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대통령선거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 폐쇄회로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 눈동자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 팝핀현준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 복기왕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143
  • [열린세상] 백가쟁명과 백화제방/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열린세상] 백가쟁명과 백화제방/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백가쟁명과 백화제방은 뉘앙스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백가쟁명은 많은 사람의 활발한 논쟁을 말하는데 ‘싸울 쟁’(爭)자와 ‘울 명’(鳴)자가 들어 있어서 그런지 혼란, 혼선, 갈등을 내포한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도 있다. 한 예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인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며칠 전 “우리 당이 각종 정책을 둘러싸고 백가쟁명식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라며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정책을 무절제하게 남발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백가쟁명에 비해 백화제방은 좀 더 좋은 뉘앙스로 다가온다. 온갖 꽃이 일시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광경이 연상되어 그런지, 다채로운 입장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함께 성(盛)하는 의미로 쓰인다. 그러나 뉘앙스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치에서 백가쟁명과 백화제방은 같은 의미일 수밖에 없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지닌 정치인들이 처음부터 조화롭게 자기 생각을 펼치고 상대방 생각을 인정하며 상생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일단 각자 생각을 적극 밝히고 경청하며 대화의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충돌과 혼선이 점차 줄고 상호 존중과 협력적 공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정치에서 조화로운 백화제방만 올 수는 없고 다소 시끄러울 수도 있는 백가쟁명이 필연적 선행조건 혹은 동시조건으로 함께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1950년대 이래 중국에서 다원적 개방정책을 지칭할 때 백가쟁명과 백화제방을 나란히 병기(倂記)해온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최근 한국정치의 모습은 정 국회부의장의 표현처럼 백가쟁명이라 하겠다. 특히 당내에서 그런 상황이 두드러진다. 한나라당의 경우, 재·보선 패배 이후 비상대책위원장과 새 원내대표가 임시로 이끄는 과도기를 맞아 각종 새로운 입장과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 현 대통령 임기가 이제 1년 반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여러 이견 표출의 한 원인일 것이다. 친 박근혜계, 구주류, 신주류, 중도소장파 등 소집단 분화가 가속되고 몇몇 잠재적 대선주자들도 각기 존재를 내세우려 경쟁하는 가운데 기조 고수니, 변화 모색이니, 좌 클릭이니, 정체성 강화니, 새로운 유권자층 껴안기니 등등 의견 대립과 상호 비난이 일어나고 있다. 민주당도 한나라당만큼의 내분은 아닐지라도 손학규 대표의 위상이 높아지는 변화 속에서 당 기조에 대한 정중동(靜中動)의 입장 대결이 진행되고 있다. 자유선진당도 이회창 대표가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이후 다양한 내부 이견으로 시끌시끌하다. 정부에 대한 지지도 하락의 반대급부로 구(舊) 친(親)노무현 진영의 사기가 오르는 가운데 국민참여당과 그 밖의 친노 인사들 간에도 상충되는 다양한 입장이 타진되고 있다.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의 당내 논쟁이 이미 예전부터 치열했음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각 정당의 내부 백가쟁명은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가 반년의 시차로 연이어 실시되는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다. 국회의원선거 공천을 둘러싸고, 또한 대선후보 경선을 두고 각종 계파·모임·개인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첨예하게 부딪칠 것은 자명하다. 여기에 정당 간 대립까지 더욱 격화된 상태로 가세할 것이니 백가쟁명의 정도는 그 깊이와 넓이에서 극대화될 것이다. 당 지도부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선거후보 결정이 있을 때마다, 임기 말이 다가올수록 더욱 그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개탄만 할 수는 없다.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잘 가꿔 다채로움이 균형과 조화 속에 어우러지는 백화제방이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 물론 그 실행방법이 쉽게 착 나올 리 없지만, 인간사회에서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이견의 존재에 짜증을 내기보다는 백가가 쟁명해야 백화가 제방할 수 있다는 마음 자세를 우선 갖는 것이 필요하다. 선거 승리를 꾀하는 전략적 판단이든, 사회 전체를 위한 국정운영 및 정책결정이든 간에 온갖 다양한 생각이 활발하게 표현되고 서로 부딪쳐야만 더욱 성숙, 발전할 수 있고 함께 어우러지며 보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이러한 대명제를 당위적 수사 차원뿐 아니라 현실적 조언으로 존중, 실천하는 정치 풍토를 기대해 본다.
  • [與野 정책위의장에게 듣는다] “당내 노선투쟁? 민생·서민정책 말하는데 이념은 무슨…”

    [與野 정책위의장에게 듣는다] “당내 노선투쟁? 민생·서민정책 말하는데 이념은 무슨…”

    ●대학등록금 부담 경감이 목표 →‘반값 등록금’ 정책의 추진 배경은. -황우여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화두를 던지기 이전에 한나라당은 2006년부터 반값 등록금이라는 이름으로 등록금 완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특히 국가 장학금 제도를 확충해 왔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900억원 수준이던 국가 장학금이 현재는 5300억원 규모로 늘었다. 그리고 든든학자금 대출제(취업 후 학자금상환제)도 공부는 하고 싶은데 돈 때문에 학교를 못 다니는 학생이 있으면 안 되겠다는 취지로 연간 1000억원 정도 규모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이자율도 아주 저렴하게 낮췄다. 그런데도 과중한 등록금 문제로 매 학기 초가 되면 학내에서 소란이 일어나고 있다. 아직까지 학생과 학부모의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등록금 부담 완화가 충분치 못하다는 취지에서 던진 화두다. →정책 목표는 이름대로 ‘반값’인가. -등록금 자체 인하보다는 부담을 절반 수준까지 내리는 게 목표다.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확충해 갈 것이다. 정책위 차원에서는 조만간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등록금 문제, 높은 진학률, 대학구조조정 문제 등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산업 각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수급 인력에 대해서도 구조적으로 판단하는 새로운 디자인이 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직접 예산 투자는 한계가 있다. 국민 세금으로 무한정 투자한다는 것은 무리다. 대학 자체적으로도 재원 확보책을 강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 적립금을 꺼내 쓸 필요가 있다. ●한·미 FTA 7월 처리할 수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은 어떻게 하나. -일단 미국이 전향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니까 거기에 맞춰 갈 생각이다. 너무 빨리 서두를 필요가 없다. 다만 정부에서 어느 정도 제안할 준비가 됐다고 하면 일단 상정할 것이다. 핵심은 FTA 발효에 따른 국내 산업 피해 보전책 마련 문제인데, 각계 의견을 듣고 여야 간에도 논의를 해 나갈 필요가 있다. →처리 시기는. -미국이 7월 초에 처리한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도 7월에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야당의 협조를 전제로 한다. →한·유럽연합(EU) FTA 비준안 처리에 따른 부수법안 처리 시기는. -야당과도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이 된 부분이니만큼 가능한 한 조속히 처리하겠다. →감세에 대한 입장은. - 지금 이 시점에선 추가 감세 방침을 중단하는 게 맞다. 거기서 나오는 재원, 세계잉여금,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나오는 예산을 서민에게 더 돌아가게 해야 한다. →법인세 감세 철회 방침이 후퇴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당내에선 대체로 소득세 감세 철회는 동의하는 것 같다. 그러나 법인세 부분은 이견들이 있다. 기업의 투자 여력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는 논거를 댄다. 그런 의견까지도 모두 참작해 의원총회 논의를 거쳐서 총의를 모아갈 것이다. 감세 철회 입장은 불변이지만 논의를 해 보겠다는 취지다. →정책 방향을 놓고 당내 노선 투쟁이 진행중이다. -우리 정책의 출발점은 경제 회복의 온기가 서민에게까지 제대로 감지될 단계까지에는 못 미친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의 기조가 서민의 기대에 못 미친다면 정부를 설득해서 그쪽으로 가겠다는 취지다. 민생, 서민 정책을 말하는데 거기에 무슨 이념이 있는가. 도리어 민생 챙기기가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더 맞다. 부익부빈익빈을 줄이는 획기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 청와대와의 부분적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입장에선 민심을 국정에 적극 반영해서 한나라당 쪽으로 되돌려야만 한다. 정무적인 판단에 있어서 당보다는 청와대·정부가 감도가 떨어질 수 있다. 정부를 설득하는 노력을 더 배가할 것이다. →대북정책 전환 문제가 거론된다. -아직까지 황 원내대표나 나나 정부와 다른 입장을 얘기한 적이 없다. 남쪽의 믿음과 신뢰를 터무니없이 저버리는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응징이 필요하다. 북쪽에서 아무런 반응도 취하지 않는데 교류 협력만 강화해서 나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대북 정책에 대해선 정부의 일관된 태도를 지지한다. 국민 다수의 의식 흐름도 그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북한인권법은 처리하나. -6월 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할 것이다. 이것은 이념의 문제와는 또 다르다. 전 세계에서 북한 인권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자료 수집도 하고 거기에 필요한 상응조치도 취하고 국제 연대도 해야 북한 인권이 개선되고, 교류 협력을 통해 통일을 이뤄 갈 수 있다. 야당에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전관예우 방지법 반드시 관철 →전관예우 방지 차원에서 발의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의 처리 계획은.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발의된 15개 개정안을 검토해서 부실 감독 체계를 실효적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법 규정을 강화할 것이다. →한국은행에 검사권을 부여하는 한은법 개정안 처리 방침은. -관련 법안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다만 국회 기획재정위와 정무위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 차원에서 방침을 정하기보다는 법사위 의원들의 객관적인 판단에 맡기는 게 맞다고 본다. →통신료 인하는 관철시킬 수 있나. -지난 18일 방송통신위와 당정협의를 하려고 했지만 인하 수준이 너무 미약해 무산됐다. 우리나라 통신비가 세계 각국의 수준에 비해 너무 비싸다. 특히 스마트폰 통신료가 비싸다. 통신사업자의 이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통신 소비자들을 위해 통신사업자의 전향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고엽제 매몰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우선 진상 규명이 더 시급하다. 미국과의 협조가 잘 안 되거나 할 때는 국정조사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문제를 논의할 수는 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이주영 프로필 ▲1951년 경남 마산 출생 ▲경기고, 서울대 법대,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서울지법·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산지법 부장판사 ▲경상남도 정무부지사 ▲16, 17, 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부총무, 인권위원장, 수석정책조정위원장 ▲대통령선거 중앙선대위 정책상황실장 ▲한나라당 경남도당 위원장 ▲국회미래한국헌법연구회 대표, 국회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 [사설] 국책사업 결정 이후 잇단 불복을 우려한다

    정부는 오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입지 선정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공식 발표에 앞서 대전 대덕특구가 과학벨트로 확정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사실이라면 대덕특구에는 과학벨트 특별법의 규정에 따라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 등 핵심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대덕특구와 대구·경북, 광주·전남은 과학벨트 유치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충청권에 과학벨트를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정부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수용해야 하지만 탈락될 것으로 보이는 곳의 반발이 벌써부터 거세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단식에 들어갔고, 이상효 경북도의회 의장은 삭발을 했다. 정부가 3월 말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모두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자,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반발한 것과 비슷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를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하는 대신, 진주로 옮기기로 했던 국민연금공단을 전북에 재배치하기로 하자 경남과 전북 모두 반대하며 감정싸움을 하는 것도 걱정스럽다. 시간이 갈수록 지역 간 대립이 격화되는 것은 유감스럽고 안타깝다. 정부의 매끄럽지 못한 일 처리도 물론 중요한 요인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나만 혜택을 보겠다.’는 이기심 때문이다. 각 부문의 전문가들이 나름의 기준과 판단에 따라 결정한 것을 놓고 반발한다면, 정부도 필요 없고 전문가도 필요 없다. 지역을 발전시켜야겠다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애향심이라고 좋게 이해할 수도 있다. 중요한 국책사업에서 탈락한 경우의 상심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름의 합리적인 결정까지도 인정하지 않고 반발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도를 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지사나 시장, 군수, 해당지역 출신 국회의원 등 지도층 인사들이 지역갈등을 완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과 입지를 위해 갈등을 부채질하고 부추기는 것은 한심하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말마따나 지자체 책임자들이 과격한 언행을 서슴지 않고 정치인들이 선동적 구호를 마구 쏟아내는 것이 한국 정치, 사회의 현주소다. 경제력 세계 15위권의 한국 수준이 겨우 이 정도다. 정말 서글픈 일이다.
  • [사설] 정치권 쇄신경쟁 국민 눈높이에 맞춰라

    정치권에서 쇄신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회오리의 진원지다. 특히 한나라당은 재·보선 패배 뒤 신주류와 구주류로 나뉘어 쇄신 경쟁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당권 투쟁으로 비화돼 난타전을 하는 것으로 비쳐져 민망하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역풍을 맞은 민주당도 쇄신바람으로 위기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가 개혁을 명분으로 비주류의 견제를 뛰어넘으려 하지만 민심과는 거리가 먼 집안싸움이다. 충청권 기반의 자유선진당도 이회창 대표가 대표직을 내던지며 생존 공간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지역 맹주를 노린 수로 비쳐지고 있다. 쇄신 경쟁에 진정성, 감동이 부족해 아쉽다. 정치권 쇄신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성공할 수 있다. 그래야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당 체질을 확 바꾸고 선거·공천제도도 전면 손질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쇄신 경쟁은 아전인수식의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위기 모면용이란 인상이 짙다. 쇄신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으나 국민들의 눈에는 당리당략과 계파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꼼수로 비쳐지고 있다. 생색내기용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런 식으로 쇄신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과거 정치사를 돌이켜보면 국민들은 기득권 지키기식 쇄신에 대해서는 선거 때 단호하게 심판했다. 한나라당이 물꼬를 튼 당 쇄신 경쟁이 정치권 전체로 확산되는 것은 일단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나라당이 계파별 이해타산도 있다지만 국민경선에 의한 상향식 공천을 실천하려 하는 등 개혁조치를 수반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민주당도 손 대표가 새로운 피 수혈과 기득권 포기 등을 통한 공천개혁을 약속하고 있어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런 식의 경쟁은 확산되고 권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쇄신운동이 정치공학적 세 규합 경쟁으로 귀결된다면 국민들은 언제든지 고개를 돌리게 될 것이다. 이번에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진정성이 담보된 쇄신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통령선거에서 냉엄한 민심의 심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 [사설] 개각 이후 黨政 국민신뢰 회복에 주력하라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장고(長考) 끝에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장관 5명을 바꾸는 개각을 단행했다. 5·6 개각은 비교적 장수 장관을 교체한 측면도 있지만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에 따른 민심수습용의 성격이 짙다. 당초 통일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도 바꿀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판에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류우익 전 주중대사와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을 각각 통일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에 발탁하지 않아 개각 폭이 줄었다. 이 대통령이 측근인 류 전 대사와 권 수석을 일단 장관에 기용하지 않은 것은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개각은 국정 분위기를 전면적으로 쇄신하는 데는 다소 미흡해 보이지만 대체로 무난해 보인다. 경제팀 수장인 재정부 장관에 경제와는 별로 인연이 깊지 않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을 내정한 것은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참신한 인사는 별로 없지만 전반적으로는 내부 발탁을 통해 관료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어 집권 후반기를 잘 마무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단 개각은 마무리됐다. 중요한 것은 개각 이후다. 한나라당은 어제 비주류로 분류되는 황우여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황 원내대표는 재·보선 패배에 따라 비상이 걸린 당을 바로잡아야 한다. 한나라당은 내년 4월의 총선, 12월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가하게 계파싸움이나 할 때가 아니다.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의원 숫자만 많은 거대 여당일 뿐 친이, 친박으로 나뉘어 여당다운 모습을 제대로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네탓만 하는, 지리멸렬하는 여당을 국민이 좋아할 리 없다. 정부와 여당은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저축은행 사태는 정부의 신뢰를 갉아먹은 대표적인 사례다. 서민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기만 하는 물가에 지쳐 있다. 서민과 중산층을 보듬을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한숨만 쉬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수출 실적은 좋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서민과 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당·정·청 간 소통이 보다 원활해져야 한다. 또 정부와 여당은 국민과의 소통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옴부즈맨 칼럼] 20·30·40대 유권자의 마음 얻는 법/이연주 한국청년유권자연맹 운영위원장

    [옴부즈맨 칼럼] 20·30·40대 유권자의 마음 얻는 법/이연주 한국청년유권자연맹 운영위원장

    4·27 재·보선. 20, 30, 40대들의 선택은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예고된 반란이었건만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그 후유증으로 혼란에 빠져 있는 듯하다. 서울신문 4월 29일 자 이재오 특임장관 지하철 출근 동행기사 중 한나라당의 젊은 세대 공포증에 대한 질문에서 여권의 실세 중 한 사람인 이 장관은 “젊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그냥 싫다고 하니…. 이유를 찾아 봐야지.”라고 답했다. 물론 이번 선거는 물가 대란, 전세금 상승, 구제역 파문, 저축은행 사태 등의 경제 위기와 신공항 백지화, 과학벨트 분산,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오역, 4대 강 등 국책사업 혼란 등으로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투표에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투표성향이 정당 중심에서 이미 인물 중심으로 변해 있는 상황에서 인지도, 호감도, 당선 가능성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했던 여당 후보들이 그러지 못한 야권 후보들의 위력 앞에 무너진 원인은 바로 높은 투표율에 있다. 투표는 국민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척도이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국민의 생각과 마음이 왜곡되는 정도가 덜한 것이다. 41%에 달하는 20, 30대 청년유권자와 40대를 더하면 전체 유권자의 63%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계층이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20~40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높아지리라 예측하는 목소리에 정치권과 기성세대들은 반신반의했던 것 같다. 이번 선거를 세대 간의 투표대결로 몰아간 정치권에 보란 듯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신무기를 지닌 젊은 세대들이 또 한번 승리한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어 투표 참여 독려 문자와 인증 샷 올리기 캠페인 등은 구시대적 선거운동 방식에 대해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우리는 시대정신을 말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어떤 정당과 어떤 지도자가 시대정신을 읽어내어 비전을 제시해 줄 것인지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을 빼고 시대의 문화를 말할 수 없듯이,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세계관을 이해하지 않고는 시대정신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20~40대를 지배하고 있는 시대코드는 무엇일까. 이것을 읽어낼 수 있다면 그들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2002년 월드컵과 대통령선거 과정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새로운 문화코드를 접하고 있다. 인터넷 효과, 광장응원, 촛불집회, 정치 참여 등 ‘참여’와 ‘감동’의 새로운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던 10, 20, 30대 세대들이 지금의 20, 30, 40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면 그 속에 담긴 중요한 속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바로 ‘게릴라성 대중’과 ‘놀이정신’이다. 이들 세대에게 있어 대중이란 유랑하는 주체이자 생산하고 소비하는 주체들의 집합체이며 마치 게릴라와 같은 형태로 문화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융통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이념이나 기존의 권위 등은 더는 가치판단의 중요 수단이 되지 못한다. 어떤 이익이나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즐겨지는 것, 바로 ‘놀이’는 이들 세대에게 있어서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속성이다. 혼자 놀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관계를 맺어 함께 노는 놀이문화에 SNS나 인터넷은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필수적인 장난감이고, 광장은 가장 선호하는 놀이터이다. 월드컵 응원놀이에서 시작된 놀이문화는 정치영역으로까지 확산되었고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는 의식을 담은 투표놀이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세대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결코 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문제는 ‘놀이’는 속성상 계속 더 놀고 싶어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놀았던’ 20~40대들이 이번 재·보선에서도 놀이를 지속했고, 내년은 대대적으로 놀 수 있는 총선과 대선이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나 신이 날까.
  • [사설] 만5세 K학년 도입 정교하게 준비하라

    만 5세 아동도 사실상 의무교육에 포함시키는 ‘K(kindergarten·유치원)학년제’(초등학교 유아 학년제) 가 내년 3월 시행된다. 지난 1997년 법에 따라 만 5세 무상교육과 보육이 명문화된 지 15년 만이다. 의무교육이 9년에서 10년으로 길어지면 유아교육의 상향 평준화가 기대된다. 실제로 영유아기의 발달 정도는 개인의 전 생애 학습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유아기 교육에 대한 국가 지원 체제 강화 필요성에 공감한다. 생애 초기 교육 격차가 누적적 격차로 연결되기 때문에도 유아교육은 중요하다. 만 5세 아동은 내년 3월부터 국가가 정한 ‘만 5세 공통과정’을 배우게 된다. 자기관리·창의성·대인관계·문제해결·의사소통·시민의식·문화이해 등 7가지 기본소양과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내용을 배운다. 공통과정은 오는 7월까지 마련된다. 정부는 제도가 시행되면 고소득층이 아니라 도서벽지와 취약계층 유아에게 혜택이 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벌써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재정 문제다. 2016년까지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부담이 매년 1조원 안팎 늘어나 초·중·고교 교육예산의 투자 축소가 우려된다는 지적을 해소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와 과잉복지 논란을 해소하는 것도 제도의 성공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임을 인식해야 한다. 무상급식과 마찬가지로 선심성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경제적 취약계층에 무상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유치원)와 보건복지부(어린이집)의 조정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K학년제의 정책 효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처럼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되는 것이 현실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K학년제는 남은 기간 정교하게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본격 준비했다고 하지만 통상 교육과정 세부내용을 마련하는 데는 2년 안팎 걸리기 때문에 서둘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청회 한번 거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이란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후속 작업만이라도 충분한 논의를 기대한다. 내년 4월 총선거와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당 지지표를 얻으려는 포퓰리즘적 정책이란 지적도 해소해 가면서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철저히 교육 논리로 풀어가길 기대한다.
  • [사설] ‘딴생각’하는 공직자 정리하는 게 옳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임태희 대통령실장, 수석비서관들과 티타임을 갖고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사람들은 5월 안에 정리하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청와대에 있으면서 일은 제대로 하지도 않고 폼이나 잡고 수석이나 비서관, 행정관으로 근무한 것을 총선 출마를 위한 ‘경력’으로 이용하려는 참모진에 대한 질책으로 들린다. 이 대통령은 “정치의식에 젖어 둥둥 가다 보면 행정의 추동력이 떨어지고 정치에 휘말릴 수 있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맞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또 “딴생각을 하는 사람도 떠나라.”면서 “일할 자신이 없는 사람은 물러나야 한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4·27 재·보선 패배 이전에 이미 이같은 말을 했어야 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총선 출마를 위해 시간이 나면 지역구 사람이나 만나고 지역구 행사에나 신경 쓴다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가 없다. 총선에 출마할 사람들에게 청와대 참모라는 중책을 맡긴 것도 어찌 보면 잘못된 인선이었다. 청와대 근무를 끝내고 수입이 많은 좋은 자리에 낙하산으로 가려는 생각만 하는 참모들도 일을 제대로 할 리가 없다. 총선 출마는 하지 않더라도, 여야를 떠나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후보 측에 기웃거리는 참모들도 청와대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정력을 다 쏟아도 쉽지 않은데 차기 정부에서의 자리에 혈안이 된 참모들에게 뭘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의 행태와 업무실적 등을 감안, 문제 있는 참모들을 가려내 빨리 정리해야 한다. 스스로의 선택에 맡길 일이 아니다.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 중 총선 출마를 위해 임기 만료 전 사직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자나 깨나 총선만을 생각해온 CEO들도 문제지만, 이들을 임명한 것도 잘못이었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1년 10개월 남았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특히 청와대가 더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이곳저곳 눈치를 보지 않고 포퓰리즘에도 휘둘리지 않는 소신 있고 일 잘하는 참모들을 찾아야 한다. 장·차관 등 정부 고위직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은 평소 ‘일하는 정부’를 강조해 왔다. 일을 제대로 하려면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인사가 전제돼야 한다. 사실상 마지막 인사인 4·27 재·보선 패배 이후의 청와대 개편과 개각이 중요한 이유다.
  • [강지원 좋은세상] 대통령 되는 게 꿈이라고?

    [강지원 좋은세상] 대통령 되는 게 꿈이라고?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곧잘 “네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아예 각자의 꿈을 적어 내 보라고 지시하는 선생님도 있다. 요즘 아이들 대답 중 가장 많은 것은 연예인이다. 왜 연예인이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멋있잖아요.”, 아니면 “인기가 있잖아요.” 한다. “돈도 잘 벌어요.” 하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은 세상사에 대한 정보가 적다. 그러니 무슨 직업인이 되고 싶으냐고 묻거나 답하는 것은 모두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꿈 이야기는 으레 직업 이야기인 줄 알고 묻고 답한다. 아이들은 가장 많이 접하는 직업 중 멋있어 보이는 것을 골라서 답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연예인이다. 그 다음으로 선생님이다. 개중에는 “부자요.”, “대통령이요.”라고 소리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데 도대체 그런 직업들이 아이들에게 꿈이 될 수 있는가. 아니다. 그런 직업들은 꿈이 아니다. 꿈을 달성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할 뿐 꿈은 더 깊은 곳에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꿈, 아니 우리네 사람들의 종국적인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 우선 자기실현이다. 자신의 타고난 소질과 적성을 찾아 그것을 갈고닦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다. 자기실현에 성공한 사람은 행복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마음껏 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기실현은 그 가치가 자기에게 국한된다. 그래서 자기실현의 성취를 자기에서 벗어나 타자에게까지 확대하면 그 가치는 더욱 커진다. 나의 확장이요 세상에 대한 기여다. 이런 성취를 이뤄낸 사람은 행복의 크기가 더 커진다.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은 만큼, 그만큼 타자와 함께할 수 있어서 더 행복해지는 것이다. 연예인, 선생님, 기업인, 대통령을 직업이라고 할 때 이것들도 삶의 목표가 아니라 방편일 뿐이다. 자기를 실현하고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수단과 방법인 것이다. 꼭 꿈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면 과정상의 꿈, 혹은 중간적인 꿈이라고나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직업은 수시로 바뀔 수도 있다. 소질과 적성의 범위 안에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곧잘 착각을 한다. 그것들을 목표로 삼는 탓으로 온갖 욕망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무조건 인기를 누리는 연예인이 되고 명예를 누리는 선생님이 되려 한다. 돈을 벌어 마구 쓸 수 있는 부자가 되고 권력을 마구 휘두르는 대통령이 되려 한다. 이제 또다시 이 나라에 대통령선거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이곳저곳에서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대통령 되는 게 꿈이라고 생각하는 어린아이들 같다. 폼 재고 잘난 체하던 과거 대통령들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던 탓일까. 허영과 허세, 겉멋과 과시에 빠진 듯한 몰골들이다. 진짜 꿈, 대통령이 되는 것 이상의 더 깊이 있는 꿈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대선주자들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 무엇을 어떻게 해서 어떤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지 자신들의 꿈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그 꿈은 좋은 꿈이어야 한다. 편파적이거나 독선적이어서는 안 된다. 실로 그런 꿈을 가진 이들은 미련이 적다. 일단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은 하지만 설사 대통령이 되지 않아도 다른 방편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출세적 욕망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런 이들이 오히려 확실한 대통령감이다. 연예인이나 선생님이나 부자도, 연예인이나 선생님이나 부자가 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런 사람이 되어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꿈을 세워야 한다. 꿈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의 소질과 적성 속에 있다. 그리고 그것을 발휘해 자기를 실현하고 세상에 기여하는 데 있다. 돈, 권력, 명예, 인기 따위는 그것을 위해 필요한 수단과 방법일 뿐이다. 거기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탐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 5월은 청소년의 달이다.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
  • 27일 살레 퇴진 중재안 서명

    예멘 정부와 야당 연합체인 공동회합당(JMP)이 27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걸프협력협의회(GCC)가 최근 제안한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 퇴진 중재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AFP통신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살레 대통령이 퇴진하는 선에서 민주화 시위를 무마하려는 미국과 주변국들의 구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술탄 알바라카니 집권 국민회의당 사무차장은 “우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서명식을 하자는 GCC의 초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무함마드 카탄 JMP 대변인은 “GCC 중재안의 일부 조항에 대한 우리의 반대에 대해 페르시아만 주변국들과 미국, 유럽이 확답을 줬기 때문에 GCC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야권은 살레 대통령이 퇴진한 뒤 그를 사법처리하지 않는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여야 통합 정부를 구성해야 살레 대통령이 퇴진한다는 조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통합 정부에 참여했다가 살레 대통령이 퇴진을 번복하기라도 하면 이용만 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국과 유럽, GCC 회원국들이 중재안을 수용하면 30일 안에 살레 대통령이 퇴진하도록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중재안 서명 이후 여야는 통합 정부를 구성하고 통합 정부는 살레 대통령 퇴진 뒤 60일 안에 대통령선거를 실시해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퇴진까지는 변수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민주화 시위를 주도해 온 청년단체들이 GCC 중재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살레 대통령은 무조건 즉각 퇴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33년 집권 예멘 대통령도 물러난다

    33년 집권 예멘 대통령도 물러난다

    예멘을 33년째 장기 통치해 온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30일 내 조기 퇴진’ 과 ‘연립정부 구성 및 60일 내 대선실시’를 골자로 한 걸프협력협의회(GCC) 중재안을 전격 수용했다. 야권도 이를 받아들였지만 조건을 달았다. 집권당이 연립정부의 주도권을 잡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 연맹 등 현장에서 시위를 주도해 온 젊은이들은 대통령의 즉각 퇴진 및 집권당 핵심 인사들의 동반 사퇴를 요구하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협상안을 둘러싼 집권당과 정당들 간의 물밑 접촉 및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는 등 예멘 사태가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또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중동의 재스민 혁명은 다시 활력을 얻게 됐다.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시리아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살레 대통령이 퇴진하면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과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에 이어 중동 및 북아프리카 반정부 시위로 물러나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된다. 아라비아반도 6개국으로 구성된 GCC가 제시한 중재안에는 대통령과 가족, 그리고 측근들에 대한 사후 처벌 면제 방침이 포함돼 있다. 살레 대통령은 30일 안에 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해야 한다. 또 여야가 모두 참여하는 통합정부가 퇴진 60일 안에 대통령선거를 실시, 새 대통령을 뽑도록 했다. 야권연합체 공동회합당(JMP)의 야신 노만 의장은 “살레의 집권당이 주도권을 갖는 통합정부 구성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재안은 살레가 지명한 야권 지도자가 통합정부 구성권한을 가지며, 통합정부 내각은 집권당 50%, 야당 40% 및 기타 정당 10%로 구성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주말까지도 중재안에 냉담했던 살레 대통령은 주요 군사령관 등 일부 측근과 주요 부족들이 잇따라 등을 돌리자 집권 국민의회당(GPC)을 통해 중재안을 전격 수용했다.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퇴진 압박을 강화한 것도 입장 변화를 가져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예멘에서는 지난 3개월 동안 정권퇴진 시위에 대한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자만 120명을 넘어선 상태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살레 대통령이 퇴진 입장을 밝히자 성명을 통해 “우리는 GCC의 최근 방안을 환영한다.”면서 “살레 대통령의 권력이양의 시기와 형태가 확인돼야 하며, 이양이 즉각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나 ‘변화의 광장’에서 텐트를 친 채 모여 있는 반정부 시위대는 살레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24일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또 예멘 남부 라히즈에서는 무장한 부족세력과 정부 보안 요원 간 무력 충돌이 불거져 군인과 경찰 4명 등 모두 5명이 숨지는 등 혼란이 계속됐다. 한편 뉴욕타임스 등은 살레를 테러단체 알 카에다 활동에 맞서는 보루로 삼아 왔던 미국이 사회불안이 확대되자 입장을 바꿔 ‘살레 버리기’를 택했다고 전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부국강국론 OK·전술핵 NO”… 吳시장 대권 시동?

    “부국강국론 OK·전술핵 NO”… 吳시장 대권 시동?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2014년까지 세계 5위로 끌어올리는 등 시장직에 충실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라는 게 유동적이고, 흘러 흘러 뜻한 바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내년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서울시장으로서 보람을 느낀다. 임기를 채우겠다.”는 식으로 일관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권 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오 시장은 1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학생 200여명에게 ‘서울 9위에서 5위로, 창의시정’이라는 주제로 강의한 뒤 질의·응답에서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 사이에 무상급식 등 복지 포퓰리즘이 만연돼 있다.”면서 “저출산·고령화로 5~10년 이내에 성장 잠재력 훼손이 염려되는 만큼 공약 남발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어 “강하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려면 앞으로 10년 성장이 매우 중요하다.”며 ‘10년 부국강국론’을 내세웠다. 오 시장은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술핵 도입 필요성과 관련해 “현실적,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술핵을 재반입하자는 것은 중국과 북한을 자극해 6자회담을 활성화하자는 뜻이 숨은 것 같다.”면서 “충정은 이해하지만 전술핵 도입은 북한이 합법적으로 핵을 가질 수 있는 명분을 줄 뿐 아니라 일본을 자극해 동북아시아를 세계의 핵 화약고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선 출마에 시동을 거는 의미냐는 질문에 “우리나라가 절체절명의 분수령에 서 있는 상황에서 책임감을 느껴서 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담론을 서울에서 국가로 넓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이 만만찮다. 오 시장은 다음 날인 19일에는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에서 서울의 ‘테카르트(Techart·기술+예술) 전략’을 주제로 강의한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와 ‘스마트 파워’에 대해 논의하고 마이클 유진 포터 교수를 만나 도시의 문화·디자인 문제에 대해 대화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사설] 美 신용등급 전망 하락 후폭풍 대책 세워라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그제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최고등급(AAA)인 신용등급 자체를 낮추지는 않았다. S&P는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급증하는 부채, 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불확실성 때문에 장기 전망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S&P는 지난 1941년부터 70년간 미국에 대해 최고등급을 부여해 오고 있지만 1991년 신용전망 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것이다. 보통 전망이 낮춰진 뒤 6~24개월 사이 등급이 떨어질 확률은 3분의1 정도라고 한다.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인 미국의 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기는 하다. 등급이 어떻게 될 것인지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S&P가 전망을 낮춘 상징성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 2940억 달러나 된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와 야당인 공화당은 부채 해소 방안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S&P는 미국 정부와 의회에 대해 적자 감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뜻에서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이다. S&P가 올 1월 일본의 신용등급을 AA-로 낮춘 데 이어,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까지 하향 조정한 주요인은 모두 재정 악화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A에 불과한 우리에게는 미국과 일본의 재정 악화가 남의 일이 아니다. 국가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으로 선진국보다 낮은 편이지만 부채 증가속도는 최고 수준이어서 우려스럽다. 2030년에는 국가부채가 10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조세연구원은 2050년에는 나랏빚이 GDP의 116%나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무책임하게 무상복지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온갖 선심성 공약이 난무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유권자들은 무책임한 공약으로 표를 사려는 정치인은 표로 따끔하게 심판해야 한다. 정부도 선심성 정책 남발을 자제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채무 비율이 아직 선진국보다 낮아 괜찮다는 안이한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갈수록 사회복지분야에 대한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통일도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부채 축소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 [서울광장] 교육정책 원칙도 철학도 없다/곽태헌 논설위원

    [서울광장] 교육정책 원칙도 철학도 없다/곽태헌 논설위원

    교육인적자원부는 2004년 8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등급제를 발표했다. 수능 성적은 1~9등급으로만 표시된다는 내용이다. 같은 등급 내에서는 점수 차이가 없다. 서울대가 2005년 5월 “내신은 믿지 못하겠으니 논술 위주로 뽑겠다.”고 발표하자, 대통령은 두달 뒤 “서울대 입시안은 나쁜 뉴스”라고 말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논술이 본고사로 판정된 대학에는 정원도 줄이고 두뇌한국(BK)21 사업비 지원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노무현 정부 때의 일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그러려니 했다. 노 정부의 교육철학은 좋게 말하면 기회균등, 나쁘게 말하면 하향평준화였다. 노 정부 때에는 서울대와 삼성을 비판하는 등 1등에 대한 질시가 유난히 심했다. 이명박 정부는 노 정부 때와는 다른 자율과 경쟁, 다양성을 교육정책의 높은 가치로 내걸고 출범했지만 끊임없이 규제와 간섭을 하고 있다. 2012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주요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수시에서 논술을 아예 없앴거나 논술 비중을 줄이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논술 비중과 대학 재정 지원을 연계하기로 한 게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23개고에서 부당하게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고친 것을 밝혀냈다. 인천의 외국어고와 일반고에서도 비정상적으로 고쳤다는 제보가 있었다. 학생부는 입학사정관 전형은 물론이고 상당수 수시 전형에서 중요한 변수다. 신뢰가 뒷받침돼야 할 학생부 관리가 이 모양인데도 현 정부는 입학사정관제에 목을 매다시피 하고 있다. 한국의 현실은 생각하지도 않고 어설프게 미국 물을 먹은 사람들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입학사정관제에 몰입된 꼴이다. 오는 11월 10일 치르는 수능에서는 과목별 만점자가 1%씩 양산될 예정이다. 정원의 30~40%를 선발하는 정시에서는 수능이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인데도 교육당국은 지원자들 간에 변별력도 없는 ‘물 수능’을 내겠다고 한다. 이처럼 무책임한 것도 없다. 학생부, 내신, 면접, 자기소개서, 수능 중 그나마 가장 객관적인 게 수능인데 이를 무력화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시험이 쉬우면 한두 문제만 실수해도 치명적이다. 문제가 쉬울 때 재수가 늘어난다는 통계 수치도 있다. 교육당국은 물 수능이면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으로 착각하지만 억울하게 떨어졌다는 학생들이 늘면서 재수생을 양산, 학원의 배만 불려줄 뿐이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상황에서는 수능이 쉽다고 사교육비가 줄어들 여지는 별로 없다.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시험 성적은 절대적인 게 아니라 상대적이다. 진정 사교육비를 줄일 생각이 있다면 교사들과 학교들이 경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선발 자율권도 없고 수업료만 일반고의 3배나 되는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27곳 중 9곳은 지난해 추가모집에서도 미달됐다. 대통령선거 공약에 매달려 무턱대고 공급만 늘린 탓이다. 성적이 아니라, 돈이 없으면 아예 자사고에는 지원할 수가 없다. 자사고 정책은 실패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현 정부는 지난해부터 외고는 사실상 중학교 영어내신만으로 선발하도록 했다. 노 정부 때에도 외고 입시를 이렇게까지 시시콜콜하게 규제하지는 않았다. 이런 교육정책의 중심에는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을 총괄한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있다. 당시 노 정부의 규제를 꼬집었던 그가 각종 규제와 함께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보수진영으로부터는 좌파라는 말까지 들었던 노 정부 때에는 경쟁력 후퇴로 가는 건지, 강화로 가는 건지는 성향에 따라 판단할 일이지만 나름의 원칙과 철학은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는 원칙도 없고 철학도 없다. 왼쪽으로 가는지, 오른쪽으로 가는지 헷갈린다. 교육은 나라의 장래를 결정하는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데, 한국에서는 일년소계(一年小計)도 안 된다. 교과부(교육부)를 없애야 교육이 살아날 것이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tiger@seoul.co.kr
  • 駐코트디부아르 대사관 고립직원 5명 
‘숨가빴던 구출작전’

    駐코트디부아르 대사관 고립직원 5명 ‘숨가빴던 구출작전’

    대통령선거 불복 사태로 내전이 발생해 시내에 로켓포·총알이 날아다닐 정도로 치안이 악화된 코트디부아르 주재 한국대사관에 일주일간 고립됐던 직원들을 구하기 위해 ‘숨 막히는 구출 작전’이 벌어졌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8일 “코트디부아르 대사관에 있던 대사대리를 비롯한 한국인 직원 5명 전원이 한국시간으로 오늘 오전 3시 50분쯤 유엔 평화유지군의 구출 작전으로 안전하게 탈출했다.”고 밝혔다. 코트디부아르 수도 아비장의 대통령 관저 인근에 위치한 한국대사관의 직원들은 대통령직 이양을 거부해 온 로랑 그바그보 현 대통령 측과 알라산 와타라 당선자 측이 대통령 관저를 중심으로 격렬한 시가전을 벌이게 되자 지난 1일 오후부터 총격전 위협 속에 고립됐다. 대사관 직원들은 프랑스군 및 유엔 평화유지군과 연락하며 탈출을 시도했지만 교전이 악화되면서 구출 작전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대사관에 숨어 있다가 이날 극적으로 구출돼 안전 지역으로 이동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대사관뿐 아니라 인근 다른 대사관들도 총격과 로켓포 공격을 받아 시설 일부가 부서질 정도로 심각했다.”며 “일본 대사관 등에는 철문으로 만든 안전한 대피소가 있었지만 우리 대사관에는 그런 시설이 없어 구출 작전에 어려움이 컸다고 한다.”고 전했다. 유엔 평화유지군의 구출 작전에는 중대 병력과 장갑차 8대, 야전 지프 10대 등이 동원됐으며, 총격전이 잠시 멈춘 동안 1시간 내에 이뤄져 교전은 없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구출 작전이 임박하면서 평화유지군 측은 대사관 위치를 다시 확인하고 대사관저로 먼저 피신한 현지 고용원 2명과 함께 대사관을 찾아 구출 작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구출 작전이 위험했지만 유엔과 프랑스 정부, 군이 최대한 지원해 준 덕에 무사히 구출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출된 대사관 직원들은 대사관의 남동쪽에 위치한 프랑스군 주둔지 인근의 호텔에 임시 사무소 및 숙소를 확보, 긴급한 업무를 계속 수행할 예정이다. 현재 코트디부아르에는 우리 교민 113명(대사관 직원 제외)이 있으며, 이들의 거주 지역은 프랑스군과 신정부 군대가 장악하고 있어 인명 피해 등 안전상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코트디부아르의 여행 경보 단계는 3단계인 여행 제한으로 지정돼 있다. 한편 대통령 관저 주변에는 한국을 비롯해 인도·중국·이란·이스라엘·레바논·이집트·일본 등의 대사관이 밀집해 있으며 현재까지 한국대사관 직원 5명과 인도대사관 직원 2명이 군사작전을 통해 구출된 상태다. 앞서 군인들로 보이는 무장세력이 지난 6일 코트디부아르 주재 일본대사관저를 급습했고 일본대사가 한때 억류됐다가 프랑스군에 구출되기도 했다. 유엔 평화유지군과 프랑스군 측은 앞으로도 상황을 보면서 다른 대사관 직원들에 대한 구출작전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사설] 공약 → 파기 → 사과 악순환 고리 이젠 끊자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결과적으로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을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을 어긴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익’ 관점에서 공약을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영남 민심과 야당은 여전히 반발한다. 유력한 차기주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박 전 대표는 ‘미래의 국익’ 관점에서 향후 신공항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양자 사이엔 ‘국익’이라는 접점이 있다. 신공항 논란의 출구가 보인다. 이 대통령은 “공약을 다 집행할 수 없다. 지역주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집행하려고 타당성을 검토하고 면밀히 기술성을 검토한 결과 사업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미래로 나가자는 지도자의 고뇌가 감지된다. 그래도 이번 논란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적지 않은 과제를 안겼다. 그중에서도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지자체 선거 등 각종 선거에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 뒤 지키지 않거나 파기하고, 결국에 가서는 사과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꼭 끊어야 한다. 공약사업과 직결되는 집단이기주의에 대한 정치권·유권자의 반성도 요구된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학비즈니스벨트 등 대규모 국책사업에는 어김없이 집단이기주의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야를 떠나 정치인들이 국가 차원의 큰 이익보다는 지역 표심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작은 이기주의 때문에 집단이기주의를 부채질하는 측면이 강하다. 정치권은 무책임한 공약 남발을 지양하라. 책임 떠넘기기를 자제하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라. 정치권의 솔직한 반성이 따라야 미래가 있다. 정치인들의 공약 남발과 함께 이를 부추기는 유권자들의 의식 전환도 이 기회에 단행돼야 한다. 유권자들은 정치인의 공약 이행 여부를 집요하게 감시하고, 합당한 설명도 없이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공약 남발이 억제된다. 이 대통령은 백지화를 국익을 고려한 결단이라고 했다. 국익을 위한 결단이라지만 신뢰는 크게 손상됐다. 이런 악순환을 근절해야 우리 정치권의 신뢰가 회복되고, 정치가 바로 선다. 지난 3년간의 소모적 논란으로 사회적 손실도 엄청났다. 이번 사태의 교훈만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 시리아, 정치범 260명 석방 불구 시민 분노

    국제사회의 시선이 온통 북아프리카의 리비아 사태에 쏠린 사이 시리아와 예멘·요르단 등 중동 지역에서 민주화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의 확산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시리아다. 특히 지난 25일(현지시간) ‘피의 금요일’을 보내면서 정권의 강경진압으로 사상자가 속출하자 시민들의 분노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시위대 측은 이날 시리아 남부 다라와 타파스, 북부해안의 라타키아 등의 도시에서 시민들이 집권 바트당과 경찰서 등을 습격하려다 정부 측의 공격을 받아 모두 2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공식 사망자 수(13명)보다 곱절 가까이 많다. 또 국제 앰네스티는 다라 등에서 지난 한주 동안의 시위로 최소 5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고 다라의 한 병원 의사는 알아라비야 방송을 통해 “지난 며칠간 시위 과정에서 150여명이 죽었다.”고 주장하는 등 대량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증언이 속출하고 있다. 다급해진 시리아 정부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꺼내들면 민심 수습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25일 48년간 지속된 국가비상사태의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6일에는 정치범 260명을 석방했다. 하지만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라타키아에 27일 정부 병력이 파견됐다고 친정부 성향의 알와탄 신문이 보도하는 등 유혈진압의 위협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동의 최빈국 예멘에서도 33년째 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 시기 등을 둘러싼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살레 대통령은 올해 안에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하고 내년 1월쯤 퇴진한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야권과 시위대는 ‘기만책’이라고 평가절하하며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아부바크르 알카르비 장관은 26일 알아라비야TV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퇴진 시기를 둘러싼 여야 협상이 며칠 안에 타결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집권당인 국민의회당(GPC)이 반발하고 나서 상황이 불투명하다. 혼란을 틈타 27일 예멘 동부 마리브주에서 알카에다 소속으로 추정되는 무장대원들의 공격으로 정부군 병사 6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고 예멘군이 밝혔다. 한편 지난 1월 이후 석달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요르단 역시 25일 시위 진압 과정에서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숨진 55세 남성이 정부 지지자로 심장마비 탓에 사망했다고 주장했으나 야권은 그가 반정부 시위대원으로 경찰에 폭행당해 숨졌다고 맞서고 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과테말라 대통령부부, 선거출마 위해 합의이혼

    과테말라 대통령부부, 선거출마 위해 합의이혼

    알바로 콜롬 과테말라 대통령이 부인에게 권력을 넘기기 위해 이혼을 하겠다고 나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중남미 언론에 따르면 과테말라 대통령부부는 지난 11일 자국 가정법원에 합의이혼 신청을 냈다. 영부인 산드라 토레스는 남편이 취임한 후 줄곧 사회복지정책을 챙기는 등 국정에 깊숙이 간여해 왔다. 금실을 과시하며 사이 좋게 국정을 나눴던 대통령부부가 돌연(?) 이혼을 결심한 건 엄격한 과테말라 헌법 때문. 대통령 단임제를 채택한 과테말라 헌법은 대통령 가족의 대선출마까지 금지하고 있다. 가족끼리 권력을 주고받아선 안 된다는 취지에서다. 합의이혼으로 두 사람이 남남으로 갈라서면 까다로운 헌법조항을 살짝 피해 현 영부인은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대통령부부는 “과테말라를 너무 사랑하고 사명을 회피할 수 없어 이혼을 하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지 야권은 “사실상의 사기 행위에 해당한다.”고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과테말라 정부 대변인은 “(합의이혼은) 개인의 이익보다 국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대통령부부의 고귀한 희생정신에서 비롯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소문난 얼짱 퀸카, 화이트데이에 어떤 선물 받을까?

    소문난 얼짱 퀸카, 화이트데이에 어떤 선물 받을까?

    남성이 여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화이트데이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전통적으로 여자가 남자에게 선물을 주는 밸런타인데이보다 화이트데이의 선물 공세가 훨씬 강하다는 조사결과에 따라 편의점과 문구점 등 관련업계는 상품 준비에 한창이다.  남자들은 화이트데이를 통해 평소에 다가가기 힘들었던 그녀들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화이트데이의 유래를 비판하면서 아무런 표현도 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실속도 전혀 없을 뿐더러 자칫 다른 경쟁자에게 사모하는 그녀를 뺏기는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물가가 오르면서 지갑 형편이 만만치 않더라도, 정성이 담긴 편지를 간단한 선물과 함께 그녀에게 전달한다면 올 한해 행복한 연애생활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한마디로 화이트데이는 2% 소심한 남성들에게 ‘공식적으로 깔아주는 멍석’인 만큼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경제적 유능함 과시해 환심 사는 경우도…식상한 선물 러쉬는 효과 못 볼 수도   학창시절부터 소문난 ‘얼짱’ 김인혜(가명)씨는 화이트데이 때마다 쏟아지는 폭풍선물 공략에 익숙해져 있는 퀸카이다. 꽃과 사탕, 쵸콜릿 등의 가벼운 선물부터 옷, 구두, 명품시계, 자동차까지 속칭 안 받아본 물건이 없는 그녀이다. 특히나 결혼 적령기가 다가오면서 ‘평생 구속’을 꿈꾸는 남자들의 공격이 더욱 거세지는 중이다. 심지어 작년에는 한 남성에게 BMW 승용차를 선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무조건 값나가는 명품 선물이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김인혜 씨의 경우 작년에 받은 BMW를 비롯해 고가의 물건은 정중히 되돌려 주었다고 한다. 대신 정성이 가득 담기거나 의미가 있는 선물들은 고이 간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화이트데이 선물은 올해 받은 것이에요. 선물로 받은 것이 선물(先物)이었는데요. 리치증권방송이라는 곳에서 제공하는 선물 증권방송 쿠폰을 받은 거에요. ‘평생 나를 부자로 만들어 줄 선물(先物)을 선물하겠다’는 고백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강의 내용에 푹 빠져버렸어요. 앞으로 살 길이 보였다고 해야 될까요?”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김인혜 씨에게 선물 증권방송 쿠폰을 주었던 이 씨는 현재 김 씨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마음을 꿰뚫은 절묘한 선물로 퀸카의 마음을 산 케이스다.  리치증권방송의 이안K가 진행하는 선물방송은 현재 김인혜 씨 외에도 많은 선물 투자자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빼어난 적중률로 꾸준히 인기를 모아가고 있다.   한편, 3월 11일 국내 주식시장은 코스피 기준으로 19.89p 내리며 1981.58포인트에 마무리됐다. 전일 힘겹게 지켜냈던 2000포인트는 하루 만에 깨지게 됐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5개 종목 중에서는 LG화학과 S-Oil만 오르고 삼성전자, POSCO, 현대중공업, 현대모비스, 기아차, 신한지주, KB금융, 삼성생명, SK이노베이션, 한국전력, 하이닉스, LG전자 등은 떨어졌다.  그밖에, 자전거 관련주인 삼천리자건거와 참좋은레져가 좋은 흐름을 연출했으며, 박진영이 투자한 제이튠엔터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강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다음은 2100원 하락하며 마무리 됐다.  특징테마로는 대통령선거, 출산장려정책관련주들이 상승하였다. 관련주는 보령메디앙스, 아가방컴퍼니, 네오팜 등 이다.  또 모바일게임관련주들이 게임법개정안 법사위 통과 소식에 컴투스, 게임빌 등이 상승하였고 이명박 대통령의 자동차 가동시간을 줄여보자는 발언에 자전거 관련주인 삼천리자전거, 참좋은레져, 에이모션 등 자전거 관련주들이 상승하였다.  특징종목으로는 효성, 현대상사, 휴켐스 등이 실적 기대감에 상승하였고 이코리아리츠가 신규상장 첫날에 상한가를 마감, 쌍용차가 회생절차 종결신청서 제출 소식에 상승하였다.  또 이지바이오가 축산업재편 수혜주로 부각되며 상한가를 마감하였고 에이블씨엔씨는 실적 증가 및 해외유통망 확대 전망에 상승, 엘비세미콘이 아이패드 수혜전망에 소폭 상승, 넥스텍이 LED 조명 공급계약 체결로 소폭 상승하였다.  반면 넷웨이브는 성우이앤티 인수 무산으로 급락하였다.  ●증권사 수수료 무료료 이용하려면?  주식 수수료 무료 혜택과 함께 국내 최고 애널리스트들의 베스트 강의를 체험할 수 있는 리치증권방송의 제로쿠폰.  ◆ 거래 수수료 면제 혜택으로 부담 최소화!  ◆ 억대 연봉 애널리스트들의 집합소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략 제시!  ◆ 단기간에 수익을 불리는데 능숙한 초절정 전문가들의 비법 전수!  다소 어려운 장세 속에서 안정적이고 꾸준한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우수한 애널리스트들이 모여있는 리치증권방송과 함께 부자되는 공식을 느껴보기 바란다. (문의: 고객센터 1588-0648)  ★공개 종목 추천이 보고 싶다면?★  ★억대연봉 애널리스트 최영동 소장의 직장인클럽 특집무료방송 ★  ★주식 수수료, 언제까지 돈 내고 쓸것인가? 요샌 주식 수수료 무료!★ 출처 : 하이리치  본 콘텐츠는 해당기관의 보도자료임을 밝혀드립니다.
  • [김문이 만난사람] 25년째 여의도 지킴이 장석영 한나라 고흥길 국회의원 보좌관

    [김문이 만난사람] 25년째 여의도 지킴이 장석영 한나라 고흥길 국회의원 보좌관

    어떤 자리에서 누군가가 문득 물어본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거니?”라고. 그럴 때마다 똑 부러지는 대답이 나오기가 흔치 않다. 대개는 망설이거나 아니면 “그런대로 살지 뭐.”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주위 어른이나 선배들이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 조언해주기도 하겠지만 그것도 잠시뿐,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경우가 다반사일 터. 한 여인의 생각은 달랐다. 신혼의 단꿈에 부풀어 있을 때였다. 그러니까 1990년 2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부는 시아버지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신부는 얼른 봉투를 뜯었다. 편지에는 거두절미하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법, 즉 9가지 삶의 실천덕목이 친필로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그 내용은 이랬다. ▲타인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인간 ▲건실한 가정을 이끄는 인간 ▲가문과 사회의 명예를 빛내는 인간 ▲상사나 부모를 중히 여기는 인간 ▲시간을 아껴쓸 줄 아는 인간 ▲고향을 아끼는 인간 ▲저축을 생활화하는 인간 ▲학문을 중히 여기는 인간 ▲타인을 도울 줄 아는 인간 등이다. 여기서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과연 이 여인은 편지를 읽고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얼핏 보면 웃어른이 아랫사람에게 ‘열심히 살라는 뻔한 내용이구나’ 하고 지나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치밀한 선거 준비·의정 살림살이 정평 장석영(45)씨. 직업은 국회의원 보좌관이다. 단순히 보좌관이 아니라 올해 25년째가 되는 ‘왕보좌관’이다. 장씨는 지난 1월 공무원으로는 받기 힘들다는 근정포장을 수상했다. 특히 국회 교섭단체 보좌진 가운데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자 여성이기에 더욱 빛났다. 이때의 공적내용을 잠깐 들여다보자. ‘우리나라 최초로 민의 수렴을 위한 지역구 관리를 전산화해 유권자 관리, ARS여론조사 등 전반적인 컴퓨터 운영을 했으며 정치자금 회계 실무, 각종 선거관리 등을 통해 매번 선거 때마다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뛰어난 업무능력을 인정받았고…. 또한 평소 근면성실한 성격으로 모든 업무에 책임감과 열정으로 솔선수범하고, 꾸준히 신임받는 보좌관으로 국회에 근무하면서 시부모를 모시고 슬하에 두 아들을 두어 화목한 가정은 물론, 뒤늦게 대학원 진학 등 직장과 사회에 타의 모범이 되었으므로’ 공적내용들을 천천히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9가지 실천덕목과 대부분 맞아떨어진다. 장씨가 시아버지한테서 편지를 받은 그날 이후부터 ‘9가지’를 삶의 금과옥조로 여기며 묵묵히 실행해 온 결과였다. 그럴 것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지갑 속에 시아버지의 편지 내용이 적힌 실천덕목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장씨는 1986년 9급 공무원으로 국회에 들어와 대선 5회, 총선 6회, 지방선거 5회, 보궐선거 2회 등 선거만 무려 18회를 치렀다. 그러는 동안 선거관리법과 정치자금법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전문가가 됐다. 국회 내에서는 물론 지역 선거관리 직원들조차도 장씨에게 관련법을 물어볼 정도로 인정을 받는다. 인터뷰 요청에 그는 “제가 뭘, 훌륭하신 분들도 많은데.”라고 하면서 한사코 거절한다. 4월 재보선 선거도 있고 하니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경기 성남시 서현동에 위치한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장씨는 지난 16대 총선 때부터 고흥길 의원과 인연을 맺고 있다. ●‘세풍’ 등 사건 땐 검찰 조사 고초 겪기도 빗자루를 들고 사무실을 청소하던 그에게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어떤 연유로 국회에 발을 들여놓았을까. “그러니까 12대 국회 때였지요. 대학 교수님을 통해서 당시 정선호(육사17기) 의원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정 의원님은 아웅산 폭파사건 때 희생당한 서상철 전 동자부장관의 여동생 남편이기도 했지요. 당시 정 의원님은 여의도연구소의 전신인 사회개발연구소에서 컴퓨터로 여론조사를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전자계산학과를 나와 IBM에서 근무하고 있었지요. 당시만 해도 국회에는 컴퓨터가 드물었고 또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정 의원님의 권유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국회에 들어가게 됐지요. 주위에서 반대도 많았습니다. 여자가 그 험한 정치판에 뛰어드느냐고 극구 말렸지요.” 장씨는 국회에 들어가자마자 역사적 사건과 간접적이나마 인연을 맺게 된다. 1987년 6월 노태우 민정당대표의 6·29선언에 결정적 역할을 한 여론조사 업무에도 참여했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부터 일복이 터졌다. 당시 9급 공무원 월급은 16만원이었다.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와서 열심히 일하는 장씨의 모습을 보고 감동했던지 정 전 의원은 별도의 보너스를 지급해 주면서 장씨를 친딸처럼 여겼다. 이후 장씨는 1987년 대선을 치른 뒤 이듬해 13대 총선에서 밤낮 없이 정 전 의원의 일을 도왔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지역구(천안)에서 낙선했다. 모시던 국회의원이 떠날 판이어서 장씨도 준비를 했다. 하지만 당시 서상목 전 의원이 전국구로 국회에 입성했는데 선거운동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장씨에게 6급 비서직을 제안했다. 정 전 의원도 그렇게 하라고 권유했다. 이렇게 해서 장씨는 국회에 다시 눌러앉았고 서 전 의원과는 15대 국회까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러던 1998년 이른바 ‘세풍(稅風)사건’이 터지면서 그해 12월 서 전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내놓게 되자 장씨도 국회를 떠나게 된다(세풍사건은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석희 국세청 차장 등이 현대 SK 대우 등 23개 대기업에서 166억 3000만원을 한나라당 대선자금으로 불법모금한 사건이다). 하지만 곧 고흥길 의원과 인연이 돼 국회로 다시 돌아왔다. 16대 국회 때 초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고 의원 역시 성실한 장씨를 눈여겨봤다가 스카우트했던 것. 이후 17, 18대 총선에서 선거준비를 깔끔하게 처리해 고 의원이 3선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선거 때마다 꼼꼼한 지역구 관리는 물론 정치자금법이나 선거법에 저촉되는 일을 절대 못하도록 원칙을 삼았고 이를 철저하게 지켰다. 고 의원은 이런 장씨에 대해 늘 고마워한다. 그래서 멀리서(천안) 출퇴근하는 장씨에게는 되도록 많은 편리를 봐준다. ●“일하는 국회의원 기준 정했으면…” “어떤 의원들은 정치자금법을 놓고 형무소 담장을 걷는 것 같다고 하지만 돈을 안 쓰도록 하는 지금의 정치자금법은 정말 좋은 제도입니다. 그 이전에는 선거를 치르고 나면 재산을 탕진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거든요. (본인이)돈을 안 쓰고 후원금으로도 얼마든지 4년을 보낼 수 있는데 몸이 고달프고 피곤하다고 돈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결국 거덜나게 됩니다. 대개 당원을 확보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정해진 한도의 돈으로도 얼마든지 홍보를 할 수가 있습니다.” 장씨는 법 테두리 안에서 얼마든지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한다. 그는 또 “국회에 오래 있다 보니 일을 하는 국회의원과 그렇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확연히 드러난다.”면서 “그럴 때마다 세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것들도 어떤 기준을 정했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다음 달 27일 재보선 때에도 ‘왕보좌관’의 철학, 즉 정치자금법과 선거관리법 등을 준엄하게 지키도록 하겠다고 장씨는 강조한다. “그동안 25년 국회 보좌관으로 있으면서 ‘세풍’ ‘안풍’(安風) ‘썬앤문’ 등의 사건을 겪을 때마다 직·간접적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장씨는 서 전 의원 보좌관 시절에 결혼해 아들 둘을 낳았으며 장남이 올해 대학에 진학했다. 첫아이 때는 출산한 지 25일 만에 출근했고 둘째 아이 때는 대통령선거와 맞물려 20일 만에 출근했다. 그것도 새벽 6시에 나와 밤 12시 퇴근하기 일쑤였다. 그는 “이런저런 이유로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 해서인지 몸이 어디엔가 이상이 생겼다고 늘 느끼지만 겁이 나서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남편은 원래 대기업에 다녔는데 결혼할 때 나이 40이 되면 농사를 짓겠다고 약속하더군요. 남편은 그 약속대로 40세에 직장을 그만뒀고 현재 천안에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아 지역 역사박물관에 나가기도 하지요.” 장씨는 19대 총선 때 고 의원을 4선 의원으로 반드시 당선시킨 뒤 정든 보좌관직을 그만둘 생각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에게 물었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살 건가요.” 대답이 지체없이 돌아온다. “천안에서 남편과 함께 시부모를 모시며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매실과 배농사, 그리고 맛있는 농산물을 재배해 저렴한 가격에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장석영 보좌관은 1986년 9급직 정선호 의원실에 ‘입사’…서상목의원실 거쳐 고의원과 3선 인연 1966년 충남 온양에서 2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84년 2월 평택 한광여고를 졸업한 뒤 안양공업전문대학(현 안양과학대)에 진학했다. 여기에서 전자계산학을 전공했으며 1986년 2월 졸업하자마자 컴퓨터 제조업체인 IBM에 입사했다. 그해 7월 회사를 그만두고 12대 국회 때 정선호 의원실에서 9급 공무원(현재는 4급)으로 새롭게 일을 시작했다. 이후 13·14·15대 국회 때 서상목 의원실(1988년 5월~1998년12월)에서 일했다. 서 전 의원이 세풍사건으로 도중 하차하자 장씨는 국회를 잠시 나왔다. 그러나 16대 국회 때 고흥길 의원의 요청으로 다시 국회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3선인 고 의원과 계속 인연을 맺고 있다. 현재 장씨는 한나라당 보좌진협의회 감사, 전현직 보좌진 모임인 ‘청파포럼’ 여성위원장 겸 감사를 맡고 있다. 주요 수상으로는 국회개원 54주년기념 국회사무총장표창(2002), 국회개원 61주년기념 국회의장표창(2009), 국회의장 공로패(2010) 등을 비롯해 지난 1월 근정포장을 수상했다. 현재 남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세무학을 공부 중(2학기)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