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검사제」 만능인가/문제점과 전문가 분석
◎도입땐 수사 혼란… 과거청산 지연 우려/입법부의 수사·소추권행사 「위헌」 소지
군사문화의 잔재를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한 「5·18특별법」이 국회에서 심의되고 있는 가운데 「특별검사제 도입」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부상,발목을 잡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그렇게도 여망하던 특별법이 각 당의 당리당략으로 이번 정기국회 회기중 통과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별검사제 도입에 따른 문제점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특별검사란◁
범죄의 수사 및 공소제기에 관해 정치적 중립성이 특별히 요청되는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비상설적으로 임명되는 독립적 지위의 검사를 말한다.
검사나 군검찰관이 아니면서 이들의 직무와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으로 보통 변호사 가운데 임명된다.미국 공직자윤리법 제정이전의 특별검사,우리나라 건국직후 및 4·19 이후의 특별검찰부,5·16이후의 혁명검찰부가 이에 해당한다.
형사소송법상 「공소유지담당변호사」를 광의의 특별검사로 보기도 하나 현재 국회에서 논의중인「특별검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특별검사도입 문제점◁
특별검사제도는 미국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생겨난 제도로 우리나라와 같은 법체계와 검찰조직 아래서는 불필요한 제도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미국과 달리 직업공무원제를 기본틀로 하고 엄격한 신분보장과 자격을 요구하는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검찰제도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특별검사제도는 이론상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독일·프랑스 등 우리 법체계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는 물론 영미법계의 다른 나라에서도 거의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위헌성」시비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국회가 특정사건에 관해 미리 검찰의 수사·소추권을 원칙적으로 배제한 채 사실상 국회의 감독하에 놓이게 되는 특별검사에게 이를 부여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입법부가 수사·소추권을 행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일부 야당이 국회에 제출한 법안을 보면 국회의 특별검사 임명요청이 있을 경우 행정부는 무조건 특별검사를 임명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삼권분립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법률적인 문제보다는 우선 특별검사제 도입의 실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실효성이 있다면 도입하는게 당연한 도리이다.그러나 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득」보다 「실」이 크다거나 이 문제로 법안제정에 영영 실패한다면 찬성한 쪽이든 반대한 쪽이든 책임을 함께 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법률관계자들도 「특별검사제」도입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소수의 특별검사와 일시에 급조된 지원인력으로 과연 효율적인 수사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특별검사가 임명돼도 방대한 수사활동을 위하여는 기존 수사기관의 지원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그 경우 기존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에 기초,임명된 특별검사가 스스로 불신하는 수사기관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적 모순을 안게 된다.
특별검사의 「정치화」도 경계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특별검사가 임명되면 여론에 공개돼 사법판단에 앞서 여론재판을 받게 될가능성이 농후한 데다 정치적 영향 배제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정치권,언론 등의 영향으로 소추권 행사가 정치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의견◁
▲이상면 교수(서울대 공법학과)=특별검사제는 우리와 같은 대륙법계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다.과거와 같은 정치상황이라면 몰라도 현시점에서는 김영삼 대통령이 12·12,5·18과 관련해 철저히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의지를 천명한 만큼 검찰에 맡기는 것이 옳다.검찰에게 실추된 명예를 만회하는 기회를 주는 의미에서도 특검제도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또 검찰수사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게 틀림없고 아직 제도검증을 거치지 않아 출발부터 혼란이 생길수 있다.과거비리를 가능한 한 빨리 청산하고 새출발을 한다는 측면에서도 특검제도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계희열 교수(고려대 법학과)=특별검사제는 검찰에 대한 불신에서 나왔다.과거 검찰이 정치적사건처리에 미온적인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지난 12일 김대통령이 「12·12담화」를 통해 과거청산의지를 분명하게 밝혔고 검찰의 수사상황도 과거와는 틀리므로 지금의 정국에서는 별도의 절차를 필요로 하는 특검제도입이 불필요하다.
▲김성남 변호사=12·12사건에 대해 군사반란죄를 인정하면서도 처벌불가의 종국결정을 내렸다가 1년여만에 태도를 바꿔 전두환씨를 구속한 검찰에 재수사를 맡기는 것은 마땅치 못하다.특별법이 제정된다 해도 특별검사제가 없으면 검찰이 전씨를 전격구속한 것처럼 5·18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이미 수사된 내용에 따라 전격적으로 공소제기를 해 버릴 경우 어찌할 방법이 없다.따라서 특별검사제도를 도입,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미의 운영실태와 평가/“삼권분립 위배” 비난 일어 존폐위기/73년 「워터게이트」때 첫 도입… 실효성 논란
「특별검사」라하면 우선 미국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미국의 이 제도도 생각보다 일천하고 아직도 보완·수정 과정에 있다.
미 합중국 헌법제정자들은 국가 기관이 아닌 민간인들이 종종 형사범죄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영국의 제도를 따르지 않은채 대륙법에서처럼 법 집행권을 행정부,대통령이독점할 수 있게 했다.다만 이처럼 법집행을 독점한 대통령,행정부의 고위층에서 극악한 부패를 저지르거나 헌법의 권위를 침해할 경우 의회가 탄핵소추할 수 있도록 했다.그러나 직급상 아래인 법무부 공무원들이 이들 고위층을 기소해야하는 보통의 형사범죄 조사대상이 될 경우엔 전연 대비하지 않았다.지난 73년 닉슨대통령의 워터게이트사건 이전까지 이 문제는 거의 2백년동안 실제적으로 제기되지 않은채 잘 넘어갔다.
그래서 워터게이트사건이 표면화된지 반년,상원 청문회 3개월만인 73년 5월 아치볼드 콕스 하버드대 법학교수가 미국사상 첫 특별검사로 지명된 것은 기존 법조항을 역사적으로 실현시킨 것이 아니라 순전히 정치적인 문제해결 방식으로 우연히 탄생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의회,사법부와 무관하게,즉 엄밀히 말해 법에도 없는 형사범죄혐의에 대한 조사수행,기소결정 권한을 가진 특별검사가 생겨난 것인데 5개월뒤 닉슨대통령은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깨고 콕스검사를 파면해버렸다.불같은 여론을 배경으로 1주일뒤 리언 자워스키가두번째 특별검사로 탄생됐으나 미국의 특별검사는 78년 카터 대통령 때에 와서야 법적으로 제도화됐다.
「행정부윤리법」안에 명시된 특별검사제는 의회의 탄핵권이 입법,행정,사법 전반에 걸친 것과는 달리 연방 법무부와 연방검사가 위계질서상 조사,기소하기 어려운 대통령,법무장관등 각료,대통령선거참모등 행정부 고위관리로 적용대상이 한정된다.법무부,행정부 전체는 물론 입법,사법부 밖의 순수민간인만이 자격이 있는 이 특별검사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헌법상의 탄핵거리가 되지 못하는 일반 형사범죄 혐의만을 문제삼는다.
법무장관의 요청으로 법원이 지명하는 특별검사는 입법부나 사법부 요인들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의원의 경우 헌법의 권위를 침해하면 탄핵,일반형사범죄는 행정부 검사에 의해 기소되고 품위와 관련된 문제는 자체 윤리위에서 맡는다.의회 윤리위는 최근 깅리치하원의장의 비리조사처럼 외부인사에 의한 조사제도를 활용할 수 있으나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특별검사」가 아닌 「특별 법률인」이어서 조사만 할뿐 기소권이 없다.
어쨌든 특별검사제는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으며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아직도 만만찮은 가운데 하루도 특별검사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는 과장된 말이 있지만 78년 법제화이후 특별검사제는 지금까지 16건을 다루는데 그치고 있다.워터게이트때의 선구자와는 달리 법제 특별검사는 시간과 돈과 뉴스만 낭비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86년 시작된 이란콘트라 특별검사 조사는 3천6백만달러의 비용을 들이고 8년후인 지난해에야 완료됐는데,초기 의회청문회때보다 더 밝혀진 것이 별로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이 사건의 특별검사는 로런스 윌시변호사.이 사건과 관련,14건의 기소가 이뤄졌지만 노스중령,포인덱스터 안보보좌관은 불기소 처리됐으며 와인버거 국방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사면혜택을 받기도 했다.
특별검사는 지난 82년부터 「독립 법률인」(인디펜던트 카운셀)으로 법적 명칭이 바뀌었다.특히 이 제도는 지난 87년에 5년간 연장된 뒤 92년말 자동폐기될 처지였으나 93년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화이트워터연루 혐의가 불거지자 공화당이 태도를 바꾸는 바람에 94년 6월 수정연장됐다.법 연장전인 지난해 1월 법무장관에 의해 지명된 피스크 특별검사가 파면되고 고등법원이 지명한 스타 검사가 진행하고 있는 화이트워터조사는 현재 1천만달러가 더 들어갔다.에스피 전농무장관은 94년 10월부터,브라운 현상무장관은 올 5월부터 수뢰등의 혐의로 특별검사조사를 받고 있으며 시스네로 현주택도시개발장관의 위증혐의에 대해 법무장관은 특별검사지정을 의뢰한 바 있어 현 클린턴행정부는 특별검사와 유난히도 인연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