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장관 “공직자 직권남용·기업 배임 수사 유의해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9일 공직자의 직권남용 범죄와 기업의 배임 수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침을 대검찰청을 통해 전달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공직수행과 기업활동 과정에서 ‘적극적이고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강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법무부는 이날 대검찰청에 ‘공직수행과 기업활동 과정에서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건 수사 및 처리 시 유의사항 지시’를 전달하며 “공직자, 기업인 등 사건 관계인의 진술을 충분히 경청하고, 축적된 판례에 비춰 관련 증거와 법리를 면밀하게 판단하라”고 밝혔다.
또 “고발 등 수사단서 자체로 범죄 불성립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속히 사건을 종결하는 등 공직수행 및 기업활동 과정에서의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 충실히 보장될 수 있도록 유의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최근 공직수행 과정에서 이뤄진 정책적 판단을 사후에 엄격히 평가해 직권남용죄로 의율하거나, 기업 경영상 시행된 전략적 결정을 사후에 광범위하게 배임죄로 수사·기소하는 행태에 대한 부작용으로 “공직 및 기업사회 내 위험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지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공무원들의 소극적 행정을 유발해 국민을 위한 창의적 업무 구현을 가로막을 수 있고, 기업 측면에서는 위험회피 심리에 따른 경영위축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지난 24일 국회, 법무부 등과 협의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과도한 직권남용 수사가 공무원들이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문화를 가로막고 있다며 공직사회 개편 5가지 주요 과제를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직권남용죄 신중 수사’가 포함됐다.
기업 배임죄 수사 자제 역시 여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주주권 강화’ 상법 개정 과정에서 경제계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기업 배임죄 삭제’가 논의되고 있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규정하고,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은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후 여당은 재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소송 남발’ 등 우려를 보완하기 위해 배임죄 완화 등을 위한 개정안을 발의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상정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