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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당] 돈에 대한 생각

    조카가 시집을 가서 아기를 낳는 바람에 얼떨결에 할머니가 되어 버렸다.아무튼 할머니가 된다는 것은 애초부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 아기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기쁨이 비길 데 없이 커서 이제 와서 얘기지만 고 녀석이 할머니라고 부르는 소리가 예쁘기만 하다.그 아이가 사물을 인지해 나가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 가고 말을 배우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그 떨리는 과정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때로는 겁이 나기도 하고 경이롭기도 하다. 지난 설에 집에 온 녀석이 세배를 한답시고 이마는 바닥에 대고 엉덩이는 치켜든 꼴로 절을 하는 것이다.웃음을 참으며 앞에 앉혀 놓고 덕담을 하고는 만원 지폐를 내밀었더니 얼른 손을 내밀어 받는 것이다.그 순간 내 머리 속에는 여러 형태의 돈의 이미지가 떠올랐다.이상하게도 뇌물 부정 착취 더러움 낭비 사치 등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만 떠오르고 돈에 눈이 벌겋게 된 탐욕스러운 사람들의 군상이 루브르 박물관에서 보았던 벽면을 꽉 채운 그림과 오버랩되면서 급기야 숨이 콱 막혔다. 밤에 자려고 누우니 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왜 그랬을까? 그 아이에게는 돈이 그저 푸르스름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종이일 뿐이고 쓸 데도 없고 가치도 모르는데….그러고 보니 그 아이에게 주어진 돈이야 말로 가장 깨끗한 돈이 아닌가.그 작고 깨끗한 손이 자라 돈이 지배하는 세상을 어찌 헤쳐 나갈까 두려웠을까? 그래서 너무도 사실적이어서 무서웠던 누구의 그림인지도 모르는 그 아비규환의 장면이 무의식 속에서 튀어나온 것일까? 나는 깨끗한 돈,가치있는 돈,돈이 주는 자유와 부자유 등등의 개념을 생각하며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잊고 있었는데 지난 주말 녀석을 보니 생각이 나서 물었다.할머니가 설날 준 세뱃돈 어쨌는데? 녀석은 나를 빤히 보더니 제 엄마 주머니를 끄집어 당기며 내놓으라는 몸짓을 한다.엄마가 천원짜리를 주니 휙 던지고 다시 떼를 쓰다가 동전을 주니 그것도 던져 버린다.하여 그 아이는 만원도 천원도 동전도 ‘돈’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어른들이 함부로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주머니에 챙겨 넣으니 뭔가 가치 있는 물건이라는 감을 잡았을 테고.어떤 아이는 돈이 없다는 엄마에게 은행에 가서 가져오면 되는 것 아니냐며 엄마를 바보 취급하기도 하고,누구누구 아빠는 돈이 많아 뭐든 다 해주는데 아빠는 뭐냐며 서럽게 울기도 할 것이다. 어른들이 잘 가르쳐야 한다.최초로 돈을 알게 되고 쓰게 되고 벌게 되는 인생의 순간순간에,놓치지 말고,신중하고 지혜로운 방법으로 알려 주어야 한다.깨끗한 사회,믿을 수 있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그 아이 하나하나가 행복하게 살도록,돈에 휘둘리지 않고 돈을 바르게 이해하고 바르게 벌고 쓸 수 있도록 책임지고 가르쳐야 한다.그래서 나는 벼르고 있다.녀석이 말을 알아들을 때부터 행복한 구두장이 이야기도 해주고,우리 돈 2만원이 아프리카 5명 한 가족의 한달 식량이며, 단돈 만원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아이를 살릴 수 있고,중국에는 돈을 구하기 위해 피를 파는 사람들이 있으며,반대로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호화 별장을 순례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돈을얼마나 가졌는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지만 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행복과 기쁨이 달라진다는 것을.돈이 너를 지배하기 전에 네가 선수를 쳐서 돈을 지배해 버려야 한다는 것을. 김 혜 경
  • 대구지하철 참사/유족들까지 건강 잃을라

    포근한 봄날씨도 지하 먼지 구덩이에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마지막 흔적을 찾으려는 유족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지는 못했다. 대구지하철 대참사 8일째를 맞은 25일 중앙로역 사고현장 바닥에서 실종자·유가족대책위원회 A(56)씨는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맏딸 황정미(32)씨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딸의 친구 홍모(여)씨가 찾아오자 슬픔이 다시 몰려왔기 때문이다. 그을린 시신 탓에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느라 사고원인 규명이 늦어지는 시간 만큼,사고대책위 본부의 무성의에 유족들은 지쳐만 가고 있다.유족대책위 관계자는 “사고 이후 지하철 역사에서 밤을 지새우다 보니 탈진해 하루 1∼2명이 링거를 맞는 등 피곤이 겹쳐 있다.”고 귀띔했다. “힘을 내라.”는 말도 위로가 안되기는 마찬가지다.A씨는 같은 고교·대학을 다니던 딸의 친구가 “자주 찾아뵐테니 딸 대하듯 해주세요.”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자 “고맙다.”는 짧은 외마디 소리와 함께 눈물만 쏟아냈다. 대책위를 이끌고 있는 윤석기(38·서울 강남구 도곡동)씨는 올바른사고수습을 촉구하고 유족들의 질서를 바로잡느라 동분서주하는 통에 걷기도 힘든 상태다.검정색 구두는 헤질 지경이고 베이지색 코트에는 사고현장을 누빈 흔적이 얼룩으로 뚜렷이 남아 있었다. 300여명에 이르는 유족들의 가슴은 이날 오후 유족대책위의 기자회견장에서 또 한번 무너져내렸다. 사고수습본부의 유족대책반장인 김모(3급·대구시 모 국장)씨가 같은날 오전 1시50분쯤 제대로 된 사고수습을 요청하기 위해 자신을 방문한 유족들에게 취중 욕설을 한 장면이 담긴 1분50초짜리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됐기 때문이다.지친 몸으로 기운이 소진한 가운데서도 이 장면을 보고 분노한 한 유족은 벌떡 일어나 “모두가 사형감”이라며 구두를 벗어 테이프가 돌아가는 TV화면에 던지기도 했다. 대책위는 유족들의 건강검진을 위해 이날 오후에는 40인승 버스 3대를 동원해 대구의사협회 자원봉사단이 있는 시민회관으로 떠났다. 대구 송한수기자 onekor@
  • 대구지하철 참사/유족등 외상후 스트레스 심각 “살려달라 딸의 절규 맴돌아”

    “눈만 감으면 살려달라고,꺼내달라고 울부짖던 딸의 마지막 목소리가 귀에서 계속 맴돕니다.”,“매일 밤 실종된 작은 숙모가 불길에 휩싸여 발버둥치는 꿈을 꿉니다.뜨거운 열에 제 몸도 타는 것 같아요.”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희생자들의 유가족이 두통과 불면증,악몽 등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유족들은 “잊으려 애를 써도 가족이 비참하게 숨진 장면이 떠올라 눈물이 끝도 없이 흘러나온다.”고 괴로워하고 있다. 희생자 합동분향소 근처에 마련된 무료진료소에는 하루 평균 150∼200여명의 유가족이 찾아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아비규환의 불구덩이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생존자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1080호 전동차에 탔던 김운경(19)양은 “어렸을 적 집에 큰 불이 났던 기억까지 되살아났다.”면서 “형광등을 끄거나 가족이 옆에 없으면 검은 연기가 떠올라 편히 잠들지 못한다.”고 울먹였다. 호흡기 질환으로 대구 동산의료원에 입원 중인 한 60대 여성은 “‘지하철’이라는 말만 들어도 빛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당시 상황이떠올라 심장이 두근거린다.”면서 “그럴 때는 온 가족에게 다시는 지하철을 타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아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지난 95년 대구 상인동 지하철 가스폭발 사건 당시 아들을 잃은 정덕규(50)씨는 “장례식을 치를 때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대한 분노와 원망,공포감이 끝없이 밀려온다.”면서 “감정을 애써 억누르지 말고 솔직하게 행동하는 게 낫다.”고 충고했다. 대성통곡하거나 큰 소리를 질러 마음 속에 쌓인 분노의 ‘짐’을 벗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씨는 특히 “유가족은 ‘이왕 죽은 사람은 잊어라.’는 주변의 위로에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입는다.”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면 유가족끼리 함께 만나 아픔을 공유하면서 서서히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심리상담 전문가 박옥순(30)씨는 “외상후 스트레스는 사고 직후보다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 많이 나타난다.”면서 “저절로 치료되긴 하지만 만성이 될 수도 있으니 무기력증,우울증이 계속되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 [시론] 미숙함이 부른 죽음들

    죽음은 도둑처럼 들이닥친다.현대인은 죽음 앞에서 무방비상태이다.사방을 떠다니는 화려한 이미지들은 종교의 차원으로 격상된 자본과 욕망의 절대권력을 표상하는 현대의 아이콘들이다.그 아이콘들은 마치,이제 더이상 죽음은 없다고,자본과 욕망의 종교의 신도로 남아있는 한,당신들은 영원히 젊고 영원히 행복할 것이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느껴진다.사방에는 신처럼 젊고 아름다운 아이콘들이 즐비하다. 문득 돌아보면,생은 한 겹뿐인 거짓 위안으로 가득 차 있다.그리고 그 화려한 이미지들의 가면을 뚫고 무시무시한 죽음이 어느 순간 불쑥 얼굴을 들이민다.죽음은 가차없다.그것은 설명하지도 설득하지도 않는다.그것은 도둑처럼 들이닥쳐 우리의 머리끄덩이를 잡아채어 잔인하게 패대기친다.온갖 상품으로 감싸놓은 우리의 육체는 단 한순간에 잔인하게 으깨어진다. 한 정신나간 사람의 방화로 인해 수백명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이 어이없는 사건에 대해 대체 무엇이라고 말해야 하나? 어떤 병든 광기가 자신의 박탈감과 증오를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 위에 집어던졌을까? 이렇게 느닷없이 엄청난 규모로 번져나간 어이없는 사건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사건의 시발은 현대사회 안에서 채워지지 않은 형태로 떠돌아다니는 억압된 심리가 내장하고 있는 음산한 에너지이다.그것은 음울하게 숨어있다가 어느 순간 겉으로 터져나온다.그러나 한 미성숙한 개인의 잘못을 사회적 구조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어떤 상황에서도 그런 일은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이 사건은 정말이지 근대의 형성과정에서 이미 제어당한 것으로 여겨졌던 죽음이 어떤 개인의 손을 빌려 복수를 감행한 것이라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나 사건 초동 단계에서 재난에 대처하는 지하철 공사 당국의 서투름이 희생의 규모를 턱없이 늘려 놓았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정작 방화가 저질러진 칸보다도,방화 사실에 대해 아무 정보도 듣지 못한 채 역구내로 진입했던 다른 열차에서 더 큰 희생이 일어났다는 사실,게다가 사고 당시에 열차 문이 열리지 않아 승객들이 꼼짝없이 당했다는 사실 앞에서는 뭐라고얘기해야 할지 기가 턱 막힌다.철없는 어린아이의 불장난에 그만큼 철없는 어린아이가 허둥대면서 일만 더 키워놓은 꼴이라는 생각이 든다.자신의 개인적 한을 무차별적인 복수로 풀어내려고 하는 미숙한 개인과 그것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미숙한 공무원들.미숙함의 자가증식.평소에 얼만큼 보신주의에 찌들어 있었으면,이러한 비상한 사태에서 상황 판단 능력이 이토록 형편이 없었다는 말인가. 죽음은 들이닥친다.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그러나 인간이 사회와 국가를 만들고,세금을 걷어 국가의 행정부처에 보내는 것은,인간에게 닥치는 터무니없는 죽음의 확률을 가능한 한 줄이기 위해서이다.그런데 우리 사회는 도대체 마냥 겉모양만 번지르르하게 갖추어놓았을 뿐,모든 것이 달랑 홑겹이다.언제 어디에서 어떤 사건이 터질지 모르는 잠재적 사고뭉치이다.그토록 많은 사고를 겪고도 잠시 시간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탱자탱자’ 흔들거린다.사방에 팽배한 나몰라라주의. 그것은 우리 사회 특유의 빠른 망각증상이라는 바이러스를 통해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다.역사로부터 이토록 배우지 못하는 사회도 드물 것 같다.제발,이제는 한번의 소동으로 끝나지 말자.사건의 경위를 철저하게 파헤쳐서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벌어지는 사건 앞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하도록 하자.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들과 그 희생자들의 가족에게 한없는 위로의 마음을 보낸다.이렇게 말하는 것조차 민망스러울 정도로 이번 사건의 어처구니없음은 충격적이다.유가족의 가슴속에는 깊고 큰 구멍이 파여있을 것이다.당국은 있는 힘을 다해 그 구멍을 메우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그리고 국민 전체가 이 사건의 수습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죽음을 이기는 것은 사랑뿐이다.
  • 대구 지하철 참사/사령실.기관사 20여분간 우왕좌왕,대피방송 한번도 안해

    “단전이니까 방송 좀 하시고…연기 나고 엉망입니다.그 저 뭐야.…조심해 나가세요.…아 미치겠네…” 기관사와 종합사령실이 우왕좌왕하는지도 모른 채 승객들은 목숨을 맡기고 있었다.걸어서도 몇 ㎞를 갈 수 있는 22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들은 얼마나 큰 불이 났는지,전동차 문을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승객을 대피시켜야 할지 말지,아무런 대책도 없이 허둥댔다.그 사이 100명이 넘는 아까운 인명이 불에 타고 연기에 질식해 숨져갔다. ●‘불 속으로 들어가라’고 한 사령실 대구 중앙로역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찍힌 1079호 전동차 도착 시간은 오전 9시52분.곧바로 전동차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그러나 기관사와 종합사령실 운전사령 3명이 주고받은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3분이나 지난 9시55분에서야 사령실이 화재 사실을 알아차렸다. 더욱이 운전사령은 “중앙로에 화재가 발생했으니 조심해서 들어가기 바란다.”며 화염 속으로 들어가라고 말하고 있었다.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1080호 전동차는 대구역을 출발해 불구덩이 속으로 전진해 갔다.불이 났다고 알리고,1080호의 운행을 정지시킬 여유가 충분히 있었다. ●큰 희생 뒤에야 경고방송 1080호가 중앙로역에 도착한 9시57분엔 이미 전기가 끊겼고,기관사는 “연기가 나고 엉망”이라고 말했다.이때서야 지령실은 1079호 열차에서 화재가 난 사실을 1080호 기관사에게 직접 알렸다.화재가 발생한 지 4분이 지나서였다.1080호 기관사는 단전으로 전동차가 움직이지 못하는데도 승객들의 대피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운전사령에게 출발 여부를 묻고,운전사령은 발차를 허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9시58분부터 2분 동안 운전사령과 기관사의 대화 내용은 “엉망입니다.…대피시킵니까.어떡합니까.…차 못 움직이잖아 지금…급전됐어?…그럼 발차.…아 미치겠네.” 등으로만 이어졌다.“승객을 빨리 대피시키자.”는 단호하고 신속한 결정은 끝내 내려지지 않았다.마(魔)의 4분이 무심히 흘러갔고 화염에 휩싸인 두 전동차에서는 더이상 응답이 없었다. 늑장 대응은 10시 이후에도 계속됐다.운전사령이 전체 전동차에 화재 사실을 알린 것은 발생 22분 뒤인 10시17분.“모든 열차는 사령지시를 받고 발차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방송을 했을 때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화염 속에서 숨을 거둔 뒤였다. ●기관사 마스터키까지 뽑는 실수 저질러…2명 영장 청구키로 출입문이 닫혀 수많은 사망자를 낸 1080호 전동차의 기관사 최상열(38)씨는 출입문 개폐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마스터키까지 뽑고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실험한 결과 전기가 끊어졌을 때 전동차의 마스터키를 뽑으면 대부분 자동으로 문이 닫히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최씨는 마스터키를 윗옷 주머니에 넣고 사라졌으며,이후 지하철공사 사무실에서 키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구경찰청은 최씨와 사고를 제대로 알리지 못한 종합사령팀 운전지령원 홍모씨 등 2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한편 전동차 기관사 최씨와 직원들이 사건의 경위를 은폐·조작하기 위해 사고 후 입을 맞췄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경찰은 최씨가 전동차를탈출한 뒤인 오전 10시5분쯤부터 경찰에 출두한 이날 밤 10시쯤까지 11시간 동안 사고 현장 근처 다방 등에서 직장 상사와 동료,친구를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 특별취재반
  • [작지만 강한 기업] 하우리 권석철 사장

    “위기는 또다른 이름의 기회” 토종컴퓨터 백신전문업체 하우리 권석철(權錫哲·사진·33) 사장은 지난달 25일 발생한 사상 초유의 인터넷 마비사태로 가장 ‘덕’을 본 인물이다. 가장 먼저 마이크로소프트(MS)의 SQL서버가 웜(바이러스의 일종)에 감염돼 이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사고 발생 이틀째인 26일 새벽 ‘슬래머 웜’을 치료하는 솔루션을 세계 최초로 개발,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제공했다.권 사장이 일주일간 거의 잠을 자지 않고 매달려 얻어낸 결과물이었다. 세계 최고 초고속인터넷 국가로 이름을 날리던 우리나라는 ‘1.25 인터넷대란’으로 하루아침에 ‘보안후진국’으로 전락했다.사건 초기에 정보통신부는 해킹으로 추정된다는 발표를 했을 뿐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MS나 시만텍,트렌드마이크로 등 세계적인 백신업체도 손을 놓고 허둥대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국내 백신업체들은 밤을 새워가며 원인을 파악하고 검색·치료 솔루션을 잇따라 내놓으며 인터넷 강국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국내 최초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업체를 설립한 안철수연구소의 그늘에 가려있던 하우리는 한발 빠른 대응으로 더욱 빛이 났다. “안철수연구소도,하우리도 이번 사태로 부쩍 자랐습니다.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며 더 나은 해결책을 모색했던 거죠.” 권 사장은 인하공업전문대학 전자계산학과 재학시절 처음 바이러스와 인연을 맺었다.“학과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전시회를 열었는데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침투해 전시회가 엉망이 됐어요.그 때부터 바이러스를 줄기차게 따라다녔죠.” 졸업 후 한국정보보호센터 바이러스 방지기술원으로 일하다가 1998년 바이러스 동호회 회원 5명과 함께 하우리를 설립했다.1999년 CIH(체르노빌) 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예보하고 복구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2001년 코드레드 및 님다 바이러스 등 악성 바이러스가 급습했을 때 민첩하게 경보를 발령하고 치료 솔루션까지 개발,백신전문업체로 자리를 굳혔다. 이후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안철수연구소보다 먼저 미국 시장에 진출해 300만달러 이상의 수출계약을 맺기도 했다.지난해 매출액은 60억원.올해는 12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권 사장은 “인터넷 인프라가 발달할수록 바이러스 감염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면서 “우리가 쌓아온 정보통신의 신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철저한 보안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베컴 ‘라커룸 소동’ 일파만파

    |런던 AP AFP 연합|데이비드 베컴(27)과 알렉스 퍼거슨(61) 감독 사이에 벌어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라커룸 소동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퍼거슨 감독이 ‘우발적 폭행’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침묵으로 일관해온 베컴이 록그룹 스파이스걸의 멤버였던 아내 빅토리아와 유럽 명문 구단들의 이적 권유에 동요하는 것으로 알려져 거취가 주목된다. 특히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퍼거슨 감독이 발로 찬 축구화를 얼굴에 맞은 베컴이 34살이나 연상인 퍼거슨 감독에게 침을 뱉는 등 폭력을 행사하다 동료들의 제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에게 동정적이던 여론도 싸늘하게 바뀌고 있다. 이번 소동을 처음 보도한 ‘더 선’과 ‘데일리 미러’는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축구화에 맞고 흥분한 베컴이 ‘내 머리가 피 범벅이 됐다.’면서 감독의 가슴을 때린 뒤 침을 뱉었다.”고 전했다. 왼쪽 눈두덩이를 두바늘이나 꿰맬 정도로 상처가 컸다는 보도 또한 과장된 것으로 알려졌다.퍼거슨 감독은 “살짝 긁힌 것에 불과하다.”며 자신을 폭력배처럼 취급한 언론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베컴에게 사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베컴이 “철없는 늙은이의 화풀이에 일방적으로 당하고서도 신사답게 라커룸을 빠져나갔다.”고 알려진 것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어서 퍼거슨의 입지를 강화하면서 베컴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영국의 도박사들은 베컴과 퍼거슨의 결별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서 파문을 부채질하고 있다.
  • 대구 지하철 참사/풀리지 않는 의문들 - CCTV 보고도 왜 상황 몰랐나

    반대편에서 오던 열차는 연기를 보고도 왜 역 구내로 진입했나.출입문은 왜 닫혀 있었나.대구지하철 참사를 보면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도무지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힘든 지령실과 기관사의 행동은 수백명을 다치고 숨지게 한,엄청난 피해를 몰고 왔다. ●1079호 화재 왜 일찍 알지 못했나. 폐쇄회로(CC)TV와 종합사령실 상황기록에 따르면 1079호에 불이 난 시각은 오전 9시52분10초쯤이었다.전동차가 도착한 뒤 승하차가 끝나고 있던 때였다.CCTV에 방화범의 바지에 불이 붙은 모습과 승객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나타났는데도 기관사나 종합사령실에서는 봤는지 못봤는지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당시 중앙로역에 근무하던 6명의 승무원들도 사태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이 나간 뒤 문은 닫혀 버렸다.불은 삽시간에 번져서 연기를 내뿜었고 불이 난 객차에서 떨어져 있던 객차의 승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앉아있다가 화마와 유독가스에 희생됐다. ●1080호 왜 불구덩이로 뛰어 들었나. 처음 불이 난 지 2분20초쯤 지난뒤인 9시55분30초 직전까지 1080호는 대구역에 있었다.이때까지 1080호는 지령실로부터 화재에 대한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다. 대구역을 출발한 1080호는 10초후 중앙로역에 화재가 발생했으니 주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그렇다면 이 전동차는 급정거나 후진을 했어야 했다.왜 뛰어들었을까.기관사 최상열씨는 ‘설마 무슨 일이 있을까’하는 안이한 생각만 하다 중앙로역으로 진입했다.더욱이 기관사는 진입하기 전 연기를 보았다고 분명히 진술하고 있다. 역에 들어와서도 납득할 수 없는 점은 한둘이 아니다.1080호는 불이 난 지 3분35초후인 9시56분45초에 승강장에 도착했기 때문에 이미 불은 크게 번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그러나 기관사 최씨는 전동차를 그대로 통과시키지도 않았다.한 승객이 찍은 당시 열차안 사진을 보면 연기가 번지고 있는데도 승객들은 태연한 모습이다.이는 심각한 상황에 대한 안내방송이 없었다는 뜻이다. ●출입문 왜 닫혀 있었나 희생이 컸던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전동차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먼저 불이난 1079호는 첫번째 객차의 출입문 4개 중 1개만 열려 있었을 뿐 나머지 23개는 모두 닫혀 있었다.반대편에 멈춰선 1080호는 첫번째와 두번째 객차의 출입문은 열려 있었으나 3∼5번째 객차의 출입문은 모두 닫혀 있었고,6번째 객차는 3개의 출입문만 열려 있었다. 1079호의 경우 출발 방송을 한 뒤 문을 닫고 나서 불이 번졌다.기관사는 불이 난 사실을 늦게라도 알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즉각 문을 다시 열고 대피하라고 방송하고 승객들이 안전하게 대피하도록 유도했어야 했는데 그런 행동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080호의 경우 도착한 뒤 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은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불이 난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문을 개방해 놓고 즉시 대피시켰어야 하는 것이다.대구지하철공사 관계자는 기관사가 문을 열었지만 개폐기 통제선이 불에 타 문이 열리지 않았거나 열렸던 문이 통제선에 불이 붙는 바람에 다시 닫혔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런 상태에서도 비상배터리를 이용해 문을 열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080호의기관사 최씨는 사고가 난 뒤 12시간이 지나서야 멀쩡한 모습으로 경찰에 나타나 조사를 받았다.결국 기관사들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닫힌 문을 열 시도는 하지 않은 채 자신만 먼저 대피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특별취재반
  • 대구 지하철 참사/사령실 단순사고 판단 반대편 전동차 진입 저지 안해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는 지하철 관계자들의 늑장 대처와 안이한 상황 판단으로 대형 참사를 빚은 것으로 밝혀졌다. 화재가 발생한 중앙로역 폐쇄회로(CC)TV와 대구 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 상황 기록에 따르면 지하철 관계자들은 당시 상황을 심각하지 않은 단순 사건으로 판단하고 있었다.때문에 방화 시각인 9시53분 직후부터 뒤늦게 도착해 불길이 옮겨 붙은 1080호와 종합사령실 사이의 통화가 단절된 9시59분까지 6분 동안 아무런 비상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종합사령실 관계자는 19일 “당시 상황이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사건을 수사중인 대구지방경찰청은 이날 신병을 비관한 범인의 즉흥적인 방화에 지하철 관계자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CCTV 분석 결과 사건 당일 오전 9시53분7초부터 1079호 전동차 주변에서 희뿌연 연기가 새어나오고 승객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이어 범인 김대한(56)씨가 방화한 1079호 제5호차 승객은 급히 대피했으나 다른 객차 승객들은 대부분 화재사실을 모른 채 유독가스에 노출됐다. 중앙로역 지하철 관계자들이 CCTV를 제대로 감시했거나 신속하게 안내방송을 했다면 승객들이 대피할 시간은 있었던 것이다.특히 한 승객이 찍은 객차 안 사진에는 승객들이 연기가 퍼지고 있는데도 그대로 앉아 있어 위급한 상황에 대한 안내방송이 전혀 없었음이 확인됐다. 종합사령실 상황기록에 따르면 최초 방화 이후 2분이나 지난 9시55분 중앙로역 역무원이 사령실에 화재 발생을 신고해 초동 대처가 미흡했음을 드러냈다.불이 옮겨 붙은 1080호 전동차는 종합사령실에 화재사실이 보고된 직후인 9시55분30초에 중앙로역 전역인 대구역을 출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신속한 상황 판단에 따라 전동차의 출발을 지연시켰다면 추가 화재 피해는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또 9시55분40초에 1080호 전동차가 종합사령실으로부터 불이 난 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돼 있다.그러나 1080호 전동차는 1분5초 뒤인 56분45초에 불구덩이로 변한 중앙로역에 그대로 뛰어들었다. 9시58분에야 1080호 전동차 기관사가 “위급한 상황”이라고 사령실에게 알렸고,1분 뒤에는 “단전되어 열차가 못간다.”라는 기관사의 휴대전화 통화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이날 “범인 김씨가 자살을 감행하려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같이 죽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고 발표했다.경찰은 1080호 기관사 최상렬(38)씨가 종합사령실으로부터 ‘주의하라.’는 통보만 받았을 뿐 별다른 상황대처 지시는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최씨와 사령실 관계자의 진술을 분석,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1080호가 무리하게 중앙로역에 진입했는지 등을 정밀조사한 뒤 위법사실이 발견되면 지하철공사 관계자들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6시 현재 사망 125명,부상 146명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사망자 가운데 72명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신고된 실종자수는 329명으로 집계됐다.사고대책본부관계자는 “신고자 가운데 대구 지하철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적은 외지 사람과 오래 전 실종된 사람도 포함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 대구지하철 참사/긴박했던 당시 상황

    비극의 서막은 한 50대 남자의 방화에서 시작됐다. 지하철은 순식간에 암흑천지가 됐고,화염과 유독성 가스에 승객들은 하나둘 쓰러져 갔다.칠흑 같은 어둠에서 탈출구를 찾던 승객들의 고함과 울음소리도 점차 잦아들었다. 뒤늦게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시신들의 모습에서 95년 상인동 지하철 가스폭발 사고를 떠올렸다. 18일 오전 9시50분쯤 대구지하철 1호선 1079호 6량짜리 전동차(기관차 최정환)가 반월당역을 출발,도심인 중앙로역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오전 9시29분쯤 대곡역을 떠난 전동차는 9시52분을 조금 지나 중앙로역 플랫폼으로 들어섰다. 순간 매캐한 냄새와 함께 5호차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범인 김대한(56)이 검은 가방에서 꺼낸 플라스틱 통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자 불길은 순식간에 5호차 천장으로 번졌다.불은 유독가스를 일으키며 객차 6량 전체로 삽시간에 옮겨 붙었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승객 석모(35·여)씨는 “전동차가 멈춰 문이 열린 상태에서 김씨가 불을 붙이려 해 승객들이말렸으나 듣지 않았다.”고 몸서리를 쳤다. 설상가상으로 불길은 오전 9시55분쯤 대구역을 떠나 9시56분45초쯤 화재 차량의 반대편에서 중앙로역으로 진입하던 6량짜리 1080호 전동차로 번졌다.지하철 케이블에 불이 붙고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1080호 전동차는 중앙로역을 통과하지 못한 채 대형 인명 참사를 냈다. 1080호 전동차가 화재 사실을 미리 통보받았다면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던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1080호 전동차가 중앙로역에 진입하는 순간 열기를 느낀 승객들은 일제히 술렁거렸다.전동차가 멈추고 출입문이 열렸으나 연기가 몰려 들어가자 기관사는 곧 문을 닫았다.승객들은 “10분 정도가 지난 뒤 ‘대피하라.’며 다급한 안내방송이 들려 왔고 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지하철역에는 유독가스가 서서히 번지고 있었고,그나마 일부 출입문은 열리지 않았다.1080호 승객 김운경(20·여)씨는 “반대쪽 전동차에 불이 붙은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지만,내가 탄 차량에 옮겨 붙을 줄은 몰랐다.”고 돌아봤다. 두 전동차 객차 12량이 불길에 휩싸이고 전기까지 끊기면서 지하철역 구내는 한순간에 지옥으로 변했다.밀폐된 전동차에 갇힌 승객들은 손톱이 부러질 정도로 전동차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전동차내 좌석 시트와 천장이 타면서 시커먼 연기와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왔고,불길한 최후를 감지한 승객들의 울부짖는 소리로 전동차는 아비규환에 빠졌다.출근길 날벼락을 맞은 한 승객은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에 갇힌 유태인을 떠올렸다.”고 부들부들 떨었다. 특별취재반 ◆화재현장 르포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18일 오후 5시30분쯤 화재로 수백여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 중앙역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쾨쾨한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아직도 조금씩 피어오르는 누런 연기 속을 지나 지하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가자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암흑세상이 펼쳐졌다.구조대원들이 들고 있는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 간신히 지하 2층 역사쪽으로 들어섰다. 바닥엔 긴박했던 당시의 순간을 증명하듯 승객들이 버리고 간 벗겨진 신발과 옷가지,가방 등이 널부러져 있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천장에는 녹아내린 철근이 눈높이까지 삐져나와 있었고 바닥은 콘크리트 돌덩이들과 소방차가 뿜어낸 물이 발목까지 차올라 걷기조차 힘들었다.역사내 벽은 불길로 인한 검은 그을음으로 온통 도배돼 처참한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승강장에 들어서자 화재 당시의 엄청난 열기로 인해 유리창이 모두 깨지고 차체도 군데군데 녹아내려 앙상한 철골만 남은 6량짜리 상·하행선 전동차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전동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천장 부근 전선은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었다.구조대원들은 마스크를 썼음에도 연신 기침을 해대며 힘겹게 사고 수숩을 하고 있었다. 전동차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최초 발화가 시작된 하행선 전동차 다섯번째 칸을 빼고는 모두 문이 닫힌 상태였다.깨진 창문 너머로 전동차 안을 들여다보니 불에 타 숯덩이로 변한 시신 수십여구가 눈에 들어왔다.최초로 발화가 시작된 하행선 열차 쪽보다는 옆의 상행선 열차 안에 시신이 몰려 있어 피해가 심한 듯했다.시신들은 형체를 분간할 수 없도록 훼손되거나 온전한 형태를 갖추지 않은 참혹한 모습들이었다. 엄청난 공포를 이겨내려고 서로 부둥켜 안은 채 굳어버린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시신들은 대부분 전동차 출입문 쪽에 몰려 있었다.한 시신은 손가락이 닫혀 있는 문틈에 끼인 채 굳어 있어 당시 몰려드는 불길과 유독가스를 피해 필사적으로 문을 열고 탈출하려 했음을 짐작케 했다. 참혹한 현장을 뒤로 하고 역을 빠져나오자 입구 앞은 어느새 이날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해 몰려든 수백명 유족들의 오열로 울음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딸 민심은(26)씨를 찾는다는 정숙자(54·여·대구시 수성동)씨는 “미용자격증을 따기 위해 사고 전동차를 타고 학원으로 가던 딸이 울먹이며 ‘엄마 지하철 안에 연기가 가득해 숨막혀 죽겠다.”는 전화를 해왔다.”면서 “이 말을 한 뒤 몇초 뒤 전화가 끊겼다.”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윤순택(47)씨는 연신 아내 이경숙(44)씨의 휴대전화에 전화를 하며 오열하고 있었다.윤씨는 “지하에 묻혀 있는 아내의 휴대전화에 전화가 걸린다.”면서 “혹시 전화벨소리를 듣고 구조대원들이 아내 시신을 찾을 수 있지 않겠냐.”며 울먹였다. 대구 이영표기자 tomcat@
  • 공사장 웅덩이 빠져 어린이 3명 숨져

    어린이 3명이 아파트 옆 공사장 물웅덩이에서 놀다 모두 숨졌다. 17일 오후 7시쯤 전북 군산시 미룡동 D아파트 옆 공사장에서 놀던 김모(9·초등2년),조모(9·초등 2년),임모(7)군 등 어린이 3명이 3m 깊이의 물웅덩이에 빠져 숨졌다. 경찰은 D아파트에 사는 김군 등이 지난 1998년 N회사에서 공사를 중단한 작업장의 물웅덩이 주변에서 놀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회사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 중이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
  • 소아변비 치료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이에게도 변비는 괴롭다.그러나 변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특별히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 한 부모로선 알아채기 어려울 때가 많다. 아이가 선 자세로 이유없이 다리를 꼬거나,구석에 앉아 발 뒤꿈치로 엉덩이를 누르는 행위를 보일 때,팬티에 항상 마른 대변이 묻어 있거나 이유없이 보챌 때는 변비를 의심해보아야 한다. 대장항문 전문병원인 양병원 양형규 원장은 “겨울엔 특히 운동량이 적고 수분섭취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아이들이 춥다고 화장실 가기를 꺼려 소아변비 환자가 늘어난다.”고 말한다. 가장 큰 원인은 서구화된 식습관이다.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피자 등은 섬유소가 적은데다 쉽게 배가 불러 섭취량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변비가 생기기 쉽다. 아이에게 변비가 생기면 먼저 배변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지말고,연습을 통해 배변에 자신감을 갖게 해야 한다.아침식사 직후 등 일정한 시간에 5분 정도 변기에 앉게 해서 규칙적으로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갖도록 하고,대변을 보았을 때 상을 주거나 달력에 스티커를 붙여 칭찬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변을 묽게 하는 약을 꾸준히 복용케하면 배변에 자신감을 갖게 할 수 있다.변비 증세가 없어져도 장의 감각과 운동기능이 정상화 될 때까지는 약을 복용해야 재발하지 않는다. 임창용기자 ★엄마가 해줄 수 잇는 식이요법과 마사지법 △식이요법 스낵류 등 마른 과자는 피하고,간식으로 푸딩이나 요구르트 종류를 준비한다.배와 오이를 1대1로 섞어 간 즙을 먹여도 좋다.미역,다시마를 달여서 차게 식힌 물을 공복에 마시거나,사과 속을 파낸 후 꿀을 넣고 찜통에 쪄 먹여도 효과가 있다. △마사지 법 아이의 무릎을 세우고 눕혀 아랫배를 30회 정도 시계방향으로 문질러준다.배를 가로로 삼등분해 위로부터 손바닥으로 눌러준다.아이를 눕힌뒤 양쪽 다리를 굽혔다 폈다 하는 운동을 10번 정도 반복하게 한다.다리를 쭉 뻗고 앉게 한 후,스트레칭하듯 윗몸을 앞으로 굽혀준다.
  • 우여곡절 15년만에 처녀시집 재출간 김신용 시인 “세상에 버려진 모든 것을 사랑해야죠”

    14살부터 부랑아·넝마주이·지게꾼 전전 살아남기 위해 감옥 선택… ‘별 다섯' 기록 商道 벗어난 출판사서 88년 낸 시집 ‘死藏' 그는 세상에 버려진 사람들,이를테면 부랑자,범죄자까지도 사랑해야 하는 부채를 스스로 짊어진 시인이다.“나는 버려진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 했다.”며 ‘버려진 모든 것들’에 아낌없이 시(詩)의 온기를 나누는 그 시인을 사람들은 ‘어둠의 시인’이라고 불렀다.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어두운 곳을 밝히고 싶은 시인’이라고 말한다.최근에 그의 운명처럼 기구한 시집 ‘버려진 사람들’(천년의 시작 펴냄)을 펴낸 김신용(58) 시인은 잃은 자식을 다시 얻은 듯 기뻐했다.목소리는 맑았으며,얼굴 어디에도 어둠의 흔적은 없었다.그의 기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그를 조금은 알아야 한다. 그는 1945년 부산에서 해방둥이로 태어났다.그러나 그의 태어남은 결코 축복이 아니었다.14살때 아버지를 잃고 부랑의 길에 들어선 그가 무작정 상경,맨 처음 맞닥뜨린 것은 ‘목숨을 저울질하는 굶주림과 추위’였다.어려운 시절,아무도 그의삶을 연민하지 않았고 결국 그는 장발장처럼 막다른 선택을 해야 했다.희망은 없었지만 살아남기 위해 감방을 택한 그는 그렇게 ‘마빡’에 ‘별’(전과)을 다섯개나 달았다.‘골방,어둠 서성이는 뚜쟁이들의 거리를 몸 허물며 스며들던/양동의 날들/뼈 앙상한 지게,그 가난의 쇠창살에 갖혀/넝마의 바람속,부랑의 머리칼 풀어헤친 잡풀의 길을 따라/뿌리없는 알몸이 떠난다./가다 밥 한 덩이가 목말라,추위 칼날 막아주는 벽이 더 그리워/囚番(수번)으로 다시 이름짓고 일년 징역 보따리에 태아처럼 싸여…’(移監) 젊은 시절 그는 넝마주이,부랑자와 서울역앞 양동 매음굴의 양아치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나이 스물 다섯에야 ‘구걸의 삶’대신 ‘노동’을 알았지만 그래봐야 서울역 지게꾼이었다.피를 팔거나 그마저 어려우면 정관수술로 굶주림을 해결해야 했다.‘피 600원,정관수술 800원’의 제 살을 허문 대가는 그에게 복음 같은 것이었다.‘그 여름,허기의 채혈병 속으로 빠져 나가버린 생의 피톨들/시든 혈관 속을 다시 흐르게 하고 싶어,단돈 팔백원의수수료를 얻으려고/정관 수술대에 누운 내 텅빈 스물 두살의 알몸,’(작은 告白錄).결국 그는 두번의 정관수술 끝에 생식기능을 잃었고,그런 절망을 시로 그려내기 시작했다.그가 시인이 된 것은 지난 88년.당시 고려원이 발행하던 잡지 ‘현대시사상’ 주간이던 최승호 시인을 우연찮게 만나 첫 시집 ‘버려진 사람들’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그가 비로소 ‘날품팔이지게꾼부랑자쪼록꾼뚜쟁이시라이꾼날라리똥치꼬지꾼’(양동시편2-뼉다귀집)의 사슬에서 벗어난 순간이었다. 그러나 출판사가 인지없이 시집을 유통시킨 것에 항의하다가 “그러면 네 시집,더는 안팔겠다.”는 출판사측의 기막힌 통고 한마디에 그는 분신같은 ‘처녀시집’을 잃고 살아야 했다.그랬다가 15년 만에 그 시집을 고스란히 재출간하게 된 것이다.이 시집이 ‘기구한 운명’인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한사코 ‘사랑’을 말한다.“내 삶과 나를 에워싼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아마 이 세상에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누군들 그만큼 사랑에 목마른 세월을 살았을까.어려서부터 문학에의 꿈을 가졌으나 삶은 그에게 문학이라는 이름의 호사를 허락하지 않았고,그런 가운데 심신이 피폐해진 그가 마지막으로 붙잡을 수 있는 희망은 시뿐이었다.그의 사랑은 이렇게 절박한 것이었고 절박한 만큼 또 진정했다. 평론가 이숭원은 이렇게 말했다.“소외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동질적 공감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여타의 구호적인 사랑의 시편들과는 궤를 달리한다.또 그의 사랑은 버려진 사람들의 내면 속에 끈끈하게 이어지며 발현되는 자생적인 것이기에 외부에서 유입된 이념적 사랑과도 구별된다.”며 “그가 극한상황에서도 밝은 사랑과 눈부신 감성의 눈길을 그대로 지녀왔다는 것이 차라리 눈물겹다.”고. 어쩌면 ‘박노해보다 더 박노해 같은’ 그의 꿈은 이렇게 시로 몸통을 드러낸다.‘그래,개나 돼지로 태어날 걸,잘못했어/뿌리가 없어 이 산천 버려져 떠돌다가/목사슬 이끄는 대로 꼬리 흔들며 따라가며/시래기국 선 밥도 황홀히 받아먹고/축사에서 달콤히 잠들 수 있도록/거추장스런 사람의 얼굴 벗을 수만 있다면/하늘 올올이 철조망에 찢겨도 좋으련만/부랑은 왜 날개 만드는 법을 알게 했는지 몰라’(어느 행려병자의 노래). 심재억기자 jeshim@
  • 20대여성 ‘롱다리’ 체형으로

    각종 마케팅의 중심에 있는 20대 미혼여성의 표준체형은 어떤 모습일까.키에서 차지하는 머리 비중은 줄고 다리는 길어져 ‘팔등신’에 가까운 체형으로 바뀌고 있다. 13일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이 조사,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미혼여성의 표준체형은 키 162㎝,가슴-허리-엉덩이 82-66-90㎝(32.2-26.0-35.6인치)이다. 기술표준원은 지난해 서울·경기·전남지역 거주 20대 미혼여성 450여명의 체형을 조사했다.그 결과 1986년 국민체위 조사 때에 비해 20대 미혼여성의 키는 6.6㎝ 더 커진 162.0㎝,다리는 7.8㎝ 더 길어진 81.7㎝였다.키에서 차지하는 다리길이 비율은 86년 47.6%에서 2002년 50.4%로 높아져 점점 ‘팔등신’ 체형으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미혼여성의 가슴둘레는 86년 82.4㎝에서 이번에 81.9㎝로 큰 변화가 없다.그러나 허리는 64.8㎝에서 66.1㎝로,엉덩이는 87.8㎝에서 90.4㎝로 굵어졌다. ●표준체형이란 조사 치수에서 가장 많이 분포한 사람들의 평균치를 일컫는다.조사대상 전체를 단순히 평균한 ‘평균체형’이나,개인마다마음속에 가장 닮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상체형’과는 개념이 다르다.표준원은 표준체형 도출을 위해 얼굴·눈·코·귀·입·어깨·손·발 등 사람마다 신체 359곳의 치수를 쟀다. 육철수기자 ycs@
  • 美·유럽 이라크전 갈등 언론들도 대리전 양상

    미국과 유럽간 이라크 공격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유럽 언론들까지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 언론들이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프랑스의 엉덩이를 차버리고 싶다.”는 등의 반프랑스 감정을 자극하는 기사들을 보도하고,유럽 언론들은 미국을 ‘전쟁광’으로 묘사하는 등 반미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뉴욕 포스트는 10일 2차대전 당시 숨진 10만여 미군의 유해가 안치된 프랑스 노르망디 미군 묘지에서 “미군들은 아돌프 히틀러라는 폭군으로부터 프랑스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며 “분노의 불길이 치밀어 오른다.프랑스의 엉덩이를 걷어차버리고 싶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앞서 월 스트리트 저널은 “프랑스가 식민지 소요사태 진압을 위해 군대를 파견할 때나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시위용 선박을 침몰시킬 때 국제사회의 여론에 신경을 썼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 타임스 독일어판은 10일 독일인들의 절반 이상이 미국을 ‘전쟁광들의 나라’로 믿고 있다는 여론 조사를 대서특필했다. 이 신문은여론조사기관인 포르사 연구소가 최근 독일인 18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57% 이상이 ‘미국은 전쟁광들의 나라’라는데 동의한 반면,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평화유지에 관심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6%에 그쳤다고 밝혔다. 김규환기자 khkim@
  • 다시 돌아온 홍콩누아르 21일 개봉 ‘무간도’

    어둠 속에서 차갑게 빛나는 도시,엇갈릴 수밖에 없는 비극적 운명,가슴은 따뜻하지만 조직에서는 비정한 남자들….영화 ‘무간도’(無間道·21일 개봉)는 80년대 홍콩 누아르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영웅본색’류의 영화에 열광한 30대 관객이라면 분명 아련한 회상에 잠길 수 있을 듯. 영화는 쌍둥이처럼 닮은 두 스파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경찰학교에서 훈련받다가 발탁된 진영인(량차오웨이·梁朝偉)은 범죄조직 삼합회에 십년째 위장잠입해 있다.그의 정체를 아는 건 경찰국장뿐.반면 삼합회의 조직원 유건명(류더화·劉德華)은 열 여덟살 때부터 경찰에 스파이로 들어갔고,그의 정체는 역시 보스만이 안다. 여기서부터 선악의 경계는 어그러진다.각각의 조직에서 가장 신임을 얻고 있는 둘은,심한 정체성의 혼란에 시달린다.경찰이지만 동시에 조직원이고,조직원이지만 동시에 경찰인 그들.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조직에 의해 위치가 정해진 둘은,결국 거대한 구조에 희생당하는 비운의 영웅들이다. 할리우드 영화와 확연히 다른 지향점을 갖는 것은바로 이 지점.영화는 결코 정체가 탄로나면서 선한 경찰이 승리하는 대결구도로 가지를 뻗지 않는다.오히려 그 아이러니한 상황을 극한까지 밀어붙인다.경찰국장은 삼합회에 의해 살해당하고,내심 경찰이 되기를 바랐던 유건명은 조직의 보스를 죽인다.“난 경찰이오.”라고 항변하는 영인의 외침은 공중으로 증발하고,결국 서로의 존재를 아는 둘만 남는 것. 마지막에 이르면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영원히 자신의 위치에 머문다.그리고 아무도 그가 스파이였는지 모른다.그렇게 무심한 세상은 흘러가고,비극도 희극도 아닌 영화는 종결된다.개운하지는 않지만 묵직한 돌덩이가 가슴에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 홍콩 누아르만이 가진 비장미라 할 만하다. 홍콩 누아르를 답습했다지만 스타일은 훨씬 매끄럽다.왕자웨이와 주로 작업했던 크리스토퍼 도일이 총 촬영지휘를 맡아,별스러운 특수효과 없이 청색빛 감도는 도시의 서늘함을 유려하게 잡아냈다.두 주연배우의 연기 대결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내면의 혼란을 냉철함으로 감추는 류더화,불평불만을터뜨리며 약간 촐싹대는 량차오웨이.두 모습 다 매력적이다. 무간(無間)은 무간지옥(無間地獄)을 뜻하는 불교용어.18개의 지옥층 중 가장 낮은 층의 고통스러운 지옥을 뜻한다.영화에선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 상태를 상징한다.‘풍운’‘동경용호투’의 류웨이창(劉偉强)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소연기자 purple@
  • [길섶에서] 지갑 풍수

    세상 만물에는 ‘기(氣)’가 있다.어떻게 결합하고 조화하느냐에 따라 서로 도움이 되는 상생(相生)이 되기도 하고 서로에게 해를 끼치는 상극(相剋)이 되기도 한다.풍수를 ‘환경학’이라고 일컫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지갑에도 풍수가 있다.황토색은 돈을 끌어다 주고,검은 색은 돈을 보관해주는 힘이 강하다고 한다.하지만 파란색은 돈이 들어오는 족족 나가버리고,빨간색은 재운을 훨훨 태워버린다. 또 뒷주머니에 넣는 것보다는 상의 안주머니가,주머니보다는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것이 금전운에 도움이 된다는 게 풍수의 정설이다.뒷주머니에 엉거주춤 꽂힌 지갑은 타인의 시선이나 동작으로 인해 안정감을 잃고,실룩거리는 엉덩이처럼 들락날락 춤추는 형국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로또 광풍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전 국민이 ‘인생 역전’을 꿈꾸고 있다.하지만 먼저 자신이 갖고 있는 지갑 운세부터 따져보는 것은 어떨지. 우득정 논설위원
  • 해빙기 공사장 안전대책 강화

    행정자치부는 6일 봄철 해빙기를 앞두고 시·도 재난관리 관계관 회의를 개최,각종 안전사고를 대비한 재난관리 안전대책을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얼음이 녹으면서 익사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큰 저수지나 웅덩이,하천 등의 위험지역에 안전망을 설치할 것을 주문하는 한편 공사가 중단된 대형 공사장 등에 대한 안전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행자부 관계자는 “올해는 동절기 폭설과 한파 등의 영향으로 해빙기에 재난관련 안전사고의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공사장과 노후 건축물,축대 등에서의 균열상태를 점검해 신속한 대책을 세우도록 했다.”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 수도권 일대 온천서 겨우내 언 심신 풀기

    ‘지독한 냄새가 나는 따뜻한 물이 담긴 웅덩이에 몸을 담그고 나오니 아픈 곳이 씻은 듯이 나았다.’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동물문학가였던 어니스트 톰슨 시튼의 실화 동물소설 ‘회색곰 왑의 삶’에 나오는 이야기다.소설 주인공 회색곰 ‘왑’은 이후 몸이 안좋을 때마다 이 유황온천을 찾는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온천에서 아픈 곳을 치료한다는 이 이야기는 온천의 신비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오랜 추위로 몸과 마음이 잔뜩 움츠러들기 쉬운 2월.가까운 온천을 찾아 기나긴 겨울을 나며 쌓였던 피로를 털어내보자.가족과 함께 찾을 만한 수도권 일원의 온천을 소개한다. ★포천군 *** 일동제일유황온천(일동면) 포천 일대엔 온천인양 영업을 하는 업소가 10여 군데 있다.그러나 실제로 온천업 허가를 받은 곳은 일동제일유황온천과 신북온천,한화콘도 온천사우나 뿐이다. 서울과 일동,이동을 잇는 47번 국도변에 자리한 일동제일유황온천은 지하 800m에서 끌어올린 유황 온천수의 수질이 신경통,관절염,피부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울과 경인지역 이용객들의 발길이 잦다. 10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중탕 및 폭포수를 갖춘 노천탕,수영장,옥사우나,진흙사우나를 갖추고 있다. 특히 순수 장작을 이용한 불한증막이 자랑거리.밤새 한증막 안에 장작불을 피워 열기를 돋운 다음 아침 영업 시작전 재를 치우고 손님을 받는다.대부분의 사우나가 눈가림용 장작만 쌓아놓고 실제는 가스나 기름을 연료로 한 스팀을 이용하는 것과는 달리 직접 불을 지펴 열을 내기 때문에 제법 인기가 있다. 입욕료는 대인 5000원,소인(7세 이하) 3000원이다.인근에 명성산,운악산,청계산,베어스타운 스키장 등이 있어 산행이나 스키를 즐긴 후 들르기에 적합하다. 서울 방면에서 일동으로 가려면 47번 국도를 이용해 구리,퇴계원을 거쳐 가거나,43번 국도를 타고 의정부,포천을 경유해 가면 된다.(031)536-6000. ***신북온천(신북면) 지하 600m에서 뽑아올린 중탄산나트륨 성분의 온천수를 사용한다.수질이 매끄러우면서 부드러운 것이 특징.갱년기 장애,노화 방지,피부 미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형 온천탕과 개인 토굴방,한증막,객실 등을 갖추고 있다.왕방산,소요산 산행과 연계해 온천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특히 소요산에선 이 온천과 이어지는 산행로가 열려 있다. 입욕료는 대인 5000원,소인(7세 이하) 3500원.평일과 토요일 오전 9시30분 이전에 입장하면 요금을 20% 할인해 준다. 3번 국도를 이용해 의정부와 동두천을 지나 초성리에서 열두개울 방향으로 우회전하거나,43번 국도를 타고 의정부를 지나 포천읍내에서 하심곡리 방향으로 좌회전해 갈월리,삼정리를 지나면 온천 이정표가 나온다.(031)535-6700. ***산정호수 한화콘도 온천사우나(운천면) 규모는 작지만 노천탕,인삼탕,황토 사우나,맥반석 사우나 등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수질은 중탄산나트륨 성분의 약알칼리성으로,매끄러운 광천수의 감촉을 느낄 수 있다. 명성산 산행후,또는 산정호수에서 얼음썰매나 스케이트를 즐긴후 온천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요금은 대인 5000원,소인 3500원.(031)534-5500. ★이천시 ***이천 스파플러스(안흥동) 이천 미란다호텔이 운영중인 연면적 1만여평 규모의 초대형 온천 테마파크.온천수에 나트륨 함량이 풍부해 피부질환과 임산부 산후조리 등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000여명이 동시에 목욕을 즐길 수 있는 대온천탕을 비롯해 노천탕,목초탕,한약탕,족탕 등 30여개의 기능형 온천탕과 다양한 찜질방으로 구성된 ‘건강존’을 갖추고 있다.또 온천수를 이용한 유수풀,옥외풀,파도풀,튜브 슬라이드 등 수영 및 놀이시설을 갖추었다.자체적으로 양성한 전문 온천 지도사가 온천욕 프로그램에 따라 1대1 서비스를 실시한다.수영장,건강존,온천탕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요금은 평일 1만2000원,주말 및 휴일 1만6000원이며,온천탕과 건강존만 이용하는 요금은 평일 1만원,주말·공휴일 1만2000원이다.아침 8시 이전이나 저녁 6시 이후 입장하면 온천탕만을 평일 4000원,주말 6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영동고속도로 이천IC에서 빠져 3번 국도를 타고 이천읍내로 10분 정도 들어가면 미란다호텔이 나온다.(031)633-2001. ***여주온천삿갓봉(강천면) 지난해 10월 온천업 임시 허가를 받은 신생 온천.고령화시대를 대비해 시니어타운을 염두에 둔 종합개발을 계획하고 있다.지하 800m에서 불출되는 중탄산나트륨 성분의 암반수를 온천수로 사용한다.대욕탕과 열탕,라벤다·로즈마리 등을 우려낸 천연 허브탕,불가마 황토방,맥반석사우나 등을 갖추고 있다. 2인용부터 7∼8인용까지 다양한 크기의 객실 및 대연회장,야외 바비큐장을 갖추고 있어,가족 나들이는 물론 단체 세미나를 개최하기에도 적당하다.각 객실에도 온천수를 공급하며,투숙객은 대욕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영동고속도로 여주IC에서 가깝다.인근에 신륵사와 영릉,목아박물관,도자기 전시관,명성황후 생가 등이 찾아볼 만 하다.(031)885-4800. 포천 임창용기자 sdragon@kdaily.com ★온천욕 제대로 하는법 온천욕은 물의 온도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전문가들에 따르면 섭씨 38∼39도의 미지근한 물은 신체의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해 준다.42도 이상의 뜨거운 물은 피의 흐름을 촉진시켜 근육속 피로물질인 젖산 배출을 도와 육체적 피로를 풀어준다. 따라서 먼저미지근한 물에서 긴장을 푼 뒤 뜨거운 탕으로 옮기는 게 좋다.온천욕은 식전 또는 식후 1시간 이후에 해야 하고,입욕시간은 10∼15분이 적당하다.너무 오래하면 오히려 힘이 빠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목욕 후엔 맑은 물에 몸을 헹구지 말고 체온으로 서서히 말리자.몸에 묻은 온천수의 약효 성분까지 모두 씻겨 나가기 때문. 온천욕엔 전신욕 뿐만 아니라 마시는 음천법(飮泉法),증기를 쐬는 증기욕도 있다.서구에선 음천법이 중요한 온천 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다.보통 온천의(溫泉醫)의 처방을 받아 적당량을 마시고 요양하는데,구멍에서 솟아오르는 순간의 물을 마셔야 효과가 있다.식 전 또는 공복 상태에서 마셔야 하며,철 성분이 많은 온천수는 식후 두세모금 정도만 마셔야 한다. 특수한 온천에서는 땅 속에서 솟아나오는 화산 수증기를 이용해 증기욕을 즐길 수 있다.15분 정도가 적당하며,만성 소화기 질환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아직 우리나라에선 음천욕이나 증기욕을 즐길 수 있는 온천이 없지만 유럽이나 일본에 가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임창용기자
  • [길섶에서] 모닥불

    아직 불 옆이 좋은 계절이다.모닥불을 피워놓고 엉덩이부터 언 몸을 녹이는 노점상들이 자주 눈에 띈다.여름 밤,바닷가의 모닥불 정취와는 다르지만,나름의 분위기는 있다. 이따금 나무더미 속에서 터져나오는 ‘따 딱 딱’ 하는 소리가 온기를 더해 준다.박자 소리로 들리기도 하면서. 모닥불 인연을 노래해 인기를 끌었던 가수가 있었다.“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어느 영화에서 무인도에 표류한 주인공(톰 행크스)이 불을 ‘만들던’ 모습이 오버랩됐다. 판대기에 올려 놓은 나뭇가지를 손바닥으로 돌리다 손바닥이 문드러져 미치도록 화를 냈다가,다시 문지르는 방법으로 마침내 불을 만들어 모닥불을 지피곤 대견해하는 장면.웃음을 터뜨리다가 숙연해지던 기억이 난다. 누구나 한번쯤 며칠 만이라도 문명과 동떨어져 살아 보면,주위의 모든 것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이 사무칠 것이다. 불에도 이럴진대,인간의 정(情)에 있어서야. 이건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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