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은행 부실채권(눈높이 경제교실)
◎진로·대농·기아에 무담보 여신 4조1,558억
은행들의 부실여신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진로와 대농 및 기아그룹에 대한 은행대출은 올 연말 결산때 부실여신으로 분류된다.
은행의 담보없는 부실여신 가운데 여신분류상 ‘회수의문’에 해당하면 여신액의 75%를,‘추정손실’은 여신액의 100%를 각각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때문에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 하락과 그에 따른 대외 신인도 추락으로 해외차입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은행의 경영수지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된다.
올해 은행들의 부실여신은 얼마나 될까.
은행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일반은행의 부실여신(회수의문+추정손실 분류여신)은 총여신 대비 1.6%에 해당하는 4조9천7백13억원.여기에 부도유예협약 적용대상이었던 진로와 대농 및 기아그룹에 대한 여신액은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이들 업체에 대한 은행권의 무담보 여신액(4조1천5백58억원)이 전부 부실처리될 경우 올 연말에는 부실여신이 9조1천2백71억원으로 늘게 된다.환은경제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자료에서 “부실여신대비 대손충담금 비율을 지난 6월과 같은 93.3%로 가정할 경우 일반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6월말 현재(4조6천3백96억원)보다 83%가 증가한 8조5천1백56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은감원 관계자는 “기아사태 여파 등으로 인한 부실여신 증가로 대손충당금 적립액도 크게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은행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책적으로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줄여주는 조치를 취하더라도 부담은 내년으로 다시 넘어가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된다”고 말했다.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지 않도록 자구책을 강구하는 수 밖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이다.〈오승호 기자〉
◎무엇 뜻하나/자산측면의 경영건전성 평가방법/‘회수 의문’ ‘추정 손실’로 분류된 여신
은행의 경영건전성(Soundness)을 평가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자산측면에서는 총 여신중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부실여신비율)이 대표적인 평가지표로 활용되고 있다.IMF(국제통화기금)조사에 따르면 1980∼1995년 181개 회원국중 133개국이 크고 작은 금융불안 내지는 금융위기를 겪었다.이들 국가의 공통적인 현상중 하나는 은행 부실여신비율이 대부분 15∼25%나 되는 높은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부실채권의 개념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통일기준이 있지 않다.각 나라의 금융환경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우리나라는 은행의 대출채권 등 여신을 거래처의 재무상태,자금사정,수익성,거래실적 등 건전성의 정도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이중 “회수의문” 및 “추정손실”로 분류된 여신을 부실여신으로 간주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6개월 이상의 연체대출금을 갖고 있는 거래처,담보권의 실행,강제집행 등의 법적절차가 진행 중인 거래처,회사정리법에 따라 회사정리절차 진행 또는 신청 중인 기업체 등에 대한 여신을 “고정”,“회수의문” 또는 “추정손실”로 분류되고 있다.그 중에서 담보처분 등에 의한 회수예상가액 해당여신은 “고정”으로,회수예상가액을 초과하는 여신중 담보물에 대한 법적절차 진행 등으로 현재로서는 그 손실액을 확정할 수 없는 여신은 “회수의문”으로,담보물에 대한 법적절차 등이 완료되어 손실액이 확정된 금액으로서 조만간 손실처리가 불가피한 여신은 “추정손실”로 분류한다.
따라서 부실여신은 부도 발생 또는 6개월 이상 연체거래처 등에 대한 여신중 담보부족으로 원금의 회수가 의문시 되거나 손실처리가 불가피한 “회수의문” 및 “추정손실”로 분류된 여신으로 정의된다.“고정”분류여신은 추후 담보물을 처분하여 대출원금의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을 중시하여 부실여신의 범주에서 제외하고 있다.다만 “고정”분류여신도 그중 일부가 장래 부실여신화할 잠재적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20% 상당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토록 하고 있다.
◎영향은/이자수입 감소·유동성 부족 야기/최악땐 지급불능 사태… 예금자 등 피해
은행이 부실채권을 갖게 되면 일차적으로 대출채무자가 대출이자를 정해진 기일에 내지 못하게 돼 은행의 이자수입이 줄고 그 결과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된다.또 은행의 운용자금중에서 부실채권 상당액이 고정화됨에 따라 유동성부족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나아가 부실채권 규모가 늘어 대출원금 회수불능 규모가 커지고 연체기간이 길어질 경우 은행의 수익성,유동성 문제에 더하여 예금자에게 약속한 원리금 지급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이같이 부실채권은 은행의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요소 중의 하나이므로 감독당국 주주 거래처 예금자 등 은행의 이해관련자는 몰론 일반인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의 현실/경기침체·기업도산으로 매년 증가세/한보 등 여파… 올 총여신 대비 비율 급증
우리나라 일반은행(15개 시중은행+10개 지방은행)의 부실여신은 90년말 1조9천1백3억원에서 93년말 2조9천3백24억원으로 증가했다.그러나 94년 중에는 대폭적인 대손상각 실시에 따라 1조8천5백26억원으로 크게 줄었다.이후 다시 소폭 증가한 것은 91년 이후 경기침체 및 산업구조 조정과정에서 한계기업의 도산이 지속된데 따른 것이다.
은행의 부실여신 보유수준을 나타내는 총 여신대비부실여신의 비율은 경제규모의 확대로 총 여신이 꾸준히 증가한데 따라 계속 개선돼왔다.94년 이후에는 부실여신 규모의 증가세도 둔화되어 총 여신대비 부실여신비율이 90년말 2.1%에서 96년말 0.8%로 낮아졌다.
그러나 올들어 한보 삼미 등 계열기업에 대한 거액 여신이 연쇄적으로 부실화됨으로써 부실여신이 크게 증가하여 97년 6월말 현재 부실여신 규모가 4조9천7백13억원에 달해 총여신 대비 비율도 1.6%로 높아졌다.
◎대응책/자체 수지개선 통한 상각 바람직/정부지원 조속한 해결 필요때 검토
은행의 부실채권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신규 부실채권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이를 위해서는 여신심사체제를 선진화하고 부실징후기업의 문제여신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다행히도 올들어 한보 등에 대한 거액여신이 부실화되면서 국내은행들이 스스로 선진국형 여신위원회제도를 도입하고 계열기업군 단위의 여신심사체제를 구축하는 등 여신심사기능의 선진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편 이미 발생한 부실채권에 대해서는 은행 스스로수지개선을 꾀하고 대손충당금 적립을 확대,이 충당금으로 상각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왜냐하면 부실채권 상각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들이 경비절감이나 적자점포 폐쇄 등 경영합리화 노력을 함으로써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 나갈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당국에서는 94년 6월 국내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대폭 강화했다.구체적으로 여신건전성 분류결과에 따라 “정상”분류여신은 0.5%,“요주의”분류 여신은 1.0%,“고정”분류 여신은 20%,“회수의문”분류 여신은 75% 그리고 “추정손실”분류 여신은 100% 상당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토록 하고 있다.적극 추진한 결과 부실채권 감소에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충당금 적립에 따른 부실채권 정리방안은 상당한 시일이 걸리므로 최근과 같이 부실채권이 급증하여 조속한 정리가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다소 미흡할 수 있다.이 점을 감안,이번에 정부에서 성업공사에 3조5천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정리기금을 마련해 이 기금에서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은행이 부실채권을 획기적으로 정리하는 방안을 채택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