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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캠퍼스로 흘러든 4대강 홍보전

    캠퍼스로 흘러든 4대강 홍보전

    “대학 캠퍼스를 공략하라.” 여야가 경쟁적으로 대학가에 공을 들이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예산을 둘러싼 찬반 홍보전 차원이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해 정치 공방에서 기세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이 대학생까지 정쟁(政爭)에 동원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지난 20일부터 ‘4대강 살리기 전국투어 대학생 정책아이디어 공모전’ 본선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4대강 유역 출신 및 거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 9월부터 아이디어 공모를 시작한 뒤 예심을 거쳐 지역별로 11개팀을 선정했다. ‘한강 살리기’가 20일 국회에서, ‘금강 살리기’가 22일 대전 예술문화회관에서 각각 본심과 시상식을 가졌다. 정몽준 대표, 심명필 4대강 추진본부장, 박성효 대전시장 등이 축사를 맡았고, 각 지역 지방국토관리청 국장이 심사했다. 한강과 금강 예심에는 대학생 72개팀 133명이 참여했다. 오는 28일, 29일에는 ‘영산강 살리기’와 ‘낙동강 살리기’ 본심을 각각 광주와 부산에서 진행한다. 여의도연구소는 22일 “대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 발굴을 통해 4대강 사업의 지역밀착화와 정책적 성공을 모색하고, ‘내 고장 발전을 위한 4대강 사업’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4대강보다 사람이 우선입니다’라는 주제로 대학가를 돌고 있다. ‘민생버스 투어’를 통한 생활정치 행보 차원이다. 지난 20일에는 부산대학교에서 특강을 한 뒤 부산지역 총학생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4대강 예산의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4대강 주변 지역인 광주, 대구 지역 등에서도 대학생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제7차 대학생 정책자문단을 23일까지 모집한다. 해마다 방학을 맞아 전국 각지의 대학생들을 모집해 벌써 7번째 정책자문단 활동을 이어왔다. “젊은 마인드로 생활정책의 아이디어를 생산한다.”는 것이 대학생 정책자문단 운영의 목표다. 이번 자문단은 다음달 28일부터 3개월 동안 활동한다.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을 비롯해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이범 교육평론가 등 전문가들의 특강도 마련돼 있다. 정책자문단 모집과 운영 과정에서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젊은 층의 목소리가 결집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캠퍼스 민심을 향한 정치권의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4대강 사업의 경우 정책문제 같지만 실제로는 차기 대권을 둘러싼 당내·외 권력투쟁과 연결된다.”면서 “여론을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이런 구도에 대학생을 개입시키는 것은 자칫하면 왜곡된 정치구조를 대학생에게 그대로 답습시키는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취업난 대학가 ‘학점 성형’ 몸부림

    취업난 대학가 ‘학점 성형’ 몸부림

    19일 인천 A대학 캠퍼스. 학교 곳곳에는 ‘학점포기제 도입하라’는 내용의 대자보와 현수막이 나붙었다. 단과대학 학생회장에 출마한 후보가 이미 성적이 확정된 과목의 학점을 ‘없었던 일’로 만드는 ‘학점포기제’ 도입을 공약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학생은 이를 크게 반기고 있다. 대학가는 학점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려는 ‘몸부림’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좋은 학점은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이른바 ‘취업스펙’의 기본인 까닭이다. 학생들은 학점포기제, 재수강 요건 완화 등을 요구하며 ‘학점 성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학교측은 겉으로는 “학점에 안달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노린 공약(空約)에 불과하다.”며 난색을 보이지만, 속내는 다르다. 내심 취업률을 올릴 수 있는 방편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 학생회장 선거에서도 학점포기제는 단골 공약이다. 새 총학생회장 후보 임모씨는 7학기 이상 등록 학생이 최대 9학점에 한해 학점을 포기할 수 있는 ‘학점포기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6년 전 총학이 제시했지만 학교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많은 학생들의 요구로 이번에 또 등장했다. 같은 학교 다른 후보자는 ‘학점적립제’ 카드를 재차 꺼내 들었다. 당해 학기에 수강하지 않은 학점을 다음 학기에 수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연세대는 내년부터 재수강 요건을 기존의 평점 D+ 이하에서 C+ 이하로 완화했다. 학교 관계자는 “그동안 다른 학교에 비해 엄격한 재수강 제도로 학생들이 취업에 불이익을 받았는데,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희대는 재수강을 통해 취득할 수 있는 최고학점이 A0 였지만 올해부터는 상한을 없앴다. 한 발 더 나아가 서울의 모 대학 관계자는 “기업들이 성적 인플레를 우려함에 따라 재수강 요건완화 이외에도 대안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학교측의 이런 움직임에 학생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대학생 김정인(23)씨는 “학점은 기본적으로 학생의 성실성을 반영하는 수치인데 학점관리를 위해 제도를 바꿀 경우 학점세탁 악용소지도 있고, 학교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대학생 홍모(22)씨는 “학점 인플레의 근원인 취업률 문제는 대학도 고민하는 것 아니냐.”면서 “대학도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관련 제도를 바꾸면서 학생만이 고집하는 문제인 양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안석 최재헌기자 ccto@seoul.co.kr
  • [주말화제] 룸메이트 지고 하우스메이트 뜬다

    [주말화제] 룸메이트 지고 하우스메이트 뜬다

    서울의 한 출판사에서 일하는 이현정(27·여)씨. 그녀는 이른바 ‘하우스메이트족(族)’이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알게 된 생면부지의 여성 직장인과 서울 아현동 방 2개짜리 빌라에서 함께 산다. 각자 다른 집에서 살던 두 사람은 갈수록 치솟는 전·월세 값에 큰 부담을 느꼈고, 생활비를 한 푼이라도 줄이려는 목적으로 ‘동거’를 택했다. 보증금 500만원은 물론 월세 35만원을 절반씩 내기로 한 것. 하지만 주방과 욕실을 공유하는 것을 빼고는 서로 사생활은 결코 침범하지 않는다. 이씨는 “생활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데다 개인생활도 보장 받을 수 있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한 집에서 살면서 집세와 생활비를 나눠 부담하는 ‘하우스메이트’가 늘고 있다. 경기 한파와 전셋값 급등 등의 여파로 젊은 직장인과 대학생들 사이에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새로운 틈새 수요로 주목하고 있다. 하우스메이트는 대학가에 널리 퍼진 ‘룸메이트’와는 성격이 다르다. 같은 대학이나 직장, 고향 등 연결고리가 전혀 없다. 단지 주거비를 아끼려는 목적에서 공동생활을 한다. 그러다 보니 직장인과 대학생 간에 동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 청량리동에서 하우스메이트 생활을 하는 직장인 신모(35·여)씨는 “혼자 사는 것이 편하지만 월세와 전기·수도료 등 각종 공과금이 부담돼 어쩔 도리없이 하우스메이트를 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도 활발하다. 하우스메이트 전용 카페와 인터넷 부동산 매물 직거래 사이트에는 “하우스메이트를 구한다.”는 내용이 봇물을 이룬다. 부동산 직거래 카페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 운영자 강인걸(39)씨는 “카페 문을 연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학생 룸메이트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직장인 하우스메이트가 급격히 늘었다.”면서 “과거 신림동·신촌 위주이던 자취촌이 강남과 강북 수유동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전셋집이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받기 시작하면서 혼자 사는 싱글족들이 하우스메이트로 대거 전향했다. 조민이 스피드뱅크 팀장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하우스메이트를 선호한다.”면서 “강남 지역 다세대주택·오피스텔에서 하우스메이트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하우스메이트의 생활을 그린 국내외 TV 시트콤이 인기를 끌면서 ‘모르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은 껄끄러운 일’이라는 인식이 줄어들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빼빼로 대신 가래떡”

    “빼빼로 대신 가래떡”

    11월11일은 젊은 연인들이 과자와 사탕 등을 주고 받으며 사랑을 전하는 ‘빼빼로 데이’로 알려진 날이다. 하지만 이 날이 농업인의 날이자 지체장애인의 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대학가,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상업적 성격이 강한 빼빼로 데이 대신 농민들의 자부심을 고취시키자는 취지에서 ‘가래떡 데이’로 기념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2006년부터 농업인의 날을 기념해 매년 11월11일을 가래떡 데이로 지정하고 쌀 소비 촉진 홍보를 벌여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0일 “올해 벼농사 대풍으로 쌀값이 가마(80kg)당 2만원가량 폭락하면서 농민들이 시름에 잠겨 있어 쌀 소비 증진이 절실하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가래떡 데이의 원조는 안철수연구소다. 2003년부터 11월11일이면 빼빼로를 선물하는 대신 전직원이 모여 가래떡을 나눠 먹는다. 연구소 관계자는 “올해도 쌀 100kg으로 550인분의 가래떡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교과서서 배운 참여민주주의 체험할 기회 없어”

    “교과서서 배운 참여민주주의 체험할 기회 없어”

    1929년 11월3일 광주고등보통학교 학생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통학열차 안에서 일본인 학생들이 조선 여학생들을 희롱한 데 대한 항의에서 시작된 패싸움은 금세 ‘식민지 노예교육 철폐, 조선본위 교육확립’을 요구하는 격문과 함께 들불처럼 번졌다. 3일은 광주학생운동을 기념하는 날이다. 서울 송곡고등학교 2학년 김인식(17)군에게 80주년을 맞는 올 학생의 날은 감회가 새롭다. 김군은 학생회 부회장 신분으로 교내 학칙개정운동과 촛불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학교로부터 학생회장 입후보를 저지당한 뒤 지난 7월 이 같은 부당함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한 주인공이다. 김군은 “80년 전 학생들이 국권회복에 힘을 기울였다면 우리 시대 학생들은 인권을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도 학생의 날을 기념하는 홍보물로 학교 측과 실랑이를 벌였다. 김군은 학생회 간부들과 함께 등교시간 교문 앞에서 일제고사 및 입시획일화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담은 홍보물을 학생들에게 배포하려 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사전허락이 없었다.”며 개인소지품과 함께 압수했다. 김군은 “학생이면 공부나 하면 그만이라는 어른들의 강압적 시선에 눌려 할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많다. ”면서 “그러다보니 교과서에서 배운 참여민주주의 등을 실제 체험할 기회가 전무하다.”고 아쉬워했다. 지난해 함께 학생회 활동을 했던 친구의 어머니는 김군에게 “학교랑 사사건건 부딪치는 바람에 우리 아들이 대학가는 데 지장 있으면 어떻게 할거냐.”는 항의전화도 했다고 한다. 그래도 김군과 학생회 친구들의 노력 덕분에 1년간 학교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함께 촛불시위를 했던 친구가 회장에 당선됐다. 학내 민주화를 위한 노력이 친구들의 신임을 얻게 된 것이다. 김군은 “80년전 학생의 날 주인공이었던 우리들이 이젠 입시에 치여 여러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갖기 힘든 현실이 안타깝다.”면서도 “어른들과 사회가 학생들을 어리다고 치부하지 말고 창의적인 의견을 발언할 기회도 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7년만에 2집 낸 록밴드 ‘비갠후’ 30일 ‘이것이 락이다’ 단독콘서트

    7년만에 2집 낸 록밴드 ‘비갠후’ 30일 ‘이것이 락이다’ 단독콘서트

    윤도현 밴드 출신 기타리스트 유병열과 안치환의 ‘자유’ 출신 드러머 나성호 중심으로 뭉친 5인조 록밴드 비갠후가 7년 만에 2집 앨범 ‘더 시티 라이프’를 발표하고 단독 콘서트를 갖는다. 30일 오후 7시50분 서울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 ‘이것이 락이다 !’를 열며 본격적인 활동재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것. 1990년대 중반 대학가에서 유명했던 밴드 천지인과 메이데이의 앨범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던 유병열은 윤도현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2~4집을 함께하며 이름을 알렸다. 당시 ‘가리지좀 마’, ‘철문을 열어’, ‘먼훗날’ 등 히트곡을 만들었던 유병열은 윤도현 밴드 탈퇴 뒤 언더그라운드 시절 만났던 나성호와 의기투합해 비갠후를 결성했다. 유병열과 나성호는 새 보컬 김길중을 영입해 7년공백을 깨고 활동을 재개하게 됐다. 이번 공연에는 인순이, YB(윤도현 밴드), 서문탁, 휘성의 축하무대도 곁들여지며 관객을 대상으로 기타 증정 이벤트도 있을 예정이다. 2만원(예매 1만 5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사설] 국민의례 무시한 공무원 노조

    전국통합공무원노조가 지난달 26일 대의원대회에 이어 지난 23일 충북 옥천서 열린 전국 본·지부 간부토론회에서 국민의례 대신 민중의례를 진행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는 참석자들에 대해 공무원법의 ‘품위유지 의무’ 조항을 적용해 징계를 검토 중이다. 통합노조는 행안부의 조치가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노조의 자주성을 묵살하는 부당 노동행위라며 민중의례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합노조의 국민의례 무시 행위야말로 공무원의 본분을 망각한 행태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게 우리의 견해다.민중의례는 1980년대부터 노동계나 시민단체, 대학가 등에서 행하는 의식으로 ‘애국가’ 대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지 않고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하는 것이다.‘국기에 대한 경례’는 없다. 공무원은 노조원이기 이전에 국가와 국민 전체를 위한 봉사자로서 책임을 다하고 법과 직무상의 명령을 준수해야 할 책무가 있는 특수한 신분이다. 누구보다도 국가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의식을 가져야 할 사람들이 특정 정치적 목적을 가진 단체나 개인처럼 국민의례를 거부하는 것을 납득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통합공무원 노조의 출범 및 민주노총 가입 이후 정부와의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합법적인 노동운동을 탄압해서는 안 될 것이지만 그렇다고 일탈을 계속하도록 방치해서도 안 된다. 국민들의 실망감과 우려를 생각한다면 엄정하고 단호한 대처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 [뉴스다큐 시선] 사라져 가는 청계6가·이태원 헌책방

    [뉴스다큐 시선] 사라져 가는 청계6가·이태원 헌책방

    이번 주인공은 사라져 가는 ‘헌책방’입니다. 40년 전통의 서울 청계6가 헌책방 골목과 영어서적을 파는 이태원을 다녀왔습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골목은 한산했습니다. 책 주인이 책장 사이에 끼워둔 단풍잎을 발견하는 기쁨, 밑줄 그어 놓은 구절을 읽고 고개를 주억거리던 기억이 그립지 않나요. 올가을 헌책방에 들러 헌책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에 취해 보는 건 어떨까요. 글 사진 동영상 오달란 유대근기자 dallan@seoul.co.kr “내 이름은 여재촬요입니다. 1893년(고종 30년)에 오횡묵이 쓴 지리서입니다. 한국과 세계의 지리를 담고 있습니다. 세계지도와 조선전도가 흠집 하나 없이 들어 있습니다. 개화기에는 지리 교과서로 인기가 많았죠. 우리 헌책방에서 나이가 가장 많습니다. 몸값도 상당하죠. 100만원에도 나를 사갈 고서 수집가가 있을 겁니다.”(서울 청계6가 상현서림의 헌책) “서점 밖 인도에 쌓아둔 책더미 맨 위에 내가 있습니다. 약초한방대백과가 내 이름입니다. 계절별로 나는 약초의 이름과 효능을 사진과 함께 설명한 책입니다. 일반 서점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요. 50대 중년부부가 나를 집어 드네요. 올컬러 634쪽의 통통한 자태에 반한 모양이에요. 주인 아저씨는 단돈 9000원을 받고 검은 비닐봉지에 나를 담아 부부에게 건넵니다.”(청계6가 양지서림의 헌책) “나는 1913년에 영국에서 출판된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입니다. 빨간 하드커버 위에 금색 잉크로 코끼리와 알리바바를 새겨 넣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죠. 헌책방에 들어온 지도 어언 20년이 넘었네요. 주인 부부가 잘 관리한 덕분에 96살 먹은 책치곤 상태가 좋습니다. 내 몸에서 나는 은은한 바닐라 향기가 느껴지나요?”(이태원 포린북스토어의 헌책) 서울 청계6가 평화시장의 헌책방 골목. 2평 남짓한 가게 공간이 부족해 인도에까지 쌓아둔 책들이 손님의 시선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간혹 두어 명의 행인들이 서점을 기웃거리지만 한두 권 꺼내 들춰 보다가 이내 자리를 뜬다. 눈부신 가을햇살에 책 표지만 빛을 바래가고 있다. 40년째 이곳에서 양지서림을 지키고 있는 성세제(63)씨는 “1970년대 150개가 넘었던 책방이 지금은 50개도 안 남았다.”고 말했다. 책이 귀했던 시절, 헌책방은 배움에 목마른 학생들과 지갑을 선뜻 열기 어려운 서민들의 책 욕심을 두둑이 채워줬다. 청계천 골목은 새학기가 시작되는 3~4월과 9~10월이면 교재를 마련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성씨는 “새까만 머리밖에 안 보일 정도였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신학기 대목에 번 돈으로 1년을 나기도 했다고 하니…. 2대째 상현서림을 운영하고 있는 이응민(45)씨는 “아버지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대학 교재를 팔아 번 돈으로 집도 사고 삼형제를 키워 장가까지 보내셨다.”고 말했다. 1970~1980년대 장발의 대학생들은 헌책방에 책을 내다판 돈으로 막걸리를 마시기도 했다. 부모님에게는 새책을 산다고 둘러대고 헌책을 구입한 뒤 남은 돈을 갖고 술집으로 향하는 주당들도 있었다고 한다. 유통이 금지된 불온서적들도 헌책방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청년들은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공산당사 등 사상서적을 구하기 위해 헌책방을 찾았다. 책방 주인들은 벽장이나 다락에 깊숙이 숨겨둔 책을 꺼내 신문지에 싸서 학생들에게 주었다. 조순 전 서울대 교수의 ‘경제학원론’은 헌책방 골목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대학생들의 필독서로 여겨지던 이 책을 확보하기 위해 헌책방 주인들 사이에서 피 말리는 경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1980년대 등장한 복사기는 헌책방 호황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학가 곳곳에 1장당 10원을 받고 교재를 복사해 주는 복사집이 대거 들어서면서 헌책방을 찾는 학생들의 발길이 끊기기 시작했다. 급기야 책의 모든 쪽을 복사해 한 권의 책처럼 만들어 파는 제본 방식이 유행하면서 헌책방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태원 포린북스토어 “200명 단골들은 보물1호… 도올선생도 내 고객” 이응민씨는 2001년 아버지 이상화(72)씨의 헌책방을 물려받았다. 1977년부터 책방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삼형제 중 맏아들인 이씨가 대신 가업을 잇기로 했다. 슈퍼마켓 유통 영업소장으로 10여년 일한 이씨는 장사라면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슈퍼에서 야채 팔듯이 책을 팔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선 8000권에 달하는 책을 5000권으로 줄여 공간을 확보하고 책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비슷한 시기에 인터넷 헌책방도 시작했다. 인터넷 경매쇼핑몰에 헌책방을 내고 책 사진을 찍어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루에 택배 상자 54개를 부칠 때도 있었다. 오프라인 헌책방 수입의 2배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경매쇼핑몰의 수수료가 비싸 3년 전 인터넷 헌책방을 그만뒀다. 대신 헌책방 블로그를 시작했다. 이씨의 블로그는 하루 평균 700~1200명의 고정 방문자가 있을 만큼 명소가 됐다. 책방 운영 9년째에 접어든 이씨는 “책 장사는 그냥 장사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5000권이 넘는 책을 빨리 팔아치우겠다는 마음으로 덤볐더니 손님도 줄고 매출도 뚝 떨어졌다.”면서 “어느 순간 ‘못 팔면 내가 읽으면 되지.’ 하는 느긋한 생각으로 임했더니 일이 풀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남은 소원은 중학교 1학년인 큰딸에게 책방을 물려주는 일이다. 그는 “이 녀석이 예전의 나만큼 책 읽기를 싫어한다.”면서 “책을 싫어한 죄로 책방을 하게 된 아비의 운명을 닮아가려는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서울 지하철 녹사평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조금만 걷다 보면 진초록 천막을 드리운 2층 건물이 보인다. 한눈에도 오래돼 보이는 이곳은 최기웅(66)·김영자(61)씨 부부가 1973년부터 운영해온 포린북스토어다. 영어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한다. 최씨는 1967년 종로 화신백화점(현 종각타워) 뒷골목 노점에서 헌책 장사를 시작했다. 미군부대 근처 고물상을 뒤져 수집한 헌책은 이발소와 봉투집에서 많이 사갔다. 읽기 위해서가 아니다. 면도크림을 닦고 군밤과 과일을 담는 봉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최씨는 명동 뒷골목으로 자리를 옮겨 ‘읽기 위한 책’으로 팔기 시작했다. 컬러인쇄된 책이 귀하던 시절 그가 팔던 라이프, 루크, 포스트 등 미국 월간지는 좋은 구경거리였다. 영어 공부를 하려는 학생들도 그의 노점을 찾았다. 최씨는 “이화여대 영문과 학생들이 단골이었다. 내가 파는 잡지와 단행본으로 공부해 교수하고 있는 친구도 있을 것”이라며 기억을 떠올렸다. 1985년 이태원의 지금 자리로 이사를 왔다. 소설, 여행안내서, 요리책, 역사서 등 10만권의 책이 2~3중으로 설치한 책장을 빼곡하게 채웠다. 최씨는 영어책을 판다는 자부심으로 한길을 걸어 왔다. 부동산 붐이 일던 1990년 초, 서점을 치우고 부동산을 차리자는 친구의 제안도 단번에 거절했다. 최씨는 “그 당시 부동산을 했으면 큰 부자가 돼 있겠지만 그래도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에게 10만권의 헌책은 자식과 마찬가지다. 새것처럼 보이도록 매일같이 먼지를 떨고 손질한다. 24색 매직펜으로 칠이 벗겨진 표지를 덧칠하고 칫솔에 표백제를 묻혀 누렇게 바랜 책 옆면을 쓱쓱 닦아낸다. 10여분의 손질이 끝나면 새책처럼 깔끔해진다. 200명이 넘는 단골들은 최씨의 보물 1호다. 도올 김용옥 선생, 이팔호 전 경찰청장 등 유명인사들도 그의 책방에서 원서를 뒤적였다. 최씨 부부는 살림방이 딸린 이 책방에서 딸 셋을 키워 대학원까지 보냈다. 부인 김씨는 “책과 함께 커 온 딸들은 책방을 놀이터와 공부방으로 여기며 자랐다.”면서 “헌책방 운영이 예전 같지 않지만 여생을 책과 함께 마감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 ‘막걸리 韓流’가 뜬다

    ‘막걸리 韓流’가 뜬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밥이나 마찬가지다/밥일 뿐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주는/하나님의 은총인 것이다.’(천상병 ‘막걸리’ 중) 논두렁의 새참으로, 한적한 공원 어귀에서 노인들의 친구로, 대학가 신입생 환영회의 주연으로 인기를 끌었던 막걸리. ‘먹 거른’이라는 이름의 유래처럼 정겨웠던 막걸리는 1965년 쌀로 술을 빚는 것을 금지하는 양곡법이 시행되면서 한때 관심에서 멀어졌다. 사양산업으로 치부됐던 막걸리가 업계 종사자들의 피나는 노력에 힘입어 유망산업으로 우뚝 섰다. 변방에 밀렸던 막걸리는 이제 한국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다른 술과 달리 유산균, 비타민, 식이섬유 등이 풍부해 다이어트와 피부미용에도 좋다. 마케팅 전략도 그만인 셈이다. 막걸리는 이제 김치의 뒤를 잇는 대표적인 ‘음식 한류’로 우뚝 섰다. 4월에 열린 ‘2009 도쿄 음식박람회’의 최고 인기상품 역시 막걸리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막걸리 수출량은 2635㎘, 돈으로 치면 213만 4000달러에 이른다. 일본이 전체 수출량의 89%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 중국, 호주가 뒤를 잇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전통주 제조업체 국순당의 경우 올해 6~8월 동안 막걸리 매출은 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8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전체 막걸리 시장은 지난해 대비 10%포인트 이상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막걸리 판매량이 지난해 17만 5000㎘를 뛰어넘어 올해는 20만㎘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와인을 제치고 맥주, 소주, 위스키에 이어 판매량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막걸리는 창업시장에서도 인기다. 애주가들은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금융위기를 ‘막걸리 부활’의 일등 공신으로 꼽는다. 같은 용량의 소주, 맥주와 비교할 경우 가격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도수도 6~8도가량으로 낮은 편이라 여성들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여기다 종전의 막걸리와 달리 깔끔한 맛을 내는 제조기술의 발전이 막걸리 부흥에 큰 역할을 했다. 막걸리의 인기는 서울 도심과 대학가, 골프장 등 어디서나 쉽게 확인된다. 대표적인 젊음의 거리인 서울 신촌. 하루가 멀다하고 음식점과 주점들의 간판이 바뀌는 이곳에서 최고의 스타는 ‘막걸리’다. 젊은 여성들이 와인이나 맥주 대신 사발을 들고 연신 막걸리를 들이켜는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안암동 고려대 앞에서도 막걸리의 부활은 완연하다. 학교 정문 앞에서 20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김태영(55)씨는 “70, 80년대를 연상케 할 정도로 막걸리를 많이 마신다.”면서 “드럼통에서 퍼 먹거나 시커먼 나무 탁자 위에서 마시던 모습 대신 화려한 카페에서 우아하게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박건형 이재연기자 kitsch@seoul.co.kr
  • [막걸리 화려한 부활] 변천사

    [막걸리 화려한 부활] 변천사

    막걸리 열풍만큼이나 막걸리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전통 막걸리의 틀을 벗어난 ‘별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청매실을 첨가한 과실 막걸리부터 캔 막걸리 등 막걸리의 진화와 변천이 점입가경이다. 서울 강남과 대학교 주변의 주점들은 막걸리에 커피를 첨가한 ‘에스프레소 막걸리’, 망고 주스를 첨가한 ‘망고 막걸리’ 등 저마다 특색 있는 막걸리를 개발해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막걸리는 ‘막 거른 술’이라는 뜻으로 맑은 술을 떠내지 않고 그대로 걸러 짠 술을 의미한다. 또 술의 빛깔이 희고 탁해 탁주(濁酒), 농부들이 애용하던 술이라는 뜻으로 농주(農酒) 등으로 불렸다. 막걸리는 주로 찹쌀, 멥쌀, 보리, 밀가루 등을 찐 다음 수분을 건조시켜 누룩과 물을 섞고 일정한 온도에서 발효시킨 뒤 그대로 거르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전통 막걸리로는 부산 동래산성 막걸리가 대표적이다. 동래산성 막걸리는 조선 초 특별한 소득이 없던 산성마을 주민들이 생계수단으로 누룩을 빚기 시작하면서 탄생했다. 지금도 산성막걸리는 전통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금정산의 맑은 물에 통밀을 굵게 갈아 둥근 형태의 누룩을 빚어 섭씨 48~50도 정도의 실온에서 보름간 숙성시킨 뒤 물과 섞어 발효시키는 방법이다. 충북 단양의 오곡 막걸리도 전통 막걸리의 맥을 이어 오고 있다. 지하 암반 탄산수에 다섯 가지 곡물로 빚은 막걸리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단양을 방문해 맛을 본 후 청와대 만찬주로도 쓰였다. 신세대 입맛에 맞는 ‘퓨전 막걸리’도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막소사’는 막걸리와 소주, 사이다를 섞은 일종의 ‘폭탄주’다. 소주의 독한 맛을 없애고 대신 막걸리와 사이다의 단맛이 풍부해 2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혼합주 가운데 하나다. 에스프레소 막걸리는 막걸리와 에스프레소 커피, 사이다를 4대1대1의 비율로 섞은 것으로 은은한 커피 향과 함께 막걸리를 즐길 수 있다. 막걸리와 요구르트를 섞은 막구르트 등 수십 가지의 변종 막걸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막걸리 한 사발에 양주 한 잔을 곁들인 ‘막걸리 폭탄주’까지 등장할 정도로 막걸리는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막걸리 애호가라고 밝힌 직장인 신승민(28)씨는 “막걸리는 값싸고 맛도 좋다.”면서 “추석에 막걸리로 친목을 다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정조시대로의 시간여행

    정조시대로의 시간여행

    경기 수원시는 7∼12일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일원에서 ‘제46회 수원화성문화제’를 연다. 화성문화제는 조선 22대 정조대왕이 개혁정신과 효심을 바탕으로 축성한 화성을 배경으로 정조시대 화성문화와 서민생활을 재연하고, 가족형 체험행사를 즐기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문화제는 7일 오후 7시30분 화성행궁 신풍루의 야간 장용영 수위의식, 종로 여민각 타종, 팔달산 서장대 불꽃 대축제 등 전야제로 시작된다. 8일 오후 7시 행궁광장 특설무대에서는 가수 및 풍물패 공연, 화성과 어우러진 레이저쇼에 이어 개막식이 열린다. 10일에는 종합운동장~행궁광장~팔달문~수원천으로 이어지는 3.3㎞에서 1500여명이 참가하는 정조대왕의 사도세자 능행차가 재연되고, 같은 날 장안문~종로~팔달문~중동사거리 1.5㎞에서 시민 1000여명이 퍼레이드를 한다. 행궁 봉수당에서는 10일 정조대왕 친림 과거시험과 11일 혜경궁 홍씨 진찬연이 재연되며, 연무대에서는 11일 야간 공성전(攻城戰) 군사훈련과 본국검 및 마상무예 공연이 펼쳐진다. 이 밖에 화성 축성 체험(8~12일 장안공원), 무예 24기 공연(8~12일 행궁), 궁중문화 체험(7~12일 행궁), 화성 깃발전(7~12일 장안공원), 뮤지컬 정조대왕 공연(7~8일 화서문 광장), 뮤지컬 다산 정약용 공연(10~11일 화서문 공장), 화성그리기 대회(10일 연무대), 궁중의상 패션쇼(11일 행궁광장), 전통 줄타기 공연(7~10일 행궁) 등이 선보인다. 또 8~11일 행궁 주차장에서는 수원갈비를 비롯한 36개 업소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식문화축제와 향토음식 발굴대회, 자매도시 요리사 초청 음식시연이 열린다. 9~10일 팔달문 시장에서는 상인들과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시민가요제와 대학가요제가 마련된다. 한편 수원시는 신종플루 확산방지 차원에서 행사장 주변에 손세정기를 비치하는 한편 무대 앞 관람석 간격을 넓히고 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관람객들이 최대한 밀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현장&이슈] 수도권 대학가 ‘원룸 방쪼개기’ 기승

    [현장&이슈] 수도권 대학가 ‘원룸 방쪼개기’ 기승

    원룸 임대사업이 안정적인 수입원으로 각광 받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대학가나 대형 사업장 주변에서 다가구주택의 가구수를 늘리는 원룸 ‘방쪼개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임대수익을 노린 원룸 불법개조 행위는 고질적인 주차난과 함께 화재 발생시 심각한 피해 등을 유발할 수 있으나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8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아주대 앞 원룸 밀집지역. 최근 몇년 사이 원룸 수요가 증가하면서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이나 독신자들을 겨냥한 다가구주택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이 중 4층짜리 한 다가구주택 건물은 1층은 주차장, 2~4층에는 모두 18가구가 입주해 있었다. 건물 외장재를 대리석 등으로 꾸며 산뜻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나 방 내부를 들여다 보면 4평도 채 안 되는 공간에 침대, 화장실, 부엌 등이 있다 보니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했다. 층별로 2가구가 들어갈 면적에 6가구를 만든 탓이다. 이 건물의 건축물대장에는 2층 2가구, 3층 2가구, 4층 1가구 등 모두 5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각층마다 6가구씩 18가구가 입주해 있다. 주민 이모(52)씨는 “원천동 아주대 앞과 삼성전자가 있는 우만동지역에서만 50곳이 넘는 다가구주택에서 불법개조행위가 이뤄져 주변 주차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다가구주택은 주택 전체 층수가 3층 이하이고 연면적 660㎡(200평) 이하로, 19가구 이하가 거주하면 되지만 현행 주차장법에 따라 1가구당 1개면의 주차장을 확보토록 하고 있다. 건축업을 하는 최모(49)씨는 “건축주들이 법적으로 정해진 주차면수를 확보할 수 없자 일단 가구수를 적법하게 해서 준공검사를 받고 나중에 가구수를 늘리는 따위의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일부 건축업자나 부동산 중계업자들은 가구 분할 행위가 불법인줄 알면서도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매입을 권유하는 등 구매자들의 투자심리를 악용하는 사례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원룸 불법개조 행위는 주차난 가중 등 주거환경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화재발생시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불법 개조한 원룸은 건축법상 불법건축물에 해당되지만 강제철거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원룸 불법개조는 적발돼도 고발이나 이행강제금 부과 등 단순 처벌에 그쳐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이같은 다가구주택의 불법개조 행위가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3년간 서울 강남이나 경기 수원, 안양, 성남 등의 대학가나 대형 사업장 주변에 들어선 원룸형 다가구주택 가운데 상당수가 불법으로 가구수를 늘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임대업자들이 더 많은 임대 수입을 올리기 위해 가구수가 많은 주택을 선호하는 바람에 합법적으로 주택을 짓는 건축업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다.”며 당국의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촉구했다. 글 사진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대학가요제 대상곡 ‘군계무학’ 표절논란…인터넷 ‘시끌’

    대학가요제 대상곡 ‘군계무학’ 표절논란…인터넷 ‘시끌’

    지난 25일 인천대학교에서 열린 제 33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으로 선정된 여성 듀오 ‘이대 나온 여자’의 곡 ‘군계무학’이 표절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이화여대 국제학부에 재학 중인 팀 ‘이대 나온 여자’는 보컬에 오예리, 피아노에 서아현으로 구성된 여성 2인조로 ‘군계무학’을 불러 대상과 특별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수상결과가 발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6일 오전 온라인상에서는 ‘군계무학’의 표절시비가 일었다. 힙합듀오 리쌍의 곡 ‘광대’와 MBC 드라마 ‘소울메이트’의 OST 누벨바그의 곡 ‘This is not a love song’의 도입부와 비슷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네티즌들은 ‘군계무학’의 도입부 25초와 ‘광대’의 도입부 30초를 비교한 부분을 동영상 사이트에 올리며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비교한 곡을 들은 네티즌들은 “간주 부분이 매우 흡사하게 들린다.”고 주장했고, 다른 네티즌들은 “비슷한 점은 있지만 다른 곡 같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진 = MBC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여성듀오 ‘이대 나온 여자’, 2009 대학가요제 대상

    여성듀오 ‘이대 나온 여자’, 2009 대학가요제 대상

    여성 듀오 ‘이대 나온 여자’가 ‘2009 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차지했다. 이화여자대학교 국제학부인 보컬 오예리와 피아노 서아현으로 구성된 ‘이대나온 여자’는 25일 인천대학교 송도 신캠퍼스 대운동장에서 열린 제33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날 대학가요제는 재즈, 록, 발라드부터 장르를 정의할 수 없는 개성 넘치는 곡까지, 본선에 진출한 13팀이 치열한 경연을 통해 멋진 무대를 연출했다. 특히 대상, 특별상, 금상 등 여자들이 수상을 독차지해 우먼 파워를 과시했다. 재즈풍의 ‘아프리칸 찰리’를 부른 황유정은 독특한 분위기의 곡에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 네티즌 인기상을 동시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2003년부터 7년 연속 MC를 맡은 이효리는 가슴골이 드러나는 드레스와 핫핑크 미니 드레스 등 파격적인 스타일로 노련한 진행을 이끌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싸이, 장기하와 얼굴들, 오빠밴드, SG 워너비와 다비치가 대학가요제와 관련된 의미가 깊은 곡들을 재편곡해 대학가요제의 의미를 더했다. 사진=MBC 서울신문NTN 박영웅 기자 her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설] 계속 떨어지는 대졸 취업률 방치할 건가

    청년층의 안정고용은 사회의 건전성과 발전을 위한 필수요소이다. 그래서 청년실업 증가는 심각하게 관찰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우선적인 사회문제인 것이다. 특히 미래를 움직일 중추인 대학졸업자들의 취업은 경제, 사회의 건전성 측면에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지표이다. 그런데 어제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9년 취업통계는 고용문제의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발표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졸업생 정규직 취업률이 작년보다 8.4%포인트 하락한 39.6%에 머물렀다. 4년제 대학, 전문대, 대학원 졸업자의 정규직 취업률도 4년 연속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반면에 이들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비정규직 취업률은 거꾸로 4년 연속 상승하고 있다. 비정규직 대졸 취업자가 갈수록 증가한다는 것은 결국 고용 왜곡이 심화해 사회의 건전성과 경제 안정을 더 위협할 수 있음을 뜻한다.대학가의 ‘취업전쟁’은 이미 오랜 일이다. 재학생 10명 중 8명은 휴학하거나 휴학을 고려 중이란 통계도 있다. 아무 일도 안 하면서 일자리를 기다리는 청년, 니트(NEET)족이 113만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향후 고용전망도 그리 밝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인다고 하지만 기업 신규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주는 추세고 공공기관도 몇몇 곳을 빼놓곤 채용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놀고먹는 백수청년층의 확대는 심각한 결과를 불러온다. 급박한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신속하고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당부한다.
  • 서울 밤거리는 ‘불법광고 특별시’

    서울 밤거리는 ‘불법광고 특별시’

    대학생 손지훈(28·서울 일원동)씨는 최근 외국인 친구와 강남역 부근을 다니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길바닥을 가득 메운 ‘키스방’ 등 신종 퇴폐업소 전단 내용을 외국인 친구가 눈치챌까 봐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는 “인도 위에 많은 입간판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보면서 정말 서울이 지저분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서울 도심거리와 대학가 등에는 입간판과 전단물 등 불법 광고물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서울시는 2006년부터 ‘비우는 디자인 서울’을 표방하며 ‘불법 노점상·유동광고물·간판, 불법주차 근절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성과가 거의 없다. 풍선간판 등 유동 불법 광고물은 인력부족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생계 문제와도 맞물려 있어 단속하기도 쉽지 않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은 거리 위에 설치된 입간판을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단물 역시 지자체장 등에 신고해야 하고, 장당 20원의 신고 수수료를 내야 배포할 수 있다. 입간판과 전단물 규정을 모두 어기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특히 배포 자체가 금지돼 있는 음란성이 있는 전단물은 따로 청소년보호법의 적용을 받아 배포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입간판의 경우 지난해 18만 979건이 단속됐다. 월 평균 1만 5081건이며 25개 구청을 산술적으로 나누면 구청당 하루 평균 30개꼴이다. 그러나 단속 주체인 구청들은 단속 인력이 부족한 데다 ‘설치(배포)-벌금-재설치(재배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하소연한다. 강남구의 경우 도시계획과 직원 3명이 단속업무를 맡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불법 입간판은 건당 15만~28만원, 전단지는 수백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워낙 많아 단속효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수거된 불법 입간판도 과태료만 내면 업주에게 되돌려주게 돼 있어 단속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전단지 업체들은 도시미화를 저해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한 대리운전 업체 측은 “홍보 전단지 배포는 영세업체들의 생존이 걸려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중앙지법도 지난달 초 “전단지를 단순히 배포한 행위는 단속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훈방조치하라.”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범 간판문화연구소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법령을 강화하고 시민들에게 홍보하는 동시에 행정력도 확실히 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수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외국의 경우 건물과 간판이 종합적인 도시 경관요소로 함께 관리된다. 옥외광고물이라고 해서 간판만 따로 떼어내 관리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 “일본의 마을가꾸기 운동처럼 옥외광고물 관리도 업주와 지역주민, 자치단체가 합일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대근 오달란기자 dynamic@seoul.co.kr
  • [금융위기 1년 지금 한국은] 사교육비·경제범죄 늘고… 씀씀이는 얼어붙고

    [금융위기 1년 지금 한국은] 사교육비·경제범죄 늘고… 씀씀이는 얼어붙고

    ‘금융위기 1년’은 우리 사회에도 적잖은 파장을 몰고 왔다. 가족, 친구, 동료 간의 옛 정을 갈라놓았고, 심지어 흉기를 사용하는 흉악범죄도 기승을 부렸다. 툭하면 고소·고발하는 사태도 적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후유증에서 다소 벗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멍든 상처를 치유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씀씀이를 아끼려는 태도도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 1년을 맞은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 사교육비 온라인·대형학원들 올 상반기 매출 사상최대 “줄일 거 다 줄이고도 마지막까지 유지하는 게 사교육비다. 경쟁에서 이기는 게 지상 목표이기 때문이다.”(한국교원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 글로벌 금융위기가 휩쓸고 지나간 지난 1년 동안에도 사교육비는 줄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소득이 줄어 각종 소비지출을 다 줄이는 상황에서도 사교육비만은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렸다. 학원 관계자들도 공공연한 사실 아니냐고 했다. 한 대형학원 관계자는 “경제위기는 남의 이야기였다. 우리는 전혀 영향을 안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교육과의 전쟁’까지 선포하며 사교육비 잡기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태였다.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전체 사교육 시장은 오히려 커졌다는 게 중론이었다. 실제 전국에 분점을 가진 대형학원들은 올초 학원 지원자가 몰려서 경쟁률이 100대1을 넘기기도 했다. 강남의 한 학원 원장은 “경제위기와 학원 경쟁 심화 때문에 영세학원들은 타격을 받았지만 중대형 학원들은 오히려 그만큼 덩치를 불렸다.”고 했다. 국내 최대 규모급 학원 관계자도 “지난해 수능이 어려워지면서 올해 오히려 매출은 10%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정부의 학원 단속도 큰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학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온라인 사교육 시장이 커졌다. 한 온라인 업체 관계자는 “오프라인 학원은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을지 몰라도 우리 매출은 올 상반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목동의 한 학원 원장은 “학원 매출은 경기 상황보다는 정부의 교육정책에 의해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분석했다. 논술이 중요해지면 논술 사교육시장이, 수능이 어려워지면 수능 사교육시장이 커지는 식이다. 이 원장은 “그러나 중요한 건 부분적인 등락은 있어도 전체 규모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범죄율 보험사기·횡령·절도 등 생계형 사범 줄이어 금융위기 때는 범죄율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1998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9% 포인트 하락하는 동안 범죄율은 11.16% 포인트 상승했다. 실제 올 상반기 강력·폭력범죄는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는 반면 보험사기나 절도 등 대표적인 생계형 범죄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직업별로 보면 무직 또는 일용직 종사자가 크게 늘면서 생계형 범죄가 늘었다는 것이 수치로 입증된다.”면서 “범죄유형 역시 초범들이 주로 사용하는 자동차를 이용한 보험금 편취가 많다.”고 말했다. 경제 관련 개인간 분쟁은 늘었지만 기소율은 떨어졌다. 올 상반기 수사기관에 접수된 경제 관련 범죄는 9만 1946건으로 2007년 한 해 동안 처리된 9만 2740건과 비슷하다. 반면 기소율은 33.5%에서 16.0%로 떨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제범죄가 증가하는 것은 채권채무나 사기, 횡령 등 생계형 범죄가 늘었기 때문”이라면서 “경제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불기소 처분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면서 성매매, 원조교제 등 여성 청소년 범죄가 급증세를 보였다. 안양소년원은 정원(120명)의 두 배 수준인 210명을 수용하고 있다. 공공기물을 훔치거나 단순절도, 무임승차, 무전취식, 도로교통법 범칙금 미납 등 즉결심판 대상 범죄들도 증가세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즉결심판 접수는 2007년 1·4분기 649건에서 2008년 704건으로 소폭 늘었지만 올 1분기에는 1187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각종 지표들이 실업률과 가정경제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아 생계형 범죄는 갑자기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건형 오달란기자 kitsch@seoul.co.kr ■ 개인회생·파산 영세민부터 직격탄… 불황 지속땐 중산층도 타격 은행에서 23년간 일하다 2000년에 명예퇴직한 김모씨는 퇴직금 4억원과 은행 대출금 7억원으로 금속제조 업체를 인수했다. 철강값이 폭등하는 데다 대출 이자 부담도 늘어나 회사 운영이 힘들어져 가족 전체가 보증을 섰다. 회사가 갈수록 어려워져 2004년 경매로 매각됐고 채무만 7억원 남았다. 빚을 갚으려고 김씨는 일식요리사 자격증 등을 땄지만 취업을 못했다. 나이가 많은 데다 신용불량자라는 낙인 때문이었다. 법원의 개인파산·면책 제도를 알게 됐지만 인지대, 송달료가 없어 포기했다. 이후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지난해 말 파산선고를 받은 뒤 지난 3월 면책결정을 받았다. 개인회생·파산은 지난 1년간 감소했지만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영세민 지원 개인회생·파산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접수된 도산 관련 사건 수는 28만 5279건으로 2007년에 비해 21.1% 감소했다. 개인파산은 11만 8643건, 개인회생은 4만 7874건이 접수돼 2007년(개인파산 15만 4039건, 개인회생 5만 1416건)에 비해 크게 줄었다. 감소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개인파산은 지난 7월31일 현재 6만 6440건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7만 1654건)보다 감소했다. 그러나 영세민을 대상으로 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의 개인파산·회생 지원은 크게 늘어났다. 2007년 3848건에 불과했지만 2008년 4877건으로, 올해는 7월까지 5721건이나 접수됐다. 직격탄은 주로 영세민들이 맞았다. 개인회생 전문인 한 변호사는 “금융위기로 빚더미에 앉은 영세민부터 도산을 신청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불황이 회복되지 않으면 개인의 경제위기는 중산층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대학가 풍속도 휴학률은 감소세…구직 체감도는 한랭전선 금융위기 동안 대학생들의 휴학률은 높아졌다 다시 낮아지고 있지만 학생들의 체감도는 아직 한랭전선이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의 휴학률과 복학률을 비교해 본 결과 지난해 2학기 대비 올 2학기 휴학률은 조금씩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각 학교 교무 담당자들은 “아직 학기 초라 좀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지난해 이후 올 상반기에 비해선 확실히 좋아졌다.”고 전했다. 실제 국민대의 올 2학기 재학생 대비 휴학생 비율은 19%로 지난해 2학기(24%)는 물론 금융위기 전인 2007년 2학기(23%)에 비해 낮아졌다. 국민대 관계자는 “이번 학기의 휴학률은 다소 늘어나겠지만 예년과 비교했을 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연세대는 지난해 2학기 휴학률이 22.7%로 전 학기 21.4%에 비해 다소 높아졌다가 올 1학기엔 다시 20.6%로 낮아졌다. 연세대 관계자는 “이번 학기 통계를 내는 중이지만 올 1학기나 지난해에 비해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경희대는 지난해 1학기 31.9%였던 재학생 대비 휴학생 비율이 2학기에 33.3%까지 치솟은 뒤 올 1학기 다시 31.9%로 줄어들었다. 학교 측은 “군 입대를 위한 휴학이 몰리는 2학기의 경우 휴학률이 1학기에 비해 다소 높긴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이번 학기 휴학률은 2007년 이전 수준으로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호전 여파가 분명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 학생들의 체감수치는 통계수치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K대 휴학생인 안모(22)씨는 “제대하면서 1학기에 복학하려고 했지만 지난해 이맘 때 휴학한 같은 학번 동료들이 주저하는 분위기여서 한 학기 더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재연 유대근기자 oscal@seoul.co.kr
  • 인문교양강좌로 지식 쌓고 취업강좌로 현장실무 익혀

    새 학기를 맞은 대학가에 취업 관련 강좌가 쏟아지고 있다. 대졸자의 미취업률을 반영하듯 각 대학들은 특강 형태로 진행하던 취업 관련 강좌를 정규강좌로 전진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 위주 강좌의 열풍 속에서 인문교양 강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취업이나 실용 위주의 강좌로만 몰리는 현상을 극복하고 인문학적 지식을 쌓기 위한 현상으로 읽힌다. 성균관대는 2005년부터 운영 중인 ‘코업’(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해 관련 강좌수를 늘렸다. 삼성전자, KT, 포스코 등 300여개의 기업과 협약을 맺은 성균관대는 지난해 800여명의 학생들이 2~6개월씩 현장에 파견돼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며 현장 실습수업에 참여했다. 외국어대는 ‘글로벌 비즈니스 에티켓’ 등 13개의 취업대비 강좌를 신설했다. 서강대는 20~40대의 젊은 최고경영자(CEO)를 초빙해 경영철학을 듣는 ‘기업경영리더십 특강’을, 이화여대도 유명인사가 학생들을 상담하는 ‘취업멘토링’ 강좌를 신설했다. 이같은 현상과는 달리 각 대학의 인문 교양강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대는 ‘한국 전통문화와 규장각’이라는 교양강좌를 열었다. 캠퍼스 내 규장각에 있는 문화재를 교수와 함께 돌아보며 영·정조 시대의 유물을 익히는 수업이다. 또 ‘세계의 지성’이라는 제목으로 마르크스와 막스 베버 읽기 등 고전강독 세 강좌를 신설했다. 경희대는 2학기를 맞아 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교양강좌 5개를 신설했다. 신설된 강좌는 ▲영상으로 보는 세계사 ▲예술, 세상을 바꾸다 ▲발로 배우는 한국 근·현대사 등이다. 강좌는 학생들을 상대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벌여 결정됐고 강사도 교수들의 추천을 받아 학생회가 직접 선정했다. 유대근 오달란기자 dynamic@seoul.co.kr
  • 폐강됐습니다… 2년된 비정규직 강사들 개강직전 잇단 해임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라 2년 이상 강의한 박사학위 미소지 시간강사들의 대량 해고로 강사가 바뀌거나 예정된 수업이 폐강되는 등 대학가가 뒤숭숭하다.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전국에서 해임된 시간강사는 5000~1만여명에 이른다. 이 여파로 한국외국어대는 ‘미술의 이해와 감상’, ‘한국문화의 이해’ 등 교양과목에서만 다섯 과목이 폐강됐다. 88명의 시간강사가 해임된 고려대는 한 강사가 평균 1.5개의 강의를 담당했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 120여개 강좌의 강사진을 바꾸거나 폐쇄해야 할 상황이다. 영남대의 경우 ‘인물로 본 중국사’ 등 교양강좌 3~4과목이 폐강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8명이 해임된 성공회대는 강사가 바뀌어 2과목은 다른 시간강사가, 2과목은 전임교수가 강의를 맡게 됐다. 부산대도 교양 1개, 전공과목 1개가 폐강되고 수십개에 이르는 강좌의 강사진이 교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학기 연달아 강의가 취소된 진중권 전 겸임교수가 수업을 맡기로 했던 중앙대와 홍익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개강 3일 전인 지난달 28일 진 전 교수가 맡기로 한 홍대 일반대학원 ‘디자인미학’ 강좌의 강사가 다른 사람으로 변경됐다. 중앙대의 경우 수업이 폐강된 것은 물론 진 전 교수의 해임을 반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징계까지 검토하고 있어 학습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개강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인터넷으로 시간표를 확인하다 신청해 놓은 교양과목 ‘정보와 사회’의 강사가 바뀐 것을 보고는 학교에 전화를 걸었다는 고려대생 허모(22)씨는 “그 강사가 잘 가르친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수강신청을 했는데 사전통보 없이 갑자기 강사가 바뀌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신청한 교양과목 강좌가 폐강된 외국어대생 박모(21)씨는 “강의내용이 바뀌면 시간표를 새로 짜야 한다. 이는 명백한 학습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윤정원 비정규직교수노조 위원장은 “대학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을 개선하는 등 대학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같은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민희 유대근기자 haru@seoul.co.kr
  • 인천 대학가 약대신설 논란

    인천지역에서 처음 설립되는 약학대학(약대) 유치 문제가 인천의 대학가를 달구고 있다. 경제자유구역내 송도캠퍼스를 추진 중인 연세대가 인천 몫으로 배정된 약대 유치에 나서자 기존 지역의 대학들이 1일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논란은 보건복지가족부가 인천지역에 2011년부터 약대 정원(50명)을 처음 배정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약대에 눈독을 들여온 인천대·인하대·가천의대 등 지역 대학들은 본격적인 약대 유치전에 돌입했다. 약대가 없었던 지역 대학으로서는 인기학과인 약대 유치로 위상 제고 및 시너지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송도에 국제캠퍼스를 설립 중인 연세대가 약대 유치 경쟁에 뛰어들면서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 연세대는 최근 송도캠퍼스 활용방안을 인천시에 통보하면서 약대 신설 방침을 밝혔다. 그 결과 지역 대학과 시의회 등은 ‘굴러온 돌’인 연세대의 약대 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미 연세대가 송도캠퍼스 부지를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에 배정받아 특혜 시비가 일고 있는 터에 약대까지 넘겨주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인천시의회 박창규 의원은 “서울에서 약대 신설에 실패한 연세대가 인천에서 지역 대학을 배제하고 약대를 설립하려는 것은 부도덕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인천대 총동문회와 인하대 총동창회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약대 설립은 지역과 대학의 공동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라며 “시는 지역대학이 할당받을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측은 “약대 신설에 있어 시가 특정 대학을 편들거나 지원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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