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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선 기름, 만성 스트레스 ↓ PTSD 치료에도 도움”(연구)

    “생선 기름, 만성 스트레스 ↓ PTSD 치료에도 도움”(연구)

    생선 기름이 만성 스트레스를 줄이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일본 도쿄대 공동 연구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당시 사고 수습에 나섰던 구조대원 172명에게 오메가3 지방산이 함유된 어유(魚油)보충제를 주고 PTSD 예방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러고 나서 이들을 보충제를 먹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 분석했다. 여기서 대조군은 재난의료지원팀(DMAT·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에 속하는 구조대원 약 1만1000명이다. 그 결과, 어유보충제를 권장량 섭취한 여성 구조대원들은 PTSD를 평가하는 측정도구인 ‘사건충격척도’(IES·Impact of Event Scale)에서 현저하게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PTSD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남성 구조대원들 사이에서는 어떤 효과도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는 어유보충제가 여성들 사이에서만큼은 PTSD 치료에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일반인들에게도 효과가 있는지 보려면 더 많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연구에서는 어유보충제가 지속적인 만성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스트레스는 뇌의 신경계를 계속해서 활성화되도록 해 시간이 흐르면 신체 전반에 손상을 일으킨다. 대부분 증상은 PTSD 증상과 비슷하다. 사실 PTSD는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사회적으로 심각한 질병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뇌에 생물·화학적인 영향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어유보충제가 PTSD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외상성 사고 직후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들에게 어유보충제를 섭취하도록 처방한 결과, PTSD를 일으킬 가능성이 훨씬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정신치료의학회가 발행하는 ‘정신치료-심신의학 저널’(Journal of Psychotherapy and Psychosomatics) 최신호(4월호)에 실렸다. 사진=dolgachov / 123RF 스톡 콘텐츠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드루킹 인사청탁 靑전달 어렵게 되자 협박받았다”

    3월 한 달만 3190개 URL 보고 경찰 “金, 안 읽고 의례적 답변만”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인터넷 댓글 조작으로 구속된 전 민주당 당원 김모(인터넷 필명 ‘드루킹’)씨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해 “드루킹으로부터 대형 로펌 변호사를 일본 오사카 총영사직에 추천받아 청와대에 전달했지만 어렵다는 연락을 받아 (드루킹에) 전달한 뒤 반협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대선 뒤 드루킹이 의원회관으로 찾아와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를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해 이력서를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전달했다”며 “청와대에서는 정무적 경험이나 외교 경력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어렵다고 연락을 받았고 (드루킹에게)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는 ‘자기들이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 줄 수 있다’ 이런 식의 반위협성 발언을 했다”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그 이후(지난 2월) 거리를 뒀으며 민정비서관에게 이런 상황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3월 초에 추천받은 인사를 1시간가량 만났는데 ‘일본에 대지진이 날 것’이라는 등 황당한 얘기를 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이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청와대가 김씨를 접촉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드루킹으로부터 후원을 받았는지에 대해 “2016년 드루킹의 본명 명의로 10만원이 입금됐는데 본인이 맞는지 확인 중”이라며 “500만원을 후원한 사람 중에 (드루킹 측에 속한) 회원이 누군지 알 수 없어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6·13 지방선거’ 경남지사 출마 여부에 대해 “가능하면 19일에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한편 댓글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경찰청은 드루킹이 지난 3월에만 텔레그램 ‘일대일 비밀대화방’에 3190개의 기사 인터넷 주소(URL)를 담은 115개 말풍선(메시지)을 김 의원에게 보고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또 검찰에 송치한 김씨 등 3명 외에 추가로 공범 2명이 더 있는 것으로 확인하고 이들에 대한 신병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김씨가 김 의원에게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연락한 기간이 2016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4개월”이라면서 “김씨가 김 의원에게 활동 사항과 서류 파일, 기사 제목과 링크를 보냈지만 김 의원은 대부분 읽지 않았고 ‘고맙다’ 정도의 의례적인 답변만 했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핵잼 라이프] 쓰촨성 지진 속 생존 ‘콜라 소년’… 트라우마 딛고 진짜 ‘코크맨’ 됐다

    [핵잼 라이프] 쓰촨성 지진 속 생존 ‘콜라 소년’… 트라우마 딛고 진짜 ‘코크맨’ 됐다

    2008년 5월은 중국인에게 가장 아픈 날 중 하나로 기억된다. 쓰촨성에 규모 7.9의 지진이 덮치면서 최소 6만 9000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여전히 쓰라린 날들로 기억되는 쓰촨 대지진이 발생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눈물 없이는 듣고 볼 수 없는 수많은 사연이 쏟아졌던 가운데, 기적적으로 생존한 생존자들의 현재가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그중 한 명인 쉐샤오(薛梟)는 당시 18살 소년이었다. 지진이 발생한 지 3일 무려 80시간 동안 건물 잔해 더미에 갇혀 있던 이 소년은 기적적으로 구출된 뒤 구조대원에게 “아저씨, 콜라가 먹고 싶어요. 차게 얼린 콜라 좀 주세요”라고 외쳐 화제를 모았다. 언론은 쉐샤오를 ‘콜라 소년’이라고 칭하며 앞다퉈 구조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고, 쉐샤오는 끔직한 재난 현장에서 인간 승리의 기적을 보여 주며 ‘중국을 웃게 한 소년’이라 불렸다. 10대 소년이었던 쉐샤오는 지진의 공포를 딛고 1년 뒤 상하이재경대학에 입학해 금융경제를 전공했고, 2013년 졸업과 함께 한 회사에 취직해 지금까지 근무 중이다. 쉐샤오가 입사한 회사는 다름 아닌 코카콜라 중국지사. 생사의 갈림길에서 콜라를 외쳤던 소년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진짜 ‘코크맨’이 된 것이다. 인턴 과정을 거쳐 최근에는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는 기쁨도 얻었다. 물론 자신이 평소 좋아하는 음료회사의 직원이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 쉐샤오의 가족은 지진으로 터전을 잃었고, 쉐샤오 자신은 당시 입은 부상으로 오른쪽 팔을 잘라 내야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진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은 그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 하지만 누구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공부를 쉬지 않았던 그는 자신이 겪은 아픈 과거를 당당하게 드러내 일자리까지 얻는 데 성공했다. 그는 청두비즈니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지진으로 폐해 더미에 깔렸고, 이 과정에서 피부가 다 벗겨지고 팔이 잘리기까지 했다. 이런 일들도 극복했는데, 내가 헤쳐 나가지 못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라며 ‘무한 긍정’의 모습을 보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트라우마와 싸우는 것은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일과 다르지 않다. 지난 10년간 쉐샤오는 끊임없이 두려움에 떨었고, 잘려 나간 오른팔을 보며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희망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콜라를 좋아했던 소년은 그렇게 ‘코크맨’이 됐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송혜민의 피플스토리+] 지진 속 80시간 갇혔던 中 ‘콜라 소년’ 근황

    2008년 5월은 중국인에게 가장 아픈 날 중 하나로 기억됩니다. 쓰촨성에 규모 7.9의 지진이 덮치면서 최소 6만 9000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쓰라린 날들로 기억되는 쓰촨대지진이 발생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눈물 없이는 듣고 볼 수 없는 수많은 사연이 쏟아졌던 가운데, 기적적으로 생존한 생존자들의 현재가 다시금 조명되고 있습니다. 그 중 한명인 쉐하오(薛梟)는 당시 18살 소년이었습니다. 지진이 발생한 지 3일, 무려 80시간동안 건물 잔해더미에 갇혀있던 이 소년은 기적적으로 구출된 뒤 구조대원에게 “아저씨, 콜라가 먹고 싶어요. 차게 얼린 콜라 좀 주세요”라고 외쳤었죠. 언론은 쉐하오를 ‘콜라 소년’이라고 부르며 앞 다퉈 소년의 구조과정을 보도했고, 쉐하오는 끔직한 재난 현장에서 구조의 손길을 놓아서는 안 되며 그 노력의 결실은 생존자 발견으로 이어진다는 희망을 전했다는 의미에서 ‘중국을 웃게 한 소년’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10대 소년이었던 쉐하오는 지진의 공포를 딛고 1년 뒤 상하이재경대학에 입학해 금융경제를 전공했고, 2013년 졸업과 함께 취직해 현재까지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쉐하오가 입사한 회사는 다름 아닌 코카콜라 중국지사. 생사의 갈림길에서 콜라를 외쳤던 소년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진짜 ‘코크맨’(Coke man)이 된거죠. 인턴 과정을 거쳐 최근에는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는 기쁨도 얻었습니다. 물론 자신이 평소 좋아하는 음료회사의 직원이 되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쉐하오의 가족은 지진으로 터전을 잃었고, 쉐하오 자신은 당시 입은 부상으로 오른쪽 팔을 잘라내야 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지진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는 것은 그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공부를 쉬지 않았고, 자신이 겪은 아픈 역사를 당당하게 드러내 일자리까지 얻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는 청두비즈니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지진으로 폐해더미에 깔렸고, 이 과정에서 피부가 다 벗겨지고 팔이 잘리기까지 했어요. 이런 일들을 극복했는데, 제가 헤쳐 나가지 못할 일이 또 있을까요?”라며 ‘무한 긍정’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트라우마와 싸우는 것은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10년간 쉐하오는 끊임없이 두려움에 떨었고, 잘려나간 오른팔을 보며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겠죠. 하지만 희망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콜라를 좋아했던 소년은 그렇게 ‘코크맨’이 됐으니까요.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In&Out] 저출산 시대, 청년이 선택할 수 있는 여건 만들어야

    [In&Out] 저출산 시대, 청년이 선택할 수 있는 여건 만들어야

    날이 따뜻해지면 혼인을 준비하는 커플들이 결혼준비와 신혼집 마련으로 부산을 떤다. 예식 관련 업체들이 이맘때 바빠지는 것이 흔한 풍경이다. 하지만 이런 풍경은 이제 역사박물관에서나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혼인건수가 해마다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35만건이던 혼인건수는 지난해 26만건으로 대폭 줄었다.혼인건수가 이렇게 줄어든 까닭은 혼인 연령층 자체가 줄어든 원인이 크다. 2000년부터 급격히 하락한 출산율 영향으로 청년층 인구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자녀 수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로 떨어진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출산율이 높아지기는커녕 지난해 최저인 1.05명을 기록했다. 내년엔 1명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의 주요 원인은 혼인에 대한 청년층 의식이 바뀐 데 있다. 취업난을 겪는 청년층의 소득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사랑에 기반한 혼인보다 현실적 판단인 경제적 여건을 중시하는 이성적 혼인이 늘어났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혼인하지 않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경제활동에 참가해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기대나 의식이 높아진 것은 당연하다. 필자가 서울시 여성의 미혼이나 이혼 등 비혼에 대한 원인을 분석한 결과 교육수준이 낮은 여성들은 비혼에 머무를 확률이 매우 높다. 경제적 지위가 비교적 높다고 여겨지는 강남 3구에 거주하는 여성은 강북 지역이나 비강남 지역 거주 여성보다 비혼율이 확연하게 높다. 단순히 교육수준이나 소득 자체가 혼인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복합적인 사회경제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이 요인은 경제적 요인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 신분적 속성이 작용한다. 혼인은 소득, 교육수준, 연령, 가족 등 각각 개별적 요소가 아니라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물이자 그 시대상을 반영한 총체적 결과물이다. 사회학자로서 주목하는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전후 세태의 변화이다. 이 시절 유년기와 청소년 시절을 경험한 아이들이 지금 30대 초·중반 청년들이다. 이들이 어린 나이에 경험해 자신도 모르게 남아 있는 트라우마적 상황이 지금의 혼인 기피, 비혼과 저출산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마치 후쿠시마 대지진으로 일본인들이 정서적 지진을 겪었던 것처럼 외환위기 역시 지금 청년들에게 적지 않은 상흔을 남겼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해 줄 것은 무조건 결혼하고 힘들어도 참고 아이를 낳고 기르라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지금처럼 일자리가 줄어들고, 사회경제 계층의 이동이 둔화되고 부동산과 같은 자산이 세습되는 사회에서는 청년이 스스로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부동산은 상위 10%가 97% 이상을 갖고 있어 부의 세습 원인이 되고 있으며 동시에 토지의 합리적 이용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토지 공개념을 도입하고 토지보유세 부과를 통한 부의 세습과 편중을 고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혼인과 출산을 결정해야 하는 청년층에게 혼인의 순결과 사랑, 자녀양육으로 인한 생의 의미를 백 마디하는 것보다 그들이 직업을 갖고 보금자리를 만들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구조적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의미 있다. 서울 강남에서 태어났건 강북, 신도시, 혹은 지방에서 자랐건 모두가 소중한 젊은이들이다. 혼인과 출산 그리고 육아의 책임을 청년들에게 지우는 게 아니라, 사회 모든 구성원이 미래의 부모인 청년에게 자녀를 어떻게 교육시키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게 하느냐를 결정하게끔 선택권을 주는 것이 미래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이다.
  • 日서 불탄 줄 알았던 ‘효종실록’ 귀환

    日서 불탄 줄 알았던 ‘효종실록’ 귀환

    일본에서 불타 없어진 줄 알았던 조선왕조실록 ‘효종실록’ 1책(권20)이 고국에 돌아왔다.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국내 문화재매매업자가 지난해 11월 일본 경매에서 낙찰받은 ‘효종실록’ 1책을 지난달 15일 경매사를 통해 구매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에 구매한 ‘효종실록’은 1661년(현종 2년)에 편찬된 것으로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 사고에 보관되었다가 1913년 일본 동경제국대학(현 도쿄대)으로 반출됐다. 당시 같이 반출된 실록들(총 788책)은 1923년 관동대지진 때 대부분 소실됐고 ‘효종실록’도 당시 같이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11월 일본 경매에 나오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효종실록’은 국보 151-3호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의 일부이자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있는 ‘정족산사고본’(국보 제151-5호), 부산 국가기록원에 소장된 ‘태백산사고본’(국보 제151-2호)과 동일한 판본이다. 내지와 본문에는 ‘동경제국대학도서인’이라는 인장이 찍혀 있다. 평창 오대산 사고에 보관돼 있던 조선왕조실록은 모두 788책이었으나 관동대지진 이후 74책만 보존됐다고 전해진다. 그중 중종실록 20책, 선조실록 7책 등 27책이 1932년 경성제국대학(현 서울대)으로 이관됐고 성종실록 9책과 중종실록 30책, 선조실록 8책 등 47책은 2006년 7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있던 오대산사고본은 조선시대에 실록을 여러 사고에 분산해 두던 규정에 따라 2016년 74책이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이관됐다. 국립고궁박물관은 6월 24일까지 상설전시실에서 이번에 들여온 효종실록을 일반에 공개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지진으로 전기 끊어졌던 엿새… 손글씨로 기사 쓴 기자들

    [그 책속 이미지] 지진으로 전기 끊어졌던 엿새… 손글씨로 기사 쓴 기자들

    6일간의 벽신문/이시노마키히비신문사 편집/이상희, 최낙진 옮김/패러다임북/216쪽/1만 3000원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에 이은 대형 쓰나미가 도호쿠 지방을 덮쳤다. 이먀기현 지역 신문 ‘이시노마키히비신문사’ 윤전기도 침수 피해를 당했다. 창간 99년을 맞은 신문은 발행 중단 위기에 놓였다.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기자들이 나섰다. “사람들이 기다린다. 전기는 끊겼지만, 우리에겐 종이와 펜이 있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벽신문은 쓰나미 다음날인 3월 12일부터 전기가 다시 들어온 17일까지 엿새 동안 ‘호외’라는 이름을 달고 마을 곳곳에 소식을 전했다. 벽신문은 가족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대피소가 어디 있는지 알렸다. 식료품이 바닥을 드러냈을 무렵엔 전국에서 구호물자가 도착하고 있다는 사실도 게재했다. ‘6일간의 벽신문’은 엿새 동안 벽신문 발행 과정과 내용을 담았다. 생사기로에서 고군분투한 기자 6명의 생생한 이야기도 수록했다. 우리에게 저널리즘의 역할은 무엇이며, ‘기자’(記者)는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지진 피해 입은 네팔에 학교 세운 현대오일뱅크

    지진 피해 입은 네팔에 학교 세운 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 1% 나눔재단이 네팔 산악지대인 고르카에 중학교를 다시 짓고 20일(현지시간) 현지 학생들과 준공식을 갖고 있다. 2015년 4월 발생한 리히터 규모 7.8의 대지진에 학교가 무너져 내린 이후 학생들은 가건물에서 수업을 받아 왔다. 현대오일뱅크 제공
  • [In&Out]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주는 교훈/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

    [In&Out]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주는 교훈/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만들어 낸 초대형 쓰나미 때문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후쿠시마 사고는 우리 국민의 원전 안전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꿨다. 에너지 정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고의 교훈을 되새기는 것은 원전뿐만 아니라 후진국형 사고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데도 필요한 과정이다. 후쿠시마 원전은 규모 9.0의 대지진으로 인한 진동과 정전은 이겨냈지만 높이 15m의 쓰나미를 견디지 못해 원자로 냉각 기능을 잃었다. 그 결과 원자로 내 핵연료가 녹아내리고, 수소가스 폭발로 원자로 건물이 파손돼 방사성물질이 대량 누출됐다.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침수, 건물 붕괴, 화재 등으로 2만명에 가까운 사망, 실종자가 발생했지만 정작 원전 방사선이 직접 원인인 사망자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경제적 파장은 원전사고가 훨씬 더 크고 오래 지속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후쿠시마 사고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해 교훈을 도출하고 이를 원전 운영과 설비 개선, 새로운 원전 개발 등에 적용하고 있다. 사고의 원인과 교훈은 복합적이지만 안전신화에 매몰돼 과학기술 지식에 기반한 실체적 안전성 확보에 소홀했던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 역사적으로 15m 이상의 쓰나미가 발생했던 지역에 상당수 원전이 있었음에도 설계기준은 모두 10m 이하였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은 지진, 쓰나미 등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능력을 강화하고 사고 시 방사능 누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설비개선을 적극 추진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고 회의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한편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확대하는 등 제도적 장치도 강화했다. 특히 어떤 상황에서도 비상대응요원이 상주하며 사고에 대응하도록 원전 본부별로 건설되는 비상대응거점시설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런 후쿠시마 사고 후속조치들은 국내 원전의 실체적 안전성을 크게 강화할 것이다. 원전 안전에는 사업자와 규제기관, 연구자의 노력이 모두 중요하다. 특히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후쿠시마 사고 후속조치들이 안전성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확인ㆍ보완해 나가야 한다. 새로 설치된 안전설비들을 비상운전절차에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원전 운영인력과 사고대응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해 통합 관점에서 안전성 향상을 꾀해야 한다. 원안위를 비롯한 정부의 규제감독과 지원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안전 규제에서는 독립성, 공개성, 투명성, 전문성, 명확성, 공정성, 신뢰성, 실효성, 효율성 등 국제적으로 확립된 핵심 가치들이 더 잘 구현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연구기관과 학계의 안전 연구는 원전의 실체적 안전성에 직접 기여하는 주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자연재해 대응 능력 확인과 향상, 원전 집중지에 대한 사고 관리, 방사성물질 대량 방출사고 시나리오 연구 등이 중요한 목표가 될 것이다. 원전 안전은 과학기술에 기반한 우수한 시설과 실력 있고 책임감 있는 종사자, 안전을 우선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정부 정책, 정부 정책과 전문가를 신뢰하는 국민이 삼위일체를 이룰 때 달성된다. 종사자들의 노력이 우선이지만, 이들이 전문가적 양식과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원전 안전을 위해 투입되는 소중한 국가적 자원이 실체적 안전성 향상을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되려면 과학적 근거가 존중되는 국가 문화도 절실하게 요구된다. 원전 안전을 비롯한 모든 안전 문제에서는 무엇보다 실체적 안전이 중요하다. 이것이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이다.
  • 회복 못한 상처… 원전 피난민 7만명

    회복 못한 상처… 원전 피난민 7만명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현 등 일본 도호쿠 지방을 강타한 리히터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과 이에 따른 지진해일(쓰나미)이 발생한 지 7년이 지났다. 그러나 상처와 불안, 고통과 우려는 여전하다. 원전 폭발 등 방사능 누출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객지를 떠도는 사람만도 7만 3349명이다. 냉각시설 파손과 수소 폭발, 방사성물질 방출로 이어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땅과 바다는 여전히 오염돼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회복되지 못한 상처는 탈(脫)원전의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동일본대지진은 1900년 이후 발생한 세계 네 번째의 강진이었다. 이 대지진과 쓰나미로 1만 5895명이 목숨을 잃었고 2539명은 시신도 찾지 못한 채 행방불명됐다. 집과 가족을 잃고 이곳저곳 떠도는 원전 피난 생활을 하다가 건강 악화로 숨지거나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대지진 연관 사망자는 3647명이나 됐다. 지난해만 해도 이재민 공영주택에서 혼자 지내다가 고독하게 사망한 피난민은 54명이었다. 쓰나미는 도호쿠 지방을 최대 20m 높이로 덮치며 지나갔지만, 이 때문에 일어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는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핵 누출, 방사능 오염 사고를 일으켰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원전 피해 보상으로 8조엔(약 81조원)의 배상금을 지급했고 32조엔(약 324조원)의 예산을 대지진 피해 지역 복구 및 인프라 재건 사업에 쏟아부었지만, 복구 작업은 미완의 상태다. 원전 내 핵연료를 꺼내지 못해 이 핵연료가 지하수, 빗물과 섞여 흘러나오는 방사성 오염수 문제는 지금껏 해결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원전 폐로도 아직 걸음마 단계로 사업자인 도쿄전력은 30~40년 후 완료를 목표로 폐로 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첫 단계인 ‘사용후 핵연료’ 반출 작업조차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고 당시 원전 안 노심이 녹아내리는 용융(멜트다운)으로 핵 데브리(찌꺼기·잔해) 상태를 파악한 뒤 꺼내야 하는데 최근에야 로봇들이 겨우 원자로 안으로 들어가 일부 상황을 촬영했다. 이런 상황에서 파괴된 원전 안에 남아 있는 핵연료는 계속 오염수를 만들어 내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1~4호기 원자로 건물 주변 고농도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물이 빗물과 지하수 등 외부에서 들어온 물과 섞이며 오염수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오염수는 이미 80만t을 넘어섰다. 도쿄전력은 이를 거대한 물탱크에 담아 원전 주변에 쌓아 놓고 있다. 원전 사고로 방사능에 오염됐던 후쿠시마현의 피난 지시 구역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반경 20㎞ 안의 절반 가까운 지역은 여전히 귀환이 불가능한 구역으로 묶여 있다. 후쿠시마현 전체 면적의 약 2.7%는 아직도 방사능 오염으로 들어가 살 수 없다. 방사능 유출로 타격을 입었던 후쿠시마 등 원전 주변 지역 농민과 어민들은 지금도 해당 지역에서 출하하는 농산물, 수산물들이 불신을 받고 있어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원전 사고 뒤 중단됐던 후쿠시마현의 어업은 2012년 6월에 재개됐다. 당초 3종류밖에 못 잡았던 어종은 2017년 2월 기준으로 97종으로 늘어났고 어업 시간도 주 1~2회에서 3~4일로 늘어났다. 후쿠시마현에만 유통됐던 생선들은 이제는 도쿄 등 간토 지역을 비롯해 주부, 호쿠리쿠 등으로 확대 출하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 지역 가운데 일부는 피난 지시가 해제됐지만, 주민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젊은 세대들이 방사능 공포로 인해 귀향을 꺼리는 탓에 아이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거리는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 도시인 듯 한산하기만 하다. 마이니치신문 조사 결과 오는 4월 신학기에 초·중학교 학생 모집을 재개한 후쿠시마현 내 4개 기초지자체의 취학 대상자 가운데 4%만 해당 지역 입학을 희망했다. 방사능 공포와 원전 사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원전 제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을 비롯해 공산당, 자유당, 사민당 등 야 4당은 지난 9일 ‘원전 제로 기본법안’을 공동 제출했다. ▲법 시행 후 5년 이내에 모든 원전에 대해 폐로 결정 ▲2030년까지 전력공급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포기 등을 골자로 했다. 아베 정권은 대지진 이후 한동안 가동을 멈췄던 원전을 재가동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탈원전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죽음의 땅 후쿠시마 이면 들춘 세가지 시선

    죽음의 땅 후쿠시마 이면 들춘 세가지 시선

    나는 왜 탈원전을 결심했나 간 나오토 지음/김영춘·고종환 옮김/에코리브로/196쪽/1만 3000원 소와 흙신나미 교스케 지음/우상규 옮김/글항아리/320쪽/1만 5000원 도쿄 최후의 날히로세 다카시 지음/최용우 옮김/글항아리/340쪽/1만 6000원2011년 3월 11일 금요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미야기현 오시카 반도에서 동쪽으로 70㎞ 떨어져 있는 해저 29㎞ 지점에서 거대한 재앙의 서막이 열렸다. 1960년 칠레 대지진, 1964년 알래스카 지진,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진에 이어 1900년 이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된 규모 9.0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 건물까지 무너뜨린 지진은 초대형 지진해일(쓰나미)을 만들어 해안도시를 덮쳤다. 지진해일은 후쿠시마 원전에도 영향을 미쳐 엄청난 방사능 누출을 일으켰다. 그때까지 최악의 원전 사고로 불렸던 미국 스리마일섬 사고나 구 소련 체르노빌 사고 때와는 달리 재앙 현장이 방송으로 실시간 중계되면서 전 세계인들은 충격에 빠지게 됐다. 사고가 발생한 지 7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는 여전히 공포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는 당시를 되짚어 보는 책들이 동시에 발간돼 주목된다. 책은 원전이 값싼 에너지원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이면을 살펴보는 동시에 최악의 사고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나는 왜 탈원전을 결심했나’(왼쪽)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일본 최고 책임자였던 간 나오토 전 총리가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3월 11일부터 3월 19일까지의 모습을 차분하게 서술한 책이다. 저자는 훈련이 아닌 실제 사고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법과 제도, 무능했던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함께 외부에서 ‘일본=원전 최고 안전국가’라는 공식이 허상일 수밖에 없는 원전의 구조적인 문제점도 지적했다. 당시 일본 정부와 원전 사업자가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결국 후쿠시마 일대는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논픽션 작가 신나미 교스케가 쓴 ‘소와 흙’(가운데)은 죽음의 땅에서 여전히 소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4년간 추적해 소의 입장에서 기록한 한 편의 르포 문학작품이다. 저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서 직접적인 비판을 하지는 않지만 농민과 소의 사진,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기술 중심의 사고방식이 지닌 문제점을 조용히 드러내고 있다. 반면 일본의 대표적인 반핵 평화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히로세 다카시의 책 ‘도쿄 최후의 날’(오른쪽)은 ‘핵의 수호자, 전쟁과 대재앙의 숨은 조종자’라는 부제처럼 원자력에 대한 직접적이고 날선 비판을 담고 있다. 다소 음모론적인 분위기도 있지만 정치·관료·경제·학계가 ‘원전은 안전하고 값싼 에너지원’이라는 신화를 재생산해 내는 과정을 종횡무진 풀어내며 소위 ‘원자력 마피아’의 민낯을 드러내 보인다. 세 권의 책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소와 흙’에서 등장하는 한 농민의 목소리는 세 권의 저자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소의 경제적 가치는 이미 사라져 더이상 가축이 아니다. …소도 피폭했고 나도 피폭했다. 여기서 소를 사육하면서 실제 일어난 일을 전하는 것이 내 남은 인생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한 여성 이방인의 비극 뒤 日사회 어둠 있었다

    한 여성 이방인의 비극 뒤 日사회 어둠 있었다

    어둠을 먹는 사람들/리처드 로이드 패리 지음/김미정 옮김/알마/560쪽/1만 9800원지난 2000년 7월, 일본 도쿄에서 발생한 영국 여성 루시 블랙맨 실종 사건을 추적한 르포르타주다. 도쿄에서 호스티스로 일하던 루시 블랙맨은 실종 이듬해에 토막 난 시체로 발견됐다. 범인은 부동산업자인 48세 남성 오바라 조지. 김성종이란 한국 이름을 가진, 한국인 이민 2세대였다. 사건 자체야 단순했지만, 이면에 뭔가 거대한 배경이 웅크리고 있음을 직감한 저자는 무려 10년 동안이나 사건의 배경을 추적했다. 책은 피해자의 삶 등 여러 일을 들춰보고 있지만 우리에겐 아무래도 범인이 한국인 2세라는 것이 가장 관심이다. 오사카 최고의 갑부였던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은 오바라는 버블 경제의 호황 속에 엄청난 재력가로 성장했다. 동시에 그의 사생활도 비뚤어져 갔다. 그의 집에선 각기 다른 여성을 강간하는 장면이 담긴 150개의 비디오테이프와 노트 등이 발견됐다. 일본 언론에서는 1000개부터 4800개에 이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법정에는 40개가 제출됐다. 일본 법정에선 자백을 중시한다. 그러나 오바라는 자백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경찰이 한 말이 걸작이다. “대부분의 범인들은 자백을 하는데…, 오바라 조지는 일본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범인의 집까지 찾아갔으면서도 소득 없이 돌아선 무능함을 감추려다 보니 어이없이 인종적 편견까지 드러내고 만 셈이다. 저자는 일본 경찰이 오바라에게 피해를 당한 호스티스들의 고발에 진작 귀를 기울였더라면 루시 같은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경찰은 그들이 외국인이거나 혹은 ‘불건전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는 이유로 관심을 갖지 않았고 결국 비극을 초래하고 말았다. 대법원까지 가는 치열한 법정 다툼 끝에 오바라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여러 건의 살해와 강간 혐의가 걸린 그의 판결에서 루시에 대한 살해 혐의만큼은 무죄였다. 그는 72세가 되는 2030년 이전에는 풀려나지 못하겠지만, 그 이후는 알 수 없다. 저자의 표현처럼 오바라 조지는 분명 사회의 음지에 돋아난 “뒤틀린 검은 나무”다. 하지만 저자는 그 이면에 간토대지진 직후의 조선인 대학살, 버블 경제와 함께 독버섯처럼 자라난 일본 풍속 산업의 기괴한 실태, 일본의 어두운 과거와 이방인들의 분열된 삶, 관료 조직의 무능과 안일함 등 거대하고 음습한 배경이 똬리를 틀고 있다고 본다. 저자는 이를 뭉뚱그려 이렇게 통박하고 있다. “오바라의 혈통이 무엇이건 간에 그는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만화로 만나는 근로정신대 ‘두 소녀의 봄‘

    만화로 만나는 근로정신대 ‘두 소녀의 봄‘

    시민모임, 교양용 만화로 제작 “차별의 역사… 오해 풀렸으면” “몸이 아파서 만화책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꿈 많던 소녀 적으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입니다.”3·1절인 1일 여자근로정신대를 소재로 한 만화 ‘두 소녀의 봄’ 주인공인 양금덕(90·광주 서구) 할머니는 “일본인한테 속아 긴긴 세월을 고통으로 보내 왔다”며 “이런 사실이 뒤늦게라도 만화로 만들어져 기쁘다”고 말했다. ‘근로정신대시민모임’은 제99주년 3·1절을 맞아 양 할머니 등의 삶을 다룬 교양용 만화 ‘두 소녀의 봄’을 제작했다. ‘두 소녀의 봄’은 1944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된 양 할머니와 김성주(90) 할머니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극화됐다. 만화의 주인공은 덕이와 순남이 등 두 소녀다. 덕이는 1944년 전남 나주대정국민학교(현 나주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 일본인 교장과 헌병에 의해 군수공장으로 동원된 양 할머니가 모델이다. 순남이는 순천남국민학교(현 순천남초등학교) 졸업 직후 6학년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동원된 김 할머니를 상징한다. 이 만화는 어린 두 소녀가 일본 군수공장에서 겪은 가혹한 강제노동, 배고픔, 차별, 대지진 경험, 손가락 부상, 밤마다 진행된 공습 등의 생활과 해방을 맞아 고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주변의 오해로 인해 겪은 아픔 등을 그렸다. 또 세월이 한참 흐른 후 자신들의 잘못이 아님을 깨닫고 뒤늦게 세상에 나서서 외치는 모습과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소송을 조명했다. 만화는 이런 내용을 학생들에게 당당히 증언하는 할머니 덕이의 활동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양 할머니는 “해방 후 고향에 돌아오니 모든 사람들이 하는 말이 ‘돈 많이 벌어 왔냐’며 상처를 줬다”며 “아버지는 그 화병으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이 ‘근로정신대’와 ‘위안부’를 혼동하면서 냉대와 눈총에 시달렸던 시간도 많았다”며 “이번에 출간된 만화를 통해 그동안의 오해가 바로잡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근로정신대시민모임은 이 만화를 공공도서관, 초·중·고교, 지역아동센터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오는 13일엔 출판기념회도 갖는다. 여자근로정신대란 아시아태평양전쟁 말기에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된 10대 초·중반의 어린 여학생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일본에 가면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사기와 회유, 협박 등으로 군수공장으로 동원됐다. 배고픔과 차별을 견디며 강제 노동에 시달렸지만 공부는커녕 임금 한 푼 받지 못했다. 해방을 맞아 고향에 돌아와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오인받아 평생을 사회의 냉대와 차별 속에 힘들게 살았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후쿠시마 동쪽 해상 규모 5.5 지진…쓰나미 위험 없어

    후쿠시마 동쪽 해상 규모 5.5 지진…쓰나미 위험 없어

    일본 후쿠시마현 동쪽 해상에서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했다.미국지질조사국은 26일 새벽 1시 28분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동쪽으로 66㎞ 떨어진 해상에서 지진이 발생했으며, 진원의 깊이는 41.3㎞라고 밝혔다. 유럽 지중해지진센터는 지진의 규모를 5.4, 진원의 깊이를 10㎞로 관측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현재까지 보고되지 않았다. 후쿠시마현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원자력발전소가 파괴돼 방사능 피해를 입었던 곳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WTO “한국, 日수산물 수입금지 협정 위배”

    WTO “한국, 日수산물 수입금지 협정 위배”

    원전 사고 이후 24개국 수입규제 유지 9개국은 지역 특정해 수입금지도 병행 정부 “판정에 문제”… 즉각 상소하기로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진행된 일본과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분쟁에서 패소했다. 정부는 국민 건강과 밀접한 사안인 만큼 즉각 상소하기로 했다. 상소 등 WTO 분쟁해결 절차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에서 잡은 수산물은 종전처럼 수입되지 않는다. ●“기타핵종 검사 증명 요구는 필요 이상 무역 제한” WTO는 22일(현지시간) 일본 정부가 제기한 소송 결과를 공개하면서 ‘한국 정부의 첫 조치는 정당했지만 계속 수입을 금지한 행위는 WTO 협정에 위배된다’며 패소 판정했다. 우리 정부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 뒤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50종 등의 수입을 금지시켰다. 그 외의 일본산 식품을 수입할 때는 세슘 검사를 하고, 세슘이 미량 검출 시 스트론튬·플루토늄 등 기타핵종 검사를 요구했다. 2013년 8월 도쿄전력이 원전 오염수 유출 사실을 발표하자 다음달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에서 잡은 모든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했고, 세슘 검출 시 기타핵종 검사 대상도 확대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5월 우리 측 조치를 WTO에 제소했다. WTO는 우리 정부가 일본 8개 현의 28개 수산물에 대해 포괄적으로 수입을 금지한 조치가 ‘위생 및 식물위생조치의 적용에 관한 협정’(SPS 협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일본산과 다른 국가의 식품이 유사하게 낮은 오염 위험을 보이는데도 일본산만 수입금지 및 기타핵종 추가 검사를 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판단이다. WTO는 2011년과 2013년 한국이 일본 정부에 요구한 추가 검사도 SPS 협정 위반으로 봤다. 세슘 검사만으로도 적정 보호 수준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필요 이상의 무역 제한이라는 것이다.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동일한 수입규제를 적용하고 있어 WTO 판정에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식품에 수입규제 조치를 한 나라는 46개국이며, 한국을 포함해 미국·러시아·레바논·홍콩·마카오·필리핀·인도네시아·아르헨티나 등 24개국이 유지하고 있다. 24개국은 일본 일정 지역의 수산물을 수입할 때 세슘 검사 증명서를 요구하고, 한국과 중국·대만·미국 등 9개국은 지역을 특정해 수입금지도 병행한다. 다만 세슘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기타핵종 검사 증명서를 추가로 요구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은 “우리나라의 특별 조치는 다른 나라의 수입규제에 비해 지나침이 없다”면서 “일본은 WTO 분쟁에서 기타 핵종검사를 우리나라만 요구하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기존 수입규제는 분쟁해결 절차 종료까지 유지 정부도 WTO 판정에 문제가 있다며 상소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수입규제 조치는 상소 등 WTO 분쟁해결 절차 종료 전까지 유지된다”면서 “방사능 오염 식품이 식탁에 올라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일 양국은 60일 안에 최종심에 상소할 수 있다. 상소 기구는 다시 60일 동안 1심 판단의 적절성을 심리한 뒤 1심 판정을 확정하거나 파기, 수정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우리 측의 상소 방침에 유감을 표시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사이토 겐 농림수산상은 “한국은 WTO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국제구호단체 성범죄 해고자 작년만 124명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캠페인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국제구호단체들이 지난해 총 124명을 성 문제에 관한 비위로 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16개 주요 국제구호단체를 대상으로 한 성 비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노르웨이난민협의회(NRC)의 경우 성적 학대나 희롱, 착취로 지난해 5명을 해고했다. 덴마크난민협의회(DRC)도 12명을 내보냈다. 케어인터내셔널은 11명을 해고했고 다른 4명은 스스로 회사를 떠났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지난 14일 조직 내 성희롱과 성폭력 관련 24건을 적발했다면서 직원 19명을 해고한 바 있다. 옥스팜은 직원들의 성매매 스캔들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은 옥스팜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재검토하고 있다. 후원을 취소한 개인 회원들도 지난 10여일 동안 약 7000명에 이른다. 직원 5000여명, 자원봉사자 2만 7000여명, 지지자 80만명 등을 보유한 거대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각국 정부와 공공 기관, 개인 등의 기부로 연간 약 7000억원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아이티 대지진이 발생한 이듬해인 2011년 현지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던 옥스팜 소장 등 구호 대원들이 성매매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결국 4명이 해고되고 3명이 사표를 냈다.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은 옥스팜 이외의 다른 단체들에 대한 조사도 요구하고 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가깝고도 먼 일본의 맛, 야키토리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가깝고도 먼 일본의 맛, 야키토리

    부산이 고향이라고 하면 으레 듣는 것이 “바다가 가까워서 좋았겠네”라는 소리다. 살면서 바다가 가까워서 좋다고 느낀 적은 특별히 없었다. 집이 바닷가 근처가 아닌 이상 부산 사람이라도 바다 구경은 꽤 수고스러움을 요하는 일이다. 가까운 곳은 언제라도 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먼 곳보다 잘 찾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 서쪽으로는 유라시아 대륙의 끝에서부터, 북쪽으로는 노르웨이, 남쪽으로는 적도 아래 인도네시아까지 부지런히 다녀 보았건만 정작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짧은 일정으로 도쿄를 방문한 건 말로만 듣던 일본의 수준 높은 외식산업과 식문화를 엿보기 위해서였다. 요리사의 눈으로 도쿄 구석구석을 다녀 보니 우리나라보다 10년은 앞서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이탈리아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맛있는 이탈리아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도쿄라고 한다. 그야말로 각국의 요리를 최고 수준으로 맛볼 수 있는 미식의 성지이지만, 정작 마음을 앗아간 건 엉뚱한 곳이었다.신주쿠 역 서쪽 출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오모이데요코초’라는 골목이 있다. 직역하면 ‘추억의 골목’이라고 불리는 이곳엔 서너 평 안팎의 작은 꼬치구이(야키토리)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닭꼬치구이는 이미 익숙한 음식이지만 수십 가지로 세분화되어 있는 메뉴와 어수선하면서 동시에 묘하게 정갈한 분위기, 그리고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놀라운 미각 경험은 한국에서 흔히 접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먹기 좋게 작게 자른 고기를 나무 꼬챙이에 꿰어 숯불이나 철판 등에 구워 내는 요리를 야키토리라 한다. ‘야키토리’의 ‘토리’가 닭을 뜻하기에 ‘닭꼬치’로 번역되지만 돼지고기나 소고기, 말고기를 이용한 꼬치구이도 모두 야키토리로 통용된다. 돼지고기, 특히 각종 특수부위를 이용한 야키토리는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 지방의 명물이다. 믿기 어렵지만 일본에서는 7세기부터 19세기까지 닭을 비롯한 소, 말 등 가축의 고기를 먹는 것을 금했다. 살생을 금하는 불교의 영향이라고 하지만 실은 생활에 쓸모가 있는 가축의 도살을 막기 위한 일종의 재산보호 차원의 이유가 컸다. 닭은 시간과 낯선 이의 침입을 알려 준다는 명목으로 식육이 금지됐다. 그렇다고 그동안 누구도 고기를 먹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사냥으로 잡은 야생동물이나 생선을 먹는 것은 허용됐다. 기록에 따르면 닭꼬치구이가 일본 사회에 등장하기 시작한 건 17세기 무렵이다. 이미 한 세기 전부터 일본 땅에 상륙한 남만인을 통해 닭 요리법이 전해졌지만 대다수의 일반 서민들에게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였다. 당시는 지금처럼 양계산업이 발달하지 않아 닭꼬치구이는 지체 높은 분들이나 먹을 수 있는 고급 요리로 통했다. 야키토리가 저렴한 술안주의 대명사가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23년 벌어진 간토 대지진과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저렴한 길거리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가 도쿄 시내 곳곳에 탄생했다. 간장과 설탕 대용으로 쓰는 사카린으로 만든 소스를 발라 구운 야키토리가 성행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육계 산업이 육성되면서 공급이 많아지자 닭은 저렴한 식재료로 자리잡았고 주로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쏟아져 나오는 역 근처에 야키토리 집들이 들어섰다. 퇴근 후 지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는 한 잔의 술과 어울리는 값싼 안주로 이만 한 것이 없었으리라. 요리의 관점에서 보면 야키토리는 매력적인 음식이다. 야키토리의 스타일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소금과 양념(다레)이다. 재료 위에 가볍게 뿌려지는 소금은 원재료가 신선하고 좋을 때 빛을 본다. 양념은 각종 내장으로 만든 야키토리에 더 어울린다. 집집마다 비장의 양념 레시피가 존재하는데 대부분 간장과 된장, 설탕, 미림, 청주의 범주 안에서 만들어진다. 흥미로운 건 야키토리는 가게 수만큼 각각의 스타일이 무수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맛이나 스타일에 정답이 없듯 야키토리를 구워 내는 요리사들은 다양한 변주를 시도한다. 단지 소스를 얇게 펴 발라 굽는 곳도 있는 반면 된장과 미림을 푼 국물에 푹 담갔다가 간장을 발라 구워 내는 곳도 있다. 감칠맛을 내는 된장과 간장 그리고 단맛, 거기에 숯에 구워 풍미를 한층 배가시킨 야키토리는 공식으로 따지면 결코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제아무리 무적의 공식이라고 해도 야키토리를 굽는 기술과 정성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육즙을 많이 증발시키지 않으면서 동시에 타지 않고 속이 고루 익게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뜨거운 열원 앞에서 무서울 정도로 높은 집중력을 보이며 완벽한 야키토리를 굽기 위해 노력을 다하는 이들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면 ‘장인’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야키토리 집이 수없이 많아도 같은 맛을 내는 야키토리 집은 없다고 한다. 디테일에 강한 일본인다움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 “빙판이 갈라지니 스케이트화 벗지도 못하고 피신했다”

    “빙판이 갈라지니 스케이트화 벗지도 못하고 피신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센다이 쓰나미’ 피해자동계올림픽 역대 1000번째 금메달 주인공으로도 기록66년 만에 피겨 남자싱글의 올림픽 2연패를 일권낸 하뉴 유즈루(24)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가 밀어닥쳤던 센다이가 고향이다. 당시 하뉴는 스케이트장에서 훈련하다 빙판이 갈라지는 바람에 스케이트를 신은 채 피신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아수라장이 된 고향을 떠나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며 훈련했다. 하뉴는 17일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206.17점을 받아 총점 317.85점으로 우승한 뒤 “나를 지지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금메달을 갖고 일본으로 돌아가면 지진으로 시름 했던 분들이 특히 기뻐해 주실 것 같다”고 각별한 우승 소감을 밝혔다. 그는 “당시 전기, 수도가 끊기는 등 굉장히 힘들었다”라며 “쓰나미와 원전 사고로 피해를 받은 이웃들이 매우 많다.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직후 흘린 눈물의 의미에 관해선 “그동안 도와주셨던 분들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인생의 목표에 얼마나 다가갔나’라는 질문엔 “어렸을 때 세웠던 목표에 절반쯤 지나간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하뉴는 “에르난데스가 있어 힘든 훈련을 이겨낼 수 있었다”며 동메달을 획득한 스페인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에게도 고마움을 표현했다. 둘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브라이언 오서 코치에게 나란히 지도를 받고 있다. 한국대표팀의 차준환도 오서 코치의 제자다. 하뉴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3연패에 도전할 것인가’라는 질문엔 “지금으로선 오른쪽 발목 부상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라며 “3연패가 쉬운 일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홈페이지에서 하뉴가 역대 대회 1000번째 금메달을 땄다고 밝혔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 초대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미국의 찰스 주트로가 첫 금메달을 수확한 이후 94년 만의 1000번째 금메달이 하뉴에게 돌아간 것이다. 하뉴의 이 금메달은 모두 102개가 걸린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 가운데 49번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km 높이까지 화산재 분화 .. 멕시코 7.2 지진

    1km 높이까지 화산재 분화 .. 멕시코 7.2 지진

    남서부 오악사카 주.. 멕시코시티도 흔들화산재 높이 1㎞ 분화, 교민 피해는 없어지난해 두 차례 강진으로 수백 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겪은 멕시코에서 16일(이하 현지시간) 또 강진이 발생했다. 멕시코 국립 지진센터와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43분쯤 멕시코 남서부 오악사카 주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일어났다. 진앙은 오악사카 주 피노테파 데 돈 루이스에서 북동쪽으로 37km 떨어진 지점이며, 진원의 깊이는 24.6km다. 진앙은 태평양 연안과 가까운 곳이나, 쓰나미 위험은 없다고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가 밝혔다. AP통신은 진앙이 오악사카 주의 시골 지역이라고 전했다. USGS는 지진 초기에 규모를 7.5로 발표했다가 곧바로 7.2로 수정했다.이날 지진으로 중부에 있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도 강한 진동이 느껴졌으며 고층 건물들이 1분 이상 좌우로 흔들렸다. 또 지진 대피 경보가 울리고 공포에 질린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대피소를 찾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긴박함 탓에 맨발과 잠옷 차림으로 대피한 시민도 눈에 띄었다. 수천 명의 시민이 건물 밖으로 빠져나와 거리에서 여진에 대비하며 30분 넘게 기다리기도 했다. 멕시코시티 남쪽에 자리한 포포카테페틀 화산은 강진 후 1㎞ 높이까지 화산재를 뿜어냈다. 멕시코와 남쪽으로 국경이 접한 과테말라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다. 멕시코 재난 당국은 지진으로 오악사카 주에 있는 일부 건물이 경미한 손상을 입었지만 전국적으로 인명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악사카 주 당국은 약 10만 명이 정전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은 “진앙인 치아파스 등지에 거주하는 교민들과 비상연락망을 통해 접촉한 결과,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미겔 앙헬 만세라 멕시코시티 시장은 현지 라디오에 “7.2 강진 후 약 1시간 뒤에 규모 5.8의 여진이 났지만 멕시코시티는 큰 피해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은 지난해 강진으로 대규모의 사상자가 난 지 5개월 만에 재차 일어나 현지인들이 느끼는 공포는 더 컸다. 멕시코에서는 지난해 9월 7일 8.2의 강진으로 96명이 숨졌고, 이어 1985년 멕시코 대지진 32주기였던 지난해 9월 19일에도 7.1의 지진으로 369명이 사망했다. 특히 지난해 9월 7일 발생한 강진 사망자 대부분은 이번 지진의 진앙인 오악사카 주에서 나왔다. USGS는 이날 강진은 작년 9월 8일 발생한 강진의 여진 구역에서 발생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설 연휴 TV 뭐 볼까] ‘공조 ’ 케미에 웃고 ‘국가대표 ’에 감동하고

    [설 연휴 TV 뭐 볼까] ‘공조 ’ 케미에 웃고 ‘국가대표 ’에 감동하고

    연휴가 짧다고 안타까워할 시간도 아깝다. ‘방콕족’이라면 최근 1~2년 사이 개봉한 신작 영화들로 채워질 안방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도 연휴을 알뜰하게 보낼 방법이다.지난해 1월 개봉해 780만명의 관객을 모은 현빈·유해진 주연의 ‘공조’가 17일 밤 10시 30분 tvN에서 방송된다. 임무 수행을 위해 남한으로 내려온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과 생계형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의 공조 수사를 소재로 한 영화다. 지난해 설 극장가에서 가장 많은 관객이 선택한 작품으로 상처를 지닌 북한 형사를 연기하는 현빈의 맨몸 격투 장면과, 액션에도 능청스러운 웃음을 보장하는 유해진의 열연이 돋보인다. 지난해 5월 개봉한 코믹 범죄 영화 ‘보안관’은 16일 오후 5시 30분 SBS에서 전파를 탄다. 영화 채널 스크린에서도 17일 오후 6시 30분 선보인다. 홍콩 누아르 ‘영웅본색’을 오마주한 데다 ‘연기 장인’ 이성민과 조진웅의 합이 어우러져 남심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0월 개봉해 국내 코미디 영화로 흥행 신기록을 세운 유해진의 원맨쇼 코미디 ‘럭키’도 소개된다. 15일 오후 5시 25분 KBS 2TV에서 볼 수 있다. 유해진의 애드리브가 곳곳에 포진해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모든 사건을 직접 파헤쳐야 직성이 풀리는 예종(이선균)과 신입 사관 윤이서(안재홍)의 유쾌한 과학수사를 그린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15일 오후 7시 20분 tvN에서 볼 수 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는 제시카 채스테인의 카리스마를 확인할 수 있는 ‘미스 슬로운’(16일 오전 1시 스크린)도 방영된다. 워싱턴 정가의 막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로비 전쟁을 다룬 정치 스릴러로 추진력과 냉정함을 두루 갖춘 로비스트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채스테인의 연기가 압도적이다.지난해 1월 개봉해 367만명이 극장을 찾아 국내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크게 흥행한 ‘너의 이름은’이 TV에서 처음 소개된다. 동일본 대지진을 연상케 하는 설정을 판타지 로맨스에 녹인 작품으로,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 불리는 신카이 마코도 감독의 서정적인 연출과 위트가 시선을 끈다. 18일 오후 7시 40분 채널CGV. 호주로 입양된 아이가 구글어스를 이용해 인도에 있는 부모를 찾는 감동적인 실화를 담은 영화 ‘라이언’은 17일 밤 10시 55분 EBS에서 감상할 수 있다. 어린이 시청자들을 위한 애니메이션도 다채롭게 마련됐다. EBS는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15일 오후 5시 15분), ‘마당을 나온 암탉’(17일 오전 9시), ‘굿 다이노’(18일 오전 11시)를 편성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감흥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영화 ‘국가대표’ 1·2편도 채널CGV에서 함께 볼 수 있다.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의 고군분투를 스크린에 옮겨 850만 관객을 끌어온 ‘국가대표’(2009·15일 오전 8시)와 여자 국가대표 아이스하키팀의 이야기를 그린 ‘국가대표2’(2016·16일 오전 8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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