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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인식혁명 없이 정당개혁 없다/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열린세상] 인식혁명 없이 정당개혁 없다/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정치학 원론에 나오는 정당과 현실의 정당은 왜 이렇게 다를까. 원론 교과서엔 정당의 기능이 길게 나열돼 있다.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의 정치참여를 북돋고, 유권자에게 판단의 길잡이가 된다고 한다. 또 정치 지도자를 양성하고, 사회 이익을 집성해 정책결정을 촉진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진다고 한다. 민주주의를 위해 정말 없어선 안 될 기능들이다. 그러나 아무리 원론적 기대라 해도 현실과 너무 다르다. 우리 현실에서 정당은 민주주의의 큰 걸림돌로 전락했다. 과장과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고, 국민을 수동적 동원 대상으로 만들고, 유권자의 이성적 투표 판단을 방해한다. 또 정치적 이권이나 자리를 탐내는 무리를 만들고, 사회 갈등을 심화시켜 국정 거버넌스가 엉망진창이 되게 한다. 정당무용론, 심지어 정당폐지론이 공감을 살 만도 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제도 탓만 할 수는 없다. 그동안 수많은 선진제도를 도입, 시험해 보았지만 결과는 나아지지 않았다. 사람 탓만 할 수도 없다. 과거에 비해 개별 정치인의 자질은 훨씬 향상되었지만 정당정치의 현실은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퇴보했다. 물론 제도 개선과 정치인 자질 향상이 계속돼야 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정당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서 더 큰 문제를 찾아 고쳐야 하지 않을까. 정당은 통일성 있는 균질한 조직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를 지배해 왔다. 균질한 정당이 명확한 기조를 세워 일관되게 추구하고 이를 통해 고유한 정체성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기존 인식이었다. 이런 인식하에 정당원은 당론을 따라야 하고 당론 불복은 해당행위로 제재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정당화되곤 했다. 사실 균질적 조직으로서의 정당은 사회가 비교적 단순했던 과거 산업시대에는 원론적 기능을 나름대로 수행할 수 있었다. 그래서 대중민주주의를 이끈 원동력이라고 칭송받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상황이 바뀌었다. 기율 있게 움직이는 균질한 조직이 정책이슈를 다루며 전국적 공당(公黨)으로 기능하기에는 사회의 다양성, 복잡성, 가변성이 너무 커졌다. 당 내부 이견이 자연히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통일성, 균질성, 정체성을 강조하는 조직이라면 정당보다는 이익단체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늘날 무리해서 통일성을 기하려 해도 내분만 심화돼 당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는 점은 계파 내홍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 민주당이 실례(實例)로 보여 준다. 균질성을 고집할 경우 내부만 시끄러워지는 것이 아니다. 보다 심각하게, 경쟁 정당과의 대화가 불가능해진다. 각기 똘똘 뭉친 거대조직들끼리의 관계는 집단주의적 논리에 의한 경직성을 벗기 힘들다. 4대강 예산, 세종시 등의 현안은 각 정당이 일치된 당론을 고수할 경우 상대와의 대화를 통한 타협, 조정은 매우 힘들어진다는 점을 예시해 준다. 이제는 새로운 시대상황에 맞게 정당에 대한 낡은 인식을 혁명적으로 바꿀 때가 되었다. 정당을 단단한 조직이 아니라 유연한 네트워크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유기체적 연대로 봐야지 일률적으로 움직이는 기계 덩어리로 봐선 곤란하다. 이익단체와 잘 구분되지 않는 군소정당은 차치하고, 전국정당을 자임하는 주요 정당이라면 더 이상 일사불란한 조직일 수 없다. 이렇게 정당이 획일적 집단주의에 빠지지 않은 존재로 인식될 때 오늘날 정당의 각종 병폐, 특히 집단적 대결에 따른 국정 황폐화를 피할 수 있다. 역사발전은 인식전환을 전제로 한다. 국가는 야경국가에서 복지국가로의 인식전환 덕에 오늘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민주주의는 개인 권리의 보호뿐 아니라 시민적 의무와 덕성의 함양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는 인식전환에 따라 더욱 성숙해 왔다. 기업도 사적 이윤뿐 아니라 사회적 공헌도 추구하는 것이라는 인식전환을 거치고 있다. 이제 정당이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인식전환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정치인뿐 아니라 유권자가 함께 노력해야 할 수 있는 어렵지만 시급한 숙제다.
  • “재미교포 선출공직 도전할때”

    “재미교포 선출공직 도전할때”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더 많은 한국계 미국인들이 정부 임명직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선출직에 도전해 직접 주요 정책을 입안, 결정하는 데 참여해야 합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시내 윌러드 호텔에서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로 열린 ‘미주한인의 날’ 기념식은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다. 올해로 3회째인 ‘미주 한인의 날’ 기념식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 미 연방 정부에 진출한 한국계 미국인 3명이 올해 한인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돼 자신들과 가족 이야기, 공직진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하워드 고(한국명 고경주) 미 보건부 차관보는 “아버님이 한국과 미국 관계발전을 위해 애쓰시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며 자신이 공직에 입문하게 된 것은 아버지 고(故) 고광림 전 주미대사의 영향이 컸다고 회고했다. 예일법대 학장을 지낸 해럴드 고 미 국무부 법률 자문(차관보급)의 형인 고 차관보는 인사말에서 5남매를 위해 헌신한 부모님께 먼저 감사를 표시했다. 고 차관보는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우리 5남매에게 우리가 얼마나 큰 복을 받았는지 강조하시면서 더 높은 목적을 위해 헌신할 것을 가르치셨다.”고 말했다. 이같은 가르침은 의사에서 공공 보건 행정쪽으로 관심을 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도덕성은 노약자와 가난하고 병들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의해 시험받는다.”는 험프리 전 의원의 글을 늘 가슴에 되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데이비드 김(한국명 김성철) 교통부 차관보도 캘리포니아주 데이비스시에서 정신과 의사로 미국의 교도소 시설, 특히 재소자들의 정신건강 관리에 기여해온 부친과 고등학교에서 성교육을 담당했던 모친이 자신의 진로선택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김 차관보는 “지방정부와 주정부에 이어 연방정부에서 일할 수 있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는 “저 개인의 힘으로 이룬 성과라기 보다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이룬 성취”라고 말했다. 김 차관보는 또 “열정이 넘치는 젊은 세대에는 아직 갈 길이 더 남아 있다.”며 한인들이 더 많이 정부 요직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미국 CBS 방송의 인기 리얼리티쇼 ‘서바이버’ 우승자로 유명한 권율 연방통신위원회(FCC) 소비자행정국 부국장은 “고 차관보와 김 차관보는 자신의 역할 모델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인 사회 등 아시아계의 미국 주류사회 진출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사회활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 기조연설자로 나온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한국 어머니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앞으로 이민 3·4세대에서는 선출직 진출이 더욱 늘어나 직접 미국의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말로 연설과 질의응답을 마무리했다. kmkim@seoul.co.kr
  • ‘경찰 꽃’ 총경 74명 승진

    경찰청은 11일 인천 중부경찰서 정보과 하용철 경정 등 74명을 ‘경찰의 꽃’인 총경 승진 예정자로 선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개인 업무성과와 직무수행능력뿐만 아니라 도덕성과 청렴성 등에 대한 엄정한 심사를 통해 합리적 승진 인사를 구현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여성 중에는 경찰대 출신인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기획수사계장 윤성혜 경정과 여경 출신인 서울 중랑경찰서 경무과장 김순정 경정이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윤 경정은 경찰대 출신 여경으로는 처음으로 총경으로 선발됐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정책진단] 적십자병원 경영개선 시동…후원인 3년내 2배로

    [정책진단] 적십자병원 경영개선 시동…후원인 3년내 2배로

    대한적십자사가 창립 105주년을 맞는 올해 야심찬 변신을 꾀하고 있다. 회원 수 감소와 민간 구호단체의 약진으로 누적적자가 1000억원대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처음 시도되는 의미 있는 개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유종하 적십자사 총재는 지난 4일 신년사에서 “지난해 외부 전문용역을 통해 적십자사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보고받았다.”면서 “외부 전문가 영입을 확대해 경쟁력을 높이고 내부적으로도 핵심 전문인력 양성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기획예산처 출신의 경제통인 김용현 전 보건복지가족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장을 ‘경영합리화 추진본부장’으로 영입해 대수술의 중책을 맡긴 것이 변신을 향한 적십자사의 몸부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적십자사의 가장 큰 적자 요인은 6개 도시(서울·대구·부산·상주·거창·통영)에서 운영 중인 적십자병원이다. 지난해만 6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적십자 병원은 의료보호 환자 등을 대상으로 무료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일반 환자들도 이용할 수 있는데, 일반 병원과 달리 특진비가 없고 각종 검사비도 매우 저렴한 편이다. 때문에 의료비 등이 부담스러운 취약계층이 주로 적십자 병원을 이용한다. 인도주의 정신에 의해 운영되는 적십자 병원의 적자는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김본부장은 지난해 12월15일 취임하자마자 우선적으로 적십자 병원의 경영개선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김 본부장은 예산 당국과 국회를 찾아 적십자 활동과 적십자 병원의 중요성 등을 알렸고, 이 설득은 공감을 끌어냈다. 그의 발품으로 6개 적십자 병원의 전체 예산이 10억원에서 82억원으로 증액됐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적십자사는 적자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시스템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 정부와 여러 기업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 ‘의료취약 계층을 위한 특성화 목적 기금’을 조성해 이를 취약계층의 의료지원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적십자 병원에 연계해 운영하는 적십자 병원 의료비 특성화 프로그램(가칭)을 정부에 제안,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다. 또한 적극적인 홍보 활동 및 특성화 후원 프로그램을 전략적으로 개발, 후원 회원의 수를 3년 안에 현재보다 2배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적십자사는 올해 기존의 1대1 결연 프로그램을 강화해 개인 후원자들이 매달 일정 금액 기부하는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피드백(Feed-back)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후원금이 어려운 이웃 누군가에게 전달되고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개인 정기 후원자들에게 투명하게 알림으로써 기부 문화를 더욱 확산시키겠다는 의도다. 매달 적십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한 개인들의 정기 후원과 적십자회비 등의 형식으로 모이는 적십자사 후원금은 ▲재난구호활동 ▲사회봉사활동 ▲지역보건활동 ▲혈액사업 ▲국제협력 ▲특수복지사업 ▲병원사업 ▲안전교육 등에 사용된다. 적십자 회비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도덕성 검증의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매번 개각 때마다 청와대는 인선자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적십자사를 통해 적십자회비 납부 여부를 확인한다고 한다. 지난 2006년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의 경우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했던 2003년 적십자회비를 내지 않은 점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적십자사는 또 KT 등과 협의해 봉사안내 콜센터 설립과 봉사 허브시스템 구축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은퇴 이후 봉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입학사정관제 등의 영향으로 봉사활동에 대한 청소년층의 수요가 커지는 데 비해 현실적으로 국내 봉사활동 연결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적십자사는 올해 봉사의 손길을 원하는 단체를 전국적으로 정리해 시스템화한 뒤 적재적소에 봉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콜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콜센터 번호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KT 측과 협의해 ‘1544-0404’를 고려 중이다. 현재 적십자사에 등록해 봉사활동을 하는 국민은 8만여명이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벤처기업 연대보증 완화

    정부가 벤처기업 활성화를 위해 연대보증 부담을 덜어주고, 실패한 벤처사업가의 재기를 지원하는 패자부활제 운영시한을 올해 말까지 1년 연장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4일 이런 내용의 벤처기업 보증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국책기관인 기술보증기금이 보증한 벤처기업이 금융회사나 벤처캐피털 등 기관투자가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경우 연대보증 부담이 대폭 완화된다. 기보의 보증금액 대비 투자유치 규모를 감안해 연대보증 대상에서 일부를 제외하는 것이다. 예컨대 기관투자자가 주식이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해 지분율이 30~50%이면서 보증금액 대비 투자금액이 2배를 넘으면 실제 경영자의 입보만으로 연대보증이 가능하게 된다. 기관투자자 지분율이 50%를 초과하면 입보가 면제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이달 중 벤처기업 현황을 조사해 지원 대상 기업과 면제 범위를 확정할 계획”이라면서 “다만 연대보증 부담 완화 기업과 책임 경영을 위한 별도의 약정을 체결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또 당초 지난해 말이었던 패자부활제 일몰시한을 올해 말로 1년 연장키로 했다. 2005년 도입된 패자부활제는 벤처기업가가 재기를 원하면 벤처패자부활추진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지원 대상은 도덕성 평가와 신용회복 절차를 거친 벤처기업가가 경영하는 기술력과 사업성이 우수한 기업이며, 보증 한도는 30억원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신년 여론조사(하)] 광역단체장 잇단 비리… 능력보다 ‘청렴성’ 우선

    국민들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광역단체장의 자질은 청렴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청렴성이 30.4%로 가장 높게 나타난 데 이어 추진력(27.6%), 리더십(17.6%), 경륜·경험(9.2%), 행정 전문성(7.9%), 정치적 역량(3.8%), 친화력(3.2%) 등의 순이었다. 능력보다 청렴성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성별로 분류해 보면 남성은 청렴성(31.0%)을, 여성은 추진력(30.2%)과 청렴성(29.8%)을 상대적으로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연령대별로 볼 때 20대는 추진력(25.4%), 청렴성(23.3%), 리더십(22.8%) 등이 고루 중요하다고 답한 반면 30대(32.5%), 40대(31.5%), 50대(32.3%)에서는 모두 가장 중요한 자질로 청렴성을 선택했다. 지역별로 볼 때 광주·전라(42.3%)는 청렴성을, 대구·경북(38.1%)과 부산·울산·경남(35.6%)은 추진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역별 특성은 지지정당별 특성으로도 연결됐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추진력(30.4%)을,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청렴성(37.7%)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정치성향별로 볼 때 진보(31.1%)와 중도(32.6%) 성향에서 각각 청렴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성향 응답자는 청렴성(27.1%)과 추진력(28.3%)을 고루 지목했다. 적극적 투표 의사층도 청렴성(30.1%)을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2007년 대선 당시 도덕성보다 능력이 중시되었던 것과는 대조된다. 이러한 역전 현상은 지방정부에서 각종 비리가 불거졌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행정안전부와 각급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민선 4기 출범 이후 18명의 기초자치단체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비리 등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단체장도 10명 가까이 된다. 김형준교수·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2010 신춘문예-평론 당선작]’질문하는 소설, 경험하는 콜라주’-김중혁론

    고대 그리스의 부타데스(Butades of Sicyon) 이야기에서 우리는 그림 그리기의 기원에 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한 여인이 연인을 사랑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불빛에 비친 연인의 그림자를 따라 벽에 그린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옹기장이였던 여인의 아버지 부타데스가 딸의 그림을 본떠 빚은 점토 형상은 그후로도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고 전해진다. ‘실제 대상-그림자-회화-조소’로 이어지는 이 이야기 속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는 그림 그리기, 나아가 예술적 표현과 관련하여 두 가지 중요한 전제를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예술적 표현은 사적 욕망의 구체화라는 것,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욕망의 대상에 다가가고자 하면 할수록 그 대상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시간의 퇴적 속에서 예술적 표현의 방식이 보다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이제 우리는 시원(始原)의 욕망과 대상을 그저 희미한 화석으로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사적 영역(oikos)과 공적 영역(polis)의 경계가 깨지면서 발생한 것이 ‘사회’라는 아렌트의 지적대로라면, 이제 우리의 사회는 개인의 욕망조차 자아를 충족시키는 내밀함에서 벗어나 공적 담론의 장 속에서 공익적 측면을 수용하기를 요구한다. 역사의 진행을 개인 욕망의 발현 과정으로 본다면, 욕망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인 영역 속에서 욕망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가 중요시된 것이다. 이 속에서 우리의 개인적 욕망은 때로 성적(性的)인 원죄의식에 사로잡히거나, 집단적 도덕성으로 재단되기도 한다. 결국, 계량화가 가능해지고 공적 가치를 따질 수 있는 것만이 우월한 지위를 부여받으면서 순수하고 개인적인 욕망의 발현은 유아기적 망상으로 치부되기에 이른다. 더구나, 매스 미디어의 균질적 정보처리 과정을 거친 다양한 욕망들은 서열화 속에서 재배치된다. 이제 욕망은 비교우위 없는 순수한 발현을 억압당한 채 잘못된 대상에 고착되거나 인터넷의 작은 화면 속에서 일쑤 신경질적으로 해소된다. 마치, 떠나고 없는 연인의 그림자를 향해 말없음을 타박하는 어리석은 사람처럼 말이다. 욕망조차 계열화된 현실에서 소설 행위(쓰기/읽기)의 의미는 무엇보다도 욕망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 있다. 다양한 욕망이 부딪치는 공간이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야민은 소설이 이야기와 달리, 이전 시대의 경험들과 분리되어서 후대의 경험으로 확장되거나 조언을 포함하지 않는 고립성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한다. 게다가 현대 사회의 소설은 정보가 그랬듯이 상품으로서 자본주의적 유통의 과정으로 포획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결국 소설행위의 의미 역시 정보가 소비되는 방식처럼 한 순간 안에서만 소비되고, 우리의 욕망은 자본주의적 만화경 속에 갇히고 만다. 이 글이 김중혁의 소설(‘펭귄뉴스’(2006), ‘악기들의 도서관’(2008). 두 권의 단편집을 제외한 작품으로는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창작과 비평, 2009년 봄), ‘C1+y=:[8]:’(문학과 사회, 2009년 여름), ‘유리의 도시’(현대문학, 2009년 8월), ‘1F/B1’(문학동네, 2009년 가을) 등이 있다. 단편집에서 작품을 인용할 때에는 작품의 제목과 면수만 밝히기로 한다.)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일관되게 자신의 소설 안에서 무한대의 욕망과 경험들을 반복·중첩시켜 가며 소설 공간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의 소설은 종국에 이르러 개인의 순수한 욕망을 만날 수 있도록 가벼워지고, 이 가벼움은 다시 무한대의 욕망과 경험들을 가로지른다. 김중혁의 이러한 작업은 부타데스 이후 멀어져 가고만 있는 개인의 욕망을 직접 대면케 하는 동시에 소설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으로 여겨진다. 김중혁 소설의 근저에는 공통 취향을 가진 두 인물들의 반복과 변주가 배치되어 있다. 이 배치가 그의 소설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소설적 긴장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공통 취향의 공간은 독자들을 무리없이 공감하게 만든다. 이 두 명의 중심인물들은 때로 쉽게 의기투합하기도 하지만(‘무용지물 박물관’), 결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거나 협력의 지점을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두 인물들은 만나지도 않거나(‘자동 피아노’), 아니면 아예 한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위해를 가하기도 한다(‘비닐광 시대’). 반면에 이럴 때조차 이들은 서로 여전히 “작고 가냘픈”(‘자동 피아노’, 29쪽) 연결점을 가지고 있는데, 말하자면 두 인물들은 매개물을 통해 가까워진 두 개의 항이 아니라 매개물을 통해 반복되고 변주되는 하나의 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인물들은 ‘여성들의 서사적 비중이 축소된 남성적 유대관계’(신수정)나, ‘전형적인 남성 버디(buddy)소설의 면모’(심진경)로도 파악된다. 하지만 소설적 공간의 의미를 구축하는 이들의 역할에 주목하여 살펴본다면 성구분은 무의미해지고 우리는 다만 반복적 이형태(異形態)가 만들어내는 변화에 동참하게 될 뿐이다. 소설 속에서 상대자로 ‘나’와 같이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영어 이니셜이나 별명으로만 나타나는 경우 이러한 변화는 더욱 두드러지는데, 고유명사를 부여받지 않은 대상은 독립적 역할보다는 ‘나-나’로의 반복과 변화를 이끈다. 가령, ‘나와 B’에서 ‘나’는 ‘B’와 음악으로 인해 ‘핵융합’을 한 것처럼 금방 친해진다. 하지만 실제 이 둘의 관계는 ‘B’에 대한 ‘나’의 일방적인 행위로 시작되고, 전개된다. 음반 가게 점원인 ‘나’가 음반을 훔치려던 ‘B’를 처음 만난 뒤, 몇 번의 이직을 겪는 ‘나’와 무명 기타리스트에서 주목받는 신인 기타리스트가 되는 ‘B’의 사이를 ‘하나로 합쳐’졌다고 보기에 둘 사이는 느슨하다. 음악이라는 공통 취향은 있지만, 근본적으로 ‘B’는 ‘음반을 두 번 정도 듣고 난 다음엔 음반과 거의 똑같이 기타를 연주’(195쪽)하는 전문가이고, ‘나’는 심장에 무리가 가서 아예 전기기타를 배우기도 힘든 인물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두 인물의 관계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어느 날 나는 동영상을 보다가 내 습관 하나를 발견했다. 나는 화면 속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그를 볼 때마다 왼쪽 엄지로 나머지 왼손 손가락들의 끝을 비비고 있었다. 어머니가 아이의 등을 어루만지듯 매끄러운 손가락 끝을 비비고 있었다. ‘내가 손가락 끝을 비비고 있었네?’라는 생각이 들고 난 다음에도 마찬가지였다. 어째서 그런 행동이 시작됐는지 모르겠다. 대리석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는 그의 손가락 끝을 그리워했던 것일까. 아니면 굳은살 하나 박여 있지 않은 내 손가락 끝이 부끄러웠던 것일까. (…중략…) 한 달 전 기타를 한 대 샀다. 다시 기타를 배우고 싶어졌다. (…중략…) 아직 내 손가락 끝은 너무 무르다. -‘나와 B’, 210~211쪽. 결국, 소설의 마지막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것은 ‘나’ 스스로의 재발견이다. ‘나’는 ‘B’와의 만남으로 인해 이전에는 억압되어 있던 자신 내면의 어떤 지점을 발견하고 다시 이를 통해 내면에 감추어졌던 순수한 욕망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잡게 된다. 갑자기 음악(기타)을 위해 생업을 내팽개치거나 하는 등의 결단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무른 손가락 끝’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이 순간은 우리가 전망을 가지고 억압과 대결을 펼치든, 현실을 비틀어 냉소적 거리를 두든 오히려 단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던 현실적 억압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전망이나 목표는 그 자체로 억압되고 조작된 욕망에 노출되어 뒤틀린 결과물이 될 위험성을 항상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결말이 보여주는 의미는 미래에 대한 전망을 그리거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출발점과는 구별된다. 이제 우리는 조작된 욕망에서 벗어나 본래의 욕망, 즉 시원(始原)의 욕망을 대면할 수 있게 된다. 김중혁은 이러한 반복과 변주가 주는 새로운 의미의 발견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가 자신의 작업에 붙이는 이름(제목)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첫 번째 소설집 ‘펭귄뉴스’에서 우리는 ‘무용지물/ 박물관’, ‘사백 미터/ 마라톤’이라는 제목을 볼 수 있다.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내기 힘들 것 같은 두 단어가 하나의 단어로 사용되면서 묘한 호기심과 낯섦을 불러일으키는 이런 방식의 명명은 두 번째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에서 더욱 늘어난다. ‘자동/피아노’, ‘악기들의/도서관’, ‘유리/방패’, ‘무방향/버스’(제목의 /부호는 인용자) 등이 그것이다. 지적한 제목들은 모두 이질적인 두 단어가 A+B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작품을 읽은 뒤 우리는 소설의 내용이 A나 B 어느 한쪽과 관련된 이야기거나, A가 B(혹은 B가 A)를 특별한 방식으로 만드는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소설이 전달하는 의미들은 사실, A∩B를 통해 파생되며 이를 통해 A나 B가 기존의 의미에서 벗어나고 그것들의 공통점에 기반하되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 A‘(또는 B’)가 무한대로 풀려 나오게 되는 것이다. 교집합적 운동이라고 새롭게 불러도 좋을 이와 같은 김중혁의 소설적 전략은, ‘반복(repetition)’과 ‘이접(離接.disjunction)’을 통해 모든 ‘토대’를 집요하게 해체하고자 했던 일련의 운동이 문학적 테두리 안에서 갖는 성과이다. ‘엇박자 D’의 감동적인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는 이 성과를 분명하게 만날 수 있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두 사람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세 사람의 목소리로 바뀌었고, 네 사람, 다섯 사람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합창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합창이라고 하기에는 서로의 음이 맞질 않았다. 박자도 일치하지 않았다. (…중략…) 노래는 아름다웠다. 서로의 음이 달랐지만 잘못 부르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마치 화음 같았다. (…중략…) 22명의 노래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이유는, 아마도 엇박자 D의 리믹스 덕분일 것이다. 22명의 노랫소리를 절묘하게 배치했다. 목소리가 겹치지만 절대 서로의 소리를 해치지 않았다. 노래를 망치지 않았다. -‘엇박자 D’, 280~281쪽. 공연기획자인 ‘나’가 20여년 만에 우연히 만난 고등학교 합창단 친구 ‘엇박자 D’를 만나 같이 공연을 기획하게 된다. 그 공연에서 ‘나’ 몰래 친구가 준비한 앙코르 장면은 소설속의 ‘나’가 그랬듯 예기치 못한 감동을 준다. 공연을 기획한 ‘엇박자 D’는 합창단 시절, 자발적으로 단장까지 맡을 정도로 유일하게 열성적이었던 친구지만 그는 ‘놀라울 정도의 박치이자 음치’(255쪽)여서 실제 공연 때는 선생님에게 립싱크만을 강요당한다. 그러나 ‘엇박자 D’는 결국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망친 장본인이 된다. 그 뒤 의도적으로 음악을 듣지 않던 ‘엇박자 D’는 전공으로 무성영화를 선택한다. 무성영화를 통해서, 영상과의 필연성에 얽매이지 않는 소리의 자유로움을 깨닫고 위에 언급한 장면을 연출하기까지의 소설적 과정에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엇박자 D’의 의도를 알게 된다. 실상, 음치라는 것은 ‘자신이 알아낸 게 아니고 들어서 아는 것’이며 ‘평생 그렇게 세뇌’(270쪽) 당해서 살아왔다는 것을 말이다. 개인의 욕망이 자유롭게 표현된 것이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억압으로 작용하는 사회적 기준이 음치를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다. 억압이 작용하지 않는 시원의 욕망을 만남으로써 주체들이 자유롭게 해방되고 나아가 ‘서로의 소리’를 억압하지 않는 ‘화음’을 꿈꾸는 것, 그것이 바로 김중혁이 보여주는 교집합적 운동의 힘이다. 교집합적 운동 속에서 억압되/하지 않는 욕망을 만날 수 있다면, 역설적으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교집합의 상태 그대로 남아 있기이다. 운동성을 상실한 모든 것은 결국 그 힘을 잃고 다시 계열화 속으로 수렴될 위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 이러한 위험은 계시적인 교훈이나 전망으로 구체화되면서, 문학작품이 운동성을 상실한 채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라앉아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김중혁은 자신의 소설이 처할 수 있는 이 비극적 운명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여 표준으로 작동하는 모든 것들과 거리를 둠으로써 자신의 전략이 지속적 운동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억압적 현실⇒구체적 전망의 필연성’으로 이어지는 고정적 틀 그 자체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전망이 다시 억압으로 작동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의 비트(beat)를 억압하기 위한 진압군과 이에 맞선 저항군이 전쟁 중인 현실, 청년 실업자가 넘쳐나는 현실을 각각 배경으로 삼은 ‘펭귄뉴스’와 ‘유리방패’처럼 비교적 억압의 양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에서 이러한 의도는 더욱 잘 드러난다. 이는 억압의 체계에 포획되지 않기 위해 경계하는 작가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으로 읽힌다. ‘전쟁 중인 현실→무감각한 나→저항군인 그녀→그녀와의 우연한 만남→그녀를 따라 저항군이 되는 나’로 이어지는 ‘펭귄뉴스’의 이야기 전개는 전형적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끝에서 우리는 다소 의외로 ‘그녀’의 죽음을 확인한다. 전쟁 중인 현실조차 ‘지루하고 재미없’(263쪽)는 ‘나’에게 ‘그녀’는 ‘모든 살갗이 곤두서’(274쪽)게 하는 유일한 자극이었기 때문에 그 의외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게다가 ‘나’는 ‘그녀’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제 곁에 있던 그녀는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비극적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굳이 감상을 말해야 한다면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해야겠군요. 어쨌든 극히, 자연스럽게 그녀는 죽었고 저는 살아남았습니다. - ‘펭귄뉴스’, 357쪽. ‘비트’를 매개로 ‘나’와 ‘그녀’ 사이에서 이루어진 교집합적 상태는 필연적으로 ‘나’에게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지만, 이것 자체가 지속가능한 운동으로의 전환은 아니다. 교집합적 만남을 통해 변화된 주체는 다른 주체와 거리를 가질 때 비로소 자신의 내면에 자유의 공간 즉, 운동성을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을 생성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그녀’의 죽음 뒤에야 비로소 ‘나’는 그 어디에도 ‘반납’할 수 없는 ‘정말 사적인 비트’(357쪽)를 완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 순간, 그 ‘비트’는 ‘그녀’와 ‘나’만의 매개에서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엇박자 D’의 마지막 장면처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쿵쾅’(358쪽)거릴 수 있는 운동으로 변환한다. 우리는 이와 같이 지속적인 운동성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을 파리의 빌레트 공원(Parc de La Villette)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공원은 설계단계에서부터 문학·철학·영화 등의 다양한 비건축적 개념을 적극 끌어들인 것으로 유명한데, 이를 통해 오히려 건축의 새로운 발전가능성을 촉발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 공원은, 점·선·면의 세 체계를 따라 설계된 각각의 공간이 한 공간 안에서 중첩되고, 분열되고, 해체되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능하게 되어 있다. 설계의도에 따르면, 응집력 있는 구조들을 중첩시켰을 때 하나의 초응집적 거대구조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정될 수 없는 것, 즉 전체성에 반대하는 것이 생겨난다. 결국 이 공간은 반-맥락적인 공간이다. 따라서, 실제 공원 내 기능들의 중첩은 고정된 시설물로서의 기능성과 편의성에서 벗어나서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공간을 탄생시킨다. 일상 언어학에서 말하는 관습적인 절차나 효과로서의 ‘맥락(context)’을 파괴하는 이 공간은 2000년대 우리 소설이 새롭게 만들어 낸 소설적 공간, 이른바 ‘무중력 공간’(이광호)과 맞닿아 있다. 2000년대 소설들은 종래의 작품들에서 기피해 온 이질적인 소재나 인물군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면서 지속적으로 이야기 공간에 낯섦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시기와 비교하여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지점이다. 이 소설들이 만들어 내는 공간 자체가, 중력으로 작용하는 어떠한 억압적 기준 없이 자유로운 방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단절적인 대화나 전통적 서사 구성을 거부하는 듯한 문체, 현실과 이질감 없이 섞여 있는 환상적 비현실 또한 그 결과물이자 원동력임은 물론이다. 김중혁의 소설 역시 이와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 그러나 현실과 냉소적인 거리를 두거나 이질적인 공간을 창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수많은 현실들과 겹치면서 동시에 거리를 두는 변별성을 통해 보다 많은 욕망들을 해방시킨다. 따라서 비교적 전통 서사에 충실하게 진행되던 김중혁의 소설은 언제나 결말에 이르러 모든 것을 툭툭 털어버리고 ‘마음이 편안해’(‘자동피아노’, 35쪽)지는 경험을 안겨준다. 이때의 ‘가벼움’이 바로 단순한 현실과의 거리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김중혁만의 ‘거리두기’에서 오는 결과이다. 이 ‘거리두기’ 역시, 앞서 언급한 빌레트 공원에서 폴리(folie)라는 인상적인 개념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프랑스어로 광기, 무분별한 짓이나 말, 정열 등의 의미를 가진 폴리는 이 공원의 설계 단계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점 체계 속의 폴리는 실제 빨간색 철골 구조물들로 형상화되었는데 공원 내에서 쉽게 눈에 뜨이기 때문에 방향을 찾을 수 있는 기준점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세워진 이 폴리는 전체 공간을 나누고 분리시키는 동시에 면과 선 체계의 폴리들과는 상호충돌하고 왜곡되어, 애초 설계자의 의도대로 공원전체가 탈통합적인 공간이 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결국 모든 억압에서 벗어난 공간을 만드는 것은 기준점으로서의 ‘나’가 아니라 모든 것들과의 반복과 중첩, 그리고 다시 그것과의 거리두기에서 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M의 옆모습을 보는 순간, 어쩌면 M과 이렇게 버스를 타고 가는 것도 마지막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순간 얘기를 했지만 그사이 M과 나는 어딘가를 지나온 것 같았다. 어떤 갈림길을 지나온 것 같았다. 그는 왼쪽 길을, 나는 오른쪽 길을 선택했고, 발목에 묶여 있던 끈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스르르 풀어져 버린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유리방패’, 180쪽. 위의 장면 속 ‘나’와 ‘M’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지내면서 취업을 위한 면접시험조차 같이 치른다. 심지어 한 명만 뽑는 회사의 면접시험도 ‘막무가내’로 같이 치르는 이 둘은 전형적인 김중혁 소설의 인물들이다. 이들이 면접시험을 위해 준비했던 일종의 퍼포먼스가 우연히 인터넷 신문에 예술적 시도로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순식간에 이들은 면접관으로 불려다니는 유명인사가 된다. 서른 번의 입사시험을 치르는 동안 ‘한때 실패에 중독된 인간들’이었던 주인공들이 ‘실패중독자들을 위로해 주는 입장’(178쪽)이 된 것이다. ‘점수를 받는 사람’에서 ‘점수를 주는 사람’(176쪽)으로바뀌게 된 이 발랄한 치환은 현실의 체계를 뒤엎는 듯 보인다. 자본주의적 서열구조의 확대·재생산 방식으로 작동하는 공개취업의 기준에 함몰되어온 인물들이 그 틀을 자신들의 힘으로 벗어난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본 경우보다 오히려 짧은 시간 내-‘스무 번째였는지 스물한 번째였는지의 면접관 일을 마치고 나올 때’(178쪽)-에 ‘피곤’을 느끼고 만다. 애초부터 이들의 ‘자리바꿈’은 사실 무분별하게 정보를 생산해 내는 매스미디어 시스템이 만들어낸 ‘이벤트’였을 뿐이다. 자신들의 변화가 억압이 작동하는 체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 그 체계 안에 다시 포획되고 말았음을 느낀 순간, ‘나’는 ‘M’과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의 교집합적 운동이 다시 체계 내에 갇히고 말 때, 김중혁의 ‘거리두기’는 이를 벗어나기 위해 지속적인 운동성을 확보한다. 교집합적 반복과 변주, 그리고 거리두기까지 포괄한 김중혁 소설의 운동성은 작가 특유의 소재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 공간과 교직(交織)된다. ‘마니아적인 열정과 감수성’(박진), ‘사물들을 해방시키는 수집광’(김형중), ‘등장인물들의 마니아적 취향과 취미를 개성적으로 드러내주는 사물-예술’(심진경) 등으로 평가되는 김중혁의 사물에 대한 애착은 독자들에게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것은 작품 속 소재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수공업적’ 성격이다. 또 하나의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으로 등장한 ‘정보’의 유통은 후대로 전달되는 경험의 가치를 하락시킨다. 따라서 사실이 아닌 이야기에도 진실이 포함되어 있던 시대에서, 진실과 관련 없이 사건만 난무하는 시대로의 변모를 지적한 벤야민의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실시간적 확산이 가능한 정보만이 중요시되고, 전생애에 걸쳐 축적된 개인의 경험들이 획득하는 의미와 그 깊이가 외면되는 것이 여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때, 수많은 경험들이 구전적인 방식으로 축적되어 있는 이야기를 벤야민은 수공업적 형태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이야기의 특성을 빗대서 말한 ‘옹기그릇에 남아있는 손흔적’은 현대사회에서 하나의 가치가 아닌 시스템의 오류로 취급될 뿐이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김중혁은 경험들이 축적되어 있는 동시에 새로운 경험들을 환기시키는 소재들을 사용한다. 마치 벤야민의 ‘이야기’처럼 그의 소재에는 다양한 욕망과 경험들이 공존의 방식으로 존재한다. 다음에서 작가가 사물을 인식하는 방법론을 먼저 살펴보자. “잠수함 설명하기가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서 제가 집에 있는 잠수함 모형을 하나 가지고 왔어요. 비틀스의 영화 ‘Yellow Submarine’에 등장했던 잠수함이에요. 청취자 여러분들이 이걸 직접 만져볼 수 있다면 좀더 이해가 쉬울 텐데 아쉽네요. 전체적인 모습은 입이 툭 튀어나온, 심술 맞은 물고기 같아요. 심술난 것처럼 입을 삐죽 내밀고 한번 만져보세요. 잠수함 앞모습이 바로 그래요. 그리고 몸통은 비늘을 다 긁어낸 물고기라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미끈하죠. 창문은 왼쪽에 여덟 개, 오른쪽에도 여덟 개가 있어요. 이 창문을 통해서 바닷속 풍경을 보는 거죠. 그리고 꼬리 쪽에는 방향을 조종하는 지느러미 같은 게 달려 있어요. 지느러미 아래쪽에는 잠수함이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프로펠러가 두 개 달려 있어요. 프로펠러는 바람개비를 생각하면 될 거예요. 그리고 위쪽에는 네 개의 잠망경이 올라와 있는데요, 잠망경은 잠수함이 물 위로 올라오지 않고도 바깥을 볼 수 있도록 기역자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어요. 굽힐 수 있게 만든 스트로 아세요? 그걸 잠망경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음, 그리고…….” (…중략…) “자, 이제 우리가 잠수함이 한번 돼 볼까요? 제가 자주 하는 놀이인데요. 욕조에 물을 받은 다음 스트로를 물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우리에겐 그 스트로가 잠망경인 셈입니다.” -‘무용지물 박물관’, 33~34쪽. 대상과 직접적 연관없는 “물고기, 바람개비, 스트로” 등을 동원하여 잠수함을 설명하는 이 장면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모든 감각과 경험을 총동원하게 된다. 그리고 이 감각과 경험들 역시 대상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우리에게 ‘잠수함’을 경험적 실체로 인식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과정에서 대상을 보편화시키는 정의(定義)는 ‘무용지물’이 되고, 나아가 감각 주체가 스스로 대상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인식방법은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과 달리 “통조림”처럼 압축되지 않고 수많은 감각과 경험들이 중첩되면서 위의 긴 인용문에서처럼 필연적으로 비경제적이 된다. 김중혁이 선택한 소재들의 수공업적 성격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즉, 계열화된 체계 안에서 박제된 상태의 사물이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는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되는 사물이 바로 작가의 탐구 대상이다. 먼저,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의 지도가 그것이다. 나무를 깎아 만든 이 지도는 에스키모들이 ‘기억과 소리’로 만들고 촉각을 동원하여 ‘상상하는 지도’이다. 일반적인 ‘지도’의 제작과 활용에서 벗어나, 사용자들의 반복적인 경험 안에서 유용한 이 지도는 그 자체로 수공업적 소재라 할 수 있다. 이 지도로 인해 ‘나’는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78쪽)던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억하게 된다. 사물에 축적된 수많은 경험들이 ‘나’와 중첩되어 나만의 경험을 생생하게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사물 역시 갇혀있던 가치판단의 틀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이다. 이와 같은 탐구는 ‘악기들의 도서관’에서 심화되어 나타난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채로 죽는다는 건 억울하다.’(109쪽)는 생각이 든 ‘나’가 우여곡절 끝에 취직하게 된 악기점에서 만든 이 ‘도서관’은 연주가 아니라 ‘그냥 악기 소리만’ 있는 곳이다. 악기는 애초에 인류가 감정표현과 전달의 도구인 신체를 보충하는 보조수단이었다. 여기에 악기를 사용해온 수많은 사용자들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하나의 도구로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악기가 분류되고 체계화되면서 점점 경험의 세계에서 분리되어 전문연주자를 필요로 하기에 이른다. 체계 내로 편입되지 않은 개별적 경험들이 가치를 발현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제 차단당한 것이다. 사실상 처음부터 박물관에 전시될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물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시되기 직전까지도 사물들은 오직 사용자들의 경험과 경험사이에서만 존재해 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본주의적 체제의 강제성을 보편타당성으로 받아들여 사물들을 분류하고 서열화해 왔던 것이다. 이제 자본주의적 질서로 재편된 박물관 안에서 사물들은 더 이상의 경험을 용납하지 않은 채 개별성을 상실하고, 인간마저 전시물과 같은 운명을 겪게 된다. 김중혁의 수공업적 사물에 대한 탐구는 이와 같은 운명을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 노력은 ‘박물관’을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체계에서 소외된 모든 것들을 ‘악기도서관’으로 이끈다. 여기서 우리는 ‘긁거나 할퀴거나 두드리거나 뜯거나 쓰다듬거나 꼬집으면서’(127쪽) 억압되/하지 않는 개별적 경험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처음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지 않냐? 그보다 더 처음으로, 더 처음” -‘유리방패’, 178~179쪽(인용자 재구성). 시원의 욕망을 꿈꾼다는 것은 가능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전도되고 억압된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기억을 통해 더듬어 가는 ‘처음’은 언제나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경계하는 데리다는 기원을 아예 결정 불가능한 것으로 본다. 부타데스의 딸이 기억에 의존하여 그림을 그리던 순간부터 실제 대상은 무시될 수밖에 없고, 차라리 현존(presence)과 부재 사이의 ‘놀이’ 그 자체가 의미를 생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 자본주의는 모든 차이의 진폭과 오류마저 자신의 안으로 포획하는 강력한 보편타당성을 지향하는 체계이다. 자본주의적 금융시스템이 자체 내의 심각한 오류를 드러내고 있는 지금에도 여전히 자본주의적 처방만이 유효하게 거론되는 현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김중혁의 소설은 이 같은 현실 속에서도 모든 욕망들을 중첩시키면서 멈추지 않고 차이들을 생산한다. 그리고 그는 그 전략으로 모든 경험과 욕망들의 ‘흔적(trace)’이 새겨진 사물을 사용한다. ‘자신만의 생각과 리듬’을 가지고 있는 ‘살아 있는 괴물에 가까’운 ‘타자기’(‘회색괴물’), 그 어떤 외부조건에도 얽매이지 않고 연주되는 순간마다 ‘자신의 몸을 통째로’ 빌려주는 ‘투명’한 ‘피아노’(‘자동피아노’), ‘수많은 밑그림 위에다 자신의 그림을 그려나가’고 이것이 다시 ‘또다른 사람의 밑그림’이 되는 작업을 하는 디제이들의 ‘비닐레코드’(‘비닐광시대’)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 사물들이 만들어 내는 차이들이 결국 무한대의 욕망들에 열려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통해 우리들은 ‘처음’으로 이끌린다. 작가의 이런 의도는 최근작인 ‘C1+y=:[8]:’에서 ‘보드빈터’라는 공간으로 구체화된다. 정글의 특성을 도시에 연결시켜 보다 쾌적한 도심을 만들고자 하는 도시 연구가 ‘나’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도심을 다니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이 공간은 목숨을 걸고 정글을 탐사하면서까지 만들고 싶었던 공간이다. 그러나 이는 목적지로 충족되는 결과물이 아니라 도심 속 길들의 일부분이며, 수많은 익명의 스케이트 보더들이 ‘단 한 번도 신호등을 만나’거나,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도 스케이트 보드를 탈 수 있는 길의 연결일 뿐이다. 이 ‘길’이야말로 도시가 생성되기 이전 개인의 욕망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던 ‘첫 길’이며, 그 ‘처음’은 억압 자체가 무화되고 인류전체의 경험과 개인이 분리되지 않았던 시원의 욕망을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이다. 그 길 위로 부지런하게 걸음걸이를 옮기고 있는 작가의 행보에 시선을 고정시킨 이유는 그의 소설행위가 하나의 답변이 아니라 ‘처음’을 향한 지속적인 질문이 되고자 하기 때문이다. <끝>
  • [신년 여론조사(하)] 소속정당보다 인물 - 공약·정책 더 중요

    [신년 여론조사(하)] 소속정당보다 인물 - 공약·정책 더 중요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후보의 어떤 면을 보고 선택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인물(40.8%)과 공약·정책(31.9%)이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어 주변의 평판(12.1%), 소속 정당(12.0%), 출신 지역(1.4%)의 순으로 나타났다. 2006년 지방선거 직후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투표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소속 정당을 꼽은 응답이 35.9%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후보 능력(27.9%), 공약·정책(17.6%), 주변 평가(8.2%), 도덕성(6.5%), 출신 지역(1.3%)의 순이었던 것과 대조된다. 후보의 공약보다는 소속 정당에 의존한 ‘묻지마식 투표’가 이뤄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선거가 노무현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가진 데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등 차기 대권 주자가 선거전에 뛰어든 영향이 컸다. 이번 조사 결과에선 남녀 모두 인물과 공약·정책을 중시했다. 연령대별로는 20·30대가 공약·정책에, 40·50대가 인물에 우선순위를 뒀다. 주변 평판을 선택한 응답은 여성(15.0%)과 30대(15.4%) 연령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았고, 소속 정당이라는 응답은 남성(13.6%), 50대 이상(17.6%)에서 많이 나왔다. 지역별로는 대전·충청을 뺀 전 지역에서 인물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대전·충청은 세종시 문제와 관련한 정책 실망감이 반영돼 정책·공약에 대한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성향 및 지지정당에 상관없이 후보 선택 기준으로 인물, 정책·공약이 높게 나타난 가운데 소속정당을 꼽은 응답은 한나라당 지지층(21.0%)이 민주당 지지층(10.8%)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이런 결과는 현재 대부분의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한나라당이 독점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역 프리미엄’이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정당 투표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한나라당 지지층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교수·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점프 코리아 2010-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누가 나올까

    [점프 코리아 2010-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누가 나올까

    ‘지방선거의 꽃’은 단연 서울특별시장 선거다. 관내 25개 기초자치단체와 48개의 국회의원 지역구를 가진 만큼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서울시장 선거는 수도권을 비롯해 지방선거 전체의 흐름을 좌우할 뿐 아니라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의 향방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서울시장이 대선으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여권의 현직 프리미엄과 야당의 반격이 관전 포인트다.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가 있어 20~30대 젊은 층에서 투표율이 높아지는 등 ‘돌풍’이 일지도 변수다. 민주당과 진보진영, 친노 그룹 등 범야권이 현 정권 심판을 내걸고 정책·선거 연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에도 시선이 쏠린다. 여권에서는 오세훈 현 시장이 ‘최초의 재선 서울시장’을 노리고 있다. 오 시장은 취임 초기부터 “시정의 연속성을 위해서는 4년 임기로는 부족하다.”며 재임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왔다. 그러나 당내 비판적인 시각을 극복하는 게 최대 관건이다.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소속 서울 지역 후보들의 뉴타운 공약과 관련해 오 시장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데서 시작된 불만이다. 당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대세론’이 우세하지만 오히려 서울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서울시장 재선불가”의 목소리가 더 많이 나올 정도다. 한나라당에서는 원희룡·정두언 의원이 오 시장에게 직간접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특히 원 의원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서울 곳곳을 다니며 시정현황을 살피는 등 정책 및 공약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오 시장을 향해 “전시행정”이라는 비판도 쏟아낸다. 지난달 9일에는 “(오 시장이) 4년간 한나라당의 지원 하에 시장을 하면서 한 게 뭐냐, 당에 기여한 게 뭐냐 등에 대해 당원과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오 시장을 정면으로 치받았다. 정 의원 역시 최근 서울 지역 의원 7, 8명을 만난 자리에서 출마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어고 폐지론을 꺼내들었던 정 의원은 지난달 4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에 나갈 사람은 이렇게 위험하게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세종시, 4대강 등 많은 문제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선거를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운을 남겼다. 대중성이 높은 나경원 의원은 당 최고위원과 서울시장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던 맹형규 대통령 정무특보와 서울시당 위원장인 권영세 의원도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무엇보다 한명숙 전 총리의 출마가 가장 큰 변수다. 한 전 총리는 불출마로 가닥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돌자 “나가겠다고 한 적도, 안 나가겠다고 한 적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해 말 수뢰설에 휘말리면서 검찰수사를 받는 등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청렴성·도덕성 이미지를 이어갈지, 주변의 출마 권유를 받아들일지 관심이 모인다. 당내에서는 송파구청장을 지낸 김성순 의원이 지난 11월24일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다. 재선의 김 의원은 지난 정기국회 국정감사 때부터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행정 전문가’를 내세우며 얼굴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현역의원 가운데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추미애 위원장, 방송기자 출신으로 인지도가 높은 박영선 의원, 3선의 송영길 최고위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원외에서는 현대자동차 사장을 지낸 이계안 전 의원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서울의 합계출산율을 2.1%로 올리기 위한 시정을 하겠다.”며 지난 연말 ‘2.1 연구소’를 띄웠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신계륜 전 의원과 문화부장관 출신인 김한길 전 의원도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외부 영입 대상으로는 방송인인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가장 먼저 꼽힌다. 하지만 본인은 지난 연말 출마설을 일축했다. 진보진영에서는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지난 11월29일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노 대표는 지난 12월4일 ‘삼성 X파일 사건’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선거준비에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이수호 최고위원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4월 울산 북구 재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뤘던 두 정당에서 이번에도 단일화를 성사해 힘을 모을지 주목된다. 노 전 대통령의 추모 열기를 이어 친노(親) 그룹의 약진도 예상된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여권의 강력한 대항마로 거론된다. 유 전 장관은 지난 11월 친노 그룹 중심의 국민참여당에 입당해 정치행보를 본격 재개했다. 국민참여당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종교지도자 신년 메시지

    종교지도자 신년 메시지

    경인(庚寅)년 새해를 앞두고 각 교단 지도자들이 신년사를 잇따라 발표했다. 가르침을 따르는 길은 다르지만 모두 화합과 상생,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각 종교 지도자들의 신년사를 요약했다. ●정진석 추기경(천주교 서울대교구)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원합니다. 하지만 행복 아닌 것을 진정한 행복으로 알아 그릇된 욕심으로 화를 부르고 불행해지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셨습니다. 행복은 마음의 자세로 좌우되는 것입니다. 하느님 말씀 안에서 지혜를 얻고 희망도 발견하시기를 바랍니다. ●법전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모든 번뇌는 깨달음으로 다듬어 내고 욕망을 나눔의 선행으로 바꿉시다. 나눔은 내일의 복전(福田)을 일구는 자기 헌신입니다. 용서하는 마음과 사랑을 실천하고 인욕으로 자기를 다스리며 뉘우치는 마음을 가집시다. 그러면 모든 재앙은 사라지고 집안은 안락해질 것이요, 백성이 태평가를 부를 것입니다. ●엄신형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수많은 믿음의 선진들은 위기 가운데서 하나님의 뜻을 구현했습니다. 지난해는 위기도 많았지만 한국 교회 성도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새해에도 모두가 하나님께서 새롭게 부여하실 사명과 책임을 헌신으로 감당하여, 이땅 위에 하나님의 선한 역사를 이끌기를 기원합니다. ●권오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그리스도인들은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고 희망을 전해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와 지도층의 절제가 있어야겠습니다. 또 정의로운 평화와 풍성한 생명의 시대를 여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일입니다. 새해에는 주님의 평화와 생명을 실천하기를 기원합니다. ●혜초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새해부터 각자 삶의 텃밭에서 나의 위대한 가치와 능력을 확인하고 실현하기 위해 공부하고, 일하고, 사랑하고, 수행합시다. 그리고 얻어진 결과를 베풀고 나눕시다. 그러면 저절로 행복해집니다. 행복의 주인공이 되십시오. 그것이 참삶입니다. ●도용 대한불교천태종 종정 죄와 복을 비우고 내 안에 부처님을 일깨우십시오. 봄에는 꽃이, 가을에는 달빛이,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겨울에는 눈이 아름답지만, 일심청정을 이룬다면 언제나 좋은 해요, 좋은 날일 것입니다. 무심(無心)의 눈을 뜨면 어떤 아름다움도 볼 수 있고, 마음을 열면 모든 진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흔 대한불교진각종 총인 경인년 새해에는 부처님의 교법 실천으로 마음속의 탐·진·치(貪嗔癡)를 제거하고 자비와 지혜를 실천합시다. 내 허물을 밝게 보고, 남의 허물은 내 허물의 그림자임을 알아야 합니다. 또 상생화합으로 국가사회를 통합하고, 남북 이해로 평화통일에 심혈을 기울여 인류평화를 실현해야 합니다. ●경산 원불교 종법사 성자의 심법(心法)으로 거듭납시다. 물질의 속박과 정신문명의 쇠퇴로 인류의 도덕성은 무너져 가고 있으며, 도처에서 각종 위기와 갈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때때로 텅 빈 본래 마음을 비춰 보고,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주인이 됩시다. 뭐든지 은혜를 생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덕성을 회복합시다. ●최근덕 성균관장 천년의 꿈으로 오늘을 삽시다.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이에 근심이 있습니다. 우리 두 발이 닿지 않는 나머지 땅은 모두 소용이 없다고 생각 할 수 있지만 그곳은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생각이 천리 밖에 없으면 근심이 바로 발 아래에 있게 되는 것입니다. ●김동환 천도교 교령 도처에서 국가 간 이익이 충돌하고, 무모한 테러로 참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모든 사람이 한울이라는 진리를 알지 못해 일어나는 불상사입니다. ‘사람 대하기를 한울님같이 하라.’는 가르침이 지켜질 때 인류는 자연과 더불어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천도(天道)를 모르는 사람들도 구제할 수 있습니다. ●안운산 증산도 종도사 지금 인류는 상극(相克)의 여름세상에서 상생(相生)의 가을세상으로 들어가는 문명 전환점에 살고 있습니다. 가을개벽기에는 오직 바르게 사는 사람만이 천지의 열매로 성숙합니다. 새해에는 온 인류가 상극의 원한과 갈등을 넘어, 천지와 사람 모두가 기뻐하는 참된 성공을 향해 나아가길 축원합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부고]

    ●정인양(전 한국방송개발원 이사장)씨 별세 임원명(전 덕성여대 교수)씨 남편상 정희승(AIG유나이티드개런티 대표)씨 부친상 이능수(넷켐 대표)씨 장인상 29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31일 오전 5시 (02)2227-7597 ●강남형(전 해태 타이거즈 사장)씨 별세 2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1일 오전 10시 (02)3010-2292 ●김원진(사업)씨 모친상 이종규(연세가정의학과 원장)권승혁(LG화학 부사장)송태환(FAMEN 대표)씨 장모상 2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1일 오전 8시 (02)3010-2295 ●김광수(동신교회 장로)광석(아시아나항공 상무)씨 모친상 어춘수(꿈을꾸는교회 목사)주명관(연세대 종합서비스센터소장)씨 장모상 29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31일 오전 7시 (02)2227-7556 ●조용진(청주시 통계조사담당)씨 부친상 29일 충북 음성군 금왕농협장례식장, 발인 31일 오전 7시 (043)883-9445 ●민영목(KBS 심의실 심의위원)씨 모친상 29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31일 오전 7시30분 (02)2258-5969 ●김성철(서울아산병원 소아외과 교수)희숙(서울대 〃)씨 모친상 조성영(송약국 약사)씨 시모상 홍순기(성균관대 교수)씨 장모상 2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1일 오전 5시 (02)3010-2230
  • [사설] 사외이사 권력화 막을 방안 강구해야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가 10년이 넘도록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당초 이 제도는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시 사외이사들이 전문지식을 제공해 경쟁력을 높이고, 특히 도덕성을 바탕으로 경영진을 감시·견제함으로써 경영 투명성을 높이자는 뜻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사외이사는 시행 초기에 최고경영자의 입맛대로 움직여 ‘거수기’라는 소리를 들었다. 최근에는 고위 공직 출신들이 자리를 대거 차지해 기업의 ‘방패’ 노릇을 하고, 일각에서는 경영진과 결탁해 권력화하는 등 그 폐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금융당국이 KB금융지주에 대한 사전검사에서 일부 사외이사들이 이권에 개입하거나 부적절한 권한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어느 사외이사는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업체가 80억원에 이르는 국민은행의 정보기술(IT) 시스템 유지·보수 계약을 맺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또 다른 사외이사는 국민은행 전산담당 업체를 마음대로 바꿨다는 것이다. 자회사의 인사권까지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니 권한과 역할을 넘는 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 누가 경영자이고 누가 사외이사인지 모를 정도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KB금융 사외이사들이 본령을 벗어나고 권력화한 데는 당국의 책임도 크다. 사실 KB금융 사외이사들은 회장을 직접 선출할 권한을 가졌고, 현행법상 사외이사들이 자회사와 거래하는 경우 제재할 방도가 없었다고 한다. 이들의 비리에는 당국이 개별 기업 사외이사 업무의 비합리적 규정을 방치하고 법령을 제때 정비하지 못한 탓도 있다. 사외이사제를 취지대로 운영토록 감시·감독하는 일은 당국의 소관이다. 사외이사의 권력화와 이권 개입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부터 강구하길 바란다.
  • 비운의 조각가 권·진·규 영혼을 노래했다

    비운의 조각가 권·진·규 영혼을 노래했다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실린 여성 흉상 ‘지원의 얼굴’은 어깨가 삼각형에 광대뼈가 사라지고 턱이 아래로 쭉 빠진 기다란 얼굴이다. 작가는 순수한 영혼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신체 부위를 과감히 생략한 인물상을 만들었다. 조각가 권진규(1922~1973)는 홍익대 서양학과 학생이었던 장지원씨와 오래 대화를 나누며 조각상을 점토로 빚은 다음, 이를 가마에 구워 테라코타로 완성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지원의 얼굴’이다. 주로 테라코타(구운 점토)와 건칠(불상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옻칠 기법) 기법을 사용해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권진규는 작품보다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조각가’로 알려져 있다. 서울 정동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권진규전’은 그가 일본 무사시노 미술학교 재학 당시 만든 졸업작품 ‘나부’의 최초 공개 등 모두 141점이 전시돼 그의 참모습을 발견할 기회다. ‘모델+작가=작품’이라고 강조했던 권진규는 ‘지원의 얼굴’을 비롯해 ‘애자’ ‘선자’ ‘춘엽니 비구니’ ‘혜정’ ‘경자’ ‘희정’ ‘예선’ 등 많은 여성 흉상을 만들었다. 가사와 작품 제작을 돕던 박영희씨를 비롯, 미대 제자 등을 모델로 작품활동을 한 권진규는 생전 “모델의 내적 세계가 투영 되려면 인간적으로 모르는 외부모델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움푹 들어간 눈에 높은 콧대, 둥근 머리와 좁은 얼굴형을 지닌 이상적인 형태의 인물상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한 영원성을 지향했다. 불교에도 심취해 자신의 얼굴과 승려의 모습을 섞은 ‘자소상’도 많이 제작했다.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인물상의 눈높이에 눈을 맞추고 그 속의 정신을 더듬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적 리얼리즘’을 정립하고자 했던 권진규는 “돌도 브론즈도 썩지만, 고대의 부장품이었던 테라코타는 세계 최고(最古)의 것이 1만년 전에 제작됐을 만큼 잘 썩지 않는다.”고 테라코타의 매력에 대해 말했다. 권진규는 서울대와 덕성여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할 당시 제자들에게 “예술은 손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신으로부터 실현되는 것이다.” “여자를 멀리해라. 그러면 조각이 좋아지고 오랫동안 작업할 수 있다. 나는 실패했다.” 등의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가 인물상만 제작했던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학교를 졸업한 뒤 도호영화사에서 ‘고질라의 역습’ 등의 촬영용 세트를 제작했으며, 한국에서도 인형극의 배경 디자인 등을 맡았다.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되는 ‘코메디’(왼쪽)와 같은 부조를 통해서는 권진규의 자유로운 조형 활동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명확한 사유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서양의 근대 조각 기법과 동양의 정신세계를 융합시키고자 했던 작품 세계가 인정받지 못해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도 작품이 만족스럽지 않아 자학했던 권진규는 작업실의 가마를 파괴하고 전시 중인 자신의 작품 ‘자소상’을 본 뒤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인물상에서 피가 흐를 것 같다는 평가를 받는 권진규 작품과의 대화는 새해 2월28일까지 나눌 수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한국은 과연 경제위기서 탈출했나

    20세기 말 외환위기를 지난 한국은 2007년 다시 금융위기를 겪었다. 그리고 2010년을 맞이하는 지금, 한국은 경제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미국발 금융위기와 두발이발 쇼크 등을 예견했던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의 답은 ‘노(No)’다. 그는 자신의 첫 책 ‘경제학 3.0’(더난 펴냄)에서 우리 사회는 아직도 경제 위기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음은 물론이요, 심지어 또 다른 위기의 가능성까지 품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위정자들의 잘못된 정책 운영 때문. 그는 “사람의 가치보다도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데 혈안이 된 정치권과 정부 관료는 그 자체가 이미 위기”라고 지적한다.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자원이라고는 사람과 지식·시간이 전부인 한국이지만 정부는 이를 간과하고 ‘엉뚱한 짓’만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소장이 보기에 한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는 이미 시작됐다. 전국 방방곡곡에는 빈 아파트들이 널려 있는데도 정부와 집권여당은 아파트 가격 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기업 정책도 마찬가지. 식민지 약탈 자본, 군사 독재 시절의 정경관 유착, 관치 금융으로 자란 재벌기업은 미래가 불투명한데도 정부는 대기업의 손을 들어준다. 김 소장은 “뭐가 뭔지도 모르는 이념쟁이들이 정치를 하기 때문”이라고 통렬하게 꼬집는다. 그러면서 그는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20~40대 지식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 세력을 형성하고 과감한 위정자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결국 사람이 답인 사회에서 “사람의 가치를 우습게 아는 한 절대로 양극화와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책을 통해 그는 케인지안(케인즈 학파 경제학자)인 정운찬 국무총리와 이명박 정부의 동거, 대량해고-대량고용을 악순환하는 대기업 고용정책, 경제전문가와 언론, 4대강 사업, 북핵 문제 등 우리 사회의 이슈와 고착화된 구조적 모순을 경제라는 코드 안에서 예리하게 풀어 낸다. 1만 3000원.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테마 스토리 서울] 북촌길 정독도서관

    [테마 스토리 서울] 북촌길 정독도서관

    책만 읽기에는 아까운 도서관이 있다. 사시사철 꽃이 피고 지며 널따란 담장 곳곳에 오래된 건물 역사만큼이나 세월의 추억이 묻어난다. 인왕산 자락에서 내려온 등산객도, 북촌 한옥마을을 둘러본 관광객들도 잠시 발길을 멈추고 생각에 빠진다. 1980년대 이전에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이곳을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 엘리트 양성소였던 ‘경기 중·고등학교’로 기억한다. 경기고등학교가 강 너머로 옮겨간 1976년 이후에 이곳은 너무나 도서관다운 ‘정독(正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이름의 ‘정(正)’자는 당시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이름에서 따왔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네거리에서 풍문여고 옆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화동 언저리에서 정독도서관을 만나게 된다. 지금은 동네 어느 곳에서나 도서관을 찾을 수 있고, 인터넷을 이용한 디지털도서관까지 등장했지만 정독도서관은 여전히 7080세대의 머릿속에 첫 번째로 꼽히는 도서관이다. 등록문화재 2호인 도서관 건물은 일제시대부터 내려온 아날로그 그 자체다. 1927년에 지어진 옛 경기고등학교 건물은 이제 사료관동으로, 1938년 건물이 도서관과 휴게실동으로 쓰이고 있다. 건물이 지어졌을 당시에는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스팀난방시설을 갖춘 최첨단 건물이었다. 도서관으로 문을 연 지 3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정독도서관은 여전히 도서관이다. 50여만권에 달하는 장서와 1만 4200여점의 비도서자료, 부설 서울교육사료관에 소장된 1만 2000여점의 교육사료가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평일, 주말을 가릴 것 없이 중·고등학생들과 고시준비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수많은 보수공사와 리모델링을 거쳐 이제는 무선인터넷까지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됐지만 도서관을 가득 채운 면학열기만은 예전 그대로다. 그러나 정독도서관의 가치는 도서관 그 이상이다. 흰색과 미색을 띤 차분한 분위기의 건물과 도심에서 보기 힘든 정원은 공원이 드물었던 시절에 그야말로 ‘낭만의 공간’이었다. 봄 벚꽃과 가을 단풍은 공부를 핑계 삼은 학생들의 아지트였다. ‘품행제로’, ‘그남자의 책 198쪽’ 등 수많은 한국 영화에서 정독도서관은 등장 그 자체로 70~80년대의 낭만을 표현하는 배경이었다. 17일 오후, 추운 날씨에 도서관 정원에서 팔짱을 끼고 걷는 한 부부가 눈에 띄었다. 김건우(45)씨와 양희연(45·여)씨는 고등학교 시절 정독도서관에서 처음 만났다며 옛 추억을 털어놓았다. 김씨는 “시험기간이면 새벽 4시에 줄을 서서 입장한 후 공부를 하다가 분수 옆에 앉아서 같이 얘기하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풍문여고, 덕성여고 등 여학교들이 많아 남학생들이 일부러 공부하러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도서관 관계자는 “추억을 찾는 중년세대들이 하루에도 수십명씩 정원을 거닐곤 한다.”고 설명했다. 80년이 넘은 건물 외양은 그대로지만 정독도서관에는 세월이 갈수록 이야기와 추억이 쌓이고 있다. 이웃에 아트선재센터가 들어서고 삼청동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정독도서관은 새로운 ‘문화의 거리’의 중심이 됐다. 각종 전시회를 유치해 갤러리로 옛 건물을 활용하고 다양한 문화센터 강좌도 매일 열린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상의 흐름에 맞춰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것이 정독도서관이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대학가 ‘폐지錢爭’

    “미화원들이 직접 폐지(쓸모없는 종이)를 수거하는 데 돈은 왜 용역업체가 가져가나.”“쓰레기처리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폐지를 팔아 수익을 메우지 못하면 오히려 손해다.”16일 각 대학에 따르면 연세대, 고려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등 대학과 서울대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에서 발생하는 폐지 수거권을 놓고 미화원 노조와 쓰레기처리 업체 사이에 분쟁이 일고 있다.과거에는 미화원들이 폐지를 개별적으로 수거해 한 달에 1만~5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고려대의 경우 한 달에 미화업체 직원 250명이 모두 합쳐 350만원가량을 가져갔다. 이 학교 한 미화원은 “미화원들의 월급은 대부분 100만원 미만으로 2만~3만원 정도의 부수입도 큰 보탬이 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얼마 전부터 대학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쓰레기 처리를 외부 용역업체에 맡기면서 폐지 수거권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고려대 용역업체인 S환경은 “학교로부터 인건비 외에는 돈을 따로 받지 않기 때문에 폐지수거 이득까지 없으면 손해를 본다.”고 주장했다.사정이 이렇자 고려대 미화원 노조와 총학생회는 용역업체가 수익을 모두 가져가는 것에 반발해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벌였다. 결국 최근 미화원 1인당 매달 2만 5000원을 지급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 반면 연세대, 동덕여대, 덕성여대는 여전히 미화원과 용역업체 간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공공서비스노조 연세대분회 관계자는 “미화원들이 일일이 수거하는데 업체 측이 돈만 갖고 가는 것은 횡포”라면서 “당장 내년 임단협에 이 문제를 상정해 고려대와 같은 방식으로 돈을 받거나 직접 수거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대학 관계자는 “용역업체에 맡겨야 비용이 절감되고, 더 깨끗하게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면서 “폐지 수거권 문제는 당사자들끼리 협의할 문제”라고 말했다.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다시 고개 든 지구 종말론

    다시 고개 든 지구 종말론

    최근 지구 종말을 소재로 한 영화 ‘2012’의 흥행 성공을 계기로 종말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고대 마야인의 예언에 따라 2012년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영화의 핵심 내용은 출판물과 방송·인터넷 등을 통해 계속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2012년을 기점으로 20년 전인 1992년에도 한 교회의 휴거(携擧)설로 사회가 떠들썩한 적 있다. 거기다 세기 말 분위기를 등에 업은 각종 예언까지 가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종말론도 지금까지 실현된 것은 없다. 그런데도 왜 끊임없이 종말론이 회자되는 것일까. 이렇듯 종말론이 대중 사이로 떠도는 현실을 종교계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천재지변에 대한 확장적 상상” 지적 종교계에 따르면 세상을 순환적인 시각으로 보는 힌두교나 민족종교에도 어느 정도 종말의 요소는 있다. 하지만 종말이 주요 교리로 등장하는 것은 기독교 전통. 기독교에서 종말의 모습은 요한묵시록에 잘 표현돼 있다. 묵시록에 따르면 세계가 멸망하는 날에는 일곱 개 봉인이 뜯어지고 일곱 천사가 나팔을 불며 온갖 재앙이 닥친다. 하지만 실제 기독교에서는 종말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차동엽 미래사목연구소 신부는 “기독교의 종말은 제한돼 있던 우주 질서가 새로운 차원으로 완성되는 때”라면서 “그 순간의 장면은 선인과 악인 간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기독교에서의 종말은 하느님의 뜻이 완성되는 시간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세간에 떠도는 종말론은 고통의 장면만을 흥미에 따라 확대한다고 차 신부는 지적했다. 그는 이를 “세상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 낳은 파괴 욕망” 또는 “지구온난화, 이상기후 등 천재지변에 대한 확장적 상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독교 교리에 따른 올바른 종말 이해는 “그 날에 깨어 있으리라는 마음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도덕적 자기 반성 vs 포퓰리즘 불교계에서는 종말론 유행 현상을 “도덕성 파괴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이해한다. 불교는 “시작도 끝도 없다.”는 무시무종(無始無終)의 시간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교리에 종말을 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순환적인 시간론에서도 새로 한 시대가 시작될 때는 재앙의 순간이 있다고 본다. 이에 빗대어 불교에서는 지구의 멸망 장면을 일종의 방편법으로 이해한다. 조계종 불학연구소 원철 스님은 종말론 유행이 지구 멸망 그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사후에 대한 두려움을 통해 현재 우리 삶에 충실해지자는 반성” 또는 “지적 문명의 도덕적 타락에 대한 위기의식”이라고 분석했다. 종교계가 아니라 종교학자가 보는 눈은 또 다르다. 김윤성 한신대 교수는 최근의 종말론 유행은 일종의 ‘놀이’ 성격이 짙다고 했다. 그는 “종말은 여러 종교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지만 각 교단에서 주장하는 종말에 대한 반응은 다 다르다.”면서 “2000년 이전의 종말론은 세기 말과 얽혀 보편적 전환의식을 유발했지만, 최근에는 하나의 문화적 코드로 소비되고 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김 교수는 “종교가 현대사회에서 필수가 아닌 일종의 선택지 중 하나가 되면서 그 교리조차도 대중적 소비문화의 대상이 됐다.”면서 “종말론 유행은 현대사회의 종교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극단적 예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10년후 전망 쾌청… 난 신설학과로 간다

    신설된 대학 학과의 ‘1회 입학생’은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매사를 몸으로 부딪쳐 이겨내야 한다. 때로는 선배 없는 서러움을 겪을 때도 있다. 하지만 학교생활을 마치고 ‘1회 졸업생’이 될 때에는 어느 과보다 든든한 동기와 후배, 개척정신으로 다져진 용기와 창의력, 그리고 새로운 학문을 전공했다는 희소성을 갖추게 된다. 신설학과 자체가 새로운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학과이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이 신생학과를 눈여겨 볼 만한 이유다. 비상교육 공부연구소는 최근 2년 동안 새로 생긴 학과 가운데 10년 후에 전망이 밝을 것으로 예측되는 학과 10곳을 선정했다. 융복합 학문을 배우거나 선진국형 사회에서 필요한 새로운 직업인을 기르는 학과 등이 포함됐다. 성균관대 글로벌학과는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국제적 수준의 인재 육성을 목표로 다양한 분야의 전공을 결합했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과 제휴해 복수학위를 수여한다. 덕성여대 Pre-Pharm·Med 전공은 이학 계열에 속해 있다. 약학대학과 의학·치의학 전문대 진학에 유리한 교육과정으로 꾸려졌다. 건양대 국방공무원학과는 국방공무원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신설된 학과다. 현역병 감축 정책이 추진되면서 국방공무원 역할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장교·부사관·기타 군과 관련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망한 미래의 직업에 맞춰 특화한 학과도 있다. 한국외대 중국어대학은 중국어 실력뿐 아니라 정치·경제·문학·예술 등 중국에 대한 지식과 이해력을 지닌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췄다. 부산대 관광컨벤션학부는 문화·관광·컨벤션 분야에 대한 이론과 실습교육을 조화시켜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만들었다. 인천가톨릭대 시각디자인학과는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진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진 학과. 시각디자인의 전반적인 영역을 깊게 다뤄 졸업한 뒤 기업 내 디자인 부서·광고대행사·방송국 등으로 진출할 수 있다. 한국국제대 조선해양공학과에서는 조선해양기술과 해양엔지니어링 분야에 대한 기초이론과 산업체 실무교육을 반영한 복합적 실무 기술을 가르친다. 졸업한 뒤 조선산업과 해운·해양산업 분야에 진출하거나 정부 관련 부처와 출연 연구기관 등에서 활동할 수 있다. 한서대 컴퓨터정보공학부는 IT분야 기초 이론을 바탕으로 정보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응용력을 기르도록 학생들을 육성한다. IT산업의 전망이 밝아 학과의 전망도 밝다는 분석이다. 복지 관련 학과도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경주대 노인복지학과가 대표적인 예이다. 고령화시대가 도래하면서 졸업한 뒤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탐라대 상담심리학은 심리적 문제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많아 주목받고 있는 과이다. 졸업한 뒤 상담심리 관련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각종 상담 및 심리치료기관과 사회복지기관 등으로 진출할 수 있다.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박재원 소장은“신생학과의 경우 지원가능 점수에 대한 전망을 배치표 등으로 제한된 상태에서 하는 게 수험생의 공통적인 반응”이라면서 “적성과 흥미에 맞춰 소신지원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시론] 출구전략 시기 경제운용에 차질 없도록/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시론] 출구전략 시기 경제운용에 차질 없도록/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 선언 이후 금융시장이 다소 불안하다. 파장이 크지는 않을 거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약간 안도를 하고는 있지만, 비슷한 일이 언제 또 터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최근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11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와 관련하여 국제통화기금(IMF)은 출구전략시행에 대한 원칙 7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금융과 아울러 재정정책에서의 출구전략이 중요함을 지적하고 있고, 내용으로는 국가부채를 목표치 이하로 낮추는 전략과 균형재정의 달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출구전략의 실행과 관련한 국제적 ‘정책 공조’가 정책을 일시에 시행하는 ‘정책 동시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불리한 결과가 확산될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지적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대공황 이후 좋아지던 경제가 1937년 루스벨트 정부가 세금을 올린 이후 급격히 나빠지면서 실업률이 20% 근처까지 치솟은 경우가 있었다. 가깝게는 일본이 1997년 소비세를 인상한 정책이나 2000년 제로금리 기조를 변화시킨 부분이 출구전략 시행의 실패사례로 언급된다. 이처럼 정책의 경기회복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과정에서 경제의 기본틀을 변화시키는 것은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금융분야에서는 광의의 출구전략이 이미 시행 중인 셈이다. 우선 본원통화가 많이 줄었고 비상시에 사용하는 각종 보증조치도 상당부분 해소됐거나 해소될 예정이다. 남은 것은 금리 인상인 셈인데 한국은행은 아직 목표금리를 2%에서 유지하고 있다. 출구전략이 정책기조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할 때 아직 금리상승을 본격화시킬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금리문제에 대한 접근에는 최근 논의가 활발해지는 글로벌 불균형 해소(리밸런싱) 문제도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한다. 글로벌 리밸런싱 논의는 위기를 가져온 원인을 치유하는 요소를 담고 있다는 면에서 광의의 출구전략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날 환율조정국면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글로벌 리밸런싱은 위안화 절상을 통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축소와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축소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우리 원화도 위안화에 동조돼 절상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출구전략 조기시행을 통한 금리상승이 이뤄지면 원화가치가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크며 글로벌 리밸런싱 국면이 겹쳐지면서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경상수지를 소폭흑자 이상으로 유지해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심리를 유도하면서 급격한 외화유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 국면과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어려워진다 싶으면 미련없이 한국을 등지는 해외자본의 변덕성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수출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생존하는 데에 필요한 필수식량을 확보하는 행위에 준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시 불거지는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함께 우리 경제의 상황을 고려하여 출구전략 논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이제 막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경제의 전반적 운용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 타미플루 부작용 책임은 누가

    타미플루 부작용 책임은 누가

    신종플루 사태가 점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타미플루 부작용의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부작용 피해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것이다. 신종플루 백신은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정부가 떠맡고 있지만 타미플루는 일반 병원의 처방을 받아 사용하는 약이라서 부작용 발생시 책임의 주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타미플루의 부작용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갈 경우 제약사와 병원, 정부가 책임 소재를 두고 치열하게 다툴 수 밖에 없다. ●제약사·병원·정부 책임공방 치열할 듯 현행법상 1차적인 책임은 제약회사에 있다. 약사법 제86조1항은 “의약품의 제조업자·품목허가를 받은 자 또는 수입자로 조직된 단체는 의약품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구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설명서에 부작용을 명기해 문제가 없다는 항변이 가능할 뿐 아니라 새로운 부작용의 경우 제약사의 명운과도 직결된 사안이라서 선뜻 책임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법률이 의약품 부작용 구제를 제약사에 일임하고 있어 사실상 기업의 도덕성이 구제 여부를 좌우하는 관건이 된다. 이 경우 도덕성을 법적 심판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당국 “제약사·당사자 민사소송 해결을” 타미플루를 처방한 병원과 의사의 책임 여부도 관심 사안이다. 이른바 부작용에 대한 설명의무와 오진 여부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의료인과 제약사는 공동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다. 보건 당국은 타미플루 부작용의 경우 일반 의약품처럼 민사소송 등을 통해 제약사와 당사자간에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법상 의약품 부작용의 피해 구제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다.”면서 “관련법 개정이나 의료분쟁 관련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인들의 견해는 다르다. 의료소송 전문 법무법인 한강의 박원경 변호사는 “의약품의 부작용 사건에서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은 승소 가능성이 낮지만 이번 사례는 다르다.”며 “정책적으로 타미플루를 먹을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 점,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했던 점, 부작용이 발생했음에도 적절한 대책이 이뤄지지 못한 점 등은 정부의 책임 유무를 두고 다퉈볼 만한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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