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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진 뮤지컬’ 보던 수천명 “건물 흔들려 무대 효과인 줄…”

    ‘지진 뮤지컬’ 보던 수천명 “건물 흔들려 무대 효과인 줄…”

    중국 유명 관광지인 쓰촨성 아바주 주자이거우(九寨溝)현에서 8일 발생한 규모 7.0의 강진으로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지만 한국인 관광객들은 모두 무사히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진원지와 멀지 않은 삼성 반도체공장은 일시 정지했다가 재가동됐다.●지진 발생 5~40초 전 울린 경보에 대피 쓰촨성 청두(成都) 한국총영사관 관계자는 9일 지진 피해지역인 주자이거우에 간 한국인 관광객은 단체 99명, 개인 10명 등 모두 109명으로 파악됐으며, 이들은 청두로 빠져나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국 관광객 중 전모씨, 김모씨 등 2명이 대피 과정 중 다리와 손목에 경미한 부상을 입었으나 대부분 무사하다고 밝혔다. 지진 발생 5~40초 전 울린 경보가 유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발생 당시 주자이거우 첸구칭 연기예술센터에서는 마침 2008년 5월 쓰촨성에서 발생한 원촨 지진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 공연되고 있었다. 공연을 관람하던 수천명의 관광객은 눈앞에서 공연장이 흔들리자 신기해했으나 곧 이는 무대 효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혼비백산해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1000차례 이상 여진 계속돼 긴장 고조 중국 재난구조지휘본부는 주자이거우로 진입하는 도로를 봉쇄하고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현재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9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도 264명으로 증가했다. 부상자 중 40명은 중상으로 알려졌다. 8일 밤 주자이거우에 3만 5000명의 관광객이 체류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으며, 중국 측은 이들의 안전한 소개와 생필품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재난당국은 전날 강진에 이은 여진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진국은 전날 강진에 이어 1000여 차례 이상의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구조당국에 총력을 다해 구조작업을 벌일 것을 지시했다. 쓰촨성에서는 주자이거우 지진을 포함해 지난 100년 사이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모두 8차례, 규모 5.0 이상 지진은 163차례 발생했다. 2008년 5월 8만 6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규모 8.0의 원촨 대지진이 대표적이다. 2013년 4월에는 쓰촨성 루산현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지진으로 200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쓰촨성 100년새 규모 5.0 이상 163차례 쓰촨성 등 중국 서부 내륙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 지각의 경계지역인 히말라야 산맥과 멀지 않아 단층활동이 활발하다. 인도판이 미세하게 북쪽으로 움직이며 유라시아판과 충돌을 일으켰고 유라시아판에 속한 티베트 고원의 지각이 다시 쓰촨 분지에 압력을 가하는 형태이다. 쓰촨성을 가로지르는 룽먼산 단층대가 지난 100년 사이에 휴면기에서 깨어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쓰촨성 지진의 여파로 진원지로부터 약 470㎞ 정도 떨어진 시안(西安)의 삼성 반도체공장에서 회로의 사진을 찍는 ‘포토’ 공정의 일부 장비가 일시 가동 중단되기도 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근로정신대 할머니가 웃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가 웃었다

    일제강점기 소녀의 나이에 ‘전범(戰犯)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에 근로정신대란 이름으로 끌려가 착취를 당했던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이겼다.광주지법 민사1단독 김현정 판사는 8일 김영옥(85) 할머니와 고 최정례 할머니의 조카며느리 이경자(74)씨가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미쓰비시는 생존자인 김 할머니에게 1억 2000만원, 유족인 이씨에게는 325만 6000여원의 위자료를 각각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선고다. 미쓰비시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국내에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모두 14건에 이른다. 앞서 양금덕(85) 할머니 등 5명이 낸 첫 소송은 2015년 6월 광주고등법원에서 이미 승소한 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김재림·양영수·심선애 할머니와 유족 오철석씨 등이 낸 다른 소송의 1심 판결은 11일 열린다. 김 판사는 이날 판결문에서 1944년 동남해(도난카이) 대지진 때 무너진 공장 건물 더미에 깔려 숨진 최 할머니의 경우 지진으로 인한 사망 피해를 입은 다른 피해자들과 동일한 기준인 1억 5000만원의 배상액을 적용해 상속지분을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김 할머니는 같은 해 공중 폭격으로 팔과 가슴 등에 심한 화상을 입고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가 태평양 전쟁이 끝난 1945년 9월 귀국했다. 김 할머니와 최 할머니는 각각 초·중학생이던 1944년 “돈도 벌게 해주고 공부도 시켜 주겠다”는 말에 속아 일본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 제작소에 배치된 뒤 월급 한 푼 못 받고 강제 노역을 했다. 이씨는 “이번 판결로 딸(최 할머니)을 잃고 평생 시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시할머니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게 됐다”며 “할머니 묘소를 찾아 승소 사실을 알리겠다”고 언론에 말했다. 이어 “시집올 때 혼수 이불을 선물로 가져왔으나 생전의 할머니가 ‘딸이 일본에 끌려가 죽었는데 어떻게 편히 이불을 덮고 잠잘 수 있겠느냐’며 거절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했다. 피해자들의 공동 법률대리인인 이상갑 변호사는 “빨리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야 이를 계기로 한·일 정부가 해결책 논의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인도 부부 경찰 “에베레스트 등정” 거짓말 들통나 해임

    인도 부부 경찰 “에베레스트 등정” 거짓말 들통나 해임

    인도의 경찰관 부부가 지난해 5월 23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등정했다고 주장한 것이 결국 거짓말로 들통나 해임됐다. 마하라슈트라주 경찰은 7일(이하 현지시간) 디네슈와 타라케슈와리 라토드 부부가 정상 등정의 증거로 제시한 사진이 가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하지만 범죄 혐의로 기소될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한 경찰 간부는 이들 부부가 잘못된 정보에 기초해 그런 주장을 늘어놓아 마하라슈트라주 경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해임 사유를 설명했다. 두 사람이 인도인으로는 처음 정상 등정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직후부터 등반가들은 이들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네팔 당국은 이미 지난해 이들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결론내리고 10년 동안 자국 산의 등반을 금지시켰다. 관광 당국은 처음에는 이들의 등정을 공인했으나 조사를 수행한 뒤 이를 취소했다. 부부는 기자들에게 자신들이 찍힌 사진은 진짜라고 주장했지만 인도 남부 뱅갈로르의 산악인 사탸럽 시단타는 자신의 사진이라고 반박했다. 또 부부는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사람들의 눈에 띈 날보다 훨씬 뒤에 정상에 올랐다고 주장한 것도 의문을 키웠다. 또 등반 도중 입었던 옷이나 신고 있었던 신발들이 정상에서 촬영된 것과 완전히 다른 점도 의심을 부채질했다.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을 내 유명세를 떨치거나 강사로 변신할 수 있어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해 봄 시즌에만 450명 이상, 외국인은 250명 이상이 에베레스트를 올랐다. 2015년 네팔 대지진 참사로 산행이 막히고 2년 연속 기상 여건마저 좋지 않아 특히 지난해 등반객들이 몰려 에베레스트로 가는 길목은 몸살을 앓았다. 그런 와중에 인도 경찰관 부부는 얼토당토 않은 거짓말 소동을 일으켰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그리스·터키 사이 해역서 규모 6.7 강진…최소 2명 사망·120여명 부상

    그리스·터키 사이 해역서 규모 6.7 강진…최소 2명 사망·120여명 부상

    그리스와 터키 사이 해역에서 규모 6.7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2명이 사망하고 120여명이 다쳤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이날 오전 1시 31분쯤 터키 남서부 물라 주 마르마리스 근해에서 규모 6.7의 강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진앙은 인구 250만명이 사는 터키 이즈미르에서 남쪽으로 164㎞, 인구 3만 9000명이 거주하는 보드룸에서 10㎞ 떨어진 곳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스 코스 섬에서는 동북쪽으로 16㎞ 떨어진 지점이다. 이번 지진으로 2명이 숨지고 120여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코스 섬에서는 구조대가 현재 건물 잔해에 갇힌 사람들이 있는지 확인 중이다. 이 과정에서 3명이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 섬은 특히 젊은이들에게 인기 많은 휴양지로 여름 성수기에는 최대 10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 지진이 일어나자 이곳에 체류하던 관광객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호텔 밖으로 뛰쳐 나오는 등 큰 소동이 빚어졌다. 이들은 불안에 떨며 호텔 밖의 일광욕 침대 등에서 잠을 청했다고 AFP통신 등은 보도했다. EMSC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작은 쓰나미가 확인됐으니 해변을 피하라”면서 “고지대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경보를 보냈다. 로이터 통신은 지진으로 생긴 물결의 변화가 쓰나미보다는 큰 파도에 가깝다고 보도했다. 터키와 그리스는 아라비아 판과 유라시아 판이 맞물려 지각 활동이 활발한 지역에 있어 잦은 지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터키 서부 에게 해에서 강진이 잇따르며 대지진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달에는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해 여성 1명이 주택에 매몰돼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앞서 1999년 8월에는 터키 이즈미트을 진앙으로 한 규모 7.0의 강진이 인구가 밀집한 터키 북서부 지역을 강타해 1만 7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찢기고 녹아내리고…후쿠시마 원전 격납용기 첫 공개

    찢기고 녹아내리고…후쿠시마 원전 격납용기 첫 공개

    사고 6년 만에 내부 상태 확인 원자로 손상 정도는 파악 못 해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방사성물질 유출 사고를 겪은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격납용기 내부의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개복치’(선피시) 모양의 수영 로봇 ‘리틀 선피시’가 투입돼 찍어 온 영상이다.후쿠시마 원전의 운영 업체인 도쿄전력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리틀 선피시’가 제1원전의 3호기에서 촬영해 온 영상을 공개했다고 NHK와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녹아내린 핵연료는 노심(心)을 벗어나 구조물과 뒤섞인 ‘핵연료 잔해’가 됐고, 이는 냉각을 위해 투입된 수심 6미터의 오염수 안에 잠겨 있다. 그 안에 들어간 ‘리틀 선피시’는 원자로 바로 아래에 있어야 할 작업용 발판이 녹아서 사라져 있는 등 격납용기 안이 찢겨지고 파손된 면면을 생생히 드러냈다. 이곳은 방사능 수치가 너무 높아 사람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사고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확한 상태를 파악할 수 없었다. 일본 도시바와 국제원전해체연구소(IRID) 연구진이 공동 개발한 ‘리틀 선피시’는 최대 200Sv(시버트)의 방사능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졌는데, 이는 피폭되면 인간은 즉사할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리틀 선피시’가 녹아내린 핵연료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는 못했다고 도쿄전력 관계자는 밝혔다. 폐로(廢爐) 작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핵연료의 구체적인 위치와 원자로의 손상 정도를 파악해야 하지만 ‘리틀 선피시’가 거기까지는 알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올여름까지 핵연료를 제거할 임시 방법을 결정해 2021년 본격적으로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소설, 흑백 역사관·단편적 사고 맞서는 존재”

    “소설, 흑백 역사관·단편적 사고 맞서는 존재”

    “역사에서 ‘순수한 흑백’을 가리는 판단은 있을 수 없습니다. 소설은 그런 단편적인 사고에 대항하고자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최근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를 출간한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8)가 역사 문제를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출판사 문학동네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서다. 국내에서도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는 하루키는 한 번도 한국을 방문하거나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7년 만의 신작은 여름철 서점가를 강타, 이번에도 단숨에 베스트셀러 1위를 석권했다. 문학동네는 지금까지 4쇄, 40만부를 찍었다. 하루키는 이번 신작에서 난징대학살을 다뤄 일본 우익의 공격을 받았다. 한국은 최근 역사교과서를 둘러싸고 좌우 갈등을 겪었다. 양국에서 역사관의 대립은 늘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소설은 단편적인 사고에 대항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야말로 소설이 일종의 (좋은 의미의) 전투력을 갖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재의 인터넷 사회에서는 ‘순수한 흑이냐 백이냐’ 하는 원리로 판단이 이루어지기 일쑤입니다. 그렇게 되면 말이 딱딱하게 굳어 죽어버리죠. 사람들은 말을 마치 돌멩이처럼 다루며 상대에게 던져대고요. 이것은 매우 슬프기도 하거니와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다시 한번 말을 소생시켜야 합니다. 말을 따뜻한 것, 살아 있는 것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필연적으로 ‘양식’(decency)과 ‘상식’(common sense)이 요구됩니다.” 소설이 가진 이야기의 힘을 강조하면서도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념의 도구로 쓰이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신작에서 그가 동일본 대지진을 다룬 것처럼 한국에선 세월호 사태라는 재난 이후 문학의 역할론이 대두됐다. 그는 크고 깊은 집단적 마음의 상처를 유효하게 표현하고 치유하는 일이 문학의 역할이긴 하나 “‘어떤 명백한 목적을 지니고 쓰인 소설은 대부분 문학적으로 성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처 치유는)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맡겨진 중대한 과제다. 목적을 품되 목적을 능가하거나(혹은 지워버리는), 모든 이가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9세에 첫 소설을 쓴 그는 “그땐 ‘소설 같은 건 앞으로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예순여덟이 되고 보니 ‘남은 인생에서 소설을 몇 편이나 더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만큼 소중하게 아끼는 마음으로 작품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40년 세월이 흘렀지만 글쓰기는 악기 연주처럼 예나 지금이나 즐겁다고 강조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바다로 내보내겠다”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바다로 내보내겠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이하 후쿠시마 원전)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해 주입하느라 오염된 물을 바다로 내보내겠다고 일본 도쿄전력이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15일 도쿄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운용사인 도쿄전력의 가와무라 다카시 회장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지진해일) 피해로 폐로 절차에 들어간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의 냉각 과정에서 발생한 고농축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지난 13일 시사했다. 도쿄전력은 그동안 녹아내리는 핵연료를 냉각하기 위해 원자로 안에 물을 계속 주입해왔다. 다카시 회장은 “도쿄전력의 판단은 이미 끝났다”면서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77만t에 달하는 오염수가 원전 부지내 580여개 탱크에 분산돼 있지만 그 양이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설명이다. 또 오염수 안에 고농도 방사성 물질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도 이미 정화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삼중수소를 제외한 다른 방사성 물질은 제거된 상태”라면서 희석해서 배출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과 어민들은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갈 경우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하루키 ‘게임’ 시작됐다… 국내도 신드롬 상륙할까

    하루키 ‘게임’ 시작됐다… 국내도 신드롬 상륙할까

    하루키의 게임이 시작됐다. 작품 곳곳에 수수께끼를 숨겨놓는 무라카미 하루키(68). 12일 그의 새 장편 ‘기사단장 죽이기’(문학동네·전 2권)가 깔린 서점가는 그가 던진 수수께끼를 풀려는 독자들의 발길로 분주했다.하루키 신작이 나올 때마다 사본다는 회사원 이슬기(29)씨는 “하루키는 호불호를 떠나 그 자체로 현상인 느낌이어서 읽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다”며 “여성을 대상화하는 시선이 거슬릴 때도 있지만 칠순의 나이에도 트렌드에 기민해 그의 소설에 나오는 공간, 음악, 맛에 대한 묘사를 읽다 보면 직접 경험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고 했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하루키의 다른 작품들보다 독자들의 반응이 빨랐다. 지난달 30일부터 진행한 예약 판매에서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1, 2위에 오르자 출판사 문학동네는 정식 출간되기도 전에 3쇄, 30만부를 찍었다. 일본에서는 지난 2월 말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130만부가 팔려나갔다. 때문에 이번 작품은 선인세가 30억원에 이른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신작은 그가 전작에서 쌓아올렸던 ‘하루키 세계’의 압축판으로 평가된다. 소설은 여성과의 이별, 초월적인 존재와의 교류, 불가사의한 사건, 반복되는 성애 묘사 등 하루키 소설의 특징들을 어김없이 변주하며 상실과 회복이라는 원형의 주제를 구현한다. 조주희 한양여대 교수는 “아내와의 이별, 우물에 들어가서 기이한 체험을 한다는 점에서는 ‘태엽 감는 새 연대기’, 아버지 세대와 결별해 정체성을 찾는 과정은 ‘해변의 카프카’, 남의 자식에 대한 보호의식과 책임감은 ‘벌꿀파이’, ‘1Q84’에서 봐왔던 정경들”이라며 “이번 소설은 지금까지 하루키가 써온 작품들을 총망라한 종합 소설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야기는 서른여섯의 초상화가 ‘내’가 아내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집을 나오면서 시작되는 여정이다. 친구의 제안으로 그의 아버지인 유명 일본화가 야마다 도모히코의 산속 아틀리에에서 지내게 된 ‘나’는 집 안에 숨겨져 있던 미발표작 ‘기사단장 죽이기’를 보고 마음을 사로잡힌다.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인물들을 일본화로 옮겨놓은 그림은 청년이 노인의 가슴 한복판에 검을 깊이 찔러넣는 순간을 포착한 것. 이 역작과 마주한 이후 ‘나’에겐 기이한 일들이 연쇄적으로 다가온다. 집 뒤편 사당 돌무덤에서는 밤마다 정체 모를 방울소리가 울린다. 소리의 정체를 찾아 돌무덤을 파헤치자 그림 속 기사단장이 60㎝ 크기의 형체로 나타나 말을 건다. 그에게 그림을 배우던 이웃의 소녀는 자취를 감춘다. 상실에 잠겨 있던 ‘나’는 ‘세계의 이음매에 미세한 어긋남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출구를 찾아 나선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솜씨 좋게 기우는 하루키는 일본 괴이담(怪異談)을 연상시키는 사건, 기사단장이라는 초현실적 존재 등을 내세워 궁금증을 점점 증폭시킨다. 이전보다 선명하게 드러난 것은 부조리한 역사에 대한 비판 의식이다. 작가는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연인, 동생 등 소중한 이들을 잃은 아마다 도모히코를 통해 나치의 만행, 난징대학살 등 과거 군국주의의 광기와 폭력을 건드리고 지나간다. 아내의 이혼 요구로 집에서 나온 ‘내’가 떠도는 곳은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도호쿠 지역으로, 작가는 당시의 상흔도 상기시킨다. 최재철 한국외대 교수는 “집단의 기억으로서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하루키의 행보에 대해 일각에선 노벨문학상을 의식한 것이라고 하는데, 원숙한 작가로서 사회적 책무를 전보다 더 의식하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초기작에 사회와의 연결이 단절된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했다면 이번 작품은 가족의 구성, 유사 부자 관계 등 열린 쪽으로 가고 있다”고 짚었다. ‘나’의 이웃 멘시키는 난징대학살을 이렇게 언급한다. “일본군이 격렬한 전투 끝에 난징 시내를 점령하고 대량 살인을 자행했습니다. 포로를 관리할 여유가 없었던 일본군이 항복한 군인과 시민 대부분을 살해해버린 겁니다. 중국인 사망자 수가 사십만명이라는 설도 있고, 십만명이라는 설도 있지요. 하지만 사십만명과 십만명의 차이는 과연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2권 88쪽) 이 때문에 소설 출간 직후 하루키는 일본 우익으로부터 ‘매국노’라는 비난에 휩싸였다. 지난 4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역사라는 것은 국가에 있어서 집합적인 기억이므로 이를 과거의 일로 치부해 잊으려 하거나 바꿔치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소설가에게 가능한 일은 한정돼 있지만 이야기라는 형태로 싸워 나가는 것은 가능하다”고 일침을 놨다. 이번 소설에서도 작가는 이야기를 고조시키거나 사건의 뉘앙스를 감지하게 하는 연결고리로 특유의 감각적인 선곡을 펼쳐보인다. 멘델스존의 8중주곡,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텔로니어스 멍크의 재즈 등 클래식, 팝을 넘나드는 소설 속 선곡, 그림이나 음식에 대한 묘사는 독서의 흥취를 끌어올리는 요소다. 하지만 “초기작에 선보였던 참신한 비유는 사라지고 비슷한 내용의 문장이 거듭되는 부분들이 있어 읽는 속도가 다소 늘어진다”(최재철 교수)는 평도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여자를 사랑한 여자…퀴어 다큐 ‘불온한 당신’ 메인 예고편

    여자를 사랑한 여자…퀴어 다큐 ‘불온한 당신’ 메인 예고편

    다큐멘터리 영화 ‘불온한 당신’이 혐오의 시대에서 사랑을 지킨 사람들의 감동적인 사연이 담긴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다. ‘불온한 당신’은 70년 평생 여자를 사랑한 사람 ‘바지씨’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지키며 살아가는 이 땅의 성소수자들의 삶을 조명한 작품이다. 공개된 메인 예고편은 1945년생 성소수자 ‘바지씨’ 이묵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당당한 모습으로 특유의 매력을 뽐낸다. “좋아! 오늘의 내가”라는 카피에 이어 면도를 하는 그의 모습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어 일본인 레즈비언 커플 논과 텐은 3.11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삶의 고비를 함께 넘은 커플이다. 불안한 생존 조건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커밍아웃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감동을 자아낸다. 또 퀴어퍼레이드를 방해하는 호모포비아들의 모습이 이어진다. 작품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과연 불온한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금껏 만나보지 못한 퀴어 다큐멘터리 탄생을 예고하는 ‘불온한 당신’은 오는 7월 20일 개봉 예정이다. 15세 관람가. 99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日 후쿠시마 앞바다서 규모 4.8 지진

    日 후쿠시마 앞바다서 규모 4.8 지진

    7일 오후 9시 48분쯤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앞바다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 지진으로 지역에 따라 최고 진도 4의 흔들림이 관측됐지만 쓰나미(지진해일)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 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제1원전과 제2원전에도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도쿄전력은 밝혔다. 진도 4는 대부분의 사람이 놀라며, 걸어가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흔들림을 감지하는 수준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탈원전 정책에 대한 단상

    [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탈원전 정책에 대한 단상

    2011년 3월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은 지진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으로 촉발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고통을 받는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는 편리한 에너지가 한순간 대재앙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이런 원전 사고에 대한 우려 때문에 현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예정된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전면 백지화한 것은 물론 공사가 한창이던 신고리 5·6호기 건설도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원전을 줄이는 것이 잠재적 원전 사고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정책의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원전 사고를 초래하는 인자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의 미래가 좌우되는 중요한 사안일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정책 결정의 중요 판단 기준이 제시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 판단 기준은 현재 가동 중인 원전에도 공히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각 위험 인자가 초래하게 될 원전 사고 유형을 구분하고 해당 위험 인자가 얼마나 통제 가능한 요소인지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지진해일(쓰나미)에 의한 침수로 유발된 단전과 이로 인한 원자로 과열 및 폭발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미흡하거나 부정확한 정보의 활용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해당 지역에서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의 크기, 지진으로 유발될 수 있는 지진해일의 최대 파고, 침수 예상지역 정보, 침수 시 전력공급장치의 안전성, 단전 후 복구 가능 소요시간, 냉각기 가동 중단 시 원자로 폭발까지의 소요시간 등의 정보들이 그것이다.시나리오별 다양한 대비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점도 사고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이러한 다양하고 많은 요건들이 절묘하게 맞물려 빚어진 참사다. 원자력발전소는 다양하고 까다로운 부지 요건을 충족하는 곳에 건설하도록 되어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기능 유지를 저해하는 위해인자의 수준과 원자력발전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부지를 선정한다. 현재 운용 중인 원전은 꼼꼼한 부지 선정 과정을 거쳐 건설된 것으로 발생 가능한 지진에 대한 성능 평가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에서 보듯이 이전에 확인되지 않았던 단층이 원전 건설 이후 발견되기도 한다. 이 경우 발견 단층에서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 규모를 산정하고, 기존 가동 원전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신속히 평가해야 한다. 이렇듯 원전 가동 중이라도 갑작스레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고 신속히 대처하는 것이 국민이 원전에 대해 갖는 불안감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위상을 높이고 다양성과 독립성, 대표성을 강화한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기왕에 나온 원자력 안전에 관한 다양한 국민적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는 각 위해 요소들에 대한 꼼꼼한 검토와 위험성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원전의 안전한 운용을 위한 규제 지침의 정밀한 점검과 우리나라에 적합한 규정 보완도 필요하다. 또 탈원전 정책 시행으로 야기되는 대체에너지원의 경제성과 안정적 확보 방안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참여가 요구된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진중한 사회적 합의만이 추후 있을 불필요한 논쟁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민 모두가 지혜를 모으고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후손에게 잠시 빌려 쓰는 이 땅을 깨끗하게 보존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최선의 정책 결정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은 모든 국민이 마찬가지다.
  • “홍콩 청년 3.1%만 중국인 정체성 가져”

    “홍콩 청년 3.1%만 중국인 정체성 가져”

    홍콩 반환 20주년을 앞두고 최근 세계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홍콩의 18~29세 젊은이 가운데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인식하는 이가 3.1%에 불과하다는 조사가 바로 그것이다. 경제적으로는 합쳐지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멀어져가는 중국과 홍콩의 현실을 나타내고 있다.이 여론조사를 실시한 곳이 홍콩대 산하 ‘민의연구계획’이라는 여론조사 기관이다. 홍콩 여론조사 기관은 대부분 대학이 운영해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민의연구계획이 가장 대표적인 기관이다. 1991년 설립 이후 줄곧 민의연구계획을 이끌고 있는 로버트 청 소장을 서울신문이 28일 만나 홍콩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로버트 소장은 홍콩대 정치학과 교수이기도 하다. ●2008년 중국정부 신뢰도 가장 높아 민의연구계획은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인 1990년대 초반부터 홍콩인들의 정치·사회·경제적 의식 변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사해 왔다. 로버트 교수가 소개한 많은 조사 그래프는 일정한 흐름이 있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홍콩 시민이 중국을 가장 긍정적으로 바라봤을 때가 2008년이라는 사실이다. 18~29세의 젊은층이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인식한 수치가 가장 높았을 때도 2008년 6월(29%)이었다. 이 시기 홍콩인들의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54.9%였고, 홍콩특별행정구 정부에 대한 신뢰도 51.6%로 역시 역대 최고치였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로 로버트 교수는 그해 5월 발생한 쓰촨 대지진을 꼽았다. 로버트 교수는 “당시 홍콩에서는 중국을 도와야 한다는 여론이 뜨거웠다”면서 “홍콩인들이 기꺼이 기부금을 내면서 민족적 동질감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비극을 공유하면서 회복된 민족적 동질감은 그해 8월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자긍심으로 승화됐다. 그러나 로버트 교수는 “지금 중국이 우주정거장까지 건설했지만, 이에 자긍심을 느끼는 홍콩 젊은이들은 거의 없다”면서 “중국과 홍콩의 화학적 결합은 결국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아파하는 심리적 융합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중장년층는 톈안먼 사태의 트라우마 홍콩인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크게 4개 시기로 구분됐다. 1997년 반환 이전에는 중국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으로 온갖 지표들이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막상 반환된 이후에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이행과 고도의 자치가 안착되면서 홍콩인들이 중국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중국과의 동반 경제성장, 쓰촨 지진, 올림픽, 미국 금융위기 등이 있었던 2005~2010년은 모든 지표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최근 5년에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시진핑 주석의 지지도가 중국에선 압도적이나 홍콩에선 최악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로버트 교수는 “지금이 1997년 반환 당시의 공포감보다 훨씬 심각하다”면서 “중국에 대한 불신과 공포는 세대별로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은 2014년 우산혁명 강제 진압을 보며 중국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접었지만, 중장년층은 우산혁명보다는 1989년 톈안먼 사태의 트라우마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로버트 교수는 “홍콩의 중장년층은 우산혁명 강제 진압보다 훨씬 심각했던 톈안먼 시위의 무력 진압을 목격했다”면서 “중국 공산당은 반대자를 언제든 응징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의 실체와 실력을 알기 때문에 청년층처럼 덮어 놓고 중국을 반대하고 독립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교조주의·리더십 부재로 혁명 실패 로버트 교수는 홍콩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금융중심가를 79일 동안 점거했던 우산혁명을 실패로 규정했다. 홍콩인에게 자주적인 의식을 심어준 계기가 됐으나, 그로 인한 사회 분열과 민주화 동력 소진이 더 뼈아프다는 것이다. 우산혁명의 실패 원인으로 로버트 교수는 지도부의 교조주의와 리더십 부재를 꼽았다. 그는 “지도부는 직선제라는 제도에 매몰돼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 의식을 잃어 버렸다”면서 “중국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다수 현실론을 포용하지 않고 반대 의견을 가진 이를 적으로 규정하면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타협 없는 운동 세력은 현실성이 전혀 없는 ‘홍콩 독립’이라는 깃발을 들었으며, 이는 더 큰 통제와 억압을 불러오고 있다는 게 로버트 교수의 진단이다. ●홍콩의 가치 인정해야 중국도 산다 로버트 교수는 “중국과 홍콩엔 앞으로 5년이 가장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일국양제와 고도자치를 약속한 50년이 5년 뒤면 반환점을 돌기 때문에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로버트 교수는 특히 “홍콩의 난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중국의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집권 2기를 맞는 시 주석이 권력 강화에 매진했던 1기 때와는 다른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톈안먼 사태를 재평가해야 홍콩 중장년층이 마음의 문을 열 것이며, 중국이 군사적·경제적 굴기를 넘어 보편적인 인권과 자유를 확대해야 홍콩 청년층이 중국을 신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교수는 “자유와 법치라는 홍콩이 쌓아 올린 가치는 중국에 위협이 아니라 중국이 세계에서 존경받는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자산”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진짜 위기는 경제 침체에서 오는 게 아니라 자유와 개방성의 축소에서 오며, 홍콩의 가치가 위기를 맞을 때 중국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 사진 홍콩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새 정부 향한 기대감’…소비자심리지수 6년 5개월만에 최고치 경신

    ‘새 정부 향한 기대감’…소비자심리지수 6년 5개월만에 최고치 경신

    주가 상승과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국내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6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한국은행은 ‘2017년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통해 6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3.1포인트 상승한 111.1라고 27일 발표했다. 이는 2011년 1월(111.4) 이래 6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 개선되다 2011년 초 저축은행 사태와 동일본 대지진으로 크게 하락했다. 이후 회복 기세를 보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하락한 뒤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촛불시위까지 겪으며 10월 102.0에서 올해 1월 93.3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2월 이래 5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값(2003년 1월∼2016년 12월 장기평균치)인 100을 넘으면 소비자들의 심리가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이번 조사는 6월 13일에서 20일까지 전국 도시의 22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고 이 중 2029가구가 응답했다. 박상우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5월에 새 정부 출범 효과로 소비자심리지수가 대폭 개선됐는데 이후에도 기대감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 상승도 심리 개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 이외에 경기판단CSI, 취업기회전망CSI, 금리수준전망CSI, 생활형편CSI, 가계수입전망CSI, 소비지출전망CSI, 주태가격전망CSI, 임금수준전망CSI 등 대부분의 소비자 동향지수가 상승했다. 다만 생활형편전망CSI, 가계부채CSI, 가계부채전망CSI는 변동이 없었다. 앞으로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0.1%포인트 상승한 2.6%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쓰촨성 산사태서 부모 구한 갓난아기 울음

    쓰촨성 산사태서 부모 구한 갓난아기 울음

    사고 당일 새벽 울음소리에 깼다 굉음에 놀란 부부 유일하게 생존젖먹이의 울음소리가 부모를 살렸다. 그러나 더이상의 기적은 들려오지 않았다. 지난 24일 새벽 중국 쓰촨성 아바 티베트족·창(羌)족 자치주의 마오현 뎨시진 신모촌에서 발생한 최악의 산사태로 옹기종기 모여 살던 62가구가 흙더미와 암석에 깔렸다. 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해발 1600m에 이르는 협곡 정상이 무너져 내리면서 눈덩이처럼 부푼 토사가 순식간에 마을을 삼킨 것이다. 쓰촨성 정부는 25일 오후까지 사고 현장에서 시신 10구를 수습했고 93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앞서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오전까지 시신 24구를 수습했고 109명이 실종상태라고 보도했으나 쓰촨성 정부가 직접 확인에 나서 희생자 현황을 정정했다.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산사태에서 빠져나온 이들은 생후 1개월 된 아기와 그 아기가 구해낸 엄마·아빠뿐이었다. 차오타솨이와 아내 샤오옌춘은 아기가 새벽 5시쯤 갑자기 크게 울자 일어나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다시 잠에 들려는 순간 엄청난 굉음이 들렸고 지면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지진이라고 생각한 부부는 아들을 안고 진흙이 들이닥치는 방안에서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왔다. 차오는 “아기가 울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할 수 없다”며 몸을 떨었다. 엄마·아빠의 목숨을 구해낸 신생아는 구조 직후 입과 코에 진흙이 차고 대변에서 모래가 나오기도 했지만 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그러나 함께 살던 차오의 노부모와 3살배기 딸은 실종 상태다. 2586명이 투입된 구조 현장에선 또 한 차례의 기적이 일어날 뻔했다. 실종자에게 일일이 휴대전화를 걸던 한 구조대원은 돌무덤에 깔린 한 여성과 통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여성은 희미한 목소리로 “좀 전까지만 해도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대원은 여성이 정신을 잃지 않도록 계속 통화를 시도했고 다른 대원들은 필사적으로 땅을 팠다. 하지만 한 시간 정도 흐른 뒤에 여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원들이 흙더미와 암석을 들어냈을 때에는 나란히 누운 남성과 여성의 시신이 있었을 뿐이다. 뎨시진은 예전부터 지진대의 취약한 지질 구조로 인해 잦은 지진과 산사태, 물난리 등 재난에 시달렸다. 1933년 8월 ‘뎨시 지진’이 발생해 2만명이 죽거나 다쳤다. 산사태가 발생한 마오현은 2008년 5월 발생한 규모 8.0의 쓰촨대지진 피해를 직접 겪었던 곳이다. 진원지인 원촨현과는 40㎞ 거리에 불과하다. 당시 지진으로 마오현에서만 3933명이 숨지고 336명이 실종됐다. 창족은 갑골문에도 출현하는 중국 소수민족의 ‘살아 있는 화석’ 같은 존재로, 중국 전설상의 염제(炎帝)와 우(禹) 황제가 선조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산사태로 해당 지역의 수로 2㎞가량이 토사에 가로막히고 도로 1600m가 유실됐다. 흘러내린 흙더미는 1800만㎥에 달하며 산사태의 최대 낙차도 1600m에 달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이준익 감독 “박열은 신념의 인물…우리 시대로 치면 박종철·이한열 열사”

    이준익 감독 “박열은 신념의 인물…우리 시대로 치면 박종철·이한열 열사”

    이준익(58) 감독은 지금까지 열두 편의 영화를 연출했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일곱 편이 역사와 얽혀 있다. ‘왕의 남자’나 ‘황산벌’처럼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친 작품도 있지만 ‘사도’부터는 유독 시대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박열’ 또한 그러한 작품이다. 전작 ‘동주’에 이어 거푸 일제강점기를 조명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노래했던 시인 윤동주나 일본에서 대역죄인을 자처하며 사형을 쟁취하려 했던 아나키스트 박열 모두 “능동적 근대성을 남긴 인물”이라고 이 감독은 이야기한다.“역사 영화를 많이 찍다 보니 오히려 역사에 대한 기갈이 듭니다. 우리가 서양 교육을 받으며 자라서인지 역사도 서양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상한 관성 탓인 거 같아요. 식민지 근대화론에 뿌리를 둔 피동적인 근대성보다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근대성을 찾아내고 싶었습니다. 우리 역사를 정치사와 전쟁사가 아닌 민중사로 읽으면 동학혁명에서 비롯된 민중의 함성이 오늘날의 ‘촛불’로 이어진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사이사이에 있던 능동적 근대성의 거점들을 찾아 짚어 주고 싶었어요. 그 선상에 윤동주도, 박열도 있는 거죠.”유관순과 같은 해에 태어난 박열(1902~1974)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항일운동가는 아니다. 1919년 3·1운동에 참여했고, 문경으로 낙향해 제2만세운동을 이어 가려다 그해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 청년들과 교류하며 무정부주의운동과 노동운동을 펼쳤다. 그의 삶은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변곡점을 맞는다. 당시 폭동을 우려한 한 일본 대신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가짜 뉴스를 흘려 불과 사흘 만에 조선인 6000여명이 학살당한다. 일본 내각은 국면 전환용으로 당대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던 박열의 혐의를 부풀려 일 왕세자 폭탄 암살 음모의 주동자로 꾸민다. 그는 무죄를 주장하기보다는 제국주의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라며 죄를 기꺼이 뒤집어쓴다. 영화는 그러나 박열을 영웅으로만 그리지는 않는다. 이십대 초반, 질풍노도의 모습이 많다. “피 끓는 청년이었으니까 할 수 있었던, 기성세대에 편입되지 않은 채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밀어붙였던 과정이 영화에 담겨 있어요. 박열은 우리 시대로 치면 박종철, 이한열 열사라고 봅니다.” 이 감독은 박열을 단순히 치기 어린 청춘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오류라며 경계하기도 했다. “정교하고 치밀하게 제국주의에 항거했던 놀라운 신념의 인물입니다.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조선 청년의 기개와 신념을 현실로 만들어 낸 행동주의자죠. 그 지점에 박열의 특별함이 있습니다.” 영화는 암울했던 일제강점기를 다루지만 코믹 요소가 상당하다. 일본 내각의 모습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에 다름 아니다. 전작인 ‘동주’와는 또 다른 스타일. 그렇게 엄숙주의를 탈피했다는 점에서는 최동훈 감독의 ‘암살’과 궤를 같이한다. “‘암살’은 우리 영화의 큰 성과를 보여 준 사례에요. 식민지 시대를 바라보는 정서적 다양성을 열어 줬죠.” 국가주의, 민족주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아시아 역사 공동체 의식을 꿈꾸는 이 감독은 ‘박열’에서 식민지 시대의 억울함을 하소연하거나 반일 감정이나 분노를 유발하려 하지 않는다. 또 ‘동주’에서 윤동주 못지않게 송몽규가 부각됐던 것처럼 박열의 동지이자 동거인인 일본 여성 가네코 후미코를 또 한 명의 주인공이자 시대를 앞서간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전면에 내세운다. 박열은 가네코 후미코가 있어 완성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의 상당 부분이 일본 역사학자 야마다 쇼지가 쓴 ‘가네코 후미코’ 평전에 기대고 있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무척이나 불량스러워 보이는 이제훈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포스터가 공개됐을 때 일본의 인기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배가본드’ 이미지가 연상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영화 속 박열의 외모는 오만 가지 밑바닥 생활을 전전했던 그의 실제 기록을 토대로 한 겁니다. 사진을 보면 그 만화가 오히려 박열의 모습을 참조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죠. 허허허.”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실화라 더 끌린다 천만이 또 보인다

    실화라 더 끌린다 천만이 또 보인다

    실제 역사 조명 영화 상당수 올 첫 천만영화 기대감 상승 극장가 성수기를 알리는 무더위가 찾아오며 할리우드 대작과 국내 기대작들이 속속 개봉 채비를 갖추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 속에서도 실제 역사를 조명한 영화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올해 첫 천만 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오는 28일 개봉하는 ‘박열’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활동한 아니키스트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동거인인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다. 1923년 일본 간토대지진 당시 무고한 조선인 6000여명이 학살당하자 이에 대한 관심을 돌려 사태를 무마하려는 일본 정부에 의해 체포된 이들은 일본의 만행을 세계만방에 알리고자 일 왕세자 폭탄 암살 계획의 배후를 자처하며 사형 선고를 ‘쟁취’하려 한 실존 인물이다. 불과 5억원을 들인 전작 ‘동주’로 제작비 17배에 달하는 88억원(누적 관객 117만명)의 극장 수익을 올린 이준익 감독이 26억원으로 불러낸 ‘박열’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이다. 독립운동에 대한 엄숙주의에서 탈피했다는 점에서 ‘암살’과 궤를 같이하는 작품이다. 이제훈과 최희서의 열연이 돋보인다.올해 최고 기대작 ‘군함도’는 7월 말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일제강점기 막바지인 1940년대 중반 돈을 벌게 해준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일본 군함도(하시마섬)의 해저 1000m 깊이 막장에서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노동을 착취당하던 조선인 수백명이, 자신들을 가둔 채 갱도를 폭파하려는 일제의 계획을 눈치채고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는 과정을 그렸다.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이 쌍천만에 도전한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등 초호화 캐스팅이다. 순제작비 220억원에 마케팅 비용까지 합쳐 260억원을 웃도는, 순수 국산 영화로는 역대 최고 제작비가 투입됐다. 손익 분기점만 해도 700만명이다. 흥행하지 않으면 안 될 요소를 두루 갖췄다. 하시마섬 강제 징용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은 이 영화를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본 언론은 최근 열린 제작보고회를 찾아 어느 정도까지 역사적 사실인지, 영화가 공개되면 한·일 관계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이들 영화에 앞서 20일 간판을 올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는 ‘군함도’에 필적할 전쟁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8일간의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해안을 배경으로 독일군에게 포위된 영국군을 비롯한 연합군 40만여명의 극적인 탈출 작전을 담았다. 그간 스크린에서 자주 다뤄진 전투가 아니라 눈길을 끈다. 놀란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이후 한국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군림하고 있는 해외 감독이다. 100만명 이상을 동원한 작품만 연거푸 네 개다. 2008년 ‘다크 나이트’ 408만명을 시작으로, 2010년 ‘인셉션’ 582만명, 2012년 ‘다크나이트 라이즈’ 639만명, 2014년 ‘인터스텔라’ 1030만명 등 누적 관객이 2600만명을 크게 웃돈다. ‘덩케르크’로 누적 3000만명을 돌파할지 관심이다. SF 영화를 찍더라도 아날로그적인 기법을 활용해 리얼리티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놀란 감독이 첫 실화, 그것도 전쟁물에서 어떠한 스펙터클을 빚어낼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톰 하디, 킬리언 머피, 케네스 브래너 등 배우들의 티켓 파워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8월 초에는 ‘택시운전사’가 나선다. ‘의형제’로 잘 알려진 장훈 감독이 ‘고지전’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내거는 작품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취재하려는 독일 기자를 태우고 1980년 5월의 광주로 향했던 택시기사의 실화를 영화적으로 풀었다. 1980년 그 시절을 정밀하게 재연하기 위해 제작비 150억원을 투입했다. 장 감독과는 ‘의형제’ 이후 7년 만에 의기투합한 송강호를 비롯해 독일의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최귀화 등 국내외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뱀 형태 로봇 등장…재난 현장 탐사·구조작업 (영상)

    뱀 형태 로봇 등장…재난 현장 탐사·구조작업 (영상)

    일본에서 뱀을 쏙 빼닮은 독특한 형태의 로봇이 개발됐다. 도호쿠대학 연구진이 최근 공개한 이 로봇은 길이 8m의 가늘고 긴 형태를 띠고 있으며, 앞쪽에는 머리 역할을 하는 센서와 카메라가 내장돼 있다. 또 둥글고 긴 ‘몸통’ 외부로는 마치 동물의 피부를 연상케 하는 ‘털’이 심어져 있다. 이 로봇은 재난 및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수색하기 어려운 곳까지 샅샅이 탐색하기 위해 개발됐다. 특히 지진이나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무너진 건물의 돌무더기 사이를 오가거나 벽을 기어오르며 부상자를 구조하는데 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몸통 외부를 감싸고 있는 털 형태의 인조모(毛)는 로봇의 외부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더욱 원활하게 재난 현장을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세계 최초 뱀 형태의 로봇인 이것은 전방에 탑재된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장애물을 피하거나 방향을 바꿀 수 있고, 무게 3㎏까지의 물건을 싣고 초속 10㎝의 속도로 이동할 수도 있다. 연구를 이끈 사토시 타도코로 교수는 “2011년 발생한 일본대지진 등 최근 일본을 덮친 크고 작은 지진을 겪으면서 이 로봇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면서 “지진이나 쓰나미로 집과 건물이 붕괴됐을 때, 내부에서 그나마 안전한 장소가 어디인지, 어느 지점의 건물 잔해에 부상자가 있는지 등을 조사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재해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면서 “3년 이내에 현장 투입이 가능할 정도로 업그레이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해당 로봇을 이미 후쿠시마 원전 탐사에 투입해 테스트를 마쳤으며, 이때 발견한 문제점들을 수정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전문] 문 대통령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 기념사…“탈핵 시대로”

    [전문] 문 대통령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 기념사…“탈핵 시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새 정부는 탈원전과 함께 미래에너지 시대를 열겠다”며 “신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을 비롯한 깨끗하고 안전한 청정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기념사 전문 『2017년 6월 19일 0시, 대한민국은, 국내 최초의 고리원전 1호기를 영구 정지했습니다. 1977년 완공 이후 40년 만입니다. 지난 세월 동안 고리 1호기는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뒷받침했습니다. 가동 첫 해인 1978년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9%를 감당했고, 이후 늘어난 원전으로 우리는 경제 발전 과정에서 크게 늘어난 전력수요에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고리 1호기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역사와 함께 기억될 것입니다. 1971년 착공을 시작한 그때부터 지금까지 고리 1호기가 가동되는 동안 많은 분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청춘과 인생을 고리 1호기와 함께 기억하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앞으로 고리 1호기를 해체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분들이 땀을 흘리게 될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하며, 특히 현장에서 고리 1호기의 관리에 애써 오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입니다.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입니다. 저는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가 국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새로운 합의를 모아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낮은 가격과 효율성을 추구했습니다. 값싼 발전단가를 최고로 여겼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후순위였습니다.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고려도 경시되었습니다. 원전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우리가 개발도상국가 시기에 선택한 에너지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바꿀 때가 됐습니다. 국가의 경제수준이 달라졌고,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확고한 사회적 합의로 자리 잡았습니다.국가의 에너지 정책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야 합니다. 방향은 분명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환경,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합니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 저는 이것이 우리의 에너지 정책이 추구할 목표라고 확신합니다. 지난해 9월 경주 대지진은 우리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진도 5.8, 1978년 기상청 관측 시작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가장 강한 지진이었습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스물 세 분이 다쳤고 총 11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경주 지진의 여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엿새 전에도 진도 2.1의 여진이 발생했고, 지금까지 9개월째 총 622회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대한민국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라고 믿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당면한 위험을 직시해야 합니다. 특히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는 너무나 치명적입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지진에 가장 잘 대비해온 나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2016년 3월 현재 총 1368명이 사망했고, 피해복구에 총 22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 것이라고 합니다. 사고 이후 방사능 영향으로 인한 사망자나 암 환자 발생 수는 파악조차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이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그 이후 서구 선진 국가들은 빠르게 원전을 줄이면서 탈핵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핵 발전소를 늘려왔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원전이 가장 밀집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국토면적당 원전 설비용량은 물론이고 단지별 밀집도, 반경 30Km 이내 인구 수도 모두 세계 1위입니다. 특히 고리 원전은 반경 30Km 안에 부산 248만명, 울산 103만명, 경남 29만명 등 총 382만명의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월성 원전도 130만명으로 2위에 올라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30Km 안 인구는 17만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보다 무려 22배가 넘는 인구가 밀집되어 있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아주 낮지만 혹시라도 원전 사고가 발생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대선에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약속드렸습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전혀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세월호 아이들과 맺은 굳은 약속입니다. 새 정부는 원전 안전성 확보를 나라의 존망이 걸린 국가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하겠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점검하고 챙기겠습니다. 원자력 안전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위원회로 승격하여 위상을 높이고, 다양성과 대표성, 독립성을 강화하겠습니다. 원전 정책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습니다.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습니다.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겠습니다.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습니다. 현재 수명을 연장하여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하여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습니다.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습니다.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5, 6호기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 비용, 보상 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 고려하여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습니다. 원전 안전 기준도 대폭 강화하겠습니다. 지금 탈원전을 시작하더라도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는 앞으로도 수십년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입니다. 그 때까지 우리 국민의 안전이 끝까지 완벽하게 지켜져야 합니다. 지금 가동 중인 원전들의 내진 설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보강되었습니다. 그 보강이 충분한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겠습니다. 새 정부 원전 정책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원전 운영의 투명성도 대폭 강화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원전 운영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고, 심지어는 원자로 전원이 끊기는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과거 정부는 이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은폐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새 정부에서는 무슨 일이든지 국민의 안전과 관련되는 일이라면 국민께 투명하게 알리는 것을 원전 정책의 기본으로 삼겠습니다. 탈원전을 둘러싸고 전력수급과 전기료를 걱정하는 산업계의 우려가 있습니다. 막대한 폐쇄 비용을 걱정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수만년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후손들을 위해 지금 시작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저의 탈핵, 탈원전 정책은 핵발전소를 긴 세월에 걸쳐 서서히 줄여가는 것이어서 우리 사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께서 안심할 수 있는 탈핵 로드맵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새 정부는 탈원전과 함께 미래에너지 시대를 열겠습니다. 신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을 비롯한 깨끗하고 안전한 청정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하여 에너지 산업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세계는 에너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고온, 파리 기후협정 등 국제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석유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가 ‘탈석유’를 선언하고 국부 펀드를 만들어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애플도 태양광 전기 판매를 시작했고 구글도 ‘구글 에너지’를 설립하고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지 오래입니다. 우리도 세계적 추세에 뒤떨어져서는 안됩니다. 원전과 함께 석탄화력 발전을 줄이고 천연가스 발전설비 가동률을 늘려가겠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전면 중단하겠습니다. 노후된 석탄화력발전소 10기에 대한 폐쇄 조치도 제 임기 내에 완료하겠습니다. 이미 지난 5월 15일 미세먼지 대책으로 30년 이상 운영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를 일시 중단한 바 있습니다. 석탄화력 발전을 줄여가는 첫 걸음을 시작했습니다. 태양광, 해상풍력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해 가겠습니다. 친환경 에너지 세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에너지 고소비 산업구조도 효율적으로 바꾸겠습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재편하여 산업부분에서의 전력 과소비를 방지하겠습니다. 산업 경쟁력에 피해가 없도록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중소기업은 지원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는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입니다. 원전 해체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 원전 해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원전 해체는 많은 시간과 비용과 첨단 과학기술을 필요로 하는 고난도 작업입니다. 탈 원전의 흐름 속에 세계 각국에서 원전 해체 수요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미국 등 선진국의 80% 수준이며, 원전 해체에 필요한 상용화 기술 58개 중에 41개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좀 더 서두르겠습니다. 원전 해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 동남권 지역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고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이 원전 해체 산업 선도국가가 될 수 있도록 정부는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지금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면서 안정적인 전력공급도 유지해야 합니다. 원전과 석탄화력을 줄여가면서 이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를 제 때에 값싸게 생산해야 합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정부와 민간, 산업계와 과학기술계가 함께해야 합니다. 국민들의 에너지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탈원전, 탈석탄 로드맵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겠습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가야 할 길입니다. 건강한 에너지, 안전한 에너지, 깨끗한 에너지 시대로 가겠습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진모의 테마토크] ‘노무현입니다’와 ‘박열’에 주목할 이유

    [유진모의 테마토크] ‘노무현입니다’와 ‘박열’에 주목할 이유

    지난달 25일 개봉된 영화 ‘노무현입니다’(이창재 감독)는 사실 영화적 예술성이나 재미 등을 따지기엔 무리가 있다. 그런데 왜 관객을 끌어들일까. 인권변호사 출신 노무현은 제13대 총선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하지만 1992년 14대 총선에서 소포모어 징크스에 부닥친다. 3년 뒤 부산시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다. 이듬해 15대 총선에서 미끄러졌다 1998년 보궐선거 때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당당하게 재기한다. 그런데 2000년 16대 총선에서 부산을 지역구로 선택해 낙선한다. 그 후 새천년민주당의 대선 후보 국민참여경선에 뛰어든다. 지지율 2%에 불과했던 그가 강력한 후보 이인제를 극적으로 뛰어넘은 뒤 결국 대통령이 되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영화는 훑고 지나간다. 열렬한 노무현 지지자가 아닐지라도 매우 슬프다. 통곡할 만하다. 누가 봐도 노무현을 추억하자는, 그리고 인간 노무현을 제대로 알아보자는 취지가 담긴 연출 의도가 곳곳에 짙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책가방 끈이 짧다는 콤플렉스’에 시달린 대통령이었고,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자란 세뇌를 바로잡아 주고자 노력한 국민의 한 사람이었으며, 오로지 개혁과 통합(동서의 화합)만이 목적인 정치인이었다. 세상이 어수선해 잠시 잊고 지냈던 고인에 대한 그리움, 미처 몰랐던 그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새삼스레 입증된 그의 고매한 인격과 인간적 고뇌에 공감하는 입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 게 흥행 성공의 이유일 것이다.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새삼 그를 재발견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오는 28일엔 ‘박열’(이준익 감독)이 개봉된다. 노무현이 대통령 최초의 탈권위적 이단아였다면 박열은 독립운동가 중 가장 점잖지 못한 이단아였다. 17살에 3·1운동에 참여했다가 탄압을 피해 도쿄로 간 그는 한국과 일본의 아나키스트들을 규합해 불령사를 조직, 독립운동을 펼친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1살 연하의 가네코 후미코와 사랑에 빠져 동거하다 간토대지진이 야기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계략에 의해 투옥된다. 영화가 집중하는 곳은 두 사람이 일본의 회유와 협박과 고문 속에서도 꿋꿋하게 사형을 요구하는 법정 다툼이다. 박열은 자신의 죽음을 통해 조국의 국민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자주독립의 의지를 활활 불사르기를 원한다. 후미코 역시 일본이 천황이란 가짜 신을 만들고 섬기는 게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을 유지하고 늘리기 위함이란 박열과 같은 생각을 갖고 천황과 황태자를 암살하려 한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 어떤 부부보다 서로 사랑한 박열과 후미코는 가난해도 마음에 여유가 넘치는 아나키스트였고, 그래서 소신을 포기하면 육체는 편할 수 있었다. 대다수가 추구하는 일차원적 행복, 헤도니아는 그들 가까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죽음을 불러들이면서까지 일본의 제국주의에 항거한 이유는 에우다이모니아의 행복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노무현입니다’의 에필로그에서 거리를 누비며 시민들에게 “노무현입니다”라고 인사하며 자신을 알리는 노무현의 삶에서도, 스스로 선택한 죽음에서도 세상에 들끓는 부조리에 대해 분노하고 빼앗긴 인격과 자존감에 항거하는 에우다이모니아를 느낄 수 있다. 차안과 피안의 경계를 허물 수 있다는 해탈의 에우다이모니아가 감지된다. 그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의 표정에선 상실의 시대에 고뇌하던 그의 침윤된 정의의 가치관이 읽힌다.
  • [손성진 칼럼] 탈원자력, 탈석탄 그후

    [손성진 칼럼] 탈원자력, 탈석탄 그후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탈원자력, 탈석탄이다. 반핵,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이다. 원자력과 석탄의 매력은 무엇보다 발전 원가가 싸다는 데 있다. 원가 순위를 보면 대체로 원자력, 석탄, LNG, 태양광(대), 풍력(육상), 바이오매스, 석유 순이다. 그러나 러시아 체르노빌과 일본 후쿠시마 사고에서 보듯 원전 사고의 피해는 원자폭탄 폭격에 버금가는 재앙이다. 발전 원가가 가장 싸지만 위험도 가장 큰 두 얼굴을 지닌 에너지가 원자력이다. 후쿠시마 원전이 쓰나미에 무력하게 붕괴되면서 원전에 대한 불신은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독일, 스위스, 대만 같은 국가들이 원전을 포기했다. 세계 최대의 원전 국가인 프랑스도 원전 비중을 줄일 계획이다. 우리도 같은 길을 걸으려 한다. 왜곡과 과장 논란 속에서도 40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원전 재난 영화 ‘판도라’도 반핵주의에 힘을 실어 줬다. 원전은 국가의 선택 문제이며 이념과도 결부돼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어느 나라에서나 반핵 시위는 격렬해졌다. ‘원전 제로’를 내걸고 당선된 진보 성향인 대만 차이잉원 총통은 2025년까지 전력 생산의 14%를 담당하는 원전 3기의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역시 탈원전을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률 28%인 신고리 5, 6호기의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10년간 운전연장 허가를 받았던 국내 최고(最古) 고리 1호기도 오는 18일 영구 정지된다.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도 2022년 5월까지 임기 내에 모두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전력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석탄 화력 34.1%, 원자력 28.8%로 둘을 합치면 63%에 이른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반드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발전 원가가 싼 두 전력원의 포기는 전기요금 상승이라는 필연적인 부담이 따른다. 17기의 원전 가동 중단을 결정한 독일은 지난 12년 동안 전력요금이 78%나 올랐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도 LNG나 태양광으로 대체하면 대략 20%가량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위험과 건강 피해를 회피하는 대가로 그만한 부담을 질지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은 친환경 에너지임이 틀림없지만 부산 같은 대도시보다 더 큰 부지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경제·산업적인 측면에서의 원자력의 중요성이다. 25기의 원전을 가진 한국은 건설·운영에서도 원전 강국이다. 원전 기술과 인력을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함으로써 총 76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과 같은 막대한 경제적 이득은 거의 포기할 수밖에 없다. 국내 원전 관련 기업도 500개가 넘는다. 짓고 있는 원전 건설에 이미 투입된 매몰 비용도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다. 그런 한편으로 후쿠시마 사고 후 전체 원전 54기의 가동을 중단했던 일본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참고할 만하다. 일본이 다시 원전을 재가동하는 데 걸린 기간은 23개월에 불과했다. ‘모든 원전의 가동 중단은 일본의 집단자살’이라고 한 센고쿠 요시토 전 관방장관의 발언이 결코 과격하지 않았음을 깨달은 시간이다. 이가타 원전 등 4기는 이미 재가동에 들어갔고 모두 12기가 재가동 합격 판정을 받았다. 2011년 도호쿠 대지진 당시 2030년까지 ‘원전 가동 제로’를 실행하겠다고 한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약속을 아베 신조 정부가 뒤집은 것이다. 일본의 원전 정책 전환 배경은 앞서 말한 두 가지 이유와 같다. 원전 가동 중단 이후 일본의 전기요금은 가정용이 20%, 산업용은 30% 급등했다. 반면 원전 관련 회사들의 매출은 절반으로 줄었다. 142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의 대표 기업 도시바는 원전 건설 자회사 웨스팅하우스의 경영 악화로 반도체 사업마저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탈원전을 선언한 이상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원전과 석탄화력을 제외할 때 어떤 에너지 믹스를 선택하는 게 최선인지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관련 산업의 손실을 어떻게 줄일지 지금부터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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