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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대교수 ‘학위 장사’

    대학원에 다니는 현직 의사들을 상대로 ‘학위 장사’를 해 온 유명 사립대 치과대학 교수 2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돈을 받고 부정한 수법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해 준 한 사립대 치대 교수 홍모(48)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하고 교수 임모(5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2008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대학원생들의 논문을 대신 써 주고 학위 논문 심사까지 통과시켜 주는 대가로 12명으로부터 3억 2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기간 임씨는 3명에게서 4600만원 상당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원생 중 한 명인 송모(47)씨는 홍씨와 임씨 모두에게 돈을 건넸다. 조사 결과 홍씨 등은 대학원생 상당수가 경제적 여유는 있지만 논문을 작성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치과 개원의라는 점을 악용해 실험비 명목 등으로 석사 학위는 500만∼1500만원, 박사학위는 2000만∼3500만원씩 여러 개의 차명 계좌를 통해 받았다. 이후 논문을 직접 대필해 주거나 심사할 때 같은 내용의 논문을 심사 날짜만 다르게 하는 수법 등으로 통과시켜 줬다. 통과된 논문은 서로 제목만 조금씩 다르고 내용이 거의 같은 ‘복제’ 논문인 데다 당사자가 논문의 주제조차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 것으로 드러나 대학 측의 허술한 논문 심사 과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경찰은 홍씨 등에게 돈을 건넨 현직 의사인 대학원생 14명 가운데 9명도 청탁을 하면서 뇌물을 준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나머지 5명은 공소시효인 5년이 지나 입건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先주문 100만부’ 힐러리 회고록의 힘은 [ ]다.

    ‘先주문 100만부’ 힐러리 회고록의 힘은 [ ]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회고록 ‘힘든 선택들’(Hard Choices)은 힐러리가 쓴 것이 아니다? 10일(현지시간) 출간돼 화제를 몰고 다니는 힐러리 전 장관의 두 번째 회고록 ‘힘든 선택들’ 뒤에도 ‘유령작가’가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회고록과 고스트라이터(유령작가)를 연결해 보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유명인들과 유령작가들 간 암묵적인 동의와 거래에 따른 대필의 세계를 소개했다. WP에 따르면 힐러리 전 장관은 ‘힘든 선택들’을 쓰기 위해 3명으로 구성된 ‘유령작가팀’을 고용, 도움을 받았다. 국무장관 시절 그를 보좌했던 댄 슈워린 전 상원의원과 작가 이단 겔버, 역사학자이자 힐러리의 연설문 작성자였던 테드 위드머가 그들이다. 이들의 이름은 본문에는 잠깐 나오지만 표지 등 저자 소개 항목에서는 볼 수 없다. 힐러리 전 장관이 1996년 펴낸 ‘마을이 나서야 한다’(It Takes a Village)와 2003년 출간한 첫 번째 회고록 ‘살아있는 역사’(Living History)도 모두 유령작가의 작품이다. 힐러리 전 장관의 대변인 닉 메릴은 대필에 대한 질문에 “출판사에 물어봐라”며 함구하다가 계속된 질문에 “내가 말하면 책을 사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시인했다. 정치인과 기업인,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유령작가 고용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이들 대부분은 “책은 내고 싶은데 시간은 없고 글솜씨도 없기 때문”에 대필을 의뢰한다. 최근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른 티모시 가이트너 전 미 재무장관의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와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의 ‘린 인’(Lean In)도 각각 언론인과 TV작가 출신 유령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출간됐다.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의 퓰리처상 수상작 ‘용기 있는 사람들’(Profiles in Courage)과 말콤 엑스의 자서전도 유령작가가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대필업체 관계자는 “대필료는 권당 1만 5000달러(약 1530만원)에서 시작해 50만 달러까지 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힐러리 전 장관은 이번 회고록의 선인세로 1400만 달러(약 142억원)를 받았으며, 사전 주문도 100만부에 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새 영화] ‘그녀’(her)

    [새 영화] ‘그녀’(her)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가 있다면 사랑에 빠지는 일이 가능할까. 22일 개봉한 ‘그녀’(her)는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상당히 사실적이고 낭만적인 로맨스로 그려낸 영화다. 디지털 문화 속에서 인간이 점점 고립되는 요즘 시대에 시사하는 바도 있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올해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다. 주인공은 편지를 대신 써 주는 대필 작가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 온 아내와 별거 중인 상태로 공허함에 휩싸여 있다. 그러던 중 그는 직관을 지닌 최첨단 인공지능 운영체제(OS1)의 광고를 보고 이를 구입하게 된다.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라는 이름까지 가진 그녀는 형상은 없지만 테오도르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의 외로운 삶에 조금씩 숨통을 틔워 준다. 사만다를 차갑고 인공적인 컴퓨터로 생각했다가는 오산이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온 이메일을 읽어 주고 그의 성공에 함께 기뻐하고 다른 여자를 만날 때는 질투를 하기도 한다. 삶이 뒤죽박죽되어 괴로워하던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통해 점차 안정과 삶의 여유를 찾아간다. 어느새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이고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뮤직 비디오 감독으로 데뷔해 영화 ‘어댑테이션’, ‘괴물들이 사는 나라’ 등을 만들어 감각적인 연출로 주목받은 스파이크 존즈 감독은 따뜻한 색감과 자신만의 언어로 이 독특한 로맨스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이 둘의 로맨스는 낭만적으로 그려진다. 테오도르는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셔츠 앞주머니에 인공지능 기기를 넣고 다니면서 그녀와 일상을 함께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사만다의 주문에 따라 길거리에서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하는 테오도르는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남자다.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대신 자신이 작곡한 노래로 둘이 함께하는 순간을 기념하자는 사만다와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느라 갑자기 연락 불통이 된 사만다를 찾아 헤매는 테오도르. 그들의 사랑은 인간들의 사랑만큼 애절하다. 하지만 여느 연인과 다름없이 이들에게도 갈등과 아픔이 찾아온다. 미래 세계의 허무맹랑한 연애 이야기라고 치부한다면 현실성이 떨어지겠지만 충분히 또 다른 사랑의 한 형태로 볼 수도 있다. 특히 목소리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스칼렛 요한슨은 제8회 로마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상대 없이 얼굴 표정만으로 사랑의 희로애락을 표현한 호아킨 피닉스의 감정 연기 또한 볼 만하다. 청소년 관람 불가.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주말 영화]

    ■헬프(EBS 일요일 오후 2시 15분) 1963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 잭슨에서 흑인 가정부는 백인 주인과 화장실도 같이 쓸 수 없었다. 그런 가정부의 삶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현실이었지만, 작가의 꿈을 이루고자 지역 신문사에 취직한 스키터는 달랐다. 살림정보 칼럼의 대필을 하게 된 스키터는 흑인 가정부 에이빌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다른 인생은 꿈꿔보지도 못한 채 가정부가 돼 17명의 백인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봐 왔음에도 정작 에이빌린은 자신의 아들을 사고로 잃어야 했다. 스키터에게 살림 노하우를 알려 주던 에이빌린은 이전까지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흑인 가정부들의 인생을 책으로 써보자는 제안을 스키터로부터 받게 된다. 주인집의 화장실을 썼다는 이유로 쫓겨난 가정부 미니와 에이빌린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세상을 발칵 뒤집을 만한 책이 탄생한다. ■로봇 앤 프랭크(OBS 토요일 밤 10시 15분) 인간을 도와주는 가정용 로봇이 보편화된 가까운 미래. 평화롭다 못해 따분하기까지 한 전원생활을 하던 전직 금고털이범 프랭크에게 귀찮은 불청객이 나타난다. 아들 헌터가 보내온 건강 보좌관 로봇이다. 프랭크는 사사건건 잔소리를 늘어놓는 로봇이 못마땅하다. 하지만 만약 건강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못하면 자기는 폐기 처분될 것이라고 하소연하는 로봇에 프랭크는 따뜻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런 어느 날 취미로 자물쇠를 따던 프랭크는 로봇이 자신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그 일을 처리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 PD수첩 사랑의 교회에 무슨 일이? 바리케이트 치고 교인 대치 “사실과 달라” 반박

    PD수첩 사랑의 교회에 무슨 일이? 바리케이트 치고 교인 대치 “사실과 달라” 반박

    ‘PD수첩 사랑의 교회’ 사랑의 교회가 MBC ‘PD수첩’의 ‘법원으로 간 교인들, 사랑의 교회에 무슨 일이?’ 편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박했다. 사랑의 교회 측은 “유감스럽게도 ‘PD수첩’ 방송내용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게 왜곡됐다”며 “공영방송 MBC에 기대했던 공정하고 객관적인 내용은 아니었다. 정해놓은 의도와 방향에 따라 자료들을 모으고 내용을 조합했다”고 주장했다. ‘PD수첩’은 지난 13일 사랑의 교회 담임 목사인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 논란과 교회 신축과정에서 재정유용 및 정관 개정 논란을 집중 조명했다. ‘PD수첩’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서초동 사랑의 교회 앞마당에는 바리케이트가 등장했다. ‘제자 훈련’을 앞장세워 한국의 대표적 모범교회였던 사랑의 교회가 교인들이 둘로 나뉘어 대치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2012년 SNS에는 모 교수가 오정현 목사의 포체프스트룸 대학 신학 박사학위 논문 대필 의혹을 제기한 내용을 올려 파문이 일었다. 사랑의 교회 측은 대학교수급 4명으로 이뤄진 조사위원회를 꾸렸고 오정현 목사는 한 달 후 이메일을 통해 당회원들에게 결백함을 주장했다. 그런데 조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사위원장이었던 권영준 교수가 오정현 목사의 논문 속에서 소제목까지 같은 다른 저자의 글을 발견해 충격을 안겼다. 결국 오정현 목사는 표절의혹으로 6개월간의 자숙 기간을 갖고서야 교회로 복귀했지만 애초 문제가 되었던 논문 이외에도 탈봇 신학대학원 목회학 박사 논문과 칼빈 신학대학원 석사 논문도 표절이라는 의혹에 여전히 휩싸여있다. ‘PD수첩’ 방송을 접한 네티즌들은 “사랑의 교회, 모범적인 교회인 줄 알았는데 실망이다”, “사랑의 교회, 이름값 좀 했으면”, “교회의 타락, 안타깝다”, “사랑의 교회 뿐만 아니라 대형 교회들 문제가 많은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서울신문DB(PD수첩 사랑의 교회)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청각장애인도 강의 수강에 불편 없어요”

    “청각장애인도 강의 수강에 불편 없어요”

    “탁, 탁, 탁.”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캠퍼스의 한 강의실에서는 수업 내내 작은 타이핑 소리가 퍼졌다. ‘현대시 강독’ 수업 중 담당 교수의 강의 내용을 강의실 한편에 앉은 속기사가 쳐서 칠판 옆 스크린에 자막으로 실시간 중계한 것이다. 이곳은 모든 수업 내용을 실시간 기록해 보여 주는 ‘속기록 강의실’로 청각장애 학생이 수강하는 강의를 지원하기 위해 미술대학 건물에 특별히 설치한 공간이다. 24일 숙명여대에 따르면 학교 측은 미대에 속기록 강의실 2곳을 마련해 21일 첫 정식 수업을 진행했다. 이번 학기 이 강의실을 이용하는 수업은 현대시 강독 외에 현대공예론, 예술치료 등 모두 세 과목이다. 이날 현대시 강독 수업을 들은 학생 100여명 중 청각장애인은 조민희(20·한국어문학부 2년)씨 한 명뿐이었다. 국문과 수업인 까닭에 문과대학 건물에서 해야 하지만 조씨를 위해 속기록 강의실이 있는 미대 건물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비장애 학생들은 조금도 불편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조씨는 수차례 “학생들을 먼 곳까지 오게 해 미안하다”면서 양해를 구했지만 다른 학생들은 “강의를 들으며 속기록까지 볼 수 있어 더 집중이 된다”고 오히려 반겼다. 속기록 강의실은 숙명여대에 재학 중인 청각장애 학생 13명 중 6명이 미대생인 터라 미대 건물 안에 마련됐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비록 장애학생 수가 비장애 학생보다 절대적으로 적지만 ‘배움에는 장애와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뜻에서 호주 등 외국 사례를 참고해 속기록 강의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속기록 강의실은 장애인을 위한 복지대학 등에 설치돼 있지만 일반 대학에선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숙명여대 측은 설명했다. 지금까지 청각장애 학생들은 수업 때마다 비장애 학생들이 옆에 앉아 노트북 컴퓨터로 대필해 주는 수업 내용에 의지해 공부했다. 하지만 내용 자체가 생소하거나 이해가 어려운 전문적인 강의일 때 비장애 학생의 대필 내용이 부정확한 일이 많았다. 이날 강의 중계를 맡은 오지원(35) 속기사는 “강의 속기록은 수업 내용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수업 전에 미리 자료를 검토해 본다”며 “속기록 자료는 강의가 끝나고 나서 장애 학생에게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는 장애가 있는 학생이 캠퍼스에서 불편함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늘릴 방침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아베, 네덜란드 ‘안네 프랑크의 집’ 방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안네 프랑크의 집’을 방문했다. 최근 일본에서 잇달아 발생한 ‘안네의 일기’ 도서 훼손 사건을 의식한 행보였다. 핵 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네덜란드를 방문한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나치 점령기 안네 프랑크와 가족이 숨어 살았던 집에 세워진 박물관을 찾아 ”과거사를 겸허한 자세로 대하고 다음 세대에 역사의 교훈과 사실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일본과 ‘안네의 일기’ 사이에는 깊은 인연이 있으며 많은 일본인이 안네 프랑크의 집을 방문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20세기를 되돌아볼 때 기본권을 침해한 세기였다“며 ”21세기를 내다보면서 우리가 결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며,나도 이 목표를 실현하는 책임을 나눠질 것이라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도쿄도 내 도서관과 서점에서 ‘안네의 일기’ 도서를 대거 훼손한 용의자가 체포된 바 있다. 일본 국적의 36세 남성인 이 범인은 “’안네의 일기’는 안네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 대필작”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안네의 일기가 대필작이라는 항간의 소문을 확신한 채 비판의 뜻을 표현하기 위해 책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네의 일기 대필설은 필적 감정 등을 통해 대필이 아닌 것이 확인됐다. 안네의 일기 훼손은 도쿄도를 비롯해 5개 구와 무사시노시 등 3개 시 도서관 38곳과 서점 1곳에서 발생, 모두 310권이 훼손됐다. 앞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이번 방문을 통해 역사에 관한 확고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평화 준수 의지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네덜란드로 출발하기에 앞서 최근 도쿄도 내 도서관에서 ‘안네의 일기’ 300권이 훼손된 사건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출판기념회라도 해야 정치자금 충당할 판”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의원들도 할 말은 있다. 출판기념회가 아니면 자신을 알릴 기회가 없고, 후원금도 ‘빈익빈 부익부’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실세가 아니면 사정이 넉넉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의원들은 연간 최대 1억 5000만원의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 전국 단위 선거가 있는 해에는 최대 3억원까지다. 그런데 모금액 최대치를 초과해 계좌를 막아야 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연 100만~200만원대 후원금밖에 모으지 못하는 의원도 있다. 이 때문에 출판기념회를 열지 않으면 정치 활동에도 제약이 생긴다는 게 의원들의 항변이다. 출판기념회 때문에 울상을 짓는 의원들도 있다. 대필 비용을 포함해 책 1권을 출판하는 데 약 20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출판기념회 장소를 대여하는 비용도 대형 컨벤션센터의 경우 10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대체로 본전은 뽑지만 개인 편차가 크다. 유력 의원들은 출판기념회 한 번으로 후원금 한도액인 1억 5000만원을 초과해 챙기는 경우가 많지만 대체로 1억원을 넘기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의원 간 최대 5배까지 차이가 난다. 봇물 터지는 다른 의원들의 출판기념회를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친소 관계에 따라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 성의를 표시한다. 이 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다. 재적의원 3분의1에 해당하는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예의상 10만원씩만 내도 1000만원에 이른다. 결국 출판기념회는 의원들의 일상적인 경조사에 해당하고, ‘품앗이’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선거철 출판기념회 홍수] 합법 포장 선거자금 마련… 예산·법안 쥐고 ‘甲의 특권’ 행사

    [선거철 출판기념회 홍수] 합법 포장 선거자금 마련… 예산·법안 쥐고 ‘甲의 특권’ 행사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징그럽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만하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더한 상황이다. 정치자금 마련 수단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행사가 진행된다. 선거 출마 예정자들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90일 전인 오는 6일부터 의정활동 보고를 비롯한 출판기념회를 열 수 없기 때문에 3월 첫째 주는 출판기념회 막판 대목이다. 출판기념회가 합법으로 포장된 정치자금 마련 수단이라는 점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이른바 ‘오세훈법’이라 불리는 현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의원 1인당 한해 1억 5000만원, 전국 단위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만 후원금을 모금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구매하는 대가로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뇌물 공여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1만 5000원짜리 책을 사면서 10만원에서 50만원 이상이 든 봉투가 건네지기 일쑤다. 게다가 행사 수입액에 대한 영수증 제출 의무가 없다. 신고 의무 절차가 없기 때문에 위법성을 지적하기도 어렵다. 중앙선관위로부터 자금의 용도에 대한 규제를 받지도 않는다. 결혼이나 장례식에서 경조사비를 받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더욱이 홍보 효과, 지지세력 결집 등의 효과도 있어 출판기념회는 정치인들에게 1석3조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된다. 이런 까닭에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인들의 ‘갑(甲)질’이 가능하다. 특히 국회 예산의 목줄을 쥐고 있는 예산결산위원장이나 법안 처리와 협상 권한을 갖고 있는 상임위원장·간사, 그리고 주요 핵심 당직자들의 출판기념회는 늘 인산인해를 이룬다. 정부 관계자 A씨는 “의원들이 각종 법안을 틀어 쥐고 있다 보니 법안 처리가 수월하도록 협조를 요청하려면 이럴 때 사실상 돈을 ‘상납’할 수밖에 없다”면서 “출판기념회는 의원이 누리는 특권 중 남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특권”이라고 규정했다. 저자가 직접 책을 집필했는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정치인들의 저서를 대신 써 주는 대필 작가도 많아 1년에 2~3권의 책을 내놓기도 한다. 하루 정도 인터뷰를 하면 책 1권이 뚝딱 나온다는 말도 있다. 결국 자신의 정치 경력을 화려하게 포장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수여하는 ‘훈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서울광장] 법과 원칙 지켜지는 ‘행복한 나라’에 살고 싶다/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법과 원칙 지켜지는 ‘행복한 나라’에 살고 싶다/문소영 논설위원

    1638년 2월, 병자호란에서 패배한 인조는 검찰사 김경징의 처리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전쟁 3일 만에 한양을 버려야 했던 인조는 왕족과 비빈들이 피란한 강화도의 방어를 김경징에게 맡겼다. 김경징은 ‘청군이 강화도만은 침입하지 못할 것’이라 호언장담하고 수비를 강화하자는 봉림대군(효종)의 조언도 무시한 채 밤마다 흥청망청 잔치를 벌이다가 강화도를 잃었다. ‘남한산성’에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던 인조는 ‘강화도 인질 몰살’이란 청태종 홍타이지의 협박에 무너졌다. 종전 후 김경징의 태만과 무능을 마땅히 응징해야했지만, 인조는 마지못해 사약을 내렸다. 오히려 강화도 사수에 사력을 다한 충청수사 강진흔에게 엉뚱한 죄를 물어 참수해 군졸들의 원성을 샀다. 인조는 왜 김경징을 강력히 단죄하지 않고 강진흔을 참수했을까. 충신을 알아볼 안목이 없었을까. 한명기 명지대 교수는 저서 ‘병자호란’에서 인조가 김경징이 인조반정의 공신이자 영의정 김류의 외아들이라는 사사로운 정리를 개입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은 전승국이었지만 잘못을 범한 지휘관을 군율로 엄벌했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한 나라의 기강은 ‘법과 원칙’이 엄격하게 지켜지고 집행되느냐에 달렸다. 한비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방법으로 ‘법규에 따르지 않고 사사로이 일을 처리하거나, 사랑해야 할 자를 가까이하지 않고 미워해야 할 자를 내치지 않는 것’을 들었다. 최근 법질서와 관련해 실망스러운 사례들이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염전노예는 21세기의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근절을 요구했다. 같은 시기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이사장인 한 박물관이 아프리카예술단을 노예처럼 취급한 사건이 불거졌는데 이는 침묵했다. 한국인 염전노예의 인권은 소중하고 피부색이 검은 아프리카 예술인의 인권은 소중하지 않은 것인가. 홍 사무총장은 여론에 떠밀려 체불임금 1억 5000만원 등을 지급하게 하는 등 해결을 약속했다. 죄형법정주의를 채택한 한국에서 홍 사무총장에게 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단다. 그렇다면 집권여당 사무총장의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만약 미국에서 한국 예술가를 상대로 같은 일이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외교적 문제가 됐을 게다. 이건 보편적 인권 문제다. 지난 20일 법원은 2012년 국정원이 야권 대통령 후보들을 ‘빨갱이’ 등으로 음해·비방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며 내부고발한 국정원 전 직원에 국정원직원법 위반죄를 적용,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이지만 내부고발을 유죄로 판결한 것이다. 2012년 12월 16일 밤 11시 수서경찰서가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이례적으로’ 발표하던 당시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대선개입 수사축소·은폐 의혹 혐의에 대해 무죄선고한 것만큼이나 놀랍다. 법이 내부고발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권력의 부패와 자본의 비리 등을 찾아낼 길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최근 가장 한심한 일 중 하나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외교문서 조작 의혹’이다.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증거는 피의자의 3가지 종류 출입국증명서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이들 모두 위조문서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1종만 외교 공식라인에서 받아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외교라인을 통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위조라 주장한 것은 한국 정부에 무례한 태도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만약 국정원 등이 국민을 간첩으로 조작하기 위해 외국의 문서를 조작했다면 누가 더 심각한 무례를 범한 것인가. ‘유서대필 사건’으로 청춘을 잃어버린 강기훈씨가 23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이 상고한다는 소식도 우울하기 짝이 없다. 간암 투병 중인 강씨는 당시 사건 관련자들에게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다. 보상될 수 없는 세월을 두고 국가가 그를 마지막까지 몰아세워도 되는지 묻고 싶다. symun@seoul.co.kr
  • [오늘의 눈] 검찰의 이상한 상고 기준/홍인기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검찰의 이상한 상고 기준/홍인기 사회부 기자

    “법무·검찰도 과거사 정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은 유서 원본까지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제공하는 등 적극 협조하고 있다.” 2007년 3월 법무부는 과거사 진상 규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여론의 지적에 이런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냈다. 법무부가 언급한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은 같은 해 11월 대필이 아니라는 결론이 났고, 위원회는 재심을 권고했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한 지 23년여 만인 지난 13일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1991년 사건 발생 당시 강씨를 ‘동료의 죽음을 방치하고 유서까지 대신 써 준 죄인’으로 낙인찍었던 수사팀원들은 이후 대법관, 민정수석, 헌법재판소장,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영전했다. 이 때문일까. 과거사 정리에 적극 협조하겠다던 검찰은 7년의 세월 동안 진상 규명으로 밝혀진 자신들의 과오는 망각했다. 머릿속에서 지워진 ‘사과’와 ‘반성’은 납득 불가능한 원칙론과 형식 논리로 채워졌다. 지난 19일 ‘어차피 상고할 것’이라는 강씨의 예상처럼 검찰은 “과거 대법원에서도 유죄 증거로 채택됐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필적감정 결과의 신빙성에 대해 다시 한번 판단받아 볼 필요가 있다”며 상고했다. 재심 제도는 증거가 위조됐거나 증언이 허위인 경우, 긴급조치 위헌 결정 등 무죄를 선고할 명백한 증거가 새롭게 발견됐을 경우 과거 확정 판결을 다시 심리하는 것이다. 군사 독재정권에서 자행됐던 수사기관의 감금, 허위자백, 증거조작 등 불법수사에 침묵하고 유죄 판결을 쏟아냈던 사법부의 자기반성이 반영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이 사실을 검찰만 모르는 걸까. 검찰은 20일 영화 변호인의 모티브가 된 ‘부림사건’ 재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는 등 과거사 사건에 대해 대법원 판단을 다시 요구하고 있다. 검찰이 상고한 과거사 사건 가운데 최근 무죄가 유죄로 번복된 경우는 없었다. 반면 과거 유죄를 받았다가 재심에서 무죄로 확정된 사건에 대해 검찰은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지난 17일 검찰은 “사실관계 확정의 문제라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며 수천억원대의 배임 혐의 등으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재상고를 포기했다. 검찰의 상고 기준이 사뭇 궁금해진다. ikik@seoul.co.kr
  • 檢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대법 상고

    ‘유서 대필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옥살이를 했다가 재심에서 22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강기훈(50)씨에 대해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했다. 서울고검은 19일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도 불린 이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내려지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대법원 판결에서도 유죄 증거로 채택됐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필적 감정 결과의 신빙성을 재심 재판부가 배척하면서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 자체가 1991년 사망한 김기설씨의 유족들이 김씨의 필적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수사가 시작됐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수사와 재판이 진행돼 대법원에서 유죄가 나온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권기훈)는 지난 13일 자살 방조 혐의로 기소돼 1992년 7월 징역 3년이 확정됐던 강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사설] 공안사건 잇단 무죄, 반성과 국가보상 따라야

    진실은 하나다. 그러나 이 평범한 진리에 이르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른바 ‘부림 사건’과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무려 33년, 2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지불한 비용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그런 만큼 이번 무죄판결에 대해 각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다. 당시 수사와 재판을 담당한 검찰과 재판부라면 적어도 유감 표명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짐하는 제스처라도 보이는 게 역사에 대한 도리다. 그러나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까지 불린 유서대필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사법부의 과거 판결에 대해 어떤 사과의 말도 하지 않았다. 5·18 민주화운동 이후 신군부에 의한 대표적 공안사건으로 꼽히는 부림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재판부는 법리 판단만 내렸을 뿐 과거의 잘못된 판결에 대해서는 유감이나 사과 표시를 하지 않았다. 부림사건 당시 수사를 맡았던 어느 인사는 법원이 스스로 자기 부정을 하고 있다며 “임오군란 사건을 지금 다시 재판하는 것과 다르지 않고, 그동안의 공안 사건들을 전부 그런 식으로 뒤집어 왔으니 그 연장선상이 아니겠느냐”고까지 했다. 이런 식이라면 이번 법원의 판결은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더 큰 분열의 불씨가 될 수밖에 없다. 진실을 외면한 수사와 기소, 재판이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당시 검찰과 경찰, 법원의 책임자들은 합법적으로 수집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거만을 단죄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형사소송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했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겸허하게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해야 마땅하다. 검찰이 상고한다면 대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두 사건 모두 무죄로 최종 확정된다면 그에 따른 명예회복과 보상이 차질없이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재심 판결은 완결이 아니라 시작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사회에 진정한 정의의 관념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폭력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사건에 관여한 인사들에 대해서는 최소한 도덕적 책임이라도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역사의 망각에 빠진다. 아무리 첨단 민주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해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국가폭력의 그림자가 스며들지 모른다.
  •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무죄…운명 가른 ‘글씨체’ 감정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무죄…운명 가른 ‘글씨체’ 감정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무죄…운명 가른 ‘글씨체’ 감정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무죄 “김기설씨 유서 작성 가능성 배제 못해” 강기훈(50)씨의 ‘유서대필 사건’을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 부르는 것은 수사기관이 당사자의 글씨체(필적·筆跡)를 유죄의 증거로 삼았기 때문이다. 1894년 프랑스의 알프레드 드레퓌스 대위가 주불 독일대사관에 배달된 프랑스군 내부 문건과 필적이 같다는 이유로 기밀유출의 누명을 쓴 것처럼 강씨도 1991년 분신자살한 운동권 동료의 유서와 필적이 같은 사람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다. 강씨의 원 재판과 재심 재판의 핵심 쟁점도 자살한 김기설씨가 남긴 유서를 강씨가 대필했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 감정 결과를 유·무죄 판단의 잣대로 삼았다. 1991년 국과수의 필적 감정 결과는 강씨에게 자살방조죄의 올가미를 씌웠다. 반면 2007년과 지난해 국과수의 재감정 결과는 그의 누명을 벗기는 데 결정적 증거가 됐다. 김기설씨 사망 직후 김형영 당시 국과수 문서분석실장은 그의 유서와 그가 남긴 다른 자료들의 필적이 상이하고 오히려 유서와 강씨의 진술서 등의 필적이 동일하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검찰은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강씨의 유죄 증거로 법원에 제출했고 재판부는 그 신빙성을 인정했다. 강씨가 김씨에게 유서를 대신 써주고 자살을 부추겼다는 시나리오가 실체적 진실과 부합한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국과수는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재감정을 실시, 1991년과 다른 결과를 내놨다. 김씨의 전대협 노트·낙서장이 유서와 필적이 같다는 것이었다. 이 전대협 노트·낙서장은 김씨의 친구인 한모씨가 1997년 뒤늦게 발견한 것으로 1991년 당시에는 감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자료였다. 강씨는 과거사위의 진실 규명 결정을 바탕으로 2008년 재심을 청구했고 대법원은 4년여 뒤 재심 개시를 최종 결정했다. 다만 전대협 노트·낙서장 자체가 김씨의 것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명시했다. 재심에서는 검찰 측 신청으로 국과수 감정이 한번 더 실시됐다. 이번에는 검찰이 압수한 김씨의 이력서 등 개인적 자료와 전대협 노트·낙서장, 유서의 필적이 한꺼번에 감정됐다. 그리고 국과수는 작년 12월 “전대협 노트·낙서장은 유서와 필적이 동일하고, 이와 김씨의 다른 자료도 필적이 동일하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는 새로운 결론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번 국과수 감정은 검찰 측이 먼저 신청한 것이었다. 검찰은 국과수 회신 후 감정서 작성 방식이 전과 다르다며 애써 증거의 신빙성을 깎아내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심 재판부는 “1991년 국과수는 유서의 필적과 김씨의 필적이 상이하다고 감정했다. 하지만 이는 김씨가 정자체만 사용하는 것으로 속단하고 속필체인 유서와 단순 비교해 감정했다”고 유서대필 사건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유서대필 사건 무죄 선고와 관련해 “2007년 국과수의 감정 결과와 재심에서 실시한 국과수의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해 보면, 유서는 강씨가 아니라 김씨가 작성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유서를 작성할 문장력이나 표현력이 없었거나 부족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 유서에는 부모에 대한 존칭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반면 강씨는 봉함엽서 등에서 부모에 대한 존칭을 사용했다”며 필적뿐 아니라 그 내용을 봐도 공소사실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서 대필’ 강기훈 22년 만에 누명 벗었다

    1990년대 초 투신자살한 운동권 동료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혐의로 감옥살이를 한 강기훈(50)씨가 13일 재심을 통해 22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또 1980년대 부산지역 최대 공안 사건인 ‘부림사건’으로 1~7년형을 선고받은 고호석(58)씨 등 5명도 재심을 통해 3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권기훈)는 자살 방조 혐의로 기소돼 1992년 7월 징역 3년이 확정됐던 강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린다. 1991년 5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간부였던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서강대 본관 5층 옥상에서 투신자살하자 검찰이 강씨를 배후로 지목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김씨 유서와 강씨 진술서 등의 필적이 같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으면서 강씨는 이듬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만기 복역했다. 재판부는 “1991년 당시 국과수 감정 결과는 신빙성이 없고 검찰의 다른 증거만으로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작성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부산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한영표)도 이날 부림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고씨와 최준영(60), 설동일(57), 이진걸(55), 노재열(56)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했으나 경찰 수사 과정에서 상당 기간 불법 구금된 사실이 인정돼 자백의 임의성을 의심할 사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된 부림사건의 변론을 맡았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를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강기훈 “22년 고통… 검사들 유감표명도 없어”

    강기훈 “22년 고통… 검사들 유감표명도 없어”

    “무죄 선고가 나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유감 표시는 안 하는구나’였습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서 대필 사건’으로 감옥에 간 지 22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국가로부터 받은 상처는 강기훈(50)씨의 가슴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강씨는 13일 무죄가 선고된 서울고법 505호 법정에서 한마디의 사과조차 들을 수 없었다. 검찰은 오히려 재심 마지막 공판에서까지 과거의 수사가 옳았다며 강씨의 유죄를 주장했다. 무죄 선고 직후 변호인과 지인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법정엔 박수 소리가 가득했지만 강씨는 담담한 표정 그대로였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권기훈)는 이날 “강씨의 자살방조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며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1894년 프랑스의 알프레드 드레퓌스 대위가 필적 때문에 간첩으로 몰렸다가 결국 누명을 벗은 것처럼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의 주인공인 강씨도 오랜 싸움 끝에 마침내 오명을 벗은 것이다. 이 사건은 1991년 5월 8일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서강대 옥상에서 몸에 불을 붙이고 투신자살하자 검찰이 김씨의 동료였던 당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총무부장 강씨를 자살 방조 혐의로 기소하면서 시작됐다. 재판 결과 징역 3년이 확정돼 만기 출소한 강씨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 규명 결정에 따라 재심을 청구했고 2012년 10월 19일 대법원에서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았다. 이날 재판부는 유서의 필적이 강씨의 것과 동일하다고 본 1991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서는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국과수 감정인은 김씨가 정자체만 사용하는 것으로 속단하고 필적 감정의 일반원칙에 위배해 속필체인 유서와 정자체인 김씨의 필적을 단순 비교해 판단했다”면서 “감정 결과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당시 감정인은 거의 전적으로 혼자 감정을 주관했음에도 원심 법정에서 4명의 감정인이 공동으로 감정했다는 허위 증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1991년 감정 당시 김씨의 유서와 필체가 같다고 감정된 김씨의 전민련 수첩이 조작된 것이었다는 검찰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30여쪽에 달하는 김씨 전민련 수첩의 전화번호 부분을 4~5시간 만에 여러 가지 필기구를 섞어 조작하기는 어렵다”면서 “수첩의 찢긴 부분과 전화번호 부분 절취선이 서로 일치하지 않지만 조작된 것이라면 굳이 일치하지 않게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새롭게 등장한 증거들에 대한 필적 감정을 실시했다. 당시 국과수가 감정한 김씨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노트·낙서장은 김씨의 친구인 한모씨가 1997년 뒤늦게 발견한 것으로 1991년 당시에는 감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자료였다. 이후 재심 과정에서도 검찰 측 신청으로 해당 증거에 대한 국과수 감정이 한번 더 실시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2007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친 국과수 감정 결과 김씨의 전대협 노트와 낙서장이 유서의 필적과 일치한다는 감정을 받았다”면서 “관련 증인의 진술과 그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도 김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선고가 끝난 뒤 강씨와 그를 돕는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소회를 밝혔다. ‘강기훈의 쾌유와 명예회복을 위한 시민모임’의 김상근 목사는 “‘저놈이 유서 대필자’라는 시선을 받으며 살아온 22년은 고통의 나날이었다”면서 “진실은 반드시 승리하고야 만다는 평범한 진리를 오늘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1991년 필적 감정을 한 감정인에게 한마디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강씨는 “그는 자기가 한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상상하지 못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 바로 그것”이라고 답했다. ‘악의 평범성’은 홀로코스트와 같은 역사 속 악행은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들이 아니라 국가에 순응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보통이라고 여기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강씨는 이어 “당시 검사들은 나의 사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유감을 표시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22년간의 싸움 끝에 간암까지 얻은 강씨가 정말 원하는 것은 당사자들의 진심 어린 사과였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168년만에 밝혀진 링컨의 대필

    168년만에 밝혀진 링컨의 대필

    27년 전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 전 미국 대통령 집의 개보수 공사 도중 발견된 편지 조각의 작성자가 확인되면서 링컨 전 대통령이 생전 시를 사랑하고 직접 좋은 시를 쓰고 싶어 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은 1987년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링컨 전 대통령의 집 내벽 쥐구멍에서 발견된 편지 작성자가 1840년대 링컨과 함께 휘그당에서 활동했던 앤드루 존스턴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존스턴은 당시 일리노이주에서 ‘퀸시 휘그’라는 이름의 당 기관지를 발행하고 있었다. 존스턴이 쓴 이 편지는 1846년 존스턴으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고 ‘퀸시 휘그’에 시를 써서 보낸 링컨에게 쓴 감사의 글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링컨 기념도서관 산하 ‘더 페이퍼스 오브 에이브러햄 링컨’ 연구팀이 2006년부터 분석해 확인했다. 이번에 확인된 1846년 3월 10일 소인의 편지에는 존스턴이 링컨에게 “이 시를 직접 썼느냐”고 묻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링컨은 4월 18일 답장에서 “직접 쓴 것이 아니다. 만일 내가 이렇게 멋진 시를 쓸 수 있다면 내 재산 전부를 걸겠다”며 다른 사람이 쓴 사실을 고백했다. 연구팀 책임자 대니얼 스토웰은 “이번 확인으로 링컨이 시를 좋아했고 직접 쓰고 싶어 했으며 이를 위해 노력했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커버스토리] 구술 인터뷰 10시간 3일 안에 녹취 풀고 베테랑 작가가 일필휘지 보름이면 의원님 책 뚝딱

    [커버스토리] 구술 인터뷰 10시간 3일 안에 녹취 풀고 베테랑 작가가 일필휘지 보름이면 의원님 책 뚝딱

    “10시간 인터뷰하고 빠르면 2주 정도면 한 권 만들어 낼 수 있지요.” 정치인 책 대필작가로 4년째 활동 중인 H(43)씨. 그는 “정치인들의 책은 정형화돼 있어요. 일대기 형식의 라이프 스토리에 ‘도전’, ‘열정’ 등의 콘셉트를 잡아 버무리면 되죠. 틀도, 주제도 정해져 있는데 어려울 게 뭐 있겠어요. 사건 구성만 조금씩 바꾸면 끝이에요”라고 내뱉듯이 말했다. 그가 소속된 출판사의 직원은 6명. 작가는 H씨 달랑 1명이다. 최근 몰려든 인터뷰 일정 때문에 겨우 짬을 냈다는 H씨는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하긴 했는데 이런 식으로 대필작가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오히려 제 이름으로 책을 내는 게 아니라서 더 편하게 쓸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전했다. 대필 경험이 풍부한 새누리당의 한 보좌관은 “도전이나 열정 같은 주제로만 10권 넘게 책을 썼다”고 밝혔다. “초선 의원들은 주로 라이프 스토리를 통해 이름을 알리는 데 주력하는 반면, 재선 이상 의원들은 의정 활동 소개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밖에도 의원의 전공 분야에 대한 이야기, 의정 활동을 소개하는 정책보고서 형태 등도 있다. 정치인의 책을 많이 다룬 A출판사의 대표는 “국회의원 자신이 초고를 쓰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대필작가에게 요구되는 제1 덕목은 ‘스피드’다. 아예 출판기념회 날짜를 정해 놓고 작가를 섭외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일단 계약이 성사되면 밤을 새우는 일도 부지기수다. 대필작가에게 맡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작가를 교체하는 일도 종종 생겨난다. 대부분 인맥으로 맺어진 관계라서 계약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지인들이나 보좌진의 입장이 난처하게 되는 상황이 적지 않다. H씨는 “글을 완성해 초고를 의원에게 줬는데, 맘에 안 든다고 다시 쓰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용을 추가하고 문체도 바꾸는 등 전반적으로 다시 손질해야 하는데 시일이 촉박해 작업을 그만둘까 말까 고민했던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대부분은 책의 질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아 마음은 편하다고 했다. A출판사 대표는 “선거 때 공격할 거 없나 하고 읽어 보는 선거의 상대 진영이 최대 독자라고나 할까. 책의 질로 따지자면 형편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H씨는 4년 전 뜻이 맞는 몇몇 사람과 함께 선거기획사를 만들어 일을 시작했다. 선거 때마다 홍보물을 만들어 왔으나 이 일만으로는 기획사를 유지하기가 어려워 대필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H씨는 “선거가 끝나고 다음 선거가 돌아올 때까지 특별히 할 일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치인 출판 시장에 주목하게 됐다”며 “평소에 선거 홍보물을 만들면서 알게 된 정치인들이 있어 의뢰를 받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역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의 의원실로 직접 찾아가 구술 인터뷰를 진행한다. 인터뷰는 하루에 2~3시간, 두세 차례 하면 된다. 이후에는 2~3일에 걸쳐 녹취를 풀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초고가 완성된 뒤에는 출간될 때까지 늦어도 3개월 이내에 작업을 끝낸다. H씨가 속한 출판사는 최근에만 현역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용 책을 3권 출간했다. 이 출판사는 사무실 하나를 빌려 작가, 디자이너, 인쇄 등 업무를 분담해 작업하고 있다. H씨는 “요즘에는 외부에 연결된 프리랜서 작가들이 많아져 따로 의뢰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종의 재하청이다. A급 유명 작가들은 건당 1500만~2000만원 정도고, 그 외 평범한 작가들은 1000만원 이하의 보수를 받는다. A출판사 대표는 “A급 작가란 기존 포트폴리오가 있는 작가로 3~4건 정도 작업한 사람들이고, 책을 쓰거나 도운 경험이 그나마도 되지 않을 때는 B급으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대필 비용과 인쇄·출판 비용은 별도로 책정된다. 그는 “보통 정치인들이 한번 출판기념회를 하면 2000~5000부를 찍는데, 정치인들의 책은 초판만 찍고 재판은 안 찍는 특이한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대필작가가 쓰는 책들을 굳이 나쁜 시각으로만 봐야 할까. A출판사 대표는 “외국에서는 대필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만드는 과정에서 구술을 통해 참여하기 때문에 이것도 책을 내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준 낮은 책을 후원금 모금을 위해 출간하지 말고, 책의 수준을 높여 진정성을 담는다면 의미 있는 출판기념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커버스토리] 여의도의 ‘씨받이 책’

    [커버스토리] 여의도의 ‘씨받이 책’

    국회의원에게 책은 화폐나 마찬가지다. 찍어 내는 순간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액면가’는 없다. 책의 직접적 ‘수요자’가 때와 상황에 따라 교환가치를 매긴다. 책 자체의 정가(定價)는 무의미하지만, 시장 가격은 있다. 권당 최저가는 보통 10만원. 때론 20만~30만원, 200만~300만원까지 치솟는다. 가치가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채권 같은 유가증권의 성격도 띤다. 돈을 아무 때나 찍어 냈다가는 나라가 망하듯 국회의원의 책도 그렇다.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시기’와 ’위치’가 맞아떨어지면 ‘십수억원’이 만들어진다. 선거가 없는 해 모금할 수 있는 정치자금의 한도액이 1억 5000만원이니 10년짜리 행사를 한몫에 하는 셈이다. 게다가 모두 현찰이고 선관위의 감시도 받지 않는다. 프로스포츠 선수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7~10년의 장기계약을 맺어 ‘대박’을 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행사 개최 여부와 시기를 정하는 의원들이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가을 이후 열린 국회의원 출판기념회는 40여 차례. 19대 국회 개원 이후 80차례 정도다. 그만큼 눈치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 초청장은 계절을 알리는 ‘전령’과도 같다. 초청장이 돌면 선거철이나 국정감사가 임박했다는 얘기다. 책의 실질 수요자인 피감기관, 즉 정부기관이나 산하단체, 기업들에는 번거롭게 초청장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 모두들 알고 찾아와 최소한의 흥행을 보장해 준다. 출판기념회장은 ‘세’(勢)가 드러나는 현장이기도 하다. ‘저자’를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밀려드는 검은색 대형 세단과 늘어선 화환, 놀이공원을 연상시키는 겹줄을 보고 나면 ‘실세’(實勢)라는 말의 의미가 피부로 느껴진다. 국회의원이 다 같은 국회의원이 아님을 절감하게 되는 장소이다. 그래서 출판기념회는 정치 이벤트다. 의원들은 국회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의원회관 대회의실을 차지하려고 예약 사이트가 열리는 이른 아침부터 컴퓨터 앞에서 예약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올 한 해 출판기념회는 주로 현직 의원들의 판이었지만 해가 바뀌면 3월까지는 6월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의 책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선거 출정식’이다. 예비후보들은 출판기념회를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 모인 사람들을 후원회로 조직할 수도 있고 이들이 낸 책값으로 선거비용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이렇게 정치인들의 책이 쏟아지는데도 출판계는 대체로 시큰둥하다. 아이러니다. 책은 정가도 없고, 서점 서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인터넷 거래도 되지 않는 이상한 것들인 데다 결정적으로 독자가 없는 유령시장을 형성하고 있어서다. 진짜 저자가 누군지도 불확실하다. 여의도에 책이 넘쳐나면 이름도, 얼굴도 없는 ‘대필작가’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1000만~2000만원에 한 권의 책이 태어나고, 초판만 있을 뿐 재판 인쇄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상한 구조다. 그래서 출판계는 정치인들의 책을 대리모(대필작가)가 생산한 ‘씨받이 책’이라고 부른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대학가 논문 심사 강화 바람, ‘무하유’ 표절검색시스템 ‘각광’

    대학가 논문 심사 강화 바람, ‘무하유’ 표절검색시스템 ‘각광’

    각 대학의 석∙박사학위논문 심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주요 대학들이 연구윤리를 준수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몸소 실천하고 있어 눈에 띈다. 표절, 대필 등 학위논문 작성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연구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논문 표절 검사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것. 실제로 중앙대, 세종대, 인하대, 동국대 등의 대학원에서는 학위논문 제출 시 표절검사 결과확인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해 지도교수의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표절을 비롯한 연구부정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는 한편 학위논문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처럼 주요 대학들이 표절검증 및 연구윤리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무하유’(대표 신동호)의 논문 표절검색시스템 ‘카피킬러캠퍼스’(https://campus.copykiller.co.kr)가 주목 받고 있다. 개인 이용자만 10만명에 육박하며 각광을 받고 있다고. 카피킬러는 이미지문자인식(OCR) 기능이 탑재되어있어 사용자가 작성한 텍스트 형식의 문서 검사는 물론 이미지 형태의 문서와 스캔 자료, 복사물, 책자 등과의 비교를 통한 표절검사를 진행할 수 있어 보다 상세하고 정확한 표절검사가 가능하다. 검사대상 문서와 비교대상 문서를 한번에 올려 표절검사를 진행할 수 있으며 정확한 인용 및 출처 표시 문장에 대한 처리뿐만 아니라 2천2백만건의 문서와 35억건 이상의 웹페이지와 비교를 통해 검사 대상 논문의 표절 정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내년 4월부터는 한국연구재단의 국내학술지인용색인서비스인 KCI(Korea Citation Index) 및 온라인논문투고시스템에 연동돼 학술논문에 대해 1분 이내에 문장유사도 검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무하유의 관계자는 “과거 대다수의 학위 논문이 이미지 문서형태로 축적되어 있어 논문표절검증의 큰 장애물로 작용했고 또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이미지 문서의 표절검사가 가능해지면서 그 동안 논문의 표절 검증 과정에서 겪었던 상당수의 어려움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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