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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 & 30] 나의 취업 도전기

    [20 & 30] 나의 취업 도전기

    대학가에선 가을 졸업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취업의 높은 문턱을 넘기 위한 취업준비생들의 노력에는 졸업이 없다. 심심찮게 들려오는 하반기 기업 공채와 공무원 채용 인원 감축 소식에 마음만 무거워진다. 1998년 경제위기 이후 만성화된 취업난 속에 5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는 친구들을 ‘조기졸업’이라고 부르는 자조섞인 농담도 일반화됐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른 등록금 때문에 무작정 졸업을 미루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답답한 현실속에 희망을 접지 않고 자신의 꿈을 위해 잠을 줄이고, 살을 빼고, 자존심마저 버린 2030의 취업 도전기를 들어 보자. ●1차 관문 서류전형 영어의 벽을 넘어 대학시절 기자가 되고 싶었던 이모(30)씨는 한글을 누구보다 사랑했으나 영어와는 친하지 않았다. 아무리 공부해도 토익은 늘 700점대를 면치 못했다. 언론사의 1차 관문인 서류전형을 통과하기 위해선 적정 수준의 토익점수가 필요했으나 낮은 토익성적 때문에 이씨는 번번이 탈락했다. 미국에 6개월 어학연수도 다녀왔으나 귀국 후 본 토익 성적은 고작 30점 올랐을 뿐이었다. 외신기자도 아닌데 왜 토익이 중요하냐며 늘 신세한탄만 하던 이씨. 이씨는 너무나 기자가 되고픈데 영어 실력 때문에 자신의 글쓰기 실력조차 뽐낼 기회를 갖지 못한 현실을 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넉달간 토익공부만 했다. 그 결과 토익 점수가 955점이나 나왔다. 이후 그는 자신감이 붙어 여러 언론사에 도전했다. 예전에 비해 언론사 공채 1차 전형의 승률이 꽤 높아졌다. 하지만 언론사 시험엔 고득점의 토익만이 능사가 아니었다.2차 필기시험에서 떨어지기를 20여회. 드디어 한 언론사로부터 필기전형 합격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접해본 언론사 면접과정은 그에겐 너무 낯설었다. 버벅거리기만 하다 떨어진 이씨. 이후 약 2년간 면접만 7군데를 보고 언론사 시험 준비 4년 만에 신문사 기자가 됐다. 이씨는 “7전8기 정신으로 버텼다.”면서 “한 언론사를 상대로 평균 3번씩은 원서를 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시간이 걸릴 뿐, 포기하지 않으면 노력이 배신하진 않습니다.” ‘덜렁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회사원 김모(30·여)씨는 ‘직원과 회사는 궁합이고 팔자고 운명이다.’고 말한다. 김씨는 2년간의 백수생활 끝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 입사에 성공했다. 김씨는 자신의 입사실패 이유를 ‘너무 꼼꼼이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어면접에는 100개가 넘는 예상질문에 일일이 영어로 답을 달아 외웠다. 최종면접에는 회사의 인지도 조사 등 시키지도 않는 발표를 했다. 시험 내내 잠도 안자고 자료를 준비했다.6개월 동안 각종 시험에 떨어지고 ‘인문학 전공자’여서 취업에 실패한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진학했다. 인문학도로서 공부로 끝장을 보겠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공부는 만만치 않았고 결국 1년 만에 휴학을 하고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솔직히 부모님이 공부로 성공할 싹이 안 보인다고 학비를 끊었어요.” 절망의 끝에서 본 시험은 더욱 세밀하게 준비했다. 하지만 영어면접을 대비해 정리한 파일을 어머니가 쓰레기인 줄 알고 버렸다. 김씨는 오히려 준비 없이 간 영어면접에서 더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했다. 또 ‘덜렁이’답게 최종면접에서는 발표 파일을 두고 갔다. 그리고 묻는 질문에만 충실히 답했다. 결국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왜 붙었는지 모르겠어요. 회사 선배들은 적성시험에서 영어면접·최종면접까지 비슷한 점수여서 붙었다는데 어리둥절했죠.” ●‘5당 6락´ 정신으로 끊임없이 채찍질 최근 취업에 성공한 박모(29)씨는 ‘불굴의 사나이’로 정평이 나 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죽는 것 빼고는 다해 봤기 때문이다. 박씨는 2005년 제대 후 복학했다. 졸업을 2년 앞둔 시점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다 됐지만 취업 시장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박씨는 남다른 자세만이 취직의 비결이라 믿었다. 그는 남은 학기 동안 ‘5당6락’의 자세로 일관했다.‘5시간 자면 취직,6시간 자면 낙방’이라는 정신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며 알찬 나날을 보냈다. 우선 토익 성적부터 올려야 했다. 복학하던 그해 처음으로 토익을 봤지만 670점을 얻는데 그쳤던 것이다. 그는 학원 수업도 열심히 듣고, 대학 내 스터디 모임에도 활발히 참가했다.1년여가 지났을 즈음에는 900점대를 가뿐히 돌파했다. 학기 중에는 주유소, 편의점, 음식점 등 여러 곳에서 일하며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았다. 방학 때는 기업 인턴 생활도 했다. 학교 성적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졸업할 때 4.5점 만점에 4.2점을 받았다. 졸업을 앞두고서는 전문 학원에서 면접 교육도 따로 받았다. 스피치부터 언어 교정, 옷차림 등에 대해 두루 배웠다. 그는 모든 것이 준비됐다고 생각했다. 취업 전 졸업은 자살행위라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지난해 2월 졸업했다. 그때부터 박씨는 좌절의 연속이었다. 정규직의 꿈이 요원했던 것이다. 아무리 따져 봐도 다른 입사지원자들보다 뒤지는 게 없는데 번번이 떨어졌다.1년 넘게 백수로 지내면서 심신이 피폐해졌다. 대인관계를 기피하는 등 성격도 침울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중소기업에 다니는 친구를 만났다. 그는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데도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자원했다. 그에게서 “어느 곳에서든 경력을 쌓아 몸값을 불린 뒤 더 좋은 곳으로 옮겨가는 게 요즘 추세”라는 말을 들었다. 순간 박씨는 자신이 국내 굴지의 기업과 공기업에만 지원서를 넣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박씨는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지원했고, 결국 지난 6월 취업했다.“단번에 높은 곳에 올라 모든 걸 움켜쥐려고 서두르다 보니 의욕이 너무 앞서 잘 안 됐던 것 같아요. 하나씩 밟아 나간다는 자세로 임하니 취업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더군요.” 대학생 임모(26·여)씨는 ‘한방’으로 유명하다. 모두가 어렵다는 취직의 문턱을 단 한 번 응시로 가뿐하게 넘었기 때문이다. 임씨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취업을 위한 4단계 계획과 세부 실천 사항을 면밀히 작성했다.1단계는 영어의 달인이 되는 것이었다. 토익 성적 900점대는 기본이고 외국인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는 게 목표였다. 그는 1년 동안 학원과 학교 수업을 통해 어느 정도 영어에 자심감이 붙었다.2학년이 되던 해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그곳에서 이를 악물고 노력한 결과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능수능란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됐다. 2단계는 입사를 희망하는 회사에 대해 면밀히 파악하고, 인맥을 두텁게 쌓는 것이었다. 그는 기업 내 학맥을 이용했다. 대학 선배를 통해 기업 분위기, 입사 절차, 면접 방법 등을 두루 들었다. 선배의 소개로 인턴 생활도 했다.1년간 인턴으로 지내면서 회사 내 여러 팀을 돌아다니며 임원진들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3단계는 외모 관리였다. 취업에 과외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은 수입을 과감히 외모 가꾸기에 투자했다. 치아교정, 라식수술 등을 통해 얼굴을 돋보이게 했고, 헬스클럽에도 꾸준히 나가 매력적인 몸매 라인을 만들었다.4단계는 완벽에 가까운 학점 관리였다. 임씨는 4.5점 만점에 4.4점이라는 경이적인 학점을 받았다. 이 모든 과정을 깔끔하게 소화해낸 임씨는 올 2월 졸업과 동시에 바라던 대기업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사했다. “취업을 위해 친구들과의 어울림이나 이성교제 등 대학시절 낭만을 포기했어요. 하지만 남들이 부러워하는 곳에 입사하고 나니 친구들에게서도 더 자주 연락이 오고, 남자 소개도 많이 들어오더군요. 지난 세월 공들인 대가를 충분히 보상받고 있습니다.” ●1년동안 18㎏ 몸무게 줄이며 무한도전 승무원이 되고 싶었던 김모(25·여)씨의 대학시절 몸무게는 평균 63㎏이었다. 김씨의 키는 168㎝였지만 우람한 체격 때문에 ‘스튜어디스가 꿈이다.’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웠다. 그녀는 몸매가 안되면 실력이라도 키우자는 마음으로 어학공부에 매진했고 900점이 넘는 토익점수,4.5만점에 평점 4.0의 학과 성적을 일궈 냈다. 승무원 학원에 다니면서 반드시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김씨는 약 1년간 18㎏의 몸무게를 감량했다. 하루에 3시간씩 운동을 하고 식이요법으로 일궈낸 결과였다. 이후 김씨는 원하던 항공사에 입사했다. 그녀는 현재 국제선을 타고 비행하며 탑승객들에게 편안한 비행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씨는 “정말 스튜어디스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줄곧 실패해 왔던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면서 “나와의 싸움을 이겨내 소원이었던 스튜어디스가 된 것은 스스로 너무 대견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취업을 위해서라기보다 원하는 꿈을 일궈 내기 위해선 무언가에 미친 듯이 정성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인생, 한 번밖에 못사는 거잖아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극성을 부려줘야죠.” 2003년 입사한 이모(32)씨는 10개가 넘는 기업의 최종면접에서 떨어졌다. 그는 “첫 시험에서 최종면접까지 올라가 자만에 빠졌다. 하지만 1년6개월이 지속되자 다른 사람들은 지상에 있고, 나 혼자만 지하에 있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이씨는 토익 930점에 학점도 좋았다. 그는 자신이 기업에 합격할 결정적인 무기가 없다는 것을 ‘낙방생활’ 1년 만에야 알았다. 해외연수도 인턴 경험도 없었다. 자격증도 없었다. 단지 자신감만 있었던 것이다. 이씨는 “뒤돌아 보니 난 무모한 돈키호테였다.”고 말했다. 지원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원서 첨부 서류를 다른 회사에 내러 가기도 했다. 다른 이들은 우편으로 보내지만 이씨는 성의가 없다고 비난하면서 직접 내러 간 것이다.“인사부 직원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더라고요. 전 다른 회사인지도 모르고 원서 안 받는다고 항의까지 했는데 그 창피는 말로 못하죠.” 하지만 그의 합격소식은 무작정 모든 시험에 참가한 데서 왔다.S기업에 한 해에 3번이나 시험을 보게 됐고, 인사담당자 및 실무진이 그의 정성을 높이 산 것.“기업은 좋은 인재를 뽑아야 하지만 저 같은 무모한 사람을 뽑아 주면 인생을 구제해 준 기업에 충성을 다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황비웅 김정은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원룸 저물고 기숙사 뜬다

    원룸 저물고 기숙사 뜬다

    수도권 등 지방 대학가에 90년대 중반부터 호황을 누렸던 ‘원룸 전성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대학들이 앞다퉈 기숙사 건립에 나서고 있어 1∼2년내 기숙사 공급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원룸의 업태 변화는 이제 ‘발등의 불’처럼 급하게 됐다. 22일 전국 대학가 등에 따르면 대규모 대학촌인 경기 수원, 경북 경산 등에는 벌써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는 지난 5월 744개실(수용 인원 1952명) 규모의 기숙사를 착공, 내년 신학기부터 학생을 뽑는다. 성균관대 주변에는 50여곳의 원룸 빌라가 있고, 하숙집도 100여곳 넘게 성업 중이다. 경기대는 2010년 완공을 목표로 21,22층짜리 기숙사 2개동(수용 인원 2009명)을 건립하고 있다. 재학생 1만 1000여명의 20%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한양대 안산캠퍼스도 캠퍼스내 기숙사 신축을 위해 부지 선정을 놓고 안산시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의 대규모 기숙사 건립이 잇따르자 원룸촌과 하숙촌은 생계를 위협받게 됐다며 긴장하고 있다. 수원지역의 한 부동산업자는 기숙사가 잇따라 완공되는 내년부터 학생의 원룸 입주가 50% 이상 줄 것으로 예상했다. 대학가가 많은 경산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1780명이 기숙사에 입주해 있는 영남대는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700명 수용 규모의 원룸형 기숙사를 신축 중이다. 학기때마다 입주 경쟁률은 4∼5대 1로 치열하다.2200명 규모의 기숙사를 운영 중인 경산의 대구가톨릭대도 올해말까지 588명이 생활할 수 있는 기숙사를 짓는다. 경북대도 내년 8월 말까지 1370명을 추가 입주시키는 기숙사를 신축한다. 현재 2796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2357명 규모의 기숙사가 있는 대구대 경산캠퍼스도 2010년까지 700명 규모의 기숙사를 건립하기로 했다. 경산지역 대학가의 기숙사 이용료(1학기당 숙식 70만∼90만원)는 원룸(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0만원 정도, 식비 별도 부담)에 비해 훨씬 싸다. 치안 확보와 면학 분위기도 좋다. 영남대 인근에서 6년째 원룸 셋방을 놓고 있다는 이모(63·여·경산시 대동)씨는 “벌써 학생 고객을 구하기가 힘들어져 호객 행위까지 한다.”며 “1∼2년 이내 대학 기숙사의 70∼80%가 기존 원룸 고객들로 채워질 것으로 원룸 사업자들은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산 임당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학가 원룸 전성시대는 옛말”이라면서 “대학 기숙사에 맞설 수 있는 시설 현대화와 방값 인하 등의 생존 전략 마련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전국종합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1+1=∞’ 새코드 이해는 학문간 벽 허물기부터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1+1=∞’ 새코드 이해는 학문간 벽 허물기부터

    ‘통섭(統攝)’은 왜 필요한가. 통섭을 둘러싼 많은 논의들에 문제점은 없을까. 통섭이 안정적으로 한국 사회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법이 필요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서울신문은 6회에 걸친 ‘21세기 신(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를 마감하며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대표하는 석학들의 대담을 마련했다.‘인간을 공부하는 동물’로 스스로를 칭하는 경희대 영어학부 도정일 명예교수(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 대표)와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으로 꼽힌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가 거침없는 생각을 쏟아냈다. 서강대 철학과 엄정식 명예교수가 사회를 맡아 대담을 진행했다. 두 교수는 ‘통섭’이 더 이상 스쳐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중요한 사회적 과제라는데 동의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 학과간의 벽을 허무는 단계에서부터 천천히 접근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 통섭은 왜 화두로 떠올랐나 엄정식 교수 대학 사회와 언론 등 곳곳에서 통섭이 화제다. 일각에서는 유행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학문적 필요성이나 학문 구분의 발전 방향을 놓고 볼 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분명하다. 오랫동안 통섭에 대해 고민해 오신 도 교수께서 왜 한국 사회에서 통섭이 화두가 됐는지를 진단해 달라. 도정일 교수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연구영역의 독자성뿐 아니라 유사하거나 연관이 있는 분야간에 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분과(分科) 현상이 오랫동안 진행되다 보니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단절현상이 당연시되고 있다. 학문발전은 물론이고 사회발전이나 정책개발 및 시행 과정에서 단절현상은 매우 좋지 않다. 이런 반성에서 통섭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덕환 교수 통섭을 처음 주창한 에드워드 윌슨의 본거지인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절실한 필요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학문간의 분과는 이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장벽의 정도가 아니라 서로를 비하하고 폄하하는 일도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자연과학에서는 인문사회학 무용론이 나오고, 인문사회학에서는 거꾸로 자연과학 무용론이 나온다. 급속히 발전한 한국사회의 문제를 과학기술의 책임인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문사회 분야와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다행히 과학계 내부에서는 현실적인 필요성에 의해 융합연구가 확대되는 추세다. 이를 인문사회까지 연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엄 교수 통섭에 관한 논의와 시도는 20세기 초부터 상당히 활발하게 있어 왔다. 물리학을 중심으로 학문을 통합하려는 움직임도 있었고, 철학계에서도 논리실증주의자들이 보편언어를 찾고자 했다. 윌슨은 이 시도를 생물학으로 옮겨 좀 더 발전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통섭이 수입학문이라는 점이다. 기술은 그냥 수입하면 되지만 학문은 배경과 사연이 더 중요하다. 지적·문화적 풍토를 수입하지 않으면 나중에 또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좋은 담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가 통섭에 적용되면 좋을 것 같다. 담이 낮으면 도둑이 생기고, 담이 높으면 이웃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 이 같은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교수 통섭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통섭학이라는 별도의 학문이 아니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다. 어느 한 가지 학문이 모든 것을 흡수할 수 있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곤란하다. 물리학이나 생물학 등에서 비롯된 자연과학의 객관적인 방법론이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다만 이 방법론을 모든 분야에 적용해 보려는 시도 자체는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새로운 시도이니만큼 어려움도 있고, 기존 영역에서의 부정적인 비판도 있다. 그러나 자연과학의 객관화된 시각을 인문학에서 활용하는 것은 분명히 기초적인 통섭의 단계가 될 것으로 본다. 거꾸로 자연과학에서 인문학적인 상상력과 주관성을 도입하려는 시도도 활발해지고 있다. 도 교수 문제는 통섭이 ‘이렇게 하자.’고 정해 놓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통섭이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언어를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말하자면 유전학, 진화론, 진화심리학 등의 학문도 언어 연구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통섭을 궁극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건은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는 것이다. 즉 연구대상을 새로 발견하고 확장할 수 있는가, 대상에 대한 통찰을 더욱 과학적이고 인문학적으로 깊이있게 할 수 있는가 등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같은 실제적이고 학문적인 이득의 유무가 통섭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정당성을 결정해 줄 것이다. 이 교수 100% 동감한다. 학문의 발전을 위한 통섭은 근원적인 이유가 있는가를 짚어봐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더욱 낮은 수준의 통섭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의 학생들과 교수들은 모두 분화된 학문에 익숙해져 있다. 상당히 혼란스러운 일이다. 인문사회 관련 교양을 들을 때는 자연과학의 부정적인 인식을 듣고, 자연과학을 들을 때는 인문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듣는다. 학문이 아닌 단지 골고루 아는 낮은 차원에서의 통섭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2 통섭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 엄 교수 두 가지를 합치다 보면 아무래도 어느 한쪽이 더 힘을 발휘하게 마련이다. 특히 강자는 식민지적으로 취합하려는 경향이 있다. 인문학의 경우 과학과 통합되면서 과연 ‘학문’으로 존립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제우스의 불칼’이나 ‘이카루스의 날개’와 같은 신화는 이미 아무도 믿지 않는다. 과학기술이 인문학의 근거인 상상을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마찬가지로 천문학자들의 방식대로만 별을 보면 알퐁스 도데, 생텍쥐베리, 윤동주의 별은 볼 수 없다. 통섭의 시도에서 염려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학문의 영역이 가만히 있어도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학문 분야가 떼를 써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철학의 경우 현재는 수세기 전의 철학과 달리 ‘철학사’적인 측면만 남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학을 논하기 위해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공간, 시간, 죽음 등의 개념은 과학기술의 등장으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자연과학이 철학이라는 학문의 근간을 흔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도 교수 어느 한쪽으로의 일방적인 통섭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인문학이 과학을 이해하고, 과학이 인문학을 이해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인문학과 과학이 통섭하자고 해서 함부로 합칠 수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예술을 포함한 인문학과 과학은 엄연히 시각이 다르고, 분야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르다는 전제 위에서 시작해야 한다. 과학은 일단 자연현상에 대한 보편적인 진실을 추구한다.‘도정일은 세포로 되어 있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나라는 인간에 대해 아무 것도 설명하지 못한다.‘세계는 입자로 구성돼 있고, 우주를 지배하는 힘은 네 가지 밖에 없다.’는 말도 분명히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낼 수 없다. 이 교수 통섭과 비슷하지만 좀 다른 개념인 융합의 경우 공학 분야에서는 상당히 오랜기간 모색돼 왔다. 로봇공학을 하는 사람은 심리학, 미학, 전자공학, 기계공학을 모두 시도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로봇공학은 수많은 학문들과 연관을 맺으며 발전해 왔고, 영역이 넓어지는 만큼 발전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융합의 결과는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화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물론 융합 과정에서 사멸하는 분야도 있다. 도 교수 학문융합, 통섭은 인문학이든 자연과학이든 간에 전혀 몰랐던 탐구의 영역을 생산해낼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인문학 분야가 ‘진화론’으로 대표되는 생물학적 발견을 참조하지 않고서는 진행이 되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것을 두고 생물학이 모든 학문을 점령하는 제국주의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은 말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지나친 분화의 결과가 교육에도 반영돼 있다는 점이다. 통합적 감성이나 세계관을 가질 기회도 없이 기능적인 전문인이 되고 다문화적인 세계관을 가질 수 없는 파편적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인문학이 변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학의 교양교육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인문학이다. 인문학이 통섭적 사고를 가져야 교육이 변하고 사회가 변할 수 있다. 3 통섭의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엄 교수 통섭이 본격화되면서 용어에 대한 논란도 있다. 통섭이나 ‘컨실리언스(Consilience)’라는 말을 쓴 윌슨의 성향 때문인지 환원주의나 제국주의적인 느낌을 갖기도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문진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는데, 통섭을 궁극적인 목적이 아닌 방법의 하나 정도로 취급하고 싶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나루터 가는 길을 함께 찾아가는 것이다. 나루터까지 함께 쉽게 간다면 자신들의 목표들도 좀 더 쉽게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통섭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지만 방법론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다양하지 않을까. 요즘 대학가에서는 통섭학과, 통섭대학원을 만든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교수 통섭에서 방법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연과학에서 탐구의 문제는 끊임없이 변해 왔다.19세기 말 한국에 처음으로 서양의 자연과학이 도입됐는데, 지금까지 계속 새로운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자연과학에서도 확실한 것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방법에 초점을 맞춰서 통섭을 얘기한다면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시각을 공유하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통섭이나 융합과 관련된 문제 가운데 하나가 ‘획일화’다. 여러 단계의 통섭이 있을 수 있는데 단 하나의 기준만 세우고 ‘여기서부터 통섭’이라고 한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통섭학과나 통섭대학원을 만든다는 얘기들이 있는데 통섭의 첫 단계를 시각과 인식의 공유라고 본다면 하나로 합치는 것이 아니라 합쳐서 여러 개가 다시 나와야 한다. 도 교수 통섭학과나 통섭대학원은 희극적이다. 통섭학과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문과 학문사이의 결합이나 통합은 필요하고, 가능하겠지만 통섭을 전문적으로 다룬다는 것은 통섭의 기본 정신과 전혀 맞지 않는 사고방식이다. 가장 자율과 객관적이 강조되는 문학에도 통합적 접근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문학비평에 정신분석과 언어학이 들어오는 데만 40∼50년이 걸렸다. 필요한 일이라면 누가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진행되게 마련이다. 다만, 활발한 논의를 통해 진행한다면 좀 더 효과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엄 교수 통섭을 논의하면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많은 것을 시도하고 말할수록 얻는 것도 많겠지만, 비난이나 비판도 있을 수 있다. 언제나 자기 반성은 중요하다. 그것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을 더 빨리 파악할 수 있고, 궤도를 수정할 수도 있도록 해준다. 가능하다면 모두 함께 모여 논의하고 격려한다면 분명히 통섭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엄정식 교수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미국 미시간 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아메리카학회 회장, 철학연구회 회장, 한국 철학회장을 지냈다. 서강대 재직 시절 ‘행복한 철학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고전철학부터 과학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강의를 진행했다. 특히 과학철학 강의를 통해 과학기술과 현대인의 행복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저서로 철학 입문서로 유명한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지혜의 윤리학’‘확실성의 추구’‘분석과 신비’‘자아와 자유’ 등이 있다. ■이덕환 교수 서강대학교 화학과, 과학커뮤니케이션 협동과정 교수. 비선형 분광학, 양자화학, 과학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고 미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와 대외활동 모두에서 주목받는 흔치 않은 과학자로 2006년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과학지식으로 사회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확실성의 종말’‘먹거리의 역사’‘거의 모든 것의 역사’ 등 베스트셀러 과학서적을 번역했다. ■도정일 교수 문학평론가. 경희대학교 영어학부 명예교수. 대한민국 전역에 세워진 ‘기적의 도서관’을 기획하고 감독한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상임대표다. 잡지 편집장, 동양통신 외신부장을 거쳐 미국으로 유학,1983년부터 경희대학교에서 비평이론 강의를 시작했고 이론교육에 힘을 쏟았다. 특히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와 4년 동안 만나 나눈 논쟁을 담은 책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대담’은 한국 사회 최초의 본격적인 통섭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 하숙촌 흑석동 ‘한강 뉴타운’으로

    하숙촌 흑석동 ‘한강 뉴타운’으로

    다세대 주택가 ‘하숙촌’으로 유명했던 흑석동이 ‘한강 뉴타운’으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시는 19일 동작구 흑석동 84의10 일대(89만 4933㎡)에 2015년까지 아파트 1만 627가구(임대 1294가구 포함)를 짓는 ‘흑석 재정비촉진계획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대학가 고려 ‘부분 임대형 아파트´도 사업 대상지는 총 9개 구역으로 나눠 8곳은 주택재개발사업으로,1곳은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추진된다. 용적률은 주택재개발이 190∼240%, 도시환경정비사업 지역은 400% 이하가 적용된다. 3만여명이 거주할 흑석뉴타운은 4∼35층 규모의 아파트가 스카이라인을 형성한다. 경사지와 구릉지엔 4층 이하의 테라스형 하우스가, 중심센터엔 탑상형의 고층 주상복합건물이, 평지엔 7∼26층 규모의 건물을 지어 저·중·고층이 조화를 이룬다. 특히 흑석동이 하숙, 자취 등의 1인 가구가 많은 대학가인 점을 고려해 85㎡ 이상의 분양주택 일부 공간을 전·월세로 임대할 수 있는 ‘부분 임대형 아파트’ 1684가구가 들어선다. 아파트 1층엔 노인시설과 유아방, 독서실을 설치해 이웃간 교류를 활성화한다. 도서관과 복지시설 등 공공 건물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집단에너지시설을 도입할 예정이다. 다양한 공원과 ‘테마 가로’ 등도 조성된다. 내년 5월에 개통될 지하철 9호선 신설역 인근엔 중앙문화공원이 꾸며진다. 또 상업과 업무, 주거 등을 갖춘 35층 규모의 복합건물 ‘타운 코어’가 들어선다. 중앙문화공원 부지와 인접한 4000㎡ 규모의 유수지는 한강둔치로 이전된다. ●자연+문화 이뤄진 ‘휴먼도시´로 탄생 한강, 지하철 9호선 신설역, 중심공원을 거치는 뉴타운의 모든 주거 단지에 보행자 도로가 조성된다. 특히 생태와 생활, 문화 등 ‘테마 가로’로 들어선다. 생태 가로는 현충원에서 중앙공원을 거쳐 용봉정 근린공원에 이르는 구간이다. 자연 관찰과 생태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꾸며진다. 생활 가로는 서달로가 중심 도로로 상가와 부대시설이 들어선다. 문화 가로는 문화공연, 공연장, 이벤트 광장 등으로 꾸며진다. 녹지축은 현충원과 서달산으로 연계돼 개발된다. 가구당 공원·녹지 면적은 현재 1.2㎡에서 7.8㎡ 수준으로 확대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으로 흑석지구는 한강과 서달산의 자연 환경, 중앙대·숭실대 등의 문화 환경이 함께하는 ‘휴먼 도시’로 태어날 것”이라면서 “특히 중심부의 타운코어는 한강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흑석뉴타운은 계획안이 이달 고시되면 구역별로 조합설립 인가, 건축위원회 심의, 사업시행 인가 등의 절차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3차 뉴타운지구 가운데 나머지 시흥과 창신·숭인뉴타운의 개발계획은 연내에 확정해 발표될 예정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23)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임인덕 신부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23)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임인덕 신부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 ‘서방 수도(修道) 제도의 입법자’,‘수도생활의 사부(師父)’로 불리는 이탈리아 성 베네딕트(480∼547)가 쓴 수도 규칙서의 대표적 문구이다. 경북 왜관의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엘 가면 곳곳에서 이 문구를 볼 수 있다. 이곳의 모든 사제와 수사들은 실제로 한순간도 잊지 않고 이 문구를 새기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중에서도 독일 출신의 임인덕(73·본명 하인리히 세바스티안 로틀러) 신부는 영화와 비디오로 ‘복음’을 전하는 ‘미디어신부’. 성경 대신 영화를 복음의 방편으로 삼아 기도하고 일하며 42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독특한 사제이다. ●한국생활 42년은 한 편의 ‘로드무비´ ‘아시아 최대의 수도원’이라는 왜관수도원은 일반인에겐 좀처럼 속살을 드러내지 않는 은밀한 곳. 그중에서도 임인덕 신부가 매일매일 ‘기도하고 일하는’ 시청각실은 웬만한 수도원 식구들조차 발길을 쉽게 들여놓을 수 없는 이색지대로 통한다. 내년 초 사제서품을 받는다는 젊은 한국인 신학생의 안내로 찾아간 수도원 한쪽, 분도출판사와 닿아 있는 시청각실은 소문대로 임 신부의 궤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영화는 딱딱한 성경보다 복음의 가치들을 훨씬 더 잘 전할 수 있는 길”이라는 임 신부. 왜관수도원에서 22년간 가톨릭 분도출판사를 이끈 데 이어 베네딕도미디어 책임자로 활동하면서 국내 영화계에서도 유명 인사가 되어 버린 그의 한국 삶은 한 편의 로드무비나 다름없다. 20여년 전 당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쥐어진 지팡이에 의지한 채 시청각실에서 기자를 맞은 임 신부는 실타래 같은 고난의 나날들을 덤덤한 웃음으로 하나하나 풀어냈다.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을 기억하시나요.” 예정됐던 손님들의 방문 약속을 인터뷰 뒤로 물린 노 사제가 불쑥 던진 물음이 묵직하게 가슴을 죈다. 사제의 뜻을 이리저리 더듬어 보아도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 뼘 손으로 진실을 가리려는 무지막지한 폭력을 도저히 참을 수 없더군요.” 국내 언론들이 ‘시민 폭동으로 네 명의 군인과 한 명의 시민이 희생됐다.’는 왜곡으로 일관했지만 현장을 목격하고 빠져나온 광주의 한 신학생이 전하는 진실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듣던 것과는 사뭇 다르고 놀라운 것이었다. “20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됐다는 광주 현장의 증언을 밤새도록 녹음한 테이프를 서울의 성당들로 올려보내 미사 직후에 나눠 줬지요. 덕분에(?) 신부들이 모두 잡혀 들어갔고 혹독한 매질을 견디지 못한 한 신부가 내 이름을 댔지요. 출국당할 뻔했지만 아직 이곳에 살고 있네요.” ●출판사 이끌며 400여권 신학서적내 분도출판사 책임을 맡고 있던 1977년 ‘해방신학’을 번역출간했을 때의 일화도 내쳐 들려준다. “용공성이 있다며 책을 모두 불태우라는 문화공보부의 위협이 있었어요.3000권을 찍었는데 도저히 책을 버릴 수가 없었지요. 수도원 옥상에 숨겼다가 서울의 책방으로 보냈는데 1년 만에 다 팔리고 12쇄를 찍었습니다.” 1971년부터 1993년까지 분도출판사를 이끌면서 낸 책만도 400여편. 구티에레스의 ‘해방신학’을 비롯해 교부학 시리즈 등 신학서적을 출간했으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꽃들에게 희망을’같은 스테디 셀러도 그의 손끝에서 번역되어 세상에 나왔다. 책 선정부터 번역, 편집, 교열, 제작, 표지 디자인까지 모두 혼자 해냈다. 군사정권 시절 사회정의와 관련된 책을 내려니 여간 견제와 통제가 심한게 아니었다. 천주교 교회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브라질의 마틴 루터 킹이라는 돔 헬더 카마라 주교의 ‘정의에 목마른 소리’를 내면서부터 교회의 외면을 받았고 어쩔 수 없이 가방에 책을 싸들고 책방들을 전전해야 했다. 뉘른베르크 전기기술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이 땅에서 그토록 험한 길을 걷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버지는 정말 용감한 사람입니다. 나치에 반대하다가 살던 고향에서 쫓겨났지만 단 한번도 뜻을 굽히지 않았어요. 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시절 교실에서 히틀러의 사진을 가리키며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선생님의 물음에 “전쟁을 일으킨 범죄자’라고 말했다는 그다. 밤늦게 집으로 찾아온 교사가 “위험한 아이이니 주의를 시키라.”며 아버지, 어머니에게 신신당부를 했다고 한다. 출판사 일을 하면서도 영화 일을 놓지 않았다. 국내 영화계에서도 그를 예술영화 보급의 산파로 인정한다.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십계’연작이며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같은 예술영화를 국내에선 처음 비디오로 출시했다. 대학가며 공장에 영사기를 들고 찾아가 사회정의와 자유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을 보여 주기도 했다. 1981년부터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칠 때까지 6년간 안동 가톨릭센터에서 영화포럼을 연 것도 이 지역에선 유명한 일. ●종교 초월한 영화포럼 서울로 이어져 “입소문이 번지면서 포럼엔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불교 신자, 대학생, 개신교 신자들까지 모여들었지요. 막걸리와 김치를 놓고 영화 이야기를 하느라 밤을 꼬박 지새기도 했는데….” 이 영화포럼은 나중에 서울로 이어져 한 지인이 자신의 방을 포럼 장소로 내놓아 문인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박완서씨도 단골손님이었다고 한다. 그가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뮌헨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하던 시절. 하나님의 부재와 하나님의 침묵을 담은 영화 잉마르 베리만의 ‘침묵’을 보고였다.“신학이 가르칠 수 없는 메시지를 영화로 전할 수 있다.”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생각이 불현듯 일었고 한국에서의 삶도 그 연장선이다. 당시는 제3세계에 대한 관심이 컸던 때. 아시아, 아프리카의 선교사로 가기를 원하고 있던 중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부산 출신의 한국 대학생들과 교유하면서 한국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결정적으로 한국에 오게 된 것은 1954년까지 북한 강제수용소에 수용됐다가 독일로 돌아온 한 신부를 만난 뒤였다. 그 신부로부터 전해들은 한국 문화와 풍속에 끌렸고 사제서품을 받은 이듬해 한국행을 택했다고 한다. 먼 길 떠나는 자식을 뒷발치서 하염없이 쳐다보던 아버지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무렵 동생도 아프리카 잠비아 선교사로 떠났다고 한다. 한국에 42년간 살면서 성주 본당 보좌신부 6개월과 점촌 본당 주임신부 4개월을 합친 10개월이 본당 신부 소임의 전부. 나머지는 모두 출판과 영화에 매달려 산 셈이다. 지금도 주일 인근 안동 공소와 필리핀공동체에서 미사를 주례하고 강론도 하지만 큰 일은 역시 영화.5년 전부터는 DVD에 주력해 어린이·청소년들에게 나눔과 배려의 가치를 심어주는 작품들에 치중하고 있다. “라디오캐나다가 제작한 환경 애니메이션 ‘프레데릭 백의 선물’도 꽤 많이 팔았고 독일 아동문학가 에리히 케스트너 원작의 ‘하늘을 나는 교실’, 이탈리아 작가 레오 리오니의 동물 우화 애니메이션 ‘핑크트헨과 안톤’도 반응이 괜찮은 편”이라며 웃는다. “예수는 복잡한 이론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예수가 즐겨 썼던 쉽고 편안한 비유들을 영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한국 교회에서도 영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열려 기쁘다는 임 신부. 영화와 영성에 대한 집착에서 시작된 그의 외길 걷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예수가 지금 시대에 있다면 분명 영화감독이 되어서 메시지를 전할 것입니다.” 글 사진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임인덕 신부는 ▲1935년 독일 뉘른베르크 출생 ▲ 베네딕도회 입회 ▲1960년 뷔르츠부르크대 신학과 졸업 ▲1965년 뮌헨대 종교심리학과 졸업, 사제서품 ▲1966년 한국 입국 ▲1969년 왜관수도원 기숙사 사감 ▲1971년 분도출판사 책임 ▲1987년 교통사고 ▲1993년∼ 베네딕도미디어 책임
  • [11일 TV 하이라이트]

    ●위기탈출 넘버원(KBS2 오후 8시 55분) 연약한 피부를 갖고 있는 어린이들은 어른이 따뜻하다고 느끼는 온도에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놀이터의 경우 한낮의 높은 온도로 화상의 위험이 매우 크다. 여름철 한낮의 온도로 놀이터 놀이기구의 표면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실제 측정해보고 실험을 통해 위험성을 알아본다.   ●스페이스 공감(EBS 밤 12시10분)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관통한 따뜻함과 순수함의 대명사 ‘마법의 성’.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이 곡의 주인공 ‘김광진’을 만나본다.6년 만에 발표한 새 앨범도 소개한다. 최근 발표한 `라스트 디케이드´는 그의 주옥 같은 명곡들을 새롭게 담아냈다. `더 클래식´의 멤버였던 박용준도 함께한다.   ●흔들리지마(MBC 오전 7시50분) 수현은 강필에게 소희정과 민정이 백화점에서 만났다며 민정이 선을 보기로 했다는 말을 한다. 강필은 수현이 소개시켰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홍지에게 전화를 걸어 민정이 어디서 만나려고 하는지 묻는다. 한편 수현이 들여온 간장게장 때문에 회사내에서 문제가 생기고 수현은 관련자를 만나보겠다고 한다.   ●뉴스Q 2부(YTN 오후 4시30분) 환갑을 한참 넘긴 66살의 나이에 아직도 가끔은 새벽 늦게까지 대학가 근처에서 술을 마실 정도로 정력적으로 사는 소설가가 있다. 최근 청소년기의 방황을 소재로 한 자전적 성장 소설 ‘개밥바라기별’을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작가 황석영 선생과 함께한다.   ●며느리와 며느님(SBS 오전 8시30분) 장옥순은 눈부신 미모의 주리를 보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마평문은 주리를 어색하게 쳐다보며, 평소와 다른 강민의 친절한 태도에 의아해하며 놀란다. 함께 화장실에 간 장옥순과 주리는 비데를 잘못 만져 옷이 흠뻑 젖는다. 그런 모습에 주리는 표정이 굳어버린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적당한 땀은 건강에도 피부에도 좋지만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땀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한의학에서는 땀이 인체 양기의 상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만큼 건강의 척도가 된다고 주장한다. 내 체질에 맞는 건강한 땀을 흘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 “공무원 되는게 최고”

    “그래도 공무원이 최고야.” 새 정부들어 대규모 인력 감축 등 공직사회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음에도 대학생이 선호하는 직업 1위에는 여전히 ‘공무원’이 올랐다. 또 대학생 4명 가운데 한 명꼴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는 대학생 1238명을 대상으로 ‘직업 선호도’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공무원이 전체 응답자의 10.1%를 기록, 금융직(9.9%)을 제치고 선두를 차지했다고 4일 밝혔다.이어 연구개발직(4.9%), 교사·교수·교직원(4.0%), 마케팅·광고·홍보직(3.6%), 일반사무직(2.8%) 등이 뒤를 이었다. 직업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는 안정성(30.5%)을 꼽았고 다음이 소득(27.9%), 비전(25.0%) 등이었다. 이렇다 보니 대학가에는 ‘공시(공무원시험)’열풍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잡코리아·대학생 지식포털 캠퍼스몬이 국내 4년제 대학생 140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대학생의 25.7%가 ‘공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공시 준비 이유(복수응답)로는 ‘안정된 직업을 갖기 위해서’가 대부분(82.3%)을 차지했다. 이선우 한국인사행정학회장은 “경기가 안 좋으면 민간기업의 채용인원이 줄면서 반사효과가 나타난다.”면서 “민간부문에서 정년이나 해고의 부담을 안는 것보다, 월급은 낮아도 공공부문에서 안정성을 보장받길 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진중권 “자랑스런 전사들,20개월 뒤 기약하자”

    진중권 “자랑스런 전사들,20개월 뒤 기약하자”

    진중권 중앙대 교수가 서울시 교육감 선거 결과에 대해 “모두 훌륭하게 싸웠다.”는 말과 함께 ‘No Nos Moveran’라는 노래를 블로그에 올려 심경을 표현했다. 이 노래는 인권운동가인 미국의 포크가수 존 바에즈(Joan Chandos Baez·67)의 곡으로,우리나라에는 안치환 등이 ‘흔들리지 않게’라는 제목으로 불렀으며,민중가요로서 노동현장과 대학가 등에 널리 알려졌다. 진 교수는 지난 30일 실시된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현 교육감인 공정택 후보가 주경복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진보신당 홈페이지와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촛불시민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회원들을 격려했다. 그는 선거 결과에 대해 “애초에 가망이 없는 싸움이었다.”면서 “그래도 촛불 덕분에 박빙의 승부라도 연출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평했다. 진 교수는 강남지역에서 공 후보에 대한 몰표가 나온 것에 대해 지적하며 “강남의 계급투표….원래 가진 사람들은 무섭다.”며 “제 밥그릇인지조차 구별 못하는 그 순진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려고 우리가 진보신당을 만든 것이었다.”며 “길은 좀 달라도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시민들의 뜻도 같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오늘 밤을 축제처럼 보내고 싶었는데,그러지 못해 유감”이라며 “오늘의 축제를 1년 10개월 뒤로 잠시 미뤄 놓자.”고 아쉬워했다. 또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승리의 길을 찾아야한다.”며 “승리가 그렇게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애초에 현실이 이 꼴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가망이 없었던 이 선거를 박빙의 승부까지 밀고 간 우리 모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최고의 전사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거듭 자부심을 표했다. 이 같은 진 교수의 소회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이 공감을 표했다.‘화엄경’은 진 교수의 블로그에 “이번 결과가 서울 시민들의 의식을 두드려 새로운 민주세력으로 거듭나게 하는 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가져본다.”는 글을 남겼다. 포털 다음 아고라의 ‘열도정복자’는 “한발 더 나아가자.”며 “지역별 득표율을 따져 앞으로 방향을 설정하자.”고 제안했으며 ‘julis’는 “음악을 들으니 참고 있었던 눈물이 난다.”며 “해뜨기 전까지만 울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72)신촌역 현대캠퍼빌 ‘사유하는 人’

    [거리 미술관 속으로](72)신촌역 현대캠퍼빌 ‘사유하는 人’

    한 남자가 턱을 괴고 한쪽 다리를 꼰 채 의자에 앉아 있다. 온몸이 청동으로 된 조형물이지만 너무나 사실적인 묘사에 깜빡 속기 일쑤다. 다가 갔다간 금방이라도 벌떡 일어나 놀래킬 것 같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근처 현대캠퍼빌에 놓인 ‘사유(思惟)하는 인(人)’이다. 실물 크기의 사람은 큰 책상 앞에 앉아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 얼굴과 손의 굴곡, 바지와 점퍼의 주름, 허술하게 묶인 구두 끈 등 표현 하나하나가 섬세하다. 단상 앞에는 나이테를 새긴 나무 모양의 작은 조형물들이 징검다리처럼 박혀 있다. 이경희(51) 작가는 “하나하나 놓인 징검다리를 밟으며 조형물로 다가가 사람 옆에 앉은 채 한번쯤 사색에 잠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다.”면서 “복잡한 도시 속에서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시절이 무엇인가에 몰두하고 연구하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시간을 갖는 때인데 그런 분위기와 동떨어져 가는 듯한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면서 ‘사유하는 인’이 가진 속내도 드러냈다. 유흥업소가 즐비해 대학가 본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이 작품은 2000년 문예진흥원예술회관에서 진행한 개인전에 전시된 6개 작품 중 한 편이다. 사유공간, 사유하는 길, 사유의 탑 등 ‘사유’ 시리즈는 평균 6×6×6m 이상의 커다란 테라코타(점토구이) 작품들이다.‘사유하는 인’은 야외에 설치될 작품이라 청동으로 다시 제작했다. 이화여대와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한 작가는 ‘인체’와 ‘생각’을 소재로 한 작품활동을 해왔다. 존재는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함으로써 다시 존재의 이유를 느끼고, 끝없이 진리를 찾아내는 ‘삶의 과정’을 작품에 녹였다. 작가는 “한번 죽었다 깨어나야 작품이 하나 만들어질 정도로 큰 작품을 만들어내며, 완성했을 때 카타르시스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낳은’ 작품이 훼손됐을 때의 고통도 만만치 않다. 이 작품에 있던 스탠드는 전등 부분을 누가 떼어 갔다. 사람이 쓰고 있던 안경도 누군가가 가져가 버렸다. 다시 안경을 만들어 씌웠지만 또다시 사라졌다. 이런 작품의 훼손은 작가에게는 자식 같은 작품이 상처 입은 아픔, 보는 이들에게는 작가가 만든 작품을 온전하게 느낄 수 없는 아쉬움일 수 있다.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Local] 보령머드축제 12일 개막

    충남 보령 머드축제가 12일 개막돼 20일까지 대천해수욕장에서 펼쳐진다. 행사는 세계미용대회, 외국인 가요제, 머드커플 슬라이더, 머드스키 체험, 머드 씨름대회 등 기존 것과 올해 새로 선보이는 머드마사지 탕, 머드판타지 폭포가 있다. 오는 19일에는 갯벌에서 10㎞ 단축마라톤 대회와 머드 록페스티벌이 열리고 20일 머드 대학가요제가 벌어진다. 축제기간 대천해수욕장∼석탄박물관∼성주사지∼냉풍욕장∼갯벌 체험장을 돌아보는 3시간 코스의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머드축제에는 지난해 외국인 7만명을 포함,217만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올해는 250만명이 올 것으로 보인다.보령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69) 대학로 조각공원

    [거리 미술관 속으로] (69) 대학로 조각공원

    대학가는 책방이 사라진 쇼핑거리로 변했고, 예술인의 열정보다는 외국계 커피전문점과 유흥문화를 찾는 것이 더 쉽다. 그나마 벽 곳곳에 붙은 공연포스터와 거리에 놓인 조형물들이 문화·예술의 거리, 대학로의 흔적을 느끼게 한다. 종로구가 2005년에 꾸민 ‘대학로 조각공원’이다. 혜화사거리에서 이화동 사거리까지, 마로니에공원쪽 보행로 1㎞ 구간에 조형물을 설치한 조각공원은 거리를 미술관으로 꾸미는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의 원조격이다. 종로구는 당시 5개월에 걸쳐 공모전을 진행했다.‘내일’을 주제로 국내외 작가들이 출품한 작품 436점 중 25점을 선정해 이곳에 늘어 놓은 조형물들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오가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놀이거리이다. 더러워서 피하는 ‘똥’이 이곳에선 만남의 장소로 통한다.‘엉덩이 이야기’ 정도로 해석되는 정진아 작가의 ‘더 푸프 테일(The Poop Tale)’이다. 크고 작은 세 덩이의 인분(人糞)을 초록, 파랑, 빨강, 주황 등 색색의 유리타일로 장식했다. 거부감보다는 친근감이 느껴지고, 앉아 쉴 수 있는 기능까지 갖고 있어 지역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장진연 작가의 ‘뉴스 페이퍼(News Paper)´와 이희정 작가의 ‘당신의 자리’, 김경민 작가의 ‘나른한 오후’ 등도 보는 순간 디지털카메라를 꺼내들게 한다. 투명인간이 옷을 입은 듯한 모양의 뉴스 페이퍼는 당초 게시판용으로 설치된 것이지만 원래의 역할보다는 시선을 끄는 조형물의 기능이 더 크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대리석에 누워 있는 청동인간(나른한 오후)을 따라 널브러지거나, 널빤지 양 끝에 앉은 사람(당신의 자리)을 흉내내며 쉬기도 하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도 한다. 이화동 사거리쪽에 늘어선 조형물은 아이들의 놀이공간이다.‘애벌레 터널’(이병호 작가),‘토끼와 거북이’(윤기호 작가),‘산책’(이은경 작가) 등을 두고 아이들은 원통 속을 통과하거나 조형물을 타며 논다. 이제 조형물들은 대학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몇몇 조형물들이 홍보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은 광고판이나 낙서판으로 전락해 버린 데 대한 아쉬움은 남아 있다.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선데이브런치, 공중파 통해 ‘화려한 신고식’

    선데이브런치, 공중파 통해 ‘화려한 신고식’

    지난 4일과 5일 방송된 KBS 2TV의 ‘뮤직뱅크’와 MBC의 ‘쇼 음악중심’에서 데뷔무대를 가진 선데이브런치가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연세대 록그룹 사운드 ‘소나기’ 출신 신인가수 선데이브런치(본명 김희영)는 대학가요제 대상의 영예를 안았던 실력파 신예. 사실 선데이브런치는 온라인 상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 명문대 출신으로 외무고시를 준비했던 독특한 이력과 함께 인기가수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대학 가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영상이 화제가 되며 그의 공중파 데뷔 무대에 대한 네티즌들의 기대치도 상승했다. 선데이브런치는 “혼이 담긴 목소리를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다.”며 “노래 제목처럼 200km/h 의 속도로 정상을 향해 달려 갈 것”이라고 당찬 각오를 다졌다. 소속사 예당도 “타고난 능력에 노력이 뒷받침된 기대되는 신인이다. 기존 모던 락 보다 쉽고 편안한 멜로디로 대중앞에 다가 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놓지 않았다. 선데이브런치의 데뷔곡 ‘200km/h’는 국내 최고의 프로듀서 최준영이 직접 작사 작곡을 맡은 곡으로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애절한 마음을 담고 있으며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디를 담아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예당 엔터테인먼트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선데이브런치 “윤정언니 장미 고마워요”

    선데이브런치 “윤정언니 장미 고마워요”

    신인 가수 선데이브런치(본명 김희영)가 선배 가수인 장윤정으로부터 장미꽃 9999송이를 선물받으며 화려한 데뷔무대를 가질 것으로 알려져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소속사인 예당음향은 선데이브런치의 음악에 감동을 받은 장윤정이 이같은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밝히며 “선데이브런치는 4일 KBS ‘뮤직뱅크’에서 장윤정이 선물한 장미꽃으로 장식한 무대에서 황금 장미를 들고 노래를 부를 예정”이라고 전했다. 선데이브런치는 연세대 록 동아리 ‘소나기’의 보컬 출신으로 2001년 대학가요제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데뷔 전부터 음악팬들에게 ‘실력파 뮤지션’이라는 평가를 받은 선데이브런치는 장윤정의 선물과 함께하는 무대에서 데뷔곡 ‘200㎞/h’를 선보일 예정이다.‘200㎞/h‘는 지난달 인터넷에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화제가 됐던 곡으로,정상급 프로듀서인 최준영이 작사·작곡을 맡았다. 소속사측는 “선데이브런치는 호소력 짙으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안정된 보이스가 장점”이라며 “‘200㎞/h’는 선데이브런치의 몽환적이면서 부드러운 창법이 녹아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선데이브런치는 타고난 능력에 노력이 뒷받침된 신인이다.데뷔곡은 기존 모던록 음악보다 쉽고 편안한 멜로디로 만들어져 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선데이브런치는 “혼이 담긴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다.”라며 “데뷔곡 제목처럼 200㎞/h의 속도로 정상을 향해 달려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선데이브런치 “시속 200km로 정상 향해 달린다”

    선데이브런치 “시속 200km로 정상 향해 달린다”

    연세대 록그룹 사운드 ‘소나기’ 출신 신인가수 선데이브런치(본명 김희영)가 공중파 무대에 첫 출사표를 던진다. 세련된 모던 락 풍의 데뷔곡 ‘200km/h’로 가요계 데뷔한 선데이브런치는 명문대 이름표를 걸고 뛰어난 가창력으로 대학가요제 대상의 영예를 안았던 실력파 신예. 선데이브런치는 4일 KBS 2TV ‘뮤직뱅크’에 출연해 공중파로는 첫 무대에 오르며 본격적인 인기 사냥에 나설 예정이다. 사실 선데이브런치는 온라인 상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 명문대 출신으로 외무고시를 준비했던 독특한 이력과 함께 인기가수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대학 가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영상이 화제가 되며 그의 공중파 데뷔 무대에 대한 네티즌들의 기대치도 상승했다. 선데이브런치는 “혼이 담긴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다.”며 “노래 제목처럼 200km/h 의 속도로 정상을 향해 달려 갈 것”이라고 당찬 각오를 다졌다. 소속사 예당도 “타고난 능력에 노력이 뒷받침된 기대되는 신인이다. 기존 모던 락 보다 쉽고 편안한 멜로디로 대중앞에 다가 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놓지 않았다. 선데이브런치의 데뷔곡 ‘200km/h’는 국내 최고의 프로듀서 최준영이 직접 작사 작곡을 맡은 곡으로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애절한 마음을 담고 있으며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디를 담아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예당 엔터테인먼트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신해철 “20년간 활동했지만 1등은 못해”

    신해철 “20년간 활동했지만 1등은 못해”

    ‘마왕’ 신해철이 “내 20년 음악생활이 1등을 해온 것은 아니었다.”며 자신의 음악생활에 대해 평가 했다. 신해철은 2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20주년 기념음반 ‘Remembrance’의 발매 쇼케이스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쇼케이스 무대에 올라 “10대에 데뷔해 30세에 20주년을 맞았다.”고 농담을 던진 신해철은 “주변에서 ‘정상의 가수로 20년간 활동했다.’고 하는데 사실 주위에서 말하는 1등에 올라본 적은 없었다.”고 자신을 평가했다. 신해철은 “20년간 정말 재미있게 활동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에 발매하는 앨범은 내가 20년간 해온 음악들을 4장의 CD로 압축했다. 사실 들을 수 없는 곡들도 있는데, 그 당시 나의 서투른 모습도 나 자신이라 생각해 눈 질끈 감고 수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88년 무한궤도의 보컬로 대학가요제를 통해 화려하게 데뷔한 신해철은 1990년 솔로활동으로 본격적인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 신해철은 그룹 넥스트, 비트겐슈타인 및 솔로 앨범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로 한국 가요계에 한 획을 그었다. 신해철은 그의 20년간 음악생활의 회고록 격인 기념음반 ‘Remembrance’를 오는 10일 발매한다. 20주년 기념 앨범은 장장 4장의 CD로 구성됐다. 1번 격인 Black Album은 하드록 장르를, 2번 Red Album에는 팝락 장르, 3번 Blue Album은 발라드, 4번은 신디팝&일렉트로니카 장르로 구성됐다. 한편 신해철은 오는 18일, 29일 양일간 서울 광장동 멜론악스에서 ‘신해철 20주년 기념공연 Remembrance’를 개최해 그의 20년의 음악 이야기를 담은 특별한 공연으로 팬들을 만난다. 서울신문NTN 김경민 기자 star@seoul.co.kr / 사진=한윤종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동거 권하는 TV

    사회 현실의 반영인가 분위기 조장인가. 요즘 안방극장에는 유독 동거문화를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들이 많다.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큰 이슈를 몰고다니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는 가상 부부가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줘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최근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SBS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는 한 집에 살고 있는 연상연하 커플 은수(최강희)와 태오(지현우)의 동거 일상을 아기자기하게 그린다. 지상파에 비해 소재나 표현 면에서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케이블 TV에서는 일찌감치 동거를 소재로 삼았다. 현재 시즌 4까지 제작된 코미디 TV의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은 세 커플의 동거 이야기를 사실감 넘치게 그려 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같은 TV 프로그램 속 동거문화는 전에 없던 새로운 흐름은 아니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2003)나 ‘풀하우스’(2004) 등에서는 계약 결혼, 계약 동거 등의 설정을 통해 남녀 주인공의 동거를 간접적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최근의 동거 소재 프로그램들은 그때보다 훨씬 더 직설적이고 대담해졌다. 이 프로그램들이 추구하는 것은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엮어내는 아슬아슬한 재미와 대리만족. 아직까지 동거에 대해 보수적인 인식이 지배적인 한국사회에서 금기를 넘는 발상으로 새로움을 주기도 한다. 대학생 최새론(24)씨는 “요즘 대학가에서는 사회적 관습이나 남의 시선보다는 개인의 자유가 더 설득을 얻는 추세이지만, 미디어에서 동거에 대한 좋은 점만 부각시키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월 모 대학의 신입생 2000여명을 상대로 한 ‘이성과의 동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설문 조사에서 80%에 가까운 응답자가 ‘결혼이 전제되거나 사랑한다면 동거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동거에 대한 무조건적인 미화는 아직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의 모방심리를 조장하거나 시청자들에게 마치 실제인 것 같은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도 만만찮다.YMCA 시청자 시민운동본부의 안수경 간사는 “동거라는 다소 선정적인 소재를 그럴듯한 기획의도로 포장해 현실을 왜곡하거나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률만 올리려는 것은 문제”라면서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철학과 가치를 진정성 있게 그리려는 제작진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씨줄날줄] 잊혀진 전쟁/ 구본영 논설위원

    한국전의 기원과 관련해 이른바 수정주의 사관이 풍미한 적이 있었다.6·25의 책임을 북한이나 소련에서 찾는 게 아니라 미국에 묻는 게 그 핵심이었다. 전통주의 사관이었던, 북한의 남침설을 부인하면서 남침유도설 등을 제기한 게 골자다. 미국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 등이 들고 나온 학설이다. 지나친 반공교육에 따른 역풍이었을까. 이런 사관은 1980년대 초 우리 대학가에서도 득세했다. 당시 기자에게도 얼마간 솔깃하게 와닿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1980년대 말 구소련의 붕괴로 각종 비밀문서가 해제되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스탈린 소련 공산당 총서기가 북한 김일성 수상에게 남침을 승인한 사실 등이 속속 공개되면서다. 이로 인해 남침유도설을 주창한 국내외 학자들도 수세에 몰렸다.‘한국전쟁의 기원 1·2’를 쓴 커밍스조차도 “1권을 쓴 뒤에 구소련의 비밀자료를 보고 매우 놀랐다.”고 실토할 정도였다. 미국이 애치슨라인에서 한반도를 의도적으로 제외해 북한의 오판을 유도했다는 주장 등이 설 자리를 잃게 된 셈이다. 국내 학자로선 진보적 성향의 박명림 교수가 커밍스를 합리적으로 비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제는 베이징대 김동길 교수가 러시아의 문서보관소에서 찾아낸, 스탈린이 당시 체코슬로바키아 대통령에게 보낸 극비전문이 일부 언론에 공개됐다. 이 전문에서 스탈린은 미국과 중국의 참전을 유도하는 한국전 시나리오를 짰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며칠 전 이런 학계의 흐름을 무색케 하는 안보의식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고생 절반 이상이 6·25가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게 그것이다. 전쟁 발발 연도를 아는 학생도 드물었다. 이쯤 되면 한국전은 우리 청소년들에겐 이미 ‘잊혀진 전쟁’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E H 카도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하지 않았던가. 역사는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서 끊임없이 재해석해 공급돼야겠지만, 그런 역사교육도 좌든 우든 이념이 아니라 정확한 사료를 근거로 해야 할 듯싶다. 과거를 쉬이 잊거나 잘못 해석해 대비를 못하는 민족에게 비극은 되풀이된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한국어 가르치며 공짜로 영어 배운다

    한국어 가르치며 공짜로 영어 배운다

    ‘한국어를 가르치며 영어를 배운다.’ 영어를 잘하는 외국인 교수나 유학생에게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대학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돈 한푼 들이지 않고 해외 어학연수를 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이같은 프로그램은 당장 ‘영어말하기’공부에 도움이 된다. 취업할 때 이력서에 ‘경력’으로 기재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해외 어학연수와 비슷한 효과 한양대 안산캠퍼스 화학공학과 4학년 채석헌(26)씨. 그는 7월 1일부터 독일에서 온 분자생명학부 버트 비나스 교수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로 했다. 일주일에 두 번,1시간 30분씩 영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이 캠퍼스에서 지난 달부터 운영 중인 ‘외국인 교수의 한국어교육자원봉사자’ 프로그램이다. 자원봉사지만 사회봉사 1학점도 인정받는다. 학교 쪽은 처음엔 자원봉사자를 한명만 뽑으려고 했다. 하지만 지원자가 몰려 모두 4명을 선발했다. 의외로 인기가 높아 앞으로 새로 부임할 외국인 교수의 수요까지 고려한 조치라고 학교 쪽은 설명했다. 복학생인 채씨는 지난 겨울에도 미국인 유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본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한국어를 1시간 가르쳐 주면,1시간은 상대방으로부터 영어를 배웠다. 지난해 미국으로 연수를 다녀온 채씨는 외국인 학생과의 이런 ‘품앗이’ 공부가 영어말하기의 감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졸업반이라 외국에 지사가 많은 건설회사에 취업할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영어쓸 일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영어말하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교수님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영어권 출신 유학생 상한가 연세대의 ‘랭귀지 익스체인지’도 비슷한 프로그램이다. 이 대학 한국어학당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과 연대 재학생을 1대 1로 맺어 준다. 쿼터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참여할 학생을 한해 4차례 선발한다. 외국인 유학생은 영어권 국가 말고도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영어권국가 출신 유학생과 짝이 되고 싶어하는 학생이 상대적으로 많다.‘영어말하기’ 실력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영어권 학생과 짝을 이루지 못한 일부 학생이 “왜 등록을 일찍 했는데 영어권 학생과 매칭이 안 됐느냐.”고 호소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진다. 한국어학당 관계자는 “영어권 국가에서 온 유학생은 전체 등록생의 20% 정도에 불과한 반면 한국 학생은 거의 대부분이 영어가 유창한 유학생과 짝을 이루기를 바라기 때문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숙명여대는 ‘버디(Buddy·친구)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생활을 돕기 위해 재학생의 지원을 받는다. 학생들은 외국인 유학생이 공항에 도착하면 픽업해주는 것부터 시작해 지하철 타는 방법, 휴대전화 개통하는 방법, 수강신청하는 방법까지 가르쳐 주며 한국생활의 도우미 역할을 하게 된다. 자원봉사인 만큼 따로 학점은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나중에 교환학생에 지원할 때 자원봉사 10시간당 0.2점씩 가산점을 받는다. 이 대학 대외교류팀 관계자는 “중국·일본 등 아시아권 유학생이 대부분이지만 영어말하기 능력을 중요시하는 풍토 때문인지 ‘영어권 국가의 학생을 배정해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해당국가 문화도 덤으로 배울 수 있어 2004년부터 운영되는 한성대의 외국인 유학생 지원프로그램인 ‘한성앰버서더’는 재학생 사이에 호응이 뜨겁다. 외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며 영어는 물론 해당 외국어를 배우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때는 지원자가 10명 안팎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학기에는 300여명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2005년 졸업반 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성대 기획협력팀 김재희(26·여)씨는 “해당 국가의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에도 눈을 뜰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돌아봤다. ●학교측서 영어학원비 지원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키우기 위해 대학이 발벗고 나서기도 한다. 한성대는 국내 대학에서는 유일하게 ‘교육훈련지원 장학금’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대학 1∼4학년 동안 영어학원에 다니면서 낸 수강료나 토익시험 비용 등에 대해 학생 한 사람에 최고 100만원까지 학교 쪽이 대신 부담해 준다.2002년 10월부터 도입한 제도다. 영어학원에 다녔다면 80%이상 출석했다는 증명서를 내거나, 토익시험을 봤다면 성적표를 제출하면 학교 쪽에서 장학금을 준다. 이 대학 취업지원팀 관계자는 “글로벌시대에 걸맞게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키우고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면서 “지난해 11억원의 재정이 소요되긴 했지만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귀띔했다. ●기숙사에서는 영어로만 대화 춘천의 강원대학교는 2006년 3월부터 영어전용기숙사인 영어생활관을 운영하고 있다. 기숙사에서는 학생들끼리 원칙적으로 영어만 써야 한다. 이를 어기고 정해진 벌점 이상을 받으면 기숙사에서 쫓겨나는 등 엄격한 규율이 적용된다. 학생들은 월∼목요일엔 강의가 끝난 뒤 오후 6시 30분 이후부터 2시간 동안 회화수업이나 토익·팝송 스터디 등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영어생활관 관계자는 “학생들의 영어말하기 평가 점수를 학기초와 학기말로 비교하면 평균 40∼50% 이상 높아지는 등 영어실력이 뚜렷하게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외국어대는 500여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머물고 있는 어학관 앞을 ‘외국문화의 거리’로 운영하고 있다. 이곳을 지나는 한국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하고 연습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 대학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유학생의 80%는 중국 출신이지만 중국어를 못하는 한국 학생이 많기 때문에 중국 학생들과도 주로 영어로 대화하는 등 자연스럽게 ‘영어말하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두산 소주매출 중앙대 효과 볼까

    대학가 소주시장에 ‘중앙대 변수’가 나타날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두산 주류BG(비즈니스그룹)는 중앙대 캠퍼스가 있는 서울 흑석동·경기 안성 일대의 소주 매출 상승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수도권의 대학가 주변은 경쟁사 텃밭이어서 ‘처음처럼’,‘산’ 등 두산 소주는 상대적으로 밀리는 양상이다. 하지만 두산의 중앙대 인수로 판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두산은 과거 ‘인수 및 합병’(M&A) 효과를 톡톡히 본 적 있다.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한 뒤 두 회사의 공장이 있는 경남 창원에서 소주 매출이 폭발적으로 신장한 것이다.2000년 950여박스(20개들이)에 불과했던 이 일대 소주 판매량은 한중 인수 직후인 2001년 4700여박스로 약 5배(390%)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6만 3500여박스로 2000년보다 무려 6500% 늘었다. 두산 주류BG측은 “아직은 흑석동 일대 매출에 가시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 않지만 그룹의 중앙대 투자가 본격화되면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흑석동과 안성 캠퍼스의 학생, 교수, 교직원 수가 3만여명에 이르고 하숙집 등 간접적 연관 인원까지 합하면 (소비인구가)창원 지역에 못지않다.”고 강조했다. 다만,‘껍데기 인수’ 논란이 불식되지 않고 있어 인수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서울의 글씨체를 골라주세요”

    “서울의 글씨체를 골라주세요”

    서울시가 서울의 정체성과 고유 이미지를 담은 ‘서울 서체’ 후보 3종을 공개하고 시민 의견을 묻는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부터 개발해 온 서울 서체에 대해 19일까지 인터넷 등으로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13일 밝혔다. 공개된 후보 서체 3종은 각각 모음의 굵기와 자음 ‘ㅎ’의 모양, 자·모음간 여백에 변화를 줘 서체의 고유성과 조형적 가독성 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도안은 폰트개발업체인 윤디자인연구소가 했다. 시 관계자는 “최종안으로 1개 서체를 고른 뒤 이를 바탕으로 각각 굵기가 다른 명조 2종, 고딕 4종, 간판고딕 1종을 서울 서체로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디자인서울 홈페이지(design.seoul.go.kr)나 디자인 정글(www.jungle.co.kr), 온한글(www.onhangeul.com)을 통해 선호도와 명칭, 서체 이용 방안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또 시청 앞 서울광장과 신촌 대학가, 동숭동 대학로, 삼성동 코엑스에서 현장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시청과 구청 공무원들의 의견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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