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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10) 낯선 땅에서

    *짜고..맵고..투박하고..'경상도 맛'은 원색적. 공양 법회에 참례하지 않고 부엌에 달린 찬방에서 보살님들과 밥을 먹으면더욱 격식없이 이것 저것 해먹을 수가 있어서 좋았다.두부를 만들 때에도 삶은 콩을 맷돌에 가는 일을 도우면 따로 순두부 찌개를 해먹었고 독상을 받는 큰스님들 밥상을 준비할 제 갖가지 특식을 얻어 먹곤 했다. 내가 특히 맛있다고 기억하는 건 여러 가지 푸성귀로 싸먹는 쌈밥들이다.상추 쌈이야 늘 먹던 것이니까 아예 말할 것도 없고 너푼너푼하게 잘 자란 곰취 잎에 된장 쌈을 해서 먹는 맛은 그 싱그러움이며 쌉쌀한 뒷맛이 그만이다.나중에 백두산 갔다가 양념장을 쳐서 싸먹던 야생 곰취의 맛은 잊을 수가없다.아예 밥을 참기름과 깨소금에 잘 버무려서 한입만큼의 주먹밥을 만들어,살짝 데친 취 잎으로 싸서 김밥처럼 한덩이씩 먹는 맛도 좋다.도토리나무잎을 데쳐서 싸먹기도 하고 깻잎을 쑥갓과 어울려서 고추장 넣어 싸먹기도한다.생 다시마를 데쳐서 향그런 쑥갓과 더불어 싸먹는다.뒤란의 호박잎을따다가 껍질을 대충 벗기고 찜통에 살짝 쪄서 풀기만 죽여서,마늘을 얇게 썰어 곁들여서 막된장을 넣어 싸먹는다.배추나 양배추 쌈은 여름날 집에서도흔히 해먹던 것이고,특이한 것은 고구마잎도 쌈밥을 해먹을 수 있다.이것은잎을 끓는 물에 아주 삶아낸다. 조금 쓴 맛이지만 머위 잎도 먹을만 하다.잎을 데쳐 내는데 쌈장과 함께 풋고추 쑹덩쑹덩 썰어낸 것과 곁들여 싸먹으면 쌉쌀하고 매운 맛이 어우러진다.근대는 적당히 자란 것은 나물이나 국을 끓여 먹지만 웃자란 잎들은 역시끓는 물에 슬쩍 데쳐서 싸먹어도 좋다.아욱도 마찬가지다. 하루는 큰스님의 심부름으로 오래간만에 부산 시내에 나갔다.신부님이나 스님이 대개 어슷비슷한데 아마 군인들도 마찬가지일테지만 외출 나와서 세상과 만나는 방법에 두 가지가 있다.하나는 영화 구경을 하는 일이고 자장면을 사먹는 일이 그 두 번째다.호주머니가 가벼운 탓도 있겠지만 아무도 동행한 사람이 없이 혼자라 그 두 가지 일 외에는 별로 할 일도 없는 셈이다. 내 기억으로는 ‘오케스트라의 소녀’라는 흑백 영화였는데,늙어서 일자리를 잃은 노인 악사들로 교향악단을 꾸린 소녀가 실제 인물로 출연하는 스토콥스키를 찾아가 지휘를 부탁하고 드디어 화려하게 데뷔한다는 내용이었다.영화를 보고 눈부신 극장 앞 광장으로 몰려 나오는데 인파 속에서 내 얼굴을아는 이를 만났다.큰 자형의 가까운 친구되는 이였다.그는 내 승복 차림을보고 놀라서 손을 잡으며 물었다.너 어느 절에 있느냐,느이 어머니가 지금눈물로 세월을 보내신다,집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느냐,한꺼번에 묻는 것이었다.나는 부산 근방에 있다고 겨우 둘러대고는 달아나듯이 그이와 헤어졌다. 그런 일이 있은 뒤 한 보름 되었을까.그날도 아침을 먹고나서 법당에 걸레질을 하고 있는데 한 스님이 나를 불렀다.누가 나를 찾아왔다는 것이다.산문을 나서고 오솔길을 지나 절집 어구에 상가가 늘어선 곳까지 나가 보았다.바로 앞쪽에 기념품 상가가 있었는데 그 앞에서 이쪽을 향하고 서있는 여자가 보였다. 멀리서도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가까이 다가가는데 자세히 보니 모친이었다.어머니는 대뜸 내 손을 잡고 눈물바람이었다. 그렇게 되어서 산문을 나선 그 길로 어머니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부산 국제시장 들러서 사복과 모자 하나를 사서 승복 벗어버리고 옷을 갈아입었다.부산역 앞에서 기차를 기다리다 거의 일 년만에 불고기 백반을 먹었는데 맛이 있다기 보다는 누린내 같은 고기 냄새가 역했던 것 같다.아마도그동안 풀과 푸성귀로 오감이 바뀌었던 모양이었다. 나중에 들었지만 어머니는 자형 친구로부터 승려가 된 나를 부산에서 보았다는 말을 듣고,부산에 당장 내려와 어느 곳에 무슨 절이 있는지 수소문하여한군데씩 찾아 다녔다고 한다.드디어 범어사에서 광덕 스님을 만나게 된 어머니가 아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사정했는데 그이는 냉정하게 거절하더라는것이다. 이미 출가한 사람이라 아무리 모친이라 하여도 만날 수 없습니다. 저는 홀어미이고 아들이라고는 그것만 믿고 살아왔습니다.비록 제가 기독교인이지만 예수님이나 부처님이나 가엾은 일에 대하여는 다 같겠지요.제 아들을 돌려주십시오. 어머니가 그렇게 울며불며 사정을 하니 광덕 스님은 한참이나 묵묵히 앉았다가 제안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면 한번 만나는 보세요.아들이 어머니를 따라가면 어머니 자식이 될 것이오 만약에 절로 돌아오면 부처님 자식이니 다시는 찾지 마십시오. 그랬는데 나는 어머니를 보자마자 두 말할 것 없이 손 잡고 따라서 집으로돌아왔으니 속세의 아들로 되돌아온 셈이다.이제는 모친이나 광덕 스님이나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데 나는 시방 누구의 자식인고. 나와 경상도 땅의 인연은 어려서 전쟁 시절에 대구로 피난 가서 소학교 다니던 데서부터 시작하여 나중에 군대생활까지 보내게 되었다. 경상도의 음식을 들라면 우선 짜고 맵고 투박하며 원색적이란 느낌이 든다. 그래도 다른 지방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들이 더러 있다. 부산에 갔을 적에 이른 아침에 아낙네들이 ‘재칫국 사이소!’를 외치며 창밖을 지나는 소리에 잠이 깼다.재첩 조개를 넣고 소금으로 간하여 끓여낸 국은 개운하고 속풀이에 좋았다.요즈음 점심참에 먹기 좋지만 우뭇가사리 묵을 채썰어서 콩가루와 갖은 양념을 치고 식초 섞은 냉국을 부어서 먹는 우무냉국도 속이 씨원해진다.대구의 따로국밥은 예전에는 대구탕이라고 불러서 생선 대구탕과 혼동이 될 정도로 유명했다.연변에서 수십년만에 귀국했던 소설가 김학철 노인도 친지에게 옛날식으로 대구탕이 먹고싶다고 했다가 생선 대구탕 집으로 안내하는 바람에 낭패를 보았다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부산의 고래고기 회나 포항 지방의 과메기는 술꾼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과메기는예전에는 청어를 썼지만 요새는 청어가 드물어져서 꽁치로 대신한다.꽁치를바닷바람에 꾸득꾸득하게 말려서 그대로 찢어 먹는데 길게 찢어 돌돌 말아서 초장에 찍어 먹는다.전에는 그물에 걸리면 재수 없다고 그대로 바다에 버리던 생선이었는데 요즘에 와서 맛을 내게된 것 두 가지가 있으니 쥐치와 아구가 그것이다.그중에서도 아구는 아구찜이라는 독특한 마산 요리가 개발되어값 비싼 생선이 되어 버렸다.아구찜은 콩나물과 미더덕이라는 멍게 비슷한갯벌 생물과 만나야만 완성이 된다.매운 양념에 톡톡 씹히면서 터지는 미더덕과 뼈다귀채로 씹는 아구 맛이 입맛을 확 돌게한다.경상도의 막장은 찌개로 좋고 집장은 가지 무 오이 장아찌를 함께 담그기에 좋다.골짠지는 다른고장의 무말랭이 장아찌 비슷한데 무말랭이와 고춧잎을 검은 깨와 강엿과 갖은 양념에 매콤 달콤하게 무쳐서 항아리에 담가 두고 겨우내 땅 속에 묻어두었다가 늦봄에 꺼내 먹는다. 황석영.
  • 대학로서 인기몰이 소극장 뮤지컬 세편

    7월 한달 ‘렌트’‘도솔가’‘드라큘라’등 화려한 무대 메커니즘을 자랑하는 대형 뮤지컬의 공세에 가려 빛을 못봤던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들이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여성문화예술기획의 페미니즘 뮤지컬 ‘밥퍼,랩퍼’,인터커뮤니티의 웹뮤지컬 ‘갓스’,극단 학전의 록뮤지컬 ‘모스키토2000’등이짜임새있는 구성,완성도 높은 춤과 노래로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화제작들. ‘아줌마가 힙합을 춘다’는 자극(?)적인 홍보문구를 단 ‘밥퍼,랩퍼’는 요즘 유행하는 ‘춤바람 열풍’이라도 반영하듯 대학로에 때아닌 ‘아줌마부대’까지 등장시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아닌게 아니라 주인공들이 추는 짜릿한 라틴댄스와 격렬한 힙합은 객석까지 들썩이게 할 정도로 신바람난다. ‘밥퍼,랩퍼’에는 각각 뚜렷한 개성과 욕망을 지닌 4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하루종일 랩만 하는 골칫덩이 아들을 둔 40대 과부 혜자,환경문제와 정의를앞세우는 독신녀 예리,진실한 사랑을 갈구하는 이혼녀 경애,그리고 마마보이 의사 남편때문에 속을 끓이는 미시족 미애.선후배사이인 이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혜자를 돕기위해 여성전용술집 ‘레이디클럽’을 만들고,랩과 힙합축제를 열어 자신들의 욕망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정형화된 인물설정,상투적인 결말 등은 다소 맥이 빠지지만 자칫 신세타령쯤으로 흐르기쉬운 여성연극의 맹점을 피해 열정적인 라틴댄스,거친 랩,흥겨운 힙합으로 관객들과 호흡을 함께 한 파격이 돋보인다.9월3일까지 오늘한강소극장(02)3476-0662대학로극장에서 공연중인 ‘갓스(gods)’는 지난해 흥행돌풍을 일으킨 ‘오마이갓스’의 업그레이드판.‘웹뮤지컬’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무대에 10여대의 모니터를 설치해 마치 관객들이 네트워크 게임즐기듯 극에 몰입하도록 한 점이 독특하다.‘떡볶이’‘콩가루 가족’‘성냥팔이 소녀’등 세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인터넷,과학 등을 맹신하는 현대인들의 황폐한 내면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주말이면 발디딜틈 없을 정도로 관객이 몰리는 ‘갓스’의 인기비결은 치밀한 기획력에서 찾을 수 있다.등장인물을 꼭닮은 귀여운 캐릭터,인터넷 접속과정을 그대로 응용한 극전개방식 등은 요즘 젊은 세대라면 누구나 좋아할만한 구성이다.탤런트 노현희를 비롯해 조재국 박계환 유보영 등 출연진들의 열정적인 춤과 노래도 대단한 흡인력을 발휘한다.27일까지.(02)745-2678극단 학전의 ‘모스키토2000’은 청소년관객들의 열광적인 지지에 힘입어 4개월째 장기공연중이다.홈페이지(www.moskito.or.kr)게시판에는 일관성없는교육제도,비뚤어진 교육열,감옥같은 학교생활 등을 날카롭게 풍자한 뮤지컬내용에 공감을 느낀다는 관람소감문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록을 기본으로 랩을 가미한 음악,힙합,브레이크 등 다양한 춤,5인조 록밴드의 라이브연주,디지털 캠코더와 컴퓨터를 활용한 영상 등도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요인으로 꼽히고 있다.9월17일까지 학전그린소극장(02)763-8233이순녀기자 coral@
  • 문화스냅-2000여름/ 엽기母子

    자,일품 ‘엽기요리’에 도전해본다. ◆재료=생라면과 구분이 안되게 똑 닮은 과자 ‘뿌셔뿌셔’.떡볶이,치킨,딸기,멜론,초코맛나는 5가지의 갖은 재료를 준비하면 더 좋다. ◆요리법=따로 순서랄 것도 없다.겉봉에 적힌 ‘끓여먹지 마시오’란 경고를 싹 무시하고,끓는 물에다 준비한 재료와 갖가지 맛의 뿌려먹는 수프를 풀어넣기만 하면 되니까. 맛이 어떤가? 국적불명의 그 맛을 어떻게 설명할 참인가?“??!!…엽기” 달리 뾰족한 답이 없을 거다.이 뿌셔뿌셔 요리는 인터넷 엽기마니아들 사이에서 한창 화제다(실제로 끓여먹어보는지야 모르지만 조회수는 가히 폭발적이다). 사냥할 엽(獵)에,기이할 기(奇).본디 ‘엽기’의 사전적 의미는 ‘괴이한 것에 흥미가 끌려 쫓아다니는 일’이다. 그러나 2000년 버전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모르긴 해도 이렇게 새로 개념정의돼야 하지 않나 싶다.‘“깬다,깨”를 연발하게 만드는 썰렁한 이야기나상황’쯤으로. 불과 몇달전까지 난리법석이던 ‘허준’이나 ‘삼행시’신드롬을 온데간데없이 주저앉히고 있는 게 엽기.그럴 수밖에 없다.트렌드 문화를 떡주무르듯 하는 신세대들은 여차하면 “엽기적”이란 말을 쓴다. 정상에서 조금이라도 비켜나있거나 유머요소가 엿보이는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다.엽기가 황당무계한 우스개쪽으로 어의(語義)확장되고 있는 현장은 PC통신 대화방에서 당장 목격된다.이런 식이다. [어느 엽기가족]#(절벽으로 낑낑대며 차를 밀고 있는 엄마와 아들)“엄마,이 차 왜 미는거야?”“쉿! 아빠 깨시겠다!”#“엄마,오늘 저녁메뉴는 뭐야?”“입닥치고 오븐에서 나오지나 마!”#“엄마,늑대인간이 뭐야?”“잔소리 말고 얼굴이나 빗어”‘엽기 만발’하는 마당은 뭐니뭐니해도 인터넷 사이트다.검색엔진에 들어가면 관련 웹사이트는 수천개를 넘어선다(야후코리아의 경우 3,260여개).이들속에서 엽기는 본래적 의미에서 한참 벗어나있다.그만큼 차용되는 범위도 넓고 깊다.일본만화나 애니메이션,엽기적 글모음 정도야 기본.스타크래프트 같은 컴퓨터게임의 전략전술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사이트(www.swreviews.com/yg)가 있는가 하면,“일본 현지에서 퍼온 일본 여자들의 생생한 방귀만 모았다”고 유혹(?)하는 망측한 사이트(www.ggame.net)도 얼마든 눈에 띈다. 최근의 엽기열풍에는 특징이 몇 대목 짚인다.뭣보다,철저히 배타적으로 끼리문화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예를 들면 일본만화 ‘봉신연의’사이트(www.hz01.com.ne.kr). 작품에 대한 설명이라고는 단 한줄도 없이 만화컷만 잔뜩 올라와 있으니,생각없이 들어갔다가는 왕따설움을 당할 수밖에 없다.신세대들에게 수용된 엽기는 마니아적 소통언어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요즘의 엽기는 잡식성이다.섹스 똥 방귀 등 공론화되기에 께름칙했던 소재들을 닥치는대로 끄집어낸다.똥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하기로 소문난 사이트 ‘두다이’(www.doodie.com).초기 화면부터 당혹스럽다.변기에서 굴러떨어진사내가 엉덩이를 치켜세우고 누운 채 실례(?)하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쇼킹한 본론의 예고편을 띄운다.그리고 클릭해 들어가면….차마 그 이상은 언급하기가 뭣하다. 그렇다고 엽기가 말장난만 늘어놓고 있냐면 그건 아니다.사회의 비루한 모순에 일침을 가하는 기특한면도 있다.역시 무대로는 국회,등장인물로는 정치인이 엽기패러디의 최고 메뉴.그 점,한때 대단한 풍속을 자랑했던 ‘딴지일보’류의 패러디 열풍과 많이 닮았다. 어느새 엽기는 생활속 깊숙이로 스며들어와 있다.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젊은층에게 그건 패션소품 그 자체다.서울 압구정동의 가면가게 ‘원더월드’. 2평 남짓한 가게에는 온종일 20대 커플들이 들락거린다.꿈에 나올까 끔찍한프랑켄슈타인,좀비 같은 가면들이 그들에겐 깜찍한 선물아이템이다. 근데,왜 하필 엽기일까.가려져 있던 이야기를 까발리고,금지된 장난을 하는순간에는 짜릿짜릿한 전율을 얻는 법이다. 오늘이 오늘이고 내일이 내일인 밍밍한 일상속에 파격적 자극이 그리운 사람들,마약같은 엽기….“좀더 저열하고,좀더 기괴해져라”고 주문걸며 열심히‘클릭’해대는 당신은 혹,엽기인간? 이 여름이 가고 찬바람이 일어도 엽기열풍이 그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엽기적’이다. 황수정기자 sjh@. *엽기와 영화는 ‘찰떡 궁합'. 엽기는 영화를 좋아하고,영화는 엽기를 사모한다? 엽기가 ‘문화적’인 코드로 옷을 갈아입는 마당은 아무래도 영화쪽이다.그곳에서 엽기는 멀쩡한 사람들을 ‘한통속’으로 꼬드겨낸다.한여름 눅눅한 등줄기를 썰렁하게 만드는데 엽기는 최고 처방전.직직 난도질해대는 ‘슬래셔’에,뚝뚝 사지를 잘라내는 ‘스플래터’에,지치지도 않고 장르를 개척해왔다.‘이보다 더 엽기적일순 없는’ 영화들은 어떤 게 있었나?근작들 중에는 ‘아메리칸 파이’가 배꼽잡는 엽기를 연출했었다.성년식을치르기 전에 총각딱지를 떼려고 벼르던 제이슨은 파이속에다 자위를 하고,그의 친구 스티플러는 또 친구의 정액을 맥주로 알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 정도는 점잖은 축에 낀다.‘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벤 스틸러와 함께 연기한 카메론 디아즈는 정액을 무스삼아 앞머리를 세우고 다녔고,‘오스틴 파워’에서 마크 마이어스는 설사를 한입에 먹어치우기도 했다. 성(性)적인 부분에 집착한 엽기로는 ‘샤만카’를 빼놓을 수 없다.남녀 주인공들은 딥키스로도 모자라 서로에게 침을 뱉는 엽기키스를 나누더니,끝내 여자는 애인의 생골을 파먹었다. 영화속 엽기를 찾는 작업은 온종일도 모자란다.그러고 보면,인간의 피나 빠는 뱀파이어 영화는 엽기축에도 못 낀다.시체를 구워 뼈를 발라먹고(데드맨),100% 실제상황처럼 맛있게 인간의 내장을 꺼내먹거나(홀로코스트),사람의살갗으로 옷을 해입는(양들의 침묵) 영화들이 다종다양한 계보를 만들어왔다. 엽기가 얼마나 전염성이 강한지는 한국영화에서도 잘 드러난다.최근의 우리영화들에는 ‘전에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 흥행메뉴로 끼어든다.‘텔미썸딩’에서는 토막난 시체를 담은 비닐봉투들이 난무했고,‘신장개업’에서는 인육으로 만든 자장소스가 등장했다. 엽기는 여전히 충무로의 인기소재다.최근 개봉한 ‘가위’와 ‘하피’에 이어 ‘해변으로 가다’(12일 개봉) ‘찍히면 죽는다’ ‘공포택시’ 등이 “어떡하면 더 엽기적일 수 있을까?”를 고민중이다. 황수정기자
  • 로맨틱 원피스로 여름 美人 어때요

    여름 땡볕이 따가운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구릿빛으로 몸을 태운 멋쟁이 여성들이 숏팬츠,끈티 등 노출패션으로 경쟁하듯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건 원피스차림.약간 구김이 간 마 원피스에 머리는 질끈 묶어 위로 올려 붙이고 테가 두꺼운 복고풍 선글라스,투명한 비닐가방을 곁들였는데 청량감을 준다. 원피스는 여성스러움을 한껏 살리면서도 시원해 보여 여름철에 특히 사랑받는 패션 아이템으로 꼽힌다.나만의 매력이 물씬 나는 원피스로 ‘여름 미인’이 되어보면 어떨까. 아이엔비유 안정희 디자인실장은 “올 여름에는 풍성한 박시스타일과 소매없는 슬리브리스 원피스가 특히 강세”라며 페이즐(일명 ‘아메바무늬’)이나 화려한 꽃무늬 프린트 등 로맨틱한 스타일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한다. 시중에 선보인 제품들은 대부분 치마밑단에 수술이나 주름잡힌 레이스,구멍이 송송뚫린 네트,프릴 등으로 여성스런 분위기를 강조한다. 색상은 시원하고 깨끗한 화이트와 블루 계열이 주류를 이루며 사랑스런 느낌의 핑크,옅은 베이지,금빛도 눈에 많이 띈다. 몸에 착 붙는 스타일은 퇴조 추세.신체를 구속하지 않는 H라인,헐렁하고 편안한 박시형이 인기다.치마부분에 주름이 잡힌 소녀풍의 플리츠원피스와 우아한 엠파이어 스타일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복고적인 느낌의 엠파이어 스타일은 허리선이 위에 올라가 있어 하체길이를 길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낸다. 얇게 비쳐 수채화처럼 맑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시스루와 자연스럽게 구겨진 마 소재가 특히 각광받고 있다. 심플한 슬리브리스 원피스는 단조로움을 보완할 수 있게 브로치,스카프를 활용하는 것이 조화있게 갖춰입는 요령.허리선에 리본이 달렸거나 치마단에 주름이 잡힌 스타일은 포인트를 줄 수 있어 좋다. 목선이 네모지게 파인 스퀘어 네크라인에는 진주 등 눈에 띄는 목걸이를 해주는 것도 괜찮다.여기에 여성스럽고 귀여운 손가방을 들면 제격이다. 챙이 넓은 모자를 곁들이면 리조트웨어로도 손색이 없다.신발은 슬리퍼나 샌달이 어울리는데,편안한 느낌의 면 소재 원피스라면 운동화를 신는 것도 젊고 개성적인 감각을살리는 방법중 하나다.허리가 두꺼운 체형에 슬림 스타일은 역효과만 난다.몸매를 그대로 드러내 더 뚱뚱해보이기 때문. 같은 원피스라도 사선이나 세로선의 무늬가 있는 것을 고르면 날씬해 보이고 칼라가 달린 것이 시선을 위로 끌어줄 수 있어 효과적이다.뚱뚱하면서도 키가 킨 경우엔 허리에 벨트를 둘러 상하분할 효과를 주도록. 팔이 두꺼운 사람은 캡소매 원피스,어깨가 굵은 사람은 목선이 깊게 파인 것으로 결점을 가릴 수 있다.엉덩이가 크고 다리가 두꺼운 체형은 허리선에 주름이 있고 길이가 긴 원피스가 어울린다. 여름원피스는 대개 소재가 얇기 때문에 레이스나 무늬가 있는 속옷은 피하는 것이 기본.옅은 파스텔톤을 입을 땐 겉옷색깔에 맞춰 슬립을 입어야 비치지 않는다. 여름엔 땀을 많이 흘리는 만큼 세탁도 잦을 수 밖에 없어 빨래하기 편한 면·마 혼방 등 실용적인 소재가 좋다.가볍게 세탁한 뒤 그늘진 곳에 옷걸이에 걸어 말리면 원형을 보존하면서 색상의 변질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허윤주기자 rara@
  • 집중취재/ 금융부실 눈덩이…대책은 없나

    금융권의 부실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그러나 부실채권이 얼마나 되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정부가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규모 공적자금을투입해 처방했지만 그 유용성과 부실채권 규모에 대한 논란은 그치지 않고있다.부실채권의 정확한 규모는 얼마인지,기관마다 추정치가 왜 다른지,이를줄이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를 짚어본다. 부실채권 규모에 대한 주장은 기관마다 제각각이다.110조∼120조원설,160조원설 등 천차만별이다.민간연구소나 외국계 기관들은 100조가 넘는 것으로본다.그러나 정부는 91조2,000억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지난해말 현재 금융권의 잠재부실채권규모가 110조∼120조원 규모라고 밝혔다. 대우경제연구소는 지난해 10월 금융권의 총부실규모가 99년말 기준 103조7,000억∼136조7,000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세계은행(IBRD)의 고위관계자는지난해 6월 한 토론회에서 99년 5월말 현재 부실채권규모가 160조원선이라고밝히면서 부실기업 처리지연 등에 따라 더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부실 규모를 산정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경연의 주장에 대해 정부는 이자를 내지 못하는 기업들의 비율을 기초로역산한 것으로 신뢰성이 없다고 반박한다.그러나 민간기관들은 금융부실을더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국민들은 정부가 고의로 부실 규모를 축소하거나 숨기려는 것은 아닌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금융정책에 대한 불신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다. 부실 규모가 크면 클수록 금융구조조정은 더 시급하다는 얘기가 된다.구조조정의 비용도 당연히 많이 들게 된다.이 부분에서도 정부와 민간·외국기관의 주장은 엇갈린다.부실의 규모를 얼마로 보느냐에 따른 시각차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한국의 금융 구조조정비용을 140조원으로 잡아 놀라게 했다.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제2정조위원장은 구조조정을 위한 공적자금이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의 이자 40조∼60조원 등을 포함,85조∼10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삼성증권은 지난 4월말 현재 부실자산은79조원이며 이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약 42조원의 공적자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정부는 추가소요될 공적자금 규모는 올해 20조원,내년에 10조원만 있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민간이 옳으냐,정부가 옳으냐 하는 논쟁은 중요치 않다.부실의 기준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다.중요한 것은합당한 기준에 따라 금융부실의 규모를 정확히 계산해 노출시키는 것이다. 노출된 부실에 따라 금융구조조정의 일정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진행시키는게 금융 불안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현갑기자 eagleduo@. *추가투입 얼마나. 부실채권 규모 왜 차이나나. 정부와 민간연구소가 추산하는 부실채권 규모가 차이가 나는 것은 산정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에 따라 잠재부실 규모를 산정하고 있다.FLC기준은 거래기업체의 연체기간이나 부도여부 등 과거의 금융거래나 원리금 상환실적 뿐만 아니라 경영능력,재무상태,미래의 현금흐름 등을 감안해 거래처의 미래 채무상환능력을 평가하게 된다.이에 따라 거래처의 여신을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한다.정부는 이기준으로 6월말 현재 금융기관의 잠재부실채권의 규모를 발표했다. 반면 한경연은 기업측 입장에서 잠재 부실채권 규모를 산정했다. 이자보상비율과 전체 대상기업의 평균부채비율 214%보다 2배이상 부채비율이 높은 20%의 대상기업에 나간 여신을 부실여신으로 간주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여신에 대한 평가방식에 따라 부실채권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금융감독원 정용화(鄭庸和) 경영정보실장은 “한경연에서 나온 부실채권규모는 기업입장에서 본 것이고,금감원은 은행 등 금융기관입장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에 따라 부실규모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신후식(申厚植)팀장은 “당시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한 경우가 많아 지금 여건과는 달랐다”면서 “리서치는 담당자 주관이 개입되는 만큼 정부수치와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 강문수(姜文秀) 금융팀장은 “조사방법이 다양한데다 대상금액 자체가 워낙 커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국민은 정부가 IMF와협의해 발표한 검증된 통계치를 참고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통계치가 100% 맞을 수 없는 한계를 지녀 가급적 많은 쪽을 염두에 두고 금융구조조정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현갑기자 **
  • 사형수·입양아들의 짧은 만남

    사형수가 미국으로 입양됐던 핏덩이 아들을 28년만에 만나 뜨거운 눈물을흘렸다. 성모씨(52)는 27일 오후 광주교도소에서 아들 도진철씨(28·미국명 에론 베츠)를 힘껏 껴안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훌륭하게 자랐구나.나를 용서해 주겠니” “용서라니요.이젠 힘들어 하지마세요” 통역관 사이를 오가는 말이었지만 전혀 낯설지 않았다.성씨가 품속에서 꺼낸 사진 속에는 진철씨의 어릴적 모습이 생생히 남아 있었다. “엄마 사진은 있어요” “미안하다.구하려고 노력했었는데…” 작달만한 키,오똑한 콧날,시원스런 눈매 등 누가 봐도 둘은 영낙없는 부자지간이다. 이어 진철씨는 교무과 시멘트 바닥에서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무릎을 꿇고큰절을 올렸다.“아버지 용서합니다.저를 태어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들은 미국에 있는 가족들의 사진을 아버지에게 내보이며 양아버지의 안부도 잊지 않았다.미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꺼냈다.만년필이었다.“아버지 매일저에게 편지 쓰세요” 성씨는 “말할 수 없이 기쁘다.와줘서 정말 고맙다“며 아들의 등을 토닥거렸다. 그는 군생활중이던 73년초 생후 6개월 된 아들을 면회소에서 본 게 마지막이었다.그후 아내 도진숙씨는 건강악화로 숨졌으며 이후 진철씨는 79년 광주의 한 보육원에서 미국으로 입양됐다.이때 엄마의 성을 따라 도씨로 호적에올려졌다. 진철씨는 96년 부모를 찾기 위해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면서 1년동안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실패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성씨는 97년 1월 교도소에서 신문을 보고 아들이 자신을 애타게 찾고 있음을 알았다.지난해 청와대 등에 탄원서를 제출해 마침내 상봉이 이뤄졌다. 성씨는 94년 서울 하월곡동 모녀 살인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95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광주교도소에 수감중이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
  • 풍납토성 경당연립 부지 2,900평 사적 추가지정

    문화재청은 지난 21일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안쪽 경당연립 재건축부지 7,913㎡(2,900여평)를 사적 제11호 광주풍납리토성에 추가하여 지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한신대박물관이 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백제시대 건물터와 주거지,저장구덩이 등 유적 190여곳과 “대부(大夫)”글자가 새겨진 항아리 등 많은 초기백제 유물이 출토됐다.이로써 풍납토성의 사적 지정면적은 모두 12만 9,140㎡로 늘었다. 서동철기자
  • [2000 美 대선](7)경제와 선거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미 경제와 대선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재임시 대통령의 인기 역시 경제가 좋으면 오르지만 피부에 와닿는 경기가 안좋으면뚝 떨어진다.때문에 대선 후보들은 경제가 좋고 나쁘다는 변수를 십분 활용,상대를 공격하거나 자신의 업적으로 자랑한다. 클린턴 대통령의 경우 경제상황이 좋아진 98년부터 르윈스키와의 불륜 스캔들로 탄핵 위기까지 맞았음에도 인기도는 50%를 웃돌고 있지만 경제호황이피부로 와닿기 이전에는 최저 30%에서 60%까지 변동 범위를 가졌었다. 그 이전에 부시 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이유도 높아지는 실업률과 재정적자에 대비,30만명에 달하는 공무원을 해고시킨데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이자율을 내려달라는 경제계의 요구를 무시하고 높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인기를 잃었기 때문이었다.이후 부시 전 대통령은자신의 재선 실패를 회고하면서 그린스펀을 ‘고집불통’이라고 혹평했다. 최근 30년만에 나타난 재정흑자와 함께 9년 이상 계속되는 경제성장 추세는 단연 민주당 앨고어 후보에 유리한 변수인 것은 사실이다.4.0∼4.3%대를오가는 전례없이 낮은 실업률은 유권자들이 피부경기에 호감을 갖게 하는데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고어는 향후 10년동안 무려 2조1,700억달러로 예상되는 재정흑자를이용,각종 복지혜택 확충과 시설개선 등에 돌리는 갖가지 무지개빛 공약을제시하느라 연일 분주하다. 재정흑자 규모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2배 이상 불어난 수치이기 때문에민주당은 이를 이용해 교사 충원,학교시설 확충,경찰공무원 증원,특히 의료보험 재원과 사회보장기금으로의 전용을 비롯해 신기술 개발 등을 제시하며수준높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늘어나는 재정흑자를 오히려 민주당을 공박하는 기초로 삼고 있다.공화당은 민주당 행정부가 재정흑자를 낸 것은 이미 레이건 대통령시절부터 다져온 이른바 ‘레이거노믹스’의 영향이 지금 빛을 발하는 것인데다 민주당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너무 많은 세금을 거둬들였기 때문이라고 역공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공화당은 힘들게 일한 국민들이 너무 높은 세금을 물기 때문에 재정흑자를내기 이전,이를 경감시켜야 한다며 감세 논쟁을 꾸준히 이끌고 있다. 공화당의 부시 후보는 재정흑자 가운데 5,860억달러를 세금환급과 의료사업,국방예산 확충 등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예상되는 흑자 가운데 1조달러는 감세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명 호경기는 대권주자들에게 이익이 많다.그러나 최근 들어 그린스펀 FRB 의장은 과열이 우려되는 미 경제를 연착륙시키기 위해 지난해 8월27일부터올 6월16일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이자율을 계속 인상,호경기가 주춤해지는 형세를 보이고 있다.소비자 물가지수가 지난달 0.6%가 올랐는가 하면 높아진 기름값 역시 임금인상분을 잠식하고 있어 경기호황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고어와 부시 두 후보의 공약이 언제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발전할 지 모르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을만큼 예민한 시점이기도 하다. 앞으로 대선 날짜인 11월7월까지는 약 4개월 정도 남았지만 경기가 어떻게바뀔지는 매우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후보들은 경제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hay@. *減稅 딜레마…경제‘뜀박질’채무‘눈덩이’.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미 대선에서 경제를 둘러싼 논쟁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세금을 경감시킬 것인지 여부.그리고 그 전면에 선 것이 이른바‘결혼벌금(marriage penalty)’에 대한 논쟁이다. 결혼세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부부가 결혼해 소득이 높아지면 그만큼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누진세의 불합리함 때문에 이렇게 불린다. 이 때문에 대개 남녀가 각자의 직장을 갖는 게 보통인 미국에서 결혼하면그만큼 손해라는 인식이 나타나 일부는 결혼을 미룬 채 동거만 하는 경우가많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미 하원은 20일 논란 끝에 부부의 소득세를 앞으로 5년 동안 900억달러 경감시킨다는 법안을 통과시켜 상원에 회부했다.상원도 이를 통과시키고 클린턴 대통령이 이에 서명하면 ‘부부벌금’은 앞으로 한결 가벼워질 전망이다. 세금 경감을 놓고 이처럼 민주당과 공화당이 설전을 벌이는 것은 미국 정부가 엄청난 부채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사상 유례없는 엄청난 경제호황 속에서도 미국이 경제를 관리하는 고삐를 늦추지 못하는 것도 이 부채 때문이다. 미국의 부채는 재정흑자 가운데서도 계속 불어나 5조6,00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미국민 한사람당 2만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는 꼴이다.워낙 규모가 커한해 갚아야 하는 이자만 2,000억달러에 달한다. 클린턴 행정부는 국가부채를 없애기 위해 재정흑자가 불가피하며 따라서 세금을 감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클린턴 행정부는 현재와 같은 재정흑자가계속되면 10년 내에 국가부채를 모두 갚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화당은 국가부채를 없애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지금 미국의 세금이 지나치게 과도하게 부과돼 국민들의 일하려는 의욕을 꺾고 있으며이는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불러 장기적으로 국가부채 해소에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논리로 민주당을 공박하고 있다.
  • 時空초월 시대의식 형상화

    서울대박물관이 처음으로 설치미술전을 열고 있다.21일 개막한 ‘역사와 의식,초대작가 5인의 설치미술전’(9월 16일까지)이 그것으로 윤동천,임옥상,조덕현,문주,박성태 등 중견작가들이 참여했다.전시 장르를 설치미술로 택한 것은 대학박물관이 더이상 옛 유물이나 보관하는 ‘과거의 공간’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작가들은 역사적 상상력이 넘치는 조형언어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윤동천과 임옥상은 ‘꽃바다’와 ‘일어서는 땅-2000’을 각각 내놓았다.‘꽃바다’는 최근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 때 시민들이 대로에서 붉은 종이꽃을 흔들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작가는 철구조물 가운데에 길을 내고 양옆에 붉은 종이꽃들을 쭉 꽂았다.모터에 의해 움직이는 꽃들은 소리를 내며요동을 치기도 한다. 임옥상은 80년대 민중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다.우리 민족정서의 한 특징으로 땅에 대한 애착을 드는 그가 늘 생각하는 주제는 땅이다.그것은 웅덩이,얼룩,성지,들불 등 여러 제목의 작품들로 구체화됐다.그의 작품에서 땅은 흔히 메말라있거나 가운데에 붉은 색의 웅덩이나 얼룩이 있는 형상으로 나타난다.이에 대해 임옥상은 이렇게 말한다.“웅덩이는 대지의 자궁,대지의 영성을 노출시키는 매개다.나는 그것을 통해 땅의 분노,땅의 원한은 물론 땅의생명력,어머니의 기능을 되찾으려 한다.” ‘일어서는 땅-2000’에도 함지박처럼 움푹 패인 땅의 흔적이 뚜렷하다. 조덕현 또한 흙이라는 물성에 관심을 보이는 작가다.그의 작업은 가상의 고고학적 발굴이라는 개념으로부터 출발한다.그는 지난 4월 전남 영암 구림마을 설치작업을 통해 마치 진시황의 도용(陶俑)처럼 열 지어 서있는 개의 형상들을 선보인 바 있다.이번에 내놓은 ‘낯선 과거로부터’는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작업이다. 문주는 10대의 TV모니터로 연출한 ‘시간의 바다’란 작품을 통해 시간이갖는 의미를 반추케 한다.첨단의 매체를 이용하면서도 동양적인 사유와 서정을 담고 있는 것이 그의 작품세계의 특징이다.박성태는 옹기 속에 흙으로 빚은 갓난아기의 모습을 반쯤 드러낸 ‘천상의 꽃’이란 그로테스크한 작품을보여준다.무분별한 낙태 혹은 인간복제에 대한 저항의 몸짓이다. 한편 서울대박물관은 이번 설치전에 이어 고구려 의상과 장신구를 소재로한 패션쇼와 조선말 화가 오원 장승업 작품전을 가을과 겨울에 차례로 열 예정이다.특히 장승업전은 오원의 작품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아 소개하는자리란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오원의 작품은 150∼200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오원 문하의 안중식과 조석진을 통해 배출된 변관식,허백련,김은호,이상범,박승무,노수현 등을 염두에 두면 개인소장품들이 상당수 숨어 있을가능성이 크다.서울대박물관은 개인소장가 등을 대상으로 오원의 작품을 모으고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지방자치5년 현주소와 문제점](7)각종 행사의 홍수사태

    ‘행사로 날이 지고 샌다’ 지방자치제가 정착돼가면서 지자체가 행사단체로 전락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그만큼 행사가 빈번하다.다양성을 추구하고 주민화합을 도모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단체장 입지확보를 위한 전시성 행사에 시간과 예산을낭비한다는 지적이 함께 일고 있다. 목적이 따로 있기 때문에 주민이나 참가자보다는 단체장과 공무원 위주로행사가 흘러 마찰을 빚곤 한다. 국제행사들의 경우 행사내용이 빈약해 찾는 외국인이 얼마 되지 않는데다내용도 비슷비슷해 ‘국화빵’ 행사라는 지적이 따라다닌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는 올초 총리실에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제행사심사위원회를 설치해 지방자치단체들의 무모한 국제행사 개최를 억제하기로 했다.중앙정부는 지자체들이 개최하는 행사들이 겉모습과는 달리 수익성도 없이 국고를 낭비시키고 지방재정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가을 경기도 하남시가 개최한 국제환경박람회는 허울좋은 빚잔치로끝났다.무모한 계획으로 막대한 적자를 안겼고 관중동원으로 물의를 빚기도했다.환경행사답지 않게 폐막후에는 폐기물 처리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행사가 조금 잘 된다 싶으면 단체장이나 공무원이 ‘젖가락’을 얹으려 해마찰을 빚기도 한다. 아시아 최대의 문화예술축제로 자리잡고 있는 광주비엔날레는 공무원들이예산권을 무기 삼아 예술행사를 좌우하려해 예술인들이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이 때문에 광주비엔날레는 관람객이 1회 160만명,2회 90만명,3회 60만명으로 내려앉고 있다.예술인들은 이러다가는 상하이 비엔날레나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에 추월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기도 과천의 세계마당극큰잔치도 공무원들이 대거 참여하는 운영개편안을 내놓고 공동집행부를 구성하려다 시의회로부터 견제를 받기도 했다. 각종 행사와 이벤트 속에 단체장들은 행사장에서 행사장으로 뛰어다니고 있다.주민 의견 수렴이라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행정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150여건의 시주관 행사를 치뤘다.1주일에 2∼4번의 행사를 치른 셈이다.최기선(崔箕善)시장은대부분의 행사에 참석한다.행사 가운데는 보고회와 간담회 등 시정수행을 위해 필요한 행사도 있지만 단순한 문화·체육·주민행사도 많은 편이다.더욱이 주민이나 민간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에도 시장이 참석하는 경우가 많아 시장의 일정은 빡빡하기만 하다. 전시성·낭비성 행사 남발은 기초단체일수록 더욱 심하다.인천시 연수구는지난 5월 20일부터 26일까지만 구민노래자랑,구민생활체육대회,구합창단 발표회,동대항 여성가요합창대회 등 4건의 행사를 가졌다.신원철(申元澈) 구청장은 이들 행사에 모두 참석하느라 진땀을 흘렸지만 주변에서는 정치적 야심을 갖고 있는 신 구청장이 지나치게 예산낭비성 행사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신 구청장은 98년 7월 송도매립지에서 세계적 규모의 록페스티발인‘트라이피아’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가 기획사의 펑크로 4,200만원의 예산만 날렸다. 행사 예산이 모자라 기업체 등에 손을 벌리는 모습마저 심심찮게 보인다.97년부터 매년 국제영화제를 개최해온 경기도 부천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예산만으로는행사를 치르기 어렵자 관내업체들로부터 수억원에 달하는 찬조금을 거둬들여 물의를 빚었다. 조성권(趙成權·43·인천시 남구 관교동)씨는 “단체장들이 행사에 지나치게 연연하는 것은 민생복리보다는 정치권 진출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며 “자신들의 입신을 위해 펑펑 쓰는 돈이 시민들로부터 거둔 세금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hjkim@. *후유증 앓는 하남 환경박람회. ‘환경 그 생명의 시대 개막’이라는 거창한 문구를 내걸었던 하남 국제환경박람회는 ‘허울좋은 빚잔치’‘비리 박람회’라는 불명예를 얻은 채 곳곳에 커다란 후유증을 남기고 말았다. 행사 뒤 나타나고 있는 자치단체와 주민과의 불협화음을 해소하기 위해 시는 여러가지 이유를 대고 있지만 주민들을 납득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지난 겨울 생계보호비를 못받은 일부 생활보호대상자들은 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박람회의 적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 지난해 9월21일부터 한달간 열린 열린 하남국제환경박람회는 모두 219억원의 시예산이 투입됐다.그러나 주먹구구식 운영과 준비부족 등으로 10일간의행사연장에도 불구하고 무려 13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예상관람객수는 당초 예상의 30%수준인 40여만명에 불과했다.1,000만원의웃돈까지 주고 입주한 일부 상인들도 심각한 적자를 경험해야만 했다.박람회 진행을 맡은 도우미들까지 임금걱정을 했고 아르바이트에 나섰던 많은 대학생들이 도중에 일자리를 잃었다. 관람객 부족으로 학생을 동원하는 추태도 보였고 시청 직원과 동사무소 직원에게 표팔이를 시키며 대금을 조직위원회에 입금토록 지시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비리의혹도 줄을 이었다.회계의혹과 관련해 환경부가 조사를 벌여 상당수가 간이영수증으로 처리됐으며 계약서 리스트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조직위원회가 입주업체와 이면 계약을 맺었다는 등의 의혹으로 환경부장관이 직접 조사를 천명하기도 했다. 환경박람회가 환경을 파괴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행사가 끝난뒤 행사장 곳곳에는 고철덩이가 수북이 쌓였고 참가업체들이 버리고 간 장식대와 나무패널 등 온갖 폐기물이나뒹굴었다. 이동식 화장실도 제때 치워지지 않아한강둔치를 찾은 주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주민들은 아직도 ‘이런 박람회를 누가,왜 개최했는가’라고 묻고 있다.그런데도 시는 이 행사를 2년에 한번씩 열리는 정기행사로 정착시킨다는 대책없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 *어느 단체장의 일과. 지난 6일 경기도 H군 W군수의 하루는 새벽 7시부터 시작됐다.관사를 나선군수는 7시30분 G호텔에서 열린 상공회의소 주관 조찬간담회에 참석했다.업체 대표들에게 최근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공장총량제에 대해 설명하고 군정에 협조해 줄것을 당부했다.간담회가 끝나자 마자 군 특색사업인 ‘충·효·예향지 순례’행사에 나서는 주민들을 격려하기 위해 출발지로 향했다.아침 회의를 못했기 때문에 차안에서 전화로 주요 업무를 보고 받고 지시를 내렸다. 예향지 순례행사에 이어 10시 인근 사찰에서 열리는 순국선열 위령제 행사에 참석한 후 11시쯤 군청에 도착했다.결재서류와 어제 끝내지 못한 서류 등을 챙겨본다.12시 인근 지역 기관장들과의 정례 모임에 참석,오찬을 함께하며 협조를 구한다. 오후 2시부터 3시까지는 민원현장을 찾아가 주민대표및 이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애로 및 건의사항을 들었다. 간담회가 끝난후 5시로 예정된 민간 사회복지시설 창립기념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10여㎞가 넘는 먼길이지만 군수가 직접와서 축사를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오전에 내린 지시의 진행상황은전화로 점검할 수밖에 없다. 군의원들과 만찬을 한후 관내 구획정리사업현장을 찾아갔다.토지보상문제와관련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어 주민대표들을 설득하는데 1시간가량 보냈다.9시쯤 돼서야 간담회가 끝났다. 공식일과는 저녁 9시쯤 끝나지만 현안이 있는 날이면 자정이 다돼야 관사로퇴근한다. W군수의 스케줄은 거의 매일 비슷하다.하루 평균 4∼5건의 행사가있으며 어쩌다 없는 날이면 하루종일 민원인과 씨름한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
  • 한국출신 女프로복서 고국서 세계타이틀전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태생의 여자 프로복서가 평생 소원이던 고국을 방문,세계타이틀전을 치른다. 주인공은 현재 IFBA(국제여자복싱협회) 주니어플라이급 세계랭킹 2위 킴 메서(34).킴 메서는 새달 5일 서울 코엑스 특설링에서 타코노 유미(일본)와 공석중인 챔피언자리를 놓고 대결한다.전적은 킴 메서 8승2무1패, 타코노 9승1패. 킴은 150㎝의 단신에도 불구하고 화끈한 경기로 ‘파이어볼(fireball·불덩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킴은 어릴때부터 ‘만능스포츠우먼’으로 통할만큼 운동에 재능을 보였다.중·고교때 발레와 체조선수로 활약했고 대학때는 태권도,킥복싱 등 격투기를 배웠다.이전 킥복싱 선수로 활약하며 3차례나ISKA(국제스포츠 가라데·킥복싱협회)와 WKA(세계킥복싱협회) 세계챔피언에올랐다. 66년 서울생인 킴은 다섯살 때 서울역 근처에서 부모와 헤어졌다.그 뒤 고아원을 통해 미국인 존스부부에게 입양돼 오리건주 실버튼에서 자랐다.킴은이번 타이틀전을 통해 낳아준 부모와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다.타이틀전이 한국에서 열리게 된 것도 그녀의 이같은 희망이 반영된 결과다. 박준석기자 p
  • 학생발명전시회 대통령상 수상 김효종군

    “더 열심히 발명에 몰두해 기술력있는 벤처기업가가 되겠습니다” 5일 열리는 ‘제13회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받는 김효종(金孝鍾·16·경북 금오공고 1년)군은 ‘학생 발명왕’으로 통한다.초등학교 때부터 크고 작은 발명에 몰두해온 그는 지난 1년간 연구끝에 경사진 언덕길이나 웅덩이,턱을 쉽게 지나갈 수 있는 휠체어 개발에 성공했다. “대학캠퍼스에 놀러갔다가 휠체어를 탄 대학생 형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고생하는 걸 보고 편리한 휠체어를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김군은 곧바로 ‘발명 일지’에 휠체어의 문제점을 기록하기 시작했고,인터넷 등을 통해 휠체어에 대한 모든 자료를 수집했다.그러나 문제점을 개선하고 편리한 휠체어를 만드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다. “6개월간 연구했지만 잘 되지 않아 결국 중고 휠체어를 구입,30여번이나분해하고 조립면서 다양한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수십번의 시행착오끝에 지렛대의 원리를 적용시키고,후진 방지용 고무 롤러를 개발했다.핸들과 연결된 휴대용 손잡이를 사용해 휠체어 바퀴를 큰 힘으로 회전시켰다.특히 경사진 언덕에서 후진되지 않도록 신경썼다. 김군의 발명에는 같은 학교 교사인 아버지 김용학(金用鶴·44)씨의 도움이컸다. 앞으로 컴퓨터를 통해 세계 각국의 발명 아이디어를 수집,‘계단을 오르내리는 휠체어’도 발명하겠다고 밝혔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진도 ‘모세의 기적’ 바닷길 관광객 조개잡이 금지

    ‘신비의 바닷길 무슨 재미로 가나’ 이제 일부 관광객들로부터 이같은 푸념이 터져 나오게 됐다.최근 바닷물이갈라지는 전남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 바닷가에 ‘어패류 채취 금지’라는 경고 팻말이 세워졌다. 진도군은 29일 신비의 바닷길 훼손상태가 심각하다는용역결과에 따라 어패류와 해조류 채취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모세의 기적’을 보여준 5월 4∼6일,6월 2∼4일 두차례에 걸쳐 고군면 회동∼의신면 모도를 잇는 2.8㎞에는 전국에서 40여만명이 몰려 들었다. 이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바지락이나 낙지,미역 등을 채취하기 위해 호미와괭이로 바닷길 곳곳을 마구 파헤쳤다.이 때문에 폭탄맞은 흔적처럼 물 웅덩이 수백개가 생겨났다.수로처럼 물골 100여m도 만들어졌다.매월 1∼2차례씩 바닷길이 열리기 때문에 이같은 일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주민들은 “95년까지 바닷길은 물웅덩이 하나 없이 선명한 띠 형태를 이뤘으나 최근들어 원형이 크게 훼손됐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관광객들에게 현장체험을 즐기도록 하기 위해 채취를허락했으나 이제는 바닷길 원형을 보전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진도 남기창기자
  • [외언내언] 춤바람

    춤은 희로애락을 말없이 표현하는 몸의 언어이다.격렬한 춤의 환희는 춤추는 사람만이 안다.춤도 가지가지이다.의식(儀式)적인 궁중춤과 함께 종교적인 의미가 강한 승무가 있다.요즘의 힙합이나 ‘도리도리춤’(테크노댄스)은스스로 흥겨워 추는 춤인 반면 가혹한 현실을 잊으려는 중국 조선민족의 ‘아박춤’도 등장했다. 우리나라 양반들은 춤을 보는 것에 만족했지만 서민들은 일하면서 춤을 즐겼다.그나마 춤은 근대화 이후 서민생활에서 멀어져 갔다.영화에서 보듯 마을축제에서 스스럼없이 춤을 추고 즐기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춤은 밀실로퇴행했다. 제비족들이 카바레나 댄스홀에서 “사모님,한곡 땡길까요”라며장바구니 든 아낙네에게 접근,농락의 대상으로 삼을 때 춤을 활용했다.‘춤=탈선’이 연상될 정도이다.1955년 바람둥이 박인수가 70여명의 미혼여성을유혹한 것처럼 춤은 늘 ‘정신나간’ 소수의 오락이었다.관광버스에서 뛰며춤추거나 야외에서 한판 춤을 추는 주부나 할머니는 우선 여론의 비난 대상이 되어왔다. 70년대 이후 탈춤과 판굿이등장,‘민중’들의 생활에서 일과 춤의 일치를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대학가 축제때 등장한 포크댄스는 그저 파트너를만나 즐기는 일회성 행사에 그쳤다.지난 87년 6·29때와 이한열군 장례식때서울대 이애주 교수가 춘 ‘시국춤’ 또는 ‘바람맞이춤’이 강한 인상을 주었지만 역시 ‘보는 춤’에 머물렀다.일부 평론가는 “과연 그것이 춤이냐”는 논란을 제기했다.운동권 대학생들이 서로 엉덩이를 부딪치는 ‘해방춤’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그런 과거와 비교하면 요즘은 춤의 해방시대를 맞은 듯하다.대학에 사교춤강좌가 개설되고 아무리 노래 잘하는 가수들도 춤 못추면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이다.DDR(댄스댄스 레볼루션)란 오락기가 춤 열풍을 불러오더니 전지현 등 춤 광고로 일약 벼락같이 출세한 모델도 줄짓고 있다.일본영화 ‘쉘위 댄스’처럼 중년 남자들도 춤을 배우고 학교 교사들은 춤에 운동성격을가미한 스포츠댄스를 배워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래도 춤은 아직 한국인의 생활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있다.대부분 홀로스트레스 풀거나 무대예술로 감상하는 수준일 뿐이다.어쩌다가 공적 모임에서 춤이 등장하면 최근 육군 장교 부부동반 모임처럼 성추행 시비까지 일어날 정도로 생활에서 춤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춤종류도 왈츠,퀵스텝,삼바에다 남미계통의 살사와 재즈 댄스로 다양화되고 있지만 외국바람만강하다.우리 고유의 탈춤과 민속춤은 보급과 개발에 신경을 쓰지 않은 탓에뒷전에 밀리고 있다.현재 춤바람은 정말 방향이 빗나가는 것인지 모른다. 이상일 논설위원.
  • [50돌에 되돌아 본 6.25](2)최대격전 안강·다부동 전투

    “이땅에서 전쟁은 영원히 사라져야 합니다.” 6·25전쟁 50돌을 나흘 앞둔 21일 조선시대 사상가 이언적(李彦滴)선생의사당이 있는 경북 경주시 안강읍 양동리에서 만난 학도병 출신 참전용사 김영재(金泳在·69·경주시 용강동·상이2급)씨의 피맺힌 절규다. 전사(戰史)에 ‘최후결전 안강전투’로 기록돼 있는 이 지역은 본래 경주북쪽에 위치한 평야지대였다.동쪽으로는 포항,서쪽으로는 영천이 이웃한 요충지로 포항∼영천을 잇는 낙동강 방어선의 중심지였다.당시 송요찬(宋堯讚)대령이 지휘한 국군수도사단과 이종찬(李鍾贊)대령의 3사단이 북한군 2군단,12사단의 8∼9월 두 차례에 걸친 공세를 저지하며 반격의 기틀을 다졌던 6·25전쟁 최대 격전지중 한곳이다. 20여일 동안의 안강전투가 끝나갈 무렵인 50년 9월20일 오른쪽 가슴에 관통상을 입고 아직도 투병중이라는 김씨는 “160명이던 중대원이 하루밤 사이에20여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악몽 같은 그날을 회고했다. 김씨는 경주공업중 5학년이던 50년 8월15일 입대,열흘 동안 기초군사훈련만받고 전투에 투입됐다. 당시 안강은 낮에는 미군 전투기의 지원을 받은 국군이,밤이면 게릴라전에능한 인민군이 점령하는 등 밤낮으로 주인이 바뀌는 숨막히는 전투가 이어졌다.전사에는 남북한 군인 2,500여명이 전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전쟁이 휩쓸고간 상처는 5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꽃다운 젊음이 무수히 사라진 전장터는 신록만 무성할 뿐이었다. 온통 핏빛으로 물들었던 안강 양동 골짜기는 지난 68년 저수지로 바뀌었다. 동족상잔의 한맺힌 땅이 포항시민들의 식수원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희생자들의 넋을 떠올리며 낙산 1·2교와 동해남부선 철도가 가로지르는 100m 폭의 형산강 옆 야산에 자리잡은 전적기념관쪽으로 발길을 돌렸지만 기념관은 건설회사의 부도로 짓다만 채 흉물처럼 버려져 있었다. ‘잊혀져 가는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며 안강에서 자동차로 2시간여를 달려 낙동강 물결이 굽이치는 경북 칠곡군 왜관에 도착했다. 다부동지역은 50년 8월1일부터 9월24일까지 50여일간 북한군 4개 사단,아군2개 사단이 투입돼 아군 2만5,900명과 북한군 3,500명이 목숨을 잃은 혈전의현장이다. 이곳에서는 경북도와 칠곡군 주최로 23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낙동강 세계평화의 제전’ 준비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24일에는 희생자 위령제가,25일에는 ‘낙동강 평화 선언식’이 이어진다. “가신 님의 짧은 인생은 겨레와 함께 영원히 살아가리”.최대의 격전이 치러졌던 가산면 다부리 유학산 왼쪽 봉우리 중턱에는 애절한 글귀가 새겨진호국용사 충혼비가 세워져 있다.기념관 방명록에는 미국 등 참전군인들의 서명이 줄을 이었다. 최근 육군본부가 실시한 6·25전사자 유해발굴 결과 이곳에서 모두 117구의유해와 유류품 1,038건이 발굴됐다.이곳에서 나온 북한군 유골 2구는 경기도파주시 적성면의 적군묘지로 옮겨져 안장됐다. 다부1리에 사는 최사순(崔四順·80)씨는 “피란에서 돌아오니 군인들의 시신이 널부러져 있어 구덩이를 파고 30∼40구씩 끌어묻는 데만 꼬박 닷새가걸렸다”면서 “이렇게 묻은 시신만 해도 족히 300구는 될 것”이라며 어느덧 눈시울을 붉혔다.이곳도 최근 개설된 등산로를 따라 산새 울음소리와 패랭이꽃만 만발할 뿐전쟁의 흔적은 간데 없었다. 낙동강전선 최대 격전지였던 안강과 다부동은 남북 화해의 시대를 맞으면서평화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안강·왜관 송한수기자 onekor@
  • 여름철 피부질환, 강한 햇볕·높은 습도가 문제

    여름철엔 강한 햇빛과 높은 습도로 인해 여러가지 피부질환이 생기기 쉽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야외활동이 많아지면서 화상이나 알레르기,색소성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여름철 흔한 피부질환의 증상과치료,예방에 대해 알아본다. ◆ 화상. 햇빛에 심하게 노출된뒤 피부에 급성 염증반응이 생긴다.주로 피부가 붉어지고 붓는데 심하면 온몸에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심하지 않으면 찬물·얼음찜질이나 스테로이드제를 바르는게 좋다. 아무 약이나 바르면 부작용이 생길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할 것을 의사들은 권한다. 화상을 입히는 자외선은 대개 일광차단제(선크림)로 막을 수 있으므로 야외에 오래 있을때는 적절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선크림은 차단지수가 높을수록 피부 자극이 크므로 보통 차단지수 30을 넘지않는 것을 쓴다.선크림외에 화장이나 모자·양산·긴옷을 사용하고 오전11시∼오후3시엔 햇빛을 피한다. ◆ 광과민성 피부질환. 햇빛을 쪼인후 두드러기가 나타나거나 가려움증,발진이 돋는 등 매우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포피리아’ 등 대사 이상질환이나 ‘홍반성 낭창’같은면역질환,약이나 화장품 비누 등에 의해 생길 수도 있으나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주로 옷으로 가려지지 않는 부위에서 시작된다.마음대로 약을 복용하거나 바르면 부작용을 유발하거나 증상을 변화시켜 정확한 진단을 어렵게 하므로 삼가야 한다.광선,혹은 내부질환,외부의 물질과 광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인지를 알아내 근본 치료를 해야 한다. ◆ 어루러기(전풍). 피부에 연한 갈색의 얼룩무늬가 생기며 긁거나 문지르면 비듬같은 것이 일어난다.둥글둥글한 반점이 앞가슴과 겨드랑이 등 땀을 많이 흘리는 곳에 생기며 팔,목,얼굴로 확산된다.처음엔 콩알만한 반점 크기지만 동전 모양으로커지며 등에 넓게 퍼지기도 한다.일단 생기면 상당기간 재발할 수 있다.초기에 항진균제로 쉽게 치료할 수 있으나 진균제에 따라 효과가 없을 수 있고재발이 잦아 전문의와 상의하는 게 좋다.대부분 곰팡이 억제약을 바르거나항생제를 복용하면 치료가 된다.목욕을 자주하되 몸의 물기를 잘 닦아내야한다. ◆ 무좀. 발이나 회음부,손·발톱,머리,턱수염 등 다양한 부위에 나타난다.손발톱에생기면 두꺼워지고 쉽게 부서지며 색이 변하는 등의 증세를 보이며 머리 턱수염및 콧수염에 생기면 털이 쉽게 빠진다.피부만 침범하는 곰팡이에 의해생기는 질환이므로 항진균제를 사용해 치료한다.어떤 무좀은 물집이 생기고진물이 나는 경우가 있으나 습진과는 다르다.피부가 오랜동안 축축한 상태로방치되지 않도록 습기를 제거하는게 중요하다. ◆ 간찰진. 두 피부면이 맞닿는 부위에 생기는 염증성 피부염.살갗이 붉게 짓무르며 가렵거나 화끈거린다.목의 주름,팔꿈치,관절이 접히는 부위,무릎뒤,엉덩이 등다양하게 생기며 곰팡이나 세균의 2차감염에 따라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피부를 깨끗이 하고 파우더를 뿌려 마찰을 방지하면 나아질 수 있다.염증이심하고 2차감염때는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없이 피부질환치료제 등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 색소성질환. 흔히 기미나 주근깨 등을 말하는데 햇빛을 쪼이면 더욱 악화된다.주근깨는코 뺨 등에 0.5㎜쯤 크기의 작은 갈색 반점들이 무리지어 나타난다.가장 중요한 것은 햇빛 노출을 막는 것.피부색이 하얗게 변하는 백반증의 경우 햇빛을 쪼이면 일광화상을 입을뿐 색은 변하지 않으나 주위의 정상 피부색이 짙어짐에 따라 색조차이가 뚜렷해지므로 병이 악화되는 것처럼 생각될 수 있다.얼굴이 희끗해지는 마른버짐도 백반증과 같은 이유로 여름에 더욱 뚜렷해진다.색소성 질환을 갖고 있거나 앓았던 사람은 철저한 예방과 함께 치료를 해야 한다.일광차단제를 바르면 기미나 주근깨의 색이 짙어지는 것을 어느정도막을 수 있고 백반증 부위도 화상을 줄일 수 있다. 김성호기자 kimus@
  • 할리우드 신예감독 제임스 맨골드 ‘처음 만나는 자유’

    열일곱살 소녀가 보드카에 아스피린 한통을 털어삼킨다.학교 전체를 통틀어유일하게 대학진학을 못한 열등생.자살은 미수에 그치고,그 일로 그는 가족에 등떼밀려 정신병원에 갇힌다. 풀풀 먼지날리는 일상을 문득 낯선 눈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영화에는있다.‘캅랜드’로 이름을 얻은 할리우드 신예감독 제임스 맨골드는 그 점을간파한 듯싶다. 99년작 ‘처음 만나는 자유’(원제 Girl,Interrupted)는 카메라를 일상의 눈높이에다 고정시킨 다음,작은 이야기를 큰 울림으로 변주할줄 아는 영화다. “세상의 혼돈에서 빠져나가고 싶어” 자살을 기도했던 수잔나 케이슨(위노나 라이더)은 끌려가다시피한 정신병원에서 또다시 강경한 벽과 맞닥뜨린다. ‘경계성격장애’라 진단받은 그의 눈에도 그곳의 또래 소녀들은 모두 비정상이다.심리불안으로 줄창 통닭만 먹어대는 데이지,휘발유를 붓고 불을 지른자해로 얼굴이 일그러진 폴리, 마법의 나라에서 사는 게 꿈인 룸메이트 조지나….기름처럼 겉돌던 수잔나는 6년째 요양원 생활을 하면서도 적응을 못해방황하는리사(안젤리나 졸리)를 사귀면서 마음을 연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누가 긋는 것인지,중반을 넘어선 영화는 질문을 던진다.세상의 질서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격리된 이들은 자신들을 비정상이라 몰아친 바깥세상이 차라리 더 모순덩이로 보인다.그 항변을 떠맡은건 리사다.그는 번번이 탈출을 시도하지만 끝내 사회와 어울리지 못하고 되돌아온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에게 세상과 화해하는 길을 열어놓는다.“인간에게는 거스를 수 없는 삶의 역류가 있다”며 스스로를 학대하던 수잔나는 결국 집으로 돌아간다.집으로 향한 차안에서 그는 독백한다.‘의지가 꺾였거나 비밀을간직하고 있다고 미친 것은 아니다. 진실하지 못하면 누구나 미친 것일 수도있다’도발과 반항적 이미지를 동시에 지닌 안젤리나 졸리는 이 영화 한편으로 상복이 터졌었다.올 초 개봉된 ‘본 콜렉터’에서의 여자경찰때와는 전혀 다르게 상처받은 영혼의 내면을 잘 연기했다.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전미 방송영화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 등을 따냈다. 60년대 시대배경과 올드팝,미디엄샷으로 뽑아낸 화면이 안정적이다.에피소드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간 탓에 영화의 스케일은 오히려 왜소해졌다. 인기광고에서 훔쳐온 듯한 제목도 실패다.이 제목으로는 여성 버디무비의 민감한주제의식을 온전히 전달할 수가 없다. 24일 개봉황수정기자 sjh@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3)잃어버린 먹거리

    고한 김일성 주석과 공개석상에서 또는 비공식으로 수십여 차례 만났던 얘기는 책 한권을 엮을만큼 많은 사연이 있지만,그동안 가장 미묘한 부분이기 때문에 한번도 제대로 써서 발표한 적은 없었다.몇 년 뒤의 회갑 때에 가서나회고록 안에서 정리를 해볼 작정이다. 맨 처음에 만났을 때에는 다 알려진 바와 같이 문익환 목사 일행과 동석한자리였다.접견 장소로 들어가는데 그가 집무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서있었다.체격이 크고 쇳소리가 나는 음성이었다.김 주석은 그의 젊은 시절의 사진들에서 보는 바와 마찬가지로 호남자의 인상이었다.완전한 백발은 아니고 회색의 반백 머리를 올백으로 넘겼는데 특히 인상적인 것은 눈썹이 짙고 길게 드리워져 있는 점이었다. 원형의 식탁에 모두 둘러 앉았는데 주석을 중심으로 오른편에 문목사가 왼편에 내가 앉고 수행원들도 함께 앉았다.그는 당시에는 살아 계시던 문목사 노모의 안부도 물었고 용정이나 북간도 시절의 추억도 말했다.문목사는 만주용정에 살 때 집에 독립운동가들이 수많이 묵기도 하고 드나들기도 했는데안중근 의사도 모친이 대접해드린 일이 있다고 말했다. 김주석도 만주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중국 항일군들과 연대할 때에 중국인부락을 지나다가 군량을 보급 받거나 숙박하고 나서 돈이 없으면 간단한 차용증을 써주고 ‘조선인민혁명군 김사령’이라는 글을 남기곤 하였는데,중국혁명 이후에 옛날 지주들을 척결하면서 김사령의 차용증을 지닌 지주들은 거의 다 사면했다는 말이 있더라고 중국정부의 간부들 가운데서 자신과 가장가까웠던 주은래가 전하더라면서 웃었다.그는 특히 옛날 중국의 시 속에서나 꺼우리 라는 만주 지역 사람들의 성씨에도 나타나듯이 만주는 고구려의 옛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의 서안을 비롯한 예전 고구려 땅에서 남에서는 ‘식혜’라고 하는 감주를 담가 먹는다는데 등소평이가 감주를 썩 좋아한다면서,그 너르고 기름진 땅을 우리 조상들이 국토로서 보존해내지 못했다고 아쉬워 하였다.그렇지만 함경북도 일대에는 한때 여진족이 살았다고 하면서 아오지 탄광의 아오지는 ‘불타는 돌’이란 여진 말이며,주을 온천의 주을은‘뜨거운 물’이라는 여진 말이라면서 인민들 중에도 예전 여진의 성을 가진 사람이 간혹 있어서 모두우리 식으로 고쳐 주었다고 했다. 일행 중의 누군가가 느닷없이 주석님 어머님이 전도부인이 아니셨느냐고 묻자 그는 잘 못들었다는 시늉으로 귓가에 손을 갖다 대며 되묻고나서 측근이모친께서 교회에 나가시지 않았느냐 하는 말씀이라고 설명해주자 웃으면서대답했다. 우리 오마니는 살기 힘드시니까 교회에 가서 주로 주무셨디…. 사실 주석의 외조부는 장로교의 목사였고 외삼촌은 장로였으며 부친도 장로교단 소속인 숭실학교를 다녔으며 모친도 ‘강반석’이란 성명인데 그 뜻은‘베델’이란 세례명에서 왔다고 한다. 이같이 나도 일찍이 개화한 집안 분위기를 나도 아는 터이고 당시 이북의 개화 지식인이라면 반드시 기독교와 관련이 있는 게 흔한 일이었다.김주석의부친 김형직은 교회 식의 야학을 운영하면서 청년들을 모으고 민족주의적 독립운동을 하다가 나중에 러시아 혁명과 신문물에 접하면서 무산자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독립운동에 눈 뜨게 되는데 그때가 아마도 어린 김성주와 가족을 평양에 남겨두고 만주로 떠날 때가 아닌가 생각 되었다.북선지방의 근대주의자는 마르크시스트와 크리스천의 두 얼굴에서 비롯된다는 것은참으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나는 그 뒤에도 이미 작고했지만 당시에는 중국에 망명 중이던 캄보디아의 시아누크공 부처와 만찬을 함께했던 적도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점심을 함께한 적이 몇번 있었다. 공식적인 만찬 자리에서 그는 언제나 활달하게 좌중에 음식을 권하고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한식과 중식이 서로 적당히 어우러진 듯한 정식이 코스로 나오곤 했는데 약주도 즐겨 들었다.만찬 술은 인삼주이거나 백두산 들쭉술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15도 짜리 들쭉술을 좋아했다.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내외도 들쭉술을 좋아해서 열 두 상자나 비행기편에 실어 보냈다고 했다.들쭉은제주도의 멀구슬처럼 새까맣고 동그란 일종의 들딸기라고 하는데 고원지대에서만 자란다고 한다.요즘에는 남에서도 북한산 들쭉술을 먹을 수 있지만 한정된 야생의 열매로 그 많은 물량을 감당할 수는없을테니 혼합주로 맛을 낸 것이 분명하다.진품 들쭉술은 약간 쌉싸름하고 조금 떫은 것이 진한 적포도주 비슷하면서도 매우 향기롭다.전에는 담배를 하루에 두 갑씩 피웠지만 주위에서 하도 말려서 겨우 끊었다고 한다.그는 점심 뒤에 한 시간씩 집무실옆의 방에서 오침을 한다고 말했다. 가 깊은 인상을 받은 어느 점심은 매우 소박했다.작은 메추리 다리를 몇 개먹고나서 국수가 나왔다.주석은 자신이 국수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사람들은 두 끼만 국수를 먹어도 곧 질린다고 하지만,자기는 한 열흘은 먹을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국수를 담은 유리 대접을 내려다보니 면이 그야말로새까만 색이었다.콩물국수인 셈인데 하얀 콩물에 검은 국수가 잠겨있는 모양이 이색적이었다.주석이 다른 날처럼 음식 설명을 내게 해주었다. 이거이 언 감자 국수라고 하는 거요.일전에 독일의 작가 루이제 린저 여사가 왔을 때 독일에 감자 음식이 많은줄 아는데 이렇게 조리하는 방법은 아느냐고 했더니,얼린 감자로 요리하는 건 세계에서 조선밖에 없다고 하더군. 검정색‘언 감자 국수’의 면발은 찰지고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다.언 감자를 우려내어 녹말을 낸 다음에 끓는 물에다 국수를 뽑는다는데 차디찬 콩물에 말아 먹는다.위에는 검은 깨를 뿌리고 함경도식 갓김치를 얹어서 먹는다. 그가 음식의 유래를 내게 말해 주었다. 우리가 두만강 연안에서 항일 투쟁할 때에 인민들이 많이 도와 주었소.화전하는 인민들도 저이 먹을 것이 없는데 우리가 지나는 산길에다 표를 해두고감자를 묻어놓군 합네다.눈이 한 길이나 쌓이고 땅은 꽁꽁 얼어 붙어 있디. 감자를 파내면 시꺼멓게 얼어서 돌덩이야.근거지루 질머지구 가두,언 감자를 구워도 못먹고 삶아도 못먹어요.그때 왜놈들 청야작전이 철저해서 보급선을 멀리서 차단하고 있대서.얼어 죽거나 굶어 죽고 남은 빨치산들을 토벌하겠다는 소리요. 인민들이 준 것을 버려서는 안된다구 그때 함경도 출신 동무가 우려내서 국수 만드는 법을 생각해냈소.가난한 인민들은 다 살아갈 궁리를 하는 지혜가있소. 맹물에다 소금만 넣고 끓인 국수가 어찌나 맛이 있던지. 나중에 뉴욕에서 나는우연히 개마고원이라는 냉면 집에서 이 국수의 조리법을 듣게 된다.아는 사람에게 듣기로는 그 집의 물김치가 기가 막히게 시원하고 맛있다는 것이었다.그래서 찾아가 보니 북청에서 피난 나왔다가 미국으로 이민했다는 사람네 집이었다.과연 물김치가 일품이었다.무는 보통 물김치처럼 나박썰기가 아니라 길쭉 길쭉하고 얇게 썰었고 배추 잎도 그만한 크기로썰었는데 오이쪽이 간간이 떠 있다.얇게 채 썬 밤,대추,사과,배,쪽파,등속의 건더기가 알맞게 섞였고 역시 김치 국물이 한 대접이다.고춧가루를 채에 걸러서 탔는지 붉은 물이 들었지만,나중에 뉴욕에 왔던 한시해 부부장에게서들으니 진짜 개마고원 김치는 고춧가루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집의 할머니가 팔십이 다 된 분인데 ‘언 감자 국수’를 알고 있었다.함북지방의 화전민들이 곧잘 해먹는다는 것이다. 언 감자를 강판에 갈아 채에다 녹말을 내리는 것은 감자국수 해먹는 거나 다를 바가 없다.반죽을 하여 국수틀에 넣고 끓는 물에 국수를 뺀다.국수를 찬물에 우릴 적에 손가락으로 세심하게 끈기를 씻어내어야 찰기가 더 좋다고한다. 콩물 내는 것은,물에 담갔다가 위로 뜨는 콩을 버리고 골라내어 비린 맛이가실 때 쯤까지 끓이다가 설컹할 적에 건진다.그래야만 콩의 고소한 맛이 살아 있다고 한다.믹서에 갈 적에는 물을 조금 붓거나 편리한 대로 두유를 함께 넣어도 맛있다.콩국의 맛을 내려면 땅콩이나 잣을 갈아서 넣어도 좋고 들깨나 참깨도 좋다.검은 참깨를 뿌리고 위에다 함경도식 갓김치를 얹어 먹는다.함경도 산야의 들갓은 길이가 짧막하고 줄기도 여리다.여기 갓김치는 전라도 식으로 젓갈을 전혀 쓰지 않아서 깊은 맛은 없는 대신에 쌉쌀하고 향긋한 갓의 냄새가 싱싱한 것이 특징이다.
  • [대한광장] 독도 그 존재의 깊이

    해군 복무시절 동해로 출동을 나가면 가끔 독도 주변을 경비한 적이 있다. 나는 그때 일개 수병이었지만 독도가 동도 서도로 나뉘어진 두 개의 섬이어서 이름처럼 하나의 섬이 아니라는 사실에 약간 실망했다.또한 그 주변이 암초가 많이 깔려서 함부로 접근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역시 이름처럼 고독하겠구나 라는 생각도 했다.그러나 독도근방의 해도를 보면서 바로 그 주변의수심이 2,000여m가 된다는 것을 알고 수면위로 솟아난 산의 높이란 실로 아무 것도 아니로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마도 내가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출동기간 동안 나날의 일상이 주는 수병의 곤혹감이나 괴로움 때문이었으리라.외출이나 외박을 나가면 세일러 복장의 해군 복장이 아름다워 으시대곤 하지만 배에 돌아오면 특히 60∼70일의출동을 나가면 수병은 영락없는 막일꾼이었다.하루종일 함정 갑판의 페인트칠(거기서는 ‘깡깡’이라 불렀다)을 하거나 놋쇠로 된 부품의 녹닦이를 하고 식사때가 되면 식사당번을 하는데 따르는 곤혹감이 밖의 풍경을 보면서자신의 처지를 이입시키는 이른바 ‘객관적 상관물’을 모색한 것이리라. 그러나 선입견 없이 독도를 떠올리면 역시 동해 깊은 바다에 하나의 점처럼 가물가물 있어야 할텐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주는 묘한 배반감이 없지 않다.그런데 최근 한국자원연구소가 독도 주변 바다밑에 거대한 산 3개가 울릉도 쪽으로 연이어 있는 사실을 밝혀내고 거기에다 독도해산(海山),탐해해산,동해해산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는 소식을 듣고 참 반가웠다. 짙은 남빛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검정색에 가깝다고 느낀 그 바다 아래 결코드러난 바 없는 거대한 암벽이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 나에게 여러가지 생각을 떠올려주었기 때문이다.우선은 엄연히 실제로 존재하는 산이 자신의 이름을 갖게 됨으로써 어떤 철학자의 말처럼 비로소 존재의 영역으로 진입했구나 라는 충족감이 들고 그럼으로써 우리는 감추어진 바다의 저 밑에대한 인식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 주는 묘한 기쁨이었으리라. 지난 5월은 5·18 20주년이어서 여러가지 행사가 있었고 5·18의 의미가 광주라는 지역을 벗어나 국가전체의 영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했다.그러나 아직도 그때 일어났던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기에는 멀었다는 주장도 들린다. 가령 발포명령자는 누구였고,당시 암매장이 있었다는데 그 풍문의 실체는 무엇인가.더 나아가 미국과 광주의 상황은 어떤 것인가 등등 수많은 난제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모쪼록 당시의 상황을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사실과 진실의 규명이 행사에 즈음한 덕담조로 잠시 제기되다가 실종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말이 나온 김에 더하자면 우리의 역사에 수많은 미제의 사건을 지니고 있다.물론 그 많은 사건들은 당시의 정치권력과 현재의 정치권력 그리고 우리를둘러싼 주변 열강의 역학관계가 작동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를 늘 거느리고 있다.4·3 제주 민중항쟁도 그렇고 가까이는 6·25의 문제도 그렇다.50여년이 다 되어서야 파편적으로 조금씩 그 실체의 일부를 보일 따름이다.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이나 보도연맹사건 등 관련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이 그리고 자주 경기를 일으키는가.가려진,아니 숨겨진 많은 진실들이 자신의 이름을 가지기 위해 오늘 우리의 현실에서 수많은 사람들의삶과 생애로 몸부림을 치고 있는지도 모른다.또한 그러한 진실이나 사실의규명에 미흡함으로써 오늘 우리는 많은 불행을 견디고 있는지도 모른다. 독도밑의 바다에 감추어져 수많은 세월을 견딘 해산들은 자신들에게 이름이 붙게 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할 테지만 우리가 그 해산들에 이름을 붙여 부르는 순간 그것은 바다 속에 들어있는 돌덩이가 아닐 것이다.우리에게 진실의 위력과 진실의 힘을 알려주는 또 하나의 지표일 것이다. ◆姜亨喆 숭의여대 교수·시인
  • ‘대전 유머페스티벌’이 남긴 것

    봄비가 내렸습니다. 한반도의 중심,‘배꼽’에 해당하는 대전에도 촉촉히 봄비가 왔습니다.대전의 옛 도심이라 할 수 있는 은행동과 대흥동,형형색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젊은이들과 비바람에 써늘해진 날씨를 비웃듯 핫팬츠를 차려입은 여인들이 활보하는 이 거리에서 제1회 유머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지난 25일부터 나흘동안 열린 이 페스티벌은 웃음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진귀한 기회였습니다.마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잡다한 예술장르를 그야말로 ‘고르고도 폭넓게’ 담아낸 품새가 여유롭기그지 없었습니다. 개그맨 엄용수씨가 지휘봉을 들고 무대로 나온다.지난 27일 은행동의 옛 이름인 으능정이 거리의 주무대에선 ‘우끼는’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엄씨는차이코프스키의 ‘말벌’을 연주하며 파리채를 들고 우스꽝스런 모습을 연출했고 근엄하신 시장님도 같은 ‘짓’을 벌였다.역대 대통령에 따라 지휘봉휘두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대전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은 소리가 커져야 할 부분을 갑자기 줄이고 트럼펫 소리가 잦아들어야 할 부분에서 갑작스레‘삑’ 소리를 내는 등으로 관객을 웃겼다.단원들은 수천만원짜리 악기가 망가진다며 불평을 해대지만 청중들은 이 ‘작란’이 한껏 재미있다는 표정이다. 대로 건너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에는 더 시끌벅적한 난장이 펼쳐졌다.어릴적 빨랫줄을 끌어당기며 놀던 기억을 되살리 듯 줄을 당겼다 놓았다 하면서만화와 만평들을 구경할 수 있었고 ‘난타’ 퍼포먼스에 사용됐던 타악기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어 지나는 이들의 두들기고 싶은 욕망을 자극했다. 근처 카톨릭문화회관에선 ‘투캅스’‘간첩 리철진’등 ‘우끼는’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고 흰 광목천 위를 어린아이들이 발에 갖가지 물감을 입힌 채들까불며 ‘작품’을 만들었다.이렇게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마당을 만든 것이다. 캐나다 마임이스트 다도는 온갖 풍선으로 영화 ‘핑크팬더’ 주인공과 그가탈 자전거를 만들어내며 사람들을 축제의 장으로 유도했다.엉덩이를 돌려 방귀를 선사하는 발칙함도 드러냈지만 관객들은 통쾌해 하기만 한다.세계 보편적인 웃음보의코드는 역시 생리현상이란 점을 확인시켰다. 지난 25일의 전야제에선 주무대가 내려다보이는 스파게티가게 2층 유리창 안에 캐주얼복 차림의 성악가 지광재 현혜정 부부가 서서 오페라 아리아를 부른 뒤 잠시후 주무대에 연미복 차림으로 나타나 청중에게 동동주를 돌리는파격을 연출했다. 그날 전야제에서 사람들을 가장 못 웃긴 출연자들은 다름아닌 개그맨들이었다는 사실도 진짜 웃긴다.아마도 청중들은 웃음이란 남이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갈 때 극대화된다는 깨달음을 얻었을 지 모를 일이다. 그렇습니다.요즘은 웃기는 일이 이땅에 타고난 사명인 양 사람들은 웃기기위해 혈안이 되고 있습니다.아무리 고귀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에도 웃음이란 ‘양념’을 빠뜨릴 수가 없지요.대중매체들은 어떻게든 웃음을 대량생산하려고 발버둥을 칩니다.오죽하면 녹음된 다른 이의 웃음소리로 웃어야 할 시점을 미리 알려주는 과잉친절까지 베풀까요. 그러나 진지한 맛과는 거리가 멀지요.옛 사람들이 얘기하던 해학과 골계에도 미치지 못하지요.이 점과 관련해 페스티벌 추진위원장인 임진택 선생이 들려준 말씀은 정곡을 찌릅니다.“세상에 대한 통찰을 깔아야만 진정한 웃음이 나오는 겁니다.”그렇습니다.웃음의 명수들은 하나같이 웃기는 비결에 대해 ‘책을 많이 읽어라’고 일러줍니다.남을 이해하는 마음이 선행되어야 참된 웃음의 경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겁니다.해체된 의미를 전달함으로써 썰렁한 웃음을 선사하는 삼행시나 누군가를 괴롭힘으로써 웃음을 유발하는 작금의 대중매체는 진정한 웃음의 생산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엄용수씨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의미를 파괴하고 뭉개뜨림으로써 웃음이얻어진다면 그것은 사회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요.크게 잘못됐는데도 대중매체 종사자들이 전혀 고치려 하지 않습니다.”어쩌면 이성간,계층간,세대간,지역간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될 때 진정한 웃음이란 잉태되는 것이 아닐까요.그런 의미에선 올바른 시민사회 역량이 성숙될 때 진정한 웃음이 보장된다는 명제가 성립될 것입니다.한 조직의 상관이웃을 경우 조직원 전체를 웃게 만든다는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의 철학자 존모렐의 분석 또한 흥미롭습니다.지금 대중매체는 이 점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임진택선생은 “대중매체의 운영주체와 철학을 전면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웃음의 대량생산에 따른 폐해를 차단할 수 없을 것이다.이번 페스티벌은시민이 직접 꾸미고 참여한다는 점에서 작은 면역제 구실을 했으면 한다”고 말합니다. 이번 페스티벌이 대전에서 열린 것도 어쩌면 숙명이라고 추진위 관계자들은입을 모읍니다.우리 국토의 들숨과 날숨으로 대전을 보는 것입니다.어쩌면한밭이란 대전의 옛지명도 단전(丹田)과 관계있을 지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전에서 첫 테이프를 끊은 유머 페스티벌이 우리 웃음의 건강성과 진정함을 회복하는 데 작은 기폭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이번 페스티벌이 내건 캐치 프레이즈는 ‘대전이 웃으면 한국이 웃는다’는 그런 뜻에서 의미심장합니다.서울로 돌아오는 길은,빗방울은 보이지 않고여름으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글·사진 대전 임병선기자 bs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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