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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제책 없이 툭하면 수업 폐강… “우리는 학교 실험 대상이었나”

    구제책 없이 툭하면 수업 폐강… “우리는 학교 실험 대상이었나”

    “저희도 구조조정 필요한 거 알고,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알아요. 그렇다고 구제책은 뒷전인 학교의 일방적인 결정만 받아들여야 하나요?”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대의 경쟁력 후퇴라는 현실에서 학과 통폐합 등 대학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흐름이다. 그러나 ‘대학을 살린다’는 명분만 강조되면서 애꿎은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똑같은 등록금을 내고 입학한 학생들이 갑작스레 폐과를 통보받고, 진로 계획을 다시 고민할 새도 없이 학과가 통합돼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16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2021학년도 대입에서 극심한 충원난을 겪은 지방 소재 4년제 대학 20곳이 2023학년도까지 신입생 모집인원을 총 1000명 이상 감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 2022학년도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대학이 상당수로 집계됐다. 학과 통폐합 과정에서 진통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신문은 학과 통폐합의 당사자가 된 재학생, 학부모, 교수와 학창 시절 이를 경험한 졸업생 등 총 10명에게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들은 학교가 통폐합의 근거가 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구조조정 대상이 된 구성원들에게 뚜렷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한국음악과 학생들은 주말마다 경북 경주 교촌마을에서 공연을 올린다. 학교가 한국음악과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고 사실상 과를 없애겠다고 결정하자 학과 경쟁력을 높이고자 학생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신입생 모집 중지가 확정됐지만, 학생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이다. 이 학과 학생들은 지난 2월 22일 학교 측이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폐과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입학을 일주일 앞둔 신입생들은 ‘사기 입학’을 당했다며 항의하고 있다. 학생들은 국가무형문화재 50호 및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영산재’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배울 수 있는 학과이자, 신입생 충원율이 94.7%에 달하는 한국음악과가 왜 없어져야 하는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낸 민원에 대한 답변에서 “해당 학과는 역량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았고 폐과에 앞서 공청회 등 충분한 소통을 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학교는 학습권을 보장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학생들은 이마저도 믿기 어렵다.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으면 합주 수업이 불가능해지고, 다양한 악기를 가르치는 강사들도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음악과 학생대표인 박혜빈(23)씨는 “학령인구가 줄면 학제 개편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다고 판단되면 저희도 수긍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학교는 저희를 지원해 주겠다고만 하고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않는다. 지금과 똑같은 질의 수업을 받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학교의 사정도 비슷하다. 동국대 한국음악과처럼 폐과 통보를 받은 신라대 무용과 재학생 성시영(21·가명)씨는 “지난 3월 학교가 우리 과를 없애겠다고 했다. 실용무용으로 편제 개편할 시간을 달라며 학교에 자구책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학생들이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으로 진통을 겪는 한림성심대의 이명헌(전국교수노동조합 한림성심대지회장) 교수는 “학교가 올해 갑자기 충원율 80% 이하는 폐과 대상이라고 기준을 바꿨다”면서 “이 때문에 여태까지 충원율이 높다가 올해만 유독 충원율이 낮은 학과나 학생 1명이 모자라 기준 미달로 떨어진 학과 등이 갑자기 폐과 대상이 되면서 구성원들이 학교 측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학과 통폐합은 비단 지방대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한국외국어대는 독어·불어·중국어교육과를 통합해 외국어교육과로 개편하겠다고 밝혀 일부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안도화 한국외대 사범대학 학생회장은 “통폐합이 절대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교육·운영상의 이점이 있고 피해 보상 대책을 학생들과 논의하면 괜찮다”면서도 “하지만 학교는 통폐합의 이점에 대한 학생들의 설명 요구에 묵묵부답이고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도 제시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학의 학제 개편은 학생의 진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한 김지수(26·가명)씨는 학창 시절 총 두 번의 학제 개편을 겪었다. 김씨가 입학하기 직전 개편된 것까지 포함하면 총 세 번의 개편에 영향을 받았다. 김씨는 학창 시절 내내 수업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일을 겪었고,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려 했지만 학부 입학 때와 딴판인 학과로 변해 버리는 바람에 인연이 있는 교수들이 대부분 자리를 떠나 추천서를 받기조차 어려웠다. 김씨는 “우리는 학교의 실험 대상이었다”고 자조했다. 다니던 학과에 변화가 생기면 구성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학교 측이 구성원과 면밀히 소통하고 최소한의 구제책을 설명한다면 구성원들도 학교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수월하다. 학제 개편을 진행 중인 대구대 재학생 신지훈(21·가명)씨는 “학교에서 기존 학과의 수업 과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학생들이 신설 학과로 전과를 원하면 가능하도록 조치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지금은 통폐합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지만 학교 측이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편제 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그때는 학생 의견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경남대 재학생 정수현(23·가명)씨도 “전과를 유연하게 허용하고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통폐합 대상 학생들이 최대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학교와 대화 중”이라고 밝혔다. 매번 진통을 겪지 않도록 구조조정 기준과 과정을 정리한 정부 차원의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구조조정의 기준이 되는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그 과정을 조금 더 납득하기 쉬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동국대 한국음악과 재학생 학부모인 이경숙(48)씨는 “학과 통폐합 진통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교육부는 학교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만 한다”면서 “교육 당국이 학교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가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갈등을 중재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손지민·김소라 기자 sjm@seoul.co.kr
  • [단독] 대학은 살았지만, 학생은 버려졌다

    [단독] 대학은 살았지만, 학생은 버려졌다

    학령인구 감소·지방대 경쟁력 저하 영향‘대학 살린다’는 명분에 학과 통폐합 가속진로·학습권 피해 학생들 “사기 입학” 항의 폐과 기준 ‘고무줄’… “가이드라인 시급”“저희도 구조조정 필요한 거 알고,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알아요. 그렇다고 구제책은 뒷전인 학교의 일방적인 결정만 받아들여야 하나요?”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대의 경쟁력 후퇴라는 현실에서 학과 통폐합 등 대학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흐름이다. 그러나 ‘대학을 살린다’는 명분만 강조되면서 애꿎은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똑같은 등록금을 내고 입학한 학생들이 갑작스레 폐과를 통보받고, 진로 계획을 다시 고민할 새도 없이 학과가 통합돼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16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2021학년도 대입에서 극심한 충원난을 겪은 지방 소재 4년제 대학 20곳이 2023학년도까지 신입생 모집인원을 총 1000명 이상 감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 2022학년도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대학이 상당수로 집계됐다. 학과 통폐합 과정에서 진통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신문은 학과 통폐합의 당사자가 된 재학생, 학부모, 교수와 학창 시절 이를 경험한 졸업생 등 총 10명에게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들은 학교가 통폐합의 근거가 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구조조정 대상이 된 구성원들에게 뚜렷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한국음악과 학생들은 주말마다 경북 경주 교촌마을에서 공연을 올린다. 학교가 한국음악과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고 사실상 과를 없애겠다고 결정하자 학과 경쟁력을 높이고자 학생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신입생 모집 중지가 확정됐지만, 학생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이다. 이 학과 학생들은 지난 2월 22일 학교 측이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폐과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입학을 일주일 앞둔 신입생들은 ‘사기 입학’을 당했다며 항의하고 있다. 학생들은 국가무형문화재 50호 및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영산재’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배울 수 있는 학과이자, 신입생 충원율이 94.7%에 달하는 한국음악과가 왜 없어져야 하는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낸 민원에 대한 답변에서 “해당 학과는 역량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았고 폐과에 앞서 공청회, 간담회 등 충분한 소통을 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학교는 학습권을 보장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학생들은 이마저도 믿기 어렵다.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으면 합주 수업이 불가능해지고, 다양한 악기를 가르치는 강사들도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음악과 학생대표인 박혜빈(23)씨는 “학령인구가 줄면 학제 개편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다고 판단되면 저희도 수긍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학교는 저희를 최대한 지원해 주겠다고만 하고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않는다. 지금과 똑같은 질의 수업을 받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학교의 사정도 비슷하다. 동국대 한국음악과처럼 폐과 통보를 받은 신라대 무용과 재학생 성시영(21·가명)씨는 “지난 3월 학교가 우리 과를 없애겠다고 했다. 실용무용으로 편제 개편할 시간을 달라며 학교에 자구책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학생들이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으로 진통을 겪는 한림성심대의 이명헌(전국교수노동조합 한림성심대지회장) 교수는 “학교가 올해 갑자기 충원율 80% 이하는 폐과 대상이라고 기준을 바꿨다”면서 “이 때문에 여태까지 충원율이 높다가 올해만 유독 충원율이 낮은 학과나 학생 1명이 모자라 기준 미달로 떨어진 학과 등이 갑자기 폐과 대상이 되면서 구성원들이 학교 측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학과 통폐합은 비단 지방대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한국외국어대는 독어·불어·중국어교육과를 통합해 외국어교육과로 개편하겠다고 밝혀 일부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안도화 한국외대 사범대학 학생회장은 “통폐합이 절대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교육·운영상의 이점이 있고 피해 보상 대책을 학생들과 논의하면 괜찮다”면서도 “하지만 학교는 통폐합의 이점에 대한 학생들의 설명 요구에 묵묵부답이고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도 제시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학의 학제 개편은 학생의 진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한 김지수(26·가명)씨는 학창 시절 총 두 번의 학제 개편을 겪었다. 김씨가 입학하기 직전 개편된 것까지 포함하면 총 세 번의 개편에 영향을 받았다. 김씨는 학창 시절 내내 수업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일을 겪었고,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려 했지만 학부 입학 때와 딴판인 학과로 변해 버리는 바람에 인연이 있는 교수들이 대부분 자리를 떠나 추천서를 받기조차 어려웠다. 김씨는 “우리는 학교의 실험 대상이었다”고 자조했다. 다니던 학과에 변화가 생기면 구성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학교 측이 구성원과 면밀히 소통하고 최소한의 구제책을 설명한다면 구성원들도 학교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수월하다. 학제 개편을 진행 중인 대구대 재학생 신지훈(21·가명)씨는 “학교에서 기존 학과의 수업 과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학생들이 신설 학과로 전과를 원하면 가능하도록 조치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지금은 통폐합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지만 학교 측이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편제 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그때는 학생 의견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경남대 재학생 정수현(23·가명)씨도 “전과를 유연하게 허용하고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통폐합 대상 학생들이 최대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학교와 대화 중”이라고 밝혔다. 매번 진통을 겪지 않도록 구조조정 기준과 과정을 정리한 정부 차원의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구조조정의 기준이 되는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그 과정을 조금 더 납득하기 쉬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동국대 한국음악과 재학생 학부모인 이경숙(48)씨는 “학과 통폐합 진통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교육부는 학교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만 한다”면서 “교육 당국이 학교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가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갈등을 중재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손지민·김소라 기자 sjm@seoul.co.kr
  • 경기도 “라돈 침대 유해성 검증 실험에 예산 편성”

    경기도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라돈 침대’ 유해성 검증에 나선다. 16일 경기도 관계자는 “라돈 침대의 유해성을 검증하는 실험에 예산을 편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보조금 교부 사업을 통해 과학적인 실험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기도와 검증을 함께 할 시민단체는 ‘성남소비자시민모임’으로, 서울대 보건대학원 등 전문가들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험 방식은 동물실험이나 피해자 혈액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올해 안에 검증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목표다. 라돈 침대는 2018년 시중에 유통된 일부 매트리스에서 암을 유발하는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경기도는 앞서 지난해에는 라돈 침대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소비자 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文대통령, 바이든에 전달할 대북메시지에 ‘종전선언’ 담길까

    文대통령, 바이든에 전달할 대북메시지에 ‘종전선언’ 담길까

    21일 ‘한미 정상회담’ 대북 의제 조율 北, 대화 전제조건 “적대시 정책 철회” 종전선언, 상징성 크고 의회 비준 없어 평양·워싱턴 연락사무소 설치 등 거론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들고 갈 대북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새 대북정책의 방향만 제시한 채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 두 정상의 입을 통해 나올 대북 메시지가 향후 북미 관계를 결정짓는 신호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물밑 접촉 시도에 “잘 접수했다”는 반응만을 남긴 채 탐색전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은 이번 회담의 결과를 보고 대화에 응할지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전선언, 남북 모두 원하지만 美 ‘정치적 부담’ 16일 외교가에 따르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인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거론되는 카드 중 하나는 ‘종전선언’이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이지만,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평화 체제로 나아간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북한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 온 ‘적대시 정책 철회’의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 문제를 북미 양자가 아닌 남북미 대화의 틀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2018년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북미 합의를 계승한다는 의미도 지닌다.특히 의회 비준을 거치지 않고도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이를 최대한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달 21일 관훈토론회에서 “부담이 되지 않지만 상대방(북한)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는 것이야말로 미북 신뢰 구축 초기 단계에 적합한 조치라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며 “미국도 종전선언에 대해 상당히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평양·워싱턴 연락사무소, ‘외교적 해법’에 포함될까 이와 함께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미국과 북한의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안도 거론된다. 이는 19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서 때부터 담겼던 내용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기존의 합의서들을 토대로 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제안 가능성이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018년으로 돌아가 보면 북한이 제일 먼저 요구했던 것이 종전선언”이라며 “관계 개선을 위한 가장 중요한 약속으로서 종전선언을 하고, 이어 연락사무소 설치 등 외교적 관계를 열어주는 조치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 여론의 부담 때문에 종전선언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아무것도 안 했는데 종전선언을 한다면 가치외교를 지향하는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가 흔들릴 뿐만 아니라 미국의 국내 정치 여론과도 크게 괴리돼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남북관계 특수성 인정, 금강산·개성공단 제재 유연성이런 점을 감안해 우리 정부는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최대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현 시점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이끌어내는 게 필요하다”면서 “당장 유엔의 대북 제재를 풀 수는 없지만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인정해 주면 향후 금강산이나 개성공단 등 남북 합작사업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예일대생 살해한 중국계 MIT생 석달만에 체포…웃으며 머그샷 ‘섬뜩’

    예일대생 살해한 중국계 MIT생 석달만에 체포…웃으며 머그샷 ‘섬뜩’

    예일대 대학원생을 죽이고 달아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대학원생이 체포됐다. 15일(현지시간) abc뉴스는 예일대 대학원생 케빈 장(26) 피살 사건의 용의자 킹수안 판(29)이 14일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카운티에서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경찰 추적망을 피해 도피 행각을 벌인지 석 달 만이다. 미국 연방보안청 관계자는 “연방보안청 특별 기동대가 14일 아침 킹수안 판을 체포했다. 용의자는 몽고메리카운티구치소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2급 살인 및 절도 혐의로 구속 수감된 킹수안 판은 구금 과정에서 ‘머그샷’(Mug shot, 범인 식별용 얼굴사진)을 촬영하며 섬뜩한 미소를 지어 보는 이들을 경악케 했다.킹수안 판은 2월 6일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서 차를 운전하던 예일대 대학원생 케빈 장에게 여러 차례 총을 쏴 살해했다. 케빈 장의 시신은 예일대 메인 캠퍼스와 약 1.6㎞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예일대 환경대학원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던 케빈 장은 MIT 졸업 후 예일대 대학원에 진학한 여자친구 자이언 페리와 약혼 일주일 만에 참변을 당했다. 숨진 케빈 장과 그의 약혼녀, 달아난 용의자 사이의 학연(學緣)을 근거로 치정에 의한 살인이 아니냐는 뜬소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이들 세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였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경찰은 킹수안 판의 범행 동기도 아직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지역 언론은 용의자와 사망한 케빈 장의 약혼녀가 지난해 3월 MIT 행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서로 아는 사이였다는 보도를 내놓았다.범행 후 인근 딜러샵에서 차량을 탈취해 도주한 킹수안 판은 사건 닷새 만인 2월 11일 친척집이 있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교외에서 차를 몰고 가는 모습이 목격된 것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3월 킹수안 판에 대한 지명수배령을 전국으로 확대한 미국 연방보안청은 4월 인터폴 협조로 적색수배령을 발령, 용의자에 대한 수배령을 전 세계로 확대했다. 이후 용의자가 몽고메리카운티에 숨어 있다는 첩보를 입수, 현지 경찰국과 합동수사로 14일 모처에 은신해있던 킹수안 판을 체포했다.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킹수안 판은 2006년 미국 이민 후 시민권을 취득했고, MIT 학부 졸업 후 인공지능(AI)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피해자 케빈 장은 아이오와주 아이오와시티에서 중국계 부모 슬하에 태어나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자랐다. 고교 졸업 후 미국 육군에 입대해 탱크 운전병으로 복무했으며, 워싱턴대학 환경공학과를 졸업했다. 기독교인으로 교회 봉사활동에 정기적으로 참여했고, 주방위군 소속으로 최근 코네티컷주의 코로나19 대응 활동을 지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어, 그거 아녔어?” 잘못된 기억이 후회하는 선택 만든다

    [달콤한 사이언스] “어, 그거 아녔어?” 잘못된 기억이 후회하는 선택 만든다

    요즘 주식과 가상화폐의 인기가 워낙 높다보니 간혹 “그 때 왜 그 주식을 팔지 않았을까” “그 때 망설이지 말고 코인을 샀어야 했는데” “그 때 조금 더 투자하려고 했었는데” 등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하는 후회의 대부분은 잘못된 선택에 대한 것들이다. 잘못된 선택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신경과학자와 행동경제학자들은 불완전한 기억이 잘못된 선택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UCSF) 신경과학부 공동연구팀은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의 의사결정실험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촬영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 때 가장 좋아하는 것을 까먹고 우리가 어렴풋이 또는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에 좌우된다고 14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SA’ 13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2811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패스트푸드, 과일, 운동화, 샐러드 드레싱 등 6가지 종류의 소비재에 대한 선택을 조사했다. 우선 연구팀은 각각의 소비재 범주만 정해주고 좋아하는 브랜드나 종류를 선택하도록 한 ‘외부 메뉴 조건’(EMC) 조사와 소비재 범주 내에서 다양한 종류의 목록을 제시한 뒤 좋아하는 브랜드나 종류를 ‘내부 메뉴 조건’(IMC) 조사를 실시했다. 쉽게 이야기하면 EMC는 주관식, IMC는 객관식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또 연구팀은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 중 32명을 무작위로 선택해 EMC, IMC 조사를 실시하는 동안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fMRI 촬영을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항목보다는 덜 선호하지만 더 쉽게 기억하는 것들을 고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패스트푸드 같은 경우 EMC 조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맥도날드를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라고 선택했지만 IMC 상황에서는 다른 브랜드보다 맥도날드를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EMC 상황에서는 맥도날드를 좋아한다고 선택한 사람들이 30%였지만 IMC 상황에서는 맥도날드를 좋아한다는 사람은 15%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인앤아웃이나 칙필레 등 다른 브랜드들을 좋아한다고 답한 것이다.연구팀 관계자는 “미국인들에게 ‘좋아하는 패스트푸드점 세 개를 빨리 대보라’라고 하면 인앤아웃이나 칙필레를 훨씬 좋아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맥도널드, 웬디스, 버거킹을 대는 경우가 많다”라며 “기억력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특성은 과일이나 신발 등 다른 소비재를 선택하는데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fMRI 촬영에서도 사람들은 EMC에서는 뇌의 기억검색 영역과 가치평가 영역이 활성화되고 두 영역간 소통이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IMC에서는 가치평가 영역은 활성화됐지만 기억영역의 활동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EMC에서는 기억이 상황판단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밍 쉬 UC버클리대 교수는 “IMC 상황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결정할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IMC와 같은 객관식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제한적인 사람의 기억력이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행동신경학자인 앤드류 카이저 UCSF 의대 교수도 “사람들이 불완전한 기억 때문에 자신이 정말 원하는 선택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전통적 경제학 모델에 따르면 사람들은 모든 가능한 옵션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한 뒤 합리적 결정을 내린다고 보기 때문에 후회할 일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미리 주어진 옵션들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근거로 선택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저 교수는 “알츠하이머 환자는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의사결정능력도 상실하게 되는데 이번 연구로 의사결정능력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예측할 수도 있다”라며 “이번 연구결과는 소비자 조사, 공공정책 수립부터 퇴행성 신경질환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30대가 주재한 금융위 회의 간 2030 “대출 규제 좀 풀어달라”

    30대가 주재한 금융위 회의 간 2030 “대출 규제 좀 풀어달라”

    급등한 자산가격 탓에 소외받은 청년들의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 당국이 젊은층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자문기구를 만들었다. 첫 회의에서는 “대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금융위는 13일 금융정책 자문기구인 금융발전심의회에 청년분과인 ‘금발실 퓨처스’를 만들어 이날 첫 회의를 열었다. 분과 특별위원으로는 금융업 종사자, 청년 창업가, 대학원생 등 각계각층의 20∼30대 청년 18명이 위촉됐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청년들에게 마냥 빚을 장려할 수만은 없어 가계부채를 일정 수준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현재 소득 수준이 낮은 청년층, 사회 초년생들에게 의도치 않은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나간 뒤 금융위의 30대 서기관이 회의를 진행했다. 보통 국실장급 간부들이 자문회의를 주재하는 것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직원과 청년 자문위원 간에 허심탄회한 대화를 해 정책 아이디어를 찾아보자는 취지다. 청년 위원들은 회의에서 청년층의 내 집 마련 희망이 점점 사라져 간다며 무주택·서민 실수요자들에게는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일까지 생기는 등 각종 규제 탓에 청년층의 주요 의사결정이 왜곡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후 6개월 이내 실거주 의무가 과도해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사기 어렵다는 의견도 내놨다. 금융위가 일반 국민 600명과 전문가 1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83.7%는 ‘무주택·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현행 주택담보대출비율(LTV) 10% 추가 혜택 조치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답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제자 성추행’ 직위해제됐는데… 서울대 음대 교수 ‘셀프 복귀’ 논란

    ‘제자 성추행’ 직위해제됐는데… 서울대 음대 교수 ‘셀프 복귀’ 논란

    대학원생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으로 직위해제된 일명 ‘서울대 음대 교수’가 돌연 강단에 ‘셀프 복귀’를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서울대 대학원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A 교수는 최근 제자들에게 자신의 사건이 잘 해결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피해자에게 사과해 (성추행 의혹) 사건이 잘 해결됐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며, 구체적인 강단 복귀 계획을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피해 학생은 심적 괴로움을 주위에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수는 2018~2019년 10여 차례 피해 학생에게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검찰에 넘겨진 상태다. 2019년 7월 유럽 학회 출장길에서는 피해 학생이 묵고 있는 숙소 방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간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수개월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학내 조사를 담당했던 서울대 인권센터가 정직 12개월 이상의 중징계를 요청하면서 A 교수는 지난해 직위 해제됐다. A 교수는 징계위원회에도 회부됐지만, 서울대는 검찰 처분 결과가 나오고서 징계를 결정하겠다며 현재까지 심의를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측은 A 교수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 “징계위원회 심의가 보류됐더라도 직위해제 상태는 유지된다”며 “학교 측은 복귀 뜻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대응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서울대 대학원 총학생회 관계자는 “음대 내에서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北과 맞닿은 DMZ·판문점·도보다리… 헤인스 ‘한반도 평화’ 상징 다 훑었다

    北과 맞닿은 DMZ·판문점·도보다리… 헤인스 ‘한반도 평화’ 상징 다 훑었다

    북미가 대화 재개를 놓고 탐색전을 벌이는 가운데, 미 정보수장인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13일 북한과 맞닿은 최전선인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다. 전날 방한한 헤인스 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차를 타고 통일대교를 건너 DMZ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구체적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동선을 굳이 숨기지 않으면서 이동 경로가 확인된 것이다. 헤인스 국장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걸었던 도보다리 등 주요시설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관련 정보를 총괄하는 헤인스 국장이 사실상 첫 공개 행보로 DMZ를 찾으면서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행동’으로 보여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줄곧 북한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판문점은 향후 북미 대화 재개 시 비공개 접촉 장소로 활용될 수 있다”며 “미측 인사가 방한했을 때 판문점을 방문하는 것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답사 차원의 성격도 담겨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인스 국장은 DMZ를 다녀온 뒤 서울 용산의 합동참모본부 청사를 방문해 이영철 국방정보본부장 등 정보 분야 인사들과 1시간가량 면담했다. 또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와 시내 한 호텔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다. 미 정보수장의 이 같은 공개 행보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미측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다만 바이든 정부는 국무부 중심의 투명한 외교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보당국이 전면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던 2017년 하반기, 남북미 정보당국이 빈번한 접촉을 통해 2018년 ‘한반도의 봄’이라는 극적 반전을 이룬 것과는 다를 것이란 얘기다. 코로나19로 북한이 국경을 닫아버리면서 미국 협상팀이 평양에 들어가기도 어려운 여건이기도 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 정보수장이 북한과 막후 협상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면 동선을 드러내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공개 행보를 통해 북한이 협상에 임하도록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행정적 접촉은 뉴욕 채널(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을 통해 끝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접촉 책임자를 정해서 실무진 접촉을 하고 북측에 (대북)정책 파일을 전달해 내부 검토를 하게 하면 본격적인 실무 회담으로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신융아 기자 dream@seoul.co.kr
  • 美 정보수장의 광폭행보...북미 막후협상 수순 밟나

    美 정보수장의 광폭행보...북미 막후협상 수순 밟나

    동선 굳이 안 숨겨...사실상 공개행보DMZ 다녀온 뒤 국방정보본부장 면담박지원, 日총리에 문대통령 메시지 전달북미가 대화 재개를 놓고 탐색전을 벌이는 가운데, 미 정보수장인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13일 북한과 맞닿은 최전선인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다. 전날 도착한 헤인스 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차를 타고 통일대교를 건너 DMZ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헤인스 국장의 구체적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동선을 굳이 숨기지 않으면서 이동 경로가 확인된 것이다. 북한 관련 정보를 총괄하는 헤인스 국장이 사실상 첫 공개 행보로 DMZ를 찾으면서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행동’을 통해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줄곧 북한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판문점은 향후 북미 대화 재개 시 비공개 접촉 장소로 활용될 수 있다”면서 “미측 인사가 방한했을 때 판문점을 방문하는 것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답사 차원의 성격도 담겨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인스 국장은 DMZ를 다녀온 뒤 서울 용산의 국방부 영내에 있는 합동참모본부 청사를 방문해 이영철 국방정보본부장 등 정보 분야 인사들과 만났다. 대북 정보의 원활한 공유 필요성 등 공조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미 정보수장의 광폭 행보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미측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다만 바이든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국무부 중심의 투명한 외교를 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정보당국이 전면에 나서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던 2017년 하반기, 남북미 정보당국이 빈번한 접촉을 통해 2018년 ‘한반도의 봄’이라는 극적 반전을 이룬 것과는 다를 것이란 얘기다. 코로나19로 북한이 국경을 닫아버리면서 미국 협상팀이 평양에 들어가기도 어려운 여건이기도 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 정보수장이 북한과 막후 협상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면 동선을 드러내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공개 행보를 통해 북한이 협상에 임하도록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행정적 접촉은 뉴욕 채널(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을 통해 끝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제는 접촉 책임자를 정해서 실무진 접촉을 하고 북측에 (대북)정책 파일을 전달해 내부 검토를 하게 하면 본격적인 실무 회담으로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을 방문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전날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만나 한일관계 정상화 의지가 담긴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장이 스가 총리에게 한일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일본 현지 보도(NHK)도 나왔다. 김헌주·신융아 기자 dream@seoul.co.kr
  • DGIST, ‘2021년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 사업’ 주관기관 선정

    DGIST, ‘2021년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 사업’ 주관기관 선정

    DGIST가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2021년도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됐다.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 사업’은 대학원 실험실이 보유한 연구 성과와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기술혁신형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그 동안 DGIST는 고유의 학생 창업프로그램인 ‘DGIST Start-up Academy(이하 DSA)’를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연구 성과가 성공적인 기술사업화 및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써왔다. DGIST의 이러한 노력 실제 실험실발 우수 창업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제프라피쉬 뇌파 기반 치료제 스크리닝 시스템을 개발하고 기술상용화에 성공한 “(주)제핏”과 해조류 공학 기반 배양육을 개발한 “(주)씨위드”가 모두 DGIST 창업생태계를 거쳐 탄생한 스타트업 기업이다. 특히 ㈜씨위드는 2022년 배양육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며, 미래 축산업을 새롭게 선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사업 선정에 따라 DGIST는 DSA와 대구·경북 지역 벤처 허브인 ‘DGIST 기술벤처리더과정(Technical Venture-leader Academy, TVA)’를 연계해 차별화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실험실 창업팀의 기업가정신 함양 및 사업화 컨설팅, 투자유치 3단계 세부전략 수립 등 DGIST 내 여러 실험실에 숨겨진 고부가가치 기술을 시장에 원활히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DGIST 국양 총장은 “기술창업이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 발전의 주요 출구전략이다”라며, “DGIST 실험실발 신기술 창업을 적극 지원하여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에 기여하겠다”라고 밝혔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제자 성추행’ 서울대 교수 2심도 징역형 집행유예

    ‘제자 성추행’ 서울대 교수 2심도 징역형 집행유예

    제자를 여러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서울대 교수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조중래 김재영 송혜영 부장판사)는 1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대 공대 교수 이모(64)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과 각 5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도 유지했다. 이 교수는 2016년 말 자신의 연구실에서 대학원생 A씨의 허벅지를 만지는 등 여러 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서울대 인권센터에 성추행 피해 신고를 했고, 서울대는 2017년 이 교수를 강의에서 배제하고 직위에서 해제했다. 이후 2018년 교원징계위원회에 정식 회부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진술한 피해 날짜가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피고인이 제자인 피해자를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검찰과 이 교수는 모두 불복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고, 피고인을 무고할 동기나 이유가 없다”며 “원심의 양형도 가볍거나 무거워서 재량 합리적 범위 넘어서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한강 대학생 사건, 익사 아니라면 수사 속도 붙을 것”[이슈픽]

    “한강 대학생 사건, 익사 아니라면 수사 속도 붙을 것”[이슈픽]

    故손정민 부검결과 나오면10개 가설 중 8개 정리“손씨가 익사의 흔적 없이물 밖에서 사망이면 전혀 다른 문제” 서울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고 잠든 뒤 실종됐다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씨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고, 갖가지 억측이 쏟아지는 가운데 부검 결과 이후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13일 나왔다. 염건령 가톨릭대학교 행정대학원 탐정학과 교수는 TBS 라디오 ‘명랑시사 이승원입니다’에 출연해 “(고 손정민씨의 정밀 부검 결과로) 많이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여러 가지 낭설에 대한 정리작업이 진행되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익사 했느냐, 안 했느냐가 범인 50% 정도 쫓는 것” 염 교수는 “이분이 사망을 하셨을 당시에 익사를 했느냐, 안 했느냐가 수사에 있어서 범인을 50% 정도 쫓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익사를 했다면 물과 관련된 것이고, 익사를 안 했다면 또 다른 사인을 발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두 번째로 심장마비나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면 그것 역시 부검 과정에서 일정 부분 나온다”며 “정밀부검 결과로 열 가지의 가설이 있다면 여덟 가지 정도는 근거가 없는 걸로 끝날 것이고 나머지 두 개를 놓고 일반적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게 맞다고 보인다”고 했다. 지난달 손씨의 실종과 사망이 알려진 이후 2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손씨의 사망 경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이 과정에서 각종 추측과 의혹들이 무차별하게 쏟아지기도 했다. 염 교수는 현재의 과열 양상 배경과 관련, “주요 미디어가 아닌 어나더TV라고 불리는 유튜브와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들이 많아지면서 범죄 관련 미스터리한 내용들을 추적하거나 또는 이런 부분들을 건지는, 터치를 하시는 유튜버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 사건을 자신들의 어떤 먹잇감, 즉 선정적 먹잇감으로 파악해서 진행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로 선정적인 쪽으로, 즉 누가 범인 아니냐 이런 방식으로 몰아가기식의 내용이 나오다 보니 심리적으로 동조가 되셔서 화가 나시거나 폭발하시는 시민들이 많아졌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그 뉴스를 보거나 하는 순간에 아빠의 아픔이나 또는 아들을 잃은 엄마의 슬픔, 그다음에 젊은 청년이 꽃도 못 피워보고 지금 돌아가신 것인데 그런 것까지 다 동조화가 돼서 관심이 증폭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유가족의 인적사항 노출, 사회적 피해” 우려 염 교수는 손씨의 아버지가 직접 이야기한 적이 없는 개인정보가 노출되고 있는 점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고 나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그 때문에 부모님의 어떤 힘과 파워와 관련된 사건이 아니냐 이런 음모론 쪽으로 치부되는 경향도 있고, 아버님 같은 경우 이 사건 이후에도 정상적인 사회 활동으로 일정 부분 복귀할 때 본인이 감내해야 될 사회적 피해가 존재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손씨의 사망 경위를 수사중인 경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에, 엄 교수는 “기본적으로 비공개 원칙을 준수하고 있는 입장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현재 일부 음모론이나 또는 단정성으로 이야기하는 기사나 또는 이런 관련된 내용들은 위험한 수준인데 이 부분에 대해 ‘이 부분은 아니다’라는 대응을 하지 않는 부분이 아쉽다”고 지적했다.“부검서 익사 흔적 없다면 수사 속도 붙을 것” 앞서 7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는 “부검서 익사 흔적 없다면 수사 속도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손씨가 물에 빠져 사망했는지, 죽은 상태에서 한강에 들어갔는지 아는 것인데, 익사의 흔적이 없이 물 바깥에서 사망했다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승 연구위원은 “시체가 사망한 상황에서 물 안으로 들어갔으면 피의사실로 전환할 수 있다”며 “사체 은닉이 되고 사체 유기가 돼 그때부턴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합리적인 의심…압수수색 영장, 현실적으로 불가능” 손씨 아버지는 경찰의 초동 수사가 미흡했고, 압수 수색을 하지 않는 등 수사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손씨 아버지 주장과 달리 현재 범죄 사실이 드러난 게 없기 때문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벌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승 연구위원은 “손씨 아버님 말씀은 공감하나 지금 범죄가 없는 상태”라며 “손씨 사망 자체의 원인을 모르는데, 범죄가 돼야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손씨 아버지는 A씨가 휴대폰을 집에 숨기지 않았을까 보시는데 합리적인 의심”이라면서도 “법치주의 관점에서 지금 범죄가 없기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정민씨는 지난 4월 24일 새벽 친구 A씨와 반포한강공원 잔디밭에서 술을 마시다 실종됐고, 실종 닷새 만인 지난 4월 30일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손씨의 정확한 사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부검 결과가 발표돼야 드러날 전망이다. 검사 결과는 이번 주 안으로 나올 전망이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1석짜리 나홀로 정당… 서민처럼 ‘닥치고 생존’

    1석짜리 나홀로 정당… 서민처럼 ‘닥치고 생존’

    정치는 민심을 기반으로 하지만 정치권의 민심 예측은 번번이 빗나간다.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오래됐고, 정치 혐오도 늘어만 간다. 원내 1석 소수 정당 시대전환 조정훈(49) 의원은 ‘닥치고 생존’을 버텨 내는 시민들에게 정치권의 담론은 “허하고 사치스럽다”고 일갈한다. 세계은행에서 15년간 인도, 팔레스타인 등을 누비며 국제 협상가의 삶을 살던 그는 돌연 국내 정치로 뛰어들었다. 그가 오랜 해외생활 중 돌아본 대한민국은 모두 잔뜩 화가 나 있는 사회였다. 그는 “돈이 사람 앞에 있는 나라를 막기 위해” 국회로 뛰어들었다고 한다.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으로 국회에 입성한 그는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하는 길을 버리고소수 정당 창당을 택했다. 좌도 우도 아닌 생활진보 정치가 시대전환이 지향하는 바다.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에 대해 ‘쓰레기 일자리’라고 작심 비판해 온 그는 야당 의원들의 아지트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도 종종 출몰한다. 시대전환은 ‘초미니 정당’이지만 지난 1년간 보인 존재감은 결코 작지 않다. 조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혁신적 공약으로 발표했던 ‘주4일제’, ‘기본소득 제정법’ 등은 정치권에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는 데 적잖은 기여를 했다. 윽박지르지 않되 날카로운 ‘조정훈식 질의’는 이목을 끌었고, 조정훈의원실 구인공고는 대권주자 의원실 경쟁을 능가하는 지원율을 보였다.지난 6일 국회 의원실에서 만난 그의 모습은 통상 정치권 문화와는 사뭇 달랐다. 보좌진은 그를 ‘의원님’ 대신 ‘정훈님’이라 불렀고, 인터뷰 내내 조 의원은 질문하는 기자에 역질문을 이어 갔다. “공심(公心)이 없는 정치인은 해악”이라고 현 정치권에 일침한 그는 “끝이 좋은 정치인”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당장 큰 힘이 없더라도 다음 세대를 위해 이런 국회의원도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일념이다. 그는 ‘안철수’가 아니어도 창당할 수 있고, ‘듣보’(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사람)여도 의정활동할 수 있는 정치권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보좌진이 ´정훈님´이라 부르는 색다른 문화 -연세대·하버드·세계은행·국회의원…. 화려한 경력이다. “정치인으로서 ‘스펙 좋다’는 말이 부끄럽고 부담스럽다. 일반 시민들이 나 같지 않다는 말은 정치인에겐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지점에서 미안하기도 하다. 스펙 좋은 사람이 정치해야 한다는 것도 옛날 생각이라고 본다. 이게 선배 세대와 우리 세대 정치인들의 차이점일 거다. 난 정치를 지배계급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의원실에서 이 큰 방을 나 홀로 쓰고, 저 밖에 보좌진 10분이 있도록 세팅된 이 구조가 얼마나 말이 안 되나. 그래서 직접 운전해 다니고 수평적 의원실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느낌을 놓치면 여의도에서의 제 존재는 죽는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핵심 능력은 뭔가. “공심과 공감 능력이다. 정치 영역에 들어와 보니 공심이 없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유혹이 강력하더라. 특히 상임위원회에서 법을 만들다 보면 노골적으로 말해 ‘이리로 가면 돈이 되겠다’, ‘저렇게 하면 권력이 생기겠구나’라는 게 보인다. 공심이 없는 정치인은 해가 될 수밖에 없다. 또 우리 사회는 너무 분절화돼 있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감 능력이 필수다. 정치에서 지적 능력은 더이상 필수가 아니다. 요즘 세상에 머리는 빌리면 된다. 좋은 보좌진이 있고 참고할 좋은 책과 자료도 얼마나 많나.”-지금 정치는 사회에 공감하고 있나. “지금 시민들의 시대정신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닥치고 생존’ 같다. 당장 코로나 때문에 죽고 사는 위협을 느낀다. 젊은이들과 달리 어르신들에겐 코로나가 심각한 생존의 위협이다. 저소득층이 직면한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시민들의 키워드에 비해 정치권이 말하는 담론은 참 허하고 사치스럽다. 검찰개혁, 4차 산업혁명 물론 다 중요하다. 그런데 노가다하다가 함바집에서 5000원짜리 밥을 먹고 있는데 TV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싸우는 게 나오면 관심이 갈까. 자꾸 정치가 정치 뉴스 안에 갇혀서는 안 된다. 피부로 와닿고 시민들에게 퍼져야 제값을 하는 건데, 그런 것을 찾기 어렵다.” -어떤 대안이 있나. “공급 위주의 경제정책을 바꿔야 한다. 정부의 공공 일자리 정책에 대해 ‘쓰레기 일자리’라고 표현했다가 몰려온 항의로 일주일간 전화를 못 받았는데, 난 아직도 그렇게 생각한다. 더는 일자리 늘리는 데 집착해선 안 된다. 평생 일자리나 ‘일자리는 소득’(일자리=소득)이라는 대가정은 옛말이다. 좋은 일자리는 더 늘지 않는다. 어떻게 일자리를 재편해야 하는지를 말해야 한다. 고용 중심 대신 소득 중심의 복지 사회로 가야 한다. 주4일제로 질 좋은 일자리를 나누고, 당장 일자리가 없어도 일정 소득을 가질 수 있도록 기본소득을 논해야 한다. 시대전환은 이런 사회 대격변을 포착하고 준비하는 정당이다.” -1석 정당으로 공고한 양당제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기 어려울 텐데.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삼성이나 LG에서만 근무해야 하나. 누군가는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다양한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고, 큰 정당이 유리한 건 맞다. 나는 당정 회의도 못 들어가고 교섭단체 권한도 없다. 그러나 제가 어렵게 창당하면서 여기까지 온 경험의 정수를 거대 정당의 같은 초선들은 미처 모를 거다. 당원 한 명을 더 구하려고 끊임없이 설득하다 보면 ‘왜 정치하느냐’는 무서운 질문 앞에 하루에도 열 번은 선다. 이 정당은 모험과 실험이다. 후배들이 정치할 때 (부자이거나 유명한) ‘안철수’가 아니어도 창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다. 조정훈처럼 돈 없고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이어도 공심이 있고 공감능력이 있고 풀고 싶은 문제가 명확하다면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고 싶다.”●끝이 좋은 정치인·괜찮은 정치인이 꿈 -그것도 스펙 좋은 조정훈이라서 가능한 것 아닌가. “이력서에 쓰여 있지 않은 스토리들이 있다. 한 번도 원하는 걸 한 번에 얻어 본 적이 없다. 대학도 재수했고 운전면허마저 재수했다. 대학 가면서 뭐가 돼야 할지 잘 몰라서 경영학과에 갔다. 대학원도 재수했고 세계은행은 삼수했다. 국회의원도 재수로 됐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도 안 된 것이고. 공인회계사 시험도 아무것도 없는 내가 여자친구랑 결혼하려면 처가에 뭔가 보여 줘야 해서 쳤다. 제가 공인회계사에 붙고 나니 대학 또래들에게서 공인회계사가 많이 나왔다. 내가 그다지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변에서 ‘조정훈도 하는데 나도 하겠다’고 생각했던 거다. 나는 좌표 찍고 덤빈다. 그 과정에서 느낀 부족함을 채우려 노력한다.” -강력한 여야 사이에서 소수 정당으로 있으니 어떤가. “본회의장 쉬는 시간에 내가 유일하게 오른쪽 왼쪽 다 다닌다. 현안을 놓고 민주당에 물어본 내용을 국민의힘에 ‘이렇다는데요?’ 물으면 ‘정말 그렇대?’ 하고 반문한다. 서로 소통이 안 된다. 국회는 모든 사회 이슈가 흘러오는 하수구다. 협상하지 않으면 일이 풀리지 않는다. 타협하지 않겠다는 건 정치인이 아니다. 여당의 상임위 배정 문제도 일방적인 태도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재임 기간 동안 국회의원 전부를 다 찾아뵈려고 회관을 다니다 보면 다른 당 의원이 처음 찾아왔다는 분들이 상당수다. 한 기재부 출신 의원은 ‘공무원 시절엔 어느 의원실이든 갈 수 있었는데, 이젠 다른 당 의원실 가는 게 꺼려진다’고 하더라. 정치 문화가 이러면 안 되지 않나.” -수평적 의원실 문화가 시선을 끌었다. “수평적 소통과 의사결정, 의사존중은 조직원들에게 소속감을 준다. 우리 의원실에서는 보좌관이든 인턴이든 스스로 낸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면 직분과 관계없이 의견 낸 사람이 팀장이다. 제가 꼭 하고 싶은 프로젝트여도 회의에서 2~3명의 반대가 있다면 진행하지 않는다. 제 판단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쳐도 두세 사람의 반대에는 이유가 있다. 수평적 방식으로 가장 혜택을 입는 것은 결국 나다. 수직적 관계를 전통이란 이름으로 유지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이 불신받는 이유 중 하나가 사회 변화를 이끄는 것은 기대도 안 하고 따라가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변화는 보인다. 얼마 전 민주당 한 의원이 전화해 ‘의원실 문화 개선을 위해 뭘 할까 고민하고 있다’며 조언을 구하더라.” -정치인 조정훈의 꿈은. “끝이 좋은 정치인이 되고 싶다. 이 바닥에선 누군가를 저격하고, 강하게 비난하면 뜬다. 많은 신인이 조급함에 그 방법을 쓴다. ‘1년 안에 무조건 떠야 한다. 사고를 쳐서라도 주목받으라’고 조언하시는 분도 있다. 난 이 악물고 참고 있다. 그런 방식은 결국 본인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정치를 마치고 다시 시민으로 돌아갔을 때 그래도 괜찮은 정치인이었다고 기억되고 싶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주은화 작가 개인전, ‘고인돌과 거북바위의 심안석’ 선보여

    주은화 작가 개인전, ‘고인돌과 거북바위의 심안석’ 선보여

    서양화가 주은화 개인전 ‘심안석(心眼石: See through in stone)전’이 오는 13일까지 서울신문사(프레스센터) 1층의 서울신문·서울갤러리 특별전시장에서 열린다. 주은화 작가는 ‘삶과 죽음, 하늘의 별과 달,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까요?’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되는 ‘고인돌’과 ‘거북바위’의 ‘심안석’ 형상에서 찾고 있다. 고인돌에는 ‘성혈(星穴)’이라고 불리는 구멍이 나 있는데 이 ‘성혈’은 옛사람들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별자리를 나타내며 거북바위는 나침반을 제작할 때 남, 북이 제대로 맞춰졌는지 확인하는데 쓰였다고 작가는 전했다.별자리와 나침반은 세상의 길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고인돌과 거북바위로부터 강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고 작가 자신의 그림 철학을 담아내는 소재로 정했다고 말했다. 주은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일식과 고인돌(40×31cm)’ 시리즈로 소품 24점을 선보였는데 얼핏 서로 같은 그림처럼 보이지만 태양과 달의 위치, 고인돌의 모양이 모두 다르다.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주은화 작가의 독특한 철학은 작가가 동양학과 철학을 전공했기에 나오는 것일 수 있다. 주 작가는 현재 경기대 예술대학원 서양학과에 재학 중이며 작품 철학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작가만의 독특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자세한 전시내용은 서울갤러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갤러리(www.seoulgallery.co.kr)는 서울신문이 운영하는 미술전문 플랫폼으로, 다양한 전시를 소개하고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론] 한일 간 국제소송전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이석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한일 간 국제소송전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이석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의 현대사에서 국제소송이란 용어가 요즘과 같이 언론에 빈번하게 오르내리는 경우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다른 나라의 일로만 간주돼 오던 국가 간 소송이 한일 간의 각종 현안에서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서 비롯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측의 원칙적인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긋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와 한국의 강제징용 재판 결과에 따른 한국 법원의 가해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 및 이에 대한 일본의 대응 조치를 둘러싼 국제법적인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더해 지난 4월 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사고 원전에 보관 중인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기본방침 발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이 사안의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제소 및 잠정 조치 요청을 검토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한일 간의 국제소송 역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주지하다시피 그동안 한일 간에는 일본이 1954년 외교상의 구상서를 한국에 보내 독도 영유권을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제안한 독도 문제와 1974년 체결, 1978년 발효된 동중국해의 공동 개발을 위한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의 만료 시한이 2028년으로 다가옴에 따라 야기될 수 있는 추후의 법적인 분쟁까지를 포함하면 국제법상의 주요 쟁점을 망라하는 한일 간의 국제소송전(戰)을 예감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러한 한일 간 다양한 현안의 국제소송 가능성을 놓고 보면 한국은 제소국 지위에 있기도 하고, 응소국 지위에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복잡 다양한 한일 간의 모든 사안이 상호 연동돼 있는 것은 아니다.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지나친 외교적인 관계의 고려는 불필요하다. 그러나 주권국가 간의 소송은 그 준비, 절차 진행 과정, 결과에 따른 파장이 큰 법이다. 필리핀과 중국 간의 남중국해 중재재판을 포함해 최근의 국제소송에서는 전쟁 무기로서 법의 사용을 의미하는 로페어(lawfare)란 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주권국가 간의 국제소송이 전쟁으로 간주되는 이유이며, 다양한 분쟁해결 수단의 방법 가운데 하나로만 평가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둘째, 칼은 뽑았을 때보다 칼집에 있을 때 그 효용성이 큰 경우가 많다. 즉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과 실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큰 차이이고 별개의 문제다. 소송 진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반사적 이익, 소위 낙수(落水)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잠정 조치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중재재판소의 관할권이 추정되고, 제소국인 한국의 권리에 대한 급박한 위험과 심각한 위해(危害)가 있어야 한다.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를 2022년 10월부터 30년에 걸쳐 태평양에 방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실제로 사안이 전개되는 시점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의 대응 방안 강구에 있어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세심한 준비가 없다면 국제해양법재판소의 잠정 조치를 통해서 통상적인 사전 통보나 정보 제공 등의 국제협력을 강조하는 수준에서 재판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 단계에서는 해당 방류와 관련된 자료 수집 및 증거 조사를 위한 각종 국제위원회 및 조사기구에 참여할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고, 일본의 실질적인 협력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셋째, 사안에 따라 공수(攻守)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조치와 관련한 일본의 국제법 위반 여부는 사전 통보나 정보 제공 등 국제협력, 환경영향평가 실시 등 해양환경 보전 의무와 관련된 절차적 의무 이행을 태만히 한 점에 있다. 국내에서는 독도종합관리대책으로 계획된 독도종합해양과학기지가 육상 건축을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양환경 보전 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일본의 소송 제기 가능성에 따라 여러 가지 논란 끝에 2014년 서해상의 소청초로 이동 설치된 바 있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과 실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큰 차이이고, 별개의 문제라는 명제는 한국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도 적용된다. 필연적인 한일 간의 국제소송전(戰) 시대에 국제소송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이제 한일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필수적인 요건이 됐다.
  • [강남순의 낮꿈꾸기] ‘트럼프 멘털리티’, 성숙성과 용기로 저항하기

    [강남순의 낮꿈꾸기] ‘트럼프 멘털리티’, 성숙성과 용기로 저항하기

    미국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1987년 ‘거래의 기술’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출판했다. 트럼프는 2015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온다는 선언을 하면서 “우리는 ‘거래의 기술’을 쓴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스스로 굉장한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이 자서전은 ‘트럼프 신화’를 만드는 데 지대하게 공헌했다. 그런데 이 자서전의 대필자 토니 슈워츠는 트럼프가 38세였을 때 쓰기 시작했던 자서전을 돈 때문에 대필한 것을 후회한다면서, 이제 트럼프에 대한 가장 맹렬한 비판자가 됐다. 슈워츠는 자서전을 비판하면서 그 책은 자서전이라기보다는 ‘소설’(fiction)이며 책의 제목을 ‘소시오패스’라고 해야 더 적절할 것이라고 한다.2016년 옥스퍼드대에서의 강연을 비롯한 여러 기고문과 인터뷰에서 슈워츠는 ‘트럼프 멘털리티’에 대해 다음과 같은 분석을 한다. 첫째, 진실을 완전히 무시하고 양심이 전혀 없다. 둘째, 무엇을 하든 자기 이득을 가장 먼저 챙긴다. 셋째, 자신의 주장에 틀린 것이 밝혀져도 틀렸다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넷째, 그는 거짓을 진짜처럼 믿게 하는 놀라운 기술이 있다. 뻔히 거짓인 줄 알면서도 진실처럼 주장하면서 사람들을 선동한다. 다섯째, 언제나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 하고, 관심 있는 것은 오로지 돈이다. 여섯째, 그는 결코 독서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트럼프에 대한 슈워츠의 이러한 평가를 읽어 보면, 최근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 같다. 몇 가지 표현만을 조금 바꾸어 보자. 첫째, 진실과 사실이 아닌 왜곡된 정보를 고의로 조작하고 확산한다. 둘째, 사회의 공적 이득이나 공공선이 아니라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기적 이득만을 생각한다. 셋째, 왜곡된 정보나 거짓의 정체가 밝혀져도 사과하거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이들은 누구인가. 무엇인가. “내 세금으로 산 백신, 주는 대로 맞으라? 공산당이냐”라거나 “2000만명분 더 오는 화이자, 혈전 부작용 없지만 쇼크 가능성”, “느닷없이 ‘모레 맞으러 오라… 뿔난 고령층 ‘백신 협박하나’”. 백신에 대한 신문 기사의 제목들이다. 코로나 사태가 불거지면서 언론은 초기부터 계속 고의적인 코로나 사태의 대응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왜곡된 정보들을 확산해 왔다. 세계의 미디어와 언론이 소위 ‘K방역’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 한국이 ‘3T’(Test, Trace, Treat)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모범적인 국가라고 평가할 때에도, 대부분의 한국 언론은 온갖 부정적인 제목으로 기사들을 쏟아내었다. 2021년 4월 26일자 ‘블룸버그’는 세계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 평가에서 한국을 세계 6위로 평가했다.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 영국, 캐나다는 각각 17위, 18위, 그리고 19위다. 한국 정부의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응은 가히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한국의 ‘트럼프 멘털리티’를 그대로 복제하는 것 같은 언론이나 일부 사람들은 코로나19와 연결된 과학적 연구를 왜곡한 허위정보를 확산하고 정부의 대응 정책에 대한 무조건적 불신을 조장해 오다 이제는 ‘백신 공포’를 확산하고 있다.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고통당하는 극도의 위기 시대에 사회적 공익과 공공선은 안중에 없고, 집단의 이득이나 권력 확장만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지난 3월 대학에서 두 번의 백신 접종을 마쳤다. 내가 맞은 백신은 ‘모더나’다. 백신을 맞은 동료나 학생들은 굳이 특정한 백신을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도 안 한다. 백신을 맞기 위한 등록을 한 후 연락이 오면, 백신 센터에 가서 주는 대로 맞을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개인이 자신이 맞고 싶은 백신 종류를 선택하지 못한다고 해서, 미국 정부를 ‘공산당’이라고 비난하는 개인이나 신문 기사를 전혀 보지 못했다. 백신을 맞은 이들의 반응도 참으로 다르다. 나와 이번 봄학기 수업을 한 학생들에게 물으니 백신을 맞은 후에도 별로 큰 부작용이 없다. 나를 포함해서 나의 동료나 학생 대부분은 별로 큰 증상이 없거나, 미열과 함께 피로감을 느끼는 것과 같은 경미한 증상만을 경험했다. 나이 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이 더 심한 부작용을 경험한다는 것과 같은 통계나 다양한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는 참고사항일 뿐이다. 인간의 몸이란 각기 다른 상태에서 반응한다. 백신의 다양한 경고와 통계란 ‘만약의 가능성’을 예시하는 것일 뿐, 모든 이들에게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 어떤 약도 부작용의 가능성 없이 완벽한 것은 지구상에 없다. 언론의 막중한 책임은 바로 공공선을 지향하는 판단기준에 따라서, 포괄적인 사실을 확보해 기사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양태의 데이터와 정보 중에서 어떤 사실을 선택해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결정 과정은 특정 언론이 지닌 각기 다른 가치관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존슨앤드존슨’ 백신의 혈전 부작용 사례는 0.00019%다. 그러나 코로나19에 걸렸을 경우 혈전이 생길 가능성은 16.5%다. 그런데 이토록 미미한 백신 부작용을 마치 전부인 것처럼 보도한다면, 그것은 공공선을 위해 포괄적인 진실과 사실을 알려야 하는 언론의 막중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백신을 맞는 것이 개인이나 사회 전체에 주는 효과와 그 장점은, 백신을 맞지 않아서 일어날 위험성과 비교할 수 없다는 수많은 연구자료가 있다. 그러한 연구자료를 전혀 읽지 않으면서 ‘백신 공포’를 확산시키는 개인, 언론인, 정치인은 한국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는 파괴적 행위를 하는 것이다. 내가 일하는 대학교는 2021년 가을학기 지침을 내렸다. 가을학기에는 기본적으로 학교 강의실에서 수업을 진행한다는 원칙이다. 물론 강의실에서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원칙은 지켜야 한다. 대학은 교직원과 학생들 모두 백신을 맞도록 강력히 권장하고 있다. 대학의 웹사이트는 코로나19 관련 사이트에서 백신접종자와 백신접종예약자의 숫자를 매일 업데이트하고 있다. 또한 백신 맞기 위해 등록할 수 있는 사이트가 여러 개 소개돼 있다. 특별한 의학적 사유가 있지 않는 한, 이제 가을학기가 시작되는 8월 중순 전에 대다수 학생과 교직원들은 백신을 맞고 가을학기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지난 4월 2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100일 하루 전에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애리조나주에 있는 백신센터에서 만난 한 간호사의 말을 전했다. 그 간호사는 백신 주사를 놓을 때마다, 그 백신이 “희망의 약”(A Dose of Hope)처럼 느껴진다고 했다고 바이든은 강조했다. 백신이 완벽해서가 아니다. 다만 백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줄 수 있는 치명적 위험성보다 훨씬 안전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에 수많은 의학자와 과학자의 연구 결과를 참고해, 대학들은 일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의 일상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이며 ‘정상’이 돼야 하는가를 뼈저리게 경험하게 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은 바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임을 알게 했다. 아이들은 놀이터와 학교에서 친구와 직접 만나고 뛰놀면서 커간다. 우리는 모두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과 직접 만나는 것의 엄청난 차이를 체득했다. 특정 개인이나 정치 집단의 이득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공공선을 위해서 확률도 지극히 낮은 부작용의 사례를 과대 포장해 백신 공포를 확산할 것인가, 아니면 백신의 긍정적인 효과를 담은 과학적 데이터와 연구 결과를 선택해 포괄적인 정보를 확산하는가는 이제 개인이나 특정 미디어의 정치적 성향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의 안녕에 관한 긴급한 책임의 문제다. 슈워츠는 영국 신문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좀더 성숙했고 용기가 있었다면, 트럼프를 신화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 자서전을 결코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성숙성과 용기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옳고 그름에 대한 성숙한 판단력, 그리고 그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용기는 부단한 자기 학습과 비판적 성찰에 의해서 점차로 확보된다. ‘트럼프 멘털리티’가 한국 사회의 공공선을 파괴하고 특정 집단의 사회정치적 권력을 확장하지 않도록 개인, 정치인 그리고 언론 종사자들의 성숙성과 용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청된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정경심 “스펙 품앗이, 당시 현실이 그랬다”

    ‘입시비리·사모펀드’ 의혹으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정경심(59) 동양대 교수 측이 1심에서 모두 유죄로 인정된 이른바 ‘스펙 품앗이’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당시의 현실이 그랬다”며 입시 시스템 자체에 책임을 돌렸다. 이어 “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한 건 20대 중반이던 딸(조모씨)인데 부모가 그 부분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하며 입시비리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엄상필) 심리로 10일 진행된 정 교수의 2차 공판에서 정 교수 측 변호인은 “당시 대입에서 비교과 영역이 증대되고 스펙을 갖고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면서 “그러면 시장이 반응하게 되는데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체험활동 등을 운영하지 않으니 학부모 지인을 활용한 인턴십 기회 등이 만들어졌고, 이는 여느 학교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앞서 1심 재판부가 입시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며 학부모 사이에 ‘스펙 품앗이’가 이뤄졌다고 지적한 데 대해 입시 시스템 변화에 따라 생성된 ‘공급’에 해당한다고 반박한 것이다. 정 교수 측은 그러면서 갑작스레 바뀐 시스템 때문에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 확인 매뉴얼이 갖춰져 있지 않아 조씨의 활동 또한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았을 뿐 허위는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정 교수 측은 또 의전원에 지원한 건 딸인데 그 책임을 부모인 정 교수에게 묻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변호인은 “조씨는 당시 대학교 4학년이었다. 20대 중반의 나이로 성인이 된 아이가 의전원에 지원한 것”이라면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정 교수)이 (인턴확인서들의) 허위성을 인식했다면 제출하지 못하도록 막았어야 하는 건지 공소사실이 요구하는 바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왜 갑자기 조희연?… 국민 기대 비켜 간 ‘공수처 1호 수사’

    왜 갑자기 조희연?… 국민 기대 비켜 간 ‘공수처 1호 수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호 사건’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으로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국민들이 공수처에 기대하던 권력형 비리수사와는 결이 다르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공수처의 역할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10일 공수처는 조 교육감의 특별채용 의혹에 대해 ‘2021년 공제 1호’ 사건 번호를 부여하고 수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까지 공수처에 접수된 고소·고발 등 사건은 1040건이지만 수사 개시를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 교육감은 2018년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당연 퇴직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교사 5명을 특정해 관련 부서에 특별채용을 검토하고 추진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 고위 공직자에는 교육감도 포함된다. 해당 의혹은 지난달 감사원 보고서로 촉발됐다. 감사원이 지난달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조 교육감은 2018년 7~8월 해직 교사 5명을 특정해 특채를 검토·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부교육감 등이 특혜 논란 우려를 들어 특채에 반대하자 조 교육감은 관련 문서에 단독 결재해 채용을 강행했다. 감사원은 조 교육감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시험 또는 임용의 방해행위 금지)로 경찰에 고발했고, 서울경찰청 반부패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4일 공수처의 이첩 요청에 따라 이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법조계에서는 조 교육감 사건이 공수처가 수사해야 할 성격으로 맞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소불위의 기소독점권을 행사하는 동시에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보였던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공수처가 출범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해당 사건은 공수처의 ‘존재 이유’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 교육감 사건은 국민들이 공수처에 기대하는 권력형 비리 사건과는 결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도 “특채 과정에 일부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법한 사항인지는 따져 봐야 한다”면서 “공수처 1호 사건은 설립 취지에 비추어 검사 비위 사건을 택하는 게 적절했다”고 비판했다. 그간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으로 검찰이 공수처에 이첩한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조작 의혹’이 언급돼 왔다. 그러나 공수처는 아직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할지 검찰에 재이첩할지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에 검찰은 지난 7일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관련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검사의 재판에서 “이규원 검사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가 두 달 가까이 기록만 검토 중”이라며 “‘반쪽 재판’이 우려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공수처의 수사 개시 통보에 대해 조 교육감은 “특별채용의 제도적 특성과 혐의 없음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앞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도 “특채는 교육공무원법 제33조에 의해 교육감에게 위임된 권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이혜리·진선민 기자 hyerily@seoul.co.kr
  • 신정현 경기도의원, ESG 미래사회를 위한 우리들의 행동방정식 토론회 주재

    신정현 경기도의원, ESG 미래사회를 위한 우리들의 행동방정식 토론회 주재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와 시민모임인 생활ESG행동은 지난 7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미래사회를 위한 우리들의 행동방정식 토론회(좌장 신정현 도의원)’를 개최하고 경기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도민생활속 ESG 활성화 방안을 제안하고 지역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이 날 토론회에는 경기도의회 장현국(더불어민주당·수원7) 의장과 김경호 의원(민주당·가평)을 비롯해 홍성국 국회의원(영상), 신윤관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 이사 등이 참석하여 축하 인사를 전했으며, 좌장인 신정현(민주당·고양3) 의원의 사회를 시작으로, 안치용 ESG연구소 소장의 주제발표와 조현철(가천대 대학원 국가안전관리 박사과정), 이덕근(동국대 대학원 기술창업학과 교수), 장정화(수돗물시민네트워크 사무처장), 김종하(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 서아론(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부장)이 토론자(전문가 패널)로 나서 활발한 토론을 진행했다. 좌장을 맡은 신정현(더불어민주당, 고양3) 의원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올해를 ESG 확산의 원년으로 삼아야한다고 말씀하신 이후로 사회 각 분야에서 ESG 가치실현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해 탄소중립과 녹색경제의 구축, 불평등과 차별을 뛰어넘는사회정의의 실현, 투명하고 수평적인 관계구조속에서 이루어지는 민주적 협치 생태계를 확산하는 것 등 ESG가 시대적, 사회적 가치로 떠오르는 지금 경기도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지속가능한 도시와 농촌 공동체를 위한 어떤 지혜를 모아야 하겠느냐”고 물은 뒤 “오늘 토론회를 통해 경기도가 ESG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앞장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제발표에 나선 안치용 소장은 “불가역적 시대전환, ESG 시대가 온다”라는 발제를 통해 “ESG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았다. CSR 개념이 등장한 1953년부터더 나은 세상을 모색하기 위해 이어진 노력의 산물”이라며 ESG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조현철 패널은 세월호 사고 이후 국가의 안전에 대한 인식 재고가 필요하다는 주제로 토론했으며, 이덕근 패널은 ‘ESG에서의 청색기술’이라는 주제로 청색기술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장정화 패널은 “환경부가 2021년 물 예산으로 약 4조라는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서비스가 적다면 무용지물일 것”이라며 “지금까지 관 주도로 진행되어온 수도행정은 민-관 거버넌스 영역으로 넓혀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하 패널은 “중소기업에게 ESG는 분명 피할 수 없는 위기일 수도 있지만, ESG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기업과 사회의 동반성장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기업 업종·규모 등의 특성을 반영한 ESG 가이드라인 개발과 컨설팅 지원 등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합토론이 마무리될 무렵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서아론 패널은 “사회적으로 ESG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자원순환 활성화를 위해 분리배출 거점을 마련하고 올바른 분리배출 문화 확산을 위한 자원순한 리더 육성을 제안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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