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 딜레마
정부가 3월6일 대통령 발의를 목표로 개헌안 조문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맞추기’라는 딜레마에 빠졌다.
대통령 4년 연임을 담은 원포인트 개헌인 만큼 작업이 비교적 간단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막상 임기를 맞추려다 보니 여러가지 변수 요인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개헌추진지원단도 현재 이 문제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단 실무지원반장인 이병진 국무조정실 기획차장은 8일 “개헌추진지원단 2차회의에서 4년 연임조항 표현 문제 등은 실무적으로 마무리지었다.”며 “3차회의부터는 임기를 일치시키는 문제에 몰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장은 “어느쪽 임기를 줄이거나 늘려야 할지, 궐위시엔 어떻게 임기를 맞추어야 할지 등을 집중 논의할 것”이라며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첫째, 개정 헌법에 따른 첫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춰야 한다. 현재 대통령 임기는 2월에, 국회의원 임기는 5월에 시작되는 만큼 이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임기가 보장돼야 하므로 적용대상에서 빠진다. 즉, 올 12월 선거에서 뽑히는 대통령과 내년 4월 총선에서 선출되는 국회의원부터 적용해야 한다.
먼저 대통령 임기를 3개월 늘리는 방안이다. 즉, 개헌안에 의한 첫 대통령의 임기를 4년3개월로 하는 것. 또다른 선택은 국회의원의 임기를 3개월 줄이는 방식이다. 그러면 내년에 뽑히는 국회의원 임기는 4년이 아닌 3년9개월이 된다.
둘만을 본다면 첫번째 방안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정부측은 보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임기를 줄이는 방안에 협조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대통령이 궐위될 경우에 있다. 새 대통령을 선출할 경우, 국회의원 임기와 어떻게 맞추어야 하는지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만일 잔여 임기가 6개월 이내라면 대행체제로 가면 무방하므로 별다른 문제가 없다. 국무총리가 대행으로서 잔여임기를 채우면 된다. 그러나 그 이상 남았을 경우 매우 복잡해진다.
만일 새 대통령에게 전임 대통령의 잔여 임기만 보장한다면 수개월에서 4년까지 다양한 임기의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 이를테면 7개월 또는 2년,3년 등 임기의 대통령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궐위로 인해 새로 뽑힌 대통령에게 잔여 임기를 ‘덤’으로 주기도 어렵다. 그렇게 되면 5년,6년,7년 임기 대통령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진 차장은 “선거로 인한 낭비적 요소를 줄이기 위해 대행체제나 국회 간선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잔여임기가 짧을 경우다.1년 이상 길어진다면 이 방법도 사실상 어렵다.
추진단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동시선거의 장·단점을 놓고도 숙의를 거듭하고 있다. 임기 맞추기에 실패할 경우 동시선거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경우엔 노무현 대통령이 ‘20년간 없는 기회’라며 개헌을 강행하는 명분이 무산된다. 정부가 어떤 묘수를 찾아낼지 주목된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