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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칼럼] 역사 갈등의 끝판/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금요칼럼] 역사 갈등의 끝판/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교수

    며칠 전 누군가 내게 물었다. “교수님, 한일 양국의 역사 문제는 언제쯤 해결될까요?” 답답하기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골똘히 생각하는데 20년 전 대학생들과 함께 만든 책 한 권이 떠올랐다. ‘아버지, 난 누구예요’(궁리, 2000). 지금은 중년이 된 그 당시 청년들이 두 나라의 역사적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알려 주는 글도 여럿이었다. 책에서 어느 학생은 자기 집안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의 큰아버지가 일본으로 징용을 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비극이었다. 한 시골 마을에 일제의 파출소(‘지서’)에서 심부름하는 이가 있었는데, 그는 상부의 명령대로 일본어를 아는 사람들의 명단을 만들었다. 얼마 후 그 명단에 이름이 적힌 사람은 모두 일본으로 끌려갔다. 학생의 큰아버지도 그렇게 군수공장으로 잡혀갔단다. 세월이 흘러 해방은 왔으나 그는 돌아오지 못했다. 하필 그가 탄 귀국선이 침몰했단다. 얼마 전까지도 가슴 저린 이런 이야기를 어디서나 들을 수 있었다. 우리 책에서 다른 학생도 동의했듯,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일본의 악랄한 침략 행위를 고발하는 슬픈 이야기가 너무 많아 한국 사람이 일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당연했다. 동시대 일본의 시민들은 강점기에 한국인이 겪은 부당한 고통을 과연 짐작이나 했을까. 우리 책에는 서울로 유학 온 일본 학생도 등장한다. 그는 그런 역사를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그 유학생은 대중매체를 통해 한국에 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전부였다며 매우 충격적인 한 가지 기억을 상세히 소개했다. 1990년대 초반 텔레비전에서 본 장면이었다. ‘위안부’ 문제로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하던 시민들이 이토 히로부미의 초상화가 그려진 1000엔짜리 일본 화폐를 불태우고, 이토의 얼굴을 짓밟았다. 지폐에 초상화가 등장할 정도면 대단한 위인인데 한국인들이 저렇게 함부로 모욕해도 되는가 싶었단다. 이렇듯 20년 전 한일 양국의 청년들은 역사적 기억을 공유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그들이 미래에 거는 기대만은 똑같았다. 일본인 유학생은 과거사를 언급할 때마다 느끼게 되는 불쾌감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양국이 공동의 역사 인식을 토대로 관계를 개선하기 바란다는 소망이었다. 한국 대학생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 역시 한일 양국 시민이 역사적 진실을 공유하게 되기를 소망했다. 세월은 흘러 우리 책이 나온 지 20년이 지났다. 그사이 양국 관계는 더 나빠졌다. 진실을 왜곡하며 양국의 화해를 가로막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근자에 서울의 교수 한 사람이 일본의 우익 잡지에 글을 실어 물의를 빚었다. 그는 징용 간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자원한 경우가 태반이라고 했다. 또 위안부도 취업 사기를 당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과연 역사의 진실이라는 말인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에도 양심적인 역사연구자가 상당수 있다는 사실이다. 위안부 문제만 해도 일제강점기의 정치·사회적 배경을 고려해야 본질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15년 5월, 16개의 일본 학술단체가 공동성명서를 발표해 위안부의 강제연행은 이미 실증된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말 딴 세상의 이야기지만 요하네스 라우 독일 대통령의 20여년 전 발언이 주목된다(1999년 12월 17일). “독일 국가와 기업은 과거의 범죄행위에 대해 연대책임을 져야 합니다.” “저는 오늘 독일의 지배 당시에 노예노동, 강제노동을 강요당한 모든 사람을 기억하며 독일 민족의 이름으로 용서를 빕니다.” 라우 대통령은 나치 독일이 폴란드에 저지른 죄악을 고백하며 화해를 청했다. 언제쯤이면 일본에도 이처럼 용감하고 책임감 있는 지도자들이 등장할 것인가.
  • 포천 500대 기업 여성 CEO 역대 최다… 대세일까, ‘유리절벽’일까

    포천 500대 기업 여성 CEO 역대 최다… 대세일까, ‘유리절벽’일까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이어 살균·표백제 ‘클로록스’로 유명한 미국 생활용품업체 클로록스가 최근 40대 여성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했다. 앞서 미국의 화장품회사인 코티도 로레알 CEO를 지낸 여성을 새 CEO로 영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힘든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미국의 포천 500대 기업의 여성 CEO 수가 3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위기 속에서 기업 경영의 책임을 여성에게 맡겨 변화를 시도하는 이른바 ‘유리절벽’ 상황인지, 아니면 추세인지는 좀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앞서 올 상반기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악화하면서 여성 정치지도자들의 리더십이 관심을 끌었다. 뉴질랜드와 독일, 대만, 노르웨이 등 총리나 대통령이 여성인 이들 국가는 경제적 손실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시하면서 초반에 강력한 조치들을 취해 감염을 최소화했다. 그러면서 위기 때 빛을 발하는 여성 리더십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정치적 리더십과 기업을 이끌어 가는 리더십이 같지는 않겠지만 위기 상황은 여성 지도자에게 기회인 동시에 더 큰 도전이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한다면 재기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은 다음달 중순 린다 렌들(42)이 클로록스의 CEO에 취임하면 ‘포천 500대 기업’ 중 여성 CEO가 역대 최다인 38명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전했다. 역대 최다라지만 7.6%에 불과하다. 1972년 캐서린 그레이엄 전 워싱턴포스트 CEO 겸 발행인이 여성으로는 처음 포천 500대 기업의 CEO로 이름을 올린 지 거의 반세기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10%도 달성하지 못했을 정도로 진전이 더디다. ●여성 CEO 역대 최다 38명이지만 7.6% 불과 CNBC에 따르면 미국 기업에 처음 입사할 때 남녀 비율은 거의 비슷하지만 임원으로 올라갈수록 격차가 벌어진다. CEO 후보군인 각 부문 최고 책임자 레벨(C-suite)에 오른 여성 임원은 20%에도 못 미친다. 이사회 이사와 CEO로 올라가면 그 수는 더 줄어든다. 따라서 위기 상황에서 주어지는 CEO 제의는 여성 등 소수의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꼭 잡아야 하는 드문 기회다. 그런 의미에서 렌들은 행복한 경우에 속한다. 렌들은 프록터앤드갬블(P&G)을 거쳐 2003년 클로록스에 입사했으며 판매 담당 부사장 등을 지낸 뒤 올해 5월부터 사업개발계획 총괄 사장을 맡아 왔다. 렌들이 경영을 맡게 될 클로록스의 경영 상태는 양호하다.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건강 관련 부문의 최근 분기 매출이 33%가량 늘어났고, 코로나19 사태로 세정·살균 제품 수요도 급증하면서 주가가 올 들어 50% 가까이 올랐다. 위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은 아닌 셈이다. 반면 9월 1일 취임하는 수 유세프 나비는 코티의 올 들어 네 번째 CEO다. 나비는 코티가 5년 전 인수한 P&G의 수십개 화장품 브랜드와 올해 인수한 유명 모델 킴 카다시안의 화장품 업체 지분 등 70여개 보유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고 코로나 사태를 극복해 성과를 내야 할 과제를 안았다. 코티의 주가는 코로나 사태로 연초 대비 60% 떨어졌다. 나비가 로레알의 랑콤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변신시키고 2017년 자신이 설립한 식물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오베다의 경영 능력을 코티에서도 발휘하길 요구받고 있다. ‘유리천장’은 여성과 소수민족 출신자들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한다. 그런가 하면 ‘유리절벽’은 기업이나 조직이 실패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만 여성을 최고위직에 승진시킨 뒤 실패하면 책임을 물어 해고해 결국 다음 경력을 쌓을 기회를 찾지 못하는 것을 가리킨다. ●유리천장 뚫으니 유리절벽 나와 유리절벽은 2005년 영국 엑서터대의 미셸 라이언과 알렉산더 해즐럼 교수가 처음 쓴 개념이다. 이들이 영국의 100대 기업의 성과와 이사회 남녀 이사 승진 추세를 분석한 결과 여성 이사를 승진시킨 기업들의 승진 전 5개월간 실적이 남성 이사를 임용한 기업들보다 악화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즉, 기업의 경영 상태가 나쁠 때 여성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는 얘기다.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의 CEO 임기는 안정적인 기업에 비해 짧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유타대의 앨리슨 쿡과 크리스티 글래스 교수의 2013년 연구 결과도 비슷했다. 쿡과 글래스가 포천 500대 기업의 15년간 추이를 분석한 결과 백인 여성과 유색 남녀가 백인 남성에 비해 실적이 나쁜 기업의 CEO로 승진한 경우가 많았다. 2010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유리절벽과 관련된 논문이 실렸다. 남녀 대학생에게 가상의 기업의 재정 상황을 알려 주고 새 CEO를 뽑아야 할 경우 남성과 여성 중 누구를 선택할지 물었다. 주로 남성 CEO가 경영해 오던 기업이 경영 상태가 좋으면 응답자의 62%가 남성 후보를 CEO로 선택했고, 회사가 경영 위기에 처하면 응답자의 69%가 여성 후보를 뽑았다. 일반인들도 여성 CEO가 위기에 더 적합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유리천장을 뚫고 올라간 여성 기업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유리절벽인 사례는 많다. 가장 비근한 예로 미국의 드러그스토어체인인 라이트에이드는 2017년부터 3년간 주가가 100% 가까이 폭락하자 2019년 8월 여성을 CEO에 앉혔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결국 파산 신청을 한 JC페니도 2018년 10월 남성 CEO가 경영 회생에 실패하자 질 솔타우를 CEO로 긴급 투입했다. 하지만 코로나에는 역부족이었다. 솔타우가 CEO로 오기 전 3년 동안 주가가 82% 폭락했다. 위기 상황에 발탁됐다가 성공한 사례도 물론 여럿 있다. 앤 멀케이는 2001년 파산 직전까지 갔던 복사기업체 제록스를 맡아 회생시킨 뒤 2009년 CEO에서 물러났다. ●유럽도 여성 CEO는 7~8% 수준 여성 CEO가 드문 것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7월 현재 런던 증시에 상장된 주요 100개 기업 중 여성이 CEO인 기업은 5개다. 유럽성평등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유럽 28개 국가의 주요 597개 기업 중 여성 CEO는 47명으로 7.8%에 불과하다. 특이하게도 태국의 여성 CEO 비율이 30%로 가장 높고, 중국이 거의 20%에 육박한다. 2008년 등 여러 차례 경제적 위기를 겪었지만 2020년만큼 여성의 리더십이 정치와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주목을 받은 적은 드물 것이다. 코로나의 전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 따른 도시 전면 봉쇄와 경제 침체라는 미증유의 위기는 여성 리더십을 새롭게 평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 지도자들이 소통 능력과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포용적일 뿐 아니라 흔히 남성 지도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결단력과 단호함, 능력까지 겸비한 균형 있는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 줬다고 평가한다. 마리안 쿠퍼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남성 중심 조직에서 평생 살아온 여성들은 인내하고 공감하며 침착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키워 왔고, 이러한 특징들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기회와 리더십 확대를 지원하는 글로벌 비영리단체인 카탈리스트의 로레인 해리턴 대표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포천 500대 기업의 여성 CEO가 늘어난 것은 성과”라면서도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주요한 자리에 여성들이 늘어나야 하며, 여성을 전체가 아닌 개인으로 평가하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CEO를 비롯한 여성 지도자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위기 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지속될 수 있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선 넘는 일요일] 검사 앞에서 ‘검사 사칭’한 간 큰 사기꾼

    [선 넘는 일요일] 검사 앞에서 ‘검사 사칭’한 간 큰 사기꾼

    ‘선데이서울’ 속, 연예인들의 파격적인 컬러사진 못지않게 화제를 모았던 기상천외한 사건들. 그 중 제23호 (1969년 3월 2일자)에 실린 ‘검사님 괴롭히던 정 두고 가지마 - 서 검사가 서 검사를 잡았는데’란 제목의 황당한 사건을 소개하고자 한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서주영(가명) 검사는 1968년 가을부터 낯 모르는 아가씨들로부터 전화로 애정을 호소 받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수십 차례 서주영 검사실로 애정을 호소하는 전화가 걸려왔고, 허름한 차림을 한 실업 청년이 부탁한 취직을 독촉하러 찾아온 것도 여러 번이었다. 서 검사는 누군가 본인을 사칭하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고, 결국 1969년 2월 20일 대검찰청 수사국원들이 또 하나의 서주영 검사를 잡아, 서 검사 앞에 데리고 왔다. 알고 보니 가짜(서기영·가명/27)는 진짜의 바로 코앞에서 사기 행각을 벌여왔던 것. 그가 진짜 서 검사 앞에서 털어놓은 그동안의 사기행각은 다채로웠다. 연애사기뿐만 아니라 취직 사기 피해자만 수십 명에 이르렀다.심지어 한 경찰관은 실제로 서 씨를 깍듯이 ‘검사 영감’으로 모셔왔으며, 한 교사는 ‘총각 검사’라는 서 씨를 만나자마자 아낌없이 모든 것을 바치기도 했다. 모 대학생은 아까운 신랑감을 놓칠세라 자기 아버지도 ‘부장판사’라면서 적극적으로 접근해 멋진 사랑의 밀회를 하기도 했다. 결국 결혼을 굳게 약속한 서 씨는 정체를 들킬까 봐 꼬리를 뺐고, 놀아난 아가씨들은 진짜 서울지검 서주영 검사실에 요란하게 전화를 하면서 검사 사칭 사건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사람들은 서울지검 복도에 아가씨들을 세워놓고 검사실을 들락거리는 서 씨를 틀림없는 ‘서주영 검사’로 알았으며, 심지어 지검 내 어떤 수위는 “검사님”하며 허리가 부러지도록 인사를 했다고 한다. 서 씨가 사귄 모 대학생은 부장판사의 딸도 아닌 명동거리를 누비는 말괄량이로 밝혀져 결국 가짜와 가짜가 숨바꼭질을 한 셈이 된 것이다. 서 씨는 이날도 동창인 황보 씨에게 대검찰청 수사국원으로 취직을 시켜준다고 서울지검 복도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수사관들은 황보 씨를 미행했고, 서 씨는 결국 잡히고 말았다. 서 씨가 검사로서 정식 발령(?)을 받은 것은 1968년 10월 중순, 고향 경주에서였다. 아버지의 친구를 길거리에서 만난 그는 “자네 요즘 무얼하나”라는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서울지검 검사로 있습니다”라는 답을 하고 나서부터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잘한 서 씨는 아버지에게 고등고시 공부를 한다고 6년 동안 한 달에 꼬박 1만 원씩의 하숙비를 받아냈다. 그러나 직업이 없는 서 씨는 친구와 함께 회현동 부잣집 아동 70여 명을 모아 과외공부를 시켰다. 수입은 모두 사치에 털어 바쳤고, 과외 자리마저 없어지자 ‘룸펜(실업자를 이르는 독일어)’이 된 서 씨는 당장 할 일이 없었다. 그러다 고향에 내려간 서 씨가 어릴 때부터 꿈꿔오던 ‘검사’라는 직위가 무의식중에 입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그 후 서 씨는 줄곧 검사 사칭을 해왔다. 가짜 검사라는 것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서 씨는 ‘대검찰청 수사국 수사관’으로 전직(?)을 했다. 공무원 일제 단속 때문에 신문에 오르내리는 대검수사국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친구들을 만나면 술을 대접받고 며칠 뒤 큼직한 수사원 증명서를 교부해 주었다. 처음에는 ‘대기발령’부터 시작해서 ‘교육 발령’까지 발령도 여러 가지였다. 황보 씨에게 준 발령장도 대법원의 용지에 대검수사국장의 직인까지 찍은 완전한 가짜였다. 그러나 그의 교육발령장에는 ‘본국(本局)’의 ‘局(판 국)’을 ‘國(나라 국)’으로 써 수사관들의 실소를 자아내게도 했다. 수사관들이 그의 하숙방을 수색했을 때 그의 방에는 각종 대검수사국 직인과 가짜 신분증이 한 보따리나 나왔다. 친구에게 돈과 시간을 사기당한 황보 씨는 서 씨가 쇠고랑을 차는 것을 보자, 시골에서 아들의 취직에 기뻐 어쩔 줄 모르며 돈 3만 원을 꼬깃꼬깃 싸들고 검찰청을 찾아온 아버지와 함께 말없이 뒤돌아섰다. 글 장민주 인턴 goodgood@seoul.co.kr영상 임승범 인턴 장민주 인턴 seungbeom@seoul.co.kr
  • 우즈벡 6명 지역감염에 청주 초비상

    우즈벡 6명 지역감염에 청주 초비상

    충북 청주에서 무더기로 코로나19 지역감염이 발생해 방역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5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3일과 4일 이틀동안 청주에 거주하는 우즈베키스탄 국적 6명이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충북지역 75~80번 확진자들이다. 이들의 나이는 20대와 30대다. 1명은 대학생이고 5명은 근로자다. 77번 확진자는 지난달 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고, 나머지는 수년전 한국에 온 것으로 전해졌다. 5명은 청주시 흥덕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함께 거주하며, 나머지 1명은 옆집에 사는 지인이다 이들의 접촉자가 많은 것도 걱정이다. 조사결과 75~79번 확진자가 지난달 31일 청주시 흥덕구 신율봉 공원에서 30분간 진행된 이슬람교 예배에 다녀왔다. 예배에는 이들을 포함해 341명이 참석했다. 도 관계자는 “예배 당시 전원 마스크 착용, 발열체크, 손소독제 비치 등이 이뤄졌지만 일부 참석자들이 행사 후 나눠준 빵과 음료수를 공원에서 먹고 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참석자 전원에 대한 진단검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실시된 128명 검사결과는 모두 음성이다. 음성으로 나온 참가자들은 능동감시 대상으로 지정돼 14일간 전담 공무원이 발열 등을 모니터링한다. 감염경로가 현재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도는 최근 입국한 77번 확진자를 주목하고 있다. 77번 확진자는 입국 당시 ‘음성’이 나왔고, 김포에서 14일간 격리 생활을 했다. 문제는 격리에서 해제될 때 추가 검사를 받지 않은 점이다. 충북도는 해외 입국자 격리 기간 14일이 도래하면 2차례 진단검사를 해 ‘음성’이 확인돼야만 해제 결정을 한다. 당시 의무사항이 아니다보니 김포시는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코로나 예방위해 비명 금지’ 日 놀이공원, 대신 ‘비명 스티커’ 붙여라

    ‘코로나 예방위해 비명 금지’ 日 놀이공원, 대신 ‘비명 스티커’ 붙여라

    코로나19 여파로 임시 휴업에 돌입했던 일본 놀이공원들이 재개장한 가운데, 한 테마파크가 이른바 ‘비명 금지’ 지침에 대응한 ‘비명 스티커’를 내놨다. 2일(현지시간) 일본 구마모토현 아라오시 소재 테마파크 ‘그린랜드’ 측은 놀이공원 운영지침에 따라 비명을 지를 수 없는 이용객을 위해 마스크에 붙일 수 있는 ‘비명 스티커’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일본 테마파크협회는 지난 5월 놀이공원 재개장과 동시에 이른바 ‘비명 금지’ 지침을 하달했다. 롤러코스터 같은 격한 놀이기구 이용 시 비명을 지르면 마스크가 벗겨질 가능성이 커 감염이 우려되므로, 되도록 소리를 지르지 말라는 얘기였다. 도쿄 후지큐 하이랜드 놀이공원은 아예 임원들을 롤러코스터에 태워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마스크를 쓰고 약 70m 높이의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공원 관계자들은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롤러코스터에서 한시도 근엄함을 잃지 않았다. 공원 측은 ‘부디 마음으로만 소리를 지르라’는 당부로 영상을 마무리했다.이용객들은 불평을 쏟아냈다. 4개월 만에 문을 연 도쿄 디즈니랜드를 찾은 대학생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에 왔는데 소리도 못 지르게 하는 것은 일종의 고문”이라고 푸념했다. 다른 이용객은 “홍콩과 상하이 놀이공원에는 그런 규정이 없다. 비명이 (저절로) 나오는 걸 어떻게 하느냐”라고 황당해했다. 아찔한 스릴을 만끽하기 위해 놀이기구를 타는데 어떻게 침묵을 유지하느냐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아라오시 소재 ‘그린랜드’는 이런 이용객 불만을 수렴해 지난달 15일부터 독특한 캠페인을 시작했다.5가지 각기 다른 입 모양 스티커를 준비해 이용객에게 배부하고, 마스크에 부착하도록 하고 했다. 이를 통해 비명을 지르지 않고도 마치 비명을 지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겠다는 취지다. 직원들이 스티커를 부착한 마스크를 쓰고 롤러코스터에 올라 대리만족을 느끼는 홍보 영상도 만들었다. 이에 대해 미국 매체 인사이더는 “조금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놀이기구를 탄 사람이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효과적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이게 무슨 강의냐”… 온라인수업에 분노 폭발한 日대학생들

    “이게 무슨 강의냐”… 온라인수업에 분노 폭발한 日대학생들

    코로나19 사태로 캠퍼스에 가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원격강의를 받고 있는 일본 대학생들의 불만이 거의 폭발할 지경이라고 아사히신문이 5일 보도했다. “디즈니랜드와 같은 놀이시설은 다시 문을 열었는데 대학은 왜 아직인가“와 같은 학생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지만, 대부분 대학들은 방역이 우선이라며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게이오대 1학년 여학생(19)의 사례를 소개했다. 입학 이후 단 한 차례도 캠퍼스에 발을 들여 본 적이 없다는 이 학생은 “녹화된 강의 영상을 집에서 보면서 쪽지시험이나 리포트 과제 등을 하는데, 하루 10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캠퍼스에 가지 못하다 보니 SNS를 통해 스포츠 관련 동아리에 들어갔지만 선배들로부터 트위터를 통해 몸동작 방법 따위만 전수받을 따름이다. 거리에서 친구끼리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고등학생들이 외려 부러울 정도다. 1학기 강의를 모두 온라인으로만 받은 수도권 사립대 3학년 여학생(20)은 “이것이 과연 수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인지 모르겠다”며 강의의 질에 불만을 토로했다. 예정된 시간이 돼도 강의 영상이 올라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과제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안내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소규모라도 좋으니 오프라인 대면수업을 재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수도권 사립대 2학년 남학생(19)도 “강의 영상을 보면서 온라인으로 리포트만 제출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거의 통신교육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했다. 그는 “대학 측에 학비를 깎아달라고 요청했으나 부모의 수입이 급감한 일부 학생들만 해당된다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트위터에는 ‘#학생의 일상도 중요하다’라는 문구가 해시태그로 확산되는 등 분노와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대학생이 됐는데 친구도 한 명 없이 여름방학이라니”, “내 인생 처음으로 거액의 빚을 지고 대학에 다니는데 매일 혼자 집에서만 용을 쓰고 있다”와 같은 글들이다. 초중고교 휴교가 풀리고 경제활동이 상당 부분 재개됐다는 점에서 “초중고도 되고, 디즈니랜드도 되고, 밤거리 업소들도 되는데 왜 대학은 안 되는 거냐”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대학들은 당장 수업과 캠퍼스 생활보다는 감염 확산 방지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문부과학성 집계에 따르면 이달 2일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학생 690명 중 77%인 532명이 7월 이후 감염된 경우였다. 대학생이 포함된 집단감염 사례도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학생들은 ‘도쿄도~이바라키현’, ‘사이타마현~가나가와현’과 같이 광역단체간 장거리 통학을 하는 경우가 많아 자칫 지하철 등 교통기관을 통해 바이러스를 퍼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대학의 수업 정상화를 부담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대학들도 학생들의 원격수업에 대한 불만을 일정수준 이해하고 있다. 메이지대 관계자는 “온라인 강의의 질을 높이려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과거와 같은 대면수업으로 돌아갈 것이란 점에서 본격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운 대학이 많다”고 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오늘의 눈] 오늘도 ‘꼰대라떼’를 진하게 타시는 분들께/한재희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오늘도 ‘꼰대라떼’를 진하게 타시는 분들께/한재희 산업부 기자

    ‘그만그만 그만해 오늘도 시작되는 꼰대라떼’ 가수 영탁이 부른 ‘꼰대라떼’는 첫 소절부터 라떼라는 말 좀 하지 말라는 애원으로 시작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라떼는 음료를 뜻하지 않는다. 꼰대들이 후배들을 붙잡고 ‘나 때는 말이야’라며 끊임없이 훈계하는 모습을 풍자한 표현이다. 가사를 살펴보면 꼰대라떼에는 ‘그만’이 12번이나 나오지만 ‘라떼’라는 말은 그 다섯 배가 넘는 63번 등장한다.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고 꼰대들에게 항변해 봤자 결국 “예전엔 말대답도 못했다”며 더 진한 라떼가 리필되는 현실이 묘하게 녹아 있는 것 같아 흥겨운 멜로디를 마냥 즐기기는 어렵다. 당신의 직장에는 꼰대가 별로 없는가. 그렇담 혹시 내가 꼰대는 아닌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나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꼰대들은 암약하고 있다. 이전 직장 상사를 거론하며 “지시에 토를 달면 보복이 있었다”고 토로하거나, 저녁식사 뒤 야근을 재개하며 “52시간만 근무하고 싶다”고 읊조리는 ‘피해자’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늘 차분히 정의란 무엇인지 고뇌할 것 같은 ‘판사님’들 중에도 함께 일하는 ‘벙커 부장’(후배를 괴롭히는 판사) 이야기가 나오면 격분하며 한낱 직장인으로서의 애환을 터트리는 이들이 많다. 특히 요즘 젊은이를 뜻하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통칭)들은 라떼와 달리 그냥 참고만 있지 않는다. 꼰대들이 보기엔 뜨악한 일일지 모르겠지만 MZ세대는 ‘워라밸’(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칼같이 지키고 이것이 침해받으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거나 과감히 사표를 쓰기도 한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청년(15~29세) 임금근로자 중 69.6%는 첫 직장을 그만뒀다고 한다. 이들의 첫 직장 평균 근속기간은 13.8개월이었다. 하지만 몇몇 재빠른 기업들은 꼰대들이 활개치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각종 조사에서 대학생 취업 선호도 1위에 오른 카카오는 구성원들끼리 영어 이름을 부르도록 해 과도한 위계질서를 완화했고, 3년마다 1개월씩 장기 휴가를 통해 심신을 회복하게 한다.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많은 게임회사에서 시행 중인 ‘유연 출퇴근제’(직원 스스로 출퇴근 시간 정해 근무)도 호응이 좋다. 정보기술(IT) 기업이라고 ‘꼰대 청정구역’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업 문화나 복지가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유수 대기업 출신 인재들이 한국의 실리콘밸리인 판교로 이직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꼰대로 활약하는 이들은 ‘회사가 소꿉놀이는 아니다’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어린 꼰대’도 많은데 선배들이 말만 하면 라떼로 취급하니 서럽단 반응도 있다. 그럼에도 과거 엄한 선배에게 당했던 얘기를 꺼내며 훈계하기보단 ‘그때의 나처럼 너도 힘들겠다’고 다독인다면 선배가 내미는 라떼를 달게 마시는 이들이 늘지 않을까. jh@seoul.co.kr
  •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차별금지법, 동성결합, 동성결혼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차별금지법, 동성결합, 동성결혼

    얼마 전 대학생 딸이 물었다. 아빠는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해? 난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탕수육을 예로 들어 보자. 아빠는 소스를 부어서 먹고 너희는 찍어서 먹지? 하지만 취향이 다르다고 서로를 비난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니? 딸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빠가 성소수자들을 비난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딸아, 아빠도 네게 편견이 없어서 기쁘단다.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지인이 공중목욕탕에 갔을 때였다. 한 노인이 한참 성소수자를 맹비난하더니 지인에게 이렇게 묻더란다. “당신 자식이 호모라면 좋겠우? 솔직히 싫잖아?” 지인은 노인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물론 제 아들이 동성애자가 되길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렇다 해도 제 아들이 동성애자라고 손가락질하는 놈이 있으면 가만 두지 않겠습니다.” 정의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발의됐다. 2007년 참여정부에서 ‘차별금지법안’이 보수기독교 단체의 반대로 무산된 이후 벌써 발의만 여덟 차례라는데 이번에도 통과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반감과 오해, 편견이 여전한 탓이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이후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며 퍼포먼스까지 펼쳤던 미래통합당도 성소수자 조항을 빼고 논의하자며 한발 빼고 있다. 미국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은 2012년 TV 토론에 나가 동성결혼의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여러분은 누굴 사랑합니까? … 결혼 당사자가 레즈비언이든 게이든, 남녀든 상관없습니다.” 조 바이든에게 선수를 빼앗기기는 했지만 버락 오바마 역시 재선을 앞두고 동성결혼의 정당성을 받아들였다. “게이든 레즈비언이든 누구나 공정하고 동등하게 대접받아야 한다.” 그는 성소수자 공동체를 위해 보다 광범위한 평등이 필요하며 동성결합(civil union)을 넘어 동성결혼을 인정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그 고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오바마는 재선에 성공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동성결합’이다. 미국은 대부분 주에서 동성의 결합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동성결혼까지는 아닐지언정 동성 부부의 권리를 거의 모두 법으로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시아에서도 일본과 대만 등이 지역별로 동성결합을 법으로 인정한다. 우리는 차별금지법 하나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았지만, 2013년 네뷸러상을 수상한 SF소설 ‘2312’는 흥미로운 전망을 내놓았다. ‘2312’는 2312년 즈음 지구와 우주의 생태가 어떻게 변화하고 운영될 것인가를 과학적, 사회적으로 추리한 이른바 ‘하드SF’다. 저자 킴 스탠리 로빈슨에 따르면 미래 세계에서는 수명 연장, 질병 치료 등의 이유로 성 이미지를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그는 선택 가능한 범주를 다음과 같이 나열했다. “여성, 남성, 자웅동체, 암수모자이크, 남녀추니, 양성애자, 혼성애자, 간성애자, 무성애자, 거세자, 비성애자, 미분화자, 게이, 레즈비언, 호모, 성도착자, 동성애자, 다성애자, 복합성애자, 변성애자, 버다치, 히즈라, 두 개의 영혼….” 동성애를 인정하는 순간 나라가 큰일날 것처럼 호들갑이지만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미 많이 여유로워졌다. 우리는 TV에서 홍석천, 하리수를 스스럼없이 만나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 열광했다. 미국을 위기에 빠뜨린 인물은 동성결혼을 인정하자는 오바마, 바이든이 아니라 오히려 극심한 차별주의자인 트럼프다. 비록 가설이지만 킴 스탠리 로빈슨의 미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미 성전환 수술이 가능하지 않은가. 세상은 이렇게 미래와 다양성을 향해 나아가건만 우리는 여전히 답답한 인습과 편견과 남녀차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속된 말로 후지다.
  • [강남순의 낮꿈꾸기] ‘일기장’과 권력의 야만, 그 평범성과 폭력성

    [강남순의 낮꿈꾸기] ‘일기장’과 권력의 야만, 그 평범성과 폭력성

    “왜 일기장을 선생님께 검사받아야 해요?” 독일에서 유아원을, 미국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다가 한국에 와서 초등학교 5학년에 들어간 나의 아이가 묻던 질문이다.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일기 숙제를 할 때마다 아이는 이 질문을 했다. 한글보다는 영어로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그래서 아이가 영어로 먼저 일기를 쓰면 내가 한국어로 번역하고, 아이는 그것을 제출할 일기장에 옮겨 쓰곤 했다. 매일 저녁 해야 했던 이 숙제가 아이에게는 지독하게 ‘부당한 것’이었다. 일기란 다른 사람이 보면 안 되는 것이라고 알고 있던 아이에게, 일기가 선생님께 제출하고 도장받는 ‘숙제’라는 것이 납득되지 않았다. 나는 이런저런 설명을 억지로 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아이를 이해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두 살 때 떠나서 독일과 미국에서 ‘공교육’을 받고 한국에 돌아온 아이에게, ‘일기 제출 숙제’는 자신이 한국에서 경험하는 ‘부당한 것’들 중 하나였다.●나치 피해자 유대인, 팔레스타인엔 현재 가해자 아이가 왜 일기장을 내야 하는지 학교에서 질문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선생님도 ‘숙제’라고만 했고, 반 아이들도 ‘바보같이 그것도 몰라? 그게 숙제니까 내야지’ 하며 놀렸다고 한다. 도처에서 ‘왜’로 시작하는 무수한 질문을 해 오던 아이는, 점점 한국 학교는 질문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숙지한 듯하다. 항의성 질문은 집에서만 하기 시작했다. ‘왜’ 일기를 숙제로 내야 하는가, ‘왜’ 운동장에서 한 학년 높다고 학년이 낮은 아이의 공을 마구 빼앗는가, 다른 아이가 잘못했는데 ‘왜’ 반 전체가 모두 벌을 받아야 하는가 등 대부분의 아이에게는 당연하고 익숙해서 ‘아무것도 아닌 일’이, 그 아이에게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폭력적인 일’이었다. ‘여기는 나를 사람 취급 안 해’라는 말이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횟수가 점점 많아졌다. 학교는 ‘교육 권력’을 가지고, 운동장의 아이들은 ‘학년 권력’을 가지고, 도처의 어른들은 ‘나이 권력’으로 한 아이가 고유한 ‘인격적 존재’임을 부정한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는 스스로 표현은 못 했지만, ‘나는 개체성을 지닌 한 인간이다’라고 항의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나를 사람 취급 안 해’ 하던 한 아이의 경험 그리고 그 아이가 일기 숙제에 항의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2019년 8월 9일 이후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소위 ‘조국 사태’와 관련돼 무수하게 쏟아진 기사 중에서 유독 나의 눈길을 끄는 항목이 있었다. ‘일기장 압수’이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집을 11시간 동안 수색하면서 조 전 장관 딸의 일기장을 압수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쓰던 일기장까지 압수하려 했지만, 결국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기만을 압수해 갔다고 한다.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며 ‘법 집행 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지독한 야만의 모습을 느꼈다. ‘그까짓 일기장’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기장 압수’가 내게는 ‘사람 취급하지 않는’ 법 집행 권력의 야만성과 폭력성의 단면으로 보였다. 일기란 무엇인가. 동물과 달리 인간만이 일기를 쓴다. 한 인간이 스스로 ‘개체성을 지닌 존재’임을 드러내는 행위라는 것이다. 일기란 자신이 자신과 나누는 가장 사적인 대화이다. 일기의 유일한 독자는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자신의 일상사를 기록하기도 하고, 복잡한 상념을 정리하기도 한다. 또한 새로운 각오를 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고민과 딜레마를 적기도 하는 공간이다. 일기에는 사실적 표현, 상징적 표현, 또는 특정한 정황을 알아야만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표현도 있다. 객관적 정보만을 기록한 ‘일지’와는 근원적으로 다르다. 일기란 개별인으로서의 한 인간의 고유한 존재 방식인 것이다. 무슨 엄청난 국가적 반역죄라도 저지른 사람인가. 법 집행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지극히 사적인 일기까지 압수한 후, 그 일기를 어떻게 소비했을까. 일기장에 나오는 글귀에서 혹시나 자신들이 이미 구성한 틀에 들어맞는 단서라도 있을까 하여 여러 사람이 번갈아 돌려 보았을 것이다. 마치 조립된 장난감을 뜯어내듯, 한 사람의 내적 세계를 담은 글들을 조각내어 분해했을 것이다. 법 집행 권력의 야만성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법 집행 권력이 그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모든 사건들에 공평하게 행사돼야 한다. ‘선별적 법 집행’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법 집행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집행 과정에서, 사람을 사람으로 취급하는 인간 존중 정신을 그 기본적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조 전 장관 딸의 고등학생 시절 일기장까지 압수수색하는 그 법 집행 권력은, 공평하거나 또는 인간 존중의 정신은 부재한 폭력적 남용이다. 문제는 이렇게 인간 존중 정신이 부재한 폭력적 권력 남용의 문제가 우리의 일상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옷을 입고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 국가 인권위원회가 정부에 입법을 권고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지금까지 7차례나 추진됐지만 이제껏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커다란 걸림돌은 기독교 단체들이다. 지난 6월 29일 이 법이 다시 발의되자마자, 예상대로 수백 개의 기독교 단체들이 결사적인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옹호법’이라고 왜곡하고 있다. 기독교 주류 교단에 속한 교회들조차도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목회자들이나 신학대학생들을 ‘이단’ 또는 ‘범죄자’ 취급하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종교 권력’이 어떻게 야만성을 드러내면서 성소수자들은 물론 그들과 연대하는 사람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지 보여 준다. 1938년 나치 독일이 세운 첫 ‘죽음의 강제수용소’라고 알려진 오스트리아 린츠의 ‘마우트하우젠 강제수용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수용소 박물관에 전시된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관한 자료들을 살펴보다가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한 사진이 있었다. 수용소에서 해방된 유대인들이 독일군을 죽여 발가벗긴 주검 위에 나치 문양을 새기고, 온몸에 상처를 내어 수용소 철조망에 X자로 걸어 놓은 사진이었다. 철조망 위 독일군의 시체 사진은 그가 얼마나 끔찍한 죽임을 당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과거의 피해자’들이었던 유대인들이 연합군의 승리 후 수용소에서 해방을 맞이하면서 어떻게 ‘현재의 가해자’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진이었다. 나치 시대의 피해자였던 유대인 집단이 ‘이스라엘’이라는 국가 권력을 가지게 되면서, 팔레스타인에 무자비한 공격을 가하는 것과 같다. ‘과거의 피해자’들이 권력 집단을 구성하게 될 때 ‘현재의 가해자 집단’으로 전락하곤 한다. ‘과거의 피해자성’을 현재 타자들에 대한 폭력과 야만성을 정당화하는 담보로 삼곤 하는 경우이다. 베르나르 앙리 레비는 그의 책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에서 인간이 추구하는 ‘권력의 야만성’에 대해 예리한 분석을 한다. 그의 분석은 권력을 가지게 된 이들이 권력의 유지와 확장 그리고 절대화를 위해 어떻게 폭력적 ‘야만성’을 드러내는가를 보여 준다. “권력 없는 사회는 없고, 남용 없는 권력은 없다”라는 레비의 말은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잡고 있는 다층적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하도록 촉구한다. ‘권력’ 자체는 좋거나 또는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그 권력을 어떻게, 무엇을 위해, 누구의 이득을 확장하는 데에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권력의 기능은 천차만별이다. ●개체성 무시하는 권력은 야만적 집단권력 전락 우리의 일상 세계에서 법 집행 권력, 교육 권력, 종교 권력, 과거 피해자 권력, 젠더 권력, 재벌 권력 또는 언론 권력 등 모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양태의 권력은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그리고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권력의 야만성은 한 사람의 삶을, 가족들의 삶을 그리고 모두의 인간됨을 파괴하고 짓밟는다. 그렇다면 ‘인간의 얼굴을 한 권력의 야만성’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여타의 권력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이 있다. ‘추상적 인간 존중’이 아니라 ‘얼굴’을 가진 개별인으로서의 ‘인간 존중’이다. ‘얼굴이야말로 윤리가 시작되는 자리’라는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기장’이 상징하는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개별인들의 ‘개체성’이며 고유한 ‘얼굴’이다. 그 개체성을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취급하는 권력은, 어떤 양태의 권력이라 해도 야만화된 집단 권력으로 전락한다. 모든 권력이 무엇보다도 한 개별인을 사람으로 취급하고 존중하는 권력이 돼야 하는 이유이다.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고령, 전국우륵가야금경연 7~9일 개최

    경북 고령군은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대가야문화누리 우륵홀에서 ‘제29회 고령 전국우륵가야금경연대회’를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경연종목으로는 가야금 기악과 가야금 병창이며, 전국 초·중·고·대학생 및 일반인이 참가해 치열한 경합을 벌인다. 우륵대상 수상자에게는 대통령상을 준다. 전국우륵가야금대회는 가야금의 발전·보급과 우리 국악의 우수성, 악성 우륵(?~?)의 업적을 알리기 위해 가야금의 발상지인 고령에서 매년 4월 대가야체험축제 기간에 열린다. 올해는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을 우려해 대회가 무기한 연기됐으나, 가야금 전공 학생 및 전수자들에게 경험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대회를 재개하기로 했다. 다만, 예년의 국악단체 초청공연 및 전년도 우륵대상 축하공연 등 부대행사는 별도로 마련하지 않았다. 곽용환 고령군수는 “정부의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는 등 안전한 대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고령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13.7인치 ‘개미허리’ 미얀마 여성, 갈비뼈 수술 의혹에 “유전” 주장

    13.7인치 ‘개미허리’ 미얀마 여성, 갈비뼈 수술 의혹에 “유전” 주장

    13.7인치, 그야말로 ‘개미허리’를 자랑하는 미얀마 여성이 있다. 1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미얀마 대학생 수 나잉(23)이 가는 허리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2018년 처음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나잉은 그간 허리를 강조한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개미가 연상될 만큼 비현실적으로 가는 허리는 많은 이의 주목을 받았다. 나잉은 자신의 허리둘레가 13.7인치(34.9㎝)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의 7차 인체지수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39세 여성 평균 허리둘레는 약 29인치(73.9㎝)다. 같은 아시아계인 미얀마 여성의 신체지수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가정하면, 나잉의 허리둘레는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대다수는 그녀를 부러워하지만, 몇몇 사진은 편집된 것 같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일각에는 수술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든 허리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수술 의혹에 어느 정도 힘이 실리는 이유는 그간 여러 여성이 가는 허리를 위해 갈비뼈 수술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미국의 한 모델이 허리둘레를 줄이기 위해 갈비뼈 6개를 제거해 논란이 일었다. 꼭 수술이 아니더라도 보정속옷 등 인위적으로 허리를 가늘게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1939년 세계에서 가장 가는 허리로 기네스북에 오른 영국 여성에델 그레인저는 허리둘레가 13인치에 불과했지만, 평생 코르셋을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전문가들은 갈비뼈 제거 수술과 보정속옷 착용 모두 호흡 문제와 속 쓰림, 식도염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장기에도 손상을 입힐 수 있다며 청소년의 무분별한 모방을 경계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나잉은 “갈비뼈 제거 수술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코르셋 등 보정속옷을 입고 촬영한 것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순전히 유전 때문에 가는 허리를 갖게 됐다”라고 밝혔다. 나잉은 “건강한 식단으로 건강한 체질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내 외모에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 외모를 뽐내는 게 즐겁고 사람들이 주목하는 게 즐겁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제 그녀의 허리둘레가 어느 정도인지는 미궁에 빠진 상태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포토] 폭우가 쏟아져도 소녀상 곁 떠나지 않는 대학생들

    [포토] 폭우가 쏟아져도 소녀상 곁 떠나지 않는 대학생들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폭우가 쏟아진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대학생들이 평화의 우산을 쓰고 앉아 소녀상 곁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 [서민금융주치의, 이원장이 간다](1) 서민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언덕, 서민금융

    [서민금융주치의, 이원장이 간다](1) 서민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언덕, 서민금융

    1955년 하와이 카우아이섬에서는 신생아 833명을 대상으로 실험이 실시됐다. 연구자들은 사회경제적 환경이 우리의 삶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이 섬의 아기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30년 넘게 추적조사했다. 결과는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정환경이 불우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학교나 사회 적응도 어렵다는 것. 그러자 연구를 주도한 심리학자 에미워너는 이 중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201명을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이 중 30%는 학업성적이 우수할 뿐 아니라 성격, 사회생활 등에서 별다른 문제 없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성장 과정에서 그들의 편에서 응원해주는 사람이 한 명은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을 지지해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 역경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얻고 회복의 속도도 빨라진다는 것이 이 실험의 결론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같은 어려움은 서민금융 지원현장에서도 피부로 느껴진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월, 미술학원을 운영 중인 한 고객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인건비와 월세 내기도 벅찬 상황에 처했다. 이전에는 학생 50여 명을 가르치며 학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그였다.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도움을 청할 길이 없어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인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일뿐이었다. 그러다 다행히도 지인에게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미소금융제도를 소개받았고, 운영자금 2000만원을 연 4.5% 금리로 대출받아 걱정을 한시름 덜 수 있었다.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는 종합적인 금융상담을 통해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자영업자와 근로자, 청년·대학생 등 서민·취약계층의 경제적 재기를 돕고 있다. 사전 재무진단과 종합상담을 통해 자금대출과 복지제도, 신용회복 등 다양한 지원제도 중 가장 적합한 제도를 안내한다.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어 미소금융, 햇살론 등 정책 서민금융상품 상환이 어려운 경우에는 원금상환을 유예하고 이자를 지원하는 등 다각도로 지원 중이다. 또한 서금원과 신복위가 추진해온 고객 중심의 선제적인 서비스 혁신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된 서민·취약계층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챗봇으로 실시간 상담이 가능한 서금원 통합 앱과 맞춤 대출 앱을 출시해 6개월 만에 이용자가 21만 명을 넘어섰다. 대표적인 상담 채널인 1397서민금융콜센터는 ARS에서 상담사 직접 연결방식으로 개편하고, 작년 말 35명이던 상담사를 63명까지 대폭 늘렸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61.9% 증가한 44만 7549명이 콜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다.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행복을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가 바로 ‘사회적 지원’이다.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 도움을 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얼마나 잘 돼 있는가가 한 국가의 행복을 측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소득과 신용이 낮아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서민금융이라는 지원제도가 마련돼있다. 그러니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 서민금융을 찾아주시길 바란다.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믿고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어드릴 것이다.
  • 등록금 반환 요구에 전북도내 대학 코로나 장학금 지급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학기 비대면 수업을 받은 대학생들이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자 전북 지역 대학들이 특별장학금 지급안을 내놓고 있다. 전북대 등 도내 대학들은 10년 넘게 등록금을 동결해 재정 상태가 좋지 않지만 코로나19로 침체한 경기 등을 특별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별장학금 지급을 결정한 대학은 전북대와 군산대, 원광대, 전주대 등이다. 전국 국립대학 중 최초로 특별장학금 지급안을 발표한 전북대는 1학기 납부 등록금의 10%를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재학생 부담을 덜기로 했다. 상한액은 평균 등록금 196만원의 10%인 19만 6000원으로 정했다. 김동원 전북대 총장은 “학부모의 학비 부담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군산대도 1학기 등록금 수입액의 10%를 학생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군산대는 이와 별도로 교직원과 동문, 기업체를 대상으로 5000만원을 모금해 장학금을 추가 지급하는 등 등록금 부담을 덜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원광대는 도내 사립대학 중 처음으로 특별장학금 지급안을 발표했다. 다른 대학과는 다르게 코로나19로 학생들이 제대로 수업받지 못한 점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1인당 최대 2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우선 10만원씩은 1학기에 등록금을 낸 학부 재학생 모두에게 되돌려주고, 나머지 10만원은 1학기 재학생이 2학기 등록금을 낼 때 차감해주는 방식이다. 특별장학금으로 필요한 26억원은 긴축 재정과 대학발전기금, 교직원의 기탁금 등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전주대는 등록금 실납입액의 10%를 돌려주거나 2학기 등록금을 감면해주는 방식의 안을 내놨다. 전북대·군산대와 유사하지만, 사립대인 전주대는 등록금 액수가 국립대보다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더 큰 금액이 학생에게 되돌아간다. 전주대는 교직원과 동문의 자발적 모금 등을 통해 23억원 규모의 장학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호인 전주대 총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학교 구성원과 동문 모두가 재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등록금 부담을 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학습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디만트코리아, 제3회 ‘오티콘 챌린지’ 공모전 시상식…수상자 인턴십 제공

    디만트코리아, 제3회 ‘오티콘 챌린지’ 공모전 시상식…수상자 인턴십 제공

    청각산업 인재 육성을 위해 개최한 ‘제 3회 오티콘 챌린지 2020 (Oticon Challenge 2020)’ 공모전 시상식이 31일 디만트코리아 본사에서 열렸다. 이번 오티콘 챌린지 2020의 주제는 ‘미래 청각 산업의 발전 방향’으로, 지난 6월부터 ‘인식변화, IT, 브랜드마케팅’ 등의 키워드를 적용한 발표작품을 기획하는 대학생 공모전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오티콘챌린지에서 새롭게 도입된 ‘디만트 멘토단 그룹 코칭’ 프로그램은 기존의 공모전과 차별화된 면에서 눈길을 모았다. 디만트코리아의 실무진으로 구성된 멘토단이 약 2주간 온라인으로 2차 본선진출자들의 발표작품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발표자들의 프로젝트 문제 해결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평가다. 1차 심사를 통과한 14개 팀 모두 2차 종합 심사를 거쳤으며, 전문가들의 심사를 통해 최종 8팀을 선정해 시상했다. 시상식에서는 ▲영문 부문 1등-진태준 ▲영문 부문 2등-구승민 ▲영문 부문 3등-남궁정 ▲영문 멘토상-정혜정 ▲국문 부문 1등-최경빈, 한지우 ▲국문 부문 2등-최동진, 하승현 ▲국문 부문 3등-김태오, 홍민기 ▲국문 멘토상-차소현, 홍주희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상자에게는 당사 인턴십 기회와 총 1500만원 상당의 노트북, 태블릿 PC 등의 시상품이 제공될 예정이다. 디만트코리아 박진균 대표는 “이번 공모전은 많은 청각 전공 학생들의 참여로 성황리에 종료돼 매우 기쁘다”고 전하며 “특히 올해에는 디만트멘토단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프로젝트 완성도가 더욱 높아져 향후 청각산업의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청각산업의 주역으로 성장하는 학생들을 위해 앞으로도 지원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디만트코리아는 덴마크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토탈 청각솔루션 전문기업이다. 오티콘, 버나폰, 필립스 보청기 외에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청각 진단장비 브랜드 인터어커스틱스, 인공와우 기술을 접목한 오티콘메디컬을 보유한 업계 유일의 풀라인업 서비스 제공 회사로서 최근 서울시와 함께 저소득층 청각장애인에게 보청기를 지원하는 등 사회 공헌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덕성여대, 강원도 양양 농촌 봉사활동… 봉사 활성화 위한 협약도

    덕성여대, 강원도 양양 농촌 봉사활동… 봉사 활성화 위한 협약도

    덕성여자대학교(총장 강수경)는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4일간 강원도 양양군 서면 장승리에서 농촌 봉사활동을 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봉사활동에는 재학생 23명, 교직원 7명 등 총 30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옥수수·아로니아 수확, 들깨밭 관리 등을 통해 농촌의 일손을 도왔다. 또 벽화 그리기, 블로그 활동을 통한 농산물 온라인 마케팅 지원 등을 했다. 이와 함께 덕성여대는 앞으로 농촌 봉사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양양군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 30일 양양군청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강수경 덕성여대 총장과 김진하 양양군수 등 양 기관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협약에 따라 향후 양 기관은 △덕성여대 학생들의 양양군 농촌 봉사활동 및 재능 기부 △덕성여대 농촌 봉사활동에 필요한 정보 및 편의 제공 △양양군의 군정 및 특산품, 관광자원 등의 홍보 △농촌 봉사활동 참여 학생들에 대한 양양군 내 문화·스포츠 체험활동 기회 제공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협약식에서 강수경 총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우리 대학 학생들이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이를 기반으로 양양군을 더욱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양 기관이 상호 협력해 좋은 성과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하 양양군수는 “양 기관이 상호 협력함으로써 덕성여대는 농촌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강화하고 양양군은 친환경의 맑은 환경을 도시에 제공하는 시너지를 만들고 싶다”며 “이번 협약이 이 같은 관계를 극대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비즈 biz@seoul.co.kr
  • ‘틱톡 퇴출’은 시작에 불과… 中과 완전히 등 돌린 실리콘밸리

    ‘틱톡 퇴출’은 시작에 불과… 中과 완전히 등 돌린 실리콘밸리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시에 있는 중관춘실리콘밸리센터(ZGC Innovation Center·일명 Z-Park). 이 센터는 중국 스타트업의 실리콘밸리 진출 전진 기지로 2016년 5월 개소한 곳이다. ZGC센터는 중국 대학생과 스타트업들이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미국을 제패하거나 미국의 서비스와 제품을 배워 본국으로 돌아가 제2, 제3의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를 꿈꿀 ‘중국몽’을 자라게 할 장소였다. 한국 내 혁신센터처럼 이곳에서는 매주 스타트업 데모데이가 펼쳐졌을 정도다. 그러나 지난 28일(현지시간) 다시 방문한 ZGC센터에는 중국어 간판이 모두 사라지고 건물 내 사무실을 임대한다는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 그나마 ZGC그룹이라고 남겨 놓은 간판이 없었으면 수많은 중국인이 왕래하면서 제품(서비스)을 개발하던 장소라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기술유출 의심 ‘디지털 호라이즌’ ZGC 입주 코로나 팬데믹 여파도 있었지만 실리콘밸리 내 ‘탈중국’ ‘중국 견제’ 분위기가 커진 것이 사실상 철수하게 된 배경이 됐다. ZGC센터에는 벤처 투자를 통한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창구로 의심받던 ‘디지털 호라이즌’ 등이 입주해 있었다. 이곳에서 파트너로 일하던 김모 대표는 “ZGC가 폐쇄된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활동은 없다고 보면 된다. 베이징 중심의 ZGC 외에 선전 등 중국 내 지자체에서 설치한 혁신센터가 10개 정도 있었는데 모두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던 지난해 상반기에도 ZGC 내 기업들에 미 연방수사국(FBI)에서 조사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학생이나 스타트업 등 잠시 체류하던 중국인들은 지금 실리콘밸리를 떠나고 있다”고 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반도체, 5G, 바이오 헬스케어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던 실리콘밸리에는 한때 중국 자본과 인재들이 넘쳐났는데 양국 간 관계가 경색되자 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미디어 스타트업 ‘더밀크’가 시장조사기관 로디엄그룹의 ‘미중 벤처캐피탈(VC) 투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8년 약 195억 달러 규모이던 미국 벤처캐피탈의 대중국 투자는 2019년 49억 달러 규모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46억 달러이던 중국 벤처캐피탈의 대미국 투자 규모는 25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중국 테크 기업을 퇴출시키려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은 본격화하고 있다. 미 정부(국무부, 국방부 등)가 중국의 통신장비회사 화웨이에 공격을 한 이후 추진 중인 글로벌 숏 비디오 플랫폼 ‘틱톡 퇴출’ 움직임, 스파이 행위에 대한 의심으로 시작된 중국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조치도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 상반기 다운로드 건수 6억 2000만건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한 틱톡 퇴출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법적으로 미국에서 틱톡을 퇴출할 근거는 부족하지만 걷어내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틱톡을 ‘스파이 앱’으로 규정하며 군대에 틱톡 사용 금지를 내렸다.●美 벤처캐피탈 대중 투자 1년새 4분의1로 감소 중국을 보는 실리콘밸리 기업의 인식도 바뀌었다. 실리콘밸리와 중국은 한때 ‘친구이자 적’을 뜻하는 프레너미(Frenemy: Friend+Enemy) 관계였으나 지금은 ‘적’으로 인식이 변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도 29일(현지시간) 미 하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은 민주주의, 경쟁, 포용 및 표현의 자유라는 미국 경제의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가치가 이길 것이란 보장이 없다. 중국은 매우 다른 아이디어에 기반한 자체 인터넷을 구축하고 있으며 그들의 비전을 다른 국가로 보내고 있다”며 중국에 직격타를 날린 것이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 때문에 인재도 빠져나가고 있다. 중국인들의 ‘실리콘밸리 엑소더스’가 이어지는데, 이는 중국이 미국 혁신의 본고장 실리콘밸리의 지적재산(IP)과 핵심 기술, 인재들을 빼간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견제가 심해졌기 때문이다.●구글·아마존·페북 사실상 중국서 퇴출 미 정부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중국 정부와 기업에 적대적 관계로 돌아선 이유는 정치적 이유뿐 아니라 ‘불공정 경쟁’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기업은 실리콘밸리에 진출, 미국인들의 데이터를 가져가 자국 기업 육성에 활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따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국을 이기기 위해 실리콘밸리로 앞다퉈 진출했기 때문이다. 실제 화웨이는 연구개발센터를 샌타클래라에 열었으며 바이두, 텐센트, 징둥닷컴 등 인터넷 기업이 실리콘밸리 지사를 구글 본사 근처로 옮겼다. 반면 중국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데이터를 얻어 가는 것을 막았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시스코 등은 중국에서 사업이 금지됐거나 사실상 퇴출됐다. 하지만 이들 사업 모델을 그대로 따라 한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소위 ‘BAT’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심정적으로도 완전히 중국에 등을 돌리게 된 계기는 ‘홍콩 보안법’ 이 결정적이었다. 홍콩의 국가보안법은 홍콩의 인터넷을 중국 내 방화벽으로 이동시켜 웹을 검열하고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 전송을 거부하면 회사의 관리자를 체포할 수 있도록 했는데, 미국 인터넷 기업을 직접 겨낭하고 있었다. 홍콩은 트위터, 페이스북, 링크드인 등 미국 소셜미디어 기업의 비중이 0.3%(약 700만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본부 전체 또는 일부가 홍콩에 있다. 페이스북도 아시아 지역 정책, 커뮤니케이션, 법률, 재무, 마케팅을 홍콩에서 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 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센터도 홍콩에 있다. ●트위터·페북 등 홍콩에 아태본부 운영 그러나 중국 시진핑 정부의 새로운 홍콩 보안법이 실리콘밸리를 뒤흔들었고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은 이 법을 준수하거나 홍콩마저 포기해야 하는데, 지금은 홍콩에서도 완전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장에서는 미 실리콘밸리와 중국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 기간이 ‘당분간’이 될지, ‘영원히’가 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손재권 대표는 매경 실리콘밸리 특파원을 지낸 뒤 현지에서 미디어 스타트업 ‘더밀크’를 창업했다. 현재 뉴스레터와 유튜브 방송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미 테크와 경제를 다루는 구독 매체 ‘더밀크닷컴’ 오픈을 준비 중이다. ■서울신문 논설위원이 집필하던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코너를 대신해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한 손재권 더밀크 대표의 ‘손재권의 실리콘밸리 투데이´를 7월 31일자를 시작으로 3주에 한 번씩 연재합니다.
  • 혁신도시 공기업들 지역 고교·대학생 ‘학습근로자’로 채용한다

    혁신도시 공기업들 지역 고교·대학생 ‘학습근로자’로 채용한다

    공기업·대학 협업 공기관 특화학과 개설일·학습 병행… 수강생 채용 때 가점 부여지역 청년 대상 직무 체험형 인턴制 운용‘창업’ ‘금융’ 등 혁신도시 테마 정해 육성혁신기업 1000곳 선정 총 40조 금융지원 혁신도시에 위치한 공기업들이 지역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학습근로자’로 채용해 일과 공부를 함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지역 대학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공공기관에 특화된 학과를 개설하고 수강생 채용 때 가점을 줘 우대한다. 부산과 광주·나주 등 각 혁신도시를 테마를 정해 육성한다. 정부는 3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1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혁신도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전국 10곳에 조성된 혁신도시엔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153개가 이전했지만, 지역사회 발전에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일부 공기업이 지역과 상생한 모범 사례를 골라 모든 공기업으로 확산하기로 했다. 학습근로자의 경우 진주에 있는 남동발전과 전주의 전력거래소 등이 진행 중인 사업이다. 남동발전은 2016년부터 일과 학습을 함께할 수 있는 학사과정(전기에너지학과)을 운영했고, 전력거래소는 지난해부터 고졸 입사 직원의 대학 진학 교육비를 지원했다. 이런 사례를 다른 공기업에도 확산해 지역인재가 선취업·후학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경상대와 MOU를 맺고, 주택·도시개발·전력에너지·산업경영 등 공공기관 특화학과를 개설한 것도 다른 기관이 벤치마킹하도록 했다. 가스안전공사가 충북지역 대학과 협업해 교육과정을 공동 운영하고, 수강생에게 채용 때 가점을 부여한 것도 참조하도록 했다. 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직무 체험형 인턴제도를 운용하는 것도 권고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각 혁신도시를 특색 있게 육성한다. ▲자산관리공사가 있는 부산은 청년창업허브 ▲석유공사가 이전한 울산은 친환경에너지 융합 클러스터 ▲국민연금공단이 위치한 전주·완주는 자산운용 중심 금융도시 ▲한국전력이 있는 광주·나주는 에너지밸리로 조성한다. 정부는 또 3년간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곳을 선정해 대출·보증·투자 등 총 40조원의 금융 지원을 하기로 했다. 기업 재무상태가 다소 나빠도 최대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대출한도 확대 방안도 마련했다. 산업은행이 혁신기업에 대출할 땐 다른 기업 대출과 달리 한도(500억∼2000억원)를 없앴다. 수출입은행의 대출 한도도 수출 실적의 50∼90%에서 100%로 확대된다. 혁신기업은 산은으로부터 최대 0.7% 포인트, 수은은 0.5%∼1.0% 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받는다.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소비를 되살리기 위해 숙박과 관광, 외식, 농수산 등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8대 소비쿠폰을 순차적으로 내놓는다. 이를 통해 국민 1800만명이 1조원 수준의 소비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10월 26일부터 코리아수산페스타, 11월 1일부터 코리아세일페스타, 11월 중엔 ‘전통시장 가을축제’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지난 26일 프로야구를 시작으로 다음달 1일 축구, 10월 9일 남자농구 KBL리그, 10월 중순엔 배구 V리그를 순차적으로 관람객에게 개방한다. 홍 부총리는 “소비심리와 기업경기 인식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있다”며 “하반기 확실한 경기 반등을 이끌기 위해 소비·투자 등 내수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남녀 가사노동 시간 격차 5년간 겨우 22분 줄었다

    남녀 가사노동 시간 격차 5년간 겨우 22분 줄었다

    女, 12분 줄어 3시간 13분… 남성은 56분 여성은 지난해 하루 평균 3시간 13분 가사노동을 했지만 남성은 56분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시간 격차(2시간 17분)가 5년 전 조사 때보다 줄긴 했지만 여전히 남성의 가사 분담이 미흡했다.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이지만 학생들의 공부 시간은 초등학생보다 적었다. 30일 통계청이 5년마다 발간하는 ‘생활시간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2014년 3시간 25분에서 지난해 3시간 13분으로 12분 줄었다. 같은 기간 남성은 46분에서 56분으로 10분 늘었다. 이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 격차는 22분 좁혀졌다. 하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3배 이상 많은 시간 가사를 부담할 정도로 편중된 건 여전했다. 가장 많이 차이가 나는 건 음식 준비였다. 여성은 1시간 20분에 달한 반면, 남성은 15분에 그쳤다. ●초등생 공부시간 대학생보다 1시간 많아 학생들의 공부 시간은 대학(원)생이 3시간 29분으로 고등학생(6시간 44분)의 절반에 불과했다. 중학생(5시간 57분)은 물론 초등학생(4시간 46분)보다도 적었다. ‘개인위생 및 외모 관리’에 쓰이는 시간은 대학생이 1시간 25분으로 다른 학생에 비해 가장 많았다. 15세 이상 근로자는 평일에 평균 6시간 41분 동안 일을 했다. 5년 전보다 11분 줄었는데, 주 52시간제 시행과 ‘워라밸’ 문화 확산의 영향으로 통계청은 풀이했다. 전국 평균 출퇴근 시간은 1시간 16분이었다. 서울 출퇴근 시간은 전국 평균보다 15분 길었다. 직장인은 주말 오전 시간을 수면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오후나 저녁엔 TV를 시청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국민 54.4%가 평소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시간이 부족한 경우 직장 일(52.2%)을 가장 많이 줄이고 싶어했다. ●국민 54% “평소에 시간 부족하다고 느껴”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은 8시간 12분으로 5년 전보다 13분 늘었다. 외모 관리 등 개인 유지 시간도 1시간 27분으로 9분 증가했다. 일, 학습, 가사노동 등에 들이는 시간은 7시간 38분으로 19분 감소했다. 가장 기분 좋은 행동은 식사(13.8%)였다. 대면 교제(8.2%)와 실시간 방송 시청(5.5%), 간식 및 음료 섭취(4.7%)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기분 좋지 않은 행동은 일(19.5%)과 함께 출근(5.4%), 청소(4.0%) 등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해 7월과 9월, 12월 전국 1만 2388가구(2만 6091명)를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해 통계청이 분석한 것이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무감독 시험’ 부정행위 없앨 수 있는 비결은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무감독 시험’ 부정행위 없앨 수 있는 비결은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학교들이 지난 1학기는 비대면 형태의 수업과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비대면 온라인 시험이 처음이라 일부 대학생들은 메신저로 답안을 공유하는 등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서 문득 한 고등학교가 떠올랐습니다. 인천 제물포고등학교는 올해로 65년째 무감독 시험을 치르고 있는데 지금까지 부정행위는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비결이라봐야 시험보기 전 학생들이 다 함께 큰소리로 ‘양심의 1점은 부정의 100점보다 명예롭다’는 선서를 하는 것뿐이라고 합니다. 치열한 입시경쟁 환경에서 무감독 시험으로도 부정행위 발생이 거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항상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UCSD) 심리학과, 캐나다 토론토대 아동학연구소, 중국 항저우 사범대 심리과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이 사람들의 부정행위를 막고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29일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부정행위 방지 비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만들어 ‘도덕적 장벽효과’(moral barrier effect)를 자극하는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PNAS’ 28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5~6세 남녀 어린이 350명을 대상으로 그림 속에서 닭, 사과, 검은색 사각형이 몇 개인지를 찾는 수학문제 6개를 정해진 시간 내에 모두 풀도록 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두 문제는 복잡하게 만들어 시간 내에 풀 수 없도록 했습니다. 연구팀은 아이들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 60㎝ 정도 떨어진 책상 위에 답안지가 보이도록 놓아 둔 뒤 감독자는 아이들이 볼 수 없는 곳으로 나가 있도록 했습니다. 감독자는 나가기 전에 아이들과 답안지가 있는 책상 사이에 간이 옷걸이처럼 가림막이 없는 금속 프레임이나 옆자리가 훤히 보이는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가림막을 세워 두거나 마술지팡이로 허공에 가림막을 그린 뒤 ‘이젠 옆자리를 볼 수 없을 거야’라는 말을 하도록 했습니다. 또 가림막을 아예 설치하지 않는 경우와 투명 가림막을 아이의 앞쪽에 설치한 경우, 아이 뒤쪽에 설치한 경우, 아이와 답안지 사이가 아닌 아이와 복도쪽 창문 사이에 투명 가림막을 설치한 경우 등 7가지 상황을 만들어 부정행위 여부를 CCTV로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가림막이 없는 경우는 부정행위 발생 비율이 60%에 달했습니다. 복도와 아이 사이에 가림막이 설치된 경우나 아이 앞쪽에 가림막이 설치된 경우도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투명 가림막을 가운데 설치한 경우 부정행위 발생비율은 10%로 가장 낮았습니다. 가림효과가 없는 금속프레임을 가운데 놓거나 마술지팡이로 허공에 가상의 가림막을 만든 경우에도 부정행위 발생비율은 20~25%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사람은 무의식 중에 받아들여진 기준에 따라 행동을 하며, 이는 보이지 않는 공간적 경계를 넘지 않으려는 습성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게일 헤이먼 UCSD 교수는 “물리적, 심리적 공간경계를 도입해 도덕적 장벽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하도록 한다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간 구성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 재미있기도 하지만 섬뜩한 생각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요.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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