익을 촉진한다.’ 1776년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설파한 이래 현대 주류경제학은 철저하게 자유경쟁과 시장균형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 경쟁과 균형은 경제학뿐 아니라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도그마이자 방편이기도 하다. 대형매장 계산대에 도착한 고객들이 가장 짧아 보이는 줄을 선택해 계산대 앞, 줄의 길이가 엇비슷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짧은 줄에 앞다퉈 서려는 기회 포착의 경쟁은 많은 경우 균형 파괴로 이어진다. 조작과 기만의 작용인 새치기나 청탁 압력 같은 일탈의 술수 때문이다. 요즘 흔한 ‘피싱’(phishing)은 바로 그 일탈과 파괴의 대표 해악이다. 옥스퍼드사전은 피싱을 ‘개인 정보 등을 빼내 가기 위해 유명 기업을 사칭, 인터넷에서 벌이는 사기 행각 또는 기만적 수법으로 개인 정보를 낚는 온라인 사기 행각’으로 정의한다. ‘피싱의 경제학’은 그 좁은 정의를 넘어 피싱 위험성을 입체적 사례로 조목조목 들춰 흥미롭다. 민주주의와 자유경쟁 체제를 위협하고 뒤흔드는 조작과 기만의 차원으로 확대한 시도가 도드라진다. 저자들은 건전한 몸의 균형을 파괴하는 암세포와 같은 조작과 기만의 피싱이 도처에 깔려 있다고 한다. 금융, 광고, 자동차, 주택, 신용카드, 식품, 제약, 술, 담배…. 누구나 피싱을 하고, 누구나 피싱을 당하면서 사는 셈이다. 지난 한 세기에 걸쳐 진행된 심리학계의 연구 성과에 따르면 인간은 예상과 달리 자신에게 별로 득이 되지 않는 결정을 자주 내린다고 한다. 뱀의 꼬드김에 빠져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고 영원히 그 결정을 후회한다는, 성경 속 ‘순진한 하와’처럼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경제학자들의 오류가 들춰진다. 경제학자들은 인간을 ‘예산에 맞게 지출하며 사는 족속’으로 여긴다. 하지만 인간들은 99%의 경우 주의 깊게 행동하지만 나머지 1%의 일에서는 마치 ‘돈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 그전까지의 모든 신조를 송두리째 뒤엎는다. 기업은 그 1%의 순간을 예리하게 간파한다. 저자들은 바로 이 대목에서 ‘바보’를 노리는 승냥이의 피싱이 개입한다고 지적한다. 그 바보란 감정이 상식의 지시를 무시하고, 착시 같은 편향에 휩싸여 현실을 잘못 해석하고, 그 잘못된 해석을 고스란히 믿는 이들을 말한다. “수많은 사람이 조용한 절망의 삶을 살아간다”고 했던 미국 사상가 겸 시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에서도 그 바보들은 등장한다. ‘조용한 절망의 삶’으로 이끄는 피싱의 주체들은 다양하게 얽혀 조작과 기만의 횡포를 거듭한다. 대중이 즐기는 포테이토칩이나 항공사 좌석 등급, 정치 등 전방위에서 그 해악과 폐해가 드러난다. 저자들은 광고는 피싱이 만연하는 훌륭한 사냥터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카드회사의 모든 노력은 바보를 노리는 피싱과 관련 있다고도 말한다. 그런가 하면 소비자의 일생 중 가장 큰 구매액을 점유하는 게 자동차, 주택이란 사실을 이용한 갖가지 피싱 탓에 실제 치러야 할 대가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치르고 구입한다고 꼬집는다. 그중에서도 중독성 강한 담배, 술, 약품, 도박 영역에서의 피싱이 가장 극성이고 폐해도 크다. “이윤 추구와 자유경쟁, 승자 독식이 특징인 자유 시장경제는 풍요와 함께 피싱을 낳았다.” 저자들의 판단에 따르면 풍요와 피싱은 자유 시장경제 속 ‘양날의 칼’인 셈이다. 이 대목에서 저자들은 지금의 경제 시스템 아래선 조작과 기만이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한다. 시장경제의 뒤틀림을 일부 도덕성이 결여된 기업이나 경영자 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경제가 결말적인 파탄 없이 굴러가는 이유는 뭘까. 저자들은 이 대목에서 표준이나 규제, 감독기관 같은 것들을 만들어 온 역사를 들춰 올린다. 특히 규제와 감독기관의 역할을 피싱 경제에 대한 강력한 방어 수단으로 옹호한다. 사회운동을 하고 변화를 위해 움직이는 이상주의자들을 ‘저항의 영웅’이라 부른 저자들은 이렇게 결론짓는다. “지금 세계에는 도덕 공동체가 존재해야 하며 개개인이 행동하는 자유 시장도 그런 공동체 안에 존재해야 한다. 도덕 공동체는 정보 피싱을 막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왔기 때문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조세 회피는 재정 문제 아닌 민주주의 문제…지구적 연대 필요”

    “조세 회피는 재정 문제 아닌 민주주의 문제…지구적 연대 필요”

    "세금을 덜 걷는 문제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며, 진짜 문제는 민주주의 질서의 손상이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드러난 전세계 전현직 정치 지도자들의 연루 의혹 스캔들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가 사설을 통해 냉엄히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6일 '국제적인 부패망'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부패와 불법으로 재산을 모은 국제사회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재산, 거래관계를 과세, 형사처벌, 국민적 분노로부터 숨길 수 있도록 고안된 국제적 산업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미 자신들의 친구, 가족의 은밀한 금융거래에 달갑지 않은 조명을 들이대는 언론을 탄압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파나마 페이퍼스'가 드러낸 것은 국제 금융의 구멍과 허점들을 이용해 번창한 산업"이라면서 "역외 은행, 조세 피난처,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악당(rogue)의 단속은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결국 국가 단위를 넘어 전지구적 연대를 통해 조세회피라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대해 대처할 것을 주문한 셈이다. 이밖에도 아이슬란드와 러시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는 정부가 나서 '도덕성이 의심스러운 부자들'을 숨겨준 사례로 거론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보좌관 상납 의혹’ 새누리 염동열 후보, 지역구 당원들 “도덕성 의심” 탈당 러시

    염동열(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새누리당 후보의 전 보좌관 월급 상납 의혹이 지역구 새누리당 당원들의 탈당 러시로 이어지고 있다. 29일 새누리당 태백·영월·평창·정선협의회에 따르면 협의회 정선 지역 당원 39명은 전날 “새누리당 염동열 후보의 도덕성을 의심하게 하는 전 보좌관 상납 의혹 보도를 지켜보며 더이상 염 후보를 지지할 수 없게 됐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새누리당 횡성군당원협의회 읍·면위원장들도 같은 날 염 후보의 선거운동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이날 횡성읍 시계탑 사거리에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최근 염 후보의 전 보좌관 월급 상납과 땅 투기로 부를 축적했다는 의혹이 연일 제기되면서 서민들에게 커다란 상실감과 배신감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선덕(횡성읍협의회장) 군당원협의회장은 “성명서 발표에는 9개 읍·면위원장 중 4명이 참석했고, 나머지 4명으로부터 위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 영월군 전·현직 협의회장 13명은 지난 14일 탈당했다. 이에 대해 염 후보 측은 “해당 전 보좌관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며 “이날 횡성 지역 성명서 발표에는 지역 위원장 중 4명만 참여했고, 위임했다는 4명은 확인 결과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고 반박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경호병은 왜 황제를 죽였을까?

    ​[이광식의 문화유랑기] 경호병은 왜 황제를 죽였을까?

    ​ 역사상 가장 '변태적인' 황제, 칼리굴라 ​세계사의 폭군 열전에 네로와 함께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물인 칼리굴라. 일반에게는 칼리굴라의 엽기적인 변태 행각을 그린 영화 '칼리굴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펜트하우스'가 제작에 참여하고, 몇 차례 감독이 바뀌는 곡절을 겪은 끝에 완성된 '칼리굴라'는 극도의 포르노성으로 사람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아예 등급을 받지 않고 전세극장을 얻어 상영했다는 이 문제의 영화를 보고 나면, 과연 저 끔찍한 변태 행각이 인간성의 한 단면인가 회의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세계사 속에서도 문제적 인물로 꼽히는 이 칼리굴라를 한번 톺아보기로 하자. ​ ​먼저 칼리굴라는 본명이 아니라 별명이다. 그의 본명은 가이우스 카이사르로,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게르마니쿠스가 사령관으로 있는 라인 방면 군단 병영에서 자란 연유로 작은 군화를 신고 다녔는데, 이 귀여운 아이가 병사들의 마스코트가 되어 '작은 군화'란 뜻인 칼리굴라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이다. 라인 방면의 게르마니아 군단은 로마군에서도 최강을 자랑하는 정예 병력으로 게르마니쿠스를 절대적으로 신임하는 부대였다. 황실의 일문이었던 그의 가족사는 비참했다. 2대 황제인 티베리우스의 양자이자 가장 유력한 차기 황제 후보였던 아버지는 젊어서 병사하고, 어머니와 두 형은 할마버지인 티베리우스에 의해 국가반역죄를 뒤집어쓰고 처형당했다. 하지만 얄궂게도 가족을 파탄낸 그 티베리우스에 의해 칼리굴라는 3대 황제로 등극했다. 음울하고 늙은 황제가 죽고, 24살의 젊고 잘생긴 젊은이가 황제로 등극하자 로마 시민과 원로원은 환호했다. 칼리굴라만큼 절대적인 인기를 엎고 제위에 오른 황제는 일찍이 없었다. 하지만, 칼리굴라의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끝은 참혹했다. 시민들의 인기에 민감했던 칼리굴라는 치세 초기에 세금을 축소하고 검투사 시합과 전차경주 대회를 부활하는 등,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들을 시행하여 시민들은 물론, 원로원과 군대에 이르기까지 인기가 높았다. 또한 나름대로 선정을 편다는 평가도 들었다. 그런데 이것이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파탄나고 말았다. 원인은 뜻밖에 찾아온 병이었다. 즉위한 지 7개월 만에 고열로 쓰러진 뒤 심하게 앓은 다음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는데, 그 뒤부터 정신의 균형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병의 후유증으로 정신에 이상이 생겼던 것이다. 그 후유증은 제국 전체에 재앙을 가져다주었다.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없게 된 칼리굴라는 미친듯이 나라를 다스리기 시작했다. 검투사 시합을 과격하고 참혹한 내용으로 바꾸는 한편, 화려한 만찬과 도박을 일삼았으며, 돈을 마구 뿌려대기 시작했다. 자신의 마차를 끌어온 인부에게 거액을 안겨주는 등 국고를 탕진해 재정을 파탄시켰다. ​국고가 비자 칼리굴라는 세목을 하나 신설했다. 땔감에 세금을 붙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의 무덤이 되었다. 로마의 위정자들은 세정에 극히 신중했다. 세목을 늘이거나 세율을 올리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바로 민중의 반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민중 반란은 군대로도 막기 힘들다. 군이 바로 민중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칼리굴라는 또 누이들과 근친상간을 하고 자신과 누이 드루실라를 신격화시킨 데 이어, 신들과 같은 복장을 하는 등의 기행을 일삼았다. ​칼리굴라의 악행 목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남의 아내를 침실로 끌어들이고 그 일을 자랑삼아 떠들어대는가 하면, 궁 안에 매음굴을 지었으며, 사자와 싸움 붙일 죄수들이 다 죽어버리자, 근위병에게 명령해 경기장 맨 앞의 5줄에서 구경하던 관중들을 끌어내어 사자밥으로 던졌다는 얘기도 전한다. 또한 "나를 두려워하기만 한다면 날 증오해도 상관없다"라면서 공포 정치로 귀족들을 통제하려 했다. ​​하지만 칼리굴라에 대한 끔찍한 악행 기록의 상당 부분이 100년 뒤의 사람인 수에토니우스의 <황제열전> 에서 나왔음을 고려하면 헛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2세기 즈음에 떠돌아다니던 루머들을 모아서 기술한 게 많았기 때문이다. 시중 루머란 흔히 그렇듯이 과장되거나 왜곡, 창작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 어쨌든 칼리굴라의 이 같은 실정은 즉위 초의 뜨거웠던 인기를 재처럼 차갑게 식게 하기에 충분했다. 민심이 썰물처럼 칼리굴라를 떠났다. 민심이 떠나면 반드시 반정의 칼날이 등 뒤로 다가오는 법이다. 역사를 보면 폭군과 독재자들의 말로가 대략 그랬다. 민심 이반이 무서운 것은 그 때문이다. 칼리굴라의 경호 체계는 완벽했다. 최정예병인 근위대가 그를 둘러싸고, 근위대 장교들은 모두 충성도 높은 게르마니아 군단에서 차출된 병력이었다. 그러나 칼리굴라는 자기에게 누구보다 충성스럽다고 믿었던 그 게르마니아 장교의 칼날에 목숨을 잃었다. ​민심이 떠나면 반정의 칼날이...​ 운명의 순간을 재연해보면 이렇다. 서기 41년 1월 24일, 황궁이 있는 팔라티노 언덕에서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고, 오전에 ​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한 칼리굴라는 점심을 먹기 위해 황궁으로 통하는 지하도를 빠져나가려 할 때 근위장교 사비누스가 칼리굴라에게 그날의 암호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이때 칼리굴라는 웃으며 "유피테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뒤에서 경호하고 있던 근위대 대대장 카시우스 카이레아가 "그래? 그렇다고 해주지."라고 외치며 고개를 돌린 칼리굴라의 턱을 그대로 칼로 내리쳤다. 칼리굴라가 비틀거리자 다음 순간 사비누스의 칼날이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칼리굴라는 바닥에 쓰러져 게르만 근위병들을 큰 소리로 부르며 "나는 아직 살아 있다!"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카이레아의 "다시 내리쳐!" 하는 명령에 부하 병사들은 저항하는 칼리굴라에게 30여 차례 칼질을 해대 숨통을 끊어버렸다. 이때 황제의 가마꾼들이 장대를 들고 칼리굴라를 지키기 위해 저항했고, 칼리굴라의 외침을 들은 게르만 근위병들이 달려왔을 때는 황제는 물론, 그의 네번째 아내인 카이소니아와 한살박이 딸 드루실라도 죽어 있었다. 암살자들이 드루실라를 유모에게서 빼앗아 지하도 벽에 내동대이친 것이다. 카리굴라의 일족은 이렇게 지상에서 사라졌고, 그의 통치는 3년 10개월 만에 참혹하게 막을 내렸다. 칼리굴라의 나이 29살 때였다. ​​사건의 추이를 따라가보면, 카이레아는 부하들에게 명령해 게르마니쿠스의 동생이자 칼리굴라의 숙부인 클라우디우스를 찾아오게 한 다음, 그를 데리고 근위대 병영으로 가서 병사들에게 '임페라토르!'라는 환호를 받게 했다. 원로원은 이를 추인할 수밖에 없었고, 새 황제가 된 클라우디우스는 자신을 황제로 만들어준 카이레아에게 황제 살해죄로 자결을 명령했다. 카이레아는 한마디 변명도 없이 명령을 받아들여 자결했고, 사비누스도 얼마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머지 관련 병사들의 죄는 불문에 부치는 선에서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여기서 세계사의 미스터리 하나가 탄생했다. 황제가 암살당했는데, 그 암살 동기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 암살자들은 황제를 죽었을까? 원로원이 개입되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돈으로 매수되었다는 설이 있지만, 그들이 자결을 순순히 받아들인 것을 보면 설득력이 없다. 두 사람은 이력을 살펴보면 그 해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50대의 카이레아와 사비누스는 전장에서 뼈가 굵은 군인이었다. 삶과 죽음이 난무하는 싸움터에서 평생을 보낸 사내들이란 뜻이다. 더욱이 카이레아는 칼리굴라가 2살 때 병사폭동으로 게르마니쿠스 가족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았을 때, 감연히 칼을 빼들고 폭도로 변한 병사들 앞을 가로막고 나서 그 가족을 지켜낸 내력이 있었다. 그때 그는 백인대장이었다. 그의 생애는 게르마니쿠스 가족과 동행했다. 칼리굴라의 근위대 대대장으로 온 것도 그 흐름이었다. 그는 평생 결혼도 하지 않았다. 생김새도 단아하고 목소리도 가늘어서 칼리굴라는 동성애자라고 놀리며 ​'프리아포스(Priapus;남성 생식력의 신 또는 남경), 베누스(비너스)라는 멸칭으로 부르곤 했다. 물론 아버지 같은 친근감으로 응석부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사자는 멸시감으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그것만으로 황제를 죽이는 대역죄를 저지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 밑바닥에는 자기가 평생 목숨 걸고 지켜온 로마와, 가족처럼 여기던 칼리굴라가 망가져가는 모습을 더이상 지켜볼 수가 없어 결행한 것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래 로마인은 가족 문제는 가족이 해결한다는 의식이 강했다. 그리고 황제에게는 무엇보다 유능하고 덕망이 두터워야 한다는 덕목을 요구했다. 그것이 나라를 떠받치는 기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장교에게 도덕성이 심히 의심스러운 질문을 한 황제가 있었다. 장교는 농민 출신으로 병영에서 30명의 역사급 병사들을 레슬링으로 차례대로 꺾었던 역대급의 한 장사였다. 젊은 황제가 그 장사에게 한 여자들과 30번 계속 그 짓을 할 수 있겠냐고 묻자, 장사는 순간 입을 다물고 물러나와서는 그 황제가 살아 있을 동안 다시는 로마에 발걸음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그 황제는 얼마 후 암살당했고, 농민 출신의 그 장사는 다시 군문에 들어와 요직을 거치면서 나중에는 군단의 추대를 받아 황제가 되었다. 막시미누스 트라쿠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황제 암살은 로마 권력투쟁사의 한 특징이다. 위의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황제들은 언제라도 제거되었다. 칼리굴라의 암살은 그 테이프를 끊은 것이었다. 어쨌든 두 군인은 새 황제의 자결 명령을 받자 한 마디 변명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쩌면 군인으로서 싸움터에서 죽지 못한 자신들의 운명을 잠시 한탄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거사는 칼리굴라의 재앙을 조국에서 걷어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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