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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혜로운 생활/ “수라상 받으면 나도 왕”

    궁중식탁으로 나도 왕이 될 수 있다. ‘영조실록’에 보면 ‘궁궐에서 왕족의 식사는 하루 다섯번’이라고 적혀 있다.이른 아침의 초조반(初朝飯)과 조반(朝飯),석반(夕飯)의 수라상 2회,그리고 점심때 차리는 낮것상(晝物床)과 밤중에 내는 야참(夜食) 등이다.낮것상은 점심과 저녁 사이의 허기를 때우는 입맷상으로 장국상 또는 다과상이다 .세번의 식사외에 야참으로 면,약식,식혜,또는 우유죽 등을 올렸다. 현재 전해지는 수라상 차림은 한말 궁중의 상궁들과 왕손들의 구전에 의해 전해지는 것으로 조선시대 초중기와 똑같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궁중의 일상식에 대한 문헌자료는 연회식에 관한 자료보다 훨씬 부족한 편이다.그중 유일한 문헌으로는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가 남아 있다. ◇ 수라 = 궁중에서 왕과 왕비가 먹는 밥을 말한다.일상의 조석 수라상에는 흰수 라와 팥수라 두가지가 있다.수라를 짓는 쌀은 전국에서 최상급의 좋은 쌀로 왕과 왕비가 드실 것 만을 따로 짓는다.흰밥은 일반의 밥짓는 것과 같으나 팥수라는 쌀과 팥을 한데 넣는 것이 아니라 팥을 삶은 물을 저어서 밥을 짓는 것이다.오곡수라는 멥쌀,찹쌀,차조,콩,팥을 섞어서 지은 오곡밥을 말한다 . 비빔밥도 있다.여러가지 익힌 나물과 볶은 고기를 넣어 골고루 비벼 대접에 담고 위에 알지단,생선전,튀각 등을 얹히며 고추장은 절대 넣지 않는다.일설에 따르면 섣달 그믐날 묵은해의 마지막을 비빔밥으로,새해 첫음식을 떡국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 국류 = 궁중의 국(탕)은 소의 양지머리,사태 등과 내장류 도가니 등을 넣어 오래 끓인 곰탕류가 많다.또 무국,쇠고기국,미역국,그리고 쇠고기 장국에 저민 송이를 넣고 살짝 끓인 송이탕,쇠고기 장국에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서 껍질 벗긴 참외를 넣어 끓인 참외탕 등이 있다.이밖에 국종류로는 육개장,설농 탕,호박꽃탕 등 20여 가지가 있다. ◇ 이달의 추천 궁중식 오이선 =‘선膳)’은 궁중의 조리용어로 오이 외에 호박 ,가지,두부,배추,생선 등에 고기를 채워 넣거나 섞어서 익힌 것을 말한다.오이는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채소로 그 용도가 매우 다양하다.오이의 시원하고 아삭하게 씹히는 맛을 이용한 것이 오이선이며 새콤하고 달콤한 식촛물을 끼얹어 차갑게 대접하면 큰 환영을 받는다.오이선은 원래 오이소박이처럼 칼집을 넣고 그 속에 고기소를 넣어 장국에 끓인 것이다. ◆ 만드는 법 = 1.오이를 가늘고 연한 것으로 골라 반을 갈라서 칼집을 세번 넣고 토막을 내어 진한 소금물에 절인다.2.오이가 절여지면 물에 헹구어 건져서 행주에 싸서 눌러 물기를 짠다.3.쇠고기 살과 표고를 곱게 채로 썰어 합한다.4.달걀을 황백으로 나누어 지단을 부쳐 2㎝ 길이로 곱게 채를 썬다.5. 오이의 칼집 사이에 황색 지단,백색 지단,볶은 쇠고기와 표고를 한 칸씩 채 워 넣고 실고추는 흰 지단에 한 가닥씩 끼워서 그릇에 가지런히 담는다.7.단 촛물을 만들어서 상에 내기 직전에 고루 끼얹어 낸다. 자료제공 황혜성의 궁중음식연구원(www.food.co.kr)
  • 월드Biznews/ 월드컴, 곧 파산보호 신청

    (워싱턴·뉴욕 AFP 블룸버그 연합) 회계부정 파문을 몰고온 월드컴이 이르면 이번 주말 미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보호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 보도했다.이 신문은 업계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월드컴이 328억달러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미국 제2의 장거리 전화사업자이자 미 전역 인터넷 통신망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월드컴은 연방파산법 11조에 따라 파산보호 신청 후에도 부채상환계획을 제출하는 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계속 영위할 수 있다.월드컴의 파산 보호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월드컴에 대한 채권 회수가 일정기간 중단되고 월드컴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1983년 설립된 월드컴은 영업비용 부문의 분식회계를 통해 5개 분기 동안발생한 총 38억 5000만달러의 손실을 은폐한 사실이 지난달 밝혀지면서 미국 금융시장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 월드컵 버금가는 ‘콘서트 월드’,윤도현 밴드등 호화 출연진 여름공연 잇따라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의 열기를 무색케하겠다며 초호화 출연진을 내세운 콘서트들이 줄지어 도전장을 내밀었다.발라드에서 하드록,10대에서 30∼40대까지 어떤 취향도 만족시킬 만큼 다양한 콘서트가 팬들을 기다린다.주요 콘서트를 안내한다. ◆록 페스티벌=전세계 천만장의 앨범 판매고를 자랑하는 록그룹 레드 핫 칠리 페퍼스,모던록의 선두주자 제인스 어딕션,‘국민가수’ 윤도현 밴드 등이26일 장장 5시간 동안 서울 잠실보조경기장에서 펼친다.앉아서는 들을 수 없을 이날 무대에는 크라잉 넛,레이지 본 등도 참여해 관객들을 ‘광란의 도가니’에 빠뜨린다.1588-1555(7890) ◆통쾌한 콘서트=386세대를 위한 열정의 무대.봄여름가을겨울,전인권,한영애가 27일 오후 7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시간30분 동안 콘서트를 연다.(02)3272-2334 ◆GOD의 휴먼콘서트=100억여원을 들여 100일동안 45차례 콘서트를 갖는다.인기곡을 섭렵하는 것은 물론 ‘개인기’도 마음껏 발휘한다는 계획.11일부터 9월22일까지 1주일에 4차례씩 정동이벤트홀에서 공연.(02)2004-8080 ◆김장훈의 100일콘서트=음악유학을 앞두고 서울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10월6일까지 100일 동안 장기콘서트를 펼친다.매주 5차례 공연.수요일은 ‘너희가 김장훈을 아느냐’,목요일과 일요일은 ‘엑기스 오브 엑기스’ 금요일은 ‘그 때 그 시절’ 토요일은 ‘음주가무 광란의 스탠딩’ 등 각기 다른테마로 구성했다.(02)3141-1720 ◆홍경민의 입영전야=10월초 군입대를 앞두고 8월까지 전국 투어를 갖는다.25∼27일 서울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에서 스타트를 끊은 뒤 부천 수원 부산 대구 등을 찾는다.(02)573-0038 ◆처음 그리고 마지막 순간=90년대 톱가수 박정운 김민우 박준하는 14일 울산을 시작으로 부산(21일) 서울(27∼28일·메사팝콘홀) 등에서 ‘처음 그리고 마지막 순간’이란 주제로 콘서트를 갖는다.(02)1588-9088 ◆한 여름밤의 꿈=작곡가로 더 유명한 그룹 ‘푸른하늘’출신의 김형석이 박진영 성시경 임창정 김조한 등 쟁쟁한 후배가수 초청해 콘서트를 연다.김형석은 피아노를 연주하고 팬들과 대화를 나눌 예정. 죠엔이 특별 게스트로나온다.20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02)6672-7542∼3 ◆신승훈 앵콜 콘서트=27∼28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콘서트를 갖는다.예상되는 수입 4,000만원을 소아암환자를 위해 서울대병원에 기부할 예정.(02)575-3003 ◆R&B 남성3인조 바이브(VIBE)’=13∼14일 대학로 SH클럽에서 데뷔 콘서트.박정현 휘성 하림 강타 장나라 등 호화 게스트들이 나온다.(02)383-6490∼1 주현진기자 jhj@
  • 월드컵/ 브라질 5회우승 ‘위업’

    (요코하마(일본) 송한수 류길상특파원) ‘영원한 우승후보’브라질이 다섯번째 정상을 밟아 통산 최다 우승을 달성했다. 브라질은 30일 일본 요코하마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02한·일 월드컵축구대회 독일과의 결승전에서 후반 22분과 34분 혼자 두 골을 터뜨린 호나우두의 활약에 힘입어 2-0으로 완승,70년 멕시코대회 이후 두 번째로 본선 전승(7경기) 우승을 일궈냈다. 호나우두는 이번 대회 8골을 기록,지난 78년 아르헨티나대회 이후 계속돼온 ‘마의 6골’벽을 24년 만에 뛰어넘었으며 득점왕에 올랐다.반면 차기 대회 개최국으로서 역대 네 번째 우승을 노린 독일은 한국과의 준결승에서 이번 대회 두 번째 경고를 받아 결장한 플레이메이커 미하엘 발라크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끼며 브라질과의 월드컵 본선 첫 대결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31일 동안 지구촌을 환희와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이번 대회는 4년 뒤 독일에서의 재회를 약속하며 막을 내렸다.이번 대회는 사상 첫 아시아 대륙 개최와 두 나라 공동개최라는 이유로 갖가지 우려를 자아냈으나 가장 성공적인 대회로 마무리돼 월드컵 72년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또 공동 개최국 한국과 일본이 각각 4강 신화와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루는 등 축구의 변방들이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 축구의 세계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줬다. 특히 한국에서는 대회 기간 동안 하루 최대 650만명의 거리 응원 인파가 몰리는 등 역동성과 단합된 힘을 세계에 유감없이 과시한 대회로 세계인의 기억에 남게 됐다. 한편 이날 오후 6시25분부터 20분 동안 펼쳐진 폐회식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아키히토(明仁) 일왕,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포함한 각국 국가원수와 조제프 블라터 회장을 비롯한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정몽준·이연택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 공동위원장이 참가했으며 7만 2000여 관중들이 마지막 열기를 뿜어냈다.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과 기모노를 주제로 한 폐회식에 이어 결승전 시작 20분 전에는 미국 여가수 아나스타샤가 월드컵 주제가 ‘붐’을 열창해 폐막의 아쉬움을 달래 주었다. onekor@
  • 방송3사 이젠 월드컵 결산특집 경쟁

    월드컵이 끝나도 TV속 월드컵의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전망이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3사는 지난 한 달간 전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트린 월드컵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특집 프로그램을 앞다투어 내보낼 예정이다. KBS는 새달 6,7일 2부작 다큐멘터리 ‘월드컵,한국을 휩쓴 31일 간의 열정(가제)’과 ‘세계의 열정 2002월드컵(가제)’을 연달아 편성,축구에 열광한 한국인들과 세계인들의 표정,월드컵 열기의 원인을 집중 분석한다. 제작진은 이 다큐를 위해 지난 20일간 월드컵 참가국 등 세계 30여개국을 돌면서 축구공 하나에 환호하고 좌절하는 세계인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담아왔다.특히 일본 요코하마에서 월드컵 결승이 열리는 오는 30일 부탄의 수도 팀푸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최하위인 203위의 몬세라트와 202위인 부탄 대표팀간 경기를 영상으로 옮길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KBS는 이밖에 다큐 ‘땡큐 히딩크’를 업그레이드해 새달 7일 방송하는 데 이어 네덜란드 히딩크 고향에 일고있는 한국 열풍과,한·일 월드컵의 전 경기를조망하는 특집 프로를 준비중이다. 이에 질세라 MBC는 2부작 월드컵 특집다큐 ‘태극전사 이들을 말한다(가제)’를 새달 1,2일 오후11시 맞편성해 놓고 있다.한국 축구 대표팀 23명과 이들을 후원하는 서포터들을 집중 취재해 월드컵에 얽힌 뒷얘기를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MBC스페셜’은 새달 7일부터 3주간 ‘잔치가 끝난 뒤(1부)’‘히딩크 신드롬(2부)’‘대한민국 붉은악마’ 등 시리즈를 차례로 내보내며 새달 9일 방송 예정인 ‘PD수첩’의 ‘FIFA의 상업주의’편은 FIFA의 중계권료에 얽힌 문제 등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예정이어서 방송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MBC ‘생방송 화제집중’도 새달 1일부터 23인의 태극 전사들을 하루 한 명씩 만난다.한국팀과 맞붙었던 유럽 국가들의 분위기를 현지취재해 심판 판정 시비의 진위 여부 등 월드컵을 바라보는 각 국가의 시각을 전한다. 한편 SBS는 30일 다큐 ‘월드컵이 남긴 것’(오후11시30분)‘2002월드컵 총결산’(밤 12시40분)‘아이러브 월드컵’(오후 5시50분) 등을 연이어 편성한 데 이어 6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붉은 악마의 모든 것을 파헤친다. 주현진기자 jhj@
  • 저자와 함께/’한국인 월드컵 열기’ 좋기만 한 것인가/특별대담

    ‘Be the Reds’를 새긴 붉은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을 연호하는,많을 때는 700만명이나 되던 거리응원단.그 ‘붉은 물결’을 거리에서 혹은 TV로 지켜보는 4800만 한국인은 물론 재외교포들도 눈물을 흘리며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외국 언론을 비롯해 길거리 응원에 동참한 외국인들도 한결같이 한국인들의 단합한힘에 찬사를 보냈다.그러나 그것만이 진실의 전부일까.오슬로 국립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박노자(朴露子·29)교수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귀화한 한국인이다.이토 준코(伊東順子·41)씨는 한국에서 12년째 살면서 일본을 오가며 저널리스트로 일한다.박 교수는 ‘당신들의 대한민국’에 이어 최근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이상 한겨레신문사)를,이토씨는 지난달 ‘한국인은 좋아도 한국민족은 싫다’(개마고원)를 각각 펴내면서 한국인에게 우정어린 충고를 마다하지 않은 이들.한국을 누구보다도 사랑한다는 이들은,여느 외국인과 달리 ‘월드컵 현상’을 대체로 냉혹하게 비판했다.이들의 주장에 대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부분도 적지않겠지만 우리에게 입에 쓴 보약이 될 수 있기에 그들의 주장을 가감 없이 싣는다. ■피부색 구분 말고 ‘우리 모두' 포용하는 사회로… 박 교수와 이토씨를 만난 26일은 한국팀이 결승 진출 문턱에서 안타깝게 좌절한 그 다음날이었다.대학로는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그들은 지난밤 ‘붉은악마’의 열기를 온몸으로 겪었다.‘한국 민족주의 사학의 비판’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 참석차 노르웨이에서 일시 귀국한 박 교수는 25일 밤 대학로에 위치한 ‘수유연구소’에서,붉은악마들의 ‘대∼한민국’함성 속에 어렵게 강연을 해야만 했다.이토씨는 한국팀 기적의 ‘끝’을 지켜본 뒤 일본 잡지에 칼럼을 써야 했기에 초초한 마음으로 ‘한국·독일전’을 TV로 지켜봤다고 했다. ◇박노자= 저는 본래 조용한 사람인데 응원단의 함성으로 머리가 두조각으로 갈라지는 것 같았어요.응원도 좋지만 ‘남의 공간’까지 침해해도 되는 건지…. ◇이토= 한국 언론에서 ‘4800만이 하나가 되어서’라면서 일체감을 거듭 강조하기에 일본은 언제 이런 일체감을 느꼈을까를 따져 봤어요.1964년 도쿄올림픽 때도 아니었고.제 어머니께서 1904년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이겼을 때와 비슷한 풍경일 거라고 했어요.메이지유신(1867년)후 30여년 만에 ‘서양에 이겼다.’면서 온 일본국민이 붉은 연등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와 열광했다고 해요. ◇박노자= 동양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오늘의 한국에서 그때를 떠올릴 겁니다.당시 후쿠자와 유기치(福澤諭吉)는 신문에 “이제 서양국가를 패준 일본이 ‘탈아입구(脫亞入歐=아시아를 벗어나 유럽국가처럼 됨)’가 됐다.”고 환호했죠.1853년 미국함대에 굴욕을 당해 개방을 한 일본이 러일전쟁 승리에 환호한 것이나,이번에 한국인들이 보여준 뜨거운 열기의 이면에는 ‘서양(팀)을 이겨야 한다.’는 민족주의적인 콤플렉스가 작용했다고 봅니다.그후 일본 메이지 정권이 국민의 열광(애국심)을 통제하고 휘몰아서 군국주의로 치달은 것은 한번쯤 되짚어 볼 일입니다. ◇이토= 한편으로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좋아할 일이 없었으면 축구경기에 그렇게 열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대구에서 한·미전을 할 때 저도 붉은 티셔츠를 입고 함께 응원했지만,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응원을 하면서 왜 이렇게 좋아할까,의문이었어요.그렇다면 그 흐름에서 떨어져 있고 싶은 개인은 어떻게 해야할까,과연 이 사회가 수용해 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박노자= 냉정하게 말해서 한국이 4강에 진출했다고 해서 민족적 콤플렉스가 해결될까요? 한국 민족주의의 기원은 ‘독립신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신문에서는 “대한제국이 다른 나라와 동등하게 되려면…”이라고 계속 언급하지요.한국의 민족주의는 어찌 보면 다른 나라를 억압하거나 이기는 것이 아니라,동등해지는 것을 바라는 것입니다.그러나 현시대 세계적인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억압하거나 억압받거나 할 뿐이지 동등해진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한국이 제3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고,또 유럽이나 미국의 자본주의처럼 제3세계를 억압하는 다국적 자본이 될 수는 있지만 동등해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토= 일본은 ‘입구'(入歐·서양화)한 건가요? ◇박노자= 일본은 부분적으로 ‘입구'했습니다.제3세계에서 노동력을 착취해 부를 쌓는,또 전형적인 20대80의 신자유주의적인 국가가 됐죠.중국은 노동자들을 통해 국가는 엄청난 부를 쌓지만 일본인의 실업률은 꾸준히 높아지는 것이 그걸 말합니다.일본 국가(자본)의 성공이 반드시 일본 국민 전체의 성공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거죠. ◇이토= 맞아요.30년전과 비교하면 일본의 국민소득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국민이 옛날보다 더 행복하지는 않아요.한국은 일본을 따라잡고 싶어하지만 그 따라잡아야 하는 요소가 경제성장은 아닌 것 같아요.‘일본을 닮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박노자= 일본 식민지 시대를 겪은 한국인들에게는 ‘우리’를 억압한 일본을 닮지 않으면 일본에 잡아먹힐 것이라는 압박감이 있습니다.따라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닮도록 돼 있습니다.그러나 일본의 민족주의가 기형적이었던 만큼 그걸 보고 배운 한국의 민족주의도 기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토= ‘4800만이 하나가 돼서 기쁘다.’는 말을 들으면 한국인들이 지금껏 하나가 되지 못해서 불행하다고느꼈구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그러나 과연 ‘하나’가 됐을까요? ◇박노자= 축구를 통해 형성된 ‘축제의 시공간’과 ‘일상의 시공간’이 다른 것이 문제입니다.월드컵 응원을 하면서 영·호남이 하나가 됐다고 느꼈겠지만,월드컵기간에 치른 ‘6·13’지방선거의 결과는 영남당과 호남당으로 다시 나뉘지 않았던가요? ‘붉은악마’덕에 레드 콤플렉스가 사라졌다는 주장도 있죠.그러나 레드 콤플렉스는 이념의 문제고,북한과의 관계입니다.앞으로 마녀사냥식의 빨갱이 논쟁이 조금 수그러들 수는 있겠지만,국가보안법이 엄존하는 한 레드 콤플렉스는 여전한 거 아닐까요.지금 한국민들이 느끼는 ‘하나’의식은 일시적 망각,일시적 허위의식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토= 그래도 한 아파트에서 살면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던 사람들이 ‘이웃’의 존재를 ‘우리’로 껴안고 확인한 건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제 한국인 친구의 고교생 아들은 “아빠,이제 이민가지 말고 여기서 살자.”고 했답니다.자신의 나라를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된것은,한편 슬프기도 하지만 좋은 일 아닌가요. ◇박노자= 나는 지역주의나 분단의 아픔이 ‘동질성의 확인’이 아니라 ‘이질성의 인정’에서 해소될 수 있다고 봅니다.개인의 차이뿐 아니라,체제의 차이를 서로 인정할 때 남북 통일이 되지 않겠어요? 단일성을 강조하다 보면 상대에게 배타적으로 됩니다. ◇이토= 한국이 약소국일 때는 ‘민족주의’가 다른 국가나 민족에게 피해를 주지않겠지요.그러나 세계에서 교역 규모가 12위인 한국은 더이상 약자가 아닙니다.한국의 민족주의가 일본의 제국주의처럼 다른 국가와 민족을 착취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박노자= 그렇죠.유럽의 변두리 국가들이 갖는 소외의식도 한국인의 피해의식 못지 않습니다.이번에 이탈리아팀이 한국팀에 패하자,이탈리아에서 FIFA에 전자우편 40만통을 보내 서버를 다운시킨 걸 보면 그들의 소외의식이나 피해의식을 짐작할 만하지 않겠어요? ◇이토= 한국인이 지난해 12월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의 쇼트트랙 종목에서 금메달을 도둑맞았다고 6개월간 분개하다가,이번에 이탈리아팀이 심판의 오심을 지적하자 태도를 바꿔 ‘쩨쩨하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아요.한국에서 계속 이탈리아를 몰아붙이면 그 곳에 사는 교포들이 괴로워진다는 점도 유념해야죠. ◇박노자= 25일 독일과의 경기에서 지고도 폭력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정말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유럽에서 축구는 국가간의 ‘예비전쟁’이나 마찬가지여서 폭력사태가 반드시 일어나거든요.한국에서는 통제사회의 잔재와 유교문화에 교화된‘손님치레’가 잘 반영된 것 같습니다. ◇이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4강까지 올라가 아시아인을 하나로 묶은 것도 잘한 일이죠.대구에서 한·미전을 보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스리랑카 근로자들을 만났습니다.모두 빨간 옷을 입고 “아시아인이니까 16강에 진출한 한국·일본을 응원한다.”며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박노자= 한국인들이 이번 월드컵을 ‘일상적인 국제성’‘시민의 얼굴을 한 민족주의’를 성취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합니다.국적과 얼굴 생김새를 상관하지 않고‘우리 모두’를 포용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토= ‘일상적인 국제성’이라는 것은 뭔가요? ◇박노자= 한국인 노동자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강한 배타성을 보입니다.제가 보기엔 ‘관제 민족주의’의 유산인데,이것이 한국사회와 노동운동의 성숙한 발전을 가로막고 있죠.내·외국인에 상관없이 근로조건은 개선돼야 하겠죠.그런데 한국인은 제3국에서 온 노동자들을,선진국에서 그랬듯이 가혹하게 대합니다.개인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돼야 건강합니다.‘잘못된 일을 외국인이 당하니까’하고 모른 척 하면 안됩니다.러일전쟁이후 일본이 제국주의화할 때 가타야마 센(片山潛)이 러시아의 플레하노프와 ‘사회주의적 연대’를 주장한 것은 국제적으로도 좋은 연대이자 관행이었습니다. ◇이토= 저도 개인의 개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좋습니다.한국사회는 이번에 축구선수들에게 열광했는데 그전까지는 별로 존경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한국은 공부 잘하는 사람만 대접받잖아요.제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대우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박노자= 개인으로 태어나서 개인으로죽는데,국가니 민족이란 색안경을 쓰고 그것에 연연하면 시력만 나빠지죠. ◇이토= 한국인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요번에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의 8강·4강 진출을 진심으로 응원했어요.한국이 4강에 나아갔을 때 일본에 계시는 어머니와 친구들이 “축하한다.”고 전자우편을 보낼 정도였죠.그런데 한국에서는 일본이 터키에 져서 8강 진출이 좌절되자 좋아했다는 보도를 보고 일본의 제 친구들은 정말 섭섭해 했어요. 문소영기자 symun@
  • 월드컵 지구촌 이모저모/브라질 전역 광란의 삼바춤

    2002월드컵의 이변이 멈춘 26일 전세계 대부분의 언론들은 한국의 결승전 진출 좌절을 아쉬워했다.이들은 또 그동안 한국팀이 보여준 경기력과 국민들의 열정적인 응원에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터키를 꺾고 결승에 오른 브라질은 전역이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한국 국민에 존경심- ‘전 국민의 멋진 응원전’‘완벽한 질서 의식’.멕시코 언론들이 준결승 직후 쏟아낸 찬사들이다. 멕시코 민영TV인 아스테카의 스포츠 평론가 호세 라몬은 “한국팀이 아쉽게 졌지만 모든 관중이 박수를 치며 끝까지 선수들을 격려한 것은 한국 국민의 높은 질서의식과 교육수준,단합된 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지금까지 수많은 월드컵 경기를 봤지만 이처럼 수준 높은 질서의식을 보기는 처음이며,한국 국민에게 존경심을 보낸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26일 붉은악마가 한달 동안 전 세계에 한국에 대한 긍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전파했다고 보도했다. -편파판정 시비 청산- 한국·독일의 준결승전으로 그동안의 편파판정 시비가 끝났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에 승리하고 5경기중 2골만 허용한 한국의 준결승 진출 실력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한국의 전적이 놀랍고 엉뚱하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한국은 카메룬·파라과이·미국을 이기고 올라온 독일에 비해 훨씬 강한 인상을 줬다.”고 평가했다.프랑스의 월드컵중계권자인 TF1도 한국팀은 탄탄한 수비와 공격을 펼쳐 4강에 걸맞은 수준의 국가임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국영 베트남TV는 “한국이 후반 체력소진을 견디지 못해 결승골을 내주긴 했으나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이번 경기는 그동안 한국에 패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주장하는 음모론을 깨끗이 씻을 수 있는 선전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르헨티나의 유력 일간지 라 나시온은 “한국팀은 90분 동안 뛰었지만 심판의 도움을 받지 못했으며 독일측 페널티 지역 안에서 단 한 개의 페널티킥도 얻지못했다.”고 비꼬았다.그러나 “한국팀은 비록 결승의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이번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면서 새로운 월드컵 역사를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 -브라질,열광의 도가니- 브라질이 26일 터키를 1-0으로 꺾고 3회 연속 결승에 오르자 브라질 전역은 삼바축제를 방불케 하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대형 TV로 경기를 지켜 보던 리우데자네이루 시민들은 경기가 끝나자 “5번째 우승,5번째 우승”을 외치며 폭죽을 터뜨렸다.플라스틱 트럼펫을 불거나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승리의 기쁨을 즐겼다. 한 시민은 “힘든 경기였지만 브라질이 더 많은 골을 넣었어야 했다.”며 한 골밖에 넣지 못한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독일에 브라질 축구의 진수를 보여주게 돼 행복하다.”고 결승 진출의 감격을 밝혔다. 브라질 국민들은 호나우두·히바우두·호나우디뉴 ‘3R’편대로 독일을 꺾고 월드컵 정상에 오르기를 기원했다. 전경하 김유영기자 lark3@
  • 월드컵/독일전역 열광의 도가니 “녹슨 전차 오명 씻었다”

    “누가 독일을 ‘녹슨 전차군단’이라 했는가.”“12년 만에 우승 문턱에 다시 도달했다.” 25일 한국을 1-0으로 꺾고 월드컵 결승에 진출하자 독일 전역은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8강 진출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독일 국민들은 우승 트로피를 다시 거머쥘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경기 시작 수시간 전부터 수천명의 축구팬들은 베를린 포츠담 광장으로 몰려들었다.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며 열띤 응원을 펼치던 축구팬들은 독일팀의 승리가 확정되자 모두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 초반부터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다 후반 30분 미하엘 발라크가 찬 볼이 한국팀의 골네트를 흔들자 독일 전역은 함성으로 흔들렸다.한 축구팬은 “독일팀이 오늘에서야 녹슨 전차군단이라는 오명을 깨끗이 씻었다.”“월드컵 4회 우승의 위업에 한발짝 다가섰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슈피겔 온라인은 “발라크가 독일을 결승전으로 쐈다.”고 보도했다.슈피겔은 “1990년 이후 독일은 처음결승전으로 간다.”면서 “발라크의 슛이 붉은악마를 물리치고 월드컵 3회 우승국인 독일을 결승전으로 보냈다.”고 전했다.식당·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며 TV중계를 시청하던 수백명의 축구팬들도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결승골의 주인공 “발라크”를 연호했다. 경기가 열린 오후 1시30분(현지시간)부터 독일 전역은 약 2시간 동안 마비상태였다.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직장 회의실이나 강당에 모여 TV 중계를 시청했다.일부 학교들은 수업을 단축,학생들을 일찍 귀가시켜 경기를 시청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경기에 앞서 자국팀의 승리를 확신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공식 일정 수행중 짬을 내 경기를 지켜본 슈뢰더 총리는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루디 푈러 대표팀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의 메시지를 띄웠다. 박상숙기자·베를린 외신종합 alex@
  • 월드컵/ 파리-서울 오간 e메일

    “할아버지,건강하시죠.어제 스페인과 경기 때 할머니가 사주신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길거리에서 막 응원했더니 목이 쉬었나봐요.-서울에서 손자 올림.” “사랑하는 재우야,우리 선수들이 피로를 회복하고 독일전에 이길 수 있도록 빌자꾸나.-파리에서 할아버지가.” 월드컵을 놓고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서양화가 오천용(62) 화백과 고국의 외손자가 주고받는 이메일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두 사람의 편지에는 연이은 한국팀 승전보에 따른 감격과 프랑스 현지 표정 등이 그대로 담겨 있다.외손자 유재우(16·고1)군은 지난 14일 한국이 16강에 진출하자 그 감동을 할아버지한테 전했다. “…할아버지,한국이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진출했다는 것이 너무 기뻐서 어쩔줄을 모르겠습니다.한국은 지금 모두 기쁨의 도가니입니다.할아버지도 기뻐해 주십시오.” “…재우야,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외치는 ‘대∼한민국’을 이역만리 떨어진 나의 집에서도 듣고 있다.반대로 프랑스는 네가 말하는 대로 지금 침울하기 짝이 없다.우리나라팀 선수들의 패기와 이기고야 말겠다는 투지는 정말 어느 나라 팀이라도 무서워하게 됐구나.한국 이겨라! 재우야 힘차게 응원하자.” 한국이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오르자 유군은 승리의 기쁨을 참지 못해 강남 압구정동의 로데오거리로 뛰쳐나갔던 얘기,모든 사람들이 밖으로 쏟아져나와 길이 꽉막혔다는 얘기 등을 할아버지에게 전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프랑스 축구전문가들도 조심스럽게 한국의 우승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모든 경기는 항상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며 승패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충고를 보내왔다.두 사람의 대화가 어떻게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문 박지연기자 km@
  • [오늘의 눈] ‘축제의 장’으로 승화된 금남로

    한국 축구팀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광주 시민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80년 5월,터질 듯한 긴장감과 분노의 함성으로 뒤덮였던 전남도청앞 금남로가 이날은 환희와 기쁨의 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누구도 드러내놓고 얘기하기를 꺼리며 비극의 현장으로만 각인돼 있던 이 거리에서 신바람나는 굿판이 벌어졌다.혀를 깨무는 울분이 아니라 모두 다함께 어깨춤을 추며 외쳐댄 한마당 축제의 장이었다. 이날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빛고을 광주에서 쏘아올릴 것인가.’에 5000만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렸다.광주는 그때 5월처럼 들끓었다.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듯,‘가자 금남로로,오라 도청앞으로’가 다시 한번 연출됐다.정오를 넘어서면서 20여만 인파로 금세 붉게 물들었다. 광주 시민들이나 전국 방방곡곡에서 달려온 붉은악마들이 민주화 성지에서 ‘히딩크 신화’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맘껏 토해냈다.마침내 태극전사들이 120분 혈투에 이어 승부차기로 스페인 무적함대를 격침시키는 순간,지축이 흔들리는 함성이 활화산처럼 터져나왔다.감당할수 없는 붉은 열기는 금세 금남로와 충장로를 적시고 광주 시가지 전체를 온통 열광의 도가니 속에 빠져들게 했다. 금남로가 어떤 곳인가.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며 광주 민중항쟁의 불을 지폈던 역사의 현장이 아니던가.이곳에서 젊은이들은 민주화와 정의를 외치다 스러졌고 아직도 자식 잃은 어머니의 울부짖음이 귓가에서 망령처럼 떠도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22년의 세월이 흘러 꿈에나 그려보던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 냄으로써 이제 광주는,아니 금남로는 희망과 공존의 마당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했다.종래의 ‘광주시민만의 행사’라는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 민족은 하나’라는 거대한 외침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광주 월드컵 구장을 찾은 손님들이 “광주시민들은 정말 남다르다.”고 감탄했다.격정의 환희와 열정을 고스란히 가슴 속에 쓸어담는 지혜에 놀랐다고 혀를 내둘렀다.밤늦게까지 시내 곳곳에서 저마다 승리의 감격을 가슴에 안은 채 차에 올라타 태극기를 흔들며 질주하는 소동을 벌이고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오∼필승 코리아’를 외쳐댔지만 이날만은 그 흔한 안전사고 한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남기창/전국팀 기자kcnam@
  • 월드컵/한국축구 첫승서 4강까지/‘이변 아닌 실력’ 입증

    ‘첫 승에서 4강까지’ 숨가쁘게 진행된 한편의 드라마였다.한국축구는 그동안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해 왔지만 국제 축구계에서는 변방에 불과했다.그러나 2002한·일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폴란드와 포르투갈을 꺾으면서 이변을 만드는 ‘경이의 팀’으로 급부상했다. 더구나 지난 18일 3회 우승 관록을 지닌 ‘아주리군단’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강인한 근성과 체력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내 단숨에 세계 축구의 중심권으로 진입했다.22일 ‘무적함대’ 스페인마저 120분의 사투와 승부차기 끝에 침몰시키고 4강에 뛰어 올라 신화창조의 행진을 이어 갔다.한국은 이제 유럽 남미와 함께 세계 축구계의 당당한 한 축을 이루게 됐다. 한반도를 열광과 환희의 도가니로 몰아 넣고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격동의 19일’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지난 18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16강전. 경기 시작 5분만에 안정환의 페널티킥 실축,전반 18분 크리스티안 비에리의 선제골로 출발이 좋지 않았다.파상공세에도 빗장수비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패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후반 43분.설기현의 왼발 슛이 그대로 그물을 갈랐다.분위기는 휘어 잡았지만 연장전에서도 아주리의 빗장은 좀체 열리지 않았다.코칭스태프가 승부차기 키커를 정하려는 순간 이영표의 센터링을 안정환이 번개처럼 솟아 헤딩슛. 8강 골든골이었다.연장전 후반 11분이었다.120년 한국 축구의 집념이 담긴 한판 117분이었다. 지난 14일 인천 문학경기장.1무1패로 벼랑끝에 몰린 포르투갈이 불맞은 멧돼지처럼 덤벼들었다.지축을 뒤흔드는 듯한 함성이 한반도를 감싼 것은 후반 25분 박지성의 왼발 슛이었다.16강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나흘전인 10일 대구월드컵경기장.미국은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5위 유럽 강호 포르투갈을 3-2로 꺾는 이변을 일으킨 팀.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전반 24분 미국의 클린트 매시스가 선제골을 넣었다.시간이 지날수록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패색이 짙어지는 듯 한 후반 33분 이을용의 왼발 프리킥을 안정환이 골문을 향해 머리로 살짝 넘겼다.이길 수 있는 경기를 비겼다는 아쉬움보다는16강에 갈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준 한판이었다. 지난 4일 설렘과 긴장속에 맞은 폴란드와의 첫 판.전반 26분 ‘황새’황선홍이 왼발 논스톱 슛으로 선제골을 안기면서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은 물론 한반도 전체가 달아올랐다. 후반 8분 유상철이 쐐기를 박는 2번째 골을 작렬시켰다.그토록 목말라한 월드컵 1승을 움켜 쥔 순간이었다.바로 한국이 세계를 뒤흔든 ‘축구 반란’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이기철기자 chuli@
  • [월드컵 관전기] 뚝배기 기질의 승리

    그렇게도 열망하던 4강 신화를 드디어 광주구장에서 이루어냈다.민주화의 성전인 ‘광주’로 4강전의 무대가 옮겨졌을 때부터 국민 정서는 최상의 기운을 예감할 수 있었다.히딩크라는 탁월한 지도자 아래 똘똘 뭉친 선수들의 뜨거운 투혼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22일 한국의 승리,4강 돌파는 무엇보다도 탁월한 지도력에 의해 다져진 선수들의 뛰어난 체력과 기동력이라는 두 요소가 투혼을 불지르면서 이루어낸 값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기분이 찢어지게 좋은 감동의 날도 우리 역사에서 그리 흔치 않았다.이날의 감격이 국민 개개인의 가슴에 영원히 새겨질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4700만 국민은 물론 570만 해외동포까지 한마음으로 일치단결한 성원 또한 이 기적을 이루어낸 밑거름이다.조국 광복을 맞아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그날 이후 반세기 만에 한반도를 들썩이게 한 함성은 광기도,거품도 아니었다. 6월의 ‘붉은악마’돌풍은 이 땅에서 질곡의 한 역사를 씻어냈다.이른바 레드 콤플렉스를 날려버린 것이다.이 기세로 한반도통일이라는 국운진작으로까지 그 기맥이 뻗쳐나가기를 소원해 본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치 현실과 지역감정을 극복하는 대안으로서도 오늘의 승리는 더욱 값진 교훈을 남기게 될 것이다. 한국의 승리에 앞서 길거리 응원 인파가 500만명을 넘어섰다는 사실만으로도 전세계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결코 허풍도 과장도 없이 일치단합한 민족 정신의 힘을 새롭게 과시한 것이다.월드컵 시작전 한 설문조사의 통계에서는 지구촌 시민의 한국 인지도가 채 20%도 안 됐다고 한다.이런 점에서 이번 4강 진출은 전지구촌 가족의 안방에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계기가 되었을 줄 믿는다. 한국,한국인이 결코 쉽게 끓고 쉽게 사그라드는 ‘냄비기질’이 아니라 신바람만 타면 이루어내지 못할 것이 없는 전통적 ‘뚝배기 기질’을 가진 민족임을 보여줬다는 데서도 큰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FIFA랭킹 5위,6위,8위까지 깨끗이 꺾은 한국은 이제 4강전을 치르게 되는 상암구장을 넘어 결승전을 향해 또 한번 일본 열도로 진출하는 결실을 예감하게 된다.지금 온 국민은 거리로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여 있다.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승리를 쟁취한 것이야말로 그 ‘뚝배기’기질의 발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광주 월드컵의 승리,반신반의했던 그 신화가 이루어짐으로써 지금 광주는 승리의 환호로 들끓고 있다.태극무늬의 금발 아가씨와 붉은악마로 금남로와 충장로가 뜨겁다.민주화의 상징 광주가 이제 또 20여년 만에 새로운 역사의 현장으로 떠오른 것도 기쁨을 감출 수 없게 한다. 그러나 온 국민이 흥분에 들끓고 언론마저 흥분에 휩싸인 이때 조금은 생각해 볼게 있다.이제 진정하고 가라앉히는 이성의 힘,지성의 논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16강전만 가도 성공”이라던 국민적 기대 수준은 이미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팀의 경기결과를 보도하지 않는 데 대한 북한측의 태도에 대해 자극적인 발언들이 나오는 것도 퍽 우려스럽다.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네덜란드인 하멜 일행이 최초로 제주도에 상륙해 강진 병영성에서 7년간 생활했던 것을 기려 하멜 기념관을 짓겠다는 공약(空約)성의 공약을 하는 후보도 있었다.하멜이 ‘하멜표류기’를 남겼다면 이후 히딩크가 한국에 와 또 하나의 기적을 남긴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끝을 모르는 히딩크 열풍도 이성의 힘,지성의 논리로 다시금 생각해야 할 때다. 피를 말리는 120분간의 혈전,드디어 우리는 해냈다.전차군단(독일)과 만나서는 스페인보다는 더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자만심도 버려야 한다.피 말리던 120분 동안의 순간들을 되새기면서 다시 한번 생각한다.이제부터는 뱀처럼 차가운 피를 수혈할 필요가 있다. 송수권/ 시인.순천대 객원교수
  • [기고] 광주 ‘4강 성지’ 새역사를

    오∼필승 코리아,오∼대한민국,이순신 장군 후예들아,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침시켜라. 드디어 오늘이다.광주 월드컵 경기장.태극 전사들은 스페인 무적함대를 만나 4강진출을 놓고 대해전을 벌인다.무적함대는 서구 열강의 식민지 쟁탈전 과정에서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가 1588년 5월 영국 정복을 위해 전함 127척,수병 8000명,육군 1만 9000명,대포 2000개로 편성해 출전한 대함대다. 그러나 영국 엘리자베스 1세가 ‘바다의 영웅’으로 치켜올린 F 드레이크 제독에게 크게 완패해 본국으로 돌아갔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바로 이런 역사를 안고 있는 스페인 축구 대표팀을 맞아 광주는 지금 한국인들의 열망을 응집시켜 엄청난 빛을 내뿜고 있다.4700만 국민들이 하나되어 ‘코리아’를 외친다.1980년 5월,그때처럼 전세계의 눈과 귀가 한반도 남녘 땅 빛고을 광주로 모아지고 있다.그러나 오늘은 축제의 시작이다. “스페인의 젊은이들이여,오라 광주로.오라 코리아의 민주주의 성지 광주로.” 헤밍웨이의 작품인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에 나오는 현장.광주는 1937년 내란에 휩싸인 스페인을 알고 있다.일찍이 평화와 자유를 위해,인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싸운 나라가 스페인이다.무력으로 정권을 강탈하기 위해 자국 국민들을 대량으로 학살했던 파시스트의 대명사 프랑코 장군에 맞섰다. 피카소가 “다시는 내 조국 스페인의 땅을 밟지 않으리라.”라고 통곡하며 그렸던 불멸의 대작 ‘게르니카의 학살’ 현장과 ‘5월 광주’는 너무나 닮은 모습이었다. 시인 로르카가 그렇게도 사랑하며 노래했던 나라 스페인,그리고 그의 고향 그라나다의 산과 강.조국을 너무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죄목 때문에 프랑코 장군의 병사에게 총살당했던 로르카의 시편은 그래서 지금도 읽는 이의 가슴을 울린다.‘벌거숭이 산 위에 홀로 선 십자가.아 눈물의 안달루시아 사라져버린 마을이여!’ 20세기를 넘어서면서 어쩌면 역사적 상처가 너무나도 유사한 스페인과 한국,이 두나라가 자랑하는 대표 선수들이 하필이면 ‘광주’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되었으니 기막힌 아이러니요,운명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그러나 이번사건은 비극이 아니라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축제 중의 축제가 아닌가. 부산에서 폴란드를 2대0으로 격파,2002 한·일 월드컵 주최국으로 멋지고 통쾌하게 출발했던 코리아.미국과는 대구에서 1대1로 멋진 싸움을 보여줬고 인천에서는 세계축구연맹(FIFA) 랭킹 5위인 포르투갈을 1대0으로 꺾고 목말라하던 16강에 올랐던 한국 대표팀.‘아주리 군단’이라 하던가,지중해 파도를 일으키며 달려든 ‘로마제국의 병사’를 2대1 역전승으로 물리치고 꿈에나 그리던 8강에 진출했다.전국은 연일 열광과 환희로 달구어진 도가니다. ‘Be the Reds’라고 새겨진 붉은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과 경기장,거리와 거리를 채우며 거대한 바다인 듯이 출렁이는 코리아,코리아 사람들.도시와 농촌을 가리지않고 온 나라가 하나됨의 마음과 열정으로 넘실넘실 물결치는 모습을 볼 때,정말 그 누군들 감격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 올해 6월의 대한민국이다. 정말 어디에서 이런 저력,이런 폭발적인 에너지가 나오는 것일까.선수들은 물론이고,4700만 국민들 모두삶의 자신감으로 부풀어 오른다. 우리들 스스로도 알 수 없는,놀라지 않을 수 없는 빛나는 공동체 정신이 어디에 고스란히 숨겨져 있다가 저렇듯 아름다운 힘으로 솟구쳐 나오는 것일까? 축구 대표팀과 모두 하나가 된 코리아,코리아 사람들.그렇다,바로 오늘이다.한국이 80년 5월 광주를 통해서 한국 민주주의의 새 역사를 썼듯이,2002년 6월22일 오늘,한국은 광주에서 다시 ‘코리아 4강 진출’이란 새 기록을 월드컵 역사에 남길것이다.‘아아 우리 사랑 한반도,코리아 파이팅’. 김준태/ 시인.조선대 초빙교수
  • 월드컵 지구촌 표정/브라질 전역 “삼바 삼바” 춤파티

    “4년 전 프랑스에 빼앗겼던 우승컵을 찾아오자.”브라질 축구대표팀이 21일 잉글랜드를 꺾고 4강에 진출하자 잠도 잊은 채 새벽 3시30분(현지시간)부터 경기를 지켜보던 브라질 국민들은 우승 길목을 막던 최대장애를 뛰어넘었다며 마치 월드컵트로피를 거머쥔 듯 기뻐했다.반면 런던 도심 트라팔가 광장에 모여 대형 스크린을 통해 세기의 일전을 지켜보던 영국 축구팬들은 선제골의 환희가 슬픔으로 바뀌어 모두 눈물을 흘렸다.이들은 36년만에 노리던 월드컵 우승의 꿈이 날아가버렸다고탄식했다. ●삼바 판으로 변한 브라질=21일 브라질의 아침은 광란의 도가니였다.브라질 전체가 삼바를 추는 국민들로 거대한 무도장으로 변했고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드럼소리는 귀를 막게 만들었다. 21일 브라질이 잉글랜드를 꺾고 4강에 오르자 브라질 국민들은 밤새도록 거리를 가득 메운 채 삼바춤을 추며 승리를 자축했다.이들은 춤추는 동안에도 서로 끌어안고 누구 가릴 것 없이 “다섯번째 우승!”을 외쳐대기도 했다. 브라질은 아직 두번 더 이겨야만 우승할 수있지만, 이날 브라질 국민들은 잉글랜드를 넘어선 브라질의 앞길을 막을 나라는 더이상 없다며 우승은 이미 손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일부 축구팬들은 이날 역전골을 성공시킨 호나우디뉴가 퇴장당해 다음 경기에 뛸 수 없게 된 것과 관련,“주심의 판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선제골의 환희가 슬픔의 눈물로=잉글랜드의 역전패는 영국 전체를 비탄에 잠기게 했다.오전 7시 반부터 열린 브라질과의 경기를 보기 위해 전국적으로 5만명이 넘는 팬들이 2만 5000개의 술집에 몰려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런던 남부 퍼트니에 있는 래릭 술집에서 응원하던 크리스 멜롯(34)은 주장 데이비드 베컴이 골키퍼 데이비드 시먼을 위로하는 것을 보고 기어코 울음을 터뜨렸다.멜롯은 “창자가 뽑힌 느낌”이라면서 “그러나 2006년에는 이길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아침식사 시간이 훨씬 지나도록 술을 마시고 있던 스티브 스테이시(34)는 “말로는 지금 느낌을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직장 면접시험을보러가기 위해 티셔츠를 양복으로 갈아입은 토마스 헨슨(24)은 “지금은 면접을 볼 기분이 아니다.”고 말했다.영국지도를 머리에 새긴 웨인 호킨(21)은 “브라질이 10명으로 줄었음에도 점수를 내지 못한 점이 가장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유럽 정상 회담에 참석중인 토니 블레어 총리는 “(영국의 패배로)황폐화됐다.”면서 “누가 이런 결말을 생각했겠는가?”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럽 자존심 지키자.”=흥분한 독일 계속된 8강 탈락의 징크스를 깨고 독일이 4강에 진출한 21일 독일 전역은 순식간에 축제분위기로 바뀌었다. 베를린 포츠담광장에 모인 수천명의 축구팬들은 90년 우승에 이어 12년만에 다시 우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떠 서로 얼싸안으며 흥분된 모습이었다.독일 언론들도 프랑스,포르투갈,이탈리아,잉글랜드,스웨덴,덴마크 등이 탈락한 가운데 독일이 유럽 축구의 자존심을 지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한편 슈피겔은 경기 후 골키퍼 올리버 칸을 “천개의 손을 가진 사나이”라고 추켜세웠다. ●지고도 열광=미국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의 로버트 케네디 스타디움에 설치된 대형스크린 앞에 모여든 4000여명의 열성 축구팬들은 “또한번 기적을 기대했지만 기적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그래도 미국이 명예스러운 패배를 당했다.”고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대부분 성조기를 두르고 얼굴에 페인팅을 한 이들은 미국이 결과적으로는 패했지만 독일보다 우세한 경기를 했고 기량면에서도 독일보다 우수했다면서 졌지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매트 귀니(26)라는 한 팬은 “많은 사람들이 미국은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없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번 월드컵대회는 훌륭했고 미국은 꿈을 이루었다.”고 말했다. ●한국,이제 공포의 대상=한국팀이 처음에는 관심의 대상이었다가 그 다음에는 경의의 대상이 됐으며 이제는 이탈리아를 이기고 공포의 대상이 됐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팀은 당분간 거의 무적의 상태라며 아직까지는 우승할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무적행진이 어떻게 멈춰질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박상숙 채수범 김유영기자alex@
  • 월드컵/대한매일광장 응원 명소로

    서울 태평로 대한매일신보사 사옥의 광장이 월드컵 응원의 명소로 떠올랐다. 지난 10일 대한매일의 양면 전광판을 통해 월드컵 미국전을 생중계하면서부터 이곳에는 ‘붉은악마’를 비롯한 응원 인파가 대거 몰려 열렬한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양면 전광판을 통해 생생히 중계되는 태극전사들의 투혼은 거리의 ‘붉은 응원단’을 한껏 달아오르게 했다. 10일 첫 중계 때부터 1300여평 규모의 광장을 가득 메운 1만여명의 붉은 응원단은 14일 포르투갈전,18일 이탈리아전 때도 드라마 같은 멋진 한판의 승부를 만끽했다.오는 22일 4강 진출을 겨룰 스페인전도 생중계한다. 특히 국내에서 유일한 18m 높이의 양면 전광판은 붉은 응원단들의 위치 선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대한매일 광장을 비롯,서울 파이낸스센터 광장,서울시 의사당 앞길,서울시청 옆 인도에서도 최적의 상태에서 시청이 가능하다.때문에 다른 곳보다 더 질서정연하게 응원전이 펼쳐진다.또 광화문과 시청 앞에서 이뤄지는 응원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도 하고 있다. 대한매일은 전광판 아래에 임시무대를 설치,‘붉은악마’들의 응원에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현란한 조명 속에서 대형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대∼한민국’ 응원 구호나 ‘오 필승 코리아’ 응원가는 붉은 응원단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한다. 화장실 이용에도 거의 불편이 없는 점이 장점이다.사옥 내 화장실이나 이동식 화장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중계 때마다 대한매일 광장을 찾고 있는 덕성여대 3학년 박선영(22)양은 “다른 거리의 응원에 비해 쾌적한 공간에서 응원단이 맘껏 어울릴 수 있어 진짜 ‘축제’에 참석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박홍기기자 hkpark@
  • 월드컵/화끈한 뒤풀이 승리를 부른다

    단순한 승리의 세리머니가 아니었다. 환희와 흥분의 도가니를 연출한 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선 유럽과 남미의 축구 선진국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화려한 세리머니가 연출됐다.130년 이상의 클럽전통을 갖고 있는 나라들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관중과의 일치된 호흡은 외국인조차 혀를 내두르는 장관이었다. 특히 안정환의 골든골로 승부가 갈린 직후부터 펼쳐진 10여분의 세리머니는 한국대표팀의 성격을 압축한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감동 그 자체였다. 이날 페널티킥 실축으로 인해 지옥을 다녀온 안정환은 골든골이 터진 순간 예의 ‘반지 세리머니’를 연출하며 코너킥 지역으로 달려와 몸을 솟구쳤고 이내 달려온 동료 선수들은 그에게 다이빙,사람 키만한 산이 쌓여졌다. 연장까지 117분의 혈투를 방금 끝낸 선수들은 힘이 남아 도는지 그라운드를 내달렸고 관람석을 꽉 채운 4만 1000여 ‘붉은악마’들은 선수들에게 태극기와 붉은 머플러 등을 던져 주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트레이드 마크격인 ‘어퍼컷 세리머니’를 두번이나 연출한뒤 잔디 위에 어깨를 걸고 깡총깡총 뛰고 있던 선수들을 맞았다. ‘약방에 감초’인 이천수 차두리 등 신세대 스타들이 다음 차지였다.둘은 몸에 태극기와 머플러를 휘감은 채 그동안 갈고 닦아온 현란한 춤솜씨를 마음껏 과시했다.히딩크 감독은 벤치에 편안한 동작으로 앉은 채 이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권위주의적인 축구 문화가 지배하던 시절에는 꿈도 못 꿀 일.히딩크 감독은 “우리는 서로를 믿고 있고 이것이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말해왔다.한국 축구의 오늘을 있게 한 ‘붉은악마’를 비롯한 국민들에 대한 보답의 뜻이 세리머니에 담겨 있었다. 대전 김성수기자 sskim@
  • 월드컵/극적 역전 8강 오르던 날, 투지…저력…5천만이 이겼다

    “장하다.태극전사들아!” 한편의 드라마였다. 한국팀이 특유의 끈기와 체력으로 벼랑 끝에서 회생한 뒤 끝내 기적같은 8강 신화를 이뤄내자 전국은 심장이 멎는 듯 환호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 들었다. 거리응원에 나섰던 420여만명의 군중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대∼한민국’을 외쳤다.전국 곳곳은 아리랑과 애국가 소리로 밤새 들썩거렸다.젊은이들은 태극기를 휘날리며 거리를 질주했으며,차량들도 흥겨운 경적소리를 울려댔다. -건국 이래 최대 인파= 사상 최대 인파인 420여만명이 모인 길거리 응원은 전국 352곳에서 열렸다.서울시청 앞 55만명,세종로·광화문 일대 55만명 등 서울 지역에만 177만명이 몰려 역사적인 ‘한밭 대첩’의 진한 감동을 지켜 보았다. 전반 이탈리아에 선제골을 내주고 우리 선수들이 좀처럼 승기를 잡지 못할 때에도 길거리 응원단은 전혀 흔들림 없이 ‘괜찮아!힘내라’를 외쳤다.직장 동료 10여명과 단체로 휴가를 내 광화문에서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통∼일한국’을 외친 강태훈(33)씨는 “북한이 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이룬 8강 신화를 우리팀도 일궜다.”면서 “한민족의 저력을 가슴깊이 느낀다.”며 울먹였다.서울시청 앞에서 직원 6명과 함께 손수 만든 ‘히딩크 만세’,‘8강 진출’이 적힌 머리띠 4만장을 나눠준 의류봉제업자 이민석(42)씨는 “이제 4강 진출을 위한 머리띠를 다시 만들겠다.”고 기뻐했다. 한국인들의 특이한 응원 문화를 느끼려는 외국인들이 많았다.태극기와 네덜란드 국기를 함께 들고 나온 시민들도 많았다.이탈리아계 호주인 존 리어리(51)는 “붉은 악마의 열광적인 응원이 이탈리아의 가장 큰 패인”이라고 말했다. -잠못 이룬 환희의 밤= 국민은 승리의 기쁨을 두고두고 간직하려는 듯 밤새 불을 끄지 못했다.아파트 지역에는 시민들이 내건 태극기가 밤새 펄럭였다. 태극기로 민소매 티셔츠를 만들어 입은 대학생 이혜선(21·여)씨는 “친구들과 밤새 승리로 가득찬 서울의 공기를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경기 성남시 성남동 주민 40여명은 동네 떡집에서 TV를 함께 보며 잔치를 벌였다.서울 노원구 중계동 대림아파트의 일부 주민도 같은 층 이웃집에 모여 ‘오∼필승,코리아’를 외쳤다.독거노인,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서울 강북구 번3동 주공아파트 2단지 주민들은 단지내에 대형 스크린을 마련,집단 응원을 펼쳤다. 이날 성숙한 시민의식은 더욱 빛을 발했다.길거리 응원에 나섰던 시민들은 너나없이 거리를 깨끗이 청소해 승리보다 더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했으며,술에 취한 젊은이들도 과격한 행동을 자제했다.그러나 박진감 넘치는 경기에 몰입한 일부 응원단이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실려갔으며,헹가레를 치다 허리를 다치거나,박수를 치다 손목과 어깨를 다치는 등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바닷물에 뛰어든 시민들= 28만여명의 붉은 악마와 시민들이 열띤 응원을 펼쳤던 부산 아시아드경기장과 해운대 해수욕장 등 부산시내 23개 길거리 응원장은 안정환 선수의 역전골이 작렬하자 ‘골인'이라는 함성이 메아리쳤다. 부산 아시아드경기장에서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며 선수들을 독려하던 7만여명의 붉은 악마와 시민들은 양팔을 높이 들고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열광했다.여성들은 감격에 겨워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붉은 악마 응원단원 최숙경(24·여·대학생)씨는 “기적의 드라마가 만들어졌다.”며 어쩔 줄 몰라했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던 3만여명의 응원단은 수천발의 폭죽을 쏘며 서로를 얼싸안고 환호했다.100여명의 젊은이들은 바다로 뛰어들어 흥분을 식혔고,태극기를 든 수백명의 붉은 악마들은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시민들 사이로 질주했다. 설기현 선수를 배출한 강원도 강릉 지역은 설기현이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자 온 시내가 떠나갈 듯한 함성과 열기로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강릉시내 한 가운데인 강릉역 광장에 모여 열띤 응원을 하던 수천명의 응원단들은 마침내 설기현이 동점골을 넣자 ‘설기현'을 연호하며 뜨거운 함성을 토해냈다. 설기현의 어머니 김영자(47)씨가 거주하는 강릉시 입암동 현대아파트 단지에서는 설기현이 골을 넣은 뒤 안정환의 골로 승리하자 ‘와'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흥분의 도가니 한밭벌= 안정환의 연장전 골든골이 터지는 순간 대전은 폭발할 듯한 응원단의 함성으로 금방이라도 떠나갈 듯했다.골이 터지자 길거리응원단들이 경찰의 경계망을 뚫고 대전시내 곳곳을 질주했다. ‘아아∼’.응원단들은 어떤 말도 못하고 신음을 내뱉듯 이같은 소리를 지르며 끼리끼리 떼를 지어 도로를 달렸다. 대전엑스포과학공원 앞 고수부지에서는 불꽃놀이 축포가 밤 하늘을 뚫고 치솟아 올랐다.전국에서 달려와 격전지 응원에 나선 이곳 15만여명이 쏟아내는 환호성이 공중에 넓게 퍼지는 불꽃처럼 하천을 온통 뒤덮었다.‘가자! 8강으로’라고 적힌 대형 축구공 애드벌룬들이 불꽃놀이 빛에 반사돼 반짝였다. 대전역∼충남도청간 1.4㎞의 중앙로에 모인 10만여명의 응원단도 승리감에 도취돼 자리를 박차고 거리를 질주하기 시작했다.서대전시민공원에 모여 경기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줄지어 중앙로로 합류하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차량들도 경적을 울리며 응원단과 호흡을 맞췄다. 둔산지역 아파트 단지도 들썩였다.승리를 확인한 주민들이 몰려 나오면서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안됐고 아이들은 밖으로 뛰쳐나와 ‘대∼한민국’을 외쳐댔다. 엑스포과학공원 갑천 고수부지에서 응원을 하던 일부 열혈 축구팬들은 하천 물속으로 뛰어들어 기쁨을 만끽했다. 대전 이천열·이창구 윤창수기자 sky@
  • 현장칼럼/ 하나된 한·일 젊은이들 대합창

    도쿄 신주쿠(新宿) 하늘에 태극기와 일장기(히노마루)가 휘날렸다.한국,일본 16강동시진출이 확정된 14일 밤의 일이다. 일본 응원가가 울려퍼지면 ‘대∼한민국,대∼한민국’의 대합창이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코리아,닛폰,닛폰,코리아’. 이날 풍경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경기 1시간 전.도쿄의 ‘코리아 타운’쇼쿠안도리는 2000명이 넘는 한국 응원단의 빨간색으로 온통 뒤덮였다.“일본과 함께 16강에 갑시다,파이팅.” 오른쪽 뺨에는 태극기,왼쪽 뺨에는 일장기를 그려넣은 빨간티셔츠 차림의 한 한국 유학생은 말한다. 한국전 TV중계를 보러 왔다는 한 일본인 남성은 “단결력이 엄청나다.”면서 뒤늦게 온 한국인 응원단에게 자리를 양보했다.일본-튀니지전을 응원하고 코리아타운을 찾았다는 여자 고교생.킥 오프 직전 ‘아리랑’의 합창이 시작되자 따라 부른다. 놀라서 “일본사람이냐.”라고 묻자 태연스럽게 “그렇다.”고 한다.“아리랑 잘 부르네.”라고 하자 그녀는 유창한 한국말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공부했어요.한국이 너무 좋아요.고맙습니다.”라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뿐 아니다.가까이 있던 한 직장여성(25)도 ‘대한민국,이겨라,이겨라’를 한국말로 외친다.“남자 친구가 재일 한국인이어서 배웠어요.사람도 음식도 너무 좋아요.” 경기가 끝나자 일순 흥분의 도가니.취재로 알게 된 한국 유학생을 우연히 만난 필자는 “잘했다.”면서 그를 껴안고 말았다. 태극기를 든 한국 응원단의 행진은 신주쿠역 광장으로 이어지고 ‘붉은 악마’와‘울트라 닛폰’이 뒤섞였다. 한데 어우러져 펄럭이는 태극기와 일장기.양국의 젊은이가 껴안고 ‘닛폰,코리아’‘대한민국’을 외친다.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있었던가.없다.두 나라 지도자가 아무리 입으로 한·일 우호를 다짐한들 이런 일이 일어날까.아닐 것이다.‘월드컵 한·일 공동개최’는 바로 이렇게 양국 젊은이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게 아닐까. 간노 도모코/ 대한매일 객원기자ktomoko@muf.biglobe.ne.jp
  • 월드컵/ “8강신화 한밭서”들썩, 대전은 벌써 흥분의 도가니

    ‘한밭벌에서 다시 한번 온국민의 승리를 이끌어낸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오는 18일 이탈리아와 월드컵 16강전을 벌이는 대전이 경기 사흘을 앞두고 벌써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고 있다. 대전경기장 주변에는 입장권을 구입하려는 열혈 축구팬들의 텐트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고,대전시는 전국의 길거리 응원단을 위한 대형 전광판을 어디에 설치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입장권 좀 파세요= 호남고속도로 유성IC 앞 대전경기장 임시판매소로부터 300m쯤 떨어진 장대삼거리까지 입장권을 사려는 축구팬의 텐트 70여채가 줄을 이었다.텐트에 거주하고 있는 축구팬은 대략 500명. 이들은 “입장권이 완전 매진됐다.”는 월드컵 대전운영본부의 방송에도 불구하고 “대구나 인천경기 때와 같이 3000여석은 남아 있을 것”이라며 막무가내로 버티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지난 14일 오후 10시30분 대전경기장에서 열린 미국-폴란드전이 끝난 뒤 곧바로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대전운영본부 관계자는 “포르투갈과 경기를 치른 인천에서 텐트를 치고도 표를 구하지 못해 한이 맺힌 팬들이 16강 격전지로 대전을 꼽고 아예 미국-폴란드전을 보고 경기장 입구를 선점한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날 대전월드컵 홈페이지에는 한국팀의 16강전 입장권을 놓고 흥정하는 팬들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12만 8000원인 3등석 한 장이 최고 100만원까지 호가하는 등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일부 팬들은 “24평짜리 아파트 한 채와 입장권 1장을 바꾸자.” “2000년식 뉴그랜저 승용차를 줄 테니 입장권 한 장을 달라.”는 장난스러운 글도 올렸다. ●길거리 전광판을 어디에 설치할까요= 대전시에 초비상이 걸렸다.설마설마했던 16강전이 대전에서 열리자 대전시는 이날 아침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가장 문제가 된 것이 길거리응원단을 위한 대책. 대전시는 인천의 경우 10만명 이상이 거리로 몰려와 한국팀을 응원한 점으로 미뤄 국토의 중심부에 있고 경기의 비중이 더 큰 대전에는 3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대전엑스포 과학공원 앞 갑천 둔치에 대형 전광판을 달아 길거리 응원단을 유치키로 했다.또 서대전 시민광장,한밭종합운동장,엑스포 남문광장 등에도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다. 대전시 관계자는 “당초 월드컵 16강전이 예정돼 있어 다른 문제는 없으나 한국팀의 16강전이 치러지면서 별도 대책이 없었던 길거리 응원단 때문에 상당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철도청도 한국팀의 경기가 열리는 18일 서울∼대전간 열차 14대(새마을호와 무궁화호)를 추가로 투입하고 2대는 객차를 늘려 운행한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
  • 월드컵/ 16강 오르던 날, 승리의 거리엔 밤이 없었다

    “아들들아,드디어 해냈구나!” 그토록 바라던 48년의 꿈이 실현된 감격의 밤이었다.월드컵 16강 진출의 비원(悲願)을 이루자 4700만 국민은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감동과 기쁨에 얼싸안고 환호하며 어쩔줄 몰라했다.집에서 TV를 보던 시민들도 거리로 뛰쳐나와 이웃들과 승리의기쁨을 나누는 등 전국은 온통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 ◇감격의 도가니,길거리 응원= 전국 223곳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앞에서 응원을 펼친 300여만명의 응원단은 날이 샐 때까지 ‘대∼한민국’을 외치며 열광했다.후반25분 쯤 박지성 선수가 포르투갈 수비수를 제치고 그림같은 골을 터뜨리자 서울 광화문에서 제주 탑동 대광장까지 이어진 길거리 응원단은 목이 쉬도록 ‘대∼한민국,박지성’을 연호했다. 세종로와 태평로를 가득 메운 응원단은 경기가 끝난 뒤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일제히 발을 구르고 손을 흔들며 ‘아리랑’을 목청껏 불렀다.시청 앞과 상암동 월드컵공원,잠실야구장에서는 16강 진출을 자축하는 불꽃놀이가 장관을 이루었다.도심 건물에서도 TV를 지켜보던회사원들이 창문을 통해 태극기를 흔들며 기뻐했다.서울의 아파트촌도 환호의 도가니로 변했다. 승리가 확정되자 아파트 베란다 곳곳에 태극기가 휘날렸다. 서울에서만 150여만명이 길거리 응원을 펼쳤다.대한매일신보사의 양면 전광판을 비롯,5대의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광화문과 서울시청 앞에서는 90여만명이 ‘붉은 함성’을 토해냈다.한강시민공원과 대학로 등에도 각각 10만명 안팎의 시민이 몰려 열기가 고조됐다.특히 그동안 길거리 응원을 주도한 젊은층 말고도 가족 단위 응원객들이 대거 참여해 길거리 응원이 전국민의 축제로 승화했음을 보여줬다. 5살 난 손자의 손을 잡고 광화문에서 ‘대∼한민국’을 외친 김영수(60)씨는 “내평생 이렇게 기분좋은 날은 처음”이라고 말했다.서울시청 앞에서 태극기를 앞치마처럼 두르고 응원을 한 심소연(15)양은 “하루 종일 우리 팀이 16강에 오르는 생각만 했다.”면서 “오빠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울먹였다.10만여명이 몰린 대학로에서 목이 쉬도록 응원한 대학생 하성석(20)씨는 “한민족의 위대한승리”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일본인 엔도 히사노(24·여)는 “일본과 함께 조1위로 16강에 진출해 너무나 기쁘다.”고 축하했다.영국에서 월드컵을 보로 온 스티브 파울리(41)는 “한국이 16강에 오른 원동력은 거리의 응원 열기”라면서 “축구 종가 영국에서도 이같은 장관은 볼 수 없다.”며 감탄했다. ◇잠못 든 대한민국= 승리의 기쁨은 날이 새도록 이어졌다.서울 세종로,태평로,강남대로 등 도심 주요도로는 ‘대∼한민국’을 외치며 활보하는 인파가 끊이지 않았다.젊은이들은 오토바이에 태극기를 달고 거리를 달렸고,차량들은 일제히 응원 손뼉소리에 맞춰 ‘빠방빵 빵빵’하는 경적 소리를 울려댔다.버스 위에 올라가 태극기를 흔드는 젊은이도 있었다. 주민과 학생들이 집단응원에 나섰던 대학가도 밤늦게까지 잔치판이 이어졌다. 오는 8월 토토컵 국제 여자축구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파주에서 합숙훈련 중인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간판 스타 이지은(24·숭민원더스) 선수는“마치 내가 경기장에서 뛴 기분”이라면서 “오빠들이 한국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감격해 했다. ◇‘열광의 바다’ 인천= 인천시청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으로 경기를 관람하던 2만여명은 전반 25분 포르투갈 핀투 선수가 과격한 태클로 퇴장당하자 “이제는 됐다.”며 일제히 함성을 질러댔다.후반 25분 박지성 선수가 멋진 왼발슛을 성공시키자 관중들은 “이제는 진짜 16강”을 외치며 서로 부둥켜안고 승리의 기쁨을 나누었다. 경기가 끝난 뒤 ‘붉은 악마’ 회원을 비롯한 시민들은 축포가 터지는 가운데 떼를 지어 문학경기장∼문학플라자∼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인천시청으로 이어지는 녹지벨트를 행진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지난 12일부터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경기장 앞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 이상일(21·학생)씨는 “2박3일간 야영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축구팬들과 함께 겪은 16강 진출의 감동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대구·광주·전주지역 붉은 악마 회원들은 이날 오후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에서 집결,경기장으로 이동한 뒤 영호남 ‘화합 응원’을 펼쳤다. ◇빛난 시민의식= 밤늦게 수십만명이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으로 몰렸지만 큰 불상사나 무질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서울소방방제본부에 따르면 이날 자정 현재 서울지역 길거리 응원과 뒤풀이 과정에서 85명이 다쳤으나 중상자는 없었다.시민들은 너나할 것없이 깔고 앉았던 신문지를 주웠다.일부 시민들이 술에 취해 거리를 쏘다니는 등 사소한 소란이 있었지만 16강의 기쁨 앞에는 ‘애교’ 수준이었다. ◇북한 땅에서도 환호성= 금강산에서도 태극전사를 응원하는 함성이 울려퍼졌다.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한국-포르투갈전을 위성 TV로 시청한 ‘6·15 공동선언 2주년 민족통일대축전’ 남측 대표단은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한국전력 직원과 합동 시공단,협력업체 직원 등 함남 금호지구 경수로 건설 근로자 700여명도 이날 밤 열띤 응원을 펼쳤다. 주한미군은 이날 한국과 미국의 16강 동반 진출을 크게 반겼다.주한미군은 미국팀이 폴란드에게 덜미를 잡혀 탈락 위기에 놓였으나,한국팀이 포르투갈을 침몰시키면서 16강에 동반 진출하게되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미군 관계자가 전했다. 인천 김학준 이창구 윤창수 기자 kim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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