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인정 제2의 전성시대 “노장은 살아있다”
군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몸. 웃을 때면 얼굴 가득 퍼지는 주름살. 코트에선 여전히 번뜩이는 눈빛.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는 고공 폭격.
이쯤 되면 눈치 빠른 사람들은 누굴 얘기하는지 알 것이다. 올 시즌 프로배구 코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현대캐피탈의 ‘백전노장´ 후인정(33)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현대캐피탈 부활 1등 공신
올 시즌 1라운드에서 프로팀(삼성화재·대한항공·LIG손해보험)에 잇따라 패했던 현대캐피탈이 2라운드 LIG와 대한항공을 잇달아 격파하며 완벽 부활을 알렸고, 현대캐피탈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선수가 바로 후인정이다.
우리 나이로 올해 서른 넷. 배구선수로는 환갑(30)을 훌쩍 넘긴 나이다. 대학(경기대) 시절,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했던 동갑내기 김세진(한양대)은 이미 지난해 코트를 떠났고,1년 아래 신진식(32·성균관대)도 올 시즌을 앞두고 은퇴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커드 미사일’(후인정의 별명)의 위력은 조금도 시들지 않았다. 게다가 특유의 탄력을 이용한 블로킹은 LIG ‘스페인 특급’ 기예르모 팔라스카와 대한항공 ‘삼바 특급’ 보비의 막강 화력을 번번이 잠재웠다.
●용병 위력 막아낸 ‘토종용병´ 역할 톡톡
김호철 감독은 시즌 개막 전 ‘용병 없이 시즌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 팀에 용병이 왜 없나. 타이완 용병 후인정이 있지 않느냐.”면서 “우리가 2년간 루니 덕분에 우승했느냐.”고 농담처럼 말했다. 결과적으로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던 셈이다.
실제로도 김 감독은 2라운드 들어 라이트 후인정을 레프트로 돌렸다. 용병을 대신할 만한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용병 대신 주포 역할을 하면서도 상대 라이트 공격수를 막을 수 있는 선수는 후인정밖에 없다고 판단했고, 그 판단은 정확했다. 후인정은 2라운드 LIG전 13득점, 대한항공전 21득점을 폭발시켰다. 특히 2경기 모두 블로킹 5개씩 잡아내 팔라스카와 보비의 공격을 봉쇄했다.
●팀내 훈련량 최고… “나이는 숫자일 뿐”
선수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냉정한 김 감독도 “팀 내에서 훈련량이 가장 많은 선수가 바로 후인정”이라며 “나이는 어차피 숫자에 불과한 것이고, 코트 밖에서 연습한 만큼 코트 안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팀 내 최고참으로서 경기 흐름을 조율하고, 후배들을 다독거리는 모습을 보면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면서 “정말 예뻐 죽겠다.”고 칭찬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