흄관 문제점과 개선방향
강도가 KS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불량 흄관 생산은 이제 개혁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각종 공사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대형 배관 자재인 흄관의 강도 미달은 총체적인 부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91년 KS규격이 개정된 지 9년여가 지나도록 강도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개혁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다.
흄관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관계 부처와 학계,업계가 공동으로 대책마련에 나서 낙후된 설비와 제조기술을 일신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져온 흄관의 강도 미달문제를 더 이상 덮어두지 말고표면화시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당국에서는 철저한 품질관리를 할 수 있는 체제를 확립하고 학계에서는 적은 경비로 강도를 높일 수있는 기술을 산학협동체제로 개발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흄관의 품질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납품단가를 인상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흄관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설비를 그대로 두고고강도 시멘트나 팽창제를 사용하면 재료비가 30% 이상 높아진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일본은 지난 85년 JIS규격을 개정했으나 기존 시설과 재료만으로는 개정된기준강도를 얻지 못하자 실리카 분말,팽창혼화제 등을 사용하도록 하고 생산원가가 높아진 만큼 납품단가를 높여 업계의 손해를 보전해 주었다.그러나우리나라는 KS규격만 일본과 똑같은 수준으로 높여놓고 납품가를 올려주지않은 채 이를 업체들이 해결하도록 했다.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같은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KS 기준만 높여 놓아 강도문제는 흄관업계의 ‘아킬레스건(腱)’과 같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중소기업인 흄관제조업체들은 기술개발이나 제조설비 개선을 하지 못하고 KS 기준 강도에 못미치는 불량 흄관을 눈가림식으로 계속생산,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업계에서는 t당 9만원선인 조달청 납품단가를 12만원으로 인상해줘야 제대로 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흄관 제조업체들이 기술개발과 제조설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장기 저리자금을 지원해주는 방안도 절실하다.안지름이 600㎜인 관을 하루평균 160개 생산하는 업체의 경우 국내 중소기업이 자체 개발한 새로운 제조설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원심대와 투입기를 교체하는 데 적어도 5억∼6억원의 설비투자를 해야 한다.
건설공사에서 한번 묻혀버리면 다시 시공하기 어려운 흄관의 불량제품 생산방지를 위해서는 관계 당국의 철저한 품질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감사원 등 국가기관에서 간혹 품질검사를 실시하기도 하지만 KS 기준 강도를 만족시키기 쉬운 300㎜관만 검사하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600㎜관이나 강도가크게 떨어지는 대형관은 검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당국에서는 불량 흄관 생산을 방지하기 위해 품질검사를 철저히 하는 전문기관을 선정하고,감사원과 자치단체 등에서 수시로 품질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그러나 환경부는 하수관 개량 및 보수를 위한지방양여금을 각 시·도에 배정하는 것말고는 하는 일이 없다.하수도법에 품질이 우수한 하수관을 매설하고 누수를 방지할 수 있도록 제대로 시공해야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권한은 시·도에 위임하고 있다.
이미 매설된 부실 하수관 교체작업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환경부 하수도과 관계자는 “97년 말 현재 전국의 하수관 길이 5만8,671㎞를 하수관수명인 20년으로 나누면 해마다 약 3,000㎞ 가량의 불량이 생긴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97년 한해동안 기존의 관보다 지름이 큰 관을 새로 묻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 매설한 거리 641㎞,제기능을 못해 교체한 거리 276㎞ 등 개량 또는 보수한 거리는 917㎞밖에 되지 않는다.하수관보급률도 60.9%밖에 되지 않는다.네덜란드 96.0%,스웨덴과 스위스 각 94.0%,독일 89.0% 등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정부는 하수관 신설 및 교체에 지방양여금 276억원,환경개선특별회계 274억원,공공자금 39억원,지방비 1,379억원 등 모두 1,968억원을 들였다.
해마다 2,000억원 안팎이 하수관에 투입된다.하지만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예산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하수관 부실을 막으려면 하수관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있어야 한다.전국의하수관 길이가 얼마이고,그 하수관이 언제 매설됐는지에 대한 통계가 아니라 어느 곳의 하수관에서 얼마만큼의 물이 새고 있는지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부실한 하수관에서 새 나간 더러운 물이 지하수와 토양을 얼마나 오염시키는 가도 중요하다.누수율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하수관 신설 및 교체는 예산을 낭비할 뿐이다.
임송학 문호영기자 sh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