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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단체 女간사 성희롱 사과 시민의 신문 이형모 대표 사퇴

    `시민의 신문´ 이형모 대표이사가 13일 성희롱 사실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주요 시민단체들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시민의 신문’은 이날 이 대표가 모 시민단체 여성간사를 성희롱한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해 공개사과문과 함께 이 대표의 사퇴소식을 알렸다.‘시민의 신문’은 사과문에서 “엄격한 도덕성으로 사회의 모범이 돼야 함에도 “성희롱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공개사과한다.”면서 “이 대표는 ‘시민의 신문’은 물론 유관기관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 [중계석] 흥사단 통일포럼 “美서 北核허용 유도 의심까지 든다”/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미국이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허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공동의장이 14일 한국일보 송현클럽에서 열린 흥사단 통일포럼에서 주제발표한 내용이다. 정 의장은 북한 핵과 관련, 한·미간 대처과정을 설명하면서 “미국의 성동격서(聲東擊西)를 경계해야 한다.”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정 의장은 “북한 핵과 관련한 남북간 로드맵이라 할 수 있는 지난해 9·19공동성명이 성안될 즈음에 미국은 위폐·인권·마약문제 등 북한의 도덕성 문제를 들고 나와 문제가 얽히면서 굉장히 풀기 어렵게 됐다.”며 “미국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북핵 불허’를 금과옥조로 삼고 핵문제를 다뤄왔는데 미국 부시 정부의 대북 압박 이후 북한은 오히려 핵활동을 재개, 미국이 북한의 핵활동을 유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핵무장을 하겠다고 나서지 않도록 묶고 일본도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 북한이 몇 개의 핵을 갖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북핵 불허’가 실현 가능한 본심이었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이 핵을 가지면 미국이 동아시아 장악력을 높일 수 있고, 안 가져도 동아시아 장악력은 유지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한 뒤 “북핵문제에 대해 좀더 냉철하게 생각해 남북대화나 장관급회담 등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에 순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의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빨리 중국에 가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전격적인 복귀의사를 밝힌 뒤 미국과 양자회담을 통해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마이 웨이’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재계에서 최근 최대 ‘이슈 인물’로 떠오른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시장의 공통된 평은 이렇다.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이 회장의 경영스타일 변화를 주목했지만 그의 ‘마이 웨이’(My Way)는 여전한 것 같다.‘밖’에서 뭐라고 하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외고집마저 읽힌다. 이 회장과 태광그룹을 둘러싼 악재는 도덕성과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을 정도의 ‘핵폭탄’급 수준이다. 이른바 ‘장하성 펀드’가 태광그룹의 지배구조를 타깃으로 삼았다면 사행성 오락게임 ‘바다 이야기’ 파문은 자칫 이 회장에게 불똥이 떨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특히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상당한 파장도 예상된다. 이 회장(지분 50%)과 아들 현준(45%)군이 대주주인 한국도서보급은 국내 경품용 상품권 발행 1위 업체다. 이 회사는 사실상 태광 계열사에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한국도서보급 등 상품권 발행업체의 금품 로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이 회장이 지난 수년간 사업을 확장했던 방송과 금융분야의 인수합병(M&A)과 관련된 각종 루머도 시장에 나돌고 있다. 태광 관계자는 “‘바다 이야기’와 관련해 태광은 떳떳하다.”면서 “검찰 수사에서도 이런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하성 펀드’가 태광그룹 계열인 대한화섬의 지분을 취득하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지 보름이 훌쩍 지났다. 태광측은 아직도 “검토와 관망”이라며 “(장하성 펀드에 대한)최종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 내부 정보를 활용해 계열사인 태광시스템즈가 대한화섬의 지분을 사들였다는 말도 나돌아 도덕성 논란을 일으켰다.장하성 교수는 이와 관련해 “내부자 거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회장의 누나인 이경훈씨는 최근의 주가 급등을 활용해 차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과연 은둔지에서 스스로 세상 밖으로 나올지, 그를 둘러싼 악재로 인해 타의로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낼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있는 대목이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사설] 김신일 내정자 사전검증 철저하게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김신일 서울대 명예교수를 새 교육부총리 후보로 내정했다. 전임 김병준 부총리의 사표가 수리된 날이 지난달 7일이니 무려 25일 만에야 후임자가 지목된 것이다. 청와대는 교육학과 출신인 김 교수를 발탁한 배경으로 공교육 내실화와 교육 주권 확대 등에 뚜렷한 교육관을 가진 점을 들었다. 김 교수를 내정한 사실이 공개되자 교원·학부모단체는 적극 환영한다거나, 적어도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첫 반응을 보였다. 김 교수에게 큰 흠결이 없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마음이 편치 않은 국민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가 있다.‘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라는 속담처럼 김병준 전 부총리를 둘러싼 격한 논쟁과 뒤이은 사퇴로 교육 정책 수립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경험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 전 부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논문 표절’ 의혹을 비롯한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본연의 업무에는 손도 대 보지 못하고 물러났다. 그러므로 교육 행정에 공백이 생긴 건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가 사퇴한 7월 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결정 및 시행을 미뤄온 교육 현안이 산적한 데 따른 손실이 어떠했는가는 새삼 지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김신일 내정자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철저히 검증 작업을 벌여 그가 교육부총리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취임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 결과 부적합하다는 판정이 나면 즉시 교체해야 함은 물론이다. 취임 후에야 흠결이 드러나 이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교육정책 결정이 또다시 전면 중지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는 김 교수에 대한 검증의 일차적인 책임이 국회의원들에게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인사 청문회가 완벽하게 진행돼 자질 논쟁이 뒤늦게 재연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국회의원들에게 있다는 뜻이다.
  • [사설] ‘도박공화국’ 이어 ‘음란공화국’인가

    사행성 도박게임 ‘바다 이야기’로 온 나라가 뒤숭숭한 판국에 이번에는 인터넷 음란물로 돈벌이하던 사람들이 대거 적발됐다. 그제 경찰에 붙잡힌 사람들의 행태와 면면을 보면 아주 가관이다. 대학강사가 아내의 누드사진을 인터넷에 버젓이 올려놓질 않나, 아기 우유값을 번다며 부부가 성관계 동영상을 띄우질 않나, 정말이지 입에 담기조차 낯뜨겁다. 음란사이트 회원 중에는 무역회사 사장, 증권사 간부 등이 포함돼 있다. 음란사진에 등장하는 여성도 주부, 교사, 공무원, 간호사, 미술학원장 등 번듯한 직장인들이 망라돼 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세태다. 이들은 음란사이트를 운영해서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6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한다. 그만큼 음란물에 대한 수요자가 있으니 ‘장사’가 번성했다는 얘기일 것이다. 음란사이트 운영자들 중에는 애인의 미모를 과시하려는 경우가 특히 많았다고 한다. 어디 자랑할 게 없어 그런 사진을 내돌리는지, 정상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회 일각의 빗나간 행태이긴 하나,‘도박공화국’에 이어 ‘음란공화국’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우리 사회를 좀먹는 각종 병리현상은 이제 외면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느낌이다. 사회지도층의 경박한 언행과 기성세대의 황금만능 심리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라나는 세대가 뭘 배우겠는가. 막말로 국가·사회를 위한 굿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도덕성과 건강성의 회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국민적 과제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송월주 스님이 주도하는 ‘도박근절을 위한 범국민운동’처럼 국민정신의 개조에 각계 어른들과 시민단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건강한 국민정신이야말로 진정한 국력일 것이기 때문이다.
  • 한나라소장파 도덕성 바래나

    한나라당 소장·개혁파인 ‘수요모임’이 휘청거리고 있다. 일부 소속 의원들이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존립 기반이나 다름없는 개혁성까지 의심받는 형국이다. 모임 대표를 지낸 박형준 의원은 사행성 오락게임인 ‘바다이야기’ 파문에 휘말린 상태다.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으로 열린우리당 김재홍 의원과 함께 게임 관련 협회 초청으로 지난해 9월 미국 LA에서 열린 국제게임박람회에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항공료 등 경비 수백만원을 주최측이 부담했다는 것이다. 문광위를 통한 공식 초청이었고, 게임업계의 로비나 청탁과는 무관하다고 부인했지만 여론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박 의원은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부산디지털문화축제에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를 회원사로 둔 한국어뮤즈먼트협회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아 구구한 억측을 자아냈다. 이성권·김명주 의원 등도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법의 심판대에 올라 ‘개혁성향’을 무색케 하고 있다. 안영일 전 부산진구청장으로부터 해외 출장비와 명절 떡값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은 최근 검찰로부터 징역 1년을 구형받았다. 김명주 의원은 지난달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70만원에 추징금 46만원을 선고받았다. 의원직은 유지하게 됐지만 개혁을 외쳐온 초선 의원으로서 도덕성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수요모임의 핵심 리더나 다름없는 A·B 의원 등도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갖가지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A의원의 경우, 부인의 사업과 관련한 의혹이 제법 그럴싸한 뒷얘기와 함께 동료 의원 사이에 퍼지고 있어 속을 태우고 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서민팔아 정권 잡고 서민피 빨아”

    “서민팔아 정권 잡고 서민피 빨아”

    “서민들 팔아 정권 잡고, 그 불쌍한 서민들 피를 빨아먹고 나라를 거덜내는 이 패륜아들을 어찌해야 하는가.” 한나라당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7일 전에 볼 수 없었던 격렬한 어조로 사행성 오락게임 파문을 야기한 여권에 직격탄을 날렸다.‘100일 민심대장정’ 기간 중 정치 현안에 대해 가급적 말을 아껴온 손 전 지사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작심한 듯 정부·여당을 질타했다. 먼저 “군사독재에서도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이런 식으로 긁어내지는 않았다.”면서 “절망에 빠진 서민들을 도박장으로 유인해서 마지막 남아 있는 피까지 빨아먹겠다는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여권을 겨냥해서는 “국민을 도탄에 빠트려 놓고 그것도 모자라 상품권이다 경품권이다 뭐다 해서 도박을 제도화하고 국민을 도박의 구렁텅이에 빠뜨린 나쁜 놈들”이라며 “성스러운 3·1절에 관련 업자와 골프 치고 며칠 뒤 (상품권 발행) 업체로 지정해 주는 뻔뻔함은 이 정권의 도덕성이 어디까지 갔는지 웅변해 주고 있다.”고 힐난했다. 전시작통권 환수에 대해서는 “뭐가 그리 급하고 절박한 문제라고 나라를 혼란과 분열로 몰아넣는가. 독립운동이나 되는 것처럼 국민을 선동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은 뒤 “다자간 집단안보가 국제사회 추세임을 모를 리 없건마는 ‘자주’를 내세워 또 한번 분열과 대중선동 정치를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바다이야기’ 파문 확산] 영등위원이 전권… 로비 취약

    [‘바다이야기’ 파문 확산] 영등위원이 전권… 로비 취약

    성인오락기 ‘바다이야기’ 승인 과정에서 심사의 전문성이 크게 떨어졌던 것은 심의위원 선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영상물등급위원들이 외부인사들 중에서 약간의 검증만을 거쳐 소위 위원으로 위촉해 왔다. 영등위 산하 게임물(아케이드)등급결정 소위원회는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영등위원 1명이 당연직으로 포함되며, 나머지 5명은 외부의 신청을 받아 선발한다. 임기는 1년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불투명하게 규정돼 있다. 영등위가 소위원회 위원들을 선발하기 위해 발표한 공고에는 자격요건이 ‘(가)영화·비디오·게임물·음반·공연 등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업무에 봉사하고자 하는 사람 (나)해당업무의 전문성과 도덕성 등을 갖춘 사람’으로만 규정돼 있다. 뚜렷한 선발요건이나 기준 없이 영등위원들이 임의로 소위원을 위촉하고 있는 것이다. 성인 오락게임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A(29)씨는 “일단 등급을 최종 결정하는 소위원회만 통과하면 경찰이든 영등위든 문화관광부든 아무데서도 게임기 위·변조를 단속하지 않는다.”면서 “소위원회만 통과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기 때문에 게임 업자들은 소위원회에 집중적으로 로비를 펼친다.”고 말했다. 사실상 소위 인사권을 쥐고 있는 영등위원의 위촉 과정에 문화부의 입김이 들어갈 여지가 많아 결과적으로 문화부가 하부 소위까지 줄줄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00주년 맞는 ‘국채보상운동’ 기념사업회장 김영호 前산자부장관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00주년 맞는 ‘국채보상운동’ 기념사업회장 김영호 前산자부장관

    ‘적의 공격 없어도 나라 자연 소멸되면, 아아, 우리 백성들 어디 가서 사나. 이 나라 강토 없게 되면 가옥, 전토는 뉘 것인고. 국채 다 갚는 날 오면 기쁘고 즐겁지 않을손가∼’ 100년 전 우리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을 때, 국채를 일본에 상환하고 나라의 독립과 주권을 지키고자 이심전심으로 불렀던 ‘국채보상가’ 중 일부이다. 당시 국채 1300만원은 국가의 존망을 흔들었다. 애국인사들은 2000만 동포가 석달만 담배를 끊어 한 사람이 한 달에 20전씩 모은다면 빚을 갚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대한매일신보가 애국의 불길 지펴 이에 고종황제는 ‘불가흡연’을 외치며 요원지화(燎原之火)를 지폈고 ‘대한매일신보’(서울신문의 전신)는 국운을 내걸고 전국적으로 ‘국채보상운동’을 확대시켜나갔다. 임금에서 백정의 신분에 이르기까지 불길처럼 타올랐다. 특히 두산그룹 창업주로 당시 ‘박승직 상점’을 운영했던 박승직씨는 100원이라는 거액을 쾌척(1907년 2월23일자 대한매일신보)해 불길을 드높였다. 결국 이 운동은 일제의 온갖 탄압으로 1년여만에 막을 내렸지만 망국으로 실의와 좌절에 빠진 민족의 가슴에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애국의 불꽃을 심어주었다. 이로부터 90년이 지난 1997년 11월, 임창렬 경제부총리는 비통한 표정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을 공식 선언했다. 말 그대로 국가가 부도위기에 처했던 것. 그러자 국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금모으기운동’에 적극 나섰다. 돌반지며 장롱 속의 금비녀 등을 손에손에 들고 은행마다 장사진을 이루었다. 이를 본 외국 매스컴은 위기 극복을 위한 우리의 애국심과 단결력에 경탄했다.90년만에 ‘국채보상운동’이 재현된 셈이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저력과 5000년 역사에 최초의 국민운동으로 자리매김되는 ‘국채보상운동’이 100주년을 맞고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새삼 의미를 되새기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김영호(66) 전 산업자원부 장관. 경제학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97년 일본 경제학자가 뽑은 ‘애덤 스미스 이래 100대 세계경제학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그가 ‘사단법인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장’이자 100주년기념사업 공동대표를 맡아 그 정신과 취지를 알리는 데 적극 앞장서고 있다. 무슨 사연이 있어서일까. 외환위기 직전인 96년 말이었다. 김 전장관은 일본 도쿄대 교수로 재직하다 귀국, 경북대에 복직했다. 오랜만에 모교에 돌아온 그는 대구지역 경제·상공인들과 자주 만나면서 하나의 큰 깨달음에 이른다. 즉, 대구에서 발상된 국채보상운동이 90년이 됐건만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는 것, 세계사에서 유례 없었던 민족운동이 왜 역사 속에 묻혀야 할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척 아팠다.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평소 알고 지내던 문희갑 대구시장에게 찾아가 “이제 제2의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나야 할 시점이며 90주년기념을 반드시 이슈화해야 한다.”고 여러차례 설득했다. 아울러 대구지역 언론사 등을 찾아 동참해줄 것을 부탁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97년 2월 드디어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인 대구에서 최초로 ‘국채보상 90주년’기념 행사가 열렸다. 그해 10월에는 ‘90주년 국제심포지엄’까지 개최되면서 고귀한 민족정신을 여러 나라에 알렸다. 이때 김 전장관은 IMF의 스탠리 피셔 부총재에게 초청장을 보내면서 우리나라의 빚이 1300억달러나 된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며칠후 피셔는 참석하지 못한다는 답장과 함께 “한국 정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1300억달러의 규모를 어떻게 아느냐.”라며 놀라워했다. 이 서신의 내용은 국내 경제·금융계에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화제가 됐다. 역설적으로 당시 한국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얼마만큼 안일하게 대처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후 99년 10월 외채탕감을 위한 ‘대구라운드 세계대회’를 개최, 그나마 한국의 체면을 세운다. 그해 12월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이 완공됐으며, 현재 대구 일대의 중심공원으로 자리잡았다. ●국채보상운동 기념관 건립 추진 광복 61주년을 맞아 서울 시내 모호텔 커피숍에서 김 전장관을 만났다. 국채보상운동 100주년 겸 IMF사태 10주년을 맞아 제2차 대구라운드 개최와 기념관 건립 추진 등을 준비하느라 바쁜 틈에 잠시 시간을 냈다. 앉자마자 국채보상운동의 중요성과 역사적인 의미에 목소리를 높인다. “강만길 교수는 최초의 시민운동이라고 했고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한국 기부문화의 효시라고 했습니다. 또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최초의 NGO가 중심이 된 국민적 사건으로, 박용옥 성신여대 교수는 한국 최초의 근대적 여성운동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저는 국민적 경제주권 회복운동이라는 걸 강조합니다.” 이어 “당시 정부가 빌린 돈 1300만원을 못갚게 되자 국민들이 술 안 마시고 담배를 끊어가며 갚겠다는 눈물겨운 운동이 아니냐.”면서 전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역사적 사건이라고 의미 부여를 했다. 대구의 여성들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는 이준 열사의 부인이, 평양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부인 등도 참여할 만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특히 채권국의 모럴 해저드, 즉 ‘부추김과 꼬심’을 고발하고 비판한 전국민의 외자경계 운동이기도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신국채보상운동’이라는 IMF사태 때에는 그렇지 못해 우리들에게 숙제를 남겼다고 지적한다. 즉, 우리 서민들은 숨겨놓은 돌반지까지 털어가며 외채갚는 데 앞장섰지만 정부나 금융관계자들은 채권국의 모럴 해저드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 “우리나라가 IMF의 빚을 다 갚고 난 직후의 일입니다. 당시 하버드대의 제프리 삭스(현 컬럼비아대) 교수는 ‘채무자가 채권자의 도덕성에 대한 비판을 했더라면 적어도 200억∼300억달러는 건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중요한 말을 했어요. 돈이 오고가는 데 있어서 채무자뿐만 아니라 채권자의 책임도 마땅히 있다는 뜻이지요.” 그러면서 이같은 책임문제를 따지기 위한, 전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외채탕감운동을 예로 든다. 대표적으로 주빌리(Jubillee)운동과 아탁(ATTAC, 시민지원 금융투기거래 과세운동연합) 등이다. 김 전장관은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거래되는 돈의 규모는 하루 1조 8000억달러인 데 반해 물동량은 200억달러도 채 안된다.”고 전제한 뒤,“물건뿐만 아니라 돈거래에 대한 세금도 매기고 규제하자는 것이 아탁운동.”이라면서 돈 거래액에 0.25%의 세금만 물어도 1년에 1500억 내지 2000억달러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 돈으로 빈국의 부채탕감을 도와주고 문맹퇴치와 지구온난화 방지 등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 자산 팔아 IMF 빚 갚은 건 잘못” “내년은 국채보상운동의 100주년이자 IMF체제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제는 정말 반성할 때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캉드시 전 IMF총재가 임기를 마치고 주빌리운동 자문관으로 간 것을 보십시오. 이는 채권자의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난센스죠. 이것만 보더라도 한국이 얼마나 바보같이 빚을 갚았는지 알 수 있지요.” IMF 빚은 한국의 자산을 외국에 팔아서 갚았으며 이는 결국 우리 주요 기업들의 외국자본율만 높아지는 꼴이 되고 말았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경우 국가 기간산업, 에너지 등과 관련된 회사는 절대 안 내주는 데 반해 우리의 경우는 포철까지 일부 외국에 내다팔았다는 것. 그러기 때문에 “IMF는 분명 한국에 빚이 있다. 그 빚을 갚아야 진정으로 IMF 위기가 끝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금융기술이 부족해 그같은 일이 발생한 만큼 IMF는 도덕적 책임을 갖고 한국에 ‘국제금융기술센터’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세계가 공감하는 일이며 우리 정부도 IT(정보기술),BT(바이오기술)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FT(금융기술)에도 관심을 두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IMF에 당당히 요구할 권리 또한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나라는 외국자본 비율이 너무 높습니다. 외환은행 사태를 보십시오. 개방을 하되 적어도 안방과 기둥뿌리는 지켜야 하지요. 이젠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으로 경제적인 주권회복에 국가나 국민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지요.” 김 전장관은 경남 합천 출신으로 일찍부터 ‘기술경제학’에 관심을 가졌다.85년 오사카시립대학 교수와 92∼94년 도쿄대 교수로 재임하면서 많은 경제서적을 남겼다. 특히 ‘기술경제론’은 일본 100개대학에서 교재로 사용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3년 전 유한대학을 국제적인 종합대학으로 만들어달라는 학교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현재 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 그가 걸어온 길 ▲1940년 합천 출생 ▲대구상고 졸업 ▲62년 경북대 경제학과 졸업 ▲65년 공군사관학교 경제학 교관 ▲71년 하버드대·일본 아세아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73∼88년 경북대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 ▲85년 오사카시립대 경제학 박사 ▲85∼88년 오사카시립대교수 ▲92∼94 도쿄대 교수 ▲97년 경북대 경상대학장 겸 경영대학원장, 일본 경제학자 설문조사 ‘애덤 스미스 이래 100대 세계 경제학자’ 선정 ▲2000년 산업자원부장관 ▲01년∼현재 중국 옌볜대 석좌교수 ▲03년∼현재 유한대학장 ●상훈 다산경제학상(92년)●주요 저서 한국경제의 분석, 동아시아공업화와 세계자본주의(일어), 한·일간 기술경제질서론(공저) 등 다수 km@seoul.co.kr
  • 하반기국회 ‘바다의혹’에 빠지나

    성인 오락게임 ‘바다이야기’를 둘러싼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명계남 전 노사모 대표와 노무현 대통령의 조카 노지원씨의 연루설 등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에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는 듯하다.‘바다 의혹’은 최근 문화관광부 유진룡 전 차관 경질 논란과 맞물려 참여정부의 도덕성 위기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 자칫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참여정부의 ‘초대형 게이트’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여권은 ‘바다 의혹’을 ‘초기 진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노 대통령은 20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오찬간담회에서 스캔들도, 게이트도 없다고 강조했다. 전해철 민정수석은 노 대통령의 조카 노지원씨의 연루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왜곡보도와 정치공세에 민·형사상 법적 대응 등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력 대응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바다 의혹’을 대통령의 최측근과 친조카가 연관된 참여정부 최대 ‘권력형 게이트’,‘대통령 조카 게이트’로 규정하고 의혹을 파헤치겠다는 방침이다. 안상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바다이야기 조사특위’를 당내에 구성했으며,21일 본격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검찰에 핵심 관련자들의 출국정지를 요구하고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가 미흡할 경우 국회 청문회는 물론 국정조사 내지 특검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노 대통령의 측근 실세들이 바다이야기에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나돌았던 얘기”라며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결국 국정조사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이같이 공세수위를 높이는 배경에는 21일부터 시작되는 8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에서 이번 사건을 최대한 부각시켜 참여정부의 집권 후반기의 정국 주도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개될 여권의 정계개편의 흐름에도 일격을 가할 수 있는 호재라는 판단이다. 나경원 대변인은 논평에서 “바다이야기 사건은 이미 드러난 것만으로도 폭발 직전의 활화산과 같다.”며 “노 대통령이 각종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아직 아무 것도 밝혀진 게 없는 의혹 수준”이라며 야당의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고 맞서고 있다. 여당측은 적어도 감사원의 감사결과와 검찰의 수사 발표까지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하지만 당장 임시국회에서 ‘바다이야기’ 의혹을 둘러싼 여야 격돌은 불가피하다.21일 열리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전체회의는 전초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의 논란은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서도 어느 한쪽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경우 국정 전반의 혼란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온라인 시비 말고 진짜 싸워라”

    인터넷에서 시비가 붙은 사람끼리 실제 만나 싸움을 벌이는 ‘현피(현실PK)’를 조장, 현장 폭력을 즐기고 이를 확산시키는 일부 네티즌의 그릇된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현피’는 ‘현실’의 앞글자인 ‘현(現)’과 PK(Player Kill)의 앞글자인 ‘P’의 합성어다. 온라인에서 같이 게임하던 사람을 직접 찾아가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행위를 일컫는다. 게임 이외에도 온라인상에서 시비가 붙은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 폭행하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현피(現 Player Kill)´ 부추기는 행태 도마에 18일 디씨인사이드에 따르면 지난 13일 자사 패션갤러리 게시판에서 옷을 흥정하던 두 명의 고등학생이 말싸움을 벌이자 주변의 네티즌들이 “그러지 말고 진짜 만나서 제대로 싸우라.”며 폭력을 조장하는 내용을 올렸다. 당사자들은 14일 “혼내주겠다.”며 이날 오후 9시 강남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네티즌들은 자신들도 현장에 따라나가겠다고 환호했고, 특히 한 네티즌은 아예 e포스터까지 제작해 배포하는 황당한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게시판에 올려진 문제의 포스터에는 ‘(싸움에)지면 게시판을 떠나야 한다.’는 등의 자극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분쟁 당사자인 2명의 고교생은 이날 약속장소에 나타나 10∼20명의 네티즌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먹을 휘둘렀고 5분가량 난투극을 벌였다. 게시판에서 활동하던 한명의 구경꾼이 이들을 말려 싸움이 끝나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찍은 사진을 곧바로 인터넷에 올려 네티즌들을 놀라게 했다. 이와 관련, 디씨인사이드 패션갤러리 관리자는 “15일 오전 1시부터 약 5시간 동안 관련 사진과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와 웹사이트에 접속장애가 발생할 정도였다.”면서 “게시판의 접속시도가 폭주해 이후 수 만건의 글을 삭제했다.”고 밝혔다.●“억압된 폭력 본성 대리만족 하려는 것” 하지만 여전히 관련 글과 사진이 다수 게시돼 있다. 디씨 뉴스란에도 여과없이 게재돼 논란은 더욱 확대됐다. 특히 해당 사진과 글은 대형 포털사이트에 옮겨져 실시간 검색순위 상위권에 들기도 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해당 게시물이 관련 인물의 명예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14일 오후 관련 검색단어를 검색순위에서 제외시켰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네티즌의 ‘현피’ 조장에 대해 “사회환경에 의해 억압된 폭력적 본성을 대리만족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인터넷에서는 익명의 다수 속에서 개인성이 사라져 개인의 도덕성마저 무감각해진다.”며 “이같은 군중심리는 책임감을 분산시키고 더욱 과격해진 개인은 폭력을 조장하는 것도 서슴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사설] 全 헌재소장 지명자 면밀한 검증을

    노무현 대통령이 전효숙 헌재 재판관을 임기 6년의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한 데 대해 여러가지 말이 많다. 여성으론 첫 헌재소장 지명자인데다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이고 사법시험 기수를 파괴하는 코드 인사라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코드 인사라고 반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전 지명자는 재판관이 되기 전에 이미 26년간 판사로 재직하며 법원 내에서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그리고 여성이라는 것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헌재는 헌법 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이제 국회는 인사 청문회를 통해 전 재판관이 헌재 소장으로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면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재산 형성 과정과 자녀의 병역 문제 등 도덕성에 문제가 없는지도 두루 살펴야 할 것이다. 헌재는 시대의 이념과 흐름을 읽고 이를 결정에 반영해야 하는 정치적 사법기관이다. 게다가 헌재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질 것 같다. 대통령 탄핵심판이나 수도이전 위헌, 호주제 폐지 결정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헌재는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하면서도 논란이 많은 현안에 대해 분수령을 이루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보·혁 논쟁을 비롯해 사회·경제적인 의제들이 얽혀 다양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헌재 소장은 이같은 현안들에 대해 법적인 안정성을 중시하면서도 시대정신을 꿰뚫어보는 균형 감각을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 헌재 소장은 조직의 최고 관리자로서 능력도 검증받아야 한다. 전 지명자는 한 사람의 재판관으로 소수자 인권보호 등 개혁적인 의견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헌재 소장으로 정치적 외풍을 막고 헌법과 기본권의 보루로서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의견을 모아갈 수 있는 능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
  • “감찰 강화”… 약효는 글쎄?

    “감찰 강화”… 약효는 글쎄?

    법원이 16일 전국 법원장 회의를 통해 내놓은 법조비리 근절대책은 법관 징계·감찰기능 강화로 요약된다. 하지만 이번 대책도 상당부분을 법관 개인의 양심에 의존하고 있고 법조비리의 근본 원인은 결국 판·검사의 과도한 재량권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원은 우선 감찰을 강화하기 위해 대법원 행정처 윤리감사관실에 감찰업무를 전담하는 법관을 배치하는 등 인원과 조직을 확대해 사전예방적 감찰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 홈페이지에도 ‘법조비리 신고센터’를 설치해 상시 감찰 기능을 보완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또 고등법원별로 법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해 각 법원 실정에 맞는 법관윤리가이드라인을 만들 방침이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9명의 위원 중 5명을 외부인사로 위촉하고 위원회에 법관 징계·감찰에 대한 심의 자문기능을 새롭게 부여,‘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했다. 비리 판사를 재판업무에서 배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비리사실이 적발되고도 사표만 내고 변호사로 개업하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 문제 판사는 내부 징계절차를 밟은 뒤 사표를 수리하고, 변호사 개업을 위해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징계 사실 등을 조회할 때 비리 내용을 제공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아울러 현행 2년인 징계시효도 3년으로 늘릴 계획이다. 판사의 신규임용과 재임용 심사때 도덕성 및 청렴성 등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브로커 등의 접촉을 막기 위해 법관사무실의 출입통제를 강화해 일반인 출입 여부를 별도로 기록할 방침이다. 지금은 변호사만 출입대장을 작성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대책도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내용에 불과하며 결국 법관 개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인상이 짙어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고개숙인 대법원장

    고개숙인 대법원장

    이용훈 대법원장이 16일 김홍수 사건과 관련,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구속되는 등 최근의 법조비리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대법원장이 법조비리 사건과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1995년 윤관 전 대법원장이 입찰보증금 등 인천지법 경매비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법조비리 근절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대법관과 고위 법관 40여명이 참석한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전국의 모든 법관들과 더불어 국민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법부에 대해 각별한 믿음을 아끼지 않았던 국민들이 받았을 실망감과 상처를 생각하면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사과했다. 이 대법원장은 “다른 사람의 잘잘못을 가리고 사회의 부정을 단죄해야 할 법관이 도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게 된다면 아무리 뛰어난 법률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법관 자격이 없다.”면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상황에 처한 주요 원인이 우리 스스로에게 있음을 통감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이 자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법불신의 주된 원인은 공개법정에서 당사자와 적정한 의사소통 없이 재판 결론을 도출해내는 잘못된 재판관행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 구술주의와 공판중심주의 재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고위법관들은 법조비리와 관련해 사법사상 처음으로 열린 전국법원장 회의에서 6시간여 동안 법조비리 근절 방안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회의가 끝난 뒤 장윤기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 간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법원장과 별도로 공식 대국민 사과성명과 법조비리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법원이 마련한 대책에는 감찰강화를 위한 윤리감사관실 확대개편, 법관 징계절차에 외부인사 참여, 법관 재임용 심사 강화, 비위 법관의 재판업무 배제 및 징계시효 연장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김효섭 박경호기자 newworld@seoul.co.kr
  • 靑 “뇌물수수등 결격사유”

    청와대가 적격자가 없다며 거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국영상자료원장 후보 추천자 3명은 적격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영상자료원이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영상자료원장 추천위원회가 지난달 10일 후보 6명을 대상으로 심사를 벌여 이 가운데 3명을 추천했다. 추천위원회는 영화배우 출신의 장미희 명지전문대 교수 등 7명으로 구성됐다.추천된 3명은 현 원장인 이효인씨와 함께 언론인 출신 이모씨, 문화기관 임원 유모씨 등이다. 모두 전문성과 능력 등 적격성 평가에서 평균 7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근거가 없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후보 3명의 인사검증 과정에서 도덕성면에서 공공기관의 장으로 재직하기 힘든 결격 사유가 발견돼 재공모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후보는 뇌물수수 전력이 있었고, 다른 후보는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어 인사조치를 당한 분이고, 또 다른 후보는 여직원들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등 문제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도 해명자료를 통해 “청와대가 추천한 후보자 탈락에 대한 보복으로 재공모를 결정했다는 보도는 사실 왜곡”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유 전 차관에게 영상자료원장에 임명하도록 청탁한 인사는 연기자 출신 L모(50)씨라는 정보를 입수, 조사에 나섰다고 한나라당 ‘유 전 차관 파문 진상조사단’이 밝혔다. L씨는 ‘노무현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노문모)’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적격성 평가에서 후보 6명 중 꼴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종면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데스크시각] 인사청문회 위원들 준비 더 하라/박현갑 사회부 차장

    홍길동 위원 2008학년도 대입부터는 수능은 물론 내신도 상대평가하게 됩니다. 전국 단위 시험인 수능은 상대평가하더라도 학교별로는 학생들의 학력차이가 있을 텐데 내신까지 상대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나요? 후보자 내신은 학교별 사정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절대평가를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렇게 되면 내신 부풀리기가 다시 만연할 수 있습니다. 홍 위원 7차 교육과정은 교육의 다양화, 특성화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조사해 보니 내신 상대평가로 인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몰린 학교나 이런 학생들이 특정 교과목에 몰린 경우, 누군가는 반드시 9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어 내신관리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교과과정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7차 교육과정의 근본 취지가 맞지 않다는 것이죠. 말씀하신 대로 과거 절대평가에 따른 내신 부풀리기라는 부작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해서 문제의 근본원인을 고치려 하지 않고 평가방식만을 바꾸는 것은 방향이 잘못된 것 아닌가요? 후보자 의원님께서는 이른바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다는 특목고 등을 염두에 두고 지적하시는 것 같은데 과학고, 외국어고 등은 본인들이 원해서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완전무결한 제도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의원님 지적이 일리있는 만큼 기회가 주어진다면 꼼꼼히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미리 그려본 국회 교육위원회의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다. 교육수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라면 후보자의 정책성향을 가늠할 수 있는 이런 최소한의 질의응답이 이뤄져야 하지 않나? 시계를 잠시 되돌려본다. 지난달 18일 열렸던 김병준 당시 교육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과거 청문회와 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정쟁의 무대로 기억된다. 권철현 당시 위원장은 김 후보자 편들기에 급급한 한 위원에게 “대단히 죄송한데 후보자 자신에 대한 해명은 본인한테 맡기고 질의 중심으로 해달라.”고 했을 정도다. 인사청문회는 공직후보자의 적격성을 국민을 대신해서 국회의원들이 따지는 자리다. 당을 떠나 국민의 입장에서 공직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자질, 철학 등을 검증, 국민의 심부름꾼으로서 제대로 봉사할 사람인지를 점검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당리당략 차원에서 정쟁의 대상으로 악용되는 게 현실이다. 지난 7일 김 부총리가 물러나면서 교육부총리 자리는 공석이다. 인사권자는 도덕적이면서 능력있는 후임자 찾기에 고심하는 눈치다. 그러나 마냥 고심만 할 때가 아니다. 교원평가제 정착 등 교육현안 처리는 물론 지식정보화 시대에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될 미래 인력개발 방안마련은 한시가 급하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다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인사청문회가 미국처럼 ‘후보자의 무덤’이 되려면 무엇보다 위원들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청문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자료요청은 자제해야 한다. 지난 청문회 때 일부 위원들은 교육부 본부의 과거 법인카드 사용내역, 최근 5년간 시·도 교육청의 평생교육 예산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고 한다. 국감자료인지 청문회 자료인지 헷갈리게 하는 자료요청에 신경쓰기보다 소관부처 정책 책임자로서의 적합성을 따지는 데 진력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서면질의 준비시한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질의서를 청문회 개최 5일 전까지 후보자에게 전달하고 후보자는 이에 대한 답변서를 청문회 개최 48시간 전까지 내야 한다. 하지만 3일만에 방대한 분량의 질의요구서에 대한 답변서를 후보자가 직접 작성하기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그냥 봐주기 청문회를 할 요량이 아니라면 제대로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박현갑 사회부 차장 eagleduo@seoul.co.kr
  • “노벨문학상 반납하라”

    독일 대문호 귄터 그라스(78)가 최근 회고록 출간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나치 친위대에 복무했다고 고백한 것이 일파만파의 파문을 낳고 있다.1999년 받았던 노벨문학상 반납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독일 빌트지에 “그가 친위대원으로 복무했던 사실이 알려졌다면 결코 노벨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스스로 상을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라스의 출생지이자 1959년 출간된 소설 ‘양철북’의 배경인 폴란드의 그단스크(옛 단치히)에선 명예시민증을 박탈하라는 요구가 거세다.그단스크는 나치의 첫 침공지로, 친위대원이 명예시민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제 펜클럽 체코 본부도 그라스에게 수여한 차페크 문학상의 철회를 검토하고 있다.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의 형은 나치 수용소에서 살해됐다.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 대변인은 “일생동안 정치인과 사회에 높은 도덕성을 요구해온 그가 이제는 자신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비난했다. 보수 진영은 “자신의 과거에는 침묵한 채 타인에게 나치 전력을 고백하라고 촉구한 것은 위선”이라고 쏘아붙이고 있다. 독일 사회민주당도 “실망이 크다. 훨씬 일찍 고백했어야 옳았다.”고 비난에 가세했다. 하지만 일부 작가들은 고백이 아직도 늦은 것은 아니라며 그라스 편을 들고 있다. 한 작가는 “인생의 마지막 길에 과거를 솔직히 고백한 것은 매우 인상적이고 감동적이다.”고 말했다.그라스는 지금까지 나치 시절 군복무와 관련 방공부대에 근무했다고 밝혀 왔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Book & Life] 랜덤하우스 ‘내 멋대로’ 출판

    미국의 세계적인 출판그룹 랜덤하우스의 국내 단독법인 랜덤하우스 코리아. 옛 랜덤하우스중앙에서 중앙일보가 갖고 있던 50%의 지분을 랜덤하우스 측이 전량 인수해 국내 단독법인으로 출범한 랜덤하우스 코리아가 다시 한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비소설 전문 출판사 ‘블루북’과 소설 전문 출판사 ‘노블하우스’를 인수 합병한 것. 두 회사는 외부 편집자를 내부 소사장으로 영입하는 임프린트(imprint) 방식으로 랜덤하우스 코리아로 합병됐다. 국내 출판사 간에 공식 인수 합병이 이뤄진 것은 처음인 만큼 출판계로선 빅 뉴스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심정은 솔직히 ‘기대반 우려반’이다. 랜덤하우스 코리아는 알다시피 국내 임프린트 출판의 대표주자다. 한국의 임프린트는 자본력 있는 출판사가 능력 있는 편집자를 스카우트해 계약기간에 독립된 브랜드와 자본을 주고 그 성과를 분배하는 일종의 벤처 시스템으로 이뤄지고 있다. 소규모 출판사의 판본을 대형 출판사의 판매망을 통해 공급,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서양의 방식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리 출판도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덩치 큰 출판기업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반론 또한 만만찮다. 유능한 편집자 빼가기에 대한 도덕성 시비, 자본논리에 따른 물량주의와 출판의 상업화 등이 그것이다. 최근 만난 M출판그룹 회장은 “십수년간 아들처럼 믿어온 사람이 무리를 이끌고 다른 회사로 떠나가는 현실에 출판무상, 인생무상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기자는 이 시점에서 ‘랜덤하우스’라는 이름의 의미를 한번 생각해본다. 랜덤(random)이란 말은 되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마구잡이…뭐 이런 뜻 아닌가. 어떻게 이런 단어가 출판사 이름으로 쓰이게 됐을까. 평소 남다른 유머감각을 자랑하던 랜덤하우스 설립자 베네트 서프는 자신이 문득 떠올린 이 ‘엉뚱한’ 말을 그대로 회사 이름에 사용했다.‘내 멋대로’라는 말은 지금까지도 랜덤하우스의 좌우명이랄까 구호로 쓰이고 있다. 역설적인 진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랜덤하우스의 출판은 결코 ‘내 멋대로’가 아니다.60여명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를 배출한 세계 최대의 출판사로서 명예를 지켜가고 있다.1934년엔 외설 혐의로 영어권 국가에서는 출간이 금지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법정까지 가는 투쟁 끝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정식 출간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면 한국의 랜덤하우스는? 역사가 일천하기도 하지만 차라리 내지 않았으면 좋았을 법한 책까지 토끼처럼 쏟아낸 혐의가 없지 않다. 진정한 의미의 ‘내 멋대로’ 정신을 잃어버리고 수익을 좇는 사업체로만 변해간다면 이는 ‘랜덤’이란 이름값도 못하는 것이다. 랜덤하우스의 명편집자 제이슨 엡스타인이 출판을 “기본적으로 소규모의 가내공업”이라 정의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재계 인사이드] 바람 잘날 없는 한진家

    [재계 인사이드] 바람 잘날 없는 한진家

    한진 조씨가(家)가 형제간 다툼과 흉흉한 소문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두산 박씨가(家)를 제치고 재계의 ‘트러블 메이커’로 떠오를 정도다. 이 때문에 한진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재계 관계자는 10일 “(재산 분쟁이)아무에게도 도움이 안되는데, 알 만한 분들이 왜들 이러는지….”라며 답답해했다. 한진가는 최근 형제 분쟁 ‘2라운드’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부터 정석기업 지분을 놓고 ‘장남-3남 vs 2남-4남’간 법정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이번에는 2남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4남 조정호 메리츠증권 회장이 형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에게 6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조남호 회장측은 “아버지가 생전에 설립한 브릭트레이딩 컴퍼니의 사업권을 (우리들의)동의 없이 이전해 상당한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브릭트레이딩은 대한항공에 기내 면세품을 공급하는 회사다. 이에 대해 조양호 회장측은 “소송이라는 극한 방법을 동원해 사실과 다른 왜곡된 주장으로 큰 형의 도덕성을 흠집 내는 비이성적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재계에선 이번 소송도 ‘돈’보다는 감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가 된 브릭트레이딩 컴퍼니의 연간 수익은 10억∼15억원 수준이다.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의 몫은 2억∼4억원에 불과하다. 부친 유언장에 줄곧 의혹을 제기했던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이 형인 조양호 회장을 계속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형제간 분쟁에 이어 3남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건강 이상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이사회에 모습을 비친 이후 16개월째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 이사회도 10개월 만의 공식 행사여서 그 이전에도 ‘와병설’이 파다했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조양호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부장 결혼식에 조수호 회장의 부인 최은영씨만 참석했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 관계자는 “조 회장이 일상적인 경영은 박정원 사장에게 맡기고 굵직한 업무만 챙기다 보니 이같은 ‘설’들이 퍼진 것 같다.”면서 “경영활동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진해운 투기 세력들이 이런 악성 소문을 내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세간에는 또 조양호 회장과 조수호 회장 사이도 예전만 못하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하지만 한진 관계자는 “10일 열린 한진해운 이사회에 조양호 회장과 조수호 회장이 나란히 화상으로 참석, 안건을 논의하는 등 여전히 돈독한 편”이라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잘못된 관행 이젠 깨자] 대담 “나쁜 관행 바로잡기 사회공동체의 용기 필요”

    [잘못된 관행 이젠 깨자] 대담 “나쁜 관행 바로잡기 사회공동체의 용기 필요”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논문 파문을 계기로 사회 전반에 만연한 그릇된 관행에 대해 짚어보는 ‘잘못된 관행 이젠 깨자’ 기획시리즈가 지난 1일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재됐다. 서울신문은 서울대 박효종(국민윤리교육과) 교수, 아주대 강명구(행정학) 교수와 함께 우리 사회의 관행들을 종합적으로 짚어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담은 지난 3일 서울신문 사회부 박현갑 차장의 사회로 본사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사회 관행은 어느 사회에나 있는 것인데 유독 우리 사회에서는 좋지 않은 의미가 강한 것 같습니다. ●강명구 교수 관행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이전부터 하던 습관을 따라하는 것’이라고 돼 있습니다. 비슷한 말로 풍습, 규범, 전통, 상식, 묵인, 자율 등이 있지요. 반면 웹스터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주어진 상황에서 흔히 하던 대로 행동하는 것’‘오랫동안 행해져서 거의 법률화된 것’이라고 뜻풀이가 돼 있습니다. 실제 우리 생활에서 전관예우, 기부, 자원봉사, 급행료, 촌지·떡값, 성 상납, 낙하산 인사 등 법률보다 관행이 우리의 삶을 규제하는 부분이 더 많습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관행이라고 하면 ‘불법은 아니지만 용인되는 것’‘통용되는 행위이지만 외부에 알려지면 도덕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 등 우선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박효종 교수 관행은 영어로 ‘컨벤션(convention)’이라고 합니다. 라틴어가 어원인데 ‘함께 온다.’, 즉 협력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살다 보면 관행이라는 것이 필요하게 됩니다. 관행은 누가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아도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것이 많습니다. 좋은 관행과 좋지 않은 관행을 나누는 기준은 효율성과 정의성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풍습 속에서도 씨받이는 정의성에서 인정받을 수 없고, 조상을 모시는 일도 호화분묘를 만들면 효율성에서 지탄을 받게 됩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관행이 문제되는 이유는 행위자 본인이 특별히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효율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관행에 대해서는 문제 삼아야 합니다. 관행은 의식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법으로도 규제하기 어렵습니다. 일례로 음력설을 쇠지 말라고 강제적으로 조정을 시도했던 것이나 허례허식이라고 결혼식장에서 음식을 제공하지 말라고 했던 것은 법으로 규제하려고 해도 불가능했지 않습니까. 관행이 가지고 있는 힘의 논리 근거를 정확히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나쁜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이 사회적으로 만연한 온정주의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강 교수 온정주의 때문에 잘못된 관행이 퍼지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관행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사회에서 법률로 제한할 수 없는 영역을 관행이 대신하는 기능, 그리고 기득권 수호의 기능입니다. 두번째 기능이 외부로 드러났을 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데 내부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자칫 부패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능적 측면에서 온정주의가 영향을 많이 끼치기는 하지만 온정주의가 반드시 관행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박 교수 맞는 말씀입니다. 관행을 잘 표현하는 속담이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는 말인데 과연 관행이 누이와 매부 외의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일일까요. 법은 모든 사람들에게 편리하고 효율적인 관행을 법제화한 것입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연고주의는 일정한 틀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게만 이익이 되는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관행입니다. 모교 출신을 교수로 임용하는 관행은 교수나 학교에는 좋은 일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전체의 이익을 봤을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의 관점에서 정당화되지 못하는 관행은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자기반성과 자기개혁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 ‘나는 관행대로 해도 공직에 있는 사람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식의 이중적인 잣대가 국민들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강 교수 이중성은 확실히 있습니다. 관행이라는 것이 오랜 세월 동안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나에 대해서는 관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집권층에 대해서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불신이 근저에 있기 때문에 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게 되지요. 여기에는 순기능도 있습니다. 지도층의 도덕성에 대한 기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박 교수 높은 권력이나 권위를 차지한 사람들은 뭔가 다를 걸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렇지 않다는 데서 온 실망감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요. 그간 지도층들이 이에 걸맞은 역할 모델을 만드는 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고위 공직자들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공직자가 되면 어떤 희생을 하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생각하지 못하고 명예만 앞세우니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사회 우리 사회의 이른바 ‘국민정서법’이 나쁜 관행을 더 조장하는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강 교수 관행은 법에 추가로 여유분을 주는 것입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보편성의 입장에서는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증을 줄 수 없지만 관행적으로, 국민 심정적으로 그렇게 해왔던 것이죠. 그러나 이번 김 전 부총리와 관련해서는 문제가 다릅니다. 논문 베끼기는 절대로 학계의 관행이 아닙니다. 김 전 부총리는 자기가 말한 관행과 학계에서 통용되는 관행간에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국민정서라는 것이 일반적 국민들의 정서라기보다는 사건에 대한 단기간의 여론인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 얼마나 성숙된 여론으로 발전시키느냐, 또 어떻게 보편화시키느냐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겠지요. ●박 교수 여론에는 확고한 정의감과 도덕성이 담길 때도 있지만 감정이나 정서가 더 강하게 작용할 때도 있습니다. 여론이 항상 옳을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요즘 상황을 보면 자기 이익에 부합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칭찬을 하다가 자기와 맞지 않으면 매를 들이대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다원주의 사회에서 형성되는 여론을 존중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생존 방식입니다. 여론이 늘 올바르진 않지만 최선의 판단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집권층은 일반 국민들과 의견을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다만 여론을 형성하는 국민이 더 나은 판단력을 갖추고 감성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문제 제기는 계속돼야 합니다. ●강 교수 여론 형성과정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학습효과가 뛰어납니다. 냄비근성도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자기 정화기능이 활발해졌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도 뛰어나게 됐습니다. ●박 교수 한국사회의 여론이 흑백논리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합니다. 좀더 정교화하고 관용능력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사회 좋은 관행은 이어가고, 나쁜 관행은 끊어버리는 노력이 계속돼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힘써야 할 부분들이 참 많을 듯한데요. ●강 교수 우선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고 고발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합니다. 내부비리를 고발했다가는 ‘왕따´가 되는 사회분위기를 바꿔야 합니다. 두번째는 내부 민주화 문제입니다. 관행은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 자율의 문제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부조리에 대해서 큰 목소리를 내고 자정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박 교수 나쁜 관행은 악순환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악순환이 선순환으로 바뀔 때 좋은 관행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악순환의 고리는 매우 단단해서 지도층이 힘을 발휘하지 않으면 바꿀 수 없습니다. 일반인의 노력은 큰 빛이 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흔히 하는 말로 ‘더 나은 사회(Better Life)’라는 게 있습니다. 후손들이 현재보다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말합니다. 우리는 나쁜 관행 속에서 많은 고통을 받았지만 우리 후손들에게는 나쁜 유산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의식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특권적 관행을 고치려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그 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해 왔던 게 사실 아니었습니까. ●사회 지도층의 각성을 말씀하셨지만 막상 그런 일이 내게 닥치면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강 교수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가운데 “열정이 너를 사악하게 하지만 이해관계 때문에 그럴 수 없게 된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문제는 상치된 이해관계를 어떻게 공동체 정신으로 바꾸느냐, 이걸 어떻게 제도화하느냐입니다. ●박 교수 나쁜 관행을 깨기 위해 이해관계가 바뀔 때 사회가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자기 동기화나 자기 이익이 반드시 연결돼야 관행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제도화에 앞서 이에 대한 가치의 공유도 교육을 통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강 교수 유신시대 때 생긴 시민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이를 저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그 정도의 판단능력은 있다고 봅니다. 외국에서 초등학교를 보내보면 줄서기, 친구돕기, 길건너기 같은 걸 먼저 가르칩니다. 경쟁을 뒷받침하는 시민교육이 없으면 사회는 엉망이 되고 말 것입니다. 정리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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