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대파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여름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우도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노인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411
  • [프로야구] 韓·美·日 3국서 선발승 ‘특급’ 박찬호 새 역사를 던졌다

    [프로야구] 韓·美·日 3국서 선발승 ‘특급’ 박찬호 새 역사를 던졌다

    돌아온 ‘코리안 특급’ 박찬호(39·한화)가 눈부신 피칭으로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박찬호는 12일 청주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두산과의 경기에서 첫 선발 등판해 6과 3분의1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솎아내며 4안타 2볼넷 2실점으로 막았다. 6회까지 2안타 무실점으로 쾌투했지만 7회 내준 주자 2명이 홈을 밟아 아쉽게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로써 박찬호는 시범경기에서의 부진을 말끔히 씻고 국내 무대 첫 승을 챙겼다. 한국·미국·일본에서 모두 선발승을 따낸 첫 한국인 투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또 3회에는 단 3개의 공으로 아웃카운트 3개를 낚아 1이닝 최소 투구(3개) 타이까지 일궜다. 통산 36번째. 한화는 8-2로 이겨 3연패 사슬을 끊었다. 박찬호는 이날 불과 92개의 공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에 3점 이하 실점)를 펼쳤다. 최고 구속은 149㎞를 기록했고 직구와 슬라이더를 집중적으로 던졌다. 6회까지는 완벽했다. 1회 2볼넷으로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무실점으로 넘겼고 2회에는 삼자범퇴 처리했다. 3회에는 고영민·이종욱·정수빈을 공 3개로 모두 내야 땅볼로 낚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6회까지 무실점 호투. 7회에도 등판한 박찬호는 최준석과 허경민에게 안타를 내준 뒤 마운드를 송신영에게 넘겼다. 송신영이 고영민에게 2타점 2루타를 맞는 바람에 박찬호의 실점으로 기록됐다. ‘맏형’ 박찬호의 쾌투가 이어지면서 타자들도 힘을 냈다. 0-0이던 3회 1사 후 이여상의 볼넷에 이어 강동우·한상훈(2루타)·장성호·김태균(2루타)의 4안타가 연쇄 폭발하며 단숨에 3득점, 박찬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어 4회 1사 2루에서 강동우의 적시타로 1점, 5회 장성호의 2루타에 이은 김태균의 적시타로 1점을 더 보태 승기를 잡았다. 장성호는 4타수 2안타로 양준혁·전준호에 이어 역대 3번째로 통산 1900안타를 돌파했다. 김태균은 4타수 4안타 2타점의 맹타를 터뜨렸다. 박찬호는 “긴장을 많이 했고 팀이 3연패에 빠져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 승리할 수 있게 도와준 동료와 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광주에서 장단 12안타를 몰아치며 KIA를 10-2로 대파하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선발 탈보트는 6이닝동안 4안타 2실점으로 첫 승을 거뒀다. 삼성 이승엽은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잠실에서는 LG가 1-0이던 8회 2사 만루에서 오지환의 3타점 쐐기 2루타로 롯데를 4-0으로 완파했다. LG 류택현은 9회 등판해 조웅천이 보유한 투수 최다 출장 기록(813경기)과 타이를 이뤘다. 넥센은 목동에서 3연승을 달리던 SK를 4-2로 꺾고 2연패에서 벗어났다. 2-2로 맞선 6회 강정호가 짜릿한 2점포를 날렸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가격공시’로 전통시장 살린다

    ‘가격공시’로 전통시장 살린다

    오는 7월부터 소비자들은 시장을 보기 전 집에서 전통시장과 인근 대형 마트의 상품가격을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대형 마트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상권이 크게 위축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가격공시제를 도입한다. 배추, 삼겹살 등 주요 농축수산물의 시장 가격 조사 결과 전통시장 상품 가격이 대형 마트 등보다 싼 것으로 확인돼 가격 경쟁력 홍보를 통해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안이다. 행정안전부는 5일 중소기업청·보건복지부·교육과학기술부와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대표상품 가격공시제는 전통시장에서 파는 대표 농축산물 16개의 가격을 매주 인터넷과 언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경로로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제도다. 전국 38개 재래시장의 배추·무·깐마늘·대파·상추·한우(등심)·돼지고기(삼겹살)·닭·계란·배·사과·고등어·동태·갈치·멸치·김 등의 평균가격을 SSM 판매가격과 비교, 공개한다. 행안부와 서울시 물가정보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2일 현재 서울 남대문시장의 무(1.5㎏) 한 개 가격은 1000원이지만 인근 대형 마트의 가격은 1200원으로 20%나 차이가 난다. 돼지고기 삼겹살(600g)은 남대문시장이 1만 1000원, 대형 마트는 1만 6500원이다. 대구 팔달시장 갈치 한 마리(60㎝ 정도) 가격은 9000원이지만 한 대형 마트에서는 1만 2980원에 파는 등 주요 품목별로 전통시장 제품의 가격이 낮았다. 내년부터는 노인 일자리사업과 연계해 전통시장에 안내 도우미도 배치된다. 시장 지리에 밝은 노인들을 통해 소비자가 찾는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고 주차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국 시장별로 운영하고 있는 홈페이지는 전국의 전통시장 정보를 한눈에 찾아볼 수 있도록 확대·개편한다. 여기에 가격을 공시하고 주요 전통시장의 특산품도 홍보한다. 시장 주변 맛집, 관광지 정보와 함께 길 찾기 기능도 제공할 방침이다. 또 전통시장이 마을기업을 설립해 자체적으로 수익사업을 하고 서비스도 강화할 수 있도록 마을기업 신청 시 가점을 부여한다. 이 밖에 전통시장 상품을 살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도 생긴다. 스마트폰·차량 내비게이션에는 전국 1517개 전통시장이 등록되고 주요시장의 개·폐점 시간, 특산물 정보도 제공할 방침이다. 맹형규 행안부 장관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통해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강화겠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시론] 불확실한 중국 정치개혁의 진로/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

    [시론] 불확실한 중국 정치개혁의 진로/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

    지난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정치개혁이 화두가 되었다. 원자바오 총리는 전인대 개막식의 공작(국정)보고에서 정치개혁을 포함해 곳곳에서 개혁이란 단어를 60여 차례 언급했다. 특히 그는 전인대 폐막식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치개혁이 없으면 경제개혁이 없다는 과거 발언에 한발 앞서 “정치개혁이 없으면 문화대혁명과 같은 비극이 다시 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원 총리의 발언은 당내 정치개혁 논쟁을 일으키고자 한 의도가 보였다. 그가 표방하는 정치개혁은 법에 의한 민주적 선거, 민주적 정책결정, 관리·감독을 실행하고 인민의 알 권리, 참여권, 의사표현과 감독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개혁에 대한 원 총리의 줄기찬 언급에도 당 중앙의 반응은 싸늘하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지도자들이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 즉 공산당의 영도를 전제로 한 수직적 민주주의 노선을 철저하게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은 국가와 사회의 사상, 정치, 조직에 대한 영도권을 갖는다. 어떠한 사회세력도 영도조직에 도전할 수 없다. 권력 교체는 당내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국민의 선택에 의한 권력교체는 인정하지 않는다. 문화대혁명은 공산당 파괴를 겨냥했다. 이 점에서 원 총리의 경고에는 정치개혁이 없으면 문화대혁명 때처럼 공산당 조직이 홍위병이나 혁명적 대중, 인민해방군의 연합세력에 의해 초법적으로 파괴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암시되어 있다. 문화대혁명은 당내의 자본주의 성향 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질서정연한 정풍운동으로 시작되었으나 급기야 극좌 폭력운동으로 확대되었다. 당 중앙의 노선투쟁이 권력투쟁으로 비화해 중앙 및 지방 당과 정부를 마비시켰다. 최근 신좌파로 알려진 충칭시 당 서기 보시라이 정치국 위원의 실각은 시장 만능주의의 비판과 연관된 부패척결의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 보 서기는 마오 시절의 홍색노래를 부르며 조직범죄 척결운동(창홍타흑)을 대중운동으로 확산시키면서 초법적 강압수단을 통해 기업가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반대파를 숙청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설에서 “일부의 지방간부가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 사건은 당 중앙의 노선투쟁으로 전환되지 못한 채 종결되었다. 하지만 원 총리의 정치개혁 필요성에 대한 경고가 중국 사회주의체제의 미래에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두고 볼 일이다. 보시라이의 실각 파동과 맞물려 인민해방군의 통수권 논쟁도 일고 있다. 역사적으로나 법적으로 공산당의 영도를 받아 온 인민해방군을 국가 기구의 편제 하에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해방군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급기야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사설을 통해 “군대를 비당, 비정치화, 국가화하는 것은 잘못된 관점으로 결코 막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당 중앙의 입장에서는 문화대혁명이나 톈안먼사태와 같은 국란에 군대의 정치적 중립은 용인할 수 없기 때문에 군에 대한 당권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중국(북한 포함)의 직업군인들에게는 정치공작과 생산대의 역할이 현대전을 수행해야 하는 전투대의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는 우려와 불만이 남아 있다. 사영기업과 외자기업 모두 공산당 통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유일한 곳은 구현향진(區縣鄕鎭)의 기층 인민대표이다. 대표는 호구(호적)를 가진 주민의 직접투표에 의해 선출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공산당의 추천을 받지 않는 독립후보들이 대거 출마해 당선되었다. 이 기층 인민대표는 해당 지방의 행정을 감시·감독하는 권한을 가진다. 독립후보의 증가는 관료의 전횡과 부패 척결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지만, 지방 행정의 민주화를 위한 제도개혁에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미래 중국의 정치개혁은 공산당의 시민세력에 대한 권한 배분의 의지에 달렸다. 개혁 또한 당 주도하에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 [여자프로농구] 레알 신한은 강했다

    [여자프로농구] 레알 신한은 강했다

    김연주(신한은행)가 제대로 미쳤다. 그것도 3점슛만 5개 성공시키며 ‘아름다운 연주’를 펼쳤다. 신한은행은 28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 2차전(5전3선승제)에서 김연주의 3점슛으로만 15점을 쌓으며 국민은행을 79-59로 대파, 2연승했다. 신한은행은 1승만 더 하면 6년 연속 통합 우승의 신화를 쓴다. 챔프 2차전에서 승리한 팀의 우승확률은 80%가 넘는다. 경기 전 “김연주가 미쳐 줬으면 좋겠다.”고 한 임달식 감독의 희망 사항이 들어맞았다. 그는 “상대가 하은주를 집중 마크할 것을 예상하고 다른 선수들에게 외곽슛 연습을 많이 시킨 게 승리 요인이었다.”고 덧붙였다. 1쿼터에서는 국민은행의 강아정(6득점)과 정선민(7득점)이 좋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1차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강영숙이 8점을 올리고 김연주가 쿼터 버저비터(3점슛)를 성공시키며 신한은행이 19-15로 역전시켰다. 특히 김단비(11득점)에게 꽁꽁 묶인 변연하는 1차전을 재현하듯 1쿼터에서 자유투로 단 1점만 기록하는 부진을 보였다. 허리가 안 좋아 진통제를 맞으며 뛴 게 무리였다. 신한은행은 2쿼터에도 5분을 남기고 턴오버 두 개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6점 차로 달아났고 김연주가 또 한번 쿼터 버저비터(3점슛)를 성공시키며 33-29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국민은행은 지나치게 정선민-변연하에게 의존한 플레이를 펼친 게 패인이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하은주(10득점)가 막혀도 김연주(15득점), 이연화(20득점) 등이 외곽슛을 폭발시켰다. 두 선수 모두 챔프전 개인 최다 득점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신한은행에는 하은주(10득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주는 순간이었다. 18점 차로 여유 있게 앞서 맞은 4쿼터에서도 신한은행은 이연화의 3점슛까지 터지면서 1차전을 리메이크한 복사판 드라마를 연출했다. 결국 국민은행은 4분여를 남기고 정선민과 변연하를 빼며 패배를 인정했다. 20득점으로 분투한 정선민은 무기력하게 지자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김용 세계은행 총재 후보 지명] ‘오바마의 파격 용인술’ 신흥·경쟁국들 마음도 녹이나

    66년 세계은행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계를 총재 후보로 지명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파격 인사에 전 세계가 놀라고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번 말고도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자들과는 다른 독특한 인사 스타일로 의표를 찌르곤 했다. 최초의 흑인 비주류 출신 대통령이라는 유전자(DNA)가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의 진앙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계 미국인 게리 로크를 주중 대사에, 한국계 미국인 성 김을 주한 대사에 임명한 것은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묘수다. 한국인과 중국인들은 자신들과 같은 얼굴을 한 미국 대사를 보면서 자존심이 올라갔고 반미 감정은 뒷전으로 밀렸다. 또 자기들과 같은 핏줄의 미국 대사가 같은 편인지 상대 편인지 헷갈리게 됐다. 이번에 세계은행 총재 지명을 앞두고 중국과 브라질 등은 “신흥국 출신이 총재가 돼야 한다.”며 잔뜩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김용 후보 지명자 카드가 나오자 중국 등은 즉각 호평을 내놨다. 김 후보 지명자는 아시아계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미국인이다. 그럼에도 신흥국들은 마치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된 양 반응할 만큼 오바마의 인사는 절묘했다. 지난해 6월 국방장관에서 퇴임한 로버트 게이츠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오바마는 취임 이후 무려 2년 반 동안 게이츠에게 국방장관을 계속 맡겼고 게이츠는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을 ‘성공적으로’ 일단락 지은 뒤 본인 희망에 따라 물러났다. 오바마는 오사마 빈라덴 사살 등에 공을 세운 리언 패네타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을 각각 국방장관과 CIA 국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하지만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은 어디서도 나오지 않았다. 이전 정권 사람이라고 무조건 내치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챙겨주려고 멀쩡하게 일 잘하고 있는 사람의 옷을 벗기지도 않았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오바마와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인 정적(政敵)이었다. 하지만 오바마는 그녀를 내각에서 부통령에 버금가는 서열인 국무장관으로 기용했다. 물론 오바마에게 수시로 영향을 끼치는 부류는 백악관 참모들이지만 오바마는 결정적 순간에 힐러리의 의견을 존중한다. 지난해 리비아 내전 개입에 부정적이었던 오바마가 입장을 바꾼 것은 유럽 순방 중이던 힐러리가 오바마에게 전화를 걸어 정책 변화를 ‘건의’한 데 따른 것이다. 오바마가 부통령으로 지명한 조 바이든은 과거 오바마가 워싱턴 정계에 입문했을 때 “똑똑하고 예의 바른 흑인”이라고 인종 차별적 발언을 했던 인물이다. 개인 감정을 배제하고 냉철한 이성에 기반해 정적들을 중용함으로써 오바마는 반대파의 민심을 확보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권력 이양기’ 중국은 지금…

    ■ 물밑 정쟁 상하이방 ‘장가오리’·공청단 ‘왕양’ 상무위 자리 경쟁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서기 낙마로 중국 최고 지도부인 9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 배분을 둘러싼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과 태자당(혁명원로 및 고위관료 자제 그룹), 상하이방(상하이 기반 정치세력)의 각축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올가을로 예정된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최고 지도부 9인을 뽑는다. 시진핑(習近平) 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를 뺀 7명에 대해선 유동적이지만, 태자당이 보 전 서기를 포함해 4석, 태자당과 느슨한 협력관계인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상하이방이 2석, 공청단이 3석을 차지할 것이란 가상 리스트가 그간 설득력 있게 나돌았다. 그러나 보 전 서기의 실각으로 그와 경쟁 관계인 공청단 왕양(汪洋) 광둥(廣東) 서기의 진입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를 저지하려는 반대파들과의 계파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방에선 보 전 서기의 빈자리에 장가오리(張高麗) 톈진(天津)시 서기를 밀고 있다는 설이 나온다. 멍젠주(孟建柱) 공안부장과 장더장(張德江) 충칭시 서기 이외에 유력한 상하이방 후보 한 명이 추가된 것이다. 그는 현재 장쩌민 계열인 저우융캉(周永康)이 맡고 있는 정법위원회 서기 후보로 거론된다. 왕리쥔 사건의 불똥이 저우 서기에게로 옮겨 붙으면서 장쩌민 계열의 지분 늘리기 시도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22일 중국에 비판적인 반체제 사이트 보쉰(博訊)은 당초 저우 서기가 양아들을 통해 왕리쥔 및 보 전 서기와 ‘각별한’ 친분을 쌓았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후-원(후진타오-원자바오)에 맞서 보 전 서기 편에 선 것도 왕리쥔이 저우와 그 가족의 부패혐의에 대해 많은 증거들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저우 서기가 장쩌민 계열임을 감안하면 사건이 확산될수록 공청단이 최고지도부 비율 배분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반면 보 전 서기를 실각시키는 데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린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대신해 왕양(汪洋) 띄우기에 열을 내고 있다. 원 총리는 양회 내·외신 합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촌급 자치위원회 선거가 성공했다며 광둥 우칸(烏坎) 민주주의를 치켜세운 데 이어 지난 19일 후 주석과 함께 참석한 전국민정회의에선 “기층민주와 사회자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광둥모델’이 지향하는 ‘작은 정부, 큰 사회’를 높이 평가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내부 단속 변호사 자격 취득 때 충성선서 강요… 기강잡기 강화 중국 당국이 변호사들에게 공산당에 대한 충성 선서를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에서 변호사들은 인권운동가 등 공산당과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권리 보호에 앞장서는 직군이란 점에서 이번 조치는 정권 교체를 앞두고 사회관리 강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사법부는 최근 ‘변호사 선서 제도 수립에 관한 결정 통지’에서 처음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거나 자격증을 갱신할 경우 3개월 내에 반드시 중국 공산당에 대한 충성을 선언하는 변호사 선서를 실시할 것을 규정했다고 중국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 기관지인 법제일보(法制日報)가 21일 전했다. 선서문에는 “변호사는 조국과 인민에 충성하며 중국공산당의 영도와 사회 주의 제도를 수호해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업을 위해 노력 분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00년 ‘변호사의 직업 선서제도 시행에 관한 결정’을 만들었지만 선서 내용이 모호하고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이후 2010년 수정안을 통해 선서 내용을 구체화했고 최근 정권교체를 앞두고 사법부가 이를 강제토록 한 것이다. 이를 두고 베이징의 류샤오위안(劉曉原) 변호사는 “변호사는 경찰·검찰·법원 등 공권력을 행사하는 국가의 일원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선서 내용은 정치성이 다분하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강경 외교 쿠릴열도에 563억원 투자 방침… 日과 갈등 조짐 일본과 러시아가 영유권 분쟁 중인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의 쿠나시르에 중국 기업이 5000만 달러(약 563억원)를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양국 간 갈등이 일 조짐이다. 2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쿠나시르를 방문한 중국 수산물기업 대표단이 전날 행정 당국 간부와 회담을 갖고 “수산물 가공 공장 건설 등에 5000만 달러를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 대표단은 대형 냉장고를 구비한 수산물 가공 공장을 비롯해 가리비·해삼 양식장 건설 등의 구상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일본을 포함해 한국과 중국 등의 기업을 상대로 쿠릴열도에 대한 투자를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러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쿠릴열도에서 러시아의 관할권을 인정하게 된다며 한국, 중국의 정부와 기업에 신중한 자세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롯데슈퍼 채소값 ‘가락시장 수준’으로 낮춘다

    롯데슈퍼가 채소 등 주요 신선식품을 1년 내내 20% 할인해 판매한다. 롯데슈퍼는 21일부터 식탁에 자주 올라 실질적으로 물가상승을 체감케 하는 품목 20개를 정해 연중 20% 할인한다고 19일 밝혔다. 할인 적용 대상은 두부, 계란, 시금치, 콩나물, 대파, 무, 마늘, 오이, 배추, 양파, 풋고추, 감자, 고구마, 당근, 상추, 깻잎, 양배추, 애호박, 새송이버섯, 참느타리버섯 등 20개 품목이다. 이들 품목은 300여종의 야채 전체 품목 중 매출 구성비가 40%를 웃돌 정도로 소비자가 많이 찾는 것들로 실질적으로 밥상물가를 좌우한다. 롯데슈퍼는 최근 채소 가격 안정이 소매점의 주요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이번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슈퍼 측은 “할인된 가격은 대형마트나 SSM 대비 15~20% 저렴하며, 서울 가락도매시장의 소매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신선식품은 공산품과는 달리 가격의 등락 폭이 크다. 특히 채소는 강수량, 기온 등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다른 상품군에 비해 큰 편이다. 롯데슈퍼는 이에 따라 상시 할인을 유지하기 위해 4개월 전부터 유통단계 축소 노력을 기울여 왔다. 계약재배, 산지 직구매, 전용농장 확대 등을 통해 기존 5단계이던 유통구조를 생산자→롯데슈퍼→소비자 3단계로 축소해 10% 정도 원가를 절감했다. 여기에 2차 포장을 없애 인건비와 포장재에 드는 비용을 줄여 원가를 5% 더 낮출 수 있었다. 롯데슈퍼 야채팀 하동열 팀장은 “서울 가락도매시장을 비롯해 주요 할인점과 SSM의 판매 가격을 매주 조사한다.”며 “20개 상품 중 매주 2~3가지 품목은 가락시장의 소매가격 수준으로, 나머지 품목은 경쟁 할인점과 SSM 대비 15~20% 저렴한 수준을 연중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향후 청과, 수산, 축산 등 다른 신선식품으로까지 할인정책을 넓히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프리미어그리] 맨유 ‘공격본능’ 폭발… 울버햄튼 5 - 0 대파

    박지성이 교체 명단에 이름만 올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울버햄튼을 5-0으로 격파했다. 맨유는 18일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울버햄튼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에서 전반에만 세 골을 몰아넣는 일방적인 경기 끝에 승리하며 22승4무3패(승점 70)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가 없었던 2위 맨체스터 시티와의 승점 차는 4로 늘어났다. 전반 26분 조니 에반스가 선제골을 넣었다. 웨인 루니의 코너킥을 마이클 캐릭이 벌칙 지역 오른쪽에서 수비수 등을 타고 찔러주자 골키퍼 바로 앞에 있던 에반스가 가위차기 슛으로 연결, 골망을 흔들었다. 반격의 기회를 노리던 울버햄튼은 39분 로날드 주바르가 두 장째 옐로 카드를 받아 퇴장하면서 결정타를 얻어맞았다. 4분 뒤 발렌시아가 수비진영에서 루니가 건네준 패스를 이어받아 드리블한 뒤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통렬한 추가골을 뽑아냈고 3분 뒤에는 발렌시아가 밀어준 패스를 달려들던 대니 웰벡이 그대로 차 넣었다. 맨유는 후반 10분과 15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의 연속골로 완승을 마무리했다. 전날 지동원(선덜랜드)은 에버턴과의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8강전에 결장했으며 팀은 1-1로 비겨 재경기를 치르게 됐다. 한편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의 구자철은 시즌 2호골을 작렬시키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구자철은 SGL아레나에서 열린 마인츠와의 정규리그 26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전, 0-1로 뒤지던 전반 43분 동점골을 뽑아냈다. 지난달 18일 레버쿠젠과의 경기에서 데뷔골을 터뜨린 지 한달 만이다. 팀은 후반 6분 제바스티안 랑캄프의 헤딩 결승골로 역전, 4경기 연속 무패를 이어갔다. 구자철은 지난달 4일 호펜하임과의 임대 데뷔전 후반 교체 출전을 빼면 6경기 연속 선발 출장으로 붙박이 주전 가능성을 높였다. 현지 일간 빌트는 구자철의 동점골이 “훌륭한 골이었다.”며 평점 3을 줬다. 빌트 평점은 1점이 최고, 6점이 최저다. 임병선·최병규기자 bsnim@seoul.co.kr
  • [프로축구] 포항 “아홉 수는 없다”

    [프로축구] 포항 “아홉 수는 없다”

    포항이 부산을 상대로 시즌 첫 승과 팀 통산 400승을 노린다. 17일 오후 5시 포항스틸야드. 홈경기지만 어깨가 무겁다. 시즌 개막전에서 ‘영일만 라이벌’ 울산에 0-1로 진 뒤 광주 원정에선 1-1 무승부에 그쳤다. 올 시즌 마수걸이도 못했다. 분위기 반전이 최우선 과제다. 이번에도 승수를 올리지 못하면 초반 힘든 레이스가 될 게 뻔하다. 포항은 지난해 성남과의 최종전을 3-1로 이기며 400승에 1승만 남겨뒀지만 시즌 2경기째 그 자리를 맴돌고 있다. ‘아홉 수’에 걸린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이 경기에서 400승을 일궈야 할 이유는 또 있다. 그라운드의 철인으로 불린 김기동(40)의 은퇴식이 이날 열리는 것. 필드 플레이어로 K리그 첫 500경기 출전 기록을 쓴 대선배다. 지난 1991년 입단한 김기동은 지난해 성남과의 최종전까지 21년 동안 유공과 부천, 포항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K리그 그라운드를 누볐다. 감독만 10명을 모셨다. 후배들로선 다음 달 지도자 공부를 위해 네덜란드로 떠나는 길에 마지막 화려한 타이틀을 선물해야 한다. 첫 승에 목마른 건 부산도 마찬가지. 개막전 수원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도 에벨톤의 한 방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홈 개막전인 제주와의 2라운드에서는 자책골에다 상대 골키퍼와의 일대일 찬스를 무산시킨 기억이 쓰라리다. 부산은 지난겨울 수비라인 정비에 열을 올렸다. FC서울에서 박용호와 여효진을 데려왔고 이경렬(경남 FC) 등을 영입했다. 2라운드에선 설익은 티를 냈지만 이번에는 얼마나 매끈한 조직력을 보여 주느냐가 관건이다. 포항과의 역대 상대 전적에서 50승41무45패로 약간 앞섰다. 한편 울산은 16일 홈에서 벌어진 3라운드 경기에서 이근호가 해트트릭을 작성, 성남을 3-0으로 대파하고 시즌 3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이 경기는 오는 20, 21일 두 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참가 때문에 일정을 당겨 열렸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Weekend inside] 中보시라이 해임 이후… 빨라지는 공청단 권력개편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 서기 해임 처리 과정에서 결정적인 한 방으로 사건을 종결 지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후·원 투톱 체제’가 새삼 조명받고 있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이끄는 상하이방(上海幇)과 태자당(혁명 원로 및 고위 관료 자제 그룹)으로부터 휘둘리는 ‘나약한 리더십’으로 규정돼 온 이미지를 단번에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홍콩·타이완 등 중화권 언론들은 16일 보 서기가 해임 처리된 데에는 최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보시라이가 기자회견을 열고 ‘왕리쥔(王立軍) 사건’이 마치 자신의 반대파가 자신을 겨냥한 것과 연관이 있는 듯 성토하면서 충칭의 업적을 높이 평가한 부분이 후 주석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분석을 내놨다. 결단의 핵심에는 후 주석이 있었고, 원 총리가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 자리를 이용해 ‘문화대혁명 재현의 위험’에 빗대 보 서기를 질책하며 측면 지원했다는 것이다. 앞서 전인대 기간 중 후 주석이 왕리쥔을 반역자로 규정한 소식이 전해진 것을 두고 보 서기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막후조율 원칙 깨고 보서기 비판 ‘이례적 강수’ 특히 후·원 두 사람이 막후 조율 원칙을 깨고 충칭과 보시라이를 지목해 비판하고 나아가 그의 해임을 전격 발표한 것은 이들이 정권교체를 앞두고 파벌 경쟁에서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2006년 후·원 체제에 도전했던 장쩌민 계열의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 서기도 부정부패 혐의로 감옥에 보내진 바 있다. 강력한 ‘권력 투쟁’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보의 흔적도 그의 해임과 함께 빠른 속도로 지워지고 있다. 충칭지역 위성방송은 지난 15일 밤 보 서기의 해임을 전한 7시 주요뉴스가 끝나자마자 지난 1년여간 중단했던 상업광고를 전격 재개했다. ‘홍색 캠페인’이 절정을 향해 달리던 지난해 3월 보 전 서기는 내친 김에 충칭 지역 방송에 대해 공익성을 내세운 ‘홍색 채널’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뒤 상업광고를 끊어 버렸다. 지난 9일 전인대에서 건재를 과시하며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도 ‘상업광고를 재개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으나 광고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을 앞세워 후·원을 비판하고 보시라이를 찬양했던 좌파 사이트인 오유지향(烏有之鄕)은 해임과 동시에 폐쇄됐다. 신화통신이 15일 보도한 전인대 충칭 대표단의 귀환 사진과 보 서기의 해임을 발표한 리위안차오(李源朝) 중앙조직부장의 충칭시위원회 주재 회의 사진에서 관례와 달리 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두고 그가 여전히 베이징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설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3일 양회 참석차 도착한 충칭단 일행의 기념 사진에서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그가 진작부터 베이징으로 올리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보서기에 ‘해임’ 표현 안써… 연착륙 가능성도 당초 왕리쥔(王立軍) 전 부시장으로부터 부패혐의를 조사받은 것으로 전해진 보시라이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에 대한 중앙 조사설도 나온다. 다만 전날 리 부장이 왕리쥔에 대해선 ‘해임’이라는 표현을 구사한 반면, 보 전 서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충칭 서기직을 맡도록 하지 않기로 했다.”며 여지를 남긴 점에서 보가 ‘연착륙’할 것이란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3) 연개소문과 김춘추

    [선택! 역사를 갈랐다] (3) 연개소문과 김춘추

    642년 초겨울 신라의 김춘추가 살을 에는 삭풍을 뚫고 고구려 평양성을 방문하여 막 정권을 장악한 연개소문을 만났다. 김춘추는 ‘양국의 오랜 다툼을 중단하자.’고 제안하면서 백제 공격을 위한 군사 지원을 요청한다. 이에 연개소문은 ‘한강유역을 돌려주면 구원병을 보내주겠다.’며 매몰차게 대답했다. 김춘추가 ‘신하의 몸이라 영토와 같은 중대한 문제를 결정할 수 없다.’며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히자, 연개소문은 그를 감옥에 가두어 버렸다.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이 엇갈린 선택으로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그 뒤 두 사람은 끊임없이 엇갈린 선택을 하면서 고구려와 신라의 운명마저 엇갈리게 만들었다. 양자에 대한 후세의 평가도 극명하게 대조되었다. 유교 명분론이 지배하던 고려와 조선시대, 연개소문이 임금을 죽이고 대국의 명을 거역해 나라를 망친 악인으로 지목된 반면, 김춘추는 사대의 예를 다하고 대국의 위엄을 빌려 삼국을 통일한 성군으로 칭송받았다. 이에 비해 민족의 자주독립을 쟁취해야 했던 20세기 전반, 연개소문은 자주적 대외투쟁가로, 김춘추는 외세의존적 음모가로 뒤바뀐 평가를 받았다. 그럼 유교명분론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고, 근대 민족국가의 국경선마저 낮아지고 있는 오늘, 두 사람의 선택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과연 그들의 삶과 선택으로부터 남북분단을 극복하고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할 지혜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신흥귀족의 후예 vs 방계 왕손 김춘추는 602년에 태어났다. 정복군주 진흥왕을 증조부로 두었지만, 할아버지인 진지왕이 폐위된 다음 그의 집안은 진골귀족들의 배척을 받았다. 다만 김춘추가 정치활동을 개시할 무렵에는 그의 집안도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50여년간 재위하면서 왕권을 다진 진평왕이 진골귀족을 견제하기 위해 같은 혈족인 그의 집안을 중용한 것이다. 그리하여 아버지 용춘이 진평왕의 둘째 딸과 결혼하고, 왕실업무를 총괄하며 왕족의 위상을 조금씩 회복했다. 이와 더불어 금관가야의 후예인 김유신 집안과도 각별한 관계를 맺었다. 그런데 진평왕을 이어 선덕여왕이 즉위함에 따라 왕권에 제동을 걸려는 진골귀족의 움직임이 재연되었다. 이런 가운데 642년 여름 김춘추는 일생 최대의 시련을 맞았다. 사위의 잘못으로 인해 서방의 요충지인 대야성(경남 합천)이 백제에 함락당한 것이다. 김춘추는 패전의 책임을 떠안아야 할 위기에 몰렸다. 신라로서도 무언가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춘추의 평양행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결행되었다. 한편, 연개소문 집안은 대대로 병권을 장악하고 국권을 좌우하던 유력한 귀족세력이었다. 다만 조상의 연원을 시조 주몽과의 관계가 아니라 물에서 탄생했다고 한 것으로 보아 신흥귀족으로 파악된다. 이 무렵, 고구려 정치체제를 보면, 왕권은 약화되고 최고위 귀족인 대대로(大對盧)가 실권을 행사하는 귀족연립체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唐)이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함에 따라 귀족세력은 강온 양파로 분열되기 시작했다. 특히 640년 고창국을 멸망시킨 당이 압박을 가해오면서 귀족세력의 갈등은 더욱 고조되었다. 이때 영류왕을 중심으로 한 온건파 귀족들이 연개소문을 장성 축조 책임자로 임명하여 중앙정계에서 축출하려고 모의했다. 642년 늦가을, 대동강 변에서 벌인 피의 만찬은 극단적 위기상황에 몰린 연개소문의 자구책이었다. 정치상황이 복잡했기 때문에 그의 쿠데타는 쉽게 성공할 수 있었지만, 쿠데타의 명분이나 권력기반은 미약했다. 연개소문으로서는 무언가 전리품이 필요한 시기에 김춘추가 평양성을 방문한 것이다. ●국가권력의 사유화 vs 정치제도의 개혁 642년 두 사람의 엇갈린 선택에는 개인의 정치적 이해가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김춘추가 방계 왕손으로서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사선을 넘었다면, 연개소문은 명분 없는 쿠데타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던 것이다. 이러한 두 사람의 위기와 한계의 연원을 찾다 보면 양국의 유동적인 정치상황과 만나게 된다. 당시 양국의 귀족세력은 분열되어 있었고, 왕권도 약화되거나 많은 한계를 안고 있었다. 그런데 양국의 정치상황은 겉으로는 유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이한 역사시간 속을 걷고 있었다. 고구려가 중앙집권체제에서 귀족연립체제로 전환한 상황이라면, 신라는 중앙집권체제를 향해 도약하는 중이었다. 또한 두 사람의 정치적 입지에도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양자 모두 다수 귀족으로부터 배척받고 있었지만, 연개소문이 일반 귀족에 불과했던 반면 김춘추는 방계 왕손이지만 잠재적인 왕위 계승권자였다. 실제 연개소문은 왕족이 아닌 한계로 인해 왕위에 오를 수 없었다. 이에 연개소문은 보장왕을 옹립한 다음, 반대파 귀족세력을 제압하려다 여의치 않자 주로 사적 권력기반을 강화하는 데 치중했다. 어린 자식에게 높은 관등을 수여하고 군사권을 부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로써 국가권력을 사유화하여 종신집권을 도모할 수 있었지만, 귀족연립체제의 모순을 개혁하고 권력을 정당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오히려 귀족연립체제의 모순은 오랫동안 잠복했다가 665년 그의 죽음과 함께 폭발했다. 한편, 김춘추는 647년 비담의 난을 평정하고 김유신과 함께 정치적 실권을 장악했다. 그리고는 국정을 총괄하다가 진덕여왕 사후 귀족회의의 추대로 왕위에 올랐다. 연개소문과 달리 합법적 절차를 거쳐 최고 권력을 획득한 것이다. 또한 중앙집권체제를 향해 도약하던 역사적 상황을 활용해 당의 육전조직에 준하는 정치제도를 갖추고, 유교사상을 받아들여 새로운 시대정신을 마련하려고 노력했다. 이처럼 양자는 동시대 인물이었지만 상이한 역사시간 속에서 살았고, 정치적 입지도 달랐다. 김춘추가 유리한 역사시간과 정치적 상황을 활용해 합법적으로 권력을 획득하고 제도개혁에 주력한 반면, 연개소문은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지 못하고 국가권력의 사유화라는 유혹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러한 차이는 궁극적으로 대외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독자세력권 유지 vs 당(唐) 중심 국제질서의 활용 양국은 국제관계에서도 상이한 역사시간을 걷고 있었다. 5세기만 하더라도 고구려가 동북아 일대에 독자세력권을 구축한 반면, 신라는 고구려에 예속된 상태였다. 그런데 6세기 중반 신라의 한강유역 장악으로 양국 관계는 점차 대등한 양상으로 변모했다. 더욱이 중국대륙을 통일한 수와 당이 ‘일원적 국제질서’를 추구함에 따라 고구려는 이들과 맞서야 했던 반면, 신라는 고구려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수나 당이 추구하던 신국제질서가 양국에 정반대의 역사시간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물론 고구려가 당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길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또한 고구려와 신라가 영원히 적으로 남아 있으란 법도 없었다. 가령 630년대 당이 대수(對隋) 전승기념비인 경관을 파괴하자, 고구려는 천리장성 축조로 맞서면서 세자를 파견하는 강온 양면책을 구사했다. 그리고 김춘추가 평양성을 방문했듯이 고구려의 대외전략에 따라 얼마든지 신라와 손을 맞잡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연개소문은 당과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시도하면서도 신라에 대해서는 강경 자세를 취했다. 이는 하루빨리 전과를 올리려는 성급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선택의 화살은 이미 날아간 뒤였다. 당은 그의 불법적 쿠데타를 명분 삼아 고구려 원정에 나섰다. 연개소문으로서도 대당(對唐) 강경책으로 선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개소문은 입체적 군사방어체계 덕분에 당의 침공을 물리칠 수 있었지만,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648년 김춘추가 당으로 건너가 군사동맹을 체결한 것이다. 이로써 고구려는 남북에서 협공을 받는 상황으로 몰렸다. 연개소문이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지만, 대세를 뒤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렇지만 신라라고 ‘중국만이 태양이다.’는 당의 대외정책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실제 당은 660년 백제 멸망 직후부터 신라를 병탄하려는 야욕을 드러냈다. 이를 간파한 신라는 왜와의 적대관계를 개선하고 군사역량을 강화하는 등의 대비책을 세워 고구려 멸망 이후 전개된 나당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경쟁 vs 연대 이렇게 본다면 고구려 연개소문이 독자세력권을 고집하며 당에 맞서다가 멸망한 반면, 신라 김춘추는 당 중심 국제질서를 활용해 삼국통일을 달성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신라가 고구려 영역의 일부만 관할한 데서 보듯이 삼국통일은 명확한 한계를 띠었다. 김춘추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했을지 모르지만, 긴 역사적 흐름에서는 역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동족의식이 희박했고 또 정치적 이해관계도 달랐던 연개소문과 김춘추가 상대방을 생존경쟁의 대상으로만 인식한 결과이다. 바로 이 점이 남북분단을 극복하고 국제정세에 대처할 지혜를 얻기 위해 곱씹어 보아야 할 대목이다. 남북한이 불필요한 경쟁을 자제하고 진정한 연대의 대상으로 인식할 때,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도 남북한에 의해 형성된 구심력을 중심으로 재편되어 나갈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진정한 대응책도 바로 이 속에 담겨 있다. 그런 점에서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642년 초겨울 연개소문이 김춘추의 손을 맞잡는 장면을 상상해 보는 것이 그렇게 헛된 망상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호규(한국외국어대학교 사학과 교수)
  • 조폭처럼 ‘금품 상납’ 카르텔

    ‘조직 폭력배’들을 흉내 내 폭력 서클을 조직한 뒤 금품 상납 카르텔까지 형성한 10대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강원도 춘천경찰서는 8일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금품을 뜯고 폭행을 일삼은 춘천 A고 3학년 신모(19)군 등 10대 112명을 폭력 혐의로 검거, 32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춘천 후평동 삼거리 일대에서 자주 모인다는 의미로 ‘삼거리파’라는 폭력서클을 결성한 뒤 2010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84명으로부터 2300여차례에 걸쳐 725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7개 고교 2학년 후배들을 모아 ‘춘천파’, ‘강후춘팸’, ‘춘천팔팸’등 하부조직을 거느리며 성인 조직폭력배들과 같이 금품 상납고리를 만들었다. 상부 조직원이 휴대전화나 문자 메시지, 인터넷 채팅을 통해 “돈을 가져오라.”고 지시하면 조직원들은 학교 근처에서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시계·가방·유명 상표 점퍼 등을 닥치는 대로 빼앗았다.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상급 조직원들로부터 각목으로 엉덩이 등을 구타당했다. 또 이들은 서클을 탈퇴하려던 조직원 B(15)군을 협박, 11개월여간 하루 2만원씩 250회에 걸쳐 500여만원을 뜯었다. 이 밖에 남여고교생들로 구성된 ‘현대파’, 여중생들이 모인 ‘인공파’ 학생들도 후배들을 막노동판에 내보낸 뒤 임금을 갈취하거나 폭력을 휘둘렀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프로농구] 열공…모비스, 3쿼터 3점슛 7개 폭발

    [프로농구] 열공…모비스, 3쿼터 3점슛 7개 폭발

    어차피 패는 나와 있었다. KCC는 높고 화끈하다. 하승진(221㎝)과 자밀 왓킨스(204㎝)가 버티는 ‘트윈타워’는 철옹성 같다. 모비스는 조직력이 있고 외곽포가 좋다. 듀얼가드 시대를 열어젖힌 양동근을 필두로 테렌스 레더와 함지훈의 짜임새가 조화롭다. 전문가들은 섣불리 승자를 예상하지 못했다. KCC는 포스트를 장악할 거고, 모비스는 외곽포를 터뜨릴 테니. 감독들도 감을 못 잡았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1차전을 해봐야 알 것 같다.”고 했고, 허재 KCC감독은 “잘 모르겠다. 애들이 알아서 잘하겠지.”라고 했다. ●트윈타워 vs 외곽포 대결 7일 전주체육관에서 6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차전이 열렸다. KCC 전태풍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국 벤치를 지켰다. 유재학 감독은 KCC를 잡을 두 가지 모토를 공개했다. 양동근이 공격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과 외곽포가 터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함지훈이 복귀하기 전까지 해왔던 농구를 하겠다는 얘기. 어차피 KCC의 ‘트윈타워’와 맞닥뜨릴 방법은 외곽포뿐이었다. 초반부터 빡빡했다. 하승진과 왓킨스, 레더와 함지훈이 들어찬 골밑은 빈틈이 없었다. 패스가 들어갈 통로가 안 보였다. 양동근이 3점포를 꽂으며 수비를 끌어냈지만, KCC 골밑의 하승진·왓킨스의 파괴력도 만만치 않았다. 엎치락뒤치락. 1·2쿼터는 모비스가 34-33으로 앞섰다. 승부는 3쿼터에 갈렸다. 모비스가 무려 7개의 3점슛을 꽂아넣었다. 박구영이 3개를 넣었고, 양동근과 김동우가 2개씩 곁들였다. 성공률 100%. 함지훈이 수비가 집중된 틈을 타 외곽에 오픈찬스를 열어준 덕분이었다. 3쿼터에만 어시스트 4개를 기록했다. 백발백중 3점포에 KCC는 급격히 무너졌다. 하승진이 덩크를 넣고 소리를 지르며 독려했지만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마지막 쿼터는 김빠진 시간이었다. ●함지훈 어시스트 11개 힘 보태 결국 모비스가 KCC를 91-65로 대파했다. 12개가 터진 3점포가 KCC(5개)를 압도했다. 레더(33점 14리바운드)와 양동근(26점·3점슛 6개)이 ‘미쳐줬고’, 함지훈은 무려 어시스트 11개(11점 6리바운드)를 뿌렸다. 모비스가 먼저 1승을 챙겼다. 역대 PO에서 1회전 승리한 팀이 4강PO에 오를 확률은 무려 96.7%다. “적지에서 1승1패만 해도 만족”이라던 유 감독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전주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홈플러스 요란한 할인행사… 고객만 골탕

    홈플러스 요란한 할인행사… 고객만 골탕

    홈플러스가 창립 13주년을 맞아 벌이고 있는 대대적인 할인 행사가 ‘미끼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할인 품목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데다 물량 또한 충분히 확보해 놓지 않아 매장을 찾은 고객 상당수가 허탕을 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제품 공급 업체에서 이미 단종해 재고가 거의 없는 고객 비선호 상품에 50%의 최대 할인율을 적용해 소비자들을 유인함으로써 미끼 의혹이 더욱 짙게 풍겨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1일부터 ‘사상 최대 서민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1년간 400개 생활필수품 가격을 5∼50% 인하하고 1000개 주요 상품을 최대 5주간 50% 이상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신문광고와 전단을 믿고 매장을 찾은 소비자 상당수가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할인행사만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다수 고객들은 30~50% 할인을 내건 딸기, 대파, 달걀, 삼겹살 등을 찾아 점포를 방문했지만 직원들로부터 조기 매진됐거나 아예 상품이 없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이번 행사를 한다고 했을 때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최대 50% 인하한다는 1000여개 상품이 무엇인지, 물량은 얼마나 확보했는지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인 상품을 공개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홈플러스 측은 “영업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는 대외비”라고 답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생필품 가격을 연간으로 동결하는 행사는 물량 확보에 그만큼 자신이 있어야 한다.”면서 “평소의 3∼5배 물량을 확보한 뒤에야 행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행사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유통 업체들이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미끼’가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가격 인하 폭이 40% 이상 되는 일부 생활용품은 고객의 선호도가 크지 않은 상품들이어서 이러한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실제 400개 행사 품목 가운데 50% 안팎의 할인율을 내걸고 주요 상품으로 선전한 표백제, 클렌징 크림 등은 유명 브랜드의 제품이 아니라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고객이 많이 찾지 않는 품목이다. 소비자 비선호 제품을 최대 할인 상품으로 내걸어 소비자를 현혹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유대근기자 현지르포-막 오르는 ‘차르 푸틴’ 3막] 全투표소 CCTV… “공무원 동원투표” 의혹

    [유대근기자 현지르포-막 오르는 ‘차르 푸틴’ 3막] 全투표소 CCTV… “공무원 동원투표” 의혹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 집무실)의 새 주인을 가리는 러시아 대선이 4일 치러졌다. 이미 대통령을 2차례 지냈던 여당 후보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3선이 확실시되며 당선자는 향후 6년간 러시아를 이끈다. 현지 여론기관들은 푸틴이 60%의 득표율로 승리할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투표일 직전까지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된 데다 선거 다음 날 야권단체들의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어 혼미한 정국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4일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간) 모스크바 중심부 그루진스카야의 한 교회. 3월에 접어들었지만 영하의 날씨에 두툼한 외투와 털모자 차림으로 교회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았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장년층이 많았다. 정복을 입은 경찰들이 배치된 가운데 유권자들은 차례로 투표소 안에 들어가 한 표를 행사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시민들 중 상당수는 푸틴을 찍었다고 밝혔지만 다른 후보를 선택했다는 이도 간간이 있었다. 콘스탄틴(87)이라고 밝힌 한 노인은 “공산당을 지지한다.”면서 “지금 러시아는 빈부 격차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날 선거는 러시아 극동부 캄차카와 마가단주부터 서부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영토가 가장 넓은 까닭(1707만 5400㎢·남한의 170배)에 시간대가 9시간에 걸쳐 있다. 투표는 지역 시간으로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12시간 동안 전국 9만 4332개 투표소에서 진행됐다. 유권자들의 참여는 뜨거웠다. 최극동 추콧카자치구에서는 투표 시작 4시간 만에 48%의 투표율을 기록했고, 캄차카 지역도 이날 오후 5시 현재 전체 유권자의 46%가 다녀갔다. 푸틴 총리는 모스크바 서남쪽 레닌스키 대로 인근에 있는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본부 건물의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나오다 반대파에 봉변을 당할 뻔했다. 푸틴 총리가 부인 류드밀라 여사와 함께 투표소를 떠난 뒤 곧바로 우크라이나 여성 사회운동단체 ‘페멘’ 소속의 젊은 여성 3명이 상의를 벗고 투표소에 난입해 ‘푸틴은 도둑놈’이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러시아 치안 당국은 전역에 경찰 38만명과 사설 보안업체 요원 3만명 등 40만명이 넘는 인력을 배치했다. 선거 부정을 감시하는 웹 카메라 20만개도 가동됐다. 웹 카메라가 촬영한 각 투표소 상황은 실시간으로 통신위성을 통해 인터넷 사이트로 전송되거나 녹화됐다. 푸틴 총리는 지난해 12월 두마(하원) 선거 당시 부정 선거 의혹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전국 투표소에 카메라 설치를 지시했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00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투표소를 중계하는 웹 카메라를 보겠다고 등록했다. 실제 추콧카주 프로비덴스키 지역의 한 투표소 내부의 중계영상을 인터넷으로 보니 투표소에 들어서는 유권자의 모습과 주변 소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러시아 대선을 감독하기 위해 입국한 국제 선거 모니터요원 700명도 이날 전역에서 일제히 활동했다. 각 대선 후보들이 파견한 17만 6000여명의 내부 선거감시요원들도 부정 투표 여부를 꼼꼼히 감시했다. 그러나 선거 전부터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되는 등 파열음이 이어졌다. 영국 스카이뉴스 방송은 러시아의 공공서비스 회사에서 일하는 ‘바딤’이라는 남성의 인터뷰 등을 근거로 푸틴의 압승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 산하 기관 공무원 5만명이 푸틴에 여러 차례 투표하고 그 대가로 9300루블(약 35만원)의 돈을 받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야권단체들은 5일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의 푸시킨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정하고 도심에 텐트를 설치해 크렘린을 에워싸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친푸틴 성향의 청년조직인 ‘나시’(우리들)와 ‘로시야 몰로다야’(젊은 러시아) 등은 크렘린 인근 마네즈광장과 혁명광장 등에서 26개의 맞불집회를 계획 중이라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야권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라시코프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푸틴이 당선되면 반정부 시위를 이끈 주요 야권 인사를 포함해 대규모 엑소더스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년간 러시아에서는 정권에 대한 불만 등으로 중산층, 고학력자 등 400만명이 고국을 등졌다. 모스크바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월드컵 亞예선 바레인-인도네시아전 10-0 점수… 승부 조작 의혹

    월드컵축구에도 경기 조작 불똥이 튀었다.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E조의 바레인-인도네시아전에서 나온 10-0의 스코어가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2일 보도했다. 바레인은 지난달 29일 E조 마지막 경기에서 인도네시아를 10-0으로 대파했다. 그런데 이 경기가 승부 조작 의혹을 받는 것은 바레인이 인도네시아를 9골 차 이상으로 이기고 같은 조의 카타르가 이란에 패하면 바레인이 최종 예선에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 전까지 바레인은 승점 6으로 조 3위, 카타르는 승점 9로 2위였다. 바레인은 승점이 카타르와 같아지더라도 골 득실에서 뒤지기 때문에 많은 점수 차로 승리할 필요가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카타르와 이란이 비기는 바람에 이 두 팀이 최종예선에 올랐고 바레인은 탈락했지만 국가대표팀 간 경기에서 이처럼 큰 점수 차가 난 것은 이례적이어서 국제축구연맹(FIFA)이 의심의 눈길을 보낸 뒤 즉각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프랑스 정치권 부자증세 논란

    ‘부적절한 부(富)’를 겨냥한 프랑스 1위 대선주자인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의 ‘핵폭탄 공약’에 프랑스 부자들의 엑소더스 행렬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랑드 후보가 현재 41%인 부자 소득세율을 4분의3 수준인 7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부자 증세’ 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 틈을 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 대중운동연합(UMP)을 비롯한 중도파와 우파가 “부자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라며 맹공을 퍼부으며 정치권은 부자 증세 논란에 휩싸였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이후 17년 만에 사회당 재집권을 꿈꾸고 있는 올랑드는 27일(현지시간) 프랑스 TV에 출연해 “대선에서 승리하면 100만 유로(15억원) 이상의 소득에 대해 75%의 세금을 매기겠다.”고 밝혔다. 올랑드는 반대파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29일 RTL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이 조치로 세금을 내는 사람은 3500명 정도지만 세수는 2억~3억 유로에 이른다.”면서 ‘부적절한 부’에 대한 과세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 달 전에도 그는 15만 유로 이상의 소득자들에 대해 45%의 최고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득세가 높게 책정된 유럽 기준에서도 그가 내세운 세율은 최고 수준이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높은 스웨덴의 최고세율이 56.5%이고 영국은 50%, 독일은 47.5%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2등 주자였던 사르코지 대통령이 올랑드와의 지지율 격차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르코지는 지난주 7% 포인트였던 올랑드와의 격차를 4.5% 포인트까지 바짝 따라잡았다. 1차 투표를 가정했을 때 올랑드가 31.5%, 사르코지가 27%의 지지율을 획득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프로농구] 15년 뚝심 조연 ‘만점’ 주연 되다

    [프로농구] 15년 뚝심 조연 ‘만점’ 주연 되다

    농구대잔치 열기가 뜨겁던 1998년, 한 소녀팬이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소리 없이 강한 남자’. 당시 프로 2년차던 추승균(38·KCC)은 그 후 15년을 그렇게 불렸다. 소리 없이 묵묵하지만 누구보다 강한 남자. 추승균이 26일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SK전에서 정규리그 통산득점 1만점을 돌파했다. 15시즌 736경기 만에 이룬 대기록. 서장훈(LG)에 이어 KBL 두 번째다. 경기 전부터 경기장은 들썩였다. 양팀 벤치 사이에 ‘추승균 통산득점 9990’이 걸려 있었다. 추승균은 “프로생활 15년간 뭘 욕심낸 적이 없었는데 1만 득점은 탐난다.”며 눈을 빛냈다. 출발은 좋았다. 추승균은 깨끗한 3점포로 포문을 열었고, 이어 자유투 2개도 깔끔하게 넣었다. 경기 시작 3분이 안 돼 5점을 몰아쳤다. 관중석은 들썩였고, 통산득점 전광판은 ‘9995’가 됐다. 동료들은 눈에 띄게 추승균을 ‘밀어’ 줬지만, 슈팅은 야속하게 림을 외면했다. 2쿼터 종료 4분 16초 전 추승균의 외곽포가 또 한 번 림을 갈랐고 2분 뒤 ‘전매특허’인 중거리슛으로 1만점을 꽉 채웠다. 레프리타임으로 경기는 잠시 중단됐다. 추승균은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코트 한가운데 섰다. 두 팔을 들어 환호하더니 기립한 관중들에게 공손히 답례했다. 하승진도, 전태풍도 선배의 대기록에 박수를 쳤다. 서장훈 1만점 때도 사령탑이었던 허재 감독은 흐뭇하게 웃었다. 추승균은 경기가 재개되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묵묵히 뛰었다. KCC는 SK를 101-83으로 대파하고 3연승을 달렸다. 사실 추승균은 스타와는 거리가 멀었다. ‘조연’이 익숙하다. 조각 같은 외모도 아니었고, 화려한 플레이도 못했다. ‘오빠부대’를 이끌던 연세대-고려대 출신도 아니었다. 프로 15년을 오롯이 KCC(전 현대 포함)에서 보낸 프랜차이즈 스타. 하지만 이상민(은퇴)과 서장훈에 가려 ‘2인자’였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였지만 팬들이나 언론의 평가는 박했다. 그러나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함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정확한 중거리포와 악착같은 정신력은 세월이 흐를수록 강해졌다. 2008~09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히기도 했다. 농구선수 중 유일하게 챔피언 반지를 5개나 꼈다. 플레이오프(챔프전 포함) 최다출전(106경기)-최다득점(1394점) 기록도 그의 차지다. ‘소리 없이 강한 남자’는 “좋은 동료와 훌륭한 코칭스태프를 만났다. 한 팀에서 1만점을 넣었다는 게 영광”이라며 웃었다. 현역 시절 추승균과 몸을 부대꼈던 문경은 SK감독대행은 “팬들은 나를 좋아할지 몰라도, 지도자로서 보니 추승균 같은 선수가 좋다. 후배들의 귀감”이라고 칭찬했다. 한편 3점포만 9개를 터뜨린 모비스는 안방에서 KT를 75-59로 물리쳤다. 오리온스는 고양에서 동부를 91-68로 꺾었다. 전주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외교부 “ISD 폐기 검토 안 한다”

    외교통상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90일 내에 논의키로 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폐기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한·미 FTA 발효를 위한 양국 간 이행협의 단계에서는 의약품 독립적 검토절차와 동의의결제 등 350여 가지 부분에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석영 외교부 FTA교섭대표는 22일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협정 발효 후 90일 이내 서비스 투자위원회를 가동해 ISD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F는 외교부와 법무부 관계자,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서 중재나 조정 경험이 있는 사람, 국제공법과 통상법에 조예가 있는 학계 인사나 변호사로 구성된다. TF는 ISD에 대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어떤 문제를, 어떻게 제기할 것인지 정하게 된다. 최 대표는 “반대파가 주장하는 것처럼 ISD가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는 데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면서 “이 제도는 외국인 투자유치, 국내 기업의 외국 투자보호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규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이 ISD와 관련한 한국의 주장을 받아들일 때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FTA 이행협의 단계에서 미국이 우리 쪽에 문의한 주요 내용은 의약품 독립적 검토절차와 동의의결제, 소액특송화물 등이다. 최 대표는 “의약품 독립적 검토절차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무엇이냐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 미국은 약가협상의 결과도 독립적 검토절차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독립적 검토절차는 의약품·치료재료의 제조자, 수입업자 등이 건강보험급여와 가격에 이의가 있을 때 건강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독립된 검토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절차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68)청주 중앙공원 압각수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68)청주 중앙공원 압각수

    나무가 고마운 건 사람보다 수명이 길어서, 사람이 채 기억할 수 없는 숱하게 많은 사람살이의 흔적을 자신의 속살에 챙겨 둔다는 데에도 있다. 나무가 한 지역 역사의 상징이 되어, 지역민의 존경을 받는 존엄한 생명체로 남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무를 향해 제사를 올리는 제의에 대한 종교적 편견과 오해가 때로는 나무를 소홀히 여기는 장애가 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많은 지역에서는 오래 살아온 나무를 소중하게 지키고, 나무를 향해 사람살이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풍습이 이어진다. 그건 우리의 삶과 우리가 이웃한 모든 생명에 대한 존경과 자존심을 표현하는 일종의 상징 행위라 해도 될 일이다. 충북 청주시 한복판에는 중앙공원이라 이름한 시민의 쉼터이자 이 지역민의 역사가 그대로 담긴 유적지가 있다. 도청과 청주시청, 청원군청과 이웃한 청주의 중심이다. 공원 한가운데를 지키고 있는 건 900살 된 한 그루의 은행나무다. ●지역공동체 큰 잔치 ‘행목성신제’ “이 나무는 우리 청주시의 최고 어르신이에요. 청주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은 생명체로, 살아있는 청주의 향토사나 마찬가지입니다.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 이 나무 앞에 청주 지역민이 모여 지역민의 건강과 안녕, 그리고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립니다.” 36년째 ‘망월제’라는 이름의 은행나무 목신제를 주관해 온 청주국악협회의 이종달(59) 회장은 은행나무를 ‘어르신’이라고 부른다. 그동안 ‘망월제’라고 불러왔던 제사를 올해는 ‘행목성신제’(杏木聖神祭)라고 이름을 바꾸어 불렀다. “망월제라고 하면 한밤에 달을 바라보며 올려야 맞겠지요. 하지만 더 많은 청주 시민이 참여하는 축제가 되려면 낮에 올리는 게 좋다고 판단했어요. 그러자니 망월제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아서 이름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행목성신제라는 이름도 새로 지어낸 건 아니고, 원래 망월제의 일부였지요.” 이 회장의 이야기대로 행목성신제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당산제나 동신제와는 사뭇 다르다. 지역민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기원제라는 점에서야 다를 게 없으나 이 제사는 단순한 기원제를 넘어, 지역민이 함께 모여 즐기는 공동체의 잔치 한마당과 같은 성격이 더 강하다. 지역축제로 확장했다는 의미다. 행사를 이끄는 단체가 국악협회인 까닭에 행목성신제는 국악인들의 바라춤에서 시작해서 전통 국악 경연 등 여느 당산제와는 달리 볼거리가 풍성한 축제로 진행된다. 축제의 중심에 놓인 은행나무를 사람들은 ‘청주 압각수’라고 부른다. 압각수는 은행나무의 잎이 오리의 발을 닮았다고 해서 오리를 뜻하는 압(鴨)과 다리를 뜻하는 각(脚)을 써서 중국에서 불러온 은행나무의 여러 별명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에도 은행나무라는 본래 이름을 젖혀놓고, 압각수로 불리는 은행나무가 있다. 바로 이 청주 압각수와 경북 영주 순흥면 금성단에 서 있는 ‘순흥 압각수’다. 두 나무에 별다른 연관성은 없다. 굳이 공통점을 찾는다면 모두 옛 유학자들과 관련한 유래와 그들의 기록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중국 문헌에 익숙한 유학자들이 이 나무에 얽힌 고사를 기록할 때 중국식 별명을 사용한 게 그 시작이지 싶다. ●충신 이색의 목숨 살리고 무죄 대변 청주 중앙공원 은행나무가 압각수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건 고려 말, 이성계가 조선 건국의 꿈을 키우던 때부터다. 이성계가 공양왕을 옹립하고 그의 반대파를 차례대로 제거하던 무렵이었다. 그때 고려의 무신 이초(李初)는 명나라의 힘을 빌려 이성계의 계획을 막으려 했다. 이를 알게 된 이성계는 이색, 권근 등 반대파의 주요 인물 십여 명을 청주의 감옥에 감금했다. 공양왕 2년인 1390년 5월에 벌어진 ‘이초의 옥사’가 그 사건이다. 그해 여름 청주에는 대홍수가 났다. 며칠째 불어난 큰 물로 청주 관아는 물론이고, 시내의 거의 모든 집들이 물에 쓸려 내려갔으며 이색이 갇혀 있던 감옥도 물에 잠겨 무너지고 갇혀 있던 사람들까지 휩쓸려갔다. 그때 이색은 감옥 곁에 서 있는 큰 나무의 가지 위에 올라가 목숨을 건졌다. 기적 같은 이 상황을 전해들은 공양왕은 이는 곧 무죄를 입증하는 증거라며 이색을 풀어줬다고 한다. 그때 이색과 함께 풀려나온 권근이 그때 지은 시는 지금도 나무 앞의 시비(詩碑)에 남아 옛일을 증거한다. ●900살 나무에 청주·민족의 역사 오롯이 의로운 선비를 가지 위에 보듬어 안고, 큰물을 피할 수 있을 만큼 큰 나무였다면, 당시에도 300살은 족히 넘었을 게다. 나무를 900살 정도로 추측하는 근거다. 키 20m, 줄기둘레 8.6m인 청주 압각수의 수세는 그러나 별로 좋지 않다. 줄기 중심부의 상당 부분은 썩어들어 충전재를 메워 준 수술 자국이 역력하고, 부러진 굵은 가지들의 흔적도 눈에 띈다. 900년이라는 긴 세월을 견디는 건 나무에게도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나무는 여전히 왕성한 생명력을 잃지 않고, 땅 깊은 곳으로부터 봄이 다가오는 소리를 짚어가며 서서히 물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중앙공원 한쪽의 청주문화관에 사무실이 있어서, 밤낮없이 나무를 바라보며 산다는 충북예총 정상용(53) 사무처장은 “나무에 청주와 우리 민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들어있다는 건 무척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특히 내력이 확실한 유서 깊은 나무가 곁에 있다는 게 더없이 듬직하다.”고 말한다. 죄 없는 사람을 가려낼 만큼 현명함을 갖춘 청주 압각수는 청주시민뿐 아니라 이 땅의 모든 국민이 더 소중하게 지켜야 할 자연유산이자 문화유산임에 틀림없다. 글 사진 청주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2가 92-6. 경부고속도로의 청주나들목에서 청주공항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양버즘나무 가로수 길로 들어서게 된다. 1948년에 심은 약 1500그루의 양버즘나무가 6㎞에 걸쳐 상큼한 가로수 터널을 이룬 명품 도로다. 이 길을 통해 청주나들목에서 10㎞를 조금 더 가면 청주시내를 관통하는 무심천에 이르고, 그 위로 청주대교를 건너게 된다. 다리를 건너 100m쯤 가서 우회전해 500m쯤 들어가면 중앙공원이다. 공원 주변 도로에 갓길 주차장이 있다. 나무는 공원 한가운데 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