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제도 개선‘대폭 해제’ 의미와 과제
◎“현실에 맞게” 27년만의 대수술/재산권 보호토지 이용 극대화 겨냥/보존 필요한 녹지만 엄격 관리키로/개발이익 노린 투기 차단책 필요
정부가 70년대 이후 ‘뜨거운 감자’로 불려온 그린벨트 문제를 꺼내들었다.사안의 민감함과 중대성 때문에 역대 어느 정권도 건드리지 못한 그린벨트를 과감히 개혁의 수술대 위에 올려놓았다.
이번 그린벨트 제도개선 시안은 현행 그린벨트가 71년 지정된 것으로,시대적 여건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나왔다.
그동안 그린벨트에 대해서는 끈질긴 보전요구 못지않게 토지소유자의 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았다.당초 지역실정을 감안하지 않은 채 지도상에 두부 자르듯 선을 그은 탓이다.해당지역 주민들은 사유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정부의 보상이나 선별적인 구제를 끊임없이 촉구해왔다.
지난 97년 대선에서 ‘그린벨트 재조정’을 공약한 金大中 대통령은 취임 뒤 “환경평가를 실시해 녹지가 필요없는 지역은 해제하고 보존이 필요한 지역은 지가증권을 통해 매입하라”는 원칙을 제시했다.시대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불합리한 지역은 재조정해 엄격하게 관리하되 지난 27년간 재산권 행사와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받지 못한 해당주민들에게 마땅히 지원과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정부는 이번에 그린벨트 개혁의 처방전으로 ‘지방 중소도시권역 전면 해제’와 ‘수도권을 포함한 대도시권역 부분해제’ 방안을 제시했다.지정의 실효성이 적은 중소도시권은 구역 전체를 해제하고 대도시권역은 보전가치가 낮은 지역을 부분해제한다는 구상이다.재조정이 아닌 대폭 해제를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춘천권·진주권·통영권·제주권 등 중소도시권역은 전면 해제가 확실해졌으며,수도권과 광역권을 제외한 모든 권역이 전면 해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가장 큰 부담이다.그린벨트가 있었기에 그나마 대도시 환경이 이만큼이라도 보전되지 않았느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다.이들은 수도권 인구 유입을 막고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린벨트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기의혹이 짙은 그린벨트 소유자의 개발이익 처리방안도 현실적인 고민거리다.현재 외지인이 전체 그린벨트의 57%를 소유하고 있다.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이익이 이들 외지인이나 투기꾼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원주민의 재산권 보호와 토지활용이라는 제도개선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강력한 투기차단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궁금증 문답풀이/투기막게 ‘토지거래 허가’ 계속 시행/연말에 대상도시 확정/내년 6월 해제지역 지정
24일 건교부가 발표한 그린벨트 제도개선안에 대해 궁금한 내용을 문답으로 알아본다.
전면해제되는 도시권은 언제 발표하나.
▲현재 도시권별로 인구규모·증가율,개발밀도,녹지율,지정목적 등 각종 지표를 분석하고 있다.이 결과와 개선안에 대한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연말에 대상도시가 확정되면 도시계획절차를 거쳐 내년 6월까지는 해제지역을 발표할 것이다.
전면해제되면 토지거래허가제는 폐지되는가.
▲전면해제와 관계없이 토지거래허가제는 투기우려가 있는 한 계속 시행된다.
해제가 되면 모든 건축행위가 허용되나.
▲해제되면 도시계획상 자연녹지지역이 되며 건축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단독·연립주택 등의 신축이 가능하나 아파트 등 대규모 개발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난개발 방지를 위해 토지형질변경을 제한할 계획이다.
집단취락지역은 모두 해제되나.
▲그렇지는 않다.집단취락 주변이 보존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될 경우 해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그러나 이 경우도 ‘취락지구’를 지정해 건축규제를 크게 완화해줄 계획이다.
‘취락지구’ 안에서의 건축규제는 어떻게 완화되나.
▲그린벨트지역 안에 있는 주택을 ‘취락지구’로 이전하면 논과 밭에도 건축이 가능하고 건폐율도 40%로 완화된다.
존치지역 건축규제는.
▲대지나‘취락지구’등 보전가치가 낮은 지역은 건축규제가 완화되나 환경 평가결과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은 보전을 위해 건축규제가 강화된다.
구역지정 이전부터 대지로 분류되던 곳에는 주택을 신축할 수 있나.
▲있다.구역조정이나 해제와 상관없이 내년 4월부터 건폐율 20%,용적률 100%의 자연녹지지역 수준으로 주택을 신축할 수 있다.
존치지역의 일부토지는 매수하나.
▲구역지정 이전부터 땅을 소유하고 있는 원주민이 매수청구를 해올 경우 매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매입규모,재원조달,토지이용 규제제도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그린벨트제도 어제와 오늘/녹지보호 취지로 71년1월 도입/‘환경보호’ 대세에 초기골격 유지
그린벨트제도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막고 녹지를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지난 71년 1월 도시계획법 전면 개정과 함께 도입됐다.
그해 7월30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부가 처음으로 지정된 이후 지난 77년 4월18일 여천(여수)지역에 이르기까지 8차례에 걸쳐 전국토의 5.4%에 해당하는 5,397㎢(14개 도시권)가 그린벨트로 묶였다.
그린벨트는 고 朴正熙 대통령의 치적으로 꼽힐 만큼 국내외 환경론자들의 찬양을 받았다.지정 초기에는 朴전대통령의 서슬이 무서워 숱한 문제점에도 불구,감히 조정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朴전대통령이 서거하고 5,6공화국을 거치면서 대통령선거와 총선거를 치를 때마다 그린벨트지역 주민표를 의식한 정치인에 의해 조정문제가 제기됐다.그렇지만 세계적으로 환경기준이 강화되는 추세에서 그린벨트를 개발하자는 정책을 들고 나오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환경보호론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지정 초기의 골격이 바뀌지는 않았다.
◎崔相哲 제도개선協위원장 문답/“무리한 부분 손질 균형발전 도모”
다음은 崔相哲 그린벨트제도개선협의회 회장(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과의 일문일답 내용.
오늘 발표된 시안은 협의회 안에서도 찬반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결정했나.
▲협의회 23명 위원의 전원 합의형식으로 결정했다.30여차례의 협의과정에서 존치지역의 토지매입에 관해서만 투표로 가결했다.이 문제는 매입규모,기준, 재원마련 등에 관해 쉽사리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라 난상토론이 이뤄졌다.
대폭적인 조정이 이뤄진 배경은.
▲도시의 평면적 확산이나 도시와 도시가 연접해서 개발될 가능성이 없는 구역은 전체를 해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영국의 예를 보더라도 중소도시 그린벨트 지정은 거의 없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조차 높게 평가하고 있는 그린벨트제도를 손대는 것이 훗날 어떤 평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그린벨트제도 도입 당시 기준이나 논리적 근거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무리하게 지정된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그린벨트 해제·조정은 방치하자는 것이 아니라 균형적으로 개발하자는 것이고 다른 토지이용 규제수단을 활용하면 된다고 본다.역사적 평가에 대해 위원 모두 심사숙고했다.
존치지역은 주민반발이 예상되는데.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다.이번 조정을 통해 존치지역의 주민들은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이 가중될 것이다.그래서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토지매입을 해주도록 방향을 잡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