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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찍는 것보다 적는 게 익숙… QR코드 대신 방명록 썼어요”

    “찍는 것보다 적는 게 익숙… QR코드 대신 방명록 썼어요”

    “개인정보 민감한 이들 QR코드 꺼려” 대전 도서관·서울 PC방 이용률 저조 교육부, 학원가도 QR코드 도입 검토 2일 오전 대전에서 가장 큰 공공도서관인 중구 한밭도서관. 책을 빌리거나 도서를 열람하기 위해 입장하려면 스마트폰에 개인정보가 담긴 QR코드를 띄워 직원에게 보여 줘야 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병 고위험시설에 전자출입명부(Ki-Pass)를 시범 도입하면서 생긴 절차다. 생소한 탓인지 QR코드보다는 손으로 방문 기록을 남기는 입장객이 더 많았다. 이날 오후 2시 50분 QR코드로 입장한 시민은 50명에 그쳤으나 종이에 날짜, 이름, 입실 시간, 퇴실 시간을 펜으로 쓰고 들어간 이는 90명에 이르렀다. 이날 도서관에서 만난 프리랜서 김서원(54)씨는 “강의 때문에 책을 빌리거나 반납하느라 자주 도서관에 온다. 오늘은 처음이라 확인 절차가 많아 약간 번거로웠지만 다음부터는 편할 것 같다”고 밝혔다. 책을 반납하러 온 대학생 김종인(23)씨는 “무엇보다 펜을 만지지 않아 코로나19 감염 걱정이 없어 좋다”고 말했다. 도서관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QR코드 방식을 편하게 생각하고 나이 든 분이나 부모의 인증 동의가 필요한 어린이, 개인정보 노출에 민감한 사람들은 불편해하고 좀 꺼리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 PC방도 지난 1일부터 QR코드 전자출입명부를 시범 운영하고 있지만 손님 대부분은 수기 명부를 선택했다. 점장 박모(40)씨는 “하루 이용객이 150명 정도인데 오전에 2명만 QR코드를 찍고 나머지는 두 달 전부터 쓰는 수기 명부에 전화번호와 이름, 증상을 기록하고 있다”며 “전자출입명부가 전면 도입되면 적응 기간이 필요하겠지만 가게에서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것보다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부 고객은 “왜 개인정보를 쓰게 하느냐”고 물어 직원들이 공문을 보여 주며 설명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학원가에도 QR코드를 이용한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서울 대치동 학원가를 찾아 방역 상황을 점검하면서 “학원도 QR코드 사용을 권장하려 한다. (학원가에서) 동의해 주신다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서울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최영주 서울시의원, 영구임대아파트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 할증 비율 과다 지적

    최영주 서울시의원, 영구임대아파트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 할증 비율 과다 지적

    최영주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 개포1·2·4동, 일원1·2동)이 2일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연구실에서 SH서울주택도시공사 주거복지본부장을 만나 대치1단지아파트 주민들의 탄원서를 전달했다. 탄원서의 주요 내용은 임대아파트인 SH대치1단지아파트 임차인의 입주 재계약시 임대 보증금 인상을 철회하라는 것으로 약1,200세대(전체 세대의 80%)의 서명을 받아 제출됐다. 최 의원은 탄원의 취지를 설명하며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서도 임대료 인상을 5%의 범위 내에서 하도록 되어있는데, 저소득층 등 어려운 분들이 거주하는 영구임대주택의 임대료를 20%씩 증액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아무리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국토교통부에서 내려오는 지침대로 재계약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주거복지본부가 거주민의 복지향상을 위해 있는 부서인 만큼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국토부에 임대료 할증 비율을 인하에 대해 건의하는 등 조정자의 역할을 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2019년 10월 말 기준, 대치1단지아파트 입주 현황을 보면 총 1,626세대 중 수급자가 603세대, 유공자는 28세대, 모자가정은 5세대, 장애인은 238세대이다. 일반세대는 741세대이지만, 대부분 65세 이상 노년층이 거주 중이다. 탄원서 전달식에 참석한 입주자 대표는 “대부분의 입주민들이 사회적으로 열악하고 소득수준이 낮은데, 가족관계증명서 상 가족의 소득까지 합산되면서 소득 초과에 따른 할증을 내게 됐다. 실제 소득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라고 토로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주거복지본부장은 국토교통부의 지침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탄원 취지를 이해한다며 탄원 내용을 적극 검토할 것을 약속했다. 최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민간에서도 착한 임대인 운동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시기에, 공공에서 임대료 할증을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라고 말하며, 서울시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지역 주민의 주거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우주를 보다] 3년 만에 최대 ‘태양 폭발’ 포착… “태양이 깨어나고 있다”

    [우주를 보다] 3년 만에 최대 ‘태양 폭발’ 포착… “태양이 깨어나고 있다”

    2017년 이후 가장 큰 태양 폭발 현상이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태양이 깨어나고 있다’며 태양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태양 플레어로도 부르는 태양 폭발은 태양 대기에서 물질을 가열 또는 가속시키는 에너지의 갑작스러운 방출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물질이 우주공간으로 분출되는 태양활동 중 가장 강력한 표면 폭발 현상을 의미한다. 태양 폭발은 태양의 흑점이 많은 영역에서 주로 발생하며, 태양흑점주기와 발생 빈도가 일치한다. 즉 흑점수가 많은 시기에는 태양 폭발이 발생하는 빈도도 높게 나타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태양활동관측위성(SDO)이 지난달 29일 관측한 이번 태양 폭발은 2017년 이후 그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태양 흑점의 활동도 이전보다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 이번 태양 폭발은 미국 우주기상예측센터가 설정한 일정 수준을 넘지 않아 위성 통신 장애를 포함한 전파 통신 장애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NASA 측은 11년 주기로 나타나는 태양의 활동 주기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NASA 측은 “일반적으로 태양폭발 후 몇 개월 후에는 흑점의 개수가 줄어들고 태양 폭발 빈도도 낮아지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흑점이 생겨나지 않는지, 폭발 규모가 더 커지지는 않는지 관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흑점의 상태를 보아 태양의 활동 주기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흑점수가 최대치에 이를 때를 ‘태양 극대기’, 그 반대일 때를 ‘태양 극소기’로 부른다. 태양의 활동은 2014년 최고점에 도달했고, 이후 감소세를 보이는 상태임에 따라 현재를 태양 극소기로 보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반적으로 11년 주기로 강해졌다가 약해지는 태양의 활동은 비교적 규칙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2016년에는 흑점이 완전히 사라진 태양의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다. 흑점이 보이지 않으면 지구의 기온이 약간 떨어져 지구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이는 역사적인 기록에도 남아있다. 과거 1000년 동안 태양 흑점이 장기간 사라진 것은 최소 3차례로, 이후 큰 가뭄이 들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흑점이 관측되지 않았던 15세기 10여 년에 걸쳐 대가뭄이 이어졌다고 기록하고 있다.  NASA는 “태양 극소기로 접어들면서 흑점 활동이 줄어들었지만, 향후 6~12개월 태양의 흑점을 분석하는 시기가 지나야만 태양의 정확한 운동 상태를 알 수 있다며, 현재 태양의 흑점 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석주 서울시의원 “폭등세금 지켜낼 최후수단, 이의신청”

    이석주 서울시의원 “폭등세금 지켜낼 최후수단, 이의신청”

    정부는 금년 3월 19일 아파트 공시가격안을 대폭 올려 발표했고, 3만 7천여 명이 제출한 조정의견을 전면 거부하고 4월 29일자 결정 공고했다. 이에 따라 강남권의 경우 대치, 삼성 등 일부지역만 해도 4천여 명이 단체로 부동산가격 공시에 따른 법적 최후 방안인 이의신청서를 접수했고, 개인별로도 온라인과 구·동 민원실을 통해 이의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왜 이 난리법석인지 그 원인을 보면 국민들 의견이 모두 지당하다. 연 2년간 45%가 올랐고, 올해 또 9억 이상 공동주택의 경우 전년 대비 20~40%가 인상돼 매년 세 부담 상한선을 넘겨 복리이자처럼 세 부담이 계속 늘어나면 그 누가 버틸 수 있겠는가. 세금은 가랑비에 옷이 젖 듯해야 하건만 일거에 장대비가 쏟아지니 이는 분명 백성들의 큰 원망이며 조세저항의 증표다. 이의신청을 하게 된 주요 사유는, 첫째) 올해 공시가격 결정은 집값이 최고였던 작년 말에 했지만 12·16 강력 부동산대책과 코로나19로 3~5억씩 내렸으니 하향조정은 당연하다. 둘째) 집값 현실화율을 5~10%씩 일거에 올린 점과 종부세에 적용될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매년 5%씩 올리는 것은 지극히 부당하며 셋째) 1차 하향조정 의견서를 당국이 전면 거부했고 가격간, 지역간, 단지간에도 형평성에 문제가 많으니 올해처럼 힘들 때는 세액기준가를 일보 양보하라는, 지극히 당연한, 기막힌 사연들이다. 아울러 일부 지역 주민 대표들은 공시가격 결정 해당 부처인 국토부를 직접 방문해 부서장 면담을 요청했고 주민의 뜻을 간곡히 전한다고 한다. 수많은 국민들이 의견서 제출, 이의신청 접수, 면담요청 등으로 계속 폭등한 공시가격의 부당성을 신문고를 통해 울리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라면 그 다음 절차는 과연 무엇이 될지 또 걱정이 앞선다. 또한 땅에 적용될 개별 공시지가도 올해 10% 이상 덩달아 오르고 있어 세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다. 평생 집 한 채에서 자식들 기르며 근근이 살아와 이제 정년이 됐건만 세금에 밀려 쫓겨나는 신세를 한탄하는 주민들 하소연에 가슴이 메어지고, 일가구 고령자에게 혜택을 준다지만 미미하기 짝이 없다. 올해만 해도 30~40%씩 일거에 오른 공시가격을 제발 10%라도 조정해달라는 국민의 청을 꼭 들어주길 바라며, 지금 조세저항의 크나큰 쓰나미가 우리 곁으로 덮쳐오고 있다.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덮고 죄인처럼 벌금을 무는 자유시민들은 더 이상 인내가 불가함을 분명히 전하니 해당기관은 명심해주길 바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일하는’ 21대 국회, 5일 개원해야

    21대 국회 임기가 그제 시작됐다. 개원일은 1987년 대통령직선제 개헌 이후 실시된 1988년 13대 국회 때 5월 30일로 정해졌다. 이번 국회는 177석의 안정과반을 확보한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양당제 구도에서 입법 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민주당은 책임정치를 위해 국회의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여당 몫으로 해야 한다며 오는 5일까지 국회의장단, 8일까지 상임위원장 선출을 끝내자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통합당은 견제 역할을 하는 법제사법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관행대로 야당이 차지해야 한다며 원 구성 협상이 끝난 뒤에 의장단, 상임위원장 선출을 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제21대 국회가 원 구성에서부터 날 선 신경전을 이어 가는데 이런 여야의 대치 상황은 매번 원 구성 때마다 되풀이되던 악습이다. 여야 모두 공언한 대로 명실상부한 ‘일하는 국회’를 실현하려면, 6월 5일 정시개원 시한을 가급적 지켜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이 ‘신냉전’이라 불릴 만큼 경제·산업·외교·군사 등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우리나라를 압박하는 만큼 여야는 개원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외교전략 등을 마련하길 바란다. 현재의 상황은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그만큼 국내외 경제적 여건이 만만찮다. 실물경제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어 기업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추가지원과 플랫폼노동자, 비정규직 등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에 힘을 모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요청한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심사와 처리, 질병관리본부 청 승격 등 정부조직법 처리도 서둘러야 한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loT), 5G와 빅데이터 기술을 핵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과 그에 따른 산업생태계 재편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준비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에 따른 경찰개혁법안도 처리해야 한다. 따라서 여야는 원 구성 문제로 국회 파행을 연출하기보다 원만한 협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는 협상술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2012년 19대 국회 출범 당시 127석의 야당이었지만, 여당인 새누리당(152석)과의 협상을 통해 상임위를 의석수에 따라 나눈 점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굳이 팩트체크를 하자면 법사위는 17대 국회부터 관행상 야당이 맡았지만, 예결위는 여당 몫에서 20대 하반기 국회에서만 야당이 이례적으로 맡았던 만큼 야당도 법사위와 예결위를 모두 가져가겠다고 해선 안 된다.
  • 대마쿠키 등 신종 늘어… 작년 마약사범 1만 6000명 최다

    대마쿠키 등 신종 늘어… 작년 마약사범 1만 6000명 최다

    지난해 적발된 마약류사범이 1만 6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말 캐나다의 대마초 합법화 조치 등으로 관련 상품이 대거 개발되고 구입도 쉬워지면서 국내 투약사범 역시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31일 대검찰청의 ‘2019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단속에 걸린 마약류사범은 1만 6044명으로 전년 대비 27.2% 증가했다. 검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0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검찰 관계자는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해외 직구가 늘고, 기호식품처럼 투약 가능한 신종 마약류가 증가한 게 마약류사범 급증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마약을 밀수·밀매하다가 붙잡힌 공급사범도 지난해 4225명으로 전년 대비 28.3% 늘었다. 전체 마약류 압수량은 362㎏으로 2018년 415㎏에 비해 줄었지만, 신종 마약류는 82.7㎏으로 전년 대비 71.6% 증가했다. 신종 마약류 중에서도 대마쿠키·젤리·오일 등 대마계 제품류와 일명 ‘러시’라고 알려진 알킬 니트리트류 제품 압수량이 61.9㎏으로 전년 대비 166.8% 늘었다. 주사기로 혈관에 투약하는 기존 방식은 거부감을 주지만 대마오일은 마사지 오일처럼, 러시는 향수처럼 코로 흡입하면 돼 젊은층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외국인 마약류사범은 처음으로 1000명을 돌파한 1529명을 기록했다. 19세 미만 마약류사범도 239명으로 전년 대비 67.1% 증가했다. 14세 미성년자 2명도 적발됐다.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마약류 판매 광고에 쉽게 노출되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성난 시위대 방화·약탈… LA 베벌리힐스 쇼핑거리 ‘불바다’

    성난 시위대 방화·약탈… LA 베벌리힐스 쇼핑거리 ‘불바다’

    백악관 한때 봉쇄… 경찰, 1669명 체포 美 국방부 “4시간 내 군 투입 준비 완료” 당국, 가해 경찰 ‘3급 살인’ 혐의로 기소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숨진 것에 항의하는 시위가 닷새째 확산되면서 미국은 말 그대로 대혼란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1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대규모 인종차별 시위까지 벌어지자 “미국에 두 개의 위기(코로나19와 시위 사태)가 겹쳤다”는 말이 나왔다. 28년 전 폭동을 연상시킬 만큼 시위가 격화된 LA 카운티에서는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25개 도시에서 야간통행금지 명령이 발령되는 등 미국 전역은 31일(현지시간) 새벽까지 폭력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사태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대응 엄포 때문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앞서 29일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시위를 지켜보던 국토안보부의 보안 요원 1명이 총에 맞아 숨지는 등 3명이 사망해 이를 ‘국내 테러’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군대 투입을 경고한 가운데 국방부도 성명을 내고 미네소타주지사의 요청이 있으면 4시간 내에 군대를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는 트윗은 시위대를 더욱 자극했다. 분노한 시위대는 백악관으로 몰려들어 비밀경호국과 대치를 벌였고, 안전을 우려한 백악관은 한때 봉쇄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그가 올린 ‘총격’ 발언은 1967년 흑인 시위에 대한 폭력적 보복을 공언한 월터 헤들리 당시 마이애미 경찰서장이 만든 문구다. 미 사회에 인종차별이 횡행했을 때 발언이 50여년 만에 대통령의 입을 통해 다시 나오자 시위대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트위터는 이를 폭력 미화 행위로 규정하고 ‘보기’를 클릭해야 원문을 볼 수 있도록 제한해 다시 한번 트럼프의 트윗을 차단했다. 낮 동안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는 늦은 밤부터 과격 유혈시위로 변질됐고, 약탈 행위도 극심했다. 흑인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서가 시위대의 공격에 불타기도 했으며, 일부 도시 유명 빌딩은 외벽이 플로이드의 마지막 절규인 ‘숨쉴 수 없다’는 구호로 뒤덮이는 등 반달리즘(공공기물 파손행위) 피해를 입기도 했다.AP통신은 이번 시위 사태가 60명 이상이 사망하고 2000명 이상이 부상당했던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을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까지 경찰에 체포된 1669명의 시위 참가자 가운데 3분의1이 LA에서 나왔다는 점은 미국 흑인사회의 여론이 심상치 않음을 시사했다. CBS방송 등에 따르면 LA 베벌리힐스 유명 쇼핑거리는 시위대의 방화와 약탈로 불바다로 변하는 등 무법천지나 마찬가지였다. 구찌, 루이비통 등 유명 브랜드 상점이 털리고, 백화점 등에서도 무단 침입 흔적이 나오는 등 약탈범들이 활개를 쳤다. LA뿐 아니라 시애틀, 필라델피아 등에서도 약탈이 벌어지면서 대형마트 체인인 타깃은 미 전역 175개 매장을 잠정 폐쇄하기로 했다. 한편에서는 이 같은 약탈 행위가 “플로이드의 죽음을 규탄하는 시위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며 평화적 시위를 호소하기도 했다. 가해 경찰관 데릭 쇼빈이 3급 살인 혐의로 기소된 것도 민심을 험악하게 만들었다. 시위대와 유족은 1급 살인 혐의 적용과 함께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경찰관 3명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피해가 저소득층 유색인종에 집중되며 트럼프 행정부의 전염병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된 가운데 또다시 인종 논란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며 11월 대선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가디언은 미 민주당 측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의 트윗 발언은 분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지층을 선동하고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美 시위 격화…LA폭동 재현 조짐

    美 시위 격화…LA폭동 재현 조짐

    트럼프, 연방군대 투입 등 강경대응 방침미국에서 흑인 남성이 경찰의 강압적 체포 행위로 숨진 것에 항의하는 시위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백악관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며 시위대와 대치하고 나서 미국에서 최악의 인종 폭동으로 꼽히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흑인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를 비롯해 최소 30개 도시에서 경찰 폭력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LA·덴버·포틀랜드·오리건·신시내티 등 25개 도시에서 통행금지 명령이 발령됐고, 시위가 격화된 LA 카운티에 대해서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치안 유지를 위해 주방위군을 배치하거나 출동을 요청한 지역도 조지아·오하이오·콜로라도·위스콘신·켄터키주 등 10곳으로 늘었다. 미니애폴리스에서도 지난 25일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46)가 체포됐던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헌화하고 길바닥에 추모 그림을 그리며 집회를 이어 갔다.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DC에서는 시위대가 대통령 비밀경호국(SS) 차량 3대를 파손하고 차 위에 올라가 ‘흑인 생명은 중요하다’, ‘정의 없인 평화도 없다’ 같은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상점과 사무실 창문을 부쉈고, 로널드 레이건 연방 빌딩과 국제무역센터 건물이 공격받기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백악관은 한때 시위대의 습격을 우려해 출입을 전면 통제하는 봉쇄령을 내리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군대 투입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열린 첫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 축하 연설에서 “폭도”, “약탈자”라고 비난하며 “정의는 성난 폭도의 손에 의해 결코 달성되지 않는다. 나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미니애폴리스에 헌병부대 800명을 투입할 준비를 하라고 육군에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발언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美 시위 격화… 연방군 투입 시사

     미국에서 흑인 남성이 경찰의 강압적 체포 행위로 숨진 것에 항의하는 시위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백악관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며 시위대와 대치하고 나서 미국에서 최악의 인종 폭동으로 꼽히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흑인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를 비롯해 시카고와 LA, 필라델피아 등 미국 전역 주요 도시 수십 곳에서 경찰 폭력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지난 25일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46)가 체포됐던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헌화하고 길바닥에 추모 그림을 그리며 집회를 이어 갔다.  시위대는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DC에서는 대통령 비밀경호국(SS)의 차량 3대를 파손하고 차 위에 올라가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 같은 구호를 외쳤고, 백악관은 안전을 위해 한때 봉쇄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전국이 시위대의 방화와 폭력으로 얼룩지자 워싱턴DC를 비롯해 미네소타 등에는 주방위군이 배치됐다. 조지아·오하이오·콜로라도·위스콘신·켄터키주 등이 치안 유지를 위해 주방위군을 배치하거나 출동을 요청했다.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LA·덴버·포틀랜드·오리건·신시내티 등 20개가 넘는 대도시에서 야간통행금지령이 발동됐다. AP는 이날 현재 22개 도시에서 최소 1669명의 시민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군대 투입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열린 첫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 축하 연설에서 시위대를 “폭도”, “약탈자”라고 비난하며 “정의는 성난 폭도의 손에 의해 결코 달성되지 않는다. 나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미니애폴리스에 헌병부대 800명 투입 준비를 육군에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대응이 사태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전자담배, 향수, 젤리…신종마약류 증가 “마약사범, 역대 최다”

    전자담배, 향수, 젤리…신종마약류 증가 “마약사범, 역대 최다”

    마약류 사범 1만6044명…역대 최대치 지난해 적발된 마약류 사범이 1만6000명을 돌파했다. 통계 작성이 이뤄진 1990년 이후 최대 수치다. 31일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검사장 심재철)는 국내외 마약류 범죄 동향을 수록한 2019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2018년(1만2613명)에 대비해 27.2% 증가한 1만6044명으로 확인됐다. 공급 사범도 4225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28.3% 늘었다. 특히 대만·말레이시아 등 국제 마약조직에 의한 마약류 밀수·밀반입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압수한 마약류는 2015년 97.7㎏에서 지난해 361.9㎏으로 폭증했다. 2016년까지 주요 통로는 중국이었으나 2017~2018년에는 대만, 2018년 하반기 이후 말레이시아로 필로폰 밀반입 경로가 달라지고 있다.전자담배, 향수, 젤리, 쿠키…신종마약류 증가 전체 마약류 압수량은 줄었지만 신종 마약류는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82.7㎏으로 2018년(48.2㎏)보다 크게 증가했다. 신종마약류는 주사기로 투약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마사지 오일, 전자담배, 향수나 젤리·쿠키 등 형태로 간편한 투약이 가능해 젊은 층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자 마약사범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19세 미만 청소년 마약류 사범은 239명으로 2018년(143명)보다 67.1% 늘었다. 이 중에는 14세의 촉법소년 2명도 포함됐다. 마약 사범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마약류 유통·거래는 수사당국이 추적하기 어려운 ‘다크웹’을 기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다크웹에 마약 판매 사이트를 만든 뒤 가상화폐 등을 이용해 은밀하게 거래하는 방식이다.한편 대검은 국제마약조직 등 중대 공급사범을 대상으로 수사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지난해 8월부터는 국제마약조직 추적수사팀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8월과 지난 2월에는 서울중앙지검·부산지검 강력부에 각각 다크웹 전문수사팀을 만들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대규모 공급, 유통조직을 가중 처벌하고, 범죄수익을 철저히 박탈함으로써 범죄 동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3개월 된 딸 방치해 사망’ 20대, 항소심서 형량 감경

    ‘3개월 된 딸 방치해 사망’ 20대, 항소심서 형량 감경

    1심 징역 5년에서 4년으로 감경“신체적 학대하지 않은 점 등 고려” 생후 3개월 된 딸을 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20대가 항소심에서 형량을 감경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성수제)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29)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을 명령했다.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명령은 1심과 마찬가지로 유지됐다. A씨는 지난해 4월 경기 남양주 자택에 딸과 함께 있던 중 “밖에서 저녁 식사를 하자”는 아내 B씨의 전화를 받고 딸을 내버려 둔 채 외출했다가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식사를 마친 뒤 혼자 귀가했지만 딸의 상태를 살피지 않고 곧바로 잠들었고, 이튿날 아침 딸이 숨을 쉬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119에 신고했으나 딸은 이미 숨진 뒤였다. A씨 부부의 딸은 미숙아로 태어나 보호가 필요했으나 부부는 수시로 딸을 두고 외출하거나 집을 비위생적인 상태로 방치하는 등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가 나란히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A씨는 징역 5년, B씨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B씨는 항소심 재판 도중 숨져 올해 4월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A씨가 유기 또는 방임 행위로 양육의 의무를 소홀히 해 (자녀를) 사망에 이르게 해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됐고, 그 결과를 돌이킬 수 없다. A씨는 평소에도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아동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신체적·정서적으로 자녀를 학대하지는 않았으며 사건 이후 배우자가 숨지는 다른 비극을 겪은 점, 벌금형 이외에는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새로 정했다”고 밝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흑인손자 구하려던 90세 할머니까지 조준? 美경찰 또 과잉진압 논란

    흑인손자 구하려던 90세 할머니까지 조준? 美경찰 또 과잉진압 논란

    비무장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지면서 유혈 폭동사태가 일어난 미국에서, 또 다른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졌다. 29일(현지시간)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은 텍사스주 경찰이 얼마 전 비무장 흑인 남성을 체포하면서 과잉 진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강압적 체포에 항의하는 주민에게까지 총을 겨눴으며, 손자를 보호하기 위해 막아선 90세 할머니가 쓰러지기도 했다.경찰은 16일 텍사스주 미들랜드 지역에 사는 흑인 남성 타이 앤더스(21)가 교통법규를 위반해 정지신호를 보냈지만 이를 무시하고 달아나 집까지 추격했다고 말한다. 집 앞에서 용의자와 대치한 경찰은 결백을 주장하는 그를 향해 일제히 총을 겨눴다. 영문도 모른 채 경찰의 포위망에 둘러싸인 용의자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비무장 상태임을 알렸지만 경찰은 총을 거두지 않았다. “왜 이러느냐”며 절규도 해봤으나 경찰은 조준 자세를 유지한 채 "쏘지 않겠다, 가까이 오라"는 명령을 반복할 뿐이었다. 겁에 질린 용의자는 연신 무섭다는 말을 반복하며 땅에 배를 대고 엎드려 빌었다.비무장 용의자의 확실한 투항 의사에도 경찰이 "일어나라, 일어나기만 하면 된다"며 총을 거두지 않자 몰려든 주민들이 항의를 쏟아냈다. 주민들은 “그는 겁에 질려있다. 전부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이냐. 그는 흑인이다”, “얼마나 많은 흑인이 총에 맞는지 모르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경찰은 “용의자가 대화에 응해주기만 하면 된다”고 주민들을 제지했다. 그때 지팡이를 짚은 잠옷 차림의 할머니가 나와 손자 앞을 가로막아 섰다. 현지언론은 90세 할머니가 손자를 구하기 위해 총을 겨눈 경찰과 대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끝까지 가까이 오라는 명령에 응하지 않자 결국 포위망을 좁혀 다가가 수갑을 채웠다.이 과정에서 경찰에게 제압된 손자를 본 할머니가 쓰러졌고, 몰려든 주민들은 경찰에게 더욱 거세게 항의했다. 다행히 금방 정신을 차린 할머니는 “내 손자를 내버려 두어라”고 애원했지만 경찰은 그대로 용의자를 데리고 경찰차에 태워 호송했다. 미들랜드 시 당국이 공개한 경찰 보디캠과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경찰차로 끌려간 용의자가 계속해서 체포 이유를 묻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용의자는 정지신호를 무시했다는 경찰의 답변에 경찰차 안에서 울며 억울함을 표하기도 했다. 일단 법 전문가들은 경찰의 체포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의견이다. 법집행분석가 제임스A.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경찰들이 총기를 꺼내든 것을 비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남성이 검문에 응하지 않았기에 (범죄혐의점) 있다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표지판 앞에서 멈추지 않는 교통법규 위반으로 경찰이 차에서 내리라고 명령했으나 그에 불응했기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할머니가 쓰러진 것에 대해서는 "균형을 잃고 쓰러진 것 같다"는 경찰 진술이 있었다. 그러나 용의자는 체포 시점부터 줄곧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용의자의 변호사도 앤더스가 애초에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이번 사건이 흑인에 대한 미국 경찰의 비인간적 대우와 과잉진압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식물과 동물’ 넘나들던 20대 국회 오늘 물러난다

    ‘식물과 동물’ 넘나들던 20대 국회 오늘 물러난다

    식물국회와 동물국회를 넘나들었던 20대 국회가 29일 막을 내린다.21대 국회는 탄핵과 정권교체라는 사건을 겪으며 온탕과 열탕을 오갔다. 2018년 말 시작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은 ‘국회선진화법’ 도입 7년 만의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기도 했다. 육탄전과 감금·너도 나도 광장으로… 정치 실종·입법 외면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소수정당, 이를 저지하려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뒤엉켜 육탄전을 벌였고 당시 바른미래당(현 민생당) 소속이었던 채이배 의원이 의원실에 감금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여야 정치권을 향해선 ‘동물국회’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지난해 9∼10월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극한 대치가 겹치면서 의회 정치는 실종됐다. 여야는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나서 광장 정치를 벌였다. 극한 대립 속에 어떤 법안도 처리되지 못했고 이번에는 ‘식물국회’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동물과 식물 사이를 오가는 국회가 실적이 좋았을리도 없다. 당연히 20대 국회는 법안 처리율도 낙제점을 받았다. 20대 국회에 접수된 법률안은 2만4141건이고, 처리된 법률안은 8924건(철회 제외), 미처리 법률안은 1만5002건이다. 법안처리율은 3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구하라법·제주4·3 특별법 좌절…과거사법·n번방 방지법 막차 부양의무를 제대로 못 한 부모나 자식 등에 재산 상속을 막는 일명 ‘구하라법’도 빛을 보지 못하고 폐기된다. 해당 법안은 국회 입법 청원에서 10만명이 넘는 국민의 동의를 얻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계속 심사’ 결론이 나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12·16 부동산 대책의 후속 법안인 종부세법 개정안과 공직자 직무 과정에서 이해관계 개입을 방지하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도 폐기된다. 제주4·3사건 특별법 개정안도 행정안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4·3사건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배상 근거 내용을 담았다. 이에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 을)은 21대 국회에서 개정안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진 세무사법 개정안도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상 초유의 동물 국회를 반성하기 위한 ‘일하는 국회법’도 21대 국회로 넘겨진다. 다만, 마지막 본회의(20일)에서는 형제복지원 등 조사가 완료되지 못하거나 미진했던 과거사에 대한 조사를 재개하도록 하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지 7년 만에 배·보상 문제를 제외하고 최종 처리됐다. n번방 방지법 후속 법안과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법, 공인인증서 폐지법, 헌법불합치 관련법 등도 20대 국회 막차를 탔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수온상승으로 경기 서해 김 양식 ‘풍년’…남부해안은 ‘작황부진’

    수온상승으로 경기 서해 김 양식 ‘풍년’…남부해안은 ‘작황부진’

    경기도의 올해 김 양식 생산량과 생산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8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김 생산 종료에 따라 도가 올해 생산량을 자체 집계한 결과 지난해 2만1648t보다 34.5% 증가한 2만9121t으로 나타났다. 생산액 역시 지난해 157억원보다 34% 증가한 211억원을 기록했으며, 어가 당 수입도 1억3700만원~1억9000만원으로 38% 늘었다. 지역별로는 화성시 1만6700t(35.4% 증가), 안산시 1만2400t(33.9% 증가)을 기록했다. 1980년대 후반 화성시 해역에서 시작된 경기도 김 생산은 2013년 1만t을 넘어섰으며 갯병 발생으로 생산이 감소한 2016년 8천900t을 제외하고는 매년 상승세를 보였다. 이처럼 생산량이 큰 폭 증가한 것은 겨울철 수온이 안정돼 김이 잘 자랄 수 있었고 병해도 적었기 때문이라고 도는 분석했다. 반면 김 주산지인 전남 등 남부지방은 높은 수온과 강풍으로 생산량이 전년보다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도는 생산량 증가를 바탕으로 경기도산 김의 고품질화와 브랜드화에 노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도 해양수산자원연구소는 올해 해조류 연구동이 준공되면 경기해역에 적합한 김 인공종자 양식기술개발과 갯병 피해 예방을 위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소는 2018년부터 경기해역 10개 지점에서 수온·영양염류 등 12개 항목을 조사한 해양환경 모니터링 정보를 어업인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상우 경기도 해양수산과장은 “김생산이 풍년을 맞았지만 앞으로는 고수온 등 해양환경 변화로 안정적인 김 생산과 소득 보장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며 “기후 변화에 대응한 김 종자 개발과 수산식품산업거점단지(김) 조성 등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은 9월에 채묘(採苗·종자 붙이기)를 하면 10월부터 채취에 들어가 이듬해 4월 생산이 끝난다. 따라서 올해 물김 생산량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8개월간 실적을 합산한 것이다. 경기도 서해안 연안은 조수간만의 차와 하천수 유입에 따라 영양염류가 풍부하며 최근 들어 새로 개발한 어장에서 생산돼 시설이 노후화된 다른 지역산보다 그 맛과 향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방역, 방역, 다시 또 방역… ‘교육특구’ 강남의 뚝심

    방역, 방역, 다시 또 방역… ‘교육특구’ 강남의 뚝심

    집에서 즐길 학습·놀이 콘텐츠도 제공 “전염병 위험 막고 학습 지원에 최선”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된 지난 20일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이 ‘학교 코로나 보안관’으로 변신, 지역 고등학교를 돌며 방역 상황을 점검했다. 정 구청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도곡동의 숙명여고를 먼저 찾았다. 정문에선 열화상 카메라로 학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을 꼼꼼하게 관리하기 위해 후문은 차단했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학교 관계자들과 함께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에 마련된 학생들 사물함엔 마스크 등 방역 물품이 비치돼 있었다. 구와 시교육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학생 1인당 마스크 10장씩을 지원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에선 교사와 학생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급식실 식탁은 비말을 통한 전염을 막기 위해 앞과 좌우에 칸막이가 처져 있었다. 내부 시설을 모두 둘러본 정 구청장은 학교 관계자들에게 “방역수칙 준수 등 학생 안전관리에 신경써 달라”며 “강남구도 학생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방역하겠다”고 했다. 한 고3 학생은 “강남구에서 전방위적으로 검체 검사를 하고, 지역 곳곳을 매일 방역하는 걸로 안다”며 “강남구의 능동적인 방역 활동으로 학교가 코로나 안전지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이어 대치동 단국대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와 역삼동 진선여고도 찾아 방역 상황을 꼼꼼히 살폈다. 강남구엔 현재 유치원 34곳, 초등학교 31곳, 중학교 24곳, 고등학교 22곳이 있다. 학원은 3414곳에 달한다. 구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긴급돌봄교실 65곳은 정기적으로 소독하고, 덴털 마스크(수술용 마스크) 4만 1000여장과 살균소독제 6000개를 지원했다. 개학에 대비해 유치원과 초·중·고 전체 학교엔 덴털 마스크 65만장과 손소독제 4만 7000개, 물비누와 페이퍼타올을 제공했다. 학원들에도 덴털 마스크 6만장과 살균소독제·손소독제 3000개를 배부하고, 학원가 곳곳을 소독했다. 구는 강남구립국제교육원과 함께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아이들을 위해 ‘온라인 영어 학습 콘텐츠’도 마련했다. 집에서 쉽게 하는 팝 댄스, 색종이로 만드는 집 꾸미기, 나만의 명화 그리기, 과학 실험 등 다양한 주제의 영상을 원어민 강사의 강의로 제작, 구청 유튜브 채널로 제공했다. 정 구청장은 “코로나19가 아직 종식되지 않아 많은 가정의 아이들과 학생들이 학습 공백과 전염병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강남구는 대한민국 교육 중심지인 만큼 방역과 학습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법에 피해자 이름 붙자, 법안보다 ‘감정’에 휘둘렸다

    법에 피해자 이름 붙자, 법안보다 ‘감정’에 휘둘렸다

    위헌소지에도 동정론 거세 ‘민식이법’ 제정 시행 후 무고한 처벌 공포에 개정 목소리 사회적 공론화 장점… 상징성 편향은 한계민식이법, 하준이법, 김용균법, 윤창호법, 구하라법…. 29일 막을 내리는 20대 국회에서는 이런 ‘네이밍 법안’(사람 이름을 딴 법안)이 대거 발의됐다. 매 국회마다 급증하는 법안 발의 건수와 맞물려 21대 국회에서도 네이밍 법안 입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민식이법은 네이밍 법안의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대표적 사례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차량에 부딪혀 사망한 김민식군 사고를 계기로 제정된 법안은 스쿨존 내 신호등 및 과속단속 카메라 의무 설치와 사망 사고 발생 시 3년 이상 징역 부과를 골자로 한다. 법안 처리 당시만 해도 피해자에 대한 동정 여론이 우세했다. 이 때문에 여야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 정국에도 민식이법을 민생 법안으로 보고 합의 처리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본격 시행 후 운전자들을 중심으로 무고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며 개정·폐지 여론이 높아졌다. 불과 몇 달 사이 달라진 여론은 네이밍 법안의 명과 암을 동시에 보여 준다. 모든 네이밍 법안이 그렇듯 민식이법은 정식 명칭이 아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라는 긴 법안명으로는 핵심을 드러낼 수 없기에 이를 발의한 의원과 언론 등이 붙인 별칭이다. ‘일부개정법률안’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의 네이밍 법안은 독립된 하나의 법안도 아니다. 기존 법 조항 일부를 삽입·수정·삭제하는 것을 편의상 ‘○○법’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네이밍 법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특히 피해자 이름이 붙은 법안은 국민 법 감정에 호소하는 측면이 커 정작 실질적인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식이법이 발의됐을 때 법조계에서는 과중한 처벌과 위헌 소지 등 우려가 높았지만, 일부 국민들이 반대하는 국회의원에게 문자폭탄을 보내는 등 비난 여론이 입법을 부추긴 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네이밍은 법안을 사회적인 의제로 공론화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20대 국회에서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2만 3045건으로 20년 전 15대 국회(1144건)의 약 20배에 이른다. 무수한 법안 사이에서 이슈화를 통해 국회 통과라는 동력을 얻으려면 눈에 띄는 네이밍이 도움이 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네이밍 법안은 해당 사안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이점이 있고, 정치인에게는 자신의 인지도를 함께 올리는 효과까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본질보다 상징에 치우치는 부작용도 있다”며 “특히 피해자의 이름을 붙일 때는 유가족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 등 영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김연철 ‘한강 하구’ 현지 조사…통일부 연일 남북협력 띄우기

    김연철 ‘한강 하구’ 현지 조사…통일부 연일 남북협력 띄우기

    유엔 통해 북한 통계교육에 60억 지원 美 “남북협력 비핵화와 보조 맞게 조율” 통일부 장차관이 이달 들어 비무장지대(DMZ) 판문점과 대성동 마을 등 접경 지역 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27일 김연철 장관이 ‘남북 공동이용’이 추진됐던 한강 하구를 찾았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지속된 남북 경색 국면 속에서도 정부가 대화 협력 의지를 선제적으로 드러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이날 정하영 경기 김포시장 등과 함께 한강 하구 공동이용 관련 현장인 김포시 전류리 포구, 애기봉, 유도 등을 방문했다. 자유항행 사업 진척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한강 하구 중립수역은 정전협정에서 남북 민간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이 보장됐지만 이후 군사적 대치가 이어지면서 이용되지 않았다. 2018년 9·19 군사합의로 남북은 한강 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기초적인 물길 조사를 진행하고 이듬해 한강 하구 해도도 공유했으나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대화 경색 국면이 이어지면서 자유항행은 진척되지 않았다.통일부는 지난달 말 남북 철도 연결 사전 정지 작업 차원의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연 이후 부쩍 남북 협력 의지를 발신하는 모양새다. 여상기 대변인이 지난 21일 천안함 폭침 이후 남북 교류 전면 중단을 선언한 5·24 조치가 실효성을 잃었다고 밝힌 데 이어 26일엔 대북 접촉과 사업 관련 규정을 대대적으로 손본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발표됐다. 김 장관이 이달 초 판문점을 방문해 견학 재개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서호 차관이 대성동 마을을 찾아 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실태조사에 나서는 등 현장 행보도 나왔다. 특히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UNESCAP)가 북한에서 진행하는 통계교육에 6년간 60억원을 지원하는 안도 이날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에서 의결됐다.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포석이다. 이 같은 남북 교류 드라이브는 올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보건 협력과 이산가족 상봉 등 독자적인 남북 협력을 강조한 것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 측의 연이은 손짓에도 북한의 가시적인 호응이 나올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은 우리 정부의 남북 교류 움직임에 ‘비핵화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에 대해 “미국은 남북 협력을 지지하고 남북 협력이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되도록 동맹인 한국과 조율한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민식이법·구하라법… ‘네이밍 법안’ 어디까지 괜찮나

    민식이법·구하라법… ‘네이밍 법안’ 어디까지 괜찮나

    피해자 이름 붙은 ‘네이밍법’ 발의 늘어통과 후 반대여론 ‘민식이법’ 부작용도“법 감정에 가려 내용 전달 안돼” 지적이슈화로 인한 법 통과 유리 장점도 뚜렷 민식이법, 하준이법, 김용균법, 윤창호법, 구하라법…. 오는 29일 막을 내리는 20대 국회에서는 이런 네이밍 법안들이 대거 발의됐다. 매 국회에서 크게 증가하는 법안 발의 건수와 맞물려 21대 국회에서도 네이밍 법안 입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구체적 내용보다 상징성이 부각되곤 하는 네이밍 법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민식이법’은 네이밍 법안의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대표적 사례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차량에 충돌해 사망한 고 김민식군 사망사고를 계기로 제정된 법안은 스쿨존 내 신호등 및 과속단속카메라 의무설치와 사망사고 발생 시 3년 이상 징역 부과를 골자로 한다. 법안 처리 당시만 해도 피해자에 대한 동정 여론이 우세했다. 이 때문에 여야는 패스트트랙 대치 정국에도 민식이법을 민생 법안으로 보고 합의 처리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본격 시행 후 운전자들을 중심으로 무고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며 개정·폐지 여론이 높다. 불과 몇 달 사이 달라진 여론은 네이밍 법안의 명과 암을 동시에 보여준다. 모든 네이밍 법안이 그렇듯 민식이법은 정식 명칭이 아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라는 긴 법안명으로는 민식이법의 핵심을 드러낼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발의한 의원과 언론 등이 붙인 별칭이다. ‘일부개정법률안’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의 네이밍 법안 독립된 하나의 법안이 아니다. 기존 법 조항 일부를 삽입·수정·삭제하는 것을 편의상 ‘○○○법’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네이밍 법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특히 피해자 이름이 붙은 법안은 국민 법 감정에 호소하는 측면이 커 정작 실질적인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식이법이 발의됐을 때 법조계에서는 고의범과 과실범을 구별하지 않는 등에 대한 과중한 처벌과 위헌 소지 우려가 높았지만, 일부 국민들이 반대하는 국회의원에게 문자폭탄을 보내는 등 비난 여론이 입법을 부추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 ‘꼭 통과시켜야 하는 법’이란 선입견을 갖고 접근하면 엉터리법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네이밍은 법안을 사회적인 의제로 공론화시키는 장점이 뚜렷하다. 20대 국회에서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2만 3045건으로 20년 전 15대 국회(1144건)의 약 20배에 이른다. 무수한 법안 사이에서 이슈화를 거쳐 국회 통과라는 동력을 얻으려면 눈에 띄는 네이밍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네이밍 법안은 해당 사안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이점이 있고, 정치인에게는 자신의 인지도를 함께 올리는 효과까지 있다”면서 21대 국회에서도 네이밍 법안이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본질보다 상징에 치우치는 부작용도 있다”며 “특히 피해자의 이름을 붙일 때는 유가족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점 등 영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처음에는 피해자 이름에서 따온 법안명이 바뀐 사례도 있다. 8세 아동 성폭행 사건인 ‘조두순법’이 대표적이다. 사건 초기 피해자의 가명에서 따온 ‘나영이법’으로 불렸지만, 피해자 부모가 가명이더라도 피해자 이름이 붙는 것으로 원하지 않아 ‘조두순법’으로 정착된 바 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노동자의 삶, 매일이 절벽 끝…내가 있는 곳이 高空이다

    노동자의 삶, 매일이 절벽 끝…내가 있는 곳이 高空이다

    426일 최장 고공농성 ‘파인텍’ 배경 땅 복귀 뒤 더 처절한 가족의 삶 담아“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지하 소극장을 빠져나와 밤거리를 밝히는 빛이 보이는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희극인 찰리 채플린이 남긴 말이 떠올랐다. 100분 남짓 이어진 작품은 끔찍하게 현실적이었고, 간간이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는 대목은 너무 처절해서 더욱 슬펐다. 서울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는 연극 ‘이게 마지막이야’는 모든 일상이 벼랑 끝인 노동자들의 삶을 무대로 고스란히 옮겨 왔다. 이야기는 426일 세계 최장기 고공 농성 기록을 쓴 ‘파인텍 농성’을 배경으로 한다. 실제 섬유회사 스타플렉스의 자회사 파인텍 소속 노동자들은 2017년 11월 모회사의 공장 가동과 노동자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하며 75m 높이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라 농성을 이어 왔다. 이 농성은 지난해 1월 11일 노사의 극적 교섭을 통해 일단락됐다. 작품은 고공 농성자가 땅으로 내려온 이후의 삶을 그렸다. 남편이 굴뚝 위에서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을 외치는 동안 아내 정화는 마트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두 아이를 키우며 또 다른 한국 노동 현실 속에 있었다. 무대의 배경은 ‘수입맥주 4캔 만원’ 광고 문구와 작동하지 않는 가짜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설치된 편의점뿐이다.배우들은 정화와 굴뚝에서 내려와 세상과 단절한 채 자신만의 독방 속에 갇혀 사는 남편과 어린 두 아이의 삶이 걸린 정화의 편의점 안과 밖을 오가며 극을 이끈다. 굴뚝이 있는 공장이나 극한 대치 상황을 벌이는 노사 분규의 현장은 무대 위에 등장하지 않는다. 목숨을 건 투쟁을 펼친 남편은 정작 자신만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깊은 우울증에 시달린다. 낮에는 패스트푸드점과 카페에서, 밤에는 배달 일을 하는 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보람은 떼인 추가 임금을 받기 위해 정화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정화는 보람이 준 체불임금 관련 서류를 점장에게 전하지 않고 망설인다. 이런 사정을 모두 다 아는 점장은 정화를 중간 관리직인 ‘매니저’로 높여 부르며 월급을 인상하고 편의를 봐줄 테니 보람의 일은 모른 척하라고 압박한다. 정화네의 어려운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방문 학습지 교사 선영은 지국장의 회비 수령 독촉에도 석 달치 회비가 밀린 정화에게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주변을 맴돈다. 정화와 보람, 선영은 담담하지만 절절하게 한국 노동계의 현실을 표출한다.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대사 “이게 마지막이야”는 지키지 않을 약속을 반복하는 자본가, 노동자를 지켜 주지 못하는 근로기준법, 그리고 늘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팍팍한 노동자의 삶을 의미한다. 이달 31일까지 편의점 불을 켜 둔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확장재정 증세논의, 靑 “상식적으로 어려워”

    청와대가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확장적 재정운용에 필요한 재원 마련과 관련해 “증세는 상식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3차 추경예산안까지 최소 54조원 이상의 추가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이고 내년도 예산규모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자, 일각에서 ‘정부가 재원조달을 위해 증세 카드를 꺼내들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6일 ‘대통령이 전날 국가재전전략회의에서 밝힌 재정확대 메시지 관련해 재원에 대해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증세는 어제 논의되지 않았다고 (이미) 밝혔고, 상식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재원마련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설명이 있었지만 ‘지출 구조조정’을 여러번 강조했다. 그냥 지출 구조조정이 아니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다“고 설명했다. ‘경제 전시상황이니 증세가 어렵다면, 경제가 회복되면 검토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런 뜻으로 말씀드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편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직이 경제위기 고통 분담을 위해 반납키로 한 급여가 실업대책에 쓰인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직 공무원의 급여 반납분은 근로복지진흥기금으로 들어가 실업대책에 쓰인다”며 “반납분은 18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사실상 2차 기부, 급여 기부인 셈”이라며 “대통령의 기부 금액은 2308만 8000원”이라고 설명했다. 급여 반납분은 주로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 고용보험망 바깥에 있는 이들의 실업대책에 활용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3월 문 대통령과 청와대 3실장 및 수석급 이상,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차관급 이상 등 고위직 공무원 약 140명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4개월간 급여 30%를 반납키로 했다. 또 문 대통령은 긴급재난지원금도 수령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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