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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혼자 서울 산다’ 평균 44.6세…독거녀보다 독거남 많아

    ‘나 혼자 서울 산다’ 평균 44.6세…독거녀보다 독거남 많아

    서울시 3가구 중 1가구는 ‘나홀로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혼자 사는 이들의 평균연령은 44.6세이며, 이 중 66.2%는 연소득이 3000만원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4일 서울시복지재단에 따르면 서울시 1인 가구 규모는 2023년 기준 162만 7481가구로 전체 세대의 36.4%를 차지하며, 매년 급속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연령별로는 20세 미만과 21~64세 1인 가구는 소폭 감소 추세인 반면, 고령화에 따라 65세 이상의 1인 가구는 최대폭으로 증가하는 양상이다. 성별로는 독거녀보다 독거남이 많다.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자치구는 관악구, 강서구, 송파구, 영등포구, 강남구 순이다. 또 1인 가구 소득은 서울시민 전체의 연소득 평균 3768만원과 유사한 3631만원으로 조사됐다. 다만 평균값을 넘지 못하는 수준에 해당하는 1인 취약가구는 전체 1인 가구의 66.2%를 차지하며, 이 가구의 평균 소득은 2692만원이다. 서울시민 895만명의 평균 자산은 4억 5491만원이며, 1인 가구의 자산은 3억 3057만원으로 나타났다. 평균 자산보다 낮은 수준의 자산을 보유하는 1인 가구는 전체의 71.3%에 해당하며, 이들 평균 자산은 1억 5641만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반대로 1인 가구의 대출잔액은 서울시민의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서울시 1인 가구 평균 총 대출잔액은 3441만원인데 이보다 많은 대출액을 보유하는 1인 취약가구는 평균 1억 4997만원으로 4배 가량 높다. 눈에 띄는 점은 1인 가구 근무시간이 서울시민 전체 평균보다 더 길다는 점이다. 1인 가구 분기 평균 근무시간은 9.48시간으로, 시민 전체 평균 9.31시간보다 긴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1인 취약가구는 분기 평균 근무시간이 6.2시간으로 짧게 조사됐다. 이들은 전체 1인 가구의 86.9%를 차지했다. 재단은 “많은 규모의 1인 가구가 소득 수준의 측면에서 취약한 상황에 놓일 수 있으며, 사회적 안전망 및 소득보전, 세금 혜택 등의 정책적 대응의 고민이 요구되는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근무시간이 평균보다 낮은 것은 비정규직이거나 일자리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1인 취약가구 중 상당수는 고령으로 인한 경제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상황임을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인 취약가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합적 취약성 발생 유형을 발굴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글쟁이’로 살아남기

    ‘글쟁이’로 살아남기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내 정신적인 고통 다스리는 데 큰 도움하지만 세상은 전업작가에 관대하지 않아그래도 처절한 사랑 고백처럼 賣文으로 먹고살며 발칙하게 무조건 쓸 것 2018년 소설가의 길에 들어선 이후 단편집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와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장편 ‘우리가 오르지 못할 방주’ 등으로 이름을 알린 SF 소설가 심너울(31)이 철저히 ‘일인칭 전업작가’ 시점으로 쓴 에세이로 돌아왔다. 작가 해설서, 작법서 같기도 한 이 책은 ‘작가는 고매하지만 먹고살기 힘든 직업이지’라는 막연한 생각에 유쾌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로 응답한다. 작가는 시작에 앞서 정신병을 고백한다. 청소년기 굉장히 비대해진 자아는 성공적이지 못한 입시를 계기로 정신병을 빚어냈다고 말한다. 그에게 작가라는 직업은 치유이자 숨이다. 그는 “글을 쓴다는 이 행위 자체가 내가 내 정신적인 고통을 다스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믿으며 “상하수도가 없어도, 전기가 없어도, 인터넷이 없어도 일단 살 수는 있”지만 “이야기가 없이는 말 그대로 살아갈 수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세상은 전업작가에게 결코 관대하지 않다. 그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사실 오염되지 않은 게 아니라 자본주의라는 체제 밖으로 추방당한 직업에 더 가까운 것 같다”고 말한다. 또 “신용사회의 투명인간”으로 대출받기가 지독히 어렵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이상 인세로 먹고살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노트북만 있으면 글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직종에 비해 ‘마진’은 높지만 애초에 책은 생산량 자체가 적다. 책은 5000부만 팔려도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만약 어떤 제과회사에서 생산한 초콜릿이 전국에서 5000개 팔렸다면 그 제품은 틀림없이 실패작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더욱이 출판 산업의 노동자들은 경제적으로 진보적인 편이지만 그럼에도 출판 산업 그 자체는 지극히 승자 독점적인 업계라는 현실을 언급한다. 그런데도 “왜 지금까지 전업작가 생활을 고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결국 ‘당신은 왜 맨날 길길이 뛰고 욕을 하면서까지 야구를 챙겨 보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똑같은 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한다. 이 책이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사랑 고백처럼 들리는 이유다. 이 처절한 사랑 고백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글에 녹아 있는 유머 덕분이다. 작가는 “매년 ‘젊은작가상’이나 ‘이상문학상’ 등 거대한 상의 수상 상금을 받는 것을 가정하고 소비 계획을 짜는데 6년 동안 아무 연락도 못 받았다”고 말하거나 문학수첩에서 나온 이 책이 문학수첩의 대표작인 ‘해리포터’와 경쟁하게 될 것을 걱정한다. 또 자신은 조금이라도 더 독자들의 이목을 끌려고 발버둥 치는데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지극히 흔한 일반명사인 ‘고양이’를 신작 제목으로 삼는 것을 보고 경악한다. 이 책을 통해 심너울은 글쟁이로, 매문(賣文)으로 먹고살고자 한다고 발칙하게 말한다. 기존에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모든 종류의 글을 앞으로도 청탁만 들어오면 무조건 쓸 것”이라고 말이다. 그는 실로 다양한 글을 썼는데 단편, 장편, 에세이는 물론이고 시나리오, 칼럼, 웹툰 콘티까지 썼다. 심지어 2021년 부산현대미술관이 방 탈출 게임을 활용해 획기적으로 기획했던 ‘시간여행사 타임워커’전에서도 그가 쓴 ‘시간방랑자’라는 글을 만날 수 있었다. 작가는 매문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세계를 넓혀 왔다고 보는 게 옳지 않을까. 아무튼 심너울은 계속 쓴다. 이야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며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이야기를 짓는 작가의 몫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디 낙관해야만 한 글자라도 더 쓸 수 있는 그가 이 글에 낙관하길. 그래서 독자들이 그의 글을 한 번 더 볼 수 있게 되길.
  • 작년 한 해 42조원 늘어난 가계대출… 역대 기록 경신

    작년 한 해 42조원 늘어난 가계대출… 역대 기록 경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 한해 동안 42조원 가까이 늘어나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4조 135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말 709조 1539억원을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가계대출 잔액이 전년 말(692조 4094억원) 대비 41조 7256억원 늘어났다. 이는 5대 은행이 월별 가계대출 잔액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최대 수치다. 지난해 5대 은행의 월간 가계대출 증가폭은 4월(4조 4346억원)부터 점차 늘어나 8월 역대 최고 수준(9조 6259억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금융당국 차원에서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시행하고, 은행권도 대출 가산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을 조이며 9월 5조 6029억원으로 둔화했다.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계속 높인 결과 10월~11월 가계대출 증가폭도 1조원대에 머물렀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이 주도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78조 4635억원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1조 4697억원 증가했다. 10월부터 대출금리 인상 등 대출을 제한한 데 따라 1조원대 증가에 그친 것이다. 5대 은행을 포함한 은행권은 새해를 맞아 가계대출 문턱을 낮추는 추세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새해부터 신규 주담대 모기지보험(MCI·MCG) 적용을 재개했다. 이 보험이 적용되면 서울 지역의 경우 5000만원 이상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다만 은행별 대출 관리 목표 한도가 설정된 만큼 금융당국은 이번에 처음으로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넘긴 은행에 새해 대출 물량에서 초과분만큼을 깎는 페널티를 적용한다. 우리·신한·하나은행이 연간 목표치를 초과했다.
  • 상품권·예산 팍팍… 민생 살리는 구로

    상품권·예산 팍팍… 민생 살리는 구로

    서울 구로구가 2025년 새해를 맞아 ‘구로구 맞춤형 민생 안정 지원을 통한 민생 경제 회복’을 목표로 민생 경제 활성화와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을 위해 구정 역량을 집중한다고 2일 밝혔다. 우선 구는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올해 총 발행액 79억원 중 약 76%에 해당하는 60억원 규모의 ‘구로사랑상품권’을 연초에 조기 발행한다. 구로사랑상품권 발행은 오는 16일 오전 11시로 예정돼 있다. 올해부터는 기존의 구매 시 5% 할인 혜택 외에도 5% 보상 환급(페이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공공배달앱 ‘땡겨요’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구로땡겨요상품권’도 상반기 발행 규모를 매월 1억원에서 1억 5000만원으로 확대한다. 또 전통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설 명절 기간 지역 5개 전통시장과 4개 골목형 상점가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하면 온누리상품권을 증정한다. 구매 영수증 경품 추첨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하던 일반음식점 시설 개선 지원사업은 상반기에 조기 집행한다. 상반기 중소기업육성기금 융자 지원금을 기존 20억원에서 30억원 규모로 확대하며 지원 시기는 다음달에서 이달로 앞당긴다. 시중은행협력자금 대출 이자 지원 금리는 연간 2%에서 3%로 확대한다. 신용보증재단과 협력해 25억원 규모의 신용보증서 발급도 지원한다. 18세 미만 자녀를 양육하는 저소득 한부모가족의 아동양육비는 월 21만원에서 월 23만원으로, 청소년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는 월 35만원에서 월 37만원으로 인상한다. 저소득 어르신을 위한 무료 급식 지원도 겨울철 추위가 끝나는 2월 말까지 도시락은 1일 1식에서 1일 2식으로, 밑반찬은 주 2회에서 주 4회로 제공 횟수를 두 배 늘린다. 또 올해부터 전동 보장구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사고당 보상 한도 최대 5000만원까지의 전동 보장구 전용 보험상품 가입을 지원한다. 구로구 관계자는 “민생 경제 회복과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 전국 첫 3無 카드 발급 [민생 살리기 나선 지자체들]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소상공인을 위한 운영비 전용 카드인 ‘경기 소상공인 힘내GO 카드’를 본격 시행한다고 2일 밝혔다. 경기 힘내GO카드는 기존의 대출 지원 방식과 달리 신용도 하락이 없도록 설계됐다. 이자, 보증료, 연회비가 없는 이른바 ‘3무 카드’다. 지난해 11월 50억원 규모의 시범사업 예산이 23일 만에 조기 소진된 바 있어, 오는 6일부터 공급 규모를 대폭 확대한다. 자재비와 각종 공과금 등 필수 운영비에 한해 최대 5년 동안 무이자 6개월로 사용할 수 있으며,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이용, 인건비 지급 등으로는 쓸 수 없다. 최대 50만원의 캐시백과 세액공제 혜택도 제공된다. 올해 본예산에 150억원을 편성해 1차로 총 1000억원 규모를 우선 공급한다. 업체당 최대 500만원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도내 소상공인 약 2만명이 혜택을 받게 된다. 협약을 체결한 IBK기업은행은 1차 공급 때 250억원을 부담한다. 카드 신청은 6일부터 경기신용보증재단의 모바일앱(Easy One)을 통해 가능하다. 시범사업 기간에 카드 발급은 은행 창구에서만 가능했으나, 올해부터는 앱을 활용해 더욱 간편하게 받을 수 있다. 허승범 경기도 경제실장은 “경기 힘내GO 카드는 소상공인의 필수 운영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획기적인 정책”이라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지원 정책을 통해 도내 소상공인의 안정적인 사업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영농자금 16조까지 늘려 농민 소득증대 지원”

    “영농자금 16조까지 늘려 농민 소득증대 지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새해를 맞아 농업소득 증진과 농촌 활력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강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농업인 실익 증진을 통해 농업에 희망을 불어넣고 농업소득 3000만원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며 “중앙회는 농축협 경제사업 활성화와 영농 지원을 위한 자금 지원을 16조원까지 늘리고 지방자치단체 협력사업 예산을 800억원까지 확대해 농업소득 증진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농축협 지속 발전을 위해 연간 100개 농축협에 맞춤형 컨설팅을 실시, 합리적 의사결정을 지원하겠다”면서 “기업여신·공동대출 심사 기능을 강화하고 권역별 채권관리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한편 건전성·수익성을 중심으로 경영위험요인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올 성장률 1.8%… ‘추경’ 열어뒀다

    올 성장률 1.8%… ‘추경’ 열어뒀다

    탄핵변수 첫 반영… 한은보다 낮춰기재부 “아직 검토 안 해” 선 그어‘트럼프 2기’ 수출 타격 대비… 무역금융 ‘역대 최대’ 360조 푼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2024~26년·2.0%)을 밑도는 ‘1%대 저성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지난해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했던 2.2%보다 0.4% 포인트 떨어졌고 11월 말 한국은행 전망치보다 0.1% 포인트 낮아졌다. 12·3 비상계엄·대통령 탄핵소추 등 국내 정치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와 보호무역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운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8% 수준으로 낮아지고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며 대외신인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점을 고려해 경제 여건 전반을 1분기 중 재점검하고, 필요시 추가 경기 보강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최 대행의 발언을 두고 추가경정예산(추경)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란 해석이 제기되자 기재부는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투자 확대, 기금 변경을 통한 재원 마련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반기 예산을 신속 집행해야 하는 데다 그동안 야권에서 추경을 요구했기 때문에 기재부로서는 부담스러워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추경이 가장 효과적인 경기 대응 수단이라는 데는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견이 없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재정 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1분기에 추경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비상계엄·탄핵 사태’라는 변수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한은이 사태 발생 닷새 전에 내놓은 1.9%보다 0.1% 포인트 더 낮아졌다. 우리나라 실질 GDP는 2243조 2204억원(2023년 기준)이다. 0.1%는 2조 2432억원에 해당한다. 비상계엄이 2조원이 넘는 국부(國富)의 증발을 초래할 것이라는 예측인 셈이다. 2%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밑돈다는 점에서도 심각하다. 잠재성장률은 국가가 보유한 자본·노동력·자원 등 모든 생산 요소를 가동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최대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로 경제 기초체력에 해당한다. 정치 불안과 대외 불확실성으로 펀더멘털이 훼손됐다는 얘기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계엄·탄핵에 따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관리된다는 전제에서 전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장률 전망치가 1.8%보다 더 떨어질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고용 한파는 지난해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이 지난해 17만명보다 5만명 줄어든 12만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취업자 둔화 배경에 대해 기재부는 “건설업 불황과 제조업 수출 둔화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1.5%로 예측됐다. 증가폭은 지난해 8.2%의 5분의1 수준이다. 지난해 수출액이 역대 최대인 6838억 달러(약 1002조 5000억원)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지만 ‘피크아웃’(정점 도달 후 둔화) 현실화로 크게 악화할 것을 시사한다.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 900억 달러(131조 9000억원)에서 올해 800억 달러(117조 3000억원)로 줄어들 전망이다. 고관세 정책을 중심으로 한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가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거란 의미다.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역대 최대인 360조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공급하기로 했다. 수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긴급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신설해 대출 금리를 최대 1.2% 포인트 낮추고 한도는 최대 10% 확대할 방침이다. 대외신인도 관리도 주요 과제로 담았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돌파하고 코스피도 2400선이 깨지는 등 외환·금융 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재정·세제·금융 영역에서 패키지 지원책도 본격 추진한다.
  • 소상공인 가게서 카드 긁으면 소득공제율 2배

    소상공인 가게서 카드 긁으면 소득공제율 2배

    정부가 내수 악화로 신음하는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카드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을 인하하고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을 15%로 상향한다. 기획재정부는 2일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이런 내용의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밝혔다. 우선 영세·중소 카드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을 인하한다. 신용카드는 0.05~0.10% 포인트, 체크카드는 모든 영세·중소 카드 가맹점을 대상으로 0.10% 포인트 낮춘다. 영세 소상공인 점포에서 쓰인 신용카드 결제액의 소득공제율은 15%에서 30%로 2배 올린다. 소상공인 매출 기반 확대를 위해 온누리상품권을 연간 최대 규모인 5조 5000억원 규모로 발행한다. 설 성수기에 한시적으로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을 10%에서 15%로 올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소상공인 채무 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대상을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사업한 차주(돈을 빌려 쓴 사람)에서 지난해 11월까지 운영한 차주로 확대한다. 취업·재창업 교육을 이수한 취약 차주에 대해서는 추가로 상환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채무 조정·상생 보증 등 은행권의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 방안도 추진한다. 갚는 데 어려움이 예상되는 차주에게 최대 10년 장기 분할 상환을 지원하며 성실한 상환자나 경쟁력 있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을 출시한다.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지원 3종 세트’(정책자금 상환 연장, 전환보증, 저리 대환 대출)도 강화한다. 전환보증 자금 공급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하고 지원 대상과 인센티브 폭을 늘린다.
  • “새해 1분기도 건설경기 부진…주택 임대차 시장 상승 압력”

    “새해 1분기도 건설경기 부진…주택 임대차 시장 상승 압력”

    올해에도 건설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주택시장은 수도권 임대차 시장으로의 수요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고환율과 탄핵 정국의 영향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과 함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인해 주택 매매가 위축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2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지표로 보는 건설시장과 이슈’에서 건설·주택시장의 지난해 4분기 평가와 올해 1분기 전망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우선 올해 1분기 건설시장에 대해선 “민간·건축부문을 중심으로 부진이 심화될 전망”이라며 “공공·토목부문은 재정 조기 집행 등이 예상돼 경기 하락 폭을 일부 상쇄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건설투자는 지난해보다 1.2% 감소해 300조원을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건설투자는 1.4% 감소로 예측했다. 건정연은 “1분기에도 환율 급등과 탄핵 정국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더해져 건설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민간 부문 발주 위축, 건설기업 심리 악화 등 부정적 파급 효과로 인해 건설경기 부진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건정연은 올해 1분기 주택시장에 대해선 “수도권 중심의 대출 규제 강화 기조는 계속될 예정”이라며 “상반기부터 매매 수요가 임대차 시장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4분기 매매·전세 상승폭이 둔화된 데 비해 월세는 꾸준히 상승한 배경에 대해 건정연은 지난해 2차례 금리 인하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기대감과 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매수 관망, 비(非)아파트 기피 현상 등이 맞물린 것으로 봤다. 다만 주담대 금리가 여전히 높은 탓에 매매 수요의 관망세가 이어져 임대차 시장의 가격 상승 압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선구 건정연 경제금융연구실장은 “올해 건설시장은 긍정적인 요인에 비해 부정적인 요인이 큰 상황으로 건설투자는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라며 “건설경기는 상반기 부진하다가 하반기에 소폭 회복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41주 만에 멈춰…정국 불안·대출 규제 겹쳐 위축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41주 만에 멈춰…정국 불안·대출 규제 겹쳐 위축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41주 만에 멈춰 보합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강도 대출 규제에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 정국 불확실성이 겹치며 매수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다섯째 주(지난해 12월 30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40주 연속 오르던 서울(0.01%→0.00%)의 경우 지난주 0.01% 상승에서 이번 주 0.00%로 보합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3월 넷째 주 상승으로 전환한 이후 41주 만에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와 같은 -0.03%를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 12월 둘째 주부터 같은 하락 폭(-0.03%)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주 보합에서 하락으로 전환한 수도권(-0.02%→-0.02%)은 하락 폭을 유지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값 보합에 대해 “재건축·신축 등 선호단지에 대한 상승세가 국지적으로 포착되나, 계절적인 비수기 등에 따라 관망세가 심화하고, 부동산 매수심리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난주 대비 보합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정부의 대출 규제가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상승 폭이 둔화하기 시작했다.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으로 대출 총량을 줄이는 한편 정부의 압박에 시중은행도 줄줄이 대출 금리를 올린 여파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과 탄핵 정국이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강북에서 종로구(0.02%)는 명륜2가·숭인동 위주로, 용산구(0.02%)는 한강로3가·이태원동 중소형 단지 위주로 상승했다. 하지만 노원구(-0.03%)는 상계동 비역세권 단지 위주로, 은평구(-0.02%)는 불광·응암동 위주로 하락했다. 한강 이남을 보면 송파구(0.06%)는 신천·방이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서초구(0.03%)는 잠원동 주요단지 위주로 상승했다. 강서구(0.02%)는 등촌·마곡동 위주로, 강남구(0.02%)는 개포·압구정동 위주로, 양천구(0.01%)는 목·신정동의 정주 여건이 양호한 단지 위주로 올랐다. 한편 전국 주간 아파트 전셋값은 0.00%를 기록, 지난주(0.00%)와 같은 보합세가 유지됐다. 지난주 하락했던 수도권(-0.01%→0.00%) 전셋값은 다시 보합으로 전환됐고, 서울(0.00%→0.00%)도 보합세를 유지했다. 지방(0.00%→-0.01%)은 하락으로 전환됐다.
  • 구로구, 2025년 새해 ‘민생경제 활성화와 취약계층 생활 안정’에 총력

    구로구, 2025년 새해 ‘민생경제 활성화와 취약계층 생활 안정’에 총력

    서울 구로구가 2025년 새해를 맞아 ‘구로구 맞춤형 민생 안정 지원을 통한 민생경제 회복’을 목표로 민생경제 활성화와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을 위해 구정 역량을 집중한다고 2일 밝혔다. 우선 구는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2025년도 총발행액 79억원의 약 76%에 해당하는 60억원 규모의 ‘구로사랑상품권’을 연초에 조기 발행한다. 구로사랑상품권 발행은 1월 16일 오전 11시로 예정돼 있다. 올해부터는 기존의 구매 시 5% 할인 혜택 외에도 5%의 보상환급(페이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공공배달앱 ‘땡겨요’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구로땡겨요 상품권’도 상반기 발행 규모를 매월 1억원에서 1억 5000만원으로 확대 발행한다. 또 전통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설 명절 기간 관내 5개 전통시장과 4개 골목형 상점가에서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온누리상품권을 증정한다. 구매영수증 경품 추첨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진행하던 일반음식점 시설개선 지원사업은 상반기에 조기 집행한다. 2025년 상반기 중소기업육성기금 융자지원금은 기존 20억원에서 30억원 규모로 확대하며, 지원 시기는 2월에서 1월로 앞당긴다. 시중은행협력자금 대출 이자 지원 금리는 연간 2%에서 3%로 확대 지원한다. 신용보증재단과 협력해 25억원 규모의 신용보증서 발급도 지원한다. 만 18세 미만의 자녀를 양육하는 저소득 한부모가족의 아동양육비는 월 21만 원에서 월 23만원으로, 청소년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는 월 35만원에서 월 37만원으로 각각 인상한다. 저소득 어르신을 위한 무료 급식 지원도 2월 말까지 도시락은 1일 1식에서 1일 2식으로, 밑반찬은 주 2회에서 주 4회로 제공 횟수를 두 배 늘렸다. 또 올해부터 전동 보장구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사고당 보상한도 최대 5000만원까지의 전동 보장구 전용 보험상품 가입을 지원한다. 구로구 관계자는 “민생경제 회복과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 트럼프로 커진 통상 불확실성…360조 무역금융으로 수출 지원

    트럼프로 커진 통상 불확실성…360조 무역금융으로 수출 지원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올해 통상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가 360조원의 무역금융을 공급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다. 기획재정부는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글로벌 통상환경 불확실성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국내 기업의 수출 뒷받침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는 20일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민관 합동으로 상호호혜적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대내적으로는 기획재정부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무조정실 장관급이 정례회의를 열고 산업·통상 등 발생 가능한 정책 시나리오와 영향을 분석해 대응한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 내각과 협력 채널을 구축해 협력 확대 기반을 마련한다. 정부는 내년 수출 환경의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역대 최대인 360조원의 무역금융을 공급해 기업의 수출 다변화를 지원한다. 2024~2028년 총 85조원이 계획된 초대형수주 특별 프로그램 지원 규모를 10조원 확대해 수출품목과 지역을 다변화하는 경우 금융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 납부기한을 연장하고, 정기 세무조사에서 제외하는 등의 세정지원 패키지도 올해까지 1년 연장한다.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국내 기업의 피해도 최소화한다. ‘긴급 유동성 공급프로그램’을 상반기에 도입해 수출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업종에 따라 대출금리를 최대 1.2% 포인트 인하하고 대출한도도 최대 10% 확대한다. 글로벌 경쟁 심화에 대응해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산업 주도권 확보에도 지원을 강화한다. 반도체특별법 제정으로 총 1조 8000억원 수준의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 중 기업분담분에 대해 국가에서 절반 이상을 분담한다. 최저 2%대 국고채 금리 수준으로 산업은행 저리 대출 4조 2500억원을 지원하는등 올해 14조원 이상 정책금융을 지원한다. 이차전지 분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이 불확실해지는 상황에 대비해 정책금융 공급을 확대한다. 또 공급망 안정화 기금과 국제협력 등을 활용해 배터리 소재·광물의 내재화와 다변화 기반을 조성한다. 조선업은 MRO(유지·보수·정비) 수요 확대에 맞춰 1분기 중으로 인력교류 활성화와 기술 공유 등을 위해 한미 협력 패키지를 마련한다. 또 상반기 중으로 핵심부품 국산화를 통한 조선산업 소부장 강화방안을 마련한다. 정부는 현재 침체된 석유화학 산업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민관 합동 석화산업 협의체를 상설화한다. 석화 기업의 자발적인 사업재편을 유도하고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또 사업재편에 따른 지역경제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요건을 완화한다. 이밖에 인공지능(AI)과 바이오, 양자산업 등 ‘3대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신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최상목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점을 감안해 미국 신정부 정책 전개양상, 민생경제 상황 등 경제여건 전반을 1분기 중 재점검하고 필요시 추가 경기보강방안을 강구하겠다”라고 밝혔다.
  • 소상공인 채무조정 지원 확대…무너진 소상공인 살린다

    소상공인 채무조정 지원 확대…무너진 소상공인 살린다

    정부가 내수 악화로 신음하는 소상공인을 위해 채무조정을 확대하고 수수료를 낮추는 등 소상공인 지원을 강화한다. 기획재정부는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채무와 수수료 등 소상공인의 핵심 비용을 경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소상공인 대상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대상을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사업을 영위한 차주에서 지난해 11월까지 영위한 차주로 확대했다. 현재 새출발기금 대상자에 1~3년 상환유예를 지원하고 있는데 취업·재창업 교육을 이수한 취약차주한테는 추가로 상환유예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채무조정·상생보증 등 은행권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방안도 추진한다. 상환 어려움이 예상되는 차주에 최대 10년의 장기분할상환을 지원한다. 또 성실상환자나 경쟁력 제고가 가능한 소상공인 대상으로 대출을 출시한다.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3종 세트’(정책자금 상환연장, 전환보증, 저리 대환대출)를 강화한다. 전환보증 자금공급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하고, 지원대상과 인센티브 폭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소상공인의 수수료와 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영세·중소 카드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을 인하한다. 신용카드는 연매출 10억원 이하는 0.10% 포인트, 체크카드는 모든 영세·중소카드 가맹점에 0.10% 포인트 낮춘다. 또 영세소상공인 점포에서 사용하는 올해 신용카드 금액에 대해서는 소득공제율을 15%에서 30%로 2배 인상한다. 온누리상품권을 연간 최대 규모인 5조 5000억원 규모로 발행한다. 설 성수기에 한시적으로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을 10%에서 15%로 상향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온누리상품권 사용처인 골목형상점가를 90개 이상 추가로 지정하고, 2000㎡당 30개로 설정된 골목형상점가 밀집요건도 15개로 완화한다. 노란우산공제 납입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도 사업소득별로 확대한다. 10년 이상 가입자가 경영위기로 해약하는 경우 해약환급금 세부담을 완화한다. 소상공인 폐업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점포철거비도 확대 지원한다. 최대 30년이 가능한 ‘폐업자 저금리·장기분할상환 프로그램’을 도입해 안정적인 폐업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최상목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새출발기금 지원대상 추가, 노란우산공제 세제지원 강화, 영세소상공인 점포 소비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등을 통해 소상공인의 부담은 덜고 매출기반은 넓히겠다”고 밝혔다.
  • ‘창원 액화수소플랜트 사업’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각하

    ‘창원 액화수소플랜트 사업’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각하

    경남 창원시가 제기한 ‘창원 액화수소플랜트’ 사업 관련 공익감사 청구를 감사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2일 창원시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결정문을 지난달 초 청구인인 창원시장 앞으로 보냈다. 감사원은 ‘하이창원’이 감사원 감사 대상 기관에 포함되지 않고 감사 대상으로 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취지에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창원은 창원 액화수소플랜트 운영을 맡은 특수목적법인이다. 시 산하기관인 창원산업진흥원과 민간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공동 출자해 2020년 4월 설립했다. 지난해 1월에는 총 950억원(국비 170억원, 지방비 100억원, 민자 680억원)을 들인 ‘창원 액화수소 생산기지’가 조성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 내 1만 9919㎡(6025평) 터에 상용급 플랜트와 저장설비가 구축됐는데, 이곳에서는 천연가스를 활용해 하루 5t·연간 1800t 규모 액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다만 창원시의회 국민의힘 의원을 중심으로 민선 7기 때 액화수소플랜트 사업이 애초 목적과 달리 기술개발(국산화) 사업이 아닌 판매사업으로 변질됐고, 하이창원 PF 대출 때 시가 대주에게 무단으로 담보를 제공했다는 등 비판이 제기됐다. 액화수소 판매처 미확보, 운영비 과다 등 지적도 나왔다. 이 때문에 시는 지난해 7월 액화수소플랜트사업에 대해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했었다. 이 사업과 관련해서는 현재 국민의힘 창원시의원들이 단독으로 특별위원회를 꾸려 행정사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별위원회는 지난해 9월부터 액화수소플랜트 사업계획 수립 경위·방향, 실시계획 적정성 여부, 공모 공정성 여부, 사업비 산정 및 집행과정에서의 적법성과 타당성 여부 등 사업과 관련된 업무 실태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별위원회 활동기간은 한 차례 연장돼 오는 3월까지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담당 공무원 대상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전임 시장 흠집내기라는 등 이유에서 행정사무조사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 전국 최초 이자·보증료·연회비 없는 ‘경기 소상공인 힘내GO 카드’ 시행

    전국 최초 이자·보증료·연회비 없는 ‘경기 소상공인 힘내GO 카드’ 시행

    무이자 최대 6개월·캐시백 혜택 소상공인 부담 완화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소상공인을 위한 운영비 전용 카드인 ‘경기 소상공인 힘내GO 카드(이하 경기 힘내GO 카드)’를 본격 시행한다고 2일 밝혔다. ‘경기 힘내GO카드’는 기존의 대출 지원 방식과 달리 신용도 하락이 없도록 설계됐다. 이자, 보증료, 연회비가 모두 없는 이른바 ‘3無(무) 카드’다. 지난해 11월 50억 원 규모로 시작한 시범사업이 23일 만에 조기 소진된 바 있어, 1월 6일부터는 공급 규모를 대폭 확대한다. 자재비, 공과금 등 필수 운영비에 한해 최대 5년 동안 무이자 6개월로 사용할 수 있으며,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이용, 인건비 지급 등은 불가하다. 최대 50만 원의 캐시백과 세액공제 혜택도 제공된다. 2025년도 본예산에 150억 원을 편성한 가운데, 1차로 총 1천억 원 규모를 우선 공급한다. 업체당 최대 500만 원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도내 소상공인 약 2만 명에게 혜택이 돌아갈 예정이다. 협약을 체결한 IBK기업은행은 1차 공급 때 250억 원을 부담한다. 카드 신청은 오는 6일부터 경기신용보증재단의 모바일앱(Easy One)을 통해 가능하다. 시범사업 기간 카드 발급은 은행 창구에서만 가능했으나, 올해부터 앱을 활용해 더욱 간편하게 받을 수 있다. 허승범 경기도 경제실장은 “‘경기 힘내GO 카드’는 소상공인의 필수 운영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획기적인 정책”이라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지원 정책을 통해 도내 소상공인의 안정적인 사업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 경북도, 새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보듬는다…특별경영자금 6000억원 지원

    경북도, 새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보듬는다…특별경영자금 6000억원 지원

    경북도는 올해 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6000억원 규모 특별경영자금을 지원한다고 2일 밝혔다. 도는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는 만큼 중소기업에는 4천억원의 운전자금을 지원하고 소상공인에게는 2천억원의 육성자금(경북버팀금융)을 제공한다. 중소기업운전자금은 기업이 협력은행을 통해 융자 대출을 하면 도가 대출금리 일부를 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도는 올해 한시적으로 대출금리 지원 비율을 2%에서 4%로 늘린다. 소상공인육성자금은 담보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에게 신용보증을 통해 융자를 지원하고 대출이자 중 2%를 보전하는 정책 자금이다. 도는 올해 한시적으로 대출이자 3%와 보증수수료 0.8%를 지원한다. 특별자금 대출 한도는 중소기업 최대 3억원, 소상공인 최대 3000만원이다. 도가 지정한 우대기업은 최대 5억원, 소상공인은 최대 5000만원까지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도는 2일부터 중소기업 육성자금 시스템 웹사이트나 시·군 중소기업 지원부서, 경북신용보증재단 지점을 통해 신청받는다.
  • 소상공인 지원 총력 서울시, 올해 2조 1000억원 공급…안심통장 내달 시행

    소상공인 지원 총력 서울시, 올해 2조 1000억원 공급…안심통장 내달 시행

    서울시는 소비 위축과 내수 부진 등을 이유로 경영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돕고자 2조 1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과 특별보증을 공급한다고 1일 밝혔다. 이번에 공급하는 자금은 직접 융자금(고정금리) 2000억원과 시중은행협력자금(변동금리·이자차액보전) 1조 7000억원을 합한 정책자금 1조 9000억원, 생계형 소상공인 대상 마이너스통장 방식의 ‘안심통장’에 해당하는 특별보증 2000억원으로 구성된다. 분야별로는 중저신용자·사회적약자 등 취약 소상공인 8600억원, 준비된 창업 및 우수기업 성장 촉진 3400억원, 일반 소상공인 9000억원이다. 올해 융자지원 규모는 경영 비용상승, 경기침체 장기화로 생계절벽에 직면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지난해보다 350억원 늘렸다. 자금 신청 접수는 오는 2일부터 받는다. 1인당 최대 1000만원까지 비대면 신청 가능한 ‘안심통장’은 시스템 구축을 거쳐 다음 달 말쯤 정식 시행 예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경영 사정이 곤란해졌다고 응답한 소상공인은 83.6% 달한다. 불안정한 정치와 경제 상황으로 피해를 호소한 소상공인은 46.9%, 현 위기가 1~2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는 40.4%로 가장 높았다. 또한 경영 애로 요인(복수 응답)으로는 비용상승(81.8%)과 고금리(34.8%)가 가장 많이 지목되며, 금융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상황이다. 이에 시는 장기화된 내수 침체와 소비위축으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을 위해 2000억 원 규모의 ‘비상경제회복자금’을 신설했다. 지원 대상은 직전 분기·반기 또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10% 이상 감소한 기업과 소상공인이다. 최대 5000만원 한도로 2.0%의 이자 차액을 보전해준다. 경영난에 더해 부채 상환으로 이중고를 겪는 소상공인을 위한 ‘원금 상환유예 제도’도 가동한다. 지원 대상은 지난해 5월 31일 이전 시 중소기업육성자금 분할 상환 대출을 받은 기업 중 신청기간(오는 6월 30일까지) 중 분할 상환하는 기업이다. 신청일로부터 최대 6개월까지 원금 상환을 유예받을 수 있다. 올해 시는 앞서 지난 11월 발표한 ‘소상공인 힘보탬 프로젝트’도 본격 가동한다. 기존 중저신용자(신용평점 839점 이하) 대상 ‘신속드림자금’ 지원을 저소득·사회적약자까지 확대하고, ‘긴급자영업자금’ 지원 규모를 작년 대비 200억 원 증액했다. 대환대출 상품인 ‘희망동행자금’도 지속적으로 운영해 취약계층 지원범위도 넓힌다. 준비된 창업자를 위한 ‘창업기업자금’은 지원 규모를 전년 대비 650억원 증액한 1000억원을 편성하고, 특화지원대상에 ‘청년 밀키트 창업 지원사업’ 등을 추가했다. 매출액 등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융자를 받기 어려웠던 초기 창업가 지원을 강화해 탄탄하고 안정적 시작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자리창출우수기업자금’ 규모도 전년 대비 1650억원 확대한 총 2250억원을 공급해 성장가능성 높은 유망기업의 스케일업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또한 서울 소재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중 별도 자격 요건 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성장기반자금’과 ‘경제활성화자금’도 지난해 대비 4400억 원 증액된 규모로 공급해 더 많은 시민이 지원받도록 한다. 송호재 시 민생노동국장은 “올해 정책자금 지원은 취약층과 유망 소상공인으로 방향을 명확하게 정하고, 자금구조 개편과 금리인하로 실질적인 효과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자금공급을 상반기에 신속 추진해 소상공인 금융 부담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美서 커지는 ‘머스크 안보위협론’…“중국과 너무 가까워”

    美서 커지는 ‘머스크 안보위협론’…“중국과 너무 가까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우려가 미 보수진영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된 머스크가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러셀 오너리 예비역 육군 중장은 31일(현지시간) 중국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머스크가 백악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글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했다. 오너리 중장은 테슬라가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는 올해 3분기 기준 테슬라 글로벌 인도량의 과반을 차지한다. 테슬라는 상하이 기가팩토리 건설을 위해 중국 은행에서 최소 14억 달러(약 2조원) 이상 대출받았다. 중국 현행법에 따르면 공산당은 자국 시장에서 사업을 벌이는 기업에 여러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향후 중국 공산당이 머스크에게 미국의 민감한 기밀 정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오너리 중장의 우려다. 특히 머스크는 로켓 발사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미 항공우주국(NASA)·국방부와 계약하면서 미 정부의 비밀사항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한 상태다. 여기에 머스크가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 태도를 보였다는 점도 우려를 증폭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21년 머스크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시진핑 국가주석에 축하를 보냈고 이듬해인 2022년에는 대만을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2023년에는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을 반대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과거 테슬라가 중국 공산당을 옹호했다고 비난하면서 연방정부 기관과 중국 관련 기업의 계약을 제안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트럼프 행정부 국가정보국(DNI) 국장 후보로 거론됐던 공화당의 크리스 스튜어트 전 하원의원도 머스크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비공개 브리핑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현재 트럼프 당선인은 머스크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 돼지꿈/고찬하 [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희곡]

    돼지꿈/고찬하 [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희곡]

    때: 현재곳 : 단독주택, 침실등장인물병철(58세, 남)동수(95세, 남)은희(57세, 여)민식(32세, 남)태연(29세, 여) 1장 무대는 침실이다. 옷장과 수납장이 있고 선반에 동수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액자가 걸려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누런 자국이 남아 있는 벽지.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병철과 은희가 잠들어 있다. 병철의 코 고는 소리가 이어지면, 동수가 지팡이를 짚고 등장한다. 동수: 끌끌끌…. 자식, 잘도 자는구만. 인자 좀 먹고살 만허냐? 이 썩을 자슥아! 아부지 왔다. 인나라! 느그 아부지 왔다! 동수, 병철을 내려다보며 발로 걷어찬다. 병철: (눈을 비비며) 야밤에 누구여…. 워메, 아부지! 동수: 이 자슥, 인자 배때지가 뜨뜻허니 먹고살 만한갑네. 병철: 아부지! 무슨 일로 또 이까지 오셨수! 동수: 인마, 아버지가 자식놈 생일도 못 챙기냐? 병철: 생일? 동수: 그려! 생일! 워떠냐? 이 애비 덕에 좀 먹고살 만허냐? 병철: 아유, 말을 혀야 뭣할라요. 접때 아부지가 짚어 준 종목들이 상한가를 칠 줄을 누가 알았겄어요? 아부지 덕에 우리도 인자 팔자 폈으요! 강진 당숙네에 저당 잡힌 주택담보 싹 다 갚구, 십 년 묵은 신용대출도 깨끔허게 정리해부렀당께요. 보소, 이 집도 우덜 것이라요. 울 집안도 인자 남부럽지 않다고요. 동수: 자슥, 얼굴 폈네. 살림도 이만허믄 좀 나아진 것 같고. 애들은 잘 있냐? 병철: 애들이요? 그 개팔 놈의 호로자슥들은 말도 마셔요. 연락 끊긴 지 오래구만. 동수: 다 죽어 가는 집안 살려 놨더니 도루 콩가루네. 병철, 베갯머리에서 신문지와 볼펜을 꺼내 든다. 병철: 아부지, 고건 고렇고 요참에는 어디요? 어따 돈을 박어야 쓰겄소? 동수, 병철의 시선을 외면하며 딴청을 피운다. 병철: 아따, 아부지 그라지 말고 요번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알려주쇼! 아니믄 복권 번호라도 몇 개 찍어주셔요! 동수: 패가 안 좋아. 병철: 고거이 뭔 말이여? 동수: 다 잃을 패다, 이거다. 병철: 좀 알아듣게 말혀 보소! 동수: 이 자식아, 잘 들어라. 너 애비 덕에 딴 돈 그거 있지? 병철: 암요. 인자 그 돈으로 대대손손 먹고 살아야제! 동수: 그 돈 하룻밤에 다 잃을 거다. 병철: 고거시 뭔 자다가 벼락 맞을 소리여? 동수: 오늘 하루다. 시간이 읎어. 병철: 와요? 뭣 땀시 나가 돈을 다 잃는다는 거시여? 동수: 한 방에 땄으면 한 방에 또 잃는 거지. 동수, 몸을 돌려 나가려고 한다. 병철: 아부지, 가지 마요. 인자 좀 먹고살만헌디 다 잃는다뇨. 동수: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 알지? 요즘은 ‘운구기일’(運九技一)이란다. 병철: 운구기일? 동수: 다 운이다 이 말이여. 아등바등 살아 봐야 우에 쓸꼬, 팔자가 좌우하는 벱인 것을…. 동수, 크게 웃으며 퇴장한다. 병철: 아부지! 아부지! 병철, 동수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소리를 지르면, 자고 있던 은희가 깨어난다. 은희: 여보, 여보? 병철: (넋이 나간 채로) 아부지! 아부지…. 은희: 이 양반이 자다 말고 왜 땀을 비질비질 흘리구 소리를 꽥꽥 질러대? 병철: 어? 뭐시여? 당신이여? 은희, 선반에서 알약과 물그릇을 가져와 병철에게 먹인다. 은희: 또 자다가 뭐라도 본 거야? 왜 그렇게 얼굴이 새파래졌어? 병철: (약을 삼키며) 아부지 왔다 갔어. 은희: 또? 죽은 아버님이? 병철: 그, 글씨 말여…. 은희: (반색하며) 이번에는 또 뭐래? 복권 번호라도 몇 개 찍어 줍디까? 병철: 개꿈이여. 은희: 개꿈? 병철: 그려! 개꿈! 은희: 뭐라고 하셨는데? 병철: 아니 글씨, 요참엔 돈을 다 잃을 거라네…. 은희: 그거 개꿈이네. 병철: 접때는 돼지꿈이더니 요번엔 개꿈이여. 은희: 그냥 흘려들어. 병철: 아부지 덕에 돈방석 앉은 거 잊었어? 무시혔다간 집안 말아묵어! 은희: 당신 꿈속에서 아버님 나타났다는 게 몇 번째지? 병철: 아이, 요참에도 확실하다니께. 은희: 암만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지. 저번에 그것도 그냥 운이 좋아서 대박 났던 거 아냐? 솔직히 요즘 같은 때에 이게 뭔 귀신이 씻나락 까먹을 소리야. 아무래도 집터가 이상한가 봐. 언제 한번 굿이라도 해야 하려나. 병철: 이 사람이 아직도 못 믿네? 꿈 속에서 아부지가 다 알려 줬다니께. 금영에 칠천! 현산에 팔천! 그 육실헐 잡주들이 한날한시에 약속이나 한 맹크롬 들쓱거릴지 누가 예측혔겄어? 그걸 우덜 같은 선량한 서민들이 워쩐다고 예측혀? 다 아부지 덕이제…. 은희: 죽은 사람이 꿈에 나타난다는 거 자체가 망조야! 병철, 수납장에서 신용카드, 통장, 인감도장, 집문서 따위를 꺼내어 바닥에 늘어 놓는다. 병철: 어디 보자. 농협에 칠천, 새마을에 육천, 수협에 삼천오백…. 은희: 뭐하는 거야? 병철: 일단 우덜 계좌에 있는 돈은 싹 다 인출해 와야 쓰겄구만. 은희: 그 돈 들고 워따 쓰게? 병철: 여그 보이는 데에 딱 놓구 지켜야제. 은희: 그다음은? 병철: 집안에 돈 될 만한 물건도 싹 다 창고로 좀 옮겨야 쓰겄어. 은희: 그렇게 하면 잃을 돈이 그대로 있대? 병철: 아부지가, 분명히 아부지가 말혔어…. 은희: 이 양반이 진짜, 돈이 그렇게 좋아? 망할 놈의 주식질에 맛들리더니 헛것이 보이는 거야! 병철,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를 걸친다. 병철: 나는 은행엘 좀 갔다 올 것인께. 당신은 창고에 물건 좀 옮겨 둬. 은희: 이게 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야? 병철: 시간 읎어! 싸게 움직여! 은희: 민식이 아부지, 난 말이야. 이런 돈 다 필요 없으니까. 그냥 우리 목포 월세집서 시작했을 때처럼…. (곰곰이 떠올리다가) 아, 그땐 좀 아닌가? 병철: 가난뱅이였던 때가 좋아? 씨빠지게 고생혔던 때가? 밤낮 공장서 일당 받아감서 삭신이 쑤시네 어쩌네, 앓는 소리 달고 살믄서 은행에 돈 갖다 바쳤던 때가? 은희: 주식하고 나서부터는 당신 맨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눈알 퀭해 가지고는 헛것이 나 보고, 이딴 약이나 달고 살고 말이야. 사람이 뒷바라지를 시켜도 정도껏 해야지. 병철: 요것이 다 내 땜시다? 은희: 당신은 뉴스도 안 봐? 밤낮 돈, 그놈의 돈 때문에 가족끼리 칼로 배때지를 쑤셔대고 이게 정상이냐고? 병철: 그런 썩어 빠진 정신으로는 요즘 같은 시상에서 못 살아남어. 글고 우덜 자석들 생각은 안 혀? 울 자석들은 번듯허게 살게 혀야 않어? 이거, 이거, 이 집두 워뜨케 산 건디? 은희: 자식들 생각한다는 인간이 애들이랑 연락도 끊고 살어? 병철: 당신은 신경 꺼! 나가 다 알어서 헐것잉께! (넋이 나간 채로) 아, 아부지, 아부지 어따가, 어따 돈을 넣어야 이 우환을 피할랍니까…. 병철, 통장과 신용카드, 인감도장, 집문서를 집어 들고 퇴장한다. 은희: 얻다 대고 큰 소리야? 저 망할 놈의 인간, 된통 당해 봐야 속이 시원하지. 은희, 불길하다는 듯이 동수의 영정사진을 뒤집어 놓는다. 암전. 2장 무대는 이사를 앞둔 집처럼 텅 비어 있다. 동수의 영정사진이 옆으로 누워 있고 가구가 있던 자리는 짙은 자국만 남아 있다. 구석에 놓여 있는 빗자루. 조명이 밝아지면, 병철과 은희가 여행 가방을 낑낑대며 끌고 등장한다. 병철: 어구, 무거워라! 은희: 어디 금고에라도 넣어 놔야 하는 거 아냐? 병철: 집에 금고가 어딨어? 은희: 그럼 이 많은 돈을 어떡하려고? 병철: 저짝 다용도실에 박스 몇 개 없는가? 은희: 감자 박스가 있긴 할 텐데. 은희, 퇴장한다. 병철, 여행 가방을 연다. 오만 원짜리 지폐 다발이 쏟아져 나온다. 병철: 이 한병철 쉽게 안 죽는다. 이거시 워뜨케 딴 돈인디. 아부지, 보고 계시죠? 나 그렇게 호락호락한 놈 아니어요. 은희, 감자 박스를 들고 등장한다. 은희: 이거면 돼? 병철: 이리 가져와 봐. 다 들어갈란가 모르겄네. 병철, 감자 박스에 돈을 차곡차곡 담는다. 은희: 그러니까 이게…. 병철: 우덜 계좌에 짱박아 둔 것은 다 쓸어온 거시여. 은희: 무슨 계좌? 병철: 아따, 그 뭐시냐, 보이스피싱인가 머시긴가 땀시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여. 출금 한도가 걸려분다고 은행 청년이 하두 의심을 혀 싸는 바람에…. 은희: 그나마 찾아온 게 이 정도라는 거야? 병철: 긍께 당신 것이랑, 내 것이랑 끄낼 수 있는 현찰이란 현찰은 죄 뽑아온 것이여. 저짝 읍내부터 시내꺼졍 은행만 여섯 군데를 돌아다녔다니께! 은희: 개꿈 하나 때문에 아침 댓바람부터 집 치우랴 돈 숨기랴 이게 뭔 짓이야? 병철, 박스를 단단히 포장하며 집문서, 통장, 인감도장까지 넣는다. 병철: 이걸 인자 여그다 넣고 자알 지키기만 허믄 돼. 은희: 지켜? 어떻게? 병철,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아 주변을 보다가 빗자루를 집어 든다. 이내 사주경계를 하며 초병처럼 듬직하게 서 있는다. 은희: (한참을 보다가) 그러고 언제까지 있을 건데? 병철: 아부지가 분명 하루라고 혔어…. 은희: 하루? 병철: 오늘 하루만 이 돈이 고대로 여기 있음 되는 거시여. 은희: 당신 진짜 이번에 아무 일도 없으면 주식 그만하는 거야. 사람이 성실하게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지…. 병철: 뭐? 승실? 은희: 생전 자식들한테는 제 손으로 밥 벌어 먹고 살라고 혁대 풀고 고래고래 야단을 쳤으면서, 애비란 작자가 저러고 자빠졌으니. 병철: 알어! 잔말 말구 싸게싸게 돈이나 지켜. 암만혀도 불길하단 말이여. 그때, 초인종이 울린다. 잔뜩 경계하며 밖을 노려보는 병철과 은희. 침묵이 흐르면, 두 사람을 재촉하듯 초인종이 연달아 울린다. 은희: 누가 왔나 봐. 병철: 아침 댓바람부터 올 사람이 누가 있어? 은희: 나가 볼까? 병철: 잠깐! 나가지 말어! 은희가 무시하고 나가자, 병철은 감자 박스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살핀다.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민식과 태연이 케이크 박스를 들고 등장한다. 민식, 태연: 아버지! 생신 축하드립니다! 태연, 삑삑이를 분다. 은희, 뒤따라 들어온다. 은희: 웬일이야? 연락일랑 하고 오지! 태연이도 같이 왔네! 은희, 태연을 꼭 끌어안는다. 민식: 어머니, 잘 지내셨죠? 태연: 아따, 명절도 아닌디 차가 허벌나게 막혀부렀소. 은희: 둘이 어떻게 이렇게 같이 왔어? 민식: 터미널에서 만나서 같이 왔어요. 은희: 여보, 우리 애들 왔어! 병철: (떨떠름한 표정으로) 느그들, 그동안 연락 한번 없더니 웬일이냐? 민식: 꼭 무슨 일 있어야 오나요? 오늘 아버지 생신 아녀요. 축하드리러 왔죠. 병철: 우리 첫째, 복지관서 사회복지산가 머시긴가 허느라 바쁘담서. 민식: 내내 복지원에 있다가 새벽에 내려 왔어요. 여기 눈 밑에 다크써클 봐요. 태연: 아부지, 오랜만이요? 근디 내는 별로 안 반가운 갑소? 병철: (싸늘하게) 니는 서울서 사업허느라 바쁘담서. 은희: 아유, 또 왜 그래? 간만에 우리 가족 이렇게 다 모였는데! 민식, 케이크 박스를 흔들어 보인다. 민식: 아버지, 제가 케이크 사 왔어요. 고구마 케이크. 태연: 그라요. 일단 께이크에 불부터 붙입시다. 민식, 케이크 박스에서 성냥을 꺼내려고 하면, 태연, 주머니에서 지포 라이터를 꺼내 불을 켠다. 어색한 침묵. 은희: 참, 부엌에 소고기미역국 있는데 그것도 좀 가져와야겠다. 간만에 이렇게 다 같이 모이니까 얼마나 좋니? 은희, 퇴장한다. 민식, 케이크를 꺼내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민식: 아니, 근데 밖에 있던 식탁은 어디 갔어요? 태연: 그라고 보니께 가구들이 죄 사라져 부렀네. 민식: 어? 할아버지 사진은 왜 이러고 있어요? 태연: 여행 가방은 또 뭐시여? 병철: 뭐, 뭐가? 민식: 우리 가족 사진도 없어졌네! 태연: 아부지, 집안 꼴이 와 이랍니까? 워데 이사 갑니까? 병철: 벽지 도배를 새로 혀서 그란다. 창고에 다 있응께 신경 꺼라. 태연: 벽지는 누리끼리한 거시 그대론디…. 민식: (케이크 박스를 흔들며) 이걸 올려둘 곳이 필요한데요. 민식, 태연 주변을 살핀다. 병철: 느그들, 뭘 그렇게 두리번거려? 태연, 감자 박스를 발견한다. 태연: 저짝에 박스 하나 있구만. 민식: 잠깐 그거라도 여기 가운데에 두죠. 태연, 말릴 틈도 없이 감자 박스를 들어 중앙으로 옮긴다. 태연: 아따, 묵직한 거시 상으로 딱이네잉. 병철: 안돼! 누구 맘대로 그러는 거여! 태연: 거참, 여그 뭐 금덩이라도 들었소? 병철: 느자구 없는 것들이 댓바람부터 들이닥쳐 가지고는, 여그 안 갖다 놓냐? 병철, 빗자루를 마구 휘두른다. 태연: (기침을 한다) 워메, 아부지! 먼지 날린당께요! 은희, 김이 피어오르는 냄비를 들고 등장한다. 은희: 아니, 이 양반이! 애들아 글쎄 니들 아버지가 말이다. 병철: 에헤이, 진짜! 민식: 경계 좀 풀어요. 오늘 생신이잖아요. 아무도 아버지 안 해쳐요. 저희는 진심으로 축하드리러 온 거예요. 태연이 감자 박스를 툭툭 털면, 민식은 그 위에 케이크를 올려 둔다. 병철: 이건 내 거야, 내 거라고. 왜 내 것을 느그들이 맘대로 하려고 혀? 민식: 잠깐 쓰고 저기다 그대로 돌려 둘게요. 병철: 내 거라는데 자꾸, 어? 태연: ···참말로 째째허시네. 아부지 성깔은 하여간 징해부러. 민식: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또 안 좋다고 하니까. 민식, 태연 웃는다. 병철: 우째 느그들은 만날 멋대로냐? 집 나가는 것도 멋대로, 연락도 멋대로, 불쑥 찾아오는 것도 멋대로. 왜 매사에 느그들 맘대로인 거냐고? 민식: 우리 아버지, 서운했구나? 병철: 그려! 서운혔다! 인자 솔직허게 말혀 봐라. 무신 볼일이 있어서 온 거냐? 민식: 가족이란 게 무슨 볼일이 있어야 만납니까. 늦게 와서 미안해요. 병철: 이 늙은 애비가 눈치도 없는 줄 알어? 이것들 시커먼 속내가 있어서 온 거시여. 고거이 아니믄 저렇게 방실거릴 것들이 아니여. 은희: 무슨 말을 또 그렇게 섭하게 해. 얼른 케이크에 불이나 붙이자. 은희, 감자 박스 위에 냄비를 올려 둔다. 민식이 케이크에 초를 꽂으면, 태연은 지포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민식: 이야, 초에 불이 붙으니까 연말 느낌이 나고 좋은데요? 민식, 병철의 머리에 고깔모자를 씌운다. 병철: 어허이! 뭐시여? 민식: 아버지, 다시 한번 생신 축하드려요. 만수무강하셔야죠. 간만에 노래라도 같이 부를까요? 병철: 노래는 무슨! 민식: 자자, 축하 노래 다 같이 부르는 거예요. 은희, 벽면의 전등 스위치를 내린다.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진다. 민식이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자, 은희와 태연도 덩달아 부른다. 은희, 민식, 태연: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생일 축하합니다! 병철, 빗자루를 쥔 채로 머쓱하게 있다. 은희: 빨리 불어! 초 다 녹는다! 병철, 마지못해 불을 끈다. 울려 퍼지는 박수와 웃음소리. 태연이 폭죽을 터트리면, 은희가 전등 스위치를 올린다. 조명이 다시 밝아진다. 병철: 이란다고 눈이나 끔뻑할 거 같으냐? 시상 천지에 느그들 만치…. 은희, 케이크 칼로 케이크를 크게 썰어 병철의 입에 넣어 버린다. 은희: 소원 빌었어? 병철: (우물대며) 소원은 무슨! 민식: 자, 다들 건강하시라고 제가 대신 소원 빌었다 칠게요. 민식, 바닥에 흩어진 폭죽 잔해를 치우면, 은희, 병철의 입을 소매로 거칠게 닦는다. 그 모습을 보고 크게 웃는 민식. 태연, 주위를 서성이다 목을 가다듬으며 병철에게 가까이 간다. 태연: 아부지, 인자 생일 축하도 혔겄다. 쪼까 드릴 말씀이 있는디요…. (사이) 긍께, 시방 지가 요참에 투자처에서 중국 수출 계약 건을 하나 잡아부렀는디, 계약금을 저당 잡을 것이 쪼까 부족허거든요? 큰 거 두 장으로 급전만 땡기믄 그다음 수익은 서너 배로 불릴 수가 있는디…. 병철: (케이크를 삼키다 말고) 너, 너 지금 그따구 소리가 목구녕서 나오냐? 태연: 아따, 아부지! 사람 말을 좀 끝까지 들어보시랑께요. 민식: 야, 아까랑 얘기가 다르잖아? 돈 얘기 안 한다면서? 태연: 우째 이래? 오빠도 돈 얘기할라고 온 거 아녀? 요새 복지원 힘들어서 후원 필요하다 안 혔어? 계장인가 뭔 쌈장인가 실적 타령 허믄서 들들 볶는담서? 민식: 인마, 사람이 순서라는 게 있는 법이지. 아버지 앞에 두고 다짜고짜 그게 맞아? 너도 허구헌 날 돈 빌린 사람들 쫓아다녀 봐서 알 거 아니냐. 이런 일일수록, 절차에 맞춰서 진행하는 게 업계의 도리 아니겠냐. 병철, 이마를 짚는다. 병철: …이 새끼들이 보아하니 생일 핑계 대고 또 돈 빌리러 왔구나. 태연: 아부지! 내는 참말로 힘들어요. 인자 곧 나이가 서른인디 신림동 단칸방서 월세살이 허구, 대출금 갚느라 바쁘당께요. 참 웃기지 않어요? 냄들한테 돈 빌려주는 내 같은 금융업자도 빚을 갚느라 또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니께? 무신 놈의 시상이 죄다 대출이고 할부고 빚으로 돌아가요. 요즘도 다달이 나가는 이자 갚느라, 요 주둥이가 바짝바짝 마른당께요. (사이) 아부지, 인자 손주는 봐야 쓰지 않겄소? 민식: 금융업은 개뿔, 사채로 사람들 등쳐 먹고 다니는 것이…. 태연: 뭐시여? 민식: 중국 수출이 뭐? 이제는 약장사도 하냐? 태연: 먼 약을 팔어? 요참엔 화장품이여. 화장품. 은희: 니들은 예나 지금이나 나이를 똥구녕으로 먹는 건지 만났다 하면 쌈박질이냐? 병철: 오늘 꿈자리가 뒤숭숭하더니 다 니들 때문이구나. 돈 잃는다는 얘기가 다 느그들 때문이여. 조상님덜, 보고 있소? 나가 전생에 먼 죄를 지었다고 자슥들이 이랍니까. 태연: 예? 먼 돈을 잃어요? 민식: 아버지, 죄송해요. 집 앞에서 싸우지 말자고 그랬는데…. 은희: 돈, 돈, 그놈의 돈 얘기 지긋지긋하다. 먼 놈의 대화가 도로 돈 얘기냐? 이러니 집안이 콩가루네 뭐네, 동네 마실에서 할매들이 손가락질을 해 대지. 집안 꼴이 아주 아사리판이야. 태연: 간만에 모였응께 다 같이 살 궁리를 찾자 이거죠. 가족 아닙니까. 병철: 다 같이 살어? 너 우리랑 다 같이 살자고 접때 돈 안 빌려준다고 연락 끊었냐? 태연: 나가 시방 언제 연락 끊었다 그라요? 핸드폰 신형으로 바꿔서 그렸다 안 혔어? 병철: 느그들한테 줄 돈 10원두 없다. 돌아가라. 보기도 싫다! 태연: 에이, 돈이 없긴…. 집에 가구며 돈 될 만한 건 싸그리 치워 놓구. 병철: 뭐시여? 민식: 아버지, 근데 정말 저희들 오는 거 알고 물건 치우신 거예요? 태연, 집안을 둘러본다. 병철: 뭐, 뭐가? 느그들이 뭔 상관이여? 도둑놈들도 아니구? 여그는 느그 엄니랑 내랑 씨빠지게 주택담보대출 갚아서 산 내 집이란 말이다. 내 집서 나가 맘대로 집도 못 치우냐? 이 손을 봐라, 딱딱허게 이 마디마디가 죄다 늘러붙은 이 손을. 나가 이 손으로 평생 쇳질을 해다가 은행에 차곡차곡 적금 부어서 산, 내 것이다 말이다. 민식: 네? 집을 사셨다고요? 태연: 당숙 어른네 집이 아니고? 워메, 먼 수로? 병철: 느그들이 알 거 없다. 병철이 감자 박스를 치우려고 하자, 태연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는다. 태연: 아부지! 참말로 부탁 좀 헙시다. 요참엔 분명 감이 좋아요. 나가 시방 어젯밤에 먼 꿈을 꿨는 줄 알어요? 이 집채만 한 황금돼지가 가랑이로 들어왔당께요! 요 몇 년 새 그런 돼지꿈은 처음이었제. 지금도 눈앞서 본 것 맹크롬 아주 선명혀. 휘황찬란하게 순금으로 맹근 돼지드라니까? 그라서 오는 길에 편의점서 스피또도 하나 샀어요. 부정탄다고 혀서 아무한테도 말 안혔는디…. 근디 요참엔 참말 이어요.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믿어 보시랑께요. 열 배, 아니? 스무 배로 돌려줄 수가 있당께요. 그 돈이믄 대대손손 먹고살고도 남아불제. 우리 가족도 인자 남부럽지 않게 살 수가 있다니께. 병철: 뭐? 꿈? 정신머리가 있는 눔이냐 없는 눔이냐? 그리고 뭐? 스피또? 젊은 놈이 성실하게 일을 해서 돈을 벌 궁리를 혀야지, 미친 것! 태연: 내 믿고 한번만, 지발 목돈 좀 마련 해 줘 봐요. 큰 거 두 장은 바라지도 않어. 딱 한 장만 있어도 떡을 치고도 남제. 암, 그라제잉. 민식: 저어, 아버지? 말이 나온 김에 저도 한 말씀 올려도 될까요? 병철, 두 사람을 번갈아 노려본다. 병철: 니들은 천성부터 버러지여. 애비가 느그들 땀시 여태 잃은 돈이 얼맨 줄 알어? 이 집안 말아먹을 놈들아! 서울서 번듯허게 자리나 잡으라고 씨빠지게 쇳밥 먹어감서 아등바등 키워 놨드만. (가슴을 치며) 워메, 복창 터져분다! 태연: 나가 뭐 첨부터 이렇게 돈, 돈 거렸는 줄 알어요? 다 시상이 이렇게 맹글었다 안 합니까. 아니, 막말로 냄들은 집에서 다 척척 해 준다고. 갸들하고 나는 출발점부터가 다르다니께? 민식: 아버지, 일단 진정하시고 천천히 얘기 좀 들어봐요. 그러니까 저희들 계획은 말이죠…. 병철: 느그들이 그러니 문제다! 두 손이 멀쩡한 것들이 쇳질을 하든, 길바닥서 발품을 팔든 일을 혀서 번듯하게 자수성가를 혀야 쓰지 요즘 것들은 돈만 생겼다허믄 워따가 꼬라박을 생각부터 하니. 고거시 전부 한탕주의다, 이 말이다! 태연: 뭐시여? 뭔 주의? 워메, 기냥 맥아리가 확 나가부네잉. 나가 이 말은 안 할라고 혔는디, 막말로 아부지 때랑 지금이랑 같어요? 병철: 다를 건 또 머시여? 태연: 한탕주의로 따지믄 소싯적 아부지도 한따까리 허셨음서, 남 말하듯 허는 거시 참말로…. 민식, 태연 웃는다. 병철: 너 이 자슥, 주둥이 안 다물어? 태연: 못 다물어요! 요것이 다 아부지한테 배운 거 아녀요. 우리 집이 그동안 와 돈이 없었는지 엄니는 알어? 공장 장막 치믄 읍내 잡부들이랑 비닐하우스서 삼삼오오 모여가 아부지가 섯다 치믄서 돈을 월매나 땡겼는디? 일당 받으믄 밤낮 경마장에서 눈깔 빠지게 뻬팅이나 했음서, 뭐시여? 내보고 한탕주의? 병철: 그 주둥아리로 한마디만 더 지껄여 봐라잉! 태연: 나처럼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일찍부터 집안 건사하랍시고 대학도 못 가게 허고, 상고로 밀어 넣은 것이 아부지 아니여? 나가 상고 졸업하고, 열아홉에 뭣 땀시 은행에 기 들어가 행원으로 씨빠지게 일을 혔는디? (웃는다) 나가 그 망할 놈의 캐피탈이란 것을 열아홉에 은행서 다 깨우쳐 부렀지라. 그라니 지금 이라고 냄들한테 돈 빌려주고, 이자 장사하고 있는 거 아녀요. 병철: 뭐시여? 캐피탈? 이 가시나, (태연의 머리를 민다) 니가 그리 원대한 꿈이 있어 은행 박차고 나와서 냄들 삥이나 뜯구 사냐! 태연: 지금 나 쳤소? 태연, 감자 박스를 엎고 일어난다. 박살나는 케이크. 병철: 이 육실헐 것이…. 병철, 덩달아 일어나자, 태연은 감자 박스를 발로 걷어찬다. 오만 원짜리 지폐가 쏟아진다. 민식: 어? 돈이다! 태연: 이게 뭐시여? 태연, 바닥에서 지폐 다발을 한 움큼 집어 든다. 병철: 느자구없는 것들이, 뭔 짓거리여! 손대지 마! 만지지 말라고! 태연: 워메, 여따 꽁쳐두고 있었구만? 아부지 진짜 너무한 거 아니요? 민식: 태연아, 일단 그만둬. 아버지도 그만해요! 병철, 민식, 태연 너나 할 것 없이 뒤엉킨다. 엎어진 케이크와 미역국으로 범벅이 된 돈다발. 은희: 무슨 꿈 타령 하나에 자발들을 떨어대는 거냐? 병철: (태연을 붙잡으며) 나가 시상에 호래자식을 내놨당께! 민식: 진정 좀 하세요. 이러다 숨넘어갑니다! 태연: (뿌리치며) 누가 가져간다 혔어? 기냥 세어보기만 현다고! 병철: 이 년이 가장 문제여! 애비 말이 홍어 거시기로 들리냐? 이것아, 안 놓냐? 태연: 아따, 참말로 얼맨지 시어보기만 현다니께! 병철: 안 놔? 요것이 애비 돈을 껄떡대고, 기냥 눈깔이 확 뒤집혀 부렀구만! 병철, 태연의 뺨을 후려친다. 정적이 흐른다. 태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노려본다. 태연: 시방 혁대로 후려치던 그 손버릇을 여태 못 버리구 또 손찌검이요? 병철: 요, 요것이 말하는 뽄새 좀 봐라, 어서 이런 막돼먹은 가시내가 나와가지고. 이젠 허다허다 애비 돈에 손을 갖다 대냐? 태연: 나가 인자 얻어 맞고도 가만히 있는 기집이 아니여, 다 컸다 이 말이여! 태연, 케이크 칼을 주워서 허공에 번쩍 들면, 은희: 안돼! 병철: 아이고! 자석 놈이 애비한테, 애비한테! 아이고, 골이야, 골이야! 병철, 뒷목을 잡고 쓰러진다. 은희: 워메, 민식이 아부지! 민식: 아버지! 괜찮아요? (태연에게) 야이, 호로새끼야! 태연: …뭐시여? 나 암것도 안 혔어! 민식: 이 자식이 이제는 패륜을 서슴지 않네. (병철을 흔들며) 아버지, 일어나세요! 아직 가시면 안 돼요! 아버지! 태연: 참나, 저 여시 같은 인간. 닿지도 않았는디 회까닥? 아주 징해부러라···. 태연, 케이크 칼을 내려놓고 돈을 살핀다. 민식: 돈 줍지마! 아버지 쓰러졌잖아! 어떡할 거야? 어떡할 거냐고! 민식, 태연을 붙잡으면, 태연, 민식의 멱살을 쥐고 흔든다. 태연: 그따구 명령조로 지껄이지 말어! 민식: 이 새끼가 진짜. 민식, 주먹을 치켜들면, 은희: 진정해라, 다 설명해 줄라니까. 응? 둘 다 내려놔라. 태연: 돈의 출처부터 알아야 현다고. 요거시 시방 아부지 돈이 맞어? 집안에 현찰을 요로코롬 짱박아 뒀다고? 밤낮 돈 읎다고 노랭이질하던 인간이? 민식: 아버지가 쓰러졌는데 이 짓거리 하는 건 맞아? 은희: 피보다 진한 게 돈이라더니, 그만 안 하냐? 태연, 민식에게 머리를 들이민다. 태연: (노려본다) 쳐, 쳐보랑께? 둘 중 한 놈은 오늘 제삿상 치르는 거시여. 민식: (손목시계를 푼다) 이 자식이, 간만에 피를 끓게 만드네. 은희, 냄비를 집어 들고 바닥에 있는 힘껏 내던진다. 은희를 쳐다보는 민식, 태연. 은희: 너희들 아버지 아프다! 맨날 죽은 할아버지가 꿈에 나타난다고 하지를 않나, 제정신이 아니란 말이다. (약 봉투를 보이며) 이봐라, 약도 안 먹으면 잠도 제대로 못 잔단 말이다. 민식, 태연 씩씩대며 떨어진다. 은희, 병철을 살핀다. 민식: 어머니, 구급차라도 부를까요? 은희: 다행이다. 잠깐 정신을 잃은 거야. 태연: (한참을 보다가) 이것두 연기 아니여? 와, 그 있잖어. 비암이 나타나믄 깨꼬닥 죽은 척허는 개구락지 맹크롬. 은희와 민식, 태연을 보고 한숨을 쉰다. 민식: 너 그게 할 소리냐? 태연: 엄니, 요참에 깨끔허게 단도리를 칩시다. 은희: 뭘 쳐? 태연, 돈다발을 은희에게 쥐여 준다. 태연: 이왕 이래 된 거, 같이 뜹시다. 나가 시방 돼지꿈을 꾼 거시 뭔 뜻인지 이제야 알겄어요. 엄니, 내랑 같이 살어요. 같이 요 뭣 같은 집안, 확 떠불자니께요. 은희, 아무 말 없이 돈다발을 바라본다. 민식: 쓰러진 아버지 앞에 두고, 터진 입이라고 말을 함부로 해? 태연: 내는 집안서 뭔 말도 못 혀? 민식: (태연의 머리를 밀친다) 넌 성격 괴팍한 것이 아버지랑 똑 닮았어. 태연: 뭐시여? 오빠가 내한테 이럼 안 되는 거시지. 민식: 내가 틀린 말 했냐? 태연: 안 여물어? 나가 그동안 월매나 참았는지 알어? 아부지가 나를 상고에 왜 보냈는지 모르제? 시골 동네서 기집애는 개천에 용 날 수가 없다드라고. 언능 취업혀서 오빠 학비나 보태라 그라드라고. 고거이 벌써 십 년 전이여! 내는 뭐, 하고 싶은 게 없는 줄을 알어? 근디 다른 놈도 아니고 우째 오빠가 그라고 느자구없는 말을 헐 수가 있어? 진장 염병할 집안! 민식: 뭐? 저 툭 터진 주둥이를 아주 그냥…. 민식, 태연의 얼굴을 부여잡는다. 두 사람, 낑낑대며 악다구니를 쓴다. 태연: 시상에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없다는디, 요 집안은 귀한 아들래미 뒷바라지할 씨는 따로 있당께! 은희: 그만해라. 입 아프다! 민식: 그래! 이 자식아! 악 좀 그만 써라. 까놓고 그게 내 잘못이냐? 내가 너한테 은행 가라고 시켰냐고 인마. 민식, 태연을 바닥에 패대기친다. 은희: 첫째야, 그만은 네가 해야 할 것 같다. 민식: 저요? 아니, 저 파렴치한 놈이 지금 아버지 돈에 눈깔이 뒤집어져 가지고는…. 은희: 뭐? 아버지 돈? 태연, 대자로 뻗어 발버둥친다. 태연: 그려! 눈깔 뒤집어졌다! 눈깔을 뽑아다 오독오독 씹어 묵어부러라! 민식: 저도 돈 빌리러 왔다지만, 아버지 돈에 손을 대는 저런 패륜아가 어딨어요? 은희: 아버지 돈? 아버지 돈에 손을 대? 민식: 네, 아버지 돈이요. 태연, 누워서 돈다발을 허공에 뿌린다. 태연: 더러븐 집구석, 기냥 다 같이 뒷간에 콱 빠져 디져 불자! 은희, 민식에게 다가간다. 은희: 첫째야, 넌 왜 이 모든 게 당연히 네 아비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민식: 네? 은희: ···그래, 너희들은 어릴 적부터 돈에 관한 것은 전부 아버지한테 말하고는 했지. 문구점에서 연필 한 자루를 사더라도 밥상머리 앞에서 국그릇 내다 주는 이 어미한테는 일언반구 않고 그저 아버지 눈동자만 멀뚱멀뚱 쳐다보곤 그랬지. 민식: 갑자기 무슨 서운한 말씀이세요. 태연, 버둥거리며 돈다발 사이를 헤엄친다. 은희: 너희 아버지는 쩍쩍 갈라지고 마디가 툭 터진 손이 무슨 훈장인 것마냥 꺼드럭대는데, 니들이 이 어미 손을 본 적이 있냐?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하루 열두 시간 서 있던 몸뚱이 끌고 와, 밥 차려주던 이 손을 본 적이 있어? 민식: 어머니,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은희: 이제야 알 것 같다. 내 것을 너무 쉽게 남한테 맡겨 버렸어. 다들 이렇게 악을 쓰면서 자기 것이라고 바락바락 우기면서 사는데, 어째서 나는 한 번도 내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민식: 어머니, 그러지 마시고 아버지 일어나면 차분하게 얘기를 하시죠. 은희: 아니다! 민식: 네? 은희, 동수의 영정사진을 본다. 은희: 그래, 오늘 하루라고 했지? 분명 하룻밤이라고 했지? 돈에 발이 달린 것 마냥 오늘만큼은 이 인간 손에서 전부 떠난다고 했지? 민식: 하루요? 은희, 돈다발 틈에서 통장과 집문서를 꺼낸다. 은희: 나한테는 이거 필요 없다. 이참에 내다 버리자…. 민식: 다 버리자고요? 태연,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킨다. 태연: 엄니, 고거이 무슨 자다가 벼락 맞을 소리여? 은희: 오 년이다! 오 년! 너희들이 돈 때문에 집구석에 오는 것이 오 년 만이다! 니들 아버지는 평생을 제 것처럼 하고 살았는데 왜 나는 하루도 내 것이라고 못해? 이 어미는 왜 하루도 제 것처럼 하지 못하냐 이 말이다! 오늘은, 하루 정도는 내 마음대로 할 거야.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야. 나도 그럴 수 있는 거야. 민식: 어머니···. 태연: 오라질 것! 뭘 고로코롬 실없는 소리를 혀요? 콱 기냥 뜹시다! 은희, 통장과 집문서를 갈가리 찢어 버린다. 은희: (돈다발을 걷어차며) 이거 전부 갖다 줘 버려라. 이까짓 거 들고 있다고 악다구니 쓸 일 없는 사람들한테나 줘 버려라. 민식: 네? 은희: 싹 다 복지원에나 줘버려라. 태연: 환장하겄네! 이 돈으로 나랑 대대손손 먹고살아야제! 민식: 기부를 하시겠다는 거예요? 은희: 그래, 가지고 가라. 다 가지고 가 버려. 얼른 들고 사라져라…. 태연, 돈다발을 벽에 던진다. 태연: 진장, 염병할! 나 안 가! 오함마로 손모가지를 찍든, 도끼로 발모가지를 끊든, 여서 한 발자국도 안 갈 것잉께 그리 알어! 민식: ···저 자식은 돈에 한 맺힌 악귀가 든 게 분명해요. 태연: 그려! 나 돈에 허천났다! 배때지를 찢든, 대그빡을 부수든 혀라! 나 안 가! 민식: 어머니, 이놈은 제가 구마를 하든 굿을 치든 해서라도 끌어낼게요. 근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저야 상관이 없지만···. 은희: 너 좋으라고 하는 일 아니다. 태연: 뭣 같은 시상! 또 아들래미 몫이여? 민식: 이제는 어머니 앞에서도 막말을 하네! 태연: 돼지꿈은 육실헐, 팔자가 개팔자인디···. (주머니에서 복권을 꺼낸다) 냄들은 뭐 잘만 풀린다드만 또 꽝이네? 난 태생부터 허벌나게 꼬여부렀어. 사는 것이 요로코롬 뺑이치다 뒤질 개꿈이라니께! 민식, 태연을 붙잡으려 하면, 은희, 태연을 꼭 끌어안는다. 은희: 이것아, 돼지꿈은 무슨 돼지꿈이냐···. 정신 좀 차려. 세상이 돼지우리다. 눈을 씻고 봐도 똥 묻은 돼지 새끼들이 지 몸에 묻은 것이 황금이나 된 줄 알고 똥밭을 뒹굴고 사는 거란 말이다. 너까지 돼지가 되면 어미는 어쩌란 말이냐. 이빨 드러내면서 컹컹 짖는 개처럼 살어. 차라리 개처럼 악을 쓰면서 살란 말이야. 태연: 엄니, 요것이 참말로 사는 것이 맞어? 내는 우째 악쓰고 살아야 쓰는디? 내는 우째 악을 써야만 되는 것인디? 우째 꽥꽥 소리를 써야만 들어주는 것인디? 은희: 누가 네 것을 빼앗으려고 하면, 지금처럼 소리를 꽥꽥 지르고 악을 단단히 써 버려. 절대 빼앗기면 안 돼. 이 어미처럼 살지는 말어. 그냥 그렇게 살어…. 태연: 시방 나도 기냥 살고 싶단 말이여. 기냥 살고 싶다 이 말이여. 태연, 서럽게 운다. 은희, 오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주워서 태연에게 쥐여 준다. 은희: 굶지 말고 가는 길에 따뜻한 밥이나 한 숟갈 떠. 글고 다 잊어. 그깟 꿈 얘기, 싹 잊어버려. 태연: (돈을 쥐고) 진장, 드러븐 돈, 드러븐 집구석···. 민식, 감자 박스에 돈을 쓸어 담는다. 민식: 익명으로 후원하면 아버지도 모를 거예요. 근데 정말 후회 없으시겠어요? 은희: 괜찮아. 다 필요 없다. 나는 필요 없어. 민식: 아버지는 어쩌죠? 가만히 있진 않으실 텐데. 은희: 그놈의 아버지, 지긋지긋한 아버지. 민식: 죄송해요. 걱정이 되어서···. 은희, 입을 쩍 벌리고 누워 있는 병철을 바라본다. 잠꼬대를 하듯이 몸을 움찔거리는 병철. 은희: 또 꿈을 꾸는 모양이구나. 이 인간 깨어나기 전에 가라. 민식: 괜찮으시겠어요? 은희: 걱정할 거 없어. 원래부터 내 것이었어. 다 내 몫이었어. 얼른 가, 어서 가라…. 민식: (태연을 걷어찬다) 일어나! 아버지 깨어난다! 이제 가자! 민식, 감자 박스를 집어 들면, 태연, 머리가 헝클어진 채로 일어난다. 태연: 엄니, 사실 핸드폰 안 바꼈어요. 연락 자주 헐 것잉께…. 민식: 핸드폰 바꾼 것도 거짓말이었냐? 태연, 은희와 포옹한다. 병철이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인다. 은희: 애들아, 얼른 가라, 얼른 가. 민식: 어머니, 만수무강하세요. 구정에는 과일이라도 한 박스 사서 올게요. 태연: 엄니…. 민식, 태연을 끌고 퇴장한다. 은희: (무대 밖으로) 그래, 연락들 자주해라. 밥 잘 챙겨 먹고, 뛰지 말아라 다친다···. 병철, 잠꼬대를 한다. 은희, 한참 동안 그 모습을 보다가 전등 스위치를 내린다.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진다. 병철, 요람에 싸인 아기처럼 몸을 웅크린다. 3장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은희는 가구를 재배치한다. 무대 밖에서 옷장과 수납장을 들여와 제자리에 두고, 누런 벽지에 가족 사진도 건다. 선반에 제대로 놓여 있는 동수의 영정사진. 규칙적으로 코 고는 소리가 울리는 와중에, 은희는 병철에게 다가가 고깔모자를 벗긴다. 순간 잠에서 깨는 병철. 병철: 아부지! 아부지! 은희: 이 양반이 또 꿈을 꿔? 병철: (끙끙 앓는다)  아부지! 은희, 병철을 흔든다. 은희: 왜 자다 말고 땀을 비질비질 흘리구 소리를 꽥꽥 질러대? 일어나…. 병철: 어? 당신이여? 은희: 자다가 뭐라도 봤어? 병철: 아부지가 꿈에 나왔구만! 은희: 그래? 이번에는 뭐래? 복권 번호라도 몇 개 찍어 줍디까? 병철: 그, 글씨 말이여…. (사이) 아니, 근데 우리 돈은? 이 써글 놈들! 병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은희: 돈? 병철: 그려! 여그다 내가 돈을 분명히! 근디 그 호로자슥들이 와 가지고! 은희: 개꿈이야. 당신 꿈을 꾼 거야. 병철: 꿈? 은희: 당신 원래 꿈을 잘 꾸잖아. 돈은 무슨, 귀신이 씻나락 까먹을 소리야. 병철: 꿈? 꿈이라고? 병철, 혼란스러운 듯이 주변을 둘러본다. 은희: 도대체 무슨 꿈을 꾼 거야. 평생 제 손으로 돈은 만져 본 적도 없으면서. 병철: 분명히 아부지가 그렸어, 아부지가! 은희: 아까 전화 왔었어. 민식이랑 태연이한테. 둘 다 서울에서 번듯하게 자리잡았나 봐. 구정에 한 번 내려오겠대. 애들이랑 연락 안 한 지 오래됐잖아…. 병철: 안 돼! 그것들이 여그 오믄 안 돼! 은희: 그냥 살자, 제발 그냥 살자 우리. 병철: 아버지가 오늘 하루라고 혔어. 하룻밤 안에…. 은희: 당신 오늘 생일이잖아. 더 자, 푹 자. 그냥 그 터무니없는 돼지꿈이나 꿔버려. 병철: 꿈? 꿈이라고? 진장 꿈이라고? 워째 혀끝에 엿기름이 배인 만치 달디달다 혔어. 은희, 선반에서 알약과 물그릇을 가져와 병철에게 먹인다. 병철: (약을 삼키며) 아, 아부지. 어따 돈을 넣을까요? 아아, 요참엔 어따 돈을 넣어야 할까요…. 병철, 중얼거리며 드러눕는다. 은희도 함께 눕는다. 암전.
  • 5대 은행 대형 금융사고 1400억으로 급증

    5대 은행 대형 금융사고 1400억으로 급증

    KB국민, 756억으로 빅5 중 최다NH농협 370억·우리銀 270억順 2024년 한 해 금융권은 마지막 날까지 배임과 횡령, 불법 대출 등 큼직한 금융 사고로 얼룩졌다. 그 규모도 해마다 커지는 추세로 새해에도 허술한 내부 통제에 대한 요구가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신문이 3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공시를 분석한 결과, 2024년 한 해 동안 이들 은행의 100억원 이상 금융 사고는 모두 10건, 1400억원 규모로 급증했다. 2020년 0건, 2021년 1건, 2022년 2건, 2023년 0건으로 한두 건 터지던 대형 사고가 지난해에는 잇따라 발생했다.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100억원 이상 대형 금융 사고만 집계해도 지난해 총 756억원(5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NH농협(370억원), 우리(270억원) 순이었다. 신한과 하나은행에서는 지난해 100억원대 이상 금융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하나은행 총 8건, 신한은행 총 4건 등의 금융 사고가 있었다. 금액과 상관없이 전체 사고 건수로 볼 때 KB국민 23건, NH농협 18건, 우리 7건으로 5대 은행 총 60건이다. KB국민은행은 이날 업무상 배임으로 인한 135억 6290만원 규모의 금융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는 지난해 4월 26일부터 11월 30일까지 약 6개월 동안 발생했으며, 금융감독원 정기검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상가 대출 과정에서 수분양자가 아닌 시행사의 이해관계자 등에게 대출이 승인된 건으로 은행 측은 “관련 직원에 대해 형사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실 예상 금액은 미정으로 담보 금액은 107억원 수준이다. 이 은행에서 12월 한 달간 발생한 금융 사고 금액(약 310억원)만 300억원이 넘는다. 2022년 700억원대 횡령 사고 이후 내부 통제 강화를 공언한 우리은행도 2024년에만 270억원 규모의 금융 사고를 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165억원 부당 대출 사고를 금융당국에 알리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 6월에야 뒤늦게 공시한 게 대표적이다. 특히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허술한 내부 통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금융 사고 유형으로는 배임이 12건으로 가장 많았고 횡령과 사기가 각각 11건으로 높게 나타났다. 금융당국도 은행들의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구조 개편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금융사 최고경영진의 책임을 명확히 한 책무구조도 제출을 의무화하는 한편 오는 4월부터는 실제 은행 업무에 ‘여신 프로세스 개선 방안’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허위 서류로 인한 부당 여신 취급, 대출 한도 상향을 위한 담보가 부풀리기, 부동산 임대 대출 부당 취급 등의 문제를 겨냥한다. 한편 정진완 우리은행 신임 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정 행장은 이날 서울시 중구 회현동 본점에서 취임식을 갖고 “(형식적이 아닌) ‘진짜 내부 통제’가 돼야만 신뢰가 두터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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