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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2) 청주시 흥덕구 두꺼비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2) 청주시 흥덕구 두꺼비로

    그러고 보면 두꺼비는 늘 우리네 삶과 함께해 왔다. 아들을 업고 있는 아낙을 만나면 흔히 “아이고, 그놈, 떡두꺼비처럼 생겼네.”라는 덕담을 건넸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은 고사리손을 넣어 흙무덤을 만들고 두드리며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라고 노래불렀다. 뿐인가. 멀지 않던 어느날, TV가 툭 끊기면 아버지는 플래시를 들고 집 뒤로 돌아가 ‘두꺼비집’을 열어 끊어져버린 전기 퓨즈를 다시 연결하곤 했다. 또한 오래된 주당(酒黨)들이라면 ‘두꺼비’라는 말에 이미 조건반사적으로 입가를 스윽 훔치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뿐만 아니다. 고전작품 속에서 못된 계모의 심술에 곤혹스러워하는 콩쥐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도 두꺼비였다. 비록 영국의 셰익스피어가 ‘…(생명의) 샘을 더러운 두꺼비가 알을 까는 웅덩이로 만들어 버리다니!’(‘오셀로’ 중 독백)라며 추악함의 화신인 듯 표현하기도 했지만, 우리네 사회에서만큼은 두꺼비는 아주 오랫동안 울퉁불퉁 못생긴 외모와 달리 길복(吉福)의 상징이었다. 두꺼비는 충북 청주시에 이르러 ‘생태의 상징’이자 ‘주민자치의 상징’으로 우뚝 섰다. 느릿하지만 끈질긴 생명과 평화의 가치가 개발과 건설의 논리와 어우러져 살아남을 수 있음을 증명했으며,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마을 공동체와 시민사회의 참여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 청주시 흥덕구 두꺼비로와 원흥로 주변은 2007년 새롭게 만들어진 택지 지구다. 6800여 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고, 그 안팎으로 상가가 무수히 생겨났고, 청주지검과 청주지법 등 새로운 공공청사 건물이 자리잡았다. 일종의 신도시인 셈이다. 그 한가운데 두 개의 연못이 있다. 3만 6000㎡ 규모의 원흥이 방죽이다. 원흥이 방죽 뒤편으로는 병풍처렁 구룡산이 늘어서 있다. 해마다 2월 말, 3월 초 즈음이면 구룡산에 사는 두꺼비들이 엉금엉금 기어 내려와 알을 무더기로 낳고 올라간다. 두꺼비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것은 2006년이었다. ●어린 두꺼비, 생태통로 따라 구룡산으로 때 이른 여름 날씨 속에 원흥이 방죽을 찾았다. 연못가에는 국수나무, 생강나무, 우산나무, 노랑꽃창포 등이 푸릇푸릇하게 우거져 있었다. 또 연못 위에는 물개구리밥, 마름, 생이가래, 연잎 등으로 뒤덮여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한풀 꺾이는 듯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연못 속에서는 두꺼비 올챙이들이 무리지어 신나게 꼬물거리고 있을 것이다. 청주시 도로명주소를 담당하는 김대석 계장은 “3월 초쯤 알을 낳았으니 아마도 지금쯤 뒷다리가 나와 있을 것이고 5월 초쯤 어린 두꺼비들이 생태 통로를 따라 구룡산으로 줄지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에는 대모잠자리가 처음으로 발견됐고, 흰뺨검둥오리가 찾아오고, 두꺼비뿐 아니라 금개구리, 청개구리, 참개구리 등 다양한 양서류들이 가득하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맹꽁이, 가재, 고라니, 새매, 황조롱이 등 20여종의 희귀 조류와 수생 생물들도 서식하고 있다는 자랑도 이어졌다. 원흥이 방죽 옆 원흥로 22번길에 있는 두꺼비생태관은 2009년 개관했다가 지금 한창 내부공사 중이다. 조만간 문을 열면 구룡산과 원흥이 방죽 등의 생태를 더욱 풍성하게 담게 된다. ●주민들 서로 대화하며 ‘2년 투쟁’ 지금이야 이처럼 근사한 곳이 됐지만 많은 곡절을 거쳐야 했다. 원흥이 방죽은 당초 흙으로 메워질 뻔 한 곳이었다. 2003년 3월 한국토지공사가 청주시 산남지구 택지개발공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두꺼비 수십만 마리가 알을 낳기 위해 원흥이 방죽으로 가는 모습이 지역 주민의 눈에 띄었고, 이곳이 두꺼비 집단 산란지임이 확인되면서 지난한 싸움도 함께 시작됐다. 지역주민들이 중심이 돼 시민대책위원회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듬해 학계, 종교계 등 전문가와 충북지역 시민사회가 함께 결합해 ‘원흥이생명평화회의’를 만들었다. 또한 운동 초기에는 ‘두꺼비가 중요하냐, 사람이 중요하지.’, ‘두꺼비가 밥먹여주냐.’라는 비아냥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주민들은 서로 대화하고 논의하는 법을 스스로 깨쳐갔다. 평범한 주민들의 참여가 뜨거웠기에 시위 방법도 창조적이었다. 도청 앞 60만배, 3보 1배, 원흥이 방죽 인간 사슬로 껴안기, 국정감사 사절단 보내기, 충북도청 껴안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펼쳤다. 처음에는 토지공사와의 다툼이 중심이었던 것이 차츰 즐겁고 유쾌한 운동으로 변화한 것이다. 결국 2004년 11월 원흥이 방죽 원형 보전 등 조성에 합의하며, 토지공사가 택지개발 이익금 중 82억원을 공사비로 책정하는 것으로 갈무리됐다. 폭 20~50m, 길이 200여m의 두꺼비길 4개를 원흥이 방죽과 구룡산 사이에 만들었다. ●‘두꺼비 신문’·100인 원탁회의 만들어 원흥이 방죽이 보전되면서 이로워진 것은 두꺼비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삶이 바뀌었다. 아파트별 다양한 협의체를 만들어 나갔고, 2007년에는 ‘산남두꺼비생태마을 아파트협의회’를 만들었다. 아파트 이웃끼리는 물론 단지를 넘어서까지 협의체를 만든 것이다. 2009년 1월부터는 ‘산남 두꺼비 마을신문’을 창간했다. 지난해 한 아파트는 도색 작업을 새로 하면서 벽면에 아예 자랑스럽게 두꺼비 마을이라고 써붙이고 두꺼비가 이동하는 모습을 디자인해 놓기도 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100인 원탁회의’를 열어 주민참여자치의 깊이를 더했다. 그 결과 환경부는 ‘자연생태복원 우수마을’로 지정했고, 건설교통부는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시범사업지구’로 선정하기도 했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벤치마킹을 하러 오고 있기도 하다. ‘두꺼비 친구들’ 박완희 사무처장은 “단순한 두꺼비 지키기를 뛰어넘어 도시 내 마을 공동체의 복원, 주민자치의 확대 발전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한다.”면서 “올 초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0% 이상이 이 마을에 계속 살고 싶으며 80% 가까이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생태공동체마을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두꺼비로, 원흥로에 있는 식당, 부동산 등 가게 앞에는 ‘두꺼비 생태기금 마련’이라고 쓰인 스티커를 붙여 놓은 곳들이 많았다. 진짜 길복은 스스로 참여하고 결정하는 과정, 그리고 성과와 책임을 나누는 데 있음을 청주시 두꺼비로가 느릿느릿 보여주고 있다. 청주 글 사진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3회는 전남 여수 돌산읍 ‘방답길’을 소개합니다.
  • ‘6월 블랙아웃’ 비상

    ‘6월 블랙아웃’ 비상

    올여름 전력난은 예년보다 한두 달 이른 6월 중에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치 못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예년처럼 전력수요가 집중되는 7, 8월의 비상상황을 겨냥해 수립된 현재의 정부 위기대응 체계를 하루빨리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5일 정부와 전력당국에 따르면 이달 중 최대 사용일인 지난 2일 전국의 전력 공급량은 6341만㎾로, 지난해 5월 중 최대 사용일인 12일(6901만㎾)보다 8.8%인 560만㎾가 줄었다. 고리1호기(60만㎾), 울진4호기(100만㎾), 신월성1호기(100만㎾) 등 세 곳의 원자력발전과 보령1, 2호기 화력발전(100만㎾)이 고장과 화재로 전력생산(총 360만㎾)을 중단한 영향이 컸다. 그런데도 이날 전력 소비량은 5919만㎾로 지난해 5월 12일(5746만㎾)보다 173만㎾가 늘었다. 때 이른 더위로 상가와 사무실에서 에어컨과 선풍기를 가동하는 등 냉방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전력생산이 중단된 이들 원전과 화전은 6월 말까지 예방정비를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6월 중에는 예비전력의 한계선인 400만㎾ 정도가 발전소 정비 탓에 공급되지 못한다. 특히 전력예비율의 경우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한 달쯤 이른 6월 20일에 한 자릿수(7.8%)로 떨어졌으나 올해는 한 달 보름 이상이 더 일러져 지난 2일 한 자릿수(7.1%대)로 떨어졌다. 게다가 오는 8월 12일까지는 전력 수요가 많은 여수엑스포가 개최된다. 예년에 없던 변수다. 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실장은 “현재로서는 전력 공급을 늘릴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 “6월 전력위기를 넘기는 방법은 절전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범국민적인 절전 캠페인을 이제라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 전력산업과 최형기 과장은 “전기 사용량이 크게 늘고 있지만 이에 맞춰 공급량을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현재의 예방정비 기간을 9~10월로 미루는 등 임시방편으로 수급계획 변경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출입문 개방한 채 냉방기 가동 중지 ▲오후 1~5시 피크 시간대 냉방 자제 ▲여름철 실내온도 26도 이상 유지 ▲조명 최소화 등을 국민 자율적으로 이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인수 에너지관리공단 기술이사는 “무작정 전기 사용을 줄이라는 것보다는 전기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전력피크요금제(전력 피크시간에 요금을 더 내는 등 차등적으로 요금을 적용하는 방식)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6월, 여름의 습격 시작된다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더위가 찾아올 전망이다. 특히 이동성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나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다음 달 중순부터 기온이 평년보다 높겠다. 더위는 7월까지 이어지겠다. 기상청은 대륙에서 발생한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다음 달 초부터 맑고 건조한 날씨가 자주 나타날 것으로 15일 예보했다. 양쯔강 유역에서 발생, 한반도 남서쪽으로부터 유입돼 때 이른 더위와 함께 ‘봄의 실종’을 가져온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이 계속돼 일부 내륙지방을 중심으로 고온 현상도 보이겠다. 이동성 고기압이 흘러가지 않고 한반도 주변에서 정체되면서 동서고압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다음 달 중순부터는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까지 더해져 이동성 고기압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더운 날이 많아지고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기록할 것 같다.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도 있다. 7월 초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형성된 기압골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오겠다. 그러나 점차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덥고 습한 무더운 날씨가 자주 나타나고 기온 역시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기상청 관계자는 “6월 초에 나타나는 맑고 건조한 날씨는 해마다 반복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올해 대륙이 평년보다 더운 날씨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곳에서 발생해 한반도로 오는 이동성 고기압의 온도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이른 더위 식혀준 비

    이른 더위 식혀준 비

    때 이른 더위를 식히는 비가 전국에 내린 14일 우산을 쓴 시민들이 서울광장을 지나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열린세상] 5월은 잔인한 달/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 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5월은 잔인한 달/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 고용공단 이사장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망각의 눈(snow)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알뿌리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다.’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시인인 T S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다. 만물이 소생하는 아름다운 봄날인 4월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아마도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을 뚫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내 열매를 맺게 하는 생명체의 버거운 삶을 노래한 것이리라. 사실 올해 4월은 잔인했다. 19년 만에 4월에 서울에 눈이 내려 냉랭한 4월로 시작하더니 경찰청장까지 물러나게 한 수원 토막 살인 사건, 그리고 총선이 있었다. 어느 때보다 혼잡한 이합집산 과정과 폭로, 비방으로 롤러코스터 정국을 거쳐 왔다. 이제 가정의 달인 5월, 그 어느 달보다 사랑과 소통이 충만한 따뜻한 달이어야 하건만, 때 이른 무더위로 봄날은 온데간데없어졌다. 5월은 청소년의 달이기도 하다. 인생의 봄날에 해당하는 우리 청소년들도 마음껏 누려야 할 푸른 청춘의 날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은 아닌지 요즘 시국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선다.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으로 온 나라의 어른들이 한숨과 우려를 토로하고 뒤늦은 학교 폭력 대책을 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인한 달 4월 끝 무렵엔 여전히 학교 폭력과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린 중학생들의 자살이 잇따랐고 카이스트의 한 대학생도 생때같은 목숨을 버렸다. 이런 일들이 가끔은 남의 자식 일로 여겨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에게는 아이가 셋 있다. 셋째인 아들 녀석이 올해 중학교 2학년이다. 요즘 세간에 회자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북한이 쉽게 남침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중2 학생들이 무서워서란다. 그만큼 질풍노도의 시기이기도 하고 그런 청소년들을 합당하게 돌보지 못하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희화화해서 표현한 것이리라. 어쨌거나 그럭저럭 학교생활에 무난하게 잘 적응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이 녀석이 요즘 자주 배가 아프다고 한다. 딱히 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야말로 심인성 스트레스 질환인 것 같다. 주위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그렇다. 실제로 우리 청소년들의 하루하루는 왕따·폭력·성적·진학문제로 시달리며, 더 나아가 대학을 가도 취업 전쟁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이제 곧 새로운 국회가 열린다. 4월이 선거로 공허한 외침만 있었고, 6월의 국회에선 대선정국으로 들어서는 기싸움이 이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복지, 장애, 가정의 문제 등 시급한 해결이 필요한 난제들이 뒷전으로 밀려날 공산이 크다. 혹은 너도나도 공약으로 남발한 복지 팽창의 이슈를 이제 정말 정책으로 옮겨야 할 판을 마련할 시점이 된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3년도 정부 부처의 복지지출 요구예산이 101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복지예산보다 9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2016년에는 122조원까지 요구하는 형편이다. 총선 양상을 돌이켜보건대, 그리고 향후 대선 판도 장악을 위해 이러한 복지예산이 쉽게 줄지는 않을 것이다. 한번 늘어난 복지예산이 결코 축소되지는 않는다는 것은 여러 선진 복지국가들의 예에서도 드러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최근 지방자치단체 주민센터의 복지담당 공무원들은 방탄유리 뒤에서라도 근무해야 할 판이다. 복지 전산망 정비 등으로 부정 수급이 드러난 복지 관련 수급자들이 수급이 끊어지거나 축소될 경우 울분을 참지 못해 담당 공무원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선심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엄청난 조세 폭탄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20년 후엔 청·장년 3명이 벌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고 한다. 이미 대학등록금, 취업 스펙 비용 마련을 위해 신용불량자로 내몰리는 청년들을 생각하면 참 암울하기 그지없다. ‘학교 다닐 때가 가장 좋았다.’라는 어른들의 옛말이 있다. 지금 청소년들에게는 정말 ‘옛말’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학교도, 학교 이후도 우울한 청소년들을 생각하면 가장 화려한 청소년의 달 5월은 가장 잔인한 달인지도 모르겠다.
  • [굿모닝 닥터] 기미로부터의 해방

    5월 날씨가 6~7월 같다. 때이른 더위로 노출 부위가 늘어나면서 자외선에 의한 기미 걱정도 함께 늘어난다. 얼굴은 물론 목·팔 등 노출이 많은 부위에 색소 침착을 남기는 이 자외선이 바로 기미의 주범이다. 사실, 자외선으로 인해 색소가 형성되는 것은 피부의 자연스러운 보호작용이다. 하지만 이런 작용이 지나쳐 기미, 주근깨, 잡티 등 색소침착형 질환으로 나타나는 것. 기미는 표피층에서는 갈색, 진피층에서는 청회색을 띠지만 두 가지가 섞여 회갈색으로 보이며, 남성보다 여성에게 잘 생긴다. 초기에는 진하지 않다가 자외선, 임신, 내분비 이상, 약물 등의 원인으로 점차 부위가 넓어지고 진해지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을 해야 하는 젊은 여성이라면 더욱 그렇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미를 예방하려면 자외선 차단이 핵심이다. 외출할 때마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비타민C가 많은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면 적잖이 도움이 된다. 비타민C가 멜라닌 색소의 형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비타민C, 알부틴 등이 함유된 미백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피부가 건조하지 않게 유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수칙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기미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이미 생성된 색소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기미 제거를 위해서는 과도한 색소를 제거한 뒤 멜라닌 색소의 형성을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바로 옐로 레이저다. 미국 FDA가 승인한 치료법으로, 기미 제거는 물론 기미를 악화시키는 증식 혈관까지 파괴한다. 여기에다 피부 상태와 기미의 심한 정도에 따라 레이저 토닝을 병행하거나, 산소필링 또는 이온자임과 같은 치료를 적용하는 개인별 맞춤치료도 가능하다. 기미는 초기에 치료해야 효과가 좋지만 더 좋은 예방법은 자외선과 멀어지는 것임을 명심하자.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원장
  • [식음료 특집] 이렇게 좋을 水가…건강·맛·트렌드 한번에

    [식음료 특집] 이렇게 좋을 水가…건강·맛·트렌드 한번에

    갑작스레 더위가 찾아오면서 음료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많은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요즘 소비자들은 마시는 것에서도 갈증 해소 그 이상을 원한다. 화려한 자태의 용기로 눈을 먼저 현혹하는 제품들이 많긴 하지만 무엇보다 마셔서 시원하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웰빙음료가 소비자를 끄는 힘은 여전히 강하다. ●물처럼 마시는 비타민C 롯데칠성음료의 ‘데일리C 비타민워터’는 비타민C 등 필수 비타민을 매일 물처럼 즐길 수 있도록 한 제품으로 특히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다. ‘퀄리C(Quali-C)’ 인증을 받은 100% 영국산 비타민C를 비롯해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산 비타민을 넣은 프리미엄 제품을 표방한다. ‘퀄리C’란 다국적기업 DSM사의 프리미엄 비타민 브랜드로 ‘고품질 비타민C’를 의미한다. 음료에서는 유일하게 롯데칠성음료만이 ‘퀄리C’ 로고 독점사용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데일리C 비타민워터는 바이탈V, 이글아이, 스킨글로우 3종과 아미노산 음료인 ‘데일리C아미노워터’ 등 네 가지 제품이 있다. 대표 격인 ‘바이탈V’는 비타민C 1000㎎과 각종 비타민을 함유한 복합비타민 콘셉트의 음료다. ‘이글아이’는 블루베리를 함유하고 있다. 블루베리에 다량 함유된 안토시아닌이라는 성분은 특히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스킨글로우’는 비타민 및 히알루론산, 콜라겐이 함유돼 피부 미용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데일리C아미노워터’는 BCAA 등 필수 아미노산 8종을 함유한 제품으로, 체력 소모가 많은 야외활동 시 알맞다. ●숙취 해소에만?… 건강에도 좋아 CJ제일제당의 ‘컨디션 헛개수’는 출시 1년 4개월 만인 올 2월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숙취 해소 음료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헛개 컨디션 파워’의 자매제품으로 음주 후 갈증 해소에 초점을 맞춰 남성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국내산 헛개나무 열매에 국내산 칡즙 등의 성분을 넣어 효과를 높인 것이 주효했다. 이뿐만 아니라 당, 지방, 콜레스테롤, 나트륨 등을 첨가하지 않은 제로칼로리 건강음료 콘셉트로 여성 소비자들의 마음까지 흔들어 성공을 거둔 것이다. 컨디션 헛개수가 선도하는 ‘헛개 열풍’으로 관련 음료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러 업체가 헛개가 들어간 다양한 신제품을 속속 선보이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헛개 음료 시장은 지난해 2년 전보다 7배나 성장했다. CJ제일제당은 1위 브랜드 수성을 위해 최근 젊은 층 공략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탄산음료가 주를 이룬 영화관 팝콘 세트에 컨디션 헛개수와 팝콘으로 구성된 ‘오리엔탈 웰빙 콤보 세트’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올해 다양한 마케팅과 프로모션 등을 펼쳐 400억원 매출을 목표로 세웠다. ●녹차 성분으로 몸을 가볍고 날렵하게 아모레퍼시픽의 녹차 브랜드 설록도 현대인들이 간편하게 건강과 보디라인을 가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개념 건강 보조제 ‘설록 워터플러스’ 3종을 출시했다. 녹차 대표 성분을 고농축해 넣어 아름답고 건강한 체형 관리에 도움을 준다. 물에 타서 마시는 그래뉼 타입으로 스틱 파우치에 들어 있어 휴대도 간편하다. ‘몸이 가벼워지는 물 워터플러스’ 1포에는 녹차 성분인 카테킨이 180㎎이나 들어 있다. 생수나 우유 등과 섞어 음용하면 토마토 10개 또는 블루베리 25개를 먹어야 얻을 수 있는 항산화 효과를 낸다. 새콤달콤한 맛의 ‘해피스위트’, 구수한 ‘혼합곡물맛’, 상쾌하고 상큼하고 깔끔한 맛을 지닌 ‘레몬라임’ 등의 3가지 맛으로 구성됐다. ‘식후에 가벼워지는 차 워터플러스’는 녹차를 한국적 방식으로 발효시켜 커피향을 가미해 식후에 커피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제품이다. 100㎖ 냉수 또는 온수에 타서 식사 후 또는 간식을 먹은 뒤 30분 이내에 음용하면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상쾌한 아침을 여는 물 워터플러스’는 겔 타입으로 된 제품으로 원활한 배변활동을 돕는다. 1포에 사과 8개 또는 고구마 5개에 해당하는 식이섬유가 함유돼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7) 경북 구미 독동리 반송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7) 경북 구미 독동리 반송

    길가에 늘어선 개나리 노란 꽃이 지고 뒷동산 관목 숲에 다문다문 피어있던 진달래 붉은 꽃도 어느 틈에 낙화를 마쳤다. 살랑이던 바람결에 더위가 끼어들고 5월의 태양에는 여름 뙤약볕의 이글거림이 담겼다. 나무 그늘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기후 변화는 농부들의 손길에도 경황이 없게 했다.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다는 게 우리 기후의 특징이었건만 이제 초등학교 교과서도 부분 수정이 필요하지 싶다. 햇살 따갑고 이마엔 땀이 흐르지만 농부들은 태양과 더운 바람에 정면으로 맞서 들녘으로 나서야 한다. 언제나처럼 볍씨를 모판에 파종하는 일에서 한 해 농사가 시작된다. ●옛날 나무 옆에 빨래터… 땡볕 땐 쉼터로 경북 구미 옥성면 독동리 마을의 중심인 큰 나무 그늘 아래에 마을 농부들이 모였다. 일흔을 넘나드는 일곱 할머니들이다. 청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라 해 봐야 파종기 작동을 맡은 올해 쉰여섯 살의 조필형(56) 이장 정도다. 나무 그늘에 모여 앉아 새참을 마친 할머니들이 일손을 멈추고 파종기 곁에 흩어져 아무렇게나 주저앉았다. 파종기가 고장을 일으킨 탓에 망중한의 짬이 생겼다. 덕분에 바쁜 일손의 농부들과 나무를 둘러싸고 이어온 마을 살림살이 이야기를 넉넉하게 나눌 수 있었다. 나무는 우리나라의 모든 반송 중 가장 아름답다 할 만한 몇 그루 가운데 하나인 천연기념물 제357호인 구미 독동리 반송이다. “옛날엔 이 나무 곁으로 개울이 흘렀어요. 마을 여자들은 죄다 여기로 빨래하러 나왔죠. 하기야 뭐 빨래만 했나. 큰 나무가 있어서 그늘이 좋으니 햇살 뜨거우면 자연히 지금처럼 나무 그늘을 찾아와 쉬곤 했죠. 천연기념물이 되고 나서 나무 주위에 낮은 울타리를 만들어 놓긴 했지만 여전히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건 나무 아래예요. 방금 전에도 나무 아래에서 새참을 나눠 먹었어요.” 어린 시절에 이 마을로 시집 와서 50년 넘게 살았다는 정씨 할머니는 독동리 반송의 오래된 벗이다. 개울가 빨래터에 빨래 바구니를 이고 나오던 그 시절에도, 모내기 준비로 나온 지금도 정씨 할머니는 마을에 이만큼 훌륭한 나무가 있다는 것이 좋기만 하다. 이 마을에 산다는 게 자랑스럽다고까지 덧붙인다. 파종기를 고치려 애쓰던 조필형 이장은 결국 파종기를 자동차에 실었다. 가까운 농기구 수리점에 가서 고쳐올 요량이었다. 조 이장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할머니들의 나무 이야기는 더 넉넉해졌다. ●가지 부챗살처럼 퍼져… 높이 13m 넘어 “저 나무는 이장 댁 조상이 심은 나무예요. 몇 살이나 된 나무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되게 오래됐다고 하죠. 또 반송 중에서 저렇게 크고 예쁘게 퍼지는 나무로는 우리나라에서 첫손에 꼽힌답니다.” 소나무의 한 종류인 반송(盤松)은 하나의 줄기로 뻗어 오르는 소나무와 달리 뿌리 부분에서부터 줄기가 여럿으로 갈라지는 특징을 가져서 줄기와 가지가 구별되지 않는 나무다. 대개는 크게 자라기보다 부챗살 펼치듯 넓게 퍼지며 아담한 크기로 자란다. 가지의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서 ‘천지송’(千枝松) 혹은 ‘만지송’(萬枝松)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아름다운 생김새가 보기 좋아 우리의 옛 선비들이 정원수로 키웠을 뿐 아니라 조상의 무덤을 꾸미기 위해서도 심어 키운 나무다. 크게 자라지 않는다는 특징에 비춰 보면 구미 독동리 반송은 키가 큰 편에 속한다. 뿌리 부분에서부터 줄기가 10여개로 나뉘며 넓게 퍼져서 전형적인 반송의 형태를 가진 이 나무의 키는 13m를 넘는다. 키만으로는 이보다 훨씬 큰 반송이 있지만 독동리 반송만큼 풍성한 가지를 가진 아름다운 반송은 흔치 않다. “큰 나무이지만 전설로 전해오는 옛 이야기는 없어요, 당산제도 안 올리죠. 그래도 여느 마을의 당산나무 못지않게 정성으로 아끼는 나무죠. 천연기념물이 되고 난 뒤로 주변에 집도 지을 수 없게 됐지만 우리 나무를 잘 지키려는 건데 뭐 나쁠 것 없죠. 나라에서 나무를 잘 돌봐 주고 때맞춰 영양 주사까지 놔주는 보물이에요.” ●나무 보호에 정성… 때맞춰 영양주사 독동리 반송은 마을에서 잘 지키는 나무여서 특별한 관리가 아니더라도 건강을 유지하는 나무다. 또 스스로 제 몸을 지킬 만큼 긴 세월의 풍진을 모두 이겨낸 연륜 깊은 나무다. 문화재청의 나무 관리는 나무의 자연 치유력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오랫동안 사람의 마을을 지켜달라는 뜻일 뿐이다. 고장난 파종기를 고치러 떠났던 조 이장은 금세 돌아왔다. 모판의 파종 준비에 마음이 바쁜 농부 할머니들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나무가 있는 땅 주변이 모두 우리 밭이에요. 오래전에 우리 조상 한 분이 밭 한가운데에 심은 거죠. 천연기념물 지정과 함께 주변 보호구역을 나라에서 매입한다고 했지만 제 아버지께서 안 파셨어요. 대대로 물려온 땅이니까요.” 모판 위에 볍씨를 고르게 흩뿌리고 고운 흙을 한 꺼풀 덧씌우는 파종기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자 조 이장은 안도하는 표정으로 나무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굽은 허리의 할머니 농부들도 제가끔 맡은 역할로 바빠졌다. 한쪽에서는 모판을 파종기에 밀어넣고 반대편에서 대기하던 할머니는 파종기에서 밀려 나오는 모판을 경운기 위에 차곡차곡 쌓는다. 덜거덕거리는 파종기 소음 사이로 흩어지는 할머니들의 차진 수다가 정겹다. 파종기 핸들을 돌리는 조 이장의 너털웃음이 간간이 끼어든다. 독동리 반송의 봄 풍경이 풍요롭다. 나뭇가지 아래로 드리워진 그늘엔 벌써부터 가을 들녘의 황금빛이 얼비친다. 할머니들의 깊이 팬 주름 사이로 파고드는 햇살 따라 나무가 방긋 풍년을 예감하는 미소를 던진다. 글 사진 구미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중부내륙 고속국도의 선산나들목으로 나가서 선산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1.3㎞ 가면 선산읍 서쪽의 이문삼거리에 닿는다. 읍 외곽으로 난 오른쪽 도로를 이용해 1.2㎞ 더 가면 단계천이라는 개울을 만난다. 개울을 건너자마자 우회전하여 2.2㎞ 직진해 낮은 고개를 넘은 뒤 길가 왼편 들판 가장자리에 서 있는 아름다운 생김새의 독동리 반송을 만나게 된다. 나무 주변에는 따로 주차할 공간이 없지만 비교적 한산한 도로여서 길 가장자리의 여유 공간에 자동차를 세울 수 있다.
  • 여수엑스포 LG 친환경 전시관 미리 가보니…

    여수엑스포 LG 친환경 전시관 미리 가보니…

    전국에 초여름 더위가 엄습한 지난 27일. 늦은 오후가 되자 전남 여수세계박람회 부지 안에 자리잡은 LG관 옥상정원에 붉은 노을이 드리워졌다. 이윽고 LG관 서쪽에 솟아 있는 여수엑스포 스카이타워에서 가야금과 파이프오르간이 함께 연주하는 파헬벨의 ‘캐논변주곡’이 은은하게 울려퍼졌다. 옥상정원 주변에서 쏘아 올려진 분수 물방울도 초저녁 여린 햇살을 머금은 채 허공으로 흩어졌다. ●외부엔 거대 워터 스크린 LG 관계자는 “전시관의 가장 큰 주제는 물(水)”이라면서 “관람객들이 인류 최초의 디스플레이인 동시에 LG의 미래 녹색생활과 여수를 상징하는 물을 흥미롭게 접할 수 있도록 건물 내외관을 꾸몄다.”라고 귀띔했다. LG는 새달 12일부터 열리는 여수세계박람회에 ‘Life is Green’을 주제로 한 독립기업관 LG관을 조성했다고 29일 밝혔다. 연면적 3724㎡(1130여평) 규모의 4층 높이로 세워진 LG관은 2020년 그룹 전체 매출의 15%를 에너지, 전기자동차 부품, 리빙에코 등 그린 신사업에서 달성하겠다는 LG의 ‘그린 2020’ 비전이 구현됐다. 특히 LG관은 기술적으로는 세계 최초의 ‘미디어 샹들리에’를 비롯해 ‘워터스크린’ 등 첨단 전시 연출 기법이 동원됐다. 건물 전면에 가로 32.6m, 세로 4.2m 크기의 물줄기로 만들어진 워터스크린은 ‘Life is Green’이라는 영상 메시지를 관람객들에게 전달한다. 미디어 샹들리에는 54대의 47인치 발광다이오드(LED) TV가 각각 수직으로 움직이며 화려한 볼거리를 연출한다. 이어 물과 세제 없이 세탁하는 휴대용 세탁기,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충전하는 초소형 고출력 배터리, 실제 자연에서 컬러를 채취해 색조 화장을 하는 메이크업 펜 등 LG가 선보일 미래의 다양한 그린 제품들도 소개된다. ‘3D 퍼포먼스’ 코너에서는 55인치 3차원(3D) 입체영상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11대가 LG의 태양광 에너지 기술이 만드는 미래의 일상을 실감나게 연출한다. ●미래 녹색생활 제품 소개 전시관 옥상에는 태양광 모듈을 부착해 태양광 에너지를 LG관 운영에 활용하고, 워터 스크린 등에 사용되는 물도 정수해 재활용한다. 건물은 LG하우시스의 저탄소 친환경 자재가 사용됐고, 남은 자재는 관람객들이 이용하는 의자와 벤치·테이블·평상 등 휴게 집기 제작에 재활용됐다. LG 관계자는 “박람회 폐막 뒤 주요 전시 아이템을 지역사회에 기증하고 자재를 재활용하는 등 친환경 콘셉트 전시관의 진수를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수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여름같은 봄

    여름같은 봄

    낮 기온이 28도까지 오르며 때이른 여름 더위가 찾아온 24일 서울 청계천 일대가 점심을 먹고 산책 나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느림보 우승자

    케냐의 웨슬리 코리르(30)가 역대 두 번째 낮은 기록으로 보스턴마라톤 우승을 차지했다. 코리르는 17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제116회 보스턴마라톤에서 2시간12분40초로 우승했다. 코리르의 기록은 제프리 무타이(31·케냐)가 지난해 대회에서 세운 비공인 세계 최고기록(2시간3분02초)보다 무려 9분38초나 뒤진 기록이었다. 2009년 로스앤젤레스마라톤에서 세웠던 자신의 기록 2시간8분24초에도 훨씬 못 미쳤다. 더욱이 이 기록은 보스턴마라톤 사상 두 번째로 느린 우승 기록이다. 때이른 무더위 탓이었다. 이날 보스턴의 기온은 섭씨 27도까지 치솟았다. 코리르는 2위 레비 마테보(케냐·2시간13분6초)와 막판까지 접전을 벌이다 1.6㎞를 남겨 두고 역전에 성공했다. 이번 우승으로 런던올림픽에 출전할 자격을 얻은 코리르는 “내게 보스턴마라톤은 올림픽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마라톤에서 공인된 세계 최고기록은 지난해 베를린마라톤에서 패트릭 마카우(26·케냐)가 세운 2시간3분38초다. 저조한 기록이었지만 케냐는 2위와 3위까지 모두 휩쓸었다. 2시간13분06초의 기록으로 골인한 레비 마테보가 2위, 이보다 7초 늦은 베르나르드 킵예고가 3위로 뒤를 이었다. 여자부 1~3위도 모두 케냐의 몫이었다. 셰론 체로프는 2시간31분50초의 기록으로 우승했고 제미마 젤라가 숨공이 2위(2시간31분52초), 조지나 로노(2시간33분09초)가 3위를 차지했다. 코리르와 체로프는 우승 상금으로 15만 달러(약 1억 7000만원)씩 챙겼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덩~더쿵 사물놀이 즐겁지만… 순천 인안초등학교 ‘웃음속 울상’

    덩~더쿵 사물놀이 즐겁지만… 순천 인안초등학교 ‘웃음속 울상’

    “지금은 바람을 막을 수 있어 괜찮지만 여름엔 더위를 어떻게 참을지 걱정이에요.” ●특성화 학교 선정에 학생 급증 전남 순천시 인월동의 인안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실이 없어 비닐하우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농촌 지역에 있는 인안초는 학생 수 감소로 학교 통폐합 대상이 돼 지난 3년간 예산 지원이 거의 없었다. 지난해까지 전체 4학급에 학생 수도 고작 24명이어서 문 닫을 수순만 기다리는 상태였다. 하지만 올해 전남도교육청으로부터 획일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탈피하고 차별화 교육을 하는 ‘무지개학교’로 선정되면서 상황이 갑작스럽게 바뀌었다. 올해 시내권 학생들까지 전학을 오면서 6학급 74명으로 학생들이 갑자기 불어나 교실 부족사태가 빚어진 것. 무지개학교란 자율화·특성화·다양화를 지향하는 혁신학교로 전남도교육청은 2010년부터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해 8개 학교로 시작했지만 지난해 30개교, 올해 40개교로 늘어날 만큼 독특한 학교 운영 프로그램이란 소문이 나면서 학부모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임시방편 비닐하우스 마련 인안초는 지역과 학교 실정을 고려한 독특한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해 시내권 학부모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학생들이 몰렸다. 특히 선택과 도전 프로젝트, 순천만을 이용한 흑두루미 논 가꾸기 학습과 전교생이 사물놀이와 기타·바이올린 연주를 뽐낼 정도로 실력을 쌓고 있다. ●교육청 “내년 예산에 반영할 것” 학교 측은 학생들이 농촌으로 찾아와 반가움을 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방과후 학교 교실이 부족해 마냥 즐거워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 측은 고민 끝에 500만원을 들여 임시방편으로 전교생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66㎡(2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지어 수업을 하고 있다. 비닐하우스도 딱한 사연을 전해 들은 졸업생 조강훈(49)씨의 도움으로 어렵게 마련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순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갑작스레 학생들이 늘어나 특별 교실이 부족하게 됐다.”며 “내년도 학생 수요를 파악해 빠른 시일 안에 필요 예산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마스터스토너먼트] 물 먹은 그린 우즈 잡을라

    ‘폭우에 흠뻑 젖은 오거스타.’ 미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토너먼트 개막을 한나절 앞둔 5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이하 오거스타)엔 폭우가 쏟아졌다. 미국 동남부의 조지아 주는 찜통 더위로 유명하지만 한여름에도 그다지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날은 강풍과 함께 유난히 거센 빗방울이 몰아쳤다. 시간당 35㎜의 폭우가 거센 바람을 타고 쏟아져 벙커가 씻겨 나가고 이동식 화장실이 쓰러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오거스타엔 비상령이 내려졌다. 빌리 페인 회장은 인부들을 대거 투입, 대대적인 코스 정비에 나서면서 “악천후에도 올해 마스터스 1라운드가 무사히 시작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거스타가 폭우에 움찔하는 건 대회의 트레이드마크 가운데 하나인 ‘유리알 그린’이 힘을 잃지 않을까 싶어서다. 오거스타 그린은 빠르기로 악명이 높다. 퍼터로 살짝 건드린 공이 마치 유리알 위로 미끄러지듯 굴러간다. 그러나 잔디가 비를 흠뻑 머금게 되면 유리알은 곧바로 힘을 잃는다. 딱딱하던 지면이 물러지고 부드러워져 선수들이 친 공이 구르거나 퉁겨 나가지 않고 쉽게 그린에 멈춘다. 어프로치가 쉬워진다는 얘기다. 선수들은 더 공격적인 플레이로 타수를 줄일 수 있다. 현지 기상 예보에 따르면 1라운드가 진행되는 6일 새벽까지 오거스타 인근에는 천둥과 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예고돼 있다. 비는 2라운드가 열리는 6일 밤에도 이어지는 것으로 예보됐다. 프레드 리들리 경기위원장은 “비로 인해 딱딱하고 빨랐던 그린 여건이 달라지겠지만, 우리는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 경쟁력 있는 코스 세팅에 다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러진 페어웨이에 공이 박히거나 진흙에 빠졌을 때 손으로 집어 올려 닦을 수 있는 ‘리프트 앤드 클린’(Lift & Clean)의 로컬룰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76번째 열리는 올해 대회까지 이런 로컬룰이 적용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편 전통적으로 대회 전날 열리던 파3 콘테스트도 비 때문에 깔끔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과 조너선 버드(미국)는 나란히 5언더파로 공동선두를 달리다 경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클럽하우스로 철수했다. 그러나 둘은 “파3 콘테스트 우승자는 본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를 피할 수 있게 됐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마다가스카르섬 소년 조나의 삶과 꿈

    마다가스카르섬 소년 조나의 삶과 꿈

    얼굴에 때가 까맣게 껴 있어도, 코에 맑은 콧물을 묻히고 있어도 아이들의 눈망울에는 아프리카의 파란 하늘과 인도양의 깨끗한 바다가 담긴다. 아프리카 남동쪽에 놓인 오래된 섬, 마다가스카르. 전 세계 생물 20만종 중 75%를 볼 수 있을 만큼 ‘생태계의 보고’를 자랑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최빈국에 속할 정도로 가난하다. 이곳 아이들은 마냥 순수하게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없다. EBS는 30일 저녁 8시 50분 ‘세계의 아이들’에서 마다가스카르의 자연이 길러낸 아이들의 삶과 꿈을 조명한다. 마다가스카르는 2000여년 전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계절풍을 타고 정착해 동남아시아인과 흑인의 혼혈인 말라가시아들이 많다. 신이 거꾸로 던져 심은 나무라는 전설을 지닌 바오바브나무는 마다가스카르의 상징이다. 바오바브 거리에 서면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 속에 들어온 듯 신비롭다. 하지만 이야기에 등장한 나무를 보는 낭만에 빠지기엔 이곳 아이들의 삶은 너무 고달프다. 문맹률이 80%에 이를 정도로 학교에 가는 아이보다 가지 못하는 아이가 더 많다. 학비는 우리나라 돈으로 1년에 만원 정도이지만, 소득의 절반을 소작료로 내야 하는 소작농들에게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모론다바에 사는 12살 조나도 학교에 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소작농 아빠의 농사를 돕느라 아침에는 농사꾼, 오후에는 낚시꾼, 저녁에는 사탕수수 장사에 나선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무더위 속에서 일하고 먹는 건 고작 만요크(나무뿌리) 죽. 그래도 조나는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낸다. 고달픈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조나는 목청껏 노래한다. “나는 행복하다.”고. 학교에 다니지는 못해도, 마다가스카르 자연에서 누구보다 지혜로운 소년으로 성장하는 조나. 마다가스카르의 자연을 누비는 운전사가 되는 게 꿈인 조나에게 앞으로 어떤 인생이 펼쳐질까.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日 활성단층 2곳 발견… 강진 유발 가능

    일본에서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앞바다인 태평양 해역에서 거대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2개의 지하 활성단층이 발견돼 공포감을 더하고 있다. 또 오는 5월 말부터는 모든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어서 후속 대지진과 전력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의 수도권을 끼고 있는 간토 지역의 호소반도에서 100여㎞ 이상 떨어진 태평양 해저에서 지금까지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거대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2개의 지하 활성단층이 발견됐다. 이는 히로시마대학과 나고야대학, 해양연구개발기구 등의 연구팀이 조사했으며 29일 열리는 일본 지리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연구팀이 발견한 지하 활성단층의 길이는 각각 160㎞와 300㎞ 이상으로, 단층 전체가 움직이면 리히터 규모 8∼9급의 거대 지진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연구 그룹의 와타나베 미쓰히사 도요대학 교수는 “지금까지 조사되지 않은 활성단층으로, 강한 흔들림과 쓰나미가 간토 남부와 도카이(일본 중부의 태평양쪽 지역) 지방에 미칠 가능성이 있어 조속히 상세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개의 단층은 해양 플레이트(판)와 육지 플레이트의 경계가 겹치는 지점 부근으로 거의 육지 쪽 해저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층들의 북쪽에는 1677년 발생한 엔보보소 지진(규모 8.0으로 추정)과 1953년 발생한 호소 지진(규모 7.4)의 진원이 있지만, 이들과는 별도의 활성단층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지난 14일 밤 리히터 규모 6이 넘는 지진이 발생하는 등 여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진도 1 이상의 유감(有感) 지진이 1만여 차례나 일어났다.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에서는 규모 3 이상의 지진이 하루 평균 1.48회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4년 이내에 수도권에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확률이 50%라는 도쿄대 지질연구소의 발표도 있었다. 일본 기상청도 “여진 발생 횟수는 점점 줄었고, 규모 7.0 이상의 큰 여진이 발생할 확률이 낮아지긴 했지만, 앞으로도 강한 여진이 일어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5월 말부터는 모든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어서 올여름 전력 대란도 겹칠 전망이다. 일본에는 모두 54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이 가운데 니가타현에 있는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 6호기가 26일 새벽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홋카이도에 있는 도마리 원전 3호기가 5월 말 정기검사를 위해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어서 일본은 ‘원전 제로’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가 밝힌 올여름 전력수급 예상치에 따르면 다른 원전의 재가동 없이 지난해와 같은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면 전국적으로 10%, 수도권에서만 13% 정도 전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시론] 유산 상속을 마다하는 나라/황규호 언론인

    [시론] 유산 상속을 마다하는 나라/황규호 언론인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합수머리가 그리 멀지 않은 경기도 북쪽 파주시 변두리로 나앉은 지가 10여년이다. 산은 아니고, 더구나 들판도 아닌 비산비야(非山非野)의 야트막한 구릉지대에 달랑 올라선 아파트가 조금은 을씨년스러웠다. 그러나 신도시로 개발한다는 들뜬 풍문에 떠밀려 그냥 붙박이로 눌러앉아 산다. 이사 온 이후 얼마가 지났을까, 구릉지대 여기저기 사람들이 달라붙었다. 신도시 개발에 따른 공사현장일 것이라는 얼뜬 짐작이 들었다. 인적이 매달린 자리가 실은 고고유물이 묻혔을 포장지(包裝地)를 건설공사에 앞서 미리 찾아내는 이른바 구제발굴(救濟發掘) 현장이라는 사실은 한참 뒤에 알았다. 그런데 어느 해 해외여행에서 만나 통성명을 했던 프랑스의 저명한 고고학자 앙리 드 룸니 교수가 파주 발굴현장을 들른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를 만나고도 싶었고, 이웃한 발굴현장을 돌아보겠다는 욕심에서 한달음에 달려갔다. ‘파주 운정 1지구 34~36지점’이라는 현장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웬일인가. 발굴 구덩이에는 자갈밭 두렁을 마구 파헤친 것처럼 무수한 돌멩이가 무더기로 나뒹굴었다. 멀쩡한 돌멩이보다는 조각난 돌멩이가 더 많았고, 그 속에는 손질 흔적이 뚜렷한 돌연모(석기)가 사이사이에 박혀 있었다. 구석기문화의 꽃으로 일컫는 주먹도끼와 가로날도끼를 비롯한 여러낯돌연모(多面核石器)와 격지에 이어 찍개와 몸돌 따위의 돌연모가 난전을 이루었다. 이 지역은 대륙성과 온대성 기후의 편차가 섭씨 30도를 넘나들 만큼 추위와 더위가 아주 혹독하다. 이 같은 기후 불순 현상을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흙구덩 속에서 돌연모를 골라낸 전공자들의 눈썰미를 찬탄할 수밖에 없었다. 땅을 파는 여러 직업군 가운데 고고학자를 가리켜 지식을 캐는 사람들이라고 말한 ‘문명 이야기’의 저자 월 듀란트의 명언이 새삼 떠올랐다. 현장을 참관한 앙리 드 룸리 교수도 광산업자가 캐낸 금붙이보다 운정 지구에서 나온 돌연모를 더 소중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어떻든 프랑스에서 온 노고고학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여 감탄했고, 꼭 보존되어야 할 유적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가 오래전에 발굴한 프랑스 남쪽의 미항(美港) 니스 시(市) 카르노 가(街)의 구석기 유적은 박물관 안에 고스란히 보존되었다. 그래서 파주 운정 지구 유적에 더욱 애착이 갔던 모양이다. 몇 해 전 겨울, 테라아마타 유적을 찾았을 때 현지에서 귀담아들었던 에피소드를 아직 생생히 기억한다. ‘사랑받았던 땅’을 뜻하는 테라아마타에서 구석기 유적이 드러나자, ‘니스의 아침’이라는 이름의 지역신문 ‘니스 마탱’이 이를 크게 보도하고 유적 보존을 들고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기사가 보도되었을 무렵, 테라아마타에서는 아파트 공사를 위한 터파기가 한창이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유적 보존을 주장한 니스 마탱 기자의 아들이 아파트 건설업자였다. 이는 결국 시민 논쟁으로 번졌지만, 니스 시가 뛰어들어 보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파트 완공 뒤 니스 시가 1, 2층 일부를 사들여 전시공간을 마련한다는 조건이었다. 약속은 이루어져, 유적에서 드러난 지층은 경화(硬化) 처리를 거쳐 출토유물과 함께 아파트에 새살림을 차린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이렇듯 대단한 문화유산 지킴이들을 보노라면, 문화를 사랑하는 국민성이 묻어난다. 지난 2007년부터 4개 전문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5년여에 걸쳐 발굴한 파주 신도시 유적은 아파트 숲이 다 깔아뭉갰으니, 더 할 말이 없다. 자그마치 8000여점에 이르는 발굴 유물은 곧 국가로 귀속되어 수장고 속에 갇힐 판이다. 테라아마타 박물관에 몰려와 재잘대던 니스 아이들과 딴판으로 살아갈 우리네 귀염둥이들이 딱하다. 라스코 동굴을 찾는 실마리를 제공했던 프랑스 아이들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인류가 진화할 씨앗과 문명 포자(胞子)를 뿌린 파주 구석기인의 유산을 상속할 주체가 없단 말인가. 설익은 국격(國格)이 어설프다.
  • [관가 포커스] 정부청사 금연건물 맞아?

    “담배 연기 때문에 업무에 집중이 안 됩니다. 금연건물이면 뭐합니까. 지키지도 않고 단속도 거의 안 하는데….” 행정안전부, 통일부, 총리실 등이 입주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의 비흡연 공무원들이 담배로 인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중앙청사를 비롯한 모든 정부 청사와 지방자치단체 청사는 2010년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완전 금연건물’로 지정됐으나 흡연자들의 ‘끽연권’ 주장에 눌려 유명무실해졌다. 중앙청사의 경우 흡연 공무원들의 끽연권 보장을 위해 1층 외부 구역과 20층 옥상을 흡연구역으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애연가들은 청사 양측 비상계단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어 연기가 비상계단과 인접한 사무실로 스며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비상계단 인근 사무실 직원들은 출입문에 “담배 냄새가 심하니 출입문을 꼭 닫아 달라.”는 내용의 협조문을 붙이기에 이르렀다. 행안부 한 사무관은 “정부 에너지 절약 방침으로 여름에는 더위와, 겨울에는 추위와 싸워야 하는데 담배연기 때문에 여름에는 창문조차 활짝 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에는 춥다는 이유로 흡연자들이 건물 내부에서 담배를 피우는 바람에 담배 연기가 사무실로 빨려들어와 고통이 심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사무관은 “옆자리에 골초 동료가 있어 괴롭다.”면서 “정부청사가 안 지키는데 일반 건물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감종훈 정부청사관리소장은 “매일 흡연 지도를 하고 있지만, 솔직히 한계가 있다.”면서 “실질적인 금연 건물이 되도록 민간이나 해외의 우수 사례 등을 연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감추어진 삶과 현실에 대한 따뜻한 성찰

    시인 이시영이 5년 만에 펴낸 시집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는 제목만으로는 박노해 식의 뜨겁고 거친 시어를 토해 낼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순(耳順)을 넘긴 시인은 천지만물의 이치를 통달해 듣는 대로 모두 이해하는 듯 물 흐르듯이, 때론 압축적으로, 때론 여백을 잔뜩 남긴 시를 풀어놓는다. 생로병사 우주의 이치 때문에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하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노모 생각에 가슴이 싸하기도 하다. 2010년 1월에 구제역으로 죽은 암소와 송아지를 기억하고, 2009년 1월 새까맣게 타버린 채 발견된 용산재개발지역의 세입자들과 2008년 유모차 시위를 벌인 젊은 엄마들에 대한 기억이 딱딱한 기사체가 아니라 문학적 문체로 다가왔다. 타는 듯한 더위에 뒤덮인 중동 가자지구의 일상적인 폭력과 북극 툰드라에서 봄을 기다리는 북극곰과 새끼의 목마름, 아이티의 독재자 뒤발리에에 대한 회상까지, 대한민국에서 이시영 시인은 독자들에게 지구를 한 바퀴 뺑 돌려 구경시킨다. 문학평론가 이숭원은 이 신작 시집을 두고 “1994년 ‘무늬’ 이후 이어진 짧고 압축된 서정시의 흐름, 2003년 ‘은빛 호각’ 이후 전개된 시대와 인물에 대한 회상 시편, 2007년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에서 선보인 책이나 신문기사를 재구성한 시편 등 다양한 양식적 실험이 종합돼 있다.”고 평했다. 만인보가 살짝 떠오를 뻔한 인물에 대한 회상시를 접하고, 장난 삼아 누가 등장했나 읽어나가며 적어 보기 시작했더니, 상당하다. (김)용택 시인, 도종환 시인, 송기원 소설가와 그의 법명 공릉 스님, (이)용악 시인, 정치인 김상현, 김남조 시인, 문익환 목사와 부인 박 장로, 노향림 시인, 권정생 동화작가…다 적을 수가 없다. 시 속에서 이런 이름을 찾는 것은 소풍날 보물찾기하는 것 같은 묘미가 있다. ‘누군가 내 생을 다 살아버렸다는 느낌! (중략)…잘 구르지 않는 수레에 시커먼 연탄 같은 것을 싣고 가파른 언덕길을 죽어라 밀고 왔다는 느낌뿐. 그런데 코 밑에 연탄가루 잔뜩 묻은 그것을 생이라 부를 수 있을까.’라고 63세 시인이 묻고 있다. 1949년에 태어난 시인이나 1980년대나 1990년대에 태어나 한국에서 살아가는 20·30대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시인은 우리에게 이렇게 투덜댄다. ‘전투하듯이 걷고 전쟁하듯이 밥 먹고 오로지 일밖에 모르는 나라의 행복지수가 몇 위인지나 알아? 조사대상 178위 중 103위야.’ 시보다는 감추어진 세계의 진실을 드러내는 게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시인은 기자보다 훨씬 명징하게 세상을 읽고 기록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35년째… ‘더위 먹은 지구’

    지구 평균 온도가 지난 1976년 이후 35년 동안 해마다 평균치를 웃돌았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지구가 계속 뜨거워지는 것이다.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국립기후자료센터(NCDC)가 측정한 지난해 육지와 바다를 합한 지구의 표면 평균 온도는 섭씨 14.41도로 조사됐다. 20세기(1901~2000년) 지구 평균 온도인 섭씨 13.9도보다 0.51도 높았다. 지난해는 지구 표면 온도에 대한 집계가 시작된 1880년 이래 11번째로 높은 해로 기록됐다. 특히 지난해 육지 표면 온도는 섭씨 9.33도로 20세기 평균인 8.5도보다 0.83도 높았다. 역대 8번째다. 바다 표면 온도는 섭씨 16.49도로 평균치인 16.1도를 0.39도나 올랐다. 지구 표면 온도는 1976년이 20세기 평균에 비해 0.09도 낮은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높아졌다. 무려 35년째다. 21세기로 접어든 이후 지구 표면은 점점 달궈지고 있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든 해가 역사상 ‘더운 해’ 상위 13위권 안에 들었다. 2005년과 2010년은 평균보다 섭씨 0.64도나 높아 역대 가장 더웠다. 20세기의 100년 가운데 지난해보다 더웠던 해는 1998년 한 해밖에 없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일본산 ‘강철 스트로크’ 호주오픈 강타

    107년 역사의 테니스대회 호주오픈의 올해 최대 이변은 22세 일본인 청년 니시코리 게이(세계 26위)의 오른팔에서 나왔다. 일본 선수로는 80년 만에 8강에 진출해 아시아 남자 최초의 단식 제패 가능성을 열어젖힌 것이다. 지난 23일 멜버른파크의 하이센스아레나 코트. 니시코리는 대회 8일째 남자단식 16강전에서 조 윌프리드 총가(6위·프랑스)를 3시간 30분의 접전 끝에 3-2(2-6 6-2 6-1 3-6 6-3)로 꺾었다. 일본 선수가 대회 8강에 오른 건 1932년 누노이 료스키, 사토 지로 이후 처음이다. 메이저대회를 통틀어 단식 8강에 진출한 것도 1995년 윔블던의 마쓰오카 슈조 이후 17년 만이다. 13세에 미국 플로리다주로 떠난 니시코리는 19세이던 2008년 2월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 정상에 오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해 US오픈 16강에 올랐고, 지난해 11월 ATP투어 대회에서는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꺾기도 했다. 키 178㎝의 단단한 체구에서 뿜어내는 오른손 스트로크가 일품이다. 25일 8강전 상대는 앤디 머리(4위·영국). 관건은 하루 동안 얼마나 체력을 회복하느냐다. 니시코리는 섭씨 34도의 더위 속에서 총가를 3시간 30분이나 상대했지만 머리는 미하일 쿠쿠시킨(92위·카자흐스탄)을 불과 49분 만에 돌려세웠다. 그러나 니시코리는 “여자부의 (프랑스오픈 챔피언) 리나(중국)처럼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니시코리는 다테 기미코 크룸(42·일본)과 짝을 맞춘 혼합복식에서는 3회전 진출에 실패했다. 다니엘 브라치알리-로베르타 빈치(이상 이탈리아)에 0-2(3-6 6<6>-7)로 졌다. 한편 여자부의 ‘디펜딩 챔피언’ 킴 클레이스터르스(벨기에)는 24일 8강전에서 캐롤라인 워즈니아키(1위·덴마크)를 2-0(6-3 7-6<4>)으로 완파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경기 전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56·미국)로부터 “진정한 1위가 아니다.”라는 혹평을 받은 워즈니아키는 다음 주 발표되는 세계 랭킹에서 2010년 2월 이후 유지해 온 세계 1위 자리를 내놓게 됐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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