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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도 혼란

    일본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동일본 대지진은 엄청난 충격과 슬픔으로 다가왔다. 많은 선수들이 방사능 유출에 대한 공포로 일본을 떠나고 있다. 남은 선수들도 난생 처음 겪는 혼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에서 우타자로 뛰는 전 메이저리거 랜디 루이스는 18일 AP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참사 당시부터 현재의 혼란에 이르기까지 외국인 선수들의 상황을 가감 없이 전했다. 라쿠텐은 참사의 진앙지인 센다이를 연고로 하고 있고, 김병현을 비롯해 대럴 래스너, 라이언 스피어, 켈빈 히메네스 등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속해 있다. “참사 당시 우리는 센다이와 640㎞ 떨어진 곳에서 시범경기 중이었다. 8회에 심판이 갑자기 경기를 중단시키고 나서야 지진이 난 걸 알았다.”고 루이스는 당시를 회상했다. 선수나 관중 할 것 없이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루이스와 김병현 등 팀 선수들은 임시로 나고야의 한 호텔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선수들은 모두 죄책감을 느낀다고 루이스는 전했다. “우리는 호텔 뷔페를 먹고 있는데 센다이에 있는 일본인들은 굶주리고 있다. 그들에게도 따뜻한 밥과 마실 것이 필요하다.”고 루이스는 말했다. 동시에 극도의 불안감도 느낀다고 했다. “지난주 나의 일상은 지진, 화산 분출, 원전 폭발과 쓰나미였다.”면서 “다음은 뭐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말도 통하지 않는 우리는 뭘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루이스는 말했다. 지난 시즌 두산에서 부동의 에이스였던 켈빈 히메네스는 참사를 온몸으로 직접 겪었다. 시범경기에 참여한 동료들과 떨어져서 센다이에 머무르며 재활 치료를 했던 탓이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패닉은 피할 수 없었다. 루이스는 “히메네스는 너무 불안한 마음에 옆에 있던 과자 세 박스를 먹어치웠다고 한다. 나중에 그에게 전화하니 숙소로 쓰는 아파트가 난장판이 됐다고 울먹이며 전했다.”고 했다. 일본 퍼시픽리그의 개막이 연기된 상황에서 많은 선수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루이스는 전했다. 방사능 유출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그러나 루이스는 안전이 보장되는 한 남아서 야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팀을 위해 남아 있고 싶다. 모금운동과 구호운동도 돕고 싶다. 일이 잘못될 경우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 우리는 끝까지 함께할 거다.”고 그는 말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엑소더스는 비단 야구뿐이 아니다. 일곱 차례나 일본 J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명문팀 가시마 앤틀러스는 지난 16일 선수단 임시 해산 결정을 내려 오스왈도 올리베이라 감독을 비롯한 외국인 선수와 스태프들이 속속 일본을 떠나고 있다. 가시마는 방사능 유출 우려가 커진 후쿠시마 제1원전과 200㎞ 떨어져 있다. 가시마 홈 경기장 역시 지진에 크게 훼손된 데다 J리그 자체가 중단된 상황에서 선수단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구단 관계자는 전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모두 떠났다, 그러나 한국 구조대는…

    영국, 프랑스가 떠났다. 러시아와 타이완도 짐을 쌌다. 10여명으로 구성된 몽골 구조대도 18일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투입됐던 각국 구조대원들의 철수가 시작됐다. 여전히 일본 동부의 수많은 마을이 지진과 쓰나미가 할퀴고 간 상흔에 신음하고 있건만 후쿠시마 공항에 착륙했던 헬리콥터에 타고 있던 뉴질랜드와 호주의 구조 대원 4명이 방사능에 피폭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국 구조대의 귀국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미야기현을 중심으로 생존자 수색에 여념이 없는 구조대가 있다. 바로 한국의 긴급 구조단이다. 지난 12일과 14일 잇따라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파견된 한국 긴급 구조단 105명. 무너진 건물 잔해를 뒤지고 진흙 속을 헤치며 그 어딘가에서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을 생존자를 찾아 지금도 센다이시 아라하마와 다가조시 등을 훑고 있다. 방사능 보호복과 제독약도 다 가져왔다. 시간에 맞춰 방사능 측정도 하고 있다. 하지만 재난 현장을 서둘러 빠져나가는 외국 구조대를 쳐다보면 방사능 피폭에 대한 두려움이 불쑥불쑥 솟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서 연일 애를 태우고 있는 가족들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래서 생존자 구출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수록 함께 줄어드는 게 있다. 방사능에 대한 공포다. “일본을 돕기로 했으면 실제로 돕고 가야 한다.” “이재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복구 활동을 도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떳떳하게 귀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이동성(53) 단장의 말이다. 긴급 구조단이 일본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 이유가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인명구조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한국의 구조대는 일본의 소방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 이번에 그 빚을 제대로 갚아야 한다. 그래서 구조 활동에 대한 일본의 편의 제공 제의에 손사래를 쳤다. 이재민 수송에 이용하는 45인승 버스 2대 비용 90만엔(약 1240만원)도 우리 돈으로 지불했다. 차량에 들어갈 경유 3000ℓ와 휘발유 1000ℓ도 한국에서 공수했다. 파손된 차량과 건물 안, 맨홀 아래에서 시신을 발견하면 이들은 진흙 범벅인 작업복의 매무시를 고친다. 현장에 있던 대원들이 모두 모여 거수 경례를 하고 묵념을 드린다. 일본의 관습에 따라 손을 모아 명복을 빌기도 한다. 구조 대원들의 정성스러운 시신 수습 모습에 이재민들도 울먹이며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며느리를 아직 못 찾았습니다.” “회사 동료가 휩쓸려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꼭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어느새 배웠는지 또박또박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전해 오는 주민도 생겨났다. 숙소는 재해 현장과 가까운 미야기현 공설운동장 옆에 있는 보조운동장에 설치한 텐트다. 며칠 새 강한 눈바람이 날려 텐트 안까지 눈이 불어닥쳤다.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라고 전한다. 세수도 한국에서 가져간 물티슈로 한다. 이들의 헌신적인 활동은 현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8일 자 신문에서 한국 긴급 구조단원들의 구조 활동을 ‘비통의 수색’이라는 제목으로 소상하게 소개했다. 경술국치 101년. 한국의 젊은이들이 일본의 재난 현장에서 두 나라의 새 역사를 조용히 쓰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日 원자력 사고등급 한 단계 상향

    일본 동북부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 유출 사고가 진정이냐 파국이냐의 중대 기로에 놓였다. 도쿄소방청은 18일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와 3호기의 사용 후 핵연료 보관 수조 등을 냉각시키기 위해 고가 사다리차와 굴절 방수탑차, 소방차 30대와 대원 139명을 동원해 수십t의 물을 쏟아부었다. 자위대도 제1원전 3호기에 6대의 특수 소방차를 동원해 40분간에 걸쳐 물 50t을 퍼부었다. 도쿄전력은 물 살포 작업 이후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물 살포 후에도 3호기 주변 방사능 유출량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이날 저녁 전국에 생방송된 TV연설을 통해 “후쿠시마 원전 위기가 아직 낙관할 수 없는 상태지만,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며 위기 수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그러나 일본 정부의 언급과 달리 “(희망을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최악의 상황이 닥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이번 사고의 국제원자력 사고등급(INES) 잠정 분류를 기존 4등급에서 5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5등급은 INES의 7개 사고등급 분류에서 3번째로 심각한 수준으로,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노심용해 사고와 같은 등급이다. 노심의 심각한 손상으로 다량의 방사성물질이 외부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를 가리킨다. 제1원전 원자로 1~3호기에서 노심이 부분적으로 용해된 데 따른 것이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최악의 경우 콘크리트로 원자로를 묻어 버리는 ‘체르노빌 방식’으로 처리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아마노 유키야 IAEA 사무총장은 “전 세계인들이 일본 정부와 재난 지역의 일본인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 총리는 아마노 총장과 만나 “일본 최대의 위기”라면서 국제 사회에 이번 사태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1~6호기 이외에 6375개의 사용 후 핵연료가 따로 보관된 공용 수조도 고장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이 공개한 수치에 따르면 원자로 3호기에서 1.1㎞ 떨어진 발전소 서문 부근에서 측정한 방사선량은 지난 17일 오전 7시 시간당 314.5μ㏜(마이크로시버트)에서 헬기와 소방차의 살수 작업 이후인 오후 11시 289.0μ㏜로 떨어졌다가 18일 오전 11시에는 265.0μ㏜로 줄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대재앙 넘은 한·일 지식인 우정… 그들의 아주 특별한 편지

    대재앙 넘은 한·일 지식인 우정… 그들의 아주 특별한 편지

    정재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거쳐 일본 도쿄대에서 석사,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된 연구 분야는 근대 한·일 관계사. 이마니시 하지메는 일본 아오모리현 도호쿠 공업대학 교수다. 도호쿠 공대는 이번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센다이에 있다. 이마니시 교수는 역설적이게도 구조역학과 지질구조 전문가다. 삼성물산 고문으로 있으면서 한국 건축물의 지질구조도 오래 연구했다. 이때 정 이사장과 친분을 쌓게 됐다. 2005년부터 해마다 열리고 있는 양국 최대 규모 교류행사인 한·일 축제한마당 운영위원장(2008년)도 맡았다. 창졸간에 덮친 대재앙 직후 두 사람이 황망히 주고받은 이메일에는 국경과 지배·피지배 역사를 뛰어넘어 서로를 걱정하고 위로하는 한·일 지식인의 우정과 인간애가 깃들어 있다. 그 내용을 공개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센다이의 이마니시 선생께 16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메일을 열어 보니 선생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편지가 와 있었습니다. 후딱 훑어보아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담담하게 써내려간 선생의 간결한 문장을 되씹어 읽으면서, 동북관동대진재(東北關東大震災)를 겪은 일본인의 심경과 자세에 대해 깊은 동정과 연민을 느꼈습니다. 일본이 미증유의 재난을 하루빨리 극복하고 훌륭하게 재건하기를 기원합니다. 먼저 선생의 허락을 받지 않고 편지를 공개하는 것을 양해해 주십시오. 한국의 독자들에게 피해지의 현황과 당사자의 상황을 육성으로 전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선생의 짧은 편지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비극 앞에서도 의연하게 행동하는 일본인의 모습이 군더더기 없이 진솔하게 담겨 있습니다. 3.16 정재정 #정재정 선생께 연락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심려를 끼쳤습니다. 이곳은 괜찮습니다, 처도 개도 집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전화도 할 수 없었습니다. 어제부터 개통했기 때문에 메일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가스와 수도는 안 됩니다. 조금 불편하지만 어떻게든 해 나가고 있습니다. 걱정을 끼치게 되었습니다만, 오늘 나토리시 유리아게하마와 센다이공항 가까이까지 걸어서 가봤는데, 95%의 목조 건물이 소멸되었습니다. 항상 들렀던 식당도 없었습니다. 쓰나미는 눈물도 나지 않을 만큼 차가운 재해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실이라기보다는 담담하게 바라보았다는 것이 정직한 감상입니다. 이곳은 괜찮습니다. 우선 연락만으로 그칩니다. 3.15 이마니시 하지메 지난 11일 오후 저는 공무에 바쁜 관계로 일본에서 엄청난 지진이 발생한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퇴근 후 집에 가서 그 심각함을 알고 센다이에 계신 선생의 안부가 궁금하여 저와 아내가 몇 차례 전화를 했습니다만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틀 만에 간신히 연락이 된 요코하마의 지인을 통해서도 선생의 안부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행여나 하는 심정으로 15일에 선생께 직접 메일을 보냈는데, 위와 같은 답신을 받았습니다. 편지를 읽고 나니 선생과 나눈 우정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일본을 돕자는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식민지 지배의 비참한 피해자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까지도 가담하고 있습니다. 90여년 전 관동대진재 때의 조선인 학살을 기억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이런 자세를 보인 것은 한·일 관계의 획기적 진화를 보여 주는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저는 선생을 비롯한 일본인 수강생들에게 동북 지역의 한·일 관계사 유적지 답사를 안내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재난에 휩쓸린 그 지역이 하루빨리 복구되어 일본에서 저의 강의가 속개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날이 오기까지 부디 자중자애(自重自愛)하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3.18 정재정
  • “슈퍼엔고 막자” G7 공동개입… 글로벌 증시 반등

    주요 7개국(G7)은 18일 일본 대지진으로 촉발된 ‘슈퍼 엔고’를 막기 위해 일본과 함께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한다고 밝혔다. G7은 긴급 화상회동을 끝내고 내놓은 성명서에서 “과도한 외환시장의 변동성과 무질서한 환율 움직임은 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해친다.”면서 “외환시장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며, 적절히 협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일본을 방치할 경우 일본발(發) ‘경제 쓰나미’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할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G7의 외환시장 개입 선언은 ‘핵 공포’에 짓눌렸던 글로벌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반향을 불러왔다. 전날 미국 뉴욕 전자거래시스템에서 장중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76.25엔을 기록했던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3시 일본 도쿄 외환시장 기준으로 81.75엔까지 급등했다. 일본 엔화의 가치는 이날 미국 달러화 외에 다른 16개 주요국 통화 대비 급락세를 나타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엔화의 약세 여파로 전날보다 8.7원 내린 1126.6원에 마감됐다. 글로벌 증시는 반등했다.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지수는 전일 대비 244.08포인트(2.72%) 오른 9206.75로 마감했다. ‘방사능 공포’로 급락한 지 사흘 만에 9000선을 회복한 것이다. 코스피지수도 전날보다 22.10포인트(1.13%) 오른 1981.13에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33% 상승)와 타이완 가권지수(1.35% 상승) 등 아시아의 주요국 증시도 대부분 오름세를 기록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① 16년 만의 개입 의미 주요 7개국(G7)이 18일 외환시장 공동개입 의지를 천명한 것은 1995년 고베 대지진 이후 16년 만이다. 1985년 당시 G5(미국, 서독, 일본, 영국, 프랑스)가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해 미 달러화의 약세, 이에 따른 독일 마르크화와 일본 엔화의 강세를 용인하기로 한 ‘플라자 합의’와는 달리 엔화 약세를 유도했다는 점에서 ‘역플라자 합의’라고 불린다. 16년만의 ‘역플라자합의’는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나왔다. 첫 ‘역플라자합의’는 고베 대지진이 발생한 지 3개월이 지나서였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합의)관측이 있긴 했지만 빠르게 가시화됐다.”고 평가했다. 대지진을 겪은 일본에 엔화 강세까지 겹쳐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 세계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이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회복세로 접어든 세계 경제가 더블 딥에 빠질 수도 있다. 일본보다 금리가 높은 세계 각국에 투자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규모가 커져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1995년 말 일본의 대외투자 잔액은 270조엔(약 3722조원)에서 2009년 말 555조엔(약 7651조원)으로 배 이상 늘어났다. 환율 안정에 대한 국제공조가 이뤄짐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도 안정을 찾아갈 전망이다. ② 엔-달러 환율 어디까지 G7이 개입했지만 엔·달러 환율이 급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개입 공조가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80엔이 붕괴된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은 당분간 80엔을 전후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중앙은행(BOJ)이 개입을 단행한 18일 엔화는 81엔선에서 움직였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G7이 개입한 만큼 단기적으로 80엔 전후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재건비용 등으로 일본 정부의 재정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엔화 약세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80엔대에서 움직이며 개입 강도가 약해질 것”이라고 덧붙엿다. 이 연구위원도 “단기적으로 80엔선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이달 말 결산을 앞둔 일본 기업들의 이익송금 영향이 끝나면 4월초 엔화가 약세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진 복구를 위해 BOJ가 20조엔 넘게 방출한 긴급자금이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데도 일정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이번 G7합의는 급격한 엔화 강세를 막는 데 그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대지진이 발생하기 이전의 엔·달러 환율인 80엔대 중반을 넘어서기는 힘들 전망이다. ③ 원-달러 환율 전망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압력이 더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점진적으로 안정되면 나라별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따라 환율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 국내 물가의 상승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환율 상승보다 환율 하락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일본의 시장개입 이슈보다 우리 정부의 개입 여부나 강도에 따라 방향성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원화 가치는 장기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반면 시장에서는 원화의 대외 변수 취약성을 고려하면 환율 하락 기조가 더욱 늦춰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풍부한 달러 유동성 등을 감안하면 향후 환율 하락세가 맞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확실한 대형 변수들이 생긴 만큼 예상보다 ‘원고(高) 현상’(환율 하락)이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시중은행 딜러는 “원화 가치는 그동안 대외 변수가 생길 때마다 떨어졌다.”면서 “이는 경제 펀더멘털과 환율이 같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외변수가 잠잠해질 때까지 환율 하락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④ 국내 엔화 이탈 가능성 국내의 일본계 투자자금은 아직 눈에 띌 만한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한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주말을 제외한 3일간 우리나라의 일본계 주식·채권 투자자금 중 1000만 달러가 각각 순매수 또는 순매도 됐다. 이는 지진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에서 1000만 달러가량의 순매매는 미미한 수준으로 일본계 자금의 회수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특히 규모가 작은 채권투자도 거의 거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외국계 증권 투자자금 중 일본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2%대로 작아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호주나 브라질 등 일본계 투자비중이 높은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우리나라에 주는 간접적인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영환 국제금융센터 연구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일본 투자자금 회수비율이 높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대량의 자금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경하·황비웅기자 lark3@seoul.co.kr
  • [사설] 재일교민 대피 매뉴얼 차분히 준비하자

    3·11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에 이은 핵 공포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자위대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물폭탄을 퍼붓는 등 사력을 다하고 있다. 사고 원전의 직원들도 방사선 피폭 위험을 알고도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분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리 희망적인 소식이 없어 안타깝다. 방사성물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됨에 따라 일본을 떠나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자국민에게 일본을 떠나도록 권고하는 나라들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공관원 가족과 민간인들을 타이완으로 철수시키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시설 80㎞ 안에 있는 미국인들은 바깥으로 대피하도록 지시했다. 영국 정부는 전세기를 이용해 자국민들을 홍콩으로 철수시키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귀국하거나 규슈 등 남쪽으로 피신하도록 권고했다. 독일 정부도 철수하거나 서쪽의 오사카로 옮길 것을 권고했다. 호주·스위스·세르비아 정부도 비슷한 권고를 한 상태다. 크로아티아는 대사관을 오사카로 임시로 옮겼다. 대사관을 일시적으로 폐쇄한 나라도 이라크·바레인 등 10개국 정도나 된다. 주요 국가들이 자국민 철수를 권고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정부는 차분한 편이다. 핵 공포에 대해 너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교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고 차분히 대비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교민과 주재원·유학생 등이 민항기·군용기·경비함 등에 지체 없이 오를 수 있는 세심한 매뉴얼이 갖춰져야 한다. 정부는 그제 인천·김포공항에 방사능 감시기를 설치했지만 김해공항과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는 어제 설치했다. 뒤늦게 설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정부의 대응은 어느 면에서 지나치게 느긋하다 싶을 정도인데 일부 국민은 너무 앞서가고 있다. 방사성물질의 피해를 줄여주는 데 효과가 있다는 미역·다시마·김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방사선 해독제인 요오드제 구입 문의도 많다고 한다. 대비를 하는 게 나쁠 건 없지만, 지진이 일어난 지역도 아닌데 일부 품목에서는 사재기 조짐까지 보인다니 심하다.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났는데도 비교적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 北 “백두산 화산문제 협의하자”

    북한이 백두산 화산 문제를 협의할 것을 우리 측에 제의했다. 통일부는 17일 오후 북측이 지진국장 명의로 백두산 화산 공동 연구, 현지 답사, 학술 토론회 등 협력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자고 우리 측 기상청장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측 제의에 대해 남북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이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긍정적인 검토 방침을 밝힌 데 따라 조만간 백두산 화산 문제 관련 남북당국 간 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진 전문가들은 백두산 인근 지역에서 화산가스인 이산화황이 분출되고 있다면서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을 제기했다. 백두산 화산은 946년 대규모로 분화한 뒤 1688년, 1702년, 1903년 재분화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북측의 제안이 단순히 백두산 화산 문제에 대한 협의보다는 이를 계기로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는 대남 유화 메시지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일본 대지진 참사와 같은 ‘자연재해’란 비정치적 카드로 천안함·연평도 사태로 끊긴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최근 북한 주민 27명의 송환을 수용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다만 회담이 개최되더라도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측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결실 없이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LA 돌아가면 日돕기 콘서트 열래요”

    “(미국) LA에 돌아가면 일본 대지진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자선 모금 콘서트를 열겠다.” 오는 20일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열리는 첫 단독 내한공연을 위해 방한한 ‘짐승’ 기타리스트 슬래시(46)는 17일 서울 봉은사로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서울신문 등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일본 투어를 강행하려 했지만 공연 장비를 옮기는 데 어려움이 있어 취소했다.”면서 “너무 힘든 상황에서도 일본 팬들이 우릴 생각해 줘 고맙고, 힘든 상황이지만 더 버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슬래시는 지난 14일 오사카 공연은 예정대로 열었으나 16~17일 도쿄, 18일 요코하마 공연은 취소했다. 그는 “월드 투어가 4월까지 잡혀 있지만 남미와 미국 투어 사이에 시간을 쪼개서 자선 콘서트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사카는 지진 피해를 당하지 않은 지역이지만 두려움을 떨쳐 내도록 뭔가를 해 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도 했다. 1999년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 당시 기타리스트로 함께한 이후 12년 만에 한국을 찾은 슬래시는 “첫 방한 때는 공연 외엔 서울에서 한 일이 없었다.”면서 “서울은 감탄스럽도록 놀라운 도시이고 첫날 찾아간 갈비집도 끝내줬다.”고 말했다. 이어 “공룡을 좋아하는데 (경남) 고성 공룡박물관이 너무 멀어 안타깝다.”면서 “서울 시내 이곳저곳을 둘러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열린세상] 재난기 언론역할 보도를 넘어서야/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열린세상] 재난기 언론역할 보도를 넘어서야/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최근 대지진과 쓰나미라는 엄청난 참사를 겪으면서도 NHK를 비롯한 일본 언론들은 아주 냉정하고 침착하게 사태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재난과 관련된 매뉴얼에 따라 피해자의 처지에 서서 불필요한 자극이나 공포를 유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현재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신이 널린 처참한 광경이나 유가족들이 울부짖는 장면을 찾아볼 수 없다. 유사한 재난을 당했을 때 이제까지 우리 언론이 보여주었던 단발성의 소나기식 보도나 속보성의 흥미 위주 보도, 피해자의 인권을 무시한 선정적인 보도와는 사뭇 다른 패턴을 보여준다.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 신속 정확하고 광범위한 언론보도는 궁극적으로 많은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 다양한 수단을 활용한 언론보도는 재난에 대한 공중의 이해를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방글라데시는 바다에서 발생하는 사이클론 때문에 주기적으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1970년 11월에 3등급 사이클론으로 무려 사상자 30만명 이상, 이재민 130만명이 발생했다. 1985년 5월엔 이전과 동일한 사이클론과 폭풍우가 이 지역을 강타했으나 언론을 활용한 조기 재난 경보 시스템이 가동되어 1970년 피해자의 3%인 약 1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데 그쳤다. 더욱이 2010년 4월, 유사한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도 업그레이드된 시스템 덕택에 사상자는 89명으로 줄었다. 비록 동일한 강도의 자연재해였지만 언론을 활용한 각종 재난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또 초기 자연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언론이 얼마나 신속 정확하고 널리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따라 수십만명의 생명을 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은 지진이나 쓰나미와 같은 자연 재해뿐만 아니라 연속적인 원자력 발전소 폭발과 같은 인재가 결합된 ‘복합 재해’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리히터규모 9.0에 달하는 불가항력의 자연재해이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예방 조치들을 취하지 않음으로써 예상치 못한 산업재해를 안겨줬다. 이처럼 우리사회는 급격한 환경변화와 산업화로 인해서 예기치 못한 재난들이 자주 발생하는 ‘복합적인 위험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비슷한 재난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지만 첨단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언론 성숙도에 따라 피해상황은 천차만별이다. 이번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언론을 활용, 재난에 대한 철저한 예방교육과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여 많은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각종 재난에 대해서 운명론에 입각해 미리 절망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언론이 제공하는 재난정보를 3가지로 구분한다. 재난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재난 예방정보’와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는 ‘재난 응급정보’, 그리고 재난을 조기 복구하는 ‘재난 복구와 부흥정보’이다. 특히, 언론은 재난을 예방하고, 응급조치에 필요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앞으로 재난 관련 언론보도는 재해현장의 비참한 장면이나 기물 파괴 등과 같은 결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재난 예방이나 피해 복구에 보도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 같은 자연재해를 극복한 상황에 대해서 집중 보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두운 상황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희망적인 측면에 보도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발달로 인한 언론 역할 강화로 더 이상 자연으로부터의 위협은 곧바로 끔찍한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게 되었다. 기존 언론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발전으로 자연의 포효 앞에 그냥 무력한 존재로 주저앉지 않는다. 비록 예상하지 못한 자연으로부터의 위협이 끊임없이 발생하지만 언론 보도로 다소나마 피해를 줄이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은 소통 시스템을 더 촘촘하게 구축함으로써 더 안전한 미래를 약속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사태를 통해서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 대피소 고령환자 27명 사망

    “학교 체육관에 깔린 다다미, 그 위에서 얇은 담요를 감고 기침을 그치지 않는 70~80대 노인 환자들. 새벽이면 영하 3~5도를 기록하는 쌀쌀한 날씨 속에 난방이라야 운동장만 한 체육관에 난방기 6개가 여기저기서 돌고 있을 뿐이다.” 빈약한 대피소 상황을 전하면서 추위와 대피 생활의 피로, 의사와 의료시설 부족으로 지진해일에서도 살아남았던 노약자들이 건강을 해쳐 잇따라 목숨을 잃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7일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대피소에 피난 온 환자 가운데 18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이와키시 대피소에 후쿠시마 현내 병원에서 옮겨진 128명의 환자가 있었는데 이 가운데 이동 도중 숨진 2명을 비롯해 18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고령자로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기에 앞서 일시적으로 대피해 있었다. 신문은 또 이와테현에서 지난 16일 시립 제일중학교로 피난하던 80대 여성과 피난을 준비하던 미야기현 내 한 종합병원의 노인 입원환자 8명이 사망하는 등 지진 관련 사망자는 모두 27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대피소에는 간단한 의료 시설과 의사 4명이 있었을 뿐이었다. 오랜 시간의 무리한 이동으로 인한 피로와 추위를 고령 환자들이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고베 대지진의 한 생존자는 “피곤과 추위에 지친 노약자들이 신선한 야채와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기 어려운 데다 영양 불균형으로 지병이 악화되거나 그에 따른 합병증이 생기기 쉽다.”고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올 동일본 지역의 3월은 초겨울 날씨로 쌀쌀한 편이다. 습기로 강한 한기가 스며들어 노약자들은 더욱 지내기 쉽지 않다. 17일 동일본 지역은 일본 수준에서는 한겨울 기온이었다. 모리오카 영하 5.9도, 시오가마 영하 4.2도, 센다이시 영하 2.7도, 소마시 영하 2.5도 등 이 지역 대부분이 영하권이었다. 일본 기상청은 추위는 18일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 많은 고령 환자와 노약자들의 사망이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동일본 대지진의 최대 피해지역 후쿠시마현의 사토 유헤이 지사는 “원전 인근 거주민들을 위한 대피소가 마련됐지만 따뜻한 음식은 물론 연료, 의약품 등 기본적 생필품조차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모든 것이 부족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재앙 전조?…18년 만에 ‘슈퍼문’ 내일 뜬다

    재앙 전조?…18년 만에 ‘슈퍼문’ 내일 뜬다

    오는 19일(한국시간) 18년 만에 가장 큰 달이 밤하늘을 밝힌다. 일본 대지진의 혼란으로 ‘슈퍼문 재앙설’이 나돌고 있지만, 슈퍼문 현상으로 지구상에 대규모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천문학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슈퍼문은 보름달이 가장 크게 보이는 현상으로, 이번 ‘슈퍼문’은 지구와의 평균거리 38만4000㎞보다 약 2만7000㎞더 접근한 35만6577㎞거리에 위치해 평소 보다 달이 10~15%나 더 크게 보인다.   이번 ‘슈퍼문’ 현상이 보기 드문 천체쇼이긴 하지만 지난 11일 발생한 일본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 등으로 ‘슈퍼문 예고설’ 혹은 ‘재앙설’ 등 루머가 퍼지면서 “자연재앙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미국 지질조사국(USGS) 등 전문가들은 지난 일본 대지진과 슈퍼문의 연관성은 없었으며, 슈퍼문이 지구에 재해를 몰고 올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미국의 저명한 천체학자 아놀드 피얼스테인은 “달과 지구과 근접하면서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조류가 높아져 해변 침식이나 일부 해안에서 약간의 범람 등이 일어날 수는 있다.”고 조언했으나 “이 역시도 위험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트위터(http://twitter.com/newsluv)
  • 후쿠시마 원전서 유출 방사능 한국에 영향 없나

    후쿠시마 원전서 유출 방사능 한국에 영향 없나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원전 1~3호기의 연쇄 폭발 사고에 이어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 노출로 대규모 방사능 유출 우려가 커진 가운데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국내 전문가들의 일본 대지진 관련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자들은 사용후 핵연료봉의 핵분열 가능성이 낮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방사선 유출에 따른 피해 정도를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토론에는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학 경제학부 교수, 이석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기획부장, 양이원영 환경연합 에너지기후국 국장 등이 참여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진단과 사후 대책은. -이은철 4호기는 1~3호기 문제와 다르다. (사용후 핵연료봉에 대해)핵분열과 폭발을 자꾸 오해한다. 연탄재처럼 다 쓰고 버린 상태라 우라늄양이 상당히 줄었다. 이걸로 폭발을 일으키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화재로 물이 다 없어졌지만, 오히려 수증기가 건물 안에 있는 게 가장 위험한 상태다. 설계 때도 이런 점을 고려해 임계가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 4호기 폭발 문제를 너무들 걱정한다. -장정욱 핵폭발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인정한다. 문제는 1999년 일본 도카이에서 우라늄 20㎏을 가공하던 중에 임계가 일어나, 반경 10㎞ 안의 주민들이 피폭당하고 작업자 3명이 중상을 입고 2명은 죽었다. 핵물질이 나오지 않을 뿐 방사성 물질과 중성자 힘은 무시할 수 없다. -오창환 사용후 핵연료는 경제적으로 전기를 만드는 데 부족할 뿐 여전히 많은 우라늄을 함유하고 있다. 치명적인 방사능과 열도 있어서 수조에 보관한다. 고준위폐기처분장에나 버릴 수 있는 물질로 그 자체로도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 폭발이 안 돼도 노출 자체를 막아야 한다. -양이원영 지진으로 건물은 안 무너졌지만 4호기 직원 얘기를 보면, (원전)배관이 부서지고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안전장치나 배관에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초기대응을 지적하지만 1분 1초가 중요한데 최선의 판단을 해야 한다. -이은철 (4호기의)10년 된 사용후 핵연료를 수조에 깊이 넣어두면 1년이면 급한 열은 제거된다. 방사선도 사용후 핵연료의 90%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물론 지난해 11월에 막 꺼낸 연료는 지금도 방사선이 많고 노출되면 배출될 가능성도 크다. 이것들도 연쇄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 분산시켜 놓는다. 물이 완전히 빠져도 핵분열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이다. 지금 나오는 양도 원자로에서 나오는 것보다 적다. →한국에 영향은 없나. -오창환 고준위 폐기물의 안전 보존 기간은 1만년이다. 온도도 방사능도 오래간다. 편서풍 때문에 지금 미국만 난리가 났지만, 남동풍이 부는 여름처럼 계절풍이 달라져 국지적인 변화는 대비해야 한다. 한반도 피해가 전혀 없다고 보긴 어렵다. -이석호 사고 이후 국회에 보고했다. (아무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도)국민이 믿지 못하는 면이 있다. 기상청 예보는 편서풍이 불어 당분간 영향이 없다고 한다. 원전 3호기 노심용융이 100% 일어나고, 격납건물로 방출되는 양의 50배가 방출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우리나라와의 거리 1200㎞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피폭량은 0.3mSv다. 연간 선량 한도 1mSv의 3분의1도 채 안된다. 우려는 이해되지만 기술적으로 최악의 상황에도 우리나라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이은철 (방사능도)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는 것처럼 사방으로 퍼진다. 거리 계산도 하늘로 솟는 것을 제외하고 직선거리로 계산했다. 아주 보수적이다. 정부발표를 믿어 달라. 우리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준은 아니다. -장정욱 원자로 안에서도 400가지 물질이 나온다. 요오드는 반감기도 길어서 무한정 먹을 수도 없다. 정부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토양, 수질 오염까지 준비해야 한다. 사용후 핵연료에서는 상당한 방사성 물질이 나와 (보관하는) 수조 수심이 최고 2.5배 이상 되어야 한다. 연료를 끄집어 낼 때 사람이 옆에 있으면 20초 안에 치사한다. 30년 동안 수조에 보관한 상태에서 끄집어 내도 공중에 사람이 있으면 6분 안에 치사한다. →한국 원전은 안전한가. -양이원영 편서풍 때문에 영향이 없다고 하지만 (일본 사고 지점은) 우리와 비슷한 위도다. 체르노빌 사고 때도 서쪽으로 1000㎞ 떨어진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에서도 모두 오염이 발견됐다. 세슘, 요오드 외에 반감기가 30년 넘는 것도 있다. 당장은 괜찮아도 일주일, 한달 뒤에 영향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은철 (방사능)오염물질이 우리나라에도 와 있을 수 있다. (다만)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가 문제다. 바람은 방향성이 없다. 다만 방사능량을 계산할 때 직선거리로 계산해 보수적으로 한 것이니 믿어 달라는 거다. -양이원영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건 결국 정보공개 문제다. 1978년에 가동한 고리 1호기는 2007년에 수명이 다했다. 수명연장 때 안전영향 평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 보고서는 지금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고도 정부는 지난해 2017년 2차 수명연장 계획을 밝혔다. (올해 수명연장 예정인)월성 1호기가 중수형원자로라는 게 더 큰 문제다. 냉각수에도 방사성 물질이 있어 더 위험하다. 세계적으로 수명연장 사례가 없다. 올해 캐나다와 한국만 동시에 진행 중이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단순 보은 넘어 인류애 실천…소통의 한류로”

    한류스타들이 대재앙 앞에 신음하는 일본에 잇따라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두 나라 사이에 ‘보이지 않는 문화의 끈’이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지금까지 국내 연예인들이 일본 대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내놓은 기금은 17일 현재 총 50억원에 달한다. 지난 14일 대표적 한류스타 배용준이 10억원을 쾌척한 데 이어 이병헌, 류시원, 최지우, 송승헌, 안재욱 등 1세대 한류스타들의 기부가 줄을 이었다. 신(新)한류라는 이름으로 케이팝(K-pop)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카라, JYJ, 김현중, 장근석, 빅뱅 등 차세대 한류스타들도 가세했다. 일본 언론과 네티즌들은 자국 연예인보다도 먼저 도움의 손길을 뻗은 한류스타들에 대해 “한류를 다시 느꼈다.”며 감동과 놀라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류스타들이 ‘통 큰 기부’ 행렬에 동참하는 것은 “그동안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갚을 차례”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 2억원을 내놓은 류시원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재앙 앞에서 한류니 뭐니 따질 수는 없다.”면서 “다만 일본 팬들이 보내 준 사랑에 미약하나마 보답하고 두 나라 사이의 문화적·정서적 거리가 좁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촉발된 일본 내 한류는 영화와 가요로도 확산됐다. 하지만 한류의 일방성과 상업성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는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일부 국가의 ‘혐한류’(한류 혐오)를 야기하기까지 했다. 일본 진출을 준비하던 한 남성 톱스타는 “한국의 스타들은 돈만 밝힌다는 인식이 일본 안에 너무 팽배해 깜짝 놀랐다.”면서 “단순한 보은 차원이 아닌 재앙 앞에 인류는 하나라는, 진심어린 인류애를 보여 줌으로써 한류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용준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일방적인 한류는 곤란하다.”며 “한류가 아니라 아시아류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하곤 했다. 김헌기 아시안TV 부사장은 “쌍방향 소통을 통해 국경을 뛰어넘은 문화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사설] 日정부 잘못된 原電 대응서 교훈 얻자

    지난 11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로 핵 재앙의 우려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에 일본 국민은 의연할 정도로 침착하게 잘 대응했지만, 일본 정부와 전력회사의 잘못된 대응으로 핵 공포가 일본은 물론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대지진 다음 날 시작한 화재 및 폭발사고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는 사실상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다. 어제 자위대 헬기가 제1원전 3호기에 냉각수를 살포하는 등 원전 피해 최소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성과는 별로 없다. 사고 원전에는 비상근무자 181명이 방사선 피폭 위험을 무릅쓰고 과열된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들이붓는 등 그야말로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다. 핵 재앙 가능성까지도 거론되는 상황에 이른 것은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원전의 관리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의 안이한 판단과 대응 때문이었다.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했지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원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쓰나미로 냉각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서 원자로 내 냉각수 순환이 중단됐다. 바로 바닷물을 넣었다면 이렇게 가슴 졸이는 상황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후쿠시마 원전 측은 30여시간을 허비하며 실기(失期)했다. 바닷물을 원자로에 넣으면 수조원이 투입된 원자로를 쓰지 못하는 탓에 원전 측이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도쿄전력은 원전 피해에 대한 사실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숨기고 축소하는 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만약 3·11 대지진과 유사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진다면 우리는 잘 대응할까. 성격은 다르지만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 때 정부와 군의 대응을 보면 일본보다 나을 게 없어 보인다. 대지진 이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일처리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원전 안전점검도 철저히 하고 대지진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원전 기준도 대폭 높여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염두에 둬야 한다. 문제가 된 후쿠시마 제1원전은 1970년대 가동에 들어간 노후기종이다. 보통 수명이 다한 원전의 경우 예산문제 때문에 오래된 부품을 교체해 사용하고 있으나, 안전성에 대한 고려를 더 해야 한다.
  • 한·일 지식인의 아주 특별한 편지

    한·일 지식인의 아주 특별한 편지

     정재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거쳐 일본 도쿄대에서 석사,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된 연구 분야는 근대 한·일 관계사. 이마니시 하지메는 일본 아오모리현 도호쿠 공업대학 교수다. 도호쿠 공대는 이번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센다이에 있다. 이마니시 교수는 역설적이게도 구조역학과 지질구조 전문가다. 삼성물산 고문으로 있으면서 한국 건축물의 지질구조도 오래 연구했다. 이때 정 이사장과 친분을 쌓게 됐다. 2005년부터 해마다 열리고 있는 양국 최대 규모 교류행사인 한·일 축제한마당 운영위원장(2008년)도 맡았다. 창졸간에 덮친 대재앙 직후 두 사람이 황망히 주고받은 이메일에는 국경과 지배·피지배 역사를 뛰어넘어 서로를 걱정하고 위로하는 한·일 지식인의 우정과 인간애가 깃들어 있다. 그 내용을 공개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3월 16일]  센다이의 이마니시 선생께  16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메일을 열어 보니 선생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편지가 와 있었습니다. 후딱 훑어보아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담담하게 써내려간 선생의 간결한 문장을 되씹어 읽으면서, 동북관동대진재(東北關東大震災)를 겪은 일본인의 심경과 자세에 대해 깊은 동정과 연민을 느꼈습니다. 일본이 미증유의 재난을 하루빨리 극복하고 훌륭하게 재건하기를 기원합니다.  먼저 선생의 허락을 받지 않고 편지를 공개하는 것을 양해해 주십시오. 한국의 독자들에게 피해지의 현황과 당사자의 상황을 육성으로 전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선생의 짧은 편지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비극 앞에서도 의연하게 행동하는 일본인의 모습이 군더더기 없이 진솔하게 담겨 있습니다.   정재정  ========================================================================================    정재정 선생께  연락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심려를 끼쳤습니다.  이곳은 괜찮습니다, 처도 개도 집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전화도 할 수 없었습니다.  어제부터 개통했기 때문에 메일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가스와 수도는 안 됩니다. 조금 불편하지만 어떻게든 해 나가고 있습니다.  걱정을 끼치게 되었습니다만, 오늘 나토리시 유리아게하마와 센다이공항 가까이까지 걸어서 가봤는데, 95%의 목조 건물이 소멸되었습니다. 항상 들렀던 식당도 없었습니다.  쓰나미는 눈물도 나지 않을 만큼 차가운 재해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실이라기보다는 담담하게 바라보았다는 것이 정직한 감상입니다.  이곳은 괜찮습니다.  우선 연락만으로 그칩니다.  3월 15일 이마니시 하지메   [3월 17일]   지난 11일 오후 저는 공무에 바쁜 관계로 일본에서 엄청난 지진이 발생한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퇴근 후 집에 가서 그 심각함을 알고 센다이에 계신 선생의 안부가 궁금하여 저와 아내가 몇 차례 전화를 했습니다만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틀 만에 간신히 연락이 된 요코하마의 지인을 통해서도 선생의 안부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행여나 하는 심정으로 15일에 선생께 직접 메일을 보냈는데, 위와 같은 답신을 받았습니다. 편지를 읽고 나니 선생과 나눈 우정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선생은 토목기술, 특히 지질구조 전문가로서 한국의 유수 기업 고문 재직 당시 서울일본인회의 문화 부문 위원장을 맡아 한·일 교류협력에 앞장섰습니다. 저는 그때 일본인을 상대로 한·일 관계사를 강의했고, 가끔 역사의 현장을 찾아 안내하기도 했습니다. 선생과 함께 한·일 축제에 관한 책을 양국에서 동시 출판한 일도 기억에 새롭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일본을 돕자는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식민지 지배의 비참한 피해자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까지도 가담하고 있습니다. 90여년 전 관동대진재 때의 조선인 학살을 기억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이런 자세를 보인 것은 한·일 관계의 획기적 진화를 보여 주는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저는 선생을 비롯한 일본인 수강생들에게 동북 지역의 한·일 관계사 유적지 답사를 안내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재난에 휩쓸린 그 지역이 하루빨리 복구되어 일본에서 저의 강의가 속개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날이 오기까지 부디 자중자애(自重自愛)하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정재정
  • 본지 일본어 애도메시지 日언·정 “신문 보내달라”

    서울신문이 동일본 대지진을 맞아 지난 14일자 1면에 게재한 일본어 애도 메시지에 대해 일본 언론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16일 “당내에서 서울신문 일본어 애도문 기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집행부 등 여러 의원들이 당시 신문을 직접 보고 싶어 한다.”며 당일자 신문을 보내 줄 것을 서울신문사에 요청했다. 민영방송인 TBS 관계자도 같은 날 서울신문 도쿄지사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와 “서울신문 일본어 애도문 보도를 다른 방송사에 비해 늦었지만 이제라도 방송하고 싶다.”며 14일자 신문을 보내 줄 것을 정식 요청했다. 앞서 서울신문은 14일 1면에 ‘서울신문은 이번 재해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라는 애도문을 일본어 제목을 달아 게재한 바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5일 “한국지가 일본어로 이런 문장을 게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기사 중에는 ‘하루라도 빠른 복구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앞서 14일 교도통신과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게재했고, 대부분의 방송사들도 서울신문 일본어 애도문을 화면에 비치며 한국 언론의 위로에 감사를 표시했다. 일본인들은 대지진 피해가 발생한 직후 일본과 불행한 과거사를 지닌 한국이 가장 먼저 구조대원 5명과 구조견 2마리를 보내 준 데 대해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여기에다 한류스타 배용준, 최지우, 류시원 등의 릴레이 기부행위가 이어지면서 많은 감동을 받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분위기에서 서울신문의 일본어 보도는 개인이 아닌 언론 차원에서 애도를 표시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도쿄신문의 한 기자는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공적인 기능을 하는 신문이 지면을 할애해 외국어 제목을 다는 게 얼마나 파격적인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며 “서울신문의 일본어 애도문은 단 한 문장에 불과하더라도 한국인의 온정을 느끼는 상징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관련 뉴스를 다소 냉소적으로 보도했던 보수성향의 산케이신문도 17일자 6면에 ‘한국, 힘내라 일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언론사들의 대지진 피해자 성금 모금을 보도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일본 돕자” 문화계 기부는 계속된다

    “일본 돕자” 문화계 기부는 계속된다

    문화 예술계 인사들의 일본 지진 피해 돕기 움직임이 17일에도 계속됐다. 배우 장동건은 자신이 홍보 대사를 맡고 있는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성금 2억원을 냈다. 장동건은 “일본인들의 아픔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면서 “많은 분께서 도움의 손길에 동참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동건은 지난해 아이티 대지진 때도 WFP 긴급 구호 프로그램에 10만 달러(1억여원)를 기부했다. 가수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f(x)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일본적십자사에 10억원을 기부했다. SM 측은 “소속 연예인 일동이 (일본에)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김창완 밴드와 홍대 앞 밴드들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18일 오후 7시 서울 서교동 V-홀에서는 ‘와이 온 어스(WHY ON EARTH), 도대체 왜’라는 제목의 일본 돕기 자선 콘서트가 열린다. 가수 김창완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급하게 이뤄졌으나 자발적 참여 신청이 잇따라 규모가 커졌다. 김창완 밴드를 비롯해 크라잉넛, 장기하와 얼굴들, 전제덕, 박기영, 옐로우 몬스터스, 킹스턴 루디스카, DJ 프랙탈 뉴욕물고기, 디아블로, 밀크티, 서울전자음악단, 이진욱 등이 참여한다. 수익금 전액은 일본 지진 피해자들에게 전달된다. 파페라 테너 임형주도 오는 30일 서울 반포동 가톨릭대학교 성의회관 마리아홀에서 자선 콘서트 ‘뷰티풀 위시’를 열고 수익금 전액을 일본 대지진 피해자 및 해외 불우 환자 돕기에 기부한다. 앞서 28일 발매하는 세 번째 디지털 싱글 음반 ‘뷰티풀 위시’ 수록곡 중 하나인 ‘브리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헌정곡으로 정하고 이 곡의 수익금도 기부할 계획이다.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도서, 교보문고 등 국내 온·오프라인 서점들도 모금 운동에 가세했다. 지난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상금왕 김경태(신한금융그룹)는 1000만엔을 내놨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전미정(진로재팬)은 일본적십자사에 1000만엔의 성금을 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이춘규 논설위원 도쿄 리포트] 자연에 맞섰던 日의 상징 ‘산리쿠의 굴’ 최후 맞다

    “미나미산리쿠 앞바다 최후의 굴입니다. 이번 3·11 대지진 직전에 채취한 것입니다. 이번 지진과 쓰나미로 산리쿠 해안에서는 더 이상 굴 양식을 할 수 없을 겁니다. 바다 환경이 완전히 바뀌어 양식을 할 수 없게 된 거죠. 너무 슬퍼요.” 지난 16일 늦은 밤 일본 국회의원들도 자주 찾는 도쿄 중심부에 위치한 오코노미야키(빈대떡과 유사) 음식점 주인이 우리나라 굴보다 배나 큰 싱싱한 굴을 구워 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식당도 지진 때 컵과 식기가 여럿 파손됐다고 했다. 이 굴은 지진의 파장을 상징한다. 주인의 말대로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는 쓰나미로 궤멸하다시피 했다. 인구 1만 7000명이 사는 마을 전체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차가운 눈이 무정하게 내린 17일 현재 인구의 반 정도인 8000명 이상이 행방불명된 상태다. 그 앞바다가 일본에서도 유명한 굴 산지다. 일본에서는 한겨울 서쪽 히로시마와 동북쪽 센다이에서 양식된 굴이 계절의 별미로 꼽힌다. 하지만 센다이 바로 북쪽 미나미산리쿠 앞바다에서 양식된 굴이 최고라는 것이 일본인들의 설명이다. 그 별미가 이번 지진으로 인해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산리쿠 굴’은 일본인들이 자연에 도전해 온 상징이다. 일본인들은 유사 이래 끝없이 자연재해를 극복하려 했다. 어류 양식업은 세계 최고 수준. 지진, 쓰나미, 화산폭발, 태풍 등이 올 때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방조제와 각종 시설물을 축조했다. 와세다대의 한 교수는 익명을 전제로 “일본인들의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한 스트레스를 한국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사람들은 이런 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시설을 축조하고 과학을 발달시켰다.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봐 왔다. 역설적으로 이것이 강한 기술력의 기본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인들은 처절하게 자연에 도전했다. 서기 800년대 이번 3·11 대지진과 유사한 규모의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가 도호쿠지방 육지까지 엄습했었다는 일부 내용이 구전되고 있다. 그때부터 자연을 극복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방조제를 축조해 왔다고 설명한다. 지진이 일어나지 않아도 쓰나미가 오는 것에 대해서도 구전을 남겼다. 당시는 몰랐던 칠레 연안 강진에 의한 쓰나미였다. 에도시대 이후 기록하기 시작했다. 방조제를 쌓고, 쓰나미 위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운하를 팠다. 높은 쓰나미 피난 구조물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대지진은 시설물들을 무심하게 삼켜 버렸다. 이로 인해 자연에 대한 일본인들의 도전이 약화되고 자연에 일부 순응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간의 도전이 재해를 줄일 수는 있지만 근본적 대책은 안 된다는 것이다. 자연재해에 대한 일본인들의 철학이 근본적으로 변하게 되면 복구계획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17일 피해의 전모가 밝혀진 뒤에야 정확한 복구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진 이전과 같은 형태로 복구시키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높이 10m에 길이 2㎞가 넘는 거대한 방조제를 축조하는 것이 자연재해를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지만 근본적 대책은 못 된다는 것. 따라서 해변에 밀집돼 있던 주택·사무실을 내륙으로 분산시켜 재건할 것으로 예상했다. 파괴된 철로는 상당수 재건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대지진은 지금까지 어떤 일본인도 상상하지 못했던 자연의 대역습이었다. 자연에 응전하는 인간의 대비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이번 쓰나미가 입증했다. 자연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일본인들은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도 일본 정부나 기업들이 새로운 차원에서 복구 문제, 도시계획 등을 강구할 것으로 봤다. “일본인들은 자연에서 배운 것은 반드시 현실에 반영한다. 정면으로 맞서는 방침을 바꿀 것이다. 역사적 전환점이다.”라고 했다. 일본인들이 정말 자연에 순응해 갈까. taein@seoul.co.kr
  • ‘착한 가격’ 고집하는 ‘착한 맛집’

    ‘착한 가격’ 고집하는 ‘착한 맛집’

    “소주 반병 주세요.” 도심 한복판에 아직도 소주 반병을 마실 수 있는 식당이 있다. 서울의 웬만한 음식점에서 소주 한병을 주문하면 3500~4000원을 내야 하는데 낙원동의 유진식당에서는 2000원, 맥주잔에 따라주는 ‘반병’은 1000원을 받는다. 18일 오후 7시 30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에서는 살인적인 물가 인상에도 꿈쩍 않고 ‘착한 가격’을 고집하는 음식점들을 소개한다. 유진식당의 메뉴판은 지난해 3월 붙였는데 돼지수육 한 접시와 설렁탕, 돼지국밥이 모두 3000원씩이다. 보기 드물게 돼지비계 기름으로 부친 녹두 빈대떡 한 접시는 4000원을 받는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진 물가난에 근처 식당들도 메뉴판을 고쳐 붙였지만 문용춘(85) 사장은 “물가가 너무 올라 남는 게 전혀 없다.”면서도 “(돈) 없는 사람 위해서 봉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재동에 있는 ‘거부’도 30여년 명성을 이어온 집이다. 광주에서 올라오는 소고기 생등심을 얼리지 않고 숙성시킨 뒤 쑹덩쑹덩 썰어 내놓는다. 생등심 1인분(200g)에 1년 반 전 가격인 1만 8000원을 받는다. 인테리어에 잔뜩 치성한 유명 가든보다 30%, 많게는 절반 가까이 싸다는 입소문이 퍼져 있어 가족 단위 손님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남정출(75) 사장은 “때가 때인 만큼 올리고 싶어도 모든 사람들이 어려운 것 같아서…. (식사하고) 흐뭇하게 나가시는 걸 보면 나도 기분이 좋다.”고 흐뭇해한다. 남산동의 삼미옥은 청국장 맛으로 유명하다. 서울에서도 이제 5000원짜리 점심 식사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이곳의 청국장과 김치찌개, 된장찌개 가격은 3년 전 그대로 5000원이다. 이진숙(55) 사장은 “요즘같이 어려운 형편에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근처) 회사 분들이 수십년 동안 오시기 때문에 가격을 못 올리고 있다.”고 울상을 짓는 척했다. 살인적인 물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들 식당에서 손님들은 허기진 속을 채우는 것은 물론, 한 움큼의 따뜻한 마음을 품고 돌아간다. 이 밖에 ‘TV 쏙 서울신문’에서는 일본 대지진을 취재하고 돌아온 윤설영 기자의 ‘5박6일 후기’,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의 정미애 박사에게 듣는 ‘일본의 미래’, 한 트럭 운전사의 고달픈 일상, ‘4인4색 마티네’, 영상스케치 ‘증오와 관용 사이’ 등이 방영된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일본, 스포츠로 희망의 물꼬 터라/김영중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일본, 스포츠로 희망의 물꼬 터라/김영중 체육부장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이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 스포츠계라고 예외가 아니다. 예정된 경기나 대회가 취소되거나 미뤄지고 있다. 오는 21일 도쿄에서 개막될 피겨 세계선수권대회가 무산됐고, 일본 프로축구 J리그는 이달 경기를 모두 연기했다. 몬테네그로와 일본 축구대표팀이 25일 치르기로 한 친선경기도 취소됐다. 이런 가운데 일본프로야구 양대리그의 하나인 센트럴리그가 예정대로 25일 개막을 강행하기로 했다. 퍼시픽리그는 2주 뒤인 다음 달 12일 시작하기로 했다. 지진 피해가 덜 했던 센트럴리그와 달리 퍼시픽리그는 아직 정상적인 경기를 치르기 어렵다.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있는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홈구장이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아서다. 하늘에서 찍은 외신 사진을 보면 라구텐 홈구장인 크리넥스 스타디움 미야기구장은 포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게다가 지역의 많은 시민이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진 피해 상황도 갈수록 악화된다. 여진은 끊이지 않는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는 폭발과 화재가 잇따라 ‘제2의 체르노빌 사태’가 우려된다. 동북부 지역은 전기가 부족, 제한 송전이 실시된다. 선수들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여러 가지로 경기를 치를 형편이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라쿠텐이 하루빨리 야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스포츠가 주는 감동과 하나가 됨은 재난 극복의 힘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야구기구(NPB) 가토 료조 커미셔너도 “선수들이 한시라도 빨리 플레이를 보여주는 게 피해지역에 용기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슬픔에 빠져 절망만 할 수 없다. 어떻게든 희망의 끈을 찾아야 한다. 스포츠가 그 끈의 한 가닥이 될 수 있다. 이를 엮으면 재난 극복의 원동력이 된다. 이런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16년 전 ‘아랫동네’에서 일어난 기적이 데자뷔된다. 1995년 효고현 고베시는 리히터규모 7.3의 대지진을 겪었다. 박찬호와 이승엽이 함께 뛰는 오릭스의 당시 연고지가 고베다. 2004년 오사카로 연고지를 옮겼다. 고베는 6000여명의 시민이 지진에 희생됐다. 쓰나미에 휩쓸린 센다이보다는 상황은 낫지만 오릭스도 경기를 치를 여건이 아니었다. 그런데 시민들은 프로야구가 제대로 열리기를 두손 모아 기원했다. 암담한 현실을 이겨낼 유일한 희망을 야구에서 본 것이다. 이런 고베 시민의 열정과 염원은 오릭스를 우승으로 이끄는 기적을 연출했다. 1989년 오사카에서 오릭스로 팀 이름이 바뀐 뒤 첫 우승이었다. 이듬해엔 일본 정상에까지 올랐다. 우리도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침체에 빠졌을 때 박세리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양말 투혼’을 보이면서 우승해 많은 용기를 얻지 않았는가. 지난해 6월 열린 남아공 월드컵축구대회 때는 칠레가 희망을 쐈다. 칠레는 12년 만에 출전한 월드컵에서 48년 만에 첫 승리를 거두며 16강까지 올랐다. 칠레는 같은 해 2월 규모 8.8의 강진에 흔들렸다. 칠레 대표팀은 한 남자가 폐허 더미 속에서 찾아낸 찢어진 국기를 내걸며 모든 힘을 쏟아부어 성과를 이뤘다. 칠레는 1960년 5월, 역대 가장 큰 규모인 규모 9.5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러나 칠레는 재난을 이기겠다는 의지 하나로 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칠레는 준결승에서 브라질에 2-4로 패배했지만 대단한 쾌거였다. 비탄에 빠진 칠레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 라쿠텐도 경기를 치르려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어제 고베의 기적이 일어났던 호모모토 필드 고베(옛 고베 스카이마크 스타디움)를 대체 홈구장으로 사용하겠다고 신청했다. 현재 오릭스의 보조구장이다. 라쿠텐이 어디서든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한다면 센다이 시민들은 야구를 통해 희망을 보고, 용기를 충전하고, 재기의 꿈을 꾸게 될 것이다. 라쿠텐이라고 기적을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재기를 노리는 김병현도 라쿠텐 유니폼을 입었다. ‘힘내자 센다이!’라는 힘찬 구호가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 jeuness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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