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대파
    2026-04-2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425
  • ‘해결사’ 문창진 2골… 신태용호, 알제리 3-0 대파

    ‘해결사’ 문창진 2골… 신태용호, 알제리 3-0 대파

    ‘왼발의 달인’ 문창진(포항)이 두 경기 연속 골로 ‘리우 해결사’ 자리를 굳혔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 대표팀은 28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으로 옮겨 치른 알제리와의 2차 평가전에서 전반 22분 이창민(제주)의 선제골과 후반 14분과 30분 문창진의 연속 골을 엮어 3-0으로 완승,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 국내에서 열린 최종 모의고사에서 2연속 합격점을 받았다. 선발 출전해 두 골을 도운 김현(제주), 왼쪽에서 볼 공급과 압박을 소화한 류승우(빌레벨트), 1차전과 마찬가지로 이찬동(광주)과 박용우(서울)의 공존도 돋보였다. 자신감을 장착한 신태용호는 6월 A매치 기간에 와일드카드를 모두 기용해 최종 실전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카타르와 치른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4강전과 마찬가지로 수비에 중점을 둔 스리백(3-back) 카드를 꺼내든 신 감독은 김현을 최전방에 세우고 좌우 날개에 류승우와 권창훈(수원)을 배치하는 3-4-3 전형을 들고 나왔다. 이찬동과 이창민이 중원을 맡고 좌우 윙백으로 심상민(서울)과 이슬찬(전남)이 출격했고, 스리백으로 송주훈(미토 홀리호크), 박용우, 김민재(연세대)가 섰다.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이 골문을 지켰다. 전반 14분 심상민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시도한 슈팅을 김현이 골지역 정면에서 감각적인 왼발 힐킥으로 공의 방향을 살짝 돌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1분 뒤 박용우가 전방으로 찔러준 공을 골키퍼가 뛰어나와 헤딩으로 처리한 것을 류승우가 텅빈 골대를 향해 슈팅했지만 오른쪽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전반 22분 선제골은 심상민이 알제리 진영 왼쪽에서 길게 던져준 공에서 시작했다. 김현이 몸을 솟구쳐 머리에 맞혀 뒤로 떨궈준 것을 2선에서 돌아 들어간 이창민이 가볍게 오른발 인사이드킥으로 연결해 그물을 흔들었다. 후반 문창진(포항)과 박동진(광주), 구현준(부산)을 교체 투입한 신태용호는 추가 득점을 얻기 위해 거세게 밀어붙여 14분 상대 왼쪽 진영에서 류승우와 김현의 거친 패스를 받은 문창진이 수비수 둘을 동시에 벗겨낸 뒤 왼발슛으로 골문 오른쪽 구석을 꿰뚫었다. 문창진은 16분 뒤 박인혁(프랑크푸르트)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연결해 완승을 매조졌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프로야구] ‘이빨 빠진 사자’ 14년 만에 시범경기 1위

    [프로야구] ‘이빨 빠진 사자’ 14년 만에 시범경기 1위

    ‘이빨 빠진 사자’ 삼성이 시범경기 1위로 건재를 과시했다. 삼성은 KBO 시범경기 마지막 날인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K전에서 11-1로 이겨 1위(11승5패)에 올랐다. 삼성의 시범경기 1위는 현대와 공동 1위를 이룬 2002년 이후 14년 만이자 통산 다섯 번째다. 삼성은 주포 나바로와 박석민, 마무리 임창용이 이탈했다. 또 도박 파문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력 투수들이 결장했음에도 투타의 안정된 전력을 선보였다. 주포 최형우는 이날 3점포로 홈런 공동 2위(5개)에 올라 ‘포스트 박병호’임을 거듭 뽐냈다. 새 외국인 발디리스는 타율 1위(.400)로 기대감을 높였다. 막내 kt는 수원에서 롯데를 5-3으로 꺾고 5연승, 2위에 우뚝 섰다. 김사연은 4회 레일리를 2점포로 두들겨 6호 아치를 그렸다. ‘한솥밥’ 김상현을 1개 차로 제치고 홈런 단독 1위의 기쁨을 누렸다. kt는 비록 시범경기지만 김사연, 김상현, 문상철(4개)이 홈런 상위권에 포진해 정규시즌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일 태세다. 롯데는 6연패를 당하며 꼴찌로 마쳤다. 한화는 광주 KIA전에서 10-5로 승리해 4위를 차지했다. 한화의 새 용병 로사리오는 9회 2점포(4호)를 날려 홈런 판세의 변수로 떠올랐다. 4경기(15이닝)에 선발 등판한 한화 신예 김재영은 평균자책점 0.60으로 선발의 한 축으로 확정됐다. 우승후보 NC는 고척돔에서 넥센을 8-3으로 제압하고 5위에, 두산은 잠실에서 LG를 1-0으로 꺾고 3위에 올랐다. 두산 보우덴은 탈삼진 1위(17개)를 기록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사설] 공천 내홍 봉합하고 민심 심판대 오른 與

    공천 후보 등록 마감일까지 지속된 새누리당의 내분 사태가 우여곡절 끝에 봉합됐다. 그제 공천장 날인을 거부하면서 이른바 ‘옥새 투쟁’을 일으켰던 김무성 대표가 어제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공천이 보류된 5개 지역구 후보자 중 정종섭(대구 동구갑), 추경호(대구 달성) 후보와 이날 공관위가 단수 추천한 이인선(대구 수성을) 후보를 공천하기로 했다. 반면 공천이 배제돼 탈당한 이재오(서울 은평을)·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의 지역구는 공천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막판까지 낯 뜨거운 진흙탕 싸움을 벌였던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극적으로 타협을 한 것이다. 이번 타협으로 친박·비박계 간의 내분이 일단 수면 아래도 내려갔고 당 분열에 따른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하지만 그 후유증은 너무도 심각하다.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집권당의 민낯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계파 간 갈등이 권력투쟁으로 번지면서 공천관리위위원회와 최고위원회는 순식간에 멱살잡이 난장판으로 변하는 등 상식 이하의 행동들이 연일 터져 나왔다. 어제 오전 11시 30분부터 시작된 최고위원회는 오후 4시까지 5개 지역구 공천 안에 직인을 ‘찍내, 안 찍내’ 하며 옥신각신 입씨름을 벌였다. 집권당 수뇌부의 이런 행태는 시정잡배만도 못하다고 해도 반박하지 못할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집권당의 위상이 이 지경까지 추락한 것은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앞세운 친박계와 청와대가 비박계를 찍어 내는 표적 공천을 밀어붙인 탓이 크다. 공천의 실권을 쥔 친박계는 당의 정체성 확립을 내세워 친유승민계와 친이명박계를 대거 탈락시켰다. 친박 핵심부와 청와대를 등에 업고 칼날을 휘두른 집권당 권력 실세들의 전횡에 여론은 비등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친박 일색의 공천안을 밀어붙였다. 야권 분열로 총선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통령 눈 밖에 난 인사들을 마구 쳐내고 그 자리에 자기 사람들을 내리 꽂는 밀실 공천을 자행했으니 이런 사달이 일어난 것이다. 공관위가 적잖은 지역에서 친박계 후보를 단수 추천하며 경쟁력을 갖춘 반대파 후보들의 경선 기회조차 막아 버린 것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공당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천 탈락한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이 낸 공천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은 불공정 공천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 준다. 김 대표 역시 공당의 지도자로서 처음부터 과감하게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고 후보 등록일 마감에 맞춰 대표 직인을 거부한 것은 당 대표로서 무책임한 처사였다. 어제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면서 4·13 총선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최악의 공천이란 따가운 질책 속에 새누리당은 민심의 심판대에 오른 것이다. 공천 과정에서 보인 무책임하고 오만한 행태가 남은 선거 기간까지 지속될 경우 집권 세력을 지지하는 유권자들마저 등을 돌릴 것이다. 국정을 책임진 집권 세력의 분열과 이에 따른 혼란은 결국 국가 전체로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웬만해선 못 막는 잭슨…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3차전

    웬만해선 못 막는 잭슨…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3차전

    KCC 사상 두 번째 역스윕 위기 “우리 선수들이 스피드에 앞서 승리할 수 있었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이 23일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5~16시즌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KCC를 92-70으로 대파한 뒤 취재진에게 건넨 말이다. 오리온은 국내 최장신 센터인 하승진(221㎝)이 버티고 있는 KCC를 누를 해법으로 ‘빠른 농구’를 들고 나왔다. 빡빡한 수비로 실점을 최대한 막은 뒤 곧바로 역습을 통해 ‘발이 느린’ KCC를 공략하겠다는 것이었다. 오리온 ‘빠른 농구’의 중심에 조 잭슨(24)이 있다. 잭슨은 이날 팀 내 최다인 20득점에 7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더하며 승리에 앞장섰다. 특히 3쿼터 활약이 눈부셨다. 그는 정규리그 4라운드 코트 밖에서 다툰 적이 있는 전태풍(KCC)이 3점을 집어넣자 11초 만에 바로 만회하는 3점슛을 꽂아 넣었다. 3쿼터 종료 1분 38초를 남기고는 속공 상황에 ‘투핸드 백덩크’를 작렬해 홈 관중을 일제히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게 만들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오리온은 30점을 앞선 채 3쿼터를 마무리하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추승균 KCC 감독도 경기 뒤 “우리 선수들이 오리온의 슈터들과 잭슨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빨리 이겨내야 한다”고 털어놓았을 정도였다. 2차전 ‘히어로’였던 김동욱(오리온)도 팀 승리를 거들었다. 김동욱은 2쿼터 종료 1분여를 남기고 3점포를 꽂아 넣었고 종료 35초 전에는 공격 제한 시간 24초에 쫓겨 몸의 균형을 잃고 던진 3점슛까지 성공시켰다. 이날 승리로 오리온은 7전 4선승제인 챔피언 결정전에서 2승 고지를 먼저 점했다. 반면 KCC는 두 경기 연속 큰 점수 차로 패배하며 1997년 프로농구연맹(KBL) 출범 이후 두 번째로 ‘역스윕’을 당할 위기에 내몰렸다. 역대 챔프전에서 1패를 먼저 당한 뒤 4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한 건 원년인 1997시즌 나래를 꺾은 기아가 유일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왜 모인 건지… 경선 결과도 발표 못한 ‘심야 최고위’

    왜 모인 건지… 경선 결과도 발표 못한 ‘심야 최고위’

    비박 최고위원들 “金대표가 표결 거부” 오전 회의선 “남의 눈 생각하자” 고성이한구, 공천 결정 미루며 유승민 압박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18일 오전과 심야 두차례에 걸쳐 4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를 가졌지만 ‘빈손’으로 끝났다. 심야 최고위 회의는 한때 취소됐다가 열리는 등 하루 종일 진통만 거듭했다. 최고위와 공천관리위원회는 파행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핑퐁 공방’도 벌였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1시간 30여분 동안 진행된 심야 회의 직후 “결론 난 게 없다”면서 “최고위가 결정해야 공관위도 정상화되기 때문에 (파행이) 오래가면 곤란하다”며 조속한 공천 심사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표결이라도 해서 결정하자고 했지만 김무성 대표가 거부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공관위가 결정한 일부 단수·우선 추천 지역에 대한 추인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 대표는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공천 배제된 현역 의원들에 대한 재심의를 요구했으나 친박(친박근혜)계 최고위원들이 반대해 공방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공관위가 단수 후보로 선정한 유재길(서울 은평을), 유영하(서울 송파을), 정종섭(대구 동갑), 추경호(대구 달성), 권혁세(경기 분당갑) 후보에 대한 공천 의결이 유보됐다. 이에 앞서 오전에 열린 최고위도 2시간 30여분 동안 고성만 주고받다 성과없이 정회됐다. 김 대표와 가까운 김을동 최고위원은 오전 회의에서 “정무적으로 (반대파를) 자르려는 목적을 가지고 그렇게 (공천안을) 해 오니까 반대하는 것 아니냐”며 “정치가 그런 것 아니냐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고 공격했다. 이에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왜 그렇게 하느냐. 남의 눈을 생각하라”며 제지시켰다. 김 최고위원은 탁자를 치며 “지적할 것은 지적해야 할 것 아니냐”고 하는 등 고성이 회의장 밖까지 새어 나왔다. 김 대표 역시 친유승민계 이종훈 의원의 단수 공천 배제를 거론하며 “다 경선해야 한다”고 맞섰다. 친박계 지도부가 “공관위 외부위원들에게 사과하라”며 김 대표를 압박했지만, 김 대표는 사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외부위원들이 회의를 보이콧하며 공관위도 멈춰 섰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나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이한구 위원장이 ‘회의 취소’라고 (당 기획조정국에) 연락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관위원은 “어제와 상황 변화가 없는데 회의에 참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공관위 독립성을 훼손했다며 외부위원들이 사과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지목한 것이다. 당초 이날 김 대표를 비롯해 서청원·이인제·김을동 최고위원의 지역구를 포함한 37개 지역의 경선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연달아 미뤄졌다. 공천 파행이 장기화하며 결과적으로 유승민 의원 ‘고사(枯死) 작전’도 공천 마감 시한을 향해 치달았다. 이 위원장은 총선 후보 등록(24~25일)까지 최대한 공천 결정을 미루며 유 의원 스스로의 선택을 압박했다. 그러나 유 의원의 최측근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먼저 공천 발표가 날 때까지 기다린다는) 유 의원의 생각은 바뀐 게 없다”며 “우리(유 의원과 친유승민계)는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공천 일정이 미뤄지면서 이날 현재 전국 253개 지역구 중 103곳의 후보가 확정되지 못했다. 결선투표를 포함한 경선 지역이 92곳, 여성 우선추천 5곳, 장애인 우선추천 1곳, 경쟁력 우선추천 1곳 등이다. 우선추천 지역 선정에 따른 후보 재공모 지역은 기존 예비후보 외에 새 인물로 재배치될 공산도 높아졌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사색에 빠지다, 四色 물결 속에 ‘쉼’

    사색에 빠지다, 四色 물결 속에 ‘쉼’

    배 한 번 타면 네 섬을 여행하며 즐길 수 있다. 돌팔매질 한 번에 참새 네 마리 잡는 격이랄까. 전남 신안의 자은도와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이야기다. 저 유명한 ‘신안 다이아몬드 제도’의 북부권에 속한 섬들이다. 다도해 위에 떠 있는 네 섬은 모두 다리로 연결돼 있다. 차를 가지고 들어가면 섬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물수제비 뜨듯 네 개 섬을 오가는 여정이다. 섬은 아련함이다. 누가 찾아올 것도 아닌데, 자신이 떠날 것도 아닌데 섬 사람들은 늘 기대 섞인 시선으로 여객선을 바라본다. 사람이 없는 만큼 사람이 그리운 곳. 그래서 섬이다. ‘신안 다이아몬드 제도’는 신안에 속한 비금, 도초, 안좌 등 9개 면의 섬들이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펼쳐진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이 가운데 북부 지역에 속하는 네 섬은 연도교로 이어져 있다. 맨 위의 자은도는 은암대교를 통해 암태도와 연결됐다. 암태도와 팔금도는 중앙대교로, 팔금도와 안좌도는 신안1교로 각각 이어져 있다. 송공항에서 출항한 페리가 닿는 곳은 암태도 오도 선착장이다. 여행객 대부분은 여기서 자은도를 먼저 둘러본 뒤 아래로 훑어 내려가는 여정을 선호한다. 어느 섬을 가더라도 잊지 말고 찾아볼 것 하나. 옛 정취 가득한 돌담이다. 멋 부리지 않은 돌담들이 집과 집, 마을과 마을을 구분 짓고 있다. ●열두 번째로 큰 자은도… 고운 모래·해송 품은 보물 해변 자은도는 전국의 섬들 중 열두 번째로 크다. 섬이긴 하나 어업보다는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월등히 많다. 2000여명의 주민 대부분이 대파와 양파 등의 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지금은 대파 수확철. 밭고랑마다 러시아, 중국 등에서 온 이방인 일꾼들로 빼곡하다. 섬의 자랑은 아름다운 해변이다.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해변도 있고, 오래 묵은 해송들에 둘러싸인 해변도 있다. 이 때문에 휴가철이면 목포 등 남도에서 온 행락객들로 몸살을 앓는다.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분계해변이다. 해안 길이는 1㎞ 정도로 짧은 축에 속하지만 모래와 펄이 섞인 바닥이 단단해 발이 빠지지 않는다. 경사도 완만한 편. 한참을 나가도 허리춤에서 물이 찰랑인다. 무엇보다 해송숲이 일품이다. 수령 200년은 족히 넘었을 소나무 100여 그루가 해변 뒤에 빼곡하다. 늘씬한 여인의 다리를 닮은 한 소나무 덕에 ‘여인송 숲’이라고도 불린다. 2010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어울림상(천년의 숲 부문)을 받았다. 자은도 맨 아래의 백길해변은 모래가 유난히 곱고 희다. 규사 성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밖에 둔장, 신성, 내치 등 크고 작은 해변이 섬 곳곳에 널려 있다. ●바위가 병풍이 된 암태도… 소작농들 치열한 투쟁의 역사 자은도 아래는 암태도다. 돌이 많고 바위가 병풍처럼 섬을 둘러싸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황량하고 척박해 예부터 유배지로 이름 높았다. 한데 일제강점기 때 마명방조제를 조성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드넓은 갯벌이 옥토로 변하는 과정에서 많은 농민들이 소작농으로 전락했다. 이는 1924년 소작쟁의의 도화선이 됐고, 치열한 싸움 끝에 소작인들의 승리로 쟁의는 끝났다. 암태도 소작쟁의는 일제강점기 대표적 항일농민운동으로, 이후 전국에서 일어난 소작쟁의의 기폭제로 평가받는다. 매향비도 유명하다. 향나무를 묻고 1000년 뒤 다시 떠오른 향나무로 향을 피우면 미륵이 출현한다는 전설이 담긴 곳이다. 장고리 인근 바다에 있다. 추포도 노두가 사라진 건 애석하다. 암태도와 추포도 사이에 놓였던 일종의 징검다리다. 300년 전 주민들이 울력으로 돌을 날라 조성했다. 한데 노두 위로 포장도로가 놓였다. 이를 알리는 안내판이 더 기막히다. 차 안에서 노둣길을 감상하며 가란다. 노두 위에 시멘트로 길을 내놓고 무엇을 보라는 것인지. 섬 주민의 편의를 위해 도로를 놓으려면 노두를 살리면서 옆으로 나란히 놓았어야 했다. 이제 옛사람들이 힘 모아 만든 노두는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8개 섬이 하나로 메워진 팔금도… 낡은 풍경이 客을 반겨 암태도에서 중앙대교를 건너 내려오면 팔금도다. 오래전 팔금도는 매도, 거문도, 거사도, 백계도, 원산도, 매실도, 일금도 등 8개의 섬으로 분리돼 있었다. 이 섬들 사이 갯벌이 간척으로 메워지면서 하나의 섬이 됐다. 팔금도는 네 개의 섬 가운데 가장 작다. 인구도 가장 적다. 그만큼 차분하고 조용하다. 마을에 들면 낡은 슬레이트 지붕과 나무 창틀, 녹슨 대문 등 낡은 풍경들이 객을 반긴다. 팔금면 소재지인 읍리 마을 초입에 삼층석탑이 있다. 고려 때 세워진 석탑으로 추정된다. ●예술의 섬 안좌도… 김환기 화백도 ‘천사 다리’ 건넜을까 안좌도는 흔히 예술의 섬이라 불린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의 작가 수화 김환기(1913∼1974) 화백의 고향이라서다. 한국적 정서를 추상화한 그를 세인들은 흔히 ‘한국의 피카소’라 부른다. 1910년 백두산 나무로 지었다는 그의 생가가 안좌도 가운데에 남아 있다. 마을 이곳저곳과 포구 등도 벽화, 조형물로 장식됐다. 대리마을 우실도 볼만하다. 60여 그루의 팽나무가 마을을 감싸 안고 있다. 400여 년 전 방풍림으로 조성됐던 숲의 일부다. 세 개가 남아 있다는 성기 바위도 찾아보시라. 마을 여자들의 바람기를 잠재우기 위해 세웠다는 남근이 둘, 소나무 사이에 숨긴 여근이 하나다. 안좌도에선 ‘천사 다리’를 걸어야 한다. 바다 위로 길을 내 섬과 섬을 이어 준 나무 다리다. 안좌도와 부속 섬인 박지도, 반월도를 잇고 있다. 박지도와 반월도는 이웃해 있으면서도 섬기는 신이 다르다. 반월도는 할아버지 당을, 박지도는 할머니 당을 섬긴다. ‘할배섬’ ‘할매섬’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이유다. 오랜 기간 다른 문화 속에 살다 나무 다리가 놓이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고 한다. ‘천사 다리’로 차량은 건널 수 없고 사람만 오갈 수 있다. 안좌도와 박지도까지 547m, 박지도에서 반월도까지 915m, 왕복 3㎞쯤 된다. 갯벌을 가른 나무 다리를 걷는 맛이 각별하다. 먼바다의 섬들이 진주처럼 봉긋봉긋 솟았고, 발 아래 물골마다 에메랄드 빛 바닷물이 들어 차 보석처럼 빛난다. 이런 물빛, 장흥에서도, 강진에서도 본 적 있다. 우리 청자가 이 물빛을 표현한 것이라 했던가. 저 물골 아래에 인어가 산다면 비늘은 필경 옥빛일 터다. 글 사진 신안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가는 길:압해도 송공항을 찾아가는 게 관건이다.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나들목에서 압해대교를 건너면 송공항이다. 철부선이 송공항에서 암태도, 팔금도 등을 오간다. 승객 3600원, 승용차(3000㏄ 이하) 1만 8000원. 평일에도 섬을 오가는 차가 많다. 특히 암태도 오도 선착장이 붐비는데, 제 시간에 가도 배를 놓치는 황당한 경우가 생긴다. 당연히 주말엔 더하다. 늘 이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송공항 271-0090. 섬에 들면 마을버스가 배 도착 시간에 맞춰 대기하고 있다. 섬마다 개인택시도 많으니 이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새천년대교는 2017년 완공이 목표다. →잘 곳:일반 숙박업소와 펜션, 민박 등이 비교적 흔한 편이다. 각 섬의 면사무소에 알아보고 출발하는 게 좋겠다. 자은도의 경우 요즘 대파 수확을 위해 고용된 외국인 등 외지인이 많은 탓에 민박조차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드시 숙소를 예약한 뒤 찾아야 한다. 자은도 나무늘보펜션(010-9132-5459)이 깨끗하다. 갓 문을 연 데다 고급 침구류를 써 정갈한 느낌을 준다. 자은면사무소 뒤에 있다. 팔금도에서는 유성모텔(261-1223)이 알려진 편이다. →맛집:사월포횟집(271-3233)은 자연산 회를 파는 집이다. 거의 ‘미꾸라지만 한’ 멸치젓이 딸려 나오는 등 토속적인 반찬들도 맛깔스럽다. 요즘 횟감으로 좋은 제철 생선은 숭어다. 고향식당(271-4805), 수라간(246-5455), 솔식당(271-6200) 등은 삼겹살 등 주 메뉴 외에 백반도 판다. 반찬 가짓수가 어지간한 한정식집에 버금간다. 알아둘 것 하나. 섬에선 ‘예약이 필수’다. 면소재지에 있는 일반 식당의 경우 저녁 늦게까지 문을 열지만 회 등을 파는 식당들은 오후 7시가 되기도 전에 문을 닫는 경우가 흔하다.
  • 트럼프 유세 긴급 취소, “이런 깊은 증오 처음 목도” 대체 무슨 일?

    트럼프 유세 긴급 취소, “이런 깊은 증오 처음 목도” 대체 무슨 일?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69)가 11일(현지시간) 저녁 시카고에서 계획 중이던 대중 유세를 보안 상의 이유로 긴급 취소했다. 트럼프는 ‘미니 수퍼화요일’을 나흔 앞둔 이날 오후 6시부터 시카고 일리노이대학(UIC) 대강당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그러나 지지자들과 반대파 사이의 논쟁으로 폭력 사태가 벌어졌고, 이에 더해 행사장 밖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대와 트럼프 지지자들 간의 대치상태가 첨예화되면서 유세를 포기하고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트럼프의 대변인은 오후 6시 30분쯤 행사장 연단에서 “조금 전 시카고에 도착한 트럼프와 비밀경호국, UIC 측이 수만 명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면서 “오늘 밤으로 예정됐던 유세 일정을 다시 잡겠다”고 밝혔다. 시카고 ABC방송은 “약 1만 명에게 트럼프 집회 입장권이 배포됐고, 행사 취소 시점에 약 7000 명이 입장한 상태였다”면서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건물 인근 여러 블록 아래까지 이어졌다”고 전했다. 행사장 밖에서는 히스패닉계 유권자 1000여명이 트럼프의 ‘반(反) 히스패닉’ 막말 등에 항의하며 평화시위를 벌였고, 트럼프의 지지자들도 이에 맞섰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말싸움과 몸싸움이 일었고 일부는 연단에 뛰어 올라가 ‘안티트럼프’ 주장을 펼치다 강제로 끌려 내려온 뒤 주최 측이 행사 취소를 발표하자 행사장 안에 있던 트럼프 반대파들은 “우리가 트럼프를 멈추게 했다”고 소리치며 환호했다. 시카고 폭스뉴스는 “일부는 경찰에 연행됐고 유권자 2명과 경찰 1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현장에 있던 한 종교지도자는 트위터에 “이런 깊은 증오를 일생에 처음 목도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트럼프는 “미국이 분노 상태”라며 “꼭 나를 표적 삼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년에 걸쳐 끓어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사람들이 다치거나 사태가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세를 취소했다”고 밝혔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安·千·金 3두 체제 붕괴… 천정배·김한길계 黨 이탈사태 오나

    安·千·金 3두 체제 붕괴… 천정배·김한길계 黨 이탈사태 오나

    安 “하던대로 하면 만년 2등” 연대 일축 金·安 1시간 단독 회동… 이견 못 좁혀 윤여준, 구원 등판 요청받았지만 고사 국민의당이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분열의 갈림길에 선 형국이다. 그동안 내부 갈등설 속에서도 아슬아슬하게 유지됐던 ‘안철수·천정배·김한길’의 3두 지도 체제는 야권 연대를 둘러싼 내분으로 창당 39일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당 지도부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할 경우 천정배 공동대표 측 국민회의 세력과 ‘김한길계’ 의원들이 당을 이탈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세 사람이 야권 연대를 놓고 양보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데는 이번 총선을 바라보는 인식 차이가 크다는 점이 깔려 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제3정당 확립을 통한 양당 체제 타파’에 초점을 맞춰 왔다. 반면 천 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은 “‘제1여당 독주 저지’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 왔다. 이들은 국민의당과 국민회의 통합 당시 작성된 합의문의 ‘총선에서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합의한다’는 문구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안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안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하던 대로 하면 만년 야당 2등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연대 불가론을 고수했다. 그는 예비후보 지원을 위해 대전을 찾은 자리에서도 “야권 통합과 정권 교체를 위해 세 번(서울시장 후보직 양보, 대선 후보직 사퇴, 민주당과의 합당)에 걸쳐 희생과 헌신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더이상의 철수(撤收) 정치는 없다’는 각오로 이번에는 통합 및 연대 논의의 여지를 열어 두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치 상황에서 3당 체제 시도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란 것을 처음부터 알았다”며 “여당에 어부지리를 주지 않으면서 3당으로 우뚝 서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선대위원장직에서도 물러나는 등 당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안 대표와의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향후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끼겠다”면서도 “왜 오늘 영원히 이별하는 것처럼 말하느냐”고 여운을 남겼다. 천 대표는 이미 안 대표에게 탈당을 포함한 ‘중대 결단’을 예고한 상태다. 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분당이나 대표직 사퇴 등의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안 대표의 설득에 진전이 없을 경우 탈당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 대표 측 관계자는 “천 대표의 고민은 총선 불출마와 같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당적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발표를 놓고도 지도부 간 반응이 엇갈렸다. 안 대표는 더민주가 김 위원장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 공천 발표를 보류한 데 대해 “국민의당 흔들기”라며 비판했다. 반면 천 대표는 “(더민주의 공천 심사 결과가) 연대나 단일화 노력에 심대한 영향을 준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과 천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무소속 최재천 의원을 만나 야권 연대의 필요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최 의원은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야권 통합을 제안했을 당시 양측의 통합 논의를 물밑에서 사전 조율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던 인물이다. 최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연대 없이) 이대로 가면 다 죽는데 어쩌자는 것인지, 서로 한탄했다”고 전했다. 안 대표 측은 ‘야권 연대파’들의 이탈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통합 및 연대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안 대표 측 김성식 최고위원은 “본래 창당 취지대로 뚜벅뚜벅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여의도 모처에서 배석자 없이 1시간 동안 이뤄진 안 대표와 김 위원장 간 회동에서도 야권 연대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측은 “안 대표가 먼저 연락을 해서 만났지만 (논의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전했다. 또 최근에는 당 일부 인사가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지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에게 구원 등판을 요청했지만 윤 전 장관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대전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4·13 총선 격전지] 서울 은평을

    [4·13 총선 격전지] 서울 은평을

    은평을은 9일 현재 서울에서 유일하게 4당 대결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의 ‘5선 아성’에 더불어민주당 임종석·강병원 예비후보, 국민의당 고연호 예비후보,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각각 도전장을 냈다. 서울 서북부 끝자락의 중산층·서민 베드타운인 은평을은 불광1·2, 갈현1·2동과 진관·구산·대조동을 포함하며, 기본적으로는 야권 성향이다. 최근 5~6년 새 은평 뉴타운에 20·30대 인구 유입도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 개인기로 다져진 지지기반이 견고한 ‘특이 지형’이다. 지역구 경계조정으로 야권표가 우세했던 역촌동을 은평갑에 떼어주며 여당이 좀더 유리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2012년 19대 총선에선 야권 통합 바람이 이재오 의원을 위협했다. 야권 단일후보였던 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는 1.2% 포인트(1459표) 차로 이 의원에게 석패했다. 최근 여론조사 역시 야권 후보 세 명의 총지지도와 이 의원 지지도가 오차범위 내 각축을 벌이고 있다. 20대 총선도 야권 연대 여부, 현역 교체 열망이 막판 승패를 가를 2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5선 이재오, 빈집엔 포스트잇 유세 이 의원은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신청자 면접을 치렀던 8일 오전에도 아침부터 구산동 일대를 훑었다. 트레이드마크가 된 ‘나 홀로 자전거’ 행보를 하느라 닳아빠진 헌 운동화 대신 지난달 지역 주민에게서 선물받은 새 운동화를 신었다. 가정방문한 집이 비어 있으면 대문에 포스트잇 메모를 붙여 놓고 다음집으로 이동했다. 이 의원은 “은평을은 격전지가 아니다”고 손사래를 치며 “정치를 시작한 은평에서 정치를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바닥 민심을 다져 놓은데 대한 자심감이 묻어났다. ●연대파 임종석 “이재오 피로도 커” 파란 목도리를 두른 임종석 예비후보는 이날 오후 구산동 누오 어린이집에서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했다. 영·유아 자녀를 둔 젊은 계층을 공략해 보육·교육 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쌓은 경험·인맥을 재산 삼아 통일로 축을 따라 ‘통일로 경제밸리’를 만들겠다며 ‘박원순 키즈’ 꼬리표를 떨어내려고 했다. 임 예비후보는 “은평에 연고는 없지만 부시장 시절 구청장과 구정 협의를 하며 애정이 쌓였다”고 했다. 그는 야권 연대에 가장 적극적이다. “유권자들의 절대적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다. 이 의원에 대한 피로도가 높은 은평의 상황에서 야권 연대는 절대 필요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식당 아들 강병원 “토박이인 내가” 같은 당 강병원 예비후보는 파란색 점퍼 차림으로 연신내역에서 길마어린이공원 쪽으로 이동하며 연신 명함을 내밀었다. 연신내 행운식당 둘째 아들로 은평구 대성중·고를 졸업, 식모살이와 식당운영을 한 어머니 뒷바라지로 서울대를 나온 자수성가형이다. 그는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 운동권이면서도 토박이로 지역밀착형 후보임을 앞세웠다. 강 예비후보는 “새누리당에 대한 교체 열망도 높지만 주민들은 무엇보다 은평이 ‘아무나 내려오는 낙하산 지역’이라는 데 대한 불만이 팽배했다”며 “토박이인 제가 낙점되면 단일화 물꼬도 쉽게 트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연호 “낙하산 더민주와 연대 못 해” 국민의당 고연호 후보는 유동인구가 많은 연신내역 앞 물빛공원에서 오후 인사에 나섰다. 건너편 상가 외벽엔 ‘진실한 사람 고연호’라고 쓰인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고 예비후보는 10년간 몸담았던 더민주가 총선철마다 낙하산 후보를 내려보내 지역위원장인 자신을 밀쳐낸 데 대해 서운함이 아직도 커 보였다. 악수를 받아주는 주민들도 “이번엔 잘돼야 할 텐데”라며 아는 체를 했다. 그는 “머슴도 10년 부려먹으면 살림 차려 내보낸다더라. 그런데 (친정인) 더민주는 4년 전에 실패한 연대 전략을 또 들고 나온다”며 “연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제남 “의정 활동 성적표 자신” 정의당 김제남 예비후보는 쌀쌀한 바람을 노란 점퍼와 어깨띠로 여미고 불광역 횡단보도에서 허리를 굽혔다. 그는 서울 지역에 출마한 당내의 유일한 현역의원이다. 김 의원은 “현역 의원을 심판하는 무대가 총선인데 제 성적표는 좋다”며 자신했다. 진보정당답게 연신·불광·대조 삼각상권 연계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워 ‘시장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한 40대 주부는 김 후보에게 “그 (필리버스터) 토론했던 사람이죠?”라고 인사를 건넸다. 직장인 최일남(45)씨는 “이 의원이 20년 배지를 달았지만 은평에 기여한 게 없다”며 “새누리당만 아니라면 이번엔 누구라도 좋다”고 했다. 갈현동 길마공원에 산책 나온 김모(78)씨도 “세대교체를 할 때도 됐다. 젊은 사람이 한 번 바꿔줘야지”라고 말했다. 반면 불광2동 주민 송모(61)씨는 “골프도 술도 안 하는 이재오가 낫다”며 “야당 의원이 힘이 있겠느냐”고 했다. 대조시장에서 20년째 순대장사를 해 온 주모(67·여)씨는 “‘(이 의원이) 이번이 마지막인데 6선 달고 국회의장을 시켜줘야 한다’는 손님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돼지국밥과 육개장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돼지국밥과 육개장

    이젠 외국인들도 곰탕, 설렁탕, 삼계탕 등 우리 고유의 뜨끈한 탕반(장국밥) 문화에 매력을 느끼고 제법 즐긴다. 하지만 아직은 눈치를 보며 손사래를 치는 게 돼지국밥과 육개장이다. 돼지국밥의 약간 비릿한 냄새, 육개장의 얼얼한 매운맛이 낯설 것이다. 돼지국밥은 돼지 뼈와 머릿고기 등으로 곤 육수에 내장 등 잡육을 숭덩숭덩 썰어 넣고 끓이며 밥을 토렴해 먹는다. 토렴이란 밥을 담은 그릇에 국물을 부었다 빼는 것을 반복하면서 탱글한 밥알에 국물이 배도록 하는 조리법이다. 국밥에는 삶은 잡육을 삼베 보자기에 싸서 누른 뒤 가지런히 썬 제육편육을 넣기도 한다. 여기에 새우젓, 부추, 양파 등을 곁들인다. 본래 순대를 넣으면 순대국밥이라고도 하지만 순대는 만들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부산 등 경남 지역에선 머릿고기와 오소리감투라는 별칭을 지닌 위장, 허파, 염통, 간, 곱창 등을 넣는다. 이를 또는 내장국밥이라고도 한다. 육개장은 본래 개고기와 대파, 고춧가루 등으로 땀을 흠뻑 내면서 즐기던 보양식이었다. 개고기는 식용을 하는 데 호불호가 갈리니까 조선 후기 궁중 등에서 소고기의 양지머리로 대체됐다. 마늘, 숙주, 부추, 고사리 등 약성이 강한 채소에 고춧가루와 고추장, 고추기름을 넣고 팔팔 끓인다. 오래전부터 한반도 북부와 만주에서 주로 사육되던 돼지가 갑자기 남쪽인 부산에 나타나 돼지국밥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더 아래로 내려가 제주나 오키나와에 돼지가 등장했던 사연은 무엇일까. 우선 6·25전쟁 직후 부산엔 함경도에서 배를 타고 남하한 피란민이 많았다. 돼지국밥이나 순대는 그들의 고유 음식이다. 부산에 밀집된 미군 부대에서 돼지고기의 안심, 등심 등 질 좋은 살코기를 제외한 뼈나 잡육이 쏟아져 나왔고, 이를 실향민들이 고향의 맛으로 재현했다. 1960~70년대엔 경제 부흥기를 맞은 일본에서 돼지고기의 등심과 안심으로 만드는 돈가스가 유행한 덕분에 김해 등지에 수출용 축산단지가 조성되기도 했다. 제주 북부의 삼성혈에는 선사 시대에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라는 3명의 신이 땅에서 솟구쳐 탐라왕국을 건국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을나’는 고구려의 고위 직함이다. 고씨는 고구려 왕족이고, 양씨는 양만춘 장군처럼 중국 요동 지방의 군벌 세력이다. 또 부씨는 평양의 지방 토호 세력이다. 고구려 역사에서 서로 치열한 권력 다툼을 벌이던 3개 집안의 어떤 이와 그 식솔이 제주에 느닷없이 등장한 것은 본국의 변란을 피해 망명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발해만에서 배를 타고 남하하면 제주 북부에 닿는다. 이때 고향에서 즐기던 돼지고기가 함께 전해졌을 것이다. 오키나와의 돼지 불고기는 제주 등에 머물다가 추격을 피해 탈출한 몽골 저항군 삼별초의 후손들에 의해 개발됐을 가능성이 있다. 소고기는 남하한 돼지고기와 달리 벼농사가 발달한 아시아 남방에서 북상했다. 조선 시대에 한양에선 소고기를 먹었으나, 평양 등에선 돼지고기를 즐겼다. 일제강점기 때 경북·대구에는 소 사육장이 많았다. 골목의 허름한 가게에서 손마디가 굽은 주인 할머니가 말없이 국자로 퍼주는 돼지국밥이나 육개장이 언젠가는 그 시대 주인공들의 입맛에 맞게 바뀌겠지만, 음식 문명의 뿌리는 꼭 흔적을 남긴다. kkwoon@seoul.co.kr
  • 관절 질환 우습게 봤다간 큰 코, 관절 수술 잘하는 정형외과는?

    관절 질환 우습게 봤다간 큰 코, 관절 수술 잘하는 정형외과는?

    관절 질환은 많은 직장인들의 고질병 중 하나다. 가장 흔한 것이 어깨 관련 관절 질환인데, 장시간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하는 사무직 직장인들의 경우 잘못된 자세로 인해 석회화 건염이나 오십견 등의 어깨 질환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석회화 건염은 어깨 힘줄에 석회가 생기는 질환으로 칼로 찌르는 듯한 날카롭고 심한 통증을 동반하며 젊은 층에서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하게 발생한다. 어깨관절의 관절낭이 오그라들면서 발생하는 오십견은 통증과 함께 어깨 사용 범위를 축소시켜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한다. 하이힐을 자주 신는 여성 직장인이나 자주 걸어야 하는 직업을 가졌다면 무지외반증, 발목인대파열, 퇴행성 관절염 등 무릎, 족부 관련 관절 질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 중에서도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면서 관절을 둘러싼 조직이 부어 통증을 느끼는 질환으로 방치하면 수술이 복잡해진다. 정형외과 전문의 새길병원 이대영 대표 원장은 “실내에서 업무를 하는 직장인이나 외부 활동이 많은 직장인 모두 관절 질환의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절 질환으로 고통을 느끼면서도 시간이 없어 그냥 방치해 두는 직장인들이 많은데, 이는 더 큰 고통과 치료를 불러온다”며 “통증 발생 즉시 가까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고 질환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영등포 정형외과, 여의도/당산역 정형외과로 소문난 새길병원은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일일 수술과 당일 입퇴원 시스템을 완비하고 있는 병원이다. 비혈관적 수동술(오십견), 관절경을 통한 석회제거술(석회화 건염), 무지외반증 교정술, 발목인대 강화술 등으로 직장인들의 관절 질환을 치료해줄 뿐만 아니라 재발을 막아준다. 무엇보다 일일 수술 시스템을 통해 직장인들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새길병원의 일일 수술절차는 ▲외래진료 후 당일 수술결정 ▲상담 후 수술 전 검사진행 ▲입원수속 ▲수술 및 회복 ▲퇴원 등의 순서로 신속하게 진행된다. 또한 새길병원은 각 분야에 특화된 전문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해 더욱 신뢰할 수 있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내과 등의 의료진이 서로 협업을 통해 전문화되고, 차별화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1:1 개인별 증상 및 원인을 찾아 맞춤 치료를 진행해 환자들 사이에서 관절 수술 잘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대영 원장은 “의료계의 상업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환자와 인간적으로 소통하고 환자의 아픔을 가족처럼 공감하는 병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환자의 질환을 정확히 이해하고 돕는 병원, 환자 스스로 질환을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돕는 병원, 환자가 질환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병원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형외과 관절 전문의 새길병원 이대영 원장은 시사매거진이 선정한 100대 명의에 선정된 바 있으며, 탁월한 수술실력과 더불어 환자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차별화된 진료 철학을 가지고 새길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분열과 동맹 파기의 대가

    [고전으로 여는 아침] 분열과 동맹 파기의 대가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세 차례의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하고 난 기원전 5세기 중엽 평화와 번영을 구가했다. 하지만 눈앞에 있던 공동의 적이 사라지자 내부에서 새로운 위기가 싹텄다. 그리스 전체의 패권을 잡기 위해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격돌한 것이다.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민주정을 추구하던 아테네가 주축이 된 아테네 동맹과 과두정을 채택한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뭉친 펠로폰네소스 동맹으로 나뉘어 대립했다. 두 진영이 각 정치체제를 확장해 나가면서 펠로폰네소스 전쟁(BC 431~BC 404)을 불러왔다. 투키디데스(BC 460?~BC 400?)는 이 참화를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증언했다. 전쟁은 온갖 무자비한 살상과 파괴를 낳았고 숱한 도시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아테네의 혈맹인 그리스 중부 지방의 도시 플라타이아는 중부 지방 보이오티아 연맹의 맹주인 이웃 도시 테베와 맞섰다. 스파르타와 동맹을 맺은 테베는 아테네가 다른 전선에 몰두하는 동안 오랜 앙숙인 눈엣가시 플라타이아를 계속 공격했다. 테베의 줄기찬 공략과 회유에 지친 플라타이아의 유력자들은 아테네와의 동맹을 파기하고 몰래 테베와 평화협정을 맺고는 성문을 열어 테베인들을 받아들였다. 뒤늦게 테베인의 세력이 크지 않음을 알게 된 플라타이아인들은 성안의 테베인들을 살해했지만 상황을 돌이킬 수 없었고 결국 테베의 동맹국 스파르타군의 봉쇄 작전에 굴복했다. 스파르타인들은 항복한 플라타이아인들을 모조리 붙잡아 약식재판에 회부했다. 재판관들은 스파르타와 그들의 동맹군에게 도움을 준 적이 있느냐는 짧은 질문을 던지고, 그런 적이 없다고 대답하는 자를 모두 죽였다. 투키디데스는 이 참극들이 지도층의 ‘탐욕과 야심에서 비롯된 권력욕’에 기인했다고 말한다. “정파 지도자들이 반대파를 누르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극단적인 잔혹 행위를 일삼았으며, 정의나 국익 대신 그때그때 자신이 속한 정파를 즐겁게 해 주는 것만을 행동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플라타이아는 아테네의 동맹국이 된 지 93년 만에 처참하게 끝장났다. 시민들의 분열과 동맹 파기의 대가였다. 적을 앞에 두고 내부 분열보다 무서운 적은 없다. 한·미 동맹과 북·중 동맹이 부딪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흘려들을 얘기가 아닌 듯싶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전북, 10년 만의 亞 정상 향한 포효 시작

    전북, 10년 만의 亞 정상 향한 포효 시작

    ‘이동국 결승골’ FC도쿄에 2-1 승리…고무열·로페즈 등 이적생 활약 돋보여 지난해 K리그 챔피언 전북이 고무열과 이동국의 전·후반 릴레이골을 앞세워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전북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도쿄와의 대회 조별리그 E조 1차전 홈경기에서 전반 39분 고무열의 선제골과 후반 38분 이동국의 결승골을 앞세워 2-1로 이겼다. 지난 시즌 K리그 득점왕 김신욱을 비롯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출신 김보경, 슈틸리케호의 오른쪽 풀백 김창수, 호주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파탈루, K리그 ‘영플레이어’ 고무열 등을 영입해 막강 전력을 꾸린 ‘스타 군단’답게 시즌 첫 공식 경기부터 이적생들의 화끈한 플레이가 돋보인 전북은 이로써 10년 만의 아시아 패권을 위한 첫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2006년 첫 정상에 오르고 2011년 결승에 진출했던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선발 명단 11명 가운데 파탈루, 김창수, 고무열, 임종은, 김보경, 로페즈 등 6명의 ‘이적생’을 선발로 내세웠다. FC도쿄는 지난 시즌 J리그 4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에 올라왔지만 지난해 J리그 실점 3위의 철벽 수비를 자랑하는 팀이다. 이동국을 원톱에 세우고 고무열-로페즈를 양 날개로 가동시켜 공격을 전개한 전북의 선제골은 이적생 공격수 고무열의 발끝에서 터졌다. 전반 39분 중원에서 ‘마르세유 턴’으로 수비진을 따돌린 김보경이 건네준 공을 로페즈가 벌칙지역 중앙 왼쪽에 버티던 고무열에게 다시 찔러 줬고, 고무열은 이를 오른발 땅볼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꽂았다. 후반에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전북은 두 차례 실점 위기를 넘긴 뒤 18분 로페즈를 빼고 김신욱을, 23분 김보경 대신 이종호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결국 추가골의 주인공은 이동국이었다. 32분 골키퍼 선방에 막혀 흘러나온 공을 노리고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무위로 돌린 이동국은 6분 뒤인 38분 이재성이 내준 패스를 벌칙지역 왼쪽에서 잡아 오른발 터닝슈팅으로 결승골을 터트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전북은 후반 42분 FC도쿄의 아베 다쿠마에게 추격골을 내줬지만 기어코 1골 차 승리를 확정했다. 태국 부리람주 I-모바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F조 첫 경기에서는 3년 만의 결승 진출을 노리는 FC서울이 4골을 폭발시킨 이적생 아드리아노의 활약에다 복귀생 데얀, 이석현이 한 골씩을 보태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를 6-0으로 대파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아직 늦지 않았다

    [고전으로 여는 아침] 아직 늦지 않았다

    임진왜란 무렵 경상 감사(한효순으로 추정)가 일본 대마주 태수 도요토미 요시토시(豊臣義智)에게 보낸 답신에 나오는 말입니다. 한반도를 초토화시킨 대전란은 일단락되었지만, 아직 전운이 감돌던 당시, 중국이 나서서 양국의 화친을 추진하는 중이었습니다. 도요토미 요시토시가 보내온 편지 내용은 전란의 책임을 일본 본토와 우리나라에 전가하기에 급급하고, 구구절절 자신들의 무죄를 변명하여, 오직 차후의 불이익을 모면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경상 감사는 질책을 최대한 자제하고 시종 회유하는 말로 일관하다가, 앞의 구절로써 일침을 놓고 글을 맺었습니다. 처음의 실수를 나중에 만회하는 것을 ‘상유지수’(桑楡之收)라고 합니다. 이는 중국 동한 때 풍이(馮異)가 적미(赤眉) 군사를 효산 아래에서 대파하자 광무제가 치하하는 글을 내리기를 “동우에서는 잃었지만 상유에서 거두었다고 할 만하다” 하였다는 고사에서 유래합니다. 동우(東隅)는 동쪽 모퉁이로 해가 뜨는 곳이고, 상유(桑楡)는 뽕나무와 느릅나무로 이들 나무 끝에 서쪽 해가 남아 있다고 하여 해가 지는 곳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동우와 상유는 일로는 처음과 끝이 되고 인생으로는 초년과 노년이 되므로, 옛사람의 글에 다양한 의미로 많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한효순(韓孝純·1543∼1621) 조선 중기의 문신. 자는 면숙(勉叔), 호는 월탄(月灘), 본관은 청주.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왜군을 격파하고 군량을 조달하였다. 통제사 이순신과 함께 수군 강화에 힘썼으며 전선을 만들어 해상 방비에 공을 세웠다. 경상도 관찰사, 순찰사 등을 거쳐 좌의정에 이르렀다. 오세옥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 ●보다 상세한 내용은 한국고전번역원 홈페이지(www.itkc.or.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 [新국토기행] 충남 태안군

    [新국토기행] 충남 태안군

    충남 태안군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해수욕장이 있다. 안면도 두여해수욕장 등 운영을 하지 않는 두 곳을 빼고도 30곳에 이른다. 만리포, 꽃지 등 유명 해수욕장이 포진해 있다.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1978년 지정)이 있는 태안은 559.3㎞의 리아스식 해안선이 끝없이 펼쳐진다. 수려한 바다와 기암절벽, 은빛 백사장을 볼 수 있는 해변길만 170㎞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최근 ‘세계의 국립공원’으로 인정해 2007년 12월 7일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로 기름 범벅이 됐던 바다의 생태 가치와 보전 상태가 사고 전처럼 깨끗해졌음을 공식 인정했다. 바다에는 119개의 이름 모를 섬들이 여기저기 박혀 있다. 항·포구가 곳곳에 널려 있고, 안흥항을 중심으로 전국의 낚시꾼들이 몰려드는 ‘낚시 천국’이기도 하다. 철마다 꽃게, 우럭, 대하 등 바다 먹거리가 넘쳐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풍족한 바다 먹거리는 우럭젓국 등 이곳만의 독특한 음식을 만들어 각광을 받고 있다. 게다가 2018년 이후에는 국내 최장의 해저터널과 교량으로 보령 대천항~안면도 영목이 이어져 주민들은 벌써 국내 최고의 해양관광지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볼거리 ●123만 봉사자의 자취 배어 있는 ‘솔향기길’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123만 자원봉사자들이 기름을 닦아 내기 위해 드나들던 길을 둘레길로 만들었다. 그들의 숭고한 자취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해변을 따라 모두 66.9㎞에 걸쳐 뻗어 있고, 여섯 코스로 나뉜다. 10.2㎞ 길이인 1코스는 가로림만 끝자락 만대항에서 출발한다. 가로림만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갯벌이 펼쳐져 있다. 갖가지 수산물이 풍부하다. 1코스는 꾸지나무골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원북면 대기리 갈두천까지 네 개 코스였으나 2013년 안면도 꽃지해수욕장까지 두 개 코스가 더 만들어졌다. 길 이름대로 소나무가 즐비하게 도열한 길을 걸으면서 아름답고 탁 트인 서해를 감상할 수 있다. 길 아래 해변으로 내려가면 갯바위 또는 갯벌이 맞이한다. 기름 사고를 기억하게 하는 희망변화방조제가 있고 용난굴, 구멍바위, 소코뚜레바위 등 신비한 풍경을 전설과 함께 즐길 수 있다. 트레킹 마니아와 가족단위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 자원봉사자도 다시 찾아 되살아난 바다에 환호한다. 정다운 농어촌 풍경과 가까운 항·포구에서 굴과 우럭 등 싱싱한 회를 즐기는 것은 덤이다. 서해안의 대표적 힐링 탐방로다. ●국내 최대 해안 모래언덕 ‘신두리 사구’ 국내 최대 해안 모래언덕이다. 가도 가도 모랫바람이 휘몰아치는 사막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해안선을 따라 길이 3.4㎞, 폭 0.2~1.5㎞ 규모로 있다. 태안반도 북서부 해안인 원북면에 자리잡고 있다. 신두리 사구는 빙하기 이후 1만 5000여년 전부터 서서히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모래가 수북이 쌓여 있다. 바닷바람을 막고 파도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파도를 내쳐 모래를 유실시키는 인공 방파제와 다른 부분이다. 사구가 발달한 해수욕장에서는 해마다 모래를 사다 뿌리는 풍경을 볼 수 없다. 모래 안에 물을 머금어 갖가지 사구 식물이 잘 자라기 때문에 독특한 생태계를 자랑한다. 신두리 사구는 국내 최대 해당화 군락지로 유명하다. 갯완두, 갯방풍 등 희귀한 해안식물들도 자생한다. 이미 다른 데서 보기 힘든 표범장지뱀, 종다리, 맹꽁이, 쇠똥구리, 금개구리 등 희귀 동물도 서식 중이다. 특히 두웅습지는 희귀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신두리는 사구로는 드물게 천연기념물(제431호)로 지정됐다. ●1만 3200여종 식물 천국 ‘천리포수목원’ 국내 첫 민간 수목원이다. 소원면 의항리 62만㎡에 조성된 수목원은 ‘나무와 꽃의 보고(寶庫)’다. 1만 3200여종의 식물이 심어져 있다. ‘귀신 쫓는 나무’로 알려진 호랑가시나무 370여종에 목련 400여종, 동백나무 380여종 등이 있다. 목련 종류는 세계적이다. 2000년 국제수목학회가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했다. 아시아에서 최초였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때에는 국내 수목원 중 유일하게 관광명소로 선정됐다. ‘서해안의 푸른 보석’으로 불리는 수목원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잘 가꿔져 있다. 이 수목원을 만든 사람은 ‘푸른 눈의 한국인’ 고 민병갈(미국명 칼 페리스 밀러·1921~2002)씨다. 미 군정 때인 1945년 통역관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전국을 돌아다닌 끝에 이곳을 골라 50년간 사재를 털어 만들었다. 그의 묘도 이 수목원에 있다. 2009년 4월부터 일반에 개방돼 누구나 아름다운 비경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국보 1호 숭례문 복원 일등공신 ‘안면송’ 안면도를 가로지르면 하늘로 쭉쭉 뻗은 소나무가 끝없이 펼쳐진다. 이른바 ‘안면송(松)’이다. 줄기가 붉은 적송이지만 안면도 것임을 명명해 특별 대접한다. 몸통이 곧게 치솟은 자태가 흡사 빼어난 미인을 연상시킨다. 안면송은 단일 수종으로 500년 넘게 보호를 받으면서 귀하게 쓰였다. 우수한 품질과 장대한 크기로 고려시대부터 궁궐이나 선박용으로 사용됐고, 조선시대 경복궁을 지을 때도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 2008년 불에 탄 국보 1호 숭례문을 복원하는 데도 안면송이 쓰여 그 우수성이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요즘은 솔숲이 피톤치드를 뿜어내 심신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인기다. 안면송이 빼곡한 안면읍 승언리의 자연휴양림은 방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산책로가 있어 그윽한 솔향과 솔바람을 즐기며 걷기에 제격이다. 휴양림과 가까운 꽃지해수욕장 앞에 있는 할미할아비바위도 안면도를 상징하는 것이나 안면송이야말로 어디를 가나 아름다운 바다와 산이 펼쳐진 안면도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대표 주자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구불구불한 서해안 풍경을 한눈에 ‘백화산’ 정상에 오르면 리아스식 서해안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태안의 제1경이다. 산세가 험하지 않지만 유적이 여럿이다. 대표적인 것이 백제 최초의 마애불이라 할 수 있는 국보 307호 태안 마애삼존불이다. 환하게 웃고 있는 서산 마애삼존불과 달리 소박한 미소를 지어 친근한 느낌이다. 게다가 중앙에 본존불을 모시고 있는 일반적인 삼존불의 형식과는 달리 보살상을 가운데 두고 좌우에 불상을 배치한 독특한 형식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삼존불 옆에 태을암이 있다. 호젓한 작은 절이다. 백화산에는 또 흥주사도 있다. 고려 때 창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절 앞에 충청도기념물 제156호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있다. 음기로 가득한 흥주사에 양기를 채워주는 존재로 여겨져 자식 없는 사람이 나무 앞에서 기도하면 아이를 얻는다는 설이 있다. 수령이 900년이 넘는다. 태안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먹거리 ●시원한 맛과 담백한 맛의 조화 ‘게국지’ 김장을 할 때 만들어 온 토속음식이다. 김장한 뒤 남은 배추 겉껍질이나 무, 무청 등에 삭힌 게장 국물을 넣어 숙성시키는 게 핵심이다. 게장은 충남 서해안에서 즐겨 먹던 음식이어서 흔했다. 꽃게에 박하지(돌게), 능쟁이, 황발이(농게) 등 각종 게가 갯벌에 널려 있다. 여기에 황석어젓과 밴댕이젓 등 젓갈을 넣어 버무리기도 한다. 호박, 고춧가루도 넣는다. 그런 다음 항아리에 넣어 발효시키면서 끓여 먹으면 겨울철 별미로 입맛을 크게 북돋운다.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고, 구수하면서 칼칼한 맛도 난다. 갈수록 맛이 진해진다. 짭짜름하면서 개운하다. 자칫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 등을 보충하는 데도 제격인 음식이다. 게국지는 겟국지, 갯국지, 깨꾹지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살림이 어려웠던 시절, 먹고 남은 게장 국물과 시래기조차 아까워 반찬으로 활용했던 게 독특한 음식을 창조했다. 서민 음식이지만 요즘은 안면도 등 태안을 찾는 관광객들이 더 열광한다. ●사골처럼 진한국물의 유혹 ‘우럭젓국’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겨울철로 접어들면 태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우럭젓국이다. 사골처럼 뿌옇게 우러나 담백하면서 개운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우럭은 주로 회가 인기지만 말리면 쫀득쫀득하고 구수하다. 갓 잡은 우럭을 대가리부터 몸통을 모두 갈라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2~3일간 햇볕에 말린다. 이를 태안 육쪽마늘을 넣은 쌀뜨물에 4~5시간 끓인다. 여기에 무, 대파, 청양고추, 두부 등을 넣고 다시 끓이면 완성된다. 맛이 은근하고 구수하다. 끓일수록 짜지지만 깊은 맛에 먹고 나면 속이 개운해져 해장용으로도 그만이다. 최근에는 관광객이 태안에 오면 많이 찾아, 갈수록 전국적인 음식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못 생겨도 속 푸는데는 최고 ‘물메기탕’ 옛날에는 잡자마자 바다에 다시 버려 ‘물텀벙’이라고 불린 물고기로 만든 탕이다. 버릴 때 물메기가 물에 빠지면서 내는 ‘텀벙’ 소리를 붙여 이름을 지었다. 물메기는 생김새가 흉해 어민들한테 생선으로 취급을 받지 못했다. 요즘은 스타 물고기다. 특히 차가운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철로 접어들면 술안주는 물론 해장용으로 인기가 대단하다. 각종 양념을 넣고 끓이지만 송송 썬 김치를 넣고 김칫국처럼 끓이기도 한다. 시원한 맛에 속이 확 풀린다. 비린내와 기름기가 없어 담백한 맛이 난다. 회와 찜으로도 판매한다. 물메기는 쏨뱅이목 꼼치과에 속한다. 물메기는 날씨가 추워지는 입동부터 동지까지가 가장 맛있다. 이때쯤 태안반도 항포구 선창가에 물메기를 풀어내는 배들이 북적인다. 겨울철 항포구와 시장 등에는 물메기탕으로 속을 풀려는 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겨울 되면 더 달콤해지는 ‘호박고구마’ 육질이 호박처럼 노란색을 띤다. ‘꿀 고구마’로 불릴 만큼 당도가 높다. 섬유질과 수분이 많아 소화도 잘된다. 안면도와 남면을 중심으로 태안군 전역에서 재배하고 있다. 서늘한 기후 속에 황토에서 무농약으로 길러 웰빙식품으로 인기다. 가을에 수확하지만 숙성과정을 거쳐 겨울이 되면 맛이 더 좋아지는 특징이 있다. 태안 곳곳에 호박고구마 전용 저온저장 창고가 있어 겨울철 별미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태안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메시·수아레스 ‘7골’ 합작…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대파

    메시·수아레스 ‘7골’ 합작…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대파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에서 열린 국왕컵(Copa del Rey) FC 바르셀로나와 발렌시아 CF 경기에서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의 활활약을 앞세워 발렌시아를 7대 0으로 대파했다.이날 경기에서 메시는 해트트릭을 기록했으며 수아레스는 모두 4골을 넣는 기염을 토했다.ⓒ AFPBBNews=News1/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현회의 축구싶냐] “일본은 야구나 하라” 24년 전 통쾌한 기억

    [김현회의 축구싶냐] “일본은 야구나 하라” 24년 전 통쾌한 기억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마침내 '8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세계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을 겸해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는 2016 AFC U-23 챔피언십에 출전 중인 한국은 4강에서 카타르를 3-1로 이기고 감격적인 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다가올 결승 상대가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 되는 일본이기 때문이다. 운명의 한일전을 앞두고 24년 전 통쾌했던 그 순간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는 건 어떨까. 한국의 이번 경기 필승을 바라면서 시간을 24년 전인 1992년으로 되돌려 보려 한다. 모든 게 불리했던 1992년 아시아 예선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한국 축구는 단 한 번도 자력으로 올림픽 본선 무대에 나서지 못했다. 안방에서 열린 1988년 서울올림픽에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출전했을 뿐 유독 올림픽 무대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래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을 준비하는 한국 축구의 각오는 비장했다. 1964년 이후 28년 만에 자력으로 올림픽 본선 무대에 진출하자는 열망이 강했다. 바이에른 뮌헨과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 등을 이끌었던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명장 디트마르 크라머 감독을 모셔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크라머 감독과 함께 칼브 체력 담당 코치, 보버 물리치료사에게만 무려 5억 원 가까운 돈을 지불하며 올림픽 본선 진출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다. 크라머를 총감독으로 내세우고 감독에 김삼락, 코치에 김호곤을 선임하며 동서양 축구를 접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28년 만의 올림픽 본선 자력 진출은 쉽지 않았다. 아시아 최종예선 시작 직전 188cm의 장신 공격수 정우영이 부상을 당해 엔트리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해 쿠웨이트와 바레인, 카타르, 중국, 일본 등 6개국이 풀리그를 치러 상위 세 팀에 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이 돌아가는 방식이었지만 중동 심판이 대거 배정되는 등 분위기도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렇게 크라머 총감독과 김삼락 감독이 이끄는 한국 선수들은 1992년 1월 13일 격전지인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그런데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한국은 황당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국의 첫 경기 상대인 쿠웨이트 주축 미드필더 파와즈 알 아마드가 아시아 1차예선 인도와의 경기에서 폭력적인 행동으로 무기한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당한 상황이었는데 아시아축구연맹(AFC)이 돌연 알 아마드의 징계를 풀어 버렸기 때문이다. 한국 측에서 항의를 하자 돌아오는 답은 이러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결정 사항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팀들이 “공식 문서를 보여달라”고 하자 “조만간 증빙 자료를 보여주겠다”고 핑계를 댈 뿐이었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오일 머니'의 위력을 새삼 절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알 아마드와 함께 1차 예선에서 경고 누적으로 최종 예선 첫 경기 결장이 불가피했던 바레인 주축 수비수 라작 아바스도 흐지부지 징계가 풀려 동아시아팀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중동의 ‘오일 머니’가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심만 할 수 있었을 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알 아마드가 결장한다고 믿고 그에 대해 대비를 전혀 하지 못했던 한국으로서는 발등이 불이 떨어진 셈이었다. 이임생과 이문석 등 수비수들은 알 아마드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가 부랴부랴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했다. 일본 감독의 도발에 자존심 상한 한국올림픽을 향한 다른 팀들의 열망도 우리에겐 큰 부담이었다. 카타르는 브라질 출신 감독을 선임한 뒤 무려 7년 동안 조직력을 키워왔고 중국은 1차예선에서 51득점 1실점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내며 막강 전력을 뽐냈다. 이에 반해 한국은 1990년 12월 팀을 구성해 13개월간 조직력을 맞춘 게 전부였다. 한국은 33차례 평가전을 치러 23승 3무 7패 85득점 22실점의 좋은 성적을 냈지만 이는 필리핀 등 약체들과의 승부가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크라머 총감독을 비롯한 독일인 코치진과 김삼락 감독 등 한국인 코치진들 사이의 불화도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전승, 혹은 3승 2무로 올림픽에 가겠다”고 장담했다. 한국의 첫 상대 쿠웨이트와는 역대 전적에서 6승 3무 6패의 호각세를 유지하고 있어 부담은 더 컸다. 더군다나 쿠웨이트는 걸프전이 발발하자 선수들을 영국에서 소집해 6개월 동안 합숙훈련을 하며 매주 두 경기씩을 치러 프로팀 이상의 조직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최종예선 바로 직전 10만 달러를 들여 노르웨이를 말레이시아로 초청해 평가전을 치르는 등 ‘오일 머니’를 앞세워 본선 진출에 대한 야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모든 면에서 한국은 불리했고 심지어 여기에 ‘에이스’인 서정원(고려대)은 발등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도 아니었다. 28년 만에 자력으로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1992년 1월 18일 쿠웨이트와의 대망의 첫 경기가 열렸다. 하지만 전승을 노리던 한국은 전반 10분 만에 알리에게 선취골을 허용하고 말았고 이후 파상 공세를 펼치며 추격에 나서 전반 30분 노정윤(고려대)이 통렬한 동점골을 뽑아냈다. 서정원이 헤딩으로 연결한 슈팅이 골키퍼를 맞고 흐르자 노정윤이 이를 다시 골문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6분 최악의 순간을 맞게 됐다. 이임생(고려대)이 거친 플레이로 퇴장을 당한 것이다. 10명으로 싸우게 된 한국은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고 여기에 조정현(대구대) 또한 부상으로 교체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1차예선에서 경고를 받았던 김귀화(대우)도 이날 경기에서 경고를 받아 다음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심지어 이임생은 다이렉트 퇴장으로 세 경기 출장 정지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결국 한국은 쿠웨이트와의 첫 경기에서 1-1 무승부에 그치고 말았다. 오히려 후반 막판 쿠웨이트가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공세를 취하지 못한 게 다행일 정도였다. 사흘 뒤 열린 바레인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 노정윤의 결승골에 힘입어 가까스로 1-0 승리를 따냈지만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였다. 두 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노정윤은 후반 30분 만에 근육 경련을 일으키며 김기남(중앙대)과 교체되기도 했다. 이 모습을 본 일본 요코하마 감독은 이런 말로 한국에 도발했다. “붉은 유니폼은 분명 한국의 것인데 그 안의 선수들은 한국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일본 감독의 도발에 한국은 치욕을 느꼈지만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카타르전 충격패, 그리고 운명의 한일전일본 감독의 도발에 자존심이 바닥까지 떨어진 한국은 세 번째 경기에서는 완전히 추락하고 말았다. 경기 전부터 한국팀의 조직력은 이미 깨져 있었다. 발등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던 서정원의 투입을 놓고 김삼락 감독을 비롯한 한국인 코치들과 크라머 총감독을 비롯한 독일인 코치진들의 의견이 대립했기 때문이다. 1승 1무를 기록하며 위기에 놓인 한국은 세 번째 경기인 카타르전에서 부상 중인 서정원을 무리하게 투입해 곽경근(고려대)과의 투톱을 형성했지만 점유율을 카타르에 완벽히 내주며 농락당했고 결국 전반 39분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파헤드의 슛이 수비를 맞고 하르자 이를 무바라크가 가볍게 골로 연결한 것이었다. 후반 2분 카타르는 압둘라가 퇴장 당했지만 이후 강력한 수비를 앞세워 이 골을 지켜냈고 한국은 결국 0-1로 카타르에게 패하고 말았다. 충격적인 패배였다. 1985년 이후 네 차례 경기에서 카타르를 상대로 3승 1무의 절대 우위를 점하던 한국이 7년 만에 카타르에 패했기 때문이다.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해 10억 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고 여기에 독일인 지도자 영입에만 5억 원 가까운 돈을 썼던 한국으로서는 비난을 피할 수가 없었다. 한국인 지도자들과 독일인 지도자들의 갈등도 점화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걱정은 28년 만의 올림픽 본선 자력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이었다. 1승 1무 1패를 기록한 한국은 다음 경기에서 패하면 무조건 탈락하는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됐다. 그런데 다음 상대는 하필 일본이었다. 일본 역시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이후 무려 24년 만의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었는데 한국과 일본이 운명의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된 셈이었다. 당시 세 경기를 마친 상황에서 카타르가 3전 전승을 기록 중이었고 중국이 2승 1패로 그 뒤를 따랐다.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1승 1무 1패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한국은 골득실에서 일본에 크게 뒤져 있는 상황이었다. 일본이 바레인을 6-1로 대파하며 골득실에서 +4를 유지하고 있었던 반면 한국의 골득실은 0이었다. 한국이 일본에 지면 무조건 탈락이었고 비길 경우에도 상황이 극도로 불리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은 중국을 상대하는 반면 일본은 이미 사실상 본선 진출 티켓을 따낸 카타르와 경기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카타르가 일본전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은 일본전에서 무조건 이겨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미 노정윤의 근육 경련을 보고 한 번 한국에 도발했던 일본 요코하마 감독은 한국전을 앞두고도 독설을 쏟아냈다. “일본이 올림픽 본선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도야 잡아야 되지 않겠느냐. 후반전에만 들어가면 발이 굳어버리는 한국을 이겨 대성공을 거두겠다. 한국은 이제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각종 악재가 겹친 한국팀을 흔드는 심리전의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이 발언은 오히려 한국 선수들을 자극했다. 김삼락 감독은 일본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일본에 이기지 못하면 감독직이고 뭐고 축구계를 떠나겠다. 무조건 이긴다.” 1960년대 일본 대표팀을 지도해 한일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크라머 총감독도 이번에는 한발 물러섰다. 작전과 선수 기용 등 전권을 김삼락 감독에게 위임한 것이다. “김삼락 감독이 한국인의 정신력만 일깨워 준다면 틀림없이 한국이 이길 것이다.” 김삼락 감독의 통쾌한 한마디, “일본은 야구나 하라”28년 만에 자력으로 올림픽 본선 진출을 꿈꾸는 한국과 24년 만의 올림픽 본선 티켓을 노리는 일본이 하필이면 이 운명의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여기에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긁어내린 일본 감독의 발언 때문에 이 한일전은 그 어떤 한일전보다도 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한국은 고민 끝에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 서정원을 선발 명단에서 빼고 김인완(경희대)과 곽경근 투톱을 내세우기로 했다. 김삼락 감독의 모험이었다. 일본은 바레인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미우라 후미다케를 비롯해 지노 타키유 등 정예 멤버를 총출동시켰다. 김삼락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이런 말을 하며 한 번 더 각오를 다졌다. “일본을 이기지 못하고 올림픽에 나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1992년 1월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메르데카 국립경기장에서 마침내 운명의 한일전이 펼쳐졌다. 하지만 무승부만 거둬도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놓이는 일본은 경기가 시작되자 탄탄한 수비를 앞세워 골문을 틀어 막았다. 한국 입장에서는 답답한 경기였다. 전반 5분 만에 김인완이 날린 슈팅이 상대 수비를 맞고 골문 밖으로 흘러가는 등 여러 차례 슈팅을 시도하고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하면서 시간을 점점 흘러갔다. 후반 들어서도 한국은 총공세를 펼쳤지만 일본의 수비에 모두 막히고 말았다. 후반 13분에는 노정윤이 날린 슈팅이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고 후반 17분 김병수의 슈팅 또한 골문을 살짝 빗나가고 말았다. 이렇게 시간은 점점 90분을 향해 갔다. 한국이 원치 않는 무승부로 흘러가는 분위기였다. 경기장의 선수들과 김삼락 감독, 관중은 물론 텔레비전을 통해 이 모습을 지켜본 모든 이들 역시 다들 시계만 들여다보고 있던 그 순간, 믿기지 않는 장면이 연출됐다. 후반 44분 왼쪽 코너 부근에서 김귀화가 올린 공을 이문석(인천대)이 헤딩으로 연결하자 김병수가 침착하게 왼발슛으로 일본 골문을 가른 것이다. 극적인 결승골이었다. 일본 감독에 따르면 “후반전에만 들어가면 발이 굳어버린다는 한국”이 후반 막판 드라마를 쓴 것이다. 김병수는 완호하며 동료들과 부둥켜 안았고 일본 선수들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올림픽 본선 진출을 놓고 벌인 운명의 한일전에서 한국이 일본을 1-0으로 짜릿하게 꺾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순간이었다. 당시 승리는 승점 2점, 무승부는 승점 1점이었는데 일본이 한국에 지면서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둬도 승점이 5점밖에 되지 않아 사실상 탈락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김삼락 감독은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 경기 전부터 한국을 향해 연이어 도발을 해온 일본 감독에 대한 응수였다. “정신력의 승리였습니다. 일본 요코하마 감독이 한국을 종이호랑이로 혹평한 데 대해 실력으로 한국 축구의 우월성을 다시 입증해 통쾌합니다. 선수들에게 오늘 일본에만은 절대 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고 저 역시 일본에 지면 축구계를 떠난다는 비장한 각오로 임했습니다. 일본은 축구를 그만두고 인기 있는 야구나 하는 게 좋겠네요. ” 이 장면은 전파를 타고 그대로 안방에 있는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일본 감독의 도발을 실력으로 이겨냈고 통쾌한 말로 한 번 더 이기는 순간이었다. 일본을 잡고 기사회생한 한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중국을 3-1로 제압하고 마침내 28년 만의 올림픽 본선 자력 진출의 꿈을 이뤄냈다. 한일전의 역사는 내일도 계속된다한국 선수들에 대한 전국적인 성원도 이어졌다.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성과도 성과지만 수 차례 도발한 일본을, 그것도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그것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 결승골을 넣어 이겼다는 게 너무나도 통쾌했기 때문이다. 1992년 2월 1일 서울역 측은 설날을 앞두고 올림픽 대표 선수들이 미리 기차표를 예매하지 못한 고향에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급하게 열차 표 6장을 대한축구협회 측에 보내기도 했다.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 자동 출전한 이후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며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자력으로 진출하는 등 이번 2016 리우올림픽까지 무려 8회 연속 출전하는 세계 최초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물론 이 역사적인 기록의 시작은 바로 한일전 김병수의 짜릿한 결승골부터였고 “일본은 야구나 하라”던 김삼락 감독의 통쾌한 발언부터였다. 이제 한국은 내일(30일) 일본과 2016 리우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겸한 2016 AFC U-23 챔피언십 결승을 치른다. 이미 올림픽 출전을 확정지은 상황이지만 일본과의 자존심 싸움은 여전하다. 24년 전 이때쯤 열린 한일전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통쾌한 발언까지 쏟아냈던 좋은 기억을 되살려 또 한 번 멋진 승리가 우리와 함께 하길 응원한다. 또한 1992년 당시 김삼락 감독과 함께 했던 선수 중 한 명이었던 신태용은 이번 올림픽 대표팀의 수장이 돼 다시 일본을 만나게 됐다. 신태용 감독 또한 일본전을 앞두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일본에는 개인적으로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다.” 과거 그의 발언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K리그 MVP를 수상하고 J리그에 거액의 이적 제안을 받았던 그는 제안을 거절하면서 이런 말을 하기도 했었다. “K리그 MVP는 J리그에 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번 한일전을 앞두고 황희찬(잘츠부르크)이 “위안부 이야기를 접했다. 일본전은 무조건 이기고 싶다”고 밝히자 일본 측에서 “한국이 또 다시 정치적인 문제를 들먹이고 있다. 미개하다”고 응수할 만큼 한국과 일본의 자존심 싸움은 팽팽하다. 통쾌했던 24년 전 그 말을 새기면서 이번에도 한국 축구가 일본 축구를 꼭 이겨줬으면 한다. “일본은 축구 그만두고 야구나 하라. 아, 그런데 야구도 우리가 이겨버렸네.” 축구 칼럼니스트 김현회 footballavenue@nate.com 사진=대한축구협회
  • 올랑드 난민 정책에 반기든 죄

    올랑드 난민 정책에 반기든 죄

    크리스티안 토비라 프랑스 법무장관이 이중국적 테러범의 프랑스 국적 박탈을 추진하는 법안을 놓고 대통령 등 지도층과 갈등을 빚어오다 27일(현지시간) 끝내 사임했다. 흑인 여성으로 2013년 동성결혼법을 관철시킨 좌파인 토비라 전 장관은 트위터에 “어떤 때는 저항하기 위해 남아야 하고, 어떤 때는 저항하기 위해 떠나야 한다”는 짧은 글을 남겼다. 그동안 우파와 가톨릭 등 보수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소수자 인권 보호에 앞장서 온 토비라 전 장관의 퇴장은 프랑스 사회에 만연한 반난민 정서를 대변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11월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130명이 사망하면서 관용 노선에서 일탈해 왔다. AP 등 외신들은 이날 엘리제궁(대통령궁)의 성명을 인용, 토비라 전 장관의 사표가 수리됐다고 보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사표 제출과 함께 이를 처리했다. 토비라 전 장관은 올랑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IS의 파리 테러 이후 추진해온 테러범에 대한 국적 박탈 시도를 완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마뉘엘 발스 총리와도 알력을 빚어왔다. 프랑스 정치권은 파리 테러 이후 테러범 국적 박탈안을 놓고 양분돼 왔다. 이는 헌법의 일부 개정이 요구될 만큼 중대한 사안이었고, 하원은 조만간 토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보수파와 극우파는 전폭적으로 새 개헌안을 지지하고 있다. 새 개헌안은 프랑스 국민이 테러로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으면 이중 국적자에 한해 프랑스 국적을 박탈하도록 했다. 여론 조사 결과, 국민의 80~85%가 찬성할 만큼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토비라 장관을 비롯한 사회당 내 반대파는 이 법안이 집권 세력이 반대 세력을 손쉽게 제거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또 이민자를 겨냥한 조치로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프랑스 단일 국적만 있으면 영향을 받지 않지만 알제리, 모로코 등 이중 국적을 지닌 북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은 프랑스 국적을 박탈당하게 된다. 프랑스에는 이 같은 복수 국적자가 350만명에 이른다. 토비라 전 장관은 올랑드 정부가 출범한 2012년 5월부터 3년 반 넘게 법무장관으로 재임해 왔다. 국민전선(FN) 등 극우파는 한때 프랑스령 기아나 출신인 그를 원숭이와 비교하며 인종 차별을 자행하기도 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프로농구] 53일 만에… 오리온 단독 선두로

    오리온이 상승세의 kt를 제물로 53일 만에 단독 선두에 올랐다. 오리온은 26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자신의 개인 최다 득점(23점)을 기록한 장재석의 맹활약을 앞세워 kt를 91-69로 대파했다. 3연승을 달린 오리온(29승15패)은 공동 선두였던 모비스를 밀어내고 지난해 12월 4일 이후 53일 만에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시즌 첫 3연승을 노렸던 kt(18승26패)는 이날 패배로 6위 동부와의 승차가 5경기로 벌어졌다. 이날 오리온은 초반부터 상대를 몰아붙였다. 1쿼터에서 제스퍼 존슨의 13득점과 장재석의 9점을 묶어 7개의 실책을 저지른 kt에 29-11로 크게 앞서갔다. 2쿼터에서도 오리온은 kt 최창진과 코트니 심스에게 각각 8점과 7점을 허용했지만 주전들의 고른 활약으로 48-32로 앞서며 전반을 마쳤다. 오리온은 3쿼터 들어 조 잭슨의 활약으로 4분 30여초를 남기고 65-40, 25점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오리온은 이후 kt 조성민의 슛이 터지면서 3쿼터 막판 71-57까지 쫓기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장재석이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벨소리와 함께 하프라인을 넘어 던진 버저비터가 꽂히면서 한숨을 돌렸다. 74-57로 4쿼터를 맞은 오리온은 조 잭슨의 연속 득점과 문태종의 3점슛이 폭발하면서 6분을 남기지 않고 85-59까지 달아나며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오리온은 장재석 외에 존슨(24점)과 잭슨(16점), 문태종(17점) 등이 고른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도왔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시래기와 우거지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시래기와 우거지

    식재료를 고를 때 보통 싱싱한 것에 먼저 손이 가는데, 때론 바싹 말라서 축 처진 것이 더 건강하고 맛있는 것일 수도 있다. 흔하고 하찮아서 그대로 버려지기도 하지만 사실 놀라운 효능을 지닌 경우가 있다. 시래기와 우거지가 여기에 들어맞는다. 겨울에 시래기와 우거지의 ‘반전’이 시작된다. 시래기는 무청이나 배추 잎 말린 것을 일컫지만 일반적으론 무청을 새끼 등에 엮어 처마 밑에서 말린 것을 말한다. 강원 양구처럼 겨우내 일교차가 큰 지역의 것이 더 맛있고 몸에 좋다고 한다. 한창 맛이 든 겨울 무를 밭에서 뽑으면 몸통은 김장용으로 쓰고, 이파리는 버려지곤 한다. 그렇게 하찮아서 “시래기죽도 못 먹은~”이라는 말도 있을 것이다. ●“시래기 끓인 물 공복에 먹으면 약” 하지만 이 이파리는 한겨울에 요긴한 식재료로 쓰일 수 있다. 채소가 귀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우리 어머니들은 무엇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았다. 시래기의 어원이 고대 실담어의 ‘실라게’(silage·생목초)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있기는 한데 확실하진 않다. 무청을 햇볕에 말리면 무기질과 단백질, 황산화 물질 등이 최대 30배나 증가한다고 한다. 또 비타민D와 식이섬유는 대장 질환과 해독 작용에 좋다. 수용성이기 때문에 시래기를 끓인 국물은 쭉 들이켜는 게 현명한 일이다. 시래기 끓인 물을 공복에 먹으면 약이라는 말도 있다. 다만 칼륨이 많기 때문에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조심해야 한다. 시래깃국은 시래기에 된장을 풀어 잘게 썬 소고기와 조개 등을 넣고 푹 끓인 국이다. 마른 시래기를 삶아 찬물에 우렸다가 잘 짜낸 뒤 된장에 나물 버무리듯 조물조물 무친다. 버무릴 땐 들기름이 궁합에 맞는다. 육수는 멸치와 다시마 등으로 미리 만들어 둔다. 국을 밥상에 내갈 때 들깻가루를 뿌리면 고소한 맛이 더한다. 시래기죽은 먹을 게 궁할 때 끼니를 때우던 음식이었지만, 지금에 와선 입맛이 없을 때 먹는 별미다. 고등어찜에도 시래기가 제격이다. 구수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입맛을 돋우고 고등어의 비릿한 맛도 잡아 준다. ●감자탕·돼지국밥과 어울리는 우거지 우거지는 김장을 담그며 배추의 시들고 지저분한 겉 이파리를 떼어낸 것이다. 그대로 버리면 쓰레기일 뿐이다. 우거지라는 우리말도 ‘웃+것’, ‘웃거지’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어머니들은 배추를 염장한 물에 이파리를 깨끗이 씻어 꾹 짠 뒤 다시 소금을 뿌려 항아리에 보관했다. 쌀겨를 함께 넣어 발효를 돕는다. 숙성된 우거지에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칼슘 등이 많아 겨울철 수축된 혈관의 콜레스테롤 제거에 도움을 준다. 나이 든 어르신들에게 좋다. 우거지는 감자탕, 갈비탕, 돼지국밥 등 푹 끓인 탕이나 국 요리와 잘 어울린다. 들깻가루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우거지갈비된장국은 우거지를 깨끗이 다듬어 끓인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다시 푹 삶은 뒤 찬물에 여러 차례 헹궈 물기를 짠다. 우거지는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끓여야 더 맛있다. 소갈비는 찬물에 담갔다가 살짝 익힌 뒤 다시 찬물에 담가 뼛가루와 불순물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 대파와 마늘 등을 넣고 끓인 물에 갈비를 넣었다가 빼내서 육수를 만든다. 육수와 갈비, 우거지가 만나 맛있는 겨울 보양식이 된다. 세상에 하찮게 여길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생명의 소중함이 새삼스럽다. kkwoo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