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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백마 화사랑, 녹슨 기차와의 추억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백마 화사랑, 녹슨 기차와의 추억

    신촌역에서 늙은 철마를 타고 다다른 곳 주말이면 그림 발표회, 시낭송회, 학술세미나… 1980년대 기차 신촌역 바로 옆 낡은 건물에 ‘녹슨 기차와의 추억’이라는 허름한 술집이 있었다. 80년대 술집이란 게 대개 그랬지만 생맥주와 노가리, 땅콩 등을 팔았다. 접근성이 좋지 않은 그 집은 신촌 일대의 히피들로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 시절 청춘들의 해방구쯤으로 여겨지던 경의선 백마역의 카페 화사랑이 유명해지면서 그 술집은 사람들에게 꽤 알려지게 된다. 당시 연인들의 필수 탐방 코스로 유명했던 화사랑에 가려면 신촌역에서 교외선을 타야 했기 때문이다. 원래 화사랑은 어느 젊은 화가가 신촌에서 백마로 옮겨간 작업실이었다. 이후 그곳으로 친구들이 모여들어 이야기판, 술판, 노래판이 펼쳐지다가 급기야 ‘화사랑’이라는 술집이 생겨났다고 전해진다. 이미 입소문을 탄 탓에 당시 화사랑 인근에는 ‘썩은 사과’ 등등 요상한 이름의 크고 작은 카페, 막걸리집 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 신촌역을 출발해 문산으로 향하는 경의선 교외선 기차는 수색을 지나고 능곡과 화전을 지나 한 시간이면 백마역에 닿게 된다. 방배동 카페골목, 동부이촌동 카페촌을 거쳐 신사동 가로수길, 강남역, 홍대입구, 이태원 등등 지금은 청춘들의 아지트가 다양하지만 80년대는 대학가를 제외하고는 화사랑 일대가 단연 인기였다. 기록은 70년대 말 서양화가 김원갑씨가 작업실을 물색하던 중 우연히 찾은 백마역 인근의 폐농가를 아틀리에로 삼은 것이 시초라고 전한다. 홍대, 중앙대 미대 출신 작가들이 주축을 이뤘다. 사람들이 몰리며 아르바이트하는 청춘들도 하나둘 몰려들게 된다. 그 속에 우리가 한때 사랑했던 한 사람이 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때로는 어깨가 들썩거리고 때로는 가슴이 촉촉해진다.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 ‘라구요’의 강산에다. 지금처럼 애매하게 변하기 이전 시절의 그는 정말 우리가 좋아했던 가수다. 지방에서 올라온 그는 적응을 잘 못해 경희대 한의대를 그만두고 화사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홀 서빙도 하면서 같이 어울려서 노래하고 지냈다. 언젠가 그는 화사랑이 자기 음악의 모태라고 밝힌 바 있다. 나도 그 시절 꽤 많이 화사랑을 찾았지만 유명해지기 전 그의 모습을 기억하진 못한다. 지금 생각하니 조금 마르고 유난히 노래를 잘 부르던 청년이 강산에가 아니었던가 추측할 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작고한 시인 김소진도 단골로 기억된다. 그랬다. 화사랑 일대는 지금의 홍대입구였다. 주말이면 그림 발표회가 열렸고 대학이 많지 않던 시절 이대, 연대 합동 시낭송회도 열렸다. 심지어 학술 세미나까지 열렸다는 기록도 있으니 그 당시 이 일대가 얼마나 명소인지 짐작이 가겠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많은 기대를 가지면 곤란하다.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을 배경으로 한 피사로나 모네의 그림 정도를 상상하면 큰 오산이다. 녹음이 짙은 계곡도, 양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구릉도 없다. 아베크족들이 사랑을 속삭일 최소한의 산책로나 욕망을 훔칠 만한 은폐 공간도 없다. 군데군데 물푸레나무가 무성하고 보리밭들이 눈에 띄지만 냄새나는 축사, 낡은 농가들이 전부인 소박한 시골 동네다. 풍경면에서 본다면 기대하고 찾았던 청춘들의 실망은 엄청났다. 다만 기차가 워낙 뜸하게 다니다 보니 선로 자갈길을 자박자박 소리 내어 걷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 정도였다. 그러나 교차점이 없는 평행 선로를 오래 걸으면 헤어지게 된다는 속설에 화들짝 놀라 철길 걷기를 그만두는 커플도 많았다. 그래서 화사랑에 가면 술 마시는 것 말고 달리 할 게 없다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왔다. 이런 이유로 술집 ‘녹슨 기차와의 추억’은 대개 화사랑 일대 술집을 다녀와서 무언가 허전하고 아쉽다며 다시 한잔하는 분위기 탓에 구석구석 꽥꽥거리며 토하던 사람들이 많았다. 유난히 만취한 사람들이 몰렸던 조금은 괴이한 술집이었다. 더구나 자정이 가까워지면 고양의 열차 차고지로 돌아가는 지친 철마들의 구슬픈 기적소리가 이어져 긴 겨울밤에는 탁자에 머리를 처박고 흐느끼는 취객들도 많았다. 요즘과 달리 자동차가 귀하던 시절, 기차는 청춘들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기대게 되는 좋은 탈출의 수단이었다. 80년대의 청춘은 낡은 기차와 함께했다. 그 중심에 비둘기호가 있다. 역이란 역은 모두 멈춰 서는 완행열차다. 속도가 매우 느려 간혹 날쌘 청년들은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리거나 올라타는 묘기를 부리기도 했다. 이 열차는 그 시절 더 고급인 통일호나 새마을호를 만나면 그 열차가 지나갈 때까지 역에 멈춰 서서 한참 동안 기다렸다. 싼 운임 내고 탄 설움을 톡톡히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비록 느리고 허름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이 열차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 있었다. 열차에는 인근 도시 학교로 통학하던 여고생의 설렘과 재잘거림이 담겨 있었고 삶은 달걀과 푸성귀를 담은 광주리를 이고 아들딸 집으로 가던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있었으며 오일장에 내다 팔 물건들을 담은 봇짐을 들고 새벽 첫차를 탄 장꾼들이 있었다. 비둘기호의 주인은 다름 아닌 그 시절 우리 이웃들이었다. 그러나 비둘기호는 경영논리에 의해 퇴출되었고 통일호마저 없어졌다. 기술발전과 경제논리가 기차간의 낯익은 풍경을 바꿔 놓았다. 그 옛날의 느린 기차를 타게 되면 생각나는 가수가 있다. 아그네스 발차다. 나나 무스쿠리와 함께 그리스가 낳은 세계적인 가수다. 아그네스 발차는 체칠리아 바르톨리와 함께 그야말로 독보적인 메조 소프라노다. 메조의 경우 소프라노의 그늘에 가려 애당초 유명해지기 쉽지 않은 영역이다. 그러나 놀랄 만한 가창력과 매력적인 중저음은 그녀의 명성을 공고히 하기에 충분했다. 아그네스 발차가 국내에서도 유명해진 것은 신경숙의 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책의 서문에 발차의 노래 ‘기차는 8시에 떠나네’가 등장한다. 기차를 타고 전장으로 떠나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그린 노래는 멜랑콜리한 가사와 조화를 이루며 그녀를 세계인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연전에 제작된 한국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도 그녀의 노래가 등장하면서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도 꽤 알려졌다. 세월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사오 년 전에는 도시형 고속 열차인 청춘열차가 생기면서 경춘선 무궁화호도 사라졌다. 경의선 교외선과 더불어 청춘의 무질서가 허용되었던 마지막 해방구 열차가 사라진 것이다. 80년대 경춘선은 여객보다는 젊음을 실어 나르던 열차였다. 90년대 초 일산 신도시 개발로 화사랑 시대가 사라진 데 이어 그 옛날의 경춘선까지 사라졌다고 하니 강촌, 대성리의 추억이 한꺼번에 날아간 것 같아 마음이 허전하다. 80년대의 청춘은 녹슨 기차들과 함께 멀어져 갔다. 생애 최고의 화려한 날들이 과거에만 있다면 곤란하지만 그래도 삼등삼등 완행열차를 타고 다니던 그 시절이 좋았다. 80년대는 지금의 기성세대가 회고할 수 있는 가장 감미로운 마음의 고향이다. 그래서 오래 머물 곳은 아니라는 말을 우리는 애써 무시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봄 오는 길목, 교외선 기차를 타고 백마로 향하던 스물 몇 살의 내가 오늘 문득 그립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윤동주의 시 ‘사랑스런 추억’에서) 서강대 MOT 대학원 교수(언론학·매체경영) yule21@empas.com
  • [현장 블로그] 책값 부담 vs 저작권 위반… 대학가 불법제본 딜레마

    대학가 제본소의 복사기들이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새 학기를 맞아 전공서적을 복제하기 위해 몰려든 학생들 때문입니다. 주문이 밀리다 보니 제본한 책을 찾는 데 1주일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저작권법 제136조에 따르면 이렇게 불법으로 책을 복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 대학 도서관들은 책 한 권의 3분의1 이상은 복사를 해주지 않습니다. 불법 여부를 가르는 암묵적인 마지노선을 그 정도로 보는 것이지요. “과목당 교재 3권을 사면 20만~30만원은 우습게 넘어갑니다. 같이 수업 듣는 8명이 단체로 제본을 했는데 권당 1만원 정도에 해결이 되더라고요.” 대학원생 김모(30)씨의 전언입니다. 한 페이지 복사에 A4 용지 기준으로 40~50원이니까 어지간히 두꺼운 책이 아니고선 1만원대에 교재를 장만할 수 있는 거죠.”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초 전국 대학가 인쇄업체 111곳을 적발해 불법 복제물 5783개를 폐기 처분했습니다. 그러나 45명의 단속원으로 모든 제본업체를 적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학생들이 중고책을 구하면 어떨까요. 대학생 이모(22·여)씨는 “각종 온라인 서점의 중고책은 개강도 하기 전에 품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수강 신청도 하기 전에 자신이 들을 과목의 중고책을 사는 학생들이 많은 탓”이라고 했습니다. 이씨는 이어 “학교 도서관의 책은 대부분 최신판이 아니어서 그 책으로 공부했다간 시험 때 낭패를 볼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생 김모(22·여)씨는 ‘바늘구멍 취업’도 불법 복제가 만연한 이유라고 했습니다. “학점이 취업의 가장 기본적인 스펙이다 보니 보충 서적까지 다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값싼 복제본에 눈길을 주게 되는 이유인 거죠.” 일부 대학에서는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선배들의 책 물려주기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저작권을 포기하고 무료로 교재를 만드는 교수들도 있죠. 2013년 설립된 ‘공유와 협력의 교과서 만들기 운동본부’에서는 42명의 교수가 ‘빅북(Big Book)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이 지은 ‘경영학 원론’, ‘통계학의 이해’ 등 10권의 교재를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어쩔 수 없다는 ‘경제적 현실’과 그래도 해서는 안 된다는 ‘법률적 현실’. 둘 중 어떤 선택에 공감하는 사람이 더 많을까요. 그리고 둘 사이에 교수사회와 출판업계가 나설 여지는 전혀 없는 것일지요.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시집 판매 ‘봄바람’… 이유 있는 돌풍

    시집 판매 ‘봄바람’… 이유 있는 돌풍

    전년 대비 판매량 24.8% 올라 이례적 “시인 정신에 감동한 청년들 위로받아” ‘출판계 동향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지난 2월 중순부터 시집을 진열하는 장소는 베스트셀러 진열대 앞, 계산대 옆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곳으로 바뀌었다. 시집이 교보문고의 노른자위를 차지한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1년간 교보문고 시 분야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8%(8일 기준)나 뛰었다. 소설 분야 판매량이 같은 기간 -16.5% 급락한 것에 대비되는 경이로운 성장세다. 장정업 교보문고 광화문점 문학 담당 MD는 “요즘 쉽게 읽을 수 있는 SNS 시부터 초판본 시 등 문학에서도 시집에 대한 수요가 높아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동선에 맞춰 시집 매대를 옮겼다”고 말했다. 시집 판매 신장세는 초판본, SNS 시, 시 필사 책들에 힘입은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최근 1년간 교보문고 시집 베스트셀러 톱10 목록을 보면 요즘 독자들의 시 소비 풍속도가 뚜렷이 드러난다. 특히 초판본 바람이 거세다. 1인 출판사 소와다리에서 지난달 9일 출간한 윤동주 시인의 1955년판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한 달만에 15만부가 팔려나갔다. 소와다리에서 낸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백석의 ‘사슴’도 각각 10만부, 2만 5000부 팔렸다. 소와다리는 앞으로 그여름 출판사와 함께 다른 시인들의 초판본도 공동 기획해 독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그여름 출판사는 지난 4일 정지용의 ‘향수’ 초판본을 출간해 1쇄(2000부)를 모두 소진한 데 이어 이달 말에는 김영랑, 이육사 시집을 나란히 펴낼 예정이다. 김이연 그여름 출판사 대표는 “처음에는 복고풍의 예쁜 표지 때문에 젊은 층들만 소장 욕구를 갖고 찾는 게 아닌가 했는데 독자들과 소통하다 보니 초판본을 시인의 정신이 그대로 녹아 있는 원형으로 보고 큰 감동을 느낀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어려운 한자어에 따로 주석을 달지 않는데 젊은이들이 한자 공부까지 하면서 옛 시어를 읽으려는 걸 보면서 ‘시의 힘이 세구나’ 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불고 있는 ‘필사 열풍’도 시집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확인된다. 5위에 오른 김용택 시인의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는 시인이 직접 고른 101편의 시를 감상하고 써볼 수 있도록 한 책으로 시 필사 바람을 이끈 책이다. 필사 책들은 현재 시중에 40종 넘게 나와 있을 정도로 독자들의 반응을 꾸준히 얻고 있다. 예담 출판사와 시 필사 책 3종을 함께 기획한 김용택 시인은 시 필사의 의미를 ‘위안과 희망’이라고 짚었다. “라디오를 들으니까 사는 게 힘들고 어렵다는 사람이 많대요. 좋은 시란 순결하고 순정한 영혼이잖아요. 그래서 삶이 힘든 사람들에게 시를 따라 쓰면서 삶의 순정함을 되살리게 하고 가느다란 희망을 쥐여주자, 시를 통해 위로를 받으며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게 해주자 한 거죠.”(김용택 시인) SNS 시인들의 시집도 톱10 가운데 하상욱 시인의 ‘시 읽는 밤: 시 밤’(4위)과 ‘서울 시’(9위), 최대호 시인의 ‘읽어보시집’(7위) 등 3종이나 오를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라는 자조가 늘 존재하는 시단에서는 시가 대중적으로 많이 읽히는 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창비의 시 팟캐스트 ‘시시한 시다방’ 프로듀서인 박준 시인은 “미학적이고 예술적인 시도 중요하지만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왔던 대학가 낙서 시나 원태연 등의 하이틴 시, 최근의 SNS 시들은 문학 독자 외에 일반 대중 독자들까지 시와 문학을 친근하게 접하게 한다. 늘 사람들 곁에 자리하고 있는 게 시라는 장르의 미덕인 만큼 시가 어떤 형태로든 많이 향유되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짝’ 하는 판매 신장세가 우리 시단을 실질적으로 풍요롭게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조재룡 문학평론가(고려대 불문과 교수)는 “시집이 많이 팔리는 건 긍정적이나 초판본 시집은 마케팅의 승리, 일회성 이벤트로 보여져 허수가 많다. 하지만 1970년대의 서정적인 정서를 갖고 쓰는 박준이나 황인찬, 황병승, 이제니, 김경주 등 쉽지 않은 시를 쓰는 젊은 시인들의 시도 대중들에게 고르게 선택받는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라일락에 최루탄에 눈물겹던 그 봄날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라일락에 최루탄에 눈물겹던 그 봄날

    라일락 향기에 정신이 어질어질하던 어느 봄날이었다. 서울 종로 고려당 제과 2층에서 만난 그녀가 내민 한 권의 책이 불씨가 된다. 프란츠 파농(1925~1961)의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이었다. 벌써 서너 번을 만난 그녀는 얼마 전 하숙집 선배가 주선한 미팅에서 처음 봤다. 목포에서 올라온 그녀의 낯설고도 고운 남도 사투리는 모차르트처럼 들렸다. 파농을 같이 읽고 토론해 보자는 것이었다. 으음, 여자친구와 독서토론이라…. 한마디로 황홀한 제안이었다. 들뜬 마음으로 떠도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주고받았다. 그러나 달콤함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하숙집에 돌아와 펴 본 책은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10대 성장기, 클래식으로 분류되던 책들을 몽땅 탐독했다고 자만했던 나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난해한 개념들이 가득했다. 파농은 당시 운동권에 벤치마킹 대상이던 인물. 서인도의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섬에서 태어난 치열한 흑인 혁명가를 내가 알 리 만무했다. 총 맞은 기분이었다. 다시 만날 날은 다가오고, 요즘 말로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몇날 밤을 손가락으로 볼펜만 360도 빙그르르 돌리다가 잠이 들었다. 따스했지만 결기에 찬 눈빛으로 ‘파농’을 건네주던 그녀의 기대치에 나는 멀어도 한참 멀었다. 결국 그녀와의 만남은 삼월에 시작해 장미향이 스멀스멀 퍼지던 오월에 끝나게 된다. 그녀는 언니, 오빠까지 소개해 주며 나에게 열심이었지만 그만 만나자는 말은 막상 내가 먼저 했다. 내려다보는 듯한 그녀의 태도가 점차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스스로 차인 것이다. 충격적인 그날 이후 나는 내 또래의 누구라도 그랬듯이 이념서적을 손에 쥐게 된다. ‘우상과 이성’, ‘전환시대의 논리’, ‘해방전후사의 인식’, ‘8억 인구와의 대화’, ‘민중과 지식인’, ‘민족지성의 탐구’ 등은 단골화제가 되었다. 아, 그리고 또 있다. ‘난쏘공’이다. 가상의 공간인 은강시를 배경으로 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그 시절 우리들의 필독서였다. 문제는 이 같은 이념서적들과 내가 궁합이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술자리에 가면 늘 ‘말빨’이 달렸다. 강촌, 대성리나 송추, 일영 유원지에서 보낸 MT의 밤은 힘들었다. 담배연기 가득한 좁은 방에서 독한 소주에 고추장 멸치, 꽁치 통조림을 갖다 놓고 밤새 벌이는 격론에 나는 늘 꿀 먹은 벙어리였다. 뒤풀이 시간에 잠시 빛을 발했지만 결국 이 같은 모임과는 멀어지게 된다. MT의 목적보다는 MT 분위기를 즐거워하고 데모를 하기보다는 데모하는 상황에 가슴이 흥분되고 술 마시기를 좋아하기보다는 술 마시는 분위기를 즐거워하던 나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나날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앞서 예를 든 책들을 멀리한 것은 아니다. 같은 시공간에서 숨을 쉬기 위해서는 이념서적을 옆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는 내 지식 지도에 불모지대였던 한국 현대사를 새롭게 보게 되는 기제가 된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시절은 일정 부분 ‘이념 과잉’의 시대였다. 비판이론 책은 사방에 널렸고 사계절, 돌베개 등등 사회과학 출판사들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상표였다. 책들은 필독서가 되었고 80년대를 강타한 학생운동의 이론적 배경이 된다. 봄은 최루가스와 함께 왔다. 눈물과 함께 왔다. 도서관 주변은 늘 긴장감이 흘렀다. 누군가가 유인물을 한 움큼 뿌린다. 유인물은 작은 새처럼 춘삼월 봄바람에 팔랑거렸다. ‘짭새’들이 득달같이 달려오고 모여든 학생들이 구호를 외친다. 하나 둘, 마침내 한 무리 대열이 꾸려진다. 대열은 교문을 향해 움직인다. 구호는 노래가 되고 함성이 되고 마침내 절규가 되었다. “선봉에 서서 하늘을 본다 / 고향집 하늘 위엔 굴뚝 연기가 / 투사가 되어 조국의 내일 / 이 몸과 이 혼으로 다져나가리” 그러나 정문과 담장은 넘사벽, 페퍼포그 차량에서 불을 뿜는다. 최루가스에 눈물 콧물을 쏟아내면서 대열은 순식간에 흩어진다. 유인물을 뿌린 학생은 사복 경찰에게 질질 끌려간다. 속칭 백골단으로 불리던 서울시경(현 서울경찰청) 1081, 1082 중대 무술경찰들이 마지막 남은 시위 학생들을 낚아채기 시작한다. 유도와 태권도를 합치면 10단이 넘는다는 무술경관들 앞에서 학생들은 가랑잎처럼 가볍다. 지켜보는 여학생들이 비명을 지른다. ‘우리는 승리하리라’는 노래는 서서히 그리고 짧은 시간 잔불처럼 사위어 간다. 험악했던 시절. 시커먼 무전기를 움켜쥔 짭새들이 캠퍼스를 제 집처럼 활보했고 신촌, 종로통의 골목골목에는 중무장한 전경들이 넘쳐 났다. 모두가 주변을 힐끗거리며 술을 마셨다. 세상은 회색빛이었다. 학교 앞 주점에는 시국토론의 핏빛 목소리가 가득했다. 행사가 끝나면 자체 반성의 합평회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시대 상황은 자연스레 ‘낭만 결핍’의 시대를 의미한다. 당연히 축제 문화도 영향을 받았다. 세탁소에서 옷을 빌려 입고 때 빼고 광내고 참가했다던 선배들의 쌍쌍파티의 추억은 대동제 앞에서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파쇼 타도”란 구호와 깨어진 보도블록, 최루탄이 오월에 흩어졌다. 봄은 개나리, 진달래에 앞서 전경들의 군홧발 소리와 함께 왔다 멀어져 갔다. 그러나 꽃다운 20대, 시국과는 무관하게 혼자 보내는 대학생활은 감미로웠다. 난생처음 집을 떠나 혼자 있음으로 해서 느끼는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자유만만세! 술도, 담배도, 외박도, 연애도 맘대로였다. 밤새워 포커를 즐기고 춤을 추고, 한마디로 맘대로 인생이었다. 가벼운 신열에 들떠 있던 그런 시절이었다. 시대 상황과 무관하게 미팅은 활기를 띠었다. 이성교제가 엄격하게 규제되는 환경에서 성장한 탓에 기대욕구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미팅은 해방구로 나가는 통과의례였다. 가끔은 낮은 목소리로 고팅이 들려왔다. ‘개빙고’(개강을 빙자한 고팅) 등의 말들이 눈치 보듯 들렸다. 질색하던 비판적 골수 운동권 친구들도 가끔은 얼굴을 보였다. 대학가만이 아니다. 공장이 몰려 있는 구로동과 영등포 일대에도 고고장은 성업 중이었다. 그러나 어렵게 지탱되던 미팅 문화도 어느 순간 사라졌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라던 시구절처럼 질풍노도 같던 80년대는 그렇게 멀어져 갔다. 어느 봄날이 생각난다. 80년대 초 명동 고고클럽 마이하우스쯤으로 기억된다. 본격적으로 밴드 연주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20여명의 잘 차려입은 여학생들이 교수 몇 분을 모시고 때늦은 사은회를 하고 있었다. 그땐 사은회란 게 있었다. 어느 순간 누가 일어나 댄스 타임에 앞서 한곡을 뽑기 시작했다. “아모레 아모레 아모레 미오” 영화 ‘형사’ 주제곡이다. ‘죽도록 사랑해’라는 뜻의 ‘시노메 모로’란 제목보다 ‘아모레 아모레’라는 가사가 더 유명하다.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려 홀 안으로 몰려드는 여자들을 매의 눈으로 살피던 중에 들리던 노래였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노랫소리는 너무 슬프고 애잔해서 먹먹했다. 나는 작업하던 눈길을 접고 잠깐 동안 그 여학생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필이 꽂힌 것이다. 한마디 말도 건네 보진 못했지만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추억은 아쉬움으로 인해 더욱 또렷해져 온다.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마알간 목소리에 아찔했던 오늘 같은 봄밤이었다. 서강대 MOT 대학원 교수 yule21@empas.com
  • [현장 블로그] 할머니, 우린 잊지 않았습니다… 대학가 물들인 ‘노란 나비’

    [현장 블로그] 할머니, 우린 잊지 않았습니다… 대학가 물들인 ‘노란 나비’

    대부분의 대학교가 2일 개강을 했습니다.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은 학생들로 북적였습니다. 밝은 표정으로 친구와 인사하는 학생들 사이로 정문 앞 가판대에서 학교 신문인 ‘이대학보’를 집어 펼치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들여다보는 한 학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본 도쿄 주오대 역사학과 요시미 요시아키 교수를 인터뷰한 기사가 실려 있었습니다. 요시미 교수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이 위안소 운영에 개입했다는 문서 자료를 최초로 발굴한 사람입니다. 그의 자료는 일본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에도 영향을 끼쳤죠. 그는 인터뷰 기사에서 “전쟁지의 위안소는 군 시설이다. 이 때문에 일본군과 일본 정부의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글은 이화여대 학내 언론들이 힘을 합쳐 준비한 ‘도쿄를 물들인 노란 나비’라는 연재 기획의 첫 작품입니다. 최근 영화 ‘귀향’의 흥행 돌풍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학신문들도 갖가지 관련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이날 연세대의 ‘연세춘추’는 현행 중·고교 역사 교과서 17종에서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기술했는지를 분석했습니다. 보도에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오늘날 위안부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적은 교과서는 3종에 불과했고 보편적 인권의 측면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룬 교과서는 한 개에 그쳤다고 적고 있습니다. 지난 1월 고려대의 ‘고대신문’은 위안부 문제를 전시마다 여성의 인권이 유린당했다는 역사적 사실의 한 부분으로 설명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끊이지 않는 전시 여성 폭력의 원인 등을 심층 분석한 글이었습니다. 서울도서관 외벽에는 ‘나를 잊으셨나요?’라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정부에 등록된 생존 피해자 44명 중 한 명인 길원옥 할머니의 친필입니다. 학생들은 학보를 통해 그 물음에 답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할머니, 우린 잊지 않았습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경제 블로그] “스무살 첫 거래 평생 간다” 모바일뱅크 새내기 모시기

    [경제 블로그] “스무살 첫 거래 평생 간다” 모바일뱅크 새내기 모시기

    3월 입학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대학가엔 시중은행들이 대학 신입생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한 각종 이벤트가 펼쳐지곤 했습니다. 대학 캠퍼스 내에 입점하려고 대학에 수억원의 기부금도 마다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분위기가 좀 누그러졌다고 하네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계좌이동제 준비로 정신이 없기도 하지만 돈 적게 드는 모바일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틀었다는 게 은행권 사람들의 설명입니다. 특히나 요즘 대학생들은 오프라인 점포를 찾기보다 스마트 앱이 훨씬 친숙하다는 것이지요. 한편으로는 한때 블루오션 시장으로 떠올랐던 대학 입점 사업이 은행 수익에 큰 도움이 못 되고 학생수마저 줄어 대학가 장사가 시원찮다는 복잡한 속사정도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대학가 특화 지점으로 운영하던 20~30대 전용 브랜드 ‘락스타’ 점포 12곳을 통폐합했습니다. 대신 스마트·인터넷 전용 상품으로 DIY(Do It Yourself) 통장 ‘내맘대로적금’을 내놓았습니다. 적립방식, 저축액, 계약기간, 우대 이율 등을 본인이 직접 설계할 수 있도록 해 대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은행은 자체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에서 대학생들이 단체 대화창을 만들고 대학과 모임명을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봄학기 수련회(MT) 비용과 기프티콘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구은행 역시 모바일 앱 ‘아이M뱅크’의 대학교 모바일 지점을 만들어 기부금 적립과 금리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학생은 당장 수익성을 떠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고객이라고 은행권 사람들은 입을 모읍니다. 대학 등록금을 내거나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입금하면서 처음 자신의 명의로 통장을 내는 일이 많은데 이때의 인연이 평생 고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지요. 요즘 고객을 끌어오려고 은행들이 자동차나 해외여행 등 각종 경품에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데 단발성 이벤트보다 첫 고객을 끝까지 잘 모시는 게 더 중요해 보입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열린세상] 혁신하는 대학만이 살아남는다/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열린세상] 혁신하는 대학만이 살아남는다/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대학 구조개혁이 뜨거운 감자다. 많은 대학이 입학 정원 감축과 학과 구조조정을 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역대 정부도 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했지만 이처럼 광범위하고 긴박하지는 않았다. 강도 높은 구조개혁의 배경에는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있다. 2018년부터는 대학의 정원보다 입학 자원이 부족해지기 시작하고, 2023년에는 무려 16만명이 모자란다고 한다. 100개 정도의 대학이 문을 닫을 수 있는 규모다. 정부와 대학의 선제 대응이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다.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구조개혁이 요구된다. 일본 대학들은 이미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정도로 높은 경쟁력을 갖추었고, 홍콩과 싱가포르의 대학들은 전 세계에서 유학생들이 찾아올 만큼 글로벌화됐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대학들도 버거운 상대다. 이제 대학 구조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렇다면 대학 구조개혁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우선 정부와 대학은 정원을 줄이고 학과를 통폐합하는 양적인 다운사이징과 구조 개편에 역점을 둔다. 당장 입학 정원을 얼마나 줄였고, 특정 학과로 정원이 얼마나 이동했는지를 구조개혁의 성과로 보는 듯하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대규모 입학 자원 감소에 미리 대응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원 감축과 이동이 곧바로 대학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경영의 혁신과 교육의 질적인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지금의 양적 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임시 처방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 구조개혁에 대한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구조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기능과 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고 혁신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부실 대학은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남은 대학들을 더 강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구조개혁의 목표일 것이다. 대학이 스스로 혁신하기보다 정부 사업을 따내기 위해 피동적으로 구조조정하는 것도 문제다. 대학가에서는 새로운 사업이 추가될 때마다 학과의 명칭이 수시로 바뀌고, 교육과정은 점차 누더기가 돼 간다는 우려가 많다. 교수들이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교수·학습 방법을 혁신하기보다 어느 학과가 살아남을지에 촉각을 세운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무엇보다 대학이 외부의 요구에 떠밀려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고착화되면 대학의 혁신 역량과 건강한 문화는 점차 퇴화하게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구조개혁은 대학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대학의 존재 가치와 인재 양성의 방향에 대해 깊이 숙고하고 스스로 변화하겠다고 나설 때 비로소 가능하다. 정부도 대학이 스스로 비전을 세우고 자력갱생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학부교육 선도대학 지원 사업(ACE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이제 대학, 정부, 시민사회,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큰 틀에서 대학 구조개혁의 철학과 방향을 정립해야 할 때다. 지금까지 정부 주도로 다운사이징과 양적 구조조정에 초점을 둔 로드맵을 운영했다면 이제부터는 대학의 체질 개선과 혁신을 키워드로 하는 구조개혁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양적 지표와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긴 호흡과 안목을 가지고 대학을 질적으로 바꾸어 나가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는 학생이 중심에 있어야 할 것이다. 학생 만족을 우선하는 캠퍼스 문화를 만들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를 길러 내도록 수업 내용과 방식을 바꾸는 데 투자를 해야 한다. 데이터를 활용해 교육의 질을 관리하는 것처럼 대학의 경영 방식을 혁신하는 것도 구조개혁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선 대학 구성원이 구조개혁의 목표와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정부의 평가도 외형적 지표보다는 대학이 캠퍼스 문화를 바꾸고 제대로 혁신 역량을 키워 나가는지에 대해 질적인 평가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대학 평가는 대학에 대한 이해, 전문성, 건전한 상식을 갖춘 대학인의 몫이다. 이제 스스로 변화하고 혁신하는 대학이 살아남는 시대가 도래했다.
  • 기업도 입사 축하… 대학가 취업난 풍경

    기업도 입사 축하… 대학가 취업난 풍경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이 9.5%로 2000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18일 졸업식이 열린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 건물에 입사를 축하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현수막은 한 대기업이 이 학교 출신 자사 신입사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걸었다. 손형준 기자 boltgoo@seoul.co.kr
  • 3色 기타 선율에 취하리

    3色 기타 선율에 취하리

    명장들의 협연…YB 출신 유병열, 김태원 등과 홍대 무대 속주 연주 대표…박영수, 이희재·문성억과 대학로 공연 가왕이 택한 그…‘조용필과 30년’ 최희선 솔로 2집 콘서트 ‘나는 기타리스트다!’ 흔치 않은 기타리스트 중심의 공연이 잇따라 열린다. 윤도현밴드(현 YB) 출신의 기타리스트 유병열은 오는 21일 서울 홍익대 앞 프리즘 홀에서 ‘기타 매거진’이라는 이름으로 라이브 공연을 연다. 1990년대 중후반 윤도현밴드의 초창기 사운드를 책임졌던 유병열은 이후 비갠후, 바스켓노트 등 밴드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기타리스트로서의 솔로 무대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아이 엠’까지 모두 세 차례 선보였던 솔로 앨범들에 수록된 곡을 중심으로 꾸려진다. 특히 블랙홀의 기타리스트 이원재와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이 스페셜 게스트로 나와 유병열과 협연할 예정이라 더욱 주목된다. 또 소찬휘·울랄라세션 등과 앨범 작업을 했고 현재는 수퍼내추럴이라는 밴드로 활동 중인 베테랑 강선우가 세션을 맡을 예정이라 이번 공연에선 기타리스트만 무려 네 명이 무대에 오르는 셈이다. 3만원. (070)8150-2979. 오는 26~28일 대학로 서울콘서트홀에서는 기타리스트 세 명이 뭉쳐 ‘전설을 노래하다’라는 콘서트를 연다. 지난해 10월 공식 개관한 서울콘서트홀은 연극 공연장이 넘쳐나는 대학로에서 보기 드문 음악 전문 공연장이다. 지하드의 기타리스트 박영수, 활의 기타리스트 이희재, 문선수밴드의 기타리스트 문성억이 무대에 오른다. 박영수는 이현석의 뒤를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속주 기타리스트. 이희재는 원 등 다양한 밴드에서, 문성억은 1990년대 대학가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천지인의 3기로 활동했던 기타리스트다. 하드록에서 블루스, 네오 클래식 메탈, 팝메탈에 이르기까지 음악 팬들에게 친숙한 1980~90년대 록 명곡들과 자작곡들을 들려준다. 김정선(기타), 이봉환(보컬)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관록의 송골매가 초대 손님으로 나온다. 3만원. (02)742-0161. 가왕 조용필과 30년 넘게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밴드 ‘위대한 탄생’의 현재 리더인 기타리스트 최희선이 다음달 25~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단독 공연을 갖는다. 지난달 말 발매한 솔로 2집 ‘마니악’의 수록곡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새 앨범은 12곡 모두 연주곡으로 구성됐다. 1977년 데뷔한 그는 밴드와 세션 연주자, 프로듀서 등으로 활동하다가 1993년부터 위대한탄생에 합류했다. 2013년 첫 솔로 앨범 ‘어나더 드리밍’을 전후로 솔로 활동도 본격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이번 무대는 록 마니아의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최희선은 “1집은 록을 기본으로 하되 처음 연주를 접하는 대중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팝적인 곡들도 일부 담았지만 이번 2집은 정말 하고 싶은 음악만으로 ‘나는 기타리스트’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싶었다. 그야말로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6만 6000원. (02)559-1333.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대학가·역세권 집, 경기부동산포털서 검색

    경기도가 대학가와 역세권 주변의 주택거래 내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검색기능을 올 상반기 안에 경기도부동산포털(gris.gg.go.kr)에 추가한다. 17일 도에 따르면 경기부동산포털은 도내 31개 시·군의 부동산정보 및 각종 개발정보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이트로 2011년부터 운영 중이다. 도는 사회초년생, 대학생, 직장인을 위해 역세권, 대학가 주변 반경 검색 기능을 새롭게 사이트에 추가할 계획이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역세권, 대학가 기준 1∼2㎞ 반경에 최근 주택거래 시세와 매물, 각종 편의시설을 조회할 수 있다. 주소를 정확히 몰라도 아파트나 일반 건물 명칭만 입력하면 관련 종합정보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검색 기능’도 도입한다. 현재 거래 중인 매물의 실시간 실거래정보도 제공하고, 지도서비스를 개편해 사용자가 한 화면에서 다양하고 유용한 실시간 부동산 및 생활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경기도부동산포털은 부동산정보 조회 건수가 지난해 12월 현재 1억 5500만건에 달하는 등 국내 최대 부동산 포털로 자리매김했다. 도 관계자는 “부동산포털 설문조사 등을 통해 사용자 의견과 불편사항을 개선하는 등 더욱 선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도민의 주거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소자본 창업 열기 속 ‘커피식스’ 17일 서울, 18일 부산 사업설명회

    소자본 창업 열기 속 ‘커피식스’ 17일 서울, 18일 부산 사업설명회

    -“절반 가격에 맛도 좋아 부담 없이 디저트 즐겨요” 지난 해 침체된 외식업계에서 단연 두각을 보인 저가 디저트가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KJ마케팅은 오는 17, 18일 커피식스 미니, 쥬스식스의 창업설명회를 서울과 부산에서 진행한다. 특히 부산에서는 올해 첫 사업설명회로 지난 달 서울, 대구 지역 창업설명회가 예비 창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얻으며 성황리에 진행된 이후 부산에서도 창업 문의가 쇄도해 진행하게 됐다. 이에 따라 커피식스 미니, 쥬스식스 창업설명회는 서울 커피식스 압구정점(강남구 신사동 648-13번지 1,2층), 부산은 벡스코 제1전시장 216호(부산광역시 해운대구 APEC로 55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오후 2시 열리며, 사전 예약자에 한해 참석할 수 있다. (예약 및 문의 02-501-7266) 두 브랜드는 1천원대에 100% 아라비카 커피, 생과일 주스를 제공하는 파격적 서비스로 지난 해론칭 3개월 만에 60개 이상 매장을 오픈 하는 등 저가 디저트 시장의 부흥을 이끌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계약 체결 후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매장이 약 90개로 2월 중 매장수는 150여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번화가나 대학가 등 테이크 아웃 비중이 높은 20~30대 소비자를 타깃으로 할 경우 부담을 줄이면서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예비 창업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인기 요인은 놀라울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품질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커피식스 미니는 100% 아라비카 원두만을 사용한 아메리카노(3종), 라떼(3종) 등 대중적 메뉴만으로 전문화했다. 아메리카노가 1,500원, 라떼 류가 2,500원이다.(14온스 기준) 저변이 확대된 커피 시장에서 애호가들을 상대로 싸고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며 단골 고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쥬스식스는 까다로운 수입과일 망고를 다루던 망고식스의 노하우로 생과일 주스를 판매한다. 사과, 오렌지, 바나나, 키위, 토마토, 파인애플 등 생과일 주스가 1,500원, 2종 혼합 과일 주스가 2,000원이다.(14온스 기준) ‘1,500원 생과일 주스’라는 컨셉만으로 별다른 광고 없이도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으며, 생과일 만을 사용해 먼저 맛을 본 소비자들이 블로그 등 SNS를 통해 “싸고 맛있다”는 입소문을 내주고 있다. 마케팅도 더욱 공격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쥬스식스는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기 아이돌 그룹 비투비의 멤버 육성재를 모델로 발탁하고 광고 촬영을 진행했다. 육성재는 가수로서의 그룹 활동뿐만 아니라 <후아유 - 학교 2015>,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 4>, <일밤 - 복면가왕>, <SBS 인기가요> 등에 출연하며 배우, MC 등 다방면으로 실력을 인정받으며 대세남으로 꼽히는 스타다. 쥬스식스는 육성재와 함께 광고, 이벤트, 프로모션 등 다각적인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투자 비용, 합리적 매장 운영이 가능한 점도 매력 포인트다. ㈜KJ마케팅은 망고식스를 운영하는 ㈜KH컴퍼니와 제휴하여 변화된 시장과 소자본 창업에 최적화된 설계로 두 브랜드를 내놓았다. 최소화된 규모(4~5평)에서 전문화 된 메뉴를 제공함으로써 합리적인 투자 비용으로 창업을 할 수 있다. 현재 매장 또는 기타 사업을 운영 중이거나 창업 가능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숍인숍 창업도 가능하다. 유사 업종이라면 테이블 한 두 개 대신 한 쪽에 전문화 생과일 주스 전문점 또는 커피전문점을 운영할 수 있고, 타 업종이라도 저렴한 투자비로 수익 다각화를 노릴 수 있다. 두 브랜드를 함께 묶어 ‘커피식스 미니 + 쥬스식스’의 병합 매장도 운영할 수 있다. 이 경우 각기 매장을 개설할 때보다 효율적으로 창업할 수 있고, 운영 시 에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이점과 서로의 비수기를 보완해 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창업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디저트의 경우 혼자보다 둘 이상이 함께 즐기는 경우가 많아 취향이 다른 소비자를 동시에 만족시키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오픈 한 매장의 경우 두 브랜드를 병합한 모델이 많다. 한편, 창업설명회는 회사 소개, 마케팅 전략, 창업 과정 등 브랜드 소개를 비롯해 최근 창업 트렌드, 카페 운영 노하우 등 조언도 얻을 수 있다. 설명회 후 희망자는 1:1 창업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성큼 다가온 설 연휴…알아두면 유용한 정보] 세뱃돈 교환은 대학가 은행점포 유리

    한국은행이 설 자금으로 방출한 신권이 3일부터 시중은행 영업점을 통해 순차적으로 배포되고 있다. 이맘때면 신권을 찾는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신권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한은과 금융권은 “헌 돈이어도 깨끗하기만 하면 세뱃돈으로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빳빳한’ 세뱃돈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몇 가지 노하우를 소개한다. 신권 교환을 시작하는 날짜는 은행 영업점마다 조금씩 다르다. 가까운 영업점에 미리 연락해 신권이 들어오는 날짜를 확인하는 것이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영업점의 위치와 시간대도 중요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신권 교환수요가 적은 대학가나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외곽 영업점이 유리하다”며 “대부분 하루 신권 교환 규모를 정해놓기 때문에 은행 문 연 직후인 오전 9시쯤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귀띔했다. 시중은행의 1인당 신권 교환한도는 1만원권 10만~20만원, 5만원권 최대 50만원이다. 대출이나 예·적금 상품 가입 계획이 있다면 이때 신권을 함께 교환하는 것도 좋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상품 가입 고객을 특별히 우대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더 신경을 써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경쟁이 치열한 1만·5만원권 대신 1000·5000원권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한은은 신권 ‘인심’이 더 후하다. 서울 남대문로 본점은 1인당 1만원권 50만원, 5만원권 100만원까지 교환해준다. 부산·대전·광주 등 지역에도 본부(16곳)가 있다. 단, 교환 한도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설 연휴에 각 시중은행이 운영하는 이동점포는 ‘블루오션’이다. 신한(서해안 화성휴게소), KB국민(경부 기흥휴게소, KTX 광명역), 우리(중부 마장휴게소), KEB하나(영동 용인휴게소), 농협(경부 망향휴게소·중부 하남 만남의광장), 기업(행담도·가평휴게소) 은행의 이동점포에 설치된 자동화기기(ATM)에서 돈을 찾으면 빳빳한 신권이 나온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대학가 꽹과리 소란 ‘풍베충’을 아십니까

    새 학기를 앞두고 대학가에 풍물패 논란이 일고 있다. 야외에서 이뤄지는 풍물패 연습 소리에 기숙사 학생들이 소음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이를 어느 선까지 허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선 풍물패를 비하하는 ‘풍베충’(풍물패+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충’)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25일 건국대 등에 따르면 해당 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최근 풍물패 연습의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한 학생은 “일부 학생들의 취미 생활 때문에 기숙사에서 지내는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악기에 솜을 다는 등 소리를 줄이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희대나 성균관대 등 풍물패 동아리가 있는 다른 학교에서도 소음 논란이 있어 왔다. 다만 건국대의 경우 풍물패에 대한 비난이 ‘마녀사냥’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한 풍물패 동아리 학생이 “학교에서 연습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글을 올리자 비난은 더 커졌다. 이 학교 풍물패를 비난하기 위한 페이스북 계정까지 생긴 상태다. “풍물이 최고라는 뜻에서 풍물패의 이름을 (일간베스트에 빗대) 풍물베스트로 하자”, “풍베에 충실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풍베충이라 하자”는 의견까지 나온다. 건국대 풍물패연합의 한 학생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공연을 앞두고 6개 단과대 풍물패 모두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실내에서 연습하려고 한다”면서도 “연습 장소가 동아리방과 다목적실 등밖에 없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생각나눔] “교직원은 교인만”… 숭실대 채용 논란

    숭실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기독교인만 교직원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채용 제도를 고수하면서 새삼 대학가에 ‘종교적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구직자들은 “학력·연령 등 채용 기준도 폐지됐는데 종교 때문에 원서조차 낼 수 없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학 측은 설립 취지가 기독교이기 때문에 비기독교인의 채용은 학교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숭실대 관계자는 24일 “기독교 정신에 기초한 설립 목적과 교육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학생지도의 주체인 교수와 행정직원 등은 당연히 기독교인이어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모씨는 2014년 숭실대 신입 행정직원 채용에 원서를 내려 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지원자 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했고, 기독교 교인 증명서나 세례 증명서 등을 필수서류로 제출토록 했다. 이에 김씨는 고용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6월 종교를 이유로 특정인을 우대 혹은 배제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평등권 침해이며 직업선택의 자유도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 관계자는 “숭실대는 종교단체나 성직자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고, 학생 선발 때는 기독교인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며 “교인의 여부는 직업 자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숭실대는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 대학 관계자는 “미션스쿨은 뚜렷한 교육 이념이 있고, 그 이념을 구현할 직원을 뽑을 권리도 있기 때문에 차별로 보는 시각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권고는 법적 강제력은 없다. 현재 종교를 취업 자격 여건에 고려하고 있는 곳은 숭실대, 한남대, 백석대 등 3곳이다. 서울여대는 2010년 취업자격에서 ‘기독교인이어야 한다’는 부분을 삭제했고, 동국대는 합격자에게 불교신자 증명서를 받는 절차를 지난해 폐지했다. 연세대의 경우는 취업 자격요건에 ‘기독교적 창립 정신을 존중하는 자’라는 표현을 명기하고 있지만 별도의 증명서는 받지 않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직자를 양성하는 학과, 종교에 관련된 업무를 하는 직책 등의 경우는 특정 종교인을 선발할 수 있다”며 “하지만 모든 직원에게 특정 종교의 신자임을 강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전공·취업 불일치 해소 처방…정원·학과 다이어트 본격화

    전공·취업 불일치 해소 처방…정원·학과 다이어트 본격화

    교육부가 29일 프라임 사업 세부 시행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내년 3월을 기한으로 대학들의 학과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게 됐다. 상대적으로 취업에 불리한 인문·사회계열 학과들이 구조조정의 타깃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프라임 사업의 목적은 한마디로 ‘불일치의 해소’라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의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 수급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4년제 대학 졸업자 79만 2000명이 기업의 인력 수요를 초과해 배출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른바 ‘문사철’(문학·역사·철학)로 대표되는 인문·사회계열 대졸자는 지나치게 많이 나오고, ‘전화기’(전자·화학·기계)로 불리는 공대 계열은 오히려 일자리가 남아돌 것으로 보인다. 대학이 프라임 사업에 참여하려면 기존 학과를 폐지하거나 정원을 줄여 산업 수요 중심의 학과로 이동해야 한다. 교육부가 3년 동안 지원하는 6000억원은 학내 반발을 줄이는 일종의 ‘당근’으로 볼 수 있다. 당초 사업설계 당시 선정대학을 36곳으로 잡았다가 19곳으로 줄이면서 개별 대학에 대한 지원 금액을 늘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울의 한 대학 기획처장은 “지원금의 규모가 워낙 커 대학으로선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학이 구조조정에 나서면 인문학을 비롯한 기초학문이 고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조승래 청주대 사학과 교수는 “단지 취업이 안 된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 인문·사회계열이 직격탄을 맞게 되고, 이에 따라 다른 나라에 비해 취약한 한국의 기초학문이 더 취약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영국처럼 기초학문 육성을 위한 기관을 설치하고, 이와 별도로 산업 수요에 맞춘 인력 양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내년 3월 말까지 사업계획서를 접수하고 심사를 거쳐 4월 말 선정 대학을 발표할 계획이다. 대학들이 프라임 사업에 대한 본격 준비에 나서는 내년 초부터 대학가에 크고 작은 잡음이 예상된다. 예컨대 중앙대는 인문대와 사회대 정원 100명을 감축해 공대로 넘길 것이라고 알려져 학내 갈등이 일고 있다. 앞서 인하대에서도 프라임 사업을 위해 철학과와 프랑스언어문화학과를 폐지하고 영어영문학과·일본언어문화학과의 정원을 대폭 줄이겠다고 했다가 학내 반발에 개편 방안을 철회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이런 논란에 대해 ‘완충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안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업 참여 대학은 축소·폐지되는 학과 학생들의 전공 선택을 보장하고 교육과정도 유지해야 한다는 부분 등이다. 또 교원 신분에 대한 보장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정 대학은 정부 지원 금액의 10% 이상을 반드시 인문학 발전에 쓰도록 하는 것이 의무화돼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새내기를 위한 캠퍼스 건전음주생활, 전국 대학교에 배포

    새내기를 위한 캠퍼스 건전음주생활, 전국 대학교에 배포

    매년 2~3월이면 대학가에서는 신입생들의 입학을 축하하고 환영하기 위한 오리엔테이션(OT) 또는 환영회를 이유로 술자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신입생들의 경우 자신의 주량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과도한 음주를 일삼아 꽃 같은 나이에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반복되고 있다. 대한보건협회 조사 결과 최근 10년 간 음주로 인한 대학생 사망사고는 2006년 3명, 2007년 3명, 2008년 3명, 2009년 2명, 2010년 2명, 2011년 2명, 2012년 1명, 2013년 3명, 2014년 1명, 2015년 2명 등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생 음주 사망사고는 잘못된 술자리 문화에 있다. 사발에 많은 양의 술을 한꺼번에 부어 돌려 마시는 사발식 같은 소위 통과의례에서 음주를 강요하고 과음과 폭음을 조장하는 탓에 음주 사고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와 대한보건협회(회장 박병주)는 대학 신입생의 OT, MT 등이 집중되어 있는 시기에 발생 할 수 있는 음주 관련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인포그래픽 형식의 교육홍보용 동영상(7분 16초 분량)과 리플릿 형식의 ‘새내기를 위한 캠퍼스 건전음주생활’을 개발했다. 대한보건협회 관계자는 “이 자료들을 전국 대학으로 배포할 계획”이라며 “학기 초 뿐 아니라 연중 대학생 음주 폐해 예방 교육 자료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동영상 및 리플릿에는 4가지(폭탄주, 사발주, 원샷, 벌주) 없는 술자리 만들기, 음주를 멈춰야 할 내 몸의 신호, 술 취한 친구 이렇게 도와주자, 저(低)위험 음주량, 음주 강권의 위험성 등 음주를 시작하는 신입생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이 알고있어야 할 건전한 대학 음주문화를 만들기 위한 정보가 알기 쉽게 수록돼 있다. 아울러 ‘건전 음주 실천 7계명’으로 빈속에 술 마시지 않기, 술 마실 때는 물 많이 마시기, 섞어 마시지 않고 빨리 마시지 않기, 술을 마실 수 없다면 음료수로 대신하기, 약과 술은 함께 먹지 않기, 술자리에서 불건전한 게임하지 않기, 주량으로 내기하지 않기 등을 강조하고 있다. ‘새내기를 위한 캠퍼스 건전음주생활’ 자료에 대한 문의는 대한보건협회 예방교육팀(02-921-9520~1)으로 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5명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인물 ‘백종원’

    2015명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인물 ‘백종원’

    2015명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인물로 ‘백종원’이 뽑혔다. 대한민국 문화와 역사를 세계 대학생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는 대한민국 홍보 연합 동아리 ‘생존경쟁’에서 2015년을 마무리하며 20대 대학생 20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먼저 ‘2015년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올해의 인물‘은 누구?’라는 질문에서는 요리 연구가 백종원(21.2%)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땅콩회항 갑질 논란이 됐던 조현아(16.2%), 신곡 ‘Zeze’로 논란이 됐던 가수 아이유(11.1%),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큰 활약을 펼친 배우 유아인(9.2%)이 뒤를 이었다. 이는 올해 각종 요리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많은 스타 셰프들이 방송가에서 큰 활약을 펼쳤다. 그중 백종원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나 쉽게 만들수 있는 요리를 재미있게 소개하면서 대학생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결과다. 또한 ‘2015년도 국내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올해의 사건‘은 무엇?’이라는 질문에는 메르스 사태(27.3%),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23.4%), 인천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7.4%), DMZ 목함지뢰 폭발사건(7.4%) 순으로 꼽았다. ‘2015년도 국외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올해의 사건‘은 무엇?’이라는 질문에는 IS 파리 테러(27%), 시리아 난민 사태(12.9%), 프랑스 연쇄 테러 사건(10.6%), 그리스 국가 부도 사태(9.5%), 미국 동성 결혼 합법화(8.4%) 순으로 결과가 나왔다. 특히 ‘2015년도 대학가에서 일어난 가장 큰 ’올해의 이슈‘는 무엇?’이라는 질문에는 강남대 인분교수 사건(15.7%), 이화여대 사복경찰 사태(15.7%), 서울대 성 소수자 총학생회장 당선(13.5%), 중앙대 음대생 따돌림 사건(11%)을 꼽았다. 또한 ‘2015년도에 다양한 신조어가 나왔는데,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쓰는 신조어는 무엇?’이라는 질문에는 금수저(31%), 헬조선(23.8%), N포세대(12.8%), 취업깡패(11.9%) 순으로 결과가 나와 ‘수저계급 논란’이 올해 대학가의 가장 큰 이슈임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생존경쟁’ 동아리 자문교수를 맡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올 한해 역시 우리 대학생들에게는 ‘희망’이란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내년부터는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좀 더 많은 관심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논술 폐지 시기상조… 학생 창업지원금 지급”

    “논술 폐지 시기상조… 학생 창업지원금 지급”

    연세대 새 총장으로 선출된 김용학(62) 사회학과 교수가 21일 “학생들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향후 입시제도에 대해 급격한 변화를 꾀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캠퍼스 백양누리 건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확실한 미래로 인한 청년의 고민을 덜어 주는 것이 총장의 역할”이라면서 “연세대 학생의 좋은 창업 아이디어를 실현(상품화)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학생들이 진출할 수 있는 초석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내년 2월 제18대 총장으로 취임하며 임기는 4년이다. 김 교수는 또 “창업으로 성공한 기업가들이 학생들의 창업을 돕기 위해 기부를 할 의사가 충분히 있다고 전해 왔다”면서 학교 차원에서도 창업 육성을 위해 “학부생에게 창업, 연구 지원금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학 입시제도와 관련한 질문에 김 교수는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방향의 교육부 정책에 동의한다”면서도 “제도를 갑자기 바꾸는 것은 학부모에게 옳지 않은 행동이다. 아직은 논술고사를 폐지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앞서 논술고사를 폐지하고 수시모집 중 하나인 고교추천전형으로 전체 모집 인원의 50%를 뽑는다는 내용의 입시 방안을 발표한 적이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학생에게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 주는 데 논술이 아직 유효하다”면서 논술 유지 방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장기적으로 논술보다는 면접전형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대학발전기금 마련 방법으로 김 교수는 국내 창업 회사에 여러 특허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회사가 그 특허를 이용해 수익을 내면 이를 기금으로 돌려받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국내 첫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목표로 ‘노벨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대학가에서 현안이 되고 있는 ‘프라임’사업(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 대학 육성 사업)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김 교수는 “송도캠퍼스를 만들면서 학과 간 융합과 학과 정원 조정을 다 끝냈다”면서 “(프라임사업에 지원해) 다시 정원 조정 등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연세대 야구부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오랫동안 반복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고 보고, 제도적 개선책을 꼭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5) 민중가요와 노찾사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5) 민중가요와 노찾사

    2009년 4월 30일 늦은 밤, 서울 종로구 운현궁 뒤편 주점 ‘낭만’에 애절한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부르는 목소리는 각기 달랐으나 노래는 딱 한 가지로, 대중에게는 낯선 ‘부용산’을 번갈아 가며 부르고 들었다. 모인 사람들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정·관계, 문화계를 움직이던 쟁쟁한 인사들. 딱 한 곡을 두고 삼십여명이 젖 먹던 내공까지 다해 노래를 부르는 해괴한 풍경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비장감마저 흘렀다. 모두가 간절함을 더해 뽑아냈고 구석에서는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 일간지가 전한 사연이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모두가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일까. 그 며칠 전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등등 몇 사람이 ‘부용산’을 흥얼거리다 ‘누가 잘 부르는지 함 겨뤄 보자’고 의기투합한 것이 이날 풍경이었다. 노래는 오랜 세월 금지곡으로 묶여 있었고 금지된 사연은 기구하고 애절하다. ‘부용산’은 본디 1947년 목포 항도여중 교사였던 박기동이 24살에 요절해 전남 벌교 부용산에 묻힌 누이를 추모해 지은 시다. 여기에 동료 음악교사 안성현이 곡을 붙였다. 안성현은 일반 대중에게는 낯설다. 그러나 그가 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저 유명한 ‘엄마야 누나야’의 작곡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일제 치하에서 민족의 슬픔을 애절하게 노래했던 ‘엄마야 누나야’의 작곡자가 알려진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는 6·25 당시 월북했으며 북한 국립교향악단 단장을 역임했다고 전한다. 그런저런 이유로 ‘부용산’의 작곡자는 오랜 세월 미상으로 남게 된다. 그러나 노래는 한국전쟁 당시 널리 퍼진다. 특히 전남에서 유행했던 이 노래는 ‘좌익’들에겐 자신들의 군가처럼 받들어지며 애창됐다. 실제로 지리산, 회문산 빨치산들이 달 밝은 밤이면 워낙 애절하게 불러 대는 바람에 인근 마을 사람들까지 잠을 설쳤다고 한다. 애당초 이념과는 무관했던 노래가 금지곡이 된 데는 이처럼 빨치산이 즐겨 불렀다는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 사실 빨치산들도 노래에 이념성을 넣어서 불렀다기보다는 자신들의 처지가 고달파서 불렀겠지만 여순 사건 등을 거치면서 노래 ‘부용산’은 당국에 의해 엄격히 금지된 채 80년대 저항가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다. 80년대는 이렇듯 저항노래의 시대였다. 민중가요를 부르면 곧바로 당국에 끌려가던 시절. 그래서 사람들은 뒷골목 술집에서 주위를 살피며 숨죽여 노래를 불렀다. 민중가요는 80년대를 풍미했다. 노래는 역사의 현장에 청춘을 내던진 사람들의 비명에 가까웠다. 노랫말도, 곡조도 구슬프다. 그래서 운동권 노래를 듣게 되면 그 비장미에 온몸을 부르르 떨게 된다. 돌이켜 보면 권위주의 시대, 이른바 당국은 시시때때로 금지곡 명단을 발표하고 이에 맞서 운동권은 끊임없이 미래의 금지곡이 예정된 운동권 가요를 양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미있는 것은 당국이 왜색가요를 금지하고 건전가요를 강요한 것과 같은 이치로 운동권은 팝과 대중가요를 부르는 선후배 동료를 부릅뜬 눈으로 경멸하곤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시절 대학가와 젊은 넥타이 부대들이 운동권 노래들만 불렀던 것은 아니다. 시작은 대부분 뽕짝이다. 어머니이임의 소오온을 노오코 도라아서얼 때에에는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는), 누군가가 뽕짝 한 곡조를 뽑기 시작하면 대개 기본 한 시간은 간다. 노래가 끝날 때쯤이면 다른 노래가 등장하고 이렇게 시작된 노래는 목이 쉴 때까지, 안주로 시켜 놓은 짬뽕 국물이 바닥을 보일 때까지 계속됐다. ‘미아리 눈물고개’부터 ‘눈물 젖은 두만강’, ‘울려고 내가 왔나’, ‘가련다 떠나련다’까지 이십대 청춘들이 흘러간 노래들을 뽑고 또 뽑아 댔다. 중국집 교자상이 흠집이 나도록 젓가락을 두드리다 보면 누군가는 꺼이꺼이 울었고 또 누군가는 탁자 위에 고개를 처박고 코를 골았지만 노래는 계속됐다. 허구한 날 불러 대다 보니 가사까지 외워 버린 그 많은 노래는 대개 구슬펐다. 떠나온 고향을 그리거나 어머니를 생각하게 하는 곡들의 대부분은 대개 부모님 세대에 유행했던 노래들이다. 그러나 뽕짝으로 시작한 과 엠티나 직장의 단합대회에서도 밤이 이슥해지고 헤어질 때쯤이면 운동권 가요가 터져 나왔다. 취한 채 꽥꽥 소리를 지르다가도 마지막에는 당연하다는 듯 모두가 같이 불렀다. 혼자 시작했지만 곧바로 떼창으로 이어지는 게 운동권 노래들의 특징. 노래가 끝나면 한순간 숙연해지고 모두가 비감 어린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특히 김광석과 안치환이 번갈아 부른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이 같이한 ‘노래를 찾는 사람들’, ‘노찾사’를 기억해야 한다. 80년대 전설적인 민중가요들이 집대성된 데는 노찾사의 역할이 컸다. 6·29 선언에 따른 민주화 분위기 속에 등장한 87년 ‘노찾사’의 첫 공연은 당시로서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사랑 타령이 공통 주제였고 서구 팝에 빠져 있던 그 시절, ‘노찾사’의 묵직하고 음울하면서도 뜨거운 노래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특히 ‘사계’는 당시 지상파 유명 프로그램의 피날레 뮤직으로 등장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여성 보컬과 건반의 경쾌한 연주와는 극히 대조적으로 여공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표현하고 있다. 이후 거북이(터틀맨)에 의해 힙합 버전으로, 또 클럽하우스 버전으로 흥겹게 불렸다. 랩 가사도 발랄해서 골수 운동권으로부터 욕을 많이 먹기도 했지만 지금의 세대에 저항가요의 서정성을 알린 공은 인정해야겠다. 그러나 무거운 주제의식과 어두운 분위기는 운동권 노래의 한계가 된다. 시종일관 침울하다. 시대의 소외된 것들을 조명하는 민중가요의 특성상 피할 수 없는 한계로 보이지만 대중성을 얻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의 민주화 시대에는 극히 일부에서만 불릴 뿐 아쉽게도 그 위대했던 영광을 점차 잃어 가고 있다. 아득한 시절, 이 땅에 민주화란 말이 익숙하지 않았던 80년대 끝자락, 나는 신촌의 한 여자대학 강당에서 결혼했다. 거리에는 최루탄 냄새가 여전히 매캐하고 강요된 눈물이 멈추지 않던 시절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그날 결혼식의 가장 큰 이변은 축가였다. 초대된 소프라노는 칼날 같은 목소리로 ‘거센 바람이 불어와서 어머님의 눈물이…’로 시작되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불렀고 ‘창살 앞에 네가 묶일 때 살아서 만나리라’로 끝나는 대목에서 하객들은 한순간 숙연해졌다. 그때는 정말 그랬다. 용기가 없거나 모질지 못한 사람들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그들만의 타는 목마름을 표현했고 그것들이 모여 지금의 성숙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냈다. 우울했던 80년대, 그래도 우리는 ‘좋은 것은 언제나 미래에 있다’(The best is yet to be)는 시 구절을 새기며 살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살아 내었다. 시간이 많이도 흘렀다. 이제 와서 문득 운동권 노래를 듣게 되면 비감해진다. 그리움은 강이 되어 맴돌아 흐르고 백합일시 그 향기롭던 꿈도 간데없다. 2015년은 이제 멀리 재를 넘는 석양에 지고 있고 추억은 야윈 겨울 햇빛에 시들어 간다. 서강대 MOT 대학원 교수 yule21@empal.com
  • 춘천, ‘미수거· 과태료’로 쓰레기 투기 90% 줄여

    ‘불법 투기 쓰레기는 수거하지 않는 게 약’ 강원 춘천시가 불법 쓰레기를 거둬들이지 않거나 과태료를 부과시켜 해결했다. 춘천시는 17일 시내 최대 원룸촌인 효자동 일대의 최대 민원인 불법 쓰레기 투기를 수거하지 않는 방식으로 한 달 만에 90%의 쓰레기를 줄이는 성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시행 첫 주 1주일 평균 2.4t이던 불법 쓰레기양은 1주일 간격으로 1.1t, 0.8t으로 줄더니 4주차에 접어들면서 0.3t에 그쳤다. 이 기간 총 116건의 불법 투기자(대학생 99명, 일반주민 17명)를 적발했고 종량제 봉투 사용률도 30%에서 70%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시는 매일 주야간 감시 단속반을 운영하고 미수거된 불법 쓰레기를 개봉해 투기자를 추적, 현장에서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경각심을 높인 효과로 보고 있다. 새해부터는 한림대와 춘천교대 인근으로 대상 지역을 확대하고 게릴라식 감시·단속을 실시할 방침이다. 또 각 대학 총학생회와 환경동아리 등과 연대해 학기 초부터 신입생 대상 서명운동 등 캠페인을 벌여 쓰레기 감소 효과를 연중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시 관계자는 “대학가 원룸촌의 인근 지역에까지 단속 강화 사실이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는 시내 전역의 불법 쓰레기 투기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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