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서울·부산시장 무공천’ 말바꾸기 묻자 “아주 난감하네”
“난처하다” 이재명 입장 표명 주저이재명 경기지사가 23일 더불어민주당 출신 지방자치단체장의 성범죄 문제로 공석이 된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민주당이 후보를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번복했다는 지적에 대해 “아주 난감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경기도가 주최한 소재·부품·장비 토론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도지사인데, 도 행정을 말하고 싶은데 정치 이야기를 물어봐서 아주 난감하다”면서 “난처하다”고 밝혔다.
이재명 20일 “장사꾼도 신뢰 중요한데공당 약속 지켜야…공천 안 하는게 맞다”
박원순·오거돈 성범죄 혐의에 “중대 비리 아니라고 할 수 없다”이후 이해찬 李에 불만 토로하자 이틀 만에 “무공천 주장한 바 없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20일 내년 4월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등에 출현해 “당헌·당규에 ‘중대한 비리 혐의로 이렇게 될 경우 공천하지 않겠다’고 써놨다”면서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민주당이)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면서 “(당헌·당규에 있으면) 지켜야 한다. 이걸(성범죄를) 중대 비리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해 물러난 데 이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 자리에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장사꾼도 신뢰가 중요하다”면서 “공당이 문서로 규정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같은 날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금 (공천에 대해) 얘기할 필요가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고, 이 지사는 22일 “무공천을 주장한 바가 없다”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취했다. ‘무공천’ 언급 보도들에 대해서는 ‘오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지사는 “민주당의 서울시장·부산시장 공천 여부를 놓고 많은 논란과 제 입장에 대한 오보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 한 사람이자 민주당의 책임 있는 당원으로서 의견을 말한 것일 뿐 이를 주장하고 관철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의사가 없다”면서 “그것은 당원 의견 수렴을 통해 당 지도부가 결정할 일이고 저는 당원의 한 사람으로 투표에 참여할 뿐”이라고 해명했다.“국민에 당당한 말씀” 李 칭찬했던 주호영 “李, 이틀 만에 말 바꾸기 신뢰 땅에 떨어져”
이에 대해 이 지사의 발언을 “정말로 옳은 말씀. 국민에게 당당한 말씀”이라고 칭찬했던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이 지사가 무공천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꾸자 “이 시간부로 칭찬을 취소한다”면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세게 나무라니까 꼬리를 내린 것 같다”며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지사) 본인 말대로 장사꾼도 신뢰를 지키기 위해 손해를 본다”면서 “불과 이틀 만에 말을 바꾸니 이 지사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질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지사를 겨냥해 “이틀 만에 정치적 이익을 위해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을 바꿨다”면서 “국민을 바보로 아느냐. 그럼 우린 환청을 들은 거냐”고 비판했다. 李, 행정수도 이전에 적극 찬성“盧 추진, 상당수가 동의한 일”
한편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 이낙연 의원과 격차를 좁히고 있는 데 대해 “지금 지지율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면서 “하던 일, 경기도정을 열심히 하려 한다”고 말했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하던 일이기도 하고 국민 대다수가, 상당수가 동의하는 일”이라면서 “행정수도 이전이 어려우면 제2 행정수도 형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 지사는 21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행정수도 이전은 바람직하다. 헌법에 명시돼 있지도 않은 관습 헌법이라는 이유로 (이전이) 저지된 것을 안타깝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도권 집중은 우리나라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국토 균형 발전과 자치분권 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깊이 한번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으로 행정·경제수도가 분리된 곳이 많고, 특히 우리나라는 수도권 일극화 문제 때문에 심각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수도권 지자체장이면서 행정수도 이전을 찬성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다른 지역의 해를 끼쳐서까지 경기도의 이익을 추구해선 안 된다”면서 “균형 발전은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기도가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