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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기 휘날리는 항모, 국력 상징하지만 비용·효율성 따져야”

    “태극기 휘날리는 항모, 국력 상징하지만 비용·효율성 따져야”

    국방부는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을 지난 8월 10일 발표했다. 앞으로 5년간 총 300조원의 예산을 투자해 한국군을 첨단무기 중심의 기술집약형 구조로 정예화하는 계획이다. 이 계획에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됐는데 경항공모함(경항모) 사업의 공식화 때문이었다.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인 경항모는 배수량 3만t급 규모로 병력·장비·물자 수송능력과 수직이착륙기 운용 능력을 보유할 예정이다. 2019년 발표한 ‘2020~2024 국방중기계획’에서 지칭된 다목적 대형 수송함이 경항모로 구체화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사용하던 구축함을 넘겨받아 사용하던 대한민국 해군이 경항모 보유를 공식화한 것은 해군과 대한민국의 국력을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항공모함은 누가 뭐래도 한 국가가 가진 힘을 보여 주는 현시(showing the flag)라는 측면에서는 최고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영국 경항모, 포클랜드 전쟁서 위력 발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항모에 탑재되는 전투기의 제트화가 진행되면서 항공모함의 크기는 급속히 커졌고 이에 따라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수 없는 국가들은 점차 항모 운용을 포기했다. 영국도 1970년대 말 정규항모의 운용을 포기했다. 그렇지만 냉전 시기 북대서양 항로의 안전을 보장하려면 함대 전방에서 적의 정찰기를 요격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항공전력은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당시 개발된 해리어 수직이착륙기를 소수 탑재하는 2만t급의 경항모를 건조했다. 이렇게 건조된 ‘인빈시블급 경항모’(Invincibleclass aircraft carrier)는 1982년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때부터 중소 규모의 해군력을 보유한 국가들 사이에 경항모 보유 사례가 증가해 스페인, 이탈리아, 태국 등이 경항모를 보유하게 됐다. 한국은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경항모와 해리어 전투기 도입 사업을 검토해 왔다. 1996년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경항모 건조계획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 해군의 계획은 우선 미 해병대에서 퇴역하는 20여대의 AV8B 해리어를 운용할 수 있는 경항모를 건조해 운용 노하우를 축적하고, 이후 당시 추진하던 F35를 운용할 수 있는 항모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IMF) 사태로 인한 예산 부족으로 F35B 도입이 예정보다 15년 이상 지연됐고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연안 보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요구로 항모사업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게 됐다. 그러나 항모 보유 논의는 일본의 항모 보유가 구체화하면서 재점화했다. 일본은 2006~2008년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에 대한 중국과의 분쟁이 본격화하자 유사시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F35B기를 탑재할 수 있는 이즈모급 헬기호위함을 건조해 2015년 취역시켰다. 2019년 일본 정부는 보유 중인 2척의 이즈모급 헬기모함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함과 동시에 2020년부터 6대의 F35B 도입을 시작으로 총 42대를 구매해 배치할 계획임을 발표함으로써 항모 보유를 공식화했다. 일본의 공식화에 한국 역시 2018년부터 다시 다목적 항공모함과 F35B 도입 사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국방부는 2019년 8월 14일에 발표한 ‘2020~2024년 국방 중기계획’에 3만t급의 대형수송함II사업을 포함시켰다. 만재배수량 3만 5000t 이상, 전장 240m 이상, 전폭 36m에 이르는 다목적 강습상륙함은 스키점프 갑판을 갖추고 16대의 F35B 운용 능력을 갖출 예정이라 이탈리아의 항모 트리에스테급과 거의 동급의 함정이라 할 수 있다. 2020년에 경항모로 다시 변경됐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2019년의 발표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중국, 2030년까지 항모 4척 이상 배치 한일의 항모 보유 계획은 중국의 항모 보유가 가져온 결과다. 중국은 2012년 9월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을 취역시킨 뒤 2016년에 완전 전력화를 선언했다. 제2호함인 산둥함은 2013년부터 건조해 2017년 4월 진수시켰으며, 이후 2019년 말 실전배치함으로써 2척 항모 운용에 들어갔다. 중국은 2척 이외에도 항공기 무장탑재능력이 제한되는 스키점프를 사용하는 STOBAR 방식의 항모와는 다른, 미국의 최신예 항공모함인 포드급 항공모함에 탑재되고 있는 전자기식 캐터펄트를 장착한 CATOBAR 방식의 항공모함을 현재 건조하고 있다. 중국이 계획대로 2030년까지 최소 4척 이상의 항공모함을 배치하고 일본 역시 2척의 항모를 보유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항모를 보유하지 않는다면 동북아시아 해상에서의 전력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질 수 있다. 태극기를 휘날리는 항공모함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국력을 상징하는 현시적 효과를 발휘하지만, 감당해야 할 비용과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경항모라는 명칭으로 인해 비용 면에서 저렴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영국은 48대의 F35B와 이의 운용을 위한 각종 지원 인프라 구성 및 지원체계 구성에 91억 파운드(약 13조 7500억원)를 집행하고 있다. 이보다 3분의1 규모로 운용을 줄여도 항모와 함재기 도입에만 약 4조~5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항모가 제 역할을 하려면 최소 2척 이상이 필요하다. 즉 10조원 가까운 비용이 발생한다. 항모의 호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원자력 잠수함도 1척당 1조 6000억원이 소요된다. 6척을 건조하면 항모와는 별개로 최소 10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실제 항모전단을 상시적으로 배치하려면 최소 연간 3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잠함과 방공구축함, 대형 보급선까지 포함하면 연간 소요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이 된다. 여기에 광활한 해양에 위치한 상대의 함정을 감시할 수 있는 해양감시체계의 구축, 획득한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위성데이터링크 등의 개발까지 더해지면 필요한 예산은 막대하다. 만재배수량 6만 5000t급의 영국 퀸엘리자베스 항모가 함재기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통상 운용 시 12대, 전투임무 수행 시에도 24대 미만을 탑재한다. 한국의 경항모가 실제 운용할 수 있는 항공기 탑재량은 10대 미만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경항모와 유사한 크기의 일본 이즈모급의 경우 연료탑재량 등을 감안할 때 F35B의 하루 비행횟수(소티)는 50소티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즉 시간당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은 2대이다. 이것이 경항모의 현실적 운용능력의 한계라 볼 수 있다. ●F35B 운용에 적합한 경항모 모델 없어 F35B 운용에 적합한 경항모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도 찾아야 한다. 일본의 이즈모급은 F35B의 개발사인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F35B 초기 개발 단계에서 제공한 기술자료를 토대로 건조했다. 하지만 미 해병대에서 F35B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운용공간과 운용지원시설 및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제 일본은 영국의 기술적 도움을 통해 F35B 운용에 적합하도록 개조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F35B의 운용에 최적화된 경항모의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처음으로 항모를 건조하는 한국의 입장에선 부담이다. 스텔스기이면서도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F35B의 존재는 많은 국가가 경항모를 건조하겠다고 결심하게 한 결정적 요인이지만 정작 그 효용과 활용 방안은 아직도 많이 불확실하다. 수직이착륙 지원을 위해 기내에 대형 리프트팬과 롤링컨트롤 노즐 등 F35A/C에는 없는 추가적인 구조물이 장착되기 때문에 F35B 가격은 공군형인 F35A에 비해 50% 비싸다. 반면 내부 연료 탑재량이 감소하고 무장도 2000파운드(약 900㎏) 수준이 아닌 1000파운드(약 450㎏) 수준이다. 또한 내부 무장장착대의 길이가 감소해 F35A/C용으로 개발된 일부 장거리 공격무기의 탑재도 곤란할 수 있다. 해병대 지원이라는 제한되고 분명한 목표를 가진 미국과 달리 방공, 대함공격 및 정찰 등 다양한 용도로 F35B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교리와 전술개발도 필요하다. 교관도 없이 가 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현재 경항모에서 사용할 신뢰할 만한 조기경보기가 없다. 이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영국은 비용 문제로 인해 제한적인 성능의 조기경보헬기를 운영하고 있다.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MV22 오스프리를 기반으로 하는 조기경보기 개발에는 영국이나 일본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물론 F35B의 경우 탑재된 센서를 활용해 1000㎞ 이내의 다양한 전자적 위협을 감시해 경보할 수 있지만 조기경보기 대체 역할은 아직 현실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경항모로 달성할 전략적 목표 분명히 해야 이미 심각한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해군이 항모 및 호위함대 운영에 필요한 전문적인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도 고민할 사항이다. 고속정 등의 연안함대 축소가 대안이지만 북한의 국지 도발 위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는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경항모를 확보하더라도 경항모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 불분명하다. 일각에서는 일본과의 전력균형 유지라는 측면에서 보유의 타당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전력상 한계가 명확한 경항모를 보유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일 수밖에 없다. 영국은 미국과의 공동작전이라는 분명한 전제조건이 있고, 일본은 센카쿠열도에서의 중국과의 대치라는 상황이 있다. 한국은 경항모를 어떤 상황에서 필요로 하는가. 전면전 상황에서 10여대 내외의 F35B를 통해 활용할 수 있는 공격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과거 영국과 같이 육상에서 발진하는 항공기가 다다를 수 없는 원양에서 대잠작전을 수행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이런 점에서 경항모의 보유 의미는 모호하며 소요되는 천문학적 비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현 단계에서 경항모 확보가 미국과의 안보협력에 최선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급속히 증가하는 중국의 해군력 확장에 맞서 미 해군은 현재 293척의 수상함을 향후 30년에 걸쳐 355척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1020억 달러(약 116조원)에 이르는 예산 문제로 인해 해군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경항모 대신 미군이 필요로 하는 호위함을 비롯한 다양한 수상함을 건조해 미 해군과의 공동작전에 투입하는 것이 안보협력 차원에서는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경항모 보유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곤란하다. 한국이 경항모 보유로 달성하고자 하는 전략적 목표, 제거할 위협은 무엇인지에 대해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더 나아가 서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여기에 적합한 체계를 하나씩 구축하는 것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남극 빙붕 60% 사라질 위기…코로나 뒤에 숨은 지구 온난화의 무서운 경고

    남극 빙붕 60% 사라질 위기…코로나 뒤에 숨은 지구 온난화의 무서운 경고

    바다 근처 두께 300~900m의 얼음덩어리온난화로 녹아 표면 균열 생겨 쉽게 붕괴현재 추세면 80년 뒤 해수면 1m 높아져 英·濠·日 연구팀은 東남극 빙하 31곳 관측“따뜻한 물 유입… 年 7~16m 속도로 녹아”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전무후무한 감염병인 코로나19와의 전쟁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에 인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더 무시무시한 적이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다름 아닌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기후변화다. 극지방을 중심으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됐다. 미국 컬럼비아대 라몬도허티 지구관측소, 지구환경과학과, 환경공학과, 컴퓨터과학과, 미국 구글, 영국 에든버러대 지구과학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해양대기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남극의 빙붕 절반 이상이 얼음이 녹으면서 만들어지는 표면 균열에 취약해 쉽게 붕괴된다고 밝혔다. 이런 빙붕의 물리적 특성은 남극을 덮은 얼음 손실을 가속화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8월 27일자에 실렸다. 빙붕은 내륙에서 흘러든 빙하가 바다를 만나면서 평평하게 얼어붙은 두께 300~900m의 거대한 얼음덩어리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부분에서 빙붕이 계속 떨어져 나가 빙산을 형성하지만 빙하가 계속 흘러들면서 일정한 크기를 유지하게 만든다. 기후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극에 있는 얼음이 모두 녹을 경우 해수면은 60m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100년에는 전 세계 해수면이 지금보다 1m, 2500년에는 15m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방법을 연구함과 동시에 남극 대륙의 얼음이 어떻게 녹고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연구팀은 빙붕의 붕괴 과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남극에서 네 번째로 큰 빙붕인 ‘라르센C’와 ‘조지6세’에 대한 위성 관측을 실시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심층학습과 응력분석을 실시해 남극 전체의 표면 균열을 지도로 만들고 붕괴에 취약한 지점을 예측했다. 그 결과 남극 빙붕 60% 이상이 표면의 얼음이 녹으면서 만들어 내는 균열로 쉽게 붕괴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붕 표면이 많이 녹을수록 남극 얼음들이 쉽게 녹아 부서지고, 이는 다시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는 설명이다. 일본 홋카이도대 저온과학연구소, 북극연구소, 국립극지연구소, 고등과학대학원대학교, 해양지구과학기술원, 호주 태즈매니아대 남극기후·에코시스템 합동연구센터, 영국 자연환경연구위원회 남극조사소 공동연구팀도 남극 빙하 붕괴 원인과 그동안 서(西)남극에 비해 얼음이 녹는 속도가 느리고 붕괴에 안정적인 곳으로 알려진 동(東)남극도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8월 25일자에 발표했다. 동남극은 서남극보다 고도가 다소 높아 얼음이 덜 녹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연구팀은 동남극 뤼초프홀름만(灣)의 시라세 빙하 31개 지점을 관측해 분석했다. 그 결과 빙하가 바다 쪽으로 흘러 내려오면서 혓바닥처럼 툭 튀어나와 있는 ‘빙하혀’ 부분에 따뜻한 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연간 7~16m의 속도로 얼음이 녹고 있는 것을 밝혀냈다. 이와 함께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해풍의 영향을 받아 바람이 약해지는 여름에 따뜻한 물이 더 많이 유입돼 예상보다 빠르게 녹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너선 킹스레이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극지방 얼음 붕괴 과정과 원인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좀더 정확히 예측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일제강점기 ‘초등생 강제노역’ 학적부 공개

    일제강점기 ‘초등생 강제노역’ 학적부 공개

    국가기록원과 국립중앙도서관, 동북아역사재단은 13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쟁에 동원된 아동과 여성’을 주제로 전시와 공동 포럼을 열었다. 해방 75주년을 맞아 개최한 이번 전시에선 각 기관이 소장한 일제강점기 기록 가운데 아동·여성 강제동원 관련 각종 기록물 35건이 공개됐다. 관련 기록물을 한데 모아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기록원 소장기록으로는 초등학생(당시 국민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노역 현장에 강제동원한 ‘학도동원’(學徒動員) 내용이 담긴 학적부가 눈길을 끈다. 그동안 학생 동원과 관련한 연구는 있었지만 실제 인물과 동원내용이 기재된 명부가 공개된 것은 드문 사례라고 기록원에선 설명했다. 일제가 1938년부터 학교별로 결성했던 근로보국대에 동원된 학생이 졸업 후 전쟁터로 끌려간 사실을 학적부(중학생)와 일선 파견부대 군인·군속 명부인 ‘유수명부’(留守名簿)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영도 기록원 학예연구관은 “공주의 한 국민학교와 관련한 기록을 보면 1944년에 6학년 학생(12∼13세)을 부대 형태로 만들어 강제노역을 시킨 것을 찾아볼 수 있다”며 “당시 일제는 항공유가 부족해 나무껍질에서 기름을 추출했다. 한 달에 20차례나 강제동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국가기록원 등 3개 기관은 이번 포럼과 전시를 계기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에 대한 기록 분석,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 관련 사업과 연구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교육·육아·안전·편의 ‘빅데이터 정책’… 미래 행정 여는 ‘디지털 핫플’ 양천

    교육·육아·안전·편의 ‘빅데이터 정책’… 미래 행정 여는 ‘디지털 핫플’ 양천

    CCTV 자료, 복지·안전 빅데이터 활용 등생각마당포럼서 지방정부의 역할 토론 김 구청장 “주민 실질적 생활 개선 고민구 직원들·구청장도 끊임없이 공부해야”“U양천 통합관제센터 폐쇄회로(CC)TV로 확보되는 수많은 데이터를 흘려버리지 않고, 양천 주민들의 안전과 복지 서비스 향상의 기반이 되는 빅데이터로 활용하려고 합니다.”(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 지난 6일 서울 양천구청에서 열린 ‘생각마당포럼’에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지방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생각마당포럼은 2014년 민선 6기 시작과 함께 김 구청장이 만든 지식 공유·토론 프로그램이다. 참가 대상자는 중간급 이상 관리자와 실무자, 외부 전문가 등이고 다양한 분양에 대한 지식 공유와 토론이 이뤄진다. 지난 6년간 복지와 지방재정, 사회적 경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뒀던 생각마당포럼은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감염병과 지역사회의 대응’, ‘코로나 위기 속 경제동향과 지자체 대응’ 등 현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구청장은 “지방정부 정책이 시대에 뒤떨어지면 주민들의 받는 행정서비스도 한발 후퇴하게 된다. 이 때문에 구 직원들은 물론 구청장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생각마당포럼의 주제는 ‘한국판 뉴딜에 대한 지방정부의 대응 방향’이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일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휴먼 뉴딜’ 등 세 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한 한국판 뉴딜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160조원의 재정을 집중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날 생각마당포럼에서 김 구청장을 비롯한 구 공무원들은 코로나19 등의 팬데믹과 언택트·온라인 경제의 확대, 미중을 중심으로 한 패권전쟁과 이에 따른 보호무역 강화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강사로 나선 전병조 여시재(與時齋) 특별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시대 공무원이 갖춰야 할 역량에 대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은 물론 이를 빅데이터와 연결해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양천구는 디지털 뉴딜에 맞춰 행정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디지털 뉴딜이 주민들의 실질적인 생활 개선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면서 “빅데이터와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교육·육아·안전·생활편의 등에서 양천구가 더 나아졌다는 평가를 듣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20kw 레이저빔 쏘자 5초 만에 北 미사일이 녹아내렸다

    20kw 레이저빔 쏘자 5초 만에 北 미사일이 녹아내렸다

    레이저 발사로 北 미사일 무력화…30분마다 北 살피는 위성 “레이저 요격 시험 사격을 시작하겠습니다. 셋, 둘, 하나, 사격 개시!” 지난 2일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창설 50주년을 맞아 첨단무기 합동시연회가 개최됐다. 무인기와 로켓 등을 레이저빔으로 무력화 시키는 ‘레이저 요격장치’가 사격통제관으로부터 발사 명령이 내려지자 북한 노동미사일 모형에 일직선으로 발사됐다. 열영상카메라로 볼 수 있는 20kw의 레이저 빔은 발사가 시작된지 약 5초가 지나자 미사일 모형의 한 가운데를 정확히 관통했다. 미사일 모형은 연기를 내뿜고 철이 녹아내리며 무력화됐다. 사격이 완료된 뒤 확인한 미사일에는 작은 크기의 구멍이 나 있었다. 한국의 레이저 무기화 기술은 이미 상당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아직 레이저 무기를 전력화한 나라는 없다는 점에서 한국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레이저 발생기술은 미국과 약 5년의 격차가 나며, 나머지 기술은 1~2년 수준으로 보고 있다. 레이저 요격무기는 조만간 군에 배치돼 드론이나 미사일 등을 방어할 계획이다. 5일 창설 50주년을 맞은 ADD는 1970년 8월 6일 대통령령 제5267호, 법률제225호에 따라 특별법에 의한 특수법인으로 출범했다. 1974년 2월 충남 대전에 항공사업본부가 신설되고, 1976년 경남 진해에 해상·수중사업본부가 만들어졌다. 1983년 1월 연구소 본부가 지금의 위치인 대전으로 이전해 오늘날 모습을 갖췄다. 현재 탄도미사일과 위성 등 각종 첨단무기를 개발하며 세계 9위의 국방과학기술력을 만들었다. 최근 세계 군사 능력의 트랜드는 ‘무인 기술’이 핵심이다. ADD도 무인수송차량과 무인수상정 등 사람이 직접 탑승하지 않아도 되는 무기들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기갑 및 기계화부대에 배치되는 무인수색차량은 자율주행기능이 탑재돼 위험 지역에서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목표 지점을 입력하면 장애물 등을 회피하면서 기동한다. 6륜 독립구동으로 제자리 선회가 가능해 기동성이 확보되며, 험지에서도 기동할 수 있다.‘자율터널탐사 로봇’도 병력 투입이 제한되는 갱도나 지하시설, 오염지역에서 활약하게 된다. 최대속도 약 10㎞로 지하로 들어가 탑재된 레이더와 영상 카메라 등으로 2D·3D 지도를 작성한다. 휴대전화에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조종이 가능하며, 진입 중 자동으로 중계기를 떨어뜨려 통신 기능을 유지한다. 특히 전 세계가 ‘우주 전쟁’ 양상에 돌입한 만큼 ADD도 위성 체계 개발에 한창이다. ADD는 경제성과 기동성이 우수하고 소형화·경량화 된 ‘초소형 SAR 위성군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소형화된 위성군 체계로 빠른 재방문주기를 갖게 돼 정찰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32개 군집위성을 통해 30분 단위의 재방문주기로 북한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무기들도 앞으로 전력화 계획을 가지고 있다. AI가 바다 속 소음을 탐지해 물체를 식별하는 ‘음탐식별 기술’과 드론 및 기동장비에 설치된 센서를 이용해 부분 가림 표적을 AI에 의해 자동으로 식별하는 ‘자동인식 기술’도 전력화를 앞두고 있다. 또 물체를 직접 보지 않고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가상데이터를 통해 표적을 탐지할 수 있는 ‘딥러닝 물체탐지 기술’도 확보했다.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한창…동물 실험 효과 입증 첨단 무기뿐만이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도 한창이다. ADD는 그동안 북한에서 내려온 ‘한탄 바이러스’로 전방 지역 장병들의 감염 사례가 자주 발생하면서 치료제를 개발해 왔다.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가 한국에도 심각하게 확산하자 코로나19 방향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ADD는 최근 코로나19 유전체 정보를 이용한 합성생물학 기술로 억제 유전자 치료제(siRNA)를 설계하고 동물에서 효능을 입증했다. 기존 민간 업체에서 개발 중인 치료제와 다른 점은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바이러스가 자기복제를 하는 과정에서 취약점을 찾아 복제하지 못하도록 공격하는 것이다. ADD는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확보한 1000개의 후보 물질 가운데 최종 1개를 영장류와 햄스터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발열 완화와 바이러스 감소 등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현재 논문 제출까지 완료됐으며 비임상 실험과 임상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임상 실험에 돌입하기까지는 약 1년이 소요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ADD 관계자는 “항체 개발은 비용과 개발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며 “합성생물학 기술은 유전체 분석을 통해 표적을 빨리 찾아 공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내부 행사로 진행된 5주년 기념식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왕정홍 방사청장 및 역대 소장과 전·현직 연구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다. 남세규 ADD 소장은 “미래 50년은 비닉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AI, 양자레이더, 합성생물학 및 우주분야와 같은 첨단과학에 과감히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北 역사 기록할수록 주변엔 민폐…그래도 1000권까지 꼭 쓸 겁니다”

    “北 역사 기록할수록 주변엔 민폐…그래도 1000권까지 꼭 쓸 겁니다”

    김광운(61)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석좌교수는 북한이라면 절대 허용하지 않을 방식으로 북한 역사를 다시 쓰는 작업에 5년째 매진해 오고 있다. 2018년 처음 출간돼 벌써 80권째 발간된 ‘북조선 실록’이 그 결과물이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대한민국사를 연구하며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북한을 포함한 한국 현대사 자료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았던 그는 20여년간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로서의 북한 역사를 재구성한 ‘지식 창고’를 짓고 있다. ‘승리와 영광’만을 기록하는 북한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김 교수는 평소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월화수목금금금’을 보내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한대학원대 사무실에서 지난 3일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완성된다면 우리 사회가 북한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처음 계획보다 방대해졌지만 힘이 닫는 데까지 계속 작업하겠다”고 했다.-다른 북한 역사서와 다른 점은. “북조선 실록은 1945년 8월 15일부터 하루하루 북한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자료를 묶은 편년체 사료집이다. 직접 수집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북한 잡지 등을 선별했고, 해외 자료까지 번역해 당시를 살았던 인민의 흔적과 파편을 모았다. 또 자료의 신뢰성을 판단해 선별하고 경우에 따라 해설과 각주를 붙여 종합적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1차적으로 자료에 근거하고 편집자의 해석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열린 텍스트가 될 수 있다. 대표적 편년체 역사서인 조선왕조실록도 데이터가 정리된 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창작물로 소화하지 않았나. 북조선 실록이 완성된다면 현대사의 새로운 논쟁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왜 시작했나. “분단 체제가 70년이 넘은 마당에 북한 뉴스는 과잉이지만 역사적 지혜를 찾기 위한 접근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에도 북한사 전공 연구원은 없을 정도다. 흐름과 맥락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우리 시각으로만 북한을 해석하며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북한의 사료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졌고 그마저 빠르게 훼손되는 특징이 있다. 김일성 주석의 말을 담은 김일성 전집이라고 해도 간행 시기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해방 직후 김일성 당시 수상은 ‘소련 인민군이 조선을 해방했다’고 연설했지만 50년대 중반 이후 소련과의 관계가 틀어진 뒤에 나온 판본에는 ‘자력으로 해방했다’고 바뀌는 식이다. 돌이켜 보면 국사편찬위에서 근무하며 해외에서 한국 현대사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된 것 같다. 북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하는 곳이 없다 보니 더 시간이 지나기 전에 나라도 필생의 업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료는 어떻게 모았나.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을 가리지 않고 북한 자료가 있다고 하면 찾아갔다. 중국은 도서관 한쪽에서 책을 팔기도 했고, 러시아도 1980년대 말~90년대 초 구소련 해체기에 문서관에서 문서를 팔았다. 지금은 각국이 문화재라며 반출을 금지하는 문서들을 그 짧은 시기 동안 들고 올 수 있었다. 노동신문 등 주요 신문도 결호 없이 모았고, 몇십 권 정도밖에 인쇄되지 않은 당중앙조직위원회 결정집도 확보했다. 그중에는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국내 대학 도서관 등에 없는 자료도 있다.” -북조선 실록을 읽으면 무엇을 알 수 있나. “북한 역사를 들여다보면 뉴스가 만든 고정된 이미지를 깰 수 있다. 예를 들면 지금도 북한이 기념하는 1946년 보통강 개수 공사 관련 자료를 검토하면서 북한 사회의 복잡성을 느끼기도 했다. 평양 한복판을 흐르는 보통강에 홍수가 나자 처음에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 그런데 일부 가구에서 참여하지 않자 규칙을 제정해 강제하는 것으로 바꿨다. 몇 달 뒤엔 주민들이 김 주석에게 서한을 보내 ‘생물로서 최저한의 생활 보장을 간언한다’고 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처음에는 자율적인 조직이었으나 타율적인 강제로 성격이 달라진 측면이 있다. 결국 북한 사회도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가졌다기보다는 주어진 조건에 맞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군 이후 38선 이북은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척박했던 땅이다. 핵 개발도 가난하고 작은 나라가 비대칭적인 군사·경제 대결 속에서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통제 사회의 특성상 공적인 언어를 달리 해석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언제나 인민을 앞세우지만 들여다보면 인재를 중시해 온 사회다. 계급보다 민족에 천착해 왔다. 남북이 언어는 같지만 분단이 길어지다 보니 통역이 필요할 정도로 달라진 부분도 많다. 이 책이 통역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사료에서 새롭게 드러난 점은. “실록에 6·25 전쟁 시기 북한이 매일 발표한 ‘일일 전투 상보’를 모두 실었다. 이를 종합하고 우리 측 ‘전투 일지’와 비교한다면 6·25 전쟁에 대한 퍼즐 맞추기가 가능해질 것이다. 또 북한의 보도와 비교하다 보면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부분도 보인다. 예를 들면 6·25 전쟁에 참전한 미8군사령관 월튼 워커 장군의 사망과 관련된 것이다. 그의 사망을 기리는 ‘워커힐’이라는 지명으로 기억되는 전쟁 영웅이다. 미국은 워커 장군이 1950년 12월 23일 오전 서울과 경기 의정부시 사이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는데, 막상 북한 노동신문은 23일자에 이미 워커 장군의 사망을 보도했다. 제작 절차를 고려하면 북한은 하루 전날에 이미 사망 사실을 알았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북한은 워커 장군이 열흘 전쯤 매복했던 부대에 의해 폭사당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금으로선 어느 쪽이 맞는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논쟁이 될 수도 있다.” -북한에도 이런 책이 있을까. “이런 편년별 사료집은 없다. 앞으로도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이다. 노동신문에는 사건 사고 기사가 없지 않나. 물론 김일성 유일 체제가 제도화된 1967년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후 북한 학계는 승리와 영광만을 기억하고 대중적으로 공유하고자 했다.” -완성 후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작업량이 방대해 처음에 계획했던 김 주석 사후 시점까지는 직접 다 끝내지 못할 것 같다. 처음엔 100권 정도만 내려 했는데 이제 겨우 10여년치 사료를 모았는데도 100권이 넘는다. 앞으로 건강이 허락되는 한 성실하게 작업해 1000권 정도 직접 정리했으면 한다. 이와 함께 국내외 협업을 통해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려고 한다. 1차 작업이 북조선 실록 편찬 간행이었다면 이후 검색이 가능한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해 누구나 북한과 관련해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쉽고 편하게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책 작업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빌붙어 살아간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젊어서 한때는 남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어떤 시인이 ‘보학’(譜學)이라는 시에서 나에 대해 “칸트를 읽고도 운동권이 될 놈”이라고 했을 시절이다. 그 뒤엔 남들한테 신세나 덜 지고 살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신세를 많이 지고 있다. 북조선 실록을 간행하는 선인출판사와 민속원출판사는 매년 각각 5000만원씩은 손해를 본다. 자료집 특성상 많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5~6명의 직원들도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북한 연구에 권위 있는 기관인 경남대의 박재규 총장이 지원해 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시론] 코로나19, 대학 혁신 불 댕겼다/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시론] 코로나19, 대학 혁신 불 댕겼다/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느닷없이 찾아온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대학도 직격탄을 맞았다. 아날로그 환경에 익숙했던 교수들은 디지털 시대의 등장에 진땀을 뺐고, 학생들은 쏟아지는 과제 속에서 자기주도학습이라는 시험대에 올랐다. 온라인 시험에서 평가의 타당성은 사라지고, 공정성 시비가 만연한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대학에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도 주었다. 스마트 대학을 통한 혁신의 방향과 가능성이 그것이다. 먼저 캠퍼스 공간 혁명이다. 그동안 대학은 네모난 강의실이 밀집한 요새이자 성(城)이었다. 강의실에서 이뤄지는 수업을 교육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학기에 이뤄진 온라인 수업은 학습에 대한 생각을 바꿔 놓았다.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얼마든지 배움을 펼칠 수 있는 가상 캠퍼스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명품 강의에는 강의실 좌석 수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대면 수업의 20% 다이어트를 제안한다. 비대면 강의와 대면 질의응답을 조합한 블렌디드 수업도 가능하다. 이렇게 해서 남는 강의실은 다양한 학습을 위한 창조적 공간으로 만들자. 네모난 강의실을 창고형 창업 공간, 팀 프로젝트 장소, 대학원생 연구실로 다시 배치할 수 있다. 20% 공간 혁명을 통해 아날로그 시대의 ‘강의실 대학’은 창의와 융합이 넘치는 ‘디지털 창조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다음은 시간 혁명이다. 학기 초 학생들은 수강 신청 전쟁을 한다. 듣고 싶은 수업이 같은 시간에 배정되면 낭패다. 스마트 대학에서는 아날로그 시대의 시간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듣고 싶은 강의에 몇 번이고 접속해 다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시간 혁명은 평생학습사회를 앞당길 수도 있다. 지식의 수명이 단축되는 시대에 새로운 지식의 지속적인 연마는 필수다. 하지만 현업 종사자가 근무 시간에 대학으로 이동해 수업을 듣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이때 온라인 원격 학습은 해결책이 된다. 필자의 경우 졸업을 앞두고 취업해서 일하고 있는 학생이었지만 근무 시간에 조용한 곳으로 가서 수업을 들었던 사례가 있다. 시간 혁명으로 등하교 시간을 단축하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서 학습에 참여하는 평생학습시대가 열린 것이다. 스마트 대학은 데이터 기반 학습 혁명을 앞당길 것이다. 필자의 대학은 입학부터 졸업까지 모든 학습 과정을 데이터로 축적하는 ‘e포트폴리오’ 시스템을 구축했다. 학생별로 학습과 진로에 관한 데이터셋이 만들어진다. 대학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학습 부진 학생들을 찾아내서 사전에 적절한 교육적 개입을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선배의 진로 데이터를 활용해서 후배들은 맞춤형 인생 설계를 한다.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성 검증도 정교해졌다. 덕분에 재정절벽 시대를 맞아 보다 효과가 큰 프로그램에 대학의 자원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 기대하는 것은 ‘공유 대학’이다. 지방의 어느 대학은 수도권 대학과 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두 대학에 포진한 교수들의 강의를 공유하는 것이 취지였지만,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학생들이 다른 대학에 가서 수업을 듣는 것이 어색했던 모양이다. 장거리 이동에 들이는 시간적, 경제적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들이 협력해서 가상의 스마트 캠퍼스를 만들면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내 컴퓨터에서 다른 대학 교수들의 명강의를 들을 수 있게 돼서다. 한편 이렇게 만들어진 공유 대학은 대학들이 상생하는 구조 개혁도 가능하게 한다. 위기에 몰린 지방 대학들은 ‘특성화된 강소 대학’으로 생존해야 한다. 다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경쟁력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여러 대학이 힘을 모아 가상 캠퍼스를 구축하면 대학 특성화는 물론 학생들의 교육 기회까지도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 스마트 공유 대학은 고등교육 생태계를 경쟁에서 상생과 협력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교육학자 존 듀이는 ‘경험’과 ‘성찰’을 통해 학생이 성장하고 발전한다고 했다. 우리는 지난 반년 동안 디지털 세계로 이행하는 혹독한 경험을 했다. 이제 대학은 진지한 ‘성찰’과 ‘혁신’으로 미래를 도모해야 한다. 정부도 아날로그 시대의 규제를 혁신하고, 재정을 지원해 이에 화답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시작된 대학 혁신의 기회, 놓치지 말아야 한다.
  • 21번 대책, 집값 하락 두 번뿐… “거래세 낮춰 다주택 매물 받아야”

    21번 대책, 집값 하락 두 번뿐… “거래세 낮춰 다주택 매물 받아야”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지난 3년간 부동산 대책을 21차례 발표했지만 정작 서울 아파트 값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하락기’는 단 두 번뿐이었다. 처음은 6개월(2018년 12~5월), 두 번째는 1개월(2020년 4월)로 규제 발표 후 ‘약발 지속효과’도 더 짧아졌다.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규제 일변도’의 정책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서울 공급’에 해결책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주택자들이 물건을 던질 수 있도록 보유세는 강화하되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를 완화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서울신문이 6일 부동산114를 통해 현 정권 출범 후 ‘서울 아파트 월간 매매변동률 추이’를 따져봤더니 2017년 1월엔 전달 보다 0.02% 오른 것으로 시작해 6월엔 1.58% 올랐다. 2017년 정부가 광명 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은 6·19대책과 서울·과천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8·2대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잠시 상승폭이 둔화되는 데 그쳤을 뿐 2017년 12월 다시 회복했다. 이어 2018년 고가주택 주택담보대출 금지 등 고강도 9·13대책이 나왔을 때, 2018년 12월 서울아파트 매매변동률은 처음으로 ‘-0.05%’를 기록했다. 하지만 6개월 만인 2019년 6월 0.14%를 기록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2019년 세금, 대출을 망라한 ‘역대급 종합규제’라는 12·16대책을 만난 시장은 올 4월에 -0.17%를 기록한 것을 빼곤 5월부터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시장에선 정책 내성이 생겨 22번째 추가 규제가 나와도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관측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공급 외엔 답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내년 ‘3기 신도시’ 하반기 사전청약을 앞두고 있지만 전체 20만 가구의 물량 중 1만 가구 정도가 사전청약 대상이라 수요자들의 ‘타는 목’을 충분히 적시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거기다 당첨도 쉽지 않고 거리도 멀다. ‘서울 공급론’에 대해선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즉각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은 150만채를 들고 있는 임대사업자들의 4년·8년의 의무 임대기간을 완화해 시장에 팔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정비사업의 과도한 규제를 줄이고 용적률을 상향하되 상향한 용적률의 절반을 임대아파트로 기부채납하거나 의무 공급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도심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외에는 대안이 없다”면서 “두 번째 방안은 서울 도심 수요를 분산시킬 만큼 가까운 인근 신도시 개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천, 광명은 서울권으로 인식되기에 유력한 4기 신도시 후보이지만 얼마나 물량을 확보하느냐가 문제”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신도시 카드’에 회의적인 의견도 적잖다. 3기 신도시만 해도 실제 입주엔 4, 5년이 걸리는 데다 2, 3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고 여전히 서울 도심을 원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전문가들이 꼽는 대안 중 이견이 없는 부분은 ‘거래세 완화’다. 다주택자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해 들고 있는 물건을 내놓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를 사고파는 데 매기는 거래세(양도소득세, 취득세)만은 가볍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갖고 있지 못하게 해 놓고 팔기도 어렵게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나온 공통 대안은 ‘실수요자의 과감한 대출 규제 완화’다. 예컨대 무주택자, 신혼부부, 생애최초의 경우엔 규제지역 내에 있어도 대출 규제를 예외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9억원 이하 주택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비규제 지역에선 70%이지만 투기과열지구에선 40%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소득 기준에만 맞춰져 있는 청약시스템도 자산 기준으로 맞춰야 ‘금수저’ 자녀 논란을 줄일 수 있다”면서 “다만 청약 당첨 이후 자산 증여 대비책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21번의 대책, 정작 집값 하락기는 단 ‘두번’ 뿐이었다

    21번의 대책, 정작 집값 하락기는 단 ‘두번’ 뿐이었다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지난 3년간 부동산 대책을 21차례 발표했지만, 정작 서울 아파트 값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하락기’는 단 두 번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은 6개월(2018년 12~5월), 두 번째는 1개월(2020년 4월)로 규제 발표 후 ‘약발 지속효과’도 더 짧아졌다. 경기동향,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규제 일변도’의 정책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해결책은 결국 ‘서울 공급’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집값을 진정시킬 대안으로는 다주택자들이 물건을 던질 수 있도록 보유세는 강화하되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를 완화하는 방안 등이 꼽힌다. 서울신문이 6일 부동산114를 통해 현 정권 출범 후 ‘서울 아파트 월간 매매변동률 추이’를 따져봤더니 2017년 1월엔 전달보다 0.02% 오른 것으로 시작해 5월엔 전달 대비 0.71%, 6월엔 1.58% 올랐다. 2017년 6월 19일 정부가 경기 광명 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은 6·19대책과 서울·과천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8·2대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잠시 상승폭이 둔화되는데 그쳤을 뿐 2017년 12월엔 전달보다 1.36%로 오르며 다시 회복했다. 이어 2018년 고가주택 주택담보대출 금지 등 고강도 9·13대책이 나왔을 때 2018년 12월 서울아파트 매매변동률은 처음으로 ‘-0.05%’를 기록했다. 하지만 6개월 만인 2019년 6월 0.14%를 기록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2019년 세금, 대출을 망라한 ‘역대급 종합규제’라는 12·16대책을 만난 시장은 올 4월에 -0.17%를 기록한 것을 빼곤 5월부터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시장에선 이처럼 ‘누르기식 수요 규제’가 풍선효과를 낳고 있는데다, 특히 정책 내성이 생겨 22번째 추가 규제가 나와도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관측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공급 외엔 답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내년 ‘3기 신도시’ 하반기 사전청약을 앞두고 있지만 전체 20만 가구의 물량 중 1만 가구 정도가 사전청약 대상이라 서울 도심의 공급이 줄어드는 와중에 수요자들의 ‘타는 목’을 충분히 적시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거기다 당첨도 쉽지 않고 거리도 멀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많다. ‘서울 공급론’에 대해선 전문가 의견이 엇갈린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은 지난달 기준 150만채를 들고 있는 임대사업자들의 현행법상 8년의 의무 임대기간을 완화해 시장에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정비사업의 과도한 규제를 줄이고 용적률을 상향하되 상향한 용적률의 절반을 임대아파트로 기부채납하거나 의무 공급하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도심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외에는 대안이 없다”면서 “두 번째 방안은 서울 도심 수요를 분산시킬 만큼 가까운 서울 인근 신도시 개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천, 광명은 경기권이라기보단 서울로 인식되기에 유력한 4기 신도시 후보이지만 얼마나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신도시 카드’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잖다. 3기 신도시만 해도 실제 입주엔 4, 5년이 걸리는 데다 2, 3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고 직장과 가까운 도심을 원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전문가들이 집값 급등 해결책으로 꼽는 대안 중 이견이 없는 부분은 ‘거래세 완화’다. 다주택자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해 들고 있는 물건을 내놓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를 사고 파는 데 매기는 거래세(양도소득세, 취득세)만은 가볍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갖고 있지 못하게 해 놓고 팔기도 어렵게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나온 공통 대안은 ‘실수요자의 과감한 대출규제 완화’다. 예컨대 무주택자, 신혼부부, 생애최초, 다자녀의 경우엔 상황에 따라 규제지역 내에 있어도 대출 규제를 예외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비규제 지역에선 70%이지만 투기과열지구에선 40%만 받을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소득 기준에만 맞춰져 있는 청약시스템도 자산 기준으로 맞춰야 ‘금수저’ 자녀 논란을 줄일 수 있다”면서 “다만 주택청약당첨 이후 자산 증여에 대한 대비책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외상 후 스트레스 환자 진료 5년 새 45% 급증

    외상 후 스트레스 환자 진료 5년 새 45% 급증

    20대 여성 2.1배↑… 폭력 노출 위험 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최근 5년 사이에 45.4%나 늘어났다. 지난해 진료를 받은 사람이 1만명을 넘어섰고 특히 20대 여성은 2배나 증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만 570명으로 2015년(7268명)보다 45.4%(연평균 9.9%) 증가했다고 29일 밝혔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 고문, 자연재해 등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뒤 그 사건에 공포감과 고통을 느끼며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질환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장애를 말한다. 성별로는 여성 환자가 6400명으로 남성 환자 4170명보다 1.5배 더 많았다. 20대 여성은 2015년 720명에서 2019년 1493명으로 2.1배 증가했다. 박재섭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젊은 성인이 질환 원인이 될 정도의 심각한 외상사건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여성 환자가 더 많은 것은 여성이 대인관계에서 물리적 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남성보다 크다는 점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6·17 부동산 대책] ‘갭’ 투기에 전쟁 선포… 풍선효과 잡으려다 실수요자 잡을 수도

    [6·17 부동산 대책] ‘갭’ 투기에 전쟁 선포… 풍선효과 잡으려다 실수요자 잡을 수도

    대출 더 옥죄 전세 끼고 집 사기 어려워 규제지역 대폭 늘려 풍선효과 방지 집중 투기 억제 기대 속 시중 유동자금이 변수 돈줄 막힌 신혼부부·실수요자 희생 우려 “집 못 사서 전세 수요 늘면 전셋값 급등”정부가 17일 내놓은 부동산대책은 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한 갭투자(전세 안고 주택 매입) 열풍을 잠재우고, 비규제지역으로 번진 풍선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처방이다. 대출을 옥죄고 새로 산 집으로 들어가야 할 전입기간을 6개월로 줄여 사실상 전세를 안고 집을 사기 힘들도록 제한했다. 수도권의 서쪽 절반과 대전, 충북 청주 등 지방까지 규제지역 범위를 넓힌 ‘규제의 광역화’라는 점도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투기 세력과 실수요자를 구분하지 않고 시장 전체를 옥죄는 규제”라며 우려했다. 6·17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은 전국 69곳, 투기과열지구는 48곳으로 불어났다. ‘규제지역 대출 제한’에 걸려 돈 빌리기가 어려워져 내 집 장만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나온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사회 초년생 중에 은행 대출 없이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선량한 실수요자마저 압박하는 정책”이라고 토로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대책은 단기적으로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실수요자마저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면서 “대출이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는데 대출을 규제해 버리는 것은 국민에게 자산 증식의 기회를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수도권 거의 모든 지역에서 대출 규제가 근본적으로 강화된 것은 반서민 정책의 성격을 띤다”면서 “너도나도 갭투자에 뛰어드는 현상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에 투기라는 프레임을 씌워 그들을 매도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수도권 4억원, 지방은 3억 2000만원이었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1주택자 대상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이번에 2억원으로 낮췄는데 민간인 서울보증보험을 이용하면 3억원 초과 아파트라도 전세대출을 2억원 넘게 받을 수 있어서다. 정부는 일단 서울보증에 협조를 부탁하기로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 30조원 규모의 대규모 3차 추경과 3기 신도시 토지 보상자금 유입 등 부동자금이 풀리는 만큼 집값 조정까지 기대하는 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당초 예상보다 규제지역이 넓게 설정됐고, 강도도 센 편이어서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셋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지배적이다. 앞으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6개월 내 그 집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 때문에 전세로 나올 집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일괄적 규제로 집을 못 사게 하니까 전세로 눌러앉는 이들이 늘어 전셋값이 폭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승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수원영통구지회장은 “전세 물량 부족 해소 방안에 대한 언급이 빠져 아쉽다”면서 “다주택 보유자가 양도세 부담 없이 전세 물량을 시장에 풀어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풍선 효과를 낳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벌써부터 이번 규제에서 빠진 경기 김포와 부산 일부 지역에는 매물을 묻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한인남성, 美 뉴욕서 인종차별 피해… “지저분한 바이러스” 폭언

    한인남성, 美 뉴욕서 인종차별 피해… “지저분한 바이러스” 폭언

    미국에서 한인 남성이 인종차별 피해를 입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주 뉴욕시 퀸스에 거주하는 한인 권모씨는 베이사이드 지역의 한 편의점에 들렀다가 백인 남성에게 모욕을 당했다. 권씨는 “간식을 사러 편의점에 갔는데 정체불명의 백인 남성이 아시아계 손님들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었다”고 밝혔다. 백인 남성은 “너희들 때문에 코로나19가 퍼졌다”, “지저분한 이민자들”이라며 역겨운 인종차별을 반복했다. 분에 못이긴 권씨는 그를 불러세웠다. 그러자 성큼성큼 다가온 백인 남성은 폭언을 퍼부으며 권씨를 위협했다. 물건과 음식을 흩뿌려 매장 안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권씨의 촬영 사실을 알아챈 뒤에는 더욱 거세게 폭력을 휘둘렀다. 권씨를 거칠게 잡아 밀친 후 바닥으로 내던졌고, ‘국’이라 조롱했다. ‘국’(Gook)은 동남아시안을 싸잡아 지칭하는 인종차별적 속어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북한군과 중공군을 낮잡아 부를 때 쓰였으며, 근래에는 주로 한국인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한국의 ‘국’과 발음이 비슷한 탓이다. 정체불명 백인남성에게 봉변을 당한 권씨는 매장 직원과 함께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경찰은 일단 해당 사건을 ‘괴롭힘’(Harassment) 사건으로 접수만 해놓은 상태다. NYPD는 신고 접수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권씨는 “당장이라도 그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똑같이 체포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참았다. 감옥보다는 방 안에서 화내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이 제대로 주목을 받아 사법기관이 증오범죄로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백인남성을 기소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권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리자 해당 사건을 목격했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어떤 이는 당시 백인남성이 타고 온 차량 번호를 알고 있다고 제보했으며, 다른 이는 당시 상황을 진술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또 지역 언론과 경찰, ‘아메리칸액션포럼(AAF) 등에 관심을 촉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서양권에서는 동양계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아시아퍼시픽정책기획위원회(A3PCON)와 긍정행동을 위한 중국인(CAA) 데이터를 종합하면 5월 17일 현재까지 미전역에서 1710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이 중 한국계 피해는 17%에 달한다. 지난 3월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도 한인 여학생이 “바이러스”라는 모욕과 함께 폭행을 당해 뉴욕주지사까지 나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같은 달 27일에는 텍사스의 한 대학에서 한인 유학생이 백인 남학생에게 총기 위협을 당해 논란이 일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기고] 뉴스와 사회적 가설

    [기고] 뉴스와 사회적 가설

    요즘처럼 가짜 뉴스가 난무하는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 예전의 헛소문을 높여부르는 말 같기도 한데, 진실을 알기 어려운 점은 똑같다. 특히 최근에는 가짜 뉴스의 품질이 첨단 기술의 옷을 입고 있어서 현실을 호도하기도 하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의도적으로 만든 가짜 뉴스는 거론할 가치도 없는 거짓말이거나 사실에 근거한 것도 아니라서 널리 퍼졌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후속적인 이슈가 나올 수 없다. 그러나 뉴스의 속성은 세간의 관심을 끄는 팩트를 전달하는 현재의 상황이므로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내용은 극과극을 달릴 수 있다. 또한 뉴스가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면 후속적인 사회의 이슈를 양산하고, 이는 또 다시 해결해야될 과제로 전문가나 정치인들이 만지작거릴 수 있는 어젠다가 되기도 한다. 몇해전 유니세프가 발표한 1살 미만의 유아 사망자가 420만명이라는 뉴스가 있었다. 사망의 원인이 어떤 것이였느냐 보다 그렇게 어린 애들이 1년에 420만명이나 죽는다는 사실에 세계는 어쩔줄 모르는 슬픔과 흥분으로 술렁였을 것이다. 자극적인 뉴스를 만들자면 앙상하고 병든 아기들을 품에 안고 촛점 잃은 부모들의 모습을 부각시키며 42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아까운 어린 죽음과 슬퍼하는 부모들의 심정을 다루었을 것이다. 이러한 뉴스의 사실을 좀 더 파헤친 의사이면서 통계학자인 한스 로스링은 저서 팩트풀니스(2019)에서 광범위한 팩트에 의한 뉴스의 전달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유아의 사망자 수가 1950년에는 1440만명이었고 그 이후로 매해 의학의 발달과 의료의 사각지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유아 사망자가 꾸준히 줄어들어 당시의 420만으로 되었다고 한다.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슬픈 뉴스에서 뭔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뉴스로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입체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뉴스는 힘을 갖는다. 앞으로도 계속 추세가 지속될 것인가의 사회적 가설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연구하고 실행에 옮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아 사망자수와 관련된 또하나의 단면을 들여다보면 그 자체로서의 뉴스도 있지만 사망자 수가 줄어든 원인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을까에 대한 궁금증도 있을 수 있다. 2014년에 14개 선진국의 1만2000명에게 설문을 돌렸는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전세계 1살 어린이가 1개라도 예방접종을 받은 비율은 몇 퍼센트일까라는 질문에 고작 13% 만이 정답을 맞추었다고 한다. 일본, 독일, 프랑스에서는 6%만이 정답을 맞추었다고 하니 선진국 중에서도 남의 나라일에 전혀 관심이 없는 그룹이다. 정답은 80%의 어린이들이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은 예방법종을 전혀 받고 있지 못하다고 막연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50년전에 쓰여진 교과서의 내용을 아직도 상식으로 가지고 있다니 이것도 뉴스거리 아니겠는가? 역사적으로 보면 1720년에 흑사병, 1820년에 콜레라, 1920년에 스페인 독감 그리고 2020년에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100년 주기의 전염병의 세계적 유행을 뜻하는 팬데믹 상황을 정리해서 예견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항생제의 남용으로 인한 슈퍼 바이러스의 공격,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한 신종 바이러스의 탄생, 우주 개척으로 인한 미지의 바이러스 출현 등등의 이유로 앞날을 예측하는 것은 더이상 과거의 데이타에 근거하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이제 막 그 실체를 알아가는 시작 단계이지만, 이미 뉴스가 사회적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무증상 감염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유증상자와 확진자 그리고 해외 유입의 경우에 대해서 격리하고 치료하는 것에만 모든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현격히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면 이제는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국의 뉴욕에서는 5명중 1명이 감염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치가 나오고 있는데 역시 통계의 선진국 다운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자 전국민에 대한 조사를 할 필요는 없다. 무작위 표본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유효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정도의 표본의 크기라면 우리나라처럼 작은 나라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이것이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2단계 전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백신의 접종이 전국민적으로 필요한지, 개인의 문제인지 국가적 문제인지가 결정지어질 것이다. 무증상 감염자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사회적 가설은 가만히 놔두면 집단 공포심을 유발하는 뉴스로 남아 있게 된다. 통계적 절차에 의한 사실 파악이 어느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열거한 바와같이 사실에 근거한 뉴스라도 제대로 전달하지 않으면 대중이 엉뚱한 방향으로 생각하게 만들거나 사회의 리더들이 제대로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도록 하는 폐해가 있다. 10초 정도의 일부 자극적인 뉴스는 나머지 부분을 독자들이 나름대로 수준에 맞게 상상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뉴스에 대한 제각기 다른 해석을 만들게되고, 사회적 가설과 이슈를 생성하여 더 나은 사회로 가는 순기능을 막는다. 입체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사실을 뉴스로 전달하고, 이로인해 생겨난 사회적 가설이 당면 이슈로 해결되는 사회는 지속적으로 발전이 가능한 능력을 갖는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과학적인 접근 방법과 창의적인 사회발전 프로세스를 어떻게 조합해서 시너지를 내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창의적이든 과학적이든 생각을 많이 해야 신종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대책이 수립될 것이며,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한 가지가 아닐까한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사회에 던진 화두도 인간이 100세를 넘기는 이정표의 깔딱고개 역할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김동철 전 티맥스소프트 대표(공학박사)
  • [2000자 인터뷰 38] 김석현 “넘어진 김에 주 4일·가을 학기제 논의를”

    [2000자 인터뷰 38] 김석현 “넘어진 김에 주 4일·가을 학기제 논의를”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해 자부심을 얻은 것은 작지 않은 성과지요. 그런데 그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면 엉성하고 허술한 구석이 적지 않았거든요. 다소 안정됐으니 그동안 잘 되지 않았던 것들을 추스르며 사회적 협의를 통해 사회적 담론들을 점검했으면 좋겠는데 주 4일 근무제, 9월 학기제, 재난기본소득 등 사회경제적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굵직한 화두들이 또 그냥 흘려 버려지는 것 같아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한 지 다섯 달이 돼 간다. 현미경으로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이 생명체가 일으킨 지구촌 전체의 창조적 파괴, 또는 파괴적 창조의 본령이 궁금해졌다. 김석현(54) 인텔리전스코리아 대표를 만나자고 한 것은 감염병 학자나 방역 전문가, 경제학자, 사회학자들과 조금 다른 면모 때문이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석사는 수학을, 박사 학위는 미국 노터담 대학에서 경제학, 그것도 산업 발전을 전공한 다채로운 이력 덕분이었다. 2005년 귀국하자마자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과학기술 혁신지표를 연구해 10년 동안 꾸준히 보고서를 썼던 이력도 더해졌다. 그런 그가 신천지발 확산 이후 코로나19 관련 데이터를 누구보다 바지런히 찾아내 요점을 정리해 페이스북에 매일 올려주니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당연했다. 이런 노력을 평가받아 지난달 말 지식공작소가 발빠르게 기획해 펴낸 ‘코로나19 동향과 전망’에 이일영 한신대 교수 등 다른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자신의 보고서를 싣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그의 보고서 가운데 돋보인 대목은 20세기 노르딕 국가의 교량 국가 역할을 한국이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것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Q. 오랜 시간 국내외 자료를 꾸준히 업데이트했으니 현재의 코로나19 국면을 어떻게 보는지로 인터뷰를 시작하자. A. 나도 이렇게 오랫동안, 석달 가까이나 코로나 데이터를 갖고 씨름할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심각한 감염병 문제인데 전문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어서 뭐라고 말하기가 두렵다. 그저 매일 생기는 워낙 많은 숫자와 정보들을 사람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게이트키핑 역할을 한 건데 많은 분들이 숫자 뒤에 숨어있는 의미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줘 고맙다는 댓글들을 달아주셨다. 그래서 용기를 내 ‘동향과 전망’에 참여할 수 있었고, 아직 등교를 못하는 초등 2학년 딸을 집에서 돌보며 데이터들을 살펴보고 있다. 감히 지금의 국면을 정리하자면 5월 초 이태원 클럽발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데 1차 파고의 여진인지, 두 번째 파고의 시작인지 헷갈렸는데 최근 데이터들을 보면 신천지발 감염증 바이러스와 유형도 다르고 5월 초 연휴 이후 생활방역으로의 전환과 맞물려 있어 두 번째 파고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아직 그 파장이 어떠할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 Q. 책을 보면 김 박사는 한국이 코로나19 대응에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메르스 때 비싼 수업료를 치른 덕이며, 자유주의적 조치를 취하면서도 선제적인 대응을 미세하게 해냈다. 절벽 앞에서 가까스로 멈춰섰다고 표현했던데? A. 국가전체의 시스템적 대응은 부족하다. 대신 확진자가 발견되면 연관자를 찾아내는 기동성은 유럽과 미국 어느 나라도 따라오지 못한다. 가령 예를 들어 5월 연휴가 시작되기 전 누구나 연휴와 학교 개학 시기가 겹치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는데도 연휴 끝나 2주가 지나기 전 개학한다고 했다가 나중에 위험하다며 일주일 연기한 것이 예가 될 것이다. 뻔한 판단 착오를 하곤 했다. 유럽에서는 시나리오 대응을 한다. 독일은 항체 검사를 전국적으로 실시해 국민들 사이에 얼마나 면역이 진행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봉쇄를 풀면서도 나중에 이런저런 요건이 되면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지방정부와 메르켈 총리가 합의해 나간다. 스웨덴은 8주 간격으로 항체 검사를 한다며 1차 검사를 했다. 스톡홀름은 16% 정도로 면역이 됐다는 것이 나타나 방역을 평가하고 이후 대응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질본, 지방자치단체, 보건소 등은 정말 헌신적으로 뛰어 이번 사태에 대처했는데 질본 위 정치 시스템의 결정들은 근거도 없고, 외국인 입국 통제도 한 발 늦었고, 사회적 합의와 정치권이 개학이냐 연기냐 하는 커다란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걸 해내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Q. 그래서 많은 이들이 불안해 한다. 머리가 계획하고 팔다리가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아 얻어 걸린 것 같은 이 국면이 많은 이들의 불안감을 키운다고 본다. A. 영화 ‘살인의 추억’ 가운데 송강호의 대사가 떠오른다. 미 연방수사국(FBI) 과학수사 기법 그런 것 모르겠고 한국은 좁으니까 발로 열심히 쫓아다니면 잡힌다는 대사 말이다. 실행 부문에서 잘하고 역량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실행 부문에 너무 의존하는 한계가 있다. 관료를 동원하기 좋은 조직을 갖고 있다. 관료를 민간의 군대라고 비유한다. 관료, 공보의, 군인 등 방역에 최적화된 조직을 갖고 있었다. 짧은 시간에 후닥닥하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 안 좋게 보아왔는데 감염병 대처에서는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 방역은 전쟁이란 점을 절감했다. 민간 병원이 강한 공공성을 요구받고 있다. 싱가포르도 비슷하다. 아시아적 특성이 있는 것 같다. 평소에는 갈등의 여지가 있는데 감염병 대처 국면에 효율성을 인정받게 됐다. Q. 그런 연장 선상에서 아시아적 공동체를 앞세우는 것이 서구 개인주의를 물리친 사례라고 보는 시각도 있더라. 권위주의나 독재를 옹호하는 것이란 핀잔을 들을 수 있겠지만. A. 독일이 다른 유럽 국가와 다른 측면이 있더라. 전통적으로 정부의 권위와 역할이 많아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정부의 조처가 존중받는 면이 있다고 여겨진다. 개인주의에 치우치지 않는 면모들이 이번 방역의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자유주의에 선제적이고 효율적인 리더십이 결합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번 방역에서 그 의의가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유럽에서는 독일,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대만, 홍콩 같은 나라들이 그 예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을 보며 많은 나라들이 놀라워하는 것은 자유주의적 접근을 버리지도 않고, 일정하게 개인주의는 양보를 하면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에 최선을 다해 오히려 전면 봉쇄로는 가지 않아 이동과 생업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새로운 모델을 보여준 것에 있다. Q. 수축사회란 개념이 흥미롭더라. A. 이자율이 형편없이 낮아져 투자할 곳이 없고, 일자리가 늘어날 여지는 적어 보인다. 온라인 유통에 밀려 어중간한 오프라인 기업은 없어지는, 도심의 상가는 비는 등 연쇄 효과가 일어나고, 우리 경제전망이 낙관적일 수만은 없는 우려를 갖게 된다. Q. 우리는 사회적 합의를 결여한 것이 적잖이 눈에 띈다. A. 메르스 이후 방역에 유리한 쪽으로 법률이 개정됐는데 코로나19가 닥쳐서야 그런 것을 확인하게 됐다. 분명히 있어야 할 사회적 합의를 생략하고 한 것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럽과 미국에서 마스크를 쓰지 말자, 봉쇄를 풀자고 시위하는 것을 보며 우리는 반사회적이네 여기기 쉽지만 한편으로 그 사회는 목소리가 다양한 것이다. 저렇게 격렬한 사회적 토론이 이어지고 합의가 이뤄지면 훨씬 굳건할 것 같다. 우리는 서구의 토론과 합의 문화를 배우고 서구는 우리의 창조적인 대응 방식을 배우고, 이런 것이 코로나 시대의 교훈이라고 생각한다.Q. 지금 우리가 가장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A. 질본에서 항체 검사를 한다고 했다. 이는 5월 말에 실시하는 연간 국민영양건강조사에 포함된다. 스웨덴은 8주 간격으로 샘플링한다. 독일은 이미 항체검사를 시작했다. 중국은 우한 시민 1100만명 전원을 진단검사해 마무리 단계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교사 50만명은 너무 많다고 했다. 10명 검체를 모으면 5만번 실시하는데 우리의 진단검사 키트 능력으로도 가능한 일이었다. 가장 위험한 의료진, 양로원, 교사 이런 사람들은 했어야 했다. 이런 기획 능력이 부족하구나. 어두운 상자 안에 손을 집어넣고 더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떤 일이 벌어지면 즉각 대응은 하는데 시나리오를 세워 대응하는 것은 많이 부족하구나 느끼게 된다. Q. 책이 나온 지 한달이 됐는데 ‘아시아발 노르딕 국가‘란 개념이 충실히 채워지고 있나? A. 우리만 잘났다고 해선 안되니 객관적으로 개념을 들여다보려고 유럽 역사를 들여다보고 있다. 독일과 북구는 영국과 프랑스 모델의 개인주의보다 사회 전체의 복지를 위해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사회체계를 갖고 있더라. 우리 모델을 권위주의적이라고 폄하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시스템에 대한 장점도 알게 하고 자부심을 갖게 만든 게 코로나가 불러온 뜻밖의 성과 아닌가 한다. 대중들이 무작정 선망하던 미국과 유럽 국가가 막대한 인명 피해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적어도 방역에서는 한국이 나은 면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이런 자부심이 자만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배우는 자세로 이어져야 한다. 이런 격변은 이전에 비용 때문에 과감히 하지 못하는 사회적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홍수가 나면 리모델링하듯 말이다. 뉴질랜드는 주 4일제 근무제를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했다. 일자리 공유 차원 만이 아니라 연성화된 사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도 한 번 토론해 볼만한 일인데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또 학교 개학과 관련, 이참에 가을 학기제를 해보자는 얘기가 반짝 나오다 말았다. 전 개인적으로 해볼 수 있다고 본다. 재난기본소득도 더 근본적이고 폭넓게 논의해야 하는데 어물쩡 단기적 처방에 머무르고 말았다. 방역 뿐만아니라 사회경제적 시스템에 관한 논의로 넓히자는 것이다. 글 사진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문 대통령, WHO 총회 연설…전 세계에 알린 ‘K방역’

    문 대통령, WHO 총회 연설…전 세계에 알린 ‘K방역’

    올해 1억달러 인도적 지원자유정신 기반한 연대·협력코로나 전쟁 승리할 강력 무기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WHO) 최고 의결기관인 세계보건총회(WHA) 기조연설을 통해 “(코로나19) 위기 앞에서 인류는 각자도생이 아닌 ‘연대와 협력’을 선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영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WHA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노력과 성과를 공유하고,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치료제와 백신이 준비되지 않는다면 또다시 새로운 대유행이 올 수도 있다”며 “위기 앞에서 인류는 각자도생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올해 총 1억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위기 대응과 출입국 정책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축적해온 경험과 데이터도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와 공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문 대통령 외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이 기조연설을 했다. 앞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달 6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WHA에서 아시아 대표로 기조발언을 해달라고 요청해왔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코로나’에 아직 완전히 승리한 것은 아니다. 아직도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국외에서 계속되고 있는 세계적인 대유행이 여전히 위협적”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자유의 정신’에 기반한 ‘연대와 협력’이야말로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하며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국경을 넘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세계백신면역연합, 글로벌펀드, 국제의약품구매기구, 국제백신연구소에 공여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감염병 혁신 연합에도 기여할 예정”이라며 “조기 경보 시스템과 협력체계를 공동으로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모두를 위한 자유’의 가치를 더욱 굳게 공유한다면, 우리는 지금의 위기 극복을 앞당기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희망을 더 크게 키울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언제라도 올 수 있는 신종 감염병 위기에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의 WHA 기조연설은 처음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4년 전직 대통령 자격으로 한 바 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美中 ‘신냉전’ 가속화…트럼프 ‘화웨이 사용금지’ 명령 연장·FBI “중국이 코로나 연구 해킹 시도”

    美中 ‘신냉전’ 가속화…트럼프 ‘화웨이 사용금지’ 명령 연장·FBI “중국이 코로나 연구 해킹 시도”

    코로나19 책임론을 놓고 ‘신냉전’에 돌입한 미국과 중국이 조만간 무역전쟁을 재점화할 태세다. 미국이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금지 조치를 1년 더 연장하며 대중 압박 수위를 높였고 “코로나19 연구 성과를 해킹하려고 했다”고도 주장했다. 중국 역시 “코로나 사태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려는 이들에게 보복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맞섰다. 감염병 장기화와 미중 갈등까지 겹쳐 세계 경제 회복이 매우 더디게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 기업들이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쓰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 행정명령을 1년 연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조치는 5G(5세대) 네트워크 지배력을 두고 중국과의 전투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이 행정명령은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5월 15일 발효됐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의 지원 하에 자신들이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해 선진국의 기밀을 훔치고 있다”며 우방국들에 ‘반(反)화웨이’ 전선 동참을 압박해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초기 미숙한 대처로 미국에서 8만명 넘는 사망자가 나오자 비난의 화살을 피하고자 더 강하게 ‘중국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3일 “중국에 코로나19 책임을 추궁하려는 미국의 주나 의원 등에게 실질적인 보복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나라가 바이러스 창궐을 계기로 전대미문의 무역전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날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 사이버안보·기간시설안보국(CISA)은 공동 성명을 내고 “중국과 연계된 사이버 범죄자들이 코로나19 연구 관련 지식재산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획득하려는 시도가 목격됐다”고 밝혔다. FBI는 “이들이 미국 내 코로나19 연구 기관을 표적으로 한 활동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과 영국은 지난 5일 “감염병 연구에 참여한 제약회사와 의료기관, 대학 등을 상대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해킹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해커들의 목표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FBI와 CISA는 설명하지 않았다. 해킹 공격이 성공적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현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날 파월 의장은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화상 강연에서 향후 경제에 대해 “(코로나19 장기화와 미중 갈등 등으로) 매우 불확실하고 심각한 하방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 부양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재차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대해서는 “연준이 고려하고 있는 정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미 증시는 양국 간 갈등 고조 등으로 급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516.81포인트(2.17%) 급락한 2만 3247.97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배럴당 1.9%(0.49달러) 내린 25.2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취임 3주년’ 문 대통령 “위기를 기회로…질병관리청 승격”

    ‘취임 3주년’ 문 대통령 “위기를 기회로…질병관리청 승격”

    취임 3주년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며 “우리의 목표는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임기 후반부 목표를 제시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방역 위기와 경제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방역과 경제 모두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모범국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과감한 정책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고, 한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겠다는 구상을 담았다. “코로나19,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에 대해 “정면으로 부딪쳐 돌파하는 길밖에 없다”며 “비상한 각오와 용기로 위기를 돌파해 나가겠다. 나아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우리는 방역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됐다”며 ‘K-방역’이 세계 표준이 됐다고 언급한 뒤 “대한민국의 국가적 위상과 국민적 자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이겨왔다. 방역과 일상이 공존하는 새로운 일상으로 전환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다”라며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유흥시설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을 거론하며 “언제 어디서나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줬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많은 전문가가 예상하는 2차 대유행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장기전의 자세로 코로나19에 빈틈없이 대처하겠다”고 언급한 데 이어 일상생활로 복귀한 국민들의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나아가 “방역시스템을 더욱 보강해 세계를 선도하는 확실한 ‘방역 1등 국가’가 되겠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공공보건의료 체계와 감염병 대응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정부조직 개편 방침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며 “지역의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겠다. 국회가 동의한다면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제도 도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에 대비해 감염병 전문병원과 국립 감염병연구소 설립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국회의 신속한 협조를 당부했다. “정부, 경제위기 극복에 역량 집중” 이어 문 대통령은 “문제는 경제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100년 전 대공황과 비교되고 있다”며 “대공황 이후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했다. 바닥이 어디인지, 끝이 언제인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위기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서비스업 위축, 제조업의 위기, 기간산업의 어려움, 고용 충격과 실직의 공포 등을 짚으면서 “그야말로 ‘경제 전시상황’”이라며 “이 어려운 상황을 견디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문 대통령은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언급한 뒤 정부가 지금까지 245조원을 기업 지원·일자리 대책에 투입한 데 이어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있을 더한 충격에도 단단히 대비하겠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자원과 정책을 총동원하겠다”며 “다른 나라들보다 빠른 코로나 사태의 안정과 새로운 일상으로의 전환을 경제활력을 높이는 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어 “방역과 마찬가지로 경제위기 극복도 국민이 함께 해주신다면 성공할 수 있다. 위기 극복의 DNA를 가진 우리 국민을 믿는다”며 “정부는 국민과 함께 경제위기 극복에서도 세계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라며 “저는 남은 임기 동안 국민과 함께 국난 극복에 매진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길을 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선도형경제·고용안전망·한국판 뉴딜국제질서 선도 등 4대 과제 제시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선도형 경제를 통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개척 ▲고용보험 적용의 획기적 확대 및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을 통한 고용안전망 확충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 추진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연대·협력의 국제질서 선도 등 4대 과제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선도형 경제’와 관련해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 강국으로 대한민국을 도약시키겠다”며 “또한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이 돼 세계의 산업지도를 바꾸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고용안전망 확대와 관련해서는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겠다”며 “자영업자들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용보험이 1차 고용안전망이라면 국민취업지원제도는 2차 고용안전망”이라며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인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조속한 시행을 위한 국회의 신속한 입법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에 대해서는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할 것”이라며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미래 선점투자”라며 5G 인프라 조기 구축, 데이터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국가기반시설에의 인공지능·디지털 기술 결합 등의 추진·육성 방침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연대·협력의 국제질서를 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성공적 방역에 기초해 인간안보를 중심에 놓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제협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만 보지 말고 남북간 할 수 있는 일 찾아야”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남과 북도 인간안보에 협력해 하나의 생명공동체가 되고 평화공동체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년에 대해 “공정과 정의, 혁신과 포용, 평화와 번영의 길을 걷고자 했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었다”며 소회를 밝히고 국민의 성원과 지지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남은 2년, 더욱 단단한 각오로 국정에 임하겠다”며 “임기를 마치는 그 순간까지 국민과 역사가 부여한 사명을 위해 무거운 책임감으로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표준이 되고 우리가 세계가 됐다”며 “위기를 가장 빠르게 극복하는 나라가 되겠다. 세계의 모범이 되고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되겠다”며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목표를 거듭 강조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설] 문재인 정부 3년, 위기를 낭비하지 말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3주년을 맞는다. 42.195㎞의 마라톤으로 치면 반환점을 돌아 25㎞ 지점을 달리는 셈이다.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를 성공적으로 막아 낸 덕분에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60%에 이른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 3주년 지지율 가운데 으뜸이다. 21대 총선에서 여당의 압승으로 입법부도 큰 힘이 될 테니 남은 임기 2년을 뛰어가는 문 대통령의 발걸음이 한껏 가벼울 것도 같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언급했듯 지금은 ‘코로나발 경제 전쟁’ 상황이다. 자고 일어나면 뭉텅뭉텅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산·소비·투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열렸다. 이러한 시국에 문재인 정부는 국난 극복의 실력을 보여 줘야 한다. 코로나19 방역을 교과서적으로 하던 중 한국은 ‘얼떨결에 미래에 불시착’한 상황이 됐다. 대부분의 국가가 지역사회를 봉쇄한 상황에서 한국만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기대어 제한적인 경제활동도 가능했고, 총선도 예정대로 치렀으며, 무관중 야구경기도 하는 유일무이한 나라가 됐다. 코로나발 위기를 낭비하지 말고 제대로 대응한다면 전혀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에 도달할 수도 있다. 남은 임기 동안 명운 걸고 위기 물리쳐야 지금 문재인 정부의 운명은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와 닮은꼴이다. 김대중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라는 국난의 시기에 텅 빈 국고를 안고 시작했다. 이후 2년 만에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놀라운 기적을 보여 줬다. 물론 김대중 정부만의 공이라기보다 ‘금모으기 운동’ 등에 동참한 국민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희생을 기꺼이 감내한 덕분이었다. 국민의 그런 저력이 있기에 이번 코로나19 대응 역시 세계사적으로 길이 남을 방역 모범사례로 꼽히는 것 아니겠는가.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제시했듯 국민을 하나로 통합해 명운을 걸고 코로나발 위기에 대응한다면 그 어떤 난관도 능히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러자면 슈퍼 여당으로서 권력남용의 유혹을 최우선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특히 개헌 같은 민감한 이슈는 조심스럽게 다뤄야만 한다. 개헌을 앞세워 국론을 분열시켜 국력을 낭비할 만큼 지금 상황은 한가롭지 않다.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의 실패는 과반인 여당 내부에서 의견을 통합하지도 못한 채 국가보안법 폐지와 같은 이념적 정책까지 ‘4대 악법 개혁’에 묶어 처리하려고 했던 탓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슈퍼 여당이 어떻게 활동하느냐에 따라 축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긴밀하게 협의하며 세밀하게 조정한 정책을 시행해 가야 한다. ‘한국형 뉴딜’로 ‘포스트 코로나’ 대비해야 앞으로 맞게 될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의 연속일 것이다. 국제적인 고립주의 확산으로 우리의 수출주도 경제에는 벌써 암운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정부는 데이터·5G·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집중 육성, 국가기반시설(SOC) 디지털화 등 ‘한국형 뉴딜’로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산업을 발굴·육성하겠다는 복안인데 적절한 방향 설정이라고 본다. 다만 신산업 육성은 규제개혁이 병행돼야 하는 만큼 국회와 협조해 관련법을 발 빠르게 정비해야 할 것이지만, 이런 규제개혁이 취약계층을 실업 등의 위험에 내몰지 않도록 경계하길 바란다. 문 대통령이 3년 전 취임 직후 하달한 1호 문건에는 ‘일자리 확충에 전력투구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대선 제1공약 역시 일자리 확대였다는 사실을 국민은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3년이 지난 지금 문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는 정책은 여전히 일자리 확충이다. 지난 3월 한 달간 일자리 19만 5000개가 사라졌다. 고용유지와 일자리 창출이 문재인 정부 성공 여부를 가를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재정의 과감한 투입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심기일전 각오로 ‘부분 개각’ 고민해 보길 북미 간 하노이 노딜 이후 1년 넘게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북미 비핵화협상의 진전과 남북관계 개선은 남은 임기 동안 문 대통령을 괴롭힐 가장 큰 숙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연초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을 요청하고 보건 및 방역 협력 등을 지속적으로 제안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본다. 김 위원장이 진정으로 ‘온 겨레의 열망’을 잊지 않았다면 2년 전 판문점 선언의 정신으로 돌아와 문 대통령 제안에 진정성 있게 호응해야만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갈 길이 훨씬 짧아졌다. 남은 2년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는 출범 때 약속했던 5대 국정목표, 100대 국정과제의 완수에 총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청와대는 최근 개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전대미문의 국난 속에서 심기일전의 각오를 다지기 위해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교체와 같은 ‘부분 개각’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 [책꽂이]

    [책꽂이]

    시간(홋타 요시에 지음, 박현덕 옮김, 글항아리 펴냄) 중일전쟁 당시 난징 대학살을 다룬 일본 작가의 소설. 1955년 일본에서 처음 간행된 소설은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인 홋타 요시에가 참전 일본인이 아닌 피해자인 중국 지식인의 수기 형식으로 집필했다. 쉼표가 많은 주인공의 독백에서 전쟁의 참상과 인간의 존엄, 역사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264쪽. 1만 5000원.아녜스 바르다의 말(아녜스 바르다·제퍼스 클라인 지음, 오세인 옮김, 마음산책 펴냄) 기성 상업 영화의 관습을 거부한 ‘누벨바그의 대모’ 아녜스 바르다의 생전 인터뷰 스무 편을 실었다. 유년 시절 자주 이사한 덕에 자유의 감각을 얻었다는 일화부터 창작자로서 느끼는 고충과 희열까지 내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440쪽. 2만 2000원.5·18 광주 커뮤니타스(강인철 지음, 사람의무늬 펴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에 부치는 사회학자의 기록.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인 저자는 ‘리미널리티’(경계·전이·잠재적 상황), ‘커뮤니타스’(사회적 상호관계), ‘사회극’의 관점에서 민주화운동 참여자들이 연대와 헌신의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과 내면적 조건들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468쪽. 2만 5000원.흐르는 것들의 과학(마크 미오도닉 지음, 변정현 옮김, 엠아이디 펴냄) 재료과학자와 함께하는 13가지 액체로 떠나는 여행. 비행기의 원료인 등유의 폭발성, 볼펜의 잉크가 종이 위에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는 이유 등 액체의 특성을 조명했다. 인간과 지구 생명의 근원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쓰나미가 돼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는 액체의 이중성이 흥미롭다. 316쪽. 1만 7000원.십자가와 초승달, 천년의 공존(리처드 플레처 지음, 박흥식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대립의 기원을 살펴본 역사서. 두 종교는 모두 유일신을 믿으며 아브라함, 모세 등 성서의 인물들을 경외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예수와 삼위일체 교리를 갖고 교회와 국가를 분리하는 그리스도교, 철저한 유일신에 제정일치를 꿈꾸는 이슬람은 근본적인 차이로 대립하기 시작한다. 296쪽. 1만 8000원.스마트 베이스볼(키스 로 지음, 김현성 옮김, 두리반 펴냄) 현대 야구를 지배하는 데이터 혁명에 관한 소개서.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에서 야구 전문 기자로 활동했던 저자는 다승, 타율, 타점, 세이브 등 전통적인 스탯의 결함과 한계를 짚는다. 이어 WAR이나 WPA, wOBA처럼 새롭게 주목받는 스탯들이 왜 나오고 쓰이게 됐는지 알려 준다. 352쪽. 1만 5000원.
  • “공공성 강화가 관건… 방역·고용·사회 안전망 갖춰져야”

    “공공성 강화가 관건… 방역·고용·사회 안전망 갖춰져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일상에는 이미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방식은 물론이고 다양한 비대면 문화가 등장했다. 우리는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코로나19 이후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지난달 27일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의 과제’를 주제로 서울신문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황수정 서울신문 편집국 부국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과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5일까지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유종일(이하 유) 그동안 정부가 전력으로 대응을 해 왔다. 지금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상황이 됐는데 출구전략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도로아미타불이다. 경제활성화와 방역의 균형을 잘 잡으면서 한 발씩 나아가야 한다. 장덕진(이하 장) 코로나19는 재유행 가능성이 높다. 20세기 초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만 해도 세 차례 유행이 있었다. 국민들에게 무조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납득할 수 있는 지표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재생산지수(확진자 1명이 평균적으로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 수)가 한 예다. ‘재생산 지수가 1을 넘겼으니 사회적 거리두기를 좀더 강화하자’ 이런 식으로 정부가 지침을 밝히고, 시민들은 여기에 협조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 차상균(이하 차)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코로나19가 후진국 등으로 계속 퍼질 것이고 더욱 심한 문제를 일으킬 거라고 경고했다. 그가 백신 개발이 우리 생활을 정상으로 되돌릴 유일한 수단이라고 밝힌 이유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백신이 나와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우리는 앞으로 어떠한 삶을 맞이하게 될까. 차 오히려 위기를 전환의 계기로 삼고 혁신해야 한다. 최근 애플리케이션(앱) ‘줌’으로 화상회의를 하는 일이 많아졌다. 예전부터 생각만 하고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던 일이다. 비대면 업무가 늘면서 확보된 시간을 더 생산적으로 쓰는 문화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디지털 뉴딜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유 독감을 앓듯이 코로나19도 매해 찾아올 거다. 과거로 완전히 돌아가기는 힘들다. 정부가 큰 위험 없이 상황을 관리할 수 있고, 우리도 일상생활로 복귀하면 그게 바로 ‘코로나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부자 나라, 부자 도시일수록 바이러스에 취약하다는 걸 발견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회가 안전과 더 거리가 멀다는 역설이 드러났다. 자본과 생명 가운데 무엇이 먼저인지 가치 체계를 재정립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전 세계에서 ‘K방역’ 전수 요청이 들어온다. 차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질본)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정 본부장이 질병예방센터장으로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사태를 풀어 나갈 수 있었고 K방역이라는 말까지 듣게 됐다. 여기까지 오는 데 개인이 큰 역할을 했다. 장 우리 역사상 최초의 기회가 온 거다. 구한말 이후 외세침략과 식민지, 분단과 전쟁으로 고통을 받았고 1970년대에는 세계 질서 속에서 ‘그 정도면 잘했다’ 소리만 들어도 우쭐했다. 지금은 어떠한가. 미국, 프랑스 같은 강대국도 체제가 흔들릴 정도로 충격을 받고 있다. 오히려 세계가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비슷한 성공사례가 생겨날 테고 한국이 전 세계의 관심을 독점하지는 못할 거다. 지금까지 쌓아 온 성공사례를 단단하게 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남은 시간은 한 달 정도다. -장 교수께 다시 묻겠다. 그러면 한 달 동안 우리는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나. 장 국가의 성격에 관한 부분이다. 지금 세계 상황을 보면 한국형, 중국형 그리고 ‘나머지’ 국가들의 방역 모델이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한 범주로 묶여 있다. 앞으로 한 달 정도면 그 나라가 가진 국가역량에 따라 결국 확산을 막는 나라와 대책 없이 포기하는 나라로 다시 나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시대에 우리가 만들어 낸 유능하고 민주적인 국가의 모습은 이것이고, 우리가 제시하는 민주주의는 이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어야 세계가 따라오는 모델이 된다. 중국의 권위주의식 방역과 우리가 무엇이 다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아쉬운 부분을 꼽는다면. 유 데이터 수집·관리·공유 부분이다. 메르스 때 데이터도 제대로 정리가 안 돼 있는 걸로 안다.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방역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장 동의한다. 정부가 개인정보 활용은 적극적으로 했는데 이번 사태와 관련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건 반 걸음 정도 늦는 것 같다. 확진자 동선을 다 찾아냈지만 아직 전산 시스템에 입력이 안 돼 있는 걸로 안다. 데이터를 축적해야만 국제 학계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차 사실 정부부처 간에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나 관심이 제각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만 비교해 봐도 그렇다. 복지부나 질본이 방역에 바쁘면 과기부라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중국 데이터는 신뢰도가 떨어지니까 한국 데이터에 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개인의 인권과 집단의 안전, 무엇이 우선되는지도 화두에 올랐다. 유 개인의 권리와 집단의 안전은 상충되는 개념이다. 그런데 코로나19 국면에서는 국민들이 집단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개인정보를 사용해도 좋다고 이해하는 듯하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정치, 경제 권력이 개인정보를 오용하거나 남용하지 않는다는 걸 국민들에게 잘 확인시켜 줘야 한다. 앞으로도 이 사안은 긴장감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국민들이 공공성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장 싱가포르를 보자. 열악한 처지에 있는 이주노동자 500명이 모여 사는 곳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됐다. 이 바이러스는 부자들에게도 예외 없이 옮겨 갔다. 바이러스 앞에서는 한 개인이 자신을 지키려고 해 봤자 무력할 뿐이다. 불평등을 개선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사회 같은 건 없다”고 말했지만, 사회가 없으면 문제해결이 안 된다는 게 이번에 증명됐다. 우리 모두 공공성을 더 깊게 고민해야 한다. 유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는 방역, 고용, 사회 등 세 가지 안전망이 갖춰져야 한다. 방역은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고용 부문은 상상을 벗어나는 경험을 하게 될 거다. 반면 유럽은 보호망이 잘돼 있어서 충격을 흡수할 듯 보인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사회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 주실 말씀이 있다면. 장 앞으로 감염병을 비롯한 재난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할지 이번 기회에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감염병 대응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정부 성격도 이에 발맞춰 여러 면에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과기부, 복지부의 위상과 역할이 기획재정부에 못지않게 커질 수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우리가 효율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사람 목숨 구하는 게 비용보다 중요한 시대가 왔다. 어떤 정권이든 여기에 발맞추지 않으면 존립을 위협받을 수 있다. 차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비대면 기술을 광범위하게 채택하는 계기가 됐고, 디지털 뉴딜을 위해 우리가 뭘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국가가 중심이 돼 새로운 인재를 많이 키우고, 다른 분야에 있는 분들을 디지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뉴딜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의 역할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정리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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