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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첩·조작’ 40년 논란 종지부

    26일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실규명위가 밝힌 동백림 사건의 실체는 ‘공안기관의 무리한 확대적용’과 ‘정권의 정치적 악용’이 빚어낸 공안사건이라는 것이다. ●‘실체’를 확대적용한 공안사건 공안기관이 무리하게 확대 적용하고 정치적으로 악용한 사실은 진실위 조사결과 곳곳에서 드러났다. 당시 중앙정보부가 서울대 ‘민족주의 비교연구회’(민비연)를 동백림 공작단의 일부라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진실위는 “중정은 당시 6·8부정선거로 학생들의 시위가 거세지자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가혹행위를 동원, 민비연과 황성모 교수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재판 결과 민비연 관련자들은 대부분 무죄선고를 받았고 민비연이 국가전복을 기도했다는 공소사실은 무죄 판결됐다. 동백림 수사과정에서 검찰 송치자 66명 가운데 23명에게 간첩죄가 적용됐지만 최종 선고결과 피고인 기운데 단 한 사람도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았다. 사건 발생 3년 뒤인 1970년 12월까지 사형 선고를 받은 정하룡·정규명 박사를 포함, 모두 석방됐다. 단순 대북접촉자까지 간첩죄를 무리하게 적용한 탓이다. 중정이 해외 연행을 위한 ‘GK공작계획’을 수립해 30여명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서독지역 연행자는 모두 자진귀국했고 나머지는 임의동행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강제연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끝나지 않은 동백림 사건 동백림 사건은 ‘건국 이래 최대 간첩단 사건’이라고 불려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먼저 인지한 특이한 사건이기도 하다. 진실위는 비록 ‘정권이 사전 조작하거나 기획하지 않았던’이라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당시 6·8 부정선거 시위가 이 사건 직후 수그러졌고 사형선고자가 무죄로 석방되는 등 정황상 ‘조작’으로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 많다. 중정이 ‘동백림 간첩단’이라고 발표하지 않아 진실위측은 간첩단 여부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방문, 금품 수수, 대북접촉 주선, 대북방송 청취’ 등을 예로 들어 중정은 간첩활동 혐의를 적용해 실정법 위반을 내세웠다. 사실상 간첩단임을 시사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개정 논의에 맞춰 진실위의 적극적인 재해석이 필요한 대목이다. 동백림 사건은 윤이상·이응로 선생 등 세계적인 예술가가 연루돼 조명을 받았던 사건이기도 하다. 지난 40여년 동안 분단으로 인해 ‘간첩’과 ‘조작’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이들의 예술적 성과에 대한 ‘무형의’손실도 역사 속에 묻혀버렸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동백림 사건 중앙정보부가 1967년 7월 대학교수와 유학생, 예술인, 의사, 공무원 등 194명이 동백림(동베를린)을 거점으로 대남적화공작을 벌이다 적발됐다고 공개한 사건. 정규명씨 등 2명에게 사형이, 강빈구·윤이상씨 등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되는 등 34명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천상병 시인은 사건 연루자인 친구로부터 막걸리 값을 받아썼다가 고초를 겪기도 했다. 독일과의 외교분쟁으로 이어질 뻔했고 연루자들은 1970년 광복절 특사로 모두 풀려났다.
  • [시론] 이야기 없는 청계천조형물/심상용 동덕여대 미술사학 교수

    [시론] 이야기 없는 청계천조형물/심상용 동덕여대 미술사학 교수

    최근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이 청계천의 공공조형물로 선정한 미국의 팝 작가 클래스 올덴버그의 ‘스프링’이 논란에 휩싸였다. 문화연대, 민족미술인협회, 한국미술협회를 비롯한 6개 미술단체가 이에 반발하고 나섰는데, 그 이유인즉 이렇다. 첫째 서울의 상징인 청계천의 들머리 지점에 외국 작가가 만든, 그것도 인도양 조개 모양이어야 하는가?(공공조형물에 대한 몰이해) 둘째 올덴버그는 단 한차례도 청계천을 방문한 적이 없다.(맥락의 부재) 셋째 이를 위해 상식을 뛰어넘는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가?(문화사대주의 또는 명품병) 넷째 일방통행식 선정과정.(밀실행정, 예술정책의 부재) 보편적인 건축물의 안과 밖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던 퐁피두센터는 프랑스 대혁명 정신의 가장 금세기적이고 건축적인 표현이었다. 퐁피두센터의 전위적인 건축디자인은 건물이 단지 삶을 방어하기 위한 수동적 조치일 뿐 아니라, 이야기의 역동적인 출처이기도 하다는 사실로 인해 지극히 현대적이면서도 동시에 역사 자체일 수 있었다. 반면 이야기, 역사, 드라마라곤 눈을 씻고 봐도 전무한 즐비한 아파트들이야말로 우리의 주거문화에 잠재되어 있는 문화적 저열함이 아니고 무엇이랴. 유감스러운 것은 역사가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민족은 역사를 만들지도 못했다는 사실을 전한다는 사실이다. 공공조형물은 그 자체로 시간을 넘나드는 하나의 이야기, 함축된 역사, 상징, 그리고 시공이 뒤얽힌 드라마다. 그것엔 바로 그 지역, 그 장소에서 살아왔고, 또 살아갈 공동체의 ‘과거-기억’,‘현재-철학’,‘미래-가치’가 반영되어 있다. 선조들로부터 들었고, 후대에게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들의 통로며, 그곳에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만이 공유하는 어떤 독특한 정서의 메아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공공조형물은 당대의 미의식으로 그 지역의 역사적 보편성을 길어 올리는 작업이어야 한다. 동시대성과 역사성의 이같은 교차가 부실할 때, 공공조형물은 자칫 삶의 터전과 유리된 ‘부당한 침투’로 전락해버릴 수 있다. 그 결과는 심리적 불안과 스트레스를 고조시키고, 오히려 공동체의 해체에 관여할 수도 있다. 클래스 올덴버그의 ‘스프링’은 특히 몇 가지 점에서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던 서울시장의 호언에 반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우선 작가가 한번도 청계천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시점에 최종 디자인이 완결되었다는 점, 더구나 정작 작품의 실제적인 제작은 한국의 한 대학교수의 공방이 맡게 되었고 따라서 올덴버그가 제공하는 것은 단지 이름과 디자인뿐이라는 점과 이 정도의 노력에 대한 과도한 지불 등. 작품의 제목 ‘스프링’이 ‘봄’ ‘용수철’ ‘샘’의 세 의미를 지님으로써 갖게 되는 매력 역시 영어권적 맥락 안에서다. 무엇보다 작가 올덴버그 자체의 문제인데, 즉 1960,1970년대의 미국적 맥락이 아니라면 그 의미가 희석되고 나이 든 팝아트의 거장과 청계천의 미미한 상호교환이다. 그러므로 청계천과 ‘한물 간’ 팝의 빈곤한 맥락에 대한 미술인들의 문제제기는 귀 기울일 만하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맥락을 모르는 시민들에게는 그것이 외국 작가에 대한 일반화된 배타성이나 임의적인 분노와는 무관하다는 점, 더 나아가 그같은 문제제기 자체가 문예적 지성이 주도하는 소통의 한 방식으로서 오히려 역동적인 문화의 일환임을 섬세한 방식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폴 투르니에의 말을 빌리면 ‘사람은 자기가 살고 싶은 세계를 위해 글을 쓴다.’ 내가 살고 싶은 세계는 예술이 시민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란 게 고작 다음과 같은 것이 결코 아닌 세계다.“엄마, 저 긴 소라 같은 게 뭐야?”“글쎄, 잘 모르겠네. 한데 미국의 유명한 예술가래, 올덴버그라나!” 심상용 동덕여대 미술사학 교수
  • [오늘의 눈] “강원도 CEO”선언 했지만…/조한종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새해 벽두부터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스스로 ㈜강원도 CEO를 선언했다.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 투자부진 등 열악한 강원호의 경제현실을 혁파해 보겠다는 고뇌로 받아들여진다. 집무실 공간을 쪼개서는 기업체 간부급, 대학교수 등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분야별 정책자문관들을 가까이 둘 예정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강원도를 새롭게 이끌어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김 지사는 이처럼 형식적인 발상 전환보다 아직도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마인드 변화가 절실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얼마전 레저를 담당한 동료기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강원도 공무원들도 관광홍보에 나서는지 모르겠다.’ ‘찾아가서 기사를 써주겠다는 데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구동성으로 강원도의 관광정책과 공무원들의 애향심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관광자원이 부족한 다른 자치단체들은 없는 내용도 만들어 ‘어서 옵셔’를 외쳐대는데 ‘관광 1번지’를 주창하는 강원도는 참으로 의외였다는 설명이다. 또 한편에서는 도청 공무원들이 내부 승진인사를 놓고 몇차례 시끄럽다. 연수에 따라 승진이 이뤄지지 않았고 내가 지지하는 지역사람이 고배를 마셨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김 지사는 요즘 혁신도시를 놓고 사분오열된 강원도민들의 민심 추스르기에도 벅찬 모습이다. 그런 마당에 공무원조차 이런저런 이유로 의욕을 잃고 내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인 행태를 보며 안쓰럽기만 하다. 강원도는 지사가 바뀔 때마다 ‘변화의 새바람 강원도 세상’ ‘강원도 중심 강원세상’으로 도정 캐치프레이즈를 바꾸며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정작 지금껏 변화되고 발전된 모습을 찾으라면 망설여진다. 김 지사는 ‘뉴-스타트 강원’의 새 구호와 발상 전환으로 새해부터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졌다. 그러나 구호와 발상의 전환이 강원도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기대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3선에 도전하는 김 지사의 선거용 구호인지, 도민을 위한 진정한 정책전환인지 지켜볼 일이다. 춘천 조한종 지방자치뉴스부 차장 bell21@seoul.co.kr
  • [클릭이슈] 인권위 ‘교사 정치참여 확대’ 논란

    교사의 정치활동 범위를 확대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가 논란이다. 과도하게 제약된 평등권을 회복하게 됐다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학교가 정치선전장으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반응도 만만찮다. 앞서 인권위원회는 지난 9일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과도하게 금지하는 법 조항을 개정하여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을 일정범위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교총, 전교조 환영 교원의 정치참여를 주장해온 전교조 한만중 대변인은 10일 “현장에서 교사들이 특정 정치세력을 옹호하는 교육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교사들이 현장에서 적절한 내용을 가르칠 것이어서 우려할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참교육 학부모회의 장은숙 사무처장도 “따로 논의해보진 않았으나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교총도 환영했다. 한재갑 대변인은 “정치적 견해를 밝히고 대학교수처럼 지자체장이나 교육위원 선거에 출마, 당선되면 퇴직하지 않고 휴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옳다.”면서 “다만 교육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는 만큼 이를 경우에 대비한 강력한 법적 제재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명균 교육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인권위가 일정범위 확대를 권고했음을 지적하며 “교원의 정당가입 활동의 자유까지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글쎄… 교육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윤웅섭 학교정책실장은 “인권위로부터 아무런 사전협의가 없었다.”면서 “학교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하나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교사로 일하고 이후부턴 정치활동하면 된다는 발상이 과연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학교가 ‘정치선전장’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였다. 교육부는 인권위가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일기장 검사를 금지하도록 권고한 것에 대해서도 “교육적 판단을 무시한 처사”라며 비판한 바 있다. 자유교원노조측은 이번 권고를 비판했다. 김정수 대표는 “교사가 정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면서 “인권위가 평등권 침해를 주장하는데 이는 전교조가 주장하는 것이고 일반 교사들은 정치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평등권이 침해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외국은? 미국 교원들은 다른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개인적 정치참여 및 단체를 통한 정치참여가 모두 가능하다. 교총은 “미국 NEA(전국교육연합회)는 1976년 미국대선에서 민주당의 지미 카터를,1992년에는 빌 클린턴을 지지, 당선에 영항을 끼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영국도 교원의 정치참여를 국민의 기본권 행사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강영애 박사는 “영국은 1996년에 교육법을 개정, 초중학교 수업시간에 편파적인 정당관련 강의를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 교원과 달리 신분보장이 되어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교수들이 선정한 2006 사자성어 若烹小鮮

    교수들이 2006 병술년 우리 사회의 소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는 뜻의 ‘약팽소선(若烹小鮮)’을 선정했다. 교수신문은 대학교수 195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8∼14일 설문조사를 통해 올해 한국 정치·사회·경제 분야의 소망을 담은 사자성어를 조사한 결과 32.8%가 ‘약팽소선’을 꼽았다고 2일 밝혔다. 노자(老子) 60장에 나오는 이 사자성어는 본문 중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의 준말로 가만히 두면서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은 정치란 뜻으로 풀이된다. 교수들은 2006년 한국 사회는 지난해 9월 6자 회담의 성사에도 북한 인권과 위조지폐 문제 등 남북관계와 한·미관계에서 그 어느 때보다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과거사 문제와 상하계층의 반목에 있어 조화를 찾는 데도 ‘약팽소선’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 [문화마당] 너는 나다/김용택 교사·시인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수능시험 때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커닝을 했다고 해서 세상이 ‘놀란 척’할 때가 있었다. 교수들과 사회 저명인사들이 나서서 우려하고 걱정하고 진단하고 처방하는 화려한 말들이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그러나 나는 놀라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 사태를 보고 놀라는 사람들을 보고 정말 놀란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땅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 치고 커닝을 안 해 본 사람이 있을까. 이 땅에서 각종 강습을 받은 사람들 치고 커닝을 안 해 본 사람이 있을까. 관리가 되고 정치가가 되고, 공무원이 되고, 교육자가 되고 사업을 하고 교수가 된 사람들 치고 부정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으면 어디 한번 손들고 ‘나와봐라!’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다. 정말이지 진짜로 말해보자. 다들 놀란 게 아니지 않은가.‘놀란 척’한 것이 아닌가. 우리 사회에는 진즉 부정과 비리는 보편화 조직화 상식화 구조화 일상화 권력화되었다. 군인들이 나랏일을 차지한 이후 이 나라 곳곳에 스며든 군사 문화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조폭문화’로 화려하게 변신을 해왔다. 장군이 뜨면, 무슨 장관이 뜨면, 무슨 국장이 뜨면, 국회의원이 뜨면 보아라. 완전히 조폭 두목이 뜬 것과 꼭 같은 풍경이 벌어진다. 어느 정도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이만하면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코미디 같은 이야기들이다. 대학교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학교수가 된 사람들은 다 안다. 자기를 지도하는 교수 눈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그 사람의 장래는 끝이다. 다 알지 않는가. 지성의 본산인 그 곳뿐인가. 우리 사회 어디나 다 그와 같은 ‘조폭적 조직’이 이미 ‘일반화’된 지가 옛날 아닌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황우석 사태를 보고 놀란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교사에서 승진을 꿈꾸려면 여러 가지 사례나 연구논문들을 내야 하는 모양이다. 나는 그들 속에서 오래 살았지만 유감스럽게도 자기가 연구한 논문을 제출한 교사를 단 한 분도 보지 못했다. 내가 언젠가 적어도 교사는 다른 사람들의 연구논문을 제목과 숫자만 바꾸어 제출하면 안 된다고 했다가 정말 혼난 적이 있었다. 무슨 소리냐, 남의 글이라도 이렇게 안 베낀 것보다는 낫지 않으냐고 되레 큰소리를 치는 바람에 아연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하여 그 글로 점수를 따고 승진을 한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이 나라 구석구석에서 도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지기에 우리 사회는 늘 ‘좋은 게 좋다.’는 비겁하고 더러운 개똥철학이 굳어졌는가. 배아줄기가 한 개면 어떻고 두 개면 어떤가. 이 놀라운 말이 우리 사회의 상식이다. 어떤 젊은 연구원이 황우석 교수의 지시에 감히 거절, 거부, 반항할 수 있었겠는가. 그뿐인가. 중앙 정부와 그 주변을 닮은 부정과 비리는 이제 지방 구석구석까지 새끼를 치며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선거를 앞둔 이 나라는 지금 선심성 장밋빛 언어들이 작은 고을들을 화려하게 뒤덮고 있다. 부패한 국가적 개발독재는 이제 지역으로 그 뿌리를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물리고 물린 이 더러운 부정과 비리의 고리들이 우리 사회를 부패시켜왔다. 그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병신이 된다. 그들의 잘못을 탓하고 고발하면 고자질한 놈으로 찍혀 이 땅 어느 조직에서도 견디기 힘들다. 조직의 쓴 맛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게 진정한 민주 사회인가. 이게 민주화가 어느 정도 되었단 말인가. 말이 나온 김에 말해 둘 게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을 감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돈과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자치단체 조직들을 누가 감시하는가. 황우석교수를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는 ‘황우석 사태’야말로 타락하고 부패한 우리 국가의 총체적인 모습이 확실하게 드러났다고 본다. 지성의 본산인 대학과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정부와 언론이 이 사태를 제대로 보고 역전시키는 노력을 하지 않은 한 이번 일은 또 금방 잊혀질 것이다. 왜 그렇게 쉽게 잊혀지는가.‘너는 나’이기 때문이다. 김용택 교사·시인
  • 송년모임 유흥가 ‘귀가전쟁’

    송년모임 유흥가 ‘귀가전쟁’

    지난 27일 밤 11시 무렵 서울 종각 앞. 밤늦게까지 송년회 등 각종 모임을 마친 사람들이 차선 1∼2개를 점령한 채 택시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빈차’ 점멸등이 켜진 택시가 나타나기만 하면 10여명이 우루루 몰려가 서로 먼저 택시를 타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승객을 태운 택시기사들은 같은 방향의 또다른 승객을 합승시키기 위해 ‘가다 서다’를 반복해 이 일대는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같은 시각 서울 강남역 인근과 신촌 일대. 유흥가가 밀집해 있는 이 곳들도 2000년 이후 거의 사라졌던 ‘택시잡기 전쟁’이 재연되고 있었다. 신촌에서 이태원, 강남방면 승객을 합승시킨 택시기사 최모(46)씨는 “연말이라 특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송년 술자리가 많은 것 같다.”며 “새벽 2시가 돼도 승객을 골라 태울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택시 호출서비스업체인 그린콜서비스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전체 콜수가 3만 8000건이었는데 올해는 지난 27일 이미 3만 8000건을 넘어섰다.”며 “연말까지 4일정도 수요가 남아 있어 4000건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 연말 소비가 지난해에 비해 큰 폭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음식점이나 유흥업소, 택시업계 등에선 이구동성으로 ‘즐거운 비명’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보다 소비심리가 확연히 풀렸다는 뜻이다. 지하철 역세권 길거리 가게에도 손님이 많아졌다. 강서구 발산역 인근에는 최근 날씨가 추워지면서 2∼3개 거리판매점이 5∼6개로 늘었다. 군밤을 파는 간이판매점 주인 이모(53)씨는 “서민들이 경기 나쁠 때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엔 퇴근길에 봉지째로 여러 개를 사가는 등 지난해와 비교해 손님들의 발걸음이 확실히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택시 업종과 함께 경기 회복의 주요 잣대로 여겨지는 요식업계도 밀려드는 손님으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서울 강남권 중·고급 한정식집과 서울 시내 노래방도 최근 몇년간과 다른 연말 특수를 누리고 있다. 청담동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김종애(67) 사장은 “예약전화를 기분 상하지 않게 거절하는 게 제일 힘듭니다. 송년모임과 신년모임으로 꽉찼어요. 지금 예약하려면 20일후에 방이 나올 정도입니다.”라고 했다. 중구 무교동에 위치한 M노래방은 4일전에 20개에 달하는 방들의 예약이 끝났다.‘노래 도우미’를 고용하지 않는 이 노래방은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23일부터 이런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연말 모임에 참석했다는 한 대학교수는 “송년회 모임에서 내년은 올해보다 정치·사회적으로 불확실성이 많이 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면서 “경기가 풀렸다고 하긴 이르지만 연말 모임이 활발해진 것을 보면 소비심리가 회복 중인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도 소비심리 회복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28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4층 여성의류 매장. 평일인데도 통로 곳곳에선 지나가다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7층 남성 캐주얼 브랜드 해지스의 박영미 점장은 “당초 예상했던 연말 신장률은 30% 수준이었는데 이달들어 이미 50%를 넘어섰다.”며 “경기가 풀리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대규모 구조조정 등과 같은 악재가 없고, 주가도 괜찮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으로 고객들이 지갑을 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부 jrlee@seoul.co.kr
  • [서울광장] 대통령님, 올 초 약속 지키셨나요/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통령님, 올 초 약속 지키셨나요/진경호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님, 기억하십니까. 올해를 여는 대통령의 모습은 그 전 어느 해보다 따뜻하고 활력이 넘쳤습니다. 탄핵을 딛고 일어서 선진한국을 기치로 우리 사회의 희망을 얘기했습니다.“민주주의의 핵심은 화해와 포용”이라며 통합과 관용을 강조했습니다.“많이 배웠고, 더 넓어지려 한다.”는 말로 집권 3년차 대통령의 성숙함을 내보였습니다. 보수언론들조차 “대통령 코드가 바뀌었다.”고 반겼습니다. 의욕도 넘쳤습니다. 경제활력 회복과 양극화 해소, 정부 혁신, 투명사회 건설 등 사회 구석구석에 눈길과 손길을 건넸습니다. 올 한해 많은 걸 이뤘습니다. 균형발전을 위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지방혁신도시 건설, 공공기관 이전 작업이 궤도에 올랐습니다.19년을 떠돈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이 주민 뜻에 따라 경주에 자리하게 됐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잡겠다던 집값, 땅값은 8·31대책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국방개혁의 틀도 세웠고, 사법개혁도 착실히 준비돼 가고 있습니다. 고위공무원단제 도입 등 정부혁신 또한 숨가쁠 정도로 발빠릅니다. 어느 정부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물론 이루지 못한 것도 많습니다. 먼저 양극화 해소입니다.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청년실업률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백약을 무색케 합니다. 경기가 나아진다지만 서민들은 여전히 이 겨울이 춥습니다. 북핵 문제도 좀처럼 풀리질 않습니다. 미국과의 동맹은 불안불안하고, 일본과는 수교 40년만에 최악의 관계입니다. 최대의 사회협약인 노사정위원회는 기능이 정지됐습니다. 문제는 잃은 것입니다. 민심입니다. 화해와 통합입니다. 지금의 사학법 갈등은 물론 강정구 교수 논란,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 등 해묵은 정체성 논쟁으로 서로가 등을 돌렸습니다. 얼마전 대학교수들이 올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상화하택(上火下澤)을 꼽았습니다. 물과 불이 따로 논, 분열과 반목의 한해였다는 것입니다.2003년 참여정부 첫 해의 사자성어가 우왕좌왕이었고, 지난해는 당동벌이(黨同伐異)였습니다. 갈팡질팡하다 패를 갈라 싸우더니, 이마저도 지쳤는지 등 돌리고 앉은 형국이라는 게 이들이 매긴 참여정부 3년의 자화상입니다. 고약합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많은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이니 말입니다.27전27패의 재·보선 성적표와 20%대의 낮은 지지율이 달리 뭘 뜻하겠습니까. 그런데도 여권에선 지금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당찬 목소리가 나옵니다. 엊그제 열린우리당 대선 3주년 기념 워크숍에서도 자화자찬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몇몇 고위인사는 틈만 나면 언론 탓, 보수 탓 하기 바쁩니다. 유신독재시대에 머문 국민의식을 꾸짖는 간 큰 공직자도 있습니다. 자찬과 남탓은 문 걸고 하는 것입니다. 황우석 교수 파문의 한 쪽에서 국민들은 또 다른 좌절을 맛보고 있습니다.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이 정부의 비겁함 말입니다. 재기의 희망마저 잃는 듯해 몸이 떨립니다. 대통령께서 조만간 미래국정구상이라는 거대 담론을 내놓을 것이라 합니다. 연정론으로 한번 어리둥절했던 터라 기대보다 걱정이 앞섭니다. 혹여라도 내년 지방선거나 후년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기를, 말 그대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틀이기를 바랍니다. 대통령께서 너무 높이, 너무 멀리 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윗불이 뜨거울수록 아랫물은 차갑습니다. 반발짝 앞선 대통령의 열정이 국민과 사회를 따뜻하게 덥히는 상택하화의 새해를 기대해 봅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는 충분히 다이내믹합니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간판내린 음악실 세시봉 17년

    간판내린 음악실 세시봉 17년

    서울 종로구 서린동 115에 자리잡은 음악감상실「세시봉」이 간판을 내렸다. 대학생이라면 한두 번 안가 본 사람이 없는 서울의 명물. 17년간 이어온 친근한 이름이 하룻밤 사이에 종적을 감추었다. 가벼운 호주머니의 젊은이, 남녀 대학생들이 음악과 정담 속에 마음을 달래던 안식처 - 멋모르고 찾아왔던 단골 젊은이들은 떨어져버린 간판에 한 가닥 애수마저 느끼는 것 같다. 최초의 경음악 감상실로, 젊은이의 숨결이 젖은 곳 떨어져나간「세시봉」간판에 애수를 느끼는 건 비단 이 집을 찾는 단골 학생들만은 아니다. 「세시봉」이란 이름을 지키며 대학생, 젊은이들에게 안식처를「서비스」하고 있다고 자부해온「세시봉」주인 이흥원(李興元·58)씨 - 그는 거의 허탈에 빠진 모습으로 옛집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다. 자기집 간판이 타의에 의해 철거됐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 것 같다. 「세시봉」이 문을 닫은 건 5월 2일 아침 7시 집달리에 의해서였다. 당초 2백 30만원에 세든 이 집은 68년 11월에 계약만료 됐고 집주인의 요구대로 집을 넘겨줘야 했다. 그러나 李씨는 새로 이사할 장소를 잡지 못한 채 6개월만 연장해 다라고 애원했다. 5월 25일이면「세시봉」이 문을 연지 17주년 기념일. 그날까지만이라도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러나 집주인의 고소로 이 문제는 법정에 올랐고 판결은 결국 李씨가 패소, 집을 내놓게 되었다. 『갈 곳을 잡을 때까지만 참아줬어도 좋을 텐데 이제야 어쩔 수 있겠소』비속에 내던져진 탁자들을 멀거니 바라보면서 이흥원씨는 체념의 빛을 띠었다. 「라이트·뮤직」을 상표로 한「세시봉」이 젊은이들의 보금자리를 표방하고 문을 연 건 17년 전 명동에서 당시 육군 준장이던 金모씨에 의해서였다. 그때만 해도「클래식」위주의「뮤직·홀」은「르네상스」「디·쇠네」등이 있었지만「라이트·뮤직」은「세시봉」이 효시였다. 「클래식」에서「재즈」시대로 접어드는 젊은이의 호흡에 맞춰 유행「팝·송」을 주로 들려주었다. 숱한 문인(文人), 정객(政客), 교수들이 대학생들과 어울리더니 이흥원씨가「세시봉」을 인수한 건 63년. 「세시봉」이 명동에서 종로2가 YMCA 뒤로, 그리고 다시 소공동으로 옮긴 뒤였다. 당시만 해도「뮤직·홀」은 일명「무직(無職)·홀」로 사회의 질시를 받았다. 「세시봉」을 인수한 이흥원시는 적어도「뮤직·홀」의 풍조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주목해도 좋은 인물이다. 그는「뮤직·홀」을 불량학생의 소굴이란 인상에서 젊은이들의 건전한 휴식처, 사교장으로 바꿔놓는데 성공했다. 이것은「세시봉」을 찾는 고객들로도 입증할 수 있다. 「세시봉」엔 대학생, 젊은이들 뿐 아니라 정치인, 교수, 문인들이 즐겨 여가를 즐겼다. 신동준(申東峻), 김대중(金大中), 김상현(金相賢), 이상희(李相禧)씨 등 현직 국회의원이 얼굴을 보이는가 하면, 서정주(徐廷柱), 박두진(朴斗鎭), 조병화(趙炳華), 김종문(金宗文)씨 등 시인들도 나타나 대학생들과 마주 앉았다. 작고시인 김수영(金洙暎)씨도 단골손님 -『골치 아파서 나왔다』면서 한두 시간씩 앉아있곤 했다. 대학교수로는 양주동(梁柱東), 김은우(金恩雨), 김두희(金斗熙)씨가 나타났었고, 연예인으로는 길옥윤(吉屋潤), 이봉조(李鳳祚), 김광수(金光洙), 김강섭(金康燮)씨 등이 단골손님. 연예인(演藝人)의 산실(産室)·「청춘1번지」도 열려 「밴드·마스터」여대영(呂大榮)씨도 한 달에 2, 3회씩 살그머니 다녀나갔다. 가수 중에는 최희준(崔喜準),「위키」李, 한명숙(韓明淑), 이금희(李錦姬), 최정자(崔貞子), 유주용, 조영남이 단골. 특히 조영남,「트윈·폴리오」는 가수 되기 이전「세시봉」에서 상주하다시피 한「세시봉」가족이다. 그러나 보다 이색적인 건 감상실 안에서 일정한「프로그램」을 가지고 공동의 광장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곳에서 벌인「선데이 서울」의「청춘1번지」는 젊은이의 공동관심사에 대한 대화의 광장으로 인기를 끌었고 대학생들의「즉흥시 백일장」은 3년 끈 장수「프로」였다. 몇 개의 방송국 또는 TV국이 이「세시봉」의「프로」를 중계하기까지 했다. 좌석 4백석의「세시봉」은 하루 평균 1천명의 대학생, 젊은이들이 출입했다. 그들 중 3분의 1이 집의 단골손님. 그들 단골의 대부분은 주인 이흥원씨를 아저씨라고 부른다. 175cm의 키에 58세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탄탄한 체구를 갖고 있다. 단순한 찻집주인과는 달리 그는 출입학생들의 신상상담을 맡을 만큼 젊은이들과 잘 통하고 있다. 실연한 여학생의 인생상담에서 부모와의 불화를 호소하는 젊은이에 이르기까지 그는 친절하게「카운셀링」에 응한다. 젊은이 따뜻이 살펴주던, 당수(唐手) 초단의 주인아저씨 60년의 인생경력으로 그 나름의 인생문답을 하는 노신사지만 마냥 부드럽기만 한 사람은 아니다. 당수가 초단, 때로는 이 노신사의 주먹에 불꽃이 튀기도 한다. 「세시봉」의 위치가「바」「카바레」의 집결지란 점에서 불량배가 날뛸 요소는 있다. 밤늦게 혼자 돌아가는 여학생은 반드시 큰길까지 바래다 주지만 때론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타일러도 안 되는 불량배는 1대 1로 대결, 힘으로 굴복시키기도 했다. 그는 단골 학생들을「우리 아이들」이라 부른다. 그의「아이들」은 현재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고 아직 옛 정을 그대로 유지해왔다. 군에 입대한 병사에게선「세시봉」시절을 그리워하는 편지가 오고 휴가 나오면 꼭 들러간다. 지난해 4월 李씨는「파월장병 시화전」이란 걸「세시봉」에서 열었다. 「세시봉」가족이었던 병사들을 중심으로 18점의 시화를 보내와 제법 풍성한 잔치를 벌였다. 10만원의 자비를 넣고도 흐뭇해 했다. 그리고 10월엔「모범사병 위안의 밤」을 열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학생시절의 낭만을 심어준「세시봉」은 이제 아주 없어지는 것일까? [ 선데이서울 69년 5/11 제2권 19호 통권 제33호 ]
  • 황우석교수 교수직 사퇴

    황우석교수 교수직 사퇴

    황우석 교수는 23일 논문 조작에 책임을 지고 서울대에 교수직 사퇴서를 냈다. 그러나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 기술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고수했다. 학교측은 조사위원회 활동이 끝날 때까지 사표를 수리하지 않기로 했다. 황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대 수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더할 수 없는 충격과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만분의 일이라도 사죄하는 심정으로 지금 이 시간 서울대 교수직을 사퇴하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우리 대한민국의 기술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국민 여러분들이 반드시 이를 확인할 것이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날 황 교수는 오전 모처에서 측근들과 회의를 연 뒤 서울대 수의대에 들러 연구원 및 수의대 관계자들을 만난 뒤 침통한 목소리로 기자들 앞에 섰다. 일부 수의대생들은 황 교수가 발언을 하는 동안 울먹였고, 흥분한 학생들은 방송카메라를 밀치는 등 취재진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서울대 교수협의회 장호완 회장은 23일 논문조작 관련자들에 대한 파면을 촉구했다. 장 회장은 “이번 사건은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약자를 대상으로 한 학문적 조작과 사기란 점에서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라면서 “서울대는 황 교수와 조작에 관여한 자들까지 파면하고 학계에서 영구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수의대 교수들도 이날 ‘존경하는 교수님들과 구성원 여러분들게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 성명을 내고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양심적이어야 할 대학교수가 연구윤리를 어기고 연구결과마저 조작했다는 사실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열린세상] 청년들이 희망이다/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

    고려대 경영대 김형준군은 지난달 신장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에게 신장 한쪽을 드리는 수술을 했다. 김군의 아버지는 육군장교로 오랜 군생활을 하는 도중 신장병이 발병한 국가유공자이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신장을 드리기로 결심한 김군은 혹시라도 신장이식수술이 군입대에 장애가 될까봐 1학년을 마치자마자 군대에 입대했다. 그리고 군에서 제대하자 곧바로 신장이식을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주 핼쑥한 얼굴로 필자의 연구실을 찾아온 김군의 오른쪽 하복부에는 채 아물지 않은 커다란 수술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 아름다운 상처에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김군과 같은 효심 지극하고 책임감 있는 아름다운 청년이 바로 대한민국의 희망인 것이다. 대학교수는 매년 새로운 새내기를 받아 가르치는 복많은 직업이다. 요즘 학생들은 과거 세대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우선 경제적 어려움에 짓눌려 우울해 보이는 과거 세대와는 달리 밝고 낙천적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은 교내에서 심부름 아르바이트를 아무 거리낌없이 맡는다. 과거 세대와 구분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매우 솔직하다는 것이다. 아침수업에 늦게 온 학생들에게 지각사유를 물으면 십중팔구는 늦잠 잤다는 것이다. 과거 세대들은 여러 가지 핑계를 둘러대느라 가족들을 가짜 중환자로 만드는 일이 빈번했는데 요즘 학생들은 사실 그대로 대답한다. 듣는 교수들이 민망할 정도이다. 남녀커플들이 보기 민망한 사랑 나누기를 하다가 교수들 눈에 띄면 ‘못본 걸로 하시고 잊어주세요.’하고 당당하게 말한다. 창의력과 사고력의 측면에서도 과거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똑똑하고 책임의식도 매우 높다. 청년들의 우수한 자원이 넘쳐나는데 우리 사회의 수용능력은 날이 갈수록 감퇴되고 있다. 청년들이 포부를 펼쳐나갈 미래의 장을 열어주어야 할 기업들이 자기 앞가림 하기에 바빠서 장기투자와 인력관리계획을 세울 여력이 없다. 그러다 보니 취업경쟁률이 기네스 북에 오를 정도로 치솟고 있다. 일자리 만드는 일은 기업가의 고유영역이다. 정부가 나서 목표를 정해놓고 임시적 땜질식 단기 대책을 쓰는 것은 오히려 청년들의 장래를 망치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이 모두 나서 기업가들에게 청년들의 일자리를 열성을 다해 부탁해야 한다. 십년 묵은 불법도청테이프 내용을 확인한다면서 기업가들을 불러다 망신을 주고, 이미 수십년 가지고 있던 주식을 강제로 처분시키겠다고 나서는 상황에서 기업가들의 투자의욕이 살아날 수가 없다. 기업투자가 살아나야 고용여력이 생기고 청년들의 창의의 장이 열릴 수 있게 된다. 청년들의 우수성은 기업 인사담당자들 사이에도 이견이 없다. 어떤 임원은 직원 전부를 신입사원으로 바꾸면 인건비는 절반으로 주는 대신 생산성이 곱절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컴퓨터에 능숙한 신입사원 한사람에 전 부서가 모두 매달려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자리 못 잡은 자녀들이 자기자리에 대신 들어갈 수만 있다면 언제라도 조기 퇴직하겠다는 중년 직장인들도 많다. 삼성,LG, 현대,SK 등 대기업을 비롯한 중견기업들은 청년고용을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가장 중대한 책임으로 인식하고 손익계산을 따지지 않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부와 노동계에서도 고용보장 같은 한가한 소리는 집어치우고 청년고용에 따르는 인건비 대부분을 법인세감면을 통하여 지원할 각오로 나서야 한다. 창의적이고 책임감 있는 청년들이 일터에서 열심히 뛸 수 있어야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청년들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
  • [주말탐방-토익열풍] 한국인 삶의 질은 토익 성적순?

    [주말탐방-토익열풍] 한국인 삶의 질은 토익 성적순?

    올해 한번이라도 토익(TOEIC)시험을 경험한 사람이 무려 190만명에 달한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토익에 응시하는 수험생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로 손꼽힌다. 여기에다 토플(TOEFL),SEPT(Spoken English Proficiency Test) 등에 도전하는 수험생을 포함하면 연간 250만명 이상이 각종 영어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유치원·초등학생까지 TOEIC,TOEFL,SLEP 등에 내몰리고 있어 가히 전국민이 ‘영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30∼40대 직장인들조차 영어의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본업과 상관없이 엄청난 시간과 돈을 지불하고 있다.TOEIC의 열풍 현장을 짚어본다. 중견기업체 부장인 김준호(40·가명)씨가 16일 오전 6시30분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내린다. 왼손에 가방을 든 채 종종걸음으로 역을 빠져나온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찬 기운에 발걸음은 더욱 빨라진다. 그가 향한 곳은 바로 유명한 사설 영어학원. 벌써 두달째 출근 전 새벽시간대를 이용해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정확히 토익을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처럼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가 닥칠 때면 “이 나이에 무슨 짓이냐.”는 생각이 절로 난다. 그럴 때마다 그는 “토익 750점” 목표를 되뇌며 꾹 참는다. 내년 초 해외연수자로 발탁되어야 한다는 각오로…. ●추위도 녹이는 토익 열풍 이 학원 5층에 자리한 강의실 문을 열면 추위는 저절로 사라진다.4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은 이미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다.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직장인들을 보면 조금 위안이 된다. 이른 새벽 시간대라 학생보다 직장인이 많다. 이 중에는 경찰간부, 공무원, 군인, 교사 등도 상당수 눈에 띈다. 얼마 전부터 정년 퇴직한 대학교수도 강의를 듣고 있다.“전공이 달라 좋아하는 영어공부를 못했다.”는 변이다. 주말 특강에는 서울경찰청 김모(41) 경정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그는 “사회 흐름처럼 치안수요에도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경찰관의 외국어 습득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익 열풍은 이제 초등학생에까지 확산돼 학원 강의실마다 5∼6학년 어린이들도 자주 눈에 띈다. 영어전문학원 YBM 홍보팀 차경심씨는 “수강생이 월평균 6만여명에 달하는데 이 중 직장인·학생 등 40%가 토익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89만명 응시, 세계 최고 지난 8월에는 영화 JSA로 잘 알려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근무하는 군장병 50여명이 단체로 토익시험에 응시했다. 이들은 ‘영어실력=전투력’이라는 신념으로 토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중 30여명은 동시통역도 가능할 뿐 아니라 토익성적이 900점을 넘는다. 두번이나 만점을 받은 장병도 있다. 토익을 주관하는 일본의 재단법인 국제비즈니스커뮤니케이션협회(IIBC)는 최근 한국인이 지난해 183만명 응시, 일본인 143만명을 앞질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토익에 응시한 국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국토익위원회는 올해 189만 7000여명이 응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중국의 3만여명, 타이완 5만여명, 태국 4만 6000여명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하면 ‘열풍에 가까운 응시율’로 표현할 수 있다. 국내에 토익이 처음 도입되었던 1982년에는 불과 1379명이 응시했다. 이제는 직장인이라면 누구가 한번쯤은 접해야 하는 필수과정이 된 것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응시자는 26∼30세가 가장 많지만 51세 이상 고령자도 전체의 0.2%(3794명)나 됐다. 직업별로는 대학생이 48.7%로 가장 많고 회사원 21.9%, 공무원 0.9%, 군인 1.5% 등이다. ●출세의 잣대에서 생존 필수품으로 증권거래소는 입사시험에서 토익 900점 이상의 성적을 요구한다. 태광산업은 850점,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700점 등 대다수 기업체들이 입사과정에서 토익성적을 요구한다. 또 승진, 전보, 해외파견자 선발 등 각종 인사에서도 토익성적은 가장 중요한 잣대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처럼 직원채용 및 인사에서 토익을 활용하는 기업과 기관·단체는 한국토익위원회가 파악한 것만 약 723개에 달한다. 이들 중 400여개는 직원들이 단체로 토익시험에 응하는 등 회사의 주요행사로 꼽히고 있다. 토익은 선택이 아닌 필수과정이 된지 오래다. 또 출세 지향자들만이 아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필요한 생필품이 된 것이다. 국제교류진흥회 한재오 부장은 “토익은 국제업무 등에 필요한 실용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라 기업체들이 요구하는 맞춤시험에 해당된다.”며 “토익시험이 국내 영어교육을 문법 위주에서 실용영어로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언제 시험이 유리하나 토익은 연중 다달이 한차례씩 치러진다. 이 때문에 어느 달은 문제가 쉬운 ‘대박달’이고 몇월은 문제가 어려운 ‘쪽박달’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하지만 토익은 국가별로나 월별로 수준이 일정하다. 이는 그동안 치러진 시험의 점수대별 분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항상 좌우 대칭형으로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올 상반기 응시자 87만 8738명의 점수대별 성적분포는 605∼650점. 응시율이 가장 높은 대학생과 회사원의 평균성적은 각각 590.2점과 591.6점으로 나타났다. 한국토익위원회 양귀현 홍보팀장은 “토익은 문항끼리 연관성 등 다양하고 심도있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지는 만큼 항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앙겔라 메르켈/게르트 랑구트 씀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여인’ 구동독의 촌부에서 독일 총리에 오른 앙겔라 메르켈의 주변 인물들이 하는 말이다. 독일 정계에서 그녀만큼 ‘아무것도 아닌 존재’에서 이렇게 높은 자리에 오른 이는 없었다. 또 그녀만큼 최초·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운 이도 없었다. 통일독일의 첫 동독출신 총리, 독일 역사상 첫 여성총리라는 기록 이전에 이미 그녀는 최연소 장관, 최초의 기민당 여성 사무총장 및 당수란 기록을 세웠다. 그럼에도 앙겔라 메르켈은 여전히 스핑크스만큼이나 불가사의한 존재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독일 본 대학 정치학 교수인 게르트 랑구트가 쓴 ‘앙겔라 메르켈’(이수연 등 옮김, 이레 펴냄)은 정치적으로 초고속 성장을 이룬 동인과 함께,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메르켈의 단면들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1954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메르켈은 생후 1개월만에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동독 템플린으로 이주해 그곳에서 성장했다. 열 세살부터 일찌감치 부모로부터 독립해 생활하기 시작한 그녀는 자신감 있고 차분하며,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었다. 학창 시절 서독 내각 구성원들의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로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동베를린 물리화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1989년 동독 민주화운동 단체인 ‘민주변혁’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에 입문한다.1990년 동독 정부 부대변인에 취임하고, 독일 통일후 실시된 총선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헬무트 콜 전 총리의 발탁으로 1991년 여성·청소년부 장관이 된다. 이후 기민당 부당수, 환경부 장관, 기민당 사무총장, 당수, 총리에 이르기까지 그의 앞엔 항상 ‘최초’,‘최연소’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책은 그녀의 출생부터 현재까지 성장의 흐름을 짚으면서 그 흐름 아래 잠복해 있는 그녀의 다양한 내면을 하나씩 파헤쳐나간다. 저자가 보기에 메르켈은 어느 누구보다 권력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그녀는 탁월한 업적으로 자아를 구현하기 위해 끈질기게 모든 것을 거는 사람이고, 이룬 성과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통해 자아를 확인한다. 장관 초기시절, 헬무트 콜이 각료회의에서 퍼부었던 말에 상처를 받아 쉽게 눈물을 흘렸던 그녀이지만,‘권력’이란 마약의 효과를 맛본 그녀는 철저한 ‘정치 중독자’가 됐다. 메르켈은 또 과학자 출신인데다, 동·서독을 모두 경험한 이력 때문에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 만능선수로 통한다. 미래에 대한 장기적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당면한 사회의 효율적인 ‘기능’을 항상 강조한다. 저자는 그녀의 삶이 아버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지적한다. 아버지의 다가가기 어려운 성격, 엄함, 절대성의 요구, 이중적 삶 등은 아버지의 사랑을 구하던 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메르켈의 현재의 삶은 구동독 체제와 깊이 얽혀 있는 그녀의 아버지로부터의 정치적 해방이라는 것.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아버지에게 자신을 증명해보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개인적 사고와 국가에 대한 존중이 철저히 구분되어야 했던 동독시민으로서의 경험은 메르켈이 타인과 정서적 끈을 만들어내는 것을 어렵게 한다. 그녀는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사실은 알려주는 것이 없다. 학술아카데미 시절의 동료로부터 전 연방장관들까지 그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했음에도 ‘인간 메르켈’에 대해선 잘 모른다. 따라서 저자는 그녀가 폭풍 속에서도 그녀를 받쳐줄 사람들을 갖지 못하고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같은 개인주의 성향으로 말미암아 메르켈은 당내에서도 소수파에 속할 때가 많으며, 마치 고향을 잃은 사람처럼 보일 때도 있다.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메르켈 본인에서부터, 고교동창생, 선생님, 고향의 급우들, 대학교수, 동료 정치인 등 그녀 주변 인물 140여명을 인터뷰했다. 그들이 보기에 그녀의 성공 요인은 1등에 대한 남다른 욕망, 실용주의 노선, 뛰어난 상황판단력이다. 어쩌면 저자의 말마따나 ‘앙겔라 메르켈의 인생이 동서 양 독일이 함께 성장하는 과정의 살아 있는 증거’이기 때문에 독일 사람들이 그녀를 택했는지도 모른다.1만 1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사설] 지방선거 ‘묻지마 출마’는 안된다

    내년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역사회가 벌써부터 출마 열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특히 내년부터 기초의원에게도 급여가 지급되는 점을 노린 ‘묻지마 출마’가 적지 않다니 당장의 혼탁상과 후유증은 물론 지방자치가 제대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선출될 공직자는 특별자치구 제주를 포함해 기초의원 2922명(법정기준) 등 4000명을 조금 밑돈다. 그러나 출마 희망자는 무려 15만∼25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정당공천 등을 거치면서 실제 출마자는 크게 줄겠지만 보통 이상과열이 아니다. 지역 정치인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인사, 직장인, 대학교수에 이르기까지 너도 나도 앞다퉈 출마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일손을 놓고 표밭을 누비는 공무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지방선거 열기가 뜨겁다 해서 잘못이랄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광역·기초의회에 적극 진출하려는 것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박수를 보낼 일이기도 하다. 기초의원 유급제의 취지 역시 이런 전문적 식견을 갖춘 인사들이 보다 많이 지방의회에 진출하도록 하자는 것이 아닌가. 문제는 출마희망자들 가운데 지방의원을 밥벌이 수단으로 삼으려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시·군·구 의회를 임기 4년, 연봉 5000만원의 안정된 직장쯤으로 여기는 인사들이 어떻게 제대로 된 지역발전을 이뤄내겠는가. 더구나 이들이 정당공천을 따내려고 ‘종이당원’ 모집에 많은 돈을 뿌리고 있다니 그 혼탁상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선관위의 철저한 단속과 함께 옥석을 가릴 유권자들의 세심한 관심이 요구된다 하겠다.
  • [줄줄 새는 국가 R&D예산] 기고-관리·평가 엄격한 기준 필요 연구원 자율능력제 도입도

    [줄줄 새는 국가 R&D예산] 기고-관리·평가 엄격한 기준 필요 연구원 자율능력제 도입도

    대학교수의 연구비 유용 사태가 잇따라 발생해 연구비 관리 및 사용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대학 연구비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 내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좋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수단인 장학금의 경우 석·박사 과정은 지원이 미미하다. 특히 고학력 졸업자의 실업률이 증가함에 따라 대학원 진학률이 저조해지면서 교수들은 우수 학생의 유치를 위해 연구과제를 통한 자체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과제의 규정에 의해 임의지원이 불가능하므로 부득이한 경우 교수들은 모든 연구과제를 통합 관리하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때로는 이 같은 취약점을 이용해 연구비를 유용하기도 한다. 또다른 문제점은 국가적 관리 제도이다. 정부 연구개발 예산은 크게 늘었지만 심사 및 사후관리는 철저하지 못하다. 또 부처마다 평가기관이 따로 있어 비슷한 과제로 서로 다른 부처에서 이중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고, 과제 실패에 따른 복잡한 서류절차와 징계를 피하고자 연구과제 사후의 정확한 검증 및 평가가 미흡한 게 현실이다. 이 같은 대학과 사회적인 상황을 고려해 개선 방안을 모색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해당기관의 연구과제 관리에 대한 시각변화와 제도개편이다. 단순히 연구비 사용에 대한 적합성 여부의 검토가 아니라 현 연구과제 수행과 자체관리의 어려움과 취약점을 파악하고, 연구과제 선정 및 관리·평가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대학 내의 적극적인 지원과 효율적인 연구 과제 관리제도 편성이다. 대학은 학생유치 및 교수의 연구환경 개선에 많은 투자를 함으로써 우수 인력 확보와 취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효율적인 연구 과제 관리 제도를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정확한 역할 분담을 통해 교수는 연구원들과 과제의 성과를 높이고, 그에 따른 관리는 대학 내에서 이루어지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구체적인 연구비 사용에 대한 제도가 확립돼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폴링(polling) 제도를 도입해 과제 참여가 계약으로 이뤄지고, 수행 여부에 따라 정확한 성과금을 지급한다. 우리나라도 선진제도를 수용해 연구원들의 능력에 따른 성과를 보장하는 자율능력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 투입되는 노고에 대한 교수의 인센티브는 당연하므로 교수의 인건비 지급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아울러 현실적 상황에 맞는 연구비 집행규정도 수반되어야 한다. 또 사업비 이월에 대한 규정도 개편해 현 제도에서 사업비 이월시 발생하는 불편함을 해소해야 한다. 방성일 단국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 흰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얼쑤!

    국악 실내악단 ‘슬기둥’이 창단 20주년을 기념하는 송년 콘서트를 갖는다. 지금이야 전통 국악에 클래식과 재즈등이 어우러지는 퓨전 국악이 귀에 익지만 20년 전에는 어땠을까. 그들이 초창기 부른 김영동의 ‘어디로 갈꺼나’와 채치성의 ‘꽃분네야’는 당시 듣도 보도 못하던 음악이었다. 국악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정도로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하지만 전통의 빗장을 풀고 국악기에 요란한 전자음을 내는 신디사이저와 기타를 도입한 그들의 파격적인 행보를 점잖은 국악계에서는 마땅찮아 했다.고리타분한 전통 음악을 과감히 던지고 대중속으로 뛰어들었던 슬기둥은 결국 국악계의 이단아로 찍혔다. 이제 대중성과 예술성이 조화된 그들만의 독창적인 음악세계는 국악계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국악그룹 슬기둥은 그렇게 국악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해냈다. 창단 초기에는 선율 위주의 서정적인 연주곡과 무용음악을 선보였고, 이후 장단과 노래를 부각시킨 국악가요와 국악동요를 발표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점차 재즈. 가요, 록 등 여러 장르의 다양한 크로스오버를 시도하고 대중가수 못지 않은 대형 라이브 공연무대를 선보이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초창기 멤버들은 대학교수나 지휘자 등으로 각자 활동 영역을 넓혔고, 그 뒤를 이은 젊은 멤버들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 나가면서 슬기둥은 변신을 거듭했다. 타악기가 보강되고 즉흥성을 접목시켜 서정성과 다이나믹한 분위기의 국악을 만들어 냈다.현재 솔로로 활동하는 소리꾼 김용우, 피리·태평소를 부는 원일 등과 같은 국악계의 스타들을 배출해냈다. 이번 공연에서 슬기둥은 다양한 레퍼토리와 새로운 신곡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진양에서 휘모리까지 이어지는 순차적인 장단의 변화가 특징인 전통적 산조형식을 재즈 색소폰(이정식)과 함께 연주하는 ‘산조환타지’와 판소리 춘향가를 재즈 스타일로 편곡한 ‘어사출두’는 크로스오버의 화려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판놀음’과 ‘신푸리’는 우리 민족의 한과 흥을 신명으로 풀어내는 슬기둥만의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또 국악계에서 유일하게 국악캐럴 음반을 발표한 슬기둥은 이번 공연에서도 캐럴을 선보인다. 이들의 캐럴은 국악기 특유의 음색이 갖고 있는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이 묻어난다.2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02)599-6268.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매카시 前 美상원의원 타계 베트남 반전 캠페인 주도

    미국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5차례나 도전했던 민주당 미네소타주 출신 유진 매카시 전 상원의원이 워싱턴 인근 조지타운 자택에서 10일(현지시간) 노환으로 숨졌다.89세. 매카시 전 의원은 베트남전을 둘러싼 논란이 극에 달했던 지난 1968년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을 상대로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에 나서 대대적인 반전 캠페인을 벌여 존슨이 중도에 후보 지명전을 포기토록 만든 장본인이었다. 매카시 전 의원은 베트남전 반전 여론을 타고 시카고 전당대회에 입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국 당시 부통령이었던 허버트 험프리 후보에게 분루를 삼켰고, 험프리는 대선에서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후보에게 석패했다. 5차례의 대권 도전이 모두 실패하긴 했지만 매카시는 전직 대학교수답게 재치있고 박식하며 언변이 뛰어났으며, 여가시간에 틈틈이 시를 쓰고 저서도 여러 권 내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 멋쟁이 정치인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워싱턴 연합뉴스
  • ‘오포 의혹’ 규명 못해 불씨 여전

    대검 중수부(부장 박영수)는 9일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아파트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한현규 전 경기도정무부지사, 감사원 이모 감사관, 경기도 도시계획위원인 김모 교수 등 6명을 구속기소하고 포스코건설 김모 상무 등 6명을 불구속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애초 제기됐던 의혹들은 대부분 규명되지 않았다.●오포, 소리만 요란한 공포 이번 사건의 핵심은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 정우건설의 지구단위계획을 지난해 5월 건설교통부가 불허 방침을 결정했다가 5개월 만에 뒤집은 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다. 지난달 4일 한 전 부지사가 시행사인 정우건설 등에서 15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자 수서비리사건을 능가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지난해 7월 정찬용 전 청와대인사수석이 정우건설측 브로커의 부탁으로 건교부 담당 공무원과 포스코건설·정우건설측 관계자의 만남에 개입한 정황도 포착됐다.추병직 건교부장관이 한 전 부지사에게서 5000만원을 빌린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정 전 수석을 소환 조사하고 손 지사와 전윤철 감사원장을 서면조사하는 한편, 추 장관은 검사가 직접 찾아가 조사했으나 이런 의혹들에 대해 사실무근, 대가성없음, 처벌불가 결론을 내렸다.●정관계·기업·학계 총체적 복마전 오포읍 인허가 비리는 지난해 8월 검찰이 내사에 착수한 뒤 지난해 말 박혁규 전 한나라당 의원과 김용규 전 광주시장을 구속기소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검찰이 지난 5월 박 전 의원의 재판 과정에서 또 다른 첩보를 입수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검찰의 수사결과 구속기소된 경기도 도시계획위원 김 교수를 비롯한 대학교수 3명은 공정해야 할 지구단위계획 검토·승인과정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말아 달라.”는 청탁과 함께 포스코건설로부터 2000만∼3000만원씩 뇌물을 받았다. 엄정해야 할 감사원은 청부감사를 벌인 혐의로 감사관이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정 전 수석은 검찰조사에서 “공직자로서 분별없는 일을 했다. 처신이 부적절했다.”며 잘못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수사를 종결했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의혹이 남아 있다. 한 전 부지사가 정우건설로부터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10억원 가운데 4억원의 용처를 아직 규명하지 못했다. 검찰은 이 돈의 행방을 계속 쫓을 방침이어서 또 다른 단서가 포착돼 수사가 다시 불붙을 수도 있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강원 혁신도시 선정논란 ‘일파만파’

    강원도 혁신도시 후보지 선정을 놓고 대학교수들이 성명서를 내고 탈락도시들이 대규모 궐기대회를 준비하는 등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강원도 균형발전을 염원하는 강원대학교 교수모임’은 9일 “혁신도시 선정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성명서를 내고 향후 전략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교수들은 성명서를 통해 “정량적 평가가 어려운 심사를 수행 함에 있어서 사전에 수리과학적 검증에 기초한 합리적 의사결정 방법의 확립이 선행됐어야 함에도 개인간 편차에 대한 아무런 조치 없이 총점제 방식을 채택, 일부의 주관적 오류가 전체의 객관적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모임은 또 “도정 책임자의 무능과 편협한 정치행태로 강원도 발전에 필수적인 도민 통합의 기대는 무너지고 도민들을 극심한 갈등과 분열의 질곡에 빠뜨렸다.”면서 “이러한 사태를 야기한 지방행정과 정치권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민수 춘천 혁신도시유치위원장(전 춘천교대총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강원도가 혁신도시 선정과 관련, 춘천시의 사전검증요청을 묵살한 만큼 시청 내에 별도의 사무실을 개설해 지사 퇴진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춘천시는 관내 3126개 반을 대상으로 특별반상회를 열어 시민·사회·종교단체와 연계한 대규모 시민궐기대회를 12일 열기로 했다. 강릉시도 이날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궐기대회개최와 평창동계올림픽 지원여부, 분도(分道) 추진문제 등을 심도있게 논의했다.비대위는 시장, 강릉시의회 등과 함께 “선정 결과에 승복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도와 정부 측에 전달했지만 납득할 만한 답변이 없다.”며 “23만 전 시민이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의사를 표출 하겠다.”고 강경 입장을 밝히고 있다.춘천·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한국 최대의 그림 한산대첩도

    한국 최대의 그림 한산대첩도

    「예루살렘」이 세계의 성지라면 충남 아산의 현충사(顯忠祠)는 한국 유일의 성지다. 66년 4월 25일 사적 제155호로 지정되면서 동시에 우리나라 최초의 성역(聖域)으로 지정, 공포된 현충사.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구국의 얼이 어린 이 현충사가 깨끗이 새 단장을 마쳤다. 4월 28일 충무공 탄신 424돌을 맞아 새 모습을 드러낼 현충사엔 한국 최대규모의 벽화『한산대첩해전도(閑山大捷海戰圖)』가 이 성역을 찾는 이들 앞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충무공이 학익진(鶴翼陣)을 펴서 왜함(倭艦) 섬멸하는 극적 장면 때는 1592년 8월 14일(음력 7월 8일). 충무공이 지휘하는 우리 수군은 왜군 함선 70여 척을 한산 앞바다로 유인, 학익진을 펴서 적을 포위 섬멸했다. 이 해전에서 충무공은 그 전 해 만들었던 거북선을 실전에 처음 사용했으며, 이 해전 이후 우리 수군은 완전히 제해권(制海權)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 이 역사적 싸움이 가로 7m, 세로 4m의 거대한 화폭 속에 그대로 재생되고 있다. 노한 바다는 용의 머리처럼 꿈틀거리고 철포는 불을 뿜는다. 붉은 전복(戰服)에 푸른 전포(戰布)를 입은 우리 수군들이 활시위를 잡아 당기는가 하면 전고(戰鼓)를 두드리는 병사의 손길이 힘차다. 거대한 화폭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장엄한 민족의 서사시가 그대로 울려 오는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벽화 중 가장 큰 것은 육사(陸士) 본관에 있는 1천 5백호 짜리. 그런데 이번 제작된 한산대첩도는 무려 2천 5백호니 가위 한국 제일이다. 이 엄청난 벽화를 그린 사람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교수인 문학진(文學晋·46), 정창섭(丁昌燮·43) 두 화백. 『한 작품을 두 사람이 나눠 그린다는 게 좀 이상스럽게 보이겠지만, 이건 개성이 있는 창작이라기보다 기록화니까 공동제작이 가능하죠. 전체구도나 거북선의 크기, 그리고「톤」의 통일 등 이런 것만 미리 정해놓고 두 사람이 나눠서 그렸죠』 이 거대한 작업이 시작된 건 불과 2개월 전 일. 『문공부 측에서 4월 28일까지 현충사에 갖다 놓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거예요. 무리였죠. 아무렇게나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아니고 오래오래 현충사에 보존될 것이니 보다 더 시일을 주었어야죠. 시간에 쫓기다 보니 막판엔 우리 두 사람이 번갈아 밤샘까지 해야 했죠』 워낙 거대한 작업이라 우선「캔버스」를 마련하는 데서부터 골치를 앓아야 했다. 거대한「캔버스」3개를 조립식으로 도저히 그처럼 큰「캔버스」를 구할 길이 없었다. 하는 수없이 세로 4m, 가로 2m 50cm의「캔버스」를 3개 만들어 붙여 놓았다. 그러니 자연 이 한산대첩도엔 두 곳의 이은 곳이 나타나게 되어 있다. 다음은 그릴 곳이 문제. 가로 7m, 세로 4m의 화폭을 들여놓을 만큼 큰「아틀리에」를 구할 수 없었다. 궁리 끝에 미술대학 교무과장실 옆방을 비우고 이 방안에서「캔버스」를 조립해야 했다. 4월 22일 상오 10시 그림이 완성되자 그림을 현충사로 운반하기 위해 다시 그림은 3조각으로 나누어졌다. 현충사에 옮겨진 뒤 다시 현장에서 조립, 마지막 뒷손질을 해야 했다. 다음은 작업의 불편. 『하도 높아서 책상을 갖다 놓고 그 위에 또 의자를 놓아야 했죠. 그리고 그 위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그리자니 우선 다리가 아파서 1시간 이상은 작업을 할 수 없었죠. 그럴 땐 내려와서 아랫부분을 그렸죠』 채광(採光)을 위해 특별히 전깃줄을 배선,「캔버스」부근엔 4개의 대형 전등이 밤낮없이 켜 있어야 했다. 그러나 가장 조심해야 했고 골치 아팠던 것이 바로 고증(考證). 최순우, 조인복, 김용국, 최영희씨 등 4명으로 구성된 고증위원회가 작업 개시에 앞서 여러 차례 두 화가와 만나 당시의 전함이 어떠했고 의복이 어떠했나를 알려주었다. 그러나 어떤 문제가 나오면 심지어 고증위원들까지 서로 의견이 엇갈려 두 화가를 골탕먹이기도 했다. 전함에 장치한 대포 1문을 그리는데 의견이 엇갈려 네 번씩이나 지우고 다시 그려야 했다. 골치 앓기는 거북선 고증, 이설(異說)많아 모형 특별주문 『거북선 같은 건 하도 이설(異說)이 많아 나중엔 모형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죠. 그래서 그 모형을 보면서 그려 갔어요. 그림을 그린 건지 임진란사(任辰亂史)를 공부한 건지 구별 못할 정도니까…』 화폭의 오른쪽은 학익진을 편 우리 수군 중 수선(帥船)인 충무공의 배에서 시작, 우리 수군의 우익(右翼)이 거북선을 선두로 늘어서 있고 중앙과 왼편엔 활에 맞아 죽고 대포에 맞아 불타는 왜함들이 위치하고 있다. 이 그림에 나타난 충무공의 모습은 이당(以堂) 김은호(金殷鎬) 화백의 영정(影幀)을 토대로 했다고. 이 벽화는 현충사 안에 마련된 유물전시관에 자리잡게 된다. 『보수요? 글쎄 두고 보아야 알겠죠. 지금까지 받은 것이라곤 재료값뿐이니까요. 우리야 어디 보수 생각하고 그렸나요? 나라를 위하는 마음에서 성심껏 일한 거죠』 완성된 한산대첩도를 아산으로 보내며 두 화가가 한 말이다. 2개월여의 엄청난 작업의 보수는「금일봉」과 현충사 벽화를 그렸다는 자랑만으로 참아야 할 거란다. [ 선데이서울 69년 4/27 제2권 17호 통권 제3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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