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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전문 “김기춘·비서관 3인 교체 이유 없다”

    박근혜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전문 “김기춘·비서관 3인 교체 이유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두 번째로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회견에서 새해 국정운영 구상을 먼저 발표한 뒤 각종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내용. Q. 우선 청와대 조직개편이 왜 필요하다고 느끼나. 비선 실세 관련 문건 유출이나 민정수석 항명 파동 등도 영향을 미쳤나.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하는 쪽은 막연한 인사 개편이 아니라 특정인 교체도 요구한다. 특정인으로 지목된 비서실장과 세 비서관도 개편대상에 포함되는 것인가. 이런 경우 수석비서관급 이상이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하는 방식도 거론됐는데 가능한가. 내각 개편 문제도 답해달라. 또 사안에 대한 특검, 국조 등도 수용할 것인가. 박 대통령: 문건 파동과 관련해서는 검찰에서 과학적 기법까지 동원해서 철저하게 수사를 한 결과 그것이 모두 허위고 조작됐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더라도 문건이 일부 직원에 의해 유출됐다는 것은 공직자로서 정말 있을 수 없는 잘못된 처신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해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서는 대통령으로서 송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청와대 조직개편과 관련해서는 집권 3년차에 국정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주요 수석들과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면서 일을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도록 주요 부문의 특보단을 구성하려고 한다. 그런 특보단을 구성해서 국회나 당청 간에도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정책도 협의해나가는 구도를 만들고 청와대에서 여러가지로 알리고 이런 부분에 있어 부족한 부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조직을 개편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인사 이동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항명 파동이라 말했는데 저는 이게 항명 파동이라 생각하지는 않고 민정수석이 (자신이 직에) 있지 않았던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해 본인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국회에) 나가서 정치 공세에 싸이게 돼서 문제를 키우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그리고 민정 라인에서 잘못된 문서 유출이라 본인이 책임지고 간다는 차원으로 사표 낸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제 입장에서는 개인적으로 ‘국회에 나갔어야 하지 않을까, 얘기를 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 점은 유감스럽다. 특정인 교체 요구에 대해서 말했는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말 드물게 보는, 사심이 없는 분이기 때문에 가정에 어려운 일이 있지만 자리에 연연할 이유도 없이 옆에서 도와주셨다. 청와대 들어오실 때도 ‘내가 다른 욕심이 있겠나, 마지막 봉사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 하고 오셨기 때문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미 여러 차례 사의 표명도 하셨다. 그러나 당면한 현안이 많이 있어서 그 문제들을 먼저 수습해야 하지 않겠나 해서 그 일들이 끝나고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세 비서관은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검찰은 물론이고 언론, 야당, 이런 데서 무슨 비리가 있나 하고 샅샅이 오랜 기간 찾았으나 그런 게 없지 않았나. 세 비서관이 묵묵히 고생하며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그런 비리가 없을 거라고 믿었지만 이번에 대대적으로 뒤집고 그러는 바람에 진짜 없구나 하는 것을 저도 확인했다. 그런 비서관을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거나 그만 두게 하면 누가 제 옆에서 일하겠나. 누구도 그런 상황이라면 저를 도와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교체할 이유가 없다. 내각 개편 관련해서는 해수부라든가 꼭 개각을 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데를 중심으로 해서 검토를 해 나가겠다. 이번 문건 파동과 관련한 특검에 대한 얘기는 사실은 여태 특검이란 것을 보면 어떤 사실에 대한 실체가 있거나 실제 친인척이든지 측근 실세든지 권력을 휘둘러서 감옥에 갈 일을 했거나 엄청난 비리를 저질렀거나 그런 실체가 있을 때 특검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문건도 조작으로, 허위로 밝혀졌고 샅샅이 뒤져도 실체가 나타난 것도 없이 누구 때문에 이권이 성사가 됐다든지 돈을 주고 받았다든지 이런 게 없는데 의혹만 갖고 특검을 하면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특검하는 선례를 남긴다. 그러면 얼마나 사회 혼란과 낭비가 심하겠나. 그게 특검에 해당하는 사안인가 의구심을 갖고 있다. Q.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에서는 정윤회 씨를 비선실세로 지목했고, 정윤회씨가 문체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계속 나오고 있다. 현 정부에서 정윤회씨가 실세인가. 아니라면 이런 의혹이 왜 계속 나오는지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무엇인가.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친인척 관리 잘하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박지만 회장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데 대한 입장은. 친인척관리를 앞으로 강화할 것인가 박 대통령: 정윤회 씨는 벌써 수년 전에 저를 돕던 일을 그만두고 제 곁을 떠났기 때문에 국정 근처에도 가까이 온 적이 없다. 분명하게 말씀드리는데 실세는커녕 전혀 국정과 관계가 없다. 또 문체부 인사도 지난번에도 보도가 된 걸로 아는데 터무니없이 조작이 된 이야기가 나왔었다. 말하자면 태권도라거나 체육계에 여러가지 비리가 그동안 쌓여와서 자살하는 일도 벌어지고 이건 도저히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되겠다 싶어서 이걸 바로잡으라고 대통령으로서 지시했는데 보고가 안 올라오고 진행도 전혀 안됐다. 저는 한번 개혁을 하거나 비리를 바로잡으려면 말을 한 번 하고 그만두는 게 아니라 계속 그게 될 때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속 따지니까 거기서 제대로 역할 안한 거다. 그럼 그런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 안 하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죠. 그 사람들이 그 일을 갖다가 대통령의 지시이고 관심을 갖고 바로잡고자 하는데 왜 자기 역할을 못 하느냐, 그럼 책임져야 하지 않느냐 해서 (그렇게) 된 건데 이게 둔갑해서 체육계 인사에 다른 사람, 전혀 관계 없는 사람이 관여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돼선 안된다. 혼란스럽고 그게 아니라면 사실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계속 논란을 하고, 우리가 그런 여유 있는 나라인가. 그렇게 돼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실세나 야니냐 답할 가치도 없다. 국정 근처에 온 적도 없다. 실세가 될 수도 없고 오래 전에 떠난 사람이다. 친인척이나 측근의 권력 남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역대 정부에서 얼마나 그런 일이 많았나. 이권에 개입하고 엄청난 비리들이 계속 터져나오고 역대 정권마다 그랬는데 그걸 보면서 저렇게 돼선 안 되지 않겠나, 그래서 공약한 게 있다. 친인척을 관리하는 특별감찰관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국회에서 아마 그런 게 통과될 거고 특별감찰관제가 시행되면 아마 이런 일이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 그런데도 실세이고 뭐고 전혀 관계가 없는데 그렇게 일어나냐 그래서 제가 조작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영리를, 욕심을 달성하기 위해서 전혀 관계 없는 사람과 관계 없는 사람의 중간을 이간질시켜서 어부지리를 노리는 그런 데에 다 말려든 게 아니냐. 그런 바보같은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터무니없는 일로 세상이 시끄러웠다는 것은, 그래서 국민께 송구하지만, 확인 안 된, 말도 안 되는 일로 논란이 되는 것은 정말 우리 사회가 건전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대화를 위한 대화, 이벤트성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어떤 조건과 환경이 갖춰져야 하나. 조건이 일부라도 충족될 경우 올해 내라도 정상회담을 추진할 의사가 있나. 올해가 분단 70주년인데,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준비를 위해 대북특사 파견이나 5·24 조치를 해제할 생각이 있나. 박 대통령: 저는 어떤 우리나라가 분단이 돼 고통을 겪지 않나. 그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서 또 평화통일의 길을 열기 위해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도 도움이 되면 할 수 있다. 전제조건은 없다. 그러나 이제 이런 대화를 통해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열린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자세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비핵화 같은 것이 전혀 해결이 안 되는데, 이것이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이게 해결이 전혀 안 되는데 평화통일을 얘기할 수 없다. 남북관계든지 다자협의를 통해 대화로 이 문제도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올해라도 (정상회담을) 추진하느냐, 그 문제 관해선 답을 드린 거라 생각한다. 5·24 조치 해제와 관련해선 5·24 조치가 사실 남북 교류협력을 중단시키기 위해 이런 조치가 생긴 게 아니라 북한 도발에 대해 보상이란 잘못된 관행을 정상화하기 위해 이 조치가 유지됐다. 5·24 조치 문제도 남북 당국자 간 만나서 서로 그 부분을 얘기를 나눠야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 북한에 대화하자고 여러분이 요청하는데도 북한이 소극적인 자세로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5·24 조치를 얘기하는데, 북한은 5·24 조치를 얘기할 게 아니라 우리가 여러 번 대화를 제의했으니 적극적으로 나와서 당국자 간에 정상회담도 그렇고 5·24 조치도 그렇고 당국자가 만나 얘기해야 뭐를 원하고 어떤 접점을 원하는 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에 대화에 적극적으로 응해달라, 그런 얘기를 하고 싶다. Q. 기업인 가석방 여부 질문드린다. 가석방을 주장했던 최경환 부총리나 황교안 법무부장관도 참석했지만, 역차별이다 아니다 특혜다 찬반 논란이 있다. 청와대는 가석방은 법무부장관 고유 권한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없다. 대통령은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더불어 기업인이나 정치인 특사를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은 없는지. 박 대통령: 기존에 갖고 있는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 그러나 기업인 가석방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업인이라고 해서 어떤 특혜를 받는 것도 안 되겠지만 또 기업인이라서 역차별 받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가석방 문제는 국민의 법감정, 또 형평성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법무부가 판단하면 될 거라고 생각한다. Q. 두 가지 질문이다. 대통령의 ‘개헌 블랙홀’ 발언에도 국회나 시민사회에서 개헌을 추진하고 있고, 개헌 방향과 관련해 지방분권 이야기도 있다, 대통령의 개헌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특위에서 지방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국민 기대가 큰 반면에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유는 중앙 사무를 지방에 넘겨야 하는데 법 개정이라든지, 지방재정 확충 문제는 중앙정부 협조와 국회 입법 노력이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발전 분권 위한 구상을 말씀해달라. 박 대통령: 개헌은 사실 국민적인 공감대, 또 국민의 삶에 도움이 돼야 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경제상황을 잘 아시지 않나. 우리가 오죽하면 경제에 있어 골든타임이라고 하겠는가. 마음으로 ‘이 때를 놓치면 큰일나겠구나’하는 절박함을 갖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마련했고, 올해 1차 예산이 반영된 거니까 적극 추진하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골든타임에 경제혁신을 활성화시키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를 발목잡는 여러가지 구조개혁, 경제의 근본 체질을 바꾸고 튼튼하게 하는 이런 노력들 지금 안 하면 안 된다. 그래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구호도 ‘3년 개혁으로, 3년 혁신으로, 30년의 성장을 내다본다’는 것이다. 이 골든타임이라는 게 몇 년간의 문제가 아니라 이때를 놓치면 세계 속에서 경쟁력을 잃어서 30년 성장을 못 한다는 엄청난 결과를 갖고 온다. 모든 역량을 거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개헌 논의가 시작하면 어떻게 논의하는지 보지 않아도 자명하다. 계속 갈등 속에서 경제문제, 시급한 여러 문제는 다 뒷전으로 가버리고, 그것만 갖고 하다보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 결과가 너무나 자명하다. 지금은 그걸 해서는 안 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지금 개헌을 당장 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크게 미치고, 국민이 불편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그래서 개헌으로 모든 날을 지새우면서 경제활력을 찾지 못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거다. 그리고 지방자치, 분권과 관련해서 저는 지방이 잘할 수 있는 건 지방에 다 넘기고, 그런 뒷받침도 해주는 방향으로 간다. 지방 일은 그 지역에서 제일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거기서 계획을 세우면 중앙에서 그걸 뒷받침해서 협의해 나간다는 큰 원칙에 따라 지방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물론 입법적 노력, 중앙정부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위원회가 있지 않냐. 거기를 중심으로 해서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입법을 어떻게 할 건가 잘 논의해서 한걸음 한걸음 나가도록 노력하겠다. Q.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0%대로 전망돼 한국경제 디플레이션 논란이 있다. 어떻게 보는가. 자영업자나 가계, 청년실업자가 IMF 경제위기때보다 어렵다는 고충도 있다. 해법은 뭔가. 한국경제가 일본의 저성장 저물가 쇠락의 길에 들어섰다는 우려가 있다. 돈 풀기나 기준금리 인하 통한 대출자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 필요하다는 말도 있다. 박 대통령: 우리나라 물가가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1%대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도 디플레이션으로까지 가진 않을 거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실제 성장률도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그래서 어떻게든지 이 시점에서 해야 할 최대 과제는 경제 활력을 되찾는 것이다. 그게 시급한 과제다. 돈 풀기와 관련해 작년에 46조원 규모의 재정금융 정책 패키지를 추진했고 올해 예산도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했고 상반기에 조기 재정을 실시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재정도 조기에 집행하고 확대 예산도 편성하고 하는 노력을 했지만 우리가 이런 저성장 퇴락으로 가지 않으려면 역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있는대로 구조개혁하고 잠재성장률을 넘는 경제활력을 이루는 데 집중해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내수 살리는 방안 등을 망라해서 말씀드렸는데 다시 말씀 안 드려도 그런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추진을 위해 기초를 튼튼히 하고 역동적인 경제를 만들고 균형잡힌 내수와 수출로 경제에 온기가 돌게 하는 정책을 부지런히 실시하게 되면 우리가 3.8%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그 대신 정부 혼자 뛰어선 안 되고 이걸 위해 같이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서 함께 노력할 필요 있잖나 생각한다. 금리 인하와 관련해서는 거시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과 잘 협의해서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기에 대응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Q.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관련, 현재 정부가 제안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이 노사 양측에서 비판받고 있다. 노사정위원회에서 올해 3월까지 합의안 도출이 어려워 보인다. 올해 선거가 없는 해로 구조개혁의 적기라고 했는데 노사정위에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다면 집권자로서 어떻게 이를 돌파해나갈 것인가. 정부가 공무원연금과 함께 사학연금, 군인연금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여당 반발로 하루 만에 발을 뺐다. 사학 군인연금을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박 대통령: 비정규직을 생각하면 참 마음이 무거워진다. 비정규직은 열심히 고생해서 일하고도 정규직의 3분의 2 수준의 월급밖에 못 받고, 막상 계약기간이 끝나면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해서 가슴을 졸이게 되고, 참 어려운, 반드시 풀어내야 하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불합리한 차별, 임금차별이 없어지는 것이 중요하고, 두 번째는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계속 받아야 되고, 세 번째는 이 일이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일일 경우 고용이 안정되게 해줘야 한다. 이 세 가지는 꼭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의견이 달라서 해결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노사정위원회의 대표들께서 뭔가 이거는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이런 자세를 그분들이 갖고 있고, 또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하지 않고는 정말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없다는 인식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서로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는 마당에서 같이 조금씩 양보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면 뭔가 합의를 도출하고 서로 ‘윈윈’하는 대타협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정부로선 원활히 이런 논의가 잘 이뤄지게 최대한 지원해 나가려 한다. 잘 되야 한다. 또 사학연금과 군인연금 개혁에 대해서 말했는데 지금은 공무원연금개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사학연금이나 군인연금은 지금 생각을 안 하고 있는데 그게 잘못 알려진 거 같다. 그래서 조금 소동이 있었지만, 지금 그걸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사학연금과 군인연금은 그 직역의 특수성이나 연금의 재정건전성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관련 기관이나 전문가들이 하나하나 차분차분 검토를 해나갈 추후의 일이라 보고 있다. Q. 지난 연말 헌정사상 처음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결정이 내려졌다. 이를 놓고 종북세력을 척결한 박근혜 정부의 최대 치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사법탄압이란 지적도 있다. 우리사회의 이념 갈등이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을지, 통진당 해산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듣고 싶다.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관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의향이 있나. 박 대통령: 통진당 해산결정에 대한 저의 생각은 지난번에 언론에 발표한 그대로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을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느냐, 그런 질문을 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을 저는 어떻게 이해하냐면, 정치적 활동의 자유도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인정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서 그런 결정이 내려졌다고 이해한다. 물론 진보 보수간 서로 상대를 인정하고 의견을 교환하면서 조화롭게 가는 노력도 분명히 필요하지만, 그런 노력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는 범위 내에서 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 분단 후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헌법가치를 실천하면서 북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를 누리고 변영했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가치이다. 북한은 아직도 우리를 위협하고 있고, 남북이 대치상황에 있지 않나. 물론 대화를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체성까지도 무시하고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은 용인,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전단 살포와 관련해선 사실 정부에서 조정하고 있다. 하나는 표현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인만큼 기본적으로 민간단체가 자율적으로 알아서 할 일이라는 점이 있지다. 그렇지만 또 지역 주민 간 갈등이 생기거나 지역 주민의 신변이 위협받아서는 안되지 않느냐. 그 기본권 문제와 주민들의 갈등을 좀 최소화하고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것을 없애야 되는 두 가지를 잘 조율하면서 관계기관들과 얘기하면서 몇차례 자제도 요청했다. 그런 식으로 지혜롭게 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Q. 취임 전 소통을 강조했지만 취임 후에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하고 싶은 말만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년 설문조사에서도 소통이 안 된다는 지적이 60% 넘었다. 세월호 유족 안 만난 것도 소통의지 부족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대통령은 소통이 잘 된다 하고 국민은 아니라는 인식의 괴리가 문제의 출발점인 듯하다. 소통지수 100점 만점이라면 몇점 주겠나. 점수가 낮다면 개선 방법은 무엇인가. 대통령 다른 생각하는 국민과 더 많이 만나고 귀 기울이고 더 소통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구체적 복안이 있다면. 박 대통령: 세월호 유족은 여러 번 만났다.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진도도 내려가고, 팽목항도 내려가고, 그 분들과 이야기도 하고 애로사항도 듣고 이야기하다 주변에서 제지도 했지만 그러지 말라고 해 끝까지 다 듣고 애로사항 적극 반영도 하고, 또 청와대에서 면담도 갖고 그렇게 했다. 그런데 지난 번에 못 만났던 이유는 국회에서 법안이 여야 간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 논의되고 있는데 대통령이 거기 끼어들어서 왈가왈부하고 그러는 것은 일을 더 복잡하게 하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만나지 못한 것이다. 또 소통 관련해서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지난 2년 동안 민생현장이나 정책현장 등 직접 가서 정말 터놓고 이야기도 듣고 의견도 듣고 제 생각도 이야기하고 그렇게 했다. 또 청와대로도 그런 각계각층 국민을 많이 초청해서 이야기도 듣고 정말 활발한 것을 많이 했다. 또 정치권과는 여야의 지도자 이런 분들을 청와대에 모셔서 대화도 할 그런 기회를 많이 가지려고 했는데 제가 여러 차례 딱지를 맞았다. 초청을 거부하는 일도 몇 차례 있었다. 앞으로 어쨌든 여야, 국회하고 더욱 소통이 되고 여야 지도자들하고 더 자주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가려고 한다. Q. 한일관계에 대해 질문드리겠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만 2년이 다 돼 가지만 한일정상회담이 안 열린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퇴행적 과거사 인식이 걸림돌이지만,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과거사에 포커스를 맞춰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인식도 있다. 일본이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내놓아야 한일정상회담이 가능한가. 과거사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어떻게 한일관계를 풀어갈 것인가. 박 대통령: 사실 올해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일본으로서나 우리로서나 뜻깊은 해이기 때문에 올해는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해서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향해 새로운 출발을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정상회담도 못할 이유는 없는데, 정상회담을 하려면 정상회담을 해서 의미있고 앞으로 나아가는 정상회담이 돼야 한다. 과거에 보면 정상회담이 돼서 기대는 부풀었는데 관계는 후퇴하는 일도 있었으니 그래선 안 되지 않나하고 생각한다. 여건을 잘 만들어서 의미가 있는, 한발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정상회담이 돼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려면 일본 측의 자세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장급 협의를 통해서 어떻게든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노력을 해왔는데, 아직까지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지 않아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경우에는 연세가 상당히 높으셔서 조기에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영구미제로 빠질 수 있다. 그것은 한일관계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무거운 역사의 짐이 될 거다. 생존해 계시는 동안 문제를 잘 푸는 게 중요하다. 일본으로서도. 작년 APEC 회담에서 아베 총리를 만났을 때 공식협의를 적극적으로 잘 해서 좋은 안을 도출해내도록 양국에서 총리와 대통령이 실무진을 독려하자고 약속했다. 그렇게 하겠다고 했는데도 아직 좀 그렇긴 한데, 어쨌든 이것이 풀리지 않으면 참 어려운 상황이고, 그래서 올해도 계속 협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생각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합의안이 나와도 국민 눈높이에 안 맞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나. 국민 눈높이에 맞고 국제사회도 수용 가능한 안이 도출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을 지금도 하고 있고, 해나가려고 한다. Q. 주말에 미국 시민(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강제 출국된 재미동포 신은미 씨)이 한국으로부터 출국당했고 외국인 기자에 대한 (청와대의) 법적 소송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언론 자유가 제한되는 게 아닌가 하는 목소리가 있다. 미국 국무부도 국가보안법을 언급하며 일부 규정이 모호해 남용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지금이 국가보안법을 재검토할 적절한 시기 아닌가. 박 대통령: 각 나라마다 사정이 똑같을 수 없다. 미국의 사정이 있고 중국의 사정이 있고 한국의 사정이 있다. 국가의 취약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 나라에 맞는 법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에 필요한 법이 미국에는 필요 없을 수도 있지 않겠나. 한국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헌법재판소에서 난 것도 재판관들이 충분히 우리나라 헌법에 대해 연구하고 우리나라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온 결정인 만큼 우리나라에 필요한, 남북이 대치하는 특수한 사정에서 우리나라의 안전을 지키고자 필요한 최소한의 법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법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로 이해를 하시면 좋겠다. Q. 여당인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당의 일에 너무 개입한다는 불만이 있다. 바람직한 당청 관계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 특히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의 관계가 좀 소원하다는 인식들이 있다. 지난 연말 친박(친박근혜) 의원이 청와대 만찬을 가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이후 김무성 대표와 친박 진영의 갈등이 커지는 양상인데, 김 대표를 별도로 만날 계획은 없나. 박 대통령: 당청 간에 오직 나라 발전을 걱정하고 또 경제를 어떻게 하면 살릴까 그런 생각만 한다면 서로 어긋나고 엇박자 날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여당은 국정을 같이 해 나가야 할 정부의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같이 힘을 합해야만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당에 너무 개입하고 그러지 않느냐고 그러는데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당의 의견을 존중하고 또 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 많이 노력하고, 그렇게 그동안 해 왔다. 그리고 새해 들어서 앞으로 더욱, 아까 조직개편 말씀도 드렸지만, 더 긴밀하게 협력해나갈 수 있게 앞으로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친박 만찬’이라고 그랬는데, 지금도 자꾸 친박 뭐 그런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 게 좀…(웃음) 이걸 언제 떼내 버려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때 그분들이 ‘한번 식사를 같이했으면 좋겠다’고 대통령에게 요청해왔다. 그래서 ‘그럼 뭐 한번 오시라’ 그렇게 했는데, 그게 12월 19일이 되다보니 그날을 위해 한 게 아니냐고 하는데 실제는 우연히 그렇게 됐다. 저도 일정이 잘 안 나오고 그래서 이번에 하려다가 ‘그럼 3~4일 늦춥시다’ 그러고, 그쪽에서 안 맞으면 늦추고 하다가 (회동)한 게 기가 막히게 12월 19일이 돼서 더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그분들이 한번 식사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해서 그 모임을 가졌다. 김무성 대표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만나겠다. Q. 지난 대선 때 대통령께선 책임장관제를 언급한 적 있다. 책임장관제의 핵심은 인사권이다. 장관들에 인사권을 줘야 일을 책임있게 힘있게 추진할 수 있다. 산하기관장 인사는 물론 국장급 인사까지 청와대가 쥐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장관이 올린 인사가 일부 뒤바뀐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인사권을 장관에 위임할 생각이 없나. 장관과의 독대·대면보고 자리가 적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와 내각 간 소통을 방해한다는 지적들이다. 독대와 대면보고를 늘릴 의향이 없냐. 규제완화와 관련해 지난해 말까지 대통령이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두 차례 주재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손톱 밑 가시’는 상당히 해소됐다. 그러나 기업투자와 직결된 덩어리 규제가 남아있다. 올해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추진할 의향이 있나. 박 대통령: 우리 장관 여러분들은 법률이 정한 대로 충분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자기 역할을 하고 계시다. 사회부총리제를 도입한 것도 내각에서 조정을 해서 좀더 책임있게 할 수 있도록 그런 것도 신설한 것이다. 인사권 갖고 말했는데, 각 부처의 국장 그런 인사의 임명권자는 대통령이지만, 사실은 고위공무원의 적격성 검증을 제외하곤 실질적으로 전부 장관이 실질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그게 뒤바뀐 게 있다, 그게 뒤바뀔 수도 있죠. 적격성을 검증하는데 장관도 모르는 그런 일들이 있을수 있다. 이러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게 아니냐. 그런 걸 발견하고도 무조건 다 넘길 순 없죠. 그러나 실질적으로 적격성, 그거에만 관심이 있지 나머지는 장관들이 실질적으로 권한을 법이 정한 대로 하고 있다. 대면보고를 더 늘리라…. 사실 옛날엔 대면보고만 해야되지 않았느냐. 전화도 없었고 이메일도 없었고. 지금은 여러 가지 그런게 있어서 대면보고보다 전화 한 통 할 때가 더 편할 때가 있다. 대면보고 하고 독대도 하고 전화통화도 하고 여러 가지 다양하게 하고 있는데, 앞으로 그런 부분도 더 늘려가도록… 대면보고가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대면보고를 좀더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하겠지만, (장관들 여러분도)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웃음) 대면보고해서 의논했으면 좋겠다면 언제든지 만나서 얘기 듣고 그래요. 이렇게 말씀 드려야만 그렇다고 아시지. 청와대 출입하면서 내용을 전혀 모르시네. (웃음) 규제완화, 이게 덩어리 규제, 관심이 큰 규젠데 지난해에 규제 단두대에 올려서 좀 과감하게 풀자, 조금씩 해선 한이 없다, 그래서 규제 단두대 과제로 올라온 건이다, 수도권 규제가. 이것은 종합적인 국토정책 차원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합리적인 방안도 수렴을 통해 만들어서 이 규제 부분도 좀 해결을 올해는 할 수 있도록 하겠다. Q. 인사 문제와 관련해 장·차관 등 정부 요직과 청와대 참모진의 일부 지역 출신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10년 넘게 청와대를 출입했지만 지금처럼 인사 편차가 심한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인사 소외 지역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공약한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앞으로 인사 대탕평책을 펼칠 생각은 없는지 말씀해달라. 박 대통령: 능력 있고 도덕적으로 문제 없는 그런 인사들의 도움을 받아야 제가 이 힘든, 어려운 국정을 그래도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누구보다 능력 있고 도덕성에 있어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지 않는 그런 인재를 찾는 데 있어서 저만큼 관심 많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전제조건 하에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예를 들면 특정 지역이라고 해서 유능하지도 않고 감당이 안 되는데도 특혜를 받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유능하고 감당이 되는데도 특정 지역이라고 해서 차별받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지역과 관계없이 최고 인재를 얻는 것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어쨌든 그런 말씀을 하실 정도로 뭔가 편차라든가 이런 게 생겼다면 다시 한번 전체적으로 검토하고 살펴보도록 하겠다. 어떤 때는 이쪽, 어떤 때는 저쪽, 일부러 골고루 한다는 것까지는 생각을 못할 때도 있다. 왜냐하면 인재 위주로 하다보니 그렇다. 그렇더라도 전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Q. 대통령은 지난해 말 많은 논란 속에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인터뷰’를 보신 적이 있나 궁금하다. 또 이와 관련해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을 계기로 오바마 정부에서 새로운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내렸는데, 이런 조치가 계기가 돼 북미관계의 긴장 고조가 최근 개선 움직임을 보이는 남북대화 국면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박 대통령: 미국이 북한의 해킹에 대해서 이번에 취한 것은 적절한 대응조치라고 생각한다. 북한도 국제사회를 상대로 도발을 하거나 그렇게 해서는 안 되고, 국제사회에 신뢰를 보여주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이 말하자면 일부러 그런 긴장을 만든 게 아니라, 그렇게 원인을 제공하니까 미국으로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모든 상황이 꼭 이래야만 된다고 바라는 바가 있고, 뭔가 긴장이 자꾸 풀리고 그렇게 돼야 한다고 하지만, 상대가 있다 보니 이쪽에선 이런 대응을 안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도 북한이 지혜롭게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쪽이 긴장됐다고 해서 남북대화가 어떻게 되느냐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대로 원칙을 갖고 북한에 대해 ‘대화에 응해 이런 현안 문제를 풀어보자’고 죽 하는 것이다. 미국은 그런 상황을 당했기 때문에 그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으나, 결국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은 그런 저런 과정을 전부 거쳐 상충되지 않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나와 대화하고 현안을 자꾸 풀어가는 쪽으로 모든 것을 이끌어 가려는 목표는 같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영화는 직접 보지는 못 했고, 언론에 내용 많이 보도돼서 이런 내용의 영화구나 하는 것은 알고 있다. Q. 올해로 집권 3년차를 맞는다. 앞으로 3년의 시간이 현 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가를 매우 중요한 시기다. 올해 광복 70년 맞는다. 앞서 건국 대통령, 근대화 대통령, 민주화 대통령, 국민 통합의 대통령 등 그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 선 여러 대통령이 있었다. 대통령은 앞으로 3년간 가장 하고 싶은 과제가 무엇이고 훗날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박 대통령: 어떤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 하는 것보다도 제가 임기를 마치고 나면 나라가 가는 방향에 있어 ‘바른 궤도에 올라서서 가는구나’ 해서 걱정을 안 하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게 제 첫 번째 소망이다. 대통령마다 시대가 주는 사명이 있다. 제게 시대가 주는, 국민이 바라는 사명은 무엇인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내걸었듯이 잠재성장률, 활력이 떨어지는 경제를 다시 일으켜서 30년간 성장할 수 있게 경제 활성화, 경제부흥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잘 닦겠다는 것. 그게 제 사명이고 국민과 함께 이룰 이 시대의 일 아닌가 생각한다. 그것을 잘 완수해서 나라가 밝은 앞날로 나아가고 국민이 더 잘 사는 데 기여하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다. 이 일을 하는 데는 저도 노력하고 부족한 데 더 힘쓰겠지만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언론인도 도와주셔야 하고 국회도 물론이고 국민도 이 시대에 ‘한 번 이뤄보자’ 해서 우리도 자랑스러운 세대가 돼야 하지 않겠나. 그런 것은 다 같이 마음을 모아야지,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 함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부탁 드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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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리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장석효 한국가스공사 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가 지난 7일 이사회에서 부결된 데 대해 산업통상자원부가 8일 직권으로 임면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해임 건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날 기획재정부에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소집을 요구하고 다음주 중 위원회를 열어 장 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장 사장이 뇌물수수 및 횡령 등 개인 비리 혐의로 기소됨에 따라 공기업 사장으로서 요구되는 도덕성과 청렴성이 크게 훼손됐다”면서 “전날 이사회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더 이상 가스공사 사장으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돼 해임 건의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장 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는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신년 인터뷰] “朴대통령, 한반도 평화의 출구 열면 성공한 대통령 될 것”

    [신년 인터뷰] “朴대통령, 한반도 평화의 출구 열면 성공한 대통령 될 것”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가리켜 “확률상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통령, 역사에 남을 대통령의 자질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반전이 있다.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공약했던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복지정책은 골든타임을 놓쳤고 동력도 잃었다”고 전제하면서 “남은 하나인 한반도 평화의 출구를 열 수 있다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권 3년차에 5·24 대북제재 조치와 금강산 관광 문제를 풀고, 남북 정상회담을 이뤄 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결심하면 절대 지지층(보수층)도 반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내달 8일 전당대회까지 비대위원장 임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한부 수장인 그는 5일 서울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국정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박 대통령이) 수첩에 적힌 내용을 불러 주기만 하는데 어느 누가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근본적 문제는 시스템으로 하지 않고 박 대통령이 만기친람(萬機親覽)하는 것이고, 수첩 보고 찍는 인사로 현 정부 인사는 ‘망사’(亡事)가 됐다”고 날을 세웠다. 문 위원장은 이날 검찰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 “부실하다. 특검 외에는 진실을 밝힐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달 중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는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대해 “책임이 있다면 대통령이든 대통령 할아버지든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당하고 떳떳하게 출석해 증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근혜 정부에 대한 우려는 뭔가. -국가 경영 능력이 탁월해도 국민통합을 못하면 빵점이다. 하나라도 빵점을 맞지 않는 것이 제일 현명한 대통령인데 기본적인 것도 못하고 있다. 100%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선출과 동시에 소통을 하지 않고 만기친람으로 혼자 다 하다 보니 전부 심부름꾼, 몸종 그리고 십상시만 주변에 있다. 소통 시스템이 붕괴돼서 그런 건데 실세가 없는 게 더 문제고 시스템상 실세는 있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 3년차에 국민대통합 인사 등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현 정부는 인사가 만사가 아니라 망사가 됐다. 편파적이다. 특정 지역 인물들이 권력기관의 장을 섭렵하는 건 유신시대에도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중앙인사위원회가 있어서 주위의 평판이 엉망인 사람들은 진작에 걸러졌고 장관들도 면접을 봤다. 그 정도로 검증을 철저히 했다.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정책 검증만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청와대가 도덕성 문제를 걸렀을 때 가능한 얘기다. 병역, 위장 전입, 세금 탈루 등을 기본 필수과목으로 이수한 인사들이 줄줄이 오니까 도덕성 검증만 하다가 끝난다. 국회에서 정책 검증만 했으면 좋겠다. →청와대 시스템을 ‘없다’고 표현한 이유는. -대통령의 만기친람 때문에 그렇다. 시스템으로 하지 않고 수첩 보고 사람을 찍은 뒤 문고리한테 시키는 거다. 그러면 문고리는 문고리 바깥에 있는 정모씨를 시키든지. 그런 방법은 영락없이 안 된다. 오는 9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지켜보면 무슨 이야기든 다 나올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집권 3년차 목표는. -박 대통령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대통령 중 하나다. 기본 지지층 25%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지지하다 보니 업적을 쌓을 수 있는 대통령의 자질이 돼 있는 셈이다. 그래서 모든 혁신은 1년 안에 끝내야 한다고 그동안 수차례 박 대통령에게 조언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안 해 골든타임을 놓쳤다. 3년차부터는 한반도 평화에 초점을 맞춰 남북 정상회담 개최,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해제 등을 결심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100%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지난 2일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서 박 대통령에게 덕담만 했나. -덕담만 했겠나. 대통령 반응은 진지했다. (대통령) 표정을 보면 느낄 것이다. 내가 (박 대통령을) 신뢰하니까 나를 아직 신뢰하지 않을까. 신년 인사회에서 대통령에게 ‘영국 국민은 런던 템스강의 의사당 불빛이 꺼지지 않는 한 편안하게 잔다’는 격언을 소개하며 여당도, 야당도, 대통령도 국민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다. 지난해 9월 세월호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나를 믿고 법안 단독 처리를 연기했다가 여권에서 완전히 ‘똥’ 됐는데 이후 여야 협상 타결로 영웅이 됐다고 박 대통령에게 얘기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시더라.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본격 가동된다. 국회에서 다룰 문제가 맞느냐는 지적도 있다. -당연히 국회에서 다뤄야 한다. 검찰에서는 범법 행위가 드러나면 그때 하는 것이고 국회는 100조원 이상의 국고 낭비를 한 정책적 실수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법부 책임과 정책적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지 분명하게 해서 다음에는 이런 정책적 실수가 없도록 해야 한다. →여권은 왜 이명박 정권만 문제 삼느냐고 하는데. -자원외교 착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거다. 그런데 탐사 위주로 했고,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회사를 사 버린 이명박 정부와는 기본 접근법이 다르다. 그 정권은 자원외교 과정에서 영국에 있는 복덕방 같은 걸 중간에 통했는데 거기서 말도 안 되는 액수가 브로커 비용으로 들어갔다. 이걸 안 따져서야 되겠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반드시 국조에 출석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나도 망신 주기 위해 전직 대통령을 부르는 건 반대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자원외교에 책임 있는 사람이면 대통령이든 대통령 할아버지든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9·11테러 청문회 당시에도 미국은 대통령부터 국무장관까지 다 증인으로 나와서 1200여명이 증언했다. 당당하면 나와야지.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인데 안 나오는 건 말이 안 된다. 떳떳하면 떳떳할수록 본인이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될 것 아닌가. 아무 변명도 없이 넘어가면 국민들이 너무 억울하다. →내달 전당대회의 흥행 성적이 시원찮지 않나. -흥행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가 뻔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는데 전 지금 역동적이라고 본다. 다만 계파 싸움이나 영호남 지역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미 많이 경고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혁신과 통합으로 같이 나아가면 멋진 정당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혁신과 통합은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에 하나를 잃으면 바보가 된다. →야당이 정국 현안에 끌려다닌다는 목소리도 있다. -제가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은 지난 100일간 제일 먼저 당내에서 친노(친노무현계)와 비노(비노무현계)가 싸우는 게 없어졌다. 그렇다 보니 언론에서 볼 때 조용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싸우지 않는 게 정상인 거다. 대화와 토론, 그리고 수많은 타협으로 합의를 해 나가는 게 성숙한 정치인 것이다. 야당이 무기력한 게 아니고 유연성을 갖고 쉬운 것부터 합의를 했다. 여야가 손을 잡으면서 가는 것, 이건 오히려 박수 칠 일이고 정치가 성숙돼 가는 과정으로 봐 달라. →당내 ‘제3신당론’, ‘분당론’ 등이 나오는데 또 분열될 가능성은. -정동영, 정대철 상임고문은 현재 우리 당의 상임고문이고 한 분은 대통령 후보까지 지냈다. 그런 위치에 있으신 분들이 쉽게 당을 버리고 나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구당해 달라고 하고 비판하는 게 좋다. 민주정당 안에서 다른 생각을 얼마든지 말할 수 있고 그것이 곧 다양성의 확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분의 주장이 다르다. 한 분은 당의 성향이 우클릭해야 한다는 것, 한 분은 좌클릭해야 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하란 말인지 모르겠다. 전 어느 쪽이든 극단적인 것은 안 된다는 중도다. 만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대한민국 헌법상 지키자는 게 보수라면 나는 ‘왕보수’이고 경제민주화, 복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게 진보라면 ‘왕진보’이기도 하다. 전 제 길을 꿋꿋이 갈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한 입장은. -해산이 돼선 안 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그 해산이 어디에서 결정이 됐나. 대한민국 헌법에 기초하고 헌법을 해석하는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에서 했다. 그 결정은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헌법의 기본정신인 사상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당내 차기 대선 후보군의 장점과 단점을 꼽는다면. -장점만 말하는 게 좋겠다. 우선 박원순 서울시장은 ‘실천성’이다. 시장에 부임하고 나서부터는 ‘현장성’이 돋보인다. 문재인 의원은 ‘휴머니즘’이 있다. 인간주의에 가깝고 사람이 선하다. 안철수 의원 같은 경우에는 지성을 꼽을 수 있겠고,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유연성이 눈에 띈다. 장점만 얘기 한 거다. 단점은 없다. 다 좋은 자질이야. 근데 난 하나 안 물어보나. →스스로 평가하기에 문 위원장의 장점은 뭔가. -전 열정이다. (웃으며) 근데 이제 다 식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양꿈 꾸고 나서 임금 되고…영물로 여겨 악 쫓는 상징

    양꿈 꾸고 나서 임금 되고…영물로 여겨 악 쫓는 상징

    태조 이성계는 양 꿈을 꾸고 임금이 되었다. 이성계는 초야에 묻혀 지내던 시절 양 꿈을 꿨는데, 꿈속에서 양을 잡으려 하자 뿔과 꼬리가 몽땅 떨어져 나가 깜짝 놀라서 꿈을 깼다. 무학대사를 찾아가 꿈 얘기를 했더니 곧 임금이 될 것이라고 해몽했다. 한자 ‘羊’(양)에서 양의 뿔에 해당하는 ‘??’획과 양의 꼬리에 해당하는 ‘ㅣ’획을 떼고 나면 ‘王’자만 남게 돼 곧 임금이 된다는 것이다. 이후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면서 양 꿈은 길몽으로 해석됐다. 양은 옛날 제왕의 꿈이었다. 양과 연관된 한자들도 제왕이 갖춰야 할 덕목과 닿아 있다. 큰 양을 뜻하는 대양(大羊) 두 글자가 붙어 아름답다는 뜻의 미(美)자가 되고, 나(我)와 만나면 옳을 의(義)자가 된다. 선함(善), 상서로움(祥) 등 양과 어우러진 한자는 대부분 좋은 뜻을 담고 있다. 양은 십이지의 여덟 번째 동물이다. 시간으로는 오후 1~3시, 달로는 6월에 해당하는 시간신이다. 방향으로는 남남서를 지키는 방위신이다. 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순박하고 어질고 인내심 많은 동물로 통한다. 성질이 온순해 무리를 지어 살면서도 우위 다툼을 하지 않고 암컷을 독차지하려는 욕심도 부리지 않는다. 순한 눈망울은 평화를 연상케 한다. 반드시 가던 길로 되돌아오는 고지식한 정직성도 있다. 무릎을 꿇고 젖을 먹고 늙은 아비 양에게 젖을 빨리며 봉양해 은혜를 알고 효심을 일깨우는 동물이기도 하다. 다만 일단 성이 나면 참지 못하는 다혈질적인 면도 있다. 속담, 설화 등에 등장하는 양도 이런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아무리 못된 시어머니라도 양띠 해엔 딸을 낳아도 며느리를 구박하지 않는다’는 속설은 양이 지닌 효의 이미지에서 비롯됐다. ‘양띠는 부자가 못 된다’는 속담은 양띠 사람은 양처럼 너무 정직하고 정의로워 부정을 참지 못하는 맑은 성품에 근거한다. 낙랑·삼국·고려·조선 등 옛 출토유물과 조각, 그림 등에서 만나는 양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석암리 낙랑 고분에서 출토된 양 모양의 패옥(佩玉)과 청동제 꽂이장식, 법천리 백제 무덤에서 발굴된 양 모양 청자, 수락암동 고려 고분의 양 벽화, 고려 공민왕(恭愍王)의 ‘2양’(二羊) 등은 모두 벽사와 길상을 상징하고, 위기를 만나도 당황하지 않고 여유와 멋을 느끼게 하는 평화스러운 면모를 드러낸다. 조선시대 그림 중에는 단원 김홍도 등이 그린 ‘금화편양도’(金華鞭羊圖)가 백미다. 어질고 착한 소년 황초평이 신선이 돼 금화산에서 양을 친다는 내용의 ‘황초평전’(黃初平傳)을 소재로 그린 그림이다. 채찍을 들고 있는 소년 ‘황초평’ 뒤로 흰 양들이 따르고 있다. 신선이 된 황초평은 기독교 성화에 나타난 양 치는 선한 목자 예수 이미지와 흡사하다. 사람이 양을 기르기 시작한 것은 약 1만년 전으로 알려졌다. 기원은 불확실하지만 중앙아시아 고원지대에서 유목민들에 의해 가축으로 길들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은 유목민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동물이지만 농경민족인 우리와는 큰 인연이 없다. 옛 사람들은 양띠를 생김새가 비슷한 염소띠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양과 관련된 옛 기록은 비교적 적다. 삼한시대에 양을 식용으로 썼다거나 고려 정종 때 개성 근처에서 왕실의 식용으로 양을 길렀으나 사료가 많이 들어 섬으로 귀양 보냈다는 얘기 정도가 남아 있을 뿐이다. 서양도 양을 인간의 이로움을 위해 희생하고자 태어난 동물로서 높은 경지의 도덕성과 생생한 진실을 상징한다고 봤다. 그래서 선량한 사람이나 성직자에 비유되기도 했다. 기독교 문명의 뿌리인 성경에는 양 이야기가 500번 이상이나 인용된다. 속죄양(贖罪羊)이라는 말이 있다. 양이 일찍부터 영험한 동물로 여겨져 제물로 사용된 데서 유래됐다. 동양에서 양은 소·돼지와 함께 제물로 쓰였고, 시대에 따라선 성수(聖獸)로까지 떠받들어졌다. 양 뼈는 인간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영물로 간주되기도 했다. 양의 가죽 옷은 제후나 대부 등 높은 신분의 사람만이 입을 수 있었다. 서양에선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된 뒤 양을 제물로 삼는 번제(燔祭)가 없어졌다. 천성이 착하고 제물로 희생되는 양의 속성이 우리 민족에 비견되기도 했다. 구한말 지사 김종학 선생은 ‘흰빛을 좋아하는 우리 선조는 심약하기 이를 데 없는 산양떼를 빼닮아 오직 인내와 순종으로 주어진 운명에 거역할 줄 모르니…, 슬프다 양떼들이여!’라고 통탄했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양은 희생, 재물, 종교인, 선량한 사람 등을 의미한다”며 “예부터 양띠 해는 그해의 수호신이라 할 양의 성격을 닮아 평온하고 평화로운 한해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기관장 인사청문 누구까지… 광주시·시의회 날선 신경전

    광주시가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 대상과 범위를 놓고 시 의회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9일 시가 공개한 인사청문 협의안에 따르면 인사청문 절차는 내년 2월까지 시 의회와의 협의 뒤 이르면 5월부터 시행된다. 대상은 김대중컨벤션센터·도시공사·도시철도공사 사장과 환경공단 이사장 등 산하 4개 기관장이다. 민진기 시 예산담당관은 “민선 6기 시장 공약사항인 기관장의 도덕성·전문성 등에 대한 검증을 위해 우선 이들 4개 기관장을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대상자를 공사·공단뿐만 아니라 규모가 큰 출자·출연기관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하면서 갈등을 예고했다. 임택 시의원은 “단체장의 정실인사 논란을 없애고 자질과 능력이 검증된 인사를 임명하기 위해서는 규모가 큰 출연·출자기관장까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사설] 승무원 내리게 한 조양호 한진 회장 딸의 갑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출발 직전의 비행기를 후진시켜 승무원을 내리게 한 ‘갑질’은 우리나라 재벌의 수준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조 부사장은 지난 5일 뉴욕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 1등석에 탔다가 마카다미아넛(견과류)을 물어보지도 않고 봉지째 건넨 게 잘못됐다며 승무원에게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이어 비행기를 후진시켜 매뉴얼을 제대로 못 찾은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고 한다. 이런 소동 속에 영문도 모르는 250여명의 승객들은 20분 이상 출발이 늦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이들의 시간적 손실과 불편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땅콩 과자를 봉지째 준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제라고 해도 나중에 자기들끼리 매뉴얼을 놓고 따지면 될 일이다. 자가용 비행기도 아닌데 여객기를 무작정 돌린 것은 어처구니없는 갑질 중 갑질이다. 항공법상 기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안하무인격인 월권행위이기도 하다. 기장은 기체결함 등의 이유로 운항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탑승 게이트로 돌아가는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승객 난동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처럼 오너가(家)인 항공사 임원이 기내 서비스를 이유로 기수를 돌리게 한 것은 항공 역사에 기록될 전무후무할 기록이다. 더구나 회장 딸이 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사무장 없이 비행을 하도록 지시한 것은 월권도 이만저만한 월권이 아니다. 항공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크다. 항공법에는 ‘항공기의 비행 안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기장이 승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조 부사장이 관련 법을 어겼는지를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 봐주기식 조사를 해서는 안 된다. 국토부가 재벌의 눈치를 본다면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될 것이다. 한 점 의혹 없이 위법 사항을 가려 조 부사장은 물론 대한항공 측에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에는 하와이 원정 출산으로 입길에 올랐다. 원정 출산은 사생활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번 일은 분명 다르다. 도덕성 논란도 아니며, 단순한 실수로 보기도 어렵다. 자기 회사 직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재벌 3세의 비뚤어진 시각을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내에 탑승한 승객 250여명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어떻게 마음대로 비행기를 후진시킬 생각을 했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거창하게 ‘노블레스 오블리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재벌의 딸이라는 덕분에 회사 경영에 나섰다면 최소한 직원을 노예나 종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는 상식 정도는 지녀야 되지 않나. 아버지의 후광으로 그 자리에 오른 조 부사장은 직원들을 ‘머슴’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 [열린세상] 지금 단두대 인사가 필요하다/김정현 소설가

    [열린세상] 지금 단두대 인사가 필요하다/김정현 소설가

    최고 권력에 호가호위(狐假虎威)하려는 불순한 세력의 대두를 피할 수 없다 할지라도 이건 너무했다. 사건의 전말이 모두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주역이 담장 밖의 사람이라는 정황은 비위마저 상하게 한다. ‘누나가 너무 무섭다’는 박지만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은 가장 믿는 측근으로부터 두 눈 뜨고 당한 셈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친인척이나 측근의 비리로 공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조차 받지 못하고 숨죽여야 하는 전직 대통령이 한둘이었던가. 그러니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동생으로부터 ‘무섭다’는 한탄까지 나오게 했으리라. 그런 와중에 아무런 공적 직위도 없는 이가 ‘문고리 권력’이라 불리는 대통령의 최측근과 한패가 돼 국정에 끼어들었다면 그야말로 국기 문란의 중죄다. 더구나 사정과 공직 기강을 담당하는 공식 라인의 인사들은 그들 패거리와 맞서다가 자리를 물러나기도 했다는데, 진상과 부당함에 대한 대응으로 서류를 무단 유출하는 등 또 다른 불법을 저질렀다면 결국 다를 것 없는 막장 드라마의 한 축일 뿐이다. 그동안 청와대 권력에 대한 우려는 모든 언론이 수시로 제기해 온 바다. 그럼에도 결국 사건으로 공식화되자 대통령은 엄정수사 지시로 제3자적 자리에 물러선 모양새다. 과연 그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을까. ‘문고리 권력’은 언론의 조어(造語)라 해도 그들이 가장 지근거리에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 먼저 사과부터 하는 것이 옳지 않았나 싶다. 또한 사건이 이처럼 일파만파가 되고 있는 만큼 관련자 모두를 면직부터 시켜야 하는 것이 정도 아니었을까. 왜냐하면 이미 담장 밖 사람과의 일로 공식 라인의 비서관에게 전화를 한 것은 사실로 드러났고, 그로 인해 나라가 벌집 쑤신 꼴이 됐으니 국가공무원법상의 품위 손상에 해당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사는 임명권자의 신뢰가 기본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의 권력을 대행하는 공직의 인사는 임명권자의 신뢰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신뢰에서 어긋나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 점에서 그동안 보인 대통령의 인사는 독선이라는 비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할 수 있다.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의 사소한 과오까지 물고 들어가서야 누가 공직을 맡을 수 있겠느냐는 넋두리도 일부에서는 들린다. 아마 그들 대부분은 자신 역시 공직 후보군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일 것이다. 그렇지만 국민의 눈높이는 아니 시대의 조류가 능력과 더불어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바이니 앞으로는 더욱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고, 임명권자의 고집은 국민의 비웃음과 반발을 살 뿐이다. 그리고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결과에서 보듯 우리 사회에는 능력과 도덕성을 함께 갖춘 인사가 결코 드물지 않다는 것을 새삼 인식해야 할 일이다. 객쩍은 소리가 아니라 인사는 아주 쉬운 일일 수도 있다. 사전에 언론에 흘려 검증을 받는 것도 한 방편일 것이다. 언론 검증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확인 결과 사실이라면 접으면 되는 일이니 말이다. 개중에는 과거에 약간의 흠이 있기는 했지만 지금 그 자리에는 더이상 합당한 인물이 없다는 여론도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여론의 검증이 날카로우면 자신이 깜냥인가 스스로 돌아보고 과욕을 접는 이들이 부지기수가 될 테고, 그만큼 공직에 꿈을 둔 이들은 처음부터 자기 관리에 엄격해질 테니 나라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다. 이번 파문에 거론된 이들에 대한 인사는 그야말로 최악의 참사다. 국민과 여론이 싫다는데도 임명권자의 뜻만으로 귀를 막은 결과이기도 하다. 아무리 입맛에 맞아도 국민이 싫다면 뜻을 거두고 내보내야 한다. 여론이 뭐라 건 ‘나는 너 아니면 안 돼’ 하는 굳은 신뢰가 호가호위의 근원이다. ‘믿지 않으면 쓰지 않고, 한 번 믿으면 끝까지 믿는다’는 원칙은 사적 범위에서 가능한 일이다. 국민의 대리인이면서도 국민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것이 국가권력이다. 그런 권력의 최정점에서 내보이는 무한 신뢰는 너무 위험하다. 차라리 논란이 일면 바로 정리하는 여론 눈치 보기가 국민에 대한 신뢰로 대통령을 지켜 줄 수 있을 것이다. 일괄적으로 처리할 단두대를 당장 꺼내야 한다.
  • ‘2억 챙긴 철피아’ 감사관 징역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는 4일 철도시설·부품업체들로부터 2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감사원 감사관 김모(51)씨에게 징역 6년과 벌금 5000만원, 추징금 2억 2016만 5000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감사원 감사관으로 재직하면서 직위를 이용해 감사 대상이 되는 업체들에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며 “6년간 여러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뇌물을 받아 죄질이 나쁘다”고 밝혔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박인용 ‘연평도포격후골프’ 도마에… 정재찬 “대기업 총수 연봉 공개 필요”

    박인용 ‘연평도포격후골프’ 도마에… 정재찬 “대기업 총수 연봉 공개 필요”

    국회는 4일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와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각각 실시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의원들은 박 후보자에 대해 전역 후 잦은 골프장 출입과 위장전입 등 도덕성을 문제 삼으며 군 출신인 그가 안전을 전담하는 신설 조직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 질의했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은 박 후보자 배우자의 위장취업 의혹을 제기하며 “박 후보자의 배우자가 친·인척이 경영하는 시흥의 한 화학공장에 취업해 4개월간 500여만원의 급여를 부당하게 수급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배우자가 회사로 출근하지 않은 날이 너무나 많았다”면서 “배우자 차량의 고속도로 하이패스 이용 내역을 보면 시흥으로 간 적이 없었고 근무시간에 평택, 남양주, 서울 등을 간 것이 수차례였다”고 지적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박 후보자가 2010년 북한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골프를 한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박 후보자는 “당시 비록 민간인 신분이었지만 고위 공직자로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정무위의 인사청문회는 상대적으로 경제민주화 문제 등 ‘정책 능력’ 검증에 초점이 맞춰졌다. 야당 의원들도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로 정 후보자의 업무능력을 검증했다. 정 후보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이 관련 질문을 하자 “대기업 총수의 연봉공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으로는 연간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만 보수를 공개하게 돼있다. 등기이사에 등재돼 있지 않은 대기업 총수는 연봉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여야가 공통으로 질문한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에 대해 정 후보자는 “일단 경제민주화 과제를 착실히 추진하면 결국 경제활성화는 추가로 따라온다”며 “경제민주화가 우리 부처가 추진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시중에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허니버터칩 끼워팔기’ 의혹 조사의 필요성 등에 대해 “국민 먹을거리, 민생 관련 부분은 담합이 됐든 불공정거래 행위가 됐든 철저하게 단속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한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5일 두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박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도덕성 논란 등을 이유로 보고서에 ‘부적격’ 의견을 반영하려 하고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與 공무원연금 개혁 연내 처리 녹록잖네

    새누리당은 28일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일정을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하며 꺼져가는 연내 처리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다급한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주장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개혁안 추진 동력에는 썩 힘이 실리지 않는 분위기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표단과 면담을 했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여론을 청취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 대표는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야 하는 연금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 국민 입장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준모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정기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내 처리 동력을 잃어 안타깝다”면서 “공무원들과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도 외면해선 안 된다”고 화답했다. 신보라 미래를 여는 청년포럼 대표는 “공직사회에 있는 분들이 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 전원이 새누리당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같은 시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공무원연금제도개혁태스크포스(TF) 주최 정책간담회에서는 이와 상반된 주장이 쏟아졌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연금을 줄여 국민연금 수준으로 하겠다는 것은 하향평준화”라면서 “공무원은 높은 도덕성, 청렴성을 요구받고 재직 중 영리활동과 퇴직 후 재취업 등이 제한될 뿐 아니라 형사처벌을 받으면 연급액도 절반이 깎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소득 보장은 민간보다 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새누리당이 연금개혁을 안 하면 미래세대가 어려워진다고 하는데, 새누리당 안으로 개혁을 하면 미래 공무원들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노조 측은 이날 간담회 참석 요청을 거부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반쪽짜리’ 與 청문회 개선안

    ‘반쪽짜리’ 與 청문회 개선안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때 정책 검증과 도덕성 검증을 나누고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진행하는 방안을 새누리당이 마련했다. 인사청문회가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으로 변질되는 것을 사전에 막자는 취지다. 새누리당 인사청문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는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인사청문 제도 개선안을 확정했다. TF 위원장인 장윤석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은 한자리에서 정책과 도덕성을 같이 검증하다 보니 도덕성 부분만 부각된다”며 “이를 이원화하고 특히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 진행한 후에 내용을 소상히 브리핑하는 방향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개선안에는 충실한 검증을 위해 현행 20일 동안인 인사청문 기간을 30일로 늘리고 도덕성 검증 위주의 언론 보도 관행을 개선토록 권고기준을 만드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처럼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후보자를 소개하고 사전 검증에서 드러난 취약점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하도록 하는 방안이 ‘권고 사항’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TF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반복된 ‘인사 참사’를 막기 위한 사전 검증 강화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손을 대지 못했다. 다만 기존에 인사청문 요청 시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던 기본 인적 자료와 별개로, 정부가 사전 검증 때 활용했던 자료를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규정을 추가할 방침이다. 장 위원장은 “사전 검증은 국회보다도 정부가 할 일”이라며 “사전 검증 자료까지 국회에 제출할 수 있게 하면 간접적으로 사전 검증을 내실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F는 다음주쯤 개선안을 최고위원회에 보고하고 소속 의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국회법 개정안 등을 발의한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삐뚤어진 세상, 성찰의 무대 오르다

    삐뚤어진 세상, 성찰의 무대 오르다

    흰 프레임의 액자 같은 무대는 5도 정도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몇 차례 암전을 거치면서 무대는 왼쪽으로 조금씩 더 기울어진다. 먹구름이 낀 창밖 풍경과 무대가 기울어진 줄도 모르고 서 있는 배우들의 모습은 떨쳐내기 힘든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제대로 수리하지 않은 고장 난 배가 출항했다는 소식에 주인공이 혼비백산하는 모습은 부정할 수 없는 ‘세월호 참사’의 판박이다.(연극 ‘사회의 기둥들’) 위태롭게 흔들리는 한국 사회를 거울처럼 비추는 연극들이 주목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침체기를 겪었던 공연계가 한국 사회를 향한 비판과 성찰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모양새다. 연극 ‘사회의 기둥들’(30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은 130여년 전에 쓰인 희곡이 2014년의 한국 사회를 정확히 예측한 듯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대극의 아버지’로 불린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이 1877년 발표한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됐다. 작품은 위선과 거짓을 일삼는 지도자와 탐욕으로 가득 찬 시민들이 어떻게 한 사회를 침몰하게 하는지를 치밀하게 따라간다. 높은 도덕성으로 존경받는 한 소도시의 영사 베르니크는 사실 자신의 불륜을 동생에게 뒤집어씌우고 철도 사업을 통해 부동산 이익을 챙기려는 인물이다. 자신이 소유한 조선소에서 운항하는 배가 고장 난 사실을 알았던 그는 동생과 옛 연인이 배를 타고 떠나려 하면서 위기에 몰린다. 김광보 연출은 “작품을 선정한 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 한동안 이 작품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면서도 “세월호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국가를 포함한 사회 구조가 침몰해 가는 과정으로 연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12월 1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은 단절된 소통이라는 모순에 갇힌 가족의 풍경을 통해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식탁에 둘러앉아 고상한 수다를 떠는 가족은 사실 제각각의 생각과 세계관을 말할 뿐 소통은 불가능하다. 막내아들인 청각장애인 빌리는 가족의 입 모양을 보면서 알아듣는 척하도록 교육받았지만, 수화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가족들의 대화 방식을 따르기를 거부한다. 가장 친밀한 집단인 가족 간에도 소통이 가로막혀 있는 씁쓸한 모습에는 일방향의 언어만이 난무하는 사회 공동체에 대한 은유가 담겼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30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는 오른쪽과 왼쪽 사이에서 온전히 ‘나’로 살 수 없게 만드는 한국 사회를 직설적으로 파고든다. “우리 안의 시인 김수영을 찾아보자”며 배우인 ‘강신일’과 작가 ‘김재엽’이 김수영의 시를 읽어내려가자 시공간은 과거로 바뀐다. 한국전쟁과 독재정권 시절 자유로운 시인으로 살고자 했던 김수영 시인의 삶이 당시의 시대상을 그린 영화 ‘실미도’, 연극 ‘4월 9일’ ‘한씨연대기’ 등에서 열연했던 배우 강신일의 연기 인생과 겹쳐진다. 전작인 ‘알리바이 연대기’를 통해 개인의 일대기에 녹아든 한국 현대사의 모순을 포착했던 김재엽 연출은 ‘왜 나는’에서 더욱 예리하게 가다듬어진 비판의식을 드러낸다. 한국전쟁에서 세월호까지 한국 현대사를 한눈에 펼쳐놓고 막판에는 시공간을 뒤틀어 한데 모아놓는다. 카카오톡 검열, 역사 교과서 논란, “가만히 있으라”는 권력의 억압을 풍자하는 대목은 ‘돌직구’에 가깝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사설] 개혁 비웃는 공공기관 일탈 이대로 둘 텐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이사장을 비롯한 전직 간부들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게 그제다. 이사장을 지냈다는 사람은 납품 단가를 부풀려 차액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2년 반 동안 2억 9000만원을 빼돌려 흥청망청 썼다. 이런 짓을 하고도 소환되자 공금 횡령은 관행이었다고 주장했다니 어이없는 일이다. 이사장이 비리를 저지르는 동안 홍보실장과 상생경영팀장 자리에 있던 인물들도 공금을 횡령하고 인사 청탁을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 경륜·경정·스포츠토토를 독점 운영해 기금을 마련하는 일을 하는 공공기관이다. 어느 기관보다 깨끗해야 하지만 실상은 꼭대기부터 썩었다. 이튿날엔 이 기관의 차장급 인사가 저지른 비리가 공개됐다. 교육훈련을 지시한 상사를 음해하고, 민원인을 무고해 가정을 파탄 나게 했으며, 고객으로부터 금품을 챙겼으니 글자 그대로 ‘비리 3관왕’이다. 위에서 흙탕물이 쏟아져 내리는데 아랫물만 깨끗할 수 있느냐고 항변한다면 할 말은 없다. 공공기관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정말 해도 너무한다. 체육진흥공단의 차장급 인사를 비롯해 어제 서울신문에 실린 공공기관 직원들의 행태는 단순히 근무 기강 해이라는 표현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안전보건공단 직원은 일면식도 없는 기업 대표로부터 1500만원을 빌렸다고 한다. 공단 사업의 하나로 기업 보조금 2000만원이 지급된 이후의 일이다. 이자도 내지 않았으니 뜯어낸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민원이 제기되자 감사실은 당사자를 경징계했을 뿐이다. 직원들의 불륜 의혹으로 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기관도 있다고 한다. 지금 공공기관에서 벌어지는 비리를 종합해 보면 구약성경에 나온다는 죄악의 소굴 ‘소돔과 고모라’가 연상될 지경이다. 적지 않은 공공기관이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철저하게 윤리의식의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문제를 걸러낼 제도적 그물이 겹겹이 펼쳐져 있다지만, 실제로는 고래도 유유히 빠져나갈 만큼 곳곳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체육진흥공단의 사례에서 보듯 최소한의 청렴성조차 갖추지 못한 인물이 정치적 이유로 수장에 임명됐을 때 문제는 심각하다. 아무리 깨끗한 전통을 갖고 있던 공공기관이라도 추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공공기관의 감사 자리가 대부분 정치권 주변 인사로 채워진 상황에서 자체 정화 기능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기획재정부와 각 부처가 공공기관을 관리·감독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 업무 범위가 넓은 감사원의 손길이 개별 공공기관에 미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손발이다. 각 부처가 세운 정책을 구체적으로 추진한다. 그러니 공공기관이 흔들리면 각 부처가 흔들리고 결국 국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공공기관 임직원의 정신 자세는 민간 기업 임직원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 민간 기업에서는 비리에 연루되면 퇴출을 비롯한 중징계를 감수해야 하지만 공공기관에서는 엄청난 비리를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나면 고개를 들고 다닌다. 영(令)을 세워야 한다. 공공기관 개혁 없는 정부 개혁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높은 차원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정부는 공공기관 임직원의 도덕성 회복을 위해 과감하게 메스를 들어야 한다.
  • [경제 블로그] 은행과 기업 ‘결혼’… 행복할까요

    [경제 블로그] 은행과 기업 ‘결혼’… 행복할까요

    금융감독원이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자금 지원을 위해 24일부터 ‘관계형 금융’을 실시한다고 16일 밝혔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의 기술과 신용도 등을 근거로 담보 대출을 하는 기술금융과 달리 관계형 금융은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가 부족해도 회사 대표의 도덕성이나 경영의지, 평판, 사업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투자하는 것”이라며 “금융사와 기업이 미래를 함께하는 결혼과도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말 그대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지요. 은행과 중소기업의 결혼,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관계형 금융은 생산·고용 효과가 큰 제조업이나 정보통신 기술업종이 대상입니다. 기업 대출이 대부분 1년 이하의 단기 대출이었던 것과 달리 관계형 금융은 3년 이상의 장기 대출을 기본으로 합니다. 여기에 지분 투자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은행이 기업의 주주가 될 수 있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기업과의 관계가 좀 더 밀접해져 사후 관리를 잘할 수 있을 것으로 금감원은 기대합니다. 은행이 돈을 빌려준 ‘갑’의 위치에 있는 게 아니라 사업 성공의 과실과 실패 위험을 함께 공유하는 동반자가 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주례(금감원)의 표정과 달리 당사자들은 이 결혼이 조금 불편한가 봅니다. 금감원은 기술신용평가기관(TCB) 등 외부 기관의 계량적 평가가 아니라 경영자 정보나 거래 신뢰도 등의 연성 정보를 고려해 은행더러 자체 평가 기준을 마련하라고 합니다. 아무리 잠재력을 평가한다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당연히 위험 부담이 적은 쪽을 택할 수밖에 없겠지요. 기업 잠재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관계형 금융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은행도 주주들의 안전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질적 평가보다 양적 평가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곤혹스러워했습니다. 기존 평가 척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얘깁니다. 금감원은 관계형 금융 실적을 은행권 혁신성 평가지표에도 일부(100점 만점 중 7점) 반영할 방침입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기술금융과 상당 부분 겹쳐 두 시어머니(금융위·금감원) 눈치를 모두 보게 생겼다”면서 “정책 경쟁 심화에 따른 무리한 시행으로 부실 대출 위험을 안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이슈&이슈] 뿔난 ‘부산 갈매기’… “롯데 고마해라 자존심 마이 상했다 아이가”

    [이슈&이슈] 뿔난 ‘부산 갈매기’… “롯데 고마해라 자존심 마이 상했다 아이가”

    요즘 부산시민들은 화가 나 있다. 음식점이나 술집 등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모든 분노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구단 때문에 나오고 있다. 롯데구단은 독선적인 팀 운영에 성적 하락(올 시즌 7위), 구단과 선수단 간 내분, 폐쇄회로(CC)TV 사찰 등 잇따라 추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부산은 야구의 고장이다. 프로야구에 살고 프로야구에 죽을 정도로 부산시민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이렇다 보니 롯데구단의 구태에 다른 지역보다 더 강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삭발 시위까지 벌이며 롯데구단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2일 가장 먼저 삭발한 박근환(45)씨는 “머리카락은 내 신체의 일부로 소중하지만 삭발을 결심할 정도로 롯데는 내 인생에 한 획을 그을 만큼 중요한 취미이자 놀이였다”며 “롯데구단이 비정상적인 팀 운영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다시는 야구장을 찾지 않겠다”고 말했다. 삭발 시위에 동참한 롯데 팬들은 지난 7일 현재 6명이나 된다. 생업을 포기하고서라도 끝까지 롯데구단과 싸우겠다는 시민도 있다. 자갈치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전모(49)씨는 “매일 생선 비린내를 몸에 달고 살면서 유일한 즐거움이 롯데 야구 보는 것인데 이렇게 개판으로 하면 당장 가게 문 닫고서라도 1인 시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사직야구장 앞에서 200여명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었다. 집회를 주도한 최재성(50) 롯데 자이언츠클럽 회장은 “롯데구단이 환골탈태할 때까지 1인 시위와 삭발 시위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우겠다”면서 “구단이 CCTV까지 동원해 선수들을 감시·감독하는 등 사생활을 침범했다면 당연히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롯데구단은 팬과 부산시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 구겨진 ‘부산’의 자존심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팬들은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부산은 물론 울산과 대구, 서울까지 원정을 가 1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팬클럽연합회는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이달 중순쯤 서울에서 롯데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팬클럽들은 ‘롯데야구단 정상화를 위한 임시 집행부’까지 구성하며 구단의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위원장에 선임된 오진석(56) 팬클럽연합회장은 “우리가 롯데구단 프런트와 싸우자는 게 아니라 구단의 도덕성을 바로잡고 반성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롯데구단이 내년에도 부산에서 야구를 하려면 팬들을 더 이상 무시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의 분노는 응원팀까지 바꿀 정도다. 구단을 운영하는 모기업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경남 김해시에 사는 회사원 박모(37)씨는 “부산에서 나고 자라 롯데를 응원해 왔는데 상식에 벗어난 행동으로 팬들을 무시하는 롯데를 더 이상 응원할 생각이 없다”며 “내년부터는 창원이 연고인 NC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강모(50)씨도 “부산시민들이 수십년째 롯데만 응원하고 있는데 이렇게 얼굴에 먹칠할 수 있느냐”며 “부산시민들이 모두 나서 롯데 제품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세훈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 구단은 팬이나 시민의 호응과 사랑으로 성장하는 ‘공공재’라는 인식을 하고 팬들의 요구 사항과 반발 등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며 “롯데 사태의 핵심은 팬과 부산시민을 무시하고 야구단을 제멋대로 운영한 전 근대적인 경영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지역의 어린 야구선수들과 야구 지도자들은 이런 일련의 사태에 허탈해하고 있다. 동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야구 선수로 뛰는 김모(17)군은 “롯데 선수들을 보며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키워 가고 있는데 프로구단이 고교팀에서도 하지 않는 선수 사찰을 벌인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순간에 꿈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고교야구팀을 지도하는 박모(41) 코치는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한 롯데가 이 같은 상식 밖의 팀 운영을 해 어린 선수들에게 낯을 들지 못하겠다”며 “나도 프로선수 생활을 해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당혹스럽다”고 고개를 저었다. CCTV 사찰의 실질적 책임자로 지목된 롯데구단 최하진 사장과 배재후 단장이 책임을 지고 지난 6일 사퇴했으나 팬들의 분노가 사그라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부산시민들이 유독 야구에 열정을 보이는 이유는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 프로야구가 활성화되기 전 고교야구가 큰 인기를 끌면서 지역 고교팀이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자 다른 특별한 놀이문화가 없던 시민들이 야구에 모든 것을 쏟아붓기 시작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을 뿐이다. 김희재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화끈한 것을 좋아하는 부산사람들의 기질과 달리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롯데구단의 태도에 부산시민들이 반발하는 것”이라며 “표현을 잘 안 하는 부산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건 자율시대에 역행하는 롯데구단의 ‘간섭’이 불러온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글 사진 부산 오성택 기자 fivestar@seoul.co.kr
  • [데스크 시각] ‘김진태號’ 검찰 벌써 일년/박홍환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김진태號’ 검찰 벌써 일년/박홍환 사회부장

    한 달 뒤면 김진태 검찰총장이 취임한 지 1년이 된다. 벌써 절반의 임기를 보낸 셈이다. 어수선했던 ‘채동욱 혼외자 파문’을 뒤로하고 지난해 12월 2일 그가 제40대 검찰총장에 취임했을 때 검찰 안팎에서 각종 주문이 쏟아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부에서는 만신창이가 돼 버린 조직을 추슬러 달라는 절박한 SOS를, 외부에서는 검찰의 독립성을 회복해 더이상 정치적 시비에 휘말리지 말라는 추상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사실 키노필름을 돌려보듯 돌이켜 보면 지난해 검찰은 ‘카오스’ 그 자체였던 것 같다. 혼외자 의혹으로 채동욱 전 총장이 사퇴하고,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항명 및 외압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검찰 조직은 만신창이가 됐다. ‘특수통’과 ‘공안통’의 해묵은 갈등이 마침내 폭발했는가 하면 수사하는 사건마다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만난 한 간부는 “자고 나면 무슨 일이 터질까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두려울 정도”라고 비감하게 토로하기까지 했다. 그런 검찰의 모습은 흡사 ‘보이지 않는 손’의 장난질에 꼭두각시극의 주인공 신세로 전락한 모양새여서 안쓰럽기조차 했다.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 등판한 ‘구원투수’가 김 총장이었던 것이다. 김 총장이 누구인가. 화려한 이력은 지면에 열거할 필요도 없겠다. 자타가 공인하는 검찰 내 최고의 특수통 수사검사로 조직 안팎의 신망까지 두터웠던 그 아닌가. “바르고 당당하면서 겸허한 검찰로 거듭나 국민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취임사 구절에서는 조직 내부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어떠한 시비도 불식시키겠다”는 말도 믿음직스러웠다. 하지만 벌써 일년, 시중에는 오히려 검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확대돼 있다. 몇 가지 사례만 떠올려 보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수사를 지휘하면서 공안검사들은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의 증거조작 사실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속았다”는 해명은 오히려 옹색하기까지 하다. 최소한 직무유기가 분명한데도 솜방망이 징계로 제 식구를 감쌌다. 온 국민의 분노를 자아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수사는 쓴웃음을 짓게 하는 한 편의 코미디였다. 이미 백골로 변해 버린 유씨를 찾는다며 역대 최고의 현상금을 내걸고 전국을 뒤졌으니 검찰로서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피살된 재력가의 ‘뇌물장부’에 검사 이름이 적혀 있지 않나, 최고위급 간부인 제주지검장이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적발되지 않나. 검사들의 명예와 도덕성마저 땅에 떨어졌다.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유언비어 유포를 근절하겠다”며 온라인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어 ‘사이버 망명’ 사태를 야기하고, 카카오톡 사찰 논란까지 자초하는 등 정치적 시비를 불식하겠다는 약속은 이미 ‘공염불’이 됐다.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 무엇인가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것입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김 총장은 1년 전 취임식 마무리 발언으로 브라질 작가 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 구절을 인용해 이렇게 말했다. 진심전력으로 검찰의 염원을 이루자는 당부와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벌써 1년이 흘렀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아직 1년이나 남은 셈이다. 거악 척결 등 검찰의 본래 위치를 회복하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다. “당신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한다면 온 우주는 당신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김 총장이 ‘연금술사’의 또 다른 구절을 기억해 냈으면 한다. stinger@seoul.co.kr
  • 경제개발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 환경오염의 민낯

    경제개발 이면의 어두운 그림자 환경오염의 민낯

    환경 위기는 과장하지 않더라도 궁극적으로 인류 전체의 존망이 걸린 문제다. 물질적 편리함과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사회는 환경문제 앞에 본질적 대안을 내놓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해마다 심해지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황사, 유전자 조작된 먹을거리, 방사능에 피폭된 각종 물건 등. 미래 인류를 위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생각한다면 개인들의 도덕성 차원에 맡길 수도 없고, 개별 국가들의 부분적 대책에만 맡겨놓을 수도 없다. CBS는 29~30일 밤 8시 10분 창사 60주년 특별기획 2부작 환경다큐멘터리 ‘엄마의 환경보고서’를 방송한다. 한국, 중국, 일본, 캐나다 등 약 1년에 걸친 사전조사와 7개월에 이르는 촬영기간을 통해 다양한 환경오염 실태와 현장을 취재했다. 그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극복하기 위한 시민들의 움직임, 특히 주부들의 적극적인 노력을 그려냄으로써 나와 내 이웃이 주축이 된 환경실천 사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방사능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심층적인 보도를 위해 CBS 다큐멘터리 취재팀은 그동안 일반인 접근이 금지됐던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으로부터 반경 20㎞ 내 있는 피난지역 후쿠시마 미나미소마시를 찾았다. 또 지난 4월 일본 정부의 주민 복귀가 결정된 다무라시도 찾아 원전 피해복구 진행 상황과 주민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담았다. 이와 함께 황사와 미세먼지의 주 발원지인 중국 현지 취재도 이루어졌다. 살인적인 스모그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중국 수도 베이징은 물론, 중국에서 가장 극심한 환경오염에 직면한 허베이성 탕산지역의 경제개발 이면에 숨겨진 환경오염의 어두운 그림자를 새롭게 조명해본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美경찰 음주단속 여성 누드사진 훔쳐보다 망신살

    美경찰 음주단속 여성 누드사진 훔쳐보다 망신살

    미국 캘리포니아고속도로순찰대(CHP)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혐의로 단속한 여성들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나체사진 등을 몰래 훔쳐보다 망신살을 사고 있다고 미 현지 언론들이 2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더구나 이들 경찰관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마치 서로 게임을 하듯 서로 경쟁적으로 이런 몹쓸 짓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CHP는 최근 순찰대에 소속된 숀 해링턴(35) 경찰관이 수년 전부터 최소 대여섯 차례에 걸쳐 음주운전 혐의로 단속된 여성 운전자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여성의 나체사진이나 속옷 등을 입고 찍은 사진을 동료 경찰관의 휴대전화로 전송한 혐의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CHP 조사관들은 해링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동료 경찰관 두 명에게 수년 전부터 음주운전 단속과정에서 확보한 나체사진 등을 전송한 것을 밝혀내고 자백을 확보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이들 동료 경찰관들 역시 다른 음주운전 여성의 야한 사진 등을 해링턴에게 보낸 것으로 밝혀져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8월 29일 혈중 알코올 허용치의 3배가 넘는 혐의로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23세의 여성이 피해를 호소하면서 밝혀졌다. 그녀는 음주운전 단속 과정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있는 나체사진을 알지도 못하는 번호로 전송한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신고해 단속 경찰관이었던 해링턴의 범행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 여성은 법원에 의해 음주운전은 무혐의 처리되었으며 오히려 단속을 했던 해링턴은 현재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다. 해링턴은 또한 같은 달 7일에도 역시 음주운전 상태에서 추돌사고를 낸 19세 여성의 휴대전화에 있는 비키니 차림의 사진을 동료 경찰관에게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관해 조 패로우 CHP 대장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며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경찰관들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매우 불쾌하고 화가 날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 경찰관들은 혐의가 확인될 경우 휴대전화 절도 등 중범죄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사진=자료 사진 (캘리포니아고속도로순찰대 소속 순찰차의 모습)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사설] 신임 KB금융 회장 첫 과제는 조직안정

    엊그제 KB금융지주 신임 회장에 윤종규 전 KB 금융지주 부사장이 내정됐다. 다음달 21일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윤 내정자는 여러 면에서 전임자들과 다르다. 행원부터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10여년간 KB에서 일한 사실상 내부 승진 인사다. 또 영남 일색인 다른 은행 CEO와는 달리 호남 출신이다. 회계법인에서 영입돼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칠 만큼 능력도 검증된 인물이다. 이런 강점을 십분 활용해 반년 동안 지속된 내분을 추스르고 조직을 안정시키는 게 윤 내정자 앞에 놓인 첫 과제다. 외국인이 지분의 3분의2를 갖고 있는 KB금융은 회장 자리를 차지하거나 선임 과정에 개입하는 ‘모피아’와 정권의 힘에 휘둘려 왔다. ‘낙하산’ 회장은 후계자를 양성하기보다 자기 사람 챙기기에 바빴고 그러다 보니 줄 서기와 눈치 보기가 만연했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전임 회장과 행장, 이사회의 갈등은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윤 내정자는 알력을 겪으면서 저하된 조직원들의 사기를 회복하고 화합을 이뤄내는 데 무엇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 강한 리더십으로 무너져 내린 조직의 근간을 바로 세우고 느슨해진 체계도 다잡아야 한다. ‘리딩뱅크’로 군림하던 국민은행의 위상은 몇 대에 걸친 낙하산 회장의 시기에 완전히 추락했다. 올 상반기 순이익은 대형 은행 가운데 꼴찌였다. 게다가 외국은행 투자 실패와 도쿄지점 부당대출 등 온갖 금융사고로 고객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이런 연유로 위축된 영업력을 되살리고 도덕성을 회복해 수익성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일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는 신임 회장의 막중한 임무다. 전임자들이 일으킨 내분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따라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고 단순하게 바꾸는 것도 숙제다. 주인 없는 회사에서 경영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사외이사들의 구성도 다양화하고 지주와 은행의 이사회 또한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것도 공정한 경영권 행사를 위해서는 서둘러야 할 일이다. 특히 자신을 뽑아 준 사외이사들과 이 시간부터 결별하지 않고서는 그들과 결탁했다는 비난을 듣지 않을 수 없다. KB 금융은 단순히 국내의 한 금융회사가 아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진 한국금융의 미래를 짊어진 민간 금융회사다. 따라서 그에 걸맞은 역할을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 조직을 수습하고 나서는 윤 내정자가 밝힌 대로 인수합병(M&A), 지분 투자 등으로 해외 진출에 여력을 쏟아 리딩 뱅크로서의 임무도 다해야 할 것이다.
  • [사설] 무용지물 軍 방탄복, 군납비리 발본하라

    육군 특수전사령부가 북한군 소총에 뚫리는 방탄복을 전투요원에게 보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류 조작과 특혜 계약에 따른 전형적인 군납 비리다. 군(軍)피아의 추악한 공생관계가 개입한 정황이 뚜렷하다. 군의 난맥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군 기강을 다잡겠다는 국방부의 선언이 무색하게 현역 장교의 성폭행 사건이 재발했다. 이래서는 강군(强軍)도, 병영문화 혁신도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입수한 지난 2월 감사원 비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특전사가 2011~12년 일선에 내려보낸 다기능 방탄복 2000여벌이 북한군의 AK74 소총의 탄환을 전혀 막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특전사가 사전 기능 시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고도 자의적으로 시험 평가서를 작성해 문제의 방탄복을 13억여원어치 구입했다고 밝혔다. 제 자식이 근무하는 군 부대라도 불량 방탄복을 보급했겠는가. 개탄스러운 일이다. 앞서 해당 납품업체는 2010년 방위사업청의 다기능 방탄복 입찰 적격 심사 때 서류를 허위로 꾸민 사실이 드러나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음에도 방사청이 85억여원의 수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군과 방사청, 군납업체가 한통속으로 연루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군피아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수차례 재발방지와 구조 개혁을 공언했지만 부패의 사슬 구조는 이를 비웃듯 활개치고 있다. 방사청이 문재인 새정연 의원에게 낸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 현재 방산업체 96곳 가운데 45곳에 중령 이상 전직 군 간부 297명이 근무하고 있다. 유관 업체 취업을 금지하는 공직자윤리법도 업무 연관성이 없다며 교묘히 빠져나갔다고 한다. 군피아의 폐해는 군 전력의 차질과 안보 불안, 혈세 낭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일벌백계하고 그 뿌리를 뽑아야 할 사안이다. 이미 드러난 비리만 해도 충격적이고 심각하다. 2억원짜리 음파탐지기를 41억원에 구입한 통영함 비리 사건은 방사청 간부와 업체가 결탁한 전형적인 군납비리로 드러났다. K11 복합소총을 비롯해 K2 전차, 120㎜ 자주박격포 등 국산화 무기의 상당수는 부실 평가 등의 문제점으로 정상적인 전력화에 차질을 빚고 있다. 경위를 밝히고 관련자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군납 비리가 우리 군의 작전과 무기 체계에 손상을 입히는 중대 범죄라면 군내 성폭력은 병영의 사기와 기강을 좀 먹는 암적 존재라 할 수 있다. 최근 육군 17사단장이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이번에는 수도군단 예하 사단 소속 문모(48) 중령이 부하 여군 장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고 한다. 여군을 대상으로 한 성 군기 위반 사건은 2010년 13건에서 지난해 59건으로 3년 만에 4배 이상 늘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방부는 전군 특별 진단과 기강 확립을 지시하지만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군의 총체적 난국이다. 자성과 자정에 맡기기에는 환부가 깊고 치명적이다. 군피아의 구조적인 비리를 발본색원하고 군 간부의 도덕성과 인식을 개조하지 않는다면 투명성과 신뢰의 회복은 요원한 일이다. 수사 당국은 물론 정부차원에서 제2창군의 의지로 개혁과 혁신에 나서라. 부정과 비리의 시시비비를 낱낱이 가리고 관련 법과 제도를 강화해 우리 군의 활로를 모색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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