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대한체육회장
    2025-12-12
    검색기록 지우기
  • 안전모
    2025-12-12
    검색기록 지우기
  • 내란음모
    2025-12-12
    검색기록 지우기
  • 정세균
    2025-12-12
    검색기록 지우기
  • 홍남기
    2025-12-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70
  • “합숙 전면 쇄신” 체육계 성폭력 대책 효과 있을까

    “합숙 전면 쇄신” 체육계 성폭력 대책 효과 있을까

    대한체육회가 앞으로 폭력·성폭력 사건 조사를 모두 외부 전문 기관에 의뢰하고 합숙 훈련 중심의 ‘엘리트 체육’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가대표조차 합숙 훈련을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당장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가능하겠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15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1차 이사회에서 가혹행위와 성폭력 근절 실행 대책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내 준 피해 선수들에게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한국 체육에 성원을 보낸 국민과 정부, 기업인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회장은 폭력·성폭력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거나 묵인·방조한 회원종목 단체를 즉시 퇴출하고 해당 단체 임원에게도 책임을 묻는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조재범 쇼트트랙 전 대표팀 코치의 성폭행 의혹 파문과 관련해 “대한빙상경기연맹을 철저하게 조사해 관리·감독의 최고 책임자로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고 정상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체육회는 성적 지상주의로 점철된 현행 엘리트 체육의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 합숙·도제식 훈련 방식의 전면적인 쇄신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체육계의 성적 지상주의, 엘리트 체육 위주의 육성 방식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체육회는 또 폭력·성폭력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처벌 대상의 검찰 고발을 의무화하고 홈페이지와 보도자료에 관련자 처벌과 징계 내용을 의무적으로 공시하기로 했다. 국가대표 선수촌에는 여성 부촌장과 여성 훈련관리관을 채용한다. 또 인권상담센터를 설치하고 ‘인권관리관’과 ‘인권상담사’를 배치할 계획이다. 지도자의 전횡을 막기 위해 복수 지도자 운영제, 지도자 풀 제도도 도입한다. 국가대표 선수 관리 기준은 학교와 실업팀 운동부에도 똑같이 적용한다. 체육회는 폭력·성폭력 관련 사안의 조사와 처리를 시민 사회단체,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의뢰하고 스포츠 공정위원회, 선수위원회, 여성위원회 등에 인권전문가를 필수로 포함하겠다고 약속했다. 체육회는 앞으로 정부, 회원종목단체 등과 협의해 국가대표 선수촌 합숙 훈련을 줄여나가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행이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이 1년 6개월 밖에 남지 않은데다 올해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국제대회가 많아 합숙일자를 줄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올림픽 출전권과 포인트를 따야 하는 올해는 선수들에게 중요한 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시민단체는 체육회의 근본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화연대, 스포츠문화연구소, 체육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사회 밖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폭력 사건을 방관·방조한 이 회장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체육도 복지… 생활체육 지도자·1시군구 1스포츠클럽 양성”

    “체육도 복지… 생활체육 지도자·1시군구 1스포츠클럽 양성”

    “‘체육 활동 참여로 인한 개인의 의료비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은 1인당 연간 약 46만원의 경제적 효과를 내는 것으로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생활 체육을 즐기면 의료비가 줄어들고 국민이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 수 있습니다. 이는 고령화 시대에 큰 의미가 있는 수치입니다. 각 지자체에서도 스포츠에 투자하는 것이 다른 데에 하는 것보다 효과가 있다는 것을 조금씩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이기흥(63) 대한체육회장은 2019년 서울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체육에의 참여’에 대해 시종일관 힘주어 말했다. 새해 대한체육회의 업무 초점도 여기에 맞춰질 것이라 했다. 대한체육회는 서울신문이 2019년부터 시작하는 생활 체육의 저변 확대를 위한 연중 캠페인을 후원하기로 했다. 체육이 국민 개개인의 건강과 행복을 유지하는 데 중요할 뿐 아니라 질병 예방 등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사회 갈등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는 데에 인식을 공유했다. 지난 세밑 서울신문 사옥에서 이 회장을 만나 대한체육회의 2019년과 그 이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 : 이지운 체육부장→2019년, 체육계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 -생활 체육 지도자가 너무 적다. 현재 전국에 생활체육 지도자로 활동 중인 인원이 2600여명뿐이다. 요즘은 생활 체육 지도자들이 복지사 역할까지 다 하고 있다. 각 구 단위로 10명꼴인데, 예를 들어 종로구 전체가 10명으로 어떻게 전부 해결이 되겠는가. 동네 어르신들에게 별일이 없는지 집집마다 방문하고 있다. 인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급여는 월 200만원 정도다. 나아가 이들을 정규직화해야 한다. 지금은 국민체육진흥법상에 기간제 근로자로 돼 있다. 이 법을 고쳐야 한다. 이것을 고쳐서 무기계약직이라도 해야 처우와 신분이 안정되고 일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체육인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여태까지 회계 부정·폭력·파벌 이슈가 나오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교육 부재에서 발생한 일들이 많다. 그것을 잘못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말하자면 선수 폭행도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아직도 존재한다. 세상이 변했는데도 그렇다. 현재까지는 체육계 내외부에 전문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소양·직무·인성 교육을 하는 곳이 없다. 100여명 불러다 1박2일 몇 시간씩 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교육 수요가 수십 만명이나 된다. 체육 지도 자격증 소지자 13만명 5000여명을 교육시킬 기관 하나가 없다. 동시에 중요한 것이 일자리 창출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있으면 이런 것들이 많이 해소될 것이다. 조직 내 파벌이라든지 조직 사유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교육을 통해 사람을 바꿔야 조직의 문화가 변화한다.→정부나 국회의 지원이 부족했다는 얘기인데, 왜 그랬을까. 복지로서의 체육이라는 개념마저 희박한 때문인가? -여태까지 생활 체육은 동네에서 알아서 동호인들끼리 하는 걸로만 생각해왔다. 조직화·시스템화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나서야 중요성이 점차 인식되는 것 같다. 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체육진흥공단이 2007년 함께 펴낸 논문에 따르면 ‘체육 활동 참여로 인한 개인의 의료비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은 1인당 연간 약 46만원의 경제적 효과를 낸다고 한다. →2019년에는 무엇에 초점을 맞추려 하나. -우선 학교 체육이 중요하다. 학교 스포츠 클럽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전문 스포츠 지도 강사를 학교에 배치해야 한다. 학생 대상으로는 학교 클럽 활동을 늘리고, 사회인들을 대상으로는 공공 스포츠 클럽을 활성화시키려 하고 있다. 공공 스포츠 클럽은 현재 전국에 76개를 운영하고 있다. 2022년까지 ‘1시군구 1스포츠클럽’(지역형 229개, 거점형 3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곳에 주민들이 모여 같이 운동도 하고, 학교 학생도 수업이 끝나면 와서 운동을 즐길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스포츠 클럽을 사랑방처럼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리그제를 만들어 실력이 좋은 사람은 상위 리그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포츠 클럽 상위 단계에서는 국가대표까지도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동시에 어르신 맞춤형 생활 체육 인프라도 구축할 것이다. 2020 도쿄올림픽 준비도 해야 한다. →2020 도쿄올림픽 성적에 대한 우려가 많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과거 일본도 국제대회 성적이 20년간 뚝 떨어졌다. 우리나라가 그 길로 가고 있다. 일단 선수 유입이 안 된다. 사람들이 엘리트 선수로서 운동을 안 하려고 한다. 한 자녀만 키우다 보니 축구·야구·골프는 하지만 다른 종목에는 사람이 없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수영의 박태환, 배드민턴의 이용대가 빠지니 목표했던 금메달 65개에 못 미치는 결과(금메달 49개)가 나왔다. 양궁·태권도를 비롯한 강세 종목에서도 우리 지도자가 해외로 나가 가르치니 다른 나라와 실력이 평준화됐다. 사실 여태까지 소수 정예에게 선택과 집중을 해서 빨래 짜듯이 짜낸 경향이 있다. →엘리트 체육에 대한 대책은.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은 분리되지 않는다. 하나의 동전과도 같다. 엘리트 체육이 성적을 내면 그 영향으로 일반 동호인과 체육 인프라가 늘어난다. 그러한 저변을 바탕으로 또다시 좋은 선수들이 나오는 선순환 구조가 생기는 것이다. 두 개가 하나인데 따로 구분해서 보면 안 된다. 떼어서 생각할 일이 아니다. →취임 이후 중점을 둔 부분이 그것 아닌가. -서로 떨어져 있던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막 하나로 합쳐졌다. 법에 의해 물리적 통합은 됐지만 내부적으로 화학적 통합이 쉽지 않았다. 조직이 합쳐지다 보면 그것을 녹여내는 것이 가장 큰일이었다. 통합체육회가 만들어진 이후 같은 목표를 향해 더불어 조화롭게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서로 다른 처지나 입장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그래서 공동의 목표를 만들기 위해 체육인 1300여명에게 의견을 받아 역점 과제를 담은 ‘대한체육회(KSOC) 어젠다 2020’을 만들어 냈다. 공동의 목표를 이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자는 의미였다. 2016년 3월에 통합을 하고 이제는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그래도 이제는 화학적 통합이 잘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어젠다 2020’의 진행 상황은. -사회적 동의가 따르는 문제가 많다. 관련 법을 고쳐야 하고, 공론화 과정뿐 아니라 정부 동의가 있어야 한다. 체육인 약 220만명에게 수기로 서명을 받아놓았다. 공청회는 마쳤고, 국회에도 서명을 제출할 예정이다. 연초에 입법 탄원도 진행할 예정이다. 정리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데스크 시각] ‘소멸’ 중인 대한민국 체육/이지운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소멸’ 중인 대한민국 체육/이지운 체육부장

    “머지않아 국제대회에서 경기력이 급속도로 떨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2011년 경북대학교의 한 석사 논문에서 나온 대목인데, 체육인들은 이 ‘예언’이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적중될까 우려하고 있다. 논문은 “2010년 선수 현황에 따르면 역도·복싱·하키·레슬링·펜싱 종목들은 초등학교 선수가 전무한 실정이며, 유도·복싱 등 투기 종목과 핸드볼·하키 등 구기 종목에서도 선수 수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고교로 가면 이 예언은 상당 부분 현실화됐다. 중·고교 운동부 선수를 기준으로 2015년과 2018년 비교 수치는 이렇다. 골프는 124명에서 1426명으로 1302명, 축구는 1만 1088명에서 1만 4306명으로 3218명 늘었다. 야구는 5723명에서 6495명으로 772명 증가했다. 딱 여기까지다. 농구, 배구, 탁구만 해도 정체가 분명하다. 각각 1242명에서 1161명(+81), 1083명에서 1110명(+27), 531명에서 544명(+13)의 변화를 보였다. 레슬링은 1359명에서 1194명(-165명), 핸드볼은 885명에서 756명(-129명), 하키는 1034명에서 912명(-122명)으로 줄었다. 검도, 사격, 수영. 씨름, 양궁, 체조 등도 그 숫자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중·고교 운동부의 숫자는 2015년 5599개를 정점으로 2016년 5468개(-131), 2017년 5414개(-72), 2018년 5411개(-3)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고민들은 숫자의 크기 이상이다. 핸드볼협회 이은미 차장은 “현장에서 스포츠 인력 자체가 줄고 있다. 뾰족한 수가 없다. 학교 지도자들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단 선수 유입이 안 된다. 운동을 하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자녀만 키우는데, 골프·축구·야구에 몰릴 뿐이고, 그 외 종목에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였다. 이 회장은 “사실 그간 우리 스포츠의 성적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빨랫감 짜듯이 짜낸 결과”라면서 “국제대회의 정상권에서 20년간 멀어져 간 일본의 길을 걷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학교 체육은 이렇게 빠르게 무너지는 중이다. 생활 체육의 공간으로서 학교는 이미 그 존재감이 사라진 지 오래라는 걸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그러니 생활 체육이네, 엘리트 체육이네 하는 논쟁도 무의미한 상황이다. 좀 과하게 표현하자면 한국의 ‘체육’은 소멸 중이다. 이른바 ‘체육인’도 그렇다. 뭐라도 일단 살려 내지 않으면 우리는 상당한 대가를 오랫동안 치러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은 2019년부터 생활 체육의 저변 확대를 위한 연중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체육이 국민 개개인의 건강과 행복을 유지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 질병 예방 등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며 나아가 사회 갈등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데까지 그 유효성이 미친다는 인식 아래 진행하는 것이다. 이 연중 기획으로 우선 국민적 의식이 고양되길 기대한다. 민관의 관계 단체·기관 등의 동참과 지지가 뒤따르길 바란다. 세밑에 만난 한 프로 스포츠 관계자는 관중 감소 추세를 설명하며 “인구 감소”를 누구보다 걱정했다. 경제 상황도 우려했다.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 경기장을 찾는 횟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어지간한 정치인보다, 정부 관료보다 ‘나라 걱정’이 더 컸다. 복지 차원에서라도 체육을 걱정할 때다.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는 새로운 체육 정책을 서둘러 제시해야 한다. jj@seoul.co.kr
  • 이기흥 회장의 체육계 쇄신 약속이 공허하게 들렸던 이유

    이기흥 회장의 체육계 쇄신 약속이 공허하게 들렸던 이유

    “어쩌면 저도 피해자 가운데 한 사람일지 모릅니다.” 요즘 툭하면 들리는 광고 문구대로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내년을 체육계에 산적한 난제들을 제로 베이스에서 정리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기자회견에서 듣지 않았어야 할 견해를 듣고 말았다. 이날 회견은 청문회를 방불케했다. 10분 정도 이 회장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체육계 적폐 청산 계획을 설명한 뒤 질의응답이 이어졌는데 이 회장이나 체육회 출입기자들이나 작심한 듯 치열했다. 이 회장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오래된 관행, 체육계의 일자리가 많지 않아 인사를 앞두고 마타도어가 횡행하고, 전반적인 교육이나 심성 연마가 되지 않아” 체육계가 실제보다 문제가 많고 엉망인 것으로 비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기자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역할 구분이라도 한 듯 집요하게 돌아가며 이 회장부터 잘못한 것 아니냐고 에둘러 꼬집었다. 두루뭉실 넘어가면 안된다고 지적하는 기자마저 있었다.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자꾸 끼어들어 답변하려는 이 회장 때문에 두 기자는 “제 질문 좀 끝낼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호소하는 촌극마저 연출됐다. 급기야 이 회장은 국감 등에서 문제 인사로 지목된 6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들이 애꿎은 여론전의 희생양이 됐다는 식으로 옹호하기에 이르렀다. 누구는 조계종 실력자의 동생이라 자신의 조계종신도회 직책과의 관계가 입에 오르내리는데 자신은 그런 것과 관계 없이 실력으로만 일을 맡겼으며, 누구는 하나회 해체를 주장할 정도로 강단 있는 육사 출신이며 선수들을 지도하는 데 그만한 적임자가 어디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가 숱한 회견을 경험했지만 인사권자가 이렇게 적나라하게 자신의 인사를 강변하면서 신상명세까지 세세히 밝힌 예는 찾기 어렵다. 그런 적임자들이 선수촌을 관리했는데도 음주, 폭행 등 사례가 연이어 폭로된 데 대해선 선수촌 초기 여러 시설을 꾸리고 안정화하는 데만 매진했기 때문이란 자가당착적인 설명도 이어졌다. 또 연말 대대적인 인사 쇄신을 할 것이란 장담에 대해 기자들이 구체적 인선 기준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며 원로와 전문가 7명으로 꾸려졌다고만 알려진 인사추천위원회 명단과, 적어도 위원장이 누구인지는 밝힐 수 있지 않느냐고 따지자 한사코 “명단이 공개되면 그분들이 위원 활동을 그만 두겠다고 한다”는 이유를 들어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자들이 돌아가며 문제점을 지적하자 한참 뒤에야 “정 그러면 빠른 시간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물러섰다. 아울러 프로야구 KIA 감독을 지낸 김성한씨가 새 선수촌장에 내정됐다는 보도 때문에 체육계에서 낙담하는 이들이 많으며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라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기자들의 전언에 대해 “십수명의 후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난 누구누구의 이름이 올라와 있는지조차 모른다. 27일부터야 명단을 들여다보고 협의하게 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일일이 기자들을 찾아 손을 내밀었지만 기자들은 괴롭고 갑갑하다는 반응을 많이 내놓았다. 진정한 리더라면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이후 일년 내내 시끄러웠던 체육계 안팎의 사태에 대해 자신의 허물이 있는지 돌아보고 국민들과 언론 앞에서 자성하는 모습부터 보이고 사태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해결할지 모색하는 게 올바른 순서라고 기자는 생각한다. ‘다들 왜 나만 갖고 그래‘란 식이어선 한치 앞으로도 못 나아간다는 게 역사를 통해 증명된 것 아닌가 말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새해는 체육계 비리 철퇴”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벌어진 국가대표 선수들의 음주, 성추행, 폭행 파문과 관련해 감독은 사직시키고 가해자는 영구 제명, 음주 가담자는 퇴촌시키기로 했다. ●체육회, 합동조사단 꾸려 석 달간 조사키로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20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을 모든 문제를 원점에서 바로잡는 해로 삼겠다”며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동안 20명의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3개 군(群)으로 구분해 순차적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조직 사유화, 성폭력, 승부조작 및 편파판정, 입시비리 등 다섯 가지 범죄에 대해선 인지 조사를 하고 반드시 검찰에 고발하는 일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경기단체 연맹의 가입, 탈퇴까지 연대 책임을 지게 하겠다고 밝히며 3년 동안 하위 등급에 머무르면 탈퇴시키겠으며 잘못이 크고 막대하면 한 번만 나와도 탈퇴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입시 비리 등 중요 범죄 혐의 檢 고발 의무화 선수들이 상담을 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지도자들의 문제점이나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체 징계와 별도로 검찰 고발을 의무화해 법무부와 협의해 전담 창구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경기단체 연맹들이 모든 것을 문서로 남기게 하고, 회의록 공개와 녹음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스포츠 블로그] 사제 인연, 악연으로…마주하고 싶지 않은 쇼트트랙

    [스포츠 블로그] 사제 인연, 악연으로…마주하고 싶지 않은 쇼트트랙

    체육계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악성 사례는 매년 끊이질 않고 있다. 18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스포츠인권센터에 접수된 신고·상담 건수는 2015년 180건, 2016년 186건, 2017년 154건, 2018년 현재 228건으로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처벌을 강화했어도 인적이 드문 곳에서의 폭행까지 잡아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폭행을 저지른 뒤 휴대전화를 검사하고 부모에게 알리지 못하게 하는 일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인연’인가 했던 사제관계가 ‘악연’으로 정리되는 일이 체육계에는 너무도 잦다.●성적 향상 명분 초등 1년 때부터 폭행 당해 쇼트트랙의 심석희(21)에게 지난 17일 법정에서 마주한 조재범(37) 전 코치와의 14년간 인연이 그러했다. 지난 1월 1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전치 3주의 폭행을 당한 뒤 11개월 만에 처음 마주한 자리, 7살 때 자신을 발굴해 최고의 선수로 성장할 때까지 늘 함께했었지만 이제는 더이상 함께 마주하고 싶지 않은 존재가 돼 버렸다. 심석희는 법정에 나와 판사를 향해 “엄벌에 처해지길 바란다”고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조 전 코치는 “원한다면 눈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겠다”며 선처를 갈구했다. ●평창 1500m 넘어진 것도 뇌진탕 후유증 ‘요즘 어떤 세상인데 아직 그런 일이 있느냐’는 반문을 들을 정도의 사건이 심석희에게는 일상처럼 벌어졌다고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조 전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고, 아이스하키채로 맞아 손가락 뼈가 골절된 적도 있다. ●“기량 회복 요원… 아직도 정신과 치료” 올림픽을 앞두고는 머리를 심하게 맞아 뇌진탕 증상까지 나타났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자신의 주종목인 1500m에 출전했지만 홀로 넘어져 예선 탈락한 것도 고속 회전 구간에서 뇌진탕 후유증으로 인해 잠시 정신을 잃었기 때문이다. 심석희는 “아직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조 전 코치는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였다고 하지만 최정상급의 선수인 심석희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고향 강릉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으나 계주 금메달을 제외하고는 개인 종목 메달이 전무했다. 4년 전 막내로 출전했던 소치동계올림픽(금1·은1·동1) 때보다도 저조했다. 심석희 측 임상혁 변호사는 “기량이 폭행으로 인해 향상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지난 올림픽에서의 성적은 폭행으로 인해 선수의 기량이 하락된 것을 보여 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일 대한체육회 혁신안에 마지막 기대를 20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직접 나서 최근 체육계의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한 혁신안을 털어놓겠다고 한다. 심석희에 대한 이야기도 이때 언급될 듯하다. 폭행 사태가 터질 때마다 나왔던 땜질식 처방이 다시 등장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 본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여자배구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여자배구대표팀 코치 세계선수권 앞두고 선수촌 여자 스태프 성추행 대한체육회가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벌어진 여자배구대표팀 코치의 성추행 논란을 직접 들여다본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11일 체육회 산하 감사실에 여자배구대표팀 내 코치와 여자 스태프 간에 발생한 성추행 논란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감사실은 곧 감사 인력을 꾸려 당사자를 직접 조사할 예정이다. 체육회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요람인 선수촌에서 성추행 논란이 불거진 사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체육회는 김칠봉 선수촌 훈련본부장 지휘로 당장 1차 진상 조사를 시작했다. 추가 결과가 나오면 성관련 문제를 담당하는 클린스포츠센터가 2차 조사를 벌인다. 대한배구협회도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확인에 들어갔다. 협회는 “2018 세계선수권대회 준비 훈련 기간 여자대표팀의 A 코치가 지난달 17일 진천선수촌에서 음주 후 대표팀 여자 스태프에게 성추행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차해원 대표팀 감독이 A코치를 9월 18일 퇴촌 조처한 뒤 19일 오전에 협회에 보고했다”고 발표했다. 협회는 진상 파악과 후속 조처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피해자가 더는 사건 확대를 원치 않았고 세계선수권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대회 후 사건을 조사할 예정이었다고 해명했다. 대표팀이 귀국한 뒤 관리 책임을 물어 차 감독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했고, 차 감독이 10일 사직서를 냈다고 협회는 덧붙였다. 협회는 전 언론인, 변호사, 인권강사 등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을 조사하고,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성폭력 재발 방지와 대표팀 기강 확립 등을 위한 추가 조처를 하고, 앞으로 대표팀 지도자 선발 때 도덕성도 검증하겠다고 약속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소월과 육사에 함께 취한 남북… 평양은 역시 멀지 않았다

    소월과 육사에 함께 취한 남북… 평양은 역시 멀지 않았다

    평양은 역시 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수행원, 그리고 기자단을 태운 공군 1호기는 ‘ㄷ’ 자의 서해 직항로 경로를 좌석 앞 모니터에 정확하게 펼쳐 보였다. 나는 비행기의 머리가 항로를 따라 시시각각 순조롭게 순항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서울공항에서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하는 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08년 봄에 평양 근교 역포구역에 어린이사과농장을 만들기 위해 다녀온 뒤로 10년 만의 방북이었다.평양 시내로 들어가는 길가에 환영 나온 시민들이 어마어마한 사람의 파도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가도 가도 끝없이 늘어서서 손을 흔들고 깃발을 흔들고 발을 구르고 있었다. 10만명이 넘을 거라고 했다. 남녀가 따로 없었고 노소가 따로 없었다. 버스 안에서 차범근 감독이 유홍준 교수를 보며 말했다. “이상하네요. 왜 이렇게 눈물이 나려고 하죠?” 차 감독의 눈자위는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눈물이 나야 정상이지. 울고 싶을 때는 실컷 울어 버려요. 아무 걱정 말고 울어 버려요.” 이렇게 말하면서 유 교수도 눈가를 훔쳤다.서로 대화 한번 나눈 적 없는 남과 북의 시민들이 버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함께 우는 것으로 만남은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는 울어 볼 일이 없는 세상에서 너무 오래 살았다. 밥을 버느라, 통장의 잔고를 늘리느라, 오로지 내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비즈니스를 위한 일에 매달리느라 울어 볼 날이 없었다. 고려호텔 2층 뷔페의 메뉴 중 하나로 나온 돌목어식해는 처음 먹어 보는 북쪽 음식이었다. 널리 알려진 가자미식해와 모양과 빛깔은 비슷했으나 식감이 완전히 달랐다. 돌목어는 도루묵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봤다. 북측 접대원에게 물어도 그는 도루묵을 모르고 나는 돌목어를 모르니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걸 입에 넣고 씹으면 비리지 않은 쫄깃한 생선회를 씹는 느낌이 났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퀴퀴하고 들척지근한 맛도 없었다. 부드럽고 몰캉한 생선 식해에다 흰 밥을 먹는 것으로 평양 일정은 시작됐다.우리의 첫 번째 임무는 옥류아동병원을 방문하는 김정숙 여사를 수행하는 일이었다. 유홍준 교수, 김형석 작곡가, 차범근·현정화 감독,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박종아 평창아이스하키남북단일팀 주장, 에일리·알리·지코 같은 가수들, 마술사 최현우는 소형버스 14호차를 함께 타고 다녔다. 우리 일행이 옥류아동병원에 도착한 직후 북측의 리설주 여사가 승용차에서 내렸다. 리설주 여사는 병원 관계자들과 30분 가까이 병원 입구에 꼿꼿이 서서 김정숙 여사를 기다렸다. 그녀는 한 번도 의자에 앉지 않았다. 남북 정상회담 일정 내내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가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깍듯하게 모시듯 환대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아동병원에 도착한 김정숙 여사는 리설주 여사에게 특별수행원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가까이에서 악수하면서 잡은 리설주 여사의 손은 연약하고 따뜻했다. 저녁에 평양대극장에서 ‘2018 평양 수뇌회담 환영공연’이 열렸다. 평양 시민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입장할 때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와 함께 ‘만세’ ‘만세’를 입 모아 외쳤다. 김 위원장이 손짓으로 제지를 해도 그 웅장한 소리는 끝이 없었다. 최고지도자를 향한 그 존경심의 표현은 머리끝이 곤두설 정도로 극적이었다. 공연은 우리도 잘 아는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북쪽 노래와 남쪽의 노래를 섞어 진행됐다. 남쪽 가요 중에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아침이슬’ ‘흑산도 아가씨’와 같은 노래들이 들어 있었다. 모두 북한식 편곡과 연주로 우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던져 주었다. 공연에 등장한 배우들의 한복 디자인은 현재 남쪽의 한복 디자인과 거의 비슷했다. 공연의 절정 부분에 한돌이 작사하고 작곡한 ‘홀로아리랑’이 배치됐다.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 타고 떠나라/ 한라산 제주에서 배 타고 간다/(…)/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쏟아졌다. 평화와 번영을 향해 가는 길이 순조롭고 반듯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남북을 가로막기도 하고 우리의 운행을 방해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듯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평양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었다. 시내를 걸어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밝고 자신감이 넘쳤고, 여성들의 옷차림도 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어떤 젊은 여성은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휴대폰(손전화)을 계속 들여다보며 거리를 걸어갔다. 저녁 환영만찬이 목란관에서 열렸다. 이 연회의 차림표를 여기 북한 표기대로 적는다. 백설기, 약밥, 칠면조말이랭찜, 해산물 물회, 과일남새생채, 상어날개야자탕, 백화대구찜, 자신소심옥구이, 송이버섯 편구이와 볶음, 흰 쌀밥, 송어국, 도라지 장아찌, 오이숙장과, 수정과, 유자고, 강령록차김정숙 여사는 첫날 환영만찬에서 ‘동무생각’을 불러 왕년의 솜씨를 뽐냈다. 우리 14호차의 안내를 맡은 여성 두 사람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일하는 젊은 엄마들이었다. 탁아소에 아기들을 맡기고 나온 이들 중 한 사람은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했다고 한다. 그녀는 소월과 육사의 시를 이야기했다. 나는 이들이 사용하는 핸드폰을 한번 들여다봤다. 뒷면에 ‘평양’이라고 적혀 있는 이 핸드폰의 앱에는 체계관리(설정), 조선대백과사전을 비롯해 류경바둑, 별찌까기와 같은 게임이 들어 있었다. 십여 년 전부터 북한에서 휴대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사용자가 5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평양 방문은 우리에게 휴대폰으로부터 해방된 여행이었다. 혹시나 진동이 울리나 싶어 무의식적으로 양복 안주머니 쪽으로 손이 간다는 분도 있었다. 9월 19일. 방북 이튿날 일정은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점심 때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장에 도착하자 남북 공동선언 합의문이 만들어졌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큰 숙제를 끝낸 듯 표정이 밝아 보였다. 평양을 방문한 수행단보다 남쪽의 국민들이 더 빨리, 더 생생하게 뉴스를 접했을 것이다. 옥류관 오찬으로 나온 음식은 평양냉면뿐만이 아니었다. 잉어달래초장무침, 자라탕, 송이버섯볶음 등이 맛있었다. 나는 냉면을 한 그릇 먹고 나서 반 그릇을 더 먹었다. 평양에서 각 장르의 미술가들이 창작하고 그 창작물을 전시, 판매하는 만수대창작사를 들르는 일은 큰 즐거움 중 하나다. 나는 ‘감자꽃 필 때’라는 제목의 유색판화 한 점을 구입했다. 큰 가격은 아니었지만 그림 값을 깎는 ‘가격투쟁’에는 실패했다. 대동강의 능라도에 있는 5·1경기장은 15만명의 평양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집단체조와 예술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가슴이 자꾸 두근거렸다. 카드섹션에 참여하는 경기장 반대편 ‘배경대’는 1만 7490명의 중학생들로 구성됐다고 했다. 남과 북의 양 정상들이 경기장에 막 도착했을 때 15만명이 하나의 목소리로 환호하는 소리를 상상해 보라. 대규모 평양 시민들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에 나섰다. 거의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집단체조 ‘아리랑’의 일부와 남북 정상회담을 축하하는 특별공연이 수만 명의 청년학생과 예술가들에 의해 펼쳐졌다. 공연은 북한식 집단주의가 역사적 경험과 만나면서 어떠한 예술적 영향력을 생산하는지 웅장하게 보여 주었다. 평양 방문단이 백두산을 간다는 소식이 들린 것은 19일 밤 9시쯤이었다. 백두산을 간다는 말에 우리는 들뜨기 시작했다. 방한복을 싣고 공군 2호기가 평양국제비행장에 온다는 말도 들렸다. 공군 1호기 조종사는 삼지연비행장의 활주로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미리 떠났다고도 했다. 젊은 가수들이 하나같이 말했다. “대박!” 새벽 1시쯤 잠이 든 나는 4시에 모닝콜을 받았다. 평양 거리는 불을 켠 곳이 별로 없었다. 5시 30분 비행장으로 가는 길은 어두웠다. 비도 추적추적 내렸다. 그때 버스 창문으로 우리를 환송하러 나온 평양 시민들이 보였다. 불빛 하나 없는 거리에서 그들은 손을 흔들면서 연도에 줄지어 서 있었다. 평양에 도착했을 때보다 숫자는 적었지만 환송 열기는 그에 못지않아 보였다. ‘뭉클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일 것이다. 비행장에서는 남쪽에서 급히 공수해 온 방한복이 두 벌씩 지급됐다. 기자도, 그룹 총수도, 노동자도, 학생도, 성직자도, 교수도, 공무원도, 국회의원도 모두 하나같이 점퍼로 중무장을 마쳤다. 백두산으로 가는 비행기까지 따로 수속 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좌석표도 없었다. 우리에게 배정된 고려항공에 탑승해 빈자리에 앉으면 그만이었다. 마치 수학여행을 가듯이 말이다. 7시 40분 평양에서 한 시간을 날아가 삼지연비행장에 도착했다. 2005년 남북작가대회 때 삼지연에 가본 이후 13년 만이었다. 해발 13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삼지연의 공기는 서늘한 가을이었다. 우리는 한두 달 앞당겨 가을 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어디 보자기에도 싸갈 수 없는 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졌다. 삼지연에서 백두산까지의 길은 32㎞다. 모든 길의 양쪽 갓길에 이끼를 깔아 남과 북의 양 정상을 맞이하려는 노력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갔다. 백두산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난간의 테두리도 대리석으로 새로 단장했고 천지로 내려가는 삭도(케이블카)도 운행을 멈추지 않았다. 장군봉 정상까지 SUV 차량으로 올라간 수행원들도 있었고, 두 정상과 함께 천지로 내려가는 삭도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삭도를 타고 생전 처음 천지 물을 손에 적시는 행운을 누렸다. 꽃은 졌지만 잎이 푸르게 남아 있는 만병초 잎사귀 하나를 따서 수첩에 끼워 넣었다. 두메양귀비는 보이지 않았지만 구절초로 짐작되는 식물의 씨앗을 나는 은밀하게 봉투에 넣었다. 숲에서 발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손가락 길이만 한 가문비나무 어린 새싹을 살짝 뿌리째 뽑아 들었다. 아름드리나무가 내 수첩 속으로 들어왔다. 평양도 백두산도 이제 먼 길이 아니다.
  • [안도현 시인 특별기고]평양은 멀지 않다

    [안도현 시인 특별기고]평양은 멀지 않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당시 수행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안도현 시인이 서울신문에 당시 감동을 담은 기행문을 보내오셨습니다. 안 시인이 보고 느꼈던, 그리고 언론 매체에선 볼 수 없었던 정상회담 이면의 이야기들을 원문 그대로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듯 생생한 북한의 풍경들을 함께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평양은 역시 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수행원, 그리고 기자단을 태운 공군 1호기는 ‘ㄷ’자의 서해 직항로의 경로를 좌석 앞 모니터에 정확하게 펼쳐보였다. 이른 새벽 해 뜨기 전에 잠을 자지 못하고 나선 길이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비행기의 머리가 항로를 따라 시시각각 순조롭게 순항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서울공항에서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하는 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08년 봄에 평양 근교 역포구역에 어린이사과농장을 만들기 위해 다녀온 뒤로 10년 만의 방북이었다. 순안비행장이라 불리던 평양국제비행장 청사는 현대식 건물로 면모를 완전히 바꿨고, 의장대와 환영 나온 평양 시민들의 함성이 귓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차범근도, 유홍준도…벅찬 감동에 “왜 이렇게 눈물이” 평양 시내로 들어가는 길가에 환영 나온 평양 시민들이 어마어마한 사람의 파도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가도 가도 끝없이 늘어서서 손을 흔들고 깃발을 흔들고 발을 구르고 있었다. 10만 명이 넘을 거라고 했다. 남녀가 따로 없었고 노소가 따로 없었다.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천천히 움직였고 우리는 시민들의 진심 어린 표정 하나하나를 가까이에서 읽을 수 있었다. 버스 바깥도 버스 안도 만남의 감격의 출렁거렸다. 선두에서 남북 정상은 정상끼리, 행렬 뒤쪽에서 같은 동포인 우리는 우리끼리 만나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 차범근 감독이 유홍준 교수를 보며 말했다. “이상하네요. 왜 이렇게 눈물이 나려고 하죠?” 차 감독의 눈자위는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눈물이 나야 정상이지. 울고 싶을 때는 실컷 울어버려요. 아무 걱정 말고 울어버려요.” 이렇게 말하면서 유 교수도 눈가를 훔쳤다. 서로 대화 한번 나눈 적 없는 남과 북의 시민들이 썬팅 처리된 버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함께 우는 것으로 만남은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는 울어볼 일이 없는 세상에서 너무 오래 살았다. 밥을 버느라, 통장의 잔고를 늘리느라, 오로지 내 자식 뒷바라지 하느라, 비즈니스를 위한 일에 매달리느라 울어볼 날이 없었다. 누군가가 눈물 타령한다고, 감상적이라고 또 이죽거린다고 해도 평양에서는 울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공식수행원들의 숙소는 백화원초대소, 특별수행원들의 숙소는 고려호텔이었다. 오랜만에 들어선 고려호텔은 별다른 장식 없이 조용히 낡아가고 있었다. 1인 1실로 배정된 방에는 사과, 배, 귤, 바나나로 구성된 과일 한 접시와 과자, 사탕, 껌이 담긴 접시 하나가 ‘당신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팻말과 함께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아직 담배를 끊지 못한 내게 재떨이는 또 반가운 선물이었고. 호텔 창밖으로 평양화력발전소 굴뚝에서 희뿌연 연기가 솟아올라 평양 시내 상공을 뒤덮고 있었다. 호텔에서 가까운 평양역 구내로 화물차와 전철이 쉼 없이 오가는 게 보였다. 평양을 방문했을 때 음식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호텔 2층 뷔페식당의 메뉴 중 하나로 나온 돌목어식해는 처음 먹어보는 북쪽 음식이었다. 널리 알려진 가자미식해와 모양과 빛깔은 비슷했는데 식감이 완전히 달랐다. 돌목어는 도루묵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봤다. 북쪽 접대원에게 물어도 그는 도루룩을 모르고 나는 돌목어를 모르니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걸 입에 넣고 씹으면 비리지 않은 쫄깃한 생선회를 씹는 느낌이 났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퀴퀴하고 들척지근한 맛도 없었다. 부드럽고 몰캉한 생선 식해에다 흰 밥을 먹으면서 나는 1930년대 후반 시인 백석을 떠올렸다. ●김정숙 여사 ‘영부인 외교’ 동행한 리설주 여사 ‘깍듯한 환대’ 인상적 우리의 첫 번째 임무는 옥류아동병원을 방문하는 김정숙 여사를 수행하는 일이었다. 유홍준 교수, 김형석 작곡가와 같은 문화예술계 인사, 차범근·현정화 감독,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박종아 평창아이스하키남북단일팀 주장 등 체육계 인사, 에일리·알리·지코 같은 가수들, 마술사 최현우는 소형버스 14호차를 함께 타고 다녔다. 14호차 일행이 옥류아동병원에 도착한 직후 북쪽의 리설주 여사가 승용차에서 내렸다. 리설주 여사는 병원 관계자들과 30분 가까이 병원 입구에서 김정숙 여사를 기다렸다. 그녀는 한 번도 의자에 앉지 않았다. 정장 차림에다 하이힐을 신고 부동자세에 가까운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남북 정상회담 일정 내내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깍듯하게 모시듯 환대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한 국가의 지도자이기 전에 젊은 부부가 웃어른을 모시는 우리의 전통 예절을 잊지 않으려는 자세가 분명했다. 아동병원에 도착한 김정숙 여사는 리설주 여사에게 특별수행원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가까이에서 악수하면서 잡은 리설주 여사의 손은 연약하고 따뜻했다. 이어서 김원균 음악종합대학을 방문했다. 김원균은 북한의 국가와 ‘김일성장군의 노래’ 등을 작곡한 사람으로 북한 정권 초기 앞장서서 음악으로 ‘혁명과업’을 수행했다. 저녁에 평양대극장에서 ‘2018 평양 수뇌회담 환영공연’이 열렸다. 평양 시민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입장할 때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와 함께 ‘만세’ ‘만세’를 입 모아 외쳤다. 김 위원장이 손짓으로 제재를 해도 그 웅장한 소리는 끝이 없었다. 최고 지도자를 향한 그 존경심의 표현은 머리끝이 곤두설 정도로 극적이었다. 공연은 우리도 잘 아는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북쪽 노래와 남쪽의 노래를 섞어 진행되었다. 남쪽 가요 중에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아침이슬’ ‘흑산도 아가씨’ ‘그대 없이는 못 살아’와 같은 노래들이 들어 있었다. 모두 북한식 편곡과 연주로 우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던져주었다. 남쪽의 대중가요를 선곡한 것도 모두 남쪽 손님들에게 예를 갖추기 위한 거라고 안내원은 설명했다. 그렇지만 나는 귀에 익숙한 노래를 들으면서도 왠지 불편했다. 낯간지러운 가사와 트로트풍의 가요를 내가 모두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외국에 나가 북한 식당을 들렀을 때 점점 남쪽 사람들의 입맛대로 음식들이 변화하는 것을 볼 때 느끼는 불편함과 유사한 것이다. ●‘홀로아리랑’에 눈물…“어떤 난관도 아리랑 고개 넘듯 헤쳐 가야” 환영공연에 등장한 인민배우들의 한복 디자인도 현재 남쪽의 한복 디자인과 거의 비슷하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북한이 원래의 것을 놓치고 남쪽을 흉내 내는 일로 남쪽을 배려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진행될 모든 남북 관계에서 북한은 원래의 북한을 유지해야만 화해와 협력도 대등한 관계 속에서 진전될 것이 아닌가. 공연의 절정 부분에 한돌이 작사하고 작곡한 ‘홀로아리랑’이 배치되었다. 가사 뒷부분은 이렇다.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타고 떠나라/ 한라산 제주에서 배타고 간다/ 가다가 홀로섬에 닻을 내리고/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해보자/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쏟아졌다. 평화와 번영을 향해 가는 길이 순조롭고 반듯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남북을 가로막기도 하고 우리의 운행을 방해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듯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1980년대 후반에 남쪽에서 만들어진 이 노래가 2018년 평양에서 울려 퍼진다는 것은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평양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었다. 시내를 걸어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밝고 자신감이 넘쳤고, 여성들의 옷차림도 전보다 훨씬 다양한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어떤 젊은 여성은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휴대폰(손전화)을 계속 들여다보며 걸어가기도 하였다.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 내외분의 평양 방문을 환영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신 김정은 동지와 부인 리설주 녀사께서 주최하는 연회”가 목란관에서 열렸다. 이 연회의 차림표를 여기 북한 표기대로 적는 것으로 나는 평양 방문을 한 것에 대해 우쭐거려 보려고 한다. 백설기, 약밥, 칠면조말이랭찜, 해산물 물회, 과일남새생채, 상어날개야자탕, 백화대구찜, 자신소심옥구이, 송이버섯 편구이와 볶음, 흰 쌀밥, 송어국, 도라지 장아찌, 오이숙장과, 수정과, 유자고, 강령록차 이에 화답하듯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첫날 환영만찬에서 ‘동무생각’을 불러 왕년의 솜씨를 뽐냈다. 내 옆자리에 앉은 당중앙위 조용원 부부장은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금지의 언어가 아니라 소통의 언어로 말하고자 하였다. 우리 14호차의 안내를 맡은 여성 두 사람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일하는 젊은 엄마들이었다. 탁아소에 아기들을 맡기고 나온 이들은 찡그린 얼굴을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한 한 사람은 소월과 육사의 시를 이야기했다. 나는 이들이 사용하는 핸드폰을 한번 들여다봤다. 뒷면에 ‘평양’이라고 적혀 있는 이 핸드폰의 앱에는 체계관리(설정), 조선대백과사전을 비롯해 류경바둑, 별찌까기와 같은 게임이 들어 있었다. 십여 년 전부터 북한에서 휴대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사용자가 5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양에서 가장 현대화한 지역은 미래과학거리 구역이었다. 여기에는 전에 없던 현대식 고층빌딩과 아파트들이 도열해 있었다. 이곳에는 과학자, 연구자, 교육자들이 주로 거주한다고 했다. 이 거리의 가로수들은 대부분 메타세쿼이아였다. 북에서는 이걸 수삼나무라고 부른다. 이밖에 평양의 가로수로 많이 심어진 나무들은 살구나무와 버드나무가 있다. 봄이 되어도 평양 거리에 벚나무들이 벚꽃을 휘날리는 일은 없다.9월 19일 이튿날 일정은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점심 때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장에 도착하자 남북공동선언 합의문이 만들어졌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큰 숙제를 끝낸 듯 표정이 밝아 보였다. 이번 평양 회담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 기록될 공동선언은 남쪽에 생중계 되었다. 평양을 방문한 수행단보다 남쪽의 국민들이 더 빨리, 더 생생하게 뉴스를 접했을 것이다. ●웅장한 집단체조…남북 정상을 향한 15만 환호는 ‘지축 진동’ 평양 방문은 휴대폰으로부터 해방된 여행이었다. 혹시나 진동이 울리나 싶어 무의식적으로 양복 안주머니 쪽으로 손이 간다는 분도 있었다. 옥류관 오찬으로 나온 음식은 평양냉면뿐만이 아니었다. 잉어달래초장무침, 자라탕, 송이버섯볶음 등이 맛있었고, 나는 냉면을 한 그릇 먹고 나서 반 그릇을 더 먹었다. 모두 300g이었다. 평양교원대학은 우리의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을 합친 교육기관이다. “어린이들에게 한 컵의 물을 주기 위해 한 동이의 물을 들이키는 심정으로 가르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평양 방문 때 각 장르의 미술가들이 창작하고 그 창작물을 전시, 판매하는 만수대창작사를 들르는 일은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나는 ‘감자꽃 필 때’라는 제목의 유색판화 한 점을 구입했다. 큰 가격은 아니었지만 그림 값을 깎는 ‘가격투쟁’에는 실패했다. 집에 그 판화를 가져와 펼쳐 놓고 다시 보아도 내 선택이 현명했던 건 분명하다.대동강의 능라도에 있는 5·1경기장은 15만명의 평양 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처음 보는 집단체조와 예술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가슴이 자꾸 두근거렸다. 카드섹션에 참여하는 경기장 반대편 ‘배경대’는 1만 7490명의 중학생들로 구성되었다고 했다. 남과 북의 양 정상들이 경기장에 막 도착했을 때 15만명이 하나의 목소리로 환호하는 소리를 상상해 보라. 지축을 울린다는 그 상투적인 표현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 수사일 것이다.대규모 평양 시민들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에 나섰다. 거의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집단체조 ‘아리랑’의 일부와 남북 정상회담을 축하하는 특별공연이 수만 명의 청년학생과 예술가들에 의해 펼쳐졌다. 공연은 북한식 집단주의가 역사적 경험과 만나면서 어떠한 예술적 영향력을 생산하는지 웅장하게 보여주었다. 다들 하나같이 말했다. “남쪽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공연이지. 아이들을 저렇게 동원해서 연습 시키면 가만히 있을 엄마가 한 사람도 없을 걸.” 씁쓸했지만 그게 또 우리의 현실이었다. 1970년대 중반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중학생이었던 나도 마스게임에 참여해본 적이 있다. 어린 우리는 뙤약볕 속에서 살을 태워가며 연습을 해야 했다. 개인은 없고 집단만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북쪽 안내원이 말했다. “여기 참여하는 어린이들의 엄마는 아주 영광스럽게 생각한답니다.”평양 방문단이 백두산을 간다는 소식이 들린 것은 19일 저녁 9시경이었다. 20일 새벽 4시에 출발한다는 갑작스런 통보가 전해졌다. 평양 방문 내내 우리는 그 다음 일정을 알지 못해 궁금해 하였다. 일정이 정해진다고 해도 남과 북의 안내원 말이 다를 때가 있었다.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면서 실무적으로 삐걱거리는 일도 있었던 것 같다. 백두산을 간다는 말에 특별수행원들은 들뜨기 시작했다. 방한복을 싣고 공군2호기가 평양국제비행장에 온다는 말도 들렸다. 공군1호기 조종사는 삼지연비행장의 활주로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미리 떠났다고도 했다. 백두산은 밤에 영하의 기온으로 내려간다는 말도 들렸다. 어쨌든 젊은 가수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대박!” 9월 20일 새벽 1시까지 큰 짐들을 호텔 로비에 내려놓으라는 전갈이 왔다. 1시쯤 잠이 든 나는 4시에 모닝콜을 받았다. 평양 거리는 불을 켠 곳이 별로 없었다. 5시 30분 비행장으로 가는 길은 어두웠다.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그때 버스 창문으로 우리를 환송하러 나온 평양 시민들이 보였다. 불빛 하나 없는 거리에서 그들은 손을 흔들면서 연도에 줄지어 서 있었다. 평양에 도착했을 때보다 숫자는 적었지만 환송 열기는 그에 못지않아 보였다. ‘뭉클하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일 것이다. 비행장에서는 남쪽에서 급히 공수해온 방한복이 두 벌씩 지급되었다. 기자도, 그룹 총수도, 노동자도, 학생도, 성직자도, 교수도, 공무원도, 국회의원도 모두 하나같이 점퍼로 중무장을 마쳤다. 백두산으로 가는 비행기까지 따로 수속 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좌석표도 없었다. 우리에게 배정된 고려항공에 탑승해서 빈 자리에 앉으면 그만이었다. 마치 수학여행을 가듯이 말이다.●남북을 위한 백두산의 환대, 이젠 평양도 백두산도 멀지 않더라 7시 40분, 평양에서 한 시간을 날아가 삼지연비행장에 도착했다. 2005년 남북작가대회 때 삼지연에 가본 이후 13년 만이었다. 해발 13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삼지연의 공기는 서늘한 가을의 공기였다. 우리는 한두 달 앞당겨 가을 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나는 마음껏 맑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어디 보자기에도 싸갈 수 없는 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졌다. 만약에 할 수만 있다면 삼지연의 공기를 팔아 돈을 벌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지연비행장과 그 주변은 말끔하게 단장이 되어 있었다. 새로운 터미널이 신축되었고, 활주로는 깨끗하였다. 백두산으로 가는 포장도로도 손색이 없었다. 이깔나무(냑엽송), 가문비나무, 자작나무들이 도열해 있는 길을 운전하는 운전기사가 말했다. “남쪽에서 오신 나이 드신 손님들을 위해 속도를 80㎞ 이하로 줄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삼지연에서 백두산까지의 길은 32㎞다. 모든 길의 양쪽 갓길에 이끼를 깔아 남과 북의 양 정상을 맞이하려는 노력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갔다. 백두산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난간의 테두리도 대리석으로 새로 단장했고 천지로 내려가는 삭도(케이블카)도 운행을 멈추지 않았다. 장군봉 정상까지 SUV 차량으로 올라간 수행원들도 있었고, 두 정상과 함께 천지로 내려가는 삭도를 타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삭도를 타고 생전 처음 천지 물을 손에 적시는 행운을 누렸다. 백두산과 천지는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로 우리를 환대해 주었다. 1920년대에 육당 최남선이 쓴 ‘백두산근참기’를 나도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꽃은 졌지만 잎은 푸르게 남아 있는 만병초 잎사귀 하나를 따서 수첩에 끼워 넣는 일이었다. 두메양귀비는 보이지 않았지만 구절초로 짐작되는 식물의 씨앗을 봉투에 넣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나만의 즐거움이었다. 백두산과 천지 주변을 마음껏 걸으며 둘러보고 노랗게 물든 자작나무 잎사귀 하나를 오래 들여다보는 것, 그것으로 나의 ‘백두산근참기’는 완결편을 갖게 되었다. 평양도 백두산도 이제 먼 길이 아니다.
  • 지코·에일리 “남북정상회담 동행 영광”…김형석과 함께 만찬 공연

    지코·에일리 “남북정상회담 동행 영광”…김형석과 함께 만찬 공연

    가수 지코(본명 우지호·26)가 북한 평양에서 18~20일 열리는 3차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하게 돼서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룹 블락비의 멤버인 지코는 16일 소속사 세븐시즌스를 통해 “2018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자 명단에 포함돼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큰 자리에 초대해주신 만큼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오겠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코는 언더그라운드에서 래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해 2011년 그룹 블락비로 정식 데뷔했다. 신인임에도 뛰어난 프로듀싱 역량을 드러내며 주목받았다. 이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한 방북단 명단 중 문화체육예술계 인사로는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유홍준 명지대학교 석좌교수, 차범근 축구 감독, 현정화 탁구대표님 감독, 박종아 평창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주장, 안도현 시인을 비롯해 김형석 작곡가, 가수 에일리와 지코가 함께한다.작곡가 김형석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 방문은 처음으로, 외가가 실향민이어서 감회가 남다르다”면서 “음악이 서로의 감정을 교류하고 어루만지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형석과 지코, 에일리는 방북 당일 저녁 만찬에서 함께 공연할 예정이다. 김형석에 따르면 지코와 에일리는 각자 자기 노래를 2곡씩 부르고, 김형석은 ‘아리랑’과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을 피아노로 연주할 예정이다. 또 우리 가수들이 북측 가수와 함께 ‘심장에 남는 사람’ 등 북한 가요 한두 곡을 부를 수도 있다고도 전했다. 김형석은 대중문화계에서 공개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를 표명한 인사로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 박진영의 ‘너의 뒤에서’ 등 수많은 히트곡을 작곡했다.에일리도 소속사 YMC엔터테인먼트를 통해 “2018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하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남북이 교류하는 뜻깊은 자리인 만큼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오겠다”고 전했다. 재미 교포 출신 에일리는 2012년 싱글 ‘헤븐’으로 데뷔해 시원한 고음과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인정받는다. 히트곡으로는 ‘보여줄게’, ‘유&아이’(U&I) 등이 있다. 또 tvN 드라마 ‘도깨비’ OST 곡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를 불러 지난해 가온차트 결산 디지털 종합 1위에 올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손흥민은 되고 방탄소년단 안 되고…병역특례에 불만 폭발

    손흥민은 되고 방탄소년단 안 되고…병역특례에 불만 폭발

    “빌보드 1위한 방탄소년단은 군 면제 안 해주나요?” 국위를 선양한 예술·체육인에게 주는 병역 혜택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정부에서 관련 제도를 개선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야구대표 선수 중 일부가 병역을 미룰 만큼 미뤘다가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돼 군 입대를 피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특례 제도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금메달을 따 병역 혜택을 받는 선수는 42명이다. 축구에서는 손흥민 등 20명이, 야구에서는 오지환 등 9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군대에 입대하는 대신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선수 생활을 34개월 유지하면 병역의무를 이수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런 가운데 병역특례 대상을 대중예술인과 기능올림픽 입상자들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방탄소년단이 지난 5월에 이어 3개월 만에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석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위를 선양한 가수들에게도 병역 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국회 국방위원인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이를 지적했다. 그는 “방탄소년단 군 면제를 해달라는 얘기가 있어 병역특례를 주는 국제대회 리스트를 살펴보니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바이올린, 피아노 같은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 하면 병역특례를 주는데 대중음악으로 빌보드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병무청은 병역특례제도 개선 의지를 보였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논란을 보고 병역특례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고 느끼고 있다”며 “체육·예술 병역특례를 전체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2일 대한민국 선수단 해단식 및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메달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남자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병역 혜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병역 혜택은 양론이 있다. 선수들에게 굉장히 필요한 부분인 것은 사실”이라며 “올림픽, 아시안게임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까지 포함해서 성적에 따라 마일리지를 많이 쌓은 선수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방안이 어떨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추후 공론화해 논의하겠다”고 주장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같이 단일 경기 성적만이 아니라 다른 국제대회 성적까지 마일리지와 같은 방식으로 정립, 일정 기준이 되는 선수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병무청은 병역특례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거나 외부 용역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개선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24년 만에… 한국, 日약진에 2위 내줬다

    24년 만에… 한국, 日약진에 2위 내줬다

    2018 자카르타·팔레방아시안게임이 2일 폐회식을 끝으로 16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주경기장에서 열린 폐회식에 모인 선수단은 4년 뒤 중국 항저우에서 열릴 19회 대회를 기약했다. 한국은 이날 대회 마지막 종목인 트라이애슬론 혼성 릴레이에서 은메달을 추가해 금 49개, 은 58개, 동 70개 등 종합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 선수단은 개막 전 금메달 65개를 따내 6회 연속 종합 2위를 지켜내겠다는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성적이 부진하자 대회 도중 목표치를 50개로 낮췄으나 이마저도 지켜내지 못했다. 한국이 하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50개를 채우지 못한 것은 19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이후 36년 만이다. 반면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75개, 은메달 56개, 동메달 74개를 쓸어 담으며 중국(금 132, 은 92, 동 65개) 다음으로 많은 메달을 가져갔다. 4년 전 인천 대회(금 47개) 때보다 금메달이 28개나 늘었다. 일본은 2020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수년 전부터 엘리트 체육에 투자를 집중했고 이번 대회에도 정상급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켜 성적이 급등했다. 한국이 일본에 2위 자리를 내준 것은 24년 만이다.한국은 ‘메달 텃밭’을 지켜내지 못했다. 태권도에서 금메달 9개를 목표했으나 5개에 머물렀다. 8개 전 종목 석권을 기대했던 양궁에서는 여자 리커브 개인전, 리커브 혼성전 결승에 오르지 못하는 등 예상 외 난조 끝에 금메달 4개로 만족했다. 금메달 4개를 노렸던 레슬링에서도 류한수·조효철만 ‘금맛’을 봤다. 배드민턴은 아시안게임에서 40년 만에 노메달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다. 세계적으로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음을 이번 대회에서야 확인했다. 전통적으로 취약했던 기초 종목에서도 아쉬움이 이어졌다. 금메달 41개가 걸린 수영에서는 김서영(200m 여자 개인 혼영)이, 금메달 48개가 걸린 육상에서는 정혜림(100m 여자 허들)이 1개씩의 금메달을 차지했을 뿐이다. 일본은 육상(금 6개)과 수영(금 19개)에서만 총 25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일본의 여고생 이케에 리카코(18)는 경영 종목에서 6관왕에 오르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대회 결산 기자회견에서 “수영 박태환, 배드민턴 이용대, 역도 장미란을 비롯한 유명 선수들의 뒤를 이을 차세대 스포츠 스타를 발굴하고 키워내지 못했다”며 “젊은 선수층이 얇아지고 운동선수를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로 유망주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체육 인프라를 확대시켜 사회 전반에서 국가대표 선수를 발굴해내는 선진국형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강세인 태권도, 양궁, 배드민턴, 사격 등은 세계적으로 끊임없이 도전받고 있는 만큼 새로운 전술과 기술을 준비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자카르타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박수받은 金메달리스트… 야유받는 ‘軍면제 리스트’

    박수받은 金메달리스트… 야유받는 ‘軍면제 리스트’

    일본야구대표팀 등 실업 선수 위주 출전 한국은 입대 앞둔 프로선수들 끼워넣어 “훈련소 입구 갔다가 유턴” 등 비난 거세 체육회장 “국제대회 마일리지제” 제안 2일 폐막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 특례’ 논란이 다시 뜨거워졌다. 특히 올림픽에 비해 입상이 쉬운 아시안게임이 ‘병역 면탈의 복마전’이 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과 반특권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와 병역 특례는 충돌할 수밖에 없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축구와 야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일 나란히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땄다. 경기 종료 후 인터넷에선 금메달보다 선수들의 병역 특례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논산훈련소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 나왔다”는 비아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잇따랐다. 병역 특례를 받은 선수들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축구 대표팀 손흥민 선수에게는 축하가 쏟아졌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손홍민이 병역 특례로 얻게 될 천문학적인 연봉에 관심을 드러냈다. 야구 대표팀의 오지환·박해민 선수를 향한 비난은 더 거세졌다. 두 선수가 지난해 경찰청과 상무 입대를 포기하고 아시안게임을 노렸다는 것이다. 야구는 주로 한국과 일본, 대만이 우승을 다퉈 다른 종목보다 메달 따기가 쉽다. 특히 일본이 실업 선수들로 국가대표를 구성한 것과 달리 한국은 최우수 프로 선수들에 병역 면제가 시급한 프로 선수를 끼워 넣었다. 단체 종목의 경우 아시안게임 전체 경기에서 1분만 뛰어도 팀이 금메달을 따면 현역병 입대를 면할 수 있다. 아울러 금메달을 딴 남자 선수에게만 병역 면제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또 하나의 성차별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병역 특례를 통해 쌓은 막대한 부를 사회에 환원한 선수가 극히 드물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프로 선수가 메달 획득과 동시에 병역 특례 혜택을 받으면 일부 보전금을 내거나 연금 지급을 제한하는 등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무 기간에 연봉의 50%를 세금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게시글도 있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날 선수단 해단식 및 기자회견에서 “병역 혜택은 양론이 있다”면서 “올림픽, 아시안게임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까지 포함해서 성적에 따라 마일리지를 많이 쌓은 선수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방안이 어떨까 생각한다”며 개선안을 제안했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도 “단일 대회 성적보다는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국제대회의 출전 횟수와 함께 주전, 교체, 후보 선수에 대한 차등 점수를 부여해 일정 점수를 넘기면 면제해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병역 특혜 논란이 거듭되자 2014년 19대 국회는 현역 입대를 면제받은 체육 특례요원이 2년 10개월의 의무종사 기간 동안 소외지역에서 자선경기를 펼치는 등 재능기부를 하도록 병역법을 개정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서울포토] 2018 아시안게임 결단식… 태극기 흔드는 선수단장

    [서울포토] 2018 아시안게임 결단식… 태극기 흔드는 선수단장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선수단 결단식에서 김성조 선수단장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으로부터 건네받은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18. 8. 7.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아시안게임서 北과 코리아하우스 운영할 생각”

    “아시안게임서 北과 코리아하우스 운영할 생각”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아시안게임에서) 북측과 함께 코리아하우스를 운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10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진행된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 미디어데이에서 “(체육회) 자체적으로는 논의가 끝났다. 현재 북측과 협의 중”이라며 “면적이 넓어야 하기 때문에 장소를 알아보고 있다. 세 군데를 놓고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측에서 옥류관 평양 냉면을 만들어 (코리아하우스에서) 드리고 싶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냉면을 먹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리아하우스는 대회 기간 한국 문화를 알리는 홍보 공간이자 대한민국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는 최전방 기지의 역할을 한다. 체육회에서는 2004년 아테네하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주요 대회 때마다 코리아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계아시안게임 최초로 남북 단일팀을 꾸리는 것에 이어 처음으로 코리아하우스를 공동 운영하는 방안까지 추진하는 것이다. 이 회장은 “종전 아시안게임과 다른 것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화해를 기반으로 공동 입장에다 단일팀도 구성한다는 점”이라며 “단일팀을 결성하는 카누 드래건보트에서 금메달 1∼2개를 따 보자고 남북이 의기투합했다. 이번 주말 북측 카누 선수들이 방남해 우리 선수들과 하남 미사리 조정경기장이나 진천호에서 합동 훈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단일팀이 메달을 따는 경우에 대해서는 “남측도 북측도 아닌 제3의 영역, 즉 단일팀이 딴 메달로 기록된다. 남자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되면 병역 혜택을 받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반도기에 독도를 그려 넣는 것을 ‘정치적 의사 표시’라며 일본이 반대하는 것에 대해선 “북측과 공동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독도는 우리 땅이고 실효 지배를 하고 있다. 독도를 표기하지 말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정치적 개입 아니냐”며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독도를 표기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의견서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진천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포토] 다시 또 만나요!

    [포토] 다시 또 만나요!

    5일 오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남북통일농구경기 환송만찬에서 (왼쪽부터)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조명균 통일부장관,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건배를 하고 있다. 2018.7.5 사진공동취재단
  • 손잡고 입장한 통일농구팀… “우리는 하나” 박수가 터졌다

    손잡고 입장한 통일농구팀… “우리는 하나” 박수가 터졌다

    “반갑습니다” 노래와 함께 개막식 번영·평화팀 나눠 남녀 혼합경기 선수→감독 된 허재, 아들과 방북 김정은 대신 北최휘·리선권 참석“오늘의 승리는 번영(평화), 번영팀(평화팀)이 이긴다.” 4일 오후 3시 북한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 마련된 1만 2000석에 가득 찬 관중의 응원 소리와 함께 남북 통일농구대회가 개막했다. 이번 대회는 통산 네 번째로 2003년에 이어 15년 만에 열렸다. 다만 농구광으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5일 경기를 참관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김일국 북한 체육상은 기념사에서 “북과 남의 체육인들은 통일 농구경기를 통하여 한 핏줄을 이은 혈육의 정과 믿음을 더욱 뜨겁고 소중히 간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답사에서 “오늘 우리는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을 실천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며 “남북이 농구로 하나 돼 평창동계올림픽의 감동을 새롭게 쓰기 위해 만났다”고 말했다. 또 “15년 전 남북 통일농구에 참가했던 선수가 이번에 감독이 돼 다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2003년 대회에 선수로 참가했던 허재 남자농구국가대표팀 감독을 지칭한 것이다. 2010년 작고한 부친의 고향이 신의주다. 그는 이번에는 국가대표인 두 아들(허웅·허훈)과 함께 방북했다. 허 감독은 2003년 당시 북한의 장신(235㎝) 센터 리명훈(49) 선수와 끈끈한 우정으로 주목받았지만 이날 경기에서 둘은 만나지 못했다. 리명훈도 북한에서 농구 지도자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후 3시 10분 장내에 울려 퍼진 ‘반갑습니다’ 노래와 함께 남북 선수가 둘씩 손을 잡고 등장하자 북한 관중은 각자가 준비한 빨강·노랑·파랑 막대풍선을 부딪치며 열띤 응원전을 시작했다. 30분 뒤인 3시 40분, 흰색 유니폼의 ‘평화팀’과 초록색의 ‘번영팀’으로 나뉘어 여자 혼합 경기가 시작됐다.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을 이루기 전에 남북 선수들이 서로를 경험하는 기회였다. 북측의 박진아(15)는 205㎝에 달하는 큰 신장을 이용해 9분 동안 9득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가드 장미경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13득점을 올렸고 포워드 리정옥은 3점슛 8개를 포함해 남북 선수들 중 가장 많은 26득점을 기록했다. 경기는 103대102로 번영팀이 승리했다. 이문규 번영팀 감독(남한 여자농구국가대표팀 감독)은 “평화팀 9번(리정옥)과 번영팀 7번(장미경)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 경기 2쿼터가 끝나자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명물로 통했던 취주악단이 ‘고향의 봄’, ‘옹헤야’, ‘쾌지나칭칭나네’, ‘소양강 처녀’ 등의 곡을 연주했다. 이어 오후 5시 40분부터 열린 남자 혼합경기에선 평화팀과 번영팀이 102대102로 비겼다. 지난 1월 체육 분야 우수 인재 자격으로 특별 귀화한 남측의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평화팀에서 뛰며 덩크슛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경기장 내 주석단에는 남측에서 조 장관 외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안문현 총리실 국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방열 농구협회장 등이 앉았다. 북측에서는 김 체육상 외 최휘(국가체육지도위원장) 노동당 부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전광호 내각부총리 등이 참석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평양공동취재단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평양냉면엔 ‘양념장이 안 나온다’?···옥류관이 내놓은 메뉴 보니

    평양냉면엔 ‘양념장이 안 나온다’?···옥류관이 내놓은 메뉴 보니

    무더운 여름이 본격화되면서 시원한 평양냉면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 평양냉면은 ‘슴슴한’ 맛으로 먹기에 식초와 겨자 이외에 양념을 끼얹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평양냉면의 고향 격인 평양 시내의 옥류관에서는 양념장이 별도로 제공됐다고 남북통일농구대회에 참석한 이들이 3일 전했다. 심심하고 밍밍한 맛이 제격이라고 주장하는 ‘냉면부심’에 일격을 가한 것이다, 이 대회 참석차 2일 북한을 방문한 선수단과 정부 대표단을 위해 옥류관에서 만찬이 이날 오후 7시15분부터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만찬 메뉴는 한정식이었고, 마지막 메뉴는 평양냉면이 제공됐다. 양념장도 함께 제공됐다. 옥류관 접대원들이 “기호에 따라 양념장을 적절하게 넣어서 먹으면 된다”고 설명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양념장의 맛이 함흥식으로 알려진 ‘비빔 냉면’과 비슷했는지 어땠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앞서 지난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냉면에 양념장만 넣고 먹는 모습이 포착됐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식초, 겨자와 함께 양념장을 넣고 냉면을 즐겼다. 이날 만찬에는 북측에서 김일국 체육상을 비롯해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과 선수들이 참석했다. 남측에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정부 대표단과 선수단 등이 참석했다. 만찬 도중 한 북측 인사는 “지난번 예술단 공연 때는 도착하자마자 환영연회 이런 거 없었다”며 “이번엔 오자마자 환영연회를 열고 그만큼 저희가 아래에서 느끼기에도 분위기가 좋아졌고, 지도자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겠나”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농구 광팬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기 참관 여부를 묻자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은 “모르지…”라며 웃어 넘겼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한편 3박 4일의 일정을 소화하는 우리 대표단은 6일 오후 돌아올 계획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평양냉면엔 ‘양념장이 안 나온다’?···옥류관이 내놓은 메뉴 보니

    평양냉면엔 ‘양념장이 안 나온다’?···옥류관이 내놓은 메뉴 보니

    무더운 여름이 본격화되면서 시원한 평양냉면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 평양냉면은 ‘슴슴한’ 맛으로 먹기에 식초와 겨자 이외에 양념을 끼얹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평양냉면의 고향 격인 평양 시내의 옥류관에서는 양념장이 별도로 제공됐다고 남북통일농구대회에 참석한 이들이 3일 전했다. 심심하고 밍밍한 맛이 제격이라고 주장하는 ‘냉면부심’에 일격을 가한 것이다, 이 대회 참석차 2일 북한을 방문한 선수단과 정부 대표단을 위해 옥류관에서 만찬이 이날 오후 7시15분부터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만찬 메뉴는 한정식이었고, 마지막 메뉴는 평양냉면이 제공됐다. 양념장도 함께 제공됐다. 옥류관 접대원들이 “기호에 따라 양념장을 적절하게 넣어서 먹으면 된다”고 설명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양념장의 맛이 함흥식으로 알려진 ‘비빔 냉면’과 비슷했는지 어땠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앞서 지난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냉면에 양념장만 넣고 먹는 모습이 포착됐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식초, 겨자와 함께 양념장을 넣고 냉면을 즐겼다. 이날 만찬에는 북측에서 김일국 체육상을 비롯해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과 선수들이 참석했다. 남측에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정부 대표단과 선수단 등이 참석했다. 만찬 도중 한 북측 인사는 “지난번 예술단 공연 때는 도착하자마자 환영연회 이런 거 없었다”며 “이번엔 오자마자 환영연회를 열고 그만큼 저희가 아래에서 느끼기에도 분위기가 좋아졌고, 지도자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겠나”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농구 광팬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기 참관 여부를 묻자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은 “모르지…”라며 웃어 넘겼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한편 3박 4일의 일정을 소화하는 우리 대표단은 6일 오후 돌아올 계획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통일농구 남측 대표단 맞은 북측 “왜 수송기를, 짐 싣는건데”

    통일농구 남측 대표단 맞은 북측 “왜 수송기를, 짐 싣는건데”

    “왜 수송기를 타고 온 겁니까? 수송기는 원래 짐을 싣는건데?.” 3일 오전 10시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해 서해 직항로를 경유해 오전 11시 10분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남북 통일농구 대표단을 마중 나온 북측 인사들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 북측 관계자들은 미국의 제재 등에 저촉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수송기 두 대를 이용해 방북한 남측 대표단을 맞고는 “수송기 타고 와서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군 수송기가 남북을 오간 것은 결코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 민항기를 이용할 경우 미국의 대북제재로 인해 해당 민항기가 6개월 동안 미국에 착륙할 수 없다. 미국으로부터 예외 사례로 인정 받아야 하지만 남북 통일농구 경기까지 시간이 촉박하기에 공군 수송기를 이용하게 됐다. 북측 당국자는 수송기에서 내리는 남쪽 대표단 인사의 얼굴을 명단 사진과 일일이 대조하기도 했다.단장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안문현 국무총리실 국장,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 등 정부 대표단 5명은 원길우 체육성 부상과 공항 귀빈실에서 환담했다. 원길우 부상은 귀빈실에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앞서 조 단장과 나눴던 인삿말을 다시 들려달라는 취재진의 주문에 “속도 빠른 게 기자선생들인데 오늘 왜 속도가 이렇게 늦었느냐”고 농을 건네기도 했다. 조명균 단장은 “지난번에 북측에서 오신 분들이 평양이 ‘어제가 옛날 같다’고 할 정도로 아주 많이 변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순안공항에서부터 그런 흐름을 느끼기 시작한다. 평양시내 들어가면서 그런 것을 많이 느낄 것이고 저희가 선수단, 대표단만 오는 게 아니라 남측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 또 화해협력을 바라는 마음을 같이 저희가 안고 왔기 때문에 그런 것을 우리 평양 주민들, 북측 주민들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원길우 부상은 “북과 남이 다같이 독도 병기된 깃발을 아시아 경기 때 띄우는 게 겨레의 한결같은 소망이고 온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통일 의지를 담아서 민족의 염원을 담아서 통일의 열기를 담아서”라고 말하자 조 단장이 “현재 협의 중이고 계속해서 협의해 나가자는 뜻”이라고 중간에 잘라 정리하기도 했다. 원 부상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의 직접적 발기와 북남 수뇌분들의 깊은 관심 속에 평양에서진행되는 북남통일농구경기에 남측 농구선수단을 이끌고 통일부 조명균 장관이 대표해서 여러 일행분들이 평양에 온 데 대해서 열렬히 축하한다”며 “남측 성원들을 여러 번 만났는데 만나볼수록 만나볼수록 정이 통하고 통일에 대한 열망도 강렬해지는 걸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남 화해협력, 평화번영의 대통로를 열어나가는 데 체육이 앞장선 데 대해 긍지스럽게 생각한다”며 “오늘 통일농구선수단을 원래 체육장관이나 체육 관계자뿐 아니라 통일부 장관 선생이 이끌고 온데 대해서 좀더 의의가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 대표팀 선수들은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50분 정도 가볍게 훈련을 진행했고 오후 7시부터 평양 옥류관에서 김일국 북한 체육상이 주재하는 환영 만찬에 남북 선수들이 한데 어울려 스스럼 없이 대화를 나누고 베란다 밖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편 4일 오전 9시부터 2시간 훈련한 뒤 오후 3시부터 기념행사가 열리고 3시 40분부터 남북 대표팀 선수들이 ‘평화’와 ‘번영’ 팀에 뒤섞여 여자와 남자 한 경기씩 치르고 5일에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오전 훈련을 진행하고 오후 3시부터 여자 대표팀끼리 대결한 뒤 남자 대표팀끼리 친선경기를 벌인다. 평양공동취재단·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