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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占 사주에서 타로카드까지

    占 사주에서 타로카드까지

    인간은 희망을 먹고 산다고 했다. 그래서 항상 이맘때면 손님들로 붐비는 곳이 점집이다. 힘들게 지내온 지난해를 돌아보며 ‘올해는 돈 많이 벌겠어, 운이 아주 좋아.’라는 점쟁이의 한마디는 어쩌면 일년의 영양제가 아닐까. 시대가 변하듯 ‘점’은 진화하고 변한다. 디지털 문명과 함께 결합해 전화는 물론 인터넷으로 점을 봐주며 ‘거부’가 된 사람도 있다. 또 타로 카드로 미래를 점쳐 주거나 사주를 봐주는 카페도 대학가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를 맹신하거나 절대시할 필요는 없다. 한 귀로 듣고 흘려도 당시에 기분 좋으면 그만이다. 혹시 또 듣기 싫은 소리를 하면 ‘올해는 조심해야겠네.’하면 그뿐이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대형 마트와 영화관에도 점집이 허름한 한옥 판잣집이 있는 골목에 어김없이 써 있던 ‘점’이란 간판이 이젠 밖으로 나왔다. 어슴프레 어둠이 내려앉으면 조그만 텐트를 치고 사주, 운명, 궁합이란 글자를 걸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할아버지는 구식이고 대형 할인점, 영화관 심지어는 유명 백화점까지 사주나 토정비결을 봐주는 코너가 생겼다. 대형 할인점 까르푸 1층에는 6∼7명의 역술인들이 복채 5000원에서 1만원에 사주와 토정비결을 봐준다. 장바구니를 옆에 놓고 남편과 사주를 보던 이진아(54·주부)는 “올해 이사하면 안되겠네요.”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나도 한번 볼까.”라며 자리에 앉는 한상봉(57·성연기연 이사)씨. 올해는 운이 좋다는 말에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운이 좋다니 기분이 안 좋을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 쿨하고 편하게 서울 신촌의 이화여대 정문 앞쪽에서 7년째 타로 카드로 미래를 점쳐주고 있는 퍼플레인(02-312-2529)에 들어섰다. 입구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올 듯한 그림 카드들이 붙어 있어 신비감을 자극한다. 한쪽 테이블에서 타로 카드를 펼쳐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남녀가 눈에 띈다.“그래 그럼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를 다시 만나고 싶단 말이죠. 왼손으로 카드를 하나 선택하세요.”라고 주인 서동열(36)씨가 말하자 황현권(23·서울산업대)씨가 카드를 뽑는다.“보세요. 결국은 현권씨가 마음이 정해지지 않은 거예요. 꿩 대신 닭이란 생각으로 여자친구와 다시 만나면 서로 얼굴 붉히며 헤어집니다.”라고 충고를 해준다. 그러자 황씨는 아무 말을 못한다. 서씨는 “요즘은 이성 문제도 많지만 취업이나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타로 카드는 질문 한 개에 4000원이며 음료값은 따로 내야 한다. # 유명한 점 카페 이렇게 대학가와 강남 일대에는 편하고 쉽게 점을 접할 수 있는 카페들이 많다. 홍대 앞에 있는 재미난 조각가 사주카페(02-325-4543)는 사주도 풀어주고 타로 카드 점과 중국 엽전을 여섯번 던져 답을 듣는 육효점 등 다양한 점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음양오행연구회 소속 역술인 6명이 상주하며 사주, 애정운, 궁합 등을 봐주는 에로스 사주카페(02-363-1810), 강남 신사동에 있는 스페이스 사주카페(02-511-5786)는 철학원과 카페를 접목시킨 곳이다. 정확한 인생 상담과 사주 풀이로 소문이 나 있다. ■ 정치인·연예인이 찾는 족집게 점집 오라는 곳은 많으나 갈 만한 곳은 없다? 너무 많아서 선택하기 어려운 점집. 이럴 때는 유명한 곳을 우선 참고하는 것이 방법이다. 당연히 예약은 필수다. 복채는 평균 3만∼5만원. 잘 본다고 소문난 곳은 수십, 수백만원까지 이른다. 서울 그랜드 하얏트에서 남산도서관 사이에 눈에 띄는 외관을 가진 남산도깨비연구소(02-795-9624)의 경우 성공운과 사업운이 특히 잘 맞아떨어진다는 소문에 정치인, 재벌 부인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첫만남에서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aura)를 풍겨 약간은 주눅이 들 수도 있겠으나 친절한 상담에 다시 찾는다는 게 다녀온 사람들의 전언이다. 여의도의 남덕역학연구원(02-783-0107)은 많은 정치인들이 들락거리는 곳으로 소문나 있다. 국운(國運), 관운(官運)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앞날의 길을 귀띔해준다. 그래서인지 복채가 다소 비싼 편. 서울 금호동의 김광일철학원 김광일원장(02-2296-8575)과 평창동 도광사의 김진송씨(02-3216-0347)는 대통령당선을 여러차례 맞춰 유명한 인물. 출세운, 직업운 등에 대한 관심은 연예인들도 점집으로 이끈다.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연예인들은 주로 ‘방문운세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곳은 서울 잠원동의 김민정철학원(02-534-1685).20년이 넘은 단골부터 젊은 스타까지 고객층이 넓은 편. 아역 탤런트 출신이 사주를 보는 목동의 다비원(02-2648-7515)은 직업운과 사업운이 주특기다. 압구정동 구천도사(02-516-8998)는 연애운을 특히 잘 본다. 연예인이 자주 찾아온다고 소문이 나 곳곳에 비슷한 이름의 아류도 많다.
  • [20&30] 설 장보기 이렇게…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주부들에게 장보기는 일종의 재테크다. 그렇다고 무작정 여기 저기 싼 곳을 찾아 발품만 팔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알뜰 장보기의 노하우가 보이지 않을까. 대형 할인매장과 인터넷 쇼핑몰, 재래시장에서 일하는 결혼한 20∼30대들의 설 장보기 비법을 들어봤다.●할인마트 ‘할인권을 챙겨라’ “할인쿠폰으로 중무장하고 깜짝세일 시간대를 맞추면 넉넉한 쇼핑을 할 수 있어요.”대형할인점인 까르푸 시흥점의 야채·청과 코너에 근무하는 김영숙(38)씨는 설 전날 퇴근하기 전에 매장을 돌며 설 준비를 할 예정이다.“야채류는 오후 9시 이후 최대 50%나 할인됩니다. 재고나 신선도 때문인데 물건은 낮이나 밤이나 같은 거예요. 결국 타이밍 싸움이죠.” 특히 도라지·고사리·토란 등 제수용품은 설이 지나면 판매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직전에는 할인 폭이 크다. 이런 깜짝세일은 생선류 등에도 해당된다. 특별히 직원 할인이 없는 탓에 김씨 역시 틈틈이 전단지와 매장 앞에 전시된 할인쿠폰을 모아 두고 있다. 가맹점 카드를 이용,6개월 무이자 할부를 받는 것은 기본. 그는 또 갑작스럽게 방송이 나오며 세일한다는 품목이 있으면 꼭 들러보라고 권한다.또 구매량이 많은 경우 할인권을 통해 따로 5% 할인을 받을 수 있다.●인터넷도 ‘서두르는 자에게 복(福)’ 인터넷 쇼핑 H몰(www.hmall.com)에 근무하는 오형주(35) 대리는 이미 3주 전 인터넷을 통해 지인들에게 보낼 설 선물 구매를 모두 마쳤다.“보통 인터넷 쇼핑은 장에 갈 시간이 없어 구입한다고 생각하지만 2∼3주 전 미리 사면 최고 10%까지 할인받을 수 있거든요.” 맞벌이 부부에게 클릭 하나만으로 비교 쇼핑을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잘 골라보면 배송료가 무료인 곳도 적지 않다.오씨는 “선물 살 때 오가는 차비와 고르는 시간, 택배비용 등을 고려하면 인터넷 구매와 무료배송의 이익은 만만찬다.”고 말한다. 가격동향을 바로 알 수 있고 어떤 상품이 인기가 있는지도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쇼핑몰별로 이른바 ‘미는 상품’에 관심을 가져볼 것도 권한다. 대량구입을 하는 탓에 오프라인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가격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설 선물 등은 여러 개를 사면 적립금과 경품혜택 등이 있어 구매자에게도 유리하지요.10개 사면 1개를 더 주는 ‘10+1행사’ 등도 유심히 보세요.”●재래시장은 가격의 최강자 서울 강서구 방학동 도깨비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최성관(36)씨는 “재래시장은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등에 비할 바가 아니다.”고 자부한다. 건어물부터 생선, 나물, 과일 등 제수용품은 물론 아이들 설빔까지도 재래시장은 가격의 최강자라는 것. 최씨는 “제수용품으로 조기, 병어, 오징어 등이 가장 잘 팔리는데 재래시장에서 1000원에 파는 것이라면 할인마트나 백화점 등에서는 1600∼1800원에 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설을 맞아 대부분 상점이 오후 10시까지 여는데 ‘떨이’ 시간은 보통 오후 8시 이후다. 도매구입 후 반품이 비교적 어려운 소상인들은 재고부담이 커 이 시간 이후 떨이를 주는 일이 많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아동복 불티…몇년만이야”

    “아동복 불티…몇년만이야”

    설 대목이 확 살아났다. 설을 1주일 앞둔 지난 주말 ‘밑바닥 경기’를 대변하는 재래시장과 백화점·할인점에는 설 선물과 제수용품을 사려는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모처럼 유통계에 훈풍이 불면서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때이른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택배회사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밀려드는 설 선물 배송물량에 즐거운 비명이다. 서민들이 오랜만에 지갑을 여는 현장을 서울신문이 둘러봤다. ●“올 설이 좀 낫긴 낫나 보네요.”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요 몇해 동안 장사가 정말 안 되더니만, 올해는 좀 낫긴 낫소.”꼬깃꼬깃 구겨진 1000원짜리 지폐를 챙기는 생선장수 아주머니의 주름진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설 연휴 마지막 주말이어선지 경동시장은 발디딜 틈도 없이 붐볐다. 지난 연말부터 들려오는 소비심리 회복 소식에 상인들도 목청을 돋우며 행인들을 붙잡았다. 경동시장 한쪽의 포장마차에 다가갔다. 주변은 뜨거운 어묵 국물로 추위를 쫓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순대를 써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요즘 경기를 물었다. 그녀는 “우리 같은 장사치들이 잘 된다고 하는 것 봤소. 죽겠다고 우는 소리 안 하면 괜찮단 얘기요. 올 설이 좀 낫긴 낫나 보네요.” 같은 시각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깨비시장.‘베스트 아동복’ 김명호(44)씨는 “작년 설에 비하면 매상이 40%가량은 늘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골목시장의 상인들도 한껏 들뜬 분위기다. 평소보다 손님이 눈에 띄게 는 데다 ‘주부 팔씨름 대회’ 등 각종 설맞이 행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방앗간 주인 허율부(67)씨는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최악으로 떨어졌던 매상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면서 “올 설엔 ‘대목’ 기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인산인해 백화점 설 세일에 들어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과 명동 신세계 본점 주변은 백화점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량들로 하루종일 정체를 빚었다. 롯데백화점 주차장 안내 직원은 “지난 연말 세일 때보다 차량이 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28일까지 설날 판촉행사를 하는 롯데백화점은 올해 신장률이 지난해 9.7%의 2배 이상인 20∼3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올들어 지난 21일까지의 신장세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2% 이상이다. 또 설날 행사기간에는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 현대백화점 바이어 김석주(39)씨는 “설날을 위한 여성 캐주얼 의류의 경우 공급 물량이 부족해 아우성”이라며 “작년보다 2배는 잘 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선물 주문량이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마케팅 관계자는 “작년의 선물이 중저가였다면 올해는 10만원대의 중가 선물세트인 정육·송이버섯·청과·수산물 등 1차식품이 많이 나간다.”며 “선물세트 주문이 20%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택배회사, 즐거운 비명 선물세트 판매 증가 등에 힘입어 특배회사들도 즐거운 비명이다. 웬만한 회사들은 배송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 현대택배의 경우 배달 의뢰 물건이 지난해 설의 경우 35만개였으나 올해는 50만개로 40%가량 증가했다. 현대택배 관계자는 “며칠째 밤을 새우다시피하면서 물건을 분류하고 있다.”며 “본사 사무직원까지 배달에 나서야 할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한진택배는 올해 홈플러스·롯데마트·농협 등 할인점의 배달 주문이 지난해의 14만박스보다 71%가 늘어난 24만박스가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현재 홈플러스가 15만건, 롯데마트도 8만건의 주문을 해왔다.”고 말했다. 대한통운 역시 배달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택배직원 김성환(31)씨는 “물건을 배달하느라 점심을 건너뛰기가 일쑤”라며 “경기가 살아나긴 살아난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기철 서재희기자 chuli@seoul.co.kr
  • “재래시장서 설용품 싸게 사세요”

    “재래시장서 설용품 싸게 사세요”

    “설날 제수용품 싸게 팔아요.” 서울시내 재래시장이 일제히 특별 세일에 들어갔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6일 도봉구 방학동도깨비시장을 시작으로 20일 중랑구 면목골목시장·우림골목시장, 강북구 수유시장, 금천구 남문시장 등 시내 17개 재래시장이 제수용품과 선물용품을 10∼50% 싸게 팔기 시작했다. 각 재래시장에서는 가래떡 썰기, 연예인 초청 사인회, 경품 추첨 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진행된다. 성동구 금남시장, 중랑구 우림시장, 금천구 남문시장 등에서는 각설이 공연과 사물놀이, 떡메치기, 제기차기, 투호던지기 등 고객이 참여할 수 있는 전통놀이가 펼쳐진다. 방학동 도깨비시장과 강서구 화곡중앙시장에서는 막걸리 빨리 마시기 대회가, 성북구 장위시장에서는 ‘칠성님과 일곱나졸’이라는 전통 연희극 공연이 각각 열린다. 강북구 수유시장에서는 인기 연예인 전원주씨가 일일판매 및 사인회가 열리며, 강서구 중앙시장, 강북구 수유시장, 양천구 경창시장 등에서는 경품추첨을 통해 냉장고와 TV 등을 준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민화인생 27년 여류작가 서공임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민화인생 27년 여류작가 서공임씨

    친근하고 정겹다. 해마다 이맘 때면 늘 든든하고 풍요롭게 다가온다. 원래 백성이 그렸다. 온 가족의 소망을 담았고 행운과 건강을 기원했다. 집안의 액운을 물리쳐 주고 무병장수를 염원했다. 맞다. 민화(民畵)라 한다. 좋은 일을 바라고 나쁜 일을 막고자 하는 소박한 마음에서 그려졌다. 한 해가 시작될 때, 액을 막고 복을 누리기 위해 선물로 주고받기도 했다. 요즘 들어 전통 민화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각종 국제대회의 휘장이나 행사장의 포스터 등만 하더라도 민화적 배경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IMF 이후 경제가 어려워지자 기업인들은 사업번창을 위해 너도나도 민화를 찾는 경향이 부쩍 늘었다. 여기엔 맛깔스럽게 잘 버무려진 창작 민화의 발전이 한몫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여류 민화작가 서공임(47)씨. 특유의 정성과 섬세함으로 우리의 민화를 새롭게 창조해내고 있다. 고교 졸업 직후 스무살 처녀 때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꼭 27년째 전통 민화를 그려오는 셈. 특히 1998년 호랑이해를 맞아 호랑이띠 그림전을 시작으로 매년 새해 초 어김없이 우리 일상과 반가운 ‘띠그림’ 전시를 열어 눈길을 끄는 작가다. 올해에도 그냥 있을 리 없다. 병술년의 개그림 민화 등을 포함, 서민들의 새해 소망과 벽사를 기원하는 뜻에서 길상화(吉祥畵) 49점을 선보이고 있다(2월5일까지·서울 종로구 중학동 한국일보갤러리). 지난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작업실에서 서씨를 만났다. 작업실이 독특했다. 전통 한옥에다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도록 현관 천장을 유리로 장식했다. 어디서 본 듯한 사진이 눈에 확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갔더니 지난 96년 스페인의 카를로스 국왕 부부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서씨와 함께 찍은 사진. 당시 국왕 부부는 유럽에서 서씨의 명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터라 방한한 김에 서씨 작업실에 일부러 들렀다. 이 자리에서 소피아 왕비는 30분 동안이나 무릎을 꿇고 민화 감상을 할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였고 서씨는 왕비에게 그림 한 점을 기증해 국내와 스페인 언론에도 소개됐다. 먼저 이번 전시회의 분위기를 물었더니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님 등 각계 어른들께서 많이 찾아주셨고 아무래도 새해 벽두이고 개가 우리와 친숙해서인지 일반 관람객들도 많네요.”라고 대답했다. 이어 “개는 옛날부터 집을 지키고 사냥, 안내, 수호신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잡귀와 병도깨비, 요귀 등 재앙을 물리치는, 즉 재난을 경고·예방해 주는 것으로 믿어 왔지요.”라고 덧붙인다. 아울러 까치와 호랑이 그림을 비롯해 용, 해태, 닭, 모란, 봉황, 거북이, 사슴 등도 우리 길상화에 자주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띠그림으로 매년 전시회를 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 아니냐고 했다.“8년 전 호랑이 길상화전을 열면서 호랑이를 무려 100마리나 그렸지요. 이때 얻은 별명이 ‘호랑이 100마리를 키우는 여자’였어요.”라며 웃는다. 서씨의 좌우명은 ‘준비하고 있어야 기회를 맞는다.’는 것. 정말이지 27년 동안 연중무휴로 그림을 그려 왔기에 언제 어디서든 전시를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민화 인생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뭐, 변변치 못해요. 고등학교밖에 안 나왔는걸요.”라며 애써 겸손한 모습이다. 잠시 회상에 젖더니 “여든일곱 된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지요. 원래 어머니가 보호자인 줄 알았는데 지난해 어머니가 (골다공증으로)쓰러지고 나서는 제가 보호자라는 걸 알았어요.”라고 했다. 인생의 한 깨달음을 느꼈을까. 이어 “어머니는 저를 안 낳으려고 무진 애를 썼어요. 그래서 덤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인내심이 저절로 강해지더군요. 아마 어머니를 보호해 드리려는 마음도 그런 데서 생겼나 봐요.”라고 말꼬리를 약간 흐린다. 서씨는 전북 김제에서 7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농사를 짓던 평범한 서씨 가족은 서씨가 중학교때 경기도 성남으로 이사를 한다. 서씨는 어릴 적부터 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동네 아이들의 미술 방학숙제를 죄다 해줄 정도로 타고났다. 취직을 해야 한다는 부모의 권유에 성남 제일실업고에 진학했다. 하지만 공부는 뒷전이고 책가방에 갱지 노트를 넣고 다니면서 틈만 나면 들판의 꽃과 나무를 그렸다. 수업이 끝나면 남한산성으로 어서 달려가 풍경화며 수채화를 그리기 일쑤였다.79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그해 4월 서울시내 화방에 미술재료를 사러 갔다가 우연히 민화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접했다. 그 길로 곧장 찾아갔다. 말로만 듣던 민화공장이었다. 미군들을 상대로 파는 이른바 ‘쫑쫑이 그림’을 생산해 내는 곳. 처음에는 접시 닦고 걸레질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우직하게 7년을 버텼다. 불교화, 이발소 그림, 일본 수출용 그림 등 손을 안댄 그림이 없었다. 그러다 스물여섯 살에 개인 작업실을 마련했다. 이어 홍익대 미대의 송수남 교수한테 2년 동안 수묵화를 배웠다. 드디어 86년 한국민화 연우회전을 시작으로 세상에 명함을 내밀었다.88년 서울올림픽 때에는 초대전을 가졌고 93년 이후에는 매년 단체전·초대전을 열면서 많은 팬들을 확보해 나갔다. 특히 98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갤러리에서 개최된 ‘서공임 민화 호랑이전’은 빅히트였다.IMF 외환위기 직후의 침울한 사회 분위기에 부자가 되는 ‘웰빙민화’를 떡하니 내놓아 인기폭발이었다. 이때부터 신문과 방송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올림픽을 치르고 난 후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흐름이 생겨났지요. 가구나 도자기 등에도 민화가 많이 응용됐어요.” 그의 그림은 어떤 사람이 소장하고 있을까.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인, 언론인, 정치인 등은 대부분 소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한 외국인 초청 행사가 많은 부산 하야트호텔이나 제주 그랜드호텔 등에서도 장식용으로 민화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영화 ‘미스터 소크라테스’와 지난해 8월 열린 세계의료윤리학회에도 협찬출연하는 등 손길은 더욱 바빠진다. 서씨는 아침 9시면 작업실로 출근해 밤 12시가 돼야 퇴근한다. 토·일요일도 쉬지 않는다. 스스로 일 중독증 환자란다. 동방대학원과 연세대·동국대 사회교육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자신처럼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잘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다. 자신의 인생은 기다림과 인내의 연속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무(無)에서 유(有)도 생겼다. 명성과 덕, 마음의 부유함, 주위 친구들이다. 학연도 지연도 없이 맨땅에서 시작해 오늘날 이 자리에 온 것만 해도 커다란 복이 아니냐고 했다. 또 하나의 커다란 유(有). 서씨의 민화가 올해 유니세프카드에 실려 세계 각국의 어린이 생명을 구하는 데 일익을 담당한다. 이 카드에는 그동안 고흐·샤갈·피카소 등 세계적인 미술가의 명작들이 실렸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실명 민화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We팀장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60년 전북 김제 출생 ▲79년 성남 제일실업고 졸업 ▲2000년 동국대 불교대학원 예술사학 수료 ■ 작품 활동 ▲86∼92년 한국 민화연우회전 ▲88년 한국일보 초대전 ▲93년 일본 다카시마 백화점 초대전 ▲94년 민화의 새 지평전(동호갤러리) ▲95년 한국 민화작가전(세종문화회관) ▲97년 한국 민화3인전(롯데화랑) ▲98년 무인년 호랑이 민화전(롯데화랑) ▲2000년 불멸의 신화 ‘용’ 전(삼성플라자갤러리) ▲02년 아트월드컵 대한민국 부채그림전(고양 꽃박람회 전시관) ▲05년 9회 개인전-서공임 민화 닭그림전(한국일보갤러리) ▲06년 1월 서공임 병술년 길상화전(한국일보갤러리)
  • [프로배구 V-리그] ‘아마’ 한전, LG화재 잡았다

    아마추어 ‘도깨비팀’ 한국전력의 반란은 언제까지 이어질까.10일 구미에서 벌어진 프로배구 LG화재와의 시즌 3차전. 양팀 출전선수 평균 신장에서 무려 4㎝나 밀렸지만 한전은 결코 작지 않았다. 평균 연령에서도 2살 아래. 프로배구 원년의 ‘늙다리팀’도 더이상 아니었다. 블로킹만 17개. 초청팀의 서러움을 도약대 삼은 한전의 높이는 오히려 LG보다 한뼘 높았다. 지난해 성탄절에 이어 이날도 LG를 3-1로 잡는 반란을 일으켰다. 한전의 ‘발전기’는 정평호(22점) 이상현(12점) 강성민(15점) 등 ‘젊은피’. 삼성화재 시절 호화멤버에 밀려 벤치만 지키다 상무 제대 이후 한전에 둥지를 튼 정평호는 이경수(LG)에 이어 프로 통산 두번째로 공격득점 500점을 돌파하며 LG 코트를 농락했고,‘원조 한전맨’ 강성민도 반타작의 공격성공률을 뽐내며 한전의 붙박이 레프트를 굳혔다.68년 멕시코올림픽 여자팀 멤버 이은옥(58)씨의 아들인 이상현은 혼자 7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LG의 고공폭격을 번번이 막아냈다. 지난해 국가대표팀 감독을 꿰찬 공정배 감독의 지략도 고비마다 멤버 교체의 휘슬을 불어대는 등 프로감독 못지않게 무르익어 이날 7번째 주전선수로 불릴 만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儒林(511)-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1)

    儒林(511)-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1)

    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1) 율곡이 퇴계를 만나기 위해서 계상서당을 찾았을 때에는 마침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 봄비는 율곡이 머무를 때까지 줄곧 계속되어 율곡은 꼼짝없이 봄비에 갇혀 2박 3일을 보낸 셈이었다. 더구나 율곡이 떠날 무렵 아침에는 흰눈까지 내렸다. 따라서 율곡이 계당에 머물러 있을 때는 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은 ‘불사춘(不似春)’의 봄날이었다. 이 무렵 퇴계는 자신이 태어난 온계(溫溪)의 동북쪽 초당골에 단칸 서당을 짓고 이를 계상서당이라 이름하고 그곳에서 학문에 정진하며 찾아오는 제자들을 맞고 있었다. 이 온계의 속명은 토계(兎溪). 이곳에 머물러 살기 시작하였던 것은 퇴계 나이 51세 때부터였는데, 이때부터 퇴계는 토계의 ‘토’를 물러갈 퇴(退)로 고친 후 자기의 호를 ‘퇴계’라 정하였던 것이다.‘퇴’는 ‘물러선다’는 뜻이니, 이후부터 벼슬에서 물러선다 하여 ‘퇴거계상(退居溪上)’의 뜻으로 자신의 자호를 정하였던 것이다. 계상서당을 짓고 나서 마침내 청년시절부터 갖고 있었던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되자 퇴계는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자신의 심정을 술회하고 있다. “…옛집 새로 옮겨 이 물가에 지으니/그대 허술한 집 찾아와서 어찌 견디느냐고 묻는구나. 도깨비와 지네는 누가 발이 더 많은지 알 수 없고/오리와 학의 다리를 어찌 비교할 수 있을 것인가. 만권 책의 훈기를 내가 경모하니/한바가지 물로 사는 삶에도 진실한 기쁨을 느끼네. 스물여섯해 전 마음먹었던 것을 오늘 되새겨보매/근심은 동해물로 밀려와 측량할 길이 없구나.” 이 시를 통해 퇴계가 20대의 청년시절에 이미 만권의 책을 읽으며 ‘한 바가지의 물로 사는 청빈한 삶을 꿈꾸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기야 퇴계는 19살 때부터 이미 ‘산림 숲 속 초당에서 만권의 책을 홀로 읽으며 다름없는 한 생각에 10년이 넘었도다.(獨愛林廬萬卷書一般心事十年餘)’와 같은 시를 짓지 않았던가. 마침내 ‘사나운 말처럼 이리저리 뛰면서 가시밭의 거친들’에서 학문의 길을 잃고 방황하던 율곡은 계상서당에 이르러 퇴계를 만나자 스승으로서의 예를 갖춰 삼배를 올린 후 사제지간의 연을 맺는다. 이때 퇴계는 58세의 노인이었고, 율곡은 23세의 청년이었다. 인사를 올리고난 후 율곡은 스승 퇴계에게 시 한수를 헌사(獻詞)한다. 그 아름다운 헌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시냇물은 수사(洙泗)에서 나뉜 가닥이고 산봉우리는 무이산(武夷山)처럼 빼어났습니다. 살아가는 살림은 천여 권의 경전이고 거처하는 방편은 두어 칸의 집뿐입니다. 뵙고 싶었던 회포를 푸니 마음은 환히 갠 달 같고 웃음 섞인 말씀을 듣고 나니 거친 물결을 멈추게 합니다. 저로서는 도를 듣고자 온 것이지 반나절의 한가로움을 훔치려는 것은 아니라오. (溪分洙泗派 峰秀武夷山 活計經千卷 行藏屋數間 襟懷開霽月 談笑止狂瀾 小子求聞道 非偸半日閒)”
  • 영국판 ‘난타’의 터질듯한 에너지

    영국판 ‘난타’의 터질듯한 에너지

    넌버벌 퍼포먼스 최고의 흥행작으로 꼽히는 ‘스텀프’가 1월3일부터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1996년 호암아트홀,2000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뉴욕 오프브로드웨이팀이 두차례 내한공연을 가졌지만 영국 오리지널팀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1년 영국 브라이튼에서 초연한 ‘스텀프’는 빗자루, 드럼통, 쓰레기통, 열쇠고리 등 손에 닿는 모든 것들에 신나는 리듬을 부여해 세계 공연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은 작품. 10년간 공동작업을 해온 연출가 루크 크레스웰과 스티브 맥니컬러스가 거리밴드의 멤버들과 합세해 만든 ‘스텀프’는 영국 빈민가를 무대로 밑바닥 인생들의 현실을 가장 원초적인 리듬에 실어 보여준다. 정확한 비트, 터질듯한 에너지로 가득찬 ‘스텀프’의 매력은 국내 공연 제작자들에게도 영향을 줬는데 1998년 탄생한 ‘난타’를 비롯해 ‘도깨비 스톰’‘두드락’등이 대표적이다.2월5일까지 4만 4000∼11만원.(02)568-420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특별한 나만의 X-mas

    특별한 나만의 X-mas

    ♡ 최미혜(22·학생)씨와 전영훈(23·학생)씨 커플 학생이 돈이 어딨겠어? 그렇다고 집에만 있으면 너무 우울하잖아. 저렴하지만 인상적인 크리스마스를 보내려 한다. 우리는 뚜벅이 신세지만 두 손 꼭 잡고 걷는 길에 추위란 없다. 길이 막혀 답답할 일 없이 서울 곳곳의 크리스마스를 즐길 계획이다. 예산은 1인당 단돈 1만원! 우선 점심메뉴는 김밥. 아침에 일어나서 김밥을 싸고, 보온병에 따뜻한 물까지 챙겨 꼼꼼하게 준비한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명동을 돌아다니며 눈으로 즐긴다. 북적거리는 사람들에 치이는 것도 뭐 추억이라면 추억이지 않겠어? 길거리 다니면서 즉석어묵, 핫바 등 군것질하면서 사람들에게 치여 빠진 원기를 회복하고, 오후 3시쯤에 시청으로 자리를 옮기는 거야. 시청 앞 스케이트장은 도심 속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에 아주 좋다.1000원이면 뉴욕 록펠러센터 스케이트장보다 훨씬 행복하게 즐길 수 있지. 특히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연인이라면 스케이트 타며 스킨십을 하면서 부쩍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도 되고. 해가 지면 서울 시내 곳곳은 거대한 촬영장소로 변한다. 서울의 명소로 꼽히는 시청 앞 대형트리와 루미나리에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청계천 길을 따라 걸으면서 사랑을 속삭여야지. 우리의 다정한 모습이 눈꼴 시어도 크리스마스만큼은 좀 봐 주세요∼. 연인들로 넘쳐나는 크리스마스의 거리. 모두 밖으로 나와 멋진 식사를 하고 거리의 분위기를 만끽하는 똑같은 코스를 밟을까? 다른 커플들은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낼까, 미리 한번 알아보자. ♡ 김혜선(27·DHC코리아)씨와 최홍원(30·프로그래머)씨 커플 크리스마스가 일요일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고 처음 맞는 우리의 크리스마스를 그냥 넘길 수는 없는 일!우리는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크리스마스를 맞는 것도 또 하나의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2박3일 빡빡한 일본 도깨비 여행을 선택했다. 물론 갑자기 결정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벌써 두달 전부터 시작됐다. 회사 근처의 여행사를 다녀 보고,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정보를 얻어 최종 목적지를 ‘일본의 디즈니랜드’로 잡았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각종 이벤트나 행사가 많아 연인들이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나. 한번 만날 때마다 각자 1만원씩 저금한 것이 벌써 100만원이 훌쩍 넘었으니 여행경비도 문제 없다.(내년에는 더 자주 만나 유럽여행을 가야지, 아싸∼.) 24일 저녁 비행기로 출발해 하네다 국제 공항에 도착할 계획이다. 하네다 공항은 도쿄시내에서 약 30분 정도 소요되는 가까운 거리라 나리타 국제공항보다 교통비·소요시간이 적게 걸린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다. 일본에서 보낼 2박3일이 다소 빡빡하고 힘들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지금 우리는 기대감과 설렘에 부풀어 있다. ★세련된 멋과 맛,‘텔 미 어바웃 잇’ 도산공원 근처에서 차분한 분위기와 세련된 입맛으로 소문난 브런치 카페. 미국식 자유로운 분위기와 프랑스의 정통이 함께한다. 아기자기한 소품, 화이트·아이보리·핑크로 멋을 낸 인테리어, 햇살이 잘 비추는 테라스 등은 편안한 느낌. 샐러드·샌드위치·스파게티 등이 9000∼2만 8000원선. 도산공원 뒤편 클라란스 인스티튜트 1층,(02)541-3885. ★소박한 유럽 ‘예환’ 감각적인 젊은 요리사가 유럽스타일 요리를 선보인다. 고풍스러우면서도 낡은 듯한 자연스러운 실내 분위기와 작은 야외 테라스가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도미요리·샐러드 등이 1만∼2만원선. 하얏트 호텔에서 후암동 디지텍 고등학교 골목으로 300m 내려와 왼편,(02)798-4752. ★당신을 위한 ‘인 뉴욕’ 단 한 커플을 위한 원테이블 레스토랑. 기념일이나 프러포즈를 위한 장소로 많이 이용된다. 원하는 음악이나 이벤트를 마련해준다. 다양한 코스 요리는 5만원에서 8만원까지.1∼2주전 예약은 필수. 신사동 삼원가든 뒤편.0505-509-5000,blog.naver.com/innewyork627 ★고풍스러운 ‘풍차’ 한적한 삼청동 거리에 유독 눈에 띄는 아담하면서도 예쁜 곳. 포근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주변을 산책하면서 오붓한 데이트를 즐겨도 좋겠다. 스파게티·스테이크가 1만∼2만원선. 위치:경복궁에서 삼청터널 가는 방향으로 왼쪽.(02)734-5454. ★맛있는 해변,‘말리부’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맛있는 이탈리안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편안한 분위기처럼 가격 부담도 덜하다. 스파게티·피자가 8000∼1만 6000원선. 위치:마포 홀리데이인 서울 호텔 건너 국민건강보험공단 맞은편.(02)715-2500.
  • [알뜰살뜰 정보]

    ●롯데마트 11일까지 생닭 1마리를 990원에 판매하는 ‘양계농가 돕기 닭고기 기획전’을 진행한다. 현재 700g 국내산 생닭은 2680원. 각 점포별로 하루에 500마리만 내놓는다.●바이이즈(www.buyis.co.kr) 할로겐·원적외선·가스히터 기획전을 진행한다.SK가스, 대원, 라니, 린나이, 삼성, 신일 상품을 30% 저렴하게 판매한다. 할로겐 히터 5만 7000원, 원적외선 히터 2만 5500원. ●옥션(www.auction.co.kr) ‘디지털가전 가격신화’이벤트를 열고, 가격비교사이트를 통해 최저가로 확인된 1만 5000여개의 제품을 7일까지 선보인다. 하이얼 32인치 LCD TV를 99만원에, 삼성 김치 냉장고(185ℓ)를 49만 9000원에,LG 드럼세탁기를 54만 9000원에 내놓았다.●GS이숍(www.gseshop.co.kr) 늘어나는 심야 고객을 잡기 위해 심야세일인 ‘도깨비 특가’를 시작한다. 오후 9시부터 오전 2시까지 5시간 동안. 인기상품과 가디건, 가죽장갑, 후드티셔츠 등 매일 9개 품목을 정해 10∼60% 할인, 판매한다.●신세계닷컴(www.shinsegae.com) 피부 전문숍인 스킨피아를 오픈했다. 르네휘테르, 메리코어, 캐롤프리스트 등 명품 스킨케어 제품을 취급하는 것.15일까지 구매 고객에게 로이비통 핸드백, 크리스티앙디오르 목걸이 등을 선물로 준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덤으로 주는 행사도 진행한다.●스윙몰(www.swingmall.com) 일본에서 수입한 어린이용 사이즈 운동화 ‘나이키 터미네이터 로우’를 31% 할인한 7만 5000원에 선보인다. 디자인이 깔끔하고 착용감이 좋아 운동용은 물론 교복과도 잘 어울린다고.●호주축산공사(www.ilovebeef.co.kr) 8일까지 홈페이지에 단란한 가족 사진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안데르센의 크리스마스 이야기’공연 티켓을 나눠준다.45명에게 4인 가족 초대권을,26명에게 3인 가족 초대권을 증정한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www.istarbucks.co.kr) 올해 처음으로 구세군과 함께 모금행사를 펼친다.2일 서울시내 50개 매장에 자선냄비를 설치하고 오후 4∼6시 성금을 내는 모든 고객들에게 스타벅스 음료권을 증정한다. 행사매장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페브리즈 내년 2월말까지 ‘겨울 필수품 이벤트’를 연다. 페브리지 실속형(900㎖)이나 레귤러(370㎖), 리필(320㎖) 제품을 2개 이상 구입하는 모든 고객을 추첨, 겨울 무릎 담요와 베개 커버를 준다.●㈜대유와인 12월에 ‘에스쿠도 로호’와 ‘무똥 까데’ 사은행사를 연다. 에스쿠도 로호 1병을 사면 크리스탈 와인잔 2개를, 무똥 까데 레드 1명을 구입하면 2005년산 뱅 누보 1병과 와인잔, 소믈리에 나이프를 무료로 준다.●아웃백 스테이크 내년 2월 28일까지 냉장육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아웃백 클럽 하나카드로 결제하는 고객을 추첨, 서호주 투어 기회를 제공한다.12월에는 코카콜라를 주문하는 고객에도 응모 기회를 준다.●KT몰(www.ktmall.com) ‘남성용 드레스셔츠 맞춤매장’을 열고 2만∼5만원 맞춤셔츠를 선보였다. 와이셔츠 원단을 고르고 목둘레, 어깨, 가슴, 팔길이 등 필요한 신체사이즈와 키, 몸무게를 기입하면 된다. 칼라·소매 디자인도 고를 수 있다. 결제후 7일 이내에 상품을 배송한다.
  • [길섶에서] 호미 연가/심재억 문화부 차장

    호미는 험한 세상, 힘겹게 살았던 모든 어머니들의 흔적입니다. 삽과 괭이가 남정네들의 연모라면 호미와 바늘 등속은 여인네들의 그것이었으니까요. 검댕이 수북 쌓인 부엌 나무창살에 걸린 호미의 닳은 손잡이는 금방이라도 퍼런 도깨비불이 일렁일 듯 어머니의 인(燐)으로 반질거렸습니다. 한 날, 대장간에서 막 벼린 새 호미를 사오신 어머니, 마루에 걸터앉아 혼잣말을 하십니다.“이걸로 또 얼마나 땅을 파야 할꼬.”어린 제게도 그 모습이 그렇게 처연할 수가 없었는데, 문득 강아지 귀때기처럼 닳은 헌 호미가 눈에 듭니다. 손바닥만한 새 호미날, 저걸로 맨땅을 얼마나 파고 긁어야 꽝꽝한 무쇠가 저리 졸아들까요? 새 호미를 거머쥔 어머니는 서둘러 밭으로 나서고, 어린 아들은 그의 지친 생애 한 구석에 뎅그렇게 앉아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머니도 돌아가신 뒤, 옛집에서 문득 그 닳아빠진 호미와 마주치고는 목이 잠겨 한동안 말을 잊습니다. 발갛게 녹이 슬어 뒹구는 그 호미날에 ‘사는 게 고행’이라던 어머니의 잔상이 어리고, 그 어머니가 차마 가져가지 못한 동통(疼痛)이 새삼 제 허리께로 울려 옵니다.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시대자화상 국립중앙박물관

    시대자화상 국립중앙박물관

    자화상 하면 떠오르는 작가는 빈센트 반 고흐일 것입니다. 그러나 서구 미술사에서 가장 많이 자신의 그림을 그린 거장은 렘브란트로 알고 있습니다. 생전에 10점이 넘는 자화상을 남겼습니다. 렘브란트는 17세기 르네상스시대에 살았습니다. 젊은 시절의 그에게 인간적인 패기가 느껴지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문예부흥의 시대가 저물어가던 말년에 그린 ‘쾰른 자화상’은 마치 유령을 보는 듯합니다. 그러나 세상과의 오랜 불화를 견뎌낸 여유가 느껴집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둘러보다 한 작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17세기 말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입니다. 고산 윤선도의 증손자로 알려져 있지만 조선시대 사실주의 화풍의 대가입니다. 남인이었던 그는 출세길이 막혀 막막했던 심경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자화상은 그의 대표작입니다. 허울이 아닌 사실을, 시대를 녹여버릴 듯한 강렬한 눈빛을 내뿜고 있습니다. 그의 수염은 떨리는 듯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시대,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애석하게도 웃는 얼굴이 아닙니다. 여섯 차례의 이사 끝에 겨우 마련한 집. 그러나 유명한 작품들의 상당수는 일본 등 외국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보는 남산은 주한미군의 골프연습장에 가려 잘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헬기 소리로 요란합니다. 일제침탈과 한국전쟁, 그리고 독재로 이어지는 역사의 굴곡은 이곳에선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다시 희망을 힘겹게 떠올려 봅니다. 먼 훗날에도 이 땅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고백’으로 남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겠지요. 당당하면서도 너그럽고, 가난하지 않아도 겸손한 우리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글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1층 고고관·역사관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은 그 곳에 있었다. 후손들에게 기록을 남긴 역사(歷史)시대의 모습도, 지혜가 미치지 못해 문자를 남길 수 없어 유물로만 자취를 남긴 선사(先史) 시대의 모습도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박물관 건물로 들어서면 사람들의 발걸음은 동관으로 줄지어 이어진다.1층에 들어서면 상설전시관인 고고관과 역사관이 관람객을 맞는다. ●구석기 시대에서 남북국 시대까지 한눈에 동관 1층 101∼110 전시실이 바로 고고관이다. 첫 걸음을 떼는 순간 세계전도와 함께 일본·중국·대한민국·세계고고학의 연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학창시절 교과서나 사회과부도·역사부도 등의 첫 페이지에서 볼 수 있었던 ‘빗살무늬토기’(신석기시대·서울 암사동 출토)는 관람객들이 가장 처음으로 만나는 유물. 이어 ‘요령식 동검’(청동기시대·황경남도 신천 〃),‘산수무늬 벽돌’(백제·충남 부여 〃) 등이 눈길을 멈추게 한다. 마치 검은 돌처럼 바싹 말라버린 선사시대 ‘도토리’(신석기시대·경남 창녕 비봉리 〃)는 ‘갈판·갈돌’(〃·서울 암사동〃)과 함께 진열돼 있었다.500년 쯤 지나면 미니홈피 배경 음악이나 배경 화면을 사고 파는 전자화폐 ‘도토리’가 나란히 소개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선을 따라 청동기·초기 철기 유물들이 역사 다큐멘터리를 보듯 스치며 지나간다.4∼6세기 고구려 고분에 집중적으로 그려졌다는 벽화는 ‘사신도’가 대표하고 있었다. 비록 모사품이지만 청룡·주작·백호·현무의 모습은 그 시절 고구려인의 호방한 기상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백제실을 대표하는 ‘백제금동대향로’(충남 부여 능산리 절터 〃) 앞에서는 좀처럼 관람객들이 눈을 떼지 못한다. 신선들이 산다는 박산(博山) 굽이굽이마다 상상의 동물들과 사람들의 모습으로 장식된 향로는 백제인들의 이상향을 엿보는 듯하다. 가야실에서 볼 수 있는 ‘투구’와 ‘말머리가리개’(부산 복천동 〃)는 외국 영화의 전투장비를 연상시키는 듯하다. 경주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신라시대 ‘금관’과 ‘허리띠’ 앞에서도 관람객들은 오래 머문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유물은 아니었지만 발해실의 ‘용머리 장식’이나 ‘도깨비 기와’(중국 헤이룽장성〃)는 세상의 모든 나쁜 귀신을 쫓아낼 듯하다. 반면 두명의 부처가 함께 조각된 ‘발해불상’(발해 팔련성 〃)은 이민족도 너그러이 융합했던 민족의 포용력을 상징하는 듯하다. ●딸을 시집보낸 왕도 범부와 다르지 않았음을… 고고관을 다돌고 나면 맞은 편 111∼120 전시실인 역사관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대표적 기록문화유산인 한글, 금속활자를 비롯해 금석문, 문서, 지도 등 당대의 생활상을 볼 수 있게 꾸며져 있다. 역사관 첫 전시실인 한글실에는 한글의 과학성보다는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달랜 어버이의 모습이 가슴에 더 와닿는다.‘새 집에 가서 밤에 잠이나 잘 잤느냐. 어제는 그리 덧없이 내어 보내 섭섭무료하기 가이 없어 하노라.’며 조선 현종 임금이 궐 밖으로 시집간 셋째 딸 명양공주에게 보낸 한글 편지는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지도실에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의 밑거름이 됐던 ‘동국대전도’가 2.3배 확대돼 바닥 타일로 꾸며져 있다. 허리를 굽혀 살펴보면서 걸어보면 마치 소인국의 ‘걸리버’가 된양 한반도 전체를 걷는 느낌이다.‘수선전도(김정호가 만든 것으로 추정)’‘도성도’ 등 서울의 옛 모습을 담은 옛 지도도 직접 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등기제도, 노비의 경제적 가치, 조선시대의 의술 등 선조들의 생활상을 이해하기 쉽게 배울 수 있다. 다리가 아플 때쯤이면 소파나 영상물 상영관 등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게시설이 전시관 곳곳에 만들어져 있다. 정해진 동선대로 이동하지 않으면 시대 흐름을 놓칠 수 있으니 질서를 지키며 정해진 동선을 따르는 것이 좋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2층 미술관Ⅰ·기증관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올라서면 서예·회화·불교회화 등 한국 미술사의 대표적인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Ⅰ’과 국내·외 각계각층 213명이 아무런 대가없이 박물관에 기증한 작품들이 있는 ‘기증관’이 있다. 특히 미술관Ⅰ에는 교과서에 실려 눈에 익은 작품들도 많아 직접 실물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교과서에 실린 그림이네? 미술관Ⅰ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끄는 작품은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첩(보물 527호)’. 춤추는 아이, 행상, 벼타작, 담배잎썰기, 씨름도 등이 눈길을 모은다. 꽉 짜인 원형 구도에 간략한 필선으로 조선시대 서민들의 소박한 일상을 담았다. 작품 크기는 30㎝ 안팎으로 아담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씨름도’의 씨름꾼 옆에는 이들의 신발로 보이는 신발들이 내팽겨쳐져 있다. 그런데 하나는 짚신, 하나는 고급신발로 보이는 고무신이다. 신분의 차이가 나는데도 공평한 승부 겨루기를 하는 것이다. 구경꾼들이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표정을 하고 경기를 보고 있다.‘허허, 저런’‘빨리 넘겨 버려.’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구경꾼들의 긴박한 표정과는 달리 엿판을 매고 떠꺼머리 총각은 아랑곳없이 천연덕스럽게 가위를 치면서 열중하는 것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얼핏보면 빛 바랜 누런 종이에 검은 잉크가 뭉개져 있는 듯하다. 한참 들여다보면 왼쪽 하단 현실세계를 보여주는 야산에서 오른편 상단 도원의 세계가 보인다. 세종대왕의 아들인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풍경을 안견에게 설명해서 그리게 한 것이다. 전체적인 경관은 짙은 안개로 분리되어 있는 듯하면서도 잘 어우러져있다. 꿈과 현실을 한폭의 화폭에 담은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철학적인 질문도 떠오를 법하다. 두루말이 형태로 폭이 20m에 이르는 이 작품은 당대 지적 권력이 집약된 작품이다. 작품 양쪽에 자신이 안평대군이 직접 지은 제발(題跋)뿐만 아니라 정인지, 신숙주, 박팽년, 서거정, 성삼문 등 당대 20여명의 문사들의 찬시가 곁들였다. 다만 안타깝게도 진품은 일본 덴리(天理)대학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화려한 불교회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알기 쉽게 표현한 그림들이 모여있는 불교회화관에 들어서면 좀 더 화려해진다. 청(靑), 황(黃), 적(赤), 백(白), 흑(黑) 등 선과 악을 상징하는 오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대웅전 석가모니 불상 뒤에 놓였던 ‘영취산(靈鷲山)에서 설법하는 석가모니불’은 석가가 인도 마가다국의 영취산에서 법화경(法華經)을 설법한 사실을 화려한 색깔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원근법을 쓰지 않아 평면적으로 보이는 것이 어찌보면 불화의 세계가 시공(時空)을 초월한 세계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사 김정희가 쓴 자신의 별호에 대한 글인 ‘묵소거사 자찬(默笑居士 自讚)’은 날카로움 속에서 정중함과 정성을 담아 쓴 흔적이 엿보였다.‘침묵할 때 침묵하는 것은 때에 맞는 것이요, 웃어야 할 때 웃는 것은 중용에 가까운 것이다.’라는 글귀가 담겨 있다. 부리부리한 눈매가 인상적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240호)’에서는 내면의 세계까지 드러나는 듯하다. ●문화재 사랑으로 만들어진 기증관 기증관은 11개실로 구성됐으며 이홍근 박병래 등 문화재를 기증한 이들의 이름을 따 만들었다.1946년 이희섭 선생이 금동불상 세 점을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213명이 청동기 금속공예 회화를 비롯한 국보 6점과 보물 32점 등 모두 2만 2091점을 기증했다. 특히 아시아민족조형문화연구소 운영자인 가네코 가즈시게 선생 등 일본인 3명도 기증자 대열에 포함돼 있어 눈에 띈다. 기증관에서는 손기정 선생이 기증한 그리스 청동 투구(국보 904호)를 볼 만하다. 투구는 1500년쯤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 경기에서 승리를 기원하고 신에게 감사하는 뜻에서 제작됐다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손 선생에게 부상으로 주어졌다. 투구는 베를린 박물관이 보관하다가 1986년 뒤늦게 손 선생에게 돌아왔다. 그는 이 투구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민족의 것이라 생각해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3층 아시아관·미술관Ⅱ 국립중앙박물관 어느 곳이나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특히 3층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인기 유물’과 그렇지 못한 ‘비인기 유물’ 사이의 차이가 유독 크게 느껴지는 곳이다. 이곳에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교과서를 통해 숱하게 봐 왔던 익숙한 유물이 전시돼 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정서와는 사뭇 다른 인도네시아·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물도 ‘아시아관’에 전시돼 있다. ●중국·일본·중앙아시아 유물도 전시 3층에는 306∼311호까지 인도네시아·중앙아시아·중국·일본의 유물이 전시된 ‘아시아관’이 있으며,301∼305호까지 ‘미술관Ⅱ’에는 불상·청자·백자 등 우리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보통 301호부터 관람하는 것이 순서겠지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3층에 올라오면 바로 왼쪽으로 ‘아시아관’입구인 306호가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 관람객들은 306호 ‘아시아관’을 먼저 관람하게 된다. 306호를 먼저 들어왔다고 해서 다시 나가 301호로 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아시아관’을 얼른 둘러본 뒤 ‘미술관Ⅱ’에서 우리 유물의 아름다움을 느긋하게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아시아관’에서 관람객들의 발걸음은 다른 전시관에 비해 조금 빨라지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12개의 팔을 가진 부처 조각상이나, 인자해 보이지 않는 부처의 미소는 이질감이 느껴진다. 다른 전시관에서는 아이들에게 유물에 대해 박사 수준의 설명을 해 주던 엄마들도 이곳의 잘 모르는 유물들 앞에서는 슬쩍 조용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시아관’에서 잠시 풀 죽은 엄마들은 3층 북쪽에 자리잡은 ‘미술관Ⅱ’에서 활기를 되찾는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볼것 많고 배울것 많은 고려청자 전시실 자비롭고 은은한 미소로 가득찬 301호 불교조각 전시실을 지나면, 전시된 모든 유물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친숙한 금속공예(302호)·청자 전시실(303호)을 지나게 된다.304호에는 수수한 느낌의 분청사기 전시실이 있고 305호에는 백자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유물에 대해 ‘일자무식’이라도 한 마디 정도는 할 수 있는 국보 78호 미륵반가사유상도 이곳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따로 마련된 방에 모셔진 이 불상은 검은 천으로 둘러싸인 전시실 자체에서 풍기는 위엄만으로도 관람객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미륵반가사유상 외에도 고려청자 전시실은 관람객들의 ‘정체현상’이 가장 심한 곳이다. 사방이 온통 비취색인 이곳에서 사람들은 걸음을 옮길 생각을 잠시 잊게 된다. 또 국보와 보물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에 메모하는 학생들의 손놀림도 빨라진다. 비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진열된 어느 것 하나 국보·보물 아닌 것이 없을 듯한데, 그 가운데서도 국보가 있고 보물이 있는 것을 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절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1층부터 차례로 관람하면서 올라왔다면 3층이 마지막 장소다. 특히 조선백자들이 전시된 305호를 마지막으로 관람하게 된다면, 어수선하게 관람했던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차분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손목없는 부처님…왜? “엄마, 왜 부처님 손이 없어요?” 3층을 관람하면서 엄마들이 아이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301호에 마련된 불교조각 전시실에는 많은 불상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 가운데 3개 철조불좌상의 양 손목이 없다. 공교롭게도 ‘손목 없는 불상’3개 모두 철로 만들어졌으며 앉아 있는 자세도 비슷하다. 첫번째 ‘손목 없는 불상’은 301호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볼 수 있다. 약 2m크기이며 통일신라 시대인 8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것으로 충남 서산군 운산면에서 출토된 철조불좌상이다. 두번째는 충남 서산군 보원사 터에서 출토 된 것으로 11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것이며, 세번째는 10세기에 만들어져 경기 포천군에서 출토된 철조불좌상이다. ‘손목 없는 불상’에 대해 불상 전문가인 홍익대 김리나 교수는 “불상의 손목은 다른 곳에 비해 가늘고 몸체에서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유실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누군가 고의로 잘랐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불상의 손 모양새(손갖춤)는 부처나 보살이 깨달은 중생 구제의 소원을 밖으로 표시하기 위해 짓는 것으로 부처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수목공원·공연장…가족나들이 ‘딱’이네 “박물관도 즐기고 공원 나들이도 하세요.” 박물관은 자칫 아이들에게는 딱딱하게만 느껴질 수 있다. 유물에 서려 있는 유구한 한민족의 역사를 공감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은 그런 염려를 덜어도 될 것 같다.‘거울못’과 10만그루의 수목 등 다양한 자연 환경이 박물관 주위로 넓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과 공연장도 갖추고 있다. 박물관을 싫어하는 아이도, 박물관을 구경하고 싶은 어른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연못·폭포·정원·식물원 등 눈길 박물관 바로 앞에는 도심 공원이 펼쳐져 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울못’이다. 거울못은 지름만 150m에 달하는 인공연못이다. 박물관을 설계한 정림건축 박승홍 건축가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다. 박물관에 들어섰을 때 맨 처음 만나게 된다. 거울못은 성벽 모양을 한 박물관을 비추는 거울이다. 모든 물들이 한데로 모이는 저수지이자 통일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연못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연못과 박물관 정문 사이에는 언덕이 하나 있다. 박물관 정문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의 그림자가 연못에 비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박물관은 겨울에는 거울못이 얼면 야외 스케이트장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열린마당’은 박물관 중심에 시원하게 배치된 수목 공원이다. 한옥의 대청마루에 해당한다.10만 그루의 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는 보물 2호 보신각종, 보물 365호 흥법사 진공대사탑 및 석관 등이 숨어 있다. 박물관이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사람들이 공부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하는 설계가의 바람이 담겼다. 박물관 왼편으로 석조물정원, 어울마당, 미르폭포 등 다양한 녹지 공간이 펼쳐져 있다. 박물관 뒤편에도 크지는 않지만 녹음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전통염료식물원에서는 개암나무, 씀바귀 등이 재배된다. 그 옆으로는 의자와 잔디밭 등이 펼쳐져 있어 가을 햇살을 받으며 도시락을 먹기에 그만이다. ●뮤지컬 즐기고 도서관서 책도 보고 박물관에는 공연장과 도서관 등 다양한 문화 시설도 갖추고 있다. 전문 공연장 ‘용’은 805석짜리 중극장이다. 서관에 있다. 박물관 안 공연장으로는 국내 최초다. 클래식,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무대에 올릴 수 있다. 공연도 연말까지 계속 이어진다. 지난달에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심청’과 금난새·정명화의 공연이 열렸다.4일부터 페리아 뮤지카의 ‘나비의 현기증’, 연극 ‘이’, 뮤지컬 ‘러브 다이어리’ 등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장점은 1층에 8석의 장애인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휠체어로 들어와서 옮겨 앉지 않고 그대로 관람할 수 있다. 다만 회전무대 등 무대시설이 부족하고 완벽한 음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흠이다. 지적인 관람객들이라면 서관 4층에 있는 도서관이 제격이다. 고고학·미술사학·역사학 전문 도서관이다.9만여권의 장서와 600여점의 디지털 자료를 갖추고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환갑을 맞았다. 그러나 한 번도 ‘제 집’을 갖지 못했다. 무려 6차례나 이삿짐을 꾸려야 했다.60년 동안 타의에 의해 ‘역마살’에 시달렸다. 전쟁과 문화 홀대의 역사를 아프게 말해주는 대목이다. 국립박물관은 광복이 된 1945년 12월 경복궁 내 건물에서 정식 개관했다. 그러나 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중요 유물 2만여점은 부산대학교 박물관 등으로 전전해야 했다. ‘전세방 처지’는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53년 피란생활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와 남산 분관에 자리잡았다가 55년 덕수궁 석조전에 이어 72년에는 경복궁 현 국립민속박물관 건물로 이전했다. 86년 박물관은 옛 중앙청 건물로 네번째 이사를 갔다. 그러나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다는 게 문제가 됐다. 결국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96년 경복궁 사회교육원 건물로 옮겨가 지난해까지 임시 거처로 사용했다.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은 환갑이 돼서야 제대로 된 보금자리를 마련한 셈이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교통편 ●지하철 용산∼회기 국철과 지하철 4호선 이촌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정문까지 걸어서 100m도 안 된다. 박물관 입구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10분 거리다. ●버스 버스도 비교적 편리하다. 초록버스 0211번(보광동∼옥수동)이나 빨강버스 9502번(의왕 고천∼신세계백화점)을 타면 된다. 용산가족공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광화문에서 출발하는 서울시티투어버스(도심순환코스)를 타도 바로 도착할 수 있다. ●승용차 서문으로 입장하면 된다. 주차료는 2시간에 소형차 2000원, 대형차 4000원이다.30분당 각각 500원,1000원의 추가 요금이 부과된다. 단 종일 주차는 각각 1만원,2만원이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개관 초기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훨씬 편리하다. ◆관람료 올해 말까지 무료다. 그러나 매표소에서 무료관람권을 발급받아야만 입장할 수 있다. 관람질서 유지와 이용객 안전 등을 위해서다. 내년부터는 성인(19∼64세) 2000원, 청소년(7∼18세) 100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20인 이상 단체는 성인 1500원, 청소년 500원이다.1주일 전에 인터넷으로 신청해야 한다. 어린이박물관도 7∼64세까지 500원을 받는다. 6세 이하와 65세 이상은 돈을 안 내도 된다. 그리고 매달 넷째 토요일과 관람 시간 종료 1시간 전부터도 무료 입장할 수 있다. 국빈이나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장애인 등도 무료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립중앙박물관과 연계된 문화 기관 17곳 가운데 5곳을 이용하면 무료관람이 가능하다. ◆관람시간·입장제한 평일은 오전 9시∼오후 6시,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9시∼오후 7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매표는 관람시간 종료 1시간 전까지 한다. 휴관일은 1월1일과 매주 월요일이다. 최대 3000명이 동시 입장할 수 있다. 하루 최대 허용인원은 1만 8000명이다. 어린이박물관은 더 경쟁이 치열하다. 오전 9시부터 1시간30분 단위로 150명만 들어갈 수 있다. 평일에도 오전 일찍 가지 않으면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관람 유의사항·편의시설 이용법 박물관 안은 당연히 금연지역이다. 음식물이나 애완동물과 함께 들어와도 안 된다. 다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은 출입할 수 있다. 전시실에 들어가기 전에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돌려 놓는 것은 상식이다. 전화 통화로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싫다면 차라리 전화 전원을 꺼 놓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유물과 작품의 사진을 찍을 수는 있다. 그러나 플래시를 터뜨리거나 삼각대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 몰지각한 행동은 삼가야 한다. 상업적 용도의 촬영도 금지돼 있다. 박물관 입장료는 유물을 관람하는 값이다.1000원짜리 두 장 냈다고 제것처럼 만지면 안 된다. 혹시 아이들이 제집처럼 뛰어다니거나 유물을 손대면 따끔하게 혼을 내자. 편의시설도 꽤 갖춰져 있다. 유아나 노약자, 장애인은 유모차와 휠체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물품보관함도 있어 가방 등을 넣어둘 수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PDA·MP3플레이어 이용하세요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 최대의 최첨단 IT(정보기술) 박물관을 자랑한다. 설비시설은 물론 박물관 관리에 최신 IT 기술을 접목시켰다. 무엇보다 PDA와 MP3 플레이어 등 개인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더욱 편리하고 상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박물관은 모바일 안내 시스템을 도입했다.PDA와 MP3를 갖고 전시품 앞에 서면 단말기가 전시품 위 적외선 발생장치와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후 관람객들에게 화상과 음성으로 전시물에 대해 안내를 해 준다. 지난해 리움박물관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 사용법도 비교적 간단하다.PDA를 켜면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언어 선택 화면이 뜬다. 이후 각각의 박물관 전시실과 관람 코스가 안내된다. 전시실이나 코스를 따라 돌기만 하면 된다. 또 세계 최초로 박물관 네비게이터 기능도 갖췄다. 관람객의 현재 위치를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MP3 플레이어도 유물 소개는 PDA와 마찬가지다. 다만 네비게이션만 안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현재 PDA 300대,MP3 400대를 갖추고 있다. 현장에서는 각각 100대 이하만 선착순 대여하고 나머지는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한다. 그러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터라 오전 10시만 되면 바로 동이난다. 대여료는 종일 PDA 3000원,MP3 플레이어 1000원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시론] 북관대첩비 귀환, 그 후/초산 스님 한일불교복지협회장

    [시론] 북관대첩비 귀환, 그 후/초산 스님 한일불교복지협회장

    인연?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며, 우주의 섭리인 것이다. 북관대첩비는 나의 길, 나의 생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6년이라는 긴 세월을 하루같이 힘차게 살아온 것이다. 나는 북관, 즉 함경도 출신이다. 마지막 나의 인생을 고향을 위해, 고향산천의 위대한 조상의 고귀한 넋을 고향 하늘에 편히 모셔야 한다는 충정 어린 일념으로 내달린 세월 속에 일본, 북한, 중국땅을 마치 의병처럼 힘차게 뛰어다녔다. 오로지 북관대첩비를 찾아와야 한다고 원력을 세운 것이다. 그 지나온 최근 과정은 이러하다. 지난 3월1일 일본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해 신사 책임자 궁사 난부 도시아키를 만났다. 남과 북이 공동합의해 반환을 요청하면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얻어냈으며 이후 북측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과 3월28일 베이징에서 만나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나는 북측 조불련 부위원장 심상진 대선사에게 다시 한번 피 토하는 심정으로 간청했다. 이 소중한 합의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북측 당국의 지지성명을 방송과 언론에서 크게 발표해야 북관대첩비를 일본으로부터 모셔올 수 있다는 사정이었다. 그래서인지 4월12일자로 평양방송과 통일신보, 그리고 인터넷 ‘우리 민족끼리’ 홈페이지 등에 그 사연이 크게 발표됐다. 그리고 4월28일 한국주재 일본 대사관을 경유, 일본정부 고이즈미 총리, 마치무라 외상 앞으로 ‘북관대첩비 반환에 대한 요청’(북대제 2005-10325호)을 공식 제출했다. 이것이 민간외교 승리의 단초가 된 것이다. 나는 시작부터 정치적 외교의 부당성을 강력히 주장했었다. 그래서 정부 주도형의 한·일 및 남북 공동협의는 이루지 못하고 결국 민간주도의 성공적 신화가 이뤄진 것이다. 그간의 어려움이라면 정부와의 불협화음이었다. 말하자면 정부는 민간주도의 방향성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억지를 부린 것이다. 때문에 의로운 일에 목숨을 걸었건만 주위의 냉소 속에서 고군분투해야만 했다.“나의 이력서는 첫째 세상글 없어 무식, 둘째 스님이니까 알거지, 셋째 재산이 뭣꼬?, 하는 일 북관대첩비가 전부”라고 남과 북에 외치며 다녔다. 어찌 됐든 북관대첩비는 지난 20일 오후 4시12분 인천공항에 안착, 드디어 100년만에 조국의 품안에 무사히 돌아왔다. 이 역사적인 감격은 8000만 우리 민족의 영광이다. 그 누구만의 노력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 민도 관도 아닌 것이다. 만약 논공행상을 굳이 따지려 한다면 100년동안 잊고 살아온 민족적 수치와, 그 죄를 누가 어떻게 받아야 할 것인가를 오직 묻고 싶다. 막상 북관대첩비가 돌아오니 마치 일등공신인 양 얼굴 들고 말하는 얌체 무리 속에 내 자신이 섞여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부끄러워 몸둘 곳을 몰랐다. 지난 21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고유제 직후 나는 내 뜻을 분명히 밝혔다. 무릇 인간사는 고된 하루 일을 마치면 손 씻고 발 닦고 제자리에 돌아가 편히 쉬는 것이다. 나는 이제야 일을 마쳤으니 수행자의 본분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후로는 북관대첩비를 빙자한 정치적 빛깔에는 일체 동참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소신을 밝혔다. 희수를 맞아 초산시집을 엮었다. 그 속에 한 구절을 뇌면서 세상 잡담을 거두려 한다. 내 인생 / 무식하고 돈 없는 거지여 만난 사람 / 박사, 장관, 별들이 / 우글거린다 그 속에 / 사람은 간데 없고 / 도깨비 탈만 보이니 풍요로운 태양빛 / 건강한 땅 위에 / 이 어인 조화인고? 알음알이 없는 빈 그릇이 / 큰 도를 이루리라고 모두 버리고 비워 / 찬란한 우주의 빛 품어야 참 삶이 / 거기에 있음인데… 초산 스님 한일불교복지협회장
  • 벼룩시장 시간여행

    벼룩시장 시간여행

    ‘우리 아버지는 고물상, 아버지 직업란엔 철강업이라고 썼지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던 아버님의 그 어깨위에 짐만 아니라 사랑이 가득했다는 사실은 다 자라서야 알았지 뭡니까.’ 어떤 이는 이렇게 털어놓습니다. 너나없이 어려웠을 때, 버려진 것들을 주워다 식구를 돌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벼룩시장 사람들이지요. 벼룩이 들끓을 것 같다고 해서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이름이 붙여진 곳. 그러나 오래 묵은 것들이 다른 손에 쥐어져 값지게 쓰이기도 하고, 없이 사는 이들에겐 아직도 입에 풀칠을 하게 해주는 삶의 터전이랍니다. 더욱이 감춰진 보물을 뜻밖에 건질 수도 있다니…. 안방을 밝힐 옛 호롱불은 어떻습니까. 이삿짐을 싸면서 버린 당신의 손때 묻은 지갑이 굴러다니다 그곳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물(萬物)이 숨쉬는 벼룩시장으로 시간여행을 한번 떠나봅니다. 글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동대문풍물시장 916명 옹기종기 “아∼따 참말로, 교통사고(?) 날 뻔했지 뭐여.”“그건 그렇고 하루종일 돌아도 다 못 보겄네.” 16일 오후 6시30분, 서울 동대문풍물시장. 청계천 쪽으로 난 북문(北門)에서 걸쭉한 사투리가 들렸다. 발 디딜 틈도 없는 장터에서 앞뒤를 살피지 못해 한 여성과 부딪칠 뻔한 사내와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고 할 만큼 신기한 물건에 넋을 잃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 데 뒤섞여 왁자지껄하다. 주소는 서울 중구 을지로7가 1, 흥인문로 35.‘동대문시장에는 동대문(흥인지문=종로구 숭인동)이 없다.’는 말처럼 중구인 데도 여전히 흥인문로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동대문운동장 옛 축구장에 자리한 동대문풍물시장은 하루 벌이에 울고 웃는 ‘가지지 못한 사람’ 916명이 아린 가슴으로 모여든 곳이다. 청계천 때문에 한가닥 꿈을 품었다가, 청계천 때문에 절망의 한숨을 내쉬어야 했던 옛 청계천변 황학동 노점상들이다. 거대한 천막 아래 풍물시장에 들어서자 ‘춘자야 보∼고 싶구나’라는, 시쳇말로 관광버스 가요가 흘러나왔다. 시끌 벅적하게 온갖 소리가 뒤섞여도 누구 하나 간섭하지 않는다. 시골 장터에서나 볼 수 있는 정겨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육교××’란 상호는 청계고가도로가 철거되기 전 육교에 있던 노점상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난다. 청계천 복원공사와 함께 차례로 설 땅을 잃은 청계7∼8가 노점상들은 2003년 11월부터 운동장으로 하나둘씩 옮겨 왔다. 그리고 지난해 1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1926년 준공돼 우리나라 경기장으로선 원조인 동대문운동장의 역사를 살리고, 세계적인 황학동 벼룩시장의 명성을 이어가자는 데 노점상들과 서울시가 뜻을 모았다. 운동장 본부석엔 ‘선수는 경기질서, 관중은 관람질서’라는 글이 남아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멈춰선 전광판 시계에서 이곳에선 시간마저 정지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옛 황학동 노점들은 본부석 앞만 빼고 트랙을 둘러싼 ‘U’자 모양으로 들어서 있다. 노점상들은 풍물시장의 변화가 미흡하긴 하지만 새 삶의 터전인 만큼 기대감에 들뜬 모습이다. 허리띠를 판매하는 고광전(46)씨는 “고향인 충남 금산에서 올라와 청계천변에 노점이 들어설 무렵인 84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탱크 말고는 다 있다던 벼룩시장의 원조 그는 이어 “당시는 사회정화 깃발을 내건 군사정권 아래여서 ‘묻지마 단속반’이 심심하면 들이닥쳤다.”면서 “보따리를 메고 도망쳤다가 나오는 숨바꼭질 시절에 비하면 얼마나 좋아졌는지 모른다.”고 웃었다. “친구야, 오늘 나 명함 팠다. 기분 째지네. 우리 커피나 한잔 할까.” 오디오, 비디오,TV,DVD 등 중고 전자제품을 파는 정복일(48)씨는 이웃한 상인과 이런 말로 바쁘게 움직였다.‘동대문풍물시장 아무개’라는 명함을 새로 만들어 마음가짐도 새로워졌다는 순박한 맘씨가 엿보였다. 하루 매출이 10만∼20만원대인 상인도 제법 많다. 그러나 서민들을 더 힘겹게 만드는 경제난은 이들에게도 어김없이 들이닥쳤다.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기대에는 못미치고 있다. 청계천 삼일아파트 21동 앞 도로변에서 옮겨 왔다는 잡화상 이철우(68)씨는 “장사한 지 8년째 접어들었는데 자식들이 학업을 마치는 데 밑천은 됐다.”면서 “그런데 평일 7000∼8000원, 많으면 3만∼4만원어치를 팔고 땡친 뒤 휴일에 충당할까 말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아무래도 사람이 몰려야 팔리든지 말든지 하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면서도 “90년대 말 IMF 땐 국가가 나서서 어려움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실제 밑바닥 경제가 더 나쁜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입을 다셨다. 나이가 지긋한 한 고객은 “자주 오는 편인데 아들, 며느리에게 용돈 2000∼3000원 달라고 손을 내밀기도 어렵다.”고 거들었다. 차량들은 풍물시장을 쉴새없이 오갔다.544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은 30분 기본요금이 2000원,10분에 500원을 추가로 받는다. 운동장 뒤편에는 90대 규모의 부설 주차장도 있다.500번과 507번 간선버스의 주차장도 품었다. 청계천 물길을 구경하다가 중간쯤에 놓인 오간수교 옆 계단을 타고 동대문상가 쪽으로 올라오면 풍물시장을 만나게 된다. ●‘인정, 재미, 음식’ 3가지 맛의 어울림 중간쯤에서 ‘골프공 10개 2000원, 가격 절충’이라는 글씨가 적힌 노점과 마주쳤다.1개 200원도 비싸다면 얼마든지 흥정할 수 있다는 얘기이니 단연 눈길을 끈다. 옛 호롱불부터 심지어 요강까지 품목을 대라면 노점들 대표도 고개를 내저을 정도로 다양하다. 꼼꼼히 살펴보면 다른 데라면 엄두도 못낼 가격으로 숨겨진 보물을 건질 수도 있다. 보물을 찾으려면 워낙 물건이 많아 시간을 들여야 한다. 정치개혁론에 휩쓸려 적어도 겉으로는 자취를 감춘 정당 지구당위원장의 검정색 명패, 명문 고등학교 졸업기념 앨범, 녹슨 못 꾸러미, 먼 옛날의 향수를 자극하는 골동품, 때가 꼬질꼬질하게 묻은 헌 가죽옷과 구두, 미제 전투식량인 시레이션, 재킷이 누렇게 변한 LP판 등이 수북이 쌓여 있다. 값은 ‘대한민국 최저가’라고 뽐낸다. 면양말 열 켤레 500원, 자동 허리띠 3000∼5000원 등등….‘도둑 맞고 후회 말고 자동경보기 설치하자.’는 글을 읽고 있자니 누군가 “3000원이라예∼.”라며 소리쳤다. 오후 7시가 되자 어디선가 스피커를 통해 노래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처음엔 녹음기를 틀어놨나 했더니 “다음 불러드릴 노래는….”이라는 말이 ‘생’으로 들려왔다. 통기타 가수를 초청한 라이브 무대가 펼쳐진 것이다. 바로 옆 포장마차에 있던 손님들까지 “공짜로 들으니 더 좋당께.”라고 사투리를 섞어가며 덩실덩실 춤까지 추자 분위기는 단숨에 달아올랐다. 비단 가수를 부른 가게뿐 아니라 다른 가게를 찾아온 손님도 즐길 수 있으니 풍물시장 전체의 무대인 셈이다. 메추리, 고갈비(고등어 구이), 곱창볶음, 비빔국수 등 온갖 음식을 값싸게 파는 포장마차가 총집합했다. 이 또한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장사하다 옮겨온 노점들이다. 이처럼 갑자기 둥지를 잃게 되면서 절망도 했지만 청계천 복원으로 손님이 밀려드는 등 변화에 발맞추려는 상인들의 몸부림은 금세 읽혀진다. 라이브 공연을 지켜보던 이세연(46)씨는 “아이들이 쓸 스포츠 장갑 두 켤레를 1만원 주고 샀다가 노래가 좋아 앉았는데, 맥주 2병과 안주 하나에 1만 8000원을 써 배보다 배꼽이 커졌다.”며 활짝 웃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상인들이 먼저 변화모습 보이고 홍보 강화·편의시설 확충 바람직 “황학동 이름에 걸맞으려면 많이 달라져야 합니다. 물론 상인들 스스로 먼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죠.” 동대문풍물시장 상인들의 ‘심부름꾼’을 자처하는 한기석(51) 자치위원장은 17일 “청계8가 성동기계공고 담벼락에서 장사를 하다 자리를 옮겼는데, 때마침 청계천 복원으로 활로를 찾으려다 보니 24시간이 모자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가 당초 약속했던 것들이 대부분 지켜졌지만 당장 하루살이가 걱정인 상인들이 생각하기에는 여전히 고쳐야 할 점이 많다. 차근차근 살펴보기엔 너무나 급한 나머지 마음이 앞선 이들을 다독거리는 것도 쉽지 않다. 다행히 수도·전기 등 영업을 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은 갖췄다. 홍보 문제를 첫 손가락에 꼽았다. 세계적인 명소 노릇을 하려면 앞서야 할 부문이라고 강조한다. 예컨대 인천국제공항과 같은 곳에 풍물시장을 알리는 책자나 안내판이라도 들여 놓자는 것이다. 흩어져 있을 때에 비하면 하나의 단지로 꾸며져 알려지기만 하면 사람들이 몰려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꼭 그렇지도 않단다. 일부러 알고 찾아오지 않으면 접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화장실·쉼터 등 편의시설 확충과 풍물시장 건축물 정비를 들었다. 이에 따라 용역을 의뢰해 웰빙 시대에 알맞는 운동장 안팎의 디자인을 만들었다. 유서가 깊은 운동장을 재활용했다는 장점을 살렸다. 청계천 쪽에서도 눈에 띄도록 산뜻하고 도심 분위기에 어울리는 이미지 통합 작업을 추진한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서울시가 운동장을 공원 등으로 재개발한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상인들은 “머리에 담아두지도, 그럴 여유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좌판 규격화, 정직하게 판매하기 등 찾아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자는 결의와 매월 노숙자·노인들을 위해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등 나름대로 사회공헌에도 노력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담당 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처음부터 새로 협의해야 하는 등 무성의 때문에 심하게 다툰 적도 여러번 있었다.”면서 “세계적인 풍물시장을 육성한다면서 어두침침해 발을 들여놓기 두려운 곳으로 남겨두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황학동 벼룩시장 옛터에선? 황학동 벼룩시장은 1950년대 초부터 고물상들이 모인 곳이다. 도깨비처럼 낡고 희한한 물건들을 팔고, 사람들이 어두워지면 거짓말같이 사라진다고 ‘도깨비 시장’으로 불렀다. 그러다 73년 청계천 복개공사가 끝나 그럴 듯하게 좌판을 깔 수 있는 콘크리트 길이 들어서면서 중흥기(?)를 맞는다. 황학동 벼룩시장이 워낙 알려져 사람들은 아직도 옛 청계천변에 자리한 줄로만 알고 기웃거리기도 한다. 새물맞이로 주가가 껑충 뛴 청계천은 그러나 상인들에게 달갑잖은 변화를 가져다줬다. 지금 청계7∼8가에는 위층 주거공간이 헐리고 상가만 남은 삼일아파트 13∼23동 1층에 100여개 점포가 명맥을 잇고 있다. 다산교∼영도교∼황학교 구간으로,18동부터는 기계 전문상가여서 벼룩시장과는 거리가 멀다. 의류를 취급하는 천모(42)씨는 “청계천이 복원돼 난리이지만 우리는 쫄땅 망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사람들이 다들 물이 가까운 아래쪽만 다닌다.”면서 “봐야 뭘 사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를 말하듯 셔터를 내리고 ‘폐업 정리’‘창고정리 대방출’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거나 간판과 달리 중고물품 등을 취급하는 가게가 더러 눈에 띄었다. 다른 상인은 “청계천 구경꾼들이 아무래도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곁들여진 동대문상가 쪽으로 몰릴 것”이라고 비관 섞인 말을 털어놓았다.“그러잖아도 (재개발로) 올해 안으로, 길어야 1년 안에 우리는 짤린다.”고 덧붙였다. 그의 등 뒤로 레미콘트럭들이 올 11월 분양 예정인 ‘××캐슬’ 공사장을 줄지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반면 ‘청계천도 식후경’이라나. 음식을 파는 업소들은 바빠졌다. 중앙시장으로 가는 길목에는 곱창집 20여곳이 공사장 차단벽에 기대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건너편 종로구 쪽의 한 상인은 “꽤 알려진 편이지만 청계천 공사 땐 너무 장사가 안돼 걱정했다.”면서 “평일에도 등산객 등이 찾아와 자리가 모자랄 정도”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서도 ‘이전 예정’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내걸어 훗날을 기약하지 못하는 듯했다. 옆에는 ‘노점 및 노상 적치물 정비-근절 때까지’라는 현수막이 마지막 몇몇 노점들의 내일을 알려주고 있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동대문풍물시장 가는 길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6번 출구 #4호선 동대문역 7번 출구 #2,4,5호선 동대문운동장역 1번 출구 ▶버스 #파랑색 간선 = 500,507번(풍물시장 직행) 101,105,106,144,301,302번 #초록색 지선=0013,0212,1014,1017,2012,2014번 #노랑색 순환=01,02번 #빨강색 광역=9403번 ▶승용차 #잠실 방면 잠실역→올림픽대로→동호대교→금화터널→장충체육관 네거리 우회전→광희동 네거리→을지로7가 네거리→동대문운동장 #상계 방면 노원역→창동교→동부간선도로(성수 방향)→군자교→장한평역→답십리역→신답지하차도→청계9가로→청계7가 좌회전→성동공고 앞 우회전→기동경찰 네거리 좌회전→을지로7가 네거리 우회전→동대문운동장
  • [주말엔 뭘 보러갈까]

    연극 ■ 왕세자 실종사건 조선 왕세자 실종사건을 둘러싼 기묘한 추리극.‘죽도록 달린다’에서 시·공간의 자유로운 활용과 시청각적 상상력의 확장을 보여준 신예 한아름 작가와 서재형 연출가 콤비의 신작. 홍성경 장우진 구혜령 출연.(02)580-1300. ■ 돼지사냥 30일까지 정동극장. 도망간 씨돼지를 잡으려는 마을주민과 탈옥수 ‘돼지’를 찾아나선 비밀수사관이 뒤엉켜 펼치는 블랙코미디. 이상우 작·문원섭 연출, 이성민 윤상화 출연.(02)751-1943. ■ 빨간 도깨비 13∼16일 아르코소극장. 해안가에 표류한 한 남자가 마을 사람들로부터 ‘빨간 도비’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현대 일본연극 대표주자인 극작가 겸 배우 노데 히데키의 한·일 합작공연. 최광일 오용 출연.(02)766-0228. ■ 은하궁전의 축제 16일까지 아룽구지극장. 은하궁전아파트 조성을 기념하는 축제기간중 성폭행 미수사건이 일어나면서 마을 주민들은 갈등을 빚는데…. 배봉기 작·박정희 연출, 이영석 박경근 출연.(02)744-0300.어린이 뮤지컬 ■ 불의검 23일까지 국립극장해오름극장.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전사 아사와 그를 위해 불의 검을 만든 아라의 순애보가 아름다운 선율로 펼쳐진다. 만화가 김혜린의 동명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 박일규 연출, 김대성 최완희 작곡, 이소정 임태경 출연.1588-7890. ■ 넌센스 잼보리 무기한 충무아트홀소극장. 네명의 수녀님과 한명의 신부님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코믹극. 현경석 연출, 이태원 전수경 출연.(02)766-8551. ■ 죽은 시인의 사회 11월31일까지 알과핵 소극장 참스승의 모습을 일깨우준 감동의 영화를 뮤지컬로 각색. 톰 슐만 작·송형종 연출, 지석우 정인숙 출연.(02)762-0810. ■ 그녀만의 축복 11월6일까지 코엑스아트홀. 뮤지컬 배우 김선경의 1인7역 모노극. 김은미 작·이용균 연출.(02)545-7302. ■ 뮤직 인 마이 하트 23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 귀여운 노처녀 희곡작가의 꽃미남 애인 만들기 작전. 성재준 연출, 원미솔 작곡. 이민아 장재혁 출연.(02)745-8288. 미술 ■ 김영원 조각전 30일까지 성곡미술관. 삶과 존재에 대한 고뇌를 담은 홍대 미대 김영원 교수의 조각에서는 공간성과 시간성을 배제시킨 인체의 모습이 등장한다. 입체와 평면이 한 작품에서 교차하는 그의 작품은 40여년 작업끝에 찾아낸 결실.(02)737-7650. ■ 류경재전 류경재 화백의 작고 10주기를 기념하는 전시회. 자연을 가득 담은 그의 작품에서 꿈틀대는 ‘희망’을 느낄 수 있다.30일까지 금호미술관. (02)720-5114. ■ 송규태전 40여년 간 민화에 온 열정을 쏟아온 송 화백의 작품활동을 정리하는 전시회. 익살과 재치가 가득 담긴 소박하고 진솔한 민화에서부터 독립기념관에 소장된 고분벽화와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된 동궐도와 같은 궁중화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품활동을 선보인다.18일까지 인사동 공화랑.(02)735-9938. ■ 정복수전 절단된 신체의 미학을 보여주는 회화, 드로잉, 입체작품 100여점 전시. 현대사회에서 몸이 주는 의미를 되새겨 보는 동시에 현대사회의 폭력성과 인간의 잔인함을 조망한다. 안국동 사비나미술관.(02)736-4371. 클래식 ■ 장영주 런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 19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매혹적인 바이올린의 요정 장영주는 금세기 최고의 거장 쿠르트 마주어가 이끄는 세계 정상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공연.(031)729-5615. ■ 김남윤 & 임종필의 프렌치 두오 콘서트. 14일 금호아트홀(02)6303-1915. ■ 길버트 카플란의 말러교향곡 2번 공연. 15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031)729-5615. ■ 러시아 볼쇼이합창단 공연. 17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02)2187-6222. ■ 히로시마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 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2662-3806. 어린이 ■ 목각인형콘서트 23일까지 연우소극장. 은행나무로 깎은 목각인형과 함께 떠나는 시간여행.(02)744-5701. ■ 노누메기 12월31일까지 손가락놀이극장. 이솝우화로 배우는 어린이경제놀이 연극.(02)747-2777.
  • 서울국제예술제 참가 日연출가 노다 히데키

    서울국제예술제 참가 日연출가 노다 히데키

    막바지에 접어든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남은 공연작 가운데 최대 화제작은 일본 연출가 노다 히데키(50)의 ‘빨간 도깨비’다. 노다 히데키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출가 중 한명이다. 올해 일본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사히연극대상과 요미우리연극상을 모두 석권하는 등 평단의 신뢰를 받을 뿐만 아니라 공연마다 전석매진을 기록하는 등 관객의 뜨거운 사랑까지 받고 있다. ‘빨간 도깨비’는 1996년 초연 이후 태국(1999), 영국(2002)공연을 거치며 그의 대표작으로 떠오른 작품. 해외 공연마다 그 나라 배우들과 작업해온 전례대로 이번 공연은 한국 배우들과 함께 ‘한국 버전’으로 만들었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그는 “한국 배우들은 굉장히 성실하고 진지한 것 같다.”고 평한 뒤 “영국이나 태국 배우들과 작업할 때는 일본 배우와 다른 점이 너무 두드러져 같은 점을 찾는 게 관건이었는데 한국은 워낙 비슷한 점이 많아 다른 점을 찾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연극은 해안가에 표류한 한 남자가 마을 사람들로부터 ‘빨간 도깨비’로 몰리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우화적으로 묘사한 작품. 타인에 대한 몰이해와 의사소통 부재라는 현대사회의 폐해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일본 남단 오키나와 인근 섬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묵었던 여관의 여주인이 외지인이라는 이유로 주민들과 섞이지 못하는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극의 모티브를 설명했다. 극작가, 연출가 외에 배우로도 활동중인 그는 해외에서 이 작품을 공연할 때마다 늘 도깨비역으로 직접 출연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통역을 거쳐 배우들과 대화하는 것보다 연출가가 몸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서로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고, 외국에선 스스로가 ‘빨간 도깨비’가 된 듯한 느낌을 갖기 때문이란다. 이번 공연에선 두 차례의 공개오디션에서 선발된 세 배우가 함께 무대에 선다. 최광일은 마을 건달청년 미즈카네, 오용은 머리가 모자란 오빠 ‘톰비’, 최수현은 ‘빨간 도깨비’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그 여자’역을 맡았다. 그는 “나와 다른 존재를 동화시키려 하기보다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 건강한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말로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공연은 13일부터 1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02)747-5161.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책꽂이]

    |실용경제|●피터 드러커,CEO의 8가지 덕목(피터 드러커 외 지음, 이수영 옮김, 시대의 창 펴냄)피터 드러커 등 경영전문가들의 보수적 가치와 효율성에 관한 16개 경제 에세이. 경영 이론가 피터의 경영철학및 사상을 보수주의적 관점에서 연구한 내용.1만5000원.●참을 수 없는 유혹 야식(켈리 앨리슨·앨버트 스턴카드·사라 티어 지음, 임경아 옮김, 루비박스펴냄)비만과 질병의 주범 야식에 대한 경고서. 저녁 7시 이후에 습관적으로 먹는 야식은 일종의 병이라는 주장.1만원.●아름다운 집념(한미자 지음, 눌와 펴냄)태평양 창업주인 고 서성환 회장의 차에 대한 사랑이야기. 우리 차 문화 부활을 위해 노력한 한 기업인의 차와 함께 인생이 담겨 있다.1만8000원.●남자 나이 50(홀거 라이너스 지음, 김용현 옮김, 한스 미디어 펴냄)50대 남성들의 인생 설계서. 비전, 가족, 정치, 종교, 죽음 등을 성찰하는 50대 남성의 인생과 철학 이야기.1만원.●교양경제학(고무로 나오키 지음, 김정환 옮김, 시아펴냄)세계 경제를 움직인 경제학 거장들을 살펴보는 경제학서. 수많은 경제이론이 어떻게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고 사려졌는지 흥미진진하게 서술해 놓았다.1만1000원.●헬스의 거짓말(지나 콜라타 지음, 김은영 옮김, 사이언스 북스펴냄)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가져다 준다는 운동에 대한 검증서. 헬스클럽에서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이 골다공증을 예방해주는지 스포츠 과학계의 논란 소개.1만3000원.|유아·아동|●배나무 할아버지(테오도어 폰타네 글, 논니 호그로기안 그림, 유혜자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맛있는 배를 나눠주던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무덤가에 돋아난 배나무에 다시 배가 주렁주렁 열려 모두가 흐뭇해진다는 이야기. 목판화 그림이 따뜻하고도 깊은 맛이 있다.4∼7세.7500원.●붕부웅∼(조너선 에밋 글, 크리스티언 폭스 그림, 염현숙 옮김, 문학동네어린이 펴냄) 책장을 펼칠 때마다 자동차, 기차, 로켓, 비행기 등 탈것들이 튀어나오는 재미있는 팝업북. 구조물이 이전의 팝업북들보다 훨씬 정교해진 느낌이다.3세 이상.1만8000원.|초등·청소년|●조선사 이야기(전3권)(박영규 글, 최상규 그림, 주니어김영사 펴냄)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의 저자 박영규가 초등생들을 위해 쓴 역사책. 조선왕조 역사를 3권에 나눠, 기존의 어린이 역사책들이 간과했던 역사용어와 사건들을 정확히 설명하는 데 중점을 뒀다. 초등고학년. 각권 9500원.●벼락맞아 살판났네(조장희 글, 박요한 그림, 효리원 펴냄) 전국도깨비대회에 참가해 낮도깨비, 더벅머리 도깨비, 등불 도깨비 등을 만난 주인공. 도깨비들은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와 TV에 빠져 우리들에겐 도무지 관심이 없다.”고 불평하고, 어린이들에게 전해달라며 자신들의 재미난 경험을 얘기해주는데…. 초등고학년.8500원.
  • [서울이야기(24)] 문화로 청계천 읽기

    [서울이야기(24)] 문화로 청계천 읽기

    ●문화로 가득찬 청계천 “눈부신 햇살이 아름다운 거리에/오고가는 사람들 흥겹게 노래한다./사랑하는 사람들이 여기모여 웃음꽃 피우네./푸른 가로수 길가에는 그대 희망찬 발걸음이/불빛 가득찬 청계천에 우리의 소망이 피었네.” 조용필이 부른 ‘청계천’의 모습이다. 눈부신 햇살과 불빛, 푸른 물과 가로수, 아름다운 다리가 있는 청계천, 그곳엔 흥겹게 노래하고 웃음꽃 피우며, 꿈과 희망과 소망을 일구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사랑과 기쁨과 미소가 충만해 있다. 청계천은 아름다운 물리적 공간뿐만 아니라, 다리에 얽힌 역사가 있고, 미소와 기쁨을 자아내는 예술이 있으며, 꿈을 일구고 흥겹게 즐기는 사람들의 삶이 있다. 이러한 청계천은 어느 한 사람이 만든 사유물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함께 참여해 만들고 또 만들어가는 공공공간이다. 그래서 청계천은 ‘역사’,‘예술’,‘삶’,‘참여’의 문화적 키워드가 공존하는 문화공간이다. ●청계천은 역사다 ‘하천’시대(조선시대∼1950년대),‘복개’시대(1960∼1990년대),‘복원’시대(2000년대)의 역사적 숨결이 담겨있는 청계천. 우선, 자연하천이자 서민의 생활터전이었던 하천시대의 역사를 더듬어 보자. 다리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곳곳에 스며 있다. 상류층에서 일반 백성에 이르는 사회계층들의 삶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도성 최대의 다리로서 어가와 사신의 행렬이 지나가는 교통로이자, 정월대보름이면 수천명의 민초들이 다리밟기를 행하던 ‘광통교’, 중인과 상인계층들의 삶터로서 수심을 측정했던 수표와 보물 제838호 수표교의 옛터이자 겨울이면 서민들의 연날리기 명소였던 ‘수표교’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사연과 역사가 담겨 있다. 물론, 하천시대의 역사는 아직 온전히 복원되지 못했다. 광통교는 원위치에 자리잡지 못했고, 정조가 수원화성에 행차하는 모습을 담은 길이 192m의 세계최대 도자벽화 ‘정조대왕능행반차도’에서나 그곳의 자취를 연상해 볼 수 있다. 수표교도 복원되지 못한 채 그 터만 남아 있다. 서민들의 생활터전으로서 청계천의 모습 또한 다산교와 영도교 사이의 ‘청계빨래터’와 징검다리 속에서만 더듬어 볼 수 있다. 수표교 근처 ‘준천사터’등 천변 곳곳에 위치한 유적 기념비들과 함께, 앞으로 더 복원해야 할 하천시대 청계천의 역사를 성찰하고 그 모습을 꿈꿔보는 것, 그 자체도 청계천에서 만날 수 있는 역사가 아닐까. 다음으로, 산업화·근대화의 엔진이자 도심산업문화의 정점이었던 복개시대의 역사를 만나 보자. 복개시대의 대표적 상징물인 ‘삼일고가’,‘삼일빌딩’,‘삼일아파트’를 우선 들 수 있다. 삼일고가는 무학교 아래에 세 개의 ‘존치교각’으로 남아 있다. 건축당시 서울의 최고층 빌딩이었던 삼일빌딩은 삼일교 앞에 건재하고, 다산교에서 황학교 사이에 포진한 역시 건립당시 최고의 아파트였을 삼일아파트는 위층이 모두 헐린 채 2층의 영업공간으로 남아 있다. 복개시대의 역사는 무엇보다 여전히 청계천을 지키고 있는 도심산업문화의 자취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수표교 부근의 공구, 세운교 부근의 전자·조명, 배오개다리 부근의 시계귀금속, 오간수교 부근의 신발도매, 맑은내다리 앞 관상어 상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예전과 달리 깔끔한 디자인으로 통일된 간판들의 모습에서 새롭게 태어나려는 상인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새벽다리를 사이에 둔 한국 최초의 근대시장 광장시장과 건자재 종합시장 방산시장, 마전교에서 다산교 사이의 평화시장들, 영도교 앞 황학동 도깨비시장, 고산자교 부근의 마장동 축산시장 등 상인과 서민들의 삶터이자 만남과 소통의 공간이었던 시장들도 여전히 복개시대 청계천의 정서를 담고 있다. 이러한 도심산업문화를 창출한 역사의 기저에는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평화시장 앞에 생을 바쳤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있다. 그의 분신장소 앞에는 과거의 낡고 초라한 표석 대신 늠름한 모습의 동상이 건립되었고, 동상이 위치한 버들다리는 전태일 다리로, 부근의 패션의 거리는 전태일 거리로 다시 태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복개시대의 역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일부 상권이 옮겨지고, 주변지역이 개발되고, 시장이 타운으로 변모하고, 허름한 간판과 골목이 새로운 이미지 통합(CI)과 더불어 정비되고는 있지만, 청계천은 여전히 생태공원이나 여가공간의 차원을 넘어선 상인들과 노동자들의 생계공간이자 삶터다. 생태환경 복원에 이어 삶의 공간으로서 문화복원이 이루어지도록 복개시대의 자취들을 꼼꼼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젠 문화도시 서울을 견인할 복원시대의 역사를 체험해보자. 복원공사를 하면서 경험했던 다양한 사건과 자료와 꿈들, 청계천의 과거·현재·미래를 이제는 마장동 두물다리 앞에 위치한 1728평의 복합문화공간인 ‘청계천문화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청계천 시점부에 조성된 2100여평의 ‘청계광장’은 서울광장과 연계해 광장 문화의 새 역사를 선언하고 있다. 삼일교 앞에 조성된 ‘베를린 광장’ 역시 분단극복과 평화통일의 임무를 우리에게 상기시키고 있다. 공사기간에 영업이 어려운 황학동 벼룩시장 노점상들의 생계공간으로 마련된 ‘동대문 풍물벼룩시장’은 이제 동대문의 명물이 되었다. 청계천이 중랑천과 만나 한강으로 흐르는 곳에 위치한 35만평의 ‘서울숲’은 복원시대를 상징하는 핵심 랜드마크 가운데 하나다. 복원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다. 그만큼 복원시대의 역사는 앞으로 청계천에서 우리 모두가 만들어내는 문화를 통해 겹겹이 쌓여갈 것이다. ●청계천은 예술이다 청계천에서는 예술적 혼과 정신의 편린들을 만날 수 있다. 광통교와 수표교, 오간수문의 건축양식에서는 그 시대의 장인정신을,‘정조대왕능행반차도’에서는 김홍도를 비롯한 정조시대 최고의 화가들의 혼을 느낄 수 있다. 창덕궁 후원의 옥류천을 형상화한 마전교의 ‘옥류천’, 자연과 환경을 주제로 한 현대미술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오간수교의 ‘문화의 벽’, 청계미니어처와 프로그램분수, 만남과 화합을 상징하는 8도석이 마련된 청계광장, 물과 어우러진 다양한 조각품과 미술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장통교 앞 관철동의 젊음의 거리는 ‘피아노 거리’로 변모해 건반 모양의 돌벤치에 앉아 거리아티스트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청계천의 삶이 예술과 결합되는 다양한 축제들 또한 만날 수 있다. 무교·다동 음식문화축제와 동대문패션축제 등 상권활성화와 화합을 도모하는 지역축제를 비롯, 다리밟기를 현대화한 답교 퍼레이드 등 다양한 천변 민속축제들이 펼쳐질 것이다. 이제 막 복원된 청계천에서 만날 수 있는 예술은 아직은 협소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청계천에는 다양한 예술적 사건들이 흐를 것이다. 정서와 감수성을 풍요롭게 해주는 삶과 사람과 예술을 청계천에서 만들어 보자. ●청계천은 삶이다 청계천은 그속에서 생계를 꾸리고 인생을 가꾸는 상인과 기업들의 삶터다. 또한 청계천은 그곳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쉼터이자 놀이터다. 따라서 청계천의 삶과 사람, 그에 얽힌 다양한 스토리들 그 자체가 청계천의 문화다. 준설사업을 시행했던 암행어사 박문수, 천변에서 호랑이를 맨손으로 잡았던 남이장군, 수표교 밑에서 그림을 그렸던 천재화가 장승업을 만날 수 있다. 복개시대 이 곳의 주인이었던 광장시장 거리의 악사 백연화, 청계천 설치미술가 설승순, 황학동 만물시장의 시인 홍이종, 청계천 하구에서 빈민운동을 했던 제정구,4단밥상 배달 아줌마 박호순, 전태일의 동료였던 재단사 배강일 등도 이곳의 살아 있는 역사다. 영도교 앞 20년 전통 멸치국수 포장마차와 곱창골목의 상인들, 광장시장에 있는 삼류 ‘바다극장’과 오간수교 부근의 ‘뉴서울카바레’에서도 청계천 상인들의 멋과 낭만이 배어 있다. 이제 새롭게 복원된 청계천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둥지를 틀고 삶을 일구어갈까. 어떤 사람들이 이 곳에서 새로운 추억과 사건들과 이야기들을 만들어갈까. 그 삶들을 함께 지켜 보자. ●청계천은 참여다 청계천은 함께 만들었다. 청계천을 만든 ‘7인’ 혹은 ‘20인’ 등 언론에서는 특정인들을 조명하고 있지만, 열린 물길을 접하러 그곳을 찾은 수백만의 시민들, 그들의 문화적 욕망이 청계천 복원의 실질적 힘이다. 황학교와 비우당교 사이 50m 길이로 조성된 ‘소망의 벽’에는 2만여 명의 소망과 염원이 담겨 있다. 버들다리 위의 전태일 동상과 4000개의 기념동판에는 “시민의 힘으로 만들자.”를 외치며 수년간 싸워온 청계천전태일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와 전태일 열사의 뜻을 기리는 시민들의 성금이 녹아 있다. 서울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청계천 아티스트 프로그램은 매주 문화달리기를 통해 얻은 기금과 시민들의 청계천 문화의 다리 성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칠 ‘청아람’ 등의 자원봉사단도 청계천을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심부름꾼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사초기부터 생존권 수호를 외쳤던 청계천상권수호대책위원회,‘청계천은 차별천’이라 외치는 장애인이동권쟁취시민연대, 청계천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 폭력없는 사회를 외치는 ‘청소년 맑은물 축제’ 참석자들, 그들의 목소리는 청계천을 인권천이자 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중요한 참여의 소리가 될 것이다. 인근의 기업들도 ‘오천팔백미터 사람, 자연, 문화의 어울림, 희망이 흐릅니다’ 등 다양한 플래카드를 내걸며 청계천 복원에 참여하고 있다.01번 청계천 순환버스, 지하철과 함께 하는 청계천 나들이,2개 코스의 도보관광 등 공공기관도 청계천 문화에 쉽게 접근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청계천은 미래고 꿈이다 청계천 문화, 이제부터 시작이다. 문화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기에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이제 갓 물리적으로 복원된 청계천에서 역사와 예술과 삶을 감동으로 조우하기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와 문화기획들이 산재한다. 그래서 본격적인 문화복원과 문화창출은 지금부터다. 우리는 청계천에서 어떠한 문화를 발견하고, 어떠한 문화를 심을 것인가. 서울시에서는 주변의 문화벨트(북촌, 대학로, 정동, 남촌, 장충, 돈화문길, 서울숲)와 연계해 ‘청계천문화벨트’를 조성한다고 한다. 또한, 청계천 브랜드 개발, 문화공간 및 시설 조성, 관광상품 개발, 축제이벤트 전략 등을 골자로 하는 ‘청계천 장소마케팅 전략’도 구상 중이다. 전태일기념관건립추진위에서는 ‘전태일 광장과 기념관’을 추진하고 있고, 구보학회에서는 ‘박태원 천변테마파크’를 구상하고 있다. 장애인인권단체에서는 장애인이동권을 찾고자 하고, 청계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청계천포럼을 만들고 있다. 개발업자들은 천변에 초고층 빌딩을 기획하고 있다. 청계천은 역사·예술·삶이 있는 도심의 문화갯벌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청계천을 탐색하고, 즐기고, 성찰하고, 싸우고, 만들어 보자. 청계천엔 문화가 흐르고 미래가 흐를 테니까. 이무용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사회연구부 부연구위원
  • “사할린을 사랑하는 모녀랍니다”

    운영난에 허덕이는 사할린의 우리말 라디오 방송을 살리기 위해 모녀가 트로트 콘서트를 준비하고 나서 화제다. 주인공은 ‘도깨비 방망이’,‘청계천 내사랑’ 등을 부른 트로트 가수 이혜미(사진 왼쪽)씨와 그의 어머니 남점환(오른쪽·68)씨.모녀는 오는 21,30일 각각 경기도 일산 문예회관과 부산 시민회관에서 사할린 우리말방송 돕기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이씨는 5일 “사할린 동포에게는 유일한 우리말 방송이 어려운 사정에 빠졌다는 소식에 여러분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단지 이런 뜻을 모아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이씨가 사할린 우리말 방송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KBS 한민족 노래자랑 녹화방송을 위해 처음 사할린을 방문하면서부터다. 당시 노래자랑 사회를 맡았던 그는 주최측인 우리말 라디오방송 김춘자 국장을 만났다.그는 “김 국장으로부터 사할린 동포 강제 징용 역사와 우리말 방송의 필요성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면서 “3년이 지난 지금에야 콘서트를 열게 됐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제안에 가수 김국환을 비롯해 이자연, 이호섭, 조승구, 동빈, 숙자매, 김지영, 박노섭 등 트로트 가수들도 출연료 없이 동참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오륙도 로터리클럽(3660 지부) 회장인 이씨의 어머니도 딸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어머니는 콘서트에 허남식 부산시장 등의 인사를 초청하는 한편 기금 마련을 위해 분주하다.어머니 남씨는 “사할린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딸이 전한 딱한 사정을 듣고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기회가 되면 사할린에 직접 가보고 콘서트 이외에도 도움방법을 연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모녀는 ‘사사모(사할린을 사랑하는 모임)’를 재단법인으로 발족해 장기적으로 우리말 방송을 돕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춘천 MBC-TV ‘사랑열차 주말열차’ 리포터로 데뷔한 이씨는 바쁜 활동 중에도 몇 년째 고양시에 있는 희망양로원을 찾고 있어 트로트계의 천사라고 불린다.부산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그는 청각 장애인들에게 수화로 노래하는 가수로 인기를 끌고 있다.연합뉴스
  • ‘한국 도깨비불’ 벨기에서 질주

    ‘한국 도깨비불’ 벨기에서 질주

    한국의 ‘도깨비불’이 마일드세븐르노 F1(Formular1)팀의 레이싱카를 장식하며 9월 9일부터 11일까지 열린 F1 벨기에 그랑프리 서킷을 질주했다. 한해 약 8억명이 TV중계를 지켜보는 F1경주에서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마일드세븐르노 F1팀의 레이싱카 ‘R25’에 도깨비불 문양(커스텀 디자인)을 새긴 작가는 인터넷카툰 ‘마린블루스’로 널리 알려진 킴스라이센싱 소속의 디자이너 정철연(28)씨. 정씨는 F1 디자인 산업에 뛰어든 최초의 한국인이다. 정씨는 인터넷카툰 영역의 개척자로 불리며 2003년 네티즌이 선정한 독자만화대상, 대한민국 만화대상 등을 수상했다. 도깨비는 고대 한국의 지배자이자 승리를 부르는 군신, 치우천왕으로써 강한 기상을 표상하며 설화 속에서는 악을 심판하는 수호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도깨비의 강함과 도깨비불의 빠름이 F1팀이 질주하는 모습이며 도깨비가 승리의 수호신이 되어 함께 달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F1벨기에 그랑프리에 참석, 자신이 디자인한 도깨비불이 질주하는 모습을 관람한 정씨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도깨비불 디자인으로 몸소 느꼈다.”고 말했다. 마일드세븐르노 F1팀은 지난해 월드 챔피언십에서 3위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현재 드라이버 부문(페르난도 알론소)과 팀 부문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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