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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농구] 시즌 막판 고춧가루부대 경계령

    묘한 공식이다. 현재 프로농구 상위 4개팀. 모비스-KT-KCC-동부 순이다. 1위와 4위의 승차는 불과 3게임이다. 간발의 차로 앞서거니 뒷서거니하고 있다.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서로의 맞대결 결과는 엉키고 설켜 있다. 그러나 순위를 가르는 보이지 않는 기준이 있다. 바로 하위 4개팀(전자랜드, KT&G, SK, 오리온스)과의 전적이다. 선두 모비스는 이들에게 좀처럼 지지 않았다. 하위팀을 만나 17승1패했다. KCC는 16번 이기고 2번 졌다. KT는 16승3패, 동부는 14승4패했다. 하위팀과의 대결 전적이 현재 상위팀 순위와 거의 일치한다. 상위팀끼리 물고 물리는 가운데 하위팀의 일격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실제 동부 강동희 감독은 “잡아야 할 경기를 못 잡았기 때문에 치고 나갈 고비에서 항상 미끄러졌다.”고 했다. 지난 23일에는 2위 KT와 3위 KCC가 동시에 하위팀에 덜미를 잡혔다. KT는 전자랜드에, KCC는 KT&G에 졌다. 선두 모비스를 0.5게임차 추격 중이던 KT는 공동 1위 복귀에 실패했다. KCC도 선두와 1.5게임차로 벌어졌다. 1승이 아쉬운 시점에서 두 팀 다 맥이 풀렸다. KT 구단의 한 직원은 “1패 자체도 문제지만 팀 분위기에도 너무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하위팀에 당한 1패는 1패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올 시즌 팀당 남은 경기는 13~15경기 정도. 상위 4개팀은 이 가운데 6~7경기를 하위팀과 치른다. 남은 경기의 절반가량이다. 상위 4개팀의 팽팽한 구도가 막판까지 계속된다면 하위팀과의 전적관리가 순위를 결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만치가 않다. 최근 하위팀들의 전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시즌 초 상위팀들 승수쌓기의 제물이었지만 이제 매경기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 7위 전자랜드는 아예 6강 입성을 넘보고 있다. 시즌 초 13연패할 당시 “올 시즌 10승도 힘들어 보인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환골탈태했다. 특히 서장훈과 아말 매카스킬의 골밑 위력은 리그 최상급이다. 역시 13연패 행진을 했던 SK도 최근 팀 밸런스가 좋아지고 있다. 비효율적인 개인 플레이가 줄었다. 새 용병 크리스토퍼 가넷도 궂은 일에 열심이다. MBC ESPN 추일승 해설위원은 “올 시즌 하위권에 쳐졌지만 원래 저력 있는 팀들이다. 결코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고 평가했다. 오리온스, KT&G도 나쁘지 않다. 오리온스는 팀 전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김승현이 돌아온다. 김승현이 있는 오리온스와 없는 오리온스는 완전히 다른 팀이다. 리빌딩 중인 KT&G는 패배에 대한 부담이 없다. 여전히 끈끈한 수비력으로 도깨비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고춧가루 부대의 활약은 이제 본격 시작이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문화계 블로그]KBS 공영방송 맞아?

    [문화계 블로그]KBS 공영방송 맞아?

    ‘로봇 찌빠’는 국내 대표 명랑 만화다. ‘도깨비 감투’로도 널리 알려진 신문수 화백의 대표작이다. 1974년부터 장기 연재되며 인기를 끌었다. 신 화백은 1980년대 중반 새 작품을 위해 ‘로봇 찌빠’ 연재를 그만뒀으나, 팬들의 성화에 못 이겨 1년 반 만에 연재를 재개하기도 했다. 만화 속 찌빠는 미국에서 만들어졌으나, 두뇌 회로 고장으로 엉뚱한 행동을 하다가 한국으로 흘러들고, 팔팔이와 우정을 나누며 여러 모험을 한다. ‘로봇 찌빠’가 TV 애니메이션(이하 애니)으로 만들어져 방영 중이라 관심이다. 제작사 고구미가 약 3년이 걸려 15분짜리 52편으로 제작했다. KBS 2TV를 통해 매주 화요일 2편씩 전파를 타고 있다. 2차원 영상(2D)으로 만들어져 따뜻한 느낌이다. 색감도 좋다. 전통 셀 애니 기법에 디지털그래픽을 가미하며 명랑 만화체를 고스란히 살려냈다. 원작에 충실한 편이지만 찌빠의 고향이 우주 메리카별이라는 등 일부 설정을 현대화하기도 했다. 새 캐릭터도 추가했다. ‘로봇 찌빠’의 애니화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우선 오랜만에 국내 명작 만화를 애니로 되살렸다는 점. 향수를 가진 기성 세대와 현재 어린이 세대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요즘 넘쳐나는 취학 전(前) 유아용 대상 애니가 아니라는 점도 차별화되는 강점이다. 그런데 ‘로봇 찌빠’는 지난 12일 첫 방송에서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으로 전국 시청률 1.5%에 그쳤다. TNS미디어코리아 조사결과(0.4%)는 더 비참하다. 가장 큰 원인은 오후 4시40분이라는 방송 시간대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겨냥하고 있지만 정작 그 시간대에 TV 앞에 앉을 수 있는 어린이들이 거의 없는 게 요즘 현실. 애니 총량제라는 제도가 있다. 이 제도 때문에 지상파는 연간 전체 방영시간의 1%를 새로 제작된 국산 애니로 편성해야 한다. 국산 애니 진흥이라는 좋은 취지였지만 대부분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에 편성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국내 애니 업계는 생색내기 내지 의무방어전 편성이 아니라, 프라임 시간대 편성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아예 의무 방송시간대를 지정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있다. 형평성이나 편성 자율권 침해 소지가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이지만 그만큼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상파 외에 케이블, 위성, 인터넷TV(IPTV) 등 다양한 송출 창구를 뚫으려는 업계 노력도 요구된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정부의 정책 의지와 방송사의 의식 변화, 질 좋은 작품 개발 등 삼박자가 맞물려야 해결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과외받고 경시 입상’ 외고입시 감점

    학생의 성적이 과외를 통한 것인지, 스스로 공부법을 깨우쳐서 이뤄낸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학생의 교과 내외 활동 이력이 능동적인 탐구 과정에서 산출된 성과인지, 부모와 학원이 정해 준 프로그램에 따른 결과물인지 어떻게 파악할까. 최근 외국어고 입시 개편안을 확정한 교육과학기술부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내년부터 외고 입시에서 100% 도입하기로 한 입학사정관의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어떻게 치를지 세부사항을 정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사교육 경감 방안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만능 도깨비 방망이인 양 선전한 데 따른 후폭풍이라는 지적이다. 교과부가 내년 1월까지 마련할 세부사항에는 외고 입시 전형에서 제출하는 학습계획서와 학교장 추천서에 ‘사교육 경험 유무’를 기재하도록 하는 방안과 경시대회와 토익·토플 점수를 써 내도 반영하지 않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경시대회 성적과 토익·토플 점수를 내더라도 경시대회 등을 준비하는 동안 자기주도 학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오히려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신 독서실적·방과 후 활동 등의 항목을 통해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평가할 계획이다. 교육계 안팎은 이런 교과부의 노력을 한 편의 코미디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현실성이 결여됐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외고 입시 원서를 쓰는 과정에서 사교육을 받은 사실을 누락시키는 등 조작이 가능하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외고 지원생의 학습계획서와 학교생활기록부, 교장추천서 등을 통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학원 수강 여부 등을 거짓으로 꾸미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적발되면 불합격 처리를 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커서라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교직원노조 동훈찬 정책실장은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새로운 사교육이 유발될 것이라고 지적했더니 외고 입시생 스스로에게 사교육 여부를 써서 내라는 정책을 마련한 것이냐.”고 되물은 뒤 “아무래도 외고 체제는 존치시키고, 사교육 유발에 대한 비판 여론도 의식하다 보니 나온 어중간한 정책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식의 땜질식 정책은 정부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학생과 학부모를 혼란스럽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비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프로농구]코트 점령한 사령탑 3인의 힘

    [프로농구]코트 점령한 사령탑 3인의 힘

    프로농구 개막 전 전문가들은 KCC와 삼성을 ‘2강(强)’으로 꼽았다. 지난 시즌 우승·준우승 멤버들이 건재한 데다 ‘하프코리안’ 전태풍과 이승준이 가세하며 약점을 보강했기 때문.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상황은 판이했다. KCC(5위)와 삼성(6위)은 도깨비처럼 들쭉날쭉하며 중위권에 처져버렸다. 2라운드가 막판으로 치닫는 가운데 선두는 나란히 11승5패를 기록한 동부와 KT, 모비스가 꿰차고 있다. 세 팀의 공통점은 ‘촘촘한 조직력’. 특급 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는 얘기다. 올 시즌부터 용병이 한 명만 뛰다 보니 4번(파워포워드) 포지션의 활용도가 높은 팀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동부는 김주성, 모비스는 함지훈, KT는 송영진·박상오·김영환을 보유했다. 강동희 감독이 사령탑에 앉은 동부는 지난 시즌 크리스 다니엘스(206㎝)·김주성(205㎝)의 고공농구를 버리고 ‘스피드 농구’에 사활을 걸었다. 활용도가 높은 ‘토종빅맨’ 김주성이 풀타임 가까운 시간을 뛰며 제 몫을 해주고 있고 시즌 전 구슬땀을 흘린 ‘젊은 피’ 이광재와 윤호영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들어가고 있다. KT는 전창진 감독 밑에서 혹독한 여름훈련을 거친 뒤 지난 시즌 꼴찌의 모습을 완전히 털어버렸다. 가드 신기성이 노련함을 뽐내고, 송영진·박상오·김영환 등 포스트 업이 가능한 선수층이 두터워 든든하다. 득점 1위(평균 23.38점)를 달리는 제스퍼 존슨이 내·외곽을 휘저으며 수비를 끌고, 조성민과 김도수는 겁 없이 외곽슛을 쏜다. 덕분에 공격력은 리그 1위(평균득점 87.3점). 6연승을 달리는 모비스도 만만치 않다. 다양한 작전구사 능력에 신들린 용병술을 뽐내며 지난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한 유재학 감독이 건재하다. 올 시즌 복귀한 가드 양동근에, 진화한 함지훈의 야무진 활약이 불을 뿜는다. 꾸준히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김효범과 외곽포가 살아나고 있는 김동우까지 점점 손발이 맞고 있다. 공격력 2위(평균득점 83.6점)에 수비력 1위(평균실점 75.6점)로 공수 밸런스도 훌륭하다. 추일승 MBC ESPN해설위원은 “세 팀의 공통점은 국내 4번 포지션 활용도가 높으면서 조직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체력적인 요인을 잘 관리한다면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박수교 SBS SPORTS 해설위원은 “KT와 동부, 모비스는 현재 팀 잠재력의 100%를 보여주고 있다. 3라운드쯤 체력과 높이에서 고비가 올텐데 그 시기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함께하는 농구’를 구사하는 세 팀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프로농구] ‘토마스 17점’ 삼성 KT꺾고 첫 연승

    [프로농구] ‘토마스 17점’ 삼성 KT꺾고 첫 연승

    삼성이 선두 KT를 제물로 시즌 첫 연승을 달렸다. 삼성은 17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벌어진 2009~10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빅터 토마스의 깜짝 활약을 앞세워 선두 KT를 82-77로 제압했다. 승패를 오가던 ‘도깨비팀’ 삼성이 올 시즌 거둔 첫 연승이자 공동 5위(7승6패)로 뛰어오르는 값진 승리였다. KT는 삼성에 일격을 당해 4패(10승)째를 당했다. 2위 동부에 반 경기 앞선 불안한 선두. ‘삼성레더스’라고 불릴 정도로 테렌스 레더에 의존해 경기를 풀어가는 삼성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삼성토마스’였다. 토마스는 2003~04시즌 LG를 시작으로 모비스와 삼성을 오가며 한국 농구에서 네 시즌을 보낸 KBL 베테랑 용병. 올 시즌 삼성 유니폼을 입은 토마스는 이날 17분30여초를 뛰며 17점 4리바운드로 톡톡한 활약을 선보였다. 레더 대신 선발로 코트에 나선 토마스에게 내려진 특명은 ‘제스퍼 존슨 봉쇄’였다. 존슨은 10개 구단 선수 중 득점 1위(24.5점)를 달릴 만큼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1라운드 첫 대결에서 삼성은 KT에 무려 100점을 내주고 패(83-100)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었다. 때문에 필승을 위해선 ‘수비’가 중요했다. 토마스는 득점보다 존슨을 괴롭히는 데 치중했다. 덕분인지 존슨은 1쿼터에 꽉 채운 10분을 뛰면서도 고작 골밑슛 하나를 건졌을 뿐이었다. 토마스가 존슨을 봉쇄하고 나가자 2쿼터엔 레더(13점 6리바운드)가 들어와 점수를 벌렸다. 전반을 마쳤을 때 42-27. 경기가 다소 싱거워질 무렵 존슨(34점·3점슛 5개 10리바운드 4어시스트 3블록)이 살아났다. 3쿼터에만 16점(3점슛 3개) 4리바운드를 기록, 3쿼터부터 차츰차츰 점수차를 좁혔다. 쿼터 종료 36초를 남기고 터진 신기성(6점)의 2점으로 56-53. 위기의 순간에 다시 토마스가 등장했다. 토마스는 성실한 수비를 하면서도 4쿼터 시작과 동시에 연속 7점을 몰아치고 레더와 교체됐다. 토마스에서 벗어난 존슨이 마지막 쿼터에 13점을 쏟아부으며 막판 뒤집기를 노렸지만, 삼성은 79-77에서 강혁(10점 6어시스트)과 이규섭(14점·3점슛 3개)의 자유투 3개를 묶어 ‘진땀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울산 원정에 나선 전자랜드는 모비스에 18점(53-35)까지 뒤지다 2점차(7 5-73)까지 따라붙는 저력을 보였지만 결국 76-73으로 분패, 13연패에 빠졌다. 2005~06시즌 기록을 뛰어넘는 구단 최다연패 신기록. 4연승을 달린 모비스는 9승5패로 LG와 함께 공동 3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무선랜 보안강화 ‘뜨거운 감자’

    무선랜 보안강화 ‘뜨거운 감자’

    “공짜로 망을 쓰면서 보안까지 위협하는데 그냥 놔둘 수 있나요.” “자기집 대문을 열어 놓든 말든 국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닙니다.” 초고속인터넷망을 무선인터넷망으로 연결시켜 주는 무선랜(와이파이)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인터넷의 핵심인 ‘공유’ 기능과 ‘보안 취약’이라는 두 얼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와이파이는 3세대(G) 이동통신 매출을 떨어뜨리고, 초고속인터넷을 공짜로 이용하는 일종의 ‘망도둑’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비싼 데이터요금을 크게 줄이고, 특정 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으면 싸게 음성통화까지 할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이다. 초고속인터넷 1회선만 들어간 하숙집에서 학생들이 무선공유기(AP·무선접속장치)를 설치해 자기들 방에서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3G, 와이파이, 와이브로 등 다양한 무선망을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유무선통합(FMC) 서비스가 본격화될 태세여서 와이파이 이용은 급증할 전망이다. 논란의 핵심은 보안이다. 와이파이망을 열어주는 무선공유기는 대부분 비밀번호가 동일하거나 보안이 설정되지 않아 해킹과 도청에 취약하다. 한나라당 허원제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무선인터넷 해킹과 인터넷전화(VoIP) 도청을 직접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부 의원들은 모든 AP에 암호와 패스워드를 걸도록 의무화하고, 사전에 인증된 휴대전화나 노트북을 통해서만 AP에 접속할 수 있도록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와이파이망에서 사용되는 2.4㎓ 주파수는 다른 통신용 주파수와 달리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고, AP도 사유재산이어서 법으로 금지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무선랜 일괄 규제는 이용자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내몰 수 있다.”면서 “이용자의 절반이 무료로 이용하고 있는데, 일괄 규제가 시행된다면 이용자 부담이 17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곤혹스럽다. 무선인터넷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와이파이 보안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법을 만들어 금지할 수는 없지만 공유기 최초 설치나 AS시 패스워드 변경 등을 통해 보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환경플러스]

    [환경플러스]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시위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협회의는 25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지리산의 위기를 알리는 대형 풍선 띄우기와 봉화 전달식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케이블카 반대’ 산상시위 경과 보고에 이어 지리산의 위기를 알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퍼포먼스는 지리산 자락에 살고 있는 세대별 대표들이 ‘SOS지리산’이라 쓴 대형 풍선을 띄우고, 산상 시위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봉화 점화 순으로 진행됐다. 한편 케이블카 설치 반대 회원들은 지난 12일부터 지리산 정상에서 무기한 산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종도 국내 미기록 식물 확인 인천시 중구 영종도에 미기록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인천 영종도 일대에서 산림생물조사를 벌인 결과 한반도 미기록종인 ‘노랑도깨비바늘(가칭)’과 ‘비누풀’, 남한에 분포기록이 없는 ‘큰조뱅이’가 발견됐다. 큰조뱅이는 국화과 식물로 북한 함경도 고산지대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지금까지 국내에는 표본과 분포기록이 없다. 유럽이 원산인 비누풀은 여러해살이풀로 비누 성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원예식물로 들여왔으나 현재는 귀화해서 국내에 완전히 토착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 [HAPPY KOREA] 강원 영월군 장릉마을

    [HAPPY KOREA] 강원 영월군 장릉마을

    충절의 고장 영월을 대표하는 것이 단종 유적이다. 단종의 무덤인 장릉 바로 옆에 위치한 강원도 영월군 영흥12리 장릉마을은 자손 대대로 주민들이 함께한 자연부락이다. 고작 1㎢ 정도의 면적에 주민 400여명이 어울려 살다 보니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서로 알 정도다. 장릉마을에선 별도의 평생 개발 프로그램이 필요 없다. 주민들의 생활 자체가 ‘상부상조’하는 선조들의 옛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도깨비 놀이는 물론이고 한달에 2번씩 개최하는 마을회의야말로 살아있는 주민교육의 장이다. 장릉마을을 대표하는 ‘도깨비놀이’는 단종을 지킨 도깨비 설화를 연극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단종의 죽음, 주검을 지킨 도깨비, 도깨비를 만난 노인, 노인의 꿈 이야기, 제사과정, 떠나가는 도깨비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500년 동안 마을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어졌다.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표 송대훈(46)씨는 “매년 날씨가 추워질 때쯤이면 사랑방에 모여 연습을 한다.”며 “6~7년 전부터 연극의 형식과 방법을 체계화해서 단종문화제에서 공연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주민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회의와 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한달에 2회, 마을주민 50여명이 모여 마을의 현안을 두고 논의하는 자리다. 전문가를 초청한 건강 교육도 겸하고 있다. 살기좋은마을에 선정된 후 가졌던 회의에서 식사, 빨래 등 노인들의 가사 일을 대신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자 ‘돌봄센터’를 만들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국내외 지역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답사도 주민들의 자랑거리다. 파주 프로방스 마을, 고창 함평축제 등 국내 유명지역과 일본 규슈지역의 유후인을 다녀왔다. 영월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영역별 지상강의-수능의 맥] 언어, 수리 (가)·(나) 8회 , 수리 (가)·(나) 8회

    [영역별 지상강의-수능의 맥] 언어, 수리 (가)·(나) 8회 , 수리 (가)·(나) 8회

    언어 - 소설속 대화전개 양상·의미 파악해야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방울재 허칠복(許七福)이가 고향을 떠난 지 삼 년 만에 미쳐서 돌아와 징을 두들기며, 댐을 막은 뒤부터 밀려드는 낚시꾼들을 쫓아 댔다. 덩실덩실 춤을 추며 징을 두들기는 칠복이의 모습은 나무탈을 쓴 도깨비 같다고들 했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된 것은 고향을 잃은 서러움, 아내를 빼앗긴 원한 때문이라고들 했다. 아무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고향에 여섯 살 난 딸아이를 업고 불쑥 바람처럼 나타난 그는, 물에 잠겨 버린 지 삼 년째가 되는 방울재 뒷동산 각시바위에 댕돌같이 앉아서는, 목이 터져라고 마을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대는가 하면, 혼자서 고개를 끄덕거려 가며 오순도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중얼거리다가도, 불컥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찔러 보고, 창자가 등뼈에 달라붙도록 큰 소리로 웃어 대고, 느닷없이 징을 두들기며 겅중겅중 도깨비춤을 추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의 성질이 염병을 앓아 귀머거리가 된 사람처럼 물렁해지고, 바보처럼 느물느물해진 거였다. 황소같이 힘이 세고 성깔이 왁살스럽던 그는, 도깨비 춤추듯 징을 두들기다가도 방울재 사람들이 쫓아와서 한마디만 질러 대도 슬그머니 징채를 감추고 목을 움츠리는 거였다. (중략) [A] [“자네 정신 말짱허니께 허는 소리네만 좋은 얼굴로 헤어지세. 지발 부탁이니 지금 떠나도록 히여.” 강촌 영감이 볼멘소리로, 그러나 약간은 사정조로 말하고 나서 칠복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일으키려고 했다. “낼 아침 떠나라 허고 싶네만, 정은 단칼에 자르는 거이 좋은겨.” 칠복이는 아이를 업고 천천히 일어서서 희끄무레한 램프 불빛에 비춰 보이는 침울하게 가라앉은 마을 사람들의 얼굴들을 하나하나 가슴 속 깊이깊이 새기며 찬찬히 뜯어보았다. 그의 눈에서는 금방 눈물이 소나기처럼 주르륵 쏟아질 것만 같았다. “핑 서둘러 나가면 대처 나가는 버스를 탈 꺼여!” 강촌 영감이 앞서 술청을 나가며 하는 말이다. 강촌 영감을 따라 칠복이가 고개를 떨구고 나갔고, 뒤이어 봉구와 덕칠이, 팔만이가 차례로 몸을 움직였다.] 봉구네 주막에서 나온 그들은 칠복이를 앞세우고 미루나무가 두 줄로 가지런히 비를 맞고 늘어서 있는 자갈길 구신작로를 향해 어둠 속을 걸었다. 그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칠복이의 등에 업힌 그의 딸아이가 캘록캘록 기침을 하자, 바짝 뒤를 따르던 봉구가 잠바를 벗어 덮어씌워 주었다. 빗방울은 점점 굵어졌고 호수를 훑고 온 물에 젖은 가을 바람에 으스스 몸이 떨렸다. 이따금씩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들이 헤드라이트로 눅눅한 어둠의 이 구석 저 구석을 쿡쿡 쑤셔 대며 바람처럼 내달았다. 자동차의 불빛이 길게 어둠을 가를 때마다 칠복이를 앞세우고 걷는 방울재 사람들의 가슴이 마치 총을 맞는 것만큼이나 섬찟섬찟했다. 신작로에 당도해서 조금 기다리자 읍으로 들어가는 헌털뱅이 버스가 왔으며, 그들은 서둘러 차를 세우고 칠복이를 밀어넣었다. “징헌 고향 다시는 오지 말어.” 봉구가 천 원짜리 두 장을 칠복이의 호주머니에 푹 쑤셔넣어 주며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말했다. 칠복이가 무슨 말인가 하는 것 같았으나 부르릉 버스가 굴러가는 바람에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버스가 어둠 속에 묻히고 자동차 불빛이 보이지 않게 되어서야 말없이 돌아섰다. 한사코 가기 싫다는 칠복이 부녀를 억지로 버스에 태워 쫓아 보낸 그날 밤, 방울재 사람들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후두둑후두둑 빗방울이 굵어지고 땅껍질 벗겨 가는 소리가 드세어질 무렵, 봉구는 잠결에 아슴푸레하게 들려 오는 징소리에 퍼뜩 놀라 일어나 앉았다. “아니, 이 밤중에 무신 징소리당가?” 그는 마른 기침을 토해 내고 삐그덕 방문을 열어, 송곳 하나 박을 틈도 없이 꽉 들어찬 어둠의 여기저기를 쑤석여 보았다. 어둠 속 어디선가 딸을 업은 칠복이가 휘주근하게 비에 젖은 채 바보처럼 벌쭉벌쭉 웃으면서 불쑥 나타날 것만 같았다. -문순태 ‘징소리’ [문제] [A]를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것은? ①마을 사람들은 칠복이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②강촌 영감은 칠복이가 빨리 떠나기를 재촉하고 있다. ③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결정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④강촌 영감은 인정에 이끌리면서도 현실을 따르고 있다. ⑤마을 사람들은 침묵으로 강촌 영감의 말에 동조하고 있다. [해설] 마을 사람들이 고개를 떨구면서 나갔다는 대목이나, 사람들의 가슴이 총을 맞은 것만큼이나 섬찟섬찟했다는 대목에 근거한다면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결정에 부담스러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강촌 영감은 약간 사정조로 칠복이가 빨리 떠나도록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마음속으로는 그렇지 않을지라도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러한 강촌 영감의 말에 침묵으로 동조하면서 행동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칠복이를 자신들을 위한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답> ① 이석록 메가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수리 (가) - 미·적분 활용문제 난이도 높아언어 [출제유형분석] 심화 미분과 적분에서는 간단한 미적분 계산문제도 출제되지만 주로 미분과 적분의 활용문제가 난이도 있게 출제된다. 미분 단원에서는 극대·극소와 최대·최소를 구하는 문제와 곡선의 개형과 관련한 문제, 변화율 문제 등이 출제된다. 적분 단원에서는 치환적분이나 부분적분을 이용한 계산문제, 넓이나 부피, 변화율 등 활용문제가 자주 출제된다. [대비전략] 미분에서는 각을 변수로 잡는 최대·최소 문제나 변화율 문제가 자주 출제되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평균값 정리나 곡선의 개형과 관련한 대소비교 등도 잘 연습해 두어야 한다. 적분에서는 수학2의 정적분 유형을 잘 정리함과 동시에 초월함수의 정적분과 적분법을 잘 익혀두어야 한다. 특히 치환적분을 이용한 고난도 문제가 출제예상된다. 남언우 이투스 수리영역 강사 수리 (나) - 확률변수 변환·이항분포 자주 출제
  • 외래식물 급속 확산에 생태계 신음

    외래식물 급속 확산에 생태계 신음

    지난 26일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기 위해 조상의 묘를 찾았다. 높지 않은 산 중턱이지만 이곳까지 가시박 등 외래식물이 점령해 진입조차 어려웠다. 주위 나무들을 칭칭 감고 무성하게 올라간 덩굴식물은 집채처럼 보여 금방이라도 들짐승이 뛰쳐나올 것만 같다. 외래식물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토종 생태계 보전을 위해 외래식물을 제거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래식물의 영역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상대적으로 토종식물의 개체군과 터전은 점점 축소되는 추세다. 외래식물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환경부 자연보전국에 자료를 요청했다. 환경부는 서식지가 광범위한 외래식물을 생태계 교란종으로 분류, 2007년부터 국립환경과학원을 통해 전국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한 외래식물은 단풍잎돼지풀을 비롯,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도깨비가지, 애기수영, 가시박,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등 11종이다. 모니터링은 전국 같은 지역을 선정, 서식지 확산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한다. 올해 발표한 모니터링 결과 단풍잎돼지풀은 파주, 인천, 연천, 부산의 조사지역에서 63~70%의 높은 밀도를 보였다. 216~256cm로 자라 토착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꽃가루가 날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졌다. 돼지풀 역시 90~106cm의 높이로 알레르기성 꽃가루를 날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양등골나물은 서울 월드컵공원, 남산공원 및 광주 남한산성의 조사지역에서 46~55%를 차지, 숲속에 키 작은 토종식물의 성장을 막는 주범으로 꼽혔다. 털물참새피의 경우, 조사지점인 창녕에서 90%의 높은 밀도를 보이며 우포늪으로 확산이 우려된다. 특히 올해 6월 생태교란 식물종으로 지정된 가시박은 수년 전 국내에 들어와 집중호우와 홍수 등을 틈타 전국 산하를 뒤덮고 있다. 열매의 가시에 찔릴 경우 피부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고려대 강병화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가시박은 워낙 번식이 빨라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라고 불린다.”면서 “자신의 영역과 영양분 흡수를 위해 다른 식물을 고사시키는 독성 물질도 뿜어낸다.”고 말했다. 국립환경연구원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은 안 됐지만 빗자루국화와 미국가막사리, 큰김의털 등의 외래식물도 빠르게 토착화하고 있다. 하천변과 습지를 비롯, 경작지와 묵논, 고산초지, 생태공원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하천의 물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곳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미국가막사리는 하천과 습지 주변에 자라는 갈대, 달뿌리풀 같은 자생종과 키가 작은 식물을 고사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방용으로 들여와 고속도로와 국도의 절개지에 토사침식을 막기 위해 심기 시작한 큰김의털도 고산지대 초지까지 확산되고 있다. 사방공사용으로 도입된 식물이 토종식물을 밀어내고 정착해 생태계를 교란시킨 것이다. 생태계 교란 외래식물을 제거하기 위해 환경부, 산림청, 지방자치단체 등이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워낙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고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부분제거에 그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벤트성 행사로는 문제해결이 안 된다며 특성을 파악해 전파요인 등을 제거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처음으로 외래식물 제거를 위해 민간단체에 6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면서 “지역 환경청과 지자체 등에서 자발적으로 제거에 나서고 있지만 부분 제거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둠벙 할아버지/장수명

    [엄마와 읽는 동화] 둠벙 할아버지/장수명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이다. “휴, 비는 언제 온담.” 바싹 마른 바닥에서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기호가 타박타박 걷는다. “기호, 이제 오니?”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기호를 보자, 우물가로 가시더니 두레박에서 물을 퍼 올린다. “기호, 이리 온. 할애비가 등목 시켜줄 테니.” 할아버지는 기호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시며 말했다. 우물에서 갓 퍼 올린 물은 얼음 같다. “아~, 차차 차가워. 할배.” 기호가 엎드렸던 몸을 발딱 일으켜 세우며 호들갑을 떤다. “원, 녀석도 뭐가 차갑다고 호들갑이누.” 할아버지는 길러 놓은 물을 할아버지 몸에 퍼붓는다. “피, 할아버지 억지로 참는 것 다 안다 뭐.” 기호가 입술을 삐죽이 내밀며 팔딱팔딱 뛰어 툇마루로 재빨리 올라선다. 몹시도 더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하지만 어찌나 긴 가뭄을 겪었는지 논바닥은 쩍쩍 갈라지고 제대로 자란 벼도 그다지 없었던 농사는 가을이 되어도 별로 추수할 거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둠벙을 하나 파야겠어.” 할아버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셨다. “둠벙을 파신다고요?” 작은아버지의 낯빛이 싸늘해졌다. “그래, 아무래도 그래야 되지 싶다. 저기 윗마을에 있는 우리 논에….” 할아버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작은아버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버지, 그 논에 둠벙을 판다는 게 말이 돼요. 다른 사람들 다 가만있는데 왜 번번이 아버지가 나서요. 지난 번 영식이네가 돌아왔을 때도 문중에서 모두 가만있는데 아버지가 나서서 그 위에 있던 논 한 마지기하고 밭 한마지기 털컥 떼 주더니 이번엔 또 우리 논에 둠벙을 판다고요?” 작은아버지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다 할 참인가 보다.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목청을 돋우기 시작했다. “그래요. 아버지 땅이니까 아버지 마음대로 하세요. 난 이제 이곳을 떠나서 살 거예요. 더는 농사짓기도 싫고, 이곳도 지긋지긋하고….” 작은아버지는 휑하니 나가버렸다. 할아버지는 한동안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으셨다. 그런 작은아버지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보시더니 천천히 몸을 움직여 툇마루에 걸터앉는다. “허참, 쟤가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네.” 할아버지는 길게 한숨을 지으며 먼 산으로 눈길을 돌리신다. 몇 날이 지났다. 집안 분위기는 잔뜩 가라앉아 숨조차 마음대로 쉬기 어려울 만큼 무겁게 느껴졌다. 기호는 늦잠을 잔 탓에 허겁지겁 밥을 먹고 가방을 둘러메고 잰걸음으로 학교로 달려갔다. 일교시가 끝날 무렵이었다. “기호야.” 작은아버지가 학교로 찾아 왔다. “작은아빠, 작은아빠가 웬일이세요?” 기호는 멀뚱멀뚱한 눈빛으로 작은아버지를 올려다 본다. “오늘, 12시 차로 작은아빠는 작은엄마하고 서울 올라가려고 한다.” “서울요?” “넌, 할아버지와 있다가 우리가 자리잡고 연락할 테니까, 그때까지 학교 잘 다니고 할아버지랑 잘 지내도록 해야 한다.” 기호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느닷없이 학교에 찾아와서 서울 간다는 작은아버지의 말에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지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작은아빠, 정말 갈 거예요? 정말, 나하고 할아버지만 두고, 서울로 갈 거예요?” “그리 알고 수업 마치고 집으로 곧장 가도록 해라. 알았지.” 작은아버지는 이미 마음을 굳혔나 보다. 기호의 어깨를 몇 번 도닥거리더니 총총히 학교를 빠져나갔다. ‘서울….’ 느닷없이 나타나 서울 간다는 작은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기호가 작은 주먹을 움켜잡는다. 기호도 가고 싶던 서울이다. 하지만 작은아버지처럼은 아니다. 기호 눈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났다.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읜 기호는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를 친부모처럼 따랐는데, 덜컥 기호를 두고 간다니….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가 없는 집은 마치 빈집처럼 휑하기만 했다. 바닥 가장자리 천이 닳고 닳아서 헤져 작은 구멍이 난, 아주 오래된 낡은 배낭을 할아버지는 찾아냈다. 다 먹은 주스병에 물을 담아 배낭에 챙겨 넣고, 반찬 몇 가지며 밥도 챙겨 넣었다. 그리고 허벅지까지 오는 고무장화도 차곡차곡 접어서 배낭에 넣는다. “할아버지 어디 가요?” “그래 기호야, 할아버지 좀 늦게 올지도 모르니까 밥 알아서 챙겨 먹어라.” 헛간에 세워져 있던 삽자루를 자전거 뒤에 싣고 할아버지는 대문을 나선다. “할아버지, 윗마을 가요?” “그래.” 여름 내내 비 한 번 오지 않았던 날씨 탓에 논바닥은 마치 거북이 등짝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펌프로 물을 뽑아 올렸지만 그것도 한정이 있었다. 듬성듬성 누렇게 말라 다 타버린 나락줄기를 만지던 할아버지 얼굴은 일그러져, 우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닌 묘한 표정을 지으며 한참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배낭을 벗고, 할아버지는 삽으로 논바닥을 뒤집기 시작했다. 뿌연 흙먼지가 삽을 따라서 하얗게 일어났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할아버지 손등으로 올라온 굵은 핏줄 위로 땀방울이 툭툭 떨어졌다. 논바닥은 거의 다 뒤집혀져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몇 날이 지나고 몇 달이 흘렀다. 할아버지는 마치 곧장 일을 끝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바람 쌩쌩 부는 겨울이 되었는데도 하루도 쉬지 않고 논으로 갔다. 진눈깨비가 어지럽게 날리는 날이다. “할아버지 이제 그만 쉬었다가, 날씨 풀리는 봄에 해요.” 기호가 할아버지를 말렸지만 할아버지는 그런 기호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어김없이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언젠가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처럼 사람 손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할아버지를 따라 윗마을로 간 기호의 눈은 화등잔처럼 커졌다. 윗마을 논은 움푹 파인 분화구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어떠냐! 기호야.” 기호는 말문이 막혔다. 아침 햇살을 받고 선 할아버지의 얼굴이 그처럼 빛나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이제 저 곳에 연도 심고, 고기도 놓아 기르면서 우리 마을 농업용수로도 쓰고, 너희들이 장가를 가서 자식을 낳으면 수생생물들의 생태를 공부할 수도 있는 학습장이 되게도 할 테다.” “할아버지 정말 대단해요! 혼자서 이 넓은 땅을 팠단 말이에요!” 기호는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우며 말했다. “다행히 저 산 가까운 아래쪽에서 물이 샘솟는구나.” 시간이 지나자, 둠벙엔 물이 차기 시작했다. 봄비도 알맞게 내려주었다. 할아버지는 틈만 나면 둠벙으로 가서 연도 심고, 수초도 곳곳에 심으셨다. 할아버지 말씀처럼 할아버지 바람처럼 둠벙은 시간이 지날수록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찰랑거리는 잔물결도 만들었고, 그 위로 잠자리도 날아다녔으며, 어느 날부터인가 오리 몇 마리가 날아들어 둠벙 이곳저곳을 헤엄치기 시작했다. 일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나고 해를 거듭할수록 둠벙은 아름답게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얼굴은 점점 야위어 가고 몸도 바싹 말라가고 있었다. “할아버지, 어디 편찮으신 것 아니에요. 병원에 가 봐요!” “아니다. 내 병은 내가 잘 안다.” 그러고 보니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가 집을 나간 지 여러 해가 지났다. 그동안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할아버지, 작은아빠 오시라고 할까요?” “끄응….” 작은아버지라는 말에 할아버지가 돌아누우시며 앓는 소리를 내신다. 할아버지가 밖으로 나가자 기호는 전화번호가 적힌 수첩을 찾아 뒤적인다. “작은아빠, 저 기호예요. 지금 할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세요. 빨리 내려오셔야겠어요.” 일요일 아침이었다. 몇 날 동안 대문 앞을 기웃거리던 기호를 보자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신다.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게서 며칠 동안 왜 그러누?” 그때였다. “기호야!”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다. 순간 할아버지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귀밑 볼이 불그레해졌다. “창이 왔구나! 어서 들어가자!” 할아버지는 작은아버지 손을 덥석 잡아 끈다. “아버지, 죄송해요.” 작은아버지 목소리에 울음이 섞였다. 이제 작은아버지는 서울로 안 간단다. 할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둠벙을 가꾸겠단다. 아침부터 온종일 작은아버지는 둠벙으로 가서 일했다. 작은아버지 손길이 닿은 둠벙은 멋지고 아름다운 곳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연꽃도 더 많아졌고, 부들이며 수초들도 더 많이 자라기 시작했다. 게다가 둠벙 가운데를 가로질러 직접 만들어 놓은 나무로 만든 구름다리는 둠벙을 찾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인기 최고였다. ‘작은 생태학습장 -둠벙 이야기-’ 작은아버지는 둠벙에 팻말을 세웠다. 둠벙 들머리 정자에 걸터앉아 작은아버지의 바쁜 손길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시는 할아버지의 눈은 어느 때보다도 평온하고 부드러웠다. “기호야, 저 둠벙은 네 것이기도 하다.” 기호의 이마를 스치고 지나간 바람이 둠벙 가운데에 우뚝 선 부들을 살랑대며 춤추게 하고 있었다. *둠벙:둠벙은 물웅덩이의 방언으로서 우리 조상들이 가뭄에 대비해 농촌 곳곳에 만들어 놓은 작은 못으로, 한국형 습지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든 중심이 자신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타인에 대한 배려엔 인색하기 그지없다.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기호의 할아버지는 자신이 아닌 타인에 대한 배려와 나눠주기, 그리고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한 귀중함과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있는 어른이다. 하지만 작은아버지는 그런 할아버지와는 반대로 요즘의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나눠주면서 얻게 되는 행복과 기쁨, 가까운 것에 대한 귀중함과 소중함들을 한번쯤은 되짚어보며 살아가자는 생각에서 기호의 할아버지를 통해 조금은 느리게 살면서 얻게 되는 삶의 기쁨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작가 약력 아동문학평론 ‘해님이 사는 마을’, 아동문예문학상 ‘지훈이와 할아버지’ 당선으로 등단. 제24회 새벗문학상 수상, 동화 ‘호수에 갇힌 달님’. 주요작품: 동화집 ‘내 이름은 아임쏘리’ 그림동화집 ‘도깨비 대장이 된 훈장님’ ‘동백꽃’ 외 다수. 현재 한라산학교 강사, 서귀포신문 동화연재 중, 제민일보 생활칼럼 집필진 활동 중
  • [엄마와 읽는 동화] 장승을 찾아서/박상재

    [엄마와 읽는 동화] 장승을 찾아서/박상재

    승희는 유치원에 다닐 때까지 장승을 보면 울음보를 터뜨리기 일쑤였습니다. 4학년 때까지만 해도 장승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5학년이 되면서 판소리와 사물놀이를 알게 되고, 탈춤도 배우고, 우리 문화재에 대해 배우면서 장승에 대해서도 친근하게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승희 외할아버지는 속리산이 가까운 외딴 산골에서 장승을 만들고 있습니다. 벌써 30년 가까이 장승과 더불어 살아온 장승장이입니다. 외할아버지는 그곳에 장승을 100개도 넘게 만들어 장승공원을 꾸며 놓았습니다. 장승공원에 가면 갖가지 장승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도깨비처럼 험상궂게 생긴 장승도 있지만 저절로 웃음이 나올 만큼 재미있게 생긴 장승들도 많습니다. 우락부락한 인상이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장승이 있는가 하면 시골 할아버지처럼 순하고 어눌해 보이는 장승도 있습니다. 이름도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진서대장군, 북장군, 당장군 등 여러 가지로 불리지만 승희에게는 어느 것 하나 정이 가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승희 외할아버지에게는 장승이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운 친구입니다. 산길을 가다 폭풍우에 쓰러진 나무나 병충해를 이기지 못하고 죽은 나무들을 보면 할아버지의 눈에 생기가 돕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도 있는 게야. 내가 그것을 증명해주지.” 할아버지는 죽은 나무들을 알맞게 잘라 보물처럼 조심조심 옮겨옵니다. 그러고는 톱과 대패, 망치와 끌을 들고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합니다. 쓱싹쓱싹 대패질 소리가 나고, 뚝딱뚝딱 망치 소리가 들리고, 쩌억쩌억 끌 소리가 들리면 죽은 고목나무는 살아 있는 장승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 엄마는 승희를 데리고 국립 민속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그곳 마당에는 꼴도 보기 싫은 장승 부부가 우두커니 서서 헤벌쭉 웃고 있었습니다. “승희야, 저 장승할아버지 앞에 가서 서 봐. 사진 한 장 찍어 줄게.” “싫어. 내가 사진 찍기 싫어하는 것 엄마도 알잖아요.” 승희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이자, 엄마는 승희에게 사진기를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그럼 엄마라도 한 장 찍어주렴!” 엄마의 두 눈에는 늦가을 바람결 같은 쓸쓸함이 배어 있었습니다. 승희는 높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장승과 함께 서 있는 엄마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아주었습니다. 엄마가 승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승희야, 지금도 외할아버지가 싫니?” 승희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한참을 망설이던 승희가 입을 열었습니다. “난 그냥 외할아버지는 좋은데, 장승 만드는 외할아버지는 싫었어. 외할아버지는 산신령이야. 긴 머리채를 묶은 채 한복을 입고 장승을 만드는 할아버지는 더욱 싫어.” 승희의 마음이 홀가분해집니다. 언젠가 꼭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 놓고 나니 마음이 개운해졌습니다. 화를 낼 줄 알았던 엄마의 얼굴에 가을 햇살 같은 웃음이 흘렀습니다. “그래, 나도 처음엔 그런 외할아버지가 무척 싫었단다. 망나니처럼 어깨까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질끈 동여매고 나무망치와 끌로 장승 깎는 일에만 골몰하는 할아버지가 왜 그리 싫었는지 몰라. 외할아버지는 장승을 만들 때면 늘 목욕을 한 후 한복을 차려입고 일을 했지. 머리라도 짧게 깎았더라면 땀도 덜 흘렸을 텐데…. 비오듯 흘려대던 그 땀 냄새도 무척이나 싫었어.” 엄마는 외할아버지가 그리운지 눈시울이 젖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전, 승희는 엄마와 함께 광화문 광장을 찾았습니다. 새로 꾸민 광장을 구경하기 위해서입니다. “광장이 뭔가 좀 허전하지 않니? 그곳에 장승을 세워 놓으면 어떨까?” 엄마는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며 말했습니다. “엄만, 누가 외할아버지 딸 아니랄까봐 장승 타령이에요?” 승희가 밉지 않게 눈을 흘겼습니다. 동작역을 지나 이수역에서 다시 7호선 열차로 갈아탔습니다. 출입문 위에 붙어 있는 열차 노선안내도를 보던 엄마가 말했습니다. “승희야, 오랜만에 엄마가 살던 골목에 한 번 가볼까?” “엄마 마음대로 해.” 승희는 별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번 정차할 역은 장승배기, 장승배기역입니다.” “승희야, 이번 역에서 내리자.” 안내방송이 흘러 나오자 엄마는 승희의 손을 잡고 내릴 준비를 했습니다. “엄마 살던 곳이 장승배기였어?” “그래, 엄마 어렸을 땐 동네에 커다란 장승이 우뚝 서 있었는데,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구나.” 엄마는 약간 상기된 얼굴이었습니다. 개찰구를 빠져 나온 엄마는 어느 쪽으로 나갈까 망설이다가 역무원에게 물었습니다. “어디로 나가면 장승을 볼 수 있을까요?” 역무원은 승희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고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습니다. “오른 쪽 6번 출구로 나가세요.” “예, 고맙습니다.” 엄마의 발걸음이 빨라졌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오니 가장 먼저 눈부신 하늘이 반겨주었습니다. 승희 엄마는 두리번거리며 장승을 찾았습니다. 승희도 뚤레뚤레 주변을 둘러보며 장승을 찾았습니다. “장승이 어디 있어? 그 아저씨가 잘 못 알려줬나?” 엄마가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그 때 승희의 눈에 장승 한 쌍의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엄마 저기 있어. 도서관 입구에 서 있잖아.” 먼 발치 도서관 입구에 농구 선수만큼 큰 장승 부부가 헤벌쭉 있었습니다. “애걔, 너무 작다. 기왕에 세워 놓으려면 좀 더 큰 장승을 세워놓지 않고….” 승희는 엄마의 얼굴에서 승희가 전교부회장 선거에서 두 표차로 떨어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보였던 섭섭한 표정을 읽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가까이에 가서 한번 보고가요, 엄마.” 승희가 먼저 엄마의 손을 끌었습니다. “천하 대장군, 지하 여장군.” 승희가 장승에 쓰여 있는 한문 글씨를 읽었습니다. “우리 승희 한문 실력이 보통이 아니구나!” “장승배기 이름에 걸맞은 좀더 우람한 장승을 세웠더라면 좋았을 텐데….” 엄마는 다시 한 번 아쉬움을 토해냈습니다. 승희는 장승 앞에 서 있는 안내문을 읽어보았습니다. -장승배기는 정조가 부친 사도세자의 묘소인 현륭원에 참배하러 가면서 쉬었던 곳이다. 당시 이곳은 인가도 없고 행인마저 적었는데 정조가 장승을 만들어 세우라고 지시한 이후 장승배기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덩치 큰 장승들이 제법 많이 서 있었는데, 이젠 장승배기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되었구나.” 엄마의 목소리는 그리움에 젖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없어진 거야?” “도로를 넓힌다, 지하철 공사를 한다, 재개발한다 하면서 마구 없애버린 거지. 우상숭배라는 명목으로 뽑아버린 경우도 있고….” “엄마, 진짜 장승을 보려면 외할아버지를 찾아가면 되잖아요.” “그래, 왜 내가 그 생각을 못했지?” 엄마의 눈빛이 능소화꽃처럼 환해졌습니다. “엄마, 그럼 이번 토요휴업일에 꼭 다녀와요.” “장승이라면 무섭다고 까무라치던 네가 웬일이니?” “엄마, 장승은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이고 서민적인 민속문화재래요, 학교에서 선생님께 배웠어요.” 승희의 목소리에서 외할아버지의 팔뚝 같은 힘이 묻어났습니다. 승희는 토요휴업일을 맞아 엄마와 함께 속리산 부근에 있는 장승공원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승희 외할아버지가 30여년 동안 피땀을 흘리며 가꿔 놓은 곳입니다. 공원으로 오르는 길가에는 벌개미취, 구절초, 쑥부쟁이 같은 초가을 들꽃들이 승희네를 반겨 주었습니다. 수크령과 억새꽃도 어서 오라는 듯이 손을 흔들었습니다. 공원에는 수많은 장승들이 다양한 몸짓과 재미있는 표정으로 서 있었습니다. 엄마가 저녁밥을 준비할 동안 승희는 공원을 한바퀴 둘러보았습니다.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보았던 장승들에게 승희의 눈길이 오래오래 머뭅니다. 턱이 유난히 긴 ‘주걱턱장승’, 이가 다 빠지고 얼굴이 쭈글쭈글한 ‘노인장승’, 전통혼례를 올리는 ‘신랑 각시장승’, 하나의 나무에 각기 다른 두 개의 얼굴을 가진 ‘한몸장승’, 얼굴이 꼭 닮은 ‘쌍둥이장승’, 수줍은 듯 기둥 뒤에서 얼굴만 빼꼼히 내놓은 ‘처녀장승’ 등 앙증맞은 장승들이 많이 서 있습니다. 장승 외에도 높다란 장대 위에 나무새를 앉힌 솟대도 서 있고, 나무로 지은 정자도 여러 채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한복을 차려입은 외할아버지는 정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여러 장승들의 표정이 참 재미있어서 정다운 느낌이 들어요.” 할아버지의 표정이 구절초꽃처럼 환해졌습니다. “우리 승희가 이제 다 컸구나. 어렸을 때엔 장승을 보고 무섭다며 울음을 터뜨리던 애가 정다운 느낌이 든다니….” “제가 언제 울었어요?” 승희는 엄마한테 들어서 알고 있지만 시치미를 떼었습니다. 조금 머쓱해진 승희가 오랫동안 마음에 담고 있던 말을 꺼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 우리 조상들은 왜 장승을 세웠나요?” “장승은 마을 어귀나 고갯마루에 서서 오가는 길손들을 맞이하던 사람들의 친구였단다. 오랜 세월동안 비바람을 꿋꿋이 견디며 경계표나 이정표로, 잡귀나 질병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수호신 역할을 했지. 사람들은 때로 장승을 찾아와 개인의 소원을 빌기도 했단다. 장승은 이렇게 정다운 친구로, 때로는 수호신이나 믿음의 대상으로 우리 곁을 든든하게 지켜준 고마운 존재란다.” “할아버지, 어떤 장승은 아주 험상궂게 생겨 무섭기도 해요.” “근엄하고 무서운 표정의 장승은 수호신의 역할을 한단다. 잡귀와 재앙을 막아 내려면 무서운 표정을 지어야 하지 않겠니? 그러나 지금은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정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장승을 만들지.” “그래서 재미있게 생긴 장승들이 많군요.” “그래, 장승은 못 생기면 못생길수록 정감이 가고 재미있단다.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맞아요. 할아버지. 제가 장승을 좋아하게 된 것도 할아버지께서 만드신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장승들을 보고나서부터거든요.” “이제 우리 승희와 대화가 통하니 이 할애비는 참 기쁘구나.” “할아버지 이제부터 제가 장승홍보대사가 될 거예요. 친구들이 제 별명을 ”장승“이라고 부르면 활짝 웃을 거구요.” “승희야, 고맙다. 역시 넌 내 손녀야.” 할아버지는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승희의 손을 꼭 잡아주었습니다. 승희는 할아버지 얼굴이 가을 언덕배기에 줄지어 핀 해바라기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 작가의 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다. 장승은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배어 있는 우리의 전통문화 유산이다. 한때 우상숭배라는 미명 아래 장승이 수난을 당하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더욱 아끼고 사랑하여 후손에 물려줄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 약력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꿈꾸는 대나무)▲새벗문학상 장편동화 당선(원숭이 마카카)▲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수상▲동화집:개미가 된 아이, 원숭이 마카카 등 50여권▲현재, 서울영일초등학교 교사
  • [여행가방]

    ●신종플루 퇴촌스파 한방탕으로 이겨볼까 신종플루가 한창이다. 퇴촌스파그린랜드에서 홍삼, 도라지, 모과, 국화를 우려낸 한방 스파를 선보인다. 모두 면역 기능 강화와 피로회복, 기침 예방 등 감기 증상에 효과를 자랑하는 약재들이다. 몸만 담근다고 신종플루를 퇴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심리적 안정효과는 있겠다. (031)760-5700. ●롯데월드·서울랜드 핼러윈 축제 매년 10월31일은 서양에서의 핼러윈 데이다. 호박머리(잭 오랜턴)로 상징된다. 꼬마 아이들이 도깨비, 마녀 등으로 분장한 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사탕을 주지 않으면 심술을 부리겠다.’고 말하며 과자, 사탕, 초콜릿 등을 얻는다. 어른들 역시 자기들 나름대로 귀신, 마법사 등으로 분장하고 핼러윈 파티를 연다. 일종의 ‘코스프레’라고도 볼 수 있다. 약간 어색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있다. 롯데월드에서는 4일부터 11월1일까지 매일 핼러윈 파티를 연다. 대형 호박 등을 만들고, 입장객과 함께 참여하는 ‘해피 핼러윈 퍼레이드’를 펼친다. 어른들을 위해서는 ‘비어 패키지권’을 만들어 생맥주 2잔을 제공하기도 한다. (02)411-2000. 서울랜드에서도 12일부터 11월8일까지 핼러윈 매일 저녁 8시30분 펼쳐지는 레이저쇼와 불꽃놀이는 떠나 버리는 여름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 준다. (02)509-6000. ●성우·하이원 리조트 시즌권 특가 판매 현대성우리조트는 인터넷 쇼핑몰 G마켓(www.gmarket.co.kr)을 통해 09~10시즌권을 특가 판매한다. 1차 판매는 37만원으로 6일까지, 2차는 39만원으로 21일부터 30일까지 판매한다. (033)340-3000. 하이원리조트 또한 3일부터 12일까지 09~10시즌(패스)권을 판매한다. 정해진 횟수 안에서 무기명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실속형 횟수 패스권 (40회권 16만원, 70회권 26만원)과 시즌 기간 내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즌권(35만원, 여성은 17만 5000원), 겨울시즌 하이원스키장뿐 아니라 롯데월드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즌권+롯데월드 시즌권(38만원, 여성은 24만 5000원)으로 구성됐다. G마켓(02-2052-3232), 인터파크(02-3484-3890), 11번가(1599-0110)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 ‘神算’ 이창호9단 오목서 무너졌네

    ‘신산’(神算) 이창호(34)가 오목에서 일반인에게 졌다.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바둑기사 이창호 9단은 1일 강원 정선군 사북읍 강원랜드호텔 앞 도깨비광장에서 열린 시범 오목 대국에서 하이원리조트 최영 사장에게 27수만에 패했다. 이 9단은 일반 팬들과의 오목에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해 바둑판을 호령하던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제37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부대 행사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이창호 9단을 비롯해 후지쓰배 우승자 강동윤 9단 등이 참가해 팬들과 릴레이 바둑, 오목, 속칭 ‘알까기’ 등을 벌였다. 바둑으로 천하를 호령하고 있는 이 9단이지만 이날 의외의 모습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행사 주최 측에서는 이 9단에게 알까기에도 도전할 것을 요청했지만 그가 “도저히 자신이 없다.”며 고사해 무산됐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돌부처’ 이창호 9단 오목 도전

    ‘돌부처’ 이창호 9단이 다음달 1일 강원 정선군의 하이원리조트 강원랜드호텔 도깨비 광장에서 오목에 도전한다. 이번 이창호의 ‘반외(盤外) 나들이’는 2006년 7월27일 제2기 한국물가정보배 결승 제1국의 해설자로 나선 이후 꼭 3년 만이다.
  • 물, 빛, 바람, 소리…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생명의 에너지

    물, 빛, 바람, 소리…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생명의 에너지

    고도 100km의 인공위성이 촬영한 제주도의 이미지는 거대한 야수의 눈처럼 보인다고 한다. 검푸른 환태평양 위에 떠 있는 푸른 제주도는 밖으로 바라보며 세계를 보듬고, 안으로 영혼을 성숙시킨다. 지난 6월 말 문을 연 제주도립미술관이 개관전 타이틀을 ‘환태평양의 눈’으로 정한 이유다. 세계로 열려 있는 제주도에서 도립미술관이 생명을 집어 넣는 눈동자 역할을 하겠다는 야심이다. 연일 섭씨 30도 이상 계속되는 지난 주말 제주도립미술관을 찾았다. 미술관은 일명 ‘도깨비 도로’와 인접한 곳으로, 제주공항에서는 차로 20~30분 거리에 있었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제주도립미술관은 3만 9000㎡ 터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7087㎡ 규모. 노출 콘크리트 건물로 건립에만 181억 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미술관 공원 입구에는 노란 원복 차림의 유치원생들이 병아리떼처럼 줄을 지어 미술관을 방문하고 있었다. 미술관 전면을 감싸고 있는 얕은 연못에는 서성봉씨의 설치 작품이 보였다. 갈색 나무둥치를 금속의 알루미늄 선이 감싸고 있다. ●새달 30일까지… 빌 비올라 등 세계 유명작가 36명 작품 전시 개관전인 ‘환태평양의 눈’에는 4개의 전시가 한번에 진행됐는데, 이 중 반드시 봐야 하는 메인전시는 국내외 최고의 작가들의 작품이 모여 있는 ‘숨비소리’다. ‘숨비소리’란 해녀들이 물질을 하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물 밖으로 나오면서 내뱉는 휘파람 소리 ‘호오이’를 뜻한다. 전시는 현실과 이상, 삶과 죽음의 세계를 넘나들며 생명의 무게를 정화하는 숨비소리를 모티브로 삼아 제주도의 바람과 물, 빛, 소리를 형상화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빌 비올라, 제임스 터렐, 테오 얀센 등 세계적 작가들을 포함한 11개국 36명의 회화, 사진, 설치, 미디어 작품을 모았다. 전시는 자연과 생명의 에너지를 주제로 한 1부 ‘생명의 에너지-바람, 물, 빛 그리고 소리’와 2부 인간의 삶에 초점을 맞춘 ‘호흡하는 공간들’로 나뉘어진다. 우선 미술관 오른쪽 입구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파도처럼 율동하는 유리조각을 만날 수 있다. 키네틱아티스트인 톰 윌킨슨의 작품 ‘라이트웨이브(Light Wave)’로 런던에서 빌려 온 작품이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소리· 빛 · 바람을 보여 주는 작가 개별적인 작품들이 펼쳐진다. 미래세계의 기계곤충이나 기계꽃, 기계애벌레와 같은 조각품을 설치한 최우람씨의 작품이나, 깜깜한 방에 스피커 수십 개를 공중에서 수평으로 연결해 설치한 뒤 빗소리를 들려 주는 김기철씨의 ‘소리보기-비’는 소리의 시각화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스피커에 매달아 놓은 투명한 낚싯줄은 가늘게 들이치는 비처럼 보인다. 제주 출신인 부지현씨의 작품 ‘휴(休)-집어등과 LED’는 오징어잡이배의 집어등을 줄을 지어 늘어 놓고, 파랗게 노랗게 불을 켜기도 하고 때론 암전을 만들어 색다른 경험을 제시한다. 집어등에 걸리는 것이 오징어만이 아니라 욕망에 시달리는 인간이기도 한데, 깜깜해진 전시실에서 마음을 내려 놓을 법도 하겠다. 김수영의 시를 연상케 하는 파란 풀들이 누웠다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날 것만 같은 안병석씨의 회화 ‘바람결’에서는 바람을 느껴 보기도 한다. 이 배경의 ‘Mirror of minds’는 관객들의 움직임을 미디어영상으로 재현케 해 주는 상호작용의 작품이다. 점점 녹아 가는 빙하와 미지의 대륙을 정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 주는 릴릴의 영상 드로잉 작업도 신선하다. 긴 파이프에서 아름다운 새소리 등을 뱉어 내는 김병호씨의 작업도 익숙하지만 재밌다. ‘빛과 공간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제임스 터렐의 홀로그램은 빛의 속성을 잘 보여 주는 작품으로 인기가 있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빛의 크기와 형태, 색깔이 변화한다. 명상와 치유의 빛이라는 평가. ●제주 출신 부지현·日 오니시 야스아키 작품 눈길 끌어 2부에서도 볼 만한 작품이 많다. 일본 작가 오니시 야스아키의 작품 ‘레스트릭션 사이트(Restriction Sight) AAC’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기를 모은다. 깜깜한 방에 놓인 엷고 투명한 비닐에 공기가 차오르면서 부풀었다가 가라앉는다. 형광색의 노란 점들이 비닐의 팽창에 따라 조밀하게 모여 있다가 퍼져 나가는 모습이 우주의 빅뱅처럼 보인다. 자세히 보면 큰 공 안쪽에도 작은 비닐 공이 숨쉬듯이 팽창과 수축을 되풀이하며 마치 숨을 쉬는 생명체처럼 보인다. 영국 작가 잉카 쇼니베르의 비디오 작품은 잘 봐야 한다. 거울 앞에 발레리나 한 명이 춤추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명의 무용수가 ‘백조의 호수’의 ‘오딜과 오데트’ 역할을 맡아 아주 똑같이, 진짜 거울처럼 춤추고 있다. 한 사람은 흑인, 한 사람은 백인이기 때문에 카메라가 근접 촬영했을 때 확인할 수 있다. 백인을 중심으로 흑인이 거울 속 인물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거울 속 인간은 백인 무용수로 바뀌는 트릭도 숨어 있다. 선과 악은 이렇게 바뀌고 교체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다. 미국출신의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의 비디오작품 ‘의식(Observance)’은 대단히 느리게 재생되는 비디오다. 오디션을 통해 뽑은 18명의 배우는 누군가의 장례식장이나 비통한 상황에서 보여 주는 슬픔과 고통을 얼굴 표정과 손가락의 움직임, 몸짓 등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인간의 사회와 정치, 문화가 모두 담긴 3.8t 분량의 신문을 쌓은 뒤, 그 사이사이에 식물 씨앗을 심고 발아시킨 김주연씨의 작업은 개막시점에서 보여준 파란 싹들이 이제 사라지고, 갈색으로 죽어 있어서 아쉬웠다. 외부에서 대부분 빌려온 개관전 작품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제주도민은 물론 제주공항에서 가까운 만큼 방문길에 꼭 관람하길 기대해 본다. 다만 제주도립미술관을 둘러싸고 잡음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아 다음 기획전들에 대한 걱정은 적지 않다. 9월 30일까지. 무료. (064)710-4300 제주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환경플러스]

    ●환경체험 ‘에코스쿨’ 10~21일 개최 한국환경자원공사(사장 고재영)는 여름방학을 맞아 가족이 함께 즐기면서 배우는 환경체험교실 ‘에코스쿨’을 10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마포 자원순환테마 전시관에서 진행한다. 에코스쿨에서는 친환경 생물인 지렁이에 대한 애니메이션 관람, 생활쓰레기 처리과정을 볼 수 있는 시설 견학, 분리배출 체험교육을 통해 폐자원의 재활용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재활용 만들기 체험교실’에서는 1회용 수저와 빈 용기를 재활용해 미니화분 등을 직접 만들 수 있다. 체험후기 공모와 즉석 환경 퀴즈를 통해 즉석에서 다양한 경품도 제공한다. ●생태계 교란 외래 동·식물참고서 발간 환경부는 생태계를 교란하는 야생 동·식물을 수록한 자료집을 발간했다. 자료집에는 생태계 교란 동·식물의 특성과 식별법, 분포지역, 유입경로, 관리방안, 제거법, 유의사항 등이 담겨져 있다. 현재 생태계 교란 동·식물은 16종으로 뉴트리아, 붉은귀거북, 황소개구리, 큰입배스, 파랑복우럭 등 동물 5종과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애기수영, 가시박,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등 식물 11종이다. ●횟집 수족관 친환경 정화 기술 개발 한 중소업체에서 횟집 수족관 물을 손쉽게 정화할 수 있는 친환경 아이디어 제품을 개발했다. 제인그룹(대표 신호근)이 개발한 ‘클린해’는 수족관 물고기가 배출하는 점액질과 이물질을 분리하여 물을 정화시키는 원리다. 은나노 이온 발생장치를 통해 물을 정화하고 수족관 항균작용도 한다. 실험을 통해 수족관 정화기능으로 물고기의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것으로 평가됐다.
  • 폭우 동반 제주판 토네이도 ‘도깨비 돌풍’

    제주 한라산 남부지역에 최근 10년 사이 북미 대륙의 ‘토네이도’를 연상케 하는 강력한 돌풍이 부쩍 자주 불고 있다. 주민들은 예고없이 닥치는 엄청난 위력의 회오리바람을 ‘도깨비 바람’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8시30분부터 20여분 동안 서귀포시 남원읍과 표선면 일대에서 60~90㎜의 폭우와 함께 순간 최대풍속 초당 19.6∼21.9m의 돌풍이 불었다. 이 바람에 건물 4채의 지붕과 유리창 등이 파손되고 30여농가의 비닐하우스 수십 동이 무너지는 피해가 났다. 남원읍 태흥2리 고용규(32)씨는 “읍사무소 방향에서 회오리바람이 불어오면서 그 주변이 폭탄을 맞은 것처럼 쑥대밭이 됐으며 돌풍이 지나간 경로를 따라 하우스가 힘없이 쓰러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지난해 8월에도 이같은 돌풍이 몇 차례 이어지면서 피해가 잇따랐다. 김대준 제주지방기상청 동네예보관은 “한라산 남부지역에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부분적으로 강한 상승기류가 발생해 회오리바람인 돌풍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지자체 축제 속으로

    지자체 축제 속으로

    ■ 멋쟁이 허수아비를 뽑아라 소설 ‘토지’의 배경인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황금들판에서 ‘허수아비 코리아’를 뽑는 전국 허수아비 잔치가 열린다. 하동군은 벼가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이는 시기인 9월21일부터 9월 말까지 평사리에서 ‘하동 평사리 황금들판 전국 허수아비 콘테스트’를 개최한다. 8월1일~9월15일 콘테스트 참가신청을 받아 행사 기간 논길 옆 빈터 등을 활용, 4㎞에 걸쳐 허수아비 작품을 설치한다. 설치 작품들은 토지문학제(10월9~11일)가 끝날 때까지 평사리 들판에서 관광객들을 반기며 사진 모델이 돼 준다. 10월 중순쯤 철거할 예정이다. 콘테스트는 단독 부문과 군집부문으로 나눠 한다. 군집 허수아비는 20개 이상으로 작품을 만들어야 하며 단독 허수아비는 키 120㎝ 이상이다. 하동군 이외의 지역 참가자들에게는 작품 운반비로 군집은 30만원, 단독은 2만원까지 지원한다. 작품성과 예술성을 종합 심사해 대상은 군집부문 150만원, 단독부문 50만원의 상금을 준다. 10월6일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10월9일 시상한다. 하동군은 해마다 토지문학제 기간에 개최하던 허수아비 축제를 지난해부터는 경연대회 형식으로 열고 있다. 하동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도깨비 나라로 초대합니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 일원에서 다음달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2009 속리산 도깨비 페스티벌’이 열린다. 행사 주제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올해 처음 개최되는 이 행사는 보은군민의 안녕과 발전을 기원하는 도깨비 굿을 시작으로 어린이 도깨비그림 그리기 대회, 씨름대회, 도깨비 인형극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일본과 중국 극단이 초청돼 각국 도깨비를 주제로 한 공연을 갖고 속리산 도깨비 캐릭터 공모전 우수작품 전시, 속리산 옛 사진 전시, 도깨비 유물전, 장승·솟대 만들기 체험 등의 행사가 마련된다. 또 도깨비를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도깨비영화제가 열리고 담력을 테스트 할 수 있는 도깨비 숲길체험장이 운영된다 보은군과 속리산향토문화 사랑회는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24일 서울에서 ‘속리산 도깨비 문화콘텐츠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도깨비 학술세미나를 가졌다. 지난 4월에는 공모를 통해 속리산 도깨비 캐릭터도 만들었다. 군 관계자는 “민속신앙의 중심지인 속리산에서 다양한 도깨비 테마 관광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전남 장수군의 도깨비 축제와 차별화를 시도해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보은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영화리뷰] ‘마법의 세계 녹터나’

    [영화리뷰] ‘마법의 세계 녹터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둘 중 하나다. 두렵거나 궁금하거나. 아이들에겐 ‘밤’은 대표적인 미지의 세계이다. 어른들은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아이들을 재우지 못해 안달을 한다. ‘도깨비가 잡아간다.’, ‘도둑이 올지도 모른다.’, ‘자정이 되면 귀신이 나온다.’ 등등은 어른들이 잠 안 자는 아이들을 강제로 눈감게 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며 미지의 세계인 ‘밤’을 매우 두려운 곳으로 여긴다. 밤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은 어둠이 짙어질수록 초조해하고, 잠을 쉽게 들지 못하며 때로는 엄마와 떨어지지 못하고 매달린다. 하지만 어떤 미지의 세계는 아이들을 저절로 웃음 짓게 만들기도 한다. ‘산타의 세계’가 그러하다. 아이들에겐 밤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알 수 없고 가본 적이 없는 곳이지만 산타의 세계는 아이들을 밝고 선하게 자라게 하는 힘이 있다. 스페인 애니메이션 ‘마법의 세계 녹터나’는 많은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밤의 세계’를 산타의 마을처럼 아름답고 흥미로우며 따뜻한 곳으로 만들어 주었다. ‘마법의 세계 녹터나’를 접한 아이들은 이제 잠결에 들리는 고양이와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창문이 덜컹거리는 소리조차 정답게 느끼게 될 것이다. ‘마법의 세계 녹터나’의 주인공인 ‘팀’은 다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처럼 불행한 환경 속에서도 착하게 살아간다. 다소 식상한 캐릭터라고 느껴지더라도 불우한 환경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늘 감동을 준다. 이러한 주인공은 아이들에게 꿈과 도전을 일깨워 주는 면에서 위인전과 똑 같은 역할을 한다. 팀처럼 선한 마음을 갖고 있으나 쉽게 두려워하고 용기를 내지 못했던 아이들은 팀을 통해서 두려움이란 내가 만들어낸 것이며, 그러한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 또한 내 안에 있음을 발견한다. 많은 아이들은 팀이 역경을 극복한 것을 보면서 마치 자신이 두려움을 이긴 것처럼 감동한다. 팀이 다른 아이들과 당당히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감정이 정화되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자신 또한 변화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마법의 세계 녹터나’는 어른들에게도 좋은 교훈을 준다. 주인공 ‘팀’이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만 두려움을 극복하고 맞설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엄마와 아빠 같은 어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모카’와 ‘고양이지기’는 마치 아빠, 엄마와도 같다. ‘모카’는 ‘팀’을 자연스럽게 이끌면서 팀이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원했다. 반면 ‘고양이지기’는 팀을 보호하고 돌봐주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아이들에겐 이처럼 독립을 격려하면서 돌봄을 제공하는 부모가 있을 때 가장 멋진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처럼 화려하거나 과장되진 않지만 ‘마법의 세계 녹터나’는 주인공 ‘팀’처럼 선하게 묵묵히 잔잔한 감동과 웃음을 주는 예쁜 영화다. 밤이 무섭다고 칭얼대는 아이에겐 처방약과도 같은 영화이며, ‘납량특집’ 공포물로 심신이 쇠약해지고 덩달아 밤이 무서워지려고 했던 나에게도 위안을 준 영화이기도 하다. 새달 27일 개봉 예정. 이보연 아동상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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