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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영화]

    ■클래식(EBS 일요일 밤 11시) 같은 대학에 다니는 지혜와 수경은 연극반 선배 상민(조인성)을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호들갑스러운 수경이 상민에게 보낼 편지의 대필을 부탁하고, 지혜는 수경의 이름으로 상민을 향한 자신의 감정을 고백한다. 한편 어느 날 다락방을 청소하던 지혜는 우연히 엄마(주희)의 비밀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주희의 첫사랑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비밀 상자를 보면서 지혜는 엄마의 클래식한 사랑을 조금씩 알게 된다. 1968년 여름. 방학을 맞아 시골 삼촌집에 간 준하는 그곳에서 주희에게 한눈에 매료된다. 그런 주희가 준하에게 귀신 나오는 집에 동행해 줄 것을 부탁해 온다. 흔쾌히 수락한 준하는 주희와 약속한 장소에 나간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소나기로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이 일로 주희는 수원으로 보내진다. 작별 인사도 못하고 헤어진 주희를 향한 준하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파이터(OBS 토요일 밤 11시 15분) 백업 선수 출신의 전설적인 복서 미키 워드(마크 월버그)와 그의 말썽꾸러기인 형 디키 에클런드(크리스천 베일). 골칫덩어리 가족이 낳은 두 형제가 이룰 수 없는 꿈만 같았던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감동 실화를 담았다. 아일랜드 출신 미국인으로 ‘아이리시’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복싱 선수 미키 워드는 라이트웰터급 세계챔피언이던 지난 2002년과 2003년 아투로 가티라는 선수와 세 차례에 걸쳐 복싱 사상 기념비적인 대결을 펼쳤다. 한발도 물러서지 않으며 녹다운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였다. 경기 이후 두 선수는 심각한 부상과 충격으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영화는 최고의 파이터였지만 마약중독에 빠진 형을 대신해 가족들의 희망과 기대를 안고 링의 승리자가 되기까지 이야기를 그렸다. ■수면의 과학(OBS 일요일 밤 11시 15분) 멕시코 출신의 스테판은 좋은 일자리를 구해 놓았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파리로 향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스스로 예술적 재능을 전혀 발휘할 수 없는 평범한 달력회사에서 일하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던 스테판은 이웃에 이사 온 스테파니를 흠모하며 그들이 꿈으로 연결된 운명적 관계라고 믿기 시작한다. 독심술 기계, 1초 타임머신, 그리고 달리는 말 인형까지. 사랑스러운 것들을 선물하는 천진난만한 스테판에게 스테파니는 점점 더 마음을 빼앗긴다. 하지만 일의 스트레스와 사랑의 감정으로 점점 화려하게 날뛰는 꿈에 정복당한 스테판의 대책 없는 행동은 스테파니를 당황하게 하고, 두 사람은 점차 진심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 朴 발탁 인사 자질 의혹

    18일 박근혜 정부의 초대 비서실장에 내정된 허태열 전 의원이 과거 부적절한 발언들과 동생의 공천헌금 비리 수사 전력 등으로 자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민정수석비서관에 내정된 곽상도 변호사 역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변호를 맡은 것으로 드러나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허 내정자는 지난 2010년 11월 국회에서 열린 ‘경제정책포럼’에서 “섹스 프리하고 카지노 프리한 금기 없는 특수지역을 만들어 15억명의 중국과 일본인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허 내정자는 또 정계 입문 당시인 2000년 4월 부산 북강서을 총선에서 청중을 향해 “혹시 전라도에서 오신 분 아닙니까”라며 지역감정 조장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2009년 7월 한나라당 부산시당 국정보고대회에서도 “좌파는 80%의 섭섭한 사람을 이용해 끊임없이 세력을 만들고 이명박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고 발언했다. 허 내정자의 동생은 지난해 3월 새누리당 공천 대가로 5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고, 지난해 8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5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곽 내정자는 거액의 불법 대출을 저지르고 밀항을 시도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변호를 맡아 적극 변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내에서 ‘특수수사통’으로 불린 곽 내정자가 1990년대 대표적 공안사건인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수사검사였던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추가 의혹도 꼬리를 물고 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날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설립한 회사인 ‘인큐텔’ 창립에 관여했다며 장관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김 후보자는 “이런 경력이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내 재산이 (언론에)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 보도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법학전문대학원 평가위원회에 근무 중인 차남의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졌다. 또한 김광진 민주통합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자녀에게 노량진의 한 아파트를 물려주면서 전세 시세보다 6000만~8000만원 높은 금액으로 계약을 맺는 변칙 증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밖에 김 후보자가 2사단장 시절 부대 위문금을 개인통장으로 관리했다는 사실과 김 후보자 부인의 리튬전지 군납업체 ‘비츠로셀’ 주식 1000주(576만원 상당) 보유, 무기 중개업체 자문료 2억 8000만원 수수 등도 추가됐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2007년 법무부에 근무할 당시 경기고 동창인 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의원에게 정치 후원금 10만원을 기부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재직 시절인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10만원씩 해당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정치자금을 후원한 것으로 드러나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그냥, 화천 촌놈의 수더분한 이야기

    그냥, 화천 촌놈의 수더분한 이야기

    “시베리아에서 저 멀리 베링해협을 지나 알래스카까지, 왜 그런 혹독한 곳으로 사람들은 갔을까?” 3만년 전에 알래스카로 이동했다는, 황인종이 확실한 이누이트인들의 순박한 얼굴을 보면서 늘 생각해 왔던 질문이다. 고등학생이던 1984년 등단해 올해로 30년차 시인이 된 신동호(48)는 최근 펴낸 산문집 ‘분단아, 고맙다’(i&R 펴냄)의 서문에서 이런 질문과 함께 친절하게 답을 내놓았다. ‘정답’이라기보다 시인이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답한 것이다. 신동호는 “양보, 협동, 배려 같은 자본주의 사회의 열성 유전자들이 거기서는 따뜻한 우성인자가 됐다”고 했다. 수년 전 남극 세종기지를 방문한 뒤 어린 시절의 궁금증을 해소했다는 것이다. “추울수록 배가 고파서, 풍요에 대한 욕심이 많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절제에 익숙해졌다”면서 “인류가 빙하기에서 만난 건 이타심”이라고 강조했다. 신자유주의가 2008년 가을 천둥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붕괴하면서 인류의 이기심에 대한 비판과 마을공동체로의 복귀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그가 내놓은 답변에 귀가 솔깃했다. 같은 발상으로 통일에 대해서도 상상력이 필요하고, 분단으로 축소되고 제한된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산문집 제목이 정치적인 어떤 지점을 툭툭 건드리지만, 수록된 글들은 강원도 화천 촌놈으로 살아왔거나 서울에서 둥지 튼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고단하게 살아가는 수더분한 이야기다. 고등학교 때 연애편지를 대필해 주다가 시인이 된 이야기에는 웃음이 나오고, 문자 해독에 실패한 막내딸 이야기는 찡하다. 다만 ‘서울신문’을 비롯해 언론들에 다양한 형태로 연재했던 글 중 55편을 뽑아 놓은 것이라 아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기보다 살짝 눙치고 주저한 흔적들이 있다. 사회, 문화, 정치, 남북관계와 남극방문기 등 6개의 장으로 나눠 놓았다. 시인이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글이야 아무래도 표제작이겠지만, 3장의 표제작인 ‘아빠 직업이 뭐니?’가 마음속으로 휙 뛰어 들어왔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삽입해도 큰 손색이 없을 글 같다. 어른들이 의도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상처를 입을 수 있구나 하고 경계심이 생긴다. 자녀의 친구들이 방문하면, 부모들은 으레 아버지는 뭘 하시냐고 물어본다. 신동호 시인의 아버지는 ‘강원도 춘천시 조양동 3통 통장님이셨’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시인은 통장을 문턱 높은 동사무소에 들락거릴 수 있는 좋은 직장으로 이해했다. 1970년대 통장이면 그 나름대로 행세를 하지 않았을까 상상한다. 글과 그림에 소질을 보이던 초등학교 4학년 학생 신동호는 소년한국일보에서 주최한 사생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서울 장충체육관으로 첫 서울 나들이를 했다. 그것도 담임선생님과 함께. 상을 받고 춘천으로 돌아가기 전, 도시의 건널목에서 담임이 물어봤다. “아빠 직업이 뭐니?” 11살 소년은 당당히 답변했다. “우리 아버지는 통장님이셔요.” 담임의 얼굴은 실망으로 가득 찼고, 돌아오는 길은 재미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무엇이 담임을 실망시켰는지 소년은 몰랐다. 중학교 1학년 무렵 그는 어렴풋하게 짐작하게 됐다. 친구집에 놀러간 소년 신동호는 다시 아버지의 직업을 답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중학생 신동호는 답변을 피해 친구집을 박차고 나왔다. 신동호는 당시 담임선생님에게 눌려, 고등학교 첫사랑이 교사의 딸이라 포기했었다며 웃음을 던진다. 그러나 반전이 있다. 그는 결국 교사 딸과 결혼에 성공했단다. 50세를 향해 가며 ‘386세대’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은 시인의 산문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8년에 걸쳐 쓴 글인 만큼 ‘그때 그 사건’을 정리하는 느낌도 있다.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20년만에 재심 첫 공판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20년만에 재심 첫 공판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의 재심 첫 공판이 20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권기훈) 심리로 열렸다. 1992년 강씨에 대한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 이후 20년 만이다. 이날 검은 양복을 입고 출석한 강씨는 법정에서 재심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강씨는 “당시 검찰의 공소장과 법원 판결문은 모략과 허구, 비상식으로 가득 찬 괴물처럼 보인다.”며 “검찰과 법원은 단지 나를 파렴치범으로만 몰려고 했다.”며 준비해 온 모두진술서를 읽어내려 갔다. 이어 “20년이라는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제가 저질렀다는 ‘자살 방조’라는 단어는 아직도 생소하다.”며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고 싶다. 결단코 저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강씨 측 변호인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변호인은 “당시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김형영 실장의 필적감정서뿐이었다.”면서 “유서 대필이 언제, 어디서,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증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과 변호인 측은 공판 심리 범위와 증거물 채택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강씨 측 변호인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이 강씨 등으로부터 압수해 간 서적 등을 재심 증거로 제시하고 싶다.”며 검찰 측에 압수물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검찰은 “대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 따르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할 만한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먼저 심리 범위부터 다시 정해야 한다.”고 대응했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의 총무부장인 강씨가 후배 김기설(당시 전민련 사회부장)씨에게 분신할 것을 사주하고 유서를 대신 써 준 혐의로 기소돼 억울하게 옥살이한 사건이다.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 “靑 비협조” “특검은 정치수사” 기싸움… 시형씨 등 7~8명 사법처리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진행됐던 특별검사 수사가 이 대통령의 수사 연장 거부로 1개월 만에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사상 첫 청와대 경내에 대한 압수수색도 청와대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달 15일 수사를 시작하면서 이광범 특별검사가 밝혔던 포부와 달리 청와대의 성역은 결국 깨지 못한 상태로 특검을 마무리하게 됐다. 이번 특검은 수사 대상이 청와대여서 처음부터 일정한 한계가 예상됐다. 이런 한계는 이 대통령 내외, 아들 시형(34)씨,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79) 다스 회장 내외 등 수사 대상자들과 특검팀 간의 수사 내내 팽팽했던 신경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청와대 측은 “특검팀이 이 대통령에게 망신을 주기 위한 정치적 수사를 한다. 수사 내용을 함부로 발설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특검팀이 “시형씨 서면 진술서 대필 행정관도 알려 주지 않고 김윤옥 여사의 측근 설모씨는 여러 번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전화해도 일절 응대하지 않았다.”거나 “수사 내용이 아니라 수사 진행 사항에 대한 설명”이라고 반박하는 등 양측의 기 싸움은 특검 수사의 난항을 예고한 단적인 사례였다. 특검팀은 14일 수사를 종료하고 피의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특검팀은 남은 이틀 동안 더 이상 대면 조사를 하지 않고 그동안 축적한 관련자 진술과 물증을 토대로 법리 검토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관심사는 전원 불기소 처분한 기존 검찰 수사와 다른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느냐다. 특검팀은 앞선 검찰 수사와 달리 이 대통령 내외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을 제외한 피의자 전원 소환 조사를 통해 검찰 발표와 다른 사실을 밝혀냈고 피의자 간 일부 엇갈린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특검팀은 돈 전달에 관여한 이 회장 부인 박씨와 김 여사의 최측근 설씨에 대한 조사는 하지 못했다. 또 시형씨가 이 회장에게 써 준 차용증 원본 파일과 매매 계약 관련 일부 자료는 청와대의 비협조로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수사 기간 연장 거부로 수사를 종료하게 됐다. 특검팀 안팎에서는 시형씨와 김백준(72)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인종(67) 전 청와대 경호처장, 김태환(56) 청와대 행정관, 청와대 경호처 직원 등 7~8명이 사법 처리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내곡동 부지 매입의 명의자이자 당사자인 시형씨의 경우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퇴임 후 거처할 사저 터를 시형씨 이름을 빌려 사들이는 방법으로 명의 신탁이 이뤄졌다는 판단이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시형씨에게 편법 증여가 이뤄진 측면도 있다고 보고 증여세 포탈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 수시 계열별 구술면접 대비 요령

    수시 계열별 구술면접 대비 요령

    수시모집의 면접 전형 준비에 매진해야 할 수험생들이 적지 않다. 이미 수능 직후인 10일 건국대·고려대·서울시립대 등을 시작으로 대학별 수시모집 구술면접이 시작됐고, 12월 초까지 연이어 빡빡한 일정이 예고돼 있다. 11~16일 수시 2차 원서를 접수하는 대학도 많다. 면접고사의 경우 단계별 전형에서 대학별로 최소 20%에서 최대 100%까지 반영하는 만큼 남은 기간 지원 대학의 면접 유형과 주요 평가요소 등을 꼼꼼히 파악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인문계열 심층면접은 주어진 제시문을 읽고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주로 전공과 관련한 고교 교과 지식의 이해도와 해당 전공을 수학하는 데 필요한 자질을 평가하므로 면접 전 해당 전공과 연관된 고등학교 교과서 내용을 익혀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국어국문학과를 지원한 학생에게는 고등학교 국어 또는 문학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해석을 요구하는 식이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대학에서 제시하는 영어지문이 단순히 독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면접관들은 지원자의 영어실력을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문에 대한 이해도와 논리 관계를 얼마나 파악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따라서 논리 관계를 파악해 자신의 의견을 곁들여 설명하는 연습을 해 두는 것이 좋다. 답변할 때는 결론부터 간단하게 제시하고, 그에 따른 이유나 근거를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계 심층면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수학 및 과학과 관련된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교과 과정을 활용해 해결하는 문제들이 주로 제시되므로 대학별·전공별 기출문제를 통해 풀이과정을 완전히 익히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연계열 지원자가 유의해야 할 점은 구술면접에서 주어진 문제에 답을 구하지 못했다고 해서 바로 탈락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심층면접에서는 수학과 과학적 지식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보다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과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을 주로 평가하므로 답을 구하지 못했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면 안 된다. 또 수학 문제풀이 과정에서 과학적 개념과 원리를 물어보거나, 과학 문제풀이 과정에서 수학적 개념과 원리를 물어볼 수도 있으므로 평소 영역을 통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 두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지원 계열에 상관없이 모든 지원자는 면접 전 자신이 제출한 자기소개서 등 서류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최근 자기 소개서와 교사 추천서 등의 표절, 대필 여부에 대한 대학들의 검증이 강화된 만큼 면접 과정에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靑 압수수색 ‘굴욕’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특검 이광범)이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아 이르면 12일 청와대에 진입, 집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그동안 특검 등 어떤 수사기관으로부터도 압수수색을 받은 적이 없다.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마찰을 빚었던 특검이 압수수색 카드를 꺼냄에 따라 양측 간 대립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특검팀의 이창훈 특검보는 11일 “특검 1차 수사 만료일이 14일인 만큼, 압수수색을 하게 되면 12일 또는 13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최근 법원으로부터 청와대 경호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상태다. 특검팀은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가 부지매입 자금 6억원을 빌리기 위해 청와대 컴퓨터로 작성했다는 차용증 원본 파일과 시형씨의 검찰 서면답변서를 대필했다는 행정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하려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특검보는 “압수수색 대상을 꼼꼼히 확인하는 등 청와대와 영장 집행 방식에 대해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공무원이 소지하거나 보관하는 물건이 ‘직무상 비밀’에 해당될 때에는 해당 기관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법에 따라 대통령의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다.”고 말해 특검팀의 청와대 진입을 막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 ‘비협조’ 청와대 압박… 조직적인 사건은폐 증거 나오나

    내곡동 특검팀의 청와대 경호처 압수수색 결정은 관련 자료 임의제출 형식 등 여러 가지 수사 방식 가운데 가장 강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청와대 측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데다 이명박 대통령이 특검팀의 수사 기간 연장 신청을 거부하는 상황까지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압수수색 영장은 집행 이후 알려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집행에 앞서 발부 사실이 파악됐다.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토대로 수사의 정당성을 드러내며 수사에 비협조적인 청와대를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인하려는 것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이상은 회장에게 부지 매입 자금으로 현금 6억원을 빌리기 위해 작성했다는 차용증 원본 파일, 시형씨의 검찰 서면 답변서를 대필한 사람이 누구인지 등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특검팀은 청와대로부터 내곡동 사저 및 경호시설 터 매입계약, 예산집행 관련 자료 등을 여러 차례에 걸쳐 받았지만, 차용증 원본 파일은 확보하지 못했다. 시형씨의 진술서를 대필해 준 행정관도 청와대의 비협조로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특검 수사에 대한 청와대의 기존 태도를 감안하면 청와대 측이 특검팀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거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제110조를 이유로 특검팀의 압수수색에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특검팀으로서는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건네받는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정권 실세들의 유전개발 개입 의혹을 수사한 유전특검팀은 압수수색 영장 신청 없이 제3의 장소에서 청와대 비서실 컴퓨터 하드를 임의 제출받은 바 있다. 과거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국가기관이 거부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국가정보원의 경우 2005년 불법도청 혐의로 검찰에 의해 처음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검찰도 압수수색에는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중앙지검은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대검 공안부장실과 공안 2과장실, 공안연구관실 등 대검 청사 4곳을 압수수색했다. 2010년 7월에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으로 총리실 일부가 압수수색 대상이 됐고,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은 2009년 5월 박연차 당시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수사 때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특검팀이 청와대 협조로 압수수색에 나서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도 주목된다. 검찰이 같은 사안으로 수사를 벌였고, 특검팀의 청와대 및 경호처 압수수색이 충분히 예견된 만큼 청와대 측이 사건 관련 자료를 이미 파기했을 가능성도 크다. 만약 압수수색까지 했는데도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특검팀으로서는 역풍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지난해 10월 시형씨의 부동산 중개 수수료 1100만원을 청와대 경호처에 전달한 인물은 당초 알려진 김세욱(58·복역중)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실 행정관이 아니라 같은 기획관실 소속 박모 전 행정관이었던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특검은 박 전 행정관을 지난달 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총무기획관실이 사저 부지 매입 대금을 처리한 과정 등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 대입 자소서 5%만 비슷해도 표절 조사

    앞으로 대입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다른 사람의 글과 5% 이상 같은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제출하면 표절 여부 조사 대상이 된다. 표절 또는 다른 사람이 대신 써 주는 행위, 허위사실이 적발되면 입학이 취소될 수도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현재 전국 98개 대학에서 활용하고 있는 ‘유사도 검색 시스템’을 활용해 표절, 대필 가능성을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입학에 불이익을 주는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11일 밝혔다. 유사도 검색 시스템은 수험생들의 지원서류를 비교해 같은 단어나 문장이 반복되는 정도, 행의 배열 등을 검사해 비슷한 정도를 수치로 나타내는 프로그램이다. 가이드라인은 올해 정시전형부터 시행된다. 가이드라인은 각 대학이 자소서와 교사추천서를 받은 뒤 유사도 검색 시스템을 통해 나온 수치를 레드(위험)·옐로(의심)·블루(유의) 등 3단계로 구분하도록 했다. 자소서의 경우 유사도가 30% 이상이면 레드, 5~30%는 옐로, 5% 미만은 블루로 분류된다. 교사추천서는 50% 이상의 유사도를 보이면 레드, 20~50%는 옐로, 20% 미만은 블루다. 심각한 표절·대필·허위사실 기재가 적발되면 입학한 이후라도 입학 취소를 할 수 있다. 대교협은 또 유사도가 50%를 넘는 교사추천서에 대해서는 해당 교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대학끼리 공유하고 향후 해당 교사의 추천서를 감점하는 등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서울시립대, 前서울시 고위간부 박사논문 표절·대필 조사

    서울시립대가 전직 서울시 고위간부가 쓴 박사 논문에 대해 표절·대필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7일 드러났다. 시립대는 서울시를 거쳐 자치구 부구청장을 지낸 P(53)씨의 박사 논문에 대한 표절·대필 의혹이 제기돼 예비조사를 마쳤으며 본조사를 벌이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시립대는 앞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 등 6인 이상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벌인 뒤 1개월 이내에 결과보고서를 총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P씨는 A구 부구청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정보화 교육의 효과 분석-서울특별시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이 논문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보고서를 비롯해 다른 사람의 석사 학위 논문 서너 편을 인용표시 없이 표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국의 노인정보화’ 부분이 대표적이다. 이 논문은 73쪽부터 82쪽까지 미국과 영국, 일본 세 나라의 노인정보화 교육 현황을 소개하면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보고서에서 쉼표 몇 개 정도만 빼고 거의 그대로 베꼈다. 이와 관련, P씨는 서울신문과의 전화에서 표절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특검, 靑 수사 불만에 전면 반박

    특검, 靑 수사 불만에 전면 반박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특검 이광범)이 수사 과정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 표출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수사에 비협조적인 청와대에 대한 불만이 담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창훈 특검보는 6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장께서 발언에 앞서서 특검법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문”이라면서 “대통령실장이 이해하고 있는 바와 달리 수사진행 사항을 언론에 공표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한 사항이 아니라서 브리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하금열 대통령실장이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 기간에 단 한 차례만 기자들한테 브리핑하는 걸로 돼 있다.”면서 “중간중간 수사과정을 기자들이나 언론에 노출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된 사항”이라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이 특검보는 “첫 특검인 조폐공사 파업유도 및 옷 로비 사건 당시 특검법 8조 3항에는 수사 내용 혹은 진행사항을 공표·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이후 문제가 제기돼 이용호(게이트) 특검부터 (금지되는 공표 대상에서) 수사진행 사항이 빠졌고, 이후 모든 특검법에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인식의 오류가 있으니까 지금까지 언론에 나왔던 상황을 믿지 않고 있다는 발언이 나오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고, 수사에 불만·불쾌감을 밝힐 수 있다고 하더라도 금도가 있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특검보는 전날 청와대가 ‘조율’이라는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서도 “조율 중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모양인데 조사 시기 방법에 대해 청와대 측과 계속 ‘조율시도 중’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며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전날 청와대 관계자는 김윤옥 여사 조사 방침과 관련, “조율 없이 일방적 통보만 있었다. 순방 직전 의혹의 당사자로 몰아 예의에 어긋난다.”고 특검팀을 비판했다. 이처럼 강도 높은 특검팀의 반박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성역은 없다.”는 특검팀의 수사 의지와 원칙을 재확인하는 한편 수사에 비협조적인 청와대를 향한 압박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 특보가 김 여사 조사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에 대해 “참고인을 강제조사할 수는 없고, 강제조사할 의사도 없다.”고 밝힌 것은 액면 그대로의 의미뿐만 아니라 수사 비협조에 대한 불만의 토로로 볼 수 있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특검팀이 특검법이라는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시형씨 서면 진술서를 대필해 준 행정관을 밝히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청와대에 대한 불만도 함께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위선 가득한 세상에 던지는 ‘인생 화두’

    위선 가득한 세상에 던지는 ‘인생 화두’

    새빨간 책 표지부터 심상찮다. 하긴 울다가 웃으면 ‘거기’에 털이 난다며 스스로 ‘항문발모형’ 문학을 지향한 작가가 쓴 책이기에 더욱 그렇다. 작가는 ‘갈 데까지 간다.’며 흡사 풍차를 향해 달려드는 돈키호테를 자처한다. 아예 B급 취향의 독자를 추구한다고 공언까지 한다. 그는 어쩌면 문학계의 ‘싸이’인지도 모른다. 2012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최민석(35)의 장편소설 ‘능력자’(민음사 펴냄)가 출간됐다. 2010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해 보여준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한 화법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을 단박에 읽게 만드는 힘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 높은 연봉을 챙기는 ‘엄친아’나 ‘엄친딸’이라면, 다소 불편할 만한 작가의 화법은 시종일관 책 속에서 싱싱한 활어회처럼 펄떡인다. 소설은 승자만 떠올리며 ‘능력자’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땀흘리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파한다. 인생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종종 무시되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야설을 쓰며 연명하는 삼류작가 ‘남루한’과 왕년의 세계 챔피언인 미치광이 복서 ‘공평수’가 빚어내는 추락과 회복의 롤러코스터가 이야기의 중심 축이다. 주인공 남루한은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문예지로 등단했으나 작가로서 자의식이 없다. 신인 무명작가로서, 오로지 먹고살기 위해 선배로부터 중고생이 읽는 야설을 써보라는 권유를 받는다. 순수문학이란 표현으로도 부족해 청순문학을 추구하던 남루한은, 잠시 망설이다 수락한다. 그의 청순문학 소설집은 2년 뒤에나 나올 수 있는 데다, 당장 통장의 잔고는 달랑 3320원. 작가는 “문예지를 끼고 있는 출판사들이 문예지에 발표한 소설들만 인정하는 풍토를 조성하고…그 카르텔에 끼지 못한 출판사들이 내는 책을…‘상업 소설’로 격하시키기 위한 것 아닙니까.”(16쪽)라며 문학계에 일침을 가한다. 출판사가 판단하는 소설의 ‘작품성’이야말로 작가들을 통제하기 위한 정치적 술수라고 꼬집는다. 주인공은 결국 ‘소희’라는 가상의 여주인공을 앞세워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발기로 괴로워하는’, 중고생이나 읽는 야설을 쓴다. 남루한의 아버지는 전국구 주먹인 ‘남강호’. 아버지를 따르던 협잡꾼, 사기꾼, 건달, 약쟁이, 운동선수 가운데 공평수란 미치광이 복서가 찾아온다. 세계 챔피언이었으나 지금은 “매미가 바로 우주 에너지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며 정체불명의 파동에너지 스티커를 팔고 있다. 그런 공평수가 남루한에게 자서전 대필을 부탁한 뒤 나직이 중얼거린다. “피땀 흘려 챔피언이 된 나조차, 무능력하기 그지없잖아…끝없는 자기학대, 그래서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인지 노예인지 알 수조차 없는 상태…”(188쪽) 남루한은 ‘몰락한 세계 챔피언의 처절한 말로’를 주제로 잡고, 자서전 대필로 목돈이나 챙기자며 공평수를 얕잡아본다. 하지만 일은 점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공평수의 재기를 향한 도전, 삶의 진정성에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동화되어 간다. 남루한은 공평수가 링에 다시 서고 싶었던 것처럼, 다시 글이 쓰고 싶어진다. “달렸다. 땀이 났다. 눈물이 났다. 물을, 마셨다. 다시 노트북을 열고 퇴고를 시작했다…영원한 나의 챔피언이 그랬던 것처럼.”(220쪽) 멸종한 티라노사우루스만 못한 처지의 왕년의 챔피언에게서 ‘삶의 근육에 다시 긴장을 주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발견한 것이다. 소설가 백가흠은 “허위와 위선적 사고로 가득한 이 세상의 그늘에 내려앉은 환한 햇빛 같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오늘의 눈] 교수 눈치보는 서울대 인권센터/명희진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교수 눈치보는 서울대 인권센터/명희진 사회부 기자

    서울대 인권센터가 대학원생 인권실태조사를 발표한 지 보름이 지났다. 교수들의 연구비 유용 지시부터 논문 대필, 학내 성희롱 등 충격적인 인권 침해 사례가 줄줄이 터져 나오자 학교 안팎에선 분노와 탄식이 거세게 일었다. 발표 이후 서울대는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인권센터의 후속조치를 취재하고자 여러 번 인권센터에 문의했지만 공석이거나 상담 중일 때가 잦았다. 어렵게 전화 연결이 된 센터장에게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후속조치를 알고 싶다.”고 요청했다. 전화기 건너편에선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센터 망신을 줬으면 됐지 얼마나 더 쓰시려고요. 당시 발표는 일부 사례인데 기자님은 이 사례가 서울대의 ‘일부’ 사례라고 쓰셨나요?” 대학 내 ‘일부’ 사례를 언론이 악의적으로 부풀렸다는 볼멘소리였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연구와 교육에 몰두하는 교수들도 적지 않을 터, 이런 반응이 전혀 이해 안 되는 바는 아니다. 당시 조사에 응했던 대학원생은 1352명. 올 1학기 기준 서울대 대학원생 1만 2700명의 10% 선이다. 이 가운데 11.1%가 교수 가족의 일을 처리하는 등 비서처럼 개인적 업무를 지시받았다고 답했다. 교수 개인을 위해 연구를 빼돌리라는 지시를 교수에게서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10.5%, 교수가 제자의 논문을 가로채거나 자신의 논문을 대필시켰다고 답한 사람도 8.7%였다. 하지만 학위논문을 매개로 한 교수와 대학원생의 수직 관계를 감안하면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이들의 목소리는 10%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대다수 학생들이 보내는 무언의 경고로 이해해야 한다. 대학교수는 지성의 상징이다. 그렇다면 발표 이후 제보자를 찾겠다고 전화기를 이리저리 돌릴 게 아니라 학생 권리에 대해 더 고민하고 보완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해야 하지 않겠나. 학생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만 행사하려 들 게 아니라 함께 연구하며 이끌어 주려는 지식탐구자의 모습이 아쉽기만 하다. mhj46@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코미디인생 30년 자전에세이 ‘웃기고 자빠졌네’ 낸 김미화

    [김문이 만난사람] 코미디인생 30년 자전에세이 ‘웃기고 자빠졌네’ 낸 김미화

    한 노랫말을 감상해 본다. ‘바람 속으로 걸어 갔어요 이른 아침에 그 찻집,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홀로 지샌 긴 밤이여,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왜 한숨이 나는걸까,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한 광대는 그렇게 바람 속으로 걸어갔다. 외로움도 마셨고 한숨도 많았다. 웃고 있어도 눈물로 살아온 세월들이 얼마이던가. 이제 30년을 뒤돌아본다. ●후배들 멍석 깔아주려… 개콘 탄생 숨은 주역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서울 수유리 무허가 비닐하우스 셋방에 살면서 보따리 장사로 두 딸의 생계를 책임졌다. 어려운 형편을 보다 못한 주인집 할머니는 딸 한 명을 입양보내라고 했다. 그래서 미국인 두 명이 집으로 찾아왔다. 입양되기 직전 어머니가 눈물로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후 입양될 뻔했던 딸은 초등학교 때 오락부장을 맡으며 타고난 광대의 끼를 발휘했다. 커서 반드시 코미디언이 되겠다고 다짐했고 나중에 성인이 되어 꿈이 이루어졌다. 이후 ‘순악질 여사’라는 별명으로 많은 사람들을 웃기고 울렸다. 일자 눈썹을 붙이고 한 손에 몽둥이를 들고 ‘음메 기살어’ 하는 모습을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기억한다. 원래 코미디언으로 출발했지만 근래 10년 동안은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그러면서 ‘KBS 블랙리스트’ ‘민간인 사찰’ 등의 파문에 휩싸이면서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그래도 그는 ‘울고 있어도 웃는 코미디언’이라고 당당하게 사람들과 얘기한다. 요즘 ‘개그콘서트’(개콘)가 잘나간다. 시청률이 꽤나 높고 등장인물들은 CF에 단골로 출연할 만큼 인기가 높다. 코미디언이자 방송 진행자로 유명한 김미화(48)씨. 그는 ‘개콘’을 보면서 새로운 감회에 젖는다. “2000년 당시만 하더라도 각 방송사에서 한 해 20명 정도의 개그맨을 뽑았고 다 합치면 무려 70여명의 신인이 배출되고 있었지요. 어느 날 한 신인으로부터 PD들에게 눈도장이라도 잘 찍어 일주일에 행인 역할을 몇 번이라도 해야 밥먹을 상황이 된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그들에게 멍석을 깔아 주고 싶었습니다.” 고민하던 김씨는 공개방송 형식의 개그 프로그램을 생각했다.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찾았다. ‘오빠 언니 짱!’ ‘소라 언니 사랑해요!’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열광하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가수들은 저렇게 되는데 코미디언들은 왜 안 되지?’란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이어 ‘컬트 삼총사’의 연극무대로 갔다. 후배들의 공연은 대단했다. ‘라이브 코미디공연’에 더욱 매달렸다. 늘 의논했던 선배 전유성씨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대학로 술집에서 전씨와 여러 후배들을 만나 기획서를 완성했다. 며칠 뒤 TV예능 담당 본부장을 만났다. ‘연극형식의 새로운 코미디’ ‘세트의 번거로움 없이 조명으로만 하는 코미디’ 등을 강조하면서 설득했다. 그러면서 신인 후배들을 ‘빡세게’ 연습시켜 추석특집으로 해보자고 했다. 가만히 듣던 본부장이 ‘좋아, 해보자’고 했다. 김씨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개콘’은 그렇게 해서 탄생됐다. 김씨는 요즘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어느 때보다 지난날의 그림자를 떠올린다. 어느덧 코미디 인생 30년을 살아왔다. 어린 시절 ‘아버지도 없는 게 까불고 있어.’라는 놀림을 받을 때면 가차없이 그 아이의 따귀를 때리면서 ‘그래 까불고 있어, 어쩔래.’로 맞섰다. 정말 고등학교 때까지 별명이 ‘까불이’였을 정도로 ‘까불며’ 살았다. 세월이 지나 나이 50 언덕을 바라보는 오르막에 선 그가 이제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기 위해 자전적 에세이를 펴냈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웃기고 자빠졌네’. 왜 그렇게 제목을 정했느냐고 하자 “나의 묘비명”이라며 웃는다. 웃기다가 자빠지면 그것처럼 좋은 게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시골의사로 알려진 박경철씨는 이를 두고 “아마 잘 안될 걸. 웃기고 자빠졌네… 어렵데이.”라고 했단다. 이에 김씨는 “누가 맞는지 세월 좀 지나고 나서 얘기해 보자. 난 무대에서 웃기다 자빠질 것”이라고 맞대응을 했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 ‘우물쭈물하다가 그렇게 될 줄 알았다’가 문득 떠오른다. ●내 정체성은 죽으나 사나 코미디언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목동에 위치한 CBS 건물 인근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영구 심형래씨가 KBS 공채 개그맨 1기, 순악질 여사가 2기이니 김씨도 이젠 나름대로 원로인 셈이다. 하지만 얼굴은 여전히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청바지에 검정색 티셔츠, 얇은 목도리 차림이 가을과 그럴듯하게 어울렸다. 먼저 책을 쓰게 된 과정부터 물었다. “지난 4년 동안 겪었던(블랙리스트, 민간인 사찰 등) 것을 털어내기 위해 책을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제가 벌써 데뷔한 지 30년이 됐더라고요. 그래서 사는 얘기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같이 쓰게 됐습니다. 한 1년 정도 집에서 썼는데 정말 글 쓰는 게 힘들더라고요. 기자들은 어떻게 매일 글을 쓰나 몰라(웃음).” 대필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직접 글을 썼고 그림과 사진도 직접 그리고 찍었다.”고 대답했다. 원래 잡생각이 날 때면 개를 끌고 산책을 나가 카메라를 들이대고 스케치를 하는 취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MBC라디오 프로그램 ‘세상은 그리고 우리는’에서 하차할 때 7개월 동안 백수생활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취미생활에도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때 코미디언 30년,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10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 KBS에 들어간 뒤 방송국에서는 제가 노력한 만큼 인정해 줬습니다. 그게 고마워 혼신을 다해 연기를 했지요. 그러나 어느 날 KBS는 느닷없는 소송으로 저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그래도 KBS는 친정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블랙리스트 사건을 겪으면서 방송국이라는 곳이 정치적인 기관임을 알게 됐고 크게 실망을 했습니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몰랐으면 좋았을 검은 그림들을 하나하나씩 보게 된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투사가 되고 말았다. 왜 코미디언이 투사란 말을 듣게 됐을까 하는 점에서는 본인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시간이 좀 지나면서 ‘말로 먹고사는 사람의 입을 막는다고 말을 못할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때 광대는 입만 있으면 어디든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KBS, MBC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뒤 얼마 있다가 CBS로 옮겨 ‘김미화의 여러분’이라는 시사프로그램을 다시 맡았다. 또 대학로 벙커원에서 ‘나는 꼽사리다’(딴지라디오 팟캐스트)를 녹음하고 있다. 또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콜투콜텍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길거리 톡톡 콘서트, 노숙인들과 함께하는 인문학 강의, 제주 강정마을에서 1만명이 함께 걷는 강정평화대콘서트까지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 “안 그래도 입 크다고 소문난 제 입을 어떻게 막을 수가 있을까요(웃음). 말 안 되는 세상이 있다면 말 되는 세상으로 바꾸고 싶은 소박한 생각에 오늘도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알 것 같아요. 결과보다는 과정 그 자체가 의미이자 인생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 과정을 즐기고 할 말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철학이기도 합니다.” 김씨는 경기도 용인 시골 구석에 산다. 감이 잘 익는 골안쪽 마을이라고 했다. 그는 감을 볼 때마다 ‘저 감처럼 대변하는 것도 자신의 할 일’이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앞으로의 꿈도 감처럼 잘 익은 시사 코미디를 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시사 프로그램을 하다가 다시 코미디로 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자신의 꿈은 코미디 무대에서 쓰러지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사는 집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우리 집 이름은 후조당(後凋堂)입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눈보라 속 푸른 소나무처럼 변함 없는 모습으로 곁에 있고 싶은 우리 부부의 마음을 한문학자 이명학 선생이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구석진 곳에 있다 보니 손님들이 찾아오기 쉽지 않아서 마지막 골목 입구에 ‘후조당’ 팻말을 세워 놨더니 점집으로 오인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아이들 넷은 전부 기숙사다 어디다 다 나가고 지금은 남편과 둘만 살고 있습니다. 자연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저의 집 콘셉트입니다.” ●최근까지 여야서 영입 제의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재혼’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재혼은 망설이기 마련이지만 지난 7년 동안 지금의 남편과 살아오면서 한번도 사랑이 식지 않았으니 잘했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인연이 없어 지금의 남편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 살아 있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에게 ‘사상적 성향’은 무엇이고 ‘김미화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물었다. “어떤 의지를 가지고 지지를 표명한 적이 없습니다. 코미디언이 ‘좌’가 어디 있고 ‘우’가 어디 있습니까. 저는 많은 NGO 활동단체에 가입돼 있고 80군데가 넘는 곳에서 홍보대사를 맡고 있습니다. 일부에서 저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섭섭합니다. 그저 사회적 약자 옆에 있을 뿐인데 정치적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 것을 저도 잘 압니다. 그런데 최근까지 여당과 야당에서 저를 영입하기 위해 연락을 해 왔습니다. 저의 정체성은 죽으나 사나 코미디언이죠.” 그는 남편과 오래전부터 이름지어 놓은 ‘순악질 프로젝트’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네 사람들은 물론이고 동네에 놀러 오는 사람들의 사랑방을 만드는 것이다.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꽃길을 선물하고 싶어서이다. 선임기자 km@seoul.co.kr ●김미화는 1983년 KBS 공채 개그맨 2기 → 순악질여사로 인기 → 10년간 시사프로 진행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우이초등학교에서 오락부장을 하면서 코미디언 자질을 인정받았다.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 슬하에서 자랐다. 신경여자실업고등학교를 나와 잠시 경리직원으로 회사를 다녔다. 1983년 KBS 공채 개그맨 2기로 입사했다. 2001년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고 이 대학에서 언론정보대학원 석사 과정을 거쳐 지금 동양철학과 박사과정을 3학기째 다니고 있다. 2000년 당시 지금의 ‘개그콘서트’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후배들을 가르쳤다. 일자 눈썹의 ‘순악질 여사’로 인기를 끌었다. 20여년 몸담았던 정통 코미디 분야를 떠나 8년 동안 MBC 시사프로그램인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을 맡았다. 현재는 CBS 전방위 시사토크프로그램 ‘김미화의 여러분’과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를 진행하고 있다.
  • 강기훈씨 “진실화해委 새증거 부정은 무죄추정 파기한 것” 반발

    강기훈씨 “진실화해委 새증거 부정은 무죄추정 파기한 것” 반발

    “이게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강기훈(48)씨는 19일 대법원이 사건에 대한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재심은 당연한 결과인데 왜 이렇게 시간을 끌었는지 모르겠다.”면서 “재심 결정은 당연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재심이 시작돼도 20년 전과 같은 결과가 나오면 재판 자체는 의미가 없다.”면서 “재심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20년 동안 재심을 위해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년간 매우 암울했고 바닥을 기는 느낌이었다.”며 사건 이후 고통 속에 보낸 삶을 설명하고 “그래도 20년 가까이 저를 위해 노력해 주신 분들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재심 개시를 위해 고생하셨던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재심 결정문 내용에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대법원은 이날 재심 사유가 있다고 본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면서도 종전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의뢰한 감정 결과가 엇갈리는 강씨의 유서 대필 자체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했다. 그는 “대법원은 고등법원과 진실화해위원회가 제시한 새로운 증거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검찰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며 “이는 무죄추정을 파기한 것이라 전혀 반길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이어 “재심 결정문을 읽어 보니 대법원이 재심을 원치 않는데 어쩔 수 없이 결정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내가 무죄 판결을 받아도 그 책임은 검찰이 아닌 국과수에 돌아가게 된다.”며 “다시 유죄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간암 수술을 받고 지방에서 요양하다 최근 경기도 자택으로 돌아와 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 그는 “몸 상태가 왔다 갔다 한다.”고 자신의 건강 상태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 ‘한국판 드레퓌스’… 사법부, 판단오류 20년만에 인정

    ‘한국판 드레퓌스’… 사법부, 판단오류 20년만에 인정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며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이 사건 발생 21년 만에 사법부로부터 재심을 받는다. 드레퓌스 사건은 1894년 프랑스 육군 대위 드레퓌스가 반역죄로 종신 유배형을 받았다가 10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로 석방된 사건이다. 사법부의 이번 재심 결정은 군사정부 시절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자행된 민주화 운동 탄압에 종지부를 찍고 인권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최근 사법부는 민간인 불법 사찰 연루자 전원에 대해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더이상 인권을 유린하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강씨의 유무죄 여부는 재심을 맡은 서울 고등법원의 심리 결과에 따라 가려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인 강씨의 유서 대필 여부 자체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했다.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노태우 정권의 집권 후반기로 ‘수서지구 특혜분양’ ‘국회의원 뇌물 외유’ 등 각종 권력형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재야, 운동권의 시위와 분신이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그해 4월 29일 명지대 1학년생 강경대씨가 시위 도중 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진 것을 시작으로 대학생들이 잇따라 분신하면서 노태우 정권은 위기 돌파를 위한 국면 전환용 카드가 필요했다. 이에 노태우 정권은 강씨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그해 5월 8일 당시 민주화 운동의 중추 세력이던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가 서강대 본관 옥상에서 유서를 남기고 몸에 불을 붙인 뒤 투신해 숨지자 검찰은 “김씨의 유서와 가족이 제출한 김씨의 필적이 다르다.”며 김씨의 유서를 대신 쓴 인물로 강기훈 당시 전민련 총무부장을 지목했다. 결국 검찰은 김씨 유서를 대필해 자살을 방조하고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강씨를 구속했다. 정권의 공작은 성공적이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사회단체 등 진보진영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고 민주화 운동도 그 세력이 약해져 갔다. 하지만 진실은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빛을 보게 된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쓰지 않았다.”며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에 강씨는 2008년 1월 31일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2009년 9월 16일 서울고법 형사10부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이 재심 개시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즉시 항고하면서 대법원 심리는 이번 재심 개시 결정이 나오기까지 3년 1개월이나 걸리면서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다음 주초로 예정된 대법원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大法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20년 만에 재심 결정

    大法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20년 만에 재심 결정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1991년에 발생한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에 대해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하고 19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은 민주화운동 후반부였던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의 총무부장인 강씨가 후배 김기설(당시 전민련 사회부장)씨에게 분신할 것을 사주하고 유서를 대신 써 준 혐의로 억울하게 옥살이한 사건이다. 검찰은 기소의 결정적 근거로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 감정을 제시했다. 강씨는 자살 방조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1994년 8월 만기 출소했다. 그러나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강씨는 김씨의 유서를 대신 쓰지 않았다.”며 이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고 국가에 사과와 재심 조치를 권고했다. 이에 서울고등법원은 강씨 변호인단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2009년 9월 이 사건에 대해 무죄 취지로 재심을 개시했지만 검찰이 즉시 재항고하면서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왔다. 대법원은 이날 “재심 대상 판결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속 문서 감정인들의 증언 내용 중 일부가 허위임이 증명되었다.”면서 “재심을 개시한 원심의 조치는 결과적으로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하고 재심을 개시함에 따라 강씨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다시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 인터넷엔 추가폭로… 교수들은 제보자 문의

    대학원생들이 교수의 개인비서 노릇을 하는 등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는 내용이 보도된 후 서울대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더 심한 일도 많다.”는 조교들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설문을 진행한 인권센터에는 “우리 조교가 설문에 응했느냐.” 등 교수들의 확인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대 교수들의 연구비 유용과 논문 대필, 제자 부리기 사례 등이 보도된 이후 서울대 인권센터와 학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추가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는 “교수님 자제분 결혼식에 학생들이 총동원돼 주차장 배차관리를 했다. 축의금도 냈는데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이삿짐 나르는 건 기본이고, 연구비 횡령은 애교다.”라는 사연부터 “교수 어머니 집에 프린터랑 인터넷이 안 되면 대학원생 연구실로 전화가 온다. 그럼 가서 고쳐주고 온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교수들은 익명 뒤에 숨은 학생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권센터에는 제보자를 찾으려는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변창구 서울대 교육부총장 겸 대학원장은 교수들에게 사과를 했다. 변 원장은 지난 12일 “전반적인 실태조사도 아닌 상태에서 보도돼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교육과 연구에 전념하시는 교수님들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되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대학원 교수들에게 전송했다. 그는 인권실태 조사보도에 대해 “인권센터가 신설된 부서라 체계가 없고 업무가 미숙해 발생한 문제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면서 “앞으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라고 이해를 구했다. 하지만 이런 단체 사과 이메일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학교가 잘못된 문화를 바꾸려는 비판을 덮으려고만 한다는 내용이다. 이메일을 받은 교수는 “우리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하기보다 사태를 유야무야 넘기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사설] 교수집 개밥 주는 게 대학원생이 할 일인가

    서울대 인권센터가 최근 발표한, 교수들에 의한 대학원생들의 인권침해 실태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출장 간 교수의 빈집에 가서 개밥을 주는 등 대학원생들이 교수의 비서나 일꾼처럼 취급됐다. 대학원생의 11.1%가 교수의 개인적 업무 지시를 받았다는 통계를 보면 이 같은 행태가 대학 내에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한 대학원생은 “전공 분야를 떠나지 않으면 교수에게 생사여탈권이 달려 있기 때문에 교수가 바뀌지 않으면 졸업을 해도 교수의 종일 수밖에 없다.”고 자탄했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교수 본연의 임무인 연구와 강의에 대해서도 대학원생들의 불만이 크다는 점이다. 서울대 대학원생의 무려 41.6%가 “지나치게 준비 안 된 수업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교수 개인 사정으로 수업이 변경되거나, 교수가 특정 수업을 강요 또는 제한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교수에게 자신이 쓴 논문을 빼앗기거나 교수의 논문을 대필한 대학원생(8.7%)과 교수 개인을 위한 연구비 유용 지시를 받은 대학원생(10.5%)도 적지 않았는데, 이는 명백한 불법으로 처벌받아야 마땅한 행위다. 국내 최고 대학의 연구환경이 이 정도라면, 우리가 노벨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른다. 지난 7월 문을 연 서울대 인권센터는 대학원생 1352명을 비롯해 학부생, 교수, 교직원 등 모두 3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취합했다고 한다. 학교 내에 만연한 고질적 부패를 해소하려는 인권센터 측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서울대 측도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학칙 개정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대학원생들에 대한 교수들의 인권 침해가 서울대에만 국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른 대학들도 이와 같은 조사 등을 통해 대학 교육 현장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 교수집 개밥 주는 서울대 대학원생

    서울대 대학원생 10명 중 3명이 교수의 과다한 업무지시 탓에 수업이나 연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노동에 상응하는 보수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학습권과 노동권 침해가 심각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10일 관악캠퍼스에서 ‘서울대의 인권, 어디에 있나’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대학원생과 학부생, 교수, 교직원 등 3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권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서울대 대학원생(1352명) 가운데 프로젝트 등 과도한 업무량으로 공부나 연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대답한 이가 32.5%였다. 응답자의 27.8%는 노동한 만큼의 보수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한 응답자는 “프로젝트와 BK장학금 등 학생 명의로 나오는 인건비가 1000만원 이상 되지만 일부만 학생에게 지급하는 교수도 있다.”면서 “연구원 인건비 통장과 도장은 교수가 갖고 있으니 돈을 어디에 쓰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증언했다. 교수 가족의 일을 처리하는 등 비서처럼 개인적 업무 지시를 받았다는 대학원생도 11.1%였다. 출장 간 교수의 빈집에 가서 개밥 주기, 이삿짐 날라 주기, 교수 아들의 생일파티 때 풍선 불어 주기, 교수 부인의 비행기표 예매하기 등 ‘개인비서’ 업무는 다양했다. 연구비 유용 등 부정한 지시도 참아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수 개인을 위한 연구비 유용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10.5%, 교수가 논문을 가로채거나 자신의 논문을 대필시켰다고 답한 이도 8.7%였다. “중요한 학회지는 교수가 직접 쓰지만 연구실적 채우기용일 때는 조교들에게 주제와 분량을 정해 주고 대필시키기도 한다.”는 증언이 있었다. 졸업을 위한 학위논문 심사 때 지도교수에게는 현금, 심사위원들에게는 상품권을 주는 관행도 계속됐다. 성희롱이나 성폭력에 시달린다는 응답자도 많았다. “여자는 나이들수록 가치가 떨어지니 일찍 결혼해야 한다.”, “여자는 머리가 안 좋아서 공부 많이 해도 훌륭한 사람이 못 된다.” 등 성적 비하 발언을 들은 대학원생은 19.8%였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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