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어떻게
정부와 금융산업노조간에 금융개혁의 큰 원칙이 합의됨에 따라 은행 구조조정을 위한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졌다.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이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밝혔듯 연내 금융지주회사 출현을 위해서는 갈길이 바쁘기 때문이다.
■부실은행 선정 9∼10월이면 은행의 운명이 결정된다.잠재부실이 반영된 6월 반기결산 결과를 토대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에 미치지 못하는 은행들은 8월말쯤 1차 부실은행으로 분류된다.
1차 부실은행들은 9월말까지 자구계획(경영정상화계획서)을 제출해야 한다.
자구계획에는 인력과 조직 감축 계획이 당연히 포함된다.강제적인 인력감축이 아니라,은행 스스로 인력 감축을 하게 된다.
경영평가위원회는 9월말 자구계획의 타당성을 검토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지주회사 대상 부실은행으로 분류된다.
재경부 이종구(李鍾九)금융정책국장은 “9월에 자구계획을 받고나면 10월20일쯤이면 지주회사로 묶일 대상은행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회사 설립 금융지주회사를 11∼12월쯤에 설립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공적자금을 투입한 뒤 지주회사로 묶을지,지주회사로 묶고난 뒤 공적자금을투입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분명한 것은 우량은행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BIS 자기자본비율 10%까지 끌어올려 국민·주택·하나·신한은행처럼 우량은행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정부 관계자는 “우량은행으로 이뤄지는 지주회사출현은 다른 은행들의 합병을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걸린 은행들 9월말까지 경영정상화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은행은 상반기 결산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에 미달하는 은행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이다.이 기준대로라면 평화 광주 제주 한빛 조흥 외환서울 제일은행이 해당된다.
평화 광주 제주은행은 6월말 결산 BIS 자기자본비율이 8% 밑으로 추락했다.
각각 4%,7%,6.3%로 추정된다.금융지주회사로의 편입이 확실시된다.
다만 제주은행은 중앙종금과 합병절차를 밟고있어 다소 유동적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 조흥 외환 서울은행도 불안하다.6월말 결산 BIS 자기자본비율 추정치가 외환·한빛 9%,조흥·서울 10%로,‘데드라인’인 8%는간신히 넘길 전망이다.하지만 여기에는 금융감독원에 추가로 보고한 잠재손실액이 반영돼 있지 않다.
잠재손실액을 단순반영할 경우 한빛·외환은 8%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한빛은행.잠재손실액이 7,769억원으로 9월말까지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만도 7,654억원이다.
외환은행은 올 연말까지 4조3,000억원의 부실채권 매각계획이 이미 잡혀있다며 연말까지 BIS 자기자본비율 10% 달성은 문제없다고 장담한다.
조흥은행도 잠재손실액이 0원으로 나와 ‘제외’를 자신하고 있다.서울은행은 7,670억원의 잠재손실을 반영할 경우 BIS 자기자본비율이 8%에 턱걸이하게 되지만 이미 도이체방크와 경영자문계약을 체결,정상화 계획을 진행중인만큼 정부가 ‘유예기간’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제일은행은 뉴브리지캐피탈에 매각돼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현 안미현기자 hyun@.
*추가 소요액 어느정도.
공적자금 추가조성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가용재원은 모자라는데 쓸 곳은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 노·정 합의를 통해 은행권에 넣어야 할 전체 공적자금 규모는약 10조원. ▲예금보험공사 대지급금 4조원 ▲러시아 경협차관 미수금 1조4,800억원 ▲수출보험공사 보증금 4,400억원 ▲공적자금 투입은행 등의 BIS비율을 10%로 맞추기 위한 자금 4 조원 등이다.
BIS비율을 10%로 하기 위해 후순위채 매입 등을 통해 공적자금을 지원해야할 은행들은 서울(1조원),한빛(1조∼2조원),기타 부실한 지방은행(1조원)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99년말 현재 이들 은행의 BIS자기자본 비율은 8∼9%선으로 나왔으나 지난 6월말 기준으로 파악한 잠재부실을 반영하면 실제 비율은모두 8%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재원이다.지난 5월말 현재 자산관리공사는 가용재원이 4조7,000억원이며 예금보험공사는 6조4,000억원으로 10조원선이나 모두 사용처가 정해져있는 상태다.
반면 정부가 밝힌대로 향후 소요될 공적자금은 올해 20조원,내년 10조원 등약 30조원으로 현재 가용재원으로는 아무리 잘 활용한다하더라도 중과부적인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10조원의 자금소요가 추가로 생겨 국회동의를 통한 공적자금추가조성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장관,이용근(李容根) 금감위원장도 이같은 사정을 예견이라도 한듯 최근들어 공적자금의 국회동의를 통한 추가조성쪽에 무게실린 발언을 하고 있다.
한편 정부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과 스스로 정상화가 어려운 은행 가운데 6월말 기준으로 BIS비율 10%를 달성하기 어려운 은행에 대해서 10%를 달성할 수 있는 만큼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고 합의를 해준 것은 결과적으로이들 은행의 구조조정을 더디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즉, 4조원 가까운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되면 추가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들은행을 금융 지주회사방식으로 묶는 과정에서 인원 정리를 최소화하는 효과는 거둘 수 있는 반면 지주회사로 묶는데 따른 시너지효과는 그만큼 반감될수 있다는 것이다.
박현갑기자 eagled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