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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지숙의 미술산책] 라틴미술, 액자안에 갇히기엔…

    [백지숙의 미술산책] 라틴미술, 액자안에 갇히기엔…

    오래간만에 덕수궁에 갔다. 내 경우, 나이가 들어서 고궁을 가게 되는 계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내가 데이트할 때 그리고 또 하나는 남을 관광시켜줄 때. 그러니까 높은 빌딩들에 둘러싸여 있어 분지 같은 느낌을 주는 도심의 고궁이란, 일상에서 약간은 벗어나 있는 낭만적이고 ‘이국적인’ 공간인 셈이다. 어릴 적 나에게 덕수궁은 현대미술의 중요한 학습 장소였다. 이젤과 화판을 들고 그림을 그리러도 곧잘 갔고, 서울의 70년대에는 국전을 비롯한 국내외 미술전시를 볼 수 있던 거의 유일한 곳이었던 덕수궁 석조전도 주기적으로 방문한 기억이 있다. 단짝 친구와 덕수궁에서 나와 인근 우동 집에서 우동 한 그릇을 둘이 나누어 먹고, 때론 용돈을 아껴 근처 마당쎄실극장이나 국제극장을 들러 집으로 가는 길이 제법 뿌듯했던 것이다. 이번 덕수궁 방문은 친구들과 같이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을 보러 가기 위한 것이었으니 성인이 되어서보다는 어릴 적 경험에 가까운 것이었다.20세기의 라틴아메리카 미술이라니, 국내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이 넓은 지역의 광대한 역사를 아우르는 전시란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어서 기대를 많이 하고 갔다. 듣기로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전시를 순회하는 것이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오랜 기간 연구조사하고 직접 현지의 미술기관들과 접촉해서 이루어낸 전시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클 수밖에. 전시를 보고 난 소감은 좀 복잡했다. 한편으로는 서양미술의 내로라하는 화가들로 알려진 위프레도 람, 폰타나, 보테로 등이 라틴 출신이었지 하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이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림에서 풍겨 나오는 에너지나 사유의 흔적, 정보의 밀도가 예상보다 약해서 오히려 전시의도와는 정반대로 라틴미술이 서양미술의 ‘아류’처럼 읽히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멕시코 벽화의 익숙한 스펙터클 이미지와 달리 차분하면서도 다채로운 회화작품을 보는 묘미가 있었지만, 반면에 라틴미술의 핵심과 파워를 액자 안에 갇혀 있는 페인팅으로 전달하기에는 역시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이 알게 모르게 서양미술사의 오리엔탈리즘에 길들여진 나 자신의 시각 때문인지 반성해볼 여지는 있지만, 어쨌든 길들여진 시각을 전복시킬 만큼의 힘찬 계기가 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라틴미술이 일례가 되긴 했지만 사실 현대미술의 이런 모순적인 기대와 경험은 보다 보편적인 것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고궁과 관련한 개인적 소회처럼 공간적으로 단절된 경험을 통해 한층 상승되는 성찰의 시간과 그것을 당대적인 문화적 체험이나 활동과 연계해 계속 살아 있게 만드는 실천의 효과 중 어떤 것 하나를 현대미술의 의미로 골라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덕수궁을 방문한 그날 친구들과 같이 옛날 그 우동도 먹고, 개봉영화의 소재가 되었다는 신기전을 덕수궁 안에서 발견하고 좋아라 하기도 하고, 가요에 나오는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어 내려와 집으로 향했다. 아르코미술관 관장
  • [길섶에서] 신 정동길/노주석 논설위원

    요즘 정동길을 걸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덕수궁 돌담길로 불리는 고즈넉한 길을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첨단과 현대예술이 흐르거든요. 구한말 이래 최대의 변화의 물결이 이곳에 밀어닥친 것 같아요.520년 묵은 회화나무 앞에는 최신식 캐나다대사관 건물이 들어섰고 을사늑약이 체결됐던 비운의 중명전이나 아관파천의 러시아공사관,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등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예원학교 담벼락에 설치된 LED패널에서는 정동길의 역사가 영어로 흐릅니다. 대한문 초입부터 시립미술관 가는 길에는 세상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천만상상의 벤치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화여고 시멘트벽엔 화사한 담꽃이 채색돼 있더군요. 세상에 변하는 곳이 어디 정동길뿐이겠습니까. 또 변하지 않는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끊임없이 뜯고 고치는 게 사실 좀 마뜩찮군요. 마음 푹 놓고 19세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가 한 곳쯤 온전히 남아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제 욕심이 좀 과했나요.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61) 시립미술관 ‘봄 나들이전’

    [거리 미술관 속으로] (61) 시립미술관 ‘봄 나들이전’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서대문, 덕수초등학교로 이어지는 정동길은 서울 시내에서 으뜸가는 산책로다. 우거진 가로수 사이를 거닐며 구한말 역사의 현장을 느낄 수 있다. 그 중심에 자리잡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시시각각 다른 야외전시가 펼쳐진다. 산책을 하며 미술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셈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준비한 ‘미술관 봄 나들이’전은 상상력을 높이고 유쾌함을 더한다.‘걸리버, 미술관에 가다’를 제목으로 한 전시회에는 작가 10명이 만들어낸 30여점의 작품을 전시하며 삶의 틀에서 벗어난 여행 이야기를 전한다. 실제로는 거인국에 간 걸리버보다 이상한 나라에 간 앨리스가 된 듯한 느낌에 더 가깝다. 조형물들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능한 상상을 담고, 인간세계를 해학적으로 꼬집기도 한다. 커다란 파리가 파리채를 들고 있거나, 벨기에 브뤼셀의 명물인 오줌 누는 소년상을 패러디해 한 아이를 괴롭히고 있는 소년들의 분수를 만드는 식이다. 이원주 작가의 ‘뭐가 걸렸나’는 호탕하게 웃고 있는 쥐의 모습이다. 쥐가 가리키는 손가락의 끝을 따라가면 쥐덫에 걸려 납작하게 눌린 사람이 있다. 쥐의 웃음은 마치 수백년간의 복수를 이제야 이룬 듯한 한풀이의 발현으로 이해된다. 윤지영 작가의 작품은 다소 우습다가도 섬뜩하다. 달팽이 몸에 사람 얼굴을 한 ‘몽상가’는 사람의 표정이 너무 현실적이라 소름이 돋을 정도다. 나란히 놓여 있는 ‘그러나 하늘을 날 수 있었다’나 ‘손을 꼭 잡아주세요’ 시리즈는 답답한 상황-줄로 꽁꽁 묶인 군화나 꼼꼼하게 포장된 상자-속에서도 미소와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이밖에도 화려한 주황색 흑인머리를 한 파란 조형물(변경수 작), 안으로 들어가면 세상 밖의 모습이 거꾸로 비치는 집(안강현 작) 등 곳곳에 놓인 조형물들이 신기함과 즐거움을 준다. 미술관 초입에는 아톰, 베트맨, 슈퍼맨 등 영웅의 옷을 입은 페널들이 서 있다. 이부록·안지미 작가의 ‘바이 유니폼(bi-uniform)시뮬’이다. 얼굴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어 누구나 얼굴만 갖다 대면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하지만 영웅이 돼보려고 조형물에 다가갔다간 ‘잔디 보호’를 감시하는 직원에게 꾸중을 들을 게다. 잔디밭이 우리와 영웅, 또는 관람객과 공공미술의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문화마당] 서울에 내리는 눈/이윤택 동국대 연극학과 교수·극작·연출가

    근년에 눈 내리는 풍경을 보기 힘들었다.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인지 겨울시즌에도 좀체로 눈을 보기 힘들었고, 눈이 온다 하더라도 질척거리는 겨울비를 동반하든지 때 아닌 진눈깨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눈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잊어 버렸다. 지상 위 모든 색상을 압도하는 강렬한 백색, 그러면서도 따뜻하고 평화로운 은총이 쏟아지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구르몽의 시에 노래를 붙인 샹송을 흥얼거리거나 식민지 시대의 시인 오장환의 시를 떠올릴 수도 있다. 어서 내려라 갈매빛 바다와 짙은 회색의 도시 위에 퍽퍽 내려다오 태양이 또 그 위에 빛나리라 오랜만에 눈이 내렸다. 올해 첫달 열흘 밤부터 내린 눈은 열하룻날 새벽에 이르러 서울 시가지 풍경을 완전한 백색으로 지워 버렸다. 게릴라소극장 이층방에서 잠들었던 배우들은 “눈이다!” 소리치며 반갑게 골목길로 뛰쳐나갔다. 그러나 눈을 맞이하러 극장을 뛰쳐 나간 배우들은 눈밭을 뒹굴지 못하고 변변한 눈사람 하나 만들지 못하고 곧장 극장 안으로 들어와야 했다. 오장환의 시처럼 태양이 그 위에 빛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매연 때문인지 을씨년스러운 세상 기운 탓인지 무척 추웠고 칼바람까지 불었다. 서울 시가지는 오히려 인적이 끊어지고 심하게 질척거렸다. 우리가 눈을 그리워하던 마음은 이런 게 아니었다. 지난 시대 깊게 파인 골을 메우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자연의 영약(靈藥)이기를 바랐다. 구차한 변명, 파렴치한 구설수, 소모적인 불화 따위 온갖 세상의 어두운 그늘을 지우면서 희망이란 단어가 눈송이처럼 내려주기를 바랐다. 그 위로 태양이 떠올라 말끔하게 씻긴 서울이 다시 평화로운 풍경으로 회복되기를 바랐다. 현실은 추악하고 인생은 너덜난다. 우리는 매번 개혁이란 이름으로 누각을 짓고 새로운 세계라고 믿으며 부패한다. 명색 세상의 짐을 지겠다고 나선 정치가들이 이것이 시대정의요 살 만한 세상이요 떠들면서 현실을 부분적으로 짜깁기한들 언젠가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외로워진다. 그 점에서 정치는 계속되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의 문명사(文明史)다. 정치적 의도나 문명의 힘으로 인간은 결코 인간다운 삶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은 오히려 저 눈 내리는 풍경이다. 덕수궁 돌담 길 나무 위에서 여전히 재잘대는 새들의 지저귐이다. 이것이 자연의 재생력이다. 우리가 눈 내리는 풍경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현실의 모든 추악함을 견딜 수 있고, 덕수궁 돌담길을 같이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믿기에 서울은 여전히 살 만한 도시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에 내리는 눈조차 현실의 난기류(亂氣流)에 뒤섞여 질척거린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두운 그늘을 드리울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지난 시대를 통과하면서 너무 많은 주장들이 뒤섞이고 악의적인 싸움으로 골이 파이면서 집단적인 트라우마(trauma:우울, 무기력, 환멸 등으로 드러나는 신경증세)에 빠져 있다. 이제 현실로부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서울 하늘에 드리워진 회색 구름을 걷어내고 어떻게 맑은 해를 띄울 수 있을 것인가, 순결한 눈을 내리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야 할 시간이다. 눈을 녹이려면 뜨거운 키스 내 마음을 울리려면 이별의 키스…. 시몬, 내 동생 눈은 뜰에 잠들었다 시몬, 너는 나의 눈 나의 사랑 (구르몽의 시에서) 이윤택 동국대 연극학과 교수·극작·연출가
  • 덕수궁 등 3곳 ‘도시갤러리’

    덕수궁 등 3곳 ‘도시갤러리’

    덕수궁과 정동사거리, 서울숲 등 3곳에 국내 대표작가 3명의 조형작품이 설치됐다. 도시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사업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16일 중구 정동 덕수궁 돌담길 300m에는 목공예가인 홍익대 미대 최병훈 교수의 예술의자 ‘예술의 길, 사색의 자리’를 놓았다. 화강석, 마천석, 벚나무 등의 천연재료를 소재로 직선을 배제한 유선형 의자 19개를 설치한 것으로, 고즈넉한 덕수궁 돌담길에서 사색과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정동사거리 옆 언덕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장인 안규철 교수의 공간조형작품 ‘보이지 않는 문’을 만들었다. 일제강점기 때 도로 확장을 이유로 철거된 돈의문 자리를 표시하고 기념하기 위해 폭 24m, 높이 4m의 벽면을 설치했다. 도로에 화강석 포석을 깔고 옹벽에는 방부목, 유리 등으로 대문의 느낌을 형상화했다. 서울숲 안 바람의 언덕에는 이화여대 조형예술학부 원인종 교수의 ‘먼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란 작품이 설치됐다. 높이 18m, 너비 2m 규모의 이 작품은 역삼각형 몸체 위에 바람에 따라 천천히 돌아가는 파란색 물방울 모양의 머리가 올라가 있는 형태이다. 서울숲의 생태적 이정표 역할을 한다. 시 관계자는 “조형물들은 장소의 역사, 생태, 문화적 매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설명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안방극장의 여왕’ 한혜숙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안방극장의 여왕’ 한혜숙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 표지모델편 ⑫] “요즘 같으면 시집이나 가버렸으면 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남자가 있어야 가죠. 일단 나타나줘야 마음을 정해보는 것 아닌가요?” 78년 12월,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 <슬픔은 이제 그만>의 개봉을 앞둔 스물일곱 살 한혜숙이 선데이서울의 표지를 장식한 기사에서 밝힌 말이다. 쉰여섯 살(1951년 8월 20일생)인 지금 그녀는 여전히 덕수궁 돌담길을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걸을 남자를 기다리는, 소녀 같은 소박한 꿈을 갖고 있는 독신이다. 한혜숙은 덕성여고를 졸업하던 70년 MBC 탤런트 2기로 김자옥, 박원숙 등과 함께 연예계에 첫 발을 디뎠다. MBC 탤런트로 연기생활을 시작했지만 71년 KBS 청소년 드라마 <꿈나무>의 주연급 탤런트 현상공모에서 여고생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면서 화려한 조명을 받게 된다. 지금은 영화감독이 된 하명중과 사랑하는 연인 역으로 출연하여 단번에 스타로 발돋움한 것이다. 이후 74년 국민홍보용 드라마인 KBS <꽃피는 팔도강산>을 통해 안방극장의 트로이카로 자리 잡았다. 1남 6녀를 둔 김희갑, 황정순 부부가 분가해서 지방에 사는 자녀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경제개발에 따라 달라진 생활모습을 간접적으로 조명하는 내용이다. 막내딸로 대한항공 스튜어디스인 한혜숙은, 인생 수업차 신분을 숨기고 속초에서 물지게를 지고 있는 재벌2세 민지환과 짝을 이뤄 출연한다. 70년대의 한혜숙은 꼬리가 아홉 달린 무시무시한 구미호로, 80년대의 그녀는 <토지>(1987)의 최서희로 사람들의 기억에 뚜렷이 남아있다. 77년에 시작된 한국 공포물의 고전이랄 수 있는 KBS <전설의 고향>에서 제1호 구미호로 출연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밤 잠든 아기 옆에서 남편은 새끼를 꼬고 아내는 바느질하던 단란한 가정의 안방. 남편은 아내가 구미호인줄도 모르고, 일정기간동안 입 밖에 내지 않기로 약정했음을 잊었는지 구미호를 만났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얼굴빛이 점차 변해가는 아내, 마침내 구미호라는 말을 입 밖에 내는 순간 아내는 구미호로 변하고 조금만 더 있었으면 인간이 될 수 있었다며 원통해하며 남편을 죽이려 한다. 그 순간 잠자던 아기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가 들리고 구미호는 차마 남편을 죽이지 못하고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게 인간의 정이로구나”라고 내뱉고는 아기를 데리고 산속으로 들어간다. 당시 TV를 봤던 시청자들은 무섭게 변해가는 구미호의 얼굴에 소름이 돋았던 이 장면을 떨쳐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어쨌든 한혜숙이 처음 구미호 역을 맡은 이후 여자 연기자들 사이에 구미호 배역을 따내려 경쟁이 치열했단다. 한혜숙, 김미숙, 선우은숙 등 구미호로 출연했던 연기자들이 스타덤에 올랐기 때문인데 급기야 ‘구미호 역할을 맡으면 여우혼이 붙어서 반드시 스타가 된다’는 소문까지 생겨났단다. 70년대 영화계에 문희, 남정임, 윤정희 트로이카가 있었다면 TV 탤런트 트로이카로는 한혜숙, 김자옥, 이효춘이라고 할 만큼 안방극장에서 인기를 다퉜다. 한혜숙은 KBS 드라마 <노다지>로 87년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 87년 KBS 대하드라마 ‘토지’로 한국방송대상 TV연기자상 등을 휩쓴 지 19년만인 지난해 <하늘이시여> (2005.9.10~2006.7.2)로 SBS 연기대상에서 드디어 대상을 수상했다. 낳은 뒤 이별해야 했던 딸과 기른 아들을 결혼시킨다는 비현실적인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40%가 넘는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갔던 까닭은 한혜숙의 가슴 절절한 母情 연기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기 때문이다. 시집은 물론 애도 낳아보지 못한 한혜숙이 어찌 그렇게 애틋한 엄마 역할을 잘 해내는지 찜질방 등 아줌마들이 모인 곳마다 온통 그 얘기뿐이었다고 한다. <하늘이시여>를 끝낸 그녀는 요즘 최인호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영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촬영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36년 전 청춘스타로 <꿈나무>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하명중이 16년만에 감독으로 다시 복귀하는 작품으로, 옛 인연 때문에 출연료도 거부하고 주연을 맡게 된 것이다. 감독과 주연으로 다시 만나 호흡을 맞춘 이 영화는 올 가을 개봉 예정이다.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당당하고 아름다운 그녀. 성공한 탤런트로 모든 연기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그녀는 그러나 여자로선 ‘실패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다섯 공주중 맏딸로 태어나 서른 살 되던 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초등학생에서 대학생까지 여동생 넷을 보살피느라 연애할 틈이 없이 어느덧 독신으로 남게 됐다. 연인과 함께 덕수궁 돌담길을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걷는 그녀를 볼 날을 기대해 본다. 물론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표지=통권 524호 (1978년 12월 3일) 박희석 전문위원 dr39306@seoul.co.kr
  • [Hi Seoul 하이라이트] 한강선 세계 최고 ‘줄타기부부’ 탄생

    ‘하이서울 페스티벌 2007’의 열기는 주말이 다가오면서 더욱 뜨거워졌다. 한강 선유도공원에서는 세계 줄타기대회가 이틀째를 맞았고, 고즈넉했던 덕수궁 돌담길에는 서울예술체험장터가 열려 시민예술가들의 창작품을 구경하러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이서울 페스티벌의 핵심 행사 중 하나인 ‘서울 월드 DJ페스티벌’은 내·외국인의 호응 속에 밤새 이어졌다. 4일 오후 7시부터 난지지구에서 열린 월드 DJ페스티벌은 밤이 깊어감에 따라 열기가 점점 고조됐다. 가수 이상은, 모던록밴드 보드카레인, 삼바그룹 에스콜라 알레그리아 등이 출연할 때마다 난지지구를 찾은 시민들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였다. 자정이 가까워지면서 본격적으로 DJ와 시민이 음악 속에 어우러졌다. 오리엔탈 펑크 스튜, 키드-디 등 한국의 유명 DJ를 비롯해 플래시 브라더스(이스라엘), 루크 페어(캐나다) 등이 출연해 열기를 끌어올렸다. 이날 난지지구에는 5000여명의 내·외국인이 찾은 것으로 추산됐다. 세계적인 DJ로 손꼽히는 닥터 모테(독일), 일본 시부야케이의 대표주자 몬도 그로소는 5일 만날 수 있다. 경희궁에서는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의 막이 올랐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고궁 뮤지컬로,1500개의 객석이 모두 채워졌고, 궁궐 밖에 설치된 대형 멀티비전 앞에도 400여명이 몰리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뮤지컬 ‘화성에서’는 역사적 에피소드 속에 펼쳐지는 정조 임금과 평민 장덕의 계층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로, 유명한 연출가 이윤택 감독의 작품이다. 이날 오후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에서 열린 ‘세계 줄타기 대회’ 이틀째 행사에는 헝가리의 부부 줄타기 명인이 출전해 주목을 받았다. 남편 라슬로 사이멧은 14분22초, 아내 올가는 35분 만에 1㎞ 결승점을 통과했다. 이날 도전에는 모두 8명이 출전했으나 중국의 우지압둘라가 세운 최고 기록(11분22초)에는 미치지 못했다. 최여경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Hi Seoul 주말 하이라이트]세계 DJ 총출동

    [Hi Seoul 주말 하이라이트]세계 DJ 총출동

    이번 주말이 ‘하이서울 페스티벌 2007’로 후끈 달아오른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4일 오후 7시부터 3일 동안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에서 ‘서울 월드 DJ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지난해 행사에서 젊은 층과 외국인에게 특히 호응을 얻었던 ‘댄스 마니아 인 서울’의 업그레이드판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매해 열리는 세계 최대의 테크노 음악축제인 ‘러브 퍼레이드’의 창시자 닥터 모트(Dr.Motte)를 비롯해 국내외 최고의 DJ가 총출동한다. 비보이 파크, 인디밴드 라이브 등도 준비했다. 같은 기간 경희궁에서는 대형역사 뮤지컬 ‘화성을 꿈꾸다’가 막을 올린다. 덕수궁 돌담길에서는 시민작가의 창작품을 판매하는 ‘서울예술체험장터’도 문을 연다. 마지막날(6일)에는 유네스코가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한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서울역사퍼레이드’가 이어진다. 폐막제는 이날 오후 8시 서울광장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Metro]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설명회

    서울시는 9일 오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제1권역 공모설명회를 연다고 8일 밝혔다.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는 서울 곳곳에 예술작품을 전시해 서울을 하나의 커다란 미술관으로 만드는 문화사업이다. 서울시는 제1권역 사업으로 9개 분야를 정했다.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를 대표할 만한 장소로 서울시청과 서울광장, 덕수궁 돌담길, 정동로터리 등 3곳을 선정하고 공공미술 사업을 공모한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Metro]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설명회

    서울시는 9일 오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제1권역 공모설명회를 연다고 8일 밝혔다.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는 서울 곳곳에 예술작품을 전시해 서울을 하나의 커다란 미술관으로 만드는 문화사업이다. 서울시는 제1권역 사업으로 9개 분야를 정했다.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를 대표할 만한 장소로 서울시청과 서울광장, 덕수궁 돌담길, 정동로터리 등 3곳을 선정하고 공공미술 사업을 공모한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정동 타일벽화

    [거리 미술관 속으로] 정동 타일벽화

    ‘이젠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갔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노래 ‘광화문 연가’ 중) 덕수궁 돌담길은 연인뿐 아니라 직장인의 사랑도 한 몸에 받고 있다. 점심시간에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돌담길을 걷노라면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진다. 강남 직장인이 광화문 직장인을 시샘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돌담길을 걷다 보면 보도블록 사이로 하얀색 그림판을 만날 수 있다. 타일로 제작한 길바닥 그림이다.15×15㎝의 흰색 타일 9개를 붙여 만들었다. 어떤 것은 2개 붙인 것도 있다. 대리석을 액자처럼 테두리에 둘렀다. 바닥 그림은 덕수궁 주변의 역사와 자연을 품고 있다. 가운데 타일 그림은 서울 옛 지도다. 주위에는 광화문 주변 건물이 그려져 있다. 덕수궁과 서울역, 시청 그리고 교회가 보인다. 돌담길에 노란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도 앙증맞게 담겨 있다. 그림의 돌담을 손으로 만져보면 오톨도톨하다. 어린아이의 작품처럼 순박하지만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난다. 길바닥 그림은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다. 같은 타일을 사용했지만 각기 다른 느낌이다. 중앙에 놓은 서울 지도를 제외하고는 각 타일의 위치를 바꾸어 놓았다. 그림의 방향도 각기 다르다. 어떤 것은 서울광장쪽을, 다른 것은 정동쪽을 바라본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다. 세월의 흔적도 고스란히 남았다. 깨어지기도 하고, 그림이 닳아 없어지기도 했다. 아트컨설팅서울 박삼철 소장은 “길 위의 예술은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지를 고민하는 아름다운 철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창작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제목도 모른다.1998년 서울시가 정동길을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하면서 어느 공무원이 길바닥에 그림을 심었단다. 이 사업을 맡았던 서울시 푸른도시국 녹지사업단에 문의했지만 모른다고 했다. 아름다운 작품의 기록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이 작품은 예술가만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도시를 내집처럼 아름답게 만들려는 마음, 그래서 더불어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진정한 예술품을 탄생시킨다. 이 길바닥 벽화가 수억원짜리 작품보다 값진 이유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길섶에서] 덕수궁 길/최태환 수석논설위원

    겨울 덕수궁 돌담길은 쓸쓸하다. 비탈의 시립미술관 정원이 외롭다. 미국 대사관저 앞 방한복의 경비전경 모습이 살풍경이다. 무심하게 걷는 이도 드물다. 한가하다. 가볍게 포옹하는 연인이 멀리 보인다. 춥게 느껴진다. 가로등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연인들에게 가로등의 온기가 전달될 수 없을까. 부질없는 생각이 든다. 정동극장 앞 붕어빵 리어카에 멈췄다. 남녀가 다가온다.“총독관저 앞이 많이 변했네.”사내가 말했다. 대사관저 경비가 별로라는 뜻이리라. 파트너가 시큰둥하다.“지금이 어느 땐데. 시국법정이 코앞이던 시절도 아니고….”‘총독관저’라는 걸 보니, 학창시절 ‘양키 고홈’을 외쳤는지 모르겠다. 사연 많은 사람들로 넘쳐났던 시절이 떠오른다.80년대만 해도 법조타운이었다. 서초동으로 떠난 뒤 서울시청 별관과 시립미술관이 들어왔다. 대도(大盜)조세형이 탈주했던 골목이 그대로이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경환씨가 성난 군중으로부터 뺨 맞은 곳도 여기다. 돌담길 추억치곤 좀 살벌하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 서울을 ‘도시 갤러리’로 만든다

    서울을 ‘도시 갤러리’로 만든다

    서울이 하나의 커다란 갤러리로 변신한다. 서울시는 서울을 예술적 상상력과 창의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만드는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를 위한 기본계획과 시범사업안을 17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미술·건축·디자인·철학·관광 등 분야별 전문가 30명으로 ‘서울시 공공미술위원회’를 구성해 프로젝트 추진방향을 논의하고, 올 연말까지 4개 분야 41개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오는 5월부터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한 ‘도심 역사 권역’과 한강·청계천 주변의 ‘천변·한강 권역’ 등 2개 권역으로 나누어 역사·생태·문화적 의미를 담은 공공미술을 설치하기로 했다. 덕수궁 돌담길, 정동 로터리, 남산식물원 철거지, 청계천, 한강 일대 등 서울의 대표적인 공공장소, 관광명소 24곳이 선정됐다. 장소별로 설치하는 작품은 ‘도시 갤러리 추진센터’를 통해 예술가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모를 거치고, 모든 과정을 공개해 투명하게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광장이나 덕수궁, 정동 등 상징성이 있는 장소에는 유명 외국작가를 초청,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또 벤치, 버스정류장, 가로등, 맨홀 뚜껑 등 도시 시설물과 공공기관·시설을 문화친화적으로 개선하는 ‘공공미술 캠페인’도 펼친다. 서울을 상징할 수 있는 유·무형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서울 상징 포럼’을 연다. 이 포럼을 바탕으로 에펠탑(프랑스 파리), 오줌 누는 소년상(벨기에 브뤼셀), 지혜의 등대(브라질 쿠리치바)처럼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물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2010년 착공을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시 개발사업에도 공공미술에 대한 제안을 하기로 했다. 뉴타운, 균형발전 촉진지구, 재개발 지역, 시 청사,SH공사의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10개 사업을 선택해 공공미술 사업을 시범적으로 시행한다. 서울시와 공공미술위원회는 시범사업과 대상장소 공모에 들어간다. 3월부터는 서울시립미술관에 사진, 드로잉 등 개념도를 전시해 일반에 공개한다.4월까지 작품을 선정하고,5월부터는 순차적으로 작품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6월부터는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의 4개년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2010년까지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계획을 통해 서울의 역사성과 정체성이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도보로 즐기는 문화산책코스 3선

    도보로 즐기는 문화산책코스 3선

    ‘낯선 도시를 여행하듯 600년 고도 서울을 걸어보자.’ 유럽에 배낭 여행을 가면 ‘도보관광코스’가 그려진 지도를 꼭 쥐고 도심을 활보한다. 문화재 설명판을 꼼꼼히 읽고 카메라를 연신 눌러대며 낯선 도시를 탐험한다. 연휴를 맞아 유럽을 관광하듯 서울을 걸어보자. 자동차 속에서 보던 낯익은 풍경 같지만 걸어보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도보 관광코스를 소개한다. ●전통문화 중심지역-북촌·운현궁 코스 한옥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가회동 31번지. 민화 250여점과 민속자료 750점이 소장되어 있는 가회박물관과 전통 공방들이 자리한 북촌은 한국 고유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코스다. 북촌문화센터에서는 전통주 빚기와 자수, 국악 등 다양한 문화강좌를 열어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추석 연휴기간에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한다. 찾아가는 길:지하철 3호선 안국역 ●근대문화 중심지역-덕수궁·정동 코스 돌담길을 이어가는 정동길은 낭만이 가득해 연인이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숨겨진 옛 덕수궁터는 가슴아픈 한국 근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서울시립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도 있어 문화산책 코스로 제격이다. ▶찾아가는 길:지하철 1·2호선 시청역 ●역사·생태 복원지역-청계천 코스 조형물 스프링(Spring)과 분수와 폭포 등으로 꾸며진 청계광장과 95년 만에 복원된 조선시대 대표적 석교인 광통교, 숙종이 장희빈을 처음 만난 수표교, 패턴천변, 빨래터, 참여와 화합의 벽, 하늘물터, 버들습지 등 ‘청계천 8경’을 감상할 수 있다. 청계천문화관에는 청계천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찾아가는 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2호선 왕십리역 이밖에도 경복궁·인사동 코스, 종묘·창경궁 코스, 대학로, 남대문·명동 도보관광코스도 유명하다. 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도보관광을 하고 싶다면 관광 희망일 3일 전에 서울시 문화관광 홈페이지(www.visitseoul.net)를 방문, 예약하면 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심상덕의 서울야화] (17) ‘덜덜골목’ 덕수궁

    올여름은 무척이나 더웠습니다. 그래서 냉장고, 선풍기, 에어컨을 많이 사용했을 텐데요. 그런데 이 전기와 관련해 우리 서울의 옛 지명 중에 ‘덜덜골목’이라고 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덜덜골목’이 어디냐고요. 덕수궁에 있습니다. 덕수궁 대한문에서 남쪽 담장을 따라 난 그 덕수궁 돌담길이 바로 ‘덜덜골목’이었던 겁니다. 이 골목에 왜 ‘덜덜골목’이란 이름이 붙었는지 아십니까. 명성황후 시해사건 이후 고종은 언제 어떻게 또다시 무서운 일이 일어날지 몰라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고종은 한밤중에 가랑잎 굴러가는 소리에도 깜짝깜짝 소스라쳐 놀라는 그런 날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긴긴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다가 이른 새벽, 까치소리를 듣고서야 잠자리에 들곤 했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고종은 당시 한성판윤, 지금의 서울시장인 이채연을 불러 “자고로 모든 흉한 일들은 한밤중에 일어나는 법이 아니겠느냐. 그러니 내가 지금 거처하고 있는 덕수궁을 한밤중에도 대낮같이 환하게 불을 밝히도록 하라.”고 했습니다. 100여년전인 1900년대의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덕수궁에도 ‘전기소’라는 이름의 ‘발전소’가 들어서게 됐다고 합니다. 덕수궁 발전소에 설치된 발전기는 25㎾의 직류 발전기였고, 그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덜덜덜덜∼ 덜덜덜덜∼’아주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불을 밝혔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울 사람들은 지금의 덕수궁 돌담길을 덜덜골목이라고 불렀습니다. 덕수궁에 전기가 들어오고 난 뒤 고종은 “이 같은 경사스러운 일에 잔치를 한번 크게 벌여야 되지 않겠느냐. 외국 공사관 사람들을 초대해 잔치를 벌이도록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고관대작은 물론 외국 공사관 사람들을 전부다 초청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글쎄, 임금님을 모신 가운데 축하 잔치를 막 시작하려는 순간 전기가 꺼져버려서 암흑천지가 되어 버린 겁니다. 외국 공사관사람들 다 불러놓고 임금님을 모신 그날 잔치는 엉망이 되어버릴 수밖에요. 민간에도 한등 한등 전기가 보급되기 시작한 1909년. 당시만 해도 10촉광 희미한 전등 한개의 한달치 전기 사용료가 1환 60전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수 이연실이 부른 ‘목로주점’이란 노래에 나오는 ‘오늘도 목로주점 흙바람 벽엔 삼십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에 등장하는 30촉짜리 전등 하나의 한 달 전기 요금이 4환이었습니다. 또 50촉광은 6환. 그 당시 물가로 쌀 한되에 단돈 18전이었거든요. 그러니 일반 서민들은 감히 엄두도 못냈던 겁니다. 그 무렵 날품팔이하는 사람들 하루 일당이 30전. 쌀 두되를 살 수 없는 액수였습니다. 당시 관청이나 은행을 포함해 우리 서울의 전등 수가 8000개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 귀한 전기를 덥다는 핑계로 너무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
  • [씨줄날줄] 아름다운 길/육철수 논설위원

    인간과 자연을 잘 어울리게 이어주는 끈은 ‘길’이 으뜸이 아닐까 싶다.‘산’과 ‘강’도 친밀하나, 그건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절로 생긴 것들이다. 그러나 길은, 사람이 자연과 어우러져 발자국을 남겨야만 제구실을 하게 된다. 인간의 숨결과 체취가 한번도 스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길은 엄밀히 따져서 없다. 그래서 길은 인간과 자연이 서로 만나 이루어낸 ‘접점’과도 같은 것이다. 인간끼리의 ‘소통’이라는 깊은 의미도 지녔다. 인생이 길에 비유되는 것도 이런 친밀감이 바탕이다. 꼬불꼬불한 길, 울퉁불퉁한 길, 죽 뻗은 신작로는 우리네 인생들과 너무 닮았다. 하지만 좁고 꼬불꼬불하고 울퉁불퉁한 길에는 인정과 여유, 특히 자연의 정경과 여운이 담겨있다. 이런 길은 유독 인간만 맞아들인다. 따라서 산길, 들길처럼 사는 인생이라고 해서 슬퍼하거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속도와 경쟁 같은 ‘이물질’이 끼어들 틈이 없는 것만도 훌륭한 인생이 아닌가. 인공의 길은 멀리 2300년전 고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엔 길이 침략과 권력의 상징이었다. 로마는 소금운반로를 마찻길로 바꾸어 놓았다. 세계 요로를 연결하는 길을 수십만㎞ 닦았고, 일부 도로에는 아스팔트를 깔고 배수로까지 설계했단다.“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거저 나온 게 아니다. 반면 현대식 도로는 차량이동과 물류운반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연히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길의 본래 모습이 아니다. 걸어서는 얼씬도 할 수 없고, 터널이다 교량이다 해서 산을 뚫고 강을 가로질렀으니 자연도 상처투성이다. 이런 각박함을 깨달았는지, 최근 건설교통부는 전국의 ‘아름다운 길’ 100곳을 선정했다. 미관·역사성·기능성을 고려했다고 하나, 역시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바다와 섬을 벗삼은 남해의 창선·삼천포 대교, 가로수가 멋들어지게 울창한 담양의 메타세쿼이아길, 영남 선비들의 땀방울이 맺힌 문경새재,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으뜸인 덕수궁 돌담길 등이 여기에 꼽혔다. 길에는 인생이 있다는데, 아름다운 길에는 ‘아름다운 인생’이 있을 법도 하다. 이번 여름휴가엔 아름다운 길, 아름다운 인생을 찾아 홀가분한 마음으로 길을 떠나보자.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심상덕의 서울야화] (9) 임금님 사랑의 묘약 우유

    [심상덕의 서울야화] (9) 임금님 사랑의 묘약 우유

    ‘부정우유 단속’이란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6·25 이후에 구호물자로 나온 ‘가루우유’를 통해 처음으로 우유맛을 봤을 겁니다. 그런데 배급 나온 그 ‘가루우유’가 어떻게 어떻게 돌고 돌아서 서울시내 다방에선 ‘가공우유’라는 이름으로 가루우유에 물을 타서 한 잔에 70환씩 받고 팔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화폐개혁 전이었기에 화폐단위가 지금처럼 ‘원’이 아니라 ‘환’이었던 거죠. 바로 그 시절 팔뚝에다 ‘위생 감찰반’이라는 완장을 차고 다방마다 돌아다니면서 ‘부정 우유’ 단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유가 남아 넘칠 정도로 국내의 낙농업이 많이 발달해 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수은주가 높이 올라가기 시작하는 이 무렵쯤부터는 일반 청량음료의 판매량은 늘어나지만 우유 판매량은 떨어지기 때문에 낙농업자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는 계절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우유가 워낙 흔하다 보니까 그렇지 예전엔 임금님이나 드실 수 있는 것이 우유였습니다. 이런 말이 다 있었습니다. 나눌 ‘분’자에 진한 유즙 ‘락’자, 그리고 춤추고 노래하는 기생이라고 할 때의 그 ‘기’자. 다시 말해서 분락기(分酪妓)…. 이게 무슨 얘긴가 하면요.‘임금님과 정을 나눈 기생이다.’는 뜻으로 사용되던 말입니다. ‘분락기’. 어떠세요.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 대충 짐작이 가시죠. 예전엔 임금님이 어느 여인과 사랑을 나눌 때 우유로 만든 죽인 ‘타락죽’을 올렸다는 겁니다. 그 때 임금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타락죽’을 그 여인과 나누어 먹었고 말이죠.‘분락기’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얘깁니다. 우유로 끓인 ‘타락죽’을 임금님과 나누어 먹은 여인 ‘분락기’. 기온이 높아지기 시작하면 우유가 팔리지 않아 서울근교 낙농업자들이 울상을 짓게 되는 때에,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얘깁니다. 우유는 그 예전에 임금님의 사랑의 묘약으로 쓰여 왔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처럼 귀하게 여겨졌던 우유가 우리 서울 시민들에게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건 약 50년 전부터였습니다. 그 시절 우리 서울에서도 한복판인 ‘덕수궁’ 돌담길 뒤쪽에 ‘우유조합’이 있었거든요. 아마 나이 드신 분들은 기억나실 겁니다. 그리고 그쪽에 또 ‘밀크홀’이라고 해서 ‘우유 시음장’도 있었고요. 이 ‘밀크홀’은 서울의 젊은이들에게 데이트 약속 장소로 첫손에 꼽히던 곳이었습니다. 우유도 팔고, 빵, 설탕 같은 것을 싼 값에 팔았고요. 또 이 ‘밀크홀’에 가보면 당시로선 최고의 인기 배우였던 ‘신성일’‘남정임’ 같은 청춘스타들이 1일 판매원으로 나와 있었기에 그 영화 배우들을 만나보기 위해서도 ‘밀크홀’을 찾아가는 젊은이들이 많았었고 말입니다. ‘서울 우유 협동 조합’에서 우유 선전을 위해 만든 장소였기에 무슨 모임이 있을 때 회의실도 공짜로 빌려줬거든요. 그땐 우유조합이 이쪽에 있었어요. 근데 우유 조합이 덕수궁 돌담길 쪽에 있다 보니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뭔가 하면요, 달력에 빨갛게 국경일로 표시된 날은 우유장사를 다 망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삼일절이다, 광복절이다, 아니면 또 그날따라 경무대(청와대의 옛 이름)에 계신 높은 분이 어디 행차를 하실 경우 십중팔구 교통통제지역에 포함됐거든요. 교통경찰관이 호루라기를 큰 소리로 불어대면서 ‘여보 여보 거기 손수레 세워요, 이쪽으로 높은 양반 지나가시기 때문에 통행금지야, 오늘은’ 국경일 행사 끝날 때까지 하루 종일 길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다 상해버린 우유는, 전부 그냥 버릴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 옛날 같으면 그토록 귀하고 귀한 임금님의 사랑의 묘약이었는데 말입니다. 우유를 마시면 몸에도 좋지만 낙농가도 살릴 수 있답니다.
  • [서울의 문화재] (9) 구세군 본관

    [서울의 문화재] (9) 구세군 본관

    지난 5일 구세군 본관을 찾았다. 주소는 서울 중구 정동 1의 23. 지난 연말 종이 울리는 가운데 한 소년이 구세군 자선 냄비에 돈을 넣는 장면이 떠올랐다.‘구세군 자선활동을 하는 본부는 어떤 모습일까.’하는 설렘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본관을 대면한 첫 느낌은 유럽 배낭여행 때 본 건물 같다는 것.5m밖에 안 되는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넝쿨이 뒤덮인 덕수궁 돌담길이 있다. 유럽식 건물과 한국 전통 담장이 잘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문을 열자 구세군역사 박물관장인 김준철(67)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군복에 수염을 기른 그가 역사책에서 본 영국 신사와 비슷해 보여 살짝 미소를 지어 보았다.“건물안에 들어오니 영국에 있는 한 집에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을 붙이자, 그는 “맞아요.80년 전쯤 영국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었죠.”라고 말문을 열었다. 구세군 본관은 현관 앞에 4개 기둥이 있고 좌측과 중앙, 우측이 1대 2대 1의 비율로 나뉜 르네상스 양식이다. 근대 건축물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02년 3월 서울시 기념물 20호로 지정됐다. 덕수궁 주변엔 영국식 건물이 몇개 더 있다. 구세군 본관 뒤편엔 영국대사관이 있다. 대사관 옆엔 영국 성공회교회가, 교회로부터 20m이내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회인 영국 감리교회인 정동교회가 있다. 정동교회와 성공회교회는 모두 110년과 80년 전에 지어졌다. 영국에서 본 수백년 된 아름다운 건물이 생각났다. 영국에 다녀온 사람은 덕수궁 주변을 돌면 잠시 영국에 온 느낌이 들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구세군은 자선단체로 알고 있다. 하지만 구세군은 기독교의 한 종파이다. 본래 구세군은 세상을 구원하는 군대라는 뜻이다. 종파가 군 조직으로 이뤄진 건 독특하다. 구세군에서 교주는 대장으로 불린다. 구세군 본관도 1928년 구세군 대장이었던 브람웰 부스의 방문 기념으로 지어졌다. 대장 아래 98개의 군국으로 이뤄졌다. 군국은 보통 국가와는 좀 다르다. 한국처럼 한 국가가 한 군국이 되기도 하지만 신자가 적으면 몇 나라가 합쳐 한 군국이 된다. 구세군은 군대 조직인 만큼 군국 책임자는 사령관, 신자는 병사로 불린다. 목사는 사관이고 이들은 계급에 맞는 계급장을 단다. 140년 된 구세군 역사를 살펴 보면 구세군 창립자는 감리교 목사였던 윌리엄 부스다. 산업혁명 이후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데 관심을 보이지 않자 부스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선교활동을 하며 사회사업을 한다. 빈민들은 그들을 구세군이라고 불렀고 교회가 구세군을 혹독하게 비판하자 부스는 독립해 구세군 교회를 세웠다. 그 뒤 구세군은 창립 취지에 따라 선교활동 못지않게 사회사업에 큰 비중을 두게 된다. 구세군의 한국에서의 사회복지사업 활약은 대단했다.1908년 한국에 들어온 구세군은 그동안 어두운 시절에 불우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이들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전쟁 당시 일부 구세군이 인민군에게 처형을 당하는 억압 속에서도 사회사업을 멈추지 않았다.1960∼1970년대 연말에 불우한 이웃을 돕고 물난리 등 국가 재해 때 적극 복구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런 한국 구세군 역사는 구세군 본관 1층 구세군 역사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1930년대 초 구세군 냄비가 있다. 앞면엔 ‘남비’, 옆면엔 ‘냄비’라고 표기돼 있어 재미를 더 한다. 냄비가 바른 표기다. 또 한국 전쟁과 1960∼1970년대 불우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재해 복구작업을 하는 장면을 찍은 흑백사진들과 기록들이 전시돼 있다. 구세군 군복의 변형 과정과 최초 한국에 구세군을 전도한 허가두 정령의 책상과 의자도 있다. 박물관에서 나오면서 “경제 발전으로 한국에서 구세군의 역할이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 아니냐.”고 묻자, 김 관장은 “건물이 커질수록 그림자도 커진다.”면서 “도시 곳곳에 빈민이 오히려 늘고 있어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의 비유는 양극화를 단적으로 설명한다. 이 구세군 마음이 널리 퍼져 공동체 구성원이 서로 아끼는 세상이 되기를 기원한다. 글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서울人 하나되어 서울사랑 한마당

    서울人 하나되어 서울사랑 한마당

    ‘열심히 일한 당신, 즐겨라.’ 가정의 달을 맞은 화창한 봄날, 서울이 축제로 들썩입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Hi Seoul 페스티벌’이 5월4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5일부터 7일까지 서울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습니다. 주제는 ‘서울人 서울In’. 서울을 사랑하는 서울 마니아가 서울에서 하나된다는 의미입니다. 서울신문의 수도권섹션과 이름이 똑같습니다. 서울광장과 청계천은 축제내내 변신을 거듭합니다. 4일에는 초대형 설치미술 ‘우리의 꿈, 우리의 서울’이 서울광장 하늘을 수놓습니다. 시민들의 소망 메시지를 담은 대형 삿갓 모양입니다. 어린이날인 5일에는 놀이터로 변합니다.6일에는 서울의 잊혀진 역사를 되새기는 도성밟기와 청계천 시민걷기대회가 열립니다.7일에는 화합과 단결을 다지는 8도 민속대동놀이와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2006 독일 월드컵의 선전을 기원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콘서트 대∼한민국’으로 축제는 막을 내립니다. 흥겨운 놀이마당에 몸을 맡겨 보십시오.‘서울인’이 축제속으로 미리 들어가 봤습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100배 즐기기-도성·청계천 걷기 ‘하이 서울(Hi Seoul) 페스티벌 2006’은 종합 문화축제다. 전통과 현대, 한국과 세계가 만나는 서울의 특성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페스티벌을 100배 즐길 수 있도록 색깔별로 행사를 묶었다. ●쇼!쇼!쇼! 서울광장에서는 밤마다 화려한 공연이 이어진다.5월4일 신동엽과 최윤영이 진행하는 전야제 ‘한류와 친구들’로 축제의 서막이 오르고,5일에는 뮤지컬 하이라이트 장면을 모은 최고의 뮤지컬 공연이 펼쳐진다. 윤복희 남경주 김선경 최정원 등 뮤지컬 배우 100명이 명성황후, 사운드 오브 뮤직, 헤드윅 등 18개 작품을 공연한다. 7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콘서트 대∼한민국’은 임백천과 황현정이 진행한다. 러시아 지휘자 세르게이 고사친스키가 지휘를 맡아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민요, 한국환상곡 등을 연주한다. 팝 콘서트 형식이다. 프라자호텔에서 쏘아올리는 불꽃놀이가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 공원에서는 인디밴드와 록이 어우러진다.5일에는 이상은, 델리스파이스, 뷰렛, 몽라가,6일에는 전인권, 내귀에 도청장치 등이 공연한다. 서울 명동에선 밤새도록 시민 댄스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세계를 품안에 6일 서울은 세계를 만난다. 주한 외국인과 모스크바, 카이로 등 자매도시를 초청해 ‘지구촌 한마당’을 선보인다.80개 부스에서 세계의 음식, 풍물을 체험할 수 있다. 외국인 어린이 그림 283점은 시청 후정에 전시된다. 오후 7시30분 서울광장에서는 ‘지구촌 카니발´이 열린다. 아프리카·터키·라틴아메리카 등 세계 타악공연을 맛볼 ‘소리의 향연’과 삼바·탱고·플라멩코 등 세계 춤을 즐길 ‘몸짓의 향연’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날 앙카라 공연단이 특별 출연한다. 마무리는 시민이 하나되는 꼭짓점 댄스다. ●전통을 느끼며 경복궁과 덕수궁, 서울숲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즐기자. 고궁축제에선 세종대왕즉위식, 종묘제례-어가행령, 수문장 교대의식 등 왕실 문화행사를 관람할 수 있다. 국악 축제 한마당에선 줄타기와 광대놀이, 탈춤, 전통·창작국악, 퓨전 가락 등이 ‘전통과 퓨전, 젊음과 신명’이란 테마로 진행된다. 시민작가가 직접 만든 수공예 작품을 사고 파는 예술장터가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린다. 직접 배우거나 만들어 보는 예술체험장이 한쪽에 설치된다. 4일에는 청계천 연등행렬을 따라 나서 보자. 조계사∼광교∼청계광장∼청계천∼삼일교∼인사동∼조계사를 돌며 축제 분위기를 살린다. 또 청계천 복원을 축하하며 4월20일부터 5월7일까지 다산교∼고산자교에 연등을 매달아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한다. ●가족과 함께 5일은 어린이 날. 서울광장은 놀이터로 변한다. 오전 기념식이 끝나면 어린이 댄스, 동요 부르기, 레크리에이션 로봇대회 등 공연이 이어지고, 캐릭터 월드, 모래 놀이터, 페이스 페인팅,4컷 만화 그리기 대회 등 가족 놀이마당이 펼쳐진다. 영화 ‘왕의 남자’ 줄타기 공연은 오후 3시에 진행된다. 경희궁에선 어린이 백일장을, 전쟁기념관에선 문화 축제를 선보인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이번 페스티벌 2006’의 특징은 서울인이 하나되어 즐기는 시민참여축제라는 점이다. 서울광장, 청계천 등 도심 곳곳에서 몸으로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도성 밟기 도성밟기는 끊어진 서울 도성의 성곽을 빛과 그림으로 연결하는 문화프로젝트다. 복원한 도성을 밟다보면 서울의 역사와 문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성곽을 복원한다는 의미에서 전문 작가들이 흥인지문(300m)과 경희궁(50m), 숭례문(300m) 앞에서 끊어진 성곽을 길거리그림(그래피티)으로 잇는다.5월6일 오전 10시부터 시민 5000여명이 복원된 도성 성곽의 흔적을 밟아 나간다. 이 때 청계천 시민걷기대회도 함께 진행된다. 시민걷기대회는 살곶이 공원에서 출발, 고산자교∼오간수교∼청계광장∼서울광장에 도착하는 코스다.8.5㎞를 2시간 30분동안 걷는다. 오간수교, 청계광장 등 청계천 곳곳에선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도성밟기는 두 코스로 나뉜다. 제1코스는 마로니에 공원∼낙산공원∼동인교회 입구∼흥인지문∼청계천∼광교∼청계광장∼서울광장으로 5.3㎞구간이다. 이 코스는 오전 11시쯤 오간수교에서 시민걷기대회 참가자와 만나도록 기획했다. 제2코스는 사직공원∼인왕산∼창의문∼청운중학교∼연무관 로터리∼정부종합청사∼세종문화회관∼서울광장으로 이어진다.6.1㎞로 2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참가자 접수는 인터넷으로 하면 된다. 현장에서도 접수를 받는다. ●우리의 꿈, 우리의 서울. 서울광장 하늘에 시민들의 꿈과 환상을 담은 초대형 설치미술이 떠오른다. 시민들이 4월29∼30일 소망 메시지를 적어 서울광장에 놓인 삿갓모양의 망사천 그물망에 매달면 애드벌룬, 열기구 등을 이용해 공중에 떠 오른다. 하늘로 띄우는 퍼포먼스는 5월4일 오전 11시에 진행된다. 밤에는 조명을 밝혀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7일 동화면세점∼덕수궁 대한문에서는 시민화합줄다리기가 열린다.4000명이 북촌팀과 남촌팀으로 나뉘어 당진 기지시 줄다리기(중요 무형문화재 제75호)를 펼친다. 풍물패의 응원으로 흥을 더한다. 이날 서울광장에선 춘천 마임, 안성 바우덕이, 여주 도자기 엑스포, 충주 무술, 전주 소리, 진도 씻김굿, 안동 하회 별신굿, 남해안 별신굿, 제주 민속 예술단, 봉산 탈출 등 팔도민속놀이가 진행된다. 서울인의 어우러짐은 이날 오후에 펼쳐지는 퍼레이드에서 절정에 달한다. 육·해·공군, 해병대 의장대와 군악대, 중국·터키전통공연단, 월드컵 참가국 등 50개 단체 4000여명이 퍼레이드 차량과 월드컵 공모양의 애드벌룬을 앞세우고 종묘∼종로3가∼종로1가∼세종로∼서울광장을 행진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먹을거리·그랜드세일 ‘축제도 식후경’ 이번 페스티벌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먹을거리다. 거리 곳곳에서 서울의 전통 맛을 느낄 수 있는 각종 음식과 세계 음식들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시민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서울 3일장’도 열린다. ●서울 ‘원조’의 맛을 뽐낸다 다음달 4∼7일 4일 동안 시청 후정과 원구단, 청계천변, 동화면세점 등에서는 서울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서울사랑 음식축제’가 열려 서울을 대표하는 최고의 맛을 뽐낸다. 서울 원조 음식전과 가족 퓨전 음식전, 청계천변 정겨운 음식마당 등으로 진행되는 음식축제에서는 ‘장충동 족발’과 ‘신림동 순대’‘신당동 떡볶이’‘마포갈비’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 음식점 40개를 비롯해 여성단체가 운영하는 29개와 대학생 동아리가 운영하는 4개 등 총 110개의 부스가 설치된다. 1∼7일 북창동 일대 음식점 30여곳에서 음식값의 10%를 할인해 주고, 무교·다동 음식문화거리에서의 음식점 19곳에서도 5%를 할인해 준다. ●지구촌 먹을거리 한자리에 5일과 6일 서울광장과 무교로, 시청 후정에서는 세계의 다양한 맛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음식전은 5일과 6일 이틀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41개국 부스가 설치된다. 6일에 오후 2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는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지구촌 한마당’이 열려 서울 거주 외국인 및 자매도시 초청 공연과 함께 각국 민속공연 등이 펼쳐진다. ●시민들의 수공예 시장 덕수궁 돌담길 주변(우천시 시청앞 지하공간)에서는 5∼7일 오전 10시∼오후 7시,‘서울 3일장’이 열린다 3일장에서는 시민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사고 파는 장터와 함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운영하는 예술체험코너 등이 마련됐다. 특히 환경을 주제로한 작품과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 재활용 물품을 가지고 만든 작품 등이 전시된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5000여개 업소 싸게, 더 싸게 페스티벌 기간 중 ‘하이서울 그랜드세일 쿠폰’을 이용하면 5000여개의 업소에서 최대 70%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시내 주요 쇼핑 거리에서는 오는 29일에서 다음달 10일까지 대규모 할인 이벤트인 ‘하이서울 그랜드 세일’이 펼쳐진다. 명동과 남대문, 동대문, 이태원, 북창동 등 관광특구지역 쇼핑점을 비롯해 면세점, 관광호텔 등 5000여곳의 업소에서 대대적인 할인행사가 진행된다. 이태원 450여개 업소에서는 의류와 액세서리, 가죽, 가방, 구두, 잡화, 기념품 등을 10∼70% 할인 판매하고, 동대문에서는 두타와 밀리오레, 청대문 등에서 의류와 잡화 등을 10∼50% 할인해 준다. 남대문은 3만원 이상 아동의류 및 아동용품 구입고객에게 사은품을 증정한다. 롯데·신라·동화·워커힐·SKM 등 시내 5개 주요 면세점도 쿠폰을 소지하면 5∼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호텔의 경우 코리아나호텔과 타워호텔, 노보텔, 신라호텔, 롯데호텔 등 13개 호텔이 객실 정가의 30∼50%로 묵을 수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김치, 김, 젓갈, 선식, 건과류 등을 10∼20% 할인해주며, 갤러리아 콩코스도 외국인에게 패션잡화와 신사·숙녀의류, 유·아동의류 등을 5∼10%로 할인해 준다. 서울관광기념품판매점에서는 기념품 전체를 5% 할인한다. 종로 3가 귀금속 거리에서는 600여개 업체가 순금제품을 제외한 14K 제품을 5∼1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 밖에 코엑스 아쿠라리움이 입장료(일반 2000원, 어린이 1000원)를 할인해 주며, 김치박물관도 입장료를 1000원 할인해 준다. 또 남산 N타워 관람료 10%, 정동극장 전통예술무대 공연 10%, 도깨비스톰 난타 공연 10% 할인 혜택이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준비의 주역들 ● 진두지휘 유인촌 서울문화재단 대표 “시민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도심 거리를 자유롭게 거닐며 서울의 역사와 전통을 즐길 수 있도록 축제를 준비했습니다.” ‘하이서울 페스티벌 2006’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유인촌(55)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올해 축제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축제는 시민들이 함께 즐기는 것”이라는 그의 생각처럼 이번 축제는 지난해에 비해 시민 참여행사가 대폭 늘었다. 특히 서울의 역사와 전통을 되살려 보자는 취지에서 경건한 ‘의식’도 더해졌다. 지난 21일 축제 마무리를 위해 서울시청을 방문한 유 대표를 만났다. ▶페스티벌의 주제는. -페스티벌의 주제인 ‘서울인(人), 서울인(In)’은 한마디로 서울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Life)´이다. 그래서 서울의 다양한 삶을 축제에 담았다. 주제는 실무위원을 맡고 있는 이영란(41) 작가가 만들었다. ▶페스티벌의 특징은. -축제를 통해 시민들이 차만 다니던 길을 걸어보는 것 자체가 시민들에게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무작정 먹고, 놀고, 마시기에 앞서 서울의 역사와 전통을 한번쯤 생각해 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전야제 때 시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선조들에게 ‘고(告·축제를 알리는 의식)´하는 것이라든지 ‘도성밟기’에 앞서 유실된 성곽을 ‘그래피티(페인트로 그리는 것)’로 잇는 것 등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시민 참여행사가 늘었다. 낙산과 인왕산 등 2개의 코스로 나눠진 ‘도성밟기’ 행사에는 시민 5000여명이 참여하게 되며, 살곶이 공원에서 서울광장까지 걷기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또 다음달 4일 서울광장 상공에 지름 50m의 그물망 형태 초대형 설치미술 작품에는 시민들이 직접 쓴 소망 메시지가 담길 예정이다. ▶프로그램이 많아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대도시에서 이뤄지는 축제다 보니 어쩔 수 없다. 소도시에서 이뤄지는 축제에 비해 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재단에 ‘축제부’를 만들어 설과 추석, 단오 등 특징적인 주제의 소규모 축제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부터 재단이 주최를 하는데. -장기적으로 볼 때 축제는 민간 주도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래서 지난해 시에서 주최하던 행사를 재단이 맡게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교통통제와 안전관리, 청소, 환경, 위생 등 시와 관계기관의 협조 없이는 어렵다.10회 정도 넘어서면 민간 주도 축제로 정착될 것이다. ▶축제 기간이 짧아졌는데. -축제가 너무 길면 안 된다. 처음에는 10일 가까이 행사를 했는데 길다 보니 밀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교통통제 등으로 시민불편 등을 초래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하루 정도 더 줄일 생각이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행사 준비도 어려웠지만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어 신경을 많이 썼다. 축제가 선거와는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음식물 나눠주는 것 등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전문가·50여개 단체·스타 등 수천명 힘모아 하이서울 페스티벌의 화려한 무대 뒤에는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땀이 배어 있다. 페스티벌에는 시민 공모를 통한 자원봉사자와 퍼레이드·프로그램 참가자 등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축제를 빛낸다. 인터넷을 통해 지원을 받아 선발한 286명의 자원활동가들이 곳곳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가장 많은 자원활동가가 투입되는 곳은 서울광장 행사와 도성밟기, 시민화합 줄다리기, 서울 3일장, 서울 매직페스티벌 등 행사별 현장진행보조 요원으로 250명이 활동하게 된다. 종합안내소에서 외국인 안내(영어·일어·중국어)와 매직 페스티벌 통역 등에 8명이 활동하고, 홍보 9명, 사무국지원 5명 등이다. 또 각 분야 전문가들로 축제 실무위원회가 구성돼 축제 준비를 도왔다. 이영란 극작가와 미술가 한젬나씨, 임옥상 우리문화 대표, 유재현 상상공장 대표, 천호균 쌈지 대표이사, 최정화 가슴시각개발 연구소장 등 12명의 실무위원회에 참여했다. 하이서울 그랜드 퍼레이드에는 사가정 풍물단, 한국사자춤보존회, 화성동탄초등학교 어린이외발자전거팀, 유노스클럽, 터키공연단, 미군 치어걸 등 국내외 50여개 단체 4000여명이 참가한다. 춘천마임 축제팀과 안성 바우덕이, 안동 하회 별신굿, 제주 민속예술단 등 전국 8도에서 올라온 민속놀이 팀도 행사에 볼거리를 제공한다. 인기 연예인들도 대거 축제에 참여한다. 전야제 행사에는 동방신기와 보아, 세븐, 장나라, 이효리, 버즈 등이 참여하며, 뮤지컬 하이라이트공연에는 윤복희, 옥주현, 남경주, 김선경, 최정원 등 유명 뮤지컬 배우 100여명이 출연할 예정이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연극·영화·마술축제에 초대합니다 ‘하이 서울 페스티벌’과 어우러져 연극·영화·마술 축제도 펼쳐진다. 1977년부터 전통을 이어온 ‘서울연극제’가 다음달 3∼21일 아르코 예술극장과 아룽구지 소극장, 서강대 메리홀에서 진행된다. 연극인의 창작 의욕을 높이고 한국 연극을 세계에 알리고자 기획했다. 공식 참가작과 자유 참가작, 구립극단 경연대회 등 공연이 다채롭다. 일주일 이상 공연하는 작품은 8편이다. 올해 3회째를 맞은 ‘서울 환경영화제’는 4∼10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된다. 28개국에서 출품한 영화 109편을 만날 수 있다. 경쟁부문인 ‘국제 환경영화 경선’에는 14개국 20편이 경합을 벌인다. 장편 극영화와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는 무료다. 감독과의 대화 등도 마련됐다. ‘서울 매직 페스티벌’은 지난해 처음 열려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시민들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꿈과 희망을 주는 마술에 매료됐다. 올해는 서울 열린극장 창동에서 펼쳐진다. 세계 최고의 마술인이 펼치는 ‘프로 매직쇼’와 궁금했던 마술의 비밀을 직접 배워보는 ‘매직 강의쇼’, 일반인이 참여하는 마술 경연대회가 기획됐다. 공중부양마술, 신체분리마술, 탈출마술, 신체통과마술 등을 경험할 마술 체험관도 준비됐다. 한편 축제기간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편리하다. 서울광장과 청계천의 교통이 자주 통제되기 때문이다. 서울광장은 오후 5시부터 관람객 수에 따라 프라자호텔, 태평로까지 차량 통행을 제한한다. 한낮에도 시간별로 통행량을 조절한다. 자세한 사항은 표 참조.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봉산탈춤·판소리 참여하면 재미 2배 서울시는 28∼31일 경희궁에서 국가 지정 무형문화재와 서울시 지정 무형문화재 보유자의 공연 등 다양한 전통문화 볼거리를 선보이는 서울무형문화재의 축제를 한다. 이번 행사는 단지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 가능한 프로그램이 많은 게 특징이다. 참여하면 승무의 정재만과 판소리의 이옥천 등의 공연을 볼 수 있다. 또한 곡물을 곱게 치는 체장을 만드는 최성철, 옻나무 수액 칠의 정제와 도장 등을 하는 신중현 등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고 배울 수 있다. 첫날인 28일 오후 6시30분부터 시작하는 전야제 때는 영화 ‘왕의 남자’에 나오는 남사당놀이패의 줄타기가 선보인다. 이어 대접돌리기, 땅재주 등 다양한 기예와 함께 가야금병창과 태평무, 선소리산타령 등 흥겨운 한마당이 펼쳐진다.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9일과 30일엔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굿판이 활짝 펼쳐진다. 중랑구 봉화산 일대에서 400년 넘게 전해오는 봉화산 도당굿과 남이장군사당제, 서울새남굿 등이 벌어진다. 또한 지배계층에 대한 풍자와 서민들의 애환으로 해학과 익살을 이끌어내 양반과 천민 등 모든 계층한테 사랑을 받았던 송파산대놀이와 봉산탈춤, 강령탈춤, 북청사자놀음 등을 볼 수 있다. 물론 원하면 직접 춤을 배울 수도 있다. 그리고 경희궁 입구에 있는 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에선 전통을 고집스럽게 이어나가고 있는 장인들이 직접 다양한 전통공예품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연과 옹기, 매듭, 민화 등을 배워 직접 해보기, 시골장터에서 보던 엿장수의 구수한 장단과 함께 윷놀이, 투호놀이, 제기차기, 널뛰기 등 전통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경희궁 곳곳엔 전통 먹을거리 장터가 준비된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요즘 낭만’에 눈을 돌려라

    “궂은 비 내리던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낭만’ 하면 흔히 떠올리는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다. 향기가 그윽한 커피나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걸어야 했던 덕수궁 돌담길을 연상한다. 그러나 요즘 낭만의 색깔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다방 커피, 꽃무늬 편지지, 덕수궁 돌담길 등 70년대식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이같은 변화된 낭만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인 광고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광고에서의 주부 낭만은 베란다의 푸른 숲을 끼고 욕조에 몸을 뉘어 독서를 즐기는 여유로움과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대우건설의 ‘푸르지오’는 아침의 분주함 뒤에 찾아오는 한낮의 여유 속에 남편이 보낸 뜻밖의 꽃 선물, 그리고 100만달러짜리 야경을 배경으로 한 와인 한 잔과 한밤의 왈츠 등을 표현하고 있다. 당신의 꿈도 ‘프리미엄이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광고에서 김남주는 더할 나위 없는 고품격 생활의 여유를 유감없이 즐기고 있다. 고품격 삶의 여유가 전하는 행복 일기다. 가족을 위한 삶에서 행복을 느끼던 주부의 이전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나를 위한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주부다. 한 남편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가 아닌, 나의 프리미엄을 찾는 주부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보글보글 끓는 찌개와 한 상 가득한 맛있는 반찬, 아이들과 함께 남편의 퇴근을 기다리며,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는 주부. 혹은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피크닉 바구니를 가득 채우고 떠나는 교외 나들이. 이런 모습에서 낭만을 찾던 주부들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연인들의 낭만에도 뭔가 다름이 있다.LG전자의 ‘초콜릿폰’은 다니엘 헤니-김태희-현빈을 내세워 삼각 로맨스를 그려낸다. 그 중심에는 휴대전화가 있다. 때론 수줍게 내뿜는 빨간 얼굴과 하얗게 질린 ‘초콜릿폰’은 이들의 고백과 질투, 엇갈린 사랑을 표현하는 사랑의 매개체다. 커피향 그윽한 로맨틱한 분위기 속에 꽃무늬 편지지에 곱게 써 내려간 장문의 편지를 통한 연인들의 사랑고백은 과거의 낭만이다. 또한 교복 브랜드인 스쿨룩스는 교복과 사랑이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를 통해 10대의 낭만을 재해석했다. 교복을 벗지 않고도 사랑을 할 수 있는 학생의 자유를 표현했다. 한때 교복을 벗고,“나 학생 아니에요!”라고 외치던 시대와는 다른 모습이다. 시대와 세대에 따라 달라지는 낭만. 이들 광고가 내일은 어떤 모습의 낭만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궁금증을 던진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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