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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흘려보낸 2시간 20분… 내부에 로프라도 연결했다면

    흘려보낸 2시간 20분… 내부에 로프라도 연결했다면

    ⑥ 과도한 증축과 화물 적재 제대로 고정 안 한 화물… 급선회에 우당탕 쓰러져 세월호 침몰 사고를 막을 수 없었던 이유들 가운데 과도한 증축과 잘못된 화물 적재 방식을 빼놓을 수 없다. 세월호는 1157t의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 박스와 차량 180대를 실었으나 인천항 운항 관리실에는 이보다 적은 일반 화물 657t과 차량 150대가 실렸다는 가짜 보고서가 제출됐다. 적재량을 의도적으로 줄였다는 점에서 실제로 추가 적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세월호는 또 적재된 화물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았다. 세월호에 타고 있던 한 트레일러 기사는 20t가량의 대형 철제 탱크가 실린 트레일러 3대가 여객의 급회전으로 쓰러졌다고 증언했다. 적재된 화물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에는 장거리 외항 선박들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로딩 마스터’가 없었다. 로딩마스터는 화물을 선적할 때 좌우 균형을 맞춰 자동으로 위치를 정해주는 프로그램으로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과도한 증축도 문제였다. 1994년 일본에서 5997t으로 진수된 세월호는 2012년 국내로 들어오면서 5층을 증축하고 239t 분량의 객실을 추가했다. 수직 증축은 선체가 흔들리다가 원 상태로 돌아오는 ‘오뚝이’와 같은 회복력을 떨어지게 만든다. ⑦ 무심한 해상 날씨 사고 다음날 거센 비·바람… 구조대 수색 작업 걸림돌 세월호가 출항한 지난 15~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는 운항 루트에 별다른 기상악화는 없었다.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 앞바다 사고 해역인 병풍도 날씨 역시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사고 다음 날인 17일부터 비바람이 거세지면서 발생했다. 흐린 날씨 탓에 탁한 시야 등은 구조대의 수색작업을 방해했다. 게다가 정부가 민·관·군의 지휘체계를 일원화하는 등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구조작업은 더욱 난항을 겪었다. 거센 조류도 한몫했다. 사고가 발생한 시점은 물살이 세고 조석간만의 차가 큰 시기인 ‘대조기’(4월 15~18일)였다. 이 시기에 사고 해역인 맹골수도의 최대 유속은 시간당 8㎞ 이상이다. 맹골수도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물살이 거센 곳이기도 하다. 조류가 약한 ‘정조’(밀물과 썰물이 교차해 조류가 약해지는 시간대)는 하루 네 번. 구조 작업을 위해 잠수요원들이 정조 때에 맞춰 투입됐지만, 펄이 많은 탓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 구조활동이 한창 이뤄졌어야 할 17일 오전 10시 사고 해역의 바람은 초속 8.9m로 나무가 흔들리는 정도였다. 수온 역시 12도 안팎으로 가만히 있어도 통증을 느낄 수 있어 물에 빠진 승객들의 저체온증이 염려됐다. 낮은 수온은 수색작업을 하는 구조대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⑧ 잘못된 첫 신고 제주 VTS로 사고 신고… ‘골든타임 11분’ 허비해 사고가 발생한 16일 세월호의 첫 신고는 80㎞ 떨어진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로 접수됐다. 세월호 사고 지점은 가까운 전남 진도 VTS로 신고해 조치를 받아야 했지만 승무원의 안이한 대응으로 승객을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 11분을 허비했다. 검·경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세월호는 사고가 발생하자 지난 16일 오전 8시 55분 교신채널 ‘12번’을 통해 제주 VTS에 신고를 했다. 세월호는 진도 지역을 지날 때 교신 채널을 ‘67번’인 진도 VTS로 맞춰야 했지만 미리 목적지인 제주 VTS로 맞춰 놓고 운항한 것이다. 사고가 나자 교신을 맡은 선임급 항해사가 채널을 변경하지 않아 신고가 제주 VTS로 가게 됐다. 결국 11분이 지난 오전 9시 6분 진도 VTS는 세월호의 침몰 사실을 확인하고 교신을 했다. 또한 구조 신고 당시 일반주파수를 사용하지 않은 점도 문제였다. 해상 통신은 일방 통신으로 단거리 근접 통신망(VHF)을 사용하는데 일반주파수인 ‘16번’을 제외하면 다른 선박들은 교신 내용을 들을 수 없다. 합수부 한 관계자는 “구조 교신을 할 때는 주변 선박 등이 모두 들을 수 있도록 일반주파수 16번을 사용해야 하는데 세월호는 이를 어겼다”고 지적했다. ⑨ 때 놓친 탈출명령 침몰 직전에도 “선내 대기”… 승객 탈출 기회 날려버려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은 침몰 위기 상황에서 승객들을 내버려둔 채 ‘나홀로’ 탈출을 했다. 사고 직후 세월호 주변에는 민간 어선들이 대거 모여 있는 상태여서 선장과 승무원이 도망가지 않고 제때 탈출 명령만 내렸더라면 지금과 같은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해경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8시 58분 전남 목포해양경찰청 상황실에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17㎞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주변에 있던 민간 어선 수십 척에 무전으로 구조활동을 요청했다. 민간 어선 40여척과 해경 경비정, 헬기 등이 세월호 주변에서 구조활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가 이미 심하게 기울어 침몰하기 직전인 상황이었는데도 여객선 주변 해상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선장과 승무원이 탈출한 뒤 한참이 지난 오전 10시 15분까지도 선내방송을 통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선내에 대기하라는 말 외에 별도의 대피 명령이 없었다. 세월호는 신고가 접수된 지 2시간 20여분 만인 오전 11시 20분 뒤집힌 채 침몰했다. 선장과 승무원이 탈출한 오전 9시 37분에 승객들에게 탈출 명령만 내렸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구조됐을 것이라는 주장이 안타까움을 더한다. ⑩우왕좌왕 초동 대처 정부 어리바리 현장 지휘… 선체 내부인원 구조 못해 세월호 침몰 참사는 승객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배를 탈출한 선장과 승무원들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구조 활동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정부의 초동 대처도 문제로 지적된다. 선박 침몰 사고는 승객을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가장 중요한데 신속한 초기 구조활동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재난 전문가들은 해난 사고에 능숙한 전문가가 일사불란하게 현장을 지휘했더라면 인명 피해를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 구조선과 선박, 헬기 등이 많았지만 선체 외부 인원의 구조활동에 급급해 선체 내부에 있는 인원에 대한 구조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지기 전에 선체 내부에 진입해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여객선 침몰 사고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장비와 인원도 부족했고, 세월호가 침몰하는 것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아울러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에 여객선 곳곳에 긴 로프를 연결해 놓았다면 침몰한 뒤 구조와 수색도 좀 더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사고가 발생하고 침몰하기까지 2시간 20분 동안의 시간을 밀도 있게 활용하지 못해 더 많은 인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 [오늘의 눈] 신데렐라법에 대한 단상/백민경 국제부 기자

    [오늘의 눈] 신데렐라법에 대한 단상/백민경 국제부 기자

    온 국민의 눈이 진도발 세월호 여객선 대형참사에 쏠려 있는 동안, 채 피지도 못한 어린 꽃송이 때문에 또 한번 가슴 칠 일이 생겼다. 의붓딸을 발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법정에 섰던 칠곡 계모와 친부가 지난 18일 “형량이 많다”며 항소를 제기한 까닭이다. 얼굴, 등, 팔, 다리 할 것 없이 피멍으로 물들고 장까지 파열된 그 아이. 새엄마가 생겼다며 좋다고 하던 그 아이. 고작 여덟 살이었다. 동생이 맞아 죽는 현장을 지켜보고 계모의 강요에 ‘자신이 죽였노라’ 벌벌 떨며 거짓 자백을 했던 큰언니는 열세 살이었다. 60년, 70년 창창한 인생이 남은 어린 것들의 인생을 짓밟아놓고 고작 3년, 10년이 길다고 항소한 것이다. 가뜩이나 솜방망이 처벌로 비난이 뜨거운 상황에서 다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외국과는 너무나 다른 관대한 처분에, 자식이 죽은 상황에도 계모를 감싸던 친부의 행태에, 구치소에서 편히 자고 잘 먹는 계모의 모습에…. 외국은 어떨까. 영국은 신체적 학대를 비롯해 이제 감정적 학대까지 처벌하려고 추진 중이다. 계모의 미움을 받는 동화 속 주인공 신데렐라에서 이름을 딴 이른바 ‘신데렐라법’을 도입해서 아이들을 방치하거나 아이들에게 오랜 기간 사랑을 주지 않아 그들의 정서 발달에 해를 끼쳤다고 여겨지는 행위 등을 처벌하려고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가정마다 폐쇄회로(CC)TV를 달 것인지, 집마다 다른 양육스타일을 학대와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 등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물증 없이 단지 아이들이 유일한 증인인 상황에서 그 말을 100% 신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피곤한 아버지의 차가운 말 한마디에 상처받아 “우리 아빠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때 그 복합적인 감정을 잘 구별해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고 일부 외신들은 보도했다. 또 어떤 부모들은 단지 감정표현에 서투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개인적인 비극이긴 하지만 불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항적인 아이의 거짓말이나 어린 나이라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지 못한 데에서 나오는 주장을 어떻게 골라낼 수 있겠냐는 뜻이다. 그러나 과도한 인권 침해이자 사생활 침해라고 하기엔 부모의 무관심과 방치로 고통받는 이들이 너무 많다. 어른의 보호가 절실한 아동에게 있어 지나친 무관심은 학대가 맞다. 때문에 불의에 대항할 수 없는 약하디약한 아동에 대한 범죄는 다소 지나치리만큼 엄히 판단 기준을 정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총 97명의 아동이 맞고 방구석에 버려진 채 학대로 세상을 떠났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신데렐라법을 향후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면서 “법 제정 후 주관적인 판단 부분은 차차 기준을 정해 나가면 된다”고 조언했다. 동화 속 신데렐라는 계모의 구박에도 결국 행복하게 오래오래 산다. 그러나 나는 그런 신데렐라를 보고 싶지 않다. 그저 새엄마의 학대를 받는 신데렐라들을 현실에서 보지 않기를 바란다. 영국만큼은 아니어도 최소한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한 엄격하고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처벌과 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다. 향후 ‘사악한’ 계모와 ‘나쁜’ 아버지가 어떻게 처벌되는지 지켜볼 것이다. white@seoul.co.kr
  • [세월호 침몰 참사-엉터리 선사·운항관리] 사고 보름전 조타기 ‘전원 접속불량’ 알고도 출항시켰나

    [세월호 침몰 참사-엉터리 선사·운항관리] 사고 보름전 조타기 ‘전원 접속불량’ 알고도 출항시켰나

    대검찰청은 20일 “이번과 같은 참사는 결국 선박회사와 선주의 회사 경영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검경합동수사본부와 별도로 수사에 착수하도록 인천지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인천지검은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이날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최대 주주인 유모씨 등 2명과 청해진해운 김한식(72) 대표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청해진해운은 조선업체인 천해지가 소유하는 구조로 돼 있다. 천해지는 1980년대 한강 유람선을 운영했던 ㈜세모의 조선사업부를 인수해 만든 회사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조치는 이번 참사가 결국 선박회사와 선주의 회사경영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회사와 선주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해진해운은 2∼3년마다 해상사고를 일으키는 등 총체적인 부실 운영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데모크라시5호(396t)는 2009년 10월 인천 옹진군 덕적도 인근에서 엔진 고장을 일으켜 3시간 늦게 목적지에 도착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 백령도로 가다 7.93t급 어선과 충돌, 승객 141명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오하마나호(6322t급)는 지난해 2월 옹진군 대이작도 인근에서 표류해 6시간 늦게 인천에 입항했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은 대처가 이번 대참사로 이어졌다. 청해진해운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선원 안전교육에 54만 1000원을 썼다. 광고비(2억 3000만원), 접대비(6060만원)에 견줘 초라하다. 전문가들은 항로 급선회만으로 배가 쉽게 넘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화물기사들은 “갑작스러운 태풍주의보로 심하게 흔들려 침대에서 떨어졌을 때도 화물은 멀쩡했다”며 “세월호 사고 때 화물차량이나 컨테이너 결박이 허술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엔 차량 180대가 실려 한도 150대를 웃돌았다. 화물기사 정모(45)씨는 “4.5t 화물차량 짐칸에 보통 20t의 화물을 싣는다”고 말했다. 결박을 엉터리로 했다는 의혹은 출항 당일에도 드러난다. 항해사가 최소한 15분 전 결박 상태 점검을 마쳐야 하지만 직전까지 차량을 실었다. 짙은 안개로 출항이 2시간이나 지연됐는데도 근무시간표를 수정하지 않아 위험 구간인 맹골도~송도에서 1등 항해사 대신 3등 항해사 박모(25·여)씨가 운항을 맡게 한 것도 문제다. 이날 막 사리(15일)를 지난 데다 썰물 때와 맞물려 물살이 더 거셌다. 박씨는 조타수에게 방향 전환을 지시했다. 병풍도를 끼고 제주를 향해 뱃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변침점(變針點)이라 방향을 바꿔야 하는 곳이다. 조타수는 “평소대로 키를 돌렸지만 많이, 빨리 돌아갔다”고 말했다. 왜인지 회전 각도가 크게 꺾이면서 배를 한쪽으로 쏠리게 했으리라는 추정을 뒷받침한다. 중간수사 결과 실제 세월호는 보통 5도 이내인 것과 크게 동떨어진 115도를 회전했다. 박씨는 제주에서 인천으로 올라갈 땐 여러 차례 운항했지만 내려가기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조타기는 사고 보름 전 이미 이상을 보였다. 청해진해운은 지난 1일 전원 접속불량 수리 신청서를 작성했지만 수리를 끝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1994년 5997t으로 진수된 뒤 589t에 해당하는 시설물을 증설한 이후 2012년 수입된 세월호는 다시 5층 증축과 더불어 239t 분량의 객실을 추가했다. 선박 상단에 무게가 쌓이면 무게중심도 올라간다. 특히 수직 증축을 하면 무게중심은 더 올라갈 수 있다. 원상회복 능력을 한층 떨어뜨렸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구명벌(라이프래프트)이나 구명정(라이프보트)을 작동할 수 없었던 것 또한 불합리한 운영을 보여 준다. 지난 5년간 5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자 상당수 선박들은 작동 레버를 아예 더욱 풀기 어렵도록 쇠줄로 묶거나 잠금장치를 설치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구명벌은 캡슐 모양이라 승객들이 겉으로 봐서 분간조차 쉽지 않다”면서 “결국 키를 쥐고 있는 승무원들이 구명벌과 구명정을 작동시켜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대형 사고로 이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생존자 증언도 잇따랐다. A씨는 “구명벌이 단단한 쇠줄로 묶여 있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해진해운 쪽 말은 달랐다. 김재범 기획관리부장은 “구명벌은 밧줄로 묶여 있었다”면서 “안전핀을 뽑으면 자동으로 펼쳐지게 돼 있는 구조”라고 밝혔다. 구명벌이 물속에서도 펼쳐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배가 거꾸로 전복되다 보니 눌려져서 펴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해경 측은 구명보트는 쇠줄(와이어)로 묶어 놓으며, 구명벌도 본체는 쇠줄로 고정시키고 끝 부분만 밧물로 묶어 놓는다고 설명한다. 구명벌은 원통 모양으로 비상상황 때 바다에 던지면 저절로 펼쳐지게 돼 있다. 선박이 전복돼 물속에 5m 정도 들어가도 자동으로 펼쳐진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제정한 규정에는 승선 정원의 2배에 달하는 인원을 태울 수 있는 구명벌을 배 양쪽에 갖춰 놓도록 돼 있다. 세월호에는 개당 15명이 탈 수 있는 하얀색 구명벌 42개가 갑판 좌우에 비치돼 있었다. IMO 규정에는 미치지 못해도 630명을 태울 수 있어 탑승 인원 476명이 모두 대피하는 데 충분한 규모였다. 하지만 세월호가 침몰되는 순간 펼쳐진 구명벌은 2개에 불과했다. 구명벌은 모두 일본산으로 1994년 5월 제작됐으며, 지난해 정기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와 함께 선박이 침몰 위기에 놓였을 때 승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구명정 4대도 갑판에 설치돼 있었다. 대당 25명까지 탑승이 가능하지만 한 대도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는 구명벌·구명정 작동 레버의 잠금 장치나 밧줄 등을 승무원들이 풀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배의 구조를 잘 알고 있는 선박직 승무원 15명 전원이 사고 초기에 탈출한 점으로 미뤄 설득력을 갖는다. 승객들이 당황한 상황에서 구명벌·구명정을 스스로 작동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서비스직 승무원(14명) 대부분은 배에 남아 승객 탈출을 도왔지만 잠금장치를 푸는 방법을 몰랐을 개연성이 크다. 결국 청해진해운은 평소엔 물론 사고 당일도 승객 안전에 눈을 감은 채 세월만 보내다 참사를 부르고 말았다. 인천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목포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글로벌 시대] 철저한 여행안전시스템 구축 시급하다/장병권 호원대 호텔관광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철저한 여행안전시스템 구축 시급하다/장병권 호원대 호텔관광학부 교수

    1994년 성수대교가 붕괴되어 등교하던 여고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지 20년 만에 이번에는 바다에서 안산시 단원고 수학여행단 325명을 포함해 총 476명이 탑승했던 세월호가 침몰했다. 극심한 안개 속에서 무리한 급선회로 인해 침몰하는 어처구니없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도 문제지만, 조난 신고 후 컨트롤 타워를 중심으로 신속한 구조활동을 전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것은 더 심각한 일이다. 탑승자 중 174명만 구조되고 나머지 302명은 사망 또는 실종됐으나, 이들을 구출해야 할 위치에 있었던 선장과 항해사, 기관사 등 선박직 선원 15명은 전원 탈출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아직도 고객의 생명은 제쳐 두고 직원 자신들의 안위만 신경 쓰는 기업이 있다니, 이게 과연 21세기형 선진한국의 모습인가 의문이다. 국민들이 종전처럼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애도에서 그치지 않고 크게 분노한 것은 이번 참사를 생생히 지켜보면서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신뢰의 붕괴’이다. 앞으로 내 아들딸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구한테 그 안전을 의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국민들은 답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에 5명 정도의 외국인도 탑승하였고 그중 일부가 실종돼 국제적 뉴스거리가 되면서 한국관광의 국제적 신인도(信認度)도 땅으로 떨어졌을 게다. 또한 최근에 나타난 사고들의 특징을 보면, 국민들의 자유시간 영역이 큰 위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주5일 근무제 및 수업제가 정착되고 휴가분산제, 대체휴일제 등 국민의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자유시간 제도가 확대되고 있는데, 유독 대형 사고가 즐겁고 행복해야 될 자유시간대에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의 항공사고, 올 2월 경주 리조트에서의 체육관 붕괴사고, 고속도로 버스대열 운행으로 인한 연쇄 추돌사고 등은 귀책사유도 없는 여행자들에게 희생만 강요했던 대표적 사례들이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즐겁게 여행할 수 있도록 공적 여행안전 서비스를 좀 더 확실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학여행 등 단체여행을 잘 보낼 수 있도록 교통, 숙박, 음식 등의 핵심 요소에 대한 상시 안전점검이 실시돼야 한다. 더는 침몰, 추락, 추돌 등으로 인해 귀한 생명을 앗아가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또 사고수습과 향후 대책 마련에 있어서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편의지향적 ‘대충대충형’ 문화도 속히 청산하고 과학적이며 데이터 분석에 입각한 ‘철두철미형’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선장과 항해사의 조종 미숙이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넓게 보면 정부나 기업, 그리고 사회 지도층들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평상시 안전운행 관리나 재난극복 훈련을 더 철저히 했어야 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은 물론 종사원들의 고객보호 의무를 강화하고 안전지향적 생활문화와 교육을 강화했어야 했다. 이번 참사를 보고 뼈저리게 느꼈지만, 대형 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국민의 자유시간을 온전히 보호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 그리고 민관협력을 통한 체계적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제 국내 여행 시 ‘여행의 즐거움’에 앞서 ‘여행의 안전’이 더 기본적 가치가 되었으면 좋겠다. 관광정책 당국과 업계부터 안전 사각지대와 취약요소를 먼저 발본색원하고, 국민의 자유시간이 잘 보호되도록 제도 개선을 주도해야 한다. 더는 국민들의 자유시간에 행복은커녕 슬픔을 주지는 말자.
  • [세월호 침몰 참사-엉터리 위기관리 시스템] 재난 비전문가가 중대본 지휘… 안행부·해수부도 ‘제각각’

    [세월호 침몰 참사-엉터리 위기관리 시스템] 재난 비전문가가 중대본 지휘… 안행부·해수부도 ‘제각각’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면 의사당에 배달된 우편물에서 의심스러운 흰가루가 유출되는 장면이 나온다. 안전요원들은 현장 주변의 인물들을 모두 격리시키고 의사당을 폐쇄한다. 이 모든 게 매뉴얼에 따라 결재 없이 즉각 진행된다. 현직 부통령조차 아무 소리 못하고 사무실에 하루종일 갇혀 있는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현장 책임자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사고 지휘 시스템’(ICS). 주관부처 장관은 현장 책임자가 제 역할을 하도록 연락·예산·공보 등 후방 지원만 한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부터 공식적인 총괄조정기구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모든 것을 지휘할 역량도 안 되고, 그렇다고 현장을 제대로 지원하지도 못하며 한계를 드러냈다. 국가재난 대응을 맡은 안전행정부와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 사이에 역할 구분이 불분명하고 책임소재도 명확하지 않은 데다 협력·공유마저도 제대로 안 됐다. 구조 현장에서는 각종 현황 파악에서 잦은 오류가 발생했고 정보를 공유하는 데 혼선을 빚었으며, 이 때문에 모든 조치에서 늑장 대응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최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재난 상황에서 부처 간 업무 협조가 잘 안 된다는 응답이 33.4%나 됐다. 그 원인으로는 우선 ‘기관 간 역할 및 책임 불명확’이 38.5%라고 꼽았다. 이어 ‘불명확한 추진 주체(컨트롤타워)’가 23.1%였다. 시스템의 문제인 것이다. 현행법상 중대본을 이끌어야 할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물론 안행부 안전관리본부 간부 상당수 역시 재난안전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 행정직이다. 양기근 원광대 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중대본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비(非)전문가가 현장을 지휘하는 꼴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건의 모든 정보는 현장에 있고, 이를 정확히 가려내고 판단하는 게 최종 책임자의 역할”이라면서 “전문가가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행법에서 사회재난은 ‘심각상태’ 이전에는 주관부처에서 직접 대응하고 안행부는 통합·지원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심각상태 이후에는 안행부에서 중대본을 가동해 총괄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사고 당일 주관부처인 해수부는 아무런 역할을 못했고, 심각상태 이후 가동돼야 하는 중대본이 가동됐다. 비상대응체제 초반부터 규정 위반인 셈이다. 그러나 심각상태임에도 중대본은 상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낙관적인 발표로 일관했다. 앞뒤가 맞질 않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안행부가 강 장관 취임 후 첫 대형 재난 상황에서 존재 이유를 부각시키려고 서둘러 중대본을 가동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안행부는 정부조직개편을 통해 재난안전관리를 총괄하는 부처로 권한이 대폭 확대됐지만 그 내부에서 안전관리는 여전히 뒷전에 있다. 정지범 한국행정연구원 행정관리연구부장은 “재난관리 담당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가장 바라는 게 무엇인지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가장 많이 대답한 게 ‘다른 분야로 전출시켜 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20여년간 국가재난을 연구해 온 한 전문가는 “현재 재난 대응 총괄기구인 중대본이 다른 관련 부처나 현장 관계자에게 자료를 요구해도 협조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차라리 중대본 위상을 총리급으로 격상시켜 체계적인 조정 능력을 발휘하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역시 “전 부처를 관장할 수 있는 국가위기관리위원회와 같은 독립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세월호 침몰 참사-엉터리 위기관리 시스템] ‘국민안전’ 국정기조 심각한 난맥상

    [세월호 침몰 참사-엉터리 위기관리 시스템] ‘국민안전’ 국정기조 심각한 난맥상

    박근혜 정부가 ‘국민 안전’을 주요 국정목표로 출범했으나 재난에 대한 예측성과 선제적 준비에 대한 부족으로 ‘예기치 않은 사고’에 속수무책 당하면서 ‘국정 지표’가 무색해지는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근혜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편해 국민안전을 담당하는 총괄조정 부처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면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대폭 개정해 지난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통합 재난대응 시스템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중심으로 구축하고 본부장을 맡는 안행부 장관이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지휘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 지휘권을 강화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 과정에서 중대본은 정보 공유 부재와 각 부처 간 혼선을 통제하지 못하면서 컨트롤타워로서 역량 부족을 드러냈다. 결국 17일 정홍원 총리를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의 대책본부가 구성됐다. 이는 정부 스스로 정부 차원의 재난대응 시스템을 부정하는 꼴이 되면서 정부의 국정기조는 심각한 난맥상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140대 국정과제만 놓고 보아도 세월호 침몰 사고의 주관 부처가 안행부인지 국토부인지, 그것도 아니면 해수부인지 모호하다. 국정과제 83번인 ‘총체적인 국가 재난관리’는 주관 부처가 안전행정부이고 84번인 ‘항공, 해양 등 교통안전 선진화’ 항목은 주관 부처를 국토교통부로 명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난관리 방향이 정부기관 위주로 돼 있는 반면 실제 인적재난 상당수는 다중이용시설이나 선박, 공장 등 민간 부문에서 발생한다는 것도 되짚어 봐야 할 대목이다. 특히 사회가 고도화·첨단화·산업화·도시화되면서 정부 부처가 지원·협력·조정·네트워크(연계) 기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최근 정부 분위기는 장관들조차 청와대 눈치만 보며 지시만 바라본다는 지적이 많다. 현장 판단이 들어설 자리가 더 좁아진 셈이다. 양기근 원광대 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정부가 안전을 1~2년 강조한다고 곧바로 안전해지는 건 아닌 만큼 장기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예컨대 선장을 비롯한 책임자를 처벌하면 모두 해결된다는 식으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모든 부처를 관장할 수 있는 국가위기관리위원회와 같은 독립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안전 관련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원칙으로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큰 사고가 하나 있기 전에는 비슷한 원인을 가진 사고가 29번이 존재했고, 또 그전에는 300번은 위험에 노출된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즉 이번 여객선 침몰 이전에도 수십 번이나 되는 경미한 사고가 분명히 있었지만 놓쳤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안전과 환경은 규제 완화의 대상이 되선 안 된다”면서 “조그만 사고가 많이 나는 부분을 선제적으로 보고, 대형 사고를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하인리히 법칙’이란? 하인리히 법칙 무시한 세월호 침몰사고

    ‘하인리히 법칙’이란? 하인리히 법칙 무시한 세월호 침몰사고

    ‘하인리히 법칙’ ‘세월호 침몰사고’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하인리히 법칙’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하인리히 법칙’은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그와 관련한 작은 사고와 징후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법칙이다. 즉 일정 기간에 여러 차례 경고성 전조가 있지만 이를 내버려둔 결과 큰 재해가 생긴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보험사에서 근무하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통계 작업을 하다 산업재해로 중상자 1명이 나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 29명이 있었으며 역시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뻔한 아찔한 순간을 겪은 사람이 300명 있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하인리히는 이 같은 이론을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1931)이라는 책에서 소개했고 그때부터 ‘하인리히 법칙’이 됐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세월호는 여러 징후를 무시하다 참사를 빚은 ‘하인리히 법칙’의 전형적 사례로 보인다. 사고 이후 관련자의 증언을 통해 세월호에 크고 작은 징후가 여러 가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청해진해운은 사고 2주 전에 조타기 전원 접속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사가 작성한 수리신청서에는 “운항중 ‘No Voltage(전압)’ 알람이 계속 들어와 본선에서 차상 전원 복구 및 전원 리셋시키며 사용 중이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치 못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후 조타기 결함 부분에 대해 수리가 완료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조타기는 자동차로 치면 핸들 같은 역할을 한다. 세월호 조타수 조모씨는 “조타기를 돌렸는데 조타기가 평소보다 많이 돌아갔다”며 조타기 결함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세월호의 원래 선장인 신모씨의 부인은 “남편이 선박 개조 이후 여러 차례 선체 이상을 느껴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묵살됐다”고 언론에 털어놓기도 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일본에서 중고 여객선을 사들여 선실을 확대했다. 개조로 배의 중심이 높아져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 때문에 급선회했을 때 화물이 쏠리면서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결국 침몰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분석이 현재까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5월 제주항에 도착해 화물을 부리다 세월호가 10도 넘게 기운 적이 있다는 전직 선원의 증언도 보도됐다. 선원들은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 탱크나 스태빌라이저에 문제가 생겼을 것으로 보고 사측에 수리를 요청했지만 회사는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는 지난 2월 해양경찰 특별점검에서 배가 침수됐을 때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수밀문의 작동 등이 불량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주병철의 빅! 아이디어] 미국 NTSB라도 벤치마킹하자

    [주병철의 빅! 아이디어] 미국 NTSB라도 벤치마킹하자

    1997년 8월 6일의 얘기다. 대한항공 보잉 747기가 괌에서 추락한 날이다. 괌사고 특별취재팀이 꾸려져 일원으로 현지로 날아갔다. 1차 취재 대상은 탑승자의 생존 여부와 구조 상황이었다. 믿을 곳이라고는 정부가 임시로 마련한 비상대책반이 유일한 창구였다. 하지만 대책반의 정보 부재에다 언론의 조급증이 더해져 신문과 방송에서는 무리한 속보들이 잇따랐다. 구조작업이 순조롭지 않았음에도 사망자 숫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만 갔다. 사고 현장 주변에 나도는 근거 없는 얘기를 여과 없이 기사화했기 때문이었다. 유족들의 불안감도 극도로 커져 갔다. 이를 제대로 정리한 게 괌으로 파견 나온 미연방 교통안전위원회(NTSB)였다. NTSB는 사고지역 조사 착수에 앞서 유족과 언론 등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가졌다. 매일 아침·저녁 두 번 브리핑하고, 당일 구조 작업 진척 상황과 다음 날 작업 일정 등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유족들과의 일문일답도 약속했다. NTSB는 이를 지켰고, 유족들은 구조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접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후 유족들이 NTSB를 욕하거나 고함치는 일은 적어도 없었다. 덕분에 언론도 취재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무책임한 속보 경쟁이 줄어들었고, NTSB의 발표에 근거해 기사를 작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 언론들은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당시 언론들의 속보경쟁으로 사망자 숫자가 NTSB의 공식 발표와는 차이가 너무 나는 바람에 창피함을 무릅쓰고 바로잡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 얘기를 꺼낸 건 진도 여객선 침몰 대참사 때문이다. 대형 사고의 경우 원인 분석을 해보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일들이 계속 쌓여 있다가 터지는 게 대부분이다. 이번 사고 역시 이 같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허술한 사전예방 조치, 현장의 안전수칙 준수 결여, 허둥대는 사후 대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선장이 먼저 대피하고 승객들을 선실에 대기하라고 지시한 것은 누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나. 억장이 무너질 뿐이다. 더구나 사고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어설픈 사후 대응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현장을 방문한 대통령한테 유족들이 구조작업을 빨리 해달라며 울부짖고, 참다 못해 대국민 호소문까지 내는 상황을 보면 대한민국은 과연 안전한가 하는 회의에 빠져들게 된다. 당초 전원 구조됐다고 발표했다가 번복하고, 부처 간 혼선으로 자중지란이 생기는 것 등도 납득하기 어렵다.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앞으로 두 가지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안전수칙 준수는 매뉴얼 탓을 하기보다는 당사자들의 책임 의식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무엇보다 먼저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안전사각 지대를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강력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 둘째, 부처 간의 혼선을 줄이고 신속하고 일관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NTSB와 같은 독립된 기구 설립을 검토해볼 만하다. NTSB는 주요 교통사고의 원인을 조사해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독립된 미 연방 교통조사기관이다. 해안경비대가 1차 조사권을 갖는 해운 사고를 제외하고 연방 및 주정부가 실시하는 모든 종류의 교통사고 조사에서 우선권을 갖고 있다. 연방 및 주정부는 사고조사 이후 작성하는 NTSB의 보고서가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지만 이를 적극 반영해 재발 방지에 활용하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경제대국 10위권을 넘나드는 나라에서 툭하면 터지는 후진국형 사고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가정이 파탄지경에 이른다면 국가가 존립할 이유가 없다. 얼마 전 경주 리조트 체육관 지붕 붕괴 사고가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터진 이번 참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자식을 집 밖으로 내보내는 자체를 불안해하고 있다. 자식을 군대 보내는 것보다 더 무섭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안전에 관한 한 불감증을 넘어 ‘모르쇠’ 수준이다. 정부는 ‘안전 업그레이드’에 제대로 올인해야 한다.
  • [사설] ‘안전한 대한민국’ 멀지만 꼭 가야 할 길이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다시금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를 진지하게 되묻게 한다. 불러도 대답 없는 아이들을 떠올리며 넋을 잃고 주저앉은 학부모들의 눈에서는 눈물마저도 말라버렸다. 온 국민이 아이들의 무사 생환을 절실하게 기도했건만 바다는 성난 얼굴로 ‘대한민국’의 잘못과 ‘정부 시스템’의 부실함을 준열하게 꾸짖고 있다.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그 숱한 교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들을 사지(死地)로 내모는 국가와 정부가 도대체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 국민들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반복하는 국가와 정부에 대해 더 이상 희망과 기대를 품을 수 있는 여력도 남아 있지 않다. 이번 참사는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며 대충대충 넘어가는 적당주의, ‘설마 그 큰 배가 순식간에 뒤집히기야 하겠어’ 하며 근거 없이 방심하는 낙관주의, ‘나 아니라도 누군가 하겠지’ 하며 한발 빼는 보신주의 등 우리 안에 쌓여 있는 못된 악습이 총체적으로 빚어낸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돈벌이에 급급한 여객선 회사는 배의 역학구조에 심각한 무리가 갈 수 있는데도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선실을 무단증축하는 등 적당주의로 참사를 자초했다. 당국은 이런 편법에 눈을 감은 것도 모자라 막연히 낙관하며 굼뜨게 출동해 피해를 키웠다. 구조 활동을 진두지휘해야 할 컨트롤 타워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느라 ‘구조의 황금시간’을 놓쳤다. 오죽했으면 피해자 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겠는가. 박 대통령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가장 먼저 정부 조직을 개편해 행정안전부 이름도 안전행정부로 바꿨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거창한 약속은 그러나 집권 2년도 안 돼 깨져버렸다. “지난해에는 역대 정권과 달리 대형사고가 전무했다”며 자화자찬한 안행부 장관의 올 초 청와대 업무보고는 현 정부 역시 ‘안전불감증’과 막연한 낙관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15년 전인 1999년 6월 30일 새벽, 경기 화성군(현 화성시)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참사로 6살짜리 아들을 잃은 전 필드하키 국가대표 선수 김순덕씨는 “이런 나라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다”며 국가로부터 받은 훈장을 반납하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적당주의와 낙관주의, 보신주의, 그리고 악취 나는 부패까지 더해진 씨랜드 참사는 ‘시스템 부재’, ‘매뉴얼 부재’의 전형으로 지목됐지만 여전히 우리는 시스템 부재, 매뉴얼 부재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 오만 가지 정이 떨어져 국가와 정부를 스스로 버리는 제2, 제3의 김순덕씨가 나와도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삼풍백화점 붕괴, 서해페리호 침몰, 대구지하철 화재 등 온갖 재난과 참사를 겪었으면서도 여전히 국가 및 정부 차원의 매뉴얼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자괴감은 물론 분노감까지 치민다. 실수와 실패는 반면교사로 삼아야지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됐다면 더더욱 답습은 용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은 반드시 우리 시대에 만들어내야 한다. 우리가 이 땅에 살고 있고, 우리 후대 역시 이 땅에서 살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물론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일대 각성이 절실하다.
  • [지금&여기] 더 이상 아이들 희생 없게 해야/홍지민 사회2부 기자

    [지금&여기] 더 이상 아이들 희생 없게 해야/홍지민 사회2부 기자

    아이가 아무런 사고를 겪지 않고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세상이다. 평소 단단한 성품을 자랑하던 한 선배는 기사를 읽다가 자신도 모르게 샘솟은 눈물 때문에 컴퓨터 모니터 뒤로 얼굴을 숨겼단다. 이제 막 유치원에 들어간 아이를 둔 필자도 그랬다. 밤늦도록 뉴스 특보를 지켜보며 흐르는 눈물을 어쩔 수 없었다. 숱한 기자들이 현장에서 가슴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취재하고 있을 것이다. 사고를 당한 가족들에게 견주지는 못하겠지만 우리 국민들 모두 비통해하고 있다. 또 미안함과 죄의식에 몸둘 바를 모르고 있다. 우리 마음속에서 우리 사회 또한 가라앉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아이들이 미래를 잃고 말았다. 진도 앞바다에서 어린 꽃들이 활짝 피어보지도 못한 채 스러졌다. 또다시 어른들의 잘못이다. 섣부른 결론은 금물이지만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교육부 매뉴얼은 허술했고 그마저 지켜지지 않았다. 미숙한 초동 대처로 더 큰 피해를 불렀다는 지적이 있다. 배를 무리하게 개조한 게 원인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심지어 선장은 승객들을 뒤로 한 채 맨 먼저 배를 떠났다고 한다. 허둥대는 정부의 재난관리시스템은 국민들을 더욱 좌절케 하고 있다. 이번뿐만이 아니다. 폭설이 이어지던 지난 2월에는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무너졌다.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행사를 갖고 있었다. 새내기 9명을 비롯해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 지난해 7월에는 충남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비극이 발생했다. 고교 2학년생 80여명이 구명조끼도 없이 바다로 떠밀렸다가 20여명이 깊은 곳에 빠졌다. 5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면 인재라는 꼬리표가 어김없이 따라다닌다. 원칙을 지켰더라면, 땜질식 처방이 아니었더라면 사고는 아예 일어나지 않았거나, 일어났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늘 나온다. 이번 진도 참사를 접한 태안 참사 유가족들은 말한다. “도대체 얼마나 더 어린 목숨이 희생돼야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건가.” 실낱같은 희망이 기적으로 바뀌길 바란다. 세월호 실종자들이 한 명이라도 더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 또한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구조 작업을 벌이는 모든 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어른들의 죗값을 아이들이 대신 치르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빌고 또 빈다. icarus@seoul.co.kr
  •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대통령 호통치자 움직여… 사흘 만에야 선체 진입·공기 주입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대통령 호통치자 움직여… 사흘 만에야 선체 진입·공기 주입

    더디게 진행되던 세월호에 대한 구조 작업이 침몰 3일 만인 18일 오후에야 선체 진입과 공기 주입이 이뤄지는 등 조금씩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 날씨, 조류, 시계 악화 등 갖가지 이유로 구조를 위한 실제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던 데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 현장을 전격 방문해 구조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하고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질책한 뒤에야 각 부처가 뒤늦게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잠수 인력이 선체 안 식당까지 진입 통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남 진도체육관에서 실시간으로 구조 상황을 지켜보던 실종자 가족들의 얼굴에도 기대감이 감돌았다. 비록 몇 시간 뒤 진입선 설치 등 극히 미미한 진척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래도 어제와는 사뭇 다른 구조 소식이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일부 언론에서 구조대가 식당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식당 진입이 아니라 공기를 주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거센 조류와 깊은 수심, 좁은 시야, 궂은 날씨 등 사고 현장의 상황이 어려워 생존자들을 구출하는 데 난관이 많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정부는 선체에 갇혀 애타게 구조를 기다릴 생존자를 위해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한 채 꼬박 만 하루를 허비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해경과 해군의 잠수대원들은 사건 초기에 황급히 출동하느라 달랑 개인 산소통만 메고 현장에 왔다. 해난구조대(SSU), 해군특수전부대(UDT), 해경 구조요원들은 사고 해역의 수심이 최고 37m나 되고 조류가 거세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이들은 2인 1조를 이뤄 수십 차례 릴레이 잠수를 시도했으나 초속 1m에 가까운 조류에 떠밀려 선체 진입을 위한 준비 작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수심이 깊어 작업 시간도 20~30분에 지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2차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높았다. 구조함정과 특수부대원을 연결하는 심해산소공급장치가 없어 선체에 진입하지 못한 것이다. 이날엔 상황이 달랐다. 해경과 해군은 감압장비와 산소공급장치를 갖춘 특수함정이 도착해 본격적인 구조 작업에 돌입할 수 있었다. 조명탄을 이용한 야간 구조 작업도 진행됐다. 그나마 현장을 방문한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에 선체 진입에 성공하는 등 구조 작업에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이번 사고는 발생 초기부터 정부의 안이한 대처와 지휘 체계의 혼선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정부 당국은 상황 보고를 통해 세월호 침몰이 매우 위급하고 심각한 상황임을 일찍이 인지해야 했다. 그러나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이 초동 대처를 소홀히 해 대형 참사를 막지 못했다. 사고 수습에 신속하게 나서야 할 정부 어느 부처도 선체에 남은 인명에 대한 구조 작전을 펼치지 않았다. 도리어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 오전 승객 대부분이 구조됐다는 등 상황을 오판하기까지 했다. 세월호는 16일 오전 8시 58분 조난신호를 보낸 뒤 침몰한 10시 31분까지 1시간 33분 동안 바다 위에 떠 있어 충분히 구조 작전을 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해경은 선박 주변 인명 구조에 집중한 나머지 선체 내부에 남았던 더 많은 인명을 놓치는 실수를 범했다. 해경은 뒤늦게 “선체로 진입해 승객을 안정시키고 바깥으로 유도하라”고 지시했지만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고도의 훈련을 받고 장비를 갖춘 해경특공대가 현장에 없었기 때문이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소속 특공대 7명은 9시 30분부터 목포항에서 대기했지만 10시 11분에야 이동을 시작해 침몰 이전에 인명 구조 작전을 펴지는 못했다. 정부가 사고 초기에 느슨하게 대처해 화를 키웠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실제로 배가 완전히 전복된 뒤에야 구조장비를 보강하는 등 우왕좌왕했다. 사고 당일 오전에는 해경, 소방방재청 등에서 헬기 16대, 선박 24척이 출동했다가 박 대통령의 특별 지시가 내려진 뒤에야 황급히 구조장비와 인력을 대폭 늘렸다. 군경은 선체가 이미 물 밑으로 가라앉은 오후 3시에야 사고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헬기 31대, 선박 60여척을 동원했다. 전날까지의 구조 작업은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기는커녕 신뢰만 떨어뜨린 게 사실이다. 진도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세월호 주변 안전펜스 없어… 실종자 시신 유실 우려

    “시신 유출을 막아라.” 세월호 침몰 사흘째인 18일 그동안 선체에 갇혀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의 시신이 잇따라 물 위로 떠오르고 있어 유실이 우려된다. 더욱이 사고 선박 주변에 안전 펜스가 없어 야간이나 조류가 세게 흐르는 시간대에 시신이 자칫 다른 곳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오후 6시~18일 오후 2시 현재까지 사고 선박 주변에서 모두 19구의 시신이 떠오르면서 확인된 사망자가 28명으로 늘었다. 특히 더디게 진행된 수색 탓에 남은 실종자 270여명 중 상당수가 숨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이틀 동안 1~2구씩 간간이 떠올랐던 시신이 3일째부터 급격히 늘어난 것은 바닷물의 흐름 등으로 침몰된 선박이 미세하게 움직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구명복을 입은 채 숨진 실종자들이 배 안으로 바닷물이 드나들면서 생긴 통로 등을 따라 밖으로 밀려 나오면서 사망자 숫자가 늘고 있다고 해경은 분석했다. 해경은 시신 유출을 막기 위해 배 주변 해역을 2중, 3중으로 차단했다. 우선 침몰된 선박 20~30m 반경으로 구명보트를 접근시켜 실종자를 찾고 있다. 그 다음엔 50~100t 순찰함, 더 바깥쪽엔 목포해경 1001함(1000t급), 이보다 외곽 지역엔 3009함(3000t급) 함정 등 170여척을 배치해 놓고 있다. 이들 함정은 규모에 따라 수색범위를 사각형 형태로 정해 놓고 해당 범위를 수시로 오가며 부유물 등을 살피고 있다. 헬기와 각급 군함도 주변 상공과 해역을 살피는 등 그물망식 감시 체계를 갖췄다. 그러나 현재 떠오르는 시신과 달리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채 숨진 실종자가 선박 밖으로 흘러나오면 유실될 우려가 높다. 시시각각 변하는 조류와 침몰된 배의 움직임 등이 어느 통로를 통해 실종자를 밖으로 밀어낼지 추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해협의 조류 속도는 초당 최고 2~3m 이를 정도로 빠르다. 눈 깜짝할 사이 시신이 다른 곳으로 벗어날 수 있다. 정부는 대형 저인망 어선을 이용한 방지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해경은 잠수부들의 안전과 원활한 수색작업을 위해 침몰선 주변에 설치했던 안전 펜스를 철거했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대형기선저인망조합에 쌍끌이 어선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일명 쌍끌이로 불리는 것으로 양쪽에서 그물을 끌어 잡는 어로법이다. 쌍끌이 그물은 세월호가 침몰한 수심 35m의 해역에서 거름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해수부는 설명했다. 제주 등지에서 조업하던 저인망 어선 6척은 이미 사고 해역으로 출발했고, 추가로 4척이 사고 해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1㎞ 반경의 시신 유실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안군 어민들도 세월호 외곽 수역에 어선을 자발적으로 배치하고 꽃게를 잡는 데 쓰는 닻자망을 바닥까지 늘어뜨려 2차 시신 유실 방지에 나설 방침이다. 목포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배 한척 점검에 고작 13분… 세월호 등 초대형 여객선은 대상서 제외

    세월호 침몰 참사로 해양 재난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당국이 지난해 7월 실시한 대형 여객선 점검에 걸린 시간이 척당 13분에 지나지 않는 등 ‘수박 겉핥기’ 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시민사회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발표한 해양경찰청의 ‘여객선 운항지도 감독’ 자료에 따르면 통영해경과 목포해경은 지난해 7월 중순쯤 각각 2척과 12척의 선박을 점검했다. 지난해 7월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불시착 사고 이후 대형 해양사고를 막고자 실시한 긴급 점검이었다. 당시 통영해경은 2척의 여객선을 2시간 동안, 목포해경은 2시간 40분 동안 12척의 여객선을 점검했다. 시간 대비 점검시간을 계산하면 통영해경이 1척을 확인하는 데 1시간, 목포해경은 1척당 13분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배에서 배로 이동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실제 점검시간은 더 줄어든다. 여객선을 점검한 인원도 턱없이 부족했다. 350~500명쯤 승선하는 여객선을 검사한 인원은 각 경찰서 담당자 2명과 해양수산부 주무관 1명, 해당 지역 운항관리실장 1명으로 4명이 전부였다. 대형 해양사고를 막겠다며 했던 점검이지만 전수 점검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통영해경의 점검대상 선박은 모두 22척이었지만 점검을 한 선박은 2척뿐이었다. 목포여객터미널에서 운항하는 여객선이 20척도 넘지만 목포해경은 이 중 12척만 검사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세월호처럼 초대형 여객선은 아예 점검 대상에서도 빠졌다. 점검팀은 ▲여객선 정원 초과 승선 여부 ▲구명설비(구명조끼, 구명부환 등) 비치 및 관리 실태 ▲선내 방송시설 정상작동 및 비상훈련 실시 여부를 점검했다. 합동점검의 목적 자체가 대형 해양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점검 항목은 기본적인 품목 구비여부, 단순 작동실태에 대한 확인 정도에 불과했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선원들의 안전교육 이행 여부, 비상훈련 실시 주기, 실시 결과 등에 대해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서 “부실한 점검은 곧 세월호 사고처럼 대형 사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車 30대 더 싣고 화물 제대로 안 묶어… 선장 최고 무기징역

    전남 진도에서 침몰된 세월호 선장과 3등 항해사, 조타수 등 선원 3명에 대해 특가법상 유기치사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사고 선박 회사와 관련 업체 7곳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이성윤 광주지검 목포지청장)는 18일 여객선이 침몰했을 때 승객 구조를 하지 않고 먼저 탈출한 선장 이준석(68)씨에 대해 특가법상 유기치사·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히 선장 이씨에게는 지난해 7월 도입된 도주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을 규정한 특가법(유기치사)이 처음 적용됐다. 이 특가법은 형량이 최저 5년 이상에서 최고 무기징역에까지 이른다. 수사본부는 또 사고 당시 조타를 지시한 3등 항해사 박모(25·여)씨와 조타수 조모(55)씨 등 2명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수난구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 죄에 대한 최고 형량은 7년 6개월이다. 이들은 사고 선박이 협로를 지날 때 갑자기 배의 방향을 전환해 침몰시키고 승객들에게 대피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수많은 승객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본부는 그러나 선장 이씨가 사고 당시 조타실 밖에 있었던 이유와 조타수 조씨가 왜 갑자기 방향을 틀었는지는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이에 앞서 이날 0시쯤 침몰 여객선 세월호의 선사인 인천의 청해진해운 사무실과 배를 개조한 전남 영암의 선박회사, 정기검사 회사 2곳, 컨테이너 선적 관련 회사 등 7곳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와 컴퓨터 파일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들 자료를 분석해 선체 불법 개조 여부, 과적, 부실 검사와 금품 수수 여부 등을 가려내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수사본부는 구조된 선원 17명 가운데 이들 3명을 우선 사법 처리하고 나머지 14명도 조사하기로 했다. 수사 결과 운항 관리 부실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44개인 구명정은 단 두개가 펼쳐졌고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만 10여 차례 나와 승객들의 선박 탈출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본부는 이 선장이 승객들이 대피하기 전에 배에서 빠져나와 탈출하는 사고 당시 영상을 확보해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조난 당시 대피 방송에 대해서는 “너무 급박한 상황이어서 진술들이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누구는 어떤 소리를 들었다고 하고 누구는 못 들었다고 한다”면서 “조난 방송에 대해 조치가 적절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월호는 적재된 화물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아 한쪽으로 쏠리면서 급격히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증언으로 미뤄 적재된 차량과 화물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탑승했다 구조된 한 트레일러 기사는 “20t가량의 대형 철제 탱크가 실린 대형 트레일러 3대가 여객선이 급회전을 하면서 쓰러졌다”면서 “이로 인해 짧은 시간에 침몰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사고 당시 적재 중량을 초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세월호에는 승용차 124대, 1t(적재 가능 중량 기준) 화물차량 22대, 2.5t 화물차 34대 등 차량 180대와 화물 1157t 등 3608t의 화물과 차량이 적재됐다. 세월호의 적재 한도는 차량 150대,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52개로 총 3963t이다. 적재 한도보다 300t가량 적었지만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선사의 적재량 발표는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0시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수사본부는 수사관 10여명을 인천 연안터미널 소재 청해진해운 사무실로 보내 세월호 관련 자료와 컴퓨터 파일 등을 확보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 세월호가 권고 항로와 다른 항로를 선택한 이유 등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과 해양경찰청은 지난 17일 기존 검찰 수사대책본부와 해양경찰청 수사본부 인력을 새로 설치한 합동수사본부 소속으로 배치하고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목포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사설] 후진적 참사 못 막으면 선진국 진입 요원하다

    참담하다.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는 우리 사회의 후진국형 재난대응체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사고 발생에서부터 후속 대응, 정부의 조치까지 무엇하나 과거 대형 참사와 비교해 나아진 것이 별반 없다. 참사가 날 때마다 입버릇처럼 재난 예방·대응 체제의 개선을 되뇌었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고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사고가 반복됐다. 수많은 어린 학생들의 목숨을 무신경한 사회와 무책임한 어른들이 앗아간 것이나 다름없다. 비통한 일이다. 해양경찰청(해경)은 어제 이번 사고가 ‘무리한 변침(變針)’ 때문에 일어났다고 잠정 결론지었다. 항로를 변경하다 뱃머리를 급격히 돌리는 바람에 선상의 화물과 자동차 등이 한쪽으로 쏠렸고 이 때문에 무게중심을 잃었다는 얘기다. 20년이나 된 낡은 선박을 2년 전 일본에서 들여온 뒤 경영 효율성을 높이려고 무리하게 구조를 변경했고 이에 따른 복원력 상실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전이야 어떻든 수익을 올리면 그만이라는 장삿속에 어린 학생들과 시민들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이번 참사 역시 인재(人災)라고 할 수 있다. 이뿐이 아니다. 초동대응만 제대로 했더라도 희생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선장과 기관사 등은 승객들에게는 ‘제자리를 지키라’고 안내방송을 하고는 제일 먼저 배를 버리고 탈출했다. 비상시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드는 이유다. 상황을 안이하게 인식했거나 판단을 잘못했다는 변명은 있을 수 없다. 조타실을 지키며 마지막까지 탈출을 지휘하고 위기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것이 선원법상 선장의 임무다. 대다수 실종된 승객들은 안내 방송만 믿고 있다가 앉아서 화를 당했다. 정부 당국과 관련 기관의 대처도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조난 신고를 접수한 해경은 세월호가 절반 이상 가라앉았을 때에야 늑장 출동했고, 초기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배가 완전히 침몰한 뒤에야 대규모 구조 장비를 추가 투입했다. 한 술 더 떠 중대본과 해경은 사고 직후 실종자 집계를 두고 오락가락했고, 피해 학교인 안산 단원고를 관할하는 경기교육청은 한때 ‘학생 전원 구조’라고 밝히는 등 우왕좌왕했다. 재난 대응체계가 겉돌고 있는 사이 침몰 여객선에 갇힌 학생들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엄마, 배가 반쯤 기울어져서 아무것도 안 보여요.’, ‘어떡해. 엄마 안녕. 사랑해.’ ‘아네(안에) 사람 잇(있)다고 좀 말해줄래’ 등의 긴박한 메시지를 보내며 생사를 넘나드는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 무고한 학생들의 희생을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최악의 순간에 가동됐어야 할 구명 장비도 먹통이었다. 세월호에는 침몰 시 자동으로 펴지는 25인용 구명뗏목 46개가 실려 있었지만, 정상 가동된 것은 하나뿐이었다. 세월호는 지난 2월 한국선급의 안전성 검사에서 합격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형식적인 장비 점검에 그쳤다는 의혹을 살 만하다. 여객선이 침몰할 때까지 2시간 20여분 동안 위기의 생명들을 살리기 위한 재난 대응체계는 이처럼 유명무실했다. 한마디로 재난대응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다. 이러고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운운할 수 있겠는가. 재난대응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사이, 정작 승객 구조를 도운 이들은 한배를 탄 학생과 시민이었다. 50대 승객은 커튼과 소방호스로 로프를 만들어 20여명의 목숨을 구했고, 단원고 2학년생은 친구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주고는 뒤늦게 탈출했다. 20대 선사 여직원은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대피시키다 끝내 고인이 됐다. 이번 참사는 1993년 292명이 사망한 서해 페리호 침몰 사고 이후 최악의 해양 사고로 기록될 듯하다. 과연 우리 공동체의 재난대응체계는 20년 전에 비해 조금이라도 나아졌는가. 정부와 이번 사고 관련 당사자들 모두는 엄중히 자문해 보기 바란다.
  • 무리한 수직 증축·급격한 항로 변경이 부른 ‘총체적 人災’

    무리한 수직 증축·급격한 항로 변경이 부른 ‘총체적 人災’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의 원인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수사 당국은 선장이 운항 중 뱃머리를 급격히 틀어 사고가 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전문가들은 “시속 100㎞로 달리던 10t 트럭이 운전대를 급히 틀면 대형 사고가 날 수 있듯 대형 선박의 급속한 경로 변경은 전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17일 해양경찰청과 항운업계에 따르면 배가 가라앉은 진도 해상은 인천~제주, 목포~제주로 향하는 여객선 등 선박의 변침점(變針點)이다. 변침점이란 여객선, 항공기 등이 운항하다가 항로를 변경하는 지점을 말한다. 제주행 여객선은 이곳에서 병풍도를 끼고 왼쪽으로 항로를 완만하게 돌려야 한다. 수사 당국은 16~17일 이준석(69) 선장 등을 목포해양경찰서에서 조사한 결과 변침점에서 무리하고 급격하게 뱃머리를 튼 것이 사고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항로 변경 때 선체 내에 묶은 화물이 풀리면서 한쪽으로 쏠려 여객선이 중심을 잃고 순간적으로 기울어졌을 수 있다는 추정이다. 세월호의 1, 2층에는 사고 당시 차량 180대와 컨테이너 화물 1157t이 실려 있었다. 6000t급 카페리호의 김모(59) 선장은 “변침은 주로 운항 중 전방에 물체가 나타나 충돌 위험이 있을 때 한다”면서 “급격한 변침 탓에 배의 중심이 한쪽으로 20도 이상 넘어가면 선내 화물이 한쪽으로 몰려 전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승객들이 침몰 전 들은 ‘쾅’ 하는 충돌음은 컨테이너 화물과 차량들이 선체에 부딪히면서 난 소리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선장은 “보통 큰 배는 한쪽으로 틀어도 복원력이 있어 중심을 잡는데 변침으로 사고가 났다면 매우 드문 일 같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무리한 구조변경 탓에 세월호의 복원력이 약해졌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청해진해운은 2012년 10월 일본에서 세월호를 중고로 사 온 뒤 객실 증설 공사를 했다. 3층 56명, 4층 114명, 5층 11명 등 모두 181명을 더 수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공사로 정원은 921명으로 늘었다. 세월호는 급선회 때 속도를 급격히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가 선박자동식별장치(AIS) 항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세월호는 속도 17~18노트로 항해하다가 변침 시점부터 5~6노트로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어선 등 급작스러운 장애물이 튀어나오자 속도를 급히 줄이며 무리하게 항로를 튼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또 세월호 침몰 당시 조타실을 맡았던 항해사 박모(26)씨는 경력이 1년 조금 넘은 3등 항해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항해사는 조타수에게 키 방향을 명령하는 역할을 한다. 배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를 경험이 많지 않은 항해사에게 맡긴 셈이다. 생존한 일부 승무원들은 사고 때 조타실에 선장이 없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세월호는 변침 당시 자동항법장치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선원 박씨는 “직선구간에서는 자동항법장치로 운항하지만 곡선구간에서는 배를 수동으로 조종해야 한다”며 “변침 여부는 갑판과 기관실 당직자가 결정하는데 당시 항로에 고깃배가 많았다든지 해서 변침한 것 같다”고 밝혔다. 박씨는 또 “갑판부와 기관실 선원은 2명이 한 조를 이뤄 4시간 근무한 뒤 쉰다”면서 “무리한 근무 여건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해경은 선장 이씨를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사고 원인, 긴급 대피 매뉴얼 이행, 선원법 위반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목포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학부모 “수학여행 없애라”… 교육부, 전면 보류 검토

    여객선 침몰 사고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수학여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교육부가 수학여행을 당분간 전면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7일 “교육부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이번 달이나 다음 달에 예정된 수학여행을 계속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해 18일까지 보고할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수학여행 보류 여부는 일선 학교에서 결정할 문제지만 대형 참사로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으며, 교육부와 시교육청 등에 ‘자녀를 수학여행에 보내지 않겠다’, ‘수학여행을 없애라’는 항의가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 등에는 ‘학교가 수학여행을 그대로 추진할 때에는 자녀를 보내지 않겠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수학여행을 담당하는 부서에도 항의 전화들이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교육부에 “전면 보류나 중단을 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교육청도 홈페이지에 수학여행을 폐지해 달라는 학부모들의 글이 쏟아지자 각급 학교의 수학여행을 포함한 각종 현장체험학습을 전면 보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수학여행을 중단했을 때 수백만~수천만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누가 부담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들이 섣불리 의견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에 있는 학교 중에는 5000만원에 이르는 위약금을 내야 하는 학교들도 있다”면서 “서울시교육청이 독단적으로 학교들에 지침을 강요할 수 없고 위약금 역시 물어줄 수 없어 위약금에 대해서는 별도 의견을 교육부에 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희망은 있다”…해외 참사 속 ‘기적 생존’ 사례들

    “희망은 있다”…해외 참사 속 ‘기적 생존’ 사례들

    진도 해상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사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다양한 구조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실종자 가족과 국민들은 이보다 더한 참사에서도 기적적으로 생환한 사례들을 떠올리며 기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번 참사와 비슷한 규모의 대형사고 현장에서도 목숨을 건진 생존자가 여럿 있다. 지난 해 5월 방글라데시에서는 공장 건물 붕괴 사고로 무려 1000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16일 후 생존자 구조의 희망을 접고 잔해 작업을 펼치던 중 한 구조대원이 ‘움직임’을 포착했다. 그리고 “구해달라”는 목소리도 생생하게 들었다. 곧바로 구조대가 투입했고, 톱과 드릴로 구멍을 넓혀가는 작업을 실시한지 40분이 흘렀을 무렵,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레쉬마’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16일 동안 건물 잔해에 갇혀 있었음에도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다. 그녀의 소식을 접한 전 세계 언론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세월호 참사처럼, 배가 뒤집혀 차가운 바닷물에 갇혀 있으면서도 목숨을 잃지 않은 사례도 있다. 역시 지난 해 20대 나이지리아 선원은 어선이 침몰하면서 바다에 빠졌지만 에어포켓에 몸을 피한 덕분에 60시간 만에 구조됐다. 비록 콜라 하나로 3일 가량을 버틴 그였지만 큰 부상없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기적의 존재를 믿게 했다. 2012년 1월에는 이탈리아를 지나던 호화 유람선이 암초에 부딪혀 좌초됐다. 당시 세월호의 수배에 달하는 승객 4299명이 타고 있었지만 32명을 제외한 나머지 4000여 명은 무사히 목숨을 건졌다. 생존자 명단에는 신혼여행을 떠났던 한국인 남녀 2명도 포함돼 있었다. 세월호가 침몰한 해안은 40m 안팎에 이른다. 기상악화로 수온이 떨어지고 날씨도 좋지 않아 구조작업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 및 국민들은 여전히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 믿고 있다. 사진=진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씨줄날줄] 해난사고 매뉴얼/박홍환 논설위원

    침수를 차단할 수 있는 수밀격실(水密隔室) 등 당대의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해 ‘절대 가라앉지 않는 배’로 불렸던 타이타닉호가 1912년 4월 14일 빙산에 부딪쳐 2시간 40여분 만에 차가운 북대서양의 4000m 심해 속으로 가라앉았다. 2200여명의 승선자 가운데 1517명이 희생됐고, 가까스로 구조된 사람은 705명에 불과했다. 당시 배에는 20척의 구명보트가 있었지만 절반 이상은 빈 채로 바다에 띄워졌다. 절대 침몰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해난사고 매뉴얼’조차 비치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제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102년 전의 타이타닉호 악몽이 오버랩되는 것은 역사적 교훈을 깨닫지 못한 채 실수를 반복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분통이 터지고, 억장이 무너진다. 침몰까지 140분, 2시간 20분의 시간이 있었는데도 타이타닉호와 마찬가지로 ‘해난사고 매뉴얼’이 전혀 가동되지 않았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선장이 어린 학생들과 승객들을 내팽개치고 먼저 퇴선하다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구명정 46개 가운데 한 개만 제대로 작동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발 부산행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승선할 기회가 있었다. 선장과 해기사들이 24시간 교대로 지키며 배의 안전운항을 이끄는 선교(브리지)에는 화재, 침수, 좌초를 비롯한 온갖 종류의 사고에 대비한 ‘유형별 비상대응 절차’가 눈에 잘 띄는 곳에 게시돼 있었다. 구명정이 선원 숫자만큼 비치돼 있는 것은 물론 전체 선원이 함께 탈출할 수 있는 구명보트도 갑판 양쪽에 각각 한 척씩 준비돼 있었다. 안내한 해기사는 “언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퇴선 훈련과 장비 점검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뉴얼에는 선장의 퇴선 명령이 떨어지면 지체 없이 구명보트 전방 등 사전에 약속된 장소에 집합하도록 돼 있어 낙오자 없이 전원 안전하게 탈출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국제적으로도 타이타닉호 참사 이후 해상인명안전(SOLAS) 협약을 통해 승선자들의 안전을 위한 매뉴얼과 선박 내 장비 등을 계속 보강해 왔다. 선박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짙은 안갯속에서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소형 어선과 암초가 불쑥 튀어나올 수 있고, 이번 사고처럼 조타 실수로 선박이 기우뚱하며 뒤집힐 수도 있다. 결국 문제는 평소에 얼마나 사고 대비를 했느냐다. 준비 없는 상태에서 선장까지 우왕좌왕하다 보면 매뉴얼은 있으나마나다. 세월호 역시 그 같은 평범한 진리를 잊은 것 같아 분통이 터질 뿐이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강화된 ‘수학여행 매뉴얼’ 대부분 안 지켜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대거 희생을 당한 가운데 수학여행에 대한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던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목숨을 잃은 이후 교육부가 수학여행 매뉴얼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 상품으로 가는 수학여행의 특성상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2월 일선 학교들에 ‘수학여행·수련활동 등 현장체험학습 운영 매뉴얼’을 보냈다. 기존에도 수학여행과 관련된 매뉴얼이 있었지만 지난해 공주사대부고 사고 이후 한층 강화된 것이다. 매뉴얼에는 ‘교육 과정과 연계한 계획적인 소규모·테마형 수학여행을 실시할 것을 권장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325명이 단체로 수학여행길에 나선 단원고처럼 대부분 학교가 대규모 수학여행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안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여행상품을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 매뉴얼에는 수학여행과 체험활동 모두 청소년활동진흥원이 인증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토록 돼 있다. 하지만 ‘일회성 단순 체험(관광, 관람, 견학, 강의, 참가 등)’은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수학여행을 관광상품으로 선택하면 매뉴얼에서 예외가 되는 셈이다. 한편 교육부는 사고 직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각급 학교 현장체험학습의 안전 상황을 재점검하고 안전에 우려가 있을 경우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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