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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企회장 후보 5명 뜨거운 경쟁

    中企회장 후보 5명 뜨거운 경쟁

    28일 치러질 임기 3년의 중소기업중앙회 차기회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간의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15일 서울 여의도의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후보자들은 각종 공약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다. 후보자들의 공통된 공약으로는 중소기업청의 승격과 단체수의계약제도의 현실화 등이다. 300만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앙회장 자리를 놓고 모두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고종환(72) 제유조합 이사장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당국에 당당히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중앙회장에 대한 탄핵제도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김용구(66) 현 회장은 지난 3년간의 재임경험을 앞세운다. 청와대 내에 ‘중소기업비서관’을 신설토록 대통령선거 후보들에게 요구해서 반영하겠다는 게 핵심공약이다. 협동조합의 자립기반구축을 위해 금융기관, 대기업, 정부의 출연 등으로 1000억원의 재원을 임기중에 조성한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주주할증과세제도 폐지 등 상속세 감면을 추진하고, 올해말 종료되는 세제관련 특례를 3년 연장하겠다고 공언했다. 손상규(63) 밸브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임기내에 매년 300억∼500억원의 국고 지원을 받고 회원조합 활성화 기반을 도모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서울 상암동에 대기업과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전시 컨벤션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단체수의계약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중소기업제품 대체입법위원회를 중소기업청, 중앙회, 조합,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를 망라해 국무총리실 산하로 구성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기문(53) 시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국제 경쟁력을 갖춘 중앙회를 추구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을 확대하고 산업은행을 중소기업 전담은행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태(65) 공예협동조합연합회장은 중앙회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쌓아놓은 폭넓은 인맥과 친화력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 투자 확대와 중소기업공제기금을 발전시켜 중소기협을 전담할 ‘기협은행’ 설립을 내걸었다. 개성 외에 남측 비무장지대 인접 지역에 남북 중소기업특별공단을 조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중소기업 상품권 발행도 공약으로 내놓았다. 중기 중앙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대한상의 회장, 무역협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과 함께 경제 5단체장으로 꼽히는 재계의 요직이다. 신임회장은 28일 선거인단 502명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열린세상] UCC선거의 명과 암/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선거가 아직 10개월여 남았고 각 정당의 후보도 결정되지 않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대선정국은 이미 뜨겁다. 유력후보들의 경우 예닐곱 개의 팬클럽이 활동하고 있고, 회원 수도 수천에서 수만에 이른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사모보다도 훨씬 빠르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정치인 팬클럽 활동을 관전하는 포인트는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무엇보다 과연 제2의 노사모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것이며, 또 하나는 핵심적 선거운동 방법으로 자리잡은 정치인 팬클럽이 선거문화와 우리정치에 미칠 영향이다. 전자가 선거결과에 미치는 정치인 팬클럽의 영향이라면, 후자는 선거과정의 변화와 발전에 대한 문제이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 승리의 일등공신이 노사모였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그러나 2007년 대선에서 제2의 노사모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누가 당선되든지 정치인 팬클럽을 대선 승리의 첫 번째 공로자로 꼽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에서다. 그 이유는 온라인 여론의 동원이 더 이상 특정후보의 차별화된 선거전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서너 개의 노사모급 팬클럽이 경쟁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어느 누구도 온라인 공간에서의 일방적 우세를 자신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번 대선에서 인터넷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마도 2002년 대선보다 훨씬 큰 힘을 발휘할 것이며, 모든 후보들이 온라인 선거운동을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입할 것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2006년 올해의 인물로 특정인사가 아닌 ‘당신(YOU)’을 선정할 만큼 네티즌 개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해졌다. 지난해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 우세지역인 버지니아주에서 공화당 소속 조지 앨런 상원의원이 민주당후보에게 패배했다. 앨런 상원의원이 민주당 지지 청년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장면이 동영상으로 인터넷 사이트에 퍼진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올해 한국 대선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UCC 영향력이 지난 대선에서 보여진 인터넷 선거 파괴력의 4∼5배는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치인 팬클럽 사이트에서도 UCC는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꼭짓점 댄스와 마빡이를 패러디한 동영상이 네티즌 사이에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의 텍스트나 사진에 비해 동영상을 이용한 메시지 전달이 갖는 파급효과는 훨씬 크다. 많은 정치인 팬클럽들이 UCC 제작에 몰두하는 것도 네티즌들을 유입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미위주의 UCC가 네티즌의 관심을 유발하고 지지자를 동원하는 데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선거가 가져야 할 본연의 기능 측면에서 볼 때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대선 후 노사모 활동에 대한 평가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노사모는 분명 새로운 정치참여의 모델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과거 고리타분하고 딱딱하게만 여겨졌던 정치에 흥미와 재미를 곁들임으로써 정치참여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하였다. 한편에서는 노사모의 그러한 활동양식이 정치를 오락화하고 희화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였다. 노사모에 대한 이러한 우려가 이번 UCC 대선에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노사모는 텍스트 중심의 소통양식이 지배적이었으며, 게시판을 통해 지역주의타파와 정치개혁에 대한 진지한 토론도 펼쳤다. 이에 비해 UCC가 의사소통 양식을 지배하면서 재미와 흥미에 매몰되어 선거가 갖는 본질적 목적을 망각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인기몰이가 주목적인 연예인 팬클럽과 달리 정치인 팬클럽의 활동은 공공성에 기반하여야 할 것이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佛대선 최저임금·주택 공약 대결

    佛대선 최저임금·주택 공약 대결

    |파리 이종수특파원|‘대선 공약’ vs ‘프랑스공화국 공약’ 오는 4월11일 1차투표를 실시하는 프랑스 대통령선거의 유력 후보인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과 집권당 대중운동연합의 니콜라 사르코지의 맞대결이 갈수록 열기를 뿜고 있다. 루아얄이 11일(현지시간) 100대 ‘선거 공약’을 발표하자 사르코지는 3000여명의 지지자가 모인 유세에서 “사회당원만을 위한 공약”이라며 “공화국을 위한 공약이 필요하다.”고 맞불을 놓았다. 이날 루아얄이 발표한 대선 공약은 사회당 안팎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루아얄의 인기가 정책 대안 없이 이미지에 편승한 거품이라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당 내부에서도 빨리 공약을 발표해야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루아얄은 참여민주주의를 내걸고 유권자의 토론과 인터넷 정치에 무게를 두면서 기존 선거운동과의 거리를 둬 왔다. 루아얄 공약의 특징은 사회주의 요소를 강화한 경제정책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최저임금을 월 1254유로에서 1500유로(약 180만원)로 상향 조정한 것과 저소득층 은퇴자의 연금 수령액을 5% 인상하겠다는 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해 주택 12만가구를 건설하겠다는 정책도 연장선상에 있다. 루아얄은 젊은 유권자를 의식,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1만유로를 대출해 주고 25세 이하 여성에게 무료로 피임약을 나눠 준다는 정책도 발표했다. 또 논란이 일었던 범죄 청소년을 군대식 훈련캠프에 보내 교정하겠다는 방안과 정치인들의 직무를 평가하는 시민배심원제 도입도 거듭 강조했다. 국제분야에서는 더 강한 유럽연합과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주장했다. 미국과 돈독한 파트너십을 유지하되 미국에 눌려서는 안 된다는 뜻도 밝혔다. 모두 사회당의 정통 노선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 사르코지는 루아얄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겠다는 듯 같은 날 개최한 유세에서 “루아얄의 공약은 사회당 당원들만 만족시키는 내용”이라고 폄하한 뒤 “나는 모든 프랑스인을 상대로 비전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약한 사람, 가장 가난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을 위한 대변자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사르코지는 최근 잇따른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월 1800유로와 ‘1가구 1주택시대’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또 이날 유세에서는 ‘강성 이미지’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화해 대통령’이 되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로써 프랑스 대선은 ‘선거 공약 맞대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루아얄이 잇따른 말 실수로 하락한 지지율을 이날 대선 공약 발표를 계기로 만회할지가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녀는 초반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다 최근 6% 안팎의 차이로 뒤처졌다. vielee@seoul.co.kr
  • ‘국정 어젠다’ 사이버 국민 대토론회

    미디어 빅뉴스(bignews.co.kr)는 12일 ‘2012 국정어젠다-위대한 대한민국 이야기’ 국민 대토론회를 시작한다. 사상 처음으로 국민 대토론회 방식을 도입했다는 게 빅뉴스측의 설명이다. 빅뉴스측은 새로운 국가발전정책모델개발이 될 100개 주제를 선정할 계획이다.1개주제당 최소 4만∼5만명이 참여해 모두 연 500만명의 국민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제에 대한 토론은 대통령선거가 있는 연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전문가·패널들의 기본 발제를 사이트를 통해 동영상과 발제문으로 살펴본 뒤 각각의 의견을 댓글 등으로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첫번째 주제는 ‘코리안 르네상스가 나라 살린다’로 정했다. 박병윤 빅뉴스 이사회 회장이 발제자로 나선다. 윤계섭 서울대 교수,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 김형준 국민대 교수, 구해우 미래재단 이사 등이 공동발제자로 참여한다. 앞으로 2주 정도 진행될 예정이다. 다음 주제로는 ▲앞으로 5년간 연평균 7% 실질성장 실현 ▲5년 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 ▲5년간 일자리 300만개 창출 ▲신중산층 3000만명 양성 정책 등이다. 박병윤 회장은 “다음 대통령의 임기 5년 동안 대한민국의 명운이 결정된다.”면서 “국민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개혁을 실용적인 개혁으로, 규제중심의 정책을 경제살리는 정책으로 바꿔 경제 살리는 데 올인한다면 경제는 금방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빅뉴스는 토론회를 통해 기본주제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전략과 정책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제시할 방침이다. 이번 토론회는 빅뉴스포럼이 주관하고 인터넷미디어 20여개사가 공동주최한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전경련회장 누가 될까

    전경련회장 누가 될까

    사람을 찾습니다.‘자격조건으로 나이는 60세 정도.15대그룹 안팎의 오너. 이미지가 좋으면 금상첨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차기 회장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전경련은 강신호 회장이 3연임을 포기, 후임자를 찾는 데 올인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하겠다는 사람은 없다. ●회장단 모임날짜 잡기도 쉽잖아 전경련은 오는 27일 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을 추대할 예정이다. 첫 단추를 꿰는 회장단 모임날짜를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11일 “회장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날짜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모임에서 회장 추대위원회가 구성된다. 그런 만큼 4대그룹 회장들이 참석해줘야 추대위가 힘을 받는다. 재계에서는 ‘빅 4그룹’ 회장 중에서 전경련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래야 전경련의 위상도 높아지고 ‘말발’도 강해져 회원사들을 잘 이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4대그룹 회장은 이런저런 이유로 고사하고 있다. ●주요그룹 회장들의 입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그룹 일을 챙기는 것도 바쁘다.”면서 고사하고 있다. 이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팔을 걷고 있어 전경련 회장을 ‘구조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게 삼성측이 밝히는 또다른 이유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회장은 비자금 사건과 관련,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라 당분간 전경련 회장을 맡을 입장이 아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의 반도체 빅딜과 관련, 전경련에 서운한 감정이 많다. 전경련쪽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너무 젊다. 최 회장은 48세. 이에 따라 차선책으로 15대그룹 안팎의 회장이 맡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본인들의 뜻과는 관계없이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조 회장은 전경련 회장에 별 뜻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회장이 경륜과 그룹의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적임자라는 말도 있으나,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측은 “그룹의 일을 챙기는 것도 바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한때 전경련 회장에 뜻이 다소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한화그룹측은 “환갑은 넘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56세. 이런 가운데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카드가 떠오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그룹 인사에서 세 아들을 승진시키는 등 (전경련 회장이 될 경우의)업무 부담을 대폭 줄인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현재 전경련 회장단 중 최고령이다. 재계의 각종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전경련 회장에 뜻이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조 회장이 전경련 회장이 되려면 재계의 지지를 얻는 게 관건이다. 효성그룹의 자산규모는 오너가 있는 그룹 중 22위 정도다. 이미지가 좋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도 후보로 거론된다. 동양그룹의 순위는 21위다. ●“대선의 해 사령탑 맡아봤자…” 주요그룹 회장들이 모두 이런저런 이유로 고사하는 것은 전경련의 위상이 최근 떨어진 데다 대통령선거가 있는 올해에 재계의 대표라는 전경련 회장을 맡아봐야 좋을 게 없다는 판단도 중요한 이유인 것으로 재계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경련 회장은 하고 싶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용규 안미현 박경호기자 ykchoi@seoul.co.kr
  • ‘UCC명당’ 2007번 정동영 품에

    올해 12월19일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의 표심(票心)에 영향력과 폭발력을 가져올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의 ‘명당 번호’는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전 의장에게 돌아갔다. 정 전 의장이 당첨된 번호는 ‘2007’. 대선을 치르는 올해를 뜻한다. 정 전 의장을 포함해 모두 7명이 이 번호를 신청했었다. UCC 전문업체인 판도라TV는 8일 대선 출마 예상자 16명을 대상으로 자사 홈페이지에 마련될 UCC 개인채널 번호 추첨에서 이같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단독 신청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7747’,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7777’을 각각 배정받았다. 박 전 대표의 2순위 후보는 선거기호를 의미하는 ‘2222’였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2008’,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1234’를 각각 받았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천정배 의원은 자신의 성을 본뜬 ‘1000’을 단독 신청해 받았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개인번호를 취소하고 당 번호를 선택했다. 열린우리당의 김두관 전 최고위원은 ‘1007’, 김혁규 의원은 ‘2030’을 각각 얻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의원사무실 호수인 ‘325’ 앞에 3을 덧붙인 ‘3325’번을 받았다. 정당의 채널번호는 한나라당은 ‘1230’, 열린우리당은 ‘1718’, 민주당은 ‘8383’을 각각 받았다. 판도라TV측은 이들 번호는 주목을 끌 수 있는 숫자의 조합이나 정당 및 개인이 활용하는 번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들 개인 채널은 개인 UCC여서 이달부터 동영상을 올려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거법상 사전 선거운동 여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번호는 ‘2007’. 정 전 의장측의 참가자는 “신청자 대부분이 바랐던 행운의 번호를 차지해 좋은 징조로 받아들인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2007’보다 더 좋은 ‘최고의 명당’으로 꼽힌 번호는 ‘1219’였다. 대통령 선거일이 12월19일이기 때문이다. 이 번호는 청와대가 지난해 청와대TV 채널을 만들면서 선점했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시론] 대선과 UCC와 선거법/김욱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대선과 UCC와 선거법/김욱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2월에 있을 17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이용자 자체 제작물(UCC)의 허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보기술 발전의 산물인 UCC의 급속한 확산은 작년 미국 중간선거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였으며, 이번 우리나라 대선의 향방에도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UCC가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그것이 유권자에게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이 불순한 의도로 악용될 경우,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 방안 마련이 어렵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잠재적으로 커다란 파괴력을 가지고 있으나,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를 폭탄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UCC의 잠재적인 위험성과 적절한 규제 방안 마련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현행 공직선거법을 UCC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한다는 원칙만을 강조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 여부는 표현방법이 아닌 그 내용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판단이 매우 자의적일 수밖에 없으며, 또한 판단이 내려진다 해도 그때는 이미 그 파급 효과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미 대선 주자들과 관련된 UCC 동영상이 네티즌 사이에서 널리 유포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두 개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해당 UCC 14건의 삭제를 요청한 바 있다. 이 중 특정 정당을 현저히 비방하는 게시물은 단 1건이며, 대부분은 야당 대선 주자의 피아노 연주, 개그 패러디물, 민심체조 등의 내용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제재 조치를 내린 기준이 자의적이다. 개인 블로그 게시는 괜찮지만, 누구나 지속적으로 볼 수 있는 포털사이트에 올리는 것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선관위의 입장이다. 애매모호한 기준이다. 게다가 이러한 제재 조치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UCC가 다른 포털사이트에는 버젓이 올라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영상물을 보았으며, 또한 앞으로도 보게 될 것이다. 선관위의 어려움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명확한 기준을 만들 것을 요구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선관위가 안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의 선거법이 너무 현실감 없이 규제 중심적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선거운동기간을 자의적으로 정해 놓고 그 기간 이외에는 선거운동을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선 주자들 중 넓은 의미에서의 선거운동을 안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묻고 싶다. 사실 정치인의 입장에서 보면 선거운동은 일상적인 일이다. 이를 시기적으로 규제한다는 발상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UCC는 유권자의 자발적인 정치참여의 한 형태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투표가 매우 수동적인 참여 형태임에 비해 UCC를 통한 참여는 상대적으로 자발성이 높으며, 따라서 보다 성숙된 민주정치를 위해 필요한 소중한 자산이다. 이러한 귀중한 자산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규제 중심의 현행 선거법을 개정해 나가는 동시에, 유권자의 의사 표현 자유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후보의 인격보호와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균형 감각이 필요할 것이다. 김욱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7개 항목만 공개해선 싼지 비싼지 조차 알수없어”

    “7개 항목만 공개해선 싼지 비싼지 조차 알수없어”

    1·11 부동산대책은 미완성의 정책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효성을 거두려면 보완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7개 항목의 원가공개는 허점 투성이다. 서울대 김용창 교수는 “사실상 공개가 아니다.”면서 “폭리구조가 드러나도록 정보를 공개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데, 이런 시스템으로는 원가를 공개해도 검증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 ‘미완의 정책’ 한계 및 대안 세종대 부동산경영학과 변창흠 교수도 “핵심은 비교와 검증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인데, 공개를 해도 그 가격이 비싼 건지, 싼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대책이 업계에 자율성을 주는 선에서 절충돼 있다.”고 꼬집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가공개를 하더라도 대형건설사는 느긋하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검증 불가한 원가공개 1·11대책에 따라 민간이 공개하게 되는 7개 항목은 공공기관이 공개하는 61개 항목을 7개의 광주리에 담아놓는 식이다. 까닭에 공개 내역이 두루뭉술해지는 데다, 공공과 민간이 다른 기준으로 원가를 공개하는 탓에 비교·검증이 불가능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순철 국장은 “감리자 모집 단계에서 이미 민간의 58개 항목별 공사비가 공개되는 마당에 구체적 공개를 피하는 이유가 뭐냐.”며 “정말 원가공개 의지가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정부가 민간에까지 확대한 원가공개 내역은 택지비, 직접공사비, 간접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 가산비 등 7개 항목이다. 전면공개를 해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불명확한 공개기준 항목별로 살펴보면 택지비 문제가 첫 손에 꼽힌다.1·11대책에서는 감정평가액을 택지원가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감정가로는 택지비에 포함된 거품을 걷어낼 수 없고, 투명성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윤순철 국장은 “감정가는 주변시세가 반영된 가격”이라며 “민원처리비, 리스크(위험) 비용 등에다 미래가치까지 포함돼 있어 실제 매입원가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감정가는 토지 매입비보다 높기 마련이어서 원가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10년 전 평당 10만원에 사뒀던 땅이 평당 100만원으로 올랐을 경우 감정가는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정해지게 된다. 원가는 10배로 부풀려지게 마련이다. 감정가의 신뢰성 문제도 제기된다. 변창흠 교수는 “감정가는 감정평가사의 시각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닌데, 문제는 사업주가 감평사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사업주의 입김이 반영된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주가 원하는 대로 감정가가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끊이지 않는 토지 감정 비리 사건은 이같은 우려를 더하는 대목이다. 둘째로 직접공사비, 간접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 등 5개 항목으로 구성되는 기본형건축비의 문제도 지적된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이석우 조사부장은 “하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원가가 뻥튀기 되는데, 땅 파는 토공사에 실제 40억원이 든다면 200억원이 들었다고 원가를 매기는 식”이라며 “공사비 부풀리기는 100% 다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세부 공정에서도 이렇게 부풀리기가 만연되고 있는데, 수십개나 되는 공사 항목을 큰 묶음으로 모으게 되면 거품이 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셋째로 가산비 내용도 불분명하다. 가산비는 체육시설이나 도서관 등 아파트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 비용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호화롭게 짓는다고 하면 얼마든지 가산비도 부풀릴 수 있다. 브랜드 가치 차이를 누가 검증할 수 있겠냐.”고 우려했다. ●심사위 활동이 관건 결국 1·11 대책의 성공 여부는 이런 허점들을 어떻게 보완하느냐에 달렸다. 서울시립대 서순탁 교수는 “원가 공개 내역을 검증할 분양가심사위원회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면서 “지자체별로 구성하는 심사위에서 전문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제대로 허실을 가려내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창 교수는 “단순히 분양원가를 검증만 한다는 건지, 분양승인도 거부하는 효력까지 부여할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정부 정책의 불분명한 점을 지적했다. 경실련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원대 홍종학 교수는 “1·11대책의 허점은 많지만 그래도 기본형건축비를 크게 낮추면 원가의 거품을 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본형건축비 재조정을 촉구했다. 현행 기본형건축비는 중소형 기준 344만원으로 터무니없이 높아 적정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또 원가인하에 따른 부실시공 가능성에 대해 “감리가 바로 서면 해결된다.”고 했다. 감리회사가 건설사의 하수인 비슷하게 돼 있는 현행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얘기다. 감정가에 대해서 우리은행 이성규 부부장은 “택지를 매입했던 시점의 감정가냐, 아니면 분양이 이뤄지기까지 금융비용이 포함된 감정가냐에 따라 그 차이가 엄청나다.”면서 “현재로선 기준이 없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정성을 위해 감정평가사 선정 과정도 투명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 부동산시장 기상도 1·11 부동산 대책에 이어 1·31 대책이 잇따라 나오면서 집값이 잡힐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을 할지, 경착륙을 할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급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뜸하고,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부동산시장 급랭기류가 당분간은 지속되겠지만, 상승 가능성이 항상 잠재해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은행 PB사업부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상반기는 분양가 및 대출규제 등으로 주택가격이 더 오르지 않고, 하반기에는 강보합세가 예상된다.”면서 “투기 심리를 어떻게 잠재우느냐가 중요한데, 이번 대책도 별 게 아닌 것으로 판명나면 곧바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분양원가 공개 및 분양가 인하를 중심으로 한 공급확대 정책 등으로 광풍은 잦아들 것”이라면서도 “연말 대통령선거에 따른 규제 완화 기대감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거래 급감 현상은 곧 해결되겠지만, 가격 급등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설이 지나면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가 좀 살아날 것”이라면서도 “거래의 절대량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다시 강세로 전환되더라도 급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대주택 공급확대를 핵심 내용으로 한 1·31대책으로 장기적으로 중소형의 가격은 하향 안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부동산 114 김희선 전무는 “중장기적으로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 내용이 일관적으로 추진된다면 중소형의 시장가격이 훨씬 더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청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등 준비수요는 늘어나겠지만, 당장 무리하게 집을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거나 시장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임대주택이 늘어나면 민영아파트 건축이 줄게 되는데, 그러면 어차피 집을 한 채 사는 입장에서 더 좋고 큰 아파트를 찾게 된다.”면서 “30평 이상 중대형 평형은 수요·공급의 원리에 의해 5∼6월쯤 가격 반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되짚어 본 부동산정책 정부의 아파트 분양가격 정책은 경제사정과 맞물려 규제와 자율화를 되풀이하면서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8일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1963년 공영주택법에서 공영주택의 입주금과 임대료를 건설원가에 연계해 결정하도록 하면서 정부의 가격통제가 시작됐다.1973년에는 가격통제 대상이 민영주택으로 확대됐다. 1977년에는 주택규모나 공영·민영에 관계없이 정부가 획일적으로 가격을 정해주는 강력한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됐다. 국민들이 분양대금을 미리 내는 선분양 제도를 일반화시켜 집값을 확실한 정부 통제 하에 두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1989년에 원가연동제로 완화됐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부터는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는 18평 이하 소형주택을 제외한 모든 주택에 분양가 자율화가 실시됐다. 시민단체들은 “선분양으로 인해 파생된 모든 규제를 철폐했다면 당연히 후분양으로 선회해야 했다.”고 지적한다.‘선분양-상한제’,‘후분양-가격자율화’가 시장원리에 맞다는 주장이다. 경실련 아파트거품빼기운동본부 김헌동 본부장은 “정부는 그동안 선분양에다 분양가 자율화는 물론 국가가 강제로 수용한 택지를 헐값에 민간업체에 넘기고, 분양가를 부풀려 신청해도 아무런 통제 없이 승인해 줬으며, 미분양 대책까지 세워줬다.”면서 “공급자가 리스크(위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완벽한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1982년부터 18년간 대형 건설업체에 몸담았던 부동산 전문가다. 분양가 자율화 이후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기존 아파트의 가격까지 끌어 올리자 참여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2005년 3월에 공공택지의 공공주택을 대상으로 원가연동방식의 상한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가 이번에 민영아파트까지 대상을 넓힌 것이다. 민간의 자율에 맡겼던 분양가격을 정부의 통제에 두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정부의 이번 대책을 놓고 “건설업체의 폭리를 합법화시킨 ‘무늬만 원가공개’”라고 비난한다. 반면 건설업계는 “원가를 공개하고, 가격을 통제받는 제품이 어디 있느냐.”며 반(反)시장적 정책이라고 반발한다. 이번 대책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 중소건설업체들의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는 1·11 대책 발표 직후 “주택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반발했다. 대형업체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도 “민간주택 분양원가 공개를 입법화하면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 ‘부동산 정책’ 이런 점은 걱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자칫 건설경기 위축과 아파트 공급 축소, 부실시공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민간 건설업체들은 “1·11 부동산 대책이 시행되면 결국 건설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급이 축소돼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익이 적어지면 값싼 건설자재를 쓸 수밖에 없어 아파트의 품질이 하향 평준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소비자만 골탕을 먹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평균 105.9%에 이르지만 수도권은 90%대에 머물러 주택수요가 여전히 많다.”면서 “원가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로 수익이 줄어들면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한다.’는 기업의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아 적재적소의 공급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김일수 부동산팀장은 “수도권에서는 대기수요가 너무 많은 반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정부의 신도시 계획과 공공주택 확대 계획은 몇년 내에 이뤄지기 어려워 결국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일감정평가법인 관계자는 “원가공개로 일단 분양가는 낮아질 것”이라면서도 “사업을 발주하는 시행사들의 이익이 불투명해지면 개발을 추진하려는 시행사가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은 값싼 중국산 자재를 쓰고 비숙련공을 고용하는 방법으로 원가를 맞출 수 있고, 결국 아파트 품질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경원대 홍종학 교수는 “현재의 주택수요 중에는 투기적 가수요가 많다.”면서 “부동산 개발은 전세계적으로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사업인데 유독 한국에서만 짓기만 하면 ‘대박’이 터지는 저위험 고수익 구조가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0년대에 1000개도 안 되던 건설사가 1만 3000개로 급증한 사실은 그동안 건설사들이 얼마나 폭리를 취했는 지를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건설업계의 폭리를 위해 소비자들이 계속 피해를 볼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경실련 윤순철 시민감시국장은 “소비자가 공개된 원가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삼지 못하게 한 것과, 강제수용으로 이뤄지는 공공택지개발에 민간업체의 참여를 허용한 것은 오히려 민간업체에 대한 특혜”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업계의 주장이 일방적인 하소연과 으름장만은 아닌 듯하다. 부동산 정책을 맡고 있는 정부 당국자도 “공급위축 위험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 “아파트 공급위축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심사위원간 가격깎기 경쟁이 빚어질 수도 있고, 이는 공급을 늦추고 결국은 원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부처 한 국장은 “부동산에 거품이 없다는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의 발언은 집값 거품붕괴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경제정책 당국의 바람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원가공개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여왔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기획탐사부 이창구 강혜승 유지혜 박지윤기자 tamsa@seoul.co.kr ●기획탐사에 대한 독자 여러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02)2000-9261∼9263 또는 tamsa@soeul.co.kr
  • [김종면 기자의 시사 고사성어] 讀書亡羊(독서망양)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들의 사무실을 두드리는 대학 교수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든 권력에 줄을 대보려는 ‘정치교수’, 이른바 ‘폴리페서(polifessor)’들이 제철을 만난 것이다. 이쪽저쪽 캠프를 시계추처럼 오가며 권력을 구걸하는 ‘양다리형’도 적지 않다고 하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천박한 행태가 독서망양(讀書亡羊)이라는 옛 말을 떠올리게 한다. 옛날 중국에 장(臧)과 곡(穀)이라는 사람이 양을 치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두 사람 모두 양을 잃어버렸다. 사람들이 장에게 물었다. “당신은 무슨 일을 하다 양을 잃어버렸습니까?” “댓가지를 끼고 책을 읽고 있었지요.” 이번엔 곡에게 물었다.“그러면 당신은 어떤 일을 하고 있었나요?” “주사위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을 했든 본업을 태만히 해 귀중한 양을 잃어버린 것은 같다. ‘장자-외편(外篇) 변무(拇)’에 나오는 이야기다. 독서망양은 바로 이 고사에서 유래했다.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본래의 중요한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국민으로서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교수가 본업인 연구와 강의보다 권력게임에 더 관심이 많다면 그것은 한마디로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일찍이 공자도 ‘천하유도즉현(天下有道見) 무도즉은(無道隱)’이라고 했다.‘논어’ 태백편(泰伯篇)에 있는 말로, 천하에 도가 있으면 나타나 벼슬을 하고 도가 없으면 은거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식인의 현실참여에 대한 준거로 흔히 인용되는 말이다. 스스로 지식인이라고 여기는 교수라면, 정치판을 기웃거리기 전에 장자와 공자의 말씀쯤은 한번 되새겨 볼 일이다. jmkim@seoul.co.kr
  • 강운태 前내무 대선출마 선언

    강운태 전 내무부장관은 30일 오후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17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강 전 장관은 “오는 3월 말까지 창당주비위를 구성하고 독자적인 정치결사체를 꾸린 뒤 민주적 경선 절차를 거쳐 대통령 후보로 나서겠다.”고 밝혔다.그는 “여당과 민주당 등의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어서 당장 현역 의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통합신당 논의에 참여할 생각은 없으나, 상황에 따라 오픈 프라이머리 등 국민경선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광주시장,16대 국회의원, 민주당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엔 열린우리당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과 민주당 박주선 전 의원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출범 앞둔 개헌지원기구 ‘산 넘어 산’

    노무현 대통령이 발의하겠다고 밝힌 개헌안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 실무지원기구가 이번 주부터 본격 가동된다. 그러나 안팎의 상황은 ‘산 넘어 산’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선례가 없다.‘참고서’가 없어 절차를 새로 만드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야당의 거센 반대와 여당 내홍 등 정치적 상황도 여의치 않다. 정부는 29일 중앙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개헌 추진을 위한 행정·법률적 차원에서 실무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가칭)‘헌법개정추진지원단’을 구성,31일 제1차 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회의체 형식으로 운영될 추진지원단은 임상규 국무조정실장을 단장으로 법무부·행정자치부2차관, 법제처 차장, 국정홍보처장, 국무조정실 기획차장, 총리 정무수석비서관이 참여한다. 지원단 산하엔 이병진 국조실 기획차장을 반장으로 1급 공무원으로 구성되는 실무지원반을 두고, 개헌 관련 세부 작업을 하게 된다. 개헌안 작성과 함께 국민투표법 및 공직선거법 개정 등 관련 법률안 손질 작업이 포함될 예정이다. 추진지원단 출범은 지난 23일 한명숙 총리의 지시 이후 6일만에 발빠르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개헌안 작성 및 관련 법률안 손질 작업이 만만치 않고, 정치적 상황까지 어려워 개헌 발의까지의 일정이 매우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법제처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해 국회로 넘겨 처리한 선례가 없어 모든 절차를 새로 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가장 핵심인 4년 연임 조항을 어떻게 조문화할지도 쉽지 않은 문제다. 구체적으로는 ‘∼할 수 있다.’로 하느냐,‘1회에 한하여∼’로 하느냐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선거법과 국민투표법의 조정 문제도 과제다. 현행 국민투표법이 투표권을 20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국회의원 선거 투표권을 19세 이상으로 규정한 통합선거법과 상치되는 점을 손질해야 한다.또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한꺼번에 치를 경우 임기 개시를 동시에 해야 하는지, 따로 해야 하는지 등을 규정하는 선거법을 조정해야 한다. 정치권 상황은 실무진들을 ‘힘 빠지게’ 하는 외부 요인이다. 무엇보다 한나라당 등 야3당이 개헌에 반대하고 있어 개헌안의 국회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와해 위기에 처해 있어 일사불란한 지원을 하기는 여의치 않다. 단지 국회 제출을 위한 ‘1회용 법안’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이병진 기획차장은 “검토해야 할 사항이 워낙 많아 개헌 작업이 간단치 않다.”고 어려움을 시사했다. 그는 또 “실무진 작업과 함께 매주 추진단 회의를 열어 발의가 늦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행정부로서 개헌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기업 올 투자액 2.1%↑ 그쳐 5년만에 한자릿수 곤두박질

    올해 대기업의 투자증가율이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8일 “올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의 투자액은 지난해보다 2.1% 늘어난 77조 4000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4년간 유지됐던 두자릿수 투자증가율이 한자릿수로 곤두박질친다는 의미다.600대 기업의 지난해 투자증가율은 10.4%였다. 전경련은 “최근 2∼3년간 환율과 유가 불안이 지속되는 데다 올해에는 대통령선거 정국 등으로 경제 환경이 불투명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열린세상] 잡탕정당,정책으로 개편하라/강지원 변호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요즘 정치판에 기다렸다는 듯이 고질적 병폐가 또다시 재발하고 있다. 대통령선거가 다가오자 정당마다 이합집산과 정체성 논란이 한창이다. 먼저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보자. 이 정당은 이미 폐기처분될 정당으로 기정사실화되는 듯하다. 당 사수파라는 사람들까지도 리모델링에는 찬성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운명을 다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할까. 직접적인 계기는 지지율이 폭삭한 데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처음부터 ‘잡탕’정당이었다는 데서 찾아야 한다. 최근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김근태 의장에게 ‘좌파적’이라고 공격했고, 김의장측은 ‘그러면 당신은 한나라당으로 가라.’고 공격했다. 정당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일은 그야말로 코미디같은 일이다. 도대체 김 의장이 좌파적이라는 지적에 발끈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또 강 의장이 우파를 자처한다면 한나라당과 다른 구석은 무엇인가. 최근에도 정권이 진보적 개혁에 실패했다며 탈당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좌파로는 안 된다며 대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외치는 이가 있다. 그렇다면 맨처음 창당할 때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말인가. 다음으로 한나라당을 보자. 대체로 보수적인 노선을 가진 정당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 밖에서 손학규 전 지사에게 한나라당에 있을 사람이 아니니 탈당하고 나오라고 요구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이명박·박근혜와는 노선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손학규의 노선은 도대체 무엇인가. 한나라당에도, 누가 보더라도 아닐 듯싶은 이들이 그 안에 있다. 그들 사이에 지금은 조용한데 언제 갈등이 불거질지 모를 일이다. 이나라 정치사에서 이런 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있었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논의, 그 전 선거에서 있었던 DJP연합 등 그런 사례는 늘 있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그런 야합은 반드시 깨진다는 사실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잇속을 챙기기 위해 일시적 연대를 하지만 그 본색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동자들은 득표에 보탬이 된다면 우선 급한 대로 노선과 관계없이 명성이나 득표력, 지연·학연 등 연줄에 기대 사람들을 긁어모은다. 또 당사자들은 자신과 노선이 다르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리 욕심에 혈안이 되어 뛰어든다. 이런 저질적 행동들은 결국 정당정치의 기본을 파괴하고 우리 정치를 패거리 작당 정치로 전락시켜 왔다. 본래 정당이란 정치적 견해를 함께하는 사람들의 결사체다. 그리고 국민은 그 정당의 정강정책을 보고 투표를 한다. 그런데 도무지 이 나라의 양대 정당이라는 정당은 죄다 ‘잡탕’이다. 그러니 국민은 혼미스럽고, 또 툭하면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움질을 하게 된다. 그동안 이 나라 민주주의는 독재로부터 해방되고 권위주의를 청산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해 정책을 통해 정당을 선택하고 정당이 제대로 된 정당정치를 해나가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생산적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탓이다. 그래서 매니페스토 운동은 먼저 정당에 대해 정책정당이 될 것을 요구한다. 정당이 문서화된 정책을 내놓고 국민은 그것을 보고 투표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 정당도 늦었지만 정책정당으로 대변신을 해야 한다. 인물 따라, 지역 따라 몰려다니는 패거리 작당 정당이 아니라 보수면 보수, 진보면 진보, 우파면 우파, 좌파면 좌파, 정책에 따라 헤쳐모여가 시급히 전개되어야 한다. 국민은 요구한다. 정치인들은 제 정치적 신념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라. 그리고 그 번지수에 맞는 정당을 찾아가라. 더이상 ‘위장취업’은 안 된다. 또 ‘한지붕 여러가족’도 안 된다. 정당들은 이번 대통령선거에 나서기 전에 제 정체성부터 분명히 하라. 강지원 변호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임기말 대통령과 탈당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임기말 대통령과 탈당

    15대 대통령선거가 있던 1997년 10월쯤인가.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는 김영삼(YS)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안기부장 인사권을 자신에게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한 YS는 이후 사석에서 “그 사람(이 후보를 지칭)이 그럴 줄 몰랐어.”라며 배신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진다. 두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으로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당한 이 후보 진영은 김대중(DJ) 새정치국민회의 대통령후보의 비자금 의혹을 회심의 반전(反轉)카드로 꺼내든다. 하지만 도와줄 것으로 기대했던 YS는 공정한 대선관리를 들어 임기중 수사 불가 방침을 천명했다. 이에 반발한 이 후보는 YS와 건건이 갈등을 빚다 끝내는 YS의 탈당을 요구하게 되는데, 안기부장 인사권 요구도 이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YS도 결국 대선을 한 달가량 앞둔 11월7일 신한국당을 탈당한다. 선거 불개입 원칙을 겉으로 내세웠지만 이 후보의 승리를 위해 어떤 일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 배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YS의 탈당은 이 후보 패인의 여러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YS도 민자당 대통령후보 시절이던 1992년 9월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관권선거 개입의 폐습을 청산하겠다.”며 전격 탈당하는 바람에 뜻밖의 타격을 입은 바 있다. 현직 대통령의 여당 탈당은 그때가 처음이다.YS는 노 대통령의 탈당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선거자금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당시 YS는 2박3일이나 3박4일간의 지방유세 중에도 매일 저녁 서울로 급히 올라와 지인들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다음날 새벽에 유세단과 합류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다행히 11월부터는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금문제는 해소됐으나 YS 측근들은 그때 일만 떠올리면 몹시 불쾌해한다.YS 본인도 나중에 “노 대통령이 나를 대통령에 당선시키지 않기 위해 탈당했다.”고 밝힐 정도였다. DJ는 대선을 7개월여 앞두고 일찌감치 민주당을 탈당했다. 세 아들의 비리가 기폭제였지만 노무현 후보를 배려하는 차원이었다는 게 중론이다.DJ의 이른 탈당으로 민주당과 노 후보는 검찰 수사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물론 대선가도에도 한층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앞서 두 케이스와는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탈당 얘기를 꺼냈다.“대통령 때문에 탈당한다면 차라리 그 사람들이 나가는 것보다 내가 나가는 것이 당을 위해서도 좋은 일 아니겠느냐.” 깨질 위기에 처한 열린우리당을 살려보겠다는 간곡함이 깃들어 있다. 난파선과 같은 우리당의 상황이 변수이지만 노 대통령의 탈당은 이제 상수(常數)다. 대략 하반기쯤으로 점치는 추론이 대체적이었던 만큼 이번에 탈당하면 시기는 무척 빨라지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이전 세번의 직선 대통령의 경우 전부 여당 후보가 결정돼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 오리무중이다. 탈당 시기는 노 대통령의 의중에 달렸지만 정쟁을 야기하는 탈당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정파적 이해에 얽힌 탈당, 정치 개입을 위한 탈당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탈당 즉시 중립 선거관리내각을 출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임기말 대통령의 의무라고 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정치 개입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하지 않았다. 지금 봐도 잘한 결정이다.” jthan@seoul.co.kr
  • [노대통령 기자회견] 우리당 중심 중도통합 가능성 제시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자신을 둘러싼 가장 민감한 정치적 현안인 ‘당적정리’와 ‘임기단축’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지었다. 또 대선을 겨냥한 거국내각 구성설을 부인하는 등 국정운영의 불확실성을 제거했다. 지난 11일 긴급기자간담회에서도 거론됐던 사안들이지만 노 대통령이 주체적으로 ‘단서’나 ‘걸림돌’을 없앰으로써 앞으로 한층 국정을 다잡는 데 초점을 맞춘 것 같다.●‘당에 걸림돌 된다면’ 노 대통령은 지금껏 당적정리 즉, 탈당에 대해 ‘당적 유지’ 쪽에 무게를 뒀다. 심지어 “임기가 끝난 후에도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라고 할 정도로 열린우리당에 애착을 보였다. 지금껏 탈당을 거론할 때도 ‘개헌을 위해’,‘당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이라는 조건을 다는 등 ‘수세적’이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의 탈당은 그동안 거론했던 탈당의 의미와는 전혀 다르다. 당을 위해서라면 탈당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취지라는 점에서다. 특히 열린우리당 내의 통합신당론의 실체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한 중도통합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더욱이 당의 내분과 혼란은 전당대회를 통해 수습할 수 있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열린우리당을 중심축으로 신당 창당의 동력을 얻겠다는 발상으로, 의원들의 탈당 도미노에 일정부분 제동을 거는 효과를 가져올 듯싶다. 당의 갈등을 추스르는 데 보탬을 줌으로써 결집을 도모한 셈이다.●“한때 임기단축도 고려했었다” 노 대통령은 임기단축과 관련,“절대로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노 대통령은 개헌 추진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해 정기국회 이후 임기단축을 고려했었다. 임기단축을 해서라도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주기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대통령직을 관두겠다.’라는 말이 국민들에게 압박으로, 정치권에 정략으로 비치는 상황을 우려, 접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그 이유로 “모든 것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라면서 “개헌에 신임을 걸면 그야말로 개헌판이 아니고 정치판이 돼 버린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의 거듭된 임기단축설 일축은 개헌 제안이 국가 미래를 위한 결단이란 점을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노 대통령은 한명숙 총리와 정치인 장관들에게 신임을 표시했다. 그동안 제기되어 온 연초 개각,2월 전당대회 전후의 개각설을 부인한 셈이다. 노 대통령은 “지금 별 문제가 없고 일을 잘하고 있다.”고 밝혔다.더욱이 대선 관리를 위한 중립내각 출범에 대해서도 “대연정을 거부했으면 그만이지 거국내각 얘기는 안 나와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국민전환용 개각은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따라서 개각설은 개헌정국이 마무리되는 3∼4월쯤 다시 부각될 것 같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세계적 석학이 말하는 지구촌 전망] “태평양시대 아시아 경제공동체 필수적”

    [세계적 석학이 말하는 지구촌 전망] “태평양시대 아시아 경제공동체 필수적”

    |파리 이종수특파원|자크 아탈리(64)와의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빡빡한 일정 탓인지 날짜를 확정한 뒤에도 시간대를 4차례나 조정해야 했다. 파리 기온이 처음으로 영하로 떨어진 23일(현지시간) 오후. 샹젤리제 거리 뒷골목에 있는 그의 사무실 옆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틀에 매이기 싫었던 듯 미리 보낸 질문지를 읽지 않았다고 했다. 자연히 ‘준비된 질문’과 ‘날 것의 대답’이 오갔다. 먼저 오는 31일 한국에서 강연할 주제를 물어봤다.“역사를 통해 한 국가가 어떻게 강국이 되며, 영향력을 유지하는지를 총체적으로 조명할 것이다. 이어 한국의 강점을 활용할 최선책과 약점을 극복할 방안을 다룰 예정이다.” 30년 전 그가 예측했다는 ‘태평양 시대’에 대한 조감도가 궁금했다.“세계의 중심이 되려면 미래 테크놀로지, 즉 정보기술(IT)·나노·에너지 기술 등을 확보하고 항구를 갖춰야 한다. 태평양 지역에는 이 조건을 갖춘 나라가 많아 일찍이 주목했다. 한국은 다방면에 잠재력이 있고 일본도 여전히 건재하다. 중국의 성장 잠재력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이런 성장잠재력을 실현하려면 아시아 지역의 공동시장 등 경제공동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공동경제구역 구축을 가능케 하는 모든 것, 특히 유로화와 같은 단일통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현실화되려면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전 단계로 상품과 자본이 자유롭게 유통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 佛대선 전망 그의 ‘자상한 안내’에 힘입어 화제는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통령선거로 넘어갔다. 가장 큰 관심은 중도우파인 집권당 대중운동연합의 수성이냐, 아니면 13년만에 사회당의 정권 탈환이냐였다. 진단은 신중했다.“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독립적 입장에서 관찰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집권당 후보가 늘 패배했기 때문에 우파 진영이 패배할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그러나 달라진 두 가지 정치 풍토가 변수라고 내다봤다.“이번 대선은 매우 특이하다. 유력 후보 2명 모두 처음 출마했다. 전례가 없다. 지금까지는 주요 후보 가운데 최소한 한 명은 대선에 출마했던 사람이었고, 출마 경험이 더 많은 사람이 이기곤 했다.” 사회당 루아얄 후보가 내세운 ‘참여 민주주의’는 그가 주창한 것이다. 그 인과관계를 묻자 “그녀와 7년 동안 일하며 잘 알게 됐다. 아주 친한 친구지만 우리 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웃음)고 말했다. 대신 ‘루아얄이즘’, 혹은 ‘루아얄 현상’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에 대해 “그녀는 참신하면서도 경험있는 인물이라는 두 가지 절묘한 측면이 어우러진 후보”라고 했다. #신음하는 EU 진단 동구의 노동인력 유입과 유럽헌법 부활 등 여러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전망에 대한 ‘석학’의 진단은 어떠할까.“EU는 기이한 공동체이다.27개 회원국으로 확대됐고 단일통화도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크게 성공한 공동체다. 그러나 회원국 모두 정치적으로 통합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면서 ‘유럽연합 내의 연합’이라는 독특한 전망을 제시했다.“프랑스·이탈리아·독일·벨기에·네덜란드 등 몇몇 국가들이 EU 내에서 제한적 소규모 그룹을 형성하여, 공동 군사력을 갖추고 공동의 외교정책을 수립할 것이다. 이 형태가 내가 희망하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EU헌법도 27개 회원국이 모두 참여하는 형태는 불가능하고 7∼8개국만의 공동헌법이 제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노마디즘 화제는 지구촌 공통의 문제로 넓혀졌다. 그는 온난화, 물 부족 등 환경 재앙에 대해 준엄하게 경고한 뒤 ‘새로운 노마디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곧 지구촌 인구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기후도 한 이유가 된다. 아프리카를 떠나 더욱 살기 좋은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다. 중국에서 러시아로 옮겨가는 인구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자원이 풍부하고 환경 보전이 잘된 시베리아가 살기 좋은 지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러시아 국경은 인구 이동과 천연자원 확보를 위한 갈등으로 21세기의 거대한 분쟁 지역이 될 것이다.” #문명의 충돌 역설 중동과 유럽을 감싸는 이슬람과 서방의 긴장에 대해서는 낙관론을 폈다.“이슬람 인구는 10억에 이르고, 서방도 10억가량의 인구가 있다. 극소수의 광분한 이슬람그룹이 있지만 주된 흐름은 현대화·민주화로 간다. 이슬람교의 성향 자체가 민주주의와 대치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그래서인지 새뮤얼 헌팅턴이 진단한 ‘문명의 충돌’에 단호하게 반대했다.“그가 문명의 충돌을 이야기할 때 문명의 의미가 무엇이었는가. 이슬람 문명, 아랍 문명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슬람 문화·문명은 획일적이지 않다. 이것이 이슬람의 힘이다. 이슬람은 보편적인 종교이며 문명을 초월해 있다. 그것은 이슬람이 극도로 추상적인 종교이기 때문인데 이 점에서 이슬람은 특정 문명에 의해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인류 미래 예측 다양한 각론을 거쳐 마침내 ‘인류의 미래’에 도착했다.“자본주의는 앞으로 3단계의 보편화 과정을 거칠 것이다.▲향후 20∼25년은 미국 주도 ▲한국 등 11개국 주도의 다극체제 ▲시장논리만 통하는 거대제국(Hyperempire)이 그것이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거대제국 단계에서 국가·민족·도덕은 의미가 없다. 이익만 추구하는 집단의 지배로 온갖 갈등이 분출하는 ‘대충돌(Hyperconflit)’시대가 온다. 그러나 그가 그리는 미래는 밝다. 인간은 늘 자유를 제약하는 모든 억압에 대항했듯이, 국제적 비정부기구(NGO) 등이 중심이 돼서 합리적 돌파구를 찾는 ‘초국적민주주의(Hyperdemocratie)’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vielee@seoul.co.kr ■ 자크 아탈리의 노마디즘 인생 |파리 이종수특파원| 경제학자·정치인·관료·저술가·사회운동가·소설가·언론인…. 자크 아탈리의 지적 여정이다. 읽기에도 숨가쁜 전방위 활동은 자신이 만든 말 ‘디지털 노마드(유목)’를 빼닮았다. 1943년 알제리에서 쌍둥이로 태어난 그는 한 곳에만 들어가도 수재로 통하는 프랑스의 그랑제콜 4곳을 졸업했다. 에콜폴리테크니크(공학), 에콜데민(토목), 정치대학원(정치학)을 거쳐 프랑스 최고지도자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ENA)까지 졸업한 뒤 소르본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이 뭐냐는 질문에 “수학을 시작으로 역사·법학·경제학·철학·음악 등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지적 탐험은 끝이 없는 듯 “중요하다고 여긴 모든 것은 소화한 뒤 독서·만남·지적 자유를 통해 배웠다.”고 설명했다. 이공계와 인문사회학을 넘나드는 학문 탐험에 힘입어 활동도 전방위에 걸쳐 있다.1975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과는 경제 고문으로 인연을 맺은 뒤 1981년부터 엘리제궁에서 대통령 특보로 10여년간 활동했다. 그래서 ‘미테랑의 쌍둥이’란 별명이 붙어 다닌다. 숱한 ‘양지’에서 일하면서도 시민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1979년 비정부기구 ‘빈곤퇴치 행동’을 세웠고, 1989년 방글라데시에 ‘국제 수재 방지 행동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또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의 ‘소액금융’운동에 공감,1998년 프랑스에 플래닛 파이낸스(Planet Finance)를 설립하고 대표를 맡고 있다. 폴리테크니크·도핀대 등에서 경제학 교수를 역임하면서 40여권의 저서와 소설을 발표했다. 그의 저서 가운데 ‘마르크스 평전’ ‘미테랑 평전’ ‘호모 노마드’ ‘인간적인 길’ 등이 국내에 번역 소개됐다. vielee@seoul.co.kr ■ ‘비전 2030 글로벌 포럼’은 미국·일본의 비전·미래 전략을 검토하면서 한국의 ‘비전 2030’의 보편적 의미를 점검하는 행사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이종오)가 주관하는 포럼은 오는 31일 기조 연설 및 환영행사,2월1일 한국·미국·일본의 미래비전 정책에 대한 집중 토론으로 이어진다. 구체적으로 ‘미래를 위한 세계의 준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 ‘미래의 성장 동력 육성방안’ 등의 주제를 놓고 한국의 ‘비전 2030’에 해당하는 미국의 ‘해밀턴프로젝트’와 일본의 ‘21세기 비전’을 입안한 전문가들이 주제 발표와 토론에 참석한다. 아탈리는 “장기적 안목으로 자국의 미래에 대해 성찰하고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을 숙고하는 나라는 매우 드문데 한국이 이런 행사를 마련한 것은 흥미롭다.”고 말했다.
  • [문화마당] 자기 확신범과 거울/김지우 소설가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할 것 없이 선거 때가 되면 인파가 쏠리는 거리 한복판에 그야말로 대문짝만 하니 사진이 붙나니, 때 빼고 광내고 잘 차린 인물사진이렷다. 아라비아숫자 하나씩 박고 나와 노랑 파랑 초록 하양 껍데기들 속에서 일동 차렷! 흐, 하고 웃고 있겠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웃고 있는 낯짝들은 그럭저럭 봐줄 만하다. 관상쟁이나 점술가가 아닌 바 저마다의 타고난 인물로 품평회를 할 생각도 없다. 문제는 그들 앞에만 서면 실실 웃음이 난다는 것이다. 어째 허세와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찬 확신범들 전단을 보는 것 같다.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나르시시스트들을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실은 섬뜩하다. 그리고 참으로 알지 못하고 이해 못할 의아함이 솟는다. 어떻게 스스로 자기 검증을 하고 나왔을까. 내가 대통령감이다, 국회의원감이다, 무엇으로 자기 확신을 했을까. 어떤 자기규정, 어떤 삶의 방식, 어떤 신념과 가치, 어떤 사상과 이념, 어떤 도덕과 윤리관으로 자신을 그 무서운 시험에 들게 했을까. 어느 날 백설공주네 마녀 새엄마가 거울을 들여다보았겠다. 개 같이 벌었든, 정승 같이 벌었든, 이만하면 학연, 지연, 미모, 권력 다 자신이 있었으렷다. 자신의 집에 내밀히 감춰두고 혼자 보는 거울 앞에서 물었겠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젤 예쁘니?” 고작 얼굴이나 빠끔히 들여다뵈는 손바닥 거울은 고심했다. 사실대로 백설공주요 했다간 한성질하는 마녀 성격에 와장창 작살을 낼 게 아닌가. 숙고 끝에 손바닥 거울은 “주인님요.” 하고 비위 맞춰 주었다. 자신을 얻은 새엄마는 이번엔 윗몸 아랫몸 다 비춰보는 체경에게 물었겠다. 체경도 손바닥 거울처럼 곤혹스러웠으나 질끈 눈감고 “주인님요.” 했다. 러면 그렇지, 새엄마는 대단히 만족스러웠겠다. 세상의 모든 거울들이 자신을 소명의식에 가득 찬 구국의 전사로 비춰줄 것이라고 확신했겠다. 어느덧 새엄마는 이 신자유주의시대에 오로지 나만이 국가와 민족을 구할 수 있다는 절체절명의 순교의식까지 느꼈겠다. 드디어 새엄마는 거울들과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작전회의에 들어갔겠다. 환경단체가 뭐라 하든, 시민단체가 뭐라 하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뭐라 하든, 자기 확신에 꽉 찬 새엄마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싹 무시했겠다. 새엄마는 그야말로 자신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세상의 다른 거울들이 보고 실실 웃는 것이다. 웃는 얼굴 다정해도 믿을 수 없어요 하며 말이다. 안타깝게도 새엄마는 속내까지 들여다뵈는 거울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요리 보고 저리 보고, 자신의 껍데기는 비춰보았어도 자신의 속마음, 속내까지는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나니 아뿔싸, 그게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 세상의 거울들은 그, 혹은 그녀의 속을 꿰뚫어 보는 마술 거울이었다. 모름지기 자기 확신범들의 오류는 자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잘못 파악하고 있는 데서 저질러진다. 자기 자신을 세상의 거울이 아닌, 오로지 자신만의 거울에다만 비춰보는 까닭이다. 때문에 편견과 오만과 독선과 아집으로 점철된 자가당착적 판단착오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그 판단착오는 그들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과 사람살이를 위태롭게 한다. 나아가 생명 붙은 모든 것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나를 규정하는 네가지 요소가 있나니, 나도 알고 남도 아는 나요, 나는 알되 남은 모르는 나요, 나는 모르고 남은 아는 나요,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악마 같은 나, 그 넷이 모여 온전한 나를 구성하나니. 자기 확신범들이여 부디 스스로 인정하고 존중받되 부단히 분별하고 경계할지어다. 김지우 소설가
  • [사설] 탈당 러시 여당, 책임정치 실종되나

    임종인 의원이 어제 열린우리당을 떠난다고 밝혔다. 천정배 염동연 유선호 이계안 의원 등의 탈당 예고가 잇따르고 있으며, 정동영 전 당의장도 여당을 등질 의사를 내비쳤다. 현직 대통령이 당적을 갖고 있는 정당에서 이렇듯 탈당러시 조짐이 나타나는 현상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참여정부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시점에서 집권여당이 사실상 공중분해됨으로써 책임정치가 실종될까 우려된다. 지금 열린우리당 사수파와 통합신당파의 간극은 너무 크다. 통합신당파 안에서 진보·보수 입장차가 뚜렷하고 선도탈당파의 지향점도 제각각이다. 때문에 여당이 3∼4개의 정파로 쪼개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통합신당파, 선도탈당파, 당사수파는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한다. 대통령을 뽑아주고 원내 1당을 만들어준 유권자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여당이 이래선 안 된다. 책임정치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다음 대통령선거의 유불리만을 따져 여당을 풍비박산내는 것은 국민지지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새로운 당을 만들려면 지금까지 잘못을 솔직히 사과하고, 국민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 과정이 합법적이고 민주적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국정 혼란이 심화되고, 민생정책이 표류하지 않도록 절도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하지만 탈당사태를 맞은 여당의 정책 능력은 벌써 엉망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은커녕 부동산정책 등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입법과제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여당 소속원들이 자기 살 길을 찾아 이리저리 뛰고 있는 가운데 당정협의는 부실해지고, 당장 2월 임시국회 개회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대선의 해를 맞아 정치가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다. 여당이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올해 우리나라가 어디로 굴러갈지 불안하기 그지없다.
  • 미디어학계 보수파들 뭉치나

    미디어학계 보수파들 뭉치나

    ‘대통령선거의 해’를 맞아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시작된 가운데 미디어산업 및 언론학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올해는 특히 방송통신융합, 신문법 개정, 미디어시장 개방 등 미디어 현안이 대선정국에서도 주요 이슈로 제기될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미디어산업 및 언론학계의 ‘편가르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22일 발족한 ‘미디어산업 선진화포럼’(회장 서정우 언론인연합회장)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연세대 명예교수인 서 회장과 포럼 사무총장을 맡은 이철영 홍익대교수 등이 주축이 돼 지난해 9월부터 창립 절차를 밟은 포럼은 일단 “미디어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창립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창립대회에는 300여명의 회원들이 모여 현 정부의 미디어정책을 집중성토하는 등 벌써부터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걷고 있다. 행사장에는 ‘방통융합시대에 걸맞은 자유로운 미디어 경영’ ‘건전한 신문경영체제와 방송의 독립성’ 등의 격문도 내걸렸다. 서 회장은 인사말에서 “정부의 반시장적, 반자유주의적, 반민주적 정책이 미디어산업을 왜곡, 굴절시키고 있다.”면서 “잘못된 정책을 감시·감독하고, 저항하고, 전국적 연대를 통해 ‘아니다.’라고 얘기해야 할 때가 왔다.”고 선언했다. 또 “미디어산업은 정부 정책과 숙명적으로 연결돼 있고, 정부의 정점에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이번 대선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며 포럼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공식적으로는 정치적 예단을 경계했지만 대회가 마무리될 때쯤 유력 대선주자 한 명이 도착, 축사를 하기도 했다. 포럼의 성향은 강현두 서울대명예교수, 최창섭 서강대교수, 김우룡(외대교수) 방송위원, 백선기(성대교수) 방송학회장, 박형준 한나라당의원, 이석연 변호사 등 참석 인사들의 면면에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포럼측도 “시장경제주의 정신을 기초로 창립됐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창립대회에서 발표된 ‘미디어산업 동향과 선진화 이슈’ 자료에도 포럼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포럼측은 ▲신문·방송 겸영은 세계적 추세이고,▲올해는 미디어의 정부감시와 견제가 가장 중요한 해라는 점을 우선 부각한 뒤 신문법 등에 대한 미디어법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하고 있다. 포럼측은 특히 신문법을 통해 과점신문을 차별하는 정책에 대해 “국가가 자본이라는 무기를 통해 여론시장에 직접 개입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입장은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철영 교수는 “시간을 다투는 미디어산업 정책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 손에서만 다뤄지다 보니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다.”면서 “포럼은 특히 지금까지 논의에서 배제된 수용자 입장에서 정책을 이끌어내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혁 성향의 미디어학계 관계자들은 “지난 몇차례 대선 때도 일부 학자들을 중심으로 대선 국면에 편승하려는 시도들이 많이 있었다.”면서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미디어 이슈들이 대두되면 학자들의 이합집산은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열린세상] 정치적 경기변동 경계해야/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금년 경제를 전망하기란 쉽지 않다. 유가나 환율 등 대외적 여건이 불투명한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대통령 선거는 이른바 ‘정치적 경기변동’이라 하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4년 중임 제도의 미국의 경우 대통령선거 2년 전부터 정부는 재집권을 위해 경기를 부양시키고 당선 후 2년 동안은 경기가 침체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5년 단임제의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른 특성을 보여준다. 먼저 대통령 임기 시작 후 처음 3∼4년간은 경기를 부양시키는 정책을 사용하고, 임기 마지막 해에 경기를 침체시키는 것이다. 이는 재선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경기부양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을 해결하려다 보니 경기가 위축되게 된다. 노태우 정부나 김영삼 정부도 임기 전반기에는 경기부양정책을 사용하다가 임기 마지막에는 경상수지 적자와 기업부채가 문제가 되자 기업구조조정을 시도하면서 경기를 위축시킨 경우다. 특히 김영삼 정부에서는 임기 1년을 남겨놓고 강도 높은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하다가, 결국 주가가 폭락하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외환위기를 당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김영삼 정부의 위기를 교훈삼아, 예외적으로 임기 마지막 해에 오히려 경기를 적극적으로 부양시켰다. 건설경기부양과 신용카드 발행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킨 결과 임기 마지막 해에 7%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이다. 또 다른 특성은 그동안 사용된 경기부양 정책의 부작용을 단기간에 해결하기 위해 임기 마지막 해에 강도 높은 정책을 조급하게 실시한다는 점이다. 김영삼 정부에서도 노태우 정부 이래 문제가 되던 기업의 부실경영을 단기간에 해결하고 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임기 마지막 해에 기업에 대한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그리고 환율상승 억제를 통해 강력한 기업구조조정을 시도했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건설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주고 재건축을 허용해 주었으며 신용카드를 남발하는 과도한 경기부양정책을 사용했다. 이러한 임기 말 과도하고 조급한 정책사용은 결국 김영삼 정부에서는 외환위기를 초래하게 했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카드채 문제를 발생시켰고 그 후 부동산가격 폭등의 원인을 제공했던 것이다. 이러한 5년 단임제 하에서의 경제정책의 특성은 현 참여정부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참여정부 역시 임기 마지막 해인 지금 경기를 침체시키고 있다. 그동안 저금리와 고환율로 경기부양을 시도한 결과 발생한 과잉유동성으로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가 문제가 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긴축금융정책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2002년부터 5년 동안 오른 부동산 가격을 단기간에 잡기 위해 강도 높은 긴축금융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지급준비율을 높였으며 대출한도와 대출자격을 제한하는 등 사용하지 않던 창구지도까지 동원해 과잉유동성을 급격히 회수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과거경험을 돌이켜 보더라도 위험한 정책구상이다. 경기가 심하게 위축되거나 부동산가격이 폭락할 경우 결국 금융위기를 당할 수가 있으며 금리가 높아지면서 환율이 급락할 경우 수출 감소로 이어지면서 외환위기를 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임기 말에는 언제나 불안정한 정치상황 때문에 경제 역시 불안정하다. 따라서 경제에 충격을 주는 정책이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과도한 긴축 금융정책 사용을 자제하여 경기와 환율 그리고 부동산가격을 서서히 연착륙시키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경제위기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 발생했다는 점을 참여정부는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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