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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통 나선 사법부… ‘불신의 벽’ 허물까

    소통 나선 사법부… ‘불신의 벽’ 허물까

    법원이 국민과의 ‘소통’ 확산에 나섰다. 영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 등을 계기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팽배해진 탓이다. 단절됐던 벽을 허물지 않고서는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각급 법원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통해야 불신이 걷힌다.”는 취지에서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취임하면서 강조한 ‘소통’도 계기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법원마다 ‘소통’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거나 국민들을 법원으로 초청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재판 안내서 제작… 만족도 설문 조사도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개편한 업무 분장 때 소통 보직을 신설했다. 기존에 대(對)언론 업무를 담당하던 공보관과 달리 국민을 상대로 한 행사 등을 기획·운영하기 위해서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 소속 판사 20명으로 ‘국민소통업무 TF’를 구성한 데 이어 1월 ‘소통, 국민 속으로’라는 행사를 개최, 국민들의 쓴소리를 직접 경청했다. 대학생기자단, 시민 모의법정 등 각종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국민과의 소통이 원활해지면 자연스럽게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가정법원과 서울행정법원은 법원 업무의 이해를 돕기 위한 안내서를 발간했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달 법관들이 가사재판 과정에서 느낀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사랑을 꿈꾸는 법원’을 펴냈다. 시민자원봉사자, 통역자원봉사자, 소년보호 자원봉사자, 조정위원 등을 초청해 법원 개방 행사도 열었다. 서울행정법원도 난민재판과 조세소송 재판에 대한 안내서를 냈으며, 올해는 재개발·재건축과 관련된 도시정비사건 재판에 대한 안내서를 제작할 계획이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행정소송을 어려워하는 국민들을 위해 소장 작성에서부터 재판 진행 방식까지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SNS 활용도 검토… 신뢰 되찾을 것” 서울서부지법이 ‘국민과 소통하는 법원 만들기 TF’를, 부산지법이 ‘시민사법위원회 TF’를 출범시켰다. 시민들의 사법 모니터링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서울남부지법과 서울동부지법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대법원도 올해부터 자원봉사단체를 대상으로 한 달에 한 번 법원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장애인 정책, 시혜 아닌 자립 지원이어야”

    “장애인 정책, 시혜 아닌 자립 지원이어야”

    “세상에 공짜 빵은 없습니다.” 최근 치러진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김양수(45) 한빛맹학교 교장이 평소 학부모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다. 김 교장은 9일 치러진 선거에서 73%의 압도적인 지지로 전국 155개 특수교육학교와 특수교육교사 1만 7000여명의 대표가 됐다. 장애인이 특수교육총연합회장이 된 것은 처음이다. ●망막색소변성증으로 고1때 시력 잃어 김 교장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자신의 눈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처음에는 단순히 눈이 나쁘다고 생각하고 안경을 맞추려 했는데, 그게 아니라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희귀 질환임을 알게 됐다.”면서 “나는 몰랐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실명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시력이 손상돼 더듬거리며 다니는 그를 ‘박쥐’라고 놀려 댔다. 가혹한 운명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3살 터울 동생인 김용수(42) 박사도 그와 똑같은 병에 걸려 시력을 잃었다. 김 교장은 “주변 사람들은 우리 집을 ‘마가 낀 집’이라고 손가락질을 했고, 친척들은 연락을 끊었다.”면서 “낙담한 아버지는 어머니와 우리들에게 수면제를 먹여 동반 자살까지 시도했지만 그게 실패해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시력을 완전히 잃은 김 교장은 한빛맹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한빛맹학교에 교사로 다시 돌아왔다. 그의 동생인 김용수 박사도 한국과학기술원 수학과에 입학해 국내 첫 시각장애인 이공계 박사가 됐다. 김 교장은 2003년 한빛예술단을 만들어 학교에서 음악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했다. 그는 “시각장애인 하면 ‘안마’를 연상하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싶었다.”면서 “TV 프로그램 스타킹에서 3회 연속 우승한 김지호군, K팝스타에서 스타덤에 오른 김수환군도 모두 이런 교육의 성과물”이라고 자랑했다. 한빛예술단은 현재 80명의 단원이 150회 이상의 공연을 소화하고 있고, 2010년에는 노동부로부터 장애인문화예술 분야 첫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특수교사 99.9%는 사명감 갖고 일해” 김 교장은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그는 “환부는 깔끔하게 도려내야 하겠지만 99.9%의 특수교사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좋은 사람들”이라면서 “도가니 사건으로 떨어진 특수교사들의 사기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노동 중심으로 진행되는 장애인 직업교육도 바꾸고 싶어 했다. “시각장애인도 변호사가 되고,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직업교육 개편과 지원을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교총과 마찬가지로 교섭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교장은 장애인 정책의 요체는 시혜가 아니라 자립 지원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굿윌이라는 장애인 기업이 군대 소모품을 생산한다.”면서 “일반 기업하고 경쟁을 하기는 솔직히 어려운 만큼 정부가 몇몇 영역을 할당해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글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열린세상] ‘최초’라는 수식어/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최초’라는 수식어/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지난달 말 시각장애인과 관련한 두 가지 소식을 접했다. 한국 최초로 백악관 차관보를 지낸 시각장애인 강영우 박사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과,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가 임명됐다는 소식이다. 강 박사는 1944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나 13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이듬해 축구공에 눈을 맞아 시력을 잃었다. 같은 해 어머니까지 세상을 떠나 10대 시각 장애인 가장으로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갖은 고생 끝에 연세대를 졸업한 그는 1972년 국제로터리 장학생으로 뽑혀 미국 유학길에 올라 피츠버그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문교부는 장애를 해외유학의 결격 사유로 규정했지만 그의 유학으로 이 조항이 폐지됐고, 강 박사는 한국 장애인 최초의 정규 유학생이 됐다. 일리노이대 교수와 일리노이주 특수교육국장을 거쳐 2001년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장애인위원회 정책 차관보로 발탁됐다. 당시 한인 백년 미국 이민사에서 최고위 공직이었다고 한다.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인 최영씨는 고 3때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고 시력이 급속도로 나빠졌지만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지금은 불빛만 희미하게 인식하는 수준인 시각장애인 1급이다. 다섯 차례 도전 끝에 2008년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동료 1030명 중 상위 40위권의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 지난달 27일 법관 임명장을 받았다. 연수원에서도 모든 교재를 컴퓨터 파일로 전환해 스크린 리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귀로 듣는 방법으로 학업을 수행했으며 시험 시에도 답안지나 메모 등을 타인의 조력 없이 본인이 컴퓨터 자판을 암기해 문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사법연수원은 최 판사가 사시에 합격하자 1억여원을 들여 주요 출입구, 엘리베이터, 화장실 등에 음성안내 인식기 40개를 설치하고 시각장애인용 학습보조기구도 마련했다. 최 판사가 임용된 지방법원에서도 길 안내용 점자유도 블록, 글을 소리로 바꿔주는 음성변환 프로그램 등을 설치하느라 분주하다고 한다. 참으로 반갑고도 씁쓸한 소식이다. 수많은 장애인들이 출입했을 법원에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가 임용되자 이러한 편의시설들이 이제야 설치된다고 한다. 작년 말 전체 법원의 장애인 고용률은 2.21%였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고용률 3%에 못 미쳐 장애인 고용 저조 기관으로 분류돼 언론에 공표된 바 있다. 장애인 교사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해 곤욕을 치르는 각 시·도 교육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최근 영화 ‘도가니’, 그리고 석궁 교수 판결 얘기를 다룬 ‘부러진 화살’ 파문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사법부가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로 다시 명예를 회복할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시각장애인, 아니 더 나아가 장애인의 성취에는 항상 ‘최초의’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강영우 박사의 행적에는 무엇을 하든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한국 최초의 장애인 대학 입학, 한국 최초의 장애인 석사, 한국 최초의 장애인 박사, 최초의 장애인 정규 유학생, 한국 최초의 백악관 차관보…. 물론 강 박사의 능력과 노력이 누구보다도 뛰어났으므로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살았던 1970~80년대에 장애인의 성취와 입신에 얼마나 많은 장벽이 놓여 있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장애인 최초 뉴스 앵커, 청각장애인 최초 박사학위 취득, 장애인 최초 e스포츠 심판, 장애인 최초 1급 공무원 승진, 최초의 장애인 영어교사 임용…. 1970~80년대에 있었던 뉴스가 아니다. 바로 작년에 배출된 최초의 장애인 기록들이다. 우리 사회는 ‘최초 신드롬’에 열광한다. 장애인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정부기관의 인사 시즌이면 최초의 여성 팀장, 국장, 기관장 등의 기사가 언론을 장식한다. 우리 사회의 관행과 인식이 얼마나 후진적이었는가를 잘 보여 준다. ‘최초의’라는 장애인의 역사가 더욱 발전하는 것은 참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필자는 더 이상 이러한 일들이 사회를 놀라게 하는 뉴스거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범한 그 누군가와 마찬가지로 ‘장애’보다는 그의 능력으로 인정받고 평가되는 보다 성숙한 사회를 꿈꾸어 본다.
  • [사설] ‘나경원 남편 기소청탁’ 의혹 진실 가려라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부장판사가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네티즌을 기소해 달라고 수사검사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이 진실게임으로 흐르고 있다. 나 전 의원은 그제 기자회견에서 “남편에게 확인한 결과 해당 검사에게 기소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며 서울시장 선거 당시의 ‘1억원짜리 호화클리닉’에 이어 정치적으로 편향된 매체의 음해와 선동으로 규정했다. 이에 앞서 인터넷 팝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는 지난달 28일 방송에서 “인천지검 부천지청 박은정 검사가 김 부장판사로부터 기소 청탁을 받은 사실을 관련 사건을 수사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진술했다.”고 공개하면서 박 검사는 양심선언으로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 찍혀 사실상 검사생활이 끝났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불거지자 검찰은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법원은 김 부장판사가 이미 한 차례 부인한 상태에서 의혹을 제기했다고 다시 사실관계를 따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나 전 의원은 2004년 자신을 친일파로 매도한 네티즌이 사실과 다른 글을 인터넷에 올린 만큼 기소를 청탁할 사안도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박 검사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네티즌을 기소했던 검사는 “나는 청탁받은 적이 없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럼에도 당사자인 박 검사는 어제 내부통신망에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는 글을 올리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쯤 되면 검찰과 법원이 의혹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열쇠를 쥐고 있는 박 검사와 김 부장판사에게 확인하면 바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사실이라면 기소 청탁 당사자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처분하면 되고, 사실이 아니라면 무책임한 의혹 폭로의 책임을 물으면 된다. 늦어질수록 영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은 허구가 아닌 진실이 된다.
  • 표준어 복원처럼 문학도 다양성 인정해야

    표준어 복원처럼 문학도 다양성 인정해야

    지난해 8월 31일은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돼 그가 사퇴한 날이다. 이후 안철수 서울대 교수, 박원순 아름다운 재단 이사장 등이 시장 후보로 등장하는 등 정국이 시끄러워졌다. 그러나 사실 이날은 국가 언어정책상 아주 특별한 날이기도 했다. ‘짜장면’을 비롯해 ‘개발새발’ ‘맨날’ ‘복숭아뼈’ 등 국민이 일상적으로 쓰던 39개의 단어가 ‘표준어’로 인정된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짜장면을 자장면이라고 발음하며 검은색 짜장이 희멀건 자장이 되는 것 같이 어감이 이상하다고 입맛을 짭짭 다실 일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국립국어원은 지난해 8월 31일 이전까지 일상 단어를 오랫동안 ‘비표준어’로 묶어두고 국민들의 언어생활을 억압해 왔다고 보면 되겠다. 평론가 겸 시인인 방민호(47)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역사적으로 뜻깊은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짜장면이 맞다’라는 단편소설을 써 문학계간지 ‘문학의 오늘’에 발표했다. 그는 소설 안에서 8월 31일 표준어로 인정된 단어를 모두 굵은 명조체로 표현하며 사랑스럽게 쓰다듬어 주고 있다. 이전부터 표준어로 군림하던 어색한 단어는 굵은 고딕체로 명기해 사람들이 그 언어에 대해 느끼는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잘 표현해줬다. 방 교수는 3월부터 서울대 학보 ‘대학신문’에 단편소설 연재도 한다. 시인에서 소설가로 전업하는 것일까? ‘문학의 오늘’ 봄호가 인쇄돼 나온 지난 2월 29일, 4년에 한번만 돌아오는 독특한 날에 홍익대 앞에서 만나 까칠하고 따뜻하게 우리 시대 문학의 모습에 대해 수다를 늘어놓았다. →이 시대의 문학이 무엇인가. -나를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근거다. 교수는 경계 지워진 세상에서 사는데, 그 세상에서 사는 나는 본모습이 아니다. 그 경계 밖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삶, 부분 안에 놓여있지 않고 부분과 부분을 이어주고 좀 더 본질적인 것을 찾아나가는 것이 문학이다. 정치, 도덕 등은 인간을 재는 척도인데 이런 척도들이 인간을 다 말해줄 수 없다. 문학만이 우리 사회를, 인간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유일무이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문학이 ‘사적(私的)인 문학’으로 환원되지 않았나. -지난 15년 동안 문학이 공공적, 사회적 영역을 버리고 사적인 영역을 타고 들어간 것처럼 보였지만 그마저도 달성하지 못했다. 가장 사적인 인간은 자기 자아가 풍부한 인간인데 자아의 모습을 풍부하고 깊게 그려준 작품이 없고 표층적으로만 다뤘다. 공공성을 회복하자는 주장이 아니라 개인의 풍부한 자아가 섬세하고 깊이 있게 그려지는 다양한 층위의 문학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소설 ‘도가니’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에는 어떤 평가를 내리나.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문학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야 한다, 사형제도가 폐지돼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문학이 반응한 것이다. 정치적 과제, 도덕적 요구에 부응했다. 사회가 변화하길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각광받을 수 있었다. 다만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 사악한 노파를 죽인 뒤 풍부한 자책과 정신적 고뇌를 보여주는데 (그런 면에서 ‘도가니’ 등은) 좀 약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공지영씨 좋아한다. 우리 사회에 최근 10여년 동안 그런 말을 하는 작가가 없었다. 시인으로는 최영미 선배가 있다. →시인인데 왜 소설을 썼나. -평론으로 데뷔했는데 시를 쓰니까 너는 왜 평론가가 시를 쓰느냐고 했다. 이번에 소설을 쓰니까 왜 시인이 소설을 쓰느냐고 한다. 시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쭉 써 왔다. 1990~93년에 시, 소설 등 습작을 많이 했다. 대학교 때 학생운동 쪼금 했고 사회운동 하려다가 방황을 거쳐 대학원에 들어와 논리를 공부해서 평론으로 먼저 등단했다. 꼭 소설을 쓰고 싶은 것이 아니라 꼭 쓰고 싶은 주제가 있어서 소설을 쓴다. 광릉에 세조가 묻혀있는데 조카인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는데 얼마나 재위했는지 아느냐. 겨우 13년을 했다. 그거 하려고 온갖 짓을 다 한 것이다. 자기가 좋은 일을 해야 하는데 내게는 문학이 소중하다. →주목할 만한 젊은 작가들은 누구인가? -박형서의 상상력, 김혜란의 세상에 보내는 따뜻한 시선, 김사과의 자아의 문제에 몰두하는 모습 등에 주목하고 있다. 문학하는 사람들이 잘나가는 출판사나 비평가에게 줄 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학은 자신과 싸우는 것이고 권력은 덧없다. 아무리 작은 사람도 권력이 있고 아무리 큰 권력도 덧없는 것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나꼼수 의혹 제기, 사법불신 확산되나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제기한 나경원(49) 전 새누리당 의원의 남편 김재호(49·사법연수원 21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의 기소 청탁 의혹을 계기로 법원과 검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영화 ‘도가니’, ‘부러진 화살’ 등을 통해 촉발된 국민들의 사법 불신을 전방위로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나꼼수 방송 이후 김 부장판사의 기소 청탁 내용을 최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서 진술했다는 박은정(40·29기)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나 김 부장판사 모두 침묵하고 있다. 법원과 검찰도 당사자인 김 부장판사와 박 검사를 조사해 사실관계만 밝히면 될 사안을 서로 미루면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박 검사의 관련 내용 진술 여부에 대해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소 청탁 의혹에 대해) 김 부장판사가 한 차례 부인한 상태에서, 방송에서 제기된 내용으로 법원이 사실관계를 알아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다만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 법원도 액션을 내놓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판검사가 개인적인 이해에 따라 수사에 개입하고 기소를 청탁하는 행위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사법질서를 동시에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렇지 않아도 법관들의 판결이 국민적 불신에 직면해 있고 ‘스폰스 검사’ 등으로 검찰이 얼굴을 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판검사 간의 ‘짬짜미’로 비쳐질 수 있는 기소 청탁 의혹까지 제기돼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사법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홍지욱)가 수사 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박 검사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직 판사가 수사 중인 검사에게 기소를 청탁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검사의 기소독점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인데, 사실 확인도 없이 징계를 전제로 박 검사만 먼저 조사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전남 촬영지로 인기

    전남 지역에서 지난해 촬영된 영화, 드라마, CF 등이 64편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는 등 예술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영화 작품은 김한민 감독, 박해일·류승룡 주연의 ‘최종병기 활’과 사회적 이슈를 일으킨 공유 주연의 ‘도가니’ 등이 이 지역에서 촬영됐다. 드라마는 KBS 이재룡·박주미 주연의 ‘사랑을 믿어요’와 SBS 유승호·지창욱 주연의 ‘무사 백동수’, CF는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등이 전남에서 일부 제작됐다. 이로 인해 경제 효과는 도내에서 소비한 숙박·숙식·촬영 진행비, 보조출연 인건비 등 20억원 안팎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지역이 촬영 현장으로 주목받는 것은 전남영상위원회의 체계적인 홍보 마케팅으로 영상 제작사들에게 남도의 숨은 경관과 장소를 소개하고 신속하게 제작할 수 있는 행정 편의를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전남영상위는 탤런트 최수종씨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씨는 지난해 자신이 단장인 ‘일레븐 축구단’ 소속 연예인을 모두 초청해 순천 시민들과 축구 경기를 하는 등 전남 알리기에 열성을 쏟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각 시·군에서 유명 관광지와 문화유적지에 대한 촬영 허가 등 행정 절차를 신속히 해결하고, 음식점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적극 협조함으로써 제작자들의 만족도가 크게 향상된 것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는 앞으로 촬영하기 좋은 곳을 체계화해 도청 인터넷 홈페이지(www.jeonnam.go.kr) 등에 올리는 등 행정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무안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열린세상] 예술적 진실과 사법적 진실/장은수 민음사 대표

    [열린세상] 예술적 진실과 사법적 진실/장은수 민음사 대표

    영화 ‘부러진 화살’이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명호 교수의 석궁 테러 사건을 둘러싼 논란을 다룬 이 영화는 개봉 직후부터 사법적 판결의 진실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면서 300만명의 관객이 영화관을 찾았다. 사법부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것은 한두 해의 일은 아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라캉의 표현을 빌리면, 법이 거리로 내려온 것이다. 정치, 경제, 문화와 마찬가지로 법 역시 법정이라는 특수 공간을 벗어나 시민들의 공론장 속에 포섭되었다. 이것은 결코 법에 일어난, 특별히 비극적인 사건이 아니다. 시민사회의 성숙에 따라 다른 모든 분야와 똑같이 법도 시민들의 집단 지성을 통해 자신을 재정의해야 할 순간이 되었고,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 같은 영화들은 그 순간을 지정하는 머릿돌 역할을 한 것뿐이다. 따라서 “법원의 실상에 대해 국민들이 전혀 모르고 있다.”든지, “영화를 보면 실제와 전혀 다르게 각색돼서 영화화됐다.”든지 하는 법원 측의 반응은 다소 엉뚱하고 심지어 포인트를 잘못 잡고 있기까지 하다. 영화를 본 뒤 법원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피고인에게 공감하는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진실이다. 진실은 많은 경우 사실에 기초를 두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 진실은 오로지 거짓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 사람이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벌레로 변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지만, 멀쩡한 사람을 벌레로 만드는 일상의 가혹함은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을 통해서 표현할 때 더 실감나게 다가올 수 있다. 다큐멘터리 기법을 차용해 사실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또 “영화는 맥락상 100% 사실”이라거나 “90%의 진실과 10%의 허구”라는 말로 관객들의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영화를 통해 드러난 진실은 결코 석궁 사건이 잘못된 판결이라는 것이 아니다. ‘부러진 화살’은 사법적 판결 자체에 도전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판결이 이루어지는 구조의 허구성, 비현실성에 도전한다. 석궁을 고의로 발사하지 않았다거나 화살이 판사에게 명중되지 않았다고 해서 피고가 무죄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정상이 참작되어 형량이 낮아지기는 할 터이지만 사적 보복은 만인 대 만인의 폭력이라는 야만 상태를 피하려는, 모든 법체계에서 엄격하게 금지하는 바이기 때문에 유죄를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태도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손 치더라도 판사는 법에 따라 합당하게 판결했으며, 따라서 그 판결은 정당했다는 것, 이것이 사법적 진실이고 아마 법원에서 그토록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것일 터이다. 그러나 ‘부러진 화살’은 거의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피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공판의 구조를 노리고 있다. 관객들은 “설마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의혹을 가슴 한쪽에 품으면서도, 다소 과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가슴을 죄면서 공감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니까 영화는 실제로 폭력적이라고 느낄 정도로 끔찍했던, 법의 높은 문턱 앞에 서 본 적이 있는 우리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드러낸다. 이것이 예술적 진실이고, 시민들이 공론장에서 진실로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우리는 판결에 항의해 석궁을 들었던 테러리스트의 무고함을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왜 우리를 위해 만들어진 법과 우리 세금으로 고용한 법의 집행자들이 우리에게 정신적 상처를 주었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법원이 진정으로 답해야 할 것은 ‘석궁 사건’을 둘러싼 사법적 사실이 아니라 이러한 예술적 진실에 대한 것이며, 시민들이 법원에 따져야 할 것도 특정 사건의 유·무죄가 아니라 위압과 권위를 자주 착각하는 법원의 정신 구조에 대한 것이다. 법은 이미 거리에 있다. ‘부러진 화살’이 보여주는 법적 절차의 폭력성에 대한 것이든, 서기호 판사의 재임용에 관한 것이든, 우리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법원이 영화를 통해 표출된 진실을 사법적 사실과 혼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잘못된 진단은 잘못된 처방을 낳는 법이다. 법원이 반성해야 할 것은 다른 곳에 있다.
  • 송파 장애인 보호시설 상시 모니터링

    송파구는 ‘도가니’ 사태 근절을 위해 장애인 보호시설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장애인 인권보호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관내 대기업을 대상으로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설립도 유도한다. 구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장애인복지정책 종합계획’을 수립해 8일 발표했다. 2월 중 발대식을 가질 장애인 인권보호위원회는 민간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다. 주로 보호시설 거주 장애인의 인권보호 및 직원 인권교육, 시설 모니터링 등의 업무를 맡는다. 장애인 복지시설 53곳이 주 모니터링 대상이다. 이와 함께 구는 장애인의 안정적 취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대기업의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 설립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설립해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은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모회사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충족시킨 것으로 간주되며 각종 지원 혜택도 받게 된다. 또 구립 송파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직업훈련 과정 때 만든 푸딩, 빵, 쿠키 등을 대형 마트에 납품하기로 해당 업체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수익금 전액은 장애인 인건비와 관련 사업 투자비로 쓸 계획이다. 이 밖에도 장애 청소년 재활을 위한 방과후 교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충무로, 사회로 뛰어들다

    충무로, 사회로 뛰어들다

    ‘영화의 중심에서 세상을 외치다!’ 한국 영화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 흥행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정치·사회적 소재의 영화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사회참여형 영화들은 내용이 무겁고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엔 영화적인 의미는 물론 대중적인 흥행에도 성공을 거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신문 사회면이 스크린 속으로 광주인화학교 성폭행 사건(‘도가니’),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 문제(‘완득이’), 석궁 테러 사건(‘부러진 화살’) 등 신문 사회면에서나 볼 만한 사건들이 연일 영화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4일 만에 관객 100만명을 돌파한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도 노태우 정권때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기 전까지 이권을 둘러싼 비리와 폭력이 난무하던 1980년대의 시대상을 풍자하고 있다. 이들 영화에 비해 사회성은 짙지 않지만, ‘댄싱퀸’ 역시 서울 시장 선거를 둘러싸고 현실 정치를 풍자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영화계는 이 같은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물론 이전에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로 이념적인 성향을 드러내거나 예술적인 면에서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해 실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사회에 대한 오랜 불만 표출하기도 영화 평론가 전찬일씨는 “‘도가니’가 흥행했던 2011년을 기점으로 한국 영화계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처럼 부담스러우면서도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영화의 소재로 등장한 것은 시대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전 평론가는 “요즘 시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보의 독점이 줄어들어 점차 비밀이 없어지는 시대이며, 특권층과 일반인들사이의 정보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관객들도 정치·사회적 이슈를 바라보는 여유가 생겼고, 영화도 일방적인 편들기나 종래의 이데올로기적인 시각을 벗어나면서 정치·사회적 영화들이 각광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영화들을 통해 사회에 쌓인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영화홍보사 영화인의 신유경 대표는 “이러한 영화들은 선과 악의 구조가 분명하고, 주인공이 개인의 분노를 대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러한 영화들의 흥행을 보면서 그동안 사회에 쌓인 불만들이 표출되거나 혹은 관객들이 그러한 탈출구를 찾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영화사 숲의 조옥경 대표도 “사회참여형 영화의 흥행은 최근 ‘나는 꼼수다’나 정봉주 사건 등 대중적으로 정치나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 리얼리티 선호하는 관객 입맛에도 맞아 영화적으로는 리얼리티(사실성)를 강조한 소재주의에서 흥행 요인을 찾기도 한다. 길영민 JK필름 대표는 “관객들은 한국 영화의 경우에 리얼리티가 살아 있고 현재의 이슈들과 맞닿아 있는 소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세상 돌아가는 것이 더 드라마틱하다는 인식때문에 실화에 기반을 두고 리얼리티를 강조한 사회참여형 영화들이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소 어렵고 딱딱한 소재일 수도 있지만, 이를 풀어내는 영화적인 접근법이 과거에 비해 세련돼졌고 관객들의 수준도 성숙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기존의 정치·사회적인 소재를 다룬 영화들이 거칠고 혁명적인 어법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감성적이고 세련된 접근 방식으로 바뀌었고 영화적인 완성도도 높아졌다.”면서 “천편일률적인 조폭 영화나 로맨틱 코미디에서 벗어나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민감한 소재를 차용함으로써 다양화에 기여하고,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나 예술 영화의 흥행에서도 알 수 있듯이 관객들의 영화를 보는 시각도 훨씬 깊어지고 성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주연배우 안성기는 “아무리 민감한 이슈를 다뤘다고 하더라도 영화적인 완성도가 뛰어나지 않다면 주목받을 수 없다.”면서 “‘부러진 화살’은 규모는 작지만 연출과 촬영, 편집, 연기 등 영화적인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지나친 상업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한국 영화가 사회와 쌍방향으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영화적인 기능을 회복했다는 시각도 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주연 최민식은 “영화라는 영상 콘텐츠는 오락적·예술적 기능도 있지만, 사회적인 기능도 중요하다.”면서 “이처럼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이 나오고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민주화·다원화되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회가 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런 점에서 건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조국 교수 “대중이 겪은 사법부, 영화속 모습에 공감”

    조국 교수 “대중이 겪은 사법부, 영화속 모습에 공감”

    서울중앙지법이 6일 마련한 ‘소통 2012 국민 속으로’의 행사는 어수선했다. 영화 ‘도가니’, ‘부러진 화살’의 반향에서 나타났듯 사법부가 국민과 소통하는 길이 순탄치 않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컸고 비판은 거셌다. 참석자들은 모처럼의 행사인 탓에 저마다 하고픈 속내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진행을 받은 성낙송 판사가 “객석 토론 기회가 있으니 발언을 참아달라.”고 연신 부탁했을 정도다. 심지어 숨진 아들과 관련한 재판결과에 불만이 있다는 50대 남성은 행사 시작부터 단상 맞은 편에 영정사진을 들고 앉아 있다가 법정 경위들에게 밖으로 끌려나기도 했다. 또 판사가 이야기할 때마다 일부 시민들은 “딴소리하지 말고 판사들의 잘못에 대해 말하라.”, “우리가 너무 분노해서 그렇다.”고 소리쳤다. 행사 마지막 순서인 ‘시민과의 대화’ 시간에는 법원 측이 사전질문서를 제출한 사람에게만 질문 기회를 주겠다고 하자, 법원의 일방적인 진행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무작위로 말하게 해달라.”, “누구를 위해 토론회를 하는 거냐.”며 항의하는 소동도 벌였다. 패널로 참석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화 ‘부러진 화살’ 사태를 거론하면서 “영화는 기본적으로 허구지만 대중들은 영화에서 자신이 경험한 사법부의 모습을 찾고 그에 공감하는 것”이라면서 “국민들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울부짖는 것을 사회적 불만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 판결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살인사건 피해자를 다룬 영화 ‘오늘’의 이정향 감독은 재판에서 피해자 보호 강화를 주문했다. 이 감독은 “판결과 진실이 다르고, 법의 논리가 아니라 판사 개인의 논리로 판결하는 등 법원은 한마디로 믿을 곳이 못 된다.”며 평소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또 “피해자가 사건의 중심부에 서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재판에서도 대접해줬으면 좋겠다.”면서 “피해자가 판사에게 자신의 입장을 얘기하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사가 혼전을 거듭하자 법관들은 낙담한 표정이 역력했다. 한 부장판사는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반발이 거셀 줄은 몰랐다.”면서 “소통한다고 준비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성폭력 어둠속 아이들… 여고생 ‘지수’의 절규

    성폭력 어둠속 아이들… 여고생 ‘지수’의 절규

    아파트 어귀에만 들어서면 숨이 멎는 듯하다.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고 나서 몸을 더듬던 ‘그놈’. 그놈이 언제 다시 오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 탓이다. “내가 잘못한 건 없었을까, 죽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 속에서 그놈을, 자신을, 수없이 죽이고 또 죽인다. 열여덟 여고 3학년 지수(가명)는 그렇게 상처와 아픔을 끌어안고 산다. 2009년 3월 부산의 낡은 상가아파트. 비교적 사람 발길이 뜸한 곳에서 사건은 시작됐다. 우편함에서 고지서를 꺼내던 지수 뒤로 누군가 다가왔다. 한쪽 팔로 지수의 목을 조르고 가슴을 세게 잡아당겼다. 호흡 곤란과 충격으로 잠시 기절했다가 깬 지수는 소리를 질렀다. 간신히 위기 상황을 모면했다. 지갑이나 휴대전화는 손도 대지 않았다. 신고했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같은 해 5월 성폭행도 당했다. “같은 사람이었어요. 계단을 오르는데 뒤에서 뭔가에 얻어맞아 정신을 잃은 후 깨보니 이미….” 혼자 자기를 키우는 엄마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했다. 스스로 감내했다. 부산경찰청의 ‘사건·사고 사실확인원’에 따르면 지수는 이후에도 2010년 상반기까지 수차례의 성폭력 피해범죄를 신고했다. 지수를 성추행했던 범인 가운데 A(34)는 2010년 8월 검거됐다. 부산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14세 여중생을 더듬다 체포됐다. 여죄를 수사하던 부산 금정경찰서는 A가 같은 해 4월 한 상가 앞에서 지수의 머리를 내리치고 추행했던 사실을 밝혀냈다. 특수강도 등 전과가 있던 A는 정신지체 장애를 내세워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부산지법 제5형사부는 2010년 10월 22일 A에게 징역 2년과 5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내렸다. 당시 다른 피해자가 무릎을 다쳐 다리를 저는 A의 인상착의를 정확히 진술했기 때문이다. 지수 역시 A의 얼굴을 보자마자 쓰러질 정도로 단번에 A를 알아봤다. 문제는 A가 지수의 아파트에서 1분가량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 가을 출소할 예정이다. 지수는 극심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다. 잡히지 않은 ‘그놈’, 곧 나올 ‘그놈’ 때문이다.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다. 잠시 학업을 중단하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다시 학교로 돌아왔지만 두려움은 여전하다. “나쁜 짓을 했던 그놈들이 다시 제 옆에 오지 못하게, 기억이라도 잊게 이곳에서라도 떠나고 싶어요.” 지수의 절규다. 집안 사정상 이사와 심리 치료가 힘든 지수를 위해 ‘어른들’이 나섰다. 도가니 사건을 계기로 아동 성범죄 근절 운동에 나선 ‘나영이 아빠’와 나영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의 작가 소재원씨가 지수의 끔찍한 사연을 알고 후원자를 찾고 있다. 소재원 작가는 앞서 어린이 재단에 기부한 책 수익금 등을 통해 수지의 거주지를 옮길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나영이 아빠는 “범죄 피해자가 더 이상 고통받지 않도록 모든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안성기 “사법부 부담 이해하지만 반대 생각도 있을 것”

    안성기 “사법부 부담 이해하지만 반대 생각도 있을 것”

    “사법부가 껄끄러워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쪽이 있다면 다르게 생각하는 쪽도 분명히 있지 않을까요.” 영화 ‘부러진 화살’의 주인공 안성기(60)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이 영화의 흥행은 기존 상업영화의 흥행과 다른 의미가 있다. ‘워낭소리’처럼 완성도가 있으면 저예산 영화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영화의 성과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안성기는 영화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에 대해 영화의 주제와 예술적인 가치가 조화를 잘 이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워낙 민감한 이슈라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적인 완성도가 뛰어나지 않다면 주목받을 수 없죠. ‘부러진 화살’은 규모는 작은 영화지만 연출과 촬영·편집은 물론 연기 등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는 순제작비 5억원이 투입됐다. 저예산 영화임에도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계 안팎의 관심도 흥행 수익에 쏠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흥행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많은 분이 봐 주셔서 고맙다.”면서도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흥행 수익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작품에 노개런티로 출연해 제작비를 낮췄다. 다만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을 경우 러닝개런티 개념의 보너스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러진 화살’은 5년 전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은 전직 대학교수 김명호씨가 재판장의 집을 찾아가 석궁을 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토대로 만들었다. 영화는 석궁으로 위협만 했을 뿐 화살을 쏘지 않았다는 김 교수 측과 피 묻은 옷을 증거로 내밀며 테러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부장판사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갈등이 고조된다. 안성기는 이번 영화에서 온화한 이미지를 벗고 깐깐한 원칙주의자인 김 교수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논란의 복판에 있는 인물이고, 기존에 제게 있던 원만한 이미지 때문에 부담은 됐지만 철저히 시나리오에 따라 연기했습니다. 권력에 대항하는 개인의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동안 수없이 이야기된 소재가 아닐까요. 워낙 시나리오가 완벽했고 충분히 영화적으로 만들 가치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연기에 충실히 임했습니다.” 그는 “영화 속 김 교수는 법은 아름다운 것이라면서 법대로 하라고 주장하는데, 오히려 변호사는 ‘법은 쓰레기’라고 말한다.”면서 “이 대목이 사회의 모순점을 잘 드러내는 장면”이라고 꼬집었다. 사법부에서 ‘영화가 사법 테러를 미화한다.’며 반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주인공의 시선에서 그렸기 때문에 사법부가 껄끄러워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그런 측면에서 보는 쪽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쪽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속 김 교수의 “이게 재판이냐, 개판이지.”라는 대사가 화제가 됐다고 하자 “평소 나는 욕도 잘 안 하는 성격인데 다소 센 대사들이 나와 연기하기가 힘들었다.”며 웃었다. 아울러 ‘부러진 화살’은 최근 화제가 됐던 ‘도가니’와는 색깔이 다른 영화라며 선을 그었다. “과거에 얽매인 영화라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미래에 대한 영화입니다. 엔딩 장면에서 김 교수가 밝게 웃는 것도 힘들지만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면 미래는 밝을 것이라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영화기자가 뽑은 최고의 영화 ‘도가니’

    영화 담당 기자들이 뽑은 최고의 영화로 황동혁 감독의 ‘도가니’(제작 삼거리 픽처스)가 선정됐다. ‘도가니’는 3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3회 올해의 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도가니’는 자칫 묻힐 뻔했던 광주 인화학교 성추행 사건을 이슈로 부각시키면서 가해자에 대한 재수사는 물론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일명 ‘도가니법’)을 이끌어 내는 등 사회의 파수꾼으로서 영화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감독상은 740만명의 관객몰이를 통해 문화계 전반에 걸친 복고 열풍의 주역이 된 ‘써니’의 강형철 감독이 차지했다. 남녀 주연상은 ‘완득이’의 김윤석과 ‘만추’의 탕웨이에게 돌아갔다. 조연상은 ‘마이웨이’의 김인권의 몫. 영화의 흥행 실패에도 주인공의 친구 종대 역을 맡은 김인권은 장동건, 오다기리 조를 능가하는 존재감을 뽐냈다. 신인상은 ‘파수꾼’의 이제훈에게, ‘발견상’은 유아인(‘완득이’)에게 돌아갔다. 올해의 영화상은 종합지, 경제지, 방송사, 스포츠지, 영화전문지 등 41개 언론사 영화 담당 기자 80여명이 직접 뽑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나꼼수 ‘비키니 인증샷’ 너무 나간 것 아닌가

    인터넷 방송 나꼼수의 ‘정봉주 구하기’ 1인 시위 수영복 인증샷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몇몇 여성 지지자들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자신의 가슴 부위에 정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글을 적은 사진을 올리면서부터다. 나꼼수 멤버들에게 동지적 애정을 보이고 있는 ‘도가니’의 공지영 작가까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나꼼수에 사과를 요구한 공 작가의 불편함에 인터넷 공간에서 찬반 양론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성들이 ‘나와라 정봉주 국민운동’ 홈페이지에 비키니 인증샷을 올린 것 자체를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비키니 시위도 엄연한 표현의 자유이자 항의 표시라고 보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상의를 벗고 모피 반대 시위를 하고, 올해 다보스에서도 반나체로 반(反)자본주의 시위를 한 것 등을 보더라도 여성이 자신의 신체 부위를 드러내며 의사 표시를 한다고 비난받을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나꼼수 멤버들의 가슴 시위 이후 발언 및 트위터에 올린 내용들이다. 한 멤버는 “정 전 의원이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고 부끄럽게도 성욕 감퇴제를 복용하고 있다.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길 바란다.”고 했고, 다른 멤버는 자신의 트위터에 “가슴 응원 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고 했다. 나꼼수의 수영복 사진 유도는 ‘씨바 졸라’ 등 언어 일탈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명백한 성희롱이다. 대중적 인기에 도취해 자신들은 아무렇게나 해도 괜찮다는 듯한 오만이 짙게 배어 나오는 행태다. 나꼼수는 간단치 않은 영향력을 가진 매체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점에서 폭넓은 인기에 걸맞은 도덕적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 자극적인 표현은 순간적으로 카타르시스를 제공할지 모르지만 생명력은 길지 않다. 인기에 취해 어느새 자신이 비판하던 권력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나꼼수의 비키니 시위 인증샷은 누가 뭐래도 너무 나간 것이다.
  • [사설] 아동성폭행은 살인보다 잔혹한 범죄다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아동성폭행을 살인죄나 그 이상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대법원 양형위원회 조사결과 나타났다. 4명 중 1명은 우발적 살인보다 아동 성폭행 범죄를 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아동 성폭행에 대한 국민의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보다 더 큰 죄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국민의 이 같은 감정은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한 아동성폭행범을 살인범과 같은 범죄로 처벌해 달라는 간절함을 담고 있다. 조두순 사건이나 영화 ‘도가니’를 보고 경악했듯이 아동 성폭행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다.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는 행위다. 피해 어린이는 남은 생을 고통 속에서 살 수밖에 없고, 그 가족 또한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불가능하다. 많은 국민이 살인보다 잔혹한 범죄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선진국과 달리 성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해 왔던 게 사실이다. 관대한 처벌과 미흡한 사후 관리가 아동 성폭행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 어디서나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다. 욕망을 채우는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조만간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아동 성폭행에 대한 새로운 양형기준을 만든다고 한다. 국민의 법 감정을 분명히, 실질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아동성폭행범에 대한 형량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고, 감형 대상에서도 제외해야 한다. 성폭행은 어느 범죄보다 재범률이 높다. 가해자가 출소 후 피해 어린이가 있는 곳으로 다시 갈 수 있게 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그가 다시 오지 않게 해달라.”는 절박하고도 분명한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 ‘부러진 화살’ 8일만에 100만 돌파

    ‘부러진 화살’ 8일만에 100만 돌파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석궁테러 사건’을 다룬 영화 ‘부러진 화살’이 개봉 8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제작사 아우라픽처스는 25일 “‘부러진 화살’이 오후 6시 30분 현재 100만 5435명의 관객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제작비 15억원을 회수하는 손익분기점(50만명)을 넘어선 것은 물론, 영화의 힘으로 현실을 바꾼 ‘도가니’의 열풍을 재현할 조짐이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한 대법원 유죄 판결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에 대한 무죄 판결 등으로 고조된 사법부에 대한 불신과 맞물려 예상치 못한 흥행을 일으켰다. 법조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석궁테러사건’의 실체적 진실 논란을 불러일으킨 점도 관심을 끄는 데 한몫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민주 ‘부러진 화살’로 現정권·사법부 정조준…표심 이어질까

    민주 ‘부러진 화살’로 現정권·사법부 정조준…표심 이어질까

    “이 영화 꼭 보러 가세요.” 4월 총선을 두 달여 남겨두고 맞은 설 연휴 극장가에는 선거를 주제로 한 영화들이 상한가를 쳤다. 특히 정권교체를 벼르는 야권은 2007년 자신의 판결에 불만을 품은 한 교수가 판사에게 석궁으로 쏘았던 일명 ‘석궁 테러 사건’을 사법개혁 시각에서 다룬 영화 ‘부러진 화살(정지영 감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분위기다. 영화가 시대 정신을 일깨우는 ‘모티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현 정권과 사법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몰이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영화가 선거 결과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 아직 입증되지 않은 그 함수관계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5년 전 재임용 소송에서 진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재판장인 부장판사를 찾아가 석궁 테러를 가한 사건을 소재로 공권력과 사법권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한 영화 ‘부러진 화살’을 트위터 등을 통해 의도적으로 띄우고 있다. 영화 속에는 교도관이 읽는 신문에 ‘BBK 문제 있다면 대통령직 내놓겠다’는 제목의 기사와 찌푸린 표정의 이명박 대통령 사진이 보이기도 한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23일 트위터에 ‘부러진 화살’이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는 뉴스를 전하며 “이 영화 대박 나면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한 문성근에게 도움이 될까요, 반대일까요? 아주 미운 악역이거든요.”라고 띄웠다. 정동영 전 최고위원은 “사법부는 관객들이 느끼는 의혹과 분노에 대해 설명할 책임이 있다! 꼭 보세요.”라고 올렸다. 신경민 대변인도 24일 기자들과 만나 “부러진 화살, 꼭 봐라. 그런 판사들이 있다. 사실적이다.”라고 가세했다. 이는 연일 측근비리 사건이 터져 나오는 이명박 정권에 대립각을 세우는 동시에 향후 사법부의 판결과 검찰 개혁 등에 총체적인 압박을 가하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임종석 전 의원을 사무총장에 앉히고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 패널인 정봉주 전 의원이 BBK 허위사실 유포죄로 구속된 것에 대해서도 ‘정치적 판결’로 여론을 형성해 가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영선 최고위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정치수사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선거철에 나오는 영화는 야권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용감한 시민상을 수상한 인권 변호사가 서울시장 선거에 기호 2번을 달고 나오는 영화 ‘댄싱퀸’은 야권단일후보로 승리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연상케 한다. 음모에 의한 ‘돈 봉투’가 전해지고 후보자가 계란 투척에 맞는 장면도 현실과 연상작용을 일으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영화는 사회의 방향을 제시하고 유권자들은 영화를 통해서도 선거 정보를 수집한다.”면서 “기득권 저항, 특권·차별 없는 사회 등의 주제가 선거공약으로 이어질 때 보이지 않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여당보다는 야당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정부 들어서는 ‘쉬리’(1998년) 등 남북평화를 강조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고, 2007년 대선 전해에는 반미 소재 영화 ‘괴물’(2006년)이 대박을 터뜨린 것도 선거 시점과 무관치 않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2010년 여성 대통령의 탄생을 그린 드라마 ‘대물’은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난 연말 나온 자전거 타는 친서민 장관을 다룬 영화 ‘결정적 한방’은 재·보선 때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선거운동을 벌였던 전 특임장관 이재오 의원을 작품화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비등했다. 영화를 보러가는 관객층이 젊은 층이라는 점은 여야 모두에게 중요한 포인트다. 임현진 서울대 교수는 “정치가 현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도가니’ ‘부러진 화살’ 같은 영화를 보고 공감을 얻는 것”이라면서 “영화는 선거 분위기를 띄우면서도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측면에서 여야 모두에 중요한 선거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열린세상] 히틀러와 입학시험/김다은 추계예술대 교수·소설가

    [열린세상] 히틀러와 입학시험/김다은 추계예술대 교수·소설가

    한 청년이 화가의 꿈을 안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흘러들었다. 1907년 가을, 빈 조형예술아카데미 소속 일반화가 학교에 입학시험을 치르게 된 18세의 그 청년은 아돌프 히틀러였다. 그는 ‘낙원으로부터의 추방’ 등 실기시험에는 합격했으나, 2차 면접에서 실패하고 만다. 풍경화나 건축화에는 뛰어났지만, 초상화에는 소질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얼굴을 그리지 못하는 사람은 화가가 될 자질이 없다고 면접관들이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최근 동유럽 여행 때, 오스트리아와 폴란드의 서로 다른 현지 가이드들이 히틀러에 대해 들려준 공통된 내용이다. 히틀러는 입학시험에 불합격하고도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고, 3류 화가 노릇을 하면서 빈에서 외로움과 배고픔을 견디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군대에 가야 하는 나이가 되었고 이를 거부하다 군사재판에 출두하게 된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이 터졌을 때는 독일 군대에 자원입대를 하는데, 이것이 파시스트 히틀러 행로의 시작이었다. 만약 히틀러가 예술아카데미 입학시험에 합격했다면? 나치당의 운명과 독일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독일의 오스트리아 합병, 체코 및 폴란드 침공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발발, 프랑스 점령, 덴마크 장악, 러시아 진격과 패배 등 전 세계가 전쟁과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휩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大) 독일의 야망 아래 자행된 유대인 대량 학살도 없었을 것이다. 역사의 연쇄적 영향에 의해 우리는 전혀 다른 21세기를 맞고 있을 것이다. 히틀러가 화가가 되었다면 예술의 지형도도 달라졌을 것이다. 당시 오스트리아 제체션(분리파)의 중심에 있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영향과 에곤 실레 등과의 교우관계를 통해 히틀러는 표현주의 화가로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랬다면 여행객들은 폴란드의 오슈비엥침 수용소(‘아우슈비츠’라는 표현은 독일이 폴란드를 점령하고 난 후 독일식 발음으로 바꾼 것이다)가 아니라 히틀러 미술관으로 즐거운 발길을 옮기게 됐을지도 모른다. 화가 히틀러의 인생살이와 예술을 다룬 책이나 영화 ‘페인터’가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독일에 대한 저항으로 오스트리아인들 사이에 애창되던 에델바이스를 트랩 대령의 입을 통해 부르게 했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히틀러가 세계적인 화가가 될 수도 있었고 그래서 역사가 다른 길로 흐를 수도 있었으리라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요즘 각 대학들에서 입학시험이 진행되고 있어서이다. 얼굴을 그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히틀러를 예술 밖으로 내친 면접관들이 실수를 한 것인지, 히틀러에게 진정한 예술혼이 없음을 알아챈 그들의 선견지명을 놀라워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히틀러가 입학시험에 불합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초상화 때문이라는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다. 단지 풍경화 속에 건축물과 배경만 있을 뿐 사람이 그려지지 않아서 “면접관들은 회화과 대신 건축과 입학을 추천했는데, 고등학교 졸업장이 필수인 과정을 당시 히틀러는 중학교를 중퇴했기에 낙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니, 초상화는 현지인들의 입으로만 전해지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오슈비엥침 수용소 관람 후, 가이드는 버스 안에서 폴란드의 유명한 유대계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라프 스필만의 이야기를 다룬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를 틀어주었다. 유대인 피아니스트는 독일 장교와 오이지 통조림 앞에서 절체절명의 연주를 하게 되는데, 그 곡이 쇼팽의 발라드 1번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 폴란드 현지 한국인 가이드에게 낯선 나라에 정착하게 된 계기를 물어보았다. 대학입학시험 때 자신이 획득한 점수가 한국외국어대 폴란드어과를 선택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대학입학시험이 한 개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지형도를 바꾼다는 것을 히틀러뿐만 아니라 평범한 가이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입시철이다. 인간과 세계의 미래를 향한 지극히 중대한 기획이 진행되고 있다. 눈에 보이게, 보이지 않게 수많은 선택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그 선택의 결과들을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보게 될 것이다.
  • 영화 ‘부러진 화살’ 제2 도가니 되나… 법조계 술렁

    2007년 ‘석궁테러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부러진 화살’이 지난 18일 개봉된 이후 법조계의 심기는 불편하다. ‘부러진 화살’의 사회적 관심이 만만찮아서다. 영화 ‘도가니’의 힘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석궁테러는 성균관대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명호(55) 전 교수가 복직소송을 벌이다 2007년 1월 패소하자 당시 재판장이었던 서울고법 박홍우 부장판사(현 의정부지법원장)에게 석궁을 쏜 사건이다. 김 전 교수는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죄 등이 적용,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지난해 1월 23일 만기 출소했다. 사건에 등장하는 법조인들이 화려하다. 1997년 김 전 교수가 낸 부교수 확인 소송에 대한 1999년 항소심 재판장은 현재 양승태 대법원장이다. 당시 김 전 교수의 청구는 기각됐다. 2007년 복직소송 항소심 주심은 최근 페이스북에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가카새끼 짬뽕’ 사진 등을 올려 논란을 빚은 이정렬 창원지법 판사다. 이 판사는 당시 ‘판사가 석궁을 맞을 정도로 판결을 잘못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이례적으로 “제가 주심으로 관여했던 사건에서 담당 재판부가 기득권층을 옹호했다고 하는 것은 재판부를 떠나 제 개인에 대한 엄청난 모욕이 아닐 수 없다.”는 글로 판결 취지를 적극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대목도 없지 않다. 박 판사가 피습을 당한 뒤 대법원은 긴급 간부회의와 전국 법원장회의를 갖고 “사법부에 대한 테러”로 규정했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김 전 교수의 유죄를 확신한 셈이었다. 김 전 교수 측은 사실상의 “재판 지휘”라며 “이후 재판은 엄벌을 위한 요식절차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또 재판이 김 전 교수 측에 불리하게 진행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전 교수가 박 판사에게 쏜 것으로 알려진 ‘부러진 화살’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 다른 9개의 화살에서는 혈흔조차 검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 전 교수는 “수사당국이 증거를 일부러 없앴다.”는 논리를 폈다. 다른 웃옷과 달리 혈흔이 없는 박 판사의 와이셔츠는 증거 조작이라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분석을 통해 조끼·속옷·내의·와이셔츠 등에서 발견된 혈흔이 모두 동일한 남성의 유전자형임을 확인하고 김 전 교수 측의 혈흔 감정 신청을 기각했다.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가 잘못된 판결은 아니었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김 전 교수는 화살이 우발적으로 발사됐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범행 2개월전부터 석궁발사 연습을 했고, 사건 당시 횟칼을 가방에 소지한 점 등을 들어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사라진 화살에 대해 “김 전 교수에게 불리한 결정적 증거물을 수사기관이 일부러 폐기·은닉할 이유가 없어 증거조작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박 판사가 자해한 뒤 사건을 조작했다는 주장도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능하다고 봤다. 재판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당시 와이셔츠의 혈흔은 박 판사의 노모가 빨아서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노모의 세탁에 깜짝 놀란 박 판사의 제지로 다른 옷은 세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 전 교수 측 주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러나 영화로 재현된 ‘석궁테러사건’은 사회 불만과 맞물려 논란을 낳고 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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