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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 신춘문예-동화 당선작] 심사평

    올해 동화계에 발을 들여놓을 새로운 작가 중 하나를 맞이한다. 우리는 그 신인들에게 기존 글들의 흐름에 신선한 물줄기를 가져다 주고, 그 물줄기가 오래도록 힘있게 지속되도록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 조영희는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작가가 될 듯하다. 당선작 ‘책을 돌려주세요’에서는 기존 동화들과 많이 다른 상쾌한 바람이 불어 나온다. 굳이 주제를 찾자면 ‘책 사랑’이 될 듯하지만, 한 가지 주제로 압축할 수 없는 즐거움들이 짧은 이야기 안에 풍성하다. 기존의 도깨비들과는 또 다른 개성적인 도깨비 캐릭터가 첫 번째 강점. 자기가 태어나기도 전의 날짜가 적혀 있는 낡은 책 가득한 헌책방에서 도깨비가 들려주는 미하엘 엔데의 책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아이의 모습은 그야말로 동화의 세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생생한 이미지로 떠오른다. 현실적 세계와 캐릭터, 환상적 세계와 캐릭터, 옛것과 새것, 우리 안의 것과 바깥의 것이 자연스럽게 뒤섞여 사랑스러운 놀이 공간을 만들어낸다. 깔끔하고 경쾌한 문장도 그 공간 창출에 기여한다. 함께 투고한 작품 ‘흰동가리 아빠’도 단편으로 소화하기에는 버겁고 덜 동화적인 이야깃감이지만 과감한 문제의식과 안정적인 구성, 문장으로 지은이의 작가적 역량을 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함께 논의에 오른 작품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취도를 보여준다.‘날개 달린 풍차바지’는 일인칭 화자인 장애아의 심리를 침착하고 깊이 있게 묘사해서 동정이 아닌 동감을 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지만, 밀도가 떨어지는 구성이 흠이다. ‘반딧불이 초롱’은 캐릭터들과 상황을 탄력 있으면서도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묘사가 일품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캐릭터와 너무 치밀한 묘사가 오히려 주인공인 호박꽃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고 가독성을 떨어뜨린다. 동화다운 단순성과 집중성 안으로 들어간다면 좋은 작품이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아빠의 외출’은 전체적으로 착하고 단정하지만 작가의 개성적인 면모를 보여주기에는 약하다. 당선자의 당선을 축하하며, 본심에 오른 분들에게도 격려를 보낸다. 조대현, 김서정
  • [서울신문 신춘문예-동화 당선작] 책을 돌려주세요/조영희

    후드득 후드득. 아침부터 오던 비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아. 한낮인데도 온 세상이 캄캄해. 진서의 노란 비옷이 캄캄한 세상에 점처럼 박혀 있어. 할머니는 꼭 도깨비가 나올 것 같은 날씨라고 하셨지. 하지만 진서는 겁나지 않아. 옷자락을 꼭꼭 여미고 찢어진 깜장 우산을 받쳐 들었지. 진서는 도서관을 좋아해. 작은 언덕배기에 있는 도서관은 넓고 깨끗해. 그곳에 있으면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져. 진서는 도서관 입구에서 우산을 접어 흔들었어. 비를 피해 들어온 떠돌이 개도 몸을 흔들었어. “안녕.” 어린이 자료실의 마음 좋게 생긴 선생님이 진서를 반갑게 맞아주었어. “그 책 들어 왔어요?” 도서관에서의 첫 말이 몇 달째 똑같아. “아니, 아직.” 선생님은 웃는 얼굴이었지만, 진서는 조금도 재미있지 않았어. “누가 빌려 갔어요? 왜 안 돌려준대요?” 또로롱 또로롱. 선생님이 자료실에 걸려온 전화를 받았어. 진서는 선생님의 책상에 매달려서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어. 보고 싶었던 책이 몇 달째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오늘은 꼭 듣고 싶었어. 하지만 통화는 생각보다 길어졌어. 진서는 슬슬 지겨워졌고 화장실도 가고 싶어졌어. 아침 똥을 거른 게 문제였나 봐. 화장실은 넓고 깨끗한 도서관에 어울리지 않게 좁고 어두웠어. 오늘은 비가 와서 더 칙칙해 보였지. 진서는 가운데 칸에 들어갔어. 그리고 힘을 끙! 주고 보니 화장지함에 화장지가 없는 거야. 주머니를 뒤져도 나오는 건 먼지뿐이었어. 휴지통도 살짝 봤지만 손이 가진 않았어. 얼굴이 빨개지고 손바닥엔 땀이 뱄어. 바스락 바스락. 그때, 바로 옆 칸에서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렸어. 사람이 있었나봐. 다행이지 뭐야. “휴지 있어요?” 진서가 칸막이벽을 두드렸어. 비닐봉지가 부스럭하는 소리가 들렸고 곧 칸막이 밑으로 화장지 한 뭉치가 쑥 들어왔지. “고맙습니다.” 진서는 마음이 탁 놓였어. 진서는 볼 일을 마치고, 손도 깨끗이 씻었어. 그리고 화장실을 나가려는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든 거야. 진서가 앉아 있던 칸의 옆 칸, 그러니까 가장 안쪽의 칸은 평소에 청소 도구들을 놓는 곳으로 쓰고 있었어. 이제 청소 도구들을 치우고 원래 목적으로 쓰고 있는 걸까? 진서는 그 칸의 문 앞으로 가보았지. 문이 살짝 열려 있었어. 진서가 모르는 사이에 나가 버린 걸까? 확인하기 위해서 진서는 문을 살짝 밀었어. 문은 스르르 열리다가 어느 순간에 딱 멈췄어. 안에 있던 사람이 열지 말라고 문을 밀었다면 다시 닫혔을 텐데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딱 멈췄어. 무언가 꽉 찬 느낌이었지. 진서는 문을 힘껏 밀어 보았어. 끄으윽. 냄비 바닥을 긁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어. 청소 도구가 끌리는 소리인가? 확실히 사람이 내는 소리는 아닌 것 같았어. 진서는 다시 한 번 힘을 주었어. 그러자 ‘퐁당’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렸어. 그곳엔 빗자루와 대걸레, 쓰레받기가 잔뜩 쌓여 있었어. 두루마리 화장지도 한 봉지 있고 말이야. 역시 청소 도구를 놓는 곳이었던 거야. 진서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변기 속을 들여다봤어.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변기 속에는 진서가 애타게 찾던 바로 그 책이 떨어져 있었어. 진서는 책을 건져야겠단 생각에 변기 옆에 세워져 있던 싸리 빗자루를 집어 들었어. 흠뻑 젖었지만 잘 말리면 그럭저럭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지. 푸르풍풍. “앗! 차가워!” 변기 속에 빗자루를 넣는 순간, 빗자루는 사라지고 커다란 갈색 도깨비가 나타났어. 도깨비는 화장실 한 칸을 꽉 채울 정도로 컸어. 머리는 천장에 닿았고, 구부정한 자세로 팔을 앞으로 쭈욱 빼고 있었어. 유난히 빨간 얼굴, 덥수룩한 머리카락과 부리부리한 눈은 진서의 짝꿍을 쏙 빼닮았어. 진서는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었지. “감히 날 변기 속에 넣다니.” 도깨비가 눈알을 뒤룩뒤룩 굴렸어. 아하! 조금 전의 싸리 빗자루는 이 갈색 도깨비였던 모양이야. “이래 봬도 깔끔한 몸이시라고.” 도깨비는 몸을 부르르 떨었어. 그러는 사이, 진서도 정신을 차렸지. 몇 달 동안 돌아오지 않았던 책이 변기 속에 있어. 그것도 커다란 갈색 도깨비와 함께 말이야. “이 책을 돌려주지 않은 게 너야?” 진서가 도깨비를 쏘아봤어. 도깨비는 흠칫했지. 자기를 보고 도망가지 않은 것만 해도 놀라운데 오히려 겁을 주고 있으니 말이야. “응? 네가 그런 거냐고.” 진서가 한 발 앞으로 왔어. 도깨비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지. 하지만 그 좁은 화장실 안에 갈 데가 어디 있겠어. 도깨비는 몸을 뒤로 빼다가 물 내리는 손잡이를 눌러 버렸어. 콰르르르르. 변기 속의 물이 소용돌이를 쳤지. 진서는 깜짝 놀라 도깨비를 화장실 밖으로 끌어냈어. 겨우 찾아낸 책이 군데군데 찢겨 변기 속을 떠다녔어. 이제는 건져서 말린다 해도 절대 절대 읽을 수 없을 거야. 진서의 눈에 불이 일었어. 도깨비의 눈보다 부리부리해졌지. “이제 어쩔 거야?” “미안.” “미안하다면 다야? 저 책을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진서의 얼굴은 퉁퉁 붓고, 도깨비는 점점 더 오그라들었어. “어쩔 거냐고!” 점점 더 오그라들던 도깨비가 진서의 손을 잡아끌었어. 도깨비가 진서를 데리고 간 곳은 어린이 자료실이야. “책이 이렇게 많은데, 아무 거나 읽으면 안 돼?” “안 돼!” 진서는 도깨비의 손을 뿌리쳤어. “골라줄까?” 도깨비가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진서는 대답하지 않았어. “이거 어때? 한 번 읽어봐.” 도깨비는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진서의 눈앞에 대령했지. 진서는 웃음이 나는 걸 꾹 참았어. 이렇게 쉽게 용서해 주면 안 될 것 같았지. 그보다 사서 선생님한테 도깨비가 한 짓을 모두 일러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선생님의 책상이 비어 있었어. 그리고 다른 친구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어. 도깨비를 혼내는 건 진서의 몫이 된 거야. “너 말이야.” 진서가 도깨비를 은근히 바라봤어. “그 책 말고도 돌려주지 않은 책 있지?” 도깨비는 화들짝 놀라 몸을 돌렸어. 달아나려고 했던 거야. 하지만 진서가 재빠르게 붙잡는 바람에 둘 다 넘어졌어. 포쇼쇼. 도깨비는 어느새 싸리 빗자루가 되어 있었어. 진서는 빗자루를 들고 바닥에 마구 내쳤지. “돌아와, 돌아오란 말이야.” 몇 번을 내쳐도 싸리 빗자루는 여전히 싸리 빗자루였지. 진서는 싸리 빗자루를 들고 화장실로 달려갔어. “변기에 넣어버릴 거야!” 푸르풍풍. “안 돼! 하지 마!” 변기에는 빠지고 싶지 않은가봐. “돌려주지 않은 책 있지?” 도깨비는 빨간 얼굴을 더욱 붉히며 고개를 끄덕했어. “어디야? 앞장서.” 진서는 도깨비의 누더기 옷자락을 꼭 붙잡았어. 도깨비는 말없이 화장실을 나갔어. 그리고 넓은 홀을 지나 도서관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 밖에는 아직도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어. 진서는 가방에 꽂아 두었던 찢어진 깜장 우산을 활짝 펼치고 도깨비를 보았어. “같이 쓸래?” 하지만 진서의 우산은 도깨비한테는 얼굴 가리개 정도밖에 안 되는 크기였어. 진서하고 도깨비는 키도 맞지 않았지. 우산을 얼굴에 대보는 도깨비를 보다가 진서는 웃음을 터뜨렸어.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지. 진서의 몸이 하늘로 들렸어. 그제야 진서는 깜짝 놀라 웃음을 멈췄어. 도깨비가 진서를 번쩍 들어 어깨에 올린 거였어. 그렇게 하고 우산을 쓰니 진서의 몸도 가려지고 도깨비의 얼굴도 가려졌어. 도깨비는 도서관 아래의 체육관을 지나고, 과수원도 지났어. 그리고 그 아래의 좁은 산책길로 올라갔지. 도깨비의 어깨에 올라가 있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면 안 돼. 비에 젖은 갈참나무 잎사귀들이 진서의 눈앞에 나타나면 진서는 팔을 휘저어 갈참나무 가지들을 밀어줘야 했고, 우산도 놓치면 안 되는 거였어. 도깨비는 작은 산을 넘어 진서가 처음 보는 동네로 내려갔지. 그러고도 도깨비는 한참을 굽이굽이 골목을 돌아갔어. “이상한 데로 데려가면 혼난다.” 진서의 말에 도깨비가 씩 하고 웃었어. 도깨비가 멈춘 곳은 허름한 책방 앞이었어. 유리창엔 ‘헌 책 사고 팝니다’라고 적은 종이가 붙어 있었지. 붓글씨 같았어. 도깨비가 책방의 나무문을 열자 꿉꿉한 책 냄새가 훅 풍겨 나왔어. 진서는 우산을 접고 도깨비를 따라 들어갔어. 오래된 책들이 천장까지 쌓여 있었어.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모두 쓰러져 버릴 것 같았지. 그래서 진서는 조심조심 걸었어. 도깨비가 천장에 매달린 전구를 켰지만 그것만으론 책방 안을 환히 밝힐 수 없었어.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과 전구의 빛은 책방 구석까지 가지 못했어. 그 구석에서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진서는 겁나지 않았어. “우와! 이게 모두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이야?” 진서는 도서관에 있는 책보다 여기에 있는 책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 “아니야!” 도깨비가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어. “사람들이 이사 가면서 내버린 책들이 훨씬 많아. 그런데 사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책이 이렇게 많이 쌓인 것에 대한 그럴듯한 까닭이었어. 도깨비가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을 고르는 동안, 진서는 발아래 있던 책을 한 권 집어 들었어. 첫 장을 펼치니 누군가 써놓은 굵은 글씨가 보였어. 진서가 태어나기도 전의 날짜와 함께 책을 산 사람의 이름이었지. 진서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어. “난 낡은 책이 좋아. 도깨비는 원래 오래된 물건을 좋아해.” 도깨비가 슬며시 와서 말했어. “이거 읽어도 돼?” 도깨비는 선뜻 대답하지 않았어. “여기서 읽을게. 읽어도 되지?” 진서가 책을 꼭 끌어안고 말했어. 그제야 도깨비는 진서와 함께 책 더미 옆에 나란히 앉았어. 진서가 펼친 책에는 도깨비 이야기도 있었지. 도깨비 그림이 나올 때마다 책방의 도깨비가 얼굴을 붉혔어. 도깨비가 처음 출연했던 책이라나 봐. 무척 부끄러워하더라고. 그러고 보니 이곳에 있는 책의 표지에는 도깨비 그림이 유난히 많았어. “네가 변기에 빠뜨린 책에도 도깨비가 나와?” “응, 우리나라 도깨비는 아니지만 조금.” 도깨비의 대답에 진서가 고개를 끄덕끄덕했어. “정말 읽고 싶었는데.” 그리고 가만히 중얼거렸지. “그 마음 알 것 같아. 몇 번을 읽어봐도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였어.” 도깨비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했어. “몇 번을 읽어봐도?” 진서가 도깨비에게 바짝 다가왔어. “몇 번을 읽었으면 혹시 나한테 이야기해 줄 수 있어?” 진서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어. 도깨비는 그 눈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지.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을 거야. 작은 책방에 이야기 나라가 펼쳐졌어. “기관사 루카스 아저씨는 기쁨의 나라에 살고 있었단다. 그 나라는 아주 작은 나라였어.” 이야기 나라는 저녁이 되면 문을 닫아. 하지만 내일 아침에 다시 열리지. 진서는 이 작고도 넓은 나라의 첫 번째 손님이 되었어.
  • [새해 힘차게 출발합시다] 다짐의 해오름

    검붉은 태양이 국토 동쪽 끝인 독도 앞바다를 뚫고 오전 7시26분쯤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면서 정해년의 시작을 알렸다. 짙게 드린 구름 사이로 일출이 시작됐지만 강원 동해안과 부산 해운대 등지에는 200만여명의 해맞이 인파가 몰려 새 희망을 기원했다.●정유년 1호의 주인공들 첫 해가 떠오르기도 전 경쟁이라도 하듯 소중한 생명들이 첫 울음을 터뜨렸다.1일 0시0분에 강남 차병원에서는 산모 이향이(30)씨와 남편 박종윤(30)씨 사이에서 3.49㎏의 여자 아이가 태어났다.1초 뒤에는 성균관의대 제일병원에서 산모 신미선(27)씨와 남편 신병규(28)씨 사이에 3.5㎏의 첫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신씨는 “황금돼지해인 만큼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며 건강하고 풍족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기뻐했다. 가장 먼저 한국땅을 밟은 사람은 베이징을 출발해 이날 0시3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중국인 관광객 인광춘(45)씨 부부.‘밤도깨비 여행상품’을 이용, 관광에 나선 인씨는 국제선 비즈니스 왕복항공권 두 장과 특급호텔 무료숙박권의 행운을 차지했다. 첫 출국 항공편은 오전 8시 인천공항을 이륙한 마닐라행 KE621편과 후쿠오카행 KE787편이 나란히 기록됐다. 첫 열차는 오전 4시40분 부산역을 출발, 서울로 향한 새마을호 1092호다. 서울역에서는 KTX 101호가 오전 5시25분 부산역으로 출발해 첫 운행에 나섰다.●고속도로는 주차장 31일 밤부터 1일 새벽 종로 보신각에서 열린 ‘제야의 종’ 타종식 행사에는 10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각종 사고가 잇따랐다. 수 천개의 폭죽을 동시에 터뜨리는 바람에 폭죽에서 튄 불똥을 눈에 맞아 20여명이 소방 구급대원의 응급치료를 받았다. 1일 오전 7시50분쯤 강원도 강릉 경포대해수욕장에서는 해맞이 기념으로 모터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비행하던 미국인 덴젤로 앨버트 칼(36)가 바다에 빠져 숨졌다. 순찰 중이던 동해해경 소속 경비정이 10여분 만에 구조했지만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한편 해맞이 및 스키장 등을 찾았던 28만여대의 귀성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영동·경부고속도로 상행선 등 전국 고속도로는 몸살을 앓았다. 특히 영동고속도로 일부는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극심한 정체 현상을 보였다.임일영기자·전국종합 argus@seoul.co.kr
  • 반가상·티베트 유물 ‘진짜 같은 가짜’ 즐비

    반가상·티베트 유물 ‘진짜 같은 가짜’ 즐비

    |베이징 서동철특파원|베이징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골동품시장이라는 판자위안(潘家園)을 찾았다. 류리창(琉璃廠) 골동품 거리가 서화와 도자기 중심이라면, 판자위안은 거대한 민속박물관을 연상시킨다. 골동품이나 민속공예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옛날 물건이 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구, 북, 금강령 같은 티베트 유물이 먼저 눈길을 잡아끌었다. 판자위안은 1992년부터 이 지역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서던 도깨비시장(鬼市)으로 시작됐다. 규모가 갈수록 커지자 1997년 4만 8500㎡(1만 4700여평)의 부지에 건물을 지어 정식 골동품 시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도깨비시장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나도는 물건의 대부분은 출처 불문에 연대 불문이다. 실제로 시장 곳곳에서는 진품과 모조품, 요즘 만든 생활용품이 뒤섞인 채 팔리고 있었다. 청동기시대 유물들도 마치 방금 출토된 듯 진흙이 잔뜩 묻은 채 진열되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가짜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국보 제78호 일월식 반가사유상과 국보 제83호 삼산관 반가사유상도 진열되어 있었다.30㎝ 높이로 복제한 반가사유상은 1200위안(14만 2800원),60㎝짜리는 2800위안(33만 3200원)을 달라고 했다. 짝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케이스다. 판자위안에서 흥정을 할 때는 일단 절반 이하로 깎는 것이 상식이라고 한다. 자원중(賈文忠) 중국 문화부 예술품평가위원은 “판자위안에 있는 골동품의 90% 이상이 가짜라고 보면 된다.”면서 “새벽에 시장이 열리자마자 노점상 구역을 찾으면 뜻밖에 좋은 물건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것도 전문가나 식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자위안의 상인은 4000여명. 짐꾼 등 시장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모두 합치면 1만명에 이른다. 상인의 60%는 베이징 밖의 18개 성·시·자치구에서 온 사람들이다. 판자위안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4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문을 연다. 여름에는 오전 9시, 겨울에는 오전 11시쯤에 가장 붐빈다. 하루 평균 6만명 이상이 찾는다. 천펑차오(陳鵬橋) 판자위안 시장관리부 경리는 “류리창이 규모가 비교적 크고 점포에서 거래가 이뤄진다면 판자위안은 노천시장에 가깝다는 것이 다르다.”면서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상인들을 대상으로 바가지 씌우지 않기 운동을 펼치는 한편 외국인을 위한 영어와 장애인 고객을 위한 수화를 가르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dcsuh@seoul.co.kr
  • [Seoul in] ‘혹부리소년과 도깨비 장단’ 공연

    금천구(구청장 한인수) 금천구는 16일과 17일 양일간 금천구립문화체육센터 소극장에서 창작가족뮤지컬 ‘혹부리소년과 도깨비 장단’을 공연한다. 역동적인 장단과 재밌고 익살스러운 춤이 어우러진 창작 가족뮤지컬로 인간과 도깨비의 우정을 통해 약속의 중요함을 일깨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루 2회(오후 2시,4시)공연한다. 홈페이지(www.geuncheon.go.kr)를 통해 선착순 인터넷 접수를 받는다. 문화공보과 890-2410.
  • [신나는 과학이야기] 기름에 담근 유리잔 왜 안보일까

    [신나는 과학이야기] 기름에 담근 유리잔 왜 안보일까

    쓰기만하면 투명인간이 된다는 도깨비 감투가 정말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명랑 만화 속의 주인공은 집 안에 든 도둑을 잡고 축구 시합을 돕는 등의 활약을 하며 신나는 모험을 한다. 아직 과학을 통해서 마술 같은 투명인간을 만들 수는 없지만 유리를 볼 수 없게 하는 ‘도깨비 감투’는 쉽게 만들어 볼 수 있다. 부엌으로 가 튀김이나 샐러드를 만들 때 사용하는 기름과 유리그릇, 투명한 유리잔을 준비한다. 물이 담긴 유리그릇에 유리잔을 넣고 보면 유리잔이 더 커 보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변화를 찾을 수 없다. 이번에는 기름 속에 유리잔을 넣어보자(사진(1)). 마술처럼 유리잔이 그 모습을 감추게 된다(사진(2)). 처음부터 유리잔을 기름 속에 넣었다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끄집어내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빛은 공기 중에서 물이나 기름 속으로 들어가면 구부러지는 성질이 있다. 이것을 굴절이라 하며 이 휘어지는 방식이 물질에 따라 다르다. 유리와 같이 빛을 통과할 수 있는 투명한 물질이라도 자세히 조사해보면 그 성질이 조금 다르다. 공기 중에서 물속으로 진행하던 빛이 유리잔과 만나 표면에서는 반사가 일어나고 유리잔 내부에서는 굴절하기 때문에 모습이 보이게 된다. 따라서 반사와 굴절을 감소시키는 방법을 찾으면 유리잔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게 된다. 기름은 가라앉은 유리잔과 굴절률이 거의 비슷하다. 그러므로 기름에 유리를 담가 보면 유리는 마치 자신과 같은 물질로 이루어진 덩어리 속에 파묻혀진 것처럼 모습을 감추게 되는 것이다. 즉, 빛이 두 물질의 경계에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진행할 수 있어 경계가 없어지므로 투명하게 보이게 된다. 하지만 유리의 굴절률은 유리의 종류에 따라 다르므로 어떤 유리는 기름 속에 담가 놓아도 희미하게 모습을 나타낸다. 이때는 담그는 액체의 종류나 빛을 쪼이는 방향을 달리하면 된다. 컵에 그려진 그림이 사라졌다 나타나게 하는 재미난 실험도 해보자. 투명한 플라스틱 컵 2개를 준비하고 한개는 송곳으로 바닥 가운데 구멍을 뚫는다. 구멍을 뚫지 않은 플라스틱 컵에는 유성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바닥에 구멍을 뚫은 플라스틱 컵이 바깥에 오도록 한 뒤 컵 2개를 포갠 후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고 물이 담긴 그릇 속으로 천천히 넣어보자. 플라스틱 컵의 위쪽에서 컵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감쪽같이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사진(3)). 하지만 컵을 보는 위치를 변화시키거나 막았던 구멍을 열면 컵의 그림이 다시 나타난다(사진(4)). 빛은 굴절률이 서로 다른 경계면에 닿으면 진행 방향이 바뀌어서 휘어진다. 물이 담겨진 컵에 젓가락을 넣고 보면 꺾여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그런데 굴절률이 큰 물질에서 굴절률이 작은 물질 쪽으로 빛이 쪼여질 경우에는 특별한 현상이 나타난다. 경계면에 도달한 모든 빛이 굴절되지 않고 반사돼 버리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런 현상을 ‘전반사’라 한다. 투명 플라스틱 컵 2개를 겹치면 컵 사이에 공기층이 생긴다. 손가락으로 바깥 컵의 구멍을 막고 물 속에 넣으면 컵 사이의 틈으로 물이 들어오지 못해 공기층이 그대로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물속을 진행하던 빛이 공기 중으로 굴절돼 들어가지 못하고 다시 물이 담긴 그릇 바닥 쪽으로 전반사되어 우리 눈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컵의 그림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관찰 각도를 달리하거나 컵의 구멍을 막고 있던 손가락을 떼면 컵 사이의 틈으로 물이 들어오면 전반사가 일어나지 않게 되고 빛이 우리 눈에 도달해 컵의 그림이 다시 보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전반사 현상을 이용해 만든 것이 광섬유이다. 우리나라는 광섬유를 기반으로 초고속 통신망을 갖췄고 그 덕분에 컴퓨터만 있으면 전 세계의 누구와도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 김연숙 부평고 교사
  • [OUR STORY] 눈내리는 플롯폼에 서보셨나요

    [OUR STORY] 눈내리는 플롯폼에 서보셨나요

    7년 동안 330여 차례나 기차여행을 한 사람이 있다.1주일에 최소한 한번 이상은 기차를 타야만 가능한 숫자다. 거리로는 22만 2000여㎞. 지구를 다섯바퀴 돌고도 남는 거리를 국내선 기차로만 여행한 셈이다.1999년 이후 모아온 기차표가 1200여장에 달하고, 기차역 주변 음식점 명함만 600여장이다. 가슴에 KTX 1호 승객이란 ‘훈장’도 달고 있다. 이만하면 우리나라에서 기차여행 좀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겠다.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든다면 이런 건 어떨까. 의자 하나만 달랑 놓인 간이역을 비롯해, 경전선과 영동선 일부를 제외한 국내의 모든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 보기도 했다. 폐선이 된 기차역을 찾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축구를 워낙 좋아해 전북 현대의 경기가 열리는 곳이라면 불원천리, 기차를 타고 찾아 간다. 홈구장인 전주까지는 461호 첫 열차부터 마지막 열차인 489호까지 시간대별로 모두 타보았다. 직업상(그의 현재 직업은 기차여행 가이드다) 다녀온 것을 제외하더라도, 강원도 정동진역에 내린 것만 무려 80여회에 달한다. 32세의 청년 박준규. 우리나라 기차여행의 대표선수다. 그와 함께 강원도 북부의 고원도시 태백시를 다녀왔다. 글 사진 태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박준규씨와 떠난 기차여행 아침 8시. 배낭하나 멘 단출한 차림의 박준규씨와 함께 청량리에서 강원도 강릉까지 가는 무궁화 열차에 올랐다. 갑자기 추워진 바깥 날씨와는 달리 열차 안은 포근하고 안락했다. “기차를 처음 탄 것은 유치원 때였어요. 지금은 레일 바이크로 유명한 경북 문경시 가은읍의 외가에 가기 위해서였죠. 초등학교 시절에는 혼자서 문경까지 다녀오곤 했어요.” 당시 기차는 그에게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그가 오롯이 기차여행을 한 것은 중학교 2학년때. 진주행 통일호 열차를 타고 구례구역에서 내려 5박6일 동안 지리산 종주를 한 것이 그의 첫번째 기차여행이었다. 이후 기차는 그에게 따로 뗄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는다. 왜 그렇게 기차여행이 좋은지 궁금했다.“내 집은 기차라고 할 만큼 기차여행이 편하고 즐겁기 때문이죠. 기차여행은 세상사의 축소판인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과 일들을 만나고 경험하게 되죠. 어떤 사람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될지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도 있고요. 의자를 돌려 모르는 사람들과 마주보며 이야기도 나누고,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산과 들, 강 등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참 좋아요.” 양평역에서 단체관광에 나선 촌로 10여명을 태운 기차는 다시 강원도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노인들이 열차에 오르면서 조용하던 객실 분위기가 한순간 왁자지껄해졌다.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들뜬 모습이다. 승객이 별로 없어, 맞은편 의자에 다리를 뻗은 채 이야기를 이어갔다. “대학교 1학년 때인 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차여행을 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취미가 직업이 될 만큼 빠지게 될 줄은 몰랐어요. 대학 3학년때는 기차로만 4박5일 동안 여행한 적도 있어요. 거리로는 5000㎞ 정도 됐고요. 군대를 제대한 다음 그야말로 기차여행에 굶주렸던 때였죠.‘한붓 그리기’처럼 청량리에서 출발해 강릉, 부산, 목포를 돌아 대전, 천안까지 간 다음 다시 장항, 군산을 거쳐 서울로 오는 코스였어요. 중앙선과 태백선, 경전선, 동해남부선, 호남선, 장항선 등 거의 전 노선을 한번에 돌았던 거죠.” 원주를 지난 기차는 어느덧 태백준령을 향하고 있다. 금교 신호장과 치악역 중간에 있는 ‘금대 2터널´은 루프식 터널. 일명 ‘또아리 굴´로 불린다. 경사가 급해 직선으로는 오르지 못하고, 용수철처럼 빙글빙글 돌아서 가야 한다.‘유령굴’로도 불리는 치악터널을 지날 때는 괴기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왠지모를 한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태백-영동선. 청량리역까지 오는 1640호 열차의 경우, 강릉역 등 이 구간에 있는 모든 역에서 출발해 보기도 했다.“우리나라의 원초적인 지형을 지나는 코스예요. 평균속도가 60㎞ 이하여서 느긋하게 경치를 감상할 수 있죠. 이 코스의 백미는 흥전에서 나한정 구간이에요. 경사가 급하고 고도차가 400m에 달해 열차가 스위치 백으로 운행해야 하죠. 내년 하반기에는 루프식 터널로 바뀐다고 하니, 아쉽네요. 영동선은 정동진역 다음부터가 정말 좋아요. 열차가 바다와 나란히 달리죠. 안인역의 해돋이도 좋고요.” 두번째로 좋아하는 코스는 정선선.“‘느림의 미학’을 한껏 맛볼 수 있는 구간이죠. 구불구불한 조양강을 따라 증산에서 아우라지까지 1시간 정도 가는데, 역마다 펼쳐지는 시골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어요. 자그마한 간이역과 북한강의 경치가 이어지는 중앙선도 둘째가라면 서럽죠. 특히 경북 의성역에서는 반드시 자장면을 먹어봐야 해요. 맛이 정말 일품이에요. 기차에서 어떻게 자장면을 시켜 먹냐고요? 제 홈페이지(www.traintrip.wo.to)에 오시면 알려 드릴게요.” 기차가 가뿐 숨을 내쉬며 강원도 영월땅으로 접어 들었다. 옛날 큰 물난리 때 삼척에서 떠내려 왔다는 전설을 간직한 삼척산과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등 수려한 풍광이 차창 밖으로 잇달아 펼쳐졌다. 서강에서는 큰고니 4∼5마리가 물위에 뜬 채 한가로이 유영하고 있다. “기차를 타고 가다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만나기도 했어요. 지금은 없지만요. 여자친구보다 기차가 훨씬 좋아요. 수학공식으로 표현하자면 ‘여친 기차’죠. 축구와 비교하자면 ‘여친 축구’쯤 될까요.”이렇게 얘기했던 그도 기차가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촬영지였던 함백을 지나자 아련한 눈망울로 ‘새비재’오르는 길을 바라보았다. 새비재는 ‘그녀’와 견우가 타임캡슐을 묻은 소나무가 있는 곳. 그는 정말로 여자친구보다 기차가 좋은 걸까. ● 기차여행 고수되기 첫째:사전준비를 철저히 하라. 열차나 버스 등의 출발정보가 담긴 ‘월간 시각표’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팸플릿 등을 반드시 챙길 것. 둘째:각종 할인혜택을 꼼꼼히 챙겨라. 철도회원에 가입해 일정 포인트를 적립하면 무료여행도 가능하다.KTX의 경우 비즈니스 카드 할인(주중 30%, 주말 15%), 역방향 할인(5%), 자동발매기 할인(1%) 등을 합치면 최대 36%까지 싸게 여행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사전예매 할인, 철도회원 카드 할인, 얼리 버드(early bird)할인 등 다양한 할인혜택이 있다. 셋째:장시간 여행에 필요한 것들은 반드시 챙겨라. 물 등 간단한 먹거리와 디지털 카메라, 각종 충전기 등을 가져갈 것. 밤열차는 춥기 때문에 작은 담요 등도 가져가면 좋다. 충분한 수면을 위해선 안대가 필수다. ■ ‘문화재급’ 추억의 간이역 10곳 간이역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굵직한 사건들로 점철된 20세기의 역사이자, 그 시기를 살아간 세대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다. 번듯하지는 않지만, 허술한 겉모습에서 외려 푸근함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간이역의 사전적 의미는 역무원이 없고 정차만 하는 역. 철도법에서는 역원배치 간이역과 무배치 간이역 이하 등급의 철도역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국 650여개의 기차역 중 400여곳이 간이역이다. 다음은 박준규씨가 추천한 가볼 만한 간이역들이다. 유형문화재로 지정되는 등 언론보도를 통해 익히 알려진 곳은 제외하고, 아직 소개가 덜 된 ‘문화재급’ 간이역으로만 선정했다. 1. 구 전라선 서도역 한 문학가의 작품이 역사(驛舍)를 살려낸 특이한 경우에 해당된다. 고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주요 배경지. 혼불문학관이 인근에 위치하면서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1930년대 지어진 목조역사를 최근 대대적으로 보수해 예전모습 그대로 복원해 놓았다. 주변 풍경이 수려하고, 현 서도역에서 도보로 5분이면 도착하는 곳이어서 접근하기도 수월하다. ▲가는 길 용산이나 영등포역→여수행 열차→남원역→75번 버스→서도역. 무궁화가 하루 10회, 새마을호는 3회 운행하고 있다. 현재 서도역에는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2. 구 전라선 오수역 붉은 벽돌로 지어진 1950년대 중반의 전형적인 간이역. 지금은 기차가 새로 지은 오수역으로 다니고 있다. 주인을 구한 개 이야기로 유명한 이곳은 지역이름 또한 오수(獒樹·개나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개의 무덤에 꽂아 놓은 지팡이에서 싹이나 커다란 나무가 되자, 이 나무를 오수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 영화 ‘광복절특사’에서 주인공들이 탈출하기 위해 이용했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가는 길 용산, 영등포역→여수행 열차→오수역. 무궁화호가 하루 9회 운행. 오수역에서 구오수역까지는 도보로 이동해도 될 만큼 가깝다. 3. 중앙선 문수역 1941년 7월1일 현재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작은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과 철길이 어우러진 풍경이 좋다.65년 된 역사도 아름답지만, 역사 옆에 있는 보선반 건물도 비슷한 세월의 깊이를 간직한 옛 건물이다.30년 전 폐역된 승문역까지 철길을 따라 이어지는 1차선 포장도로는 트레킹하기에도 좋다. 경북 영주시에서 가까워, 부석사 등 관광후 들러볼 만하다. ▲가는 길 청량리역→안동행 열차→문수역. 무궁화호가 하루 1회 운행. 4. 영동선 하고사리역 강원도 삼척시 골짜기에 위치한 곳으로, 하루 단 한번 열차가 선다. 상상속으로만 그리던 그림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두평 남짓한 맞이방(대합실)과 무인 간이역, 그리고 역사앞에 가지를 내린 채 서있는 수양버들이 하고사리역의 전부지만, 철도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성지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어쩌면 철거될지도 모르는 곳이어서 더욱 더 아쉬운 곳이다. ▲가는 길 청량리역→안동행 열차→영주역→강릉행 열차로 환승→하고사리역. 무궁화열차가 하루 1회 운행. 영주발 강릉행 열차는 아침 6시5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영주에서 1박을 해야 한다. 영주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5. 구 수인선 송도역 10년 전 운행을 중단한 협궤철도 수인선의 종착역. 어천역과 소래역 등과 함께 아직까지 남아 있는 수인선의 3대 역사 중 한 곳이다. 현재는 일반기업체의 사무실로 활용되고 있다. 인천 도심에 있어 경관이나 운치는 다른 간이역에 비해 덜하지만, 과거 수원과 인천을 오가던 협궤 꼬마열차의 추억이 어려있는 곳이다. ▲가는 길 지하철 1호선→동인천역→6-1번,46번 버스→송도역 삼거리. 6. 정선선 나전역 꼬마열차로 유명한 정선선의 4대 간이역 중 한 곳. 과거 석탄을 나르던 정선선이 이제는 관광객을 나르는 철길로 바뀌었고, 그 중심에 나전역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기드문 목조역사인데다, 성신여대 미대 학생들이 그린 도깨비그림이 인상적이어서 철도마니아뿐 아니라, 아이들도 무척 좋아하는 곳이다. ▲가는 길 청량리역→강릉행 열차→증산역 →아우라지행 통근열차로 환승→나전역. 증산과 아우라지를 오가는 통근열차는 하루 2회 운행. 청량리역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면 증산역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하는 통근열차와 연결된다. 7. 경원선 서빙고역 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서울시내에 남은 역사 중 가장 오래된 곳 중 하나다.1958년에 지어졌다. 전철 서빙고역과 맞붙어 있다. ▲가는 길 지하철 1호선 서빙고역 하차. 8. 동해남부선 거제역 1940년대에 지어진 일제시대 간이역. 철도역사가 플랫폼 위에 서있는 몇 안되는 역사 중 한 곳이다. 부산광역시 거제동에 섬처럼 자리잡고 있다. 동해남부선 이설 및 광역 복선전철화 작업과 함께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동해남부선 철길과 맞닿은 벽화도 볼거리다. 철도에 관한 시와 귀여운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가는 길 서울역, 영등포역→포항, 울산행 열차 →경주역 하차→거제역. 무궁화 열차가 하루 3회 운행. 9. 중앙선 우보역 중앙선에는 유난히 1940년대 초반에 지어진 역사가 많이 남아 있다. 그중 경북 군위군에 위치한 우보역과 화본역이 추천할 만하다. 두 곳 모두 시골 한적한 마을을 감싸안은 모양으로, 하루 4∼5회 열차가 선다. 기차가 아니면 접근이 쉽지 않은 깊은 산 속 간이역이다. 아담한 간이역사 외에도 오래 된 화물홈의 모습과 역장의 친절함이 인상적인 곳. ▲가는 길 청량리역→안동행 열차→안동역 하차→부전행 열차→우보역. 무궁화 열차가 하루 1회 운행. 10. 구 문경선 진남역 석탄산업이 한창이던 1960년대 문경선과 가은선의 분기점이자 신호장역으로 개업한 곳이다.60년대 지어진 곳으로는 보기 드물게 목조역사의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레일바이크 매표소로 쓰이고 있다. 문경 레일바이크를 타기 위해서는 가은선 가은역 앞 가은농공단지, 또는 문경선 진남역을 이용하면 된다. 진남교반과 그 아래를 흐르는 영강의 경치가 일품인 곳. 여행과 레저를 겸할 수 있는 멋진 간이역이다. ▲가는 길 서울역→김천역 하차→영주행 열차(하루 3회 운행)→점촌역→가은, 문경행 시내버스→진남휴게소.
  • 크리스마스 호텔업계 선물바구니 가득해요

    성큼 다가온 크리스마스. 호텔에서는 벌써부터 신나는 캐럴과 크리스마스 트리로 분위기를 한껏 띄우고 있다. 또한 저렴하고 다양한 패키지로 편안하고 색다른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로나’에서는 연말 스페셜 메뉴로 미식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거위간 구이를 곁들인 칠면조 로스 구이와 바닷가재 등 8가지 코스로 준비된 ‘페스티브 시즌 세트 A’와 해산물 부르스케타, 전복 버터구이, 고베산 와규 메달리온, 갈리아노 파르페 등 역시 8가지 코스의 ‘페스티브 시즌 세트 B’를 주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장미꽃 선물은 물론 이탈리아에서 연말이나 새해 이웃끼리 나눠먹는 빵 파네토네를 무료로 준다.11만원에서 13만원.(02)3440-8135.크리스마스 동화나라처럼 변신을 한 밀레니엄 서울힐튼의 진저브래드 하우스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의 생강빵, 산타 모양의 초콜릿,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품, 세계 각국의 산타클로스 인형뿐 아니라 연인을 위한 선물이나 고마움을 전해야 하는 분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 바구니 등 이색 상품을 만날 수 있다.(02) 317-3012. 서울신라호텔의 카페&레스토랑 ‘더 파크뷰’에선 칠면조 구이, 송아지 등심, 크리스마스 디저트인 슈틀렌, 따뜻한 와인 글루바인 등의 특별 메뉴를 아주 특별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 점심 4만 5000원, 저녁 4만 9000원이다.(02)2230-3374. 다양한 행사도 이어진다.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하모니 볼룸에서는 온가족이 함께하는 게임, 도깨비 스톰공연 등이 포함된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린다. 어른 6만원.(02)3430-8686.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의 파빌리온에서는 24일 ‘라틴 인 데킬라 파티’가 열리고 25일엔 ‘오은영 매직 크리스마스 파티’가 가야금홀에서 열린다.(02)455-5000.하얏트 리젠시 인천에서도 ‘가족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매직 콘서트’가 24일 열린다. 어른 13만원.(032)745-1716.호텔 리츠칼튼의 펍바 ‘닉스 앤 녹스’는 연말까지 화려한 불빛퍼레이드와 함께 댄스파티를 개최한다. 캐럴과 축제음악을 믹스한 음악으로 흥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02)3451-8444.롯데호텔의 보비런던에선 24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이브 파티를 연다. 베스트 커플 사진 대회를 열어 호텔 식사권 등을 증정한다.(02)317-7091.
  • [이주일의 어린이책] 신비한 3色 이야기 ‘주렁주렁’

    아뿔싸, 오늘도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나이가 몇살인데 아직도 이불에 오줌을 싸. 동생들 보기에 창피하지도 않아?” 못마땅한 얼굴로 노려보는 엄마.“언니는 오줌싸개”“오줌 쌌져, 오줌 쌌져” 손뼉을 치며 좋아라 하는 동생들. 첫째 딸 수민이는 억울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수민은 엄마가 사준 파란 별무늬 이불속에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도깨비를 만난다. 도깨비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 때마다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수민을 조른다. 수민은 시험삼아 엄마가 자신에게 하던 잔소리를 동생들에게 하도록 소원을 비는데…. 동화집 ‘검정연필 선생님’(김리리 글·한상언 그림, 창비 펴냄)에 실린 첫번째 이야기 ‘이불속에서 크르륵’은 엄마와 아빠, 동생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은 아이의 고민을 재치있는 상상력으로 풀어낸 단편이다.‘이불속에서…’를 비롯해 책에 실린 세 편의 이야기는 어른들 눈에는 별 것 아니지만 아이에게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는 여러가지 갈등들을 족집게처럼 콕콕 끄집어내 재미있게 들려준다. 두번째 이야기 ‘검정연필 선생님’은 초등학생때부터 시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요즘 아이들의 현실을 풍자한다. 바름이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짝인 수연이를 따라잡지 못해 고민이다.“검정연필 학습지를 하면 점수가 팍팍 오른다니까. 백점 맞는 건 시간문제야.” 정말 검정연필 학습지만 하면 성적이 쑥쑥 오를까? 엄마의 강요로 검정연필학습지를 하게 된 바름이는 최첨단 검정연필 덕에 시험에서 백점을 받게 된다. 하지만 검정연필덕에 생각지도 못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는 줄거리다. 세번째 이야기 ‘할머니를 훔쳐 간 고양이’는 옛날 타령만 하는 할머니를 싫어하는 사랑이가 주인공이다.“고 녀석, 고추만 하나 달고 나왔으면 얼마나 좋아?”“옛날에는 말이다, 늦잠이나 자는 게으른 여자들은 집에서 다 쫓겨났지.” 참다 못한 사랑이는 보름달이 뜬 어느 밤, 도둑고양이들에게 할머니를 훔쳐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할머니가 진짜로 길을 잃어버리자 사랑이는 뒤늦게 할머니의 애틋한 사랑을 깨닫는다.할머니와 손녀의 화해 과정을 통해 세대 차이로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멀어지는 가족간 갈등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초등 1∼4년.8500원.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한승원 토굴살이] 멀리 데려다 줘!

    [한승원 토굴살이] 멀리 데려다 줘!

    어제 해저물녘에는 갯벌 밭 모래등으로 나가서 파도와 놀았다. 썰물로 인해 드러난 갯벌 밭을 한 뼘씩 두 뼘씩 삼키면서 올라오는 밀물과 더불어 우쭐우쭐 달려와 철썩거리는 파도가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다. 그 울렁거림을 주체하지 못한 채 불그죽죽해진 나문재(海洪菜)와 푹신푹신한 갯잔디를 밟으며 걸어 다녔다. 먹황새와 검은댕기두루미가 밀물 따라 올라오는 자잘한 고기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는 토굴 앞 잔디밭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늙은 감나무의 회갈색 낙엽들하고 놀았다. 그것들 밟히는 소리에 가슴 속의 한 쪽 벽이 저릿저릿하게 긁혔다. 파도 소리 낙엽 밟히는 소리는 시(詩)읊는 소리나 음악으로 들리기도 한다. 소리로 말미암아 가슴 저려지는 감각은 아직 덜 늙은 모양이다. 바야흐로 한 후배로부터 걸려온 축하전화를 어색해하며 받고 나서 밖으로 나온 참이다. 전화들은 늘 물 흐르듯 하는 생각의 가락을 싹뚝 잘라먹어버리곤 한다. 밟히는 회갈색 낙엽이 한 친구를 생각나게 했다. 직장 퇴임 후 낙향하여 운전 못하는 나의 기사 노릇을 자청하고 열심히 운행해주곤 하던 그 친구는 읍내 병원에서 폐암 뇌암 말기로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혼한 다음 슬하의 남매를 부산과 미국에 둔 채 적막강산에서 살던 그 친구는 3000만원 들어 있는 통장을 나에게 주면서 자기 삶의 뒤처리를 부탁했다. 그의 차를 타고 부산의 한 대학으로 강연을 하러 가서,‘살아 있는 한 글을 쓸 것이고 글을 쓰는 한 살아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단상에서 내려온 그날 밤 술자리에서 그는 ‘아니, 이 사람, 아까 그 마지막으로 한 말, 글을 쓰지 못하게 된다면 자네 스스로 죽어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여, 뭐여?’하고 추궁을 했고, 나는 ‘그래 나 그렇게 살고 있어.’하고 대답했었다. 하늘은 높푸르다. 바다에는 잿빛 갯벌 밭이 질펀하게 드러나 있다. 갯벌 밭처럼 가슴이 텅 빈다. 뒤란 언덕 위로 간다. 거기에는 40㎝쯤의 두 살배기 차나무들이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내 손자들 다음으로 예쁜 차나무들이다. 명년 봄부터는 이놈들이 나에게 차를 몇 통쯤 제공해줄 것이다. 이놈들을 위하여 지난여름 내내 나는 예초기를 짊어지고 잡초들과 싸웠다.‘그 차 몇 년이나 따 먹고살려고 그렇게 땀을 흘리시오?’하는 아내의 추궁을 들으면서. 차나무들을 쓰다듬다가 마당으로 내려오는데 무엇인가가 정강이와 발목을 아프게 쑤셔댔다. 무엇이 이럴까 하고 내려다보니 까만 도깨비바늘과 표창 모양의 푸른 우슬(쇠무릎지기) 열매들이 양쪽 바짓가랑이와 양말에 박혀 있었다. 발을 굴러대기도 하고 한 손으로 옷자락을 털기도 했는데, 그놈들은 오히려 더 깊이 머리를 처넣으면서 내 살갗을 아프게 했다. 마당의 평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이런 고연 놈들, 하고 투덜거리며 하나씩 떼어냈다. 떨어져 나가는 그놈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멀리 데려다줘요!’ 픽 웃으며 ‘이만큼 왔으면 멀리 온 것이잖아!’하고 빈정거리는데 평생 동안 매화 그리기에 미친 화가 조희룡이 생각났다. 추사의 문하를 들락거린 조희룡은 늘그막에 들면서부터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괴석을 수집했고, 그것을 화폭에 그렸다. 창백하고 작고 빼빼 마른 허약한 체구 때문에, 한 처녀의 집안으로부터 결혼을 거절당한 바 있었던 조선 토종의 화가 조희룡은 평생 묵향(墨香) 어린 매화의 향기만 맡으며 산 까닭인지 다른 건강한 친구들보다 오히려 더 오래 살았다 한다. 중국의 고대 화가 황대치와 미우인은 안개와 구름만 먹고 산 까닭으로 늙어서도 홍안이었다고 한다. 도깨비바늘 우슬 열매 다 떨어내고 일어선 나의 발아래 낙엽이 밟힌다. 그 친구는 나에게 3000만원 들어 있는 통장을 건네주면서 ‘멀리 데려다 줘.’하고 말했는데, 나는 지금 미욱하게도 내가 쓰는 소설 한 대목 한 대목을 향해 ‘멀리 데려다 줘.’하고 말하며 살고 있다.
  • [프로농구] ‘5연승 LG’ 전자랜드에 제동

    ‘도깨비팀’ 전자랜드가 파죽의 5연승을 달리던 LG를 침몰시켰다. 5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경기에서 전자랜드는 나란히 3점슛 3개를 포함,13점씩을 책임진 예비역 정선규(26)와 새내기 전정규(23)의 깜짝 활약으로 선두 LG를 82-76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 두시즌 연속 꼴찌 전자랜드는 10개월여 만에 2연승의 감격을 맛봤다. 기선을 제압한 쪽은 5연승의 LG였다. 찰스 민렌드(25점)와 박지현(12점), 조상현의 3점슛이 천둥처럼 터지면서 경기 시작 2분여 만에 16-2까지 달음질쳤다. 하지만 지난 3일 KT&G전에서 3연패의 사슬을 끊은 전자랜드 역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2쿼터 초반 6분 동안 LG의 숨통을 무득점으로 끊어놓고 루키 전정규의 3점포 두 방을 포함, 연속 15점을 몰아쳐 순식 간에 44-38로 전세를 뒤집었다.3쿼터 중반 LG가 추격의 고삐를 죄어왔지만, 이번엔 지난 5월 전역한 정선규가 나섰다. 단신이지만 볼터치가 좋고 부지런한 슈팅가드 정선규는 오른쪽 45도와 코너, 탑을 오가며 3개의 3점슛을 포함, 연속 11점을 쓸어담아 70-56까지 달아났다. 최희암 전자랜드 감독은 “선규나 정규는 체력과 경험이 부족할 뿐, 언제나 오늘같은 활약을 해줄 수 있는 재목”이라며 흡족해 했다.부천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상처 깊은 사람들 ‘희망찾기’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71). 현대 일본문학을 이끌어온 그가 소설가로서 ‘마지막 장편 3부작’이라고 부른 작품이 있다.‘체인지링’‘우울한 얼굴의 아이’‘책이여, 안녕!’이 바로 그것이다.50년 작가인생의 총결산이라 할 이 작품들은 내적으로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지만 완전히 독립된 세 편의 장편소설이다.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책 ‘체인지링’이 일본문학 전문번역가 서은혜 씨의 번역으로 청어람미디어에서 나왔다. ‘체인지링’은 오에 겐자부로의 처남이자 친구인 영화감독 이타미 주조의 자살사건을 모티프로 한 이른바 ‘모델소설’이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작가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했다. 등장인물인 고로는 1997년 자살한 작가의 처남인 영화감독 이타미 주조가 모델이며, 작가의 장남 역시 소설 속 아카리처럼 중증 장애아로 태어났다.‘담포포’‘민보의 여인’ 등의 영화를 만든 이타미 주조는 오에 겐자부로가 문학과 예술에 눈뜨고 소설가의 길을 걷도록 이끈 인물. 오에 겐자부로는 처남이 자살했을 때 매스컴의 집요한 보도로 큰 상처를 받았으며, 당시 경험이 이 작품을 쓰게 된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고 밝힌다. 소설의 제목 체인지링(changeling)은 아름다운 아기가 태어나면 작은 도깨비 같은 요정이 나타나 아기를 자기들의 보기 흉한 아이와 바꿔놓는다는 유럽의 민담설화에서 비롯된 말로, 요정이 바꿔놓고 간 흉한 아이를 가리킨다. 이 작품에서는 고로가 성장기의 충격적인 경험으로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진 낯선 존재가 되어버린 것을 상징한다. 오에 겐자부로는 만년의 소설가가 해야 할 역할은 불안감과 상실감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람들의 출현을 장려하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작품에는 작가의 그런 소설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다.98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씨줄날줄] 사향노루/강석진 수석논설위원

    20여년전 기자 초년병 시절 이야기다. 한약재 시장인 서울 경동시장에서 사기혐의로 몇 사람이 체포됐다. 사기 수법이 기상천외했다. 국산 사향노루를 잡아 대형 냉장고에 놓고서, 비밀리에 원매자를 구하면 배꼽 밑 향낭에서 사향액을 주사기로 뽑아 ‘국산 사향 원액’이라고 속여 팔아온 것이었다. 이들은 범행 후 다시 외국산 사향의 묽은 액을 주사기로 냉장 사향노루의 향낭에 집어 넣었다가 원매자가 나타나면 똑같이 주사기로 뽑아 팔다가 붙잡혔다. 도대체 사향이 뭐기에 그런 기발한 수법까지 동원할까 궁금해 사전을 보니 우황청심환이나 공진단 등 한약에 들어가기도 하고, 최음제로도 쓰이는 비싼 동물성 향료라고 나와 있었다. 공진단이라는 한약이 남성들의 진기를 보한다는 설명도 재미 있었다. 요즘 말로는 만성피로 증후군을 해소하는 데 잘 듣는다는 것이다. 사향노루는 궁노루라고도 하며 가곡 비목에 등장한다.‘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의 궁노루가 사향노루. 예전에는 우리 땅 남단인 전남 해남에도 있을 만큼 널리 서식했지만 지금은 멸종 위기 보호동물이다.1987년 강원 소금강에서 한 마리 잡혔다가 자연으로 돌아간 것이 마지막 소식이었다. 추석 전 환경부가 사향노루 한 마리를 공개했다. 인공 증식과 유전자 확보를 위해 지난해 9월 강원 양구에서 생포한 것이다. 향주머니가 달린 숫놈으로, 잡을 당시 생후 15개월쯤 된 것으로 추정된다. 곧 암놈도 생포해 번식을 꾀하는 한편 멸종에 대비해 유전자를 보존할 계획이라고 한다. 연구기간은 3년. 양구는 2004년에, 비록 주검 상태였지만 야생 여우가 발견돼 환경보호운동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곳이다.‘숲이 깊어야 도깨비가 나온다.’라는 말이 있듯이 군사보호구역으로 보존돼 온 오지에서 궁노루랑 여우랑 명맥을 유지해 온 것이 반갑기만하다. 사향노루가 죽어 향료가 되어서야 기운을 돋우어 주는 게 아니라, 살아 자연의 생명력을 나누어 주는 때가 머지 않아 올 것만 같다. 사할린 근해에서는 학명에 코리아가 들어간 귀신고래 개체 수가 늘어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사향노루 번식 사업이 성공하길 기원한다.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4일 MLB 포스트시즌 개막… 관전포인트

    4일 MLB 포스트시즌 개막… 관전포인트

    야구팬의 심박수를 끌어올릴 ‘가을의 전설’이 막을 올린다. 올스타브레이크까지 가을무대의 주연배우로 꼽혔던 ‘양말팀’ 보스턴 레드삭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14년 연속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 우승을 거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무대 뒤로 퇴장했고, 아메리칸리그(AL)에선 디트로이트가 모처럼 얼굴을 비쳤다. 이번 포스트시즌의 관전포인트는 20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뉴욕 메츠(NL)와 6년 만에 패권 탈환을 노리는 뉴욕 양키스(AL)의 ‘서브웨이 시리즈’가 성사될 지에 모아진다. ●메츠 “어게인 1986” ‘서브웨이 시리즈’는 1956년 뉴욕 연고의 양키스와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를 지하철을 이용해 오가며 구경할 수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 실제 메츠의 홈구장인 셰이스타디움은 7번 지하철을, 양키스타디움은 4번을 타면 된다. 두 팀의 월드시리즈 대결은 양키스가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2000년이 유일하다. 이후 메츠가 부진한 탓에 두 팀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올시즌은 달라졌다. 최근 2∼3년간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자유계약선수(FA)를 끌어모은 메츠가 마침내 보람을 느꼈다. 터줏대감 애틀랜타를 따돌리고 메이저리그 최고승률(.599)로 18년 만에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 지난 1986년 이후 꼭 20년 만에 통산 3번째 우승을 노리는 것.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부상으로 빠져 아쉽지만 월드시리즈 챔피언반지를 4개나 갖고 있는 ‘엘듀케(공작새)’ 올랜도 에르난데스(37·포스트시즌 통산 9승3패 방어율 2.55)와 백전노장 톰 글래빈(40·12승15패 3.44)이 버틴 원투펀치와 ‘광속구´ 빌리 와그너(시즌 3승2패 40세이브)가 지키는 뒷문도 든든하다.105홈런-346타점을 합작한 ‘클린업트리오’ 카를로스 벨트란-카를로스 델가도-데이비드 라이트의 파괴력은 단연 리그 최강이다. 메츠는 5일부터 열리는 디비전시리즈(5전3선승제)에서 LA 다저스와 맞붙는다. 상대전적에선 4승3패로 우위. 전력은 메츠가 앞서지만 마지막 10경기에서 9승1패를 거둔 다저스의 도깨비 타선이 무섭다. 샌디에이고와 세인트루이스도 리그 챔피언십 티켓을 놓고 한판승부를 벌인다. 샌디에이고가 마지막 10경기에서 8승2패의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세인트루이스는 3승7패로 부진했다. 정규리그에서 4승2패로 앞선 것도 샌디에이고의 승리를 점치게 하는 대목이다. ●양키스 “명예회복의 순간” ‘악의 제국’ 양키스는 지난 5년간 게리 셰필드(연봉 1300만달러)와 알렉스 로드리게스(2600만달러), 제이슨 지암비(1342만달러), 랜디 존슨(1600만달러) 등 슈퍼스타들을 수집했지만, 정작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월드시리즈에 두 차례(01·03년) 오른 게 전부였다.98∼00년 3연패를 일군 황금기는 흘러간 노랫가락이 된 듯했다. 하지만 올시즌 양키스는 9년 연속 AL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건재를 알렸다. 양키스팬이라면 ‘앙숙’ 보스턴이 와일드카드조차 획득하지 못한 것이 더 기뻤을 것. 양키스의 부활은 마쓰이 히데키와 셰필드, 칼 파바노 등 주전들의 장기 부상을 딛고 이뤄내 더욱 의미있다. 로빈슨 카노나 멜키 카브레라, 왕젠밍 같은 팜출신 ‘젊은 피’들이 없었다면 지난 5년 간의 실패를 되풀이했을 가능성이 높다. 양키스는 메츠와 함께 메이저리그 승률 공동 1위에 오를 만큼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더군다나 부상선수들이 속속 복귀해 자니 데이먼-데릭 지터-바비 아브레이유-로드리게스-지암비-마쓰이-셰필드로 이어지는 ‘살인타선’도 재건됐다. 다만 1선발을 맡을 왕젠밍(19승6패)이 포스트시즌의 중압감을 이겨낼지는 미지수. 양키스는 ‘돌풍의 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4일부터 일전을 치른다. 정규리그에선 5승2패로 양키스가 앞섰다. ‘저비용 고효율의 대명사’인 미네소타 트윈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대결도 흥미롭다. 정규리그에선 6승4패로 미네소타가 우위. 리그 팀타율 1위인 미네소타는 타선이 든든하지만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요한 산타나(19승6패 방어율 2.77 245K)를 제외하면 믿을 투수가 없다. 반면 오클랜드는 41승을 합작한 베리 지토-에스테반 로아이자-댄 하렝이 버틴 선발진과 4번 프랭크 토머스(39홈런 114타점)가 믿음직스럽고, 무엇보다 끈끈한 뒷심이 돋보인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희망을 새긴 ‘오윤 판화’ 다시본다

    흑백대비가 분명한 강렬한 이미지의 목판화로 민초들의 아픔을 표현했던 오윤(1946∼1986)의 작품세계를 회고하는 ‘낮도깨비 신명마당’전이 작가의 타계 20주기를 맞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군부독재와 광주민중항쟁, 신군부 체제를 겪은 고인은 암울했던 시기의 시대적 아픔과 민중의 고단함을 역동적으로 풀어낸 한국 민중미술의 거목. 불안한 시대상황을 투쟁적인 모성을 통해 나타낸 ‘대지’ 시리즈, 노동자와 농민들의 내면 감정을 에둘러 표현함으로써 따뜻한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낸 ‘노동의 새벽’ 등 대표작을 남겼다. 생전에 크게 주목받지 못해 타계하기 불과 한달 전 부산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으며,2000년대 이후 국내 미술계에서 본격 재조명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칼노래’ ‘노동의 새벽’ ‘대지’ ‘원귀도’ 등 대표적인 판화 139점과 그동안 잘 발표되지 않았던 유화 10여점, 조각 20점과 드로잉, 유족이 갖고 있는 목판화의 원판, 작가노트와 유품 등 오윤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하는 전시다.22일부터 11월5일까지.(02)2188-6046.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목조각 5000여점 모아 ‘목인박물관’ 설립 김의광 관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목조각 5000여점 모아 ‘목인박물관’ 설립 김의광 관장

    죽은 이가 마지막으로 가마를 타고 간다. 에구메라, 여러 목인(木人)들이 외로울까봐 함께 벗을 하잔다.‘따라와∼’ 창을 들고 호랑이를 탄 남자, 해태 위에 걸터앉은 선비, 물구나무 선 광대, 학을 타고 천도복숭아와 술병을 든 신선, 머리에 뿔이 두개가 나 있는 도깨비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호들갑이다. 기왕지사, 가는 길에 노래나 몇술 뿌려보자. 자, 이승과 이별하는 최후의 마당이 아닌가.‘이제 가면 언제 오나/허어야 허어야/간다 간다 나는 간다/북망 고개로 나는 간다/서른 서이 상두꾼아/발맞추어 나아가세’ 처량하면서도 차원 높은 해탈의 노래다. 목인(木人), 풀어보면 나뭇조각 인간을 뜻한다. 비록 말이 없지만 웃음과 울음이 있다. 풍자의 여유가 진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이 주술 및 벽사, 그리고 각종 의례에 사용했다. 죽은 이를 저승길로 무사히 안내하고 극락세계로 모시는 역할도 했다. 무덤의 부장용으로 쓰였던 목용(木俑), 마을의 수호신, 일상 생활에서 각종 민예품으로 사용됐던 흔적들이 뜸뜸이 전해내려온다. 아울러 이들은 기록에 남아 있지 않은 당시의 생활 풍습과 토속신앙, 복식문화 등을 알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자료가치로 평가된다. ●목인은 민화와 함께 민중공예문화 대표 특히 상여장식에 표현된 다양한 목인들은 민화와 함께 우리 민중의 공예문화를 대표한다. 하지만 상여소리를 하는 선소리꾼과 상여꾼들이 점차 사라지는 현실에서 그 맥이 끊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잠깐, 여기에서 주목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국내 유일의 ‘목인박물관’을 설립한 김의광(57) 관장이다. 강산이 세번 바뀌는 지난 30년 세월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3000여점의 목인과 목조각을 옹골지게 ‘목인석심(木人石心)´으로 수집했다. 조선시대 후기의 상여문화를 알 수 있는 목인을 비롯, 신당(神堂), 절에 있던 목조각 등 귀중한 작품들을 많이 모았고 올 3월에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박물관을 열었다. 그랬더니 오늘날 민속학자, 역사학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쓰레기통 언저리에 버려졌거나, 그랬음직한 목인들이 일약 스타가 된 셈이다. 그동안 말없이 방치됐던 목인들이 김 관장의 노력에 의해 당시의 생활풍습과 의식문화 등을 알려주는 데 중요한 역할로 떠올랐다. 이쯤되면 김 관장을 가리켜 별난 사람이라기보다는 단절되가는 전통문화의 맥을 잇는 훌륭한 인물이라고 해야 되지 않을까. 지난 19일 목인박물관에서 김 관장을 만났다.2층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섰더니 역시나 애지중지 목인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최근에 열린 ‘목인, 세속에서 얻은 성스러움’의 특별전에 대한 마무리 손질작업이기도 했다. 김 관장은 먼저 안에 전시된 여러 목인들을 설명해준다. 전시실에는 300여점의 목인과 상여 앞에 매달렸던 꽃나무 조각 200여점이 벽면에 가득 전시돼 있었다. 지난 세월만큼이나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있었으나 당시의 생활상을 연상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연꽃, 학, 닭, 기러기, 사당패, 가슴을 드러낸 기생, 봉황탄 어린이 등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조상들의 숨결이 새록새록 느껴진다. 그는 “삶을 마감하고 가는 길은 우울하고 어두웠을텐데 이렇게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준 조상들의 마음이 정말 아름답지 않으냐.”고 하면서 죽음에 대한 긍정적 사고를 새삼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쭉 둘러보노라니 영화 ‘왕의 남자’로 유명한 줄타기 하는 목인,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없는 붉은 치우천왕, 첩과 가까이 있는 남편에게 눈을 흘기는 본처 목인, 아들을 손꼽아 바라는 부부 목인…. ●인도·태국 등 동남아 목조각도 2000여점 모아 그는 “이 박물관 집은 단기 4288년, 흔히 쌍팔년 4월에 지어졌다. 여기 목인들이 있기엔 잘 어울리는 공간.”이라면서 이들을 불러모으느라 애를 많이 썼다며 웃는다. 특히 이 박물관 1층 지하에는 요즘 보기 힘든 방공호까지 그대로 보존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1970년대초였어요. 외국인 친구네 집에 갔는데 우리나라 전통 민속품이 진열돼 있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지요. 그때부터 취미로 목조각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당시 ㈜태평양에 입사, 근무했던 시절이어서 퇴근 후나 주말 등을 이용해 골동품 가게를 뒤졌다. 주로 인사동이나 청계천 일대였다. 갈 때마다 맘에 드는 목인을 보고 가격이 비싸 만지작거렸던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의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특히 기독교인이 상여장식을 모은다고 하자 ‘귀신이 붙었다.’라는 얘기도 자주 들었다. 그럴수록 목인은 그에게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다가왔다. 이름없는 장인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예술혼, 보면 볼수록 감동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하나 둘 수집한 것이 3000여점. 최근 2∼3년 사이에는 행동반경을 넓혀 인도, 태국 등의 동남아 목조각 2000여점을 모았다. 당연히 현지에서 발품을 팔았다. “목인 중에서도 상여 목조각에는 그 사회의 시대상이 그대로 담겨 있어 많은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상여 목인은 주로 조선 후기에 왕성하게 만들어졌지요. 그땐 관을 지키는 사람이 장군이었다가 일제 시대에 와서는 순사로 변합니다.” 김 관장은 “사실 상여문화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풍습이다.”면서 죽은 자가 현세에 누리는 마지막 호사였고 평민에게는 평소 고관대작이나 탈 수 있는 가마를 죽을 때 타보는 영광(?)도 있었다고 했다. ●올겨울 ‘목인도록´ 제작… 특별전 계획 김 관장은 또 “누군가 그런 것(목인을)들을 모으지 않았다면 쓰레기통 비슷한 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지금와서 생각해봐도 목인들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바로 ‘함께 살아온 우리 시대의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명분으로 박물관을 열었더니 민속학자 등 주변으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았다고 했다. 이들에 대한 보답으로 올 겨울에는 ‘목인도록’도 제작하고 특별전을 열 예정이다. 내년 3월 개관 1주년 때에는 그동안 모아온 동남아의 목인들도 전시해볼 계획이다. “우리 박물관은 목인들과의 대화의 장소입니다. 음악과 역사가 공존합니다. 옛날의 목인을 보며 차도 마시는 문화공간이지요.” 젊었을 때는 돈이 없어 못했지만 60을 바라보는 지금 나이에 박물관이라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 너무 뿌듯하다고 의미부여를 했다. 김 관장은 서울 출신. 연세대 정외과를 나와 75년 설록차를 생산하는 태평양에 입사했다. 이후 태평양 계열사인 장원산업 회장으로 있던 2004년 목인들의 반란(?)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의 박물관을 설립했다. 그가 박물관과 인연이 된 것은 부친의 영향도 없지 않았다. 자유당 시절 상공·교통·내무장관을 지낸 부친(김일환)이 이화여대 이사로 있었던 1999년에 김활란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십장생도 병풍’을 기증했다. 조선시대 궁중미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병풍은 1972년 프란체스카 여사로부터 선물받아 30년 가까이 소중하게 보관해왔던 것이다. 김 관장은 이때 ‘적재적소’라는 말을 생각해냈다. 즉 물건이나 사람이나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그래서 수집했던 목인들을 모아 박물관 설립을 생각하게 됐다. “공예품이 청자라면 목인은 백자입니다. 또 청자가 귀족의 애장품이라면 목인은 민초의 삶, 애환과 고통 그 자체이지요. 사람에게도 적재적소가 있듯이 목인들도 제자리가 있는 것이지요.”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9년 서울 출생 ▲68년 대광고 졸업 ▲72년 연세대 정외과 졸업 ▲74년 동대학 석사 ▲75년 ㈜태평양 입사 ▲83년 태평양 장업㈜ 전무 ▲92년 태평양 돌핀스야구단 대표이사. 대통령 표창(전통차 계승발전) ▲2002년 장원산업㈜ 회장 ▲06년 3월 목인박물관 관장, 옛돌조각 사랑모임 회장, 사단법인 한국민속박물관회 이사, 서울시박물관협회 이사
  • 재일 한국인 차별의 아픔 애잔하게

    재일 한국인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일본 작가 슈카와 미나토의 2005년 나오키상 수상작 ‘꽃밥’(김난주 옮김, 민음사 펴냄)이 번역출간됐다. 표제작은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라는 기묘한 소재를 다뤘다. 열살난 소녀 후미코는 오빠에게 자신이 전생에 히코네에 살던 기요미라는 이름의 소녀였고, 어떤 남자의 칼에 찔려죽었다고 말한다. 히코네 곳곳을 돌아다니던 오누이는 전생의 아버지를 만나고, 후미코는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어린 시절 즐겨 만들었던 ‘꽃으로 만든 도시락(꽃밥)’을 전해준다.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인간의 희로애락을 차분하게 서술한 소설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과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꼽을 만하다. ‘도까비의 밤’은 재일 한국인으로 차별받다가 어린 나이에 병으로 죽어 도깨비가 된 정호의 이야기다. 작가의 유년 시절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했다. 나오키상 심사위원들로부터 “일본에서 일어나는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을 신혼여행지로 택할 정도로 관심이 남다른 작가는 현재 재일 한국인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소설을 잡지에 연재 중이다. 이밖에 외롭게 지내는 소녀에게 나타난 미지의 생물을 그린 ‘요정 생물’, 어이없게 죽은 후 이승에 대한 미련으로 화장터에서 소동을 일으키는 영혼을 그린 ‘참 묘한 세상’, 병자를 편안한 죽음으로 인도하는 무당이 주인공인 ‘오쿠린바’등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작품들이 실려 있다.2003년 추리소설 ‘올빼미’로 등단한 작가는 데뷔 3년 만에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수상해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9500원.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7) 신앙·사고상징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7) 신앙·사고상징

    대다수의 민족문화재나 문화상징은 종교문화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종교는 엘리트의 고매한 종교사상이나 우리네 소박한 삶의 논리에서나 늘 궁극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의 상징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렇다고 종교라는 것이 늘 추상적인 인식의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종교인의 삶을 대하면서 그것이 현실의 자리에서 늘 삶의 긴박한 문제를 풀어내는 기제임을 쉽사리 확인하게 된다. 갖가지 신앙을 통해 혹은 적극적인 의례나 소극적인 금기와 꺼림을 통해 현실의 질곡과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던 우리의 종교문화는 인식을 넘어선 풀이의 몸짓이었다. 그러면서도 종교는 일상을 지탱할 삶의 핵심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의미망의 토대였다.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을 살면서도 아노미에 젖어들지 않는 것은 종교를 자양삼아 삶의 가치와 기틀을 굳건히 유지하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신앙 및 사고와 관련된 9개의 민족문화 상징들은 삶의 궁극적인 물음과 해답을 향한 몰입과 발산이었으며, 실제로 삶의 응어리를 풀어내려는 바람이자 몸짓이었으며, 세계를 품는 안목과 가치의 본산이자 근원이었다. 분명, 우리 민족은 뜨겁고 화끈한 민족이다. 그러나 우리는 열을 내는 문화와 더불어 능동적으로 그 열을 식히고 가라앉히는, 다시말해 삶의 열기를 조율하는 냉정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선(禪)의 문화가 그것이다. 선은 영혼이 육체를 빠져나가는 샤먼의 엑스터시와는 달리 정신의 몰입(엔스타시스)을 통해 마음의 번뇌를 끊고 내면의 평정을 얻으려는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수행이다. 치열한 일상의 어지러운 삶에 고요와 집중을 끌어들여 삶의 활력을 일으키는 선은 이제 산간의 선방의 문지방을 넘어 도시의 시민문화와 스포츠문화에까지 이르고 있다. 평상의 삶에서 문득 자기의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불성(佛性)을 발견하는 각성과 몰입이야말로 현대의 정신 웰빙과도 통한다. ● 禪 - 내면의 평정을 ‘닦는 의례’ 선이 한국인의 내면을 ‘닦는 의례’라면 굿은 한국인의 ‘비는 의례’이다. 굿은 치병, 점복, 의례의 종교전문가인 무당을 중심으로 인간의 삶 속에서 얽히고설킨 문제의 근원을 궁극적으로 살피고 종국에는 그것을 풀어내는 발산의 몸짓이다. 염원을 몸으로 발산하기 때문에 굿이 벌어지는 판에는 늘 열기가 가득하다. 춤과 무악은 그 열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북과 춤으로 신명에 도달한다(‘周易’鼓之舞之以盡神)는 의미에서 고대 부여의 영고(迎鼓)나 동예의 무천(舞天)과 같은 제천의례에서 춤과 음악의 굿 문화를 발견하게 된다. 때론 그런 굿문화가 음사(淫祀)의 굴레로 위축되기도 했으나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정신적인 몰입뿐만 아니라 가무로 삶의 에너지와 열기를 역동적으로 발산하려는 풀이의 몸짓은 한국인을 뜨겁게 만드는 문화였다. 유교문화가 지성인에게 늘 마음 닦을 것(修心)을 강조하고 있을 때, 굿은 삶의 질곡에 지친 민중의 상한 마음을 달래주고(安心) 있었다. 민중의 구복적 욕망을 의례로 분출시키는 무속과는 달리, 신의 은혜에 대한 감사와 인간의 성실한 의무 이행을 목표로 하는 유교문화는 외면적으로는 제물을 다하고, 내면적으로는 성의를 다하는 것이 제사에 임하는 태도임을 늘 강조하였다. 세계문화유산이자 우리 유교문화의 자랑인 종묘와 종묘대제는 이러한 유교의 경건주의적인 태도를 현재까지도 지속하고 있다. 기일에 맞추어 진행된 능제사와는 별도로 납일과 춘하추동 사시를 포함해, 모두 5회에 걸쳐 종묘대제가 정기적으로 거행되었다는 사실은 그것이 단순히 왕실의 조상숭배의 차원을 넘어서 자연의 질서와 주기를 인간의 삶에 아로새기는 우주론적인 차원의 의미를 지닌 의례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무속의 굿문화로 삶의 뜨거움을 발산하기도 했고 선의 문화로 냉정과 고요를 되찾으며 삶의 궁극성에 몰입하기도 했으며, 유교의 경건하고도 정제된 몸짓을 통해 도덕질서와 우주의 질서를 일원화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인은 세계를 바꿀 마지막 희망으로 미륵(彌勒)을 대망하기도 하였다. ● 미륵 - 염원하는 미래-희망의 상징 미륵(산크리트어 Maitreya)은 본래 미래불로서 세상에 하생하기 전까지 성불을 미룬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보살이지만 그 어떠한 명상과 기원으로도 희망을 찾지 못할 때 강력하게 요청된 한국인의 메시아였다고 할 수 있다. 미륵의 화신으로 일컬어진 화랑, 정치적인 격변기에 미륵이기를 서슴지 않았던 궁예와 고려말의 이금, 그리고 석가불을 능가하는 미륵불을 강조하며 자칭 미륵불임을 내세웠던 조선후기의 여환 등은 혼란을 일소할 힘과 권위의 상징으로 미륵에 주목했던 것이다. 한말 이후에는 미륵신앙이 영적인 천재들에게 의해 신종교의 형태(미륵불교, 용화교)로 조직되기도 하였다. 한국인은 삼국시대의 미륵반가사유상을 보면 느껴지듯이, 미래의 세계를 예지하는 미륵의 사유를 늘 떠올리면서도 한편으론 경건하고도 엄중한 석가를 능가하는 힘 있는 상징으로 미륵을 떠올렸다. 미륵은 한국의 보통사람들이 염원하는 미래와 희망의 상징이었고, 현실의 질곡과 역사의 공포를 이겨내게 하는 삶의 원동력이었다. ● 도깨비 - 특유의 해학과 재치 상징 거창하게 세상의 운세를 바꿀 미륵을 대망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인이 늘 심각했던 것은 아니다. 위력이 넘치고 재주가 많은 초월적인 존재라 하더라도 한국인의 상상력은 세상을 약간 비켜 볼 수 있는 재치와 여유를 늘 간직하고 있다. 한국인의 신앙적 정서에는 떨리는 두려움과 더불어 친근한 매혹도 함께 있는 것이다. 도깨비가 꼭 그렇다. 변신과 둔갑의 귀재이지만 허깨비로 여겨질 정도의 막힘과 허술함이 남녀노소 누군가에게나 해학 거리로 통한다. 도깨비는 벽사신앙의 상징이면서도 공포에 질린 어린아이마저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한국인의 상상력의 소박한 유산이다.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에 마냥 조아리지 않고 특유의 해학으로 공포마저 되먹임하는 한국인의 내적인 힘에 감동하게 된다. ● 서낭당 - 성스런 공간의 형상화 한국인의 상상의 힘은 공간으로도 형상화된다. 성스러운 공간 속에서 새로운 삶의 기력을 얻고자 했던 서낭당 신앙과 새로운 신성 공간의 구획인 금줄문화는 공간에 투영된 한국인의 상징이다. 마을의 수호신인 서낭을 모시는 어엿한 공간이나 단출한 신수(神樹)와 소박한 돌무더기의 차림새에서 우리네 조촐한 일상에서 삶의 공간을 정화하고 신성화하려는 종교적 상상력을 자연스레 확인할 수 있다. 금줄도 그렇다. 꺼림과 경계 세움을 통해 공간을 구획하고 갱신시키는 것이 금줄이다. 한낱 새끼줄이 획기적으로 공간의 질을 변형시키는 엄청난 힘을 지니는 것이다. 금줄을 보면서 우리는 성역과 속역을 가름하는, 새끼줄에 얹어진 한국인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우리의 유교문화는 그저 동물적인 차원의 보은을 넘어서는 규범으로 효의 가치를 갈고 닦아왔고 그것을 바탕으로 유교의 이상사회를 진전시키고자 하였다. 또한 유교는 이상적인 가치를 실현한 삶의 전형으로 선비에 주목하였다. 이른바 공부하는 사람의 이상적인 삶의 표상으로 선비가 숭앙되었던 것은 선비가 자신의 삶을 맑게 하고 또 타인의 삶마저도 정화해낼 만한 가치의 체계를 굳건하게 확립한 주체였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선비의 중심세력이었던 사림들은 독서와 인격수양을 통해 유교의 이념과 가치를 몸에 익히고 강상과 절의에 찬 의리론을 사회적으로 실현하려 하였다.‘맹자’가 전하는 대로, 선비는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연마하면서도(獨善其身) 자신의 연마에 머물지 않고 세상을 교화하고자 하는(兼善天下) 삶의 목표를 통해 유교의 수기치인(修己治人)의 도를 실현하는 전형이다. 이러한 선비정신이야말로 실리적이고도 현실적인 목표에 사로잡힌 조급한 현대교육의 병을 치유하는 동시에, 양심과 도덕의 완성을 추구하는 건전한 지식사회의 모델로 주목될 수 있다. 사실, 우리의 역사에서 무속-불교-유교-서학(가톨릭)-동학(신종교)-기독교(개신교) 등이 종교문화의 형성에 결정적인 충격과 파장을 일으켜 왔건만 우리의 삶의 넓이에 포진하고 삶의 깊이에 도달한 상징으로 주목받은 것은 아직 무속(굿, 서낭당, 도깨비, 금줄), 불교(선, 미륵), 유교(효, 선비, 종묘와 종묘대제) 등의 문화로 국한되고 있다. 후발의 종교문화도 한국인의 상상과 사고의 기반에서 구체적인 현실성을 얻어간다면 우리는 보다 풍부한 민족문화의 상징을 또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최종성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 용인 에버랜드 ‘해피 핼러윈’ 축제

    용인 에버랜드 ‘해피 핼러윈’ 축제

    한낮의 햇볕은 아직 따갑지만 용인 에버랜드에선 벌써 가을이 시작됐다. 개장 30주년을 맞아 8일부터 가을을 알리는 ‘해피 핼러윈’축제가 열린다. 또한 이번 축제에 맞춰 ‘가고일의 매직 배틀’이란 새로운 개념의 놀이시설도 선보인다. 미리 느껴보는 가을 속으로 떠나보자.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새로운 마법의 주문이 에버랜드를 가득 메운다.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 예쁜 옷의 도우미가 양손을 흔들며 재미있는 주문을 외운다.‘호리 호리 호로롱 팡팡’ 이번 축제에 새로 등장한 마법사의 주문이다. 까만 망토와 고깔 모자를 눌러 쓴 마법사가 어린 아이들 머리에 손을 대고 ‘호리 호리 ’주문을 왼다. 갑자기 머리 위로 색종이가 날리고 커다란 호박이 나온다. 신기한 호박의 세계로 빠져들며 어른과 아이들 모두 “호리 호리 호로롱 팡팡!!”을 외친다. # 귀여운 호박 귀신과 함께 하는 핼러윈 원래 핼러윈 축제는 10월의 마지막날이다. 미국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도깨비로 분장을 하고 이웃집으로 과자나 사탕을 얻으러 돌아다닌다. 마당에는 악령을 쫓는 의미로 조각한 호박 안에 초를 켜놓는 그런 날이다. 에버랜드에서는 이런 핼러윈을 주제로 가을 축제를 연다. 정문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높이 2.5m 크기의 대형 호박.“우∼와 아빠 정말 큰 호박이야.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도 있어.”라고 하며 아이들이 마냥 놀란다. 사진도 찍고 만져도 보지만 여전히 신기하다. 또 ‘포시즌스 가든’에는 호박 50개를 이용한 생호박 화단,23개의 핼러윈 조형물 등 넉넉한 가을을 상징하는 호박이 다양하고 익살스러운 모양으로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또한 파란, 주황, 노란색 등 여러 색상의 레이저빔을 이용해 바닥에 유령 캐릭터와 핼러윈 호박 문양을 비추는 ‘고보 라이트’ 주변에는 항상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 신나는 핼러윈 파티 핼러윈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해피 핼러윈 파티’퍼레이드. 호박요정, 파이프오르간, 드라큘라 성, 공동묘지 비석 등 4개의 재미있는 모양으로 변신한 대형 플로트 카(퍼레이드 차량)와 드라큘라, 배트맨, 백설공주, 그리고 호박으로 분장한 연기자 등 총 58명의 공연단이 400m 길이의 줄을 지어 나타나는 순간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어지는 신나는 음악과 춤추는 호박 요정들. 아이들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추며 즐기는 가을밤은 그야말로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자리잡는다. 또 6대의 에어 샷 카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만개의 스펀지 볼. 흡사 형형색색의 눈꽃이 뿌려지는 듯 파란 하늘을 수놓은 장면으로 신나는 파티는 막을 내린다. 이밖에 기차놀이를 하는 9인조 ‘마법사 밴드’, 아이들의 동요를 연주하는 귀여운 호박 캐릭터의 ‘핼러윈 밴드’가 축제의 분위기를 돋운다. 아울러 아이들과 직접 춤도 추고 사진도 찍는 ‘핼러윈 댄스 파티’, 드라큘라, 피에로들이 거리에서 마임공연 등을 펼쳐 놀이동산 전체가 흥겨운 파티장으로 변신한다.(031)320-5000,www.everland.com
  • [한승원 토굴살이] 바다 이야기

    [한승원 토굴살이] 바다 이야기

    지하철 노약자석에 두 사람의 노숙자가 타고 있었다.50대인 그들은 똑같이 한 자동차 회사의 허름한 하늘색 제복 윗도리를 걸치고 있었고, 한 성당에서 주는 점심을 얻어먹으러 가고 있었다. 불콰하게 취해 있었다. 체구 크고 뻐드렁니 난 쪽이 말했다. “유치한 자식들, 차라리 동원 회사 배 납치한 놈들같이 해적질을 하지!” 체구 작달막한 쪽이 빈정거렸다. “아이고 형님, 우리민족은 신라 때부터 해적들에게 시달려 오기만 했어요. 우리민족이 바다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한지 아시오? 이 반도 땅 해변 해수욕장들은, 물 길 바람 길 파도 길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방파제나 부두를 설치하고, 아파트 지으려고 바닷모래 준설한 까닭으로 자갈들만 엉성해져가고 있어요. 썩은 시화호를 만들어놓고, 다시 썩은 냄새 풀풀 나는 새만금 바다를 또 만들어 놓았어요.” “김 박사, 말이 맞다. 바다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들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이 땅을 경영하고 있다.” 그들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흑산도에 유배된 정약전은 강진의 동생 정약용에게, 바다의 율동에 대하여 물은 바 있다. 실사구시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중국의 고전 가운데 읽지 않은 것이 없는 그였지만, 바다에 대해서 무지한 대표적인 한국선비였다. ‘해변에 산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조수의 왕래와 성쇠는 해석이 불투명하다… 중국의 성인은 모두 서북 지방에서 났으며 해수의 변화에 이르러서는 일찍이 측량함이 없었다. 주역은 미묘한 이치를 담고 있으되 바닷물 흐름에 관해서는 조금도 설명이 없다.’ 주역의 저자는 대륙 한가운데서 살았기 때문에 하늘과 땅의 율동만을 참고하여 주역을 만들었고 바다의 율동 원리를 가미시키지 못한 것이다. 우리 선인들은 바다가 도외시된 중화사상에 젖어 ‘무이 구곡’이나 ‘도산 십이곡’으로 흉내 내며 살았을 뿐이었다. ‘배타는 놈은 자식으로 치지 않는다.’는 말을 속담으로 사용할 만큼 바다를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바다를 멀리했다. 바다는 세상을 막 살아도 아까울 것 없는 상것들이나 사는 시공으로 여겼다. 신라의 귀족들은 광활한 바다를 경영함으로써 거대한 힘을 가지게 된 장보고를 암살하고 그 세력들을 소탕했다. 그 이후, 해적의 발원지인 대마도를 정복한 일과 같은, 바다 경영의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인들은 바다를 외면하고 중국대륙만을 지향했고 그쪽에서 생성 유포된 사상만을 숭상했다. 자연 바다를, 젊은이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시공으로 여기지 않았다. 천사들은 거칠 것 없이 지껄거렸다. “규장각에 있어야 하는 보물들이 어째서 프랑스 박물관에 있는지 아시오. 프랑스 해적들이 뺏어간 것이오.” “일본 해적들이 뺏어간 조선왕조실록도 엊그저께 겨우 찾아왔네.” “영국 박물관 미국 박물관 일본 박물관, 일본 골동품 수집가들 창고에 우리 보물들이 얼마나 많이 쌓여 있는지 아시오?” 일찍이 바다에 눈뜨고 바다 경영에 뛰어든 나라 사람들은 바다 저 편 땅(보물섬)에 널려 있는 것을 강제로 훔쳐다가 잘먹고 잘살아왔는데, 바다에 대하여 무지한 우리 선인들은 그들에게 대대로 당하기만 하면서 살아왔다. 그들이 해적들을 영웅시할 때 우리는 뱃사람들을 상놈으로 천시했다. “우리는 우리보다 먼저 바다 경영에 뛰어든 사람들, 고구려 역사를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중국 사람들 사이에서 어려운 실랑이질을 하고 있어요. 땅덩이 동강나 있는 것도 그렇고 북한 핵문제도 그렇고 일본이 독도 빼앗으려 하는 것도 그렇고…” “야,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나는 자존심 상해 죽겠다. 아니, 그 대박 도깨비 기계에다가 왜 하필 ‘바다 이야기’라는 이름표를 달아 가지고 신선한 바다를 물 먹이고 있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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