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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 70년 된 서울의 ‘평양냉면’ 노포(老鋪)

    최고 70년 된 서울의 ‘평양냉면’ 노포(老鋪)

    ‘냉면’의 계절이다. 냉면을 여름 음식으로 착각하지만, 그 기원은 북쪽에서 겨울에 동치미 국물에 메밀국수를 말아 먹은 것이다. 더위를 식힐 음식으로 주목받으면서 냉면은 ‘슴슴한’(심심하다는 뜻의 북한어) 육수와 거친 메밀 면이 조화를 이룬 ‘평양냉면’이 대세가 됐다. 북한 평양 인근에서 냉면집을 하던 식당 주인들이 해방과 6·25 한국전쟁을 거치며 경기 연천과 서울 등에 자리 잡으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여름 음식으로 떠올랐다. 을밀대 등 고향의 맛을 못 잊어 실향민들이 주로 찾는 서울의 대표적인 노포(老鋪)뿐 아니라 그 나름대로 노하우로 냉면의 진화를 이룬 신흥 강자들이 서로 경쟁한다. 인터넷과 SNS를 중심으로 어느 집 냉면이 더 맛있느냐를 설명하느라 치열하다. 평일 점심 때 20~30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더위를 잊게 해줄 시원한 평양냉면의 세계로 빠져보자. 우리 민족이 냉면을 먹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정확히 알 순 없지만 1843년 유만공이 서울 모습을 그린 시집 ‘세시풍속’에 ‘냉면집과 탕반(국밥)집이 길가의 권세를 잡고 있다’는 대목이 나온다. 또 조선 말기 문신 이유원의 임하필기(1871년)에 ‘순조가 초년(1800년)에 달을 감상하며 냉면을 즐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따라서 냉면은 조선시대에는 최소한 한민족과 함께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울의 평양냉면 노포는 크게 둘로 분류된다. ‘의정부파’와 ‘평양 식당파’다. ‘평양 식당파’의 대표는 누가 뭐래도 ‘우래옥’이다. 평양에서 명월관을 운영하던 장원일씨가 1946년 서울 중구 주교동에 차린 식당이다. 서울 냉면집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암소의 엉덩이살과 다리 안쪽 살을 고아낸 진한 고기 육수가 특징이다. 본래 평양냉면은 꿩 육수에 동치미를 섞지만, 우래옥은 순수 소고기 육수를 고집한다. 육향이 너무 강해서 처음 맛보는 사람은 ‘누린내가 난다’는 표현까지 할 정도이다. 하지만, 담백하고 시원한 고깃국물 육수는 수십 년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삶은 계란을 얹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대신 채를 썬 배와 백김치가 맛을 잡아준다. 비싸기는 하지만 입에서 살살 녹는 불고기를 먹고 냉면으로 입가심하면 제격이다. 냉면 1만 2000원, 불고기(150g) 3만원. 1984년 서울 장충동에 자리 잡은 ‘평양면옥’은 실향민들이 고향 맛에 가장 가까운 집으로 꼽을 만큼 기본기가 탄탄하다. 평양에서 ‘대동면옥’을 운영하던 김면섭씨가 6·25 한국전쟁 직후 서울로 내려왔다. 다른 일을 하다가 1984년 며느리인 변정숙씨와 함께 장사를 시작한 곳이 평양면옥이다. 정갈하고 맑은 육수가 특징이다. 짭조름하면서 구수하다. 면을 한 입 베어 물면 메밀의 향이 그윽해진다. 냉면과 곁들이는 만두도 맛있다. 돼지고기를 비롯해 두부, 콩나물, 파가 넉넉히 들어 있으며 여자 주먹만 한 크기로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냉면 1만 1000원, 만두 1만 1000원. 서울 마포 을밀대는 평양냉면의 진화를 이룬 집이다. 평안도가 고향인 창업주 김인주씨가 1971년 문을 연 곳으로 평양냉면에 함흥냉면의 장점을 살짝 더했다. 일단 면발이 굵고 차지다. 메밀에 녹말 전분을 섞어서 전통 평양식 면발과 차이가 있다. 또 냉면의 냉(冷)이란 뜻에 가장 걸맞게 얼음이 버적버적한 셔벗 형태의 육수를 내어놓는다. 차진 면이 얼음 육수에 풀리면서 쫄깃함이 더하다. 면을 삶아 얼음물로 담그면 쫄깃해지는 식이다. 또 겉은 바삭하고 안이 촉촉한 녹두전은 별미 중 별미다. 냉면 1만 1000원, 녹두전 8000원. ‘의정부파’로 불리는 을지면옥과 필동면옥은 같은 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4 후퇴 때 남쪽으로 온 평양 출신 김경필 할머니가 1969년 경기 연천에 평양냉면집을 열었다. 김 할머니의 두 딸이 서울에서 냉면집을 차렸는데 그곳이 바로 을지면옥과 필동면옥이다. 그래서 두 집은 냉면의 면과 육수 등의 특징이 같다. 이들의 특징은 고춧가루다. 냉면 위에 투박하게 올라간 고기 고명 위에 파와 고춧가루를 뿌려준다. 이상하게도 심심한 육수와 고춧가루가 잘 어울린다. 고춧가루는 메밀의 냉기를 누그러뜨리고 은근한 매운맛으로 입맛을 돋운다. 두 집 중에서도 을지면옥 손님은 70대 어르신들이다. 을지로 뒷골목의 허름한 건물에 자리한 덕분에 1970년대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해서인 듯하다. 고소하면서도 슴슴한 육수가 최고이며 면의 양도 다른 곳보다 많다. 또 기름기 적당한 편육은 이 집의 특제 소스와 잘 어울린다. 냉면은 1만원, 편육은 1만 8000원.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美 텍사스 ‘계속 커가는, 지름 110m 싱크홀’에 안전 위협

    美 텍사스 ‘계속 커가는, 지름 110m 싱크홀’에 안전 위협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싱크홀이 발생하는 가운데, 미국 텍사스에서는 이미 생긴 싱크홀의 규모가 점점 커지는 것으로 분석돼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싱크홀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구덩이를 뜻한다. 도심뿐만 아니라 산과 들, 바다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이나 건물이 밀집한 곳에서 예고없이 발생하는 싱크홀은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인데, 미국 텍사스에 등장한 싱크홀은 그 면적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 우려를 사고 있다. 텍사스는 플로리다·앨라배마·펜실베이니아·켄터키 등 6개 주와 함께 미국 지질조사국에 의해 싱크홀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현재 텍사스에서 가장 위험한 것으로 판단되는 싱크홀 2곳은 1980년에 생긴 일명 ‘윙크1’(Wink1)과 2002년 생긴 ‘윙크2’(Wink2)다. 두 곳 모두 1920년대와 1960년대에 이 지역에서 있었던 가스와 오일 추출 작업 탓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윙크1은 지름이 110m, 윙크2는 깊이가 270m에 달한다.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서던메소디스트대학교 지질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이 두 싱크홀의 주변 지반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이며, 지하수의 수위와 함유하는 광물의 함량이 지속적으로 달라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두 싱크홀과 가장 가까운 도시는 인구 6000명 정도의 커밋(Kermit)이다. 연구진은 윙크1이 생긴 이후 현재까지 도시 한쪽이 매년 1.2인치씩 내려앉고 있으며, 여전히 인근 지역에서 오일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 등을 미뤄 새로운 싱크홀이 발생하거나 거대한 두 개의 싱크홀이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연구진은 “싱크홀 두 곳이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두 싱크홀을 잇는 지역의 지반에서 변형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면서 “싱크홀의 새로운 출현을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현존하는 싱크홀의 확장이나 새로운 싱크홀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형의 변화와 지반 상태 등을 끊임없이 모니터링 하는 작업 등을 통해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처럼 ‘성장하는 싱크홀’과 관련한 연구결과는 스위스 온라인 학술지 출판 연구소 MDPI (Multidisciplinary Digital Publishing Institute)가 발행하는 ‘원격탐사저널’(Journal Remote Sensing)에 최근 소개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김영탁의 詩食男女] 울산, 소머리국밥과 참가자미

    [김영탁의 詩食男女] 울산, 소머리국밥과 참가자미

    아주 멀어서 빨라도 하루 종일, 아니면 1박 2일 정도 달려가야 도착할 수 있을 거 같은 울산, 동해,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귀신고래. 멀다는 기억의 저편에 배창호 감독의 ‘고래사냥’과 송창식의 노래가 어느 정도 침전된 탓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거리는 서울에서 울산까지 두 시간 오십 분 만큼이었다. 기꺼이 역사까지 마중나온 정일근 시인은 3년 만이지만 좋은 안색이 어제 본듯하다. '시식남녀'(詩食男女)의 첫 만남이 아니라도 늦은 점심을 위해 일단 먹어야 했다. 일행은 승용차 두 대로 나누어 타고 언양으로 달려갔다. 언양장터 소머리국밥이 유명하다고 했다. 그렇게 울산역에 도착하여 곧장 소머리 속으로 들어간다고 봐야할 것이다. 소를 찾아 나선 것인데 한 편의 심우도尋牛圖가 그려질는지도 모를 일이다. 소의 꼬리를 보기 전 두각頭角을 본다는 건 직방으로 도道의 길을 가는 법. 시장기에 맞춘 입들이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소머리를 향하여 길을 가는 것이다. 언양 재래시장 진입로 부근 공용주차장에 차를 주차했을 때 보슬비가 내려오신다. 얼마나 느리게 오시는지 안개비 같아서 비를 맞아도 좋을 만큼 우산을 펴지 않아서 좋았다. 재래시장은 오일장처럼 없는 게 없이 풍물이 펼쳐져 있다. 보슬비 탓에 조금 가라앉은 듯하지만 흥성거렸다. 장터 국밥집으로 가는 길목에 대장간이 있다. 방금 풀무질을 마치고 나온 듯한 검푸른 낫, 칼, 호미와 농기구, 잡다한 쇠붙이와 숫돌이 부지런한 농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숫돌 앞에 멈춰 서서 오래전에 숫돌로 칼 갈아 쓰던 시절을 기억해 냈다. 오일장이 아닌데도 장날처럼 이러한 쇠붙이를 볼 수 있었던 것은 대장장이가 허름한 지붕을 붙박이 삼아 부지런히 놀리는 손길 탓인 듯했다. 언양 오일장은 울산의 재래시장 중 태화장과 더불어 가장 큰 장이 서는 곳이다. 근처 주변 마을의 온갖 먹거리와 특산물이 모인다. 예전 장돌뱅이들처럼 오일장마다 돌며 장사하는 사람들과 직접 농사지은 생산물을 갖고 나온 촌부들이 좁은 골목 구석구석 진풍경을 이룬다.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여러 불편하지만 먹거리의 싱싱함과 인정에 끌려온다. 그리고 옛것을 놓지 않으려는 풍물의 추억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오랜 세월을 견디고 독특한 맛을 이어오면서 소문이 난 언양 장터 골목마다 붙어 있는 국밥집. 장날이면 식당 앞에 걸어 놓은 솥단지에서는 고기 삶는 냄새가 골목을 진동시켰을 터이다. 무럭무럭 나오는 하얀 김의 열기는 식당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뽀얗게 얹히어 시장기를 보탰을 터. 비좁은 자리에 엉덩이와 이마를 맞대고 뜨거운 국물과 고기 한 점 숟가락에 떠서 후루룩후루룩 아, 얼마나 시원할까. 그래, 장터 국밥은 그런 왁자한 풍경이 양념으로 얹어져야 제대로 맛나지. 장날 아닌 날에 장터 국밥 먹을 땐 애써 그런 욕심을 내지 못한다. 청정지역 언양 인근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축산물로 언양 불고기 단지가 생겨났고, 자연스럽게 부속물이 장터의 국밥집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오창헌 시인이 잘 아는 집이 있는 듯 앞장을 섰다. 왠일인지 정일근 시인은 빙긋이 웃으며 늑장을 부린다. 무슨 사정인지 오 시인이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되돌아 나온다. 정 시인은 다시 한 번 빙긋 웃고 만다. 정일근 시인의 단골집인 오십 년 전통 국밥집에서 소머리 국밥을 주문했다. 그는 예전에 울산의 중심이었으며 울산의 관문인 언양의 유래에 대해 얘기했다. 지금은 울산이 산업도시의 중심이 되었지만 불과 백 년도 채 되지 않던 시절에는 양반 문화의 중심은 언양이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울산 언양에는 5000~6000년 전으로 알려진 선사문화의 발자취 속에 음식문화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언양의 음식문화는 선사시대 사냥을 통해 얻어낸 맛의 전통이 이곳 사람들의 DNA 속에 각인되어 전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긴 반구대 암각화의 그림처럼 선사인들의 사냥활동이 남아 있는 현장이 울산 언양이다. 사냥에서 얻은 고기로 음식의 맛을 후손들에게 전했으며, 그 전통적으로 이어진 맛의 결정체가 언양 소머리국밥에 있는 것이다. 국밥에 소면을 얹고 심심한 겉절이 부추를 국밥에 말아서 먹기 시작했다. 시원하면서 담백한 국물, 부드럽고 쫀득한 소머리 살코기, 매끈한 소면, 맛의 절정에 오른 깍두기는 일품이었다. 우리는 소머리국밥이 입으로 들어오는지 코로 들어오는지 그저 후르륵 거리며 국을 훔치고 있었다. 오십 년 전통 언양 장터 소머리 국밥이라도 소금 파 매운 다대기 듬뿍 넣어도 싱거울 때가 있다 세상 입맛 돋우는 풍경들이 흩어져버린 장날 아닌 날에는 -김양희, 「장날 아닌 날에는」 눈 감아도 뜨겁게 끓어오르는 뼈의 경전을 받아 마시는 오후, 떨어지는 빗방울은 뜨겁다 -김성순, 「소머리 국밥」 아무리 매운 다대기를 넣어도 양이 차지 않는 뜨거운 열정이 숨어 있는 김양희 시인은 장날에 국밥을 먹어야 한다는 정통 '국밥론자'다. 그러니까 아무리 세상이 맵고 고달파도 좋은 시만 쓴다면 그 고생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일념, 열정의 내공이 깊다. 김성순 시인의 시는 목젖을 뜨겁게 데운다. 뼈의 경전이 사무쳐오기에 차가운 빗방울마저 녹일 수 있는 용광로를 가진 그는 앉으나 서나 오매불망 경전을 읽고 읽는다. 그리고 언제가 경전經典을 치며 쓸 것이다. 오창헌 시인의 얘기를 들어보면, 소머리로 곰탕 맛을 내려면 정성도 보통 정성으로는 안 된다고 한다. 그 이유인즉슨, 소머리를 그릇에 넣고 물을 부어 센 불에 달구면 부르르 끓어오르는데 이때 약한 불로 푹 고아 차게 식히고 기름 덩이를 거두는 게 필수. 그걸 여러 번 반복해도 소머리 기름이 나온다고 한다. 애들 말로 소머리 기름 짱이다. 마지막 기름기를 제거했다 싶은 때 한소끔 더 끓인 후 식혀 나머지 기름기를 거두어야 한다. 소머리 곰탕 먹으려다 머리 허해진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소머리 곰탕 1번지는 언양 장터에 있다지만 국물 맛은 고아본 사람만이 안다고 귀띔하네 기름 덩이 걸러낸 손이 맛을 낸다고 하네 -오창헌, 「울산 언양 소머리 곰탕이 맛있는 두 가지 이유」 웃을 줄밖에 모르는 두 남녀, 생애 처음인 듯 소머리 국밥집에서 만났다 -이궁로, 「연애」 맛의 두 가지 이유의 근본을 잘 알고 있는 오창헌 시인은 참으로 섬세하다. 그는 ‘고래를 사랑하는 시인들 모임’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만큼 그는 행동하고 만지고 밀착하는 시인이기에 손맛이 최고라고 한다. 손맛을 하는 사람이 바로 몸을 아끼지 않는 장인이 아닐까. 「연애」를 노래한 이궁로 시인은 정말 아직 연애를 하는 사춘기 소녀 같다. 아니 시와 열애를 하는 그는 만남이 시와 예술로 승화된다는 걸 직시하는 본능을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한 생애 첫 만남을 소머리 국밥집으로 자리한 것만 봐도 인연을 육화할 줄 아는 사랑의 시인 이궁로다. 일행은 한참을 승용차로 달려서 정자 해변 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울산 참가자미가 기다리는 곳이다. 울산에서만 건져 올린 참가자미는 다른 지역의 바닷가에서 잡힌 것보다 맛이 뛰어나다고 한다. 울산 하면 참가자미이고 참이라는 말이 가자미 중 진짜라는 말과 통하고 맛을 안 봐도 틀림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바다의 생물을 파는 수산물 도매상에서 참가자미와 해삼, 멍게를 한 자루를 사서 근방에 있는 횟집으로 들어갔다. 횟감을 사오면 회를 떠주고 술과 밥을 파는 집이다. 참가자미 회는 고소하고 시원하고 쫀득쫀득한 육질이 풍부하면서 비리지 않아서 좋다. 평소에 술을 잘 못하는 정일근 시인도 그날은 술이 당기는 듯 잘 마셨다. 술을 좀 하는 사람은 필자와 정일근 시인, 김 요아킴 시인이고 나머지 시인들은 조금씩 홀짝홀짝 마셨다. 시와 음식을 앞에 둔 시식남녀 대열은 계속 늘어난다. 횟집으로 달려온 두 사람이 있다. 장상관 시인과 시를 잘 쓰고 있는데 아직 미등단인 이현옥 예비시인이었다. 바다를 짊어졌던 몸이 접시를 방석 삼아 누웠다 빚더미에 억눌려 뼈 째 썰린 살점을 씹는 전사들 격랑이 한동안 저 사내들 앞에서는 무릎 꿇겠다 -장상관, 「참가재미」 참가자미의 맛은 담백한 타원형의 몸에 그득하지만, 고수 칼잡이를 만나야 천의무봉의 그 칼질이 받아낸 진짜 맛을 읽을 수 있으니 보라, 가로로 길게 쓴 저 참가자미의 詩 같은 진짜 맛을 알지 못하고 바다를 안다고 말하지 마시라, 방! -정일근, 「진짜 맛, 진짜 시인-참가자미의 시詩」 억눌린 자나 살점을 씹는 시인들이나 한 몸으로 엮어내는 장상관 시인은 술도 호쾌하게 마셨다. 그의 시적 발현은 대상들을 동일시하므로 피해자와 가해자 간에 상호 소통과 반전의 극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므로 저 사내들은 격랑과 함께 낮은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진짜 맛과 진짜 시인을 노래한 정일근 시인은 고수답게 노래한다. 고수의 도법刀法은 상처가 없다. 그의 말처럼 천의무봉 아닌가! 요리를 하는 데 있어 칼솜씨에 따라 요리 맛도 달라진다. 똑같은 재료라도 칼질에 따라 맛은 제각각이다. 칼의 결에 따라 시가 되는데 칼이 가는 길 따라 시를 쓰는 행위로 봐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제대로 된 칼질을 받아내야만 진짜 맛이 나는 법인데, 이 말은 외부의 상처를 어떻게 승화하는가에 따라 시가 되는 법을 얘기하고 있다고 본다. 어쩌면 정일근의 시론이 탄생한 셈이다. 그러니 넓고 깊은 가없는 시의 바다를 함부로 안다고 하면 안 될 일이다. 간밤엔 그대를 살 발라서 참 맛있게 술 한잔했네 꿈속에 참가자미 울산바다를 안방으로 내어주고는 아침엔 참가자미 해장국 먹으며 땀이 뻘뻘 나네 -김영탁, 「울산 참가자미 해장국」 태화강 굽이도는 무동교 그 언저리에 안개가 자욱하다. 불빛이 안개를 가르고 보니 멀리서 울산역이 보인다. 글·사진 김영탁 시인 tibet21@hanmail.net
  • 빚에 쪼들려 내동댕이쳐지는 중국 대학생들

    빚에 쪼들려 내동댕이쳐지는 중국 대학생들

    중국 동부 장쑤(江蘇)성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여대생 린샤오(林曉·가명·19)는 지난 2월 급전이 필요해 온라인 대출을 통해 500 위안(약 8만 9000원)을 빌렸다. 1주일이 지나자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650 위안을 갚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자가 1주일에 무려 30%(연 1560%)에 이르는 엄청난 고리의 대출이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출 상환액을 일정한 수입이 없는 그녀로서는 도저히 갚을 수 없어 연체할 수밖에 없었다. 500 위안, 1000 위안 등 소액 대출을 여러 곳에서 받았지만 대출금 상환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식의 카드 돌려막기로는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이런 와중에 큰 돈을 빌려준다는 곳이 있다는 ‘복음’과도 같은 소식이 들렸다. 간단한 신상정보와 신분증을 담보로 즉시 5000 위안이라는 거금을 빌려준다는 얘기였다. 여대생들의 신상정보 및 가족·지인 정보, 나체로 신분증을 들고 찍은 사진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이른바 ‘뤄다이(裸貸)’였다. 다급해진 그녀는 이를 통해 큰 돈까지 빌려 빚을 청산하려고 했지만 대출금을 갚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린샤오가 대출금 12만 위안을 빌려 갚으려고 나섰을 때는 빚은 어느새 25만 위안으로 불어난 탓이다. 그녀는 할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 대출 사실을 가족들에게 털어놓고 도움을 청한 상태이다. 린샤오는 돈을 빌릴 때 “제 때 갚지 못하면 온라인 상에 나체 사진을 공개해버리겠다”며 협박했다고 고백했다. 중국 대학 캠퍼스 내에서 ‘뤄다이’가 만연하고 있다. 인터넷 사금융 플랫폼인 ‘제다이바오’(借貸寶) 등에 뤄다이 고금리 사채업이 성업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학비나 생활비로 급전이 필요하지만 담보가 없는 여대생들 사이에 ‘제다이바오’라는 형태의 불법 대출이 성행하고 있다고 관영 신화통신,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 등이 지난 15일 보도했다. 제다이바오는 유명 사모펀드인 주징(九鼎)홀딩스가 설립한 인터넷 사금융 플랫폼으로 국내외 금융기관들과 법률 기관, 대형 포털 사이트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다이바오 형택의 대출은 나체사진을 담보로 제공하면 대출금 규모가 일반 기준보다 2∼5배 많아지지만, 문제는 상환 기일을 지키지 못할 때 발생한다. 기일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사채업자는 나체 사진을 차입자의 친구들에게 공개하고 이자율도 1주일에 30%의 고리로 올린다. 심지어 일부 사채업자는 해당 여대생에게 성 상납을 요구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제다이바오’ 측은 “이번 사건은 플랫폼을 이용하는 개인 사채업자가 저지른 불법 행위로 플랫폼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중국 은행감독위원회와 교육부가 대학 캠퍼스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대출의 관리·감독을 크게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무분별한 ‘캠퍼스 대출’은 고금리로 이뤄져 학생들이 대출금을 못 갚는 악순환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허난(河南)성의 대학생 정(鄭·21)모는 대부업체 14곳에서 59만 위안을 대출받았다가 갚지 못한 채 시달리다 투신 자살하는 불행한 사건도 발생했다. 더욱이 이들 대학생이 돈을 못 갚을 경우 대출금 상환 독촉이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업체들은 학생 본인은 물론 친구들이나 친척들에게까지 빚 독촉 문자를 수 없이 보내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도피 생활을 할 정도다. 중국에서는 은행 문턱이 높아 일반 시민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사채에 의존할 정도로 지하금융이 번성한다. 공안 당국은 지난해 8∼9월 한 달 만에 2400억 위안 규모의 불법 자금을 운영해 온 지하금융 업체 37개사와 업자 75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캠퍼스 대출이 중국에 한국의 ‘워킹 푸어’(직장은 있지만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빈곤층)에 해당하는 ‘충망쭈‘(窮忙族)를 대량 양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학 캠퍼스 대출 규모가 이미 1000억 위안을 넘어선 만큼 충망쭈 학생들이 큰 사회적인 문제로 등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차오시쥔(趙錫軍) 인민대 재정금융학원 부원장은 “학생들에게 금융상품 교육을 강화하고, 캠퍼스 대출 심사도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P2P(개인 간 개인) 대출업체들이 대출 규정을 철저히 지키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조선 빅3’ 올 6000명 옷 벗는다

    삼성중공업이 15일 희망퇴직을 공식화했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약 1500명을 내보기로 하면서 올 한 해 조선 ‘빅3’에서만 6000명의 근로자가 회사를 그만둘 것으로 보인다. 수만명의 협력업체 직원도 직장을 잃을 전망이다. 한편 KB국민은행은 만기가 돌아온 삼성중공업의 단기차입금 만기를 이례적으로 1년이 아닌 3개월만 연장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이날 사내 방송을 통해 “2018년까지 3년 동안 경영 상황과 연계해 전체 인력의 30~40%를 효율화한다는 계획 아래 올해 약 15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정년퇴직자, 아웃소싱 인력 등 자연 감소 인원 400명을 더하면 연내 1900명이 회사를 떠나게 된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사측의 자구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사무직 1500명과 생산직 500명을 내보냈다. 전체 직원(2만 7000명) 중 약 7.4%가 회사를 떠난 셈이다. 현대중공업이 설비지원 사업부를 분사하기로 하면서 해당 사업장에 소속된 994명도 자회사 이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 연말 약 1000명의 정년퇴직도 예고돼 있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도 일감이 줄면서 줄도산하고 있다. 건조 중인 해양플랜트 16기 중에 8기가 하반기 중에 인도되면 직원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최근 추가 자구안을 통해 직영 인력을 20% 이상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1만 3000명 수준의 정규직을 1만명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연평균 600명가량이 옷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정년퇴직과 신규 채용 최소화 등을 통해 인력의 자연 감소를 꾀하면서 동시에 일부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구조조정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 협력업체 직원은 2만 9000명 수준에서 2020년까지 2만명가량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말까지 7기의 해양플랜트가 인도되면 빈 도크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 종사자는 지난해 말 기준 20만 3000명에 달한다. 해양플랜트 발주가 한창이던 2010년 15만 3000명에서 5만명이 늘었다. 그러나 조선업계는 수주가 이 상태로 계속되면 조선소들이 생산 설비를 크게 줄이면서 15만명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소 인력에 대한 실업 대책을 하루빨리 내놓지 않으면 사회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7일 만기였던 삼성중공업의 1년짜리 단기차입금 1000억원에 대한 만기를 3개월 연장했다. 시중은행의 통상적인 대출 만기 단위인 1년을 따르지 않은 사실상 대출기간 축소다. 삼성중공업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제출한 비핵심자산 매각 등 1조 5000억원의 자구안 이행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자구안이 계획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은행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을 감안한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7일로 예정된 1500억원 규모 대출에 대해 만기 연장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아직 방침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NH농협은행(1600억원)과 산업은행(3600억원)도 3개월 시한부 만기 연장을 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런 분위기는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등 다른 대형 조선사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운빨로맨스, ‘토끼눈’ 류준열 VS ‘패기’ 이수혁, 신경전 “경쟁심 활활”

    운빨로맨스, ‘토끼눈’ 류준열 VS ‘패기’ 이수혁, 신경전 “경쟁심 활활”

    ‘운빨로맨스’가 류준열과 이수혁의 긴장감 넘치는 만남을 공개하며 ‘꿀잼’을 예고했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운빨로맨스’(극본 최윤교, 연출 김경희, 제작 화이브라더스c&m)가 류준열과 이수혁의 동반 스틸컷을 공개했다. 사진 속 최건욱(이수혁)은 평소의 말쑥한 모습이 아닌 급하게 운동을 하다 나온 차림으로 제수호(류준열)의 회사를 찾아가 패기 넘치는 표정으로 제수호를 바라보고, 제수호는 놀란 토끼눈을 하고 있어 이들을 둘러싼 상황에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그 동안 두 사람은 주인공 심보늬(황정음)를 사이에 두고 의도치 않은 몸싸움과 일침 세례(?) 등 여러 번의 신경전을 치른 전적이 있기에, 심보늬가 없는 단 둘만의 만남에서 또 어떤 폭탄 같은 대화가 오갈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나아가 함께 공개된 스틸컷에서 심보늬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도 시선을 집중시킨다. 최건욱은 비가 오는 버스 정류장에서 우산 두 개를 준비한 채 심보늬에게 전화를 걸며 한없이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반면, 제수호는 엉덩이를 쭉 뺀 채 특유의 ‘아닌 척 하는’ 표정으로 심보늬의 동선을 체크해 웃음을 자아내는 것. 제작사 화이브라더스 c&m 측은 “7회부터는 제수호와 최건욱 모두 자신의 마음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며 심보늬의 마음을 얻기 위한 본격 레이스를 펼치게 된다”며 “진정한 ‘로코’는 오늘부터 시작되니 많은 기대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운빨로맨스’ 7회는 6월 15일 수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新전원일기] 꽃보다 할매 충남 당진 ‘백석올미영농조합’

    [新전원일기] 꽃보다 할매 충남 당진 ‘백석올미영농조합’

    1. 프롤로그 청매실이 익어가는 6월, 충남 당진의 ‘백석올미영농조합’(올미)으로 향하던 날의 햇살은 따가울 정도로 강했다. 차에 오르자마자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미세먼지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도심과 고속도로에서는 선글라스를 끼나 벗으나 눈에 보이는 것에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백석리 어귀에 이르러 비포장 농로 위에서 차가 덜컹거릴 때쯤에는 선글라스를 벗을 수밖에 없었다. 마을 개천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초록빛 매실나무의 향연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푸르고 무성한 잎사귀와 동그랗게 여문 열매가 따사로운 햇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매실밭을 보면서 목적지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았다. 평균 나이가 76세인 할머니 57명이 함께 일하는 백석올미영농조합의 주소는 ‘당진시 순성면 매실로 246’이다. 10만 그루에 달하는 마을 공동 소유의 매실나무에서 나오는 매실을 좀더 가치 있게 팔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영농조합이 이제는 할머니의 일터가 되고, 삶이 되고, 꿈이 되었다. 2. 할머니의 반란은 성공 여름철이면 지천으로 열리는 왕매실은 백석리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지만, 영농조합 설립 전까지는 마을 주민들에게 천덕꾸러기로 여겨졌다. 보관이나 유통이 어렵고 제값을 받기도 힘들어 매실을 따서 판다고 한들 인건비도 제대로 건지기 어려웠다. “우리 마을에서 나는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매실 한과’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33명의 조합원이 각자 200만원을 출자해 초기 자본금을 만들고, 농어촌 개발을 위해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 3억원을 받아 마을 영농조합이 만들어졌죠. 처음부터 큰돈을 벌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일이 아니었어요. 그저 할머니들이 모여 마을을 위해 뭔가를 해보자는 마음이었지요. 이런 걸 두고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더라고요.” 2011년 영농조합 설립 당시 마을 부녀회장을 맡고 있었던 김금순(66) 대표는 마을 소득 사업이나 사회적 기업이 의미하는 바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시골 할머니들이 모여 무작정 시작한 일이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2008년 대기업을 퇴직한 남편과 함께 백석리로 귀농했다는 김 대표를 두고 할머니들은 ‘굴러들어온 복덩이’라고 치켜세웠다. 2012년 한과 공장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매실 한과를 생산한 이래 연매출 6억원의 영농조합으로 발돋움하기까지 김 대표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 대표는 귀농 이후 마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위해 부녀회장을 맡으면서 새로운 운명의 길로 들어섰다고 회상한다. 부녀회원들을 중심으로 손주들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매실 한과를 만들어 보자며 시작한 영농조합의 생산 품목은 이제 매실 장아찌, 매실 고추장, 매실청, 매실 진액 등으로 확대됐다. 매실 따기와 한과 만들기 등 체험 활동 프로그램도 26개로 늘었다.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개최한 ‘6차 산업 우수 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이후 전국 각지의 농민들이 올미의 사례를 배우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체험과 견학을 목적으로 이곳을 다녀간 체험객이 5000명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도 57명으로 늘었고 매출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올미의 성장보다 더 근사한 것은 57명의 할머니에게 일자리와 꿈을 선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미영농조합에 출근하며 처음으로 명함을 가져보았다는 할머니들은 주 5일 근무에 월급 126만원을 받는다. 도시 사람들에게는 약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할머니들에게는 큰 수입이다. 게다가 4대 보험과 퇴직금이 보장된 ‘정규직’이다. 상품 판매 실적에 따라 보너스를 받기도 한다. 남들은 경로당이나 요양원 갈 나이에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과 자부심은 돈보다 더 큰 행복을 안겨준다. 한과를 만들면서도, 공장 청소를 하면서도 할머니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한때 마을의 골칫거리였던 매실이 이제는 한과도 되고, 장아찌도 되고, 진액으로도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매실은 할머니들의 일자리가 되면서 돈을 벌어다 주었고,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통로를 열어 주었다. 3. 그녀들의 목소리 올미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은 50~80대로 다양하다. 70대가 제일 많아 평균 연령이 높지만 함께 일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한다. 이곳에 몸담으면서 달라진 이들의 삶에 대해 연령대별로 직접 들어보았다. 막내 유희숙(51)씨 -어른 행세하는 분 없이 언니들이 항상 든든해요 우리 남편이 백석리 이장이에요. 남편이 감투를 쓰는 바람에 저도 졸지에 이장댁 사모님이 되었죠. 그래서 여러 궂은일을 나서서 맡을 때가 많아요. 올미에서는 언제부터 일했느냐고요? 5년 전에 올미영농조합이 설립될 때 저도 200만원을 내고 조합원으로 가입했어요. 그런데 집에 다른 농사가 바빠서 영농조합에 출퇴근은 못 하다가 직원으로 합류한 지 이제 6개월이 지났어요. 젊은 사람이 부족하다고 도와 달라는데 모른 척할 수가 없었어요. 언니들이 솜씨는 좋은데 기계를 다룬다든지, 운전을 한다든지 젊은 사람들이 하는 일에는 서툴러요. 지금도 한과 만드는 기계를 살피는 중이에요. 기계 틈에 한과 부스러기가 끼어서 날카로운 대바늘로 긁어냈어요. 언니들은 눈이 어두워서 이런 일을 하기가…(웃음). 같이 일하는 어르신들이 시어머님뻘로 연세가 많으셔서 처음에는 대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런데 여기에는 나이 따지면서 어른 행세하는 분이 없어요. 똑같이 일하고 수익도 똑같이 나눠 갖는 시스템이니까요. 언니들에게 가장 고마운 건 제가 아무리 실수하고 뻗대더라도 나무라기는커녕 막내라고 귀여워하고 예뻐해 주신다는 거죠. 제가 이 나이에 어딜 가서 이런 사랑을 받겠어요. 언니들 덕에 저는 항상 든든해요. 대표 김금순(66)씨 -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버니 잡음 생길 틈이 없죠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이 은퇴하면서 남편 고향인 이곳 당진 백석리로 2008년에 귀농했어요. 서울에서는 은퇴할 나이인데 이곳에서 60대는 젊은이 취급을 받아요. 부녀회장도 맡고, 영농조합 대표까지 되면서 오히려 귀농 후에 더 바빠졌어요. 우리의 목표는 돈이 아니에요. 마을에서 나는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파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찹쌀, 참깨, 검은깨 등 한과에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이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로 쓰는 게 철칙이에요. 원산지라고 해서 싸게 사는 것도 아니고 시중가대로 매입하죠. 다른 업체들은 대부분 수입산을 쓰는데 국산 농산물을, 그것도 비싼 값으로 사서 재료로 쓰니 크게 남는 장사는 아니에요. 저나 할머니들이나 노년에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돈 욕심을 부리고 싶진 않아요. 수익 규모가 커지면서 서로 간에 잡음이 생길 법도 하지만, 개인 욕심을 부릴 수 없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불평이 없어요. 제가 대표라서 일을 더 많이 한다고 해서 돈을 더 많이 받는 게 아니라 저도 다른 할머니들과 똑같이 월급을 받아요. 조합 성공 사례에 대한 강연을 하고 강연비를 받더라도 제 개인 몫으로 챙기는 게 아니라 조합 소득으로 계산하고, 저는 전체 수익을 할머니들과 똑같이 나누는 거죠. 한과 한 봉지도 따로 집에 못 가져가도록 해요. 본인 돈으로 구매하고 영수증을 처리해야 가능합니다. 시골 인심 같지 않다고요? 공평한 급여 체계와 투명한 운영이 갈등 없이 올미를 성장시킨 원동력이기 때문에 이 원칙을 끝까지 지킬 생각입니다. 판매왕 권탁(71)씨 - 여그만 오면 아픈디가 싹 나아…만병통치약이여 여그 일하는 할매들은 70대가 대부분이여. 처음 생길 때부터 시작해서 여그서 일헌 지 5년째여. 재미있고, 신나유.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된 명함도 생기고 말이여. 내가 여그 조합에서 최고 판매왕이유. 한과를 맹그는 것도 중요허지만, 못 팔면 소용이 없잖유. 비결이 뭐냐고? 내가 낳은 자슥들이 7남매유. 우리 아들, 딸들이 100박스, 200박스씩 팔아주는 게 비결이여. 한과를 한 해에 1000박스 넘게 파는 거지유. 갸들이 회사 홈페이지에도 올리고, 이웃들한테도 소개하고…. 한과 주문을 받느라 명절만 되면 전화통에 불이 나유. 재미가 쏠쏠한 게 뭐냐믄 월급 외에 한과 판 보너스는 영업 실적에 따라서 따로 받아유. 그래서 내가 보너스만 300만~400만원씩 받어유. 돈 벌어서 손주들 용돈 챙겨 줄 때가 제일 좋아유. 손주가 초등학교 댕길 때만 해도 할매가 용돈 주면 닁큼 받더니, 중학교 간 후부터는 안 받을라 그러잖유. 할미가 고생해서 번 돈이라서 못 받겠대유. 그래서 친구들이랑 즐겁게 놀면서 번 돈이라고 받아도 된다고 했지유.아픈 데가 없기는 왜 없겄슈. 평생 살림하고, 애 낳아 키우고, 농사짓고 살았는데 온몸이 쑤시고 프지유. 근디 신기하게 여그만 나오면 씻은 듯이 다 나아유. 웃고 떠들면서 일하다본께 피곤헌 줄도 모르고 아픈 것도 까묵어 버려…. 여그가 만병통치약인가벼. 최고령 성정옥(81)씨 - 돈 벌지, 돈 모아서 여행가지 을매나 좋은지 몰러 여그 정년퇴직 나이가 80세거든. 그런데 내 주민등록 나이가 아직 78세라 더 일할 수 있어. 우리 아부지가 내가 다 늙어서 올미에 취직할 줄 미리 알고, 출생 신고를 3년 늦게 해 준 덕이여. 나는 이렇게 등도 굽고, 다 늙어서 쪼글쪼글한 할매를 취직시켜 줘서 여그가 을매나 고마운지 몰러.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다는 게 행복이여. 건강 관리는 어떻게 허냐고? 조합원들이 모여서 일주일에 두 번씩 체조를 햐. 체조 선생님이 오셔서 한 시간씩 제대로 하는 겨. 그것도 다같이 허니께 힘든 줄도 모르고 재미나. 70대에 처음 직장 생활해서 월급이란 걸 받아 봤어. 그 돈으로 영화도 보러 다니고 여행도 가. ‘해랑’이라고 열차로 크루즈여행을 하는 고급 여행 패키지여. 그게 2박 3일 가는데 100만원이나 혀. 여그 올미 할매들이랑 같이 댕겨 왔어. 자식들이 안 보내 주느냐고. 아유, 그런 말을 어떻게 혀. 내가 번 돈으로 친구들이랑 여행 가서 맛난 거 실컷 먹고 구경하고, 그게 을매나 좋은디. 4. 에필로그 매실 한과로 돈을 많이 벌면 ‘올미 실버타운’을 지어 친구들과 여생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할머니들, 올미에서 일하면서 할머니들은 이전과는 다른 꿈을 꾸게 되었다. 초록빛 매실이 시골 촌부(村婦)의 삶에 희망이라는 초록 불을 밝혀 준 것이다. 매실의 매(梅)를 한자로 풀이하면 ‘人+母 +木’이므로 ‘사람에게 어머니 같은 나무’라고 한다. 어머니가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좋은 것을 아낌없이 주는 마음으로 오늘도 할머니들은 여러 매실 가공품을 정성스럽게 만들고 있다. 글쓴이 소설가 김유담 부산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핀 캐리’로 등단.
  • 아는 형님 민경훈 엉덩이 점 확인? 전소민 바지 벗겨 “왜 앞을 내려요”

    아는 형님 민경훈 엉덩이 점 확인? 전소민 바지 벗겨 “왜 앞을 내려요”

    ‘아는 형님’ 전소민이 민경훈의 하의를 벗기려고 시도하는 과감한 행동을 보였다. 11일 방송된 JTBC ‘아는 형님’에 게스트로 출연한 전소민은 멤버들과 막장 부부 상황극을 펼쳤다. ‘아는 형님’ 상황극에서 민경훈이 침실로 들어오자 전소민은 “남편 맞아요? 제 남편은 엉덩이에 점이 있어요”라고 했다. 이어 전소민은 막무가내로 달려들어 바지를 벗기려했고 민경훈은 당황하며 “자기야, 나 엉덩이에 점 있잖아 왜 그래?”라고 소리쳤다. 전소민이 “점을 봐야 남편인지 알수 있어요”라고 하자 민경훈은 “그렇구나. 보여줄게 이리와”라며 바지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그러자 전소민은 “뒤만 내려서 보여주면 되는데 왜 앞을 내려요”라고 경악했다. 이후 전소민이 민경훈의 점을 확인하려 다가가자 화면이 전환되며 ‘JTBC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규정을 준수합니다’는 자막이 떠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JTBC ‘아는 형님’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망치질 없이 뭐든지 뚝딱 ‘디지털 대장간’

    망치질 없이 뭐든지 뚝딱 ‘디지털 대장간’

    서울시, 제조형 창업 활성화 위해 조성 3D프린터·레이저 절단기 등 무료 사용 쇠보다 저렴한 아크릴·골판지가 주재료 기초 장비 교육·전문가 컨설팅 지원도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나진전자상가. ‘디지털 대장간’이란 간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날로그적인 ‘대장간’과 ‘디지털’의 결합이 낯설어서일 테다. 지하 1층에 있는 대장간에 들어가 봤다. 420여㎡(약 127평)의 넓은 공간엔 대장간 하면 떠오르는 망치, 한쪽에 수북이 쌓인 철·구리 등이 없었다. 뜨거운 불구덩이 앞에서 달궈진 쇠를 ‘땅 땅 땅’ 두드리는 대장장이 역시 눈에 띄지 않았다. 그 자리는 3D프린터, 레이저 절단기, 대형 컴퓨터수치제어(CNC) 조각기 등 총 36종, 41대의 장비가 대체했다. 또 쇠보다는 값이 저렴한 아크릴, 인공목재(MDF), 골판지가 주재료로 사용됐다. ●숙련 기술 없이 골판지로 ‘VR 안경’ 제작 가능 디지털 대장간을 둘러본 뒤 ‘뭐라도 하나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사실 무모했다는 말이 맞을 거다. 여기에 있는 장비들을 다뤄 보기는커녕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 현장 직원과 논의 끝에 숙련 기술이 필요 없는 골판지 ‘가상현실’(VR) 안경을 만들기로 했다. VR 안경은 스마트폰을 끼워 가상현실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기다. 실제 구글은 2014년 골판지로 만든 저가형 VR 기기 ‘카드보드 VR’을 출시한 바 있다. 과정은 ‘자르기-접기-착용하기’ 3단계로 간단했다. 우선 레이저 절단기 안에 골판지를 놓고 컴퓨터의 시작 버튼을 눌렀다. 절단기는 입력돼 있던 도면을 따라 쉴 새 없이 움직였고, 골판지 타는 냄새가 코끝으로 올라왔다. 자르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3분. 도면에 따라 접고, 착용하는 시간을 포함해도 10분이면 충분했다. 제조형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N15의 장현민 매니저는 “디지털 대장간의 강점은 고가인 41대의 기기를 한곳에 모아놓은 것”이라면서 “값싼 재료로 시제품을 끊임없이 만들 수 있어 제조형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제조형 창업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시제품 제작소’ 디지털 대장간이 오는 16일 정상 운영에 들어간다. 지난달 31일 개소식을 개최한 뒤 약 2주 만이다. 당시 참석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시로 안전 점검 기간을 갖게 됐다. 창업자들은 이곳에서 완제품을 만들기 전 시제품을 마음껏 제작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기초 장비교육부터 전문가의 1대1 컨설팅까지 제작 전반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지원받는다. 박복수 서울시 창업정책팀장은 “시제품 제작소를 서울창업허브 등 창업자 밀집지역에 더 확대해 나가겠다”면서 “자금 지원, 창업 생태계 조성에도 집중해 창업자가 앞으로 기업으로 커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러면 일자리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울시는 디지털 대장간 운영비 2억원을 위탁 운영업체인 N15에 지원한다. 정상 운영 전이지만 제작소 사용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N15에 따르면 홈페이지에 매일 20명씩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고 전화 문의도 많이 온다고 한다. 정상 운영하게 되면 하루 방문 인원이 최대 80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 매니저는 “아직 홍보가 안 됐다는 걸 고려하면 수요가 분명히 있다는 이야기”라며 웃었다. 방문하는 이들도 청년 창업가는 물론이고 홍익대 조소과 학생, 공방 목수들, 퇴직 후 창업 준비생까지 다양하다. 이곳을 방문한 박재명(38)씨는 대기업 전자업체에 근무하며 비밀스럽게 창업을 꿈꾸고 있는 케이스다. 그는 한 회사에서 ‘제조업 창업 캠프’ 수업을 들은 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퇴근 후 일주일에 두 번씩 수업을 들으며 뜻이 맞는 사람들과 모였고 ‘새로운 방식의 드론을 한번 만들어 보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박씨는 “금형을 제작하는 데 수천만원에서 생산량에 따라 수억원도 들어가 만족할 때까지 시제품을 만들 수 없다”면서 “서울시에서 위탁운영을 하는 거라 재료만 갖고 오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美·中 제조형 창업 바람… 한국은 걸음마 수준 미국과 중국은 이미 제조형 창업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미국은 스타트업 투자 플랫폼 ‘에인절리스트’(Angellist) 통계를 보면 2010년 100개 미만에 불과했던 제조형 스타트업의 수가 지난해 3500여개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수많은 사람이 해커스페이스(Hackerspace), 테크숍(Techshop), 팹랩(FabLab)등 다양한 민간 주도의 창작공간을 토대로 아이디어 제품화 및 창업에 적극 나선 게 원동력이 됐다. 디지털 대장간을 운영하는 N15은 테크숍의 국내 라이선스를 획득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최초 경제 특별구역으로 지정됐던 선전(深玔)이 돋보인다. 중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선전시 기업 수는 인구 1000명당 73.9개사로 베이징의 71.7개사를 넘어 중국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정부 역시 2013년 사업자등록제도 개혁을 시행해 창업 절차를 간소화시키는 등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제조업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회사 성장을 돕는 기관)인 헥셀러레이터(HAXLR8R)가 실리콘밸리를 벗어나 선전으로 이전해 오기도 했다. 한국의 제조형 창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4년 통계를 보면 한국의 창업 이유는 생계형 63%, 기회형 21%, 승계형 14%로 나타났다. 시장에서 기회를 사업화하기 위해 회사 설립을 하는 게 아니라 생계 목적의 음식점 등 저부가가치 창업에 몰리고 있는 셈이다. 2013년 중소기업청의 기술수준별 제조업 창업 현황을 봐도 ‘첨단기술’이나 ‘고기술’이 아닌 절반가량(46.3%)이 저기술에 쏠리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중소기업청이 2009년부터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를 마련해 기업에 입주 공간을 제공하고, 서울시가 시제품 제작 공간을 마련하는 등 척박한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년여간 국회에서 ‘1인 창조기업 육성법’, ‘중소기업창업진흥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일명 크라우드펀딩법) 등 창업과 관련된 3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김보경 국제무역원 연구원은 “정부나 서울시가 시제품 제작을 하는 공간을 많이 만들고 있고 기계만 보면 우리가 선전보다 더 잘 구비해 놓은 부분도 있다”면서도 “시장에 나갈 수 있는 통로가 확보되지 않는 등 창업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장기적으로는 크라우드펀딩, 액셀러레이터 등을 키워 투자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몰카, 실형 살다 나올 수도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여름을 맞아 ‘몰래카메라’(몰카) 범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법원이 여성을 몰래 사진 찍은 몰카범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등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다. 2013년 8월 여름, 휴가차 전북의 한 해수욕장을 찾은 A씨는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냉장고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가 가게 주인 이모(45)씨가 허벅지와 엉덩이 부위 등을 여러 차례 촬영하는 것을 알아챘다. 이씨는 성폭력 범죄 처벌 특례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및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이씨는 “펜션을 홍보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게재할 사진을 찍었을 뿐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의사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2014년 4월 이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최근에도 몰카 범죄에 실형을 선고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모(37)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 등에서 37번이나 여성들의 치마 속을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찍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고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김주완 판사는 엄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서울 핫 플레이스] 700여종 생물의 보고… 도심 아이들의 놀이터

    [서울 핫 플레이스] 700여종 생물의 보고… 도심 아이들의 놀이터

    방이습지는 서울에 숨어 있는 비밀의 정원과도 같다. 1970년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습지지만 2002년부터 생태경관보존지역으로 지정돼 잘 관리되는 생태공원이다. 1970년대 벽돌공장이 토사를 채취하면서 만들어진 물웅덩이는 새가 찾고, 700여종의 다양한 생물이 사는 자연의 보고가 됐다. 습지는 도시 아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자연 놀이터다. 아이들은 방이습지에서 모내기부터 탈곡까지 직접 경험한다. 겨울에는 얼어붙은 논에서 썰매를 즐긴다. 봄에는 개구리와 올챙이를 관찰하고, 계절별로 방이습지를 찾는 각종 새를 만날 수 있다. 5만 8000여㎡ 넓이의 습지에는 400m 길이의 나무 데크가 설치돼 신발 젖을 걱정 없이 자연을 즐길 수 있다. 황조롱이, 오색딱다구리, 청둥오리, 물총새 등 조류관찰대를 찾는 새들을 살피는 재미도 쏠쏠하다. 거대한 통나무집으로 만든 생태학습관도 습지와 어울려 멋진 경관을 만든다. 송파구 주민들은 “습지 너머로 보이는 고층 아파트 풍경이 낯설 정도로 방이습지에서는 자연이 주는 휴식을 맛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문경근의 남북통신]쿠웨이트 파견 北근로자들 ‘이판사판’ 집단 파업 왜

    [문경근의 남북통신]쿠웨이트 파견 北근로자들 ‘이판사판’ 집단 파업 왜

     ‘이판사판’에 대해 널리 쓰이는 뜻은 막다른 골목에 다달아 죽기살기로 싸우는 것을 말하거나 그런 각오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사실 본 뜻은 스님들의 두 부류인 이판과 사판으로 ‘이판’은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도를 닦는 부류’를 말하고, ‘사판’은 ‘절의 재물과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부류’를 지칭합니다. 세간은 이들의 갈등을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으로 묘사할 정도로 살벌합니다.  8일 북한이 쿠웨이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파견 노동자 수십 명이 집단 파업 등 물의를 빚자 이들을 강제 소환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습니다. 쿠웨이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들은 월급 대신에 고국으로 돌아가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돈표를 주겠다는 현지 북한 당국자들의 제안에 반발해 지난해 12월 집단 파업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순종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그동안 북한이 파견하는 해외근로자들 사이에서는 관리직과 노동직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이 종종 회자되곤 했습니다. 탈북민들 중 러시아, 중국, 쿠웨이트, 레바논 등에서 근로자로 일하다가 탈출한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서로 간의 원한에 따른 폭행도 종종 있었답니다.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쿠웨이트는 한 낮의 평균기온이 섭씨 40~50도를 넘나드는 불구덩이 들입니다. 통칭 사우나로 묘사되곤 하는 데 간접 경험을 빌어 말하면, ‘폭염으로 숨을 쉴수조차 없다’고 합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북한에서 파견된 일반 노동직 근로자는 통금 시간(정오 12~오후 2시)까지도 일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혹사당하다 보면 탈진해 쓰러지기는 게 다반사라고 합니다. 공사가 끝나고 북한으로 귀국한 일부는 원인모를 병을 앓다 대개 2~3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기도 합니다. 제 친구 아버지는 이라크와 리비아에서 건설노동자로 5년 간 일하고 귀국한 뒤 2년도 채 못살았습니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5년간 폭염속에서 진을 다 빨린 아버지가 일찍 죽었다고 늘 한탄했죠. 자기 자식들보고 굶어 죽어도 해외로 나가지 말 것을 당부했고 특히 아랍지역은 가지말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근로자들이 수명을 단축시키는 아랍지역에라도 가려는 것은 물론 돈을 더 벌기 위해서죠. 벌어들인 돈은 북한 당국과 일반 근로자가 7:3으로 나누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탈북민들 말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합니다. 일단 돈을 받으면 북한 내 금융기관에 저축을 하라고 지시한 후 근로계약이 종료돼 북한으로 귀국하면 내규에 따라 번 돈을 일부를 돌려준다고 말은 하지만 지켜진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대개 그럴 것 같아 보입니다.이 과정에서 ‘개미’들인 노동직들은 혹사당하는 반면 ‘베짱이’들인 관리직들은 에어컨이 빵빵한 방에서 놀고 지냅니다. 관리직들은 보위부 요원과 같은 감시직, 직접 직원들을 관리하는 행정직, 식당을 운영하는 후생직, 자금을 관리하는 재경직 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감시직인 보위원들을 빼고는 이들 대부분은 북한 대외건설총국에서 파견나오죠. 그러다 보니 평양 뿐만아니라 각 지역에서 선발돼 파견온 근로자들과 관리직은 화학적으로 결합하기가 어렵습니다. 놀고 있는 것도 열 받는데 돈 까지 착취당하니 반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2월은 북한이 지난 5월 개최한 제7차 당대회 운영자금을 위해 주민들의 충성자금을 각출하고, 강제모금을 하던 시기라 해외 근로자들에게도 예외 없는 헌금 강요가 이뤄졌겠죠. 아마도 북한 관료들은 이런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했을 겁니다. 그러자 노동자들이 이판사판 나섰겠죠.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사건들이 빈번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유례없이 강경한 가운데 해외에 진출한 북한 식당들도 하나 둘씩 문을 닫는 상황에서 이제 남은 ‘돈줄’은 해외근로자들이 유일한 상황입니다. 이들이 당국에 의해 착취당해도 누가 나서 해결해 줄 수 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고무적인 소식은 지난 7일 폴란드 외무부가 유엔 가입국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초 북한의 핵실험 이후 현재까지 북한 노동자에 대한 입국 비자를 단 한 건도 발급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올해 5억 달러(5800억원) 송금을 목표로 해외에 근로자를 파견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40~50개 국가에 5~6만여 명의 북한 노동자가 연 2억~3억 달러(2290억~3430억원)를 북한으로 송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알토란’ 같은 돈이죠. 이 돈이 북한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는다면 북한 정권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햄릿’에서 나오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죠.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경찰, ‘남양주 폭발사고’ 관련 포스코건설 등 압수수색

    경찰, ‘남양주 폭발사고’ 관련 포스코건설 등 압수수색

    4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3일 오전 시공사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경기 남양주경찰서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2시까지 남양주 진접읍에 있는 포스코건설 현장사무실, 감리업체 공동사무실, 강남 매일 ENC 본사, 감리업체인 서울 수성엔지니어링 본사, 남양주 오남읍 고려개발 감리업체 공동사무실 등 5곳에 수사관 20여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서류 등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압수물 등을 토대로 공사 관련 규정과 작업 내역을 확보해 안전관리 과실 여부와 불법 하도급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경찰은 전날 오후 유관기관 합동으로 사고 현장에 대한 정밀 감식을 실시한 결과 폭발사고가 난 지하에 환풍기와 가스경보기가 설치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또 현장 근로자들로부터 위험물 저장소에 보관해야 할 가스절단기와 가스호스 등을 지하 작업장에 방치하고 가스통 및 토치 밸브만 잠그는 방식으로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폭발 원인 조사와 함께 이런 총체적 안전 부실을 초래한 관리감독 문제를 집중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고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남양주시 진접선 복선전철(지하철 4호선 연장선) 제4공구 주곡2교 하부통과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 지난 3월 착공해 2019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공사장 폭발·붕괴 사고는 지난 1일 오전 7시 27분쯤 주곡2교 교각 보강공사를 위해 지하 15m에 구덩이를 파고 구조물을 설치하기 전 튀어나온 철근을 용단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매일ENC에 일용직으로 고용된 근로자 4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24세 여교사, “13살 제자와 성관계는 사랑”…현실은?

    24세 여교사, “13살 제자와 성관계는 사랑”…현실은?

    10대 초반의 제자와 성관계를 갖고 임신까지 한 여교사가 법정에 서게 됐다. 여교사는 "학생의 가족도 우리의 관계를 알고 있었고, (나를 학생의) 여자친구로 대했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지만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텍사스 휴스턴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던 알레산드라 베라(24)가 13살 제자와 위험한 관계를 시작한 건 지난해 9월. 여교사에 따르면 먼저 접근(?)을 시도한 건 제자였다. 학생은 지난해 인스타그램에서 베라에게 친구맺기 요청을 보냈다. 하지만 베라가 요청을 거부하면서 두 사람이 특별한 관계로 발전하진 않았다. 이후 교사와 학생으로 지내던 두 사람이 가까워진 건 베라가 여름 학기에 학생이 결석을 하자 베라는 인스타그램으로 학생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고, 학생은 베라에게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만난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썸'을 타기 시작했고, 베라의 승용차에서 첫 키스를 나눴다. 이튿날 두 사람은 다시 만나 부적절한 관계를 시작했다. 지난해 9월의 일이다. 베라는 4살 된 딸을 둔 엄마였지만 학생과의 관계에 푹 빠져들었다. 현지 언론은 "베라가 학생을 알게 된 후 거의 매일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교사와 제자의 부적절한 관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일부 학생들은 남학생이 여교사의 엉덩이를 만지는 걸 목격하기도 했다. 경찰이 입소문으로 퍼진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건 지난 2월이다. 자택을 찾아간 경찰이 학생과의 관계를 묻는 등 수사가 시작되자 임신 중이던 베라는 아기를 지웠다. 아기의 아빠는 13살 제자였다. 베라는 "학생의 부모도 인정한 관계였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학교에서는 해고됐고, 당국은 미성년자와 상습적으로 성관계를 가진 베라를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ABC 등 현지 언론은 "베라에게 최고 99년 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페이스북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경제 블로그] 성과주의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지…

    [경제 블로그] 성과주의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지…

    의도치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선 ‘자기부정’이 돼버렸습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금융관행 개혁 추진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금융권의 과도한 인센티브가 불완전 판매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은행권에 관행 개선도 주문했지요. 그런데 진 원장의 발언을 접한 시중은행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은행들은 성과연봉제와 인센티브가 결국은 같은 맥락이라고 이해하고 있어서죠. 금융 당국은 올 들어 금융권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지난 30일 수출입은행을 끝으로 9개 금융공기업의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이 마무리됐습니다. 이제 당국의 시선은 시중은행들을 향해 있죠. 시중은행들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지만 “실적을 잘 내면 높은 연봉을 받아가는 것과 인센티브를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이 무슨 차이냐”고 도리어 반문합니다. 성과주의 문화에 대한 금융 당국의 철학 부재가 자기부정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성과주의에 대한 반성이 최근 줄을 잇고 있죠. 미국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금융권 경영자들을 중심으로 과도한 성과주의 문화가 은행 부실을 키웠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영국의 로이드 은행이 성과주의 인센티브제도에 드라이브를 건 뒤 불완전판매가 늘어 1억 파운드의 손해배상금을 물었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죠. 물론 해외와 우리의 사정은 크게 다릅니다. 우리 은행들은 실적 부진에도 매년 인건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실적과 직원 연봉이 연동되지 않았던 탓에 성과주의 도입 필요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거죠.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불완전판매나 단기실적 집착 등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객관적인 보상체계를 만드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어서죠.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금융 공기업과 민간 은행들은 또 다릅니다. 정부의 ‘밀어붙이기’ 전략이 항상 통하지는 않을 거란 얘기죠. 대신 금융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성과주의 비전과 보상체계 마련을 정부와 시중은행이 함께 고민해주기 바랍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中 싱크홀에 대형 트레일러가 ‘폭싹’

    中 싱크홀에 대형 트레일러가 ‘폭싹’

    중국에서 또 땅 꺼짐(싱크홀)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달에도 장시성 루이진에서 너비 5미터, 깊이 4미터의 싱크홀이 발생해 차량 네 대가 구덩이 안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번에는 도로에 생긴 싱크홀때문에 화물 트레일러가 봉변을 당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미러 등 외신들은 최근 중국 저장성 타이저우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시멘트 운송 트레일러 한 대가 도로 밑으로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아찔한 사고 순간은 인근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기록되었으며, 해당 영상은 현지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공개된 영상에는 도로가 갑자기 꺼지면서 트레일러가 빨려 들어가는 모습과 사고차량에서 운전자가 빠져나오는 순간, 또 현장을 수습과정이 담겨 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중이다. 사진 영상=CCTV News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우주를 보다] ‘엣지있는’ 토성 고리와 야누스-미마스 포착

    [우주를 보다] ‘엣지있는’ 토성 고리와 야누스-미마스 포착

    어두운 심연의 우주 속에 둥둥 떠있는 두 위성의 모습이 탐사선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난 31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은 토성을 조용히 공전하는 야누스와 미마스의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사진 속 왼쪽에 '엣지'있게 포착된 것이 바로 토성의 고리다. 그리고 사진 중앙에 못생긴 돌덩이처럼 보이는 것이 야누스, 그 오른편 반달의 모습으로 빛나는 위성이 미마스다. 로마신화에서 따온, 두 얼굴을 가진 신으로 유명한 야누스(Janus)는 지름 179km의 작은 위성으로 모양이 불규칙하고 표면이 얼음으로 덮여있다. 흥미로운 점은 야누스가 형제 달 에피메테우스(Epimetheus·사진에는 없음)와 공전 궤도를 공유하지만 서로 충돌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특징 때문에 전문가들은 과거 한 몸이었던 위성이 운석과 충돌해 두 개로 나눠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의 달처럼 빛나는 미마스(Mimas)는 지름이 396km에 달하며 거의 동그랗게 생겼다. 태양계에서 구형으로 생긴 천체 중 가장 작은 크기. 특히 미마스는 작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무려 130km 폭의 거대 크레이터인 허셜 크레이터를 가지고 있다. 이같은 특이한 모습 때문에 미마스에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데스스타(Death Star)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이 사진은 지난해 10월 27일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가 촬영했으며 야누스와의 거리는 96만 3000km(픽셀당 5.8km), 미마스와의 거리는 110만 km(픽셀당 6.6km)다. 사진=NASA/JPL-Caltech/Space Science Institute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 새끼”막말하고, 술 마시고 성추행 일삼은 교사

    “×× 새끼”막말하고, 술 마시고 성추행 일삼은 교사

    전북 순창군의 A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일삼고 상습적으로 여고생을 성추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일 전북도교육청 학생인권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전북지역 A 고교의 B 교사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학생들에게 ‘×× 새끼, ×만도 못한 새끼, ×새끼’ 등의 욕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퍼부어댔다. 그는 또 강당에서 치마를 입은 여고생을 보고는 “모두의 눈에 불편하다, 치마 입지 마라, 바지 살 돈 없느냐”는 등의 모욕적인 말을 했다. 2014년 6월에는 술을 마시고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여고생을 학생부실로 불러내 얼굴을 깨물고 두 팔로 껴안은 등 강제추행했다. 그는 평소에도 학생을 지도한다며 손으로 여고생의 엉덩이를 때리는 일이 잦았고 교복을 입었는지 검사한다며 체육복 상의의 지퍼를 내리기도 했다. 잘못해 적발된 여학생에게는 ‘뽀뽀하면 봐주겠다’는 말을 하곤 했으며 여학생의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고 학교 운동장을 도는 엽기 행각을 벌였다. 강제로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열어보고, 흡연 여부를 파악한다며 소변검사를 하기도 했다. 사건을 조사한 학생인권심의위는 이 교사가 학생들의 인격권과 개인정보 결정권,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받을 권리 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전북도교육감에게 징계를 권고했다. 성추행은 징계로 끝낼 수 없는 중대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경찰에 형사고발 하기로 했다. 도내 C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인 D 교사는 지난 4월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세월호 리본’을 보고 “2년이 지난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들까지 추모할 필요가 없다”는 막말을 했다. 그는 “나라를 구하려고 돌아가신 군인들은 추모하지 않으면서 그러느냐”며 이같이 발언했다. 그는 “우리 반은 리본을 달고 다니지 마라”는 지시를 하기도 했다. 학생인권심의위는 표현의 자유를 강압적으로 제한한 부적절한 처사라고 보고 전북교육청에 징계를 요구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엑소 세훈, ‘피범벅’ 상처투성이 얼굴 공개 충격 “대체 무슨 일?”

    엑소 세훈, ‘피범벅’ 상처투성이 얼굴 공개 충격 “대체 무슨 일?”

    1일 엑소 컴백 티저가 공개돼 화제인 가운데 멤버 세훈의 의미심장한 일상에 관심이 모아졌다.세훈은 최근 인스타그램에 별 다른 멘트 없이 사진 몇 장을 올렸다.그런데 사진에서 세훈은 상처투성이로 피범벅이 된 손과 얼굴을 차례로 공개해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특히 컴백 소식이 전해진 날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 구덩이를 찍어 올려 눈길을 끌었다.이에 네티즌들은 “엑소 뮤비 촬영 중인 거죠?”, “세훈아 무슨 일이야”, “엑소 컴백 너무 기대된다”등 반응을 보였다.한편 엑소는 이날 오전 ‘몬스터(Monster)’와 ‘럭키 원(Lucky One)’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저 사진 두 장을 공개했다. 엑소는 오는 9일 정규 앨범을 발매하며 컴백할 예정이다.이선목 인턴기자 tjsahr@seoul.co.kr
  • 해외여행 | 나가사키현 시마바라 반도 운젠雲仙의 3가지 선물③水 운젠온천 & 운젠지옥

    해외여행 | 나가사키현 시마바라 반도 운젠雲仙의 3가지 선물③水 운젠온천 & 운젠지옥

    ●水 운젠온천 & 운젠지옥 신선은 지옥에 산다 운젠의 온천탕들은 지표에서 용출되는 온천수만을 끌어다 사용한다. 지붕은 모두 빨간색이다. 국립공원에 적용되는 규칙이다. 그래서 운젠온천은 화려하지 않지만 평화롭다. 오랫동안 쉬어 가고 싶은 곳이다. 온천이라고 쓰고 운젠이라고 읽다 운젠온천雲仙溫泉에 도착한 것은 늦은 오후. 료칸의 객실을 배정 받고 짐을 풀었다. 테라스의 창문을 열었더니 눈앞에 운젠 지고쿠雲仙地獄, 즉 지옥이 펼쳐졌다. 유황냄새도 훅 끼쳐 왔다. 그리고 그날 밤은 지옥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는 비보를 들었다. 운젠시 최고의 여행지는 단연 운젠온천이다. 운젠온천의 역사는 승려 교기가 만묘지滿明寺라는 절을 창건한 701년에 시작됐다. 한때는 1,000여 명 이상의 승려들이 수행했을 정도로 흥했던 곳. 당시 승려들은 이곳의 명칭을 온천温泉이라고 쓰고 운젠雲仙이라고 읽었다. ‘温泉’이라는 한자를 ‘온센’으로 읽을 수도, ‘운젠’으로 읽을 수도 있었기 때문. 하지만 운젠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헛갈리지 않도록 표기를 ‘雲仙’으로 통일했다. 만묘지는 시마바라 난 때 소실되었지만 1년 후 재건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한밤의 지옥순례를 신청한 사람들이 모두 집합했다. 지옥에는 가로등이 없다. 랜턴 하나에 의존한 채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겠다고 모인 사람이 30여 명은 족히 넘었다. 시각을 지워 버리자 후각과 청각이 예민해졌다. 무슨 사건의 실마리라도 찾듯 어둠 속에서 조심스레 발을 옮기며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온천수가 흘러나오는 이 일대는 마치 폭격을 당한 듯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지옥의 종류가 무려 30여 가지나 된다. 오이토라는 여자가 간음 후 남편을 죽인 죄로 처형된 장소라는 오이토지옥이 있는가 하면 키리시탄(그리스도교도)*을 처형한 날 분출을 시작했다는 세이시치 지옥도 있다. 지옥 중의 지옥은 ‘대규환 지옥’이다. 귀를 기울이면 아비규환의 비명이 들려올 것이라는 가이드의 집요한 설명에 한참 동안 귓불에 손바닥을 대 보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깨끗이 포기하고 료칸으로 돌아와 그 지옥에서 흘러나온 물에 몸을 담갔다. 운젠화산 중턱에 자리잡은 운젠온천은 고지대에서 분출되는 유황온천이다. 산 아래 해안가에서 분출되는 오바마온천이 나트륨 함량이 높은 것과는 크게 다르다. 혈액 순환 촉진과 노폐물 배출 효과가 있으며 피부 탄력과 미백에 좋다. 지옥을 통과하니 드디어 천국이다. *시마바라 키리시탄 | 1549년부터 나가사키를 통해 일본에 전파된 기독교는 곧 시마바라 반도까지 확장됐다. 1600년대에 7만여 명에 이르는 시마바라 반도의 주민 모두가 ‘키리시탄그리스도교도’이었을 정도로 포교가 활발했지만 도쿠가와막부의 금교령으로 곧 탄압이 시작되었다. 당시 운젠지옥의 열탕은 배교를 강요하는 고문과 처형의 장소로 사용되었다. 1637년에 하라성에서 시마바라의 난1637~1638년이 발생해 3만여 명의 신도들이 희생을 당했다. 이후 살아남은 소수의 신도들은 1873년 금교령이 철회되기까지 250여 년 동안 숨어서 신앙을 이어 왔다. 운젠지옥에 세워진 순교자비를 포함해 시마바라 반도 곳곳에 성지순례 유적지가 남아 있다. 운젠지옥 나이트 투어1시간 정도의 도보투어. 오직 밤에만 들린다는 지옥의 소리와 금빛으로 빛나는 광물 등을 보고 들을 수 있다. 숙박하는 료칸이나 운젠관광협회에서 예약할 수 있다. 걷기 편안한 신발만 준비하면 된다. 1인당 500엔 저녁 7시, 8시 출발 +81 957 73 2626 www.unzen.or.jp 지옥은 동쪽에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지옥에도 흥망성쇠가 있다는 점이다. 운젠의 지옥들은 조금씩 동쪽으로 이동 중이다. 일례로 8만4,000가지 번뇌로 인해 저지른 악업 때문에 사후에도 고통을 받는다는 구舊 팔만지옥은 확연하게 그 기세가 쇠퇴한 모습이다. 아직도 60℃ 정도의 온천수가 솟아나지만 지옥지열체험장소로 용도를 변경했다. 테이블을 놓고 보를 한 장 덮었을 뿐인데 엉덩이가 뜨끈하다. 히터가 필요 없는 코타츠라고 하여 ‘에코타츠’라 부른다. 테이블에 둘러앉으니 피해 갈 수 없는 간식타임. 온천수로 삶아낸 계란과 많이 달지 않고 개운한 운젠 레모네이드 한 병이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시마바라의 천연 탄산수로 만든 운젠 레모네이드는 초창기에 운젠을 찾았던 외국인들이 마셨던 레모네이드를 재현한 것이다. 따끈해진 엉덩이가 바닥에서 잘 떨어지지 않지만 운젠산 정보관을 빼놓을 수는 없다. 시마바라 반도의 기원뿐 아니라 조류 관찰 등 다양한 이벤트에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유료지만 짐도 보관할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지옥을 벗어나 맑은 공기와 차가운 물을 찾아 갔다. 운젠지역에 식수를 공급하는 오시도리노이케원앙 연못는 에메랄드 물빛으로 유명하다. 이 오묘한 색의 비밀은 온천에서 나온 강한 산성 성분에 있다. 마을과 멀어질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것은 붉은 지붕으로 통일된 단정한 온천마을의 전경이었다. 운젠온천은 국립공원 안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편의점도 만들 수 없고, 지붕색도 붉은 색 한 가지로 통일되어 있다. 붉은 지붕의 마을과 에메랄드빛 호수는 서로를 더 도드라지게 한다. 산책로를 걷다 보니 푸른 이끼로 뒤덮인 숲과 암석으로 이뤄진 신사가 나타났다. 바위에 새겨진 다이코쿠텐상大黑天像은 일본에서는 칠복신중 하나로 음식과 재물복을 관장한다. 원래는 익살스런 표정으로 오른쪽에 황금망치를 왼쪽에 황금자루를 쥐고 있다는데, 바위 위에 새겨져서인지 오히려 신비로운 분위기다. 현지에서는 ‘파워 스폿’이라고 부를 만큼 특별한 기가 넘치는 곳이니 기운을 ‘충전’해 보자.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이진혁 취재협조 운젠시 관광물산과 www.city.unzen.nagasaki.jp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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