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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비판 구체적인 대안 매뉴얼 제시

    영국 총리 시절, 마거릿 대처는 아예 못을 박았다.“대안은 없다.” 자신의 급진적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에 비판이 쏟아지자 대처가 내놓은 선언적 답변이었다. 케인스의 수정자본주의가 폐기된 상황에서 향후 세계경제 발전경로는 신자유주의뿐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대안이 없다는 대처의 선언은 대안을 찾고 싶으나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이들에게서 패배주의적 방식으로 변주됐다. 신자유주의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자괴감이었고, 신자유주의를 거스를 경우 영원히 낙오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가 최근 정반대의 선언을 내놨다.‘다시 발전을 요구한다’(이종태·황해선 옮김, 부키 펴냄)란 책을 통해서다. 장 교수 역시 간명하게 말한다.“대처는 틀렸다. 대안은 있다. 그것도 아주 많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반드시 좇아야 할 유일 가치가 아니며, 공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대안적 경제발전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무역과 산업정책·정부규제와 지적재산권 분야는 장 교수가 맡아 썼고, 금융과 통화 분야는 미국 덴버대 경제학과 교수 아일린 그레이블이 집필했다. 장 교수는 국내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론자’로 통한다. 재벌 개혁에 대한 관점차를 놓고 한성대 김상조 교수로 대표되는 ‘주주자본주의론자’들과 날카롭게 논쟁해왔다. 김 교수가 재벌해체론을 대변한다면, 장 교수는 재벌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다만 재벌을 위한 재벌존치가 아닌, 복지국가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의 한 축으로서의 재벌옹호다. 책 제목에서 장 교수가 언급한 ‘발전’이란 단어도 같은 맥락이다.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 입장에서의 발전이다. 그가 차용한 ‘발전경제학’ 자체가 바로 저개발국의 경제발전 문제를 주로 다루는 분과학문이다. 2부가 책의 핵심이다. 무역정책과 산업정책, 민영화와 지적재산권, 외국인 직접투자, 국내 금융규제, 환율과 통화정책, 중앙은행 제도와 통화정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실제 경제정책 입안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책 부제부터 ‘장하준의 경제정책 매뉴얼’이다. 각 주제별로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설명하고, 이를 비판한 후, 다시 대안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서술했다. 한국의 현실을 특정하고 쓴 책은 아니지만, 현재 한국 상황에서 숙고해볼 부분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문제다. 민영화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관점은 공기업이 만성적 비효율로 경제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시각이다.반면 장 교수는 프랑스, 오스트리아, 핀란드, 노르웨이 등지에서 공기업이 산업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반박한다. 상당한 공적자금 투입을 전제로 하는 민영화 대신 그가 내놓는 대안은 이렇다. 정부의 국영기업 사업목표 명확화 및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한 경영진 책임성 강화, 효율성·생산성·고객만족도 제고 등을 통한 공기업의 질적 개선.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홍준표 남북정치회담 제안

    홍준표 남북정치회담 제안

    한나라당의 홍준표 원내대표는 14일 국회 차원의 특별기구를 통한 ‘남북정치회담’을 북한에 공식 제안했다. 홍 원내대표는 또 ‘화해와 상생의 정치’를 위해 통합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제의한 여·야·정 원탁회의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남북의 의회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평화정착과 남북경협 방안, 식량과 자원문제, 인도적 현안 등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고 남북 정치회담을 제안했다. 그는 그러나 ‘금강산 피격’ 사건과 관련,“정부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재발방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북한도 진상규명을 비롯한 우리의 요구에 적극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가 새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명기한다는 방침과 관련, 홍 원내대표는 “1세기 전 한반도를 침탈했던 제국주의적 행태와 다를 바 없다.”며 “국민적 역량을 모아 일본의 영토 침탈 야욕을 저지할 것”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통일시대의 전제조건은 선진강국 건설이라며 ▲정치안정 ▲사회안정 ▲경제발전 ▲남북관계 발전 등 4대 과제를 제시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사회안정과 관련,“가장 시급한 과제는 사회적 대타협”이라며 노사정위원회 개편, 국가 기강과 법질서 확립 등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시론] 한·미관계는 공고한가?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 교수

    [시론] 한·미관계는 공고한가?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 교수

    북한이 핵신고와 함께 냉각탑을 폭파하고 미국은 테러지원국 명단해제 절차에 들어갔다. 미국은 또 50만t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하고 이미 첫 배가 북한에 입항했다. 북핵 해결의 중대기로에서 미국과 북한이 2·13합의 이행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북핵해결 프로세스를 다시 가동할 수 있게 됐다. 냉각탑 폭파를 참관하고 한국을 방문한 성 김 미 국무부 과장은 부시 대통령 임기내에 비핵 3단계 완수도 가능할 것이란 낙관론을 폈다. 북·미 관계 진전과 대조적으로 남북관계는 여전히 냉각상태다. 남측이 옥수수 5만t을 지원하겠다면서 접촉을 제안했음에도 북측은 응하지 않고 있다. 남측은 지난 10여년간 거의 매년 관례적으로 지원해 왔던 대북식량 및 비료지원을 중단한 데 비해 미국은 2차 북핵위기 이후 중단했던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했다.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한·미공조는 이뤄지지 못했다. 한·미공조를 강조해 왔던 이명박 정부는 북·미 핵협상의 진전을 한편으론 ‘긍정평가’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유감’이라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국정부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핵무기 신고가 빠진 핵신고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불만을 외교부 장관의 유감표명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한반도관계 인식구조는 먼저 한·미관계가 좋아지면 남북관계도 덩달아 좋아지고 나아가 북·미관계도 좋아진다는 ‘순차적 삼각 순환구조논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한·미관계는 쇠고기협상, 북핵해법을 둘러싼 입장차,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한 혼선 등으로 순탄치 않아 보인다. 남북관계는 당국간 대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북한의 대남 비방은 도를 넘었다. 대선 전후에 이명박 후보와 대통령에 대해 침묵해 왔던 북한이 지금은 ‘역도’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가치동맹’을 확인했던 한·미관계의 문제는 임기가 끝나는 부시 대통령과 임기를 시작하는 이 대통령의 정세관의 차이에서 생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임기를 마칠 경우 핵확산의 오명을 쓸 수밖에 없다. 부시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 북핵문제 해결에 집중해 외교적 유산으로 남기려 한다. 의혹으로 제기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과 시리아와의 핵협력설은 북·미간 비공개 양해각서로 우회하고 현안인 플루토늄 방식의 핵개발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3000’ 구상을 내놓고 ‘선핵폐기’에 주력하고 있다. 남북관계도 이전 정부가 해온 방식에서 벗어나 상호주의를 내세웠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공조를 그토록 강조했지만 지금은 김영삼 정부 때 사용되던 ‘통미봉남’이란 용어가 다시 등장했다. 북·미, 북·일관계에 진전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교착될 경우 한반도문제 해결국면에서 우리의 주도권이 상실될 수 있고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해질 수 있다. 북핵문제 해결을 계기로 북한이 미국과 일본 등 서방과의 관계개선을 본격화해서 서방과의 대타협이 이뤄질 경우 남한당국 배제정책을 통해서 체제이완 현상을 막고자 할지도 모른다. 조만간 6자회담이 재개되고 북핵문제에 진전이 있게 되면 남북관계에도 진전의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 이 기회를 잡으려면 무엇보다 남북당국간 신뢰를 쌓는 노력이 절실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 교수
  • 국회 한달째 공전

    18대 국회가 공식 임기를 개시한 지 30일로 한달째를 맞는다. 한나라당은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 발효를 계기로 국회를 조속히 정상화하자며 단독 개원을 시사하는 등 야권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통합민주당 등 야권은 고시의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장외 투쟁을 가속화하고 있어 정국 경색이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날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통합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14개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양당의 전격적인 합의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여당은 야당에 등원할 수 있는 명분을 주고, 야당은 원구성 협상 등에서 실리를 얻은 뒤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18대 국회가 첫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인 다음달 4일까지 개원이 안 될 경우 국회 사상 최초로 첫 임시회 기간에 의장단이 선출되지 못하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 국회는 국회법(5조 및 15조)에 따라 임기 개시 후 7일 내에 첫 회의를 열어 국회의장단을 뽑아야 한다. 국회의장에는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이 내정됐으나 야권의 등원 거부로 공식 선출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다음달 17일 제헌절 60주년 기념식 행사를 위해 100여개국 귀빈에게 초청장을 발송해야 하지만 국회의장이 선출되지 않아 초청장 발송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장기 공전함에 따라 각종 폐해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7월 시행을 목표로 국회에 제출한 고유가 극복 민생종합대책을 비롯해 각종 경제살리기 법안 처리 지연이 불가피한 실정이다.18대 개원 이후 지난 25일까지 총 88개 의안이 발의됐으나 상임위원회 회부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문 못여는 국회… 폐해 속출 여기에다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의 파견 시한이 다음날 18일로 끝나 국회가 파견 연장 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평화유지군 주둔 자체가 위헌이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9일 오전 원혜영 원내대표와 국회 농성장에서 한시간 반 정도 얘기했다.”며 “이번주 초에 다시 만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기로 했다.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날인 다음달 4일까지 계속 노력하기로 했다.”며 여야 합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명분과 계기만 있으면 언제든 등원한다. 등원은 여당의 결단에 달렸다.”고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조기 등원론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지난 27일 안민석 의원이 시위 현장에서 경찰에 폭행을 당한 데 이어 28일에는 강기정 의원이 경찰에 곤봉으로 허리 부위를 얻어 맞고 김재균·이용섭 의원도 소화기 분말 세례를 받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차영 대변인은 이날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전문가들 “여야 지혜 모아야” 정치학자와 전문가들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타협을 통해 국회 정상화를 조속히 이뤄낼 것을 주문한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여당은 야당에 명분을 줄 부분을 세세하게 고민해야 하고, 야당은 적당한 명분이 있으면 받아야 한다.”며 양측의 성의 있는 협상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국회 개원 여부는 한나라당이 키를 쥐고 있는 만큼 대폭 양보해야 한다.”며 “가축전염병 예방법과 관련해 자유투표를 한다고 했으면 진정한 자유투표가 이뤄지도록 비밀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컨설턴트업체인 폴컴의 윤경주 대표는 “한·미 쇠고기 수입 추가협상 이후에 장관고시, 관보게재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이 전략·전술적으로 무리수를 둔 측면이 있다.”며 “야당과의 협상과정에서 법사위원장을 양보하는 등의 성의를 보이면 개원 협상의 가닥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제안했다. 김윤재 변호사도 “청와대가 국회 개원의 키의 많은 부분을 쥐고 있는 만큼 야당에 해줄 수 있는 몫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락 홍희경 한상우기자 jrlee@seoul.co.kr
  • [화물연대 파업] 현장복귀 늘어… 30여곳 타결

    화물연대 총파업 6일째인 18일 전국 개별 사업장에서 운송료 협상 타결이 속속 이뤄졌다. 또 그동안 화물연대의 법적 지위에 이의를 제기하며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던 대기업 화주들도 협상에 나서 정부, 화주, 화물연대 간에 접점을 찾아가는 분위기다.●대기업 화주들도 협상 나서 18일 국토해양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 160여곳 사업장 가운데 30여곳에서 운송료 협상이 타결됐다. 이는 전날보다 10여곳이 늘어난 수치이다.LG화학 등이 포함된 여수국가산업단지 운송협의회는 이날 화물연대 전남지부와 운송료를 13% 인상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화물연대 전남지부 측은 “전국적인 교섭이 타결돼야 정상 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혀 개별협상 타결이 즉각적인 물류 정상화로 이어지지 않음을 시사했다.현대제철, 동국제강, 쌍용시멘트, 동양시멘트, 아시아시멘트, 한솔제지, 아시아페이퍼, 신대양제지, 삼양사 등도 10% 이상 운송료를 올려주는 조건으로 협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와 주요 대기업 물류 자회사, 대형 운송업체들 간에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운송료 인상률을 둘러싼 미묘한 입장차로 아직 대타협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화물연대 광주지부 관계자는 “산하 5개 지회별로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금호타이어지회만 운송료 20% 안팎 인상에 합의했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이날 현재 냉장고 등 수출물량의 운송률이 20% 이내, 내수용은 60%를 기록하는 등 미처 실어내지 못한 제품이 야적장에 쌓여가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의 경우 야적장은 여유가 있지만 1500여대의 카캐리어 등이 ‘올 스톱’하면서 목포항으로 실어나르는 수출용 완성차량은 발이 묶인 상태다. 기아차 관계자는 “물류를 총괄하는 글로비스가 현대·기아차의 일괄타결을 원칙으로 세워 개별 사업장은 협상을 주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화주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물류 자회사 또는 주 계약사는 로지텍(삼성전자), 글로비스(현대), 세방(제일모직),HNL(대림), 한익스프레스(한화석유화학), 대한통운(금호) 등으로, 이들 회사 관계자가 개별 사업장별로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대기업 화주와 1∼2년 단위로 물량을 총괄 계약하고 남는 물량은 운송사나 주선사 등에 하청을 주고 있다. ●물류 정상화 시간 걸릴 듯 최근 운송료 인상에 합의한 A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화주들이 주도적으로 나서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도 “당초 본부 차원에서 운송료 인상안을 30∼40%로 제시했지만 사업장에 따라 10%를 전후해 타결된 곳도 많다.”며 화주들의 적극성 여부에 따라 조기 해결될 가능성을 내비쳤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하남 화장장 타협안 지켜질까

    광역화장장 유치 불발로 불거진 경기도와 하남시의 갈등이 김문수 지사와 김황식 하남시장의 극적 타협으로 해결점을 찾았지만 정작 실현 가능성에 대해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원이 기피시설 유치 반대급부가 아닌, 단순 회유성 대가여서 자칫 다른 자치단체와의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지원 규모나 액수가 명시되지 않은 급조된 합의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하남시는 29일 단식투쟁을 벌이던 김황식 하남시장이 김문수 경기지사와 28일 밤 극적으로 타협했다고 밝혔다. 지원내용은 대학유치기반시설과 생태하천 조성, 물류기반시설 지원 그리고 상습정체구간 해소사업 등 모두 5가지다. 그러나 합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리 만만치가 않다. 연차적으로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하남시가 계획하고 있는 덕풍동 일대 13만여㎡ 규모의 물류기반시설 투자계획 하나만도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데다 나머지 시설도 막대한 자금이 적기에 투입되지 않으면 실현 불가능한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칭 ‘대타협’이라는 경사 속에 비난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타협이 서로간에 사전 양해가 있었다며 비난하고 있다. 게다가 재정자립도가 도내 최하위인 양평군의 경우 소규모 전철역사인 오빈역 건설비용조차 지원받지 못해 없는 살림에 전액 자비로 지을 계획을 세우고 있는 현실을 비추어볼 때 불평등 지원이란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하남시 주민소환추진위원회 김근래 위원장은 “김 지사와의 합의는 화장장 포기를 위한 김 시장의 명분찾기”라며 “규모와 액수도 문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협상을 끝낸 이번 상황은 당초 화장장 설립 당시와 유사하다.”고 말했다.하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와이드 인터뷰] “복수노조 허용·전임자 임금 금지 법제화”

    [와이드 인터뷰] “복수노조 허용·전임자 임금 금지 법제화”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노동정책의 최종 목표를 노사관계 선진화에 두고 있다. 경제를 살리려면 노사관계 안정이 필수적이라는 게 장관의 지론이다. 그러려면 노사 모두가 법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장관은 비정규직법의 일부 조항을 개정하고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의 핵심인 복수노조 인정과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도 법제화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노사갈등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절대 반대한다. 이 장관은 “노사관계는 어디까지나 당사자들의 협의와 교섭을 통해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 못하는 비정규직보호법 개정돼야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을 평가한다면.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의 비판은 오히려 거세졌다. 정책적인 미비 등 각종 시행착오로 근로자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로 근로자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정책도 있었던 것으로 본다. 물론 갑자기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정권의 노동정책은 근로자의 기대를 한껏 높여 놓았지만 수용하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한마디로 현실성이 떨어졌다고 본다. ▶올해 노동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지. -정부의 최우선 국정목표가 경제성장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려면 노사관계 안정이 필수적이다.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와 청년층의 취업난 해소 등에도 적극 나설 것이다. ▶비정규직법의 개정 방향은. -현재의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보호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대량해고 등 부작용이 많다. 기업들은 노동력 활용에 어려움과 비용증가 등을 호소한다. 노사 모두가 비정규직보호법을 잘못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차별해소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하지만 그냥 놔두면 노사간 뿐만 아니라 임금격차를 둘러싼 정·비정규직간의 갈등도 깊어질 우려가 있어 개정작업에 나서려는 것이다.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대량해고 등 비정규직법으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연한을 조정하거나 다른 불필요한 요소 등을 찾아 개정하는 게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문제 등도 논의를 본격화할 생각이다. ▶노사안정을 위해서는 민주노총의 협조도 필요한데 관계 회복은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노동행정의 중심은 공정성에 있다. 어떤 단체, 어느 누구도 차별을 할 이유가 없다. 한국노총이 현 정부와 정책연대를 맺었다고 민주노총과 달리 대할 이유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민주노총도 똑같은 노동단체로 인정하고 대화의 파트너로 함께할 것이다. 특히 노사정위원회가 그동안 제기능을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화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설득해 나갈 것이다. ●노사 모두 노동법 준수하도록 감독 강화 ▶취임 때부터 강조한 ‘법과 원칙’을 어떻게 지켜나갈 계획인가. -사용자나 근로자나 노동법 등 노동관련 법의 원칙에 소홀히 해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가 재임하는 동안에는 어떤 경우에도 법과 원칙을 철저히 지켜나갈 것이다. 이는 근로자뿐 아니라 사용자도 마찬가지다. 사용자들이 세법, 상법을 지켜나가듯이 근로자들이 노동법도 철저히 준수하도록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이다. 아울러 근로자들도 파업권 등 노동 3권이 보장된 범위 내에서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행위는 얼마든지 보장할 것이다. 노동 3권이 보장된 만큼 무노동·무임금 등 그동안 정서법 등으로 통용되면서 흐트러졌던 기본적인 원칙들을 하나씩 하나씩 지켜나갈 것이다. ▶노사민정 대타협기구 구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 -현재보다 훨씬 더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 그동안 중앙정부 차원에서만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이 강조됐다면 앞으로는 시·도지사의 역할과 인센티브 부여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산업현장의 평화는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시·도지사의 역할을 높이는 형태로 지방단위의 노사민정 기구가 되도록 할 것이다. 새롭게 참여할 민간단체는 지역상황에 맞춰 선정될 것이다. 특히 중앙정부의 노사민정위원회는 실제적으로 국가적인 차원의 기구가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주요 논의 의제가 노사문제에만 국한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수준을 높여 노사문제뿐 아니라 물가안정, 고용안정, 취업난 해소 등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 장관 등 관련 주무 장관들도 노사민정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역할을 높여나갈 것이다. ▶노동정책이 노사관계에만 집중되고 고용문제는 소홀히 취급된 듯한데. -유럽 등 대다수 선진국들은 노동행정을 고용문제에 치중하고 있다. 이는 유럽사회의 노사관계가 이미 안정된 선진 사회이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의 노사관계는 아직 선진화가 덜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재임기간 동안 1차적으로 노사관계 선진화에 매진하겠다는 뜻이지 고용문제를 소홀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의 권리에는 국가가 취업의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직능교육을 비롯해 취업여건을 사회적으로 갖춰 나가는 것이 국가의 의무다. 특히 파견근로자 등 고용형태가 취약한 비전형 근로자들의 보호와 교육 등에도 힘쓸 것이다. ●직능교육 등 취업여건 조성은 국가 의무 ▶장기화되고 있는 이랜드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가 나설 계획은. -노사간 분쟁은 어디까지나 자율적인 해결이 바람직하다. 당사자간의 협의와 교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조정이나 중재 등이 필요하면 노동위원회 등 기존의 제도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법과 원칙에 따라 조정이나 심판 등으로 해결하면 된다. 정부가 노사간 갈등에 개입해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일은 원칙이 아니다. 적어도 제가 재임하는 동안은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사간 갈등에 정부가 끼어드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대량 징계 등 갈등을 빚고 있는 알리안츠생명 등의 문제도 마찬가지 원칙으로 임하고 있다. 이런 원칙을 세우기 위해서는 노동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노동위원회의 심판이나 조정 등에 공정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법은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법은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부양책을 겁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규제완화와 세금감면 및 유연한 통화정책 등을 통해 투자촉진을 강조하면서도 필요한 규제는 오히려 강화할 것을 제시했다. 물가상승은 유가나 원자재 값 상승에 따른 비용측면이 강한 만큼 금리인하로 기업의 비용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대안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격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성장을 위해서라면 시장개입 불사해야? 현오석 국제무역연구원장은 “기업환경개선과 규제완화 등 구조적인 개편을 통한 투자촉진책과 병행해 단기적으로 경기 부양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지만 현실적으로 대처 방안은 뚜렷치 않다.”면서 “이런 경우 재정을 확장하면서 조기에 집행하는 한편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연장하는 등 경기 사이클을 관리하는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일 국민대 경제학부 겸임 교수는 “선진국들이 규제가 너무 약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만 규제를 푸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행정 편의적 규제나 후진국형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하지만 법무부가 밝힌 차등 의결권이나 포이즌 필 등 선진국형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시장이 정부 개입을 원한다면 과감히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환율 안정만으로는 물가 못 잡는다…가격규제와 노사정 대타협을?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환율이 상승하면 물가가 오르는 부작용이 있지만 그만큼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환율 상승이 무조건 나쁘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물가와 성장의 교집합을 찾아나가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상수지 적자가 현재 큰 폭이 아닌 만큼 어느 정도 환율 조정을 통해 수입물가 상승을 보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물가상승 기대감은 임금 등 모든 물가를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기 때문에 관세·조세 인하와 함께 노사정의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오석 원장은 “금리를 낮추면 통화가 풀려 물가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논리가 있지만 지금은 ‘코스트 푸시’에 의한 물가상승으로 금리를 낮추면 기업의 비용부담이 줄고 투자촉진으로 성장을 높여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상수지 적자 폭 줄이려면 서비스업 개혁해야 최성호 경기대 서비스경영대학원 교수는 “성장의 돌파구는 서비스업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면서 “외국에서 충족하는 의료·교육 서비스를 국내로 돌리려면 인프라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조직 개편도 피상적이어서는 곤란하며 행정기능에 초점을 맞춰 교육여건 등 생활서비스 인프라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비스산업 육성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봉현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 실장은 “서비스업이 자체 경쟁력이 있어 고용과 생산비중이 높아졌다기보다는 제조업에서 밀려난 구조조정의 여파일 수 있다.”면서 “국내에 외국 수준의 서비스 공급을 늘린다고 수요가 쉽게 창출될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비스 산업이라는 개념이 너무 다양하고 정부가 산업정책 차원에서 이를 육성할 여지도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백문일 김재천 이두걸기자 mip@seoul.co.kr
  • [경제살린 세계의 지도자](5)루드 루버스 네덜란드 전 총리

    [경제살린 세계의 지도자](5)루드 루버스 네덜란드 전 총리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해마다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네덜란드는 지난해 8위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무려 7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우리나라(29위)보다 훨씬 앞선다. 지난해 우리나라 산업정책연구원이 조사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는 1위를 꿰차 놀라게 하기도 했다. 단골 1위였던 미국은 유럽의 강소국(强小國)에 발목잡혀 2위로 내려앉았다. ●IMD 국가경쟁력 8위 ‘유럽 강소국´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와 국제통화기금(IMF) 동기생이다.1970년대 말 외환위기를 당해 구제금융을 받았다. 이 때의 별명은 ‘일하지 않는 복지국가’. 인구 1630만명에 면적은 남한의 절반에 불과한 이 조그만 ‘바다보다 낮은 나라’가 어떻게 유럽의 강소국이 되었을까.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흔세살의 젊고 의욕적인 신임 총리는 그 해 11월 폭탄선언을 했다.“임금인상 억제에 노사가 타협하지 않으면 정부가 개입하겠다.” 훗날 네덜란드의 최장수(12년) 총리로 이름을 남긴 루드 루버스(Rudd Lubbers)였다. 루버스는 “정부부터 솔선수범하겠다.”며 공무원 봉급 동결을 선언했다. 당시 네덜란드는 81년(-0.5%),82년(-1.3%)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외환위기 파고에 2차 오일쇼크까지 겹치자 국가경제가 휘청댔다. 실업률은 1984년 17%까지 치솟았다. 물가상승률은 6%대로 뛰었다.81년부터 83년까지 무려 30만명이 일자리를 잃어야 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별 걱정이 없었다. 실업수당을 받으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과도한 사회복지가 낳은 네덜란드병이었다. 비상구를 찾아 나선 신임총리의 서슬퍼런 기세에 노사도 움찔했다. 루버스 총리의 폭탄선언이 나온 이틀 뒤. 헤이그 근처 바세나르의 크리스 반 빈 산업고용주연합회장의 집에 빔 콕 노조총연맹대표가 찾아왔다. 두 사람은 격론 끝에 합의에 이르렀다. 노조는 임금을 삭감하고, 기업은 노동시간을 주(週) 40시간에서 38시간으로 줄이기로(이후 36시간으로 더 줄임) 한 것이다. 내 몫을 줄여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게 한 ‘일자리 공유’였다. ●최저 임금 삭감 등 사회보장체계 개편 그 유명한 바세나르 협약이다. 루버스 총리는 즉각 ‘획기적 감세’로 화답했다. 일정 수준 이상(연간 22만 5000마르크,1억 3500만원)의 이익을 내는 기업에는 정상 법인세율(40%)보다 낮은 세율(35%)을 적용했다. 많이 벌수록 상대적으로 세금을 적게 내는 셈이었다. 사회보장체계도 대수술에 들어갔다. 최저 보장비와 최저 임금을 동결하고 이듬해에는 아예 각각 3.5% 삭감했다.‘네덜란드 기적’(Dutch Miracle)의 시작이었다. 바세나르협약은 ‘사회적 대타협’의 대표 모델로 꼽힌다. 폴더모델로도 불린다. 폴더란 둑으로 바다를 메워 만든 간척지를 말한다. 둑이 터지면 공멸한다. 루버스 총리는 “이대로 가면 모두가 망한다.”며 기업, 노조, 정부의 양보를 밀어붙였다. ●사회적 대타협… ‘네덜란드의 기적´ 이끌어 이를 토대로 루버스 총리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재정 적자를 줄였으며, 로테르담항을 유럽 최대의 항만으로 바꿔놓았다. 그의 뒤를 이어 총리가 된 사람은 다름아닌 바세나르협약 노조측 서명자인 빔 콕이었다. 지금도 네덜란드에는 기업, 노조, 정부 대표 11명(총 33명)이 각각 참여하는 사회경제위원회(SER)가 있다. 봄·가을에 한번씩 1년에 두번 열린다. 우리로 치면 노사정위원회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자문기구이지만 여기서 합의된 사항은 당연히 이행한다는 분위기가 암묵적으로 형성돼 있다. 네덜란드는 2003년 경기침체 위기를 맞았으나 이듬해 제2 바세나르협약을 체결하며 안정을 되찾았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전년보다(2.9%) 오른 3.0%(잠정치). 유럽연합(EU) 선두그룹 가운데는 견조한 성장세다.1인당 국민소득도 4만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빈민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2000년 0.248)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다섯번째로 낮다. 미국 수준의 견조한 성장을 하면서도 소득 불평등 정도가 낮아 매우 독특한 성공사례로 꼽힌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네덜란드가 경제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냉철한 현실주의자로서 일관된 목표를 갖고 강력한 이니셔티브(주도권)를 행사했던 루버스의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루버스 개혁 그늘과 한국적용 논란 윤재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무역관장은 6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네덜란드 경제가 앞으로 또 한 차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루버스 전 총리의 ‘사회적 대타협’이 20년 넘게 지속되면서 이해상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근로시간 부족’이다. 지난해 네덜란드의 근로시간은 연간 1340시간. 유럽연합(EU) 평균(1615시간)보다 약 300시간 적다. 이 때문에 국가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별나게 높은 비정규직 비율도 사회적 대타협의 산물이다. 네덜란드 고용인구의 3분의1이 비정규직이다.EU 평균의 두 배에 가깝다. 3% 안팎의 극히 낮은 실업률도 조기 퇴직자 등을 통계에 넣지 않는 네덜란드 특유의 산출기법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65세 이상 네덜란드 인구 100명 가운데 35명은 놀고 먹는다. 재정 지출을 많이 줄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사회복지 예산비중(국내총생산의 24%)도 골칫거리다. 윤 관장은 “현 집권당이 복지예산을 더 축소하고 정년연장을 통해 근로시간을 확대하려 하고 있지만 노동자 계층 사이에서 ‘(바세나르협약에 이어)또 우리에게 짐을 지우려 한다.’며 반발기류가 생겨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루버스 전 총리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다른 평가가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네덜란드 기적은 루버스의 강력한 리더십이 아니라 1970∼80년대 정책 실패에 따른 반작용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정책적 오류를 시정하는 과정에서 ‘경제’라는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는 ‘파이 나누기’에 치중했지만 앞으로는 ‘파이 키우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나라가 네덜란드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참여정부 들어서다.2003년 청와대의 네덜란드 모델 도입 언급으로 사회적 격론이 일었다.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최근 한국노총이 임금인상 억제를 발표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환영 성명을 내면서 ‘한국판 사회적 대타협’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토양이 달라 국내 적용은 무리라는 견해가 여전히 존재한다. 루버스 개혁의 성공요인인 ▲중도노선 연립내각 체제의 오랜 지속 ▲국민을 하나로 묶는 종교 ▲둑이 터지면 모두 죽는다는 폴더 공동체 의식 ▲작은 경제구조 등이 우리나라와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루버스는 누구 1939년 5월7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사업가 집안의 아들이었다.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30대 때 그는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1973년 5월 경제부장관에 발탁된 것이다. 그의 나이 불과 서른네살이었다. 정치이념은 중도 우파. 그로부터 9년 뒤.1982년 말 총선에서 승리한 반 아그트 총리가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총리직을 넘겨받았다. 마흔세살 총리의 탄생이었다. 이후 1994년까지 12년을 장기집권했다. 네덜란드 역사상 최연소·최장수 총리다. 재임시절 별명은 ‘대처 후계자’. 영국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큰 시장 작은 정부”를 줄곧 외쳤기 때문이다.1991년 유럽연합(EU)의 초석이 된 마스트리히트조약 체결에도 한몫 했다.‘협상의 대가’로 불린다. 2001년 유엔난민고등판무관이 됐다.2005년 2월 물러날 때까지 해마다 30만달러(약 3억원)를 난민 구호기금으로 기부해 칭송받기도 했다. 하지만 성희롱 사건에 연루돼 옷을 벗으면서 경력에 오점을 남겼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사설] ‘작은 정부’ 지지한 민의 골격은 지켜야

    오는 25일 새 정부가 정상적인 모습으로 탄생할 수 있을 것인지, 그 대전제인 정부조직 개편 협상이 극심한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장관 없는 부처라는, 기형적 내각이 출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산고라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지한 대선 민의의 골격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 그런 차원서 보면 현재 진행되는 양상은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조각 명단부터 돌아다니는 것이 그렇다. 개편될 부처의 장관을 새 정부 국정 워크숍에 참석시키느니 마느니 한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건물의 설계도가 확정되기 전에 기둥과 서까래의 치수와 자재 명세표부터 공개된 형국이 아닌가. 더욱 심각한 것은 협상이 총선을 앞둔 여야간 기세 싸움으로 번진 일이다. 이 바람에 작은 정부라는 인수위 측의 당초 구상은 이미 상당 부분 퇴색했다. 부처를 통폐합한다고 해서 기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독립 부서의 존치에 지나치게 연연한 신야권의 태도도 문제였다. 어제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으로 간판을 바꿔단 통합민주당은 지난 5년간 집권여당이었다. 그러나 공무원 증원과 각종 위원회의 난립으로 요약되는 참여정부의 ‘큰 정부’식 국정운영은 지난 대선서 국민적 심판을 받지 않았던가. 물론 신야권이 개편안의 문제점을 찾아내 시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통합민주당이 협상과정에서 통일부 존치나 국가인권위의 독립기관화 등을 사실상 관철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제 통합민주당도 ‘작은 정부’의 대의를 인정한다면 대승적으로 마무리 협상에 임할 때라고 본다.4월 총선서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민의를 재확인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성급한 얘기일 것이다. 새 정부가 정상적으로 출발선에 서도록 막판 대타협을 기대한다.
  • “지방교부세 노사협력땐 더 준다”

    건전한 노사관계 정착과 고용 창출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강화하고 그 실적에 따라 지방교부세와 고용보험기금을 지자체별로 차등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11일 새 정부 국정과제에 따른 ‘노사 대타협 및 노사관계 법치주의 확립 방안’을 마련,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사·민·정 협의체를 각 지역별로 자율적으로 구성하도록 적극 유도하고 지역 협의체의 활동실적에 따라 지방교부세 등을 차등 지원하기로 했다. 인수위는 특히 지자체의 고용창출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용정책기본법’ 등 관련법을 개정, 정기적으로 지자체의 고용 성과를 평가한 뒤 재정 지원을 하고 공표도 강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인수위는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할 ‘노·사·민·정 위원회’ 운영과 관련, 현행 본위원회-상무위원회-소위원회로 된 3단계 논의 구조를 본위원회-소위원회의 2단계로 축소하고 논의기간을 6개월 이내로 한정해 논의가 장기화하는 일을 막기로 했다. 인수위는 또 노사분쟁 해결의 자율과 책임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 노사분쟁 해결기능을 전문적이고 중립적인 노동위원회로 일원화하기로 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단독] 李당선인-노동단체 내주 회동

    [단독] 李당선인-노동단체 내주 회동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당선 이후 한달 가까운 기간 보여온 이 당선인의 친기업적 행보에 노동계가 냉랭한 반응을 보여왔으나 대통령직 인수위 측이 본격적으로 노동계와 관계 회복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 당선인이 노동 단체와 만나는 다음주가 중대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노사민정위원회 참여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 1999년 이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노사민정위의 복원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차기 정부는 노사정위에 시민·사회단체까지 아우르는 노사민정위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인수위와 한국노총은 15일 실무협의와 정책협의를 갖고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당선인은 오는 23일을 전후해 한국노총을 방문해 간담회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 위원장으로 단독 출마한 장석춘 한국노총 금속노련위원장은 이날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노사민정 대타협기구에 대해 근본적으로 찬성한다.”면서 “다만 정부 주도가 아닌 노사와 민간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광범위한 의견수렴이 가능해졌으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인수위가 추진 의사를 밝힌 노사민정 대타협기구에 동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노총이 노사민정대타협기구 구성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추진 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면서 “민주노총을 파트너로 인정해주고 정부 주도의 기구가 아닌 당사자들의 의견수렴으로 진행된다면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8일 노동부의 인수위 보고 과정에서 노사민정 대타협기구의 구성 방침이 알려지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성중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은 “차기 정부가 구상 중인 대타협기구가 구체화되고 양 노총은 대의원대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 과정이 남아있겠지만 노사민정 대타협기구에 양 노총이 모두 참여하게 된다면 노동정책 추진 및 노사관계 회복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비정규직보호법의 입법화 및 시행과정에서 골이 깊어진 양 노총간의 화합은 여전히 불투명해 보여 노사민정 대타협기구 구성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석행 위원장은 “새 정부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계층간의 양극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경우 노총은 (총파업 등) 지난해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보일 것”이라고 말해 노·정 갈등의 가능성을 남겼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민주노총의 새해 구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회 양극화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비정규직간, 사회 계층간의 차별화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올해는 좀더 적극적인 행동으로 차별해소에 노력할 것이다. ▶올해의 주요 현안은. -차기 정부가 추진하려는 교육정책과 비정규직법 전면 개정을 위해 나설 것이다. 학비나 사교육비가 오른다는 것은 결국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근로자들의 삶을 궁핍하게 할 뿐 아니라 계층간 교육의 평등을 해친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올 한해동안 교육제도 개선 등 교육에서의 평등을 쟁취하기 힘을 모을 생각이다. 특히 차기 정부가 추진 중인 대학자율화와 특목고 증설 등에 대해 전교조와 함께 공동 투쟁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차별해소와 고용보장을 위해 앞장설 것이다. ▶노동정책이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하나. -당선인은 차별해소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기업과 경제살리기에만 신경을 쏟고 있다. 대기업들은 수출이 늘고 많은 이윤을 얻었지만 근로자들에 대한 분배에는 소홀했다. 대기업과 경제인들만을 위한 정책이 계속된다면 노동자들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이다. ▶노사민정 대타협 기구 구성에 참여하지 않을 것인가. -그동안 언론에 잘못 알려진 측면이 있다. 노사민정 대타협추진기구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처럼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추진 및 운영에 반대하는 것이다. 노동단체를 파트너로 인정해주고 배려해 준다면 언제든지 동참할 수 있다. ▶배려해 달라는 의미는. -상호존중이다. 새로운 틀을 짜는 초기단계에서부터 정부, 기업, 노사, 시민사회단체 등 관련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구상 중인 한국노총 운영방향은. -한마디로 ‘국민속의 노동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시대가 변화하는데 투쟁일변도의 과거방식만 집착하기보다는 합리적인 대안과 정책을 제시하고 정부와 사용자 간의 대화와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는 29일 노총선거가 끝나는 대로 대통령직 인수위를 찾아, 예산확보, 노동교육원 사업 이관, 재단특별법 등을 제기할 것이다. ▶차기 정부의 노동정책을 어떻게 예상하나. -친기업 정책이라고 하지만 한국노총과 정책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노동계의 요구를 배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노동정책은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관계 당사자들의 참여와 협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새 정부와 정책연대 파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오해가 될 만한 말도 있고 노동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지만 우리는 당선인을 믿고 있다. 정책협약은 한국노총 88만 조합원과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것이다. ▶노사민정 대타협 추진기구와 민노총과 관계 회복은. -노사민정 대타협 추진기구에는 근본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정부주도에서 진정한 자율이 될 수 있도록 광범위한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다. 민주노총과는 만나고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나 현실적인 거리감이 안타깝다. ▶차기 정부에 대한 바람은. -양극화 해소를 주문하고 싶다. 국민들의 공통된 고충은 주택, 교육, 의료 문제 등이다. 사회공공성 확보는 경제성장과 대치되는 것이 아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강조돼야 하지만,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이 무시당해서는 안 된다. 노사관계 역시 과거 정부처럼 사용자 위주의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신년사설] 서민이 잘사는 게 경제 살리기다

    2008년 새해 첫날 평범한 서민이 행복한 사회를 생각한다. 서민의 삶을 무자년 새해의 화두로 삼는 것은 그것이 바른 정치를 여는 출발점이요, 좋은 경제를 펼치는 지향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서민이 누구인가. 그 한 사람 한 사람은 보잘 것 없고, 내세울 만한 생존의 무기를 갖지도 않았으며, 제 앞가림 하기에도 벅찬 약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모이면 이 사회를 움직이는 힘의 근원이 되고,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토대가 된다. 산업화 이전 절대빈곤의 시절에도 우리는 꿈을 안고 살았다. 비록 오늘이 고달퍼도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었기에 부지런히 일했다. 올해 정부수립 60주년을 맞는다. 우리는 선진국들보다 한참 늦게 출발했지만 최단기간 안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완수했으며, 지금은 정보화의 선두 대열에 당당히 서게 됐다.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도 채 안 되는 최빈국에서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갖춘 나라로 성장했다. 강대국 식민지배의 치욕을 겪은 나라들 가운데 우리만큼 성공한 나라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해 온 서민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한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사에 빛나는 한국 성공 신화의 주역이 바로 서민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삶은 지금 가파른 비탈로 내몰리고 있다. 취업난과 고용불안으로 이태백과 사오정이 일상화하고, 집값 폭등으로 내집 마련 꿈이 더 멀어졌으며, 고유가에다 물가불안, 금리불안까지 겹쳐 서민생활은 갈수록 고단하기만 하다. 참여정부는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서민의 삶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념만으로 현실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들이 마침내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서민은 참여정부를 떠받치는 기둥이었지만 지난 대선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 이명박 정부의 탄생에는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해달라는 소박하지만 절실한 서민의 꿈이 배어 있다. 따라서 오는 2월25일에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의 과제는 자명하다. 경제 살리기와 민생 안정이다. 경제를 살려 밑바닥 서민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경제 살리기의 핵심은 서민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양극화 시대에 그것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를 살리자면 우선은 기업의 투자의욕을 왕성하게 북돋워 경제 활력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들이 마음껏 날개를 펼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돈벌이가 되는데 투자를 마다할 기업인은 없다. 규제를 과감히 풀어 공정한 경쟁과 효율이 작동하는 시스템을 복원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친기업, 친시장 정책이 반드시 반서민 정책을 의미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성장의 혜택이 서민에게 고루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한편으로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는 ‘따뜻한 경제’를 지향할 때 비로소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명박 당선자가 주창해온 탈(脫)여의도 실용주의 정치에 거는 기대가 크다. 우리 정치는 이념과 정략에 매몰되어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측면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보수가 집권하든, 진보가 집권하든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경제 살리기와 민생 안정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정치가 경제를 든든하게 뒷받침해 줘야 한다. 우리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에 입각한 실용주의 정치가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며 이명박 정부 5년의 실험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자 한다. 그 첫걸음이 인사다.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인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 이념, 계층을 떠나 능력 본위로 인재를 두루 기용하는 것이 실용의 정신에 부합하는 인사일 것이다. 인재를 찾는 노력을 막바지까지 기울이고, 주변의 보수적 목소리에만 함몰되지 않기를 당부한다. 지난 정권과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불거진 지역·계층간 대립을 해소하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권력을 독점할 생각을 버리고, 지연과 학연에 얽매이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권자부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전임자의 예를 반추해 언행에서 국가 최고지도자의 품격을 잃지 말고. 신뢰와 희망을 주는 리더십을 보여 주기 바란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집권 초부터 정치과잉으로 민생경제 살리기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고, 총선 공천과 각종 자리를 둘러싼 비리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 통치구조를 포함, 개헌에 대한 입장도 정리해 적절한 시점에 공개하고 국민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도 남북관계가 착실하게 발전해 가기를 희망하며, 미·일과의 관계를 강화하되 중국과의 기존 우호관계도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개혁은 빠를수록 좋다. 늦어지면 그만큼 기득권층의 저항이 커지기 마련이다. 정부와 공기업 부문의 거품 빼기와 연금개혁, 교육개혁에 주력해 주기 바란다. 교육인적자원부의 혁신 없이 교육개혁을 성공시키기는 어렵다고 본다. 가난한 집 자녀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대학입시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노사정의 대타협으로, 전투적 노사관계를 시장친화적 고용관계로 바꿔 나가되 불법 파업과 폭력 등 공공질서 파괴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고실업과 양극화 문제의 해법은 일자리 창출에서 찾아야 한다. 청년 실업자와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복지정책이다. 이를 위해 고용효과가 큰 중소기업 살리기에 역점을 두되 무리한 경기부양은 삼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성장과 분배가 함께 갈 수 있다고 믿는다.‘따뜻한 시장경제’를 세워 나가는 원년이 되기를 기원한다. 서민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선택 2007 D-8] 한국노총 李후보 지지 찬반 공방

    한국노총이 10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맺은 정책협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중앙정치위원회를 열고 이 후보와 정책연대를 결정하고 협약서를 체결했다. 한국노총이 대선에서의 지지를 밝히는 대신 이 후보는 집권시 한국노총의 의견을 정책에 적극 반영한다는 약속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사 공동체와 보수 성향의 정치세력이 함께할 수 있다.”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고, 이 후보는 “경제상황이 어렵지만 노·사·정의 대타협과 상호 신뢰의 노사 문화만 이뤄낸다면 고도성장 경제로 다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협약을 반겼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노동단체가 자기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고 조합원과 전체 노동자를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노동단체와 보수성향의 정치권이 정책연대를 맺은 것은 상당히 의외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고 평가했다. 긍정적인 해석도 만만찮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운동이 선명성 경쟁을 해야 하는 시기는 지난 만큼 한국노총의 판단은 보다 현실적이다.”면서 “비정규직보호법 입법과정에서와 같이 한국노총이 정부와의 관계를 유지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노동운동의 한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노동부 관계자도 “독일 등 유럽의 경우 노동단체가 평소 성향이 다른 정치권이라도 정책분야별로 지지를 표명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1997년 대선에서는 지도부의 결정으로 김대중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으나 2002년 대선에서는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 논란을 의식한 듯 한국노총 관계자는 “투표 결과와 마찬가지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정책연대가 잘된다면 5년 후에는 노사관계 등이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부결땐 내가, 가결땐 너희가 물러나자”

    ‘우고 차베스의 실패’가 재연되는 상황을 막아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14일(이하 현지시간)까지인 개헌안 마무리 시한을 앞두고 개헌 추진 의지를 거듭 불태우고 있다.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계속 거부해온 야권 소속 주지사들도 응할 수 있음을 내비쳐 막판 대타협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6일 모랄레스 대통령이 자신과 주지사들을 대상으로 신임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서한을 의회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초 집권 이래 계속되고 있는 정치적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전날 국영TV 연설에서 보수야권이 장악하고 있는 산타크루즈 등 6개 지역 주지사들의 반정부 움직임을 강력 비난했다. 이어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대통령 및 주지사 신임투표와 연계해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이 6개 주는 그동안 폭넓은 자치권을 요구하며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대통령 연임 제한 철폐, 사회주의 개혁이 뼈대인 개헌안의 불법성을 UN 등에 고발하며 맞서왔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볼리비아 최대 지역인 산타 크루스주 루벤 코스타스 주지사는 아직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다른 야권 소속 주지사 4명은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모랄레스가 국민투표를 앞두고 야권과 극적 타협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모랄레스가 이끄는 사회주의운동당(MAS)은 지난달 24일 남부 추키사카주 수크레시에서 제헌의회를 소집해 야당의원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개헌안을 통과시켰다.MAS는 오는 14일까지 개헌안을 최종 마무리한 뒤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서울광장] 4대 개혁에 시효는 없다/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4대 개혁에 시효는 없다/우득정 논설위원

    지난 21일 외환위기 10주년을 앞두고 민간·관변단체를 중심으로 지난 10년을 결산하고 향후 과제를 모색하는 토론회가 줄을 이었다. 정부 차원에서는 과(過)보다 공(功)치사식의 홍보 자료가 쏟아졌다. 대선 20여일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냐, 되찾은 10년이냐’를 놓고 한치 양보없는 설전이 거듭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국난(國亂)이라는 외환위기는 우리 사회 모든 부문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대우 한보 진로 해태 등 30대 대기업 중 17개가 줄줄이 도산하면서 산업화시대가 탄생시킨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를 날려버렸다. 금융기관의 43.6%가 통폐합되거나 문을 닫으면서 간판을 내렸다.1998년 초 노사정 대타협의 산물인 정리해고 법제화에 상관없이 정리해고와 명예퇴직, 조기퇴직 등 실직이 일상화됐다. 실업대란에 이어 ‘이태백’‘사오정’‘오륙도’라는 고용불안을 상징하는 단어들이 잇달아 생겨난 것도 이때다. IMF 관리체제로 경영투명성과 건전성을 강요당한 정부와 기업은 부채 비율을 줄이기 위해 돈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시장에 내놓기에 급급했다. 매월 1만명 이상의 실직자가 쏟아지면서 ‘실업자 200만’시대가 도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가 드리웠다. 그 결과, 우리는 질적·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양극화 심화, 고용없는 성장, 비정규직 양산, 국가채무 급증, 제조업 해외이탈 가속화 등 부정적인 유산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력은 외환위기 직전 6%대에서 4%대로 급락했다. 기업의 투자 기피와 공장 해외 이전이 소비심리 위축과 고용 감소로 이어지면서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 것이다. 저성장-고용 감소-소비 위축-투자 기피라는 악순환의 덫에 걸리게 된 것이다. 일부 대선 후보들은 이를 놓고 좌파정권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몰아붙이는가 하면, 다른 후보들은 개발독재시대가 낳은 부작용을 치유하는 과정이라며 ‘되찾은 10년’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잃어버린 10년’에 동조하는 듯하다. 어떤 경제학자의 표현처럼 어제까지 100점을 받던 아이가 80점을 받고선 반평균보다 높다고 우기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대선후보들은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7% 성장이니, 매년 일자리 50만개 창출이니, 규제 혁파니 온갖 감언이설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이념까지 덧칠돼 정책에 담긴 진정성마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했다가는 ‘촛불’ 분위기에 휩싸여 한표를 덜렁 찍었다가 애꿎은 손가락만 원망하는 잘못을 되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외환위기 당시 추진하다가 중도포기한 4대 개혁, 공공·금융·기업·노동부문의 개혁 고삐를 다시 다잡아야 한다. 정부와 공기업은 그동안 몸집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대해졌다. 금융기관들은 낚싯바늘에 입 찢긴 물고기처럼 10년 전의 악몽을 까맣게 잊고 제살깎아먹기식 과당경쟁을 되풀이하고 있다. 혈세 수십조원을 삼킨 기업들은 여전히 비자금 만들기, 뇌물 매수, 황제 경영 등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노사관계 역시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이다. 4대 부문을 그대로 두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유권자를 향한 사기다.4대 부문의 개혁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우리가 선진국 도달 이후에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사설] 통합신당 3후보 만나 타협하라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어제 대구연설회는 정동영후보만 참석하는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 정 후보측은 “후보찬탈 음모”라며 이해찬 후보의 배후에 ‘노심’(盧心)이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측은 적반하장이라고 맞받아쳤다. 이 후보는 오늘부터 토론회에 참석하겠다지만, 완전 정상화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 후보는 진정 당을 함께 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많은 국민들은 통합민주신당의 행보에 큰 관심이 없다. 당이 쪼개지든, 누가 후보가 되든 상관없다는 분위기다. 두 달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숨길 수 없는 기류다. 그동안 범여권이 국민의 외면을 자초했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기엔 국민들의 가슴이 답답한 것 또한 사실이다. 다양한 가치와 이념을 수렴할 정당들이 지리멸렬하다면, 우리의 미래는 그만큼 암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세 후보가 결단을 내릴 때다. 함께 가야할 정치적 동지라면 3자가 만나 대타협의 결단을 내리길 촉구한다.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어려움이 많겠지만 머리를 맞대겠다는 결의라도 다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손 후보측이 명의도용 의혹을 파국의 빌미로 활용한다거나, 정 후보측이 의혹 규명요구를 정치 공세로만 치부한다면 해결의 실마리는 찾을 수 없다. 각종 현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처리 방안에 대한 타협의 접점을 찾아내야 한다. 큰 그림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사안별 쟁점은 실무진들이 향후 해법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세 후보가 대승적 차원에서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길 바란다. 만남 자체가 상생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길 바란다.
  • [서울광장] 차린 밥상도 받아야 임자거늘/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차린 밥상도 받아야 임자거늘/황성기 논설위원

    조지 부시 대통령의 종전 선언 제안,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수용은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가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평화 드라마의 막을 남북한과 미국이 올린 것이다. 남북 정상의 10·4선언 제4항은 이런 3자를 염두에 둔 것이지만 ‘또는 4자’라고 적시함으로써 중국이 낄 자리를 남겼다.3자든 4자든 비핵화 진전에 따른 종전선언 논의는 10월4일을 기점으로 출발했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전령에 그치지 않고 남한이 종전 선언 당사자임을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 임기를 끝내면 차기 대통령이 한반도를 평화로 이끄는 대타협의 주역 자리를 넘겨 받을 것이다. 10·4 이후 한나라당은 ‘남남 갈등’의 축소판이 됐다.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대선 후보와 당 대표, 원내 대표의 얘기가 제각각이다. 민주 정당이니 다양한 의견이 분출된다고 좋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권을 잡겠다는 정당이라면 대북 정책만큼은 확고한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강재섭 대표나 안상수 원내대표는 경제협력을 위장한 일방적 퍼주기이며 차기 대통령이 결제해야 할 부도 어음이라고 만년 야당 같은 흠집내기에 바쁘다.“평화정착과 남북화해를 위한 노력은 긍정적”“차기 정부에서도 남북 정상이 만나야 한다.”며 집권 이후를 내다본 듯한 이명박 후보의 생각과는 사뭇 다르다. 범여권의 부진으로 표류하는 중도·진보표는 이 후보가 끌어당기고, 반북 보수표는 강 대표 등이 붙잡아두는 작전이라면 오히려 관전이 편할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들여다보면 그러한 선거 전략을 처음부터 염두에 둔 것 같지 않다. 이 후보의 부시 대통령 면담 계획이나, 지난 5일 한나라당 의원들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의 간담회만 봐도 그렇다. 부시 면담은 불발로 그쳤다. 버시바우 대사는 10·4선언을 지지하고 나아가 서해평화지대가 북방한계선(NLL)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에 뿌릴 미국발 잿가루를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낙담한 모습이 안쓰럽다. 손에 쥔 대북 좌표가 없으니 후보 따로 대표 따로 각개약진한 게 지금의 한나라당 ‘남남 갈등’의 실체다. 지난 7월 한나라당이 내놓은 신대북정책은 아직도 공식 당론이 아니다. 정형근 의원이 친북 386과 야합한 ‘배신자’로 몰리면서까지 대북 방향타를 왼쪽으로 꺾었으나 의원 총회를 통과하지 않아 일개 안에 머물고 있다. 이명박 후보는 이미 ‘비핵 개방 3000’정책을 갖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5대 패키지 지원을 통해 10년 후 국민소득 3000달러 국가로 도약시킨다는 게 골자다.10·4선언의 해주 특구나 개성∼평양 간 고속도로 개보수 합의를 뛰어넘는 북한 내 5대 자유무역지대 설치,400㎞짜리 신 경의고속도로 건설 등을 담고 있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것이긴 해도 통 큰 비전임에는 틀림없다. 대선 후보가 출전 채비를 마쳤다면 후보의 노선과 당론쯤은 일치해야 하지만 한나라당 대북 정책은 잡탕처럼 어수선하기만 하다. 비핵화와 종전 선언, 경협 같은 대형 이벤트는 차기 대통령 몫이다.4개월밖에 남지 않은 노 대통령은 상을 차리는 일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10·4선언이란 차린 상을 걷어찰지, 받을지를 국민들에게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대선 공약 발표를 이달 말로 늦췄다는데 표 계산에 지지층 눈치보느라 좌고우면하다간 ‘도로 한나라당’이란 소리만 듣고 양다리 걸친다는 의심만 받는다. 그릇을 넓게 키우기는 이 후보 하기에 달렸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최재천 인간견문록] 공멸을 넘어 공생으로/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최재천 인간견문록] 공멸을 넘어 공생으로/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하던 1970년대 말 나는 텔레비전에서 흥미로운 걸 관찰했다. 코미디언들이 뭔가를 바닥에 떨어뜨리곤 부서진 그 물건의 바닥을 뒤집어보며 “역시 일제로군” 하면서 비웃는 것이었다. 일본 제품에 대해 미국인들이 갖고 있던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미국의 코미디언들은 잘 망가지고 엉성한 물건들은 모두 자국 제품이라며 스스로를 비판하기 시작했고 작고 효율적인 제품들은 죄다 일본 제품이라며 칭송하기 바빠졌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일본의 이미지가 변하는 걸 나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지난 몇 년 간 미국에 있는 내 동료들 중 상당수가 현대 자동차를 구입했다. 옛날에는 현대 자동차가 싼 맛에 사는 차였지만 이제는 다르다. 내 친구들은 한결같이 현대 자동차의 우수한 성능을 칭송하기 바쁘다.20여 년 전 일본의 이미지가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서던 것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이미지가 새로워지고 있다. 이미지가 좋아지니 홀연 애니콜이 더 잘 들리고,LG 모니터가 더 깨끗하게 보이고, 싼타페가 더 잘 굴러가는 것 같이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바야흐로 이미지의 시대에 살고 있다. 외국에서는 승승장구했는지 모르지만 국내에서는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노사분규 때문에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참으로 어려운 걸음걸이를 해왔다. 그러던 현대자동차가 노조와 사측 간의 무분규 타협을 이끌어냈다. 무려 10년 만에 얻어낸 개가다. 대타협을 이끌어낸 당사자들도 믿어지지 않는다지만 그동안 안타깝게 그들을 지켜보던 국민들도 믿기 어려워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연을 연구하는 내게는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흔히 자연을 약육강식의 처절한 생존경쟁의 장으로만 생각한다. 불과 20여 년 전에는 자연을 연구하는 생태학자들의 생각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눈 앞에 나타나는 적마다 모두 제거하는 것이 경쟁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걸 생태학자들도 뒤늦게나마 깨달았다. 이세상에서 수적으로 가장 성공한 동물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하겠는가? 말할 나위도 없이 곤충이다. 이 세상의 거의 절반이 곤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무게로 볼 때 가장 성공한 생물집단은 누구인가? 고래? 코끼리? 고래나 코끼리는 개체의 무게가 엄청난 것일 뿐 그 수가 그리 큰 동물들은 아니다. 전체 무게로 볼 때 이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생물집단은 식물이다. 그 중에서도 꽃을 피우는 식물, 즉 현화식물이다. 이 세상의 모든 동물들을 모두 저울에 올려 놓는다 하더라도 현화식물 전체의 무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그렇다면 곤충과 현화식물은 어떻게 이 같은 성공을 이끌어냈을까? 서로 상대를 제거하기 위해 무한경쟁을 해온 것인가? 그와는 정반대로 곤충과 현화식물은 꽃가루받이를 통해 서로 돕고 살아왔다. 이제 우리 생태학자들은 안다. 자연계에 살아남은 모든 생물들은 제가끔 공생 동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공생 동료 없이 홀로 좌충우돌 무작정 경쟁만 일삼는 생물은 여기저기 공생관계를 맺고 사는 생물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 내가 눈 앞의 상대와 막무가내로 경쟁하는 동안 나의 진정한 경쟁상대는 주변과 손을 잡고 달린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남과 손을 잡아야 한다. 자연생태계에는 독불장군이란 없다. 산업생태계도 마찬가지다. 굳게 잡은 현대자동차 노사의 손을 불안한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외국의 자동차 회사들이다. 현대자동차의 진정한 경쟁상대들 말이다. 공멸이 아닌 공생의 길을 택한 현대자동차의 앞날에 밝은 희망이 보인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 [한나라당 경선후보 정책 검증] 홍준표·원희룡의 경제 공약

    홍준표·원희룡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는 경제 분야에서 재벌 개혁과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을 통한 양극화 해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홍 후보는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금융·산업자본 분리 유지, 재벌상속에 대한 탈세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 후보 측은 “지분이 3∼4%밖에 되지 않는 재벌 총수가 황제적 지위를 누리는 왜곡된 구조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 후보 “사회적 합의로 무파업 달성” 홍 후보는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재벌의 중소기업 전문 영역 참여를 제한하고, 수입대체 중소기업 벤처기업은 10년 동안 면세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시장 진입 규제에 따른 경쟁력 약화 및 역차별,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다. ‘파업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공약은 ‘빅 2’와 같지만 방법론에서는 차이가 있다. 홍 후보는 노·사·정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부문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범국민적인 사회 대타협 기구 출범의 필요성을 지적한다. 법질서 강화가 아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무파업을 달성해야 한다는 데서 이명박·박근혜 후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노동철학을 엿볼 수 있다. ●원 후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지원” 원 후보 역시 중소기업의 집중적 육성을 통해 빈부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에는 홍 후보와 의견을 같이한다. 원 후보는 이를 위해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독립해 승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분야에서는 강력한 불로소득 환수를 통한 1가구 1주택 정착을 역설했다. 이를 위해 시장친화적 토지·주택 공개념을 헌법에 명기하는 한편 보유세를 강화하는 등 세제·법률 및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박 양 후보가 참여정부의 부동산 조세 정책을 ‘세금 폭탄’이라고 비난하며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약을 내놓은 것과는 차별성을 갖는다. 하지만 경제력이 부족한 계층에까지 1가구 1주택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불로소득 환수 조세책 강화뿐 아니라 신도시 공영개발 확대, 대지임대부 및 환매조건부 주택 공급 확대 등의 정책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네 후보 중 유일하게 10대 핵심공약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 공약을 포함시킨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원 후보는 이를 위해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고,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특별취재팀 이창구 유지혜 김민희기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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