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노동정책 비판에 반발하는 勞
재계와 노동계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제5단체 부회장들이 9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정책이 경영에는 부담이 된다.”고 강도높게 비판하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노동관련법 때문에 장사를 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 “현실 무시 노동보호 경영 부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정책에 대해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경제 5단체는 9일 서울 강남 JW메리어트호텔에서 부회장단 긴급 간담회를 갖고 “정부가 최근 들어 기업과 노동시장의 현실은 고려하지 않은 채 노동계의 요구를 여과 없이 수용해 정책을 수립하고 있어 경영에 큰 부담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간담회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전국경제인연합회 조건호, 대한상공회의소 김상열, 한국무역협회 유창무, 중소기업중앙회 장지종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최근 취업난 등의 근본 원인은 과도한 규제적 고용정책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고용의 모든 단계에 걸친 연령차별 금지, 배우자 출산휴가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을 도입한 것은 지나치게 고용보호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오히려 고용 경직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모집, 채용, 해고, 퇴직 등 고용의 전 단계에 걸쳐 연령을 이유로 하는 차별을 금지한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 법안을 예로 들면서 “이는 국내 기업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기업의 인사관리와 노동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남녀 고용평등 및 직장·가정생활의 양립지원 법안도 기업부담을 가중시키고 목적휴가를 남발하는 나쁜 선례만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은 이어 “정부는 파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민법상 도급계약마저도 비정규직(노동관련법 적용) 영역에 포함시켜 통제하려 하고 있으나 도급계약에서의 탈법행위는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거래법과 같은 기존 제도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방침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경총 관계자는 “최근 추진되고 있는 정책들이 정권 말기에 과도하게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들이어서 재계가 한목소리로 강경한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재계, 이익 급급한 한심한 요구”
노동계는 노동정책의 재검토를 촉구한 경제 5단체장의 주장을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비정규보호법에 대한 재계의 불만 때문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정부는 경제계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자료를 배포하고 “노동 현실을 감안한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타당한 부분은 법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9일 파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도급계약마저 비정규직 영역에 포함시켜 통제하려 한다는 재계의 주장에 대해 “근로자 파견의 정의를 명확히 해 자의적인 판단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경제 5단체장이 정부 노동정책을 비판한 것은 정부가 마련 중인 비정규보호법 시행령에 재계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면서 “민노총은 위장도급에 의한 불법 파견이 절대 불가능하도록 시행령 작업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서를 내고 “경제 5단체장의 입장은 비정규보호법의 올바른 시행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포기하고 오히려 재계의 남용을 방치해 달라는 요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 “비정규직 실태조사위원회 구성은 7월 비정규직 보호법의 시행을 앞두고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계약해지, 용역전환, 아웃소싱 등의 남용 실태 변화를 파악하고, 비정규직법이 현장에서 올바르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총은 아울러 “특수고용직 관련 TF팀 구성, 연령차별 금지, 배우자 출산휴가제, 육아기간 근로시간 단축 등을 과도한 고용정책이라고 비판한 것은 정부의 출산장려정책 등을 외면한 경영계 대표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한심스러운 요구”라고 비난했다. 김현우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예전에는 정경유착으로 기업 활동을 보장받았고, 외환위기 이후에는 갖가지 규제가 풀린 상태인데 노동법 때문에 장사를 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 말”이라면서 “기업이 진정으로 경쟁력을 고민한다면 노동기본권을 인정한 바탕 위에서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동구 강국진기자 yidonggu@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