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로 뛸 수 있는 팀 가고 싶다”
메이저리거 박찬호(36·필라델피아)가 10일 귀국했다. 트레이드마크처럼 된 덥수룩한 수염은 여전했지만 표정은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박찬호는 이날 오전 서울 역삼동 ‘피트니스파크 61’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뜻깊은 시즌을 보낸 만큼 귀국길 발걸음이 가벼웠다.”면서 “내년에도 잘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우선순위를 두자면 팀 분위기가 편안한 곳, 선발로 뛸 수 있는 곳, 월드시리즈에 또 나갈 수 있는 팀이면 좋겠다.”고 밝혔다.●이미 몇몇팀서 러브콜올 초 필라델피아와 1년간 연봉 250만달러, 옵션을 포함해 최대 500만달러의 조건으로 계약한 박찬호는 부상의 악몽을 떨치고 150㎞대의 강속구를 회복했다. 중간계투 요원으로 맹활약, 팀이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팀은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에 2승4패로 패했지만, 개인적으로는 1994년 미국 진출 이후 첫 월드시리즈 등판의 꿈을 이루는 등 2002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뒤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박찬호는 현재 필라델피아와 계약기간이 끝나 재계약 또는 FA 신분으로 이적을 저울질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미래가 불투명했던 것과는 달리 이미 몇몇 팀에서 ‘러브콜’을 받는 등 훈훈한 겨울을 보낼 전망이다. 올시즌 선발 투수로 출발했지만, 불펜 투수로 보직이 바뀐 박찬호는 “이기는 경기에 자주 등판하면서 나 자신이 강해진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 선발에 대한 꿈을 지니고 있다.”며 선발에 대한 미련을 숨기지 않았다.하지만 박찬호는 “필라델피아에서 1년을 뛰면서 15년 메이저리그 생활 중 가장 좋은 경험을 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팀은 아니었지만 정작 내가 홈 팀이 돼 보니 팬들이 너무 잘 해줬다.”면서 “다시 필라델피아에서 뛰게 된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향 공주서 장학금 전달식이어 “선발이면 좋을 것 같지만 계약과 관련해선 에이전트와 얘기 중이다. 몇몇 팀에서 연락이 왔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내년에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재계약에서 가장 많이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력은 약하지만 선발로 뛸 수 있는 팀으로의 이적과, 선발은 불투명하지만 편안하고 월드시리즈 진출 가능성이 높은 필라델피아와의 재계약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셈이다.박찬호는 고향 공주에 내려가 ‘박찬호 장학금’ 전달식을 갖고 20일 피트니스센터 오픈 행사에 참석한다. 결혼기념일인 오는29일에 맞춰 미국으로 돌아간 뒤 비자 만료일인 12월15일 이전 귀국해 겨울 훈련을 시작할 계획이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